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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움꾼’ 재미 정치인 세리 김 “중국이 코로나 가져와”

    ‘싸움꾼’ 재미 정치인 세리 김 “중국이 코로나 가져와”

    “중국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왔고, 지적 재산권을 훔쳤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몰고 온 한국계 정치인 세리 김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미국 텍사스주 제6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선 세리 김은 6일 자신의 중국인 혐오 발언이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텍사스주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세리 김은 “중국 공산당이 자유 세계의 위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나는 싸움꾼이며 진실을 말하는 데 있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텍사스주 하원 선거는 오는 5월 1일 예정으로 세리 김은 지난달 31일 공화당이 주최한 정치 토론회에서 중국계 이민자에 대해 “나는 그들이 이곳(미국)에 있지 않길 원한다”며 자신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리 김의 발언에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이자 공화당 소속인 영 김(58·김영옥), 미셸 박 스틸(65·박은주)은 지지를 공식 철회한다는 성명을 냈다. 두 의원은 성명에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혐오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을 한 점을 사과하라고 했지만, 세리 김은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리 김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했다. 국제 로펌 변호사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정부의 보건부 고문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2016년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뒤 보건부 수석 고문과 중소기업청 여성사업가 담당 청장보로 일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2월 코로나19로 공화당 하원의원 론 라이트가 사망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세리 김은 자신의 발언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세리 김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진보 언론이 나를 타깃으로 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는 아시아계나 이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반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자란 세리 김은 올봄에 미 해군에서 복무 중인 약혼자 마이크와 결혼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와 손잡고 ‘동시다발 제재’를 단행해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을 본격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바이든식 외교 전략’은 이제 시작이어서 신장 지역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위구르족 인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두 나라는 왜 이제서야 사생결단에 나선 것일까. 미중 갈등의 새 축이 된 신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아시아·이슬람 연결 ‘교량’… 18세기에 中 편입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비단길)를 통해 동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 중국 고전 ‘서유기’를 보면 당나라 고승 현장(602~664)이 인도에서 불경을 구하려고 서역을 지나다 갖가지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데, 소설 속 서역이 바로 신장이다.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궐(투르크)에서 찾는다. 돌궐은 중국 역사에서 ‘흉노’로 불리던 민족들 가운데 하나로 몽골과 만주 지역 등에 퍼져 살았다. 전성기에는 고구려와 손잡고 중국 대륙을 위협했다. ‘돌궐의 후예’를 자처하는 터키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돌궐은 중국의 압박으로 영토를 잃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정착해 위구르족이 됐다고 믿는다. 1759년 청나라 건륭제(1711~1799)가 이곳을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새로운 강토’라는 뜻의 신장(新疆)이라는 이름도 이때 지어졌다. 19세기 미국이 멕시코 땅이던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네바다 등을 빼앗아 국토 면적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신장 병합은 약소 민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패권국 팽창 경쟁의 결과물이다. 20세기 들어 청이 멸망하고 일본이 중국 본토를 침공하자 위구르인들은 ‘힘의 공백’을 깨닫고 1944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신장을 다시 침공했고, 1955년 이 지역을 자치구로 만들었다. 그간 신장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받았음에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위구르인들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설명했다. 위구르족은 수니파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유목 민족의 후예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다. 1949년 인민해방군이 신장으로 갈 때만 해도 이 지역의 위구르족 비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베이징 당국이 의도적으로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지역의 고유성을 말살한다는 것이 위구르인들의 주장이다. 현재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 등 50여개 단체가 분리·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소련 해체 뒤 위구르인도 독립 열망 커져 전문가들은 위구르인들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들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도 나라를 세우자’는 열망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997년 신장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SCMP는 “2013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위구르 차량 돌진 사고와 2014년 중국 윈난성 쿤밍역 테러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중국 지도부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쯤부터 신장에서 위구르인들이 하나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극적으로 탈출해 국경을 넘어 도망친 이들의 증언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콘크리트 건물들, 내부자가 몰래 제공한 수용소 관련 공식 문서가 외부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강제수용소 논란에 대해 “위구르인들의 직업 교육을 위한 재교육 시설”이라고 반박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 지역 위구르인 11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정도가 이 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다고 추산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위구르족 강경책을 고수할까. 구소련 같은 ‘분리독립 도미노’가 절대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구르족이 독립하면 54개의 다른 소수민족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어서다. 만에 하나 위구르족을 독립시킨다고 해도 새 나라는 중국과 ‘앙숙’으로 지낼 가능성이 크다. 신장의 ‘전략적 가치’도 한몫한다. 이곳은 중국에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다. 18세기에 편입된 신장과 시짱(티베트)은 중국 전체 면적의 3분의1이나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신장을 포기할 리 없다.●“美, 中에 나쁜 이미지 심어 추격 막으려 해”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서구 세계가 숨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여긴다. 겉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위구르족 독립운동을 은밀히 지원한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내부 분열로 치명상을 입게 해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양국 관계를 해칠 정도로 신장 문제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심지어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구르 독립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전 세계 테러 의심자들을 초법적으로 가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신장 분리주의자들을 중국의 심문관이 만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2010년에는 노르웨이가 중국을 대신해 위구르 독립단체 조직원을 체포했다. 최소한 10년 전까지는 서구 세계가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했음을 알 수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휩쓸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중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안정을 지키길 원했기에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조는 ‘비정치인 출신’으로 ‘반중’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깨졌다. 그간의 국제질서 맥락을 알리 없던 그가 신장 문제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위구르족 수용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때는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2017년이다. ●“나토 등 IS와의 전쟁에 위구르족 병사 이용”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신장 인권 문제로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패권 경쟁에서 낙오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과거 미국이 구소련에 대해 그랬듯 중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나쁘게 만들어 전 세계에 ‘힘이 커지면 안 될 나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캐나다 진보성향 매체 ‘글로벌리서치’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터키 등이 IS 궤멸을 위해 위구르족 수천명을 테러 조직에 잠입시켰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위구르인들이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에서처럼 신분을 숨기고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세계 주류 언론사나 미국의 정치인들은 (서구 세계가 위구르인을 은밀히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에 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언론 ‘볼테르 네트워크’도 시리아 매체들을 인용해 “‘IS와의 전쟁’ 임무를 수행한 위구르족 병사 1만 8000여명이 2013년부터 몰래 신장으로 돌아가 여러 형태의 테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나토 비밀 계획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투표권 없는데도 한 표, 무효 처리됐는데도 징역 5년형 가혹하지 않은가

