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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신문 11㎏에 660원, 폐지 80㎏에 3200원인데 4000원 쳐 드릴게요.” 오전 내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빌라촌을 돌며 모은 폐지의 가격을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혹시 ‘돈이 될까’ 싶어 주워 온 22㎏가량의 독서대, 베개 등 폐기물을 원래 주인이 버려 둔 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건으로 받은 금액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7000원이 넘는 시대 4000원은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돈이다. ●빈 손수레도 79㎏… 폐지 노인에겐 “유일한 밥벌이” 지난 9일 20대 후반의 서울신문 기자 2명은 영하 날씨에 잠실동과 삼전동 일대를 돌며 10시간에 걸쳐 232㎏의 폐지와 11kg의 신문지를 주웠다. 고물상과 빌라촌을 세 차례 오가며 각각 75㎏, 80㎏, 77㎏의 폐지를 날랐다. 그렇게 번 돈은 총 1만원 남짓. 그날 새벽 편의점에서 산 빨간 목장갑은 고된 노동 끝에 시꺼메졌고, 양발에는 물집이 잡혔다. 노동의 흔적은 다음날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근육통의 아픔을 남겼다. 20대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이 노동은 대부분 노인의 몫이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로 고단한 노동을 택한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폐지 줍기가 고되고 돈도 되지 않지만 그나마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밥벌이”라고 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은 6만 8000명(2017년 기준)이다. 이 중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은 4만 6000명에 달한다. 오전 5시 30분 거리에서 만난 김민태(62·가명)씨도 폐지 줍는 일을 하며 생을 이어 간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김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산다고 했다. 그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어쩌겠어.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나 한 몸 먹고살기도 턱없이 부족해. 그나마 걸리면 몰래 조금씩 하는 거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재산은 79㎏인 빈 리어카가 전부다.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일한다는 그는 하루에 4000원 정도를 손에 쥔다고 했다. 김씨를 따라다니며 해 본 폐지 줍기는 지루한 단순 작업의 연속이다. 리어카를 끌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를 줍고 리어카에 올리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영하 3도의 날씨. 세차게 부는 바람에 리어카 위에 쌓아 올린 폐지들은 연신 리어카 밖으로 날아갔다. 박스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여러 번. 찬바람에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줍는 만큼 돈이 된다는 생각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빌라 1층·편의점 필수 코스… 일일이 박스 해체해야 그나마 빌라촌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건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 박스들이었다. 빌라 1층이나 편의점 주변 한쪽 구석엔 상자를 모아 놓은 곳이 있었다. 문제는 해체였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일일이 떼고 최대한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씨도 옆에서 “비닐이나 테이프가 너무 많이 붙어 있는 박스는 적당히 포기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줬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쓰레기를 담고 있던 상자나 피자 박스, 음식 포장박스 등에는 어김없이 오물이나 남은 음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누군가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정체 모를 구정물이 손에 묻을 때도 있었다. 오래돼 상태가 좋지 않은 박스도 많았다. 몇 장 접었는데도 금세 악취가 훅 올라왔다. 폐지가 높이 쌓일수록 리어카를 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포장이 파인 길을 가거나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리어카 위 폐지가 계속 쏟아졌다. 차도를 오가다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박스를 줍고 허리를 펴니 코앞에서 택시가 쏜살같이 지나가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들은 야속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빨리 비키라’는 듯 노골적으로 경적을 울려 대는 차도 여러 대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리어카와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당혹스러움과 곤욕스러움이 무수히 교차했다. 차에도, 행인에게도 연신 “죄송하다”며 굽신 댈 수밖에 없었다. 좁은 도로 옆 차 사이를 지나는 순간 손수레가 검은색 벤츠 옆을 스쳤다. 다행히 박스로 리어커를 덧댄 부분과 닿아 차에 흠집은 나지 않았지만 수입차 주인이 득달같이 내려 소리쳤다. “안 치긴 뭘 안 쳐요. 스치는 소리가 났는데….” 악다구니 치는 차 주인의 목소리 뒤로 김씨와 함께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오버랩됐다. 서너 달 일당을 날릴 아찔한 순간이었다.●무게가 돈… 폐지·신문지 ㎏당 가격 2년 전 비해 반토막 오후 1시. 오전 동안 열심히 모은 폐지와 신문지 값을 치를 시간이다. 폐지 80㎏에 신문지 11㎏. 새벽에 한 차례 모았던 폐지 75㎏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과욕으로 주워 온 폐기물이 문제가 됐다. 무게만 나가면 무조건 많이 버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고물상 주인은 “종이나 철, 캔 아니면 돈 못 준다”며 어렵게 들고 온 베개와 나무판자를 골라 냈다. 고물상 주인은 “이렇게 폐기물까지 주워 오면 우리가 돈 주고 다시 버려야 한다. 여기 버리지 말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두라”고 말했다. 그렇게 22㎏은 쓰레기라고 여겨 셈에서 제외했다. 무게를 다는 절차는 복싱선수가 마치 계체량을 재는 듯 엄격했다. 무게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고물상에서는 폐지가 실린 전체 리어카 무게는 물론 빈 리어카와 폐지 무게도 각각 따로 잰다. 눈이나 비에 젖은 폐지는 아예 받지 않는 것도 업계의 원칙이다. 젖은 폐지는 무게가 더 나가는 고물상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돈 안 되는 폐기물 역시 꼼꼼히 골라 낸다. 이 때문에 실랑이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고물상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슬쩍 저울에 발을 올렸다. “할머니 장난해요. 내려오라고요”라는 고물상 주인의 매서운 한마디에 할머니는 멋쩍어했다. “그래 봐야 돈 1000원 더 주는 건데 저 친구는 매번 저렇게 매몰차게 말해.” 할머니가 고물상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최근 폐지 가격이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기자 역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232㎏의 폐지를 모았지만 겨우 1만원을 벌었다. 김씨 역시 “예전에는 가격을 쳐줬는데 요즘은 많이 떨어져 벌이가 안 된다”며 한숨을 쉰다. 현재 폐지(골판지)는 ㎏당 40원, 신문지는 ㎏당 60원꼴이다. 2년 전(2017년 12월 수도권 기준으로 폐지는 143원, 신문지는 154원)에 비하면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2018년부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데다 제지 회사가 질 좋은 외국 폐지를 수입해 쓰다 보니 노인들이 줍는 폐지 가격은 완전히 폭락했다. 김영광 전국고물상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안 하고, 제지 회사는 수거 단계부터 상태가 좋은 외국 폐지를 주로 수입해 쓰다 보니 폐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어르신들의 삶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물집·근육통에 약값 5000원, 병원은 엄두 안 나 하루 10시간의 ‘넝마주이’ 체험은 끝났지만 통증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양쪽 팔과 어깻죽지는 물론 박스를 쥐었던 손아귀가 오랫동안 저릿했다. 발가락 사이사이 잡힌 물집은 걷는 내내 기자를 괴롭혔다. 결국 약국에서 5000원짜리 연고를 사 들고 나와야 했다. 오후 내내 주운 77㎏의 폐지(3000원)로는 살 수도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 92명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71.7%였는데, 진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조차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이 중 29.1%나 됐다. 대부분(83.3%)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3000원 하는 국수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자주 굶어….” 이수역 근처 고물상에서 폐지 가격을 두고 실랑이하던 80대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유커 5000명 ‘인천상륙잔치’… 사드 갈등 이후 최대 규모

