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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8) 천문은 ‘정감록’의 기둥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8) 천문은 ‘정감록’의 기둥

    예언서 ‘정감록’을 한 채의 기와집에 비유하면, 정면 기둥은 풍수지리와 미륵신앙이 아닐까 한다. 얼핏 눈에 잘 띄진 않으나 집의 뒷면에도 기둥은 있는 법이다. 천문과 역법이 그에 해당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풍수와 미륵에 대해선 그동안 제법 자주 이야기를 해온 셈이다. 하지만 천문과 역법에 관해선 따로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꺼번에 많은 이야기를 다 털어놓자니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선 천문사상이 ‘정감록’에 남긴 흔적을 더듬어 보았으면 한다.‘정감록’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혜성이 진성(軫星) 머리에서 나타나 은하수로 들어간 뒤 다시 자미(紫微)를 범하고 두미(斗尾)로 옮았다가, 두성(斗星)을 거쳐 남두(南斗)에서 멈출 것이다. 그러면 대중화(大中華)와 소중화(小中華)가 일시에 멸망하리라.”(감결) 이것은 정감의 예언이다. 그는 여러 별자리에 괴변이 일어나면 중국(대중화)과 한국(소중화)이 동시에 망한다고 했다. 요모조모 ‘정감록’을 잘 뒤져보면 비슷한 내용이 자꾸 눈에 띈다.“진성(軫星) 머리에서 혜성이 나와 몇 달 동안 없어지지 않네. 그 뒤 별들이 남극(南極)에서 싸우고 흰 무지개가 태양을 꿰뚫었네. 하늘 길이 한번 트이니 하늘 북이 두 번 울리네.”(삼도봉시) 조선건국의 주역 정도전이 지었다는 예언시의 일절이다. 실제로는 위작이 분명한데 이 시에 등장하는 천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새겨봐야겠다. 비록 그렇다 해도,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자미(紫微)에 저녁 무지개가 떴네. 다시 들러서 동쪽으로 나뉘니, 나라에 변괴가 있고, 상사가 참혹하네.”(경주이선생가장결) 역시 천문을 살펴 자미성에 이상한 징후가 일어날 경우 나라에 변괴가 있다고 예언하였다.‘정감록’에서 이와 엇비슷한 예언을 찾아내 일일이 언급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나라의 운명을 관장하는 별과 혜성 고대로부터 동아시아 사람들은 28수(宿)를 중시했다. 이것은 황도(皇道)에 가까운 별자리들이었다. 황도란 지구에서 태양의 운행괘도를 일년간 연속적으로 관찰할 때 하늘에 그려지는 하나의 원이다.28수는 황도의 동서남북에 각기 7개씩 배치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관심을 표했던 별자리는 기성(箕星·궁수좌), 벽성(壁星·페가수스좌), 익성(翼星·바다뱀좌) 그리고 진성(軫星·까마귀좌)의 4개였다. 특히 진성에 대한 관심은 아주 유별났다. 이 별자리를 이른바 “청구칠성”이라 하여 청구 또는 한반도의 운명을 주관하는 것으로 보았다.‘정감록’에서도 진성의 머리에서 혜성이 나오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으로 예언한 것은 그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 뿌리를 캐 보면 진성은 신라의 국운을 담당하는 별자리였다. 헌덕왕 7년(815)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단초를 발견한다. 그 해 서쪽 변방에 큰 흉년이 들어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 한다. 그러자 도적 떼가 연달아 일어나 조정에서는 군대를 파견해 토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변고를 예언케 하는 천문 현상이 있었고 문제의 별이 등장한다.“큰 별이 익성과 진성 사이에서 나타나 서쪽을 향해 뻗어 갔다. 그 빛의 길이가 여섯 자쯤 되고 너비가 두 치나 되었다.”고 하는 기록이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큰 별은 혜성이다. 만일 아니라면 별의 길이와 너비가 그처럼 컸을 턱이 없다. 혜성이 서쪽으로 움직여 가자 천문을 담당하는 신라의 관리들은 반란의 진원지가 서쪽임을 알게 되었다. 하필 혜성이 익성과 진성 사이에서 시작된 것은 두 별자리가 28수 가운데 서로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 익성과 진성은 이른바 남방주작(南方朱雀)에 해당한다. 황도의 남쪽에 있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 방금 말한 두 개의 별자리 말고도 정(井), 귀(鬼), 유(柳), 성(星), 장(張)의 다섯 별자리가 더 있다. 통일신라 이후 한반도의 운명은 진성에 달린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삼국시대엔 사정이 달랐다. 고구려의 운명은 서쪽 하늘의 별들이 맡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중국 측의 역사기록에 나와 있다. 고구려 보장왕 27년(668) 4월, 필(畢)과 묘(昴) 사이에서 혜성이 관측되었다. 그러자 허경종(許敬宗)이 보고하기를,“혜성이 거기 나타난 것은 고구려가 장차 멸망할 징조입니다.”(‘삼국사기’, 권 22)라고 하여 당 태종을 기쁘게 하였다. 허경종은 천문에 능한 당나라 관리였다. 그 역시 ‘정감록’이나 ‘삼국사기’와 똑같은 방식을 써서 고구려의 비참한 종말을 예언했다. 필성과 묘성은 모두 황도 서쪽의 별자리들이다. 묘성(황소자리)은 누(婁) 및 위(胃)와 더불어 호랑이 새끼 3마리로 여겨졌고, 필성(오리온자리)은 호랑이의 입으로 이해되었다.‘정감록’을 전파한 조선후기의 술사들은 되도록이면 고구려의 전통을 따르고자 했다. 그런 그들도 고구려의 별인 백호를 저버리고 주작(진성)을 국운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통일신라 이후 천년 동안 내리 지속돼 온 전통의 무게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미, 남북두성, 그리고 남극성에 숨은 뜻 변란을 알리는 혜성은 ‘정감록’에 객성(客星) 또는 요성(妖星)으로 나온다. 혜성은 때로 자미를 침범하거나 북두칠성, 남두육성도 쳐들어간다. 심지어 남극성을 유린하기까지도 한다. 이들 별자리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자미는 이른바 북쪽 하늘을 셋으로 쪼갰을 때 그 가운데 하나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태미(太微), 천시(賤視) 및 자미를 삼원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자미는 북두칠성의 북쪽에 위치한 별로 천자 또는 임금의 운명을 관장하는 별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일찌감치 백제 기루왕 9년(85) 4월에 이미 객성이 자미를 침범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왕위를 찬탈하려는 시도가 있으리라는 예언이었다.‘정감록’은 18세기에야 등장했다고 할 때, 최소한 그보다 1600년이나 앞서 반역에 관한 천문예언이 존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밤하늘을 수놓은 숱한 별자리 가운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 아는 것이 북두칠성(北斗七星)이다. 그 반대편인 남쪽 하늘엔 남두육성(南斗六星·궁수좌)이 있다. 이 별들은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7성은 죽음을 관장하는 별로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섬겨왔다. 그에 비해 6성은 삶의 세계를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6성은 서양식 명칭으로는 궁수좌인데,28수의 하나인 기성과 중복되기도 한다. 그 옛날 고구려 사람들은 별자리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고구려 고분벽화들을 보더라도 틀림없이 그랬다. 지금까지 모두 22개나 되는 고분에서 다양한 별자리 그림들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도 북두칠성은 19개의 고분에 등장하고 있으며, 남두육성 역시 최소한 10군데서 확인되었다.6성이 발견된 고분벽화에는 7성이 어김없이 짝을 이뤄 나타난다. 고구려인들은 두 별자리를 함께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요컨대, 생과 사를 주관하는 별자리가 6성과 7성이었다. 그런데 혜성이 그 별들을 모두 침입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전란, 굶주림, 또는 질병으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정감록’은 한국 고대의 천문 전통에서 이런 예언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기성(箕星)이 희어질 무렵 피가 흘러 절구공이가 떠내려가고, 천리가 한 책상이 되니 갑옷에 두 뿔이 나는구나.”(정북창비결)라는 구절이 있다. 남두육성으로 볼 수도 있는 기성은 태풍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이 별자리가 풍해를 막아준다며 받들기도 한다. 최근 미국 남부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도 기성과 연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피가 강물을 이뤄 민가의 절구공이가 떠내려갈 지경이라면 단순히 자연재해로 간주하기 어렵다. 전란의 피해로 봐야 옳을 것도 같다. 인용문의 뒷부분에 갑옷이 등장한 점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흉조라는 점에선 남극성(노인성이라고도 함)을 당해낼 별이 없다. 통일신라의 마지막 왕이던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하기로 결심한 것도 남극성을 보았기 때문이라 한다. 경순왕 8년(934) 9월 그 별이 나타나자 왕은 고심했고, 이듬해 10월 마침내 항복문서를 바쳤다.(‘삼국사기’ 권 12) 때로 남극성은 태평성대의 상징으로 풀이된다. 남극성이 빛을 발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감록’에서 보듯 혜성이 남극성을 침범하는 경우라면 기성 왕조가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는 예언으로 풀이된다. 혜성뿐만 아니라 무지개가 별을 꿰뚫을 경우도 흉조로 해석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백홍(白虹·흰 무지개)이 해를 꿰뚫고 지나간다는 예언이다. 이것은 국왕이 바뀔 징조로 여겨졌다. 예컨대 고려 현종 5년(1013)에도 “흰 무지개가 관일(貫日)하였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나오는데,‘정감록’에도 유사한 표현이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오성의 변괴 이밖에도 ‘정감록’엔 오성 즉, 목성, 화성, 금성, 수성 및 토성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제법 많다. 물론 국가의 운명이 그와 직결된다는 전제 아래 끔찍한 예언이 도처에 숨겨져 있다. 우리 역사를 잘 살펴보면 오성은 사실 고대로부터 큰 관심거리였다. 고구려 차대왕 4년(149) 5월에 이런 일이 있었다. 오성이 동쪽하늘에 모였다. 목성(세성 歲星), 화성(형혹 熒惑), 금성(태백 太白), 수성(진성 辰星) 및 토성(진성 鎭星)이 한자리에 늘어선다는 것은 정말 희귀한 일이지만, 그것은 실상 흉조였다. 그러나 담당관리인 일자(日者)는 왕이 화낼까 걱정돼 거짓말로 둘러댔다.“이는 임금님의 덕이요, 나라의 복을 뜻합니다.” 왕은 그 말에 만족하였다.(‘삼국사기’ 권 15) 고구려는 일찍부터 천문이 발달한 나라였다. 고분벽화마다 별자리를 그려놓을 정도였으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미 국초부터 조정에 천문을 담당하는 특수 직책이 설치돼, 별을 보고 국운을 점치는 관리가 존재했다. 오성에 관한 예화에서 보듯 가끔은 담당관리가 국왕을 속이는 일도 있었다. 예언이라면 고려나 조선시대처럼 풍수가 아니라 천문이 근간을 이뤘다. 그런데 오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길조로 해석될 때도 있었다. 고려 인종 10년(1132) 11월 동짓날, 오성은 물론 해와 달까지, 그러니까 칠요(七曜)가 정북방향에 모여들었다. 인종은 이 같은 길조가 예언서에 이미 예고돼 있다며, 국정을 일신할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려사’ 권 16) 칠요가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신라 때부터도 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은 칠요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기 때문에, 등에 칠성을 뜻하는 점이 있었다 한다. 영웅이 될 기상을 가진 그에게는 어려서부터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삼국유사’) 본래 칠요란 개념은 서양 고대에 있었던 것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별의 신들이 인간세상을 관장한다고 보았다. 성신(星辰) 신앙이라고 할 만하다. 별의 신들은 전쟁, 흉년, 지진, 가뭄과 홍수를 마음대로 하며, 모든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어졌다. 특히 행성인 오성과 해와 달을 합한 칠요는 더욱 중요시 됐다. 칠요의 신들은 시공을 뛰어넘어 모든 인간사를 맡아본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칠요신앙은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에도 전파된 것 같다. 김유신이 태어난 7세기에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한국 고대에 칠요신 특히 그 가운데서도 오성의 신들이 열렬한 신앙대상이 돼 있었다는 점은 다른 역사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태봉의 발풍사란 사찰에는 석가여래상 앞쪽에 토성(塡星 또는 鎭星)의 신을 새긴 조각이 봉안돼 있었다 한다.(‘고려사’ 권 1) 궁예 왕은 토성의 신을 예언서 ‘고경참’의 저자로 믿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오성과 칠요의 신은 한국 민중의 뇌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잔영은 ‘정감록’에 여전히 남아 있다.“계축년에 세성(歲星·목성)이 바다에 잠기니 왕자가 섬으로 도망친다.”(오백론사)라고 했다. 목성은 천문학상 매우 중요한 별이다. 그 공전궤도를 12등분해 목성이 처한 위치에 따라 한 해의 이름을 다르게 불렀을 정도다. 이를 세성기년법(歲星紀年法)이라 하는데, 목성에 일어난 자그만 변화도 개인이나 국가의 운명을 뒤바꾸는 징조로 이해됐다. 화성의 변화도 중요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려 때 달이 형혹성(熒惑星·화성)을 침범하자 일관(日官)은 “귀인이 죽을 것입니다.” 라고 풀이하였다. 최근 발견된 ‘송하비결’에도 화성에 관한 예언이 실려 있다.“형혹성이 기성을 범하리니 북쪽 문에서 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누런 용이 여의주를 얻으리라.” 혹자는 화성이 목성을 침범했으므로 한반도엔 전쟁에 버금갈 만한 큰 변고가 일어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화성은 화란 또는 전쟁의 징후를 알려주는 별이고, 목성은 가득차거나 이지러지거나 또는 변화가 멈춘 현상을 보여주는 별이라서 그렇다 한다. 목성은 나라의 명운을 예고하기에 적합한 별이라는 것이다. 이런 목성을 화성이 쳐들어갔다는 것은 나라에 병란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정감록’엔 금성과 수성에 관계되는 흉한 예언도 많은 편이다.‘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기록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차이가 있다면 역사에는 오성의 길조가 꽤 많이 언급됐다는 사실이다. ●복성이란 존재 ‘정감록’에도 천문에 관한 예언이 길조로 나타난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면,“산의 동쪽과 삼남(三南)에 복성(福星)이 두루 비친다.”(서계이선생가장결)라고 한 대목이다. 복성은 녹성(祿星) 및 수성(壽星)과 더불어 삼성이라 일컬어진다. 보통은 북두칠성의 왕별인 무곡성을 복성으로 믿고 있다. 조선후기의 유명한 고소설인 ‘토끼전’에선 복덕성(福德星)으로 간주해 목성으로 본다. 복성에 관해 한 가지 재밌는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변도탄이라는 선비가 살았는데, 그는 천문에 밝았다. 군량미를 관리하는 관원으로 일하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천기를 보았더니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역력했다. 그는 국난에 대비해야 된다고 상소했으나, 인심을 흉하게 만든다며 도리어 관직만 빼앗겼다. 변 선비는 낙향을 결심했는데 어느 날 밤 복성(福星)이 남쪽으로 밝은 빛을 내뿜는 것을 보았다. 그는 평소 저장했던 양식을 소달구지에 싣고 복성의 빛을 따라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기를 여러 날 동안 하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의 한 골짜기에 도착했다. 복성의 인도를 따른 것이다. 과연 얼마 안 되어 왜적이 침입해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변 선비가 터를 잡은 곳은 아무 일도 없었다. 7년에 걸친 전쟁이 끝나자 조정에서는 미리 앞을 내다 본 변 선비의 뛰어난 지혜와 충성심에 감탄해 상을 내려주었다. 그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침내 복성(福星)마을을 이루게 됐다 한다. 복성을 따라 피난처를 구했다는 전설이나 복성을 보고 길지를 찾을 수 있다 한 ‘정감록’ 예언은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들 역시 별빛의 인도로 먼 길을 걸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할 수 있었다 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의 하늘에선 더 이상 별빛을 보기 어렵다. 별을 봤댔자 어느 별이 어느 별인지 구별도 못할 만큼 현대인들은 천문에서 멀어졌다. 별은 더 이상 우리의 현재도 미래도 아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휘성, 그 사랑愛 물들다