    투표권 없는데도 한 표, 무효 처리됐는데도 징역 5년형 가혹하지 않은가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흑인 여성 크리스탈 메이슨(46)은 2016년 대통령 선거일에 잠정 투표(provisional ballotnal)를 하러 갔다. 2002년 투표 독려법(헬프 아메리카 보트 법)에 규정된 잠정 투표는 자신이 투표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때 한 표를 행사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그녀의 어머니는 투표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본인도 그렇게 믿고 투표소로 갔다. 이름을 입력하면 투표 자격 여부가 뜨는데 그녀는 투표 자격이 없다고 나오는데도 인적 사항을 적은 뒤 한 표를 행사했다.  그녀는 사실 세금 탈루 혐의로 5년을 복역하다 출소한 뒤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어서 투표권이 박탈된 상황이었는데 이를 몰랐던 것이다. 어쨌든 부정 투표를 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가 던진 한 표는 무효 처리돼 개표도 집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텍사스주 항소 형사법원은 기나긴 재판 끝에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메이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투표권이 박탈된 줄 몰랐다는 그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이슨은 3일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너무 기막힌 일이다. 매일 깨어나 교도소 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선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단순한 실수를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손에 미래가 달려 있을 수 있다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선거관리 시스템으로 그녀의 부정 투표를 막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정 투표를 하게 놔두고 이렇게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재판장은 그녀에게 상고 여부를 물었는데 그녀는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즉각 답하지 못했다. 이제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메이슨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녀의 변호인 앨리슨 그라인터는 2002년 투표 독려법(헬프 아메리카 보트 법)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부정을 저질렀더라도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연방정부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텍사스주 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는 불법 투표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반드시 알고 있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분명 있어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학교에서 살인 장면 보여준 美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학교에서 살인 장면 보여준 美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목 짓눌려 괴로워하는 영상 그대로 상영“정서적으로 큰 트라우마 겪을 수 있어”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러져 숨지는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줘 논란이다. 5일 미 ABC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시 체다힐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최근 1학년 커뮤니케이션 수업시간 중 지난해 5월 플로이드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남성 데릭 쇼빈 전 경찰관에 대한 재판 영상을 틀었다. 지난 1일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는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영상과 사진 등 여러 증거가 공개됐는데, 플로이드가 쇼빈 전 경관의 무릎에 짓눌린 채 “숨을 쉴 수가 없다”, “엄마”를 외치며 9분 동안 괴로워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해당 장면을 본 많은 성인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 동의 없이 수업 중에 문제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해당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아이들에게 플로이드의 살인 장면을 교실에서 TV로 보게끔 강요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재판 배심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교사는 이어 “여러분 자녀들이 매일 실제 재판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검찰과 변호인 양쪽이 제출하는 증거를 경청하고 주의 깊게 배우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체다힐 고교의 행정을 책임지는 학구는 진상조사에 나선 후 지난 2일 성명에서 “학교나 학구 관계자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교사에게도 관련 통지를 내렸으며 해당 수업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체다힐 고등학교 교장도 “(플로이드) 재판을 학교에서 보는 것은 학생들의 연령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심리학자들은 플로이드가 죽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이를 보고 고통을 느끼는 ‘대리 외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양희의 국제경제] ‘지마불사’ 시대 도래, 세 가지 화두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김양희의 국제경제] ‘지마불사’ 시대 도래, 세 가지 화두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코로나는 효율성에 기반한 국제경제 질서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린 일대 사건이다. 