    유커 5000명 ‘인천상륙잔치’… 사드 갈등 이후 최대 규모

    12일까지 관광도… 경제 효과 216억 전망 유커 2017년 416만→작년 500만명 회복 “시진핑 방한 뒤 한한령 완전 해제 기대”“유커가 돌아온다!” 중국 선양(瀋陽)에 본사를 둔 건강식품 판매기업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5000여명이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경영전략·신제품 발표회를 겸한 기업회의를 개최했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 이후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중 최대 규모다. 송도컨벤시아 행사장은 한류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푸야오 이융탕 회장, 박남춘 인천시장,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 등이 차례로 입장하자 임직원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박 시장은 “이번 대규모 기업행사 유치를 계기로 중국과의 마이스(회의·관광·전시·이벤트)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한중 간 활발한 문화·경제 교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야오 회장도 “그동안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 했던 행사를 올해는 한국에서 한다. 한국은 피부관리와 화장품 분야에서 명성이 높아 다른 중국 기업들도 한국과 인천을 찾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융탕 임직원들은 월미도·인천차이나타운·경복궁·롯데월드 등 수도권 명소를 돌아본 뒤 오는 12일 귀국한다. 인천시는 유커들의 이번 한국 방문에 따른 경제 효과가 2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유니온스퀘어가 ‘이융탕 거리’로 명명됐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인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2018년 말부터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들의 단체 포상관광이나 수학여행단이 다시 한국을 찾는 등 한국행 단체관광이 일부 재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광저우 안여옥(YOLOYAL) 의료과기 유한회사 임직원 3000여명이 인천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배치 이전인 2016년 806만 7722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사드 배치가 이뤄진 2017년 416만 9353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가 2018년 478만 9512명, 2019년 500만 8775명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 크루즈 이용, 전세기 이용, 인터넷 광고 등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에 맞춰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고 나아가 한중 교류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작년 기업실적 저하 심각…금융위기보다 심하다”

    신용평가업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국내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면서 금융위기 때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9일 ‘2020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이라는 주제 세미나에서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 우위의 강도가 심해졌다”며 “그 배경은 무엇보다도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실적 저하”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지난해 상장기업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위기 때도 기업 실적이 이 정도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상장기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감소했다”며 “최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신용등급을 높인 기업은 12곳에 그쳤으나 낮춘 기업은 21곳이나 됐다. 이에 따라 등급 상승 기업 수를 하락 기업 수로 나눈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0.51배를 기록해 1을 밑돌았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2015년 0.16배를 기록한 후 2016년(0.45배), 2017년(0.63배), 2018년(0.88배) 등 3년 연속 상승했으나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1을 밑도는 현상은 2013년(0.54배)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이어졌다. 송 실장은 “7년째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오른 기업보다 많았는데 이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현상”이라며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올해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전체 28개 산업 분야 가운데 24개는 중립적, 4개는 부정적이며 긍정적인 분야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분야는 생명보험과 부동산 신탁, 디스플레이, 소매 유통 등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길섶에서] ‘총총’(??), 8760/이지운 논설위원

    “손을 씻을 때 대야 속으로 빠져나가고, 식사 때에도 밥그릇 속으로 사라진다.” 주자청(朱自淸)의 산문 ‘총총’(??)은 시간의 속성을 일상에서 이렇게 포착했다. “간 것은 간 것이고 오는 것은 오는 것이지만, 오고 감의 중간은 어찌 그리 총망한가.” 이어지는 시도와 좌절. “그것이 바삐 감을 깨닫고 손을 뻗어 막고 당겨보려 해도 손 사이로 사라진다.” “침상에 눕노라면 날렵하게 몸 위를 뛰어넘고, 발끝 너머 날아간다.” “한숨과 함께 번쩍 지나가 버린다.” 시간은 숫자로 계산되지만, 실감하긴 어렵다. 누군들 음속이나 광속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서 그것을 ‘가치’로 환산한 것은 기발했다. “한 토막 시간은 한 마디 금과 같다(一寸光音一寸金).” 그런데 “한 마디 금으로 한 토막 시간을 살 수는 없다(寸金難買寸光音)”고 하니 제자리다. 어느 책자의 제목에서 본 ‘8760시간’이 알려 주었다. ‘1년’은 1개의 시간이 8760개가 쌓여 된 것이라고. 똑같은 분량인데, 왜 8760개가 쌓일 때마다 새로 세는지도 말해 주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러고 보니 24개가 먼저 이것을 계시(啓示)하고 있었다. 날마다, 자연현상을 통해. “왜 우리의 나날은 한 번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가.” 주자청은 알고 있었으리라. jj@seoul.co.kr
  • ‘기지개 켜는 반도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7조원 ‘선방’

    ‘기지개 켜는 반도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7조원 ‘선방’

    4분기 반도체 영업익 3조원 초반 추정 갤폴드·노트10 등 프리미엄 제품 선전 전문가 “2분기부터 본격 성장세 진입”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지켜내며 반도체 바닥 탈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7조 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52.95%)이 났다. 연간 매출은 5.85% 줄어든 229조 5300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4년 만에, 매출은 3년 만에 최저치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회복 신호’는 분명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7조 1000억원으로 전 분기에 이어 7조원대를 사수했다. 전년 동기보다 34.25% 줄었지만 증권업계의 평균 예상치(6조 5000억원)를 웃도는 수치라 반도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올 상반기부터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46% 빠진 59조원이었다. 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높았던 데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선방’이 있었다. 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되기 때문에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3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IT·스마트폰 사업(IM) 부문에서는 중저가폰 판매가 부진했던 반면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폴드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로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는 고가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건조기 등 신가전이 6000억~7000억원대 영업이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최근 D램 고정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개선되면서 올해 긍정적인 흐름이 전망된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조원을 웃돌고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4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재개하고 올해 5G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IM 부문도 2월부터 갤럭시S10과 갤럭시 폴드 차기작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이 출시되며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1분기에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날 거란 의견도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은 LCD와 OLED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비수기 영향으로 1분기에는 대다수 사업부에서 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이 2월부터 가동되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지개 켜는 반도체’...삼성전자 4분기 7조원 영업익 사수