    휘성, 그 사랑愛 물들다

    이 男子. 가을에 만나기엔 제격이다. 긴 여운을 남기는 진하고 촉촉한 그의 음색은 아침 저녁 피부에 와닿는 가을 공기만큼이나 알싸하다. 아직 스물 세살의 청춘. 불과 데뷔 3년의 짧은 이력. 그렇건만 정규 앨범을 3장이나 냈고, 모두 최고 수준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녹록지 않은 경력으로 남자 R&B 가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가수 휘성(23)이 가을 바람과 함께 돌아왔다. 손에 4집 새 앨범을 들고.1년만이다. 청명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6일 오후 광화문 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엔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노래를 부르려 애썼어요. 과거 아팠던 사랑 경험에 대한 제 자신의 의문과 여러가지 느낌들을 고스란히 노래에 녹였죠.” 그래서일까. 이번 4집 앨범은 문패부터 심상치 않다.‘Love… Love…? Love…!’. 그가 직접 붙인 제목이다. “사랑을 알아가는 단계를 표현한거죠.‘Love’는 어릴적 사랑에 대한 막연한 느낌의 단계,‘Love…?’는 성장하면서 첫사랑과 이별 등을 통해 사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단계,‘Love…!’는 그 경험이 쌓여 사랑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린 상태를 의미해요.”자신은 느낌표의 단계에 있으며, 그가 정의하는 사랑은 ‘지키는 것’이란다. 자신과 상대의 감정, 주변 상황 등 사랑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을 때 이별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그의 사랑 철학. 1집 ‘안되나요’,2집과 3집 ‘위드 미’와 ‘불치병’ 등 사랑 노래라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이지만, 이번 앨범에 수록된 17곡은 모두 제목처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껏 15번의 사랑과 아픈 이별을 겪었죠. 그 경험과 느낌들을 노래에 담으려 했어요.” 타이틀곡은 휘성의 감성이 잘 살아있는 ‘굿바이 러브’(Good Bye Luv)’. 하지만 그는 “17곡 모두가 타이틀곡이나 마찬가지”라며 미소 짓는다. 앨범 전체가 한편의 사랑 소설처럼 일관된 흐름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었단다. 이별 뒤의 아픔을 노래한 ‘일년이면’과 슬픈 발라드곡 ‘울보’, 현악 연주가 애절함을 더하는 ‘하늘을 걸어서’ 등도 휘성 특유의 촉촉함이 잘 묻어난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은 ‘러브샤인’(Luv Shine).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만들어서가 아니라 그 선율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그는 여전히 ‘미완성 단계’다. 더 진화해나갈 잠재적 여력을 지닌 ‘∼ing’ 상태라고 할까. 이 말에 본인도 머리를 끄덕인다. “누구 처럼 ‘완성된 가수’로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제 안에 있는 장점을 취해서 굳혀 나가고, 아직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골라서 도전하고 싶죠. 결과가 어떨지, 완성될지는 모르는 고난의 연속이겠지만, 점점 발전해 나가고 싶답니다.” 그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진화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감정 표현’.“솔직히 1집때는 그저 멋들어지게 소리만 내는데 급급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요. 음색도 멋있고, 감정 표현 테크닉도 많이 키웠다고 자부해요.”여태껏 발표한 앨범 가운데 이번 4집만큼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며 활짝 웃는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음악적 천재성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가수다.“무언가 부족했을 때 서서히 늘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빈자리’가 있을 때 넓힐 수 있는 것이겠죠. 저는 특히 ‘집착’이 강하거든요. 제가 한것은 무조건 잘돼야 직성이 풀려요. 이번 4집이 잘 안되면 ‘무서운 일’(?)을 저지를지 제 자신도 몰라요.(웃음)”하긴 성대에 물혹이 4개나 생겼음에도 녹음실을 떠나지 않았다는 지독한 연습벌레가 그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 로봇·요리에 빠진 아이 실업계고 보내볼까