디지털 전환 시기의 미중 전략 경쟁과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혹한에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의 일본 공장이 화마로 덮이자 세계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안보와도 밀접한 반도체 글로벌공급망(GSC) 교란 시 심각성을 절감한 주요국이 앞다퉈 대응책 마련에 나서며 반도체 GSC의 내재화·지역화·진영화를 주도하고 있다. 내재화 흐름은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돼 여타 국으로 확산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가장 먼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필요성을 일깨웠다. 이 움직임은 현재 GSC의 안정성 강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일본도 소재와 장비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육성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주권’ 확립이라는 기치 아래 2020년 10%를 밑도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2030년에 20%를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축적의 시간’을 요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단기간에 기술 추격이 어려운 나라들은 급한 대로 TSMC와 삼성의 투자 유치에 기대는 양상이다. 지역화·진영화와 관련한 일본의 3월 한 달간 광폭 행보가 주목된다. 일본은 호주, 아세안, 인도의 관계자를 화상 포럼에 초청해 자동차를 위시한 기간산업의 대중 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교란에 대비, 정보 공유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아세안의 맹주 인도네시아와도 같은 취지로 외무·국방 장관 회담을 가졌다. 또한 미국, 인도, 호주와 함께 쿼드 4개국은 첫 정상회의에서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의 공급망 재편에 합의하는 등 GSC의 반중 진영화에도 막힘이 없다. 바야흐로 ‘지마불사’(地馬不死) 시대의 도래다. 이는 첨단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9월 베트남산 합판에 향후 5년간 9.18~10.65%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국내 합판제조업은 1970년대 100개에 달했으나 중국, 베트남 등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20년에는 4개사만 남은 한계 산업이다. 이 판정의 일차적 이유는 덤핑 수입에 따른 국내 산업의 실질적인 피해 발생이나 그 너머에는 경제안보적 고려도 있었다. 합판산업은 대형 산불과 같은 국가 재난의 복구 시 필수적인 군수물자이자 탈탄소화에도 긴요한 산림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불가피한 장치산업이다. 작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세 가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첫째, ‘지마불사’ 시대의 보호 대상은 누구인가. 생산의 내재화·지역화·진영화로 인한 GSC의 다핵화·파편화·중복화는 범세계적인 고비용을 초래한다. 물론 공급망의 복원력이나 경제안보 측면의 중시 또한 경제적으로 목적합리성을 지니는 만큼 마냥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그런데 반도체에서 합판에 이르기까지 왕년의 ‘대마불사’ 신화가 ‘지마불사’ 신화로 변용돼 경쟁의 실종과 소비자 후생의 악화가 드러날 경우 이는 누가 책임지나. 우리의 보호 대상은 ‘지마’인가, 그 전후방을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인가. ‘지마’의 해외 이전과 그로 인한 인재 유출, 고용 수출을 경제안보 차원에서 막을 제도적 장치는 충분한가. 둘째, 주요 수출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지마’의 비대화는 또 다른 무역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다. 국내 무역 구제 정책에서 이에 대응한 상계관세 부과에 어느 정도 대비돼 있는가. 반도체 관련 소부장 분야에서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미운 ‘지마’로 간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일본이 호시탐탐 지켜 보고 있을 터이다. 보조금 문제에 관해서는 당분간 피차에 유사한 처지이나, 추후 문제 삼으려 할 경우 금지 보조금과 허용 보조금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이 대비는 충분한가. 셋째, 지마의 뛰어놀 공간을 넓히거나 분산시킬 때 협력할 나라는 있는가. 주요국이 중국 의존도 저하를 위해 GSC 재편에 힘 쏟고 있는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협력국에 일본이 없음은 분명하다. 일본의 최근 광폭 행보 속에도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RCEP에서 이탈한 인도와의 협력이 중심축을 이룬다. 신남방 정책의 성과는 드러나고 있는가. 주요 교역 상대가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데, 한국의 대안은 충분한가. 이제 정부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 美 반도체회의 초청된 삼성전자… 기회 잡을까, 부담 안을까 ‘촉각’