    ‘기지개 켜는 반도체’...삼성전자 4분기 7조원 영업익 사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지켜내며 반도체 바닥 탈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7조 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52.95%)이 났다. 연간 매출은 5.85% 줄어든 229조 5300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4년 만에, 매출은 3년 만에 최저치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회복 신호’는 분명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7조 1000억원으로 전 분기에 이어 7조원대를 사수했다. 전년 동기보다 34.25% 줄었지만 증권업계의 평균 예상치(6조 5000억원)를 웃도는 수치라 반도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올 상반기부터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46% 빠진 59조원이었다. 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높았던 데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선방’이 있었다. 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되기 때문에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3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IT·스마트폰 사업(IM) 부문에서는 중저가폰 판매가 부진했던 반면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폴드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로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는 고가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건조기 등 신가전이 6000억~7000억원대 영업이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최근 D램 고정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개선되면서 올해 긍정적인 흐름이 전망된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조원을 웃돌고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4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재개하고 올해 5G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IM 부문도 2월부터 갤럭시S10과 갤럭시 폴드 차기작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이 출시되며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1분기에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날 거란 의견도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은 LCD와 OLED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비수기 영향으로 1분기에는 대다수 사업부에서 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이 2월부터 가동되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일본여행 보이콧에 로밍률도 반토막

    일본여행 보이콧에 로밍률도 반토막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지역 로밍 이용이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여행을 자제하면서 일본 지역에서의 로밍 사용이 50% 이상 줄어들고 이것이 대체 여행지인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다. 1일 KT에 따르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일본 지역에서의 로밍 이용자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수출 규제 한 달 후(8월 5~11일)에는 전체 로밍 이용 지역 중에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6.3%로 여전이 전체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낙폭이 컸다. 2018년에는 같은 기간 일본 지역의 비율이 23.9%(1위)였는데 이에 비해 7.6%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후 추석 연휴(9월 10~16일)에는 일본 지역이 14.9%를 기록하며 중국(15.9%)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8년 추석 연휴(9월 21~27일)에는 일본이 25.1%를 차지하며 2위인 중국(13.4%)을 압도적으로 따돌렸었다. 또 다른 휴가 대목이던 2019년 개천절 연휴(10월 3~9일) 기간에도 일본(12.6%)은 중국(13.3%)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2018년 개천절 연휴(10월 3~9일)에는 23.1%로 1위를 차지했던 일본 지역의 수치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연말 휴가가 몰린 2019년 12월 1~21일 3주 동안에는 일본이 3위(13.8%)로 고꾸라졌다. 일본은 2018년 같은 기간에 28.4%로 1위를 차지했는데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 자리를 대체 관광지로 각광받았던 베트남(15.8%)과 중국(14.2%)이 차지하면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2020년, ‘한국 증류주’ 달아오른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2020년, ‘한국 증류주’ 달아오른다

    연말 송년회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술 대신 밥”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예전처럼 정신 놓고 술 마시는 자리보다는 맛집을 찾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한다든가 함께 영화를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확실히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는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또 요즘 그런 자리 만들어 강제로 술을 먹이면 ‘옛날 사람’ 소리나 듣기 마련이죠. 바뀐 분위기 탓에 한국인이 점점 술을 마시지 않고, 주류 시장도 쪼그라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정말로 ‘요즘 사람’들은 술을 덜 마실까요. 국세청에 따르면 주류시장은 최근 10여년간 오히려 꾸준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2006년 약 6조 20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조 500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회식할 때 마시는 술을 떠올려 보세요. 이제는 아무도 위스키에 맥주를 섞어 마시지 않죠. ‘룸살롱’에 가는 일도 사라졌고요.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찍 퇴근해 ‘바’에 가서 싱글몰트 위스키나 와인, 크래프트맥주, 칵테일, 전통주 등을 마십니다. 실은 술을 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장소와 선호하는 장르가 바뀐 것이죠. 어른들의 놀이 문화가 ‘다양한 주류에 대한 경험’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내년엔 특히 ‘국산 증류주’가 주류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최근 2020년 푸드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주류 시장도 함께 예측을 했는데요. 알코올도수 20도 이하의 ‘저도주’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고도주 술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사라진 룸살롱 위스키 문화의 영향으로 확실히 국내 고도주(증류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등) 시장 규모는 2006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희석식 아닌 증류식 소주, 고량주나 진 등의 일반 증류주는 더 잘 팔리고 있답니다.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증류주의 약진이 돋보이는데요. 광주요의 화요,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롯데주류의 대장부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13년 약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70억원까지 성장했습니다. 이 술들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물(쌀)을 증류해 오크통에 숙성시킨 17~25도 이하의 증류주 조건에 최적화돼 내년에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류식 소주란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곡물을 발효한 액체를 증류한 원액에 물을 타 알콜도수를 조정한 고급 소주를 뜻합니다.2020년이 기대되는 다크호스는 다양한 ‘전통주 증류주’입니다. 전통주란 무형문화재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빚은 술, 혹은 지역 농민이 그 지역의 농산물을 주 원료로 해 빚은 술입니다. 쉽게 말해 양조 장인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들었거나 지역 양조장에서 특산 과일 등을 사용해 만든 증류주를 의미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충남 예산에서 나는 사과를 증류한 한국식 칼바도스 ‘추사’, 천안의 명물 거봉으로 만든 와인을 증류한 ‘두레앙’ 등이 있습니다. 이 전통 증류주 시장 규모는 2015년 48억원도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71억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최근 2030 사이에서 우리술, 전통주를 마시는 일이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이를 취급하는 레스토랑, 호텔, 주점 등이 대폭 늘어난 결과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 증류주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증류주 열풍을 지켜보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품질뿐만 아니라 병 디자인, 라벨 등에 신경을 쓴다면 다양한 술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macduck@seoul.co.kr
  • 만화 속 주인공 되어볼까, 구석기시대로 떠나볼까