    로봇·요리에 빠진 아이 실업계고 보내볼까

    실업계 고등학교가 변신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많은 졸업생들이 우량기업에 입사하고 동일계 특별전형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특화된 교육과정을 갖춘 곳은 2∼3대 1의 경쟁을 거쳐야 입학할 수 있을 만큼 인기있는 실업고도 있다. 더 이상 인문계나 대학에 갈 성적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는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막연히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진학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름과 학습 내용을 바꾸며 변모하고 있는 실업계고를 둘러본다. 실업계고의 ‘변신’은 교육당국의 특성화고 육성, 특화·세분화된 전공, 대입 수시모집의 동일계전형 실시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이에 따라 대학진학자 수가 취업자 수를 앞설 뿐 아니라 서울 상위권대에 입학하는 학생도 계속 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지원자가 줄어 미달 사태가 속출하던 실업계고는 이제 학교에 따라서는 2∼3대 1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전공, 특성화고 양성 실업계고는 컴퓨터·IT분야에서부터 상업, 관광, 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내실있는 실업교육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지정하고 있는 특성화고는 실업계고 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1년 선린인터넷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한 이래 7개교를 특성화고로 운영하고 있다. 강남공고에서 이름을 바꾼 서울로봇고는 자동차로봇과, 로봇재료과 등을 신설했다. 서울관광고는 관광이벤트과, 관광조리코디과 등을 개설해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한다. 전통의 명문 실업고인 서울여상의 금융정보과, 국제통상과 등도 초급 수준의 특화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지방 실업계고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특성화고 사업을 시작한 부산은 동래원예고의 생활원예, 환경조경과, 부산산업과학고의 신발관련학과, 해운대관광고의 관광조리과, 레저스포츠과 등이 있다. 광주 서진여고는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간호학과를 설치하고 있고, 경기 한국도예고의 도예고도 특색있다. 이외 피부미용, 축산, 바이오생명과학, 골프관리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특성화고들이 전국에 64개교가 있다. ●진학 62.3%, 취업 32.9% 지난해 전국의 실업계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62.3%로 취업률 32.9%를 크게 앞섰다. 대학진학률은 2002년 49.8%에서 2003년 57.6%로 처음 절반을 넘기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4년제대학 진학자도 2002년 전체의 14.1%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20.0%, 지난 해에는 23.7%를 기록했다. 물론 산업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계고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실업계고의 설립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21세기 무한 경쟁의 지식정보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진학과 취업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교육목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실업계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 산자부, 노동부가 공동으로 20개 시범실업고에 40억원을 지원하는 등 산학협력 지원도 늘리고 있다. ●동일계 특별전형 대학진학률이 급등한 것은 각 대학이 실업계 졸업자들에게 동일계열에 한해 정원의 3% 내에서 정원외로 뽑는 ‘실업계고교 동일계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현재 특별전형의 계열은 농업·공업·상업·수산해운·가사실업 등 5개 계열로 나눠져 있으며, 실업계고 학생은 세부전공에 관계없이 동일 계열의 학과를 둔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실업고가 대입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실업계고에서 3년 동안 해당 전공을 82단위 이상 이수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상위권 대학들도 동일계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는 수능 2개 영역이 2등급 이내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연세대도 수능 2∼3개 영역이 2등급 이내인 실업계고 동일계열 졸업자를 선발한다. 수능의 직업탐구영역 신설도 실업계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실업계고 신입생 선발은 11월 15∼21일 특성화고 원서를 먼저 접수한 뒤 12월 5∼7일 일반 실업계고 원서접수에 들어간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졸업생 3인이 말하는 “실업계고 이래서 좋다” 실업계고 지원을 놓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졸업 후 진로다. 취업, 진학, 그리고 창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졸업생 3명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길을 엿본다. 올해 서울여상 인터넷비즈니스과를 졸업한 강수연(19·여)씨는 포스코건설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을 못느껴 일찍 취업할 생각으로 실업계고를 택한 강씨는 재학중 내신성적 관리는 물론 워드, 정보처리 등 3개 자격증을 차근차근 준비해 대졸자들도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팀내 행정업무나 용역비 정산 등을 담당하는 강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실무적인 부분에서 크게 도움이 되고,3년간 ‘취업 마인드’를 키워왔기 때문에 회사생활에 적응도 빠르다.”고 말한다. 다만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내년쯤 야간대학에 진학해 보충할 생각이다.“중3시절 중상위권 성적이었지만 좋은 대학 갈 자신은 없어 고민 끝에 실업계고를 선택했고, 후회가 없다.”며 만족해했다.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박재홍(21)씨는 실업계고에서 특기를 한껏 살려 명문대 진학까지 거머쥔 케이스. 어릴 때부터 발명을 유난히 좋아하던 박씨는 그러나 당초 실업계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중3 때 우연히 발명동아리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도공고에 구경하러 갔다가 단숨에 마음을 정했다. 전기과에 다니며 발명동아리에서 꾸준히 아이디어를 개발했고, 전국학생발명 창작경진대회, 국제로봇 올림피아드, 전국 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 등에서 상을 휩쓸며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 상위 40% 정도의 평범한 성적이었던 박씨는 “개개인의 소질을 적극 개발해 주는 수업 방식이 재능을 살렸고, 진학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대학 입학 직후에는 영어·수학에서 부족함을 느낀 부분이 없지 않지만 노력에 따라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물리 등 과목은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성적이 안좋으니 한번 가볼까.’ 하는 경우라면 실업계고 진학을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먼저 자신의 재능과 희망을 꼼꼼히 살펴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취업과 진학의 두갈래길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도 있다. 올해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 입학한 김가영(19·여)씨는 주식회사 2개를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전교 10등 내외의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인문계고의 일률적인 생활이 싫었고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터넷고를 택했다. 입학한 뒤 친구들과 창업동아리를 만들었고,2학년 때 ‘이누스’라는 교육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3년간 청소년 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 신기술 콘퍼런스, 여성창업 경진대회 등에서 상을 휩쓴 끝에 동일계전형 혜택을 보지 않고도 수시모집 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직원 10명의 월급을 주고도 일반 중소기업직원의 연봉 정도를 번다는 김씨는 “학교에서 컴퓨터 기술을 배우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고 ‘기술을 통해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씨는 “막연하게 진학의 요행을 바라는 경우라면 실업계고에 가지 마라.”고 잘라 말한다. “확고한 뜻이 있어야 하며, 입학해서도 학교 공부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취업이든 진학이든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2006년 예산안] 어디에 얼마나 쓰이나

    [2006년 예산안] 어디에 얼마나 쓰이나

    내년도 나라살림에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이나 인력양성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교육·의료·사회안전망 등 사회적 양극화를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도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수송·교통·수자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민간자본을 비롯, 다양한 재원을 활용키로 했다. ●성장동력 확충 R&D 분야는 올해보다 15% 늘어난 9조원을 편성했다.11개 분야별 예산 증감률 가운데 R&D 부문이 가장 많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국채 2700억원을 발행해 차세대 성장동력, 대형연구개발 실용화,21세기 프런티어사업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에 우선 지원한다. 신기술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초·원천연구 비중을 24%로 높이고 첨단 핵심기술분야의 인력양성에 4035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방 중소기업, 지방대학, 연구소 간의 공동연구도 지원한다. 교육 예산도 올해보다 5.1% 늘렸다.2단계 BK21 사업에 착수하고 지원규모를 3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밖에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도 24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늘리고 산학연 협력체제 활성화 지원사업도 4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했다. ●양극화 해소 빈곤층 보호 확대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9만명 늘려 162만명으로 확대한다. 가구원의 사망·사고 등으로 위기에 처한 가정에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도 늘려 차상위계층 12∼18세 아동 8만 7000명에 대해 의료급여를 적용하고 자활근로 사업도 올해 2만명에서 내년 3만명(948억원)으로 확대한다. 보육료 지원대상을 도시평균소득의 70% 이하 계층까지 확대하고 아동건강 지원도 238억원에서 370억원으로 늘린다. 지역아동센터는 902개소로 확충한다. 노인일자리를 8만명 수준으로 늘리며 치매·중풍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중증 장애인 장애수당을 월 7만원(127억원)으로 늘리고 장애인 생활시설도 62개소로 늘린다. 다가구 매입임대를 연간 4500호, 전세임대는 1000호 공급하고 전세자금 금리는 영세민은 2%, 근로자·서민은 4.5%로 낮춘다. 사회적 일자리 지원도 13만 4000명(2909억원)으로 늘리고 취약계층의 장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60억원,3개 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직업훈련(5000명,62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국가안전 확보 국방비는 올해보다 9.8% 늘어난 22조 9000억원을 편성했다. 국방비 역시 평균 증감률보다 높다.F-15K 전투기,AEGIS 구축함 등 핵심전력을 강화해 전력투자비 비중을 33.9%에서 34.8%로 높일 예정이다. 첨단 무기체계 자체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사병내무반 개선을 229개 부대로 확대키로 했다. 공공질서·통일·외교 부문도 올해보다 13.8% 늘렸다. 개성공단 기반시설 구축에 547억원, 새터민(탈북자) 정착지원금에 431억원을 투입한다.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1910억원, 유엔 등 국제기구 분담금 1847억원을 편성한 것은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국선변호나 법률구조에도 각각 350억원과 23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사설] 세입·세출 허점 많은 내년도 예산안

    정부는 올해보다 6.5% 늘어난 221조 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미래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해소 및 기본적 수요 충족, 국가안전 확보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씀씀이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국정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의 정책 목표에 걸맞은 예산편성 내역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 먼저 세출부문을 보면 정부는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전년보다 월등히 높은 구조조정률을 이뤄냈다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재원 마련대책은 강구하지 않은 채 빈곤층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한 것이라든지, 연간 5000억∼1조원으로 추산되는 대북지원 부분은 예산안에서 빠져 있다. 차상위계층 지원 재원을 신설한 종합부동산세와 담뱃값 인상분으로 조달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재원이 엉뚱한 곳에 전용되는 꼴이다. 필요한 재원은 공무원 임금 등 행정비용을 절감해서라도 조달하겠다고 공언하고도 공무원 임금은 예산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은 8.2%를 유지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세입부문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올 4·4분기에 부가세가 2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내년도 세입을 추계했지만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도세 역시 올해 보다 21.5% 늘어난 4조 700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올해보다 9000여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주와 LNG세율 인상 방침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7800억원의 세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기업은행 등 공기업 주식매각은 이미 정부의 세입에 반영된 것이다. 국민의 주머니를 더 짜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세입·세출부문을 전면 손질할 것을 권고한다. 그 방향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쪽이어야 한다.
  • 28일부터 청계천 미술전