    美 반도체회의 초청된 삼성전자… 기회 잡을까, 부담 안을까 ‘촉각’

    삼성전자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대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 행정부의 움직임이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지도 주목된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12일 예정된 백악관 회의는 현 행정부 핵심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하며, 초청 명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포함됐다. 직접 참석하는 형식이 될지, 화상 형식이 될지 등도 결정되지 않아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부문(DS)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 등이 참석 인사로 거론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현지 법인 관계자가 참석할 가능성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또 회의 성격에 따라 기업인 대상 입국절차 간소화(패스트트랙) 절차를 거쳐 국내 인사가 출국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의제를 내놓을지에 따라 ‘러브콜’이 될 수도, 압박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일 2조달러(약 2258조원) 수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수급 대란을 해결할 단기 협조와 더불어 장기 투자를 독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은 현재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주정부를 상대로 1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반도체 강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에 12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에 화답한 상황이다. 삼성이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미 고위당국자는 향후 한미일 협의 때도 반도체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뼈아프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협상의 최종단계에서는 그룹 수장이 직접 협상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은 삼성전자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용진이형의 열정? “텍사스 구단주는 매일 와요”

    용진이형의 열정? “텍사스 구단주는 매일 와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막전부터 경기장을 찾아 광폭 행보를 선보이며 열혈 구단주의 면모를 과시했다. 추신수는 “텍사스 구단주는 매일 온다”며 웃었다. SSG 랜더스가 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1시즌 첫 경기에서 148억 듀오 최정(106억원)과 최주환(42억원)의 화끈한 홈런포를 앞세워 5-3 승리를 거뒀다. SSG는 이날 승리로 2300석을 매진시킨 팬들은 물론 야구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팬들에게 사인도 해주는 등 첫날부터 광폭 행보를 보인 열혈 구단주 정 부회장에게도 선물을 안겼다. 최정과 최주환의 불방망이가 경기장을 달궜다. 최정은 2회말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3구째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10m의 선제 홈런포를 가동했다. SSG의 첫 안타이자 첫 홈런이었다. 최주환도 4회말 2점 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두 선수는 8회말 이번 시즌 1호 백투백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정이 먼저 7구 승부 끝에 125m의 홈런은 날리자 곧바로 타석에 들어선 최주환이 120m 홈런으로 화답했다. 두 선수는 6안타 4홈런 5타점을 합작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정 부회장은 경기 내내 긴장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관심을 끌었다. 특히 롯데가 9회초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개막전부터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경험한 셈이다.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을 찾은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구단주가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 매일 오는 텍사스 구단주를 떠올렸다. 추신수는 “어린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기도 한다”면서도 “그만큼 구단주가 열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는 건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매 타석 쉽게 대할 수 없으니 좋은 현상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벌의 삶’을 보여주며 팬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친근함의 표시인 ‘형’의 호칭이 붙어 용진이 형이라고 불릴 정도다. 정 부회장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롯데에게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다. 열혈 구단주로 맹활약할 정 부회장이지만 텍사스 구단주처럼 매일 경기에 올 수는 없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열정은 다른 구단주보다 돋보이는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창단 첫 승, 김원형 감독 첫 승을 축하한다”면서 “오늘 정말 멋진 경기였다.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인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중국 이민자 오지 않았으면” 한국계 美하원의원 후보 발언 파문

    “중국 이민자 오지 않았으면” 한국계 美하원의원 후보 발언 파문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 후보 세리 김(공화당)이 중국계 이민자가 더 이상 미국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같은 당의 한국계 하원의원들은 그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세리 김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후보 토론회에서 잠재적 중국계 이민자들을 가리켜 “난 그들이 여기 있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친다. 그들은 우리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준다. 그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난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왔다. 그는 국제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수석 고문과 중소기업청 여성사업가 담당 청장보를 지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보건복지부 고문을 역임했다. 론 라이트 의원이 연초에 사망해 공석이 된 텍사스주 제6선거구 댈러스와 포트워스 외곽 후보로 다음달 1일 선거에 나선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미셸 박 스틸(이상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같은 당의 세리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CNN 방송이 2일 보도했다. 김 의원과 스틸 의원은 성명에서 “하원의 첫 한국계 미국인 공화당 여성으로서 우리는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동료(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섬 주민)들에게 권한을 주고 그들을 일으켜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계 이민자에게 상처를 주며 사실이 아닌 발언에 대해 어제 세리 김과 얘기했으며 그녀의 발언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과 스틸 의원은 특히 아시아·태평양계(AAPI) 공동체를 상대로 한 증오가 고조되는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세리 김 후보에게 촉구했으나 그녀가 공개적으로 후회를 내비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녀의 말은 우리가 지지하는 것과 반대된다”며 “우리는 양심적으로 계속해서 그녀의 출마를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아시아·태평양계 공동체를 지지해 발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같은 당 한국계 의원들이 지지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반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진보적 언론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인이자 이민자인 날 겨냥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반도체 부족에 차 못만들자 미 백악관 삼성전자 초청