    만화 속 주인공 되어볼까, 구석기시대로 떠나볼까

    겨울방학 시즌이다. 아이와 함께 추위 걱정 없는 실내에서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한국관광공사가 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했다.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한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 테마다.1. 어린이의 보물섬 - 강원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상상력을 키우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다양한 체험 시설이 있다. 초창기 애니메이션 작품과 영사기 등 애니메이션 관련 자료를 관람하고,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사운드를 만들어 보는 폴리 아티스트 체험, 애니메이션 기법을 몸으로 경험하는 핀 스크린 체험, 애니메이션에 내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 체험이 인기다. 바로 옆의 토이로봇관에선 다양한 로봇을 조작해 볼 수 있다. 하루 7회 공연하는 로봇 댄스도 놓치면 안 된다. 관람료는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 각 6000원, 통합권 1만원이다. 인근의 효자마을 낭만골목엔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하다. 춘천낭만시장에서 시장표 주전부리를 맛보고, 이상원미술관에서 고즈넉한 춘천의 멋을 느끼는 것도 좋겠다.2. 우주선 타고 시간여행 - 경기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동북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경기 연천 전곡리 유적에 있다. 국제 설계 공모를 거쳐 완공된 건물은 원시 생명체와 우주선을 결합한 모양새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고고학체험실(인터스코프), 3D영상실 등을 갖췄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만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곡 구석기나라 여권’을 이용해 본인의 얼굴과 선사시대 인류의 얼굴을 합성해 보는 체험이 인기다. 고고학체험실에서 고인류 가상현실(VR), 아이스맨 외찌 체험도 즐겨 보자. 관람료는 없다. 아울러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춘 한탄강관광지, 하수종말처리장을 공원으로 꾸민 임진물새롬랜드, 고구려의 독특한 축성 방식을 보여 주는 연천 당포성, 고려조 네 왕의 제사를 지내던 연천 숭의전지 등 주변 볼거리도 풍성하다.3. 풍성한 의학 체험 기회 -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 동서양 의약 관련 유물을 관람하고 소화제를 직접 만들어 보며 의약 관련 지식을 넓힐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 전문 박물관이자 기업 박물관으로 1964년 개관했다. 무료로 개방하고, 연령대별 맞춤 프로그램이 충실해 가족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19세기 독일의 약국을 재현한 특별전시실과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한 플레밍 박사 연구실은 아이들의 인기 코스다. 독일 약국 안에 있는 약장과 약병은 모두 독일에서 가져온 진품이다.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은 매달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네이버에서 예약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맥주 시음 투어를 진행한다. 화덕 피자, 소시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운곡서원, 반기문기념관도 함께 돌아볼 만하다. 4. 꼭 기억해야할 역사 - 전북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 참혹한 수탈이 할퀴고 간 전북 군산은 상처투성이다. 무수한 약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거리는 생생한 고통의 기록이자,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됐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일제 수탈의 근거지로 왜곡된 성장을 겪은 도시의 상처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군산 최고 번화가였다는 영동상가 맞은편에는 도시 빈민이 거주하던 토막집이 있어 대비된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미두장’으로 등장한 군산미곡취인소도 눈에 띈다. 박물관 오른쪽으로 구 군산세관 본관이, 왼쪽으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4호)이 이어진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는 군산내항 뜬다리부두(등록문화재 719-1호)가 자리를 지킨다. 테디베어뮤지엄군산, 경암동철길마을도 가깝다.5. 가야로 가는 시간의 문- 경남 김해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사라진 왕국, 가야를 만나는 공간이다.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다. 무료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야 왕국의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본관과 이웃한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는 놀이와 배움을 결합한 공간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코너가 많아 가족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관람료는 없다. 이웃한 수로왕릉은 가야 왕국의 시조 수로왕 무덤이다. 수로왕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어 문양이 새겨진 납릉정문 등 여러 전각이 있다.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김해의 랜드마크다. 전시와 공연, 체험 시설을 통해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분청사기 변천사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기법을 알차게 소개한다. 6. 고려청자의 고향 - 전남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고려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9세기 청자완, 12세기 청자상감여지문대접, 13세기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등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청자범종과 청자인장 등 강진 고려청자 요지에서 출토된 유물 800여 점을 전시한 공간도 볼만하다. 연꽃 등 청자가 품은 아름다운 꽃문양과 명문(銘文) 등을 소개한 1층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도 흥미롭다. 나만의 고려청자를 만들어 보는 도자 체험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조선 민화 200여점을 전시한 한국민화뮤지엄과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도 놓칠 수 없다. 정약용 유적에서 2㎞ 남짓 떨어진 다산박물관은 2012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념인물로 꼽은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大口’ 너의 큰머리는 쫄깃하고 탄탄한 살결은 담백하고 끓여도 쪄내도 시원하니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지

    ‘大口’ 너의 큰머리는 쫄깃하고 탄탄한 살결은 담백하고 끓여도 쪄내도 시원하니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지