    서울시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덕수궁길 시립미술관 본관에서 되살아난 청계천의 모습과 비전을 보여주는 ‘2005 청계천을 거닐다-visible or invisible’ 전시회를 연다. 청계천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1층 전시장 한복판에 수로(水路) 모양의 미니어처를 만들어놓은 게 특징이다. 미니어처 양 옆으로 둔치처럼 작품들을 전시했다. 박진영과 일본 출신으로 한국 현대사를 앵글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작가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가 합작한 ‘1960 vs 2005’ 등 25개 팀이 작품을 내놓는다. 청계천을 500m씩 나눠 찍은 사진 1200장으로 된 권정준의 ‘Go-around 청계천’, 대형 토끼 조형물을 통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청계천을 표현한 금중기의 ‘그들이 돌아오다’ 등이 눈길을 끈다.1905년 청계천의 모습을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진과 조합해 재현한 임상빈의 ‘1905 청계천을 거닐다’와 수직발굴법이라는 고고학적 방법론을 원용해 청계천 안에서 바라본 청계천 밖 풍경을 재구성한 유현민·신명기의 ‘리매핑(Remapping) 청계천’도 선보인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9·19 공동성명 이후(3)]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할까

    “나는 오늘 경기도 북부의 ‘평화동산’에 놀러갔다. 울창한 숲에 사슴과 토끼가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엄마는 몇년 전만 해도 ‘DMZ’로 불렸던 이곳엔 지뢰가 묻혀 있었고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했다고 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해소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어 다자간 안보체제가 확립되면, 어린이들의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9·19 공동성명은 ‘6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으며,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명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태식 외교부 1차관은 22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간 예비접촉을 개시하는 등 이번 합의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란,1953년 유엔군과 북한·중국군 사이에 체결돼 반세기 넘게 유지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 협상을 6자회담의 하위기구에서 북핵 문제와 병행해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남·북·미·중은 1997년부터 2년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가동했다가 무위로 그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양자 협상만 고집하거나 무작정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북한의 자세가 변화한다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느냐에 협상의 진척도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향후 평화체제 협상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와 전방병력의 후방 철수 등 현실성 있는 신뢰회복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경수로를 얻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 논의가 자칫 핵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난관은 있다. 다자간 안보의 원칙과 전통적 한·미·일 3각 동맹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는가의 문제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이탈해 중립지대로 이동할 경우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경계하고 있는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다자간 안보를 한다면서 과거의 안보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수준의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고, 남한은 동맹을 배려하면서도 균형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경주하는 태도가 동시에 모색돼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 북한 지도자가 기꺼이 참석해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체를 만천하에 선언하는 장면이 펼쳐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간과정을 성큼 뛰어넘어 바로 결실국면으로 내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北, 새 경수로 요구 명분없다

    베이징에서 재개된 제4차 6자회담이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에 부닥쳐 주춤거리고 있다. 북한이 신포 경수로가 아닌 새로운 경수로를 6자회담 차원에서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이후에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제 있었던 북·미 접촉에서도 양측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휴회기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 문제에 대해 6자가 어느 정도 의견을 접근시킨 마당에 새로운 걸림돌이 등장한 셈이다. 우리는 북한의 새 경수로 건설 요구가 현 단계에서 명분이 없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경수로 건설은 각측의 신뢰구축과 결부돼 있으며, 신뢰구축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 신뢰 구축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수로 건설이 신뢰 구축과 결부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뢰 구축의 길은 경수로 건설이 아니라 북한의 핵 투명성 확보에 있다.2002년 핵 동결 해제 선언과 함께 핵 개발에 나섬으로써 지금의 북핵 문제를 낳은 당사자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핵 투명성부터 다시 확보하는 일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선결과제인 것이다. ‘새 경수로’ 요구에 담긴 북한의 의도는 국제사회의 에너지 지원 보장과 미국의 체제위협에 대항할 핵 주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통해 경수로 건설 지원이라는 실리를 챙겼던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국제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에 나선 마당에 다시 경수로를 달라는 것은 미국에 두 번 속아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래선 합의가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북측에 200만㎾의 송전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경수로 건설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즉각 핵 투명성 확보를 위한 3대 조건을 수용하고 남측의 전력지원 제의에 응해야 한다. 이번이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임을 인식해야 한다.
  • 공주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속으로…