    반도체 부족에 차 못만들자 미 백악관 삼성전자 초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12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최근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참여하는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테크기업이 다수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기업과 함께 반도체 부족 사태 여파와 향후 전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GM, 반도체위탁생산 전문업체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백악관 초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측은 반도체 공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와 관련 동맹국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여파로 심화됐다.코로나 여파로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팬데믹 기간 수요가 증가한 스마트폰과 랩톱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과 함께 신차 판매가 다시 증가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일부 공장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 북미 공장이 감산에 들어갔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NXP, 인피니온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한파로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수급난이 악화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에서 약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을 대상으로 170억 달러(약 19조)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하며 주 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곳을 설립하는 데 200억 달러(약 22조 7000억원)를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백악관 초대받은 삼성전자…미국 신규 투자 논의할 듯

    백악관 초대받은 삼성전자…미국 신규 투자 논의할 듯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2일 삼성전자, GM(제너럴모터스) 등 반도체·자동차 리더 기업들을 부른다. 차량용·스마트폰용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에 처하자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회유의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호출 명단’에는 삼성전자, GM,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에게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운영중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신설·증설과 관련해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물망에 올린 뒤 검토중인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신규 공장과 관련해 미국 주 정부와 세금혜택을 포함한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백악관의 호출을 받음에 따라 신규 투자 계획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경쟁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미국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도 백악관이 삼성전자에 신규 공장 관련한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업체 인텔은 지난달 23일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두곳을 새로 짓기로 했다. 대만의 TSMC도 지난해 12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이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유럽 등으로 분산돼 있어 향후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8년간 2조 3000억원에 달하는 인프라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간담회를 토대로 미국에 시설 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최대 40%를 법인세에서 공제한다는 ‘미국을 위한 반도체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의회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다만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에 긴밀하게 호응하는 것이 미국 주도의 ‘반중 동맹’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선 부담이 클 수 있다. 자칫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휘말리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측에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 뒤 미국 투자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양현종 제외 텍사스, 개막전서 14점 내주며 와르르

    양현종 제외 텍사스, 개막전서 14점 내주며 와르르

    빅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양현종(33)이 미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 메이저리그(MLB) 개막 로스터(26명)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원정길에 동행하며 언제든 빅리그 엔트리에 진입할 수 있는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 텍사스는 2021시즌 개막 당일인 2일(한국시간) 26인 로스터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26번째 선수는 좌완 영건 콜비 앨러드(24)였다. 텍사스는 “양현종과 헌터 우드는 ‘대체 캠프’로 이동한다”고 발표했다. MLB 구단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개막이 한 달 늦춰지며 ‘대체 캠프’를 운영한다. 텍사스는 대체 캠프를 마이너리그 트리플A 연고지 라운드록에 차린다. 하지만 양현종은 2~5일 캔사스시티 원정 길에 동행하며 ‘빅리그 콜업’에 대비한다. 텍사스는 양현종과 우드, 포수 드루 부테라, 내야수 앤더슨 테헤다, 외야수 아돌리스 가르시아를 택시 스쿼드로 지목했다. 택시 스쿼드는 MLB가 코로나19 때문에 콜업 받은 마이너리그 선수의 개인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만든 특별 규정이다. 이날 텍사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10-14로 무릎을 꿇었다. 선발 카일 깁슨이 볼넷 3개와 안타 4개를 묶어 5점을 내준 뒤 아웃카운트 단 1개만 잡고 강판당한 여파가 컸다. 양현종을 제치고 개막 로스터를 꿰찬 앨러드는 8회말 텍사스의 마지막 7번째 투수로 나와 초구 홈런을 맞는 등 1이닝 2피안타 1실점 했다. 시범경기 5경기 10이닝 12피안타 6실점(평균자책점 5.40) 10탈삼진을 올렸으나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양현종은 차분히 몸을 만들며 빅리그 진입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준비된 이의리·위력투 김진욱·만능투 장재영… 떴다 ‘믿보신’

    준비된 이의리·위력투 김진욱·만능투 장재영… 떴다 ‘믿보신’