    ‘대구야 왔구나, 반갑다.’ 바다 물고기 가운데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대구가 돌아오는 계절이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 산란 철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싱싱한 대구를 먹어 봐야 수라상에 올랐던 ‘대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대구는 입과 머리가 커 대구(大口)라고 불리게 됐다. 알에서 부화해 1년이 지나면 20~27㎝, 2년 뒤면 30~48㎝, 3년이 지나면 60㎝, 5년 뒤에는 80~90㎝ 정도 자라고 1m가 넘는 것도 있다. 지금까지 잡힌 대구 가운데 몸무게가 가장 무거운 것은 22.7㎏으로 보고됐다. 대구는 한류성 어종으로 수심 200~500m 깊이 북쪽 한랭한 바다에서 몰려다닌다. 겨울철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해역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 회귀 어종이다. 1마리가 150만~400만개 알을 낳는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비롯해 북태평양 일대에 살다 겨울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진해만으로 회귀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지내다 3월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간다.대구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국제법을 만든 ‘전쟁 고기’로도 유명하다. 대구잡이를 비롯해 어업이 국가 주요 산업인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잡이를 둘러싸고 1958년, 1972년, 1974년 세 차례나 ‘대구 전쟁’을 벌였다. 이 대구전쟁 결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하는 국제법이 만들어졌다. 가덕도와 거제도가 둘러싼 진해만은 대구가 알을 낳기에 좋은 장소여서 우리나라 대구 최대 어장이 형성된다. 대구가 가장 많이 잡히고 품질도 진해만 대구가 최고로 꼽힌다. 대구는 호망이라는 그물로 잡는다. 어민들은 크기가 작은 대구가 잡히면 대구 자원 보호를 위해 바다로 돌려보낸다. 날씨가 추워야 많이 잡히는 대구는 12월 말에서 1월까지가 성수기다. 맛도 이때가 최고다. 남해안에서는 대구 자원 보호를 위해 1월 한 달 동안은 금어기로 정했다. 금어 기간은 어선마다 잡는 양이 정해진다. 지난 1월에는 대구잡이 어선 한 척(허가 1건)이 한 달 동안 480마리만 잡도록 허가됐다.거제시와 어민들은 내년 1월도 비슷한 수준으로 허가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 금어기인 1월 한 달 동안 잡는 대구는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 모두 경매장을 통해 유통된다. 금어기 기간에 잡힌 대구 가운데 활력이 넘치고 알 상태가 좋은 암컷은 행정기관 등에서 사들여 알을 채취한다. 채취한 알은 즉시 바다로 방류한다.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은 진해만 일대에서 잡힌 대구가 모이는 집산지다. 갓 잡힌 싱싱한 대구는 그날그날 거제수협 외포 공판장에서 경매를 거쳐 전국으로 유통된다. 금어기가 아닐 때는 경매를 거치지 않고 음식점이나 수산시장 등으로 바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호환(58) 거제수협 외포위판장 경매담당자는 19일 “아직은 하루 대구 위판량이 300~600마리로 많지 않다”며 “이달 말이 되면 어획량이 늘어 위판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포위판장에 따르면 최근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대구 가격은 크기 50~70㎝ 한 마리가 암컷은 2만~2만 5000원, 수컷은 3만~3만 5000원 선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김용호 거제대구호망협회장은 “행정기관에서 대구 자원 보호를 위해 해마다 알과 치어를 방류하고 산란기에 금어 기간도 정해 관리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어획량이 아직도 훨씬 적다”고 말했다.진해만 일대 대구 외획량은 전국 어획량의 30%를 차지한다. 거제시와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 철에 거제만 일원에서 10만 마리 안팎으로 잡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대구 자원을 늘리기 위해 1981년부터 어미 대구에서 알을 채취한 뒤 인공수정을 시켜 방류하는 사업을 한다.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대구 인공종자 생산에도 성공해 2005년부터는 인공부화해 15일쯤 키운 어린 대구를 방류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지난 2월 8~15일 장목면 외포 앞바다와 통영, 진해, 고성, 남해 등 7곳 바다에서 650만여 마리의 어린 대구를 바다로 보내는 등 지금까지 4850만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다. 대구는 맛이 담백해 비린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는다. 흰살생선은 보통 지방 함량이 5%를 웃돌지만 대구는 1% 정도이며 단백질 함량이 17.5%로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가장 즐기는 대구 요리는 창자를 골라내고 4~5토막으로 잘라 무, 미나리, 대파, 고추 등과 함께 끓이는 대구탕이다. 애주가들이 속풀이 음식으로도 즐겨 찾는다. 육수가 팔팔 끓으면 대구와 정소를 넣고 대구 살이 어느 정도 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대파, 고추를 넣어 끓인다.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넣은 뒤 한 번 더 끓인 대구탕은 국물 맛이 깊고 시원하다. 대구는 한 가지도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알은 탕을 끓이거나 젓갈을 담근다. 대가리는 찜이나 탕으로 끓인다. 수컷의 정소인 ‘이리’는 탕에 넣어서 끓여 먹는다. 아가미와 내장도 젓갈을 담근다. 대구의 신선한 간은 쪄 먹기도 한다. 대구 대가리에 채소와 양념을 넣고 삶거나 쪄서 만든 대구뽈찜이 맛있는 이유는 산란기에 암수가 서로 사랑을 나눌 때 볼을 비벼대는 특성 때문에 살이 더욱 쫄깃하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거제 외포항 바닷가에는 빈터마다 대구를 촘촘하게 걸어 놓고 말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대구는 아미노산 가운데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회복, 시력증강, 간 기능 보호에 좋은 생선이다. 특히 대구 간에는 지방과 비타민 A·D가 많이 함유돼 있어 간유의 원료로 쓰인다. 간유는 만성 류머티즘, 통풍 치료, 관절염, 척추 질병, 야맹증, 피부 발진, 폐결핵, 얼굴 상처 육아 형성 촉진 등에 효과가 있다. 대구 간유는 유아기나 성장기 어린이 영양식으로도 이용한다. 대구 간유가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 이유는 연골세포를 손상하고 관절염을 일으키는 효소 활동을 간유에 포함된 오메가 지방산이 억제하기 때문이다. 외포항을 비롯한 거제,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부산 등에는 싱싱한 대구를 재료로 요리하는 대구요리 전문 음식점들이 있다. 거제대구호망협의회와 외포청년회는 해마다 대구잡이 성수기에 맞춰 전국 최대 대구 집산지 장목면 외포항에서 거제대구수산물 축제를 개최한다. 진해만 일원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물 대구를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기 위한 특산물 축제로 올해로 13회째다. 경남도와 거제시, 수협중앙회, 거제수협에서 후원하며 올해는 21~22일 이틀 동안 열린다. 축제 기간에 대구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싱싱한 대구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진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국내 기업 역성장… 매출 갈수록 줄고 수익성도 악화

    국내 기업 역성장… 매출 갈수록 줄고 수익성도 악화

    제조업 영업이익률 1년 만에 반토막반도체 부진과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 매출이 올 들어 3분기째 연속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자체가 줄어든 것뿐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급감해 수익성도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외부감사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기업경영분석은 2018년 말 기준 외부 감사를 받는 국내 1만 9884개 기업 중 3764개 표본 기업의 재무제표와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뤄진다. 올해 기업 매출은 ‘역성장’하고 있다. 특히 3분기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하락 폭은 올 1분기(-2.4%)와 2분기(-1.1%) 때보다 컸다. 반도체 부진 외에도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업(-6.5%), 기계·전기전자(-8.7%)에서 매출액이 줄면서 외형이 축소됐다. 3분기 총자산도 지난해 말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0.2%)보다 높지만 지난해 3분기(2.0%)에는 미치지 못한다. 수익성을 보여 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8%로 지난해 같은 기간(7.6%)보다 나빠졌다. 올 2분기(5.2%)와 비교해서도 0.4%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기업이 100원어치를 팔아 남은 이익이 1년 전에는 7.6원이었지만 올 3분기에는 4.8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9.7%에서 올해는 4.5%로 반토막이 났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15년 1분기 이후 최저치”라면서 “반도체 부진과 함께 기계·전기전자 분야의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제조업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4.4%에서 5.1%로 상승했다. 의약품 수출 증가와 유류 판매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다만 기업 안정성과 관련된 부채비율은 83.5%로 지난 2분기와 같았다. 또 총자산에서 차입금과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차입금 의존도는 24.2%로 2분기(24.1%)와 차이가 없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년 만에 稅혜택 줄이고 등록 요건 강화… 널뛰는 임대사업 정책

