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溫化 방관할 겨를 없다/李重漢 社賓 논설위원(서울광장)
○포괄 대응안 정책과제로
때아닌 7월 폭염이 4월을 뒤덮고 있다.20일엔 강릉 33.6도를 비롯,전국 곳곳이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봄날씨여야 할 지난 1주일이 여름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날씨 이변이 더 분명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더위는 예측됐던 것이다.70년대 이후 지구환경과 기후를 관측하는 위성이 130개에 이르렀다.95년에는 대규모 기단(氣團)의 이동을 추정하는 기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그래서 이번 엘니뇨현상에서 보듯이 상당히 정확한 예보를 할수 있게 됐다.90년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50년내 동북아지역이 아열대화(亞熱帶化)할 것이란 예견을 했다.자못 허황해보였던 이 추정도 점점 더 그럴듯해 보이고 있다.그러므로 지금은 이상기온현상을 그저 때아닌 화제로만 삼을때가 아니다.이상기상에 대한 포괄적 대응방안을 새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언뜻 자연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할 수도 있다.그러나 기후에 대처한다는 것의 내용은 다른 것이다.이상기상에 영향을 받는 현존 생활구조와 산업구조 변화에 어떤 대책을 세울수 있는가의 문제다.온도의 상승은 농업과 삼림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강수(降水)의 시기와 지역적 패턴,강도의 변화는 또 방류량,수증기량,토양의 수분량,침하정도를 바꾸면서 물공급 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냉방 및 난방 관점에서만 보아도 열과 연관된 모든 생산품의 생산량과 가격에 영향을 주고 결국은 에너지에 대한 조세(租稅)체계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
그리고 수시로 폭발적 재난 사태가 일어난다.인도네시아·아마존 밀림의대화재,미국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토네이도 피해,3개월씩 계속되는 남미의 폭우들은 이미 모두 국가 경제의 난제로 바뀌었다.
○국가 경제의 난제로 대두
그래서 기후문제는 ‘기후변화와 사회·경제적 대응’이라는 거대과제가 되고 있다.우리도 올해적지 않은 현안에 봉착했다.예년보다 이르게 남부지방 논밭에 벼물바구미,애멸구,끝동매미충들이 다량 번식하고 있다.병충해 재해가 시작된 것이다.동해안에는 지난해 하반기에 나타났던 백화(白化)현상이 강릉에서 포항까지 증폭되고 있다.바닷속 바위들이 석회질로 뒤덮이는 이 증상은 당연히 전복·해삼 등의 어패류만이 아니라 해초들까지 죽이고 있다.바다의 사막화다.
이 시점부터는 국가차원에서 경제사회적 비용의 문제가 된다.1989년 미국환경청 보고서는 온도 1도가 오를때 86년 가격으로 매년 60억달러의 전기를더 쓰게 한다는 한 항목의 산정을 했다.이를 기초로 2050년경 3도의 온도 상승이 일어날수 있고 매년 5백30억 달러의 추가비용과 2천2백40억달러의 시설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95년 연구에서는 다시 매년 2백30억달러로 늘었다.
○1도 상승 추가비용 60억弗
이런식의 계산외에 무형의 비용이라는 것도 있다.생물 및 동물의 멸종,토양 침식이 초래하는 삼림의 황폐화,수질의 저하들은 아직 사회적 비용으로 산정하는 방법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고도산업화한 사회일수록 집중호우,태풍,가뭄,폭설,해상풍파 등 재난은 막대한 물적(物的)손실을 야기한다.이때문에 기상정보는 지금 새로운 정보산업으로 커지고 있다.유럽과 일본의 정지(停止)기상위성 자료는 제한된 회원국이외에는 얻어보기 어렵다.돈을 받고 판다기보다는 아예 나누어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결국 우리도 독자적 정지기상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시급한 전문인력 확보
기후체계의 관성(慣性)은 불확실성이다.효과,영향,피해 등 모든면에서 불명확하다.때문에 현존하는 사전적(辭典的) 지식으로 풀수가 없다.이점에서 미국은 1978년 국가기후계획을 작성하고 ‘기후변화 예측능력 개발’과 ‘기후변화의 영향평가 모델 수립’을 추진해 왔다.이것이 처음에는 황당해 보였지만 이제는 피해를 축소하는데 기여할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에 이르렀다.우리도 시도해야 할 일이다.기후자료의 수집·보존 및 표준화와 국제적 교환,기후관측망의 강화,기후와 연계된 국가정책의 조화 등을 중요한 관심사로 삼아야 한다.그리고 당면한 재해 대책도 세워야 한다.동해안 오염은 곧 수산업의 피폐화에 연결될 것이다.‘기상쇼크’는 ‘오일쇼크’에 비할 바가 아니다.무엇보다 기상대응 전문인력의 확보가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