    3일 개막하는 프로야구에서 1군에서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만한 신인 투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뜨거운 신인왕 경쟁을 예고했다.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실력에 다른 팀 코칭스태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kt 위즈의 소형준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하며 팀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이 소형준의 길을 걸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되는 선수는 이의리다. 이의리는 지난달 25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눈도장을 찍었다. 30일 kt전에서도 최고 시속 151㎞을 찍으며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예열을 마쳤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오는 4일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차전에 깜짝 선발로 이의리를 예고했을 정도로 기대가 크다. 김진욱은 5선발로 합류해 시즌을 시작한다. 김진욱은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5와3분의2이닝 2실점(비자책점) 4탈삼진을 기록했다. 롯데가 지난 2월 공개한 피칭랩을 시연한 선수가 김진욱이었을 정도로 구단의 관심도 남다르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김진욱은 분석할수록 놀라운 선수”라며 “오버핸드인데도 피칭 시 어깨나 팔꿈치의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두 선수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최근 “고교 수준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두 선수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을 이을 좌완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우완 장재영은 시범경기 성적이 4이닝 평균자책점 6.75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5경기 중 3경기가 무실점이다. 지난달 28일 KIA전에서는 세이브도 기록했다. 구속도 벌써 시속 150㎞를 넘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젊은 스타를 키운 조니 워싱턴 한화 이글스 코치는 한국에서 인상적인 투수로 장재영을 꼽으며 “좋은 속구와 변화구를 던진다”고 했을 정도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250명 공간에 4100명… 美 미성년 이민자 수용 역부족

    250명 공간에 4100명… 美 미성년 이민자 수용 역부족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텍사스 국경지대의 대표적인 수용시설인 도나 아동 수용시설 내부가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미국은 성인 이민자는 추방하지만 혼자서 밀입국하는 어린이는 돌려보내지 않아 최대 정원 250명인 이곳에 4100여명에 달하는 미성년 아이들이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플라스틱으로 허술하게 나눠진 300㎡(약 90평)의 막사에 무려 500명씩 수용한 열악한 실상이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민수속 뒤 보건복지부 시설을 거쳐 미국 내 가족이나 후원자들에게 인도된다. 도나 EPA 연합뉴스
  • “내가 먼저 잡았어”

    “내가 먼저 잡았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포워드 빅타리아 색스턴(왼쪽 두 번째)이 3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열린 전미대학협회(NCAA)농구 8강전에서 텍사스대 수비수와 리바운드를 다투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가 62-34로 크게 이겨 준결승전인 파이널 포에 진출했다. 샌안토니오 AP 연합뉴스
  • 자동차 이어 IT·가전까지… 전방위로 번지는 반도체 공급 대란

    자동차 이어 IT·가전까지… 전방위로 번지는 반도체 공급 대란

    지난해부터 예고된 전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대란이 현실화하며 산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부품 수급 문제로 현대차가 감산을 결정하는 등 완성차 업체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 소요 시간)이 지난 2월 평균 15주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해당 통계가 집계된 후 최장 기간으로, 리드타임이 길수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서 1월 사이 리드타임은 6.5일 늘었고, 1~2월 사이 6일이 더 늘어나는 등 추이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이 심상치 않다. 현대차는 4월 7~14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와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전날 밝혔다. 코나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 아이오닉 5는 전동화 모듈 수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현대차는 다른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부분 셧다운(가동중단)’ 사태를 맞은 와중에도 재고를 미리 확보해뒀다며 생산을 자신해왔다. 하지만 가뜩이나 공급부족에 시달리던 반도체 시장이 미국 텍사스주 폭설·한파와 일본 지진 등 자연재해로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들이 멈춰서는 사태를 맞으며 우리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쇼크’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4월 한 달 코나는 6000대, 아이오닉5는 6500대 가량 생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은 정보기술(IT)·가전 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중단은 전력관리칩(PMIC)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각종 제품 등에 두루 쓰이는 범용 부품 생산의 차질로 이어졌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당초 연초에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4년 만에 3억대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2분기부터 부품 부족 사태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도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2분기가 문제가 된다”고 우려한 바 했다. 특히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반도체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원가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테슬라는 중국에서 올해 출시한 SUV ‘모델Y’의 가격을 150만원 정도 인상했는데, 현지에선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원가 상승 요인 때문에 매출 호조에도 걱정은 오히려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산산조각난 스페이스X 시제품

    산산조각난 스페이스X 시제품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의 프로토타입(시제품) ‘SN11’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발사기지에서 착륙하다 폭발한 뒤 착륙 지점에서 8㎞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스타십 파편. 스타십 폭발은 이번이 네 번째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부터 스타십의 고고도 시험 비행에 착수했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우주선을 로켓 엔진 역추진을 통해 똑바로 세워 직립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보카치카 로이터 연합뉴스
  • 주문서 납품까지 하세월...산업계 번지는 반도체 공급대란