    2년 만에 稅혜택 줄이고 등록 요건 강화… 널뛰는 임대사업 정책

    미성년자 사업자 등록 제한 등 책임 강화 임대사업 신규 등록도 한 달 새 2.5% 줄어 양성화 정책 의미 퇴색 등 시장 혼란 줄 듯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등록 요건을 강화하자 임대사업자 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사업자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임대사업자 양성화 정책의 취지가 퇴색해 앞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의 경우 수도권은 공시가격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택에만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그동안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에는 면적 기준만 있었고 금액 기준은 없었다. 앞으로는 취득세와 재산세에도 종부세 등과 같은 금액 기준을 추가해 세제 혜택을 제한한다. 임대사업자 책임 강화를 위해 미성년자의 사업자 등록을 제한하고 법 위반으로 등록 말소된 임대업자는 2년간 등록을 못 하게 했다. 임대사업자 의무 위반 사례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점검도 실시한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만 해도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위해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했다. 2017년 ‘8·2 부동산시장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된 임대주택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달라져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정책이 이어졌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방안’에서는 임대사업자가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임대사업자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새로 적용했다. 기존에 80~90%에 달하던 LTV가 반토막 난 것이다. 정부는 올 들어서도 ‘10·1 부동산 대책’을 통해 LTV 40% 규제를 주택매매업과 임대업을 하는 법인사업자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임대사업자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는 6215명으로 전월보다 2.5% 줄었다. 규제가 심한 수도권의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은 7.5%나 감소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임대사업자도 일정 부분 주택 공급에 일조하기 때문에 활성화 대책이 나왔던 것인데, 2년 만에 정책 기조가 바뀌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임대사업 등록자가 당분간 급감할 수 있다. 다만 2021년부터 전월세 신고 의무제가 시행되면 가산세라는 벌칙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세상에 내 편