    공주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속으로…

    토실토실한 알밤에 눈이 팔려 건성으로 성묘를 하다 아버지에게 ‘꿀밤’을 맞던 어린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 눈물나도록 그립습니다. 황금빛 들녘에 오곡백과가 알알이 영글어 가는 이 때, 성묘를 마치고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아이들과 함께 밤줍기 체험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요. 한가위의 밤농장 나들이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글·사진 공주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밤을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건 삼정승이 나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밤은 세알이 한 밤송이가 된다. 가운데 있는 밤은 ‘영의정´ 오른쪽에 있는 밤은 ‘우의정´ 좌측에 있는 밤은 ‘좌의정´ 이라는 의미가 되며 밤송이에는 각기 특유의 기질을 가지는 오기(五氣)가 들어 있으며 바로 그 오기는 인간의 성질을 나타낸다. 첫째, 가시는 내유 외강의 성질 둘째, 껍질은 단단하고 강한 기질 셋째, 껍질 속의 털은 포근함을 의미한다. 넷째, 속 껍질의 떫은 맛은 인생살이의 떫은 맛 다섯째, 속알의 고소한 맛은 깨달음의 참 맛이다. 올 추석 밤을 깨물며 인생을 반추한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알밤의 가을 추억을 주우며 “와∼, 밤송이가 입을 활짝 벌렸네….” 충남 공주시 정안면 무성산 자락에 위치한 금정농원(041-858-6763). 하늘을 향해 툭터진 탐스러운 밤송이 사이로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이 메아리친다. 푸른 하늘을 향해 장대를 휘두르며 밤을 따는 어른들과 나무 아래에서 햇밤을 줍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모습을 연출한다. 밤나무 아래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 동심의 세계에 빠졌다. “밤송이 떨어진다. 조심해!” 밤나무 위에서 갑자기 밤송이가 떨어지자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들이 머리를 감싼다.30분 남짓밖에 안지났는데 농원에서 나눠준 3㎏짜리 밤봉투가 알밤으로 가득하다. 밤나무 아래에서는 누가 큰 알밤을 주웠나 알밤을 서로 대보고, 밤가시를 피해 나뭇가지로 알밤을 빼내느라 진땀을 흘리지만 곳곳에서는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밤줍기에 온 김재남(32)씨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탐스러운 알밤을 줍고, 주운 햇밤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어린시절 밤을 따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고 즐거워했다. 지난 1일부터 밤줍기 체험이 시작된 4만여평의 금정농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밤줍기에 여념없다. 매년 밤이 열리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주말에는 하루 200여명의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몰린다. 34년째 금정농원을 운영하는 김재환씨는 “정암면은 우리나라 밤 생산의 10%가량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밤 산지로, 밤이 자라기에 가장 적합한 토질과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공주 정안밤은 전국에서 가장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밤줍기 체험은 별다른 장비가 필요없다. 농장 입구에서 입장료 1만원을 내고 3㎏를 담을 수 있는 자루를 받은 뒤 야트막한 산에 올라가 밤을 주워 담으면 된다. 아울러 이 곳에서는 시중보다 싼 값에 밤을 구입할 수 있다. 밤중에 가장 맛있다는 옥광밤이 1㎏당에 5000∼6000원. 조생종 밤인 단택과 추파, 자봉 등은 1㎏당 3000∼4000원이다. 그러나 밤줍기 체험은 밤가시가 날카로운 만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밤을 줍기 위해서는 두꺼운 면장갑을 챙겨야 하며, 챙이 있는 모자와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나눠준 자루 외에 주머니에 밤을 넣어오는 것은 밤줍기 체험의 금기 사항. 가을 햇살 속에서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밤을 줍는 것은 자연학습을 겸한 최고의 가족나들이. 수도권 인근에서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떠나기전 예약은 필수. ●용인 서전농원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서전농원(cafe.daum.net/yonginbam)은 5만여평의 산자락에 1만여그루의 밤나무가 있다.10월말까지 다양한 품종의 밤줍기를 즐길 수있다. 농원에 사슴, 토끼 등을 길러 아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도 좋으며,10만여평에 이르는 인근 숲에서 산책하기에도 좋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IC에서 4㎞ 직진한 뒤 자황리에서 50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체험료는 어른 1만 3000원, 어린이 8000원.(031)332-8037. ●천안 유성농장 천안시 위례산 기슭에 자리한 유성농장(www.welcomefarm.co.kr)은 25만평의 야산에 2만여그루의 밤나무가 있다. 시설관리비(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를 내면 주차와 원두막,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취사도구 등을 빌려준다. 약수터와 놀이터, 휴게소 등 편의시설이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밤줍기 체험료 1만원을 내면 4㎏짜리 자루를 나눠 준다.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목천IC에서 나와 병천 방면으로 2㎞를 간 뒤 연충교 쌍다리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해서 개울따라 북면 11㎞ 직진하면 농장이 보인다.(041)553-3120. ●영흥도 해오름빌리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해오름빌리지(www.sunrisevillage.co.kr)는 한적한 가을 바다의 정취를 즐기며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원 휴양지.9평짜리 콘도식 방갈로 6동이 전원속에 묻혀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800여평의 밤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거의 토종밤이다. 숙박객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된다. 펜션 앞에 배나무 밭이 있어 배따기 체험은 물론 인근 장경리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 망둥어 낚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월곳 IC에서 빠져나와 안산 시화방조제를 건너 303지방도를 타고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로 들어가면 된다.(032)886-3381. ●가평 건영농원 경기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 마을의 건영농원(gpminbak.co.kr/geon)에서는 20일부터 10월5일까지 6000여평 야산에서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원에는 100여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원두막이 있어 야외에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2.4㎏ 1자루에 성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표고버섯도 살 수 있다. 생표고는 2㎏에 2만원. 경춘국도에서 가평·청평 방향으로 가다 청평검문소를 지나 가평읍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평농협 파머스 마켓 인근 SK주유소에서 좌회전해 두밀리 버스종점방향으로 6㎞가량 가면 보인다.(031)582-4057. ●길가에 늘어선 예쁜 허수아비 밤줍기 체험을 마친 뒤 인근 마곡사를 둘러보면 좋다. 농원에서 마곡사로 가는 길목 곳곳에서는 추수를 앞둔 논 사이로 예쁜 허수아비들을 자주 만난다. 지난달 정안면 문천리에서 열린 ‘허수아비 만들기 축제’에서 관광객들이 만들었던 허수아비 수백여점이 9월 한달간 마곡사 가는 길 옆 8㎞구간의 들녘에 전시된다. 논둑에 세워진 예쁜 허수아비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면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가을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10여분쯤 달리면 태화산 기슭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천년 고찰인 마곡사에 이른다. 백제 의자왕 3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000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쯤 걸어올라가는 길이 아름답다. 사찰 입구에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을 파는 집들이 즐비하다. 예스러운 토담집으로 지어진 ‘추억의 삼학’(041-841-8023)은 산채정식 1만원, 산채비빔밥 6000원이다. 마곡사 인근의 마곡온천(041-841-6201)에 가면 밤줍기로 쌓인 땀과 피로를 풀 수 있다. 온천수로 만든 25m 6레인의 실내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 이 밖에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는 무령왕릉과 공산성, 국립공주박물관 등 다양한 백제 문화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여행 정보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공주방면 23번 국도를 타고 7㎞쯤 달리면 길가에 정안농협이 나오고, 여기에서 조금더 가면 오른편에 금정농원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 300여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며, 여기에 차를 세운 뒤 농원까지 100m를 걸어가면 된다. 여행 상품으로는 우리테마에서 추석인 17일과 18일,25일 3차례 당일일정으로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여행을 떠난다. 오전 7시 서울 덕수궁을 출발해 돌아오는 길에 고창 선운사도 함께 돌아본다. 참가비는 성인 4만 5000원.(02)733-0882.
  • [오늘의 눈] ‘과유불급’ 인천시/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국제 대회인지, 집안 잔치인지…”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지켜본 인천 시민들의 촌평이다. 대회조직위는 선수 8명에 임원 12명이 참가한 북한측에 지극한 정성을 베풀었다. 북한 선수단 동정으로 보도자료를 도배한 반면,39개국에 846명이 참가한 아시아권 선수단에 관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북한 선수단이 지난달 28일 입국한 이래 8차례나 환영회·만찬·오찬 등을 베풀었다. 응원단으로 참석한 ‘청년학생협력단’에게는 3차례의 공연 등 별도의 일정을 제공했다. 공식일정과 별개로 2차례의 관광도 실시했다. 시청 직원들은 잦은 환영행사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신들끼리 ‘반갑습네다’라며 농을 건넬 정도가 됐다. 적어도 지난 일주일만큼은 북한 선수단이 인천시의 모든 이슈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아시아 선수단에게는 뭉뚱그려 2차례의 만찬만이 베풀어졌을 뿐이다. 숙소도 대체로 북한 선수단보다 등급이 낮았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뭐냐.”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을 만한 정황은 충분하다. 인천시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문화·체육 교류를 통해 일정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마당이기에 이같은 처사는 예견되었다. 또 민족화해라는 명제는 어떤 가치보다 우선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에 인천시의 북한에 대한 환대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균형잡힌 배려’가 결여됐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권 거의 모든 국가가 참가한 명실상부한 국제경기다. 특히 이번 참가국들은 올 들어 국제육상경기가 빈번해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기꺼이 인천을 찾은 손님들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대회운영은 이들에게 ‘남과 북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 시민은 “다른 국가들은 남·북은 어차피 한 집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인천시가 북측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은 국제관계 측면에서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과론이지만 북한과 다른 국가 선수단을 동시에 배려하는 것이 ‘두 마리의 토끼’는 아니었을 것이다. 인천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 같다. kimhj@seoul.co.kr
  • [혁신 공기업탐방(21)]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혁신 공기업탐방(21)]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공직사회가 굳건히 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연금제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이상 공무원들에게 사명감 하나로만 버티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직사회에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강조한다. 정 이사장은 5일 “공무원연금이 부실해져 퇴직 이후의 생활이 불투명해지면 공직사회가 부패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공직사회가 투명해질 수 있도록 공무원에게 종합보장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공단혁신의 전제조건은 공무원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 공단의 고객인 전·현직 공무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데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정 이사장을 만나 재정운용 현황과 혁신전략을 들어봤다. ▶중장기 경영혁신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략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소득심사제와 연금과세 도입 등 급변하는 연금환경에서 연금서비스 개선과 연금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선 및 운영시스템 정비 등 연금제도의 안정적 운영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두번째는 금융상품 투자만으로는 수익창출의 한계가 있어 투자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기금운용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주5일 근무시행에 따른 공무원복지수요 증가에 맞춰 실질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복지서비스와 골프장건설, 장묘사업, 주택공동개발 등 새롭고 다양한 복지사업을 발굴·추진하는 것이다. 끝으로 경영이념과 윤리경영을 확립해 공단 조직의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조만간 도입할 실질적 팀제 등이 혁신을 위한 조치인가. -그렇다. 공단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고객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무늬만 팀제가 아닌 실질적 팀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팀제는 이달내로 규정개정 등 제도정비를 끝내고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금운용전문가를 영입하고, 자산배분·성과평가·위험관리업무를 시스템으로 연계하여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자산종합관리시스템(AMS)을 구축했다. 특히 조직원들의 객관적이고 공평한 성과평가를 할 수 있는 균형적성과관리제도(BSC)를 도입, 성과 중심의 조직구조를 갖췄다. ▶공무원연금의 자산규모와 연금기금의 운용현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자산규모는 5조 4831억원에 달한다. 기금증식 사업에 67.6%인 3조 7062억원, 후생복지사업에 22.1%인 1조 2137억원, 매월 지급되는 월연금에 대비한 현금성 자산인 지불준비금 등에 5632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은 양면성이 있다. 어떻게 운용하나. -기금을 운용할 때는 안정성과 수익성은 물론 공공성까지 고려해 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기금자산 운용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은 연금제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연금운용위원회, 자산운용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산운용위원회 및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투명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금자산 중 상당한 부문을 차지하는 금융자산운용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금융자산운용 책임자와 주식운용 담당자를 외부 전문가로 공개채용해 운용할 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에도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기금을 운용하다 손실을 봤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과거 일부 언론에서 공단이 전문지식도 없이 주식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고, 그로 인해 연금기금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한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나 1999년 이후 최근 6년 동안 3016억원의 주식투자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이 연평균 16.4%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다각적인 투자분석을 통해 고수익 상품을 개발함은 물론 체계적인 위험관리와 효율적인 성과분석을 한 결과다. 공단의 금융자산수익률은 유사기관에 비해서도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공단은 6.3%였고, 국민연금은 6.0%, 사학연금 5.8%였다. ▶연금업무 외에도 현재 추진중인 전·현직 공무원을 위한 복지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대부사업·주택사업·휴양시설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공단의 주택사업은 전체공무원 중 30% 이상이 선호할 정도로 가장 인기가 높은 복지사업이다. 공단은 지금까지 전국에 임대주택 1만 8187가구와 분양주택 2만 3471가구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충북오송지역과 전주 남악신도시로의 이전 공무원을 위한 아파트지원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공무원을 위한 주택 및 복지시설 건립을 공단이 전담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밖에도 천안상록리조트 등 대규모 시설사업 중심의 복지사업에서 벗어나 연금기금의 투자가 없는 제휴복지사업·맞춤형복지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쪽으로 비중을 늘려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100만명에 가까운 전·현직 공무원을 상대하다 보면 민원업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원서비스는 어떻게 처리하나. -공단은 ‘제2의 창단’이란 슬로건 아래 고객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모든 연금실무를 처리할 수 있는 종합정보통신시스템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단은 전국 연금취급기관 7600여명의 연금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실시간으로 연금정보를 공유하며 모든 실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일선 공무원과 연금수급자에 대한 연금업무의 밀착 서비스를 위해 전국 8개 지방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고객과 공단 연금담당직원의 직접상담이 수월해져 전화민원의 불편이 해소되고,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에도 공단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공단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공단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공단과 농촌간 자매결연을 해 상생하는 ‘1사1촌 운동’과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자원봉사활동에 할애하는 부서별 ‘토요봉사단’, 여직원들의 봉사모임인 ‘한마음회’, 바다와 환경을 지키자는 제주사무소의 ‘1사1바다’ 등 여러 개의 봉사단체가 불우이웃돕기부터 자연환경 보호운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정채융 이사장은 누구 정채융 이사장은 29년 동안 내무부 관리와 시장·구청장 등을 역임한 내무행정 전문가다. 정 이사장은 관직에 있을 때 현장위주의 행정을 중시한 것처럼 공단 이사장으로서도 현장위주의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리더가 마음을 열고 조직원에게 다가가 마음을 보듬어 줄 때 그 조직은 비전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공단 경영상의 문제점이 생기면 모든 직원과 자유토론으로 해결한다. 그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 매월 정기적으로 장애인 시설과 아동센터에도 개인적으로 헌금을 보내고 있다. 정 이사장의 추진력을 말해 주는 일화 한 토막.1990년대 초반 해운대구청장으로 있을 때 모 방송국에서 설치한 해운대 백사장의 야외무대 세트장이 수년 동안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방송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누구도 철거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소신있는 행정력을 발휘, 이를 과감히 철거했다. 이 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으나 해운대 백사장이 제대로 관리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경남 남해(57) ▲부산대 행정학과·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석사 ▲행정고시 14회 ▲행정자치부 차관보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글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실질적 팀제 내용은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전면적인 팀제를 도입한다. 종전 조직을 팀으로만 바꿔 대다수 간부에게 보직을 주는 ‘무늬만 팀제’가 아닌 실질적인 팀제다. 공단측은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는 대로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단은 종전의 8실·2처·1단의 조직을 2실(경영기획실·감사실)·2센터(정보지원센터·공무원연금연구센터)·1단(자금운용단)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전면적인 팀제가 도입되면 1급이 맡았던 보직이 11개 자리에서 5개로 줄어들게 된다. 대신 공단은 종전 31개팀을 38개팀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팀장은 1∼3급이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되는 2실·2센터·1단을 맡지 못하는 1급 간부는 119명의 2∼3급 간부와 팀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2∼3급이 팀장을 맡는 곳에 1급이 팀원으로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팀장은 공모제로 뽑는다. 희망자가 팀장에 지원하면 해당 임원이 발탁하는 방식이다. 팀장의 직급은 1∼3급으로 다르지만 해당 임원에게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상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다른 공조직 인사평가와 다른 점이다. 팀제로 인해 공단의 계층구조 및 결재단계는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어든다.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은 이번 팀제 도입에 앞서 지난 2월부터 7개월 동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와 노사간 대화·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이끌어 냈다. 전격적인 팀제 도입에 따른 임직원의 동요를 없애기 위해서다. 정채융 이사장은 “상사라고 과거처럼 결재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팀제를 도입한 것은 궁극적으로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려는데 있고, 이를 위해 능력과 실적에 따른 성과평가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팀제 시행 결과와 성과평가 결과를 보직 및 승진 심사 자료로 활용하고, 성과연봉과 성과상여금을 연계해 보상시스템을 체계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진대제장관 “코끼리같은 中 앞서려면 치타처럼 빠른 정책 필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치타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대 중국 IT산업 콘퍼런스’에서 “정보화시대에 중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스피드 있고 소프트한 정책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치타의 빠름’을 인용했다. 진 장관은 최근 정통부 국실장들과 함께 중국의 시장 변화를 두루 살펴보고 돌아왔다. 그의 치타론은 중국시장이 규모와 성장속도면에서 ‘코끼리급’이고 한국은 ‘토끼’ 수준이어서 한국은 ‘치타’가 돼야 한다는 것. 정보화시대여서 ‘스피드’가 최고 경쟁력이란 뜻이다. 진 장관은 스피드 정책과 관련,“한국이 앞서 진행 중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가 좋은 예이며, 이들 서비스는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 만의 ‘블루 오션’”이라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시론] 두 토끼 잡으려는 세제개편안/조성표 경북대 경영학 교수