    주문서 납품까지 하세월...산업계 번지는 반도체 공급대란

    지난해부터 예고된 전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대란이 현실화하며 산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부품 수급 문제로 현대차가 감산을 결정하는 등 완성차 업체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 소요 시간)이 지난 2월 평균 15주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해당 통계가 집계된 후 최장 기간으로, 리드타임이 길수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서 1월 사이 리드타임은 6.5일 늘었고, 1~2월 사이 6일이 더 늘어나는 등 추이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이 심상치 않다. 현대차는 4월 7~14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와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전날 밝혔다. 코나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 아이오닉 5는 전동화 모듈 수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현대차는 다른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부분 셧다운(가동중단)’ 사태를 맞은 와중에도 재고를 미리 확보해뒀다며 생산을 자신해왔다. 하지만 가뜩이나 공급부족에 시달리던 반도체 시장이 미국 텍사스주 폭설·한파와 일본 지진 등 자연재해로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들이 멈춰서는 사태를 맞으며 우리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쇼크’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4월 한 달 코나는 6000대, 아이오닉5는 6500대 가량 생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은 정보기술(IT)·가전 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중단은 전력관리칩(PMIC)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각종 제품 등에 두루 쓰이는 범용 부품 생산의 차질로 이어졌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당초 연초에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4년 만에 3억대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2분기부터 부품 부족 사태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도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2분기가 문제가 된다”고 우려한 바 했다. 특히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반도체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원가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테슬라는 중국에서 올해 출시한 SUV ‘모델Y’의 가격을 150만원 정도 인상했는데, 현지에선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원가 상승 요인 때문에 매출 호조에도 걱정은 오히려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비닐텐트서 아이들 빽빽이 겨우 쪽잠…美 국경 이민자수용소 첫 공개

    비닐텐트서 아이들 빽빽이 겨우 쪽잠…美 국경 이민자수용소 첫 공개

    이민 행렬 몰려 美 성인 거부, 아이는 받아수용소 비닐 천막 안에 캠핑용 매트·이불250명 수용시설에 4100명, 포화상태 넘어최근 미국으로 미성년 이주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30일(현지시간) 텍사스에 있는 국경보호시설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아이들은 임시 텐트에 빼곡이 누워 쪽잠을 자는 수준의 열악한 환경이다. abc 방송 등은 이날 텍사스주 도나에 위치한 임시 텐트에 대해 수용인원이 250명이지만 4100명 이상이 기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중 83%인 3400명이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다. 이들이 나홀로 밀입국에 나서는 이유는 성인들의 경우 대부분 입국이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 지난달 9만 7000여명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가 73%에 달하는 7만 1000명이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미성년자도 가차없이 돌려보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이들은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민 절차가 길어졌고, 현재는 여기에 있는 인원의 절반 정도인 2000명 이상이 수용소에 대기할 수 있는 법정 제한시간인 72시간을 넘긴 상황이다. 임시 텐트에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빽빽히 들어찼고, 캠핑용 매트 위에서 역시 캠핑용 비상 담요를 덮고 잔다. 당국자는 48시간마다 아이들이 집에 전화할 수 있도록 한다며 본래 이민자 수용소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적합한 시설은 아니다”라고 abc방송에 말했다. 시설의 원래 목적이 아동 보호소가 아닌 이민자 수용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미 정부는 해당 시설에 500명 이상의 요원을 투입돼야 하고, 운영비도 월 1600만 달러(약 181억원)를 투입해야 한다.미 국경은 포화 상태를 넘어섰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미 온두라스 북부 산페드로술라의 버스 터미널에서 배낭을 짊어진 젊은 남녀와 어린아이 등 수백명이 과테말라 국경을 향해 도보 이동(캐러밴)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허리케인 등으로 먹고 살기조차 힘든 이들이 과테말라를 지나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것이다. 이런 캐러밴 일행은 본래 가족입국을 시도하지만 미 국경에 도착하면 브로커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만이라도 수용 시설에 보내게 된다는 게 미 언론들의 보도다. 국경을 넘은 아이들은 국경보호시설에 머물다가 정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수용된다. 만일 미국 내에 다른 가족이나 보호자가 있으면 이들에게 인계돼 망명 절차를 밟는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머스크 우주선 또 폭발… 하늘에서 우주 쓰레기 파편이 우수수