    [유세미의 인생수업] 세상에 내 편

    대관령이라는 말만 들으면 성숙씨는 그 집이 떠오른다. 어릴 때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유난히 또렷한 장면 하나. 대관령 고갯길 그 집은 휴게소였다. 비포장도로에 종일 털털거리던 버스도, 밤낮없이 달려야 하는 고된 트럭도 내 집처럼 쉬어 가던 곳. 그녀의 유년시절을 돌보던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집. 함박눈이 푹신한 솜이불처럼 온 산을 덮을 때도 화물트럭은 요란하게 들락거렸다. 속초에서 올라온 트럭기사는 펑펑 쏟아지는 눈밭에 싱싱한 생태 꾸러미를 던져 놓곤 했다. 그 겨울 부엌에서는 언제나 얼큰한 생태찌개 냄새가 났다. 솜씨 좋은 할머니가 두툼한 생태토막에 소고기 몇 점과 대파를 숭숭 썰어 넣고 팔팔 끓인 찌개는 가마솥에서 금방 지어낸 쌀밥과 김장김치를 곁들여 밥상에 올라왔다. 추위에 꽁꽁 언 트럭기사들이 뜨거운 찌개를 후후 불며 인생의 고단함을 녹이고 마음을 뜨뜻하게 데우던 한 끼였다. 누군가 몰래 휴게소에 두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언뜻 듣기는 했지만 본래 고아인 성숙씨는 본인이 어떻게 그 휴게소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유년시절 기억엔 늘 대관령 그 집이 있었다. 트럭이 뜸해질 때면 할머니 무릎을 베고 크라운산도를 먹으며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던 기억이 일생에 보석처럼 아직도 가슴에 매달려 있다. 세월이 지나 할머니는 대관령을 떠나 아들 사는 도시로 가고 열여덟 성숙씨는 또 다른 도시로 떠났다. 가족도 집도 없었지만 거대한 서울 바닥에서 그녀는 악착같이 일하고, 늦은 나이 늦은 시간에 학교를 다니고, 사랑을 꿈꿨다. 천애고아 성공기 같은 유의 스토리가 잡지며 신문에 단골 인터뷰 기사로 오를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성숙씨는 늘 허기진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허기를 달래 준 건 할머니와 눈 내리던 대관령의 추억. “난 왜 엄마가 없어?” “큰사람 되라고 그러지. 아주 큰사람 중에는 엄마 없는 사람 많아. 그래야 기대는 구석이 없이 힘이 세지니까.” “근데 왜 아빠도 없어?” “그러니 얼마나 큰사람이 되겠냐. 넌 씩씩해서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할머니는 무조건 그녀가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장담했다. 고아라 그렇고, 몸이 허약한 것도 대단한 사람이 될 징조라고,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당신 손에 장을 지진다고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기정사실 같았다. 대학을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낼 때 할머니는 “왜 못 가? 네가 못 가면 누가 가는데”라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거대한 벽처럼 보이던 일류회사 취업도, 임원을 목전에 두고 과감한 창업을 시도한 것도 모든 이가 안 된다고 했지만 세상 유일하게 할머니는 “그렇게 좋은 생각은 어떻게 해냈을꼬”라며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렇게 세상 암담한 벽에 부딪혔을 때만 할머니를 찾았다. 오늘 10여년 만에 다시 할머니에게 간다. 한때 거침없이 커가던 회사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 줄 사람은 마흔이 넘도록 세상천지에 할머니 한 분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세월은 쉬지 않는 법. 패기 넘치던 젊은 할머니는 오간 데 없이 아흔 굽이 넘기며 힘없는 여인만 남았다. 더 못 버텨 정리하련다란 성숙씨의 말에 울음이 섞인다. “잘했어. 네 마음이 그러면 그게 옳은 거야. 나는 찬성이야.” 입으로는 웃지만 늘어진 눈꺼풀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할머니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 세상에 평생 내 편이 있었다. 언제나 그녀를 찬성해 주는 할머니 때문에 기죽지 않고 이제껏 살아냈다. 오늘도 삐끗 넘어지려다 내 편이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마음에 햇살이 든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편. 세상이 다 등 돌려도 날 이해하고 믿어줄 사람, 누구든지 세상에 그런 내편이 있으면 된다. 그저 딱 한명이라도 족하다. 그 한명이 밥이고 살아갈 힘이고 우주다. 오늘 포기 없이 한걸음 앞으로 내딛게 하는 축복이다.
  • [기고] 규제 평탄화와 공공미디어의 미래/양윤석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기고] 규제 평탄화와 공공미디어의 미래/양윤석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방송’ 하면 지상파 방송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채널 무한대’ 시대다.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 다양한 유료 플랫폼에 종편 등 무수한 PP채널이 등장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고 글로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협하는 유튜브가 있다. 이곳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당장 나쁠 것은 없다. 볼거리에 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고품격과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를 찾아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자극적이고 신뢰성 떨어지는 콘텐츠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공 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의 책임을 거론한다. 내부 혁신을 게을리했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힐난만 할 것인가. 지상파 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이들이 당면한 미증유의 재원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7년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은 연간 프로그램 제작비로 2조 6000억원을 투자했다. 수백 PP채널들의 제작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1조원 이상 많다. 방송 매출 대비 제작비 재투자 비율도 PP는 25.2%인 반면 지상파는 71.7%에 달한다. 고품격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 교양 및 보도 프로그램 등 공공 미디어로서 지상파 방송의 기여도는 금액으로만 따질 수 없다. 공공 미디어의 재원 구조는 크게 공적재원과 광고재원으로 나뉜다. 공적재원인 수신료는 1981년 가구당 월 2500원으로 조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반면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반 토막 났다. 치열해진 경쟁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지나치다.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까지 갖춘 대기업 계열 유료방송이나 외국의 거대 미디어 사업자들과 달리 지상파 방송에만 ‘차별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잔뜩 채워놓고 뛰라고 한다. 오직 지상파 방송만 존재하던 시절에 만든 규제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임계점을 넘기 전에 ‘규제 평탄화’를 서둘러 공공 미디어의 경쟁력 상실을 막아야 한다. ‘다매체 다채널’만으로는 참된 의미의 다양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 [세종로의 아침] 다시 돌아와 야구 앞에 선 이치로/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다시 돌아와 야구 앞에 선 이치로/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며칠 전 일본에서 날아온 외신 한 토막이 눈을 동그랗게 했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성공한 이로 인정받는 스즈키 이치로에 대한 기사였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꼭 9년을 보낸 뒤 2001년부터 MLB 시애틀 매리너스 타자로 시작, 3개팀을 섭렵하며 19년 동안 미국의 다이아몬드에서 온갖 야구 신화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그가 만들어 낸 기록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진귀하다. 28년 동안 일본과 미국을 누비면서 통산 4367개의 안타를 생산했고, 홈런 235개를 비롯해 1309개의 타점을 생산해 냈다.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1992년 이후 MLB를 밟기 전까지 무려 7차례나 올스타에 뽑혔고,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일본 골든글러브도 역시 7번이나 휩쓸었다. 일본에서 9년 동안 다진 스타성은 미국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데뷔해부터 10년 동안 올스타 자리를 꿰찼다.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면서 당연히 ‘올해의 루키’로도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MLB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이다. 1911년 티 코브(디트로이트 타이거스·248개)를 시작으로 MLB에서 한 시즌에 240개 이상 안타를 쳐낸 선수는 이치로를 제외하면 단 12명에 불과하다. 그가 2004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라이언 드레스를 상대로 262안타를 때려내던 당시의 사진은 MLB 명예의 전당에 커다랗게 걸려 있다. 이치로는 MLB 첫해 도루왕이 될 만큼 도루에도 능했다. 은퇴할 때까지 MLB에서 성공한 도루는 무려 509개다. 야구국가대항전인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에서는 2006년과 2009년 일본의 두 차례 연속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치로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줄줄이 나열한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동양인으로 MLB를 점령하며 “아시아에 타자는 없다”는 미국인들의 인식을 뒤집은 공로(?) 때문만도 아니다. 은퇴 뒤에도 야구 하나만을 위해 ‘동네 야구판’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야구 사랑과 그치지 않는 철저한 ‘자기 관리’ 때문이다. 이치로는 지난 3월 21일 일본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MLB 개막 2연전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다. 경기 중에도 표정의 변화를 찾기 쉽지 않았던 이치로 자신도 이날만큼은 도쿄돔을 가득 메운 4만 6000여명의 팬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50세까지 뛰겠다”고 장담했던 그였지만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의 나이 46세. 이치로는 그러나 은퇴 9개월 만에 다시 신인 선수로 돌아왔다. 일본의 동네 야구단 ‘고베 지벤’의 경기에 그는 등번호 1번의 투수 겸 타자로 출전해 지난 28년 동안의 프로생활에서도 일구지 못했던 감격의 생애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징그러울 만큼 철저한 이치로의 자기 관리와 절제는 지금도 결벽에 가깝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한국 야구,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계에 울리는 그의 한마디는 경종에 가깝다. “야구는 역시 즐겁다. 그러나 내가 지금 얼마나 받고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 팬들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책임감, 내 연봉에 대한 의무감에서 나는 헤어날 수 없다.” 스즈키 이치로가 다시 야구 앞에 섰다. cbk91065@seoul.co.kr
  • 길고양이 잔혹살해 후 “짜릿했다…자랑해야지” 글 올린 누리꾼

    길고양이 잔혹살해 후 “짜릿했다…자랑해야지” 글 올린 누리꾼

    흉기사진까지 “자랑”게시물 현재 삭제돼4일 동물자유연대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망치와 칼 등으로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애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해당 누리꾼을 성동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이용자는 길고양이를 토막 내는 등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누리꾼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데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와 길고양이 사체 사진 등을 올렸다. ‘인증사진’을 올리면서 “오늘은 정말 짜릿했다. 내일 자랑해야겠다” 등의 내용도 함께 적었다고 한다. “경찰관 언제 오시나?”와 같은 내용의 게시물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끊임없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학대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 승진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 승진

    실적 부진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용퇴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합병하는 한화큐셀과 모회사 한화케미칼의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큐셀은 2일 김 부사장을 포함한 임원 14명에 대한 인사를 했다. 김 부사장은 태양광 부문의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그는 태양광 사업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로서 미국·독일·일본·한국 등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매출 기준으로는 2010년 중국 솔라펀을 인수하며 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 합병법인(가칭 한화솔루션)에서 전략부문장을 맡는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미래 신소재 개발, 유럽·일본 내 전력소매사업, 석유화학·소재 개발 등을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거쳐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화큐셀 상무로 영입된 뒤 같은 해 12월 곧바로 전무로 승진했다. 같은 날 보험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물러났다. 한화생명은 이날 차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여 사장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고 한화생명 측은 설명했다. 차 부회장 사임은 최근의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생명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보험업계 대표적 ‘장수 CEO’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용퇴