    [시론] 두 토끼 잡으려는 세제개편안/조성표 경북대 경영학 교수

    우리나라의 상위 몇몇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승승장구하는 반면, 그 아래는 이름있는 대기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들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구조조정 등으로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활력을 조속히 되찾아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 해소 등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되어져야 한다. 세법 개정도 이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세수도 부족하고 올해 상반기 세수 진도도 미달하는 등 조세 환경이 좋지 않은데, 복지 등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는 또다른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경제활력 회복 및 성장잠재력 확충, 비과세 및 감면 대상 축소를 통한 세입기반 확대, 국가균형발전, 세제 간소화 등이 주요 방향이어서 이러한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합병·분할, 사업조정, 출자전환, 중소기업 업종 전환 등에 대한 지원세제를 보완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회피지역 외국 펀드들의 소득을 원천징수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소주와 LNG 세율을 인상한 것도 국제관례와 유종간 형평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지역·업종 등 제한이 많고 복잡했던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제도를 보완, 균형발전특별세액감면제도를 신설키로 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효성있는 지원제도라 할 수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현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과세 형평성을 개선하는 부문이 미흡하다. 특히 각종 비과세 규정이나 감면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과세기반 강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나 세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새로 도입되는 성실 중소사업자를 위한 간편납세제도는 납세 편의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간이과세 사업자를 확장하는 데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고학력자들이 전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추세를 볼 때, 성실하고 투명한 중소사업자들의 납세 편의를 제고해 장려하도록 하되, 일반 간이과세자들의 범위는 점점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아쉬운 점은 연구개발 조세지원제도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등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잘 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근거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1000억원 이상 연구개발투자를 하는 기업이 15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 이하 기업들은 유명 대기업들이면서도 중소기업들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집약도가 낮아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기반이 더욱 취약한 형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기반을 잘 다져야 한다. 따라서 초대규모 기업을 제외한 일반 대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제도가 매우 긴요하다. 이번 개정 세법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되 동반 성장을 꾀해야 하는 우리 경제의 모순적인 상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절묘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순되는 두 단어를 결합하여 조화로운 표현을 이루는 모순형용(矛盾形容)을 떠올리게 한다. 내년에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목적을 조화롭게 달성해 경제가 술술 풀리기를 기대해본다. 조성표 경북대 경영학 교수
  • [시론] 꽃사랑이 바로 나라사랑/김규원 영남대 교수·화훼산업육성협회 회장

    [시론] 꽃사랑이 바로 나라사랑/김규원 영남대 교수·화훼산업육성협회 회장

    꽃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감정의 수단, 생활환경 개선, 사회와 문화 수준의 향상, 국제간 교류, 정서 순화, 대기 정화, 육체와 정신작용의 증진 등에 기여한다. 꽃은 또 돈이다. 지난해 꽃 생산액은 9218억원, 무역액은 7189만달러이며, 유통액은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지표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2000년 한국인의 1인당 꽃 소비액은 세계 23위, 국가 전체의 꽃 소비액은 세계 15위로 추정된다. 이처럼 꽃은 하나의 큰 산업을 이루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수준은 국민총생산(GNP)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문화생활의 여부는 GNP와는 별개다. 문화생활의 한 척도로 1인당 꽃 소비량을 들기도 한다.2000년의 1인당 꽃 소비량은 한국 11달러, 스위스 184달러로 추정됐다. 스위스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여유 있고, 보다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꽃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유럽인들은 원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산골에서도 신품종을 키우고 있다. 자신보다도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꽃을 가꾸는 한편 중요 시즌에는 대문 바깥쪽에 꽃 장식을 한다. 대형 슈퍼마켓의 출입구와 주유소에는 으레 꽃 코너가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유럽에서는 꽃이 생활 속에 서로 어울려 있으며 꽃을 통해 현대사회의 각박함을 메워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꽃에 대한 무관심 그대로다. 꽃보다는 빵, 꽃은 공짜로 얻어오는 것 하는 식의 관념이 뿌리깊게 머릿속에 박혀 있다. 또 꽃을 사치품화하는 풍조는 오랫동안 가난한 삶 속에서 먹을거리만을 추구해온 민초의 사상임에는 틀림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벌써 사상의 전환이 있었어야 옳지 않았던가 싶다. 비록 폐지되긴 했으나 화환규제법, 가정의례준칙, 공무원 10대 준수사항 등의 부끄러운 규정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금도 꽃의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인간만이 꽃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름다움의 의식과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것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은 꽃을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 곤충이나 새는 꽃의 꿀이나 꽃에 있는 벌레를 찾을 뿐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꽃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종과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꽃 유행의 흐름을 파악할 정도가 되면 외국인과의 수준 높은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선진 국민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때 주는 꽃 한 다발은 더없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꽃 한 다발은 이웃친구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이기도 하다. 꽃다발을 받아들고 향기를 맡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흐뭇하게 해준다. 집안의 꽃 몇송이는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넉넉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꽃말을 통해 자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붉은 장미에서 불타는 정열과 사랑을, 토끼풀의 하얀 꽃반지로 사랑의 언약을 하며, 물망초를 통하여 영원한 우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꽃이 생활속에 어울리고 자리잡아 현대 사회의 각박함을 메우기 위해서는 꽃 산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꽃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의 확산이 필요하다. 꽃 소비의 촉진은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경제 활동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또한 크다. 꽃을 소비하는 것은 농업인을 돕는 길이며 애국하는 길이기도 하다. 도시인과 농업인이 정을 나누는 길은 바로 가까이 있다. 김규원 영남대 교수·화훼산업육성협회 회장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한화(2)-동생 김호연 빙그레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한화(2)-동생 김호연 빙그레회장家