    머스크 우주선 또 폭발… 하늘에서 우주 쓰레기 파편이 우수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화성 이주 꿈’이 또 다시 산산 조각났다. 머스크 CEO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starship)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착륙 도중 폭발한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십 프로토타입 ‘SN11’은 30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발사장에서 이륙해 고도 10㎞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으나 착륙 과정에서 폭발했다. SN11은 착륙을 위해 엔진을 재점화하는 상황에서 이상이 발생했고, 이륙한 지 5분 49초만에 멈춰선 뒤 폭발로 이어졌다. 자세한 폭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스타십의 폭발은 이번이 네 번째다. 머스크 CEO는 시험 발사 30여분 뒤 “착륙을 시작된 후 얼마 안 돼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며 “이 부분을 조사하면 어떤 일이 생겼는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 존 인스프러커는 실시간 방송에서 “스타십 11호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착륙을 기다리지 말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스타십의 고고도 시험 비행에 착수했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우주선을 로켓 엔진 역추진을 통해 똑바로 세워 직립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십 SN10은 지난 3일 지상 안착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착륙 이후 약 3분 만에 폭발했다. SN8과 SN9도 착륙 시도 과정에서 지상 충돌로 폭발했다.이날 스타십 SN11 시험 발사는 짙은 안개가 낀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15층 건물 높이의 SN11은 정상적으로 상승했으나 직립 착륙을 위해 로켓 엔진을 재점화하는 상황에서 이상이 발생했고, 곧 폭발로 이어졌다. 스페이스X가 착륙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한 영상 카메라는 고장이 나면서 폭발 장면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나사스페이스플라이트닷컴이 공개한 영상에는 SN11이 폭발한 뒤 우주선 파편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스타십은 크기가 100m로 화물 100t과 사람 100명을 달과 화성에 실어나르겠다는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우주선이다. 머스크 CEO가 구상하는 스타십은 상업용 항공기와 유사하게 소규모 유지 보수와 연료 재충전만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그는 올해 스타십 고고도 시험 발사에 이어 궤도 비행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잇단 폭발 사고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스타십은 최근의 실패와 함께 궤도 비행을 준비하기는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1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배설이다. 2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설사다. 3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소화다. 10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근육이다. 100권의 ‘배설’이 모였다고 1권의 ‘근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 권의 ‘배설’보다 한 권의 ‘근육’이 낫다. 책에도 강도와 근육이 있고 이를 알아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차기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배설’을 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그 미지의 지도자에게 한 쌍의 아름다운 ‘근육’을 추천한다. 아쉽게도 아니면 공평하게도 이 두 책은 미국 학자들이 쓴 책이다.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와 마이클 세스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는 배설물 속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다. 전자가 철학적, 분석적 깊이로 무장했다면 후자는 역사학적 넓이와 통찰로 무장했다. 나는 피시킨의 ‘병목사회’가 한국에서 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텍사스대(오스틴)의 피시킨 교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세계 최강의 학벌을 가졌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병목사회’는 교육, 정의, 공정, 유전ㆍ환경, 역량, 발달기회, 기회균등, 노동시장 등의 어려운 문제를 기회다원주의라는 관점으로 다각적이면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피시킨의 깊이와 탁월함은 한국인들이 왜 교육지옥에서 사는지 명쾌하게 보여 준다. 공간병목(서울)과 대학병목(소수 명문대)이 강력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물리학(socio-physics)이다. 병목사회는 독점사회이자 부정의한 사회이다. 이를 다원기회구조로 바꾸는 게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는 철학적 원칙이 아니라 병목으로 인한 독점의 사회인프라를 다원기회의 사회인프라로 바꿀 때 세워진다. 따라서 ‘정의론’의 존 롤스는 틀렸다. 한국의 대학병목과 부동산 독점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또 다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과대평가됐다. 우리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철학자들의 정의론 때문에 헤매고 있었다. 정의론의 최후의 승자는 대학독점체제를 비롯한 모든 독점을 해체하고 다원기회구조의 구축을 강조한 피시킨과 세스다. 세스 교수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이하 ‘왜’)는 한국교육 100년의 파노라마를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서 보여 준다. 한국교육 100년의 결과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과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로 대별되는, ‘기적’과 ‘지옥’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왜’는 한국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박살낸다. 역대 교육정책에서 정부는 약했고 학부모들은 강했다. 학부모들은 박정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대학입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 대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이들은 교육당국과 대학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1965년 이화여대 총장인 김옥길은 대학정원제를 거부하고 배당된 정원보다 40%가 더 많은 학생을 불법으로 입학시켜 정부와 1년 넘게 험악하게 대치했다. 결과는 학부모와 이화여대의 승리였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 대학들은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대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서 5년 후 오히려 대학정원이 25% 증가했다. 학부모는 국가를 항상 이겼다. 수시ㆍ정시 논쟁에서 학부모들에게 밀려 문재인 정부는 정시를 늘렸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혁신학교 설치 반대에 서울교육청은 항복했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늘 그랬다. ‘왜’를 번역하고 해설한 교육학의 권위자 유성상 교수는 국가가 학부모를 이긴 적이 딱 두 번이라고 분석한다. 그것은 중학교 무시험제도(1969년)와 고교 평준화 정책(1974년)이었다. 이 정책들은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국가가 밀어붙여 한국교육에 획기적인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매우 드문 사례들이다. 세스 교수는 한국의 교육지옥이 “명문대 학위와 권력을 획득하는 데 전 국가적으로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한다. ‘병목사회’와 ‘왜’는 차기 대통령에게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누가 뭐래도 대학의 상향평준화를 밀어붙여야 한다. 대선 주자라면 읽고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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