    보험업계 대표적 ‘장수 CEO’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용퇴

    보험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물러났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한화생명은 2일 차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여 사장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차 부회장은 1979년 한화기계로 입사해 2002년 그룹이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할 때 지원부문 총괄전무를 맡아 보험업에 발을 들였다. 2011년 사장에 올라 네 차례 연임했고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생보업계에서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과 3개월 차이로 두 번째 장수 CEO였다. 차 부회장이 CEO였던 기간 한화생명은 자산 100조원, 수입보험료 15조원, 연평균 당기순이익 4300억원을 달성했다. 한편 차 부회장 사임은 최근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생명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노동자들이 사랑한 장어 젤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노동자들이 사랑한 장어 젤리

    음식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하는지라 가끔 미디어에 본의 아니게 ‘미식 칼럼니스트’로 소개된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음식 맛에는 무심한 편이다. 맛은 접시 위에만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감각적인 맛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음식에 마음을 주게 됐다. 산해진미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음식 그리고 곧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음식을 사랑한다. 이번 영국 런던 취재길에서 만난 장어 젤리가 그런 음식이다. 장어 젤리라고 해서 장어 맛이 나는 달콤한 젤리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토막 낸 장어를 향신료를 넣은 물에 삶은 후 그대로 식히면 끝이다. 젤라틴 성분이 장어에 함유돼 있어 식으면 육수가 젤리처럼 굳는다. 오래 끓인 사골 곰탕이나 삼계탕을 냉장고에 넣으면 벌어지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장어 젤리는 보통 차가운 채로 먹지만 동네와 취향에 따라 따뜻하게 데우기도 한다.장어 젤리는 생선 튀김인 피시앤드칩스, 간 고기를 넣어 만든 민스파이와 함께 대표적인 ‘코크니’ 푸드로 통한다. 코크니란 런던에 거주하는 노동자 계층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노동자 음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값이 저렴해야 하고 열량이 높아야 한다. 또 빠르게 많이 만들어야 하니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고, 거리에서 서서 먹을 수 있는 단품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어 젤리의 탄생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강에 흔한 민물장어는 내륙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식재료였다. 물에서 건져 올려도 쉬이 죽지 않아 운송과 보관이 용이해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었다. 장어가 보양식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담백한 살코기 맛에 매료돼 중세 왕과 귀족 그리고 수도원의 식탁에 자주 올랐다. 중세의 유럽은 음식의 성질로 건강을 다스릴 수 있다는 이른바 4체액론이 지배했다. 모든 음식은 뜨겁고 차갑거나 습하고 건조한 4가지 성질을 갖고, 우리 몸 또한 이들 성질과 조화를 잘 이뤄야 건강한 상태라고 여긴 것이다. 장어를 비롯한 생선은 차갑고 습한 것으로 간주됐으니 불에 굽고, 튀기는 조리법이 생선 요리에 적합했다. 13세기 신학자이자 의사, 과학자였던 알렉산더 네컴은 생선은 뜨겁고 건조한 성질의 와인과 물에 삶아 녹색의 허브 소스에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장어 젤리와 함께 세트로 나오는 민스파이와 매시트포테이토에 녹색 파슬리 소스를 끼얹어 먹는 방식의 연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과 바다에 넘쳐났던 장어는 대구와 함께 18세기 중반 굶주린 도시 노동자들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량자원이었다. 처음에는 장어 파이의 형태로 길거리 노점에서 판매됐다. 식은 장어 파이의 속은 젤라틴이 굳어 젤리처럼 됐다. 먹는 입장에서는 한 손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아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템스강이 오염되고 장어 개체수가 급감하자 장어 가격은 점점 높아졌다. 2차 대전 후 장어 공급이 줄자 장어 파이는 다진 소고기를 넣은 민스파이로 바뀌었고 장어는 젤리 형태로 따로 판매됐지만 한동안 여전히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달래 주는 인기 음식으로 통했다.2000년대 들어 영국산 장어는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장어는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서 수입된 것들이다. 수입산 장어 가격이 점진적으로 오른 건 다른 문제에 비하면 그나마 사소한 편이었다. 다른 패스트푸드 경쟁자들의 등장, 새로운 세대들의 외면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주 소비층의 감소, 배달음식의 유행 등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때 민스파이와 매시트포테이토, 장어 젤리를 파는 식당은 런던에서만 100여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열 곳이 채 안 될 정도로 그 수가 줄었다. 150년 넘는 전통이 곧 사라질 위기에 닥친 셈이다. 장어 젤리가 맛이 없어서 사라지는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 종종 영국의 기괴한 음식으로 소개되지만 이상하지 않다. 조리법이 단순해 장어 본래의 맛과 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비린내도 거의 없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매운 고추를 식초에 절인 소스를 뿌려 먹으면 훨씬 맛이 다채로워진다. 젤리처럼 굳은 육수는 비록 질감은 익숙하지 않지만 가만히 음미해 보니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장어 지리탕 맛이다. 맛이 정말 좋다는 말은 쉬이 나오지 않지만 언젠가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맛 같은 건 아무렴 어떤가 싶기도 하다.
  • “이란의 사우디 드론공격, 넉달 전부터 비밀기지서 준비”

    9월 공격전까지 혁명수비대와 5번 회의 “중동 美기지서 동맹 사우디로 표적 선회” 미국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반 토막 낸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뒤이어 이란이 배후를 넘어서 공격의 직접 주체임을 나타내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수뇌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 여럿을 취재, 이란 공격이 사실이라며 전말을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5월부터 수차례 회의를 가졌으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이 작전을 사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군사·안보 관련 고위 관리들은 지난 5월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의 비밀 기지에 모여 사우디 공격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엔 정예부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서 미사일 개발과 비밀작전을 담당하는 최고위층도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호세인 살라미 IRGC 사령관(소장)은 “우리의 칼을 꺼내 그들(미국)에게 교훈을 줄 때가 왔다”고 말했다. 강경론자들은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를 포함, 미국의 고부가가치 자산을 표적으로 삼자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대체로 미국을 자극하기보단 그 동맹인 사우디를 목표로 하는 쪽을 선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9월 초 최종 결론을 얻을 때까지 최소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공격이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돼야 하고, 적에게 경제적 고통을 줘야 하며, 미국에 강력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에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회의에 한 번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보도에 대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는 논평을 회피했다. 사우디 정부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알리레자 미류세피 뉴욕 주재 이란대표부 대변인은 이 공격에서 하메네이의 역할에 관한 로이터의 상세한 질문에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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