    ‘한번 들어서면 뒤를 볼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김호연(50) 회장의 경영 ‘일방 통행론’이 진행된지 횟수로 13년째.1992년 ‘미운오리 새끼’였던 빙그레는 2005년 확실한 ‘백조’가 됐다. 당시 부채 비율 4000%대는 50%대로,230억원대의 시가 총액은 무려 20배 가까이 늘어난 43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10년간 누적적자 100억원은 놀랍게도 2004년에 순이익 350억원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변신은 빙그레와 김 회장이 처했던 극한의 조건들이 이뤄낸 절묘한 조화 덕분이다. 그룹 신규 투자에서 항상 ‘찬밥 신세’였던 빙그레는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한화와의 단절을 통해 자력 갱생의 계기를 만들었고, 한때 경영능력에 대한 오해를 뒤집어쓴 김 회장은 처절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특히 빙그레의 뛰어난 경영 성적표는 일방적으로 제기됐던 김 회장의 ‘자질 오해’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내성적이며 말수가 적은 ‘충청도 양반’ 스타일인 김 회장에게 10년 이상의 기나긴 구조조정을 성공케 한 원동력은 뭘까. 불명예를 안고 무너지기엔 너무나 억울해서였을까. 아니면 성공해서 반드시 보여줘야만 했던 오기였을까. ●형제 분가 김승연-호연 형제의 분가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92년 빙그레가 한화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시작된 형제간의 재산권 분할과 관련된 소송은 여론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의 발단은 당시 한양유통(현 한화유통)의 사장인 김호연 회장을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명예 퇴진시킨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김 회장으로서는 공격적으로 유통업을 확장시키려는 순간에 경영 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통보받자 너무나 어이없어했다고 한다. 한양유통은 인수 시절부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데다 증자가 없어 한층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회사에서 저를 밀어낸 것은 사실상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 사건 이후 6개월 가량 두문불출했다.‘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낙인 때문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였다. 이 때문에 그는 2004년 4월에 수상한 ‘한국의 경영자상’에 유독 애착이 간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련의 사태 이후 재산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자, 약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3년 6개월의 법정 공방을 거치면서 김 회장은 모친인 강태영(78) 여사를 비롯한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강 여사의 칠순을 맞아 대학 은사인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형제간 화해를 권유하자 김 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소송을 취하했다. 강 여사는 당시 “칠순 잔치보다 가족들의 화합이 더 중요하며, 형제들의 잔치 비용을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좀 서먹해진 것도 있지만 과거 형님과의 갈등은 해소됐다.”면서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형제간 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10년 구조조정 92년 빙그레가 한화그룹에서 분리될 때 빙그레의 부채 비율은 4183%,10년간 누적적자가 100억원이나 되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 기업 평균 부채비율이 420%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높은 수치였다. 한때 한화그룹의 ‘캐시카우’로서 그룹의 투자 자금을 조달했던 옛 위용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았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시장 점유율 1위는 의미가 없다. 수익성을 개선시킬 여지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잘라야 한다.”는 김 회장의 경영판단 아래 강도높은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김 회장은 우선 가지치기를 시작했다.‘썬메리’ 베이커리 사업을 삼립식품에 매각했으며, 냉동식품과 초코케이크 등 비주력 사업은 시장 철수를 단행했다. 특히 초코케이크 사업 철수로 인해 유휴 상태였던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기 위해 아이스크림 경쟁사인 롯데제과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도 받는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빙그레 구조조정의 핵심은 주력 사업인 라면과 스낵사업 부문이었다.80년대 중반 겨울철 비수기 주력 사업으로 시작한 라면과 스낵사업은 매년 30억∼40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는 빙그레의 ‘두통거리’였다. 김 회장은 2003년 3월 라면사업 철수와 스낵사업의 국내 영업권 위탁이라는 고강도 처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매수자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회장의 이같은 구조조정과 현금 흐름의 개선 노력은 92년 부채비율 4183%에서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360%,2004년에는 53.7%로 줄어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학구파에서 몽골 인연까지 김 회장은 재계의 학구파로 유명하다. 경기고와 서강대 무역학과를 나온 김 회장은 일본 히도쓰바시(一橋)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외교안보 석사 학위도 땄다. 또 지금은 서강대에서 경영학과 박사 학위를 밟고 있다. 그의 독서량은 경영인들 중에서도 다독으로 손꼽힌다. 하루에 한 권 이상을 읽는 편이니 그야말로 ‘독서광’이다. 또 빙그레의 구조조정이 만들어준 김 회장과 몽골의 인연은 각별하다. 서울 압구정동 사옥을 매각하고 남양주시 도농동으로 본사를 옮긴 빙그레는 남양주가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자매결연을 맺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몽골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등의 잦은 방문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은 김구재단을 통해 몽골 유학생들을 지원했고, 몽골 정부는 2001년 김 회장을 명예영사로 임명했다. 김 회장은 또 ‘몽골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후원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차남 동만의 아이디어로 몽골 수흐바토르 테뮤렐 종합학교에 어학실습실 설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 회장은 바가반디 몽골 전 대통령의 딸인 바야르마씨와 서강대 동문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2005년 3월 한국과 몽골의 우호 협력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몽골 최고 훈장인 ‘북극성 훈장’을 받았다. 북극성 훈장은 몽골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러브 레터로 결혼하다.’ 김 회장과 김미(48)씨는 떠들썩한(?) 연애 결혼으로 유명하다.‘끼리 문화’가 지배적인 재벌가에선 이례적이다. 보통 정략 결혼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더러 연애 결혼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커플은 정말 뜨거운 사이였다. 한화 김종희가(家)의 2세 가운데 유일한 연애 결혼 케이스다. 김 회장과 김미씨의 인연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간다. 서강대를 다니던 김 회장과 이화여대를 다니던 김미씨는 명문가의 자제로서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던 사이. 호감을 갖고 데이트를 즐기다가 김 회장의 공군장교 입소 훈련으로 한층 각별해진 사이로 발전했다. 김미씨의 ‘러브 레터’로 김 회장은 당시 연애편지를 가장 많이 받는 훈련생으로 부대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편지와 함께 김미씨가 곱게 접어 보낸 종이학은 김 회장의 군 생활 내내 함께 했다고 한다. 이들은 5년 넘게 연애를 했다. 김 회장의 군 생활이 길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형인 김승연(53) 회장의 ‘싱글’도 이들 연애를 길게 했다. 김 회장의 얘기다.“훈련소에서 저의 연애 스토리는 꽤 유명했습니다. 아내에게 답장을 쓰는 것도 중요한 하루 일과였죠. 지금도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나 종이학들은 아내가 추억으로 잘 보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엔 형님 결혼이 어서 이뤄지기를 기다린 적이 많았습니다.” 김승연 회장이 백두진 전 국회의장의 부인인 허숙자 여사의 중매로 1982년 10월 서영민(44)씨와 결혼식을 올리자, 김 회장도 그 다음해 2월 김미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 회장과 김미씨는 장남 동환(22)-장녀 정화(21)-차남 동만(18) 등 2남1녀를 뒀다. 모두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처가는 독립운동가(家) 산실 김 회장의 처가는 국내 독립운동가(家)를 대표할 만한 명문가다. 김미 여사의 조부가 민족 지도자인 백범 김구 선생이며, 큰어머니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고 안미생 여사다. 김 여사의 부친은 교통부 장관과 타이완 대사, 공군 참모총장, 국회의원 등을 지낸 김신(83)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이다. 김신 회장은 임윤연(작고) 여사 사이에 김진­김양-김휘-김미 등 3남1녀를 뒀다. 김진(56)씨는 동서통상과 글로볼씨스텍 대표이사를 거쳐 DJ정권 시절인 98년 대한주택공사 감사를 역임했다. 또 참여정부 들어서는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행정학 석사 학위를 땄다. 차남 김양(52)씨는 최근 주중국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다. 이로써 그의 집안은 4대째 상하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구 선생은 1919년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로 건너갔으며, 이듬해는 선생의 모친인 고 곽낙원 여사와 부인인 최준례 여사가 상하이로 갔다. 김 총영사의 부친 김신 백범 기념사업협회 회장 역시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김 총영사는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하고, 외국계 회사 근무와 기업체 운영 등으로 경제 경험이 풍부한 데다 상하이가 갖는 독립운동의 상징성을 감안해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젖소 사료를 제조·판매하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EBT 네트웍스의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시티뱅크 서울지점 부장과 컴퓨터 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쳤다. 3남 김휘(50)씨는 광고인으로 나라기획 이사와 멕켄 에릭슨 상무를 거쳐 지금은 광고대행사 ㈜에이블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비상임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원을 나왔다. 김 회장은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라는 인연으로 독립운동가 추모사업에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백범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서울 효창동에 위치한 백범기념관 건립에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백범 사상의 학술연구과 관련 출판물 발간도 지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후손 없이 서거한 이봉창 의사의 기념사업회도 후원하고 있다. 그는 이봉창 의사의 업적을 알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10월9일 ‘광복 60주년 기념 이봉창의사 마라톤 대회’를 연다. 이밖에 김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김구재단을 통해 매년 150여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천재보다 따뜻한 사람으로 커라.”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지 않겠습니까.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고…. 하지만 저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큰 자산은 균형 잡힌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천재로 키우기보다 평범하지만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김호연 회장) 김 회장과 김 여사는 자식들에게 유난히 사회봉사 활동을 강조한다.‘우리’라는 단어의 참 의미를 깨우쳐주기 위해서다. 독립운동가(家)의 후손다운 자녀 교육법이다. 큰 아들 동환군이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을 보낼 때다. 김 여사가 아들 손을 잡고 찾은 곳은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한 맹인교회. 설거지나 청소 등 맹인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도우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아들에게 가르쳤다. 모자(母子)는 동환군이 중3이 될 때까지 6년간 매년 여름을 맹인교회에서 봉사하며 지냈다. 또 외환위기가 한창인 98년에는 성공회 ‘푸드뱅크’ 주관의 노숙자 돕기 자원봉사에 김 여사와 3남매가 함께 참가해 서울역 광장에서 석달간 식사 배식과 설거지 등을 하기도 했다. 김 회장도 해비탯(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자녀들을 참여시켜 함께 집을 짓기도 했다. golders@seoul.co.kr ■ 김구선생 손녀 김미 여사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사치 안 하고, 겸손하고, 얘들 교육에 관심 많고요. 또 독립운동가 후손답게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나서는데, 일은 조용히 하려고 해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굉장히 쑥스러워하고 꺼려합니다.” 김호연 회장이 보는 부인 김미 여사의 평이다. 김 여사도 국내 여느 재벌가의 며느리처럼 공식적인 바깥 활동을 거의 안한다. 김 여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봉사 활동도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도 모르게’ 하는 식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대외 활동을 한다.6년간 맹인교회의 도우미로서 활동했고, 여전히 어린이 교육사업에 앞장서고 있지만 남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 여사의 이런 배경에는 국내 대표적인 독립운동가(家)로서 사회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과 조부 백범 김구 선생의 명예에 혹시나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신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회장과 자녀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김 여사의 영향이 크다. 특히 김 여사의 봉사 활동은 살아있는 자녀 교육이 됐다. 김 여사는 자녀들에게 명문가의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며, 균형 잡힌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여사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지인의 설명이다.“김 여사의 모친인 임윤연 여사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김 여사는 중2 때부터 집안 살림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어린 시절부터 주부 역할을 해오신 거죠. 그래서 그런지 차분하고, 조용할 뿐 아니라 일처리도 깔끔합니다.” 김 여사는 현재 국내·외 아동의 건강과 교육을 비롯해 결손·빈곤 가정 어린이 지원사업 등을 펼치는 국제 어린이 보호재단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한편 백범 김구 선생은 서울신문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지사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1905년 11월부터 1907년 2월까지 황해도 장연에서 대한매일신보 지사장으로 민족신문 보급에 애썼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儒林 속 한자이야기] (86)田夫之功(전부지공)

    儒林 (396)에는 ‘田夫之功’(밭 전/지아비 부/어조사 지/공업 공)이 나온다. 글자대로 새기면 ‘개와 토끼의 다툼’이라는 말인데,‘兩者(양자)의 다툼에 第三者(제삼자)가 힘들이지 않고 利得(이득)을 취함’이나 ‘쓸데없는 다툼’을 의미한다. ‘田’자는 구획된 사냥터나 耕作地(경작지)의 象形(상형)이다.用例(용례)에는 ‘耕田(경전:논밭을 갊, 또는 그 논밭),閑田(한전:농사를 짓지 아니하고 놀리는 땅)’등이 있다.‘夫’자는 우뚝 선 어른의 상형인 ‘大’와 어른들의 뒤통수에 꽂은 동곳을 가리키는 ‘一’을 합한 글자로 본뜻은 ‘성인 남자’인데,‘지아비,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 다스리다, 돕다’의 뜻으로도 쓰였다.‘工夫(공부: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拙丈夫(졸장부:도량이 좁고 졸렬한 사내)’ 등에 쓰인다. ‘之’자는 발을 나타내는 ‘止’ 아래에 出發線(출발선) 또는 地面(지면)을 가리키는 ‘一’을 넣어 ‘어디론가 가다’라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功’자는 意符(의부)인 ‘力’(힘 력)과 音符(음부)인 ‘工’(장인 공)이 합쳐진 形聲字(형성자)로 ‘공을 세우다’는 뜻을 위해 考案되었다.‘애쓰다’‘보람’‘일’‘상복이름’ 등은 派生(파생)된 뜻이다.用例로는 ‘功過(공과:공로와 죄과),功勞(공로:애를 써 이룬 공적),功成身退(공성신퇴:공을 세운 뒤에 그 자리에서 물러남) 등이 있다. 戰國時代(전국시대),齊(제)나라 威王(위왕)에게 重用(중용)된 순우곤은 재주가 남달랐다. 제나라가 魏(위)나라를 치려고 하자 순우곤은 이렇게 進言(진언)했다. “韓子盧(한자로)라는 매우 발빠른 名犬(명견)이 東郭逡(동곽준)이라는 재빠른 토끼를 뒤쫓았사옵니다. 그들은 수십 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며 다섯 번씩이나 가파른 산꼭대기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나이다. 때마침 이를 발견한 田夫(전부)는 힘들이지 않고 橫財(횡재)를 하였지요. 지금 齊와 魏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모두 지쳐 있습니다.秦(진)나라나 남쪽의 楚(초)나라가 이를 기회로 ‘田夫之功’을 거두지 않을지 걱정입니다.”‘漁夫之利’(어부지리) 또한 쌍방이 다투는 사이에 제삼자가 손쉽게 利得(이득)을 챙긴다는 말이다.戰國時代,趙(조)나라가 燕(연)나라를 치려하자 蘇代(소대)가 燕나라 威王(위왕)을 위해 趙나라 惠王(혜왕)을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貴國(귀국)에 들어오면서 易水(역수)를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강가에서는 조개 한 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이때 물총새가 나타나 조개를 쪼았습니다. 물총새와 조개는 물고 물린 상태로 舌戰(설전)을 繼續(계속)하였습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漁夫(어부)는 이들을 모두 주워갔습니다.殿下(전하)께서는 지금 燕나라를 치려고 하십니다만,燕나라가 조개라면 趙나라는 물총새이옵니다. 두 나라가 싸워 백성들을 疲弊(피폐)하게 만들면 강대한 진(秦)나라가 어부가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옵니다. 이점을 깊이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따라 惠王은 燕나라 侵攻(침공) 계획을 접었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戰國策(전국책)에 전한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깔깔깔]

    ●사우나실서 짜증나는 사람 * 도발적인 유연성 체조를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몸 쭉쭉 펴는 거야 좋지만 적나라한 신체표현이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모르게 하죠.). * 앉을 자리도 별로 없는데 퍼질러 눕는 사람. * 모래시계를 돌려놓고 인내하고 있는데 방금 들어와 모래시계 다시 돌리는 사람. * 좁은 공간에서 방귀 뀌는 사람(훈련소 가스체험실을 회상케 함.). * 사우나실 문을 열어놓고 나가는 사람. ●애완동물 김 과장이 귀여운 딸과 함께 애완동물가게에 들렀다. “아줌마, 토끼 있어요?” “그래 어떤 토끼 줄까? 하얀 토끼? 아니면 털이 예쁜 검은 토끼?” 그러자 딸이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우리 집 비단뱀은 그런 것까지 따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2005프로축구] “주영이·천수 보고 축구갈증 푸세요”

    ‘그래도 프로축구는 계속된다.’ ‘여름방학’을 끝낸 2005프로축구 후기리그가 24일 막을 올린다.‘올스타전 MVP’에 등극하며 K-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선 ‘축구천재’ 박주영(사진왼쪽·20·FC서울)은 득점왕과 팀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서며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로 어수선한 팬들의 갈증을 풀겠다는 각오다. 박주영은 전기리그에서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팀으로 차출된 탓에 7경기밖에 못 뛰었지만, 모두 8골을 폭발시켜 경기당 1.14골을 기록했다.2위 그룹인 두두(성남), 루시아노(부산), 산드로(대구 이상 6골)에 2골차로 앞서 단독 선두. 후기리그에는 특별한 대표팀 일정이 없어 12경기 모두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리그에서 5승4무3패(승점19)로 5위에 그친 팀 성적까지 끌어올린다면 득점왕에다 팀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 만약 팀이 우승한다면 프로축구 22년 역사상 최초의 신인 MVP의 영광도 박주영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주영은 24일 오후 7시 전반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광주와의 원정경기에 나선다. ‘돌아온 밀레니엄특급’ 이천수(오른쪽·24·울산)도 K-리그 복귀전을 가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가기 전인 2003년 7월9일 포항전 이후 2년 만이다. 이천수는 피스컵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등에서 잔뜩 예열해놓은 기량을 K-리그 팬들 앞에 한껏 펼쳐 전반기 3위에 그친 팀(7승1무4패 승점 22)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다짐이다. 또 전기리그 우승팀 부산(7승4무1패 승점25)은 홈에서 올시즌 ‘디펜딩 챔프’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수원과 맞붙어 후기리그까지 점령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열린세상] 내신의 역설/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교수

    최근 한국 영화가 ‘동막골’을 ‘박수치며 떠나’는 ‘금자씨’를 앞세워 순항 중이다. 이 소식이 더욱 반가운 것은 이들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옛 속담에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목표를 뚜렷이 하고 하나에 매진하라는 말이지만 적어도 한국 영화는 두 마리를 쫓아 모두 잡을 판이다. 두 마리, 아니 여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최근 ‘투잡스족’이 많아지는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일을 하는 것이 힘든 것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사정이 좋은 편이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서로 상반되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구조조정의 무서운 칼이 신심과 자비심이 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경우와 같이 현대인은 역설적인 상황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육은 피교육자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사람됨의 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교육은 선발의 기능을 가진다. 학교는 일정 정도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여 그 능력을 보증하는 증서를 교부하고, 그 소유자들에게 특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지금껏 현대사회는 교육의 역설과 함께 진화해 왔다. 엄격한 선발은 ‘사람됨의 교육’을 방해한다. 학교는 민주적 시민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남을 이기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선발의 필요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신분에 따른 특권의 세습을 막은 것이 바로 능력에 따른 선발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원한다고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 학자로서, 그리고 평범한(즉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중3학생의 학부모로서 필자 역시 한국 교육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사람됨의 교육’을 무시하는 현재 교육은 아이들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선발이 무시될 수는 없다. 선발은 분명 자격을 제한하는 폭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선발을 통과한 자들에게 인정과 보상을 제공해야, 계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역설적 상황이 언제나 그렇듯이 선뜻 한 쪽을 따를 수는 없다. 역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면,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입시안에 대한 최근 논쟁은 매우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변별력을 낮춰야 한다는 ‘낭만적’ 주장과 ‘지금껏 해 왔던 대로’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지금껏 해 왔던 대로’의 문제는 명백하다. 하지만 변별력을 낮추자는 주장도 문제이다. 대학진학의 기준으로 실력보다 선호가 중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신 비중을 높인다고 한국 교육의 병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신이 대학 입학의 주된 기준이 된다면(이것이 아마도 대세일 텐데) 지금까지 나타났던 학교간 경쟁 양상, 그리고 ‘돈 잔치’ 사교육은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지역불균형과 ‘교육특구’ 문제가 해결되어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필자와 같은 무주택자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일 터,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왜냐하면 새로운 조건에서 학교간 경쟁 대신 학급내 경쟁이 격화되어, 전체적인 경쟁이 줄어들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됨의 교육’은 학교의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학급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실현된다. 동료와 일상적인 활동으로 아이들은 ‘사람됨의 교육’을 실천하고 배운다. 그런데 과열된 학급내 경쟁은 아이들을 서로 적으로 만들어 소중한 교육의 장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다면,‘사람됨의 교육’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은 또 다른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올바른 교육을 망치는 원흉으로 지탄 받는 사교육을 동원하여 ‘사람됨의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 물론 그 사교육에는 적이 아닌 타교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교수
  • 공기업 KT 민영화2기 출범, 성장동력 발굴 관건

    민영 2기 KT호가 출범했다. KT는 19일 서울 우면동 KT연구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남중수(50) 내정자를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남 사장은 오는 2008년까지 임기 3년간 ‘내실 경영’에 주력, 민영화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전망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블루오션 같은) 고객감동 경영으로 또한번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영화 안착은 물론 정체된 수익구조 개선, 신 성장동력 발굴의 과제도 안고 있다. ●민영화 안착 돌파구는 ‘원더(Wonder) 경영’ 남 사장은 “앞으로 3년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 진정한 민영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임기동안 내부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민영화의 틀을 제대로 다져놓겠다는 말이다. 남 사장이 선언한 ‘Great KT’와 ‘원더경영’ 비전들도 이같은 연장선에서 나왔다. 국내외 고객에게 지금보다 다른 ‘놀라운 감동’을 제공하는 KT가 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장동력 발굴 지속 최근 KT의 경영 성적표는 밝지 못하다. 민영화 이전인 2001년에 11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02년 11조 7000억원,2003년 11조 6000억원, 지난 해 11조 9000억원으로 ‘염원의 12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 2·4분기의 실적 악화를 계기로 올해 주요 경영목표도 하향 조정했다. 남 사장으로서는 이런 이유로 통신·방송 융합시장에 대응하는 신성장 엔진 발굴이 큰 과제 중의 하나다. 사실 KT는 국가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등 공기업적 성격도 많아 통신정책을 따로 놓고 사업을 가져갈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공익성과 수익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게 KT의 숙명이란 뜻이다. 때문에 휴대인터넷 등 성장동력 발굴에서는 정부와의 보조를 맞춰가면서 서비스들은 고객에게 맞추는 구도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남 사장도 “공적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경영자산”이라며 공익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KT는 민영화 1기때 민영기업으로서의 경영목표 때문에 통신정책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와의 의견차를 가끔씩 드러냈다. ●공기업 잔재 털어내기 남 사장은 취임사에서 “사장 내정 이후에 각계의 조언을 구해 봤더니 ‘민영화된 공기업, 즉 민영화 혜택만 먹으면서도 민간 마인드는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조직 및 인적 쇄신이 예견되는 언급으로 보인다. 남 사장은 또 “매출이 적어지더라도 내실을 우선 순위로 가져가겠다.”면서 “직원을 통한 서비스 강매 등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가는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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