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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스’ 장난감 총으로 강도행각 벌인 2인조

    ‘플스’ 장난감 총으로 강도행각 벌인 2인조

    게임처럼 범죄를 즐기던 2인조 강도가 쇠고랑을 찼다. 브라질 상파울로 경찰은 최근 오토바이를 타고 강도행각을 벌인 남자 2명을 긴급 체포했다. 용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증거를 챙기던 경찰은 한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용의자들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 때문이다. 권총은 용의자들이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에 숨겨져 있었다. 언뜻 보기에 권총은 진짜 같았지만 브랜드는 영 낯설었다. 권총에는 엉뚱하게도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찍혀 있었다.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외형만 그럴듯했지 권총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임용이었다. 장난감 범죄 소품으로 사용된 셈이다. 장난감이었지만 피해자 누구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현장감 넘치는 분장(?) 덕분이었다. 용의자들은 권총의 일부분을 제거하고 절연테이프를 칭칭 감아 장난감을 마치 오래 사용한 총기처럼 둔갑시켰다. 그런 총을 들고 허리춤에 꼽고 나서자 범행은 쉬웠다. 용의자들이 마지막으로 강도행각을 벌인 곳은 산타 테레신하라는 곳이다. 한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2인조 강도에게 소지품을 몽땅 빼앗겼다. 총을 겨누며 협박하는 강도에게 남자는 갖고 있던 돈과 귀중품을 모두 건냈다. 플라스틱 장난감 총이라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은 "허술하게 테이프를 감은 게 오히려 진짜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며 "피해자들이 감쪽같이 속아 강도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사진=브라질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글로벌 인사이트] 술에 망가지고 드론에 뚫리고… 불안한 美 백악관 비밀경호국

    [글로벌 인사이트] 술에 망가지고 드론에 뚫리고… 불안한 美 백악관 비밀경호국

    장면 하나. 지난해 9월 19일 40대 남성이 백악관 외곽 담을 무단으로 넘은 뒤 180m쯤 질주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침실이 있는 중앙관저 현관문을 가로질러 대통령 연설 장소로 쓰이는 이스트룸까지 직행했다. 가까스로 붙잡은 그의 손에는 9㎝의 접이식 칼이 쥐여 있었다. 장면 둘. 지난달 4일 미국 비밀경호국(USSS) 요원 두 명이 탄 차량이 백악관 폐쇄 구역으로 들어간 뒤 보안 테이프를 뚫고 달리다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았다. 조사 결과 USSS 요원들이 음주운전을 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경호하는 고위직 요원들이었다. 장면 셋. 이쯤이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법도 한데 19일 오후 10시 25분쯤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에서 다시 침입자가 붙잡혔다. 대낮에도 허가받은 관광객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야간에 뚫린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건들이 미국의 심장부인 백악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면서 백악관을 지키는 비밀경호국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최정예 요원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최근 들어 발생한 각종 경호 실패 및 요원들의 기강 해이 사건들은 안팎으로 실망을 안기고 있다. 비밀경호국의 허술한 경호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9월 텍사스 출신 오마르 곤살레스(43)가 백악관 담을 무단으로 넘어 이스트룸에 도달할 때까지 요원들이 그를 저지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던 사건이다. 당시 비밀경호국은 곤살레스가 중앙관저 현관문 앞에서 요원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스트룸까지 침입했던 것으로 드러나 거짓말 논란도 일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국토안보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곤살레스 사건 당시 비밀경호국 경보 체계와 무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가 칼을 갖고 있었던 사실도 몰랐다. 이 때문에 경비견도 움직이지 못했고 그를 저지하기 위한 살상용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경호국의 부실한 경호는 곤살레스 사건에 앞서 같은 달 16일 애틀랜타의 한 호텔에서 세 차례 폭력 전과가 있는 사설 계약직 경호원이 총을 가진 상태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더욱 거센 비난을 받았다. 범죄 경력자가 대통령에게 근접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경호국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경호국 직원 외에는 총기를 소유할 수 없는데도 몸수색도 없이 지근거리 경호를 맡긴 것이다. 이 같은 경호 실패가 잇따라 발생하자 줄리아 피어슨 비밀경호국장이 지난해 10월 결국 사임했다. 여성 첫 비밀경호국 수장으로 주목받았던 피어슨 국장이 1년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밀경호국 출신 보안 전문가 조지프 클랜시를 국장대행으로 앉혔다. 조직 쇄신에 나선 클랜시 대행은 2인자인 AT 스미스 차장과 부국장 4명 등 고위직을 모두 교체한 뒤 지난 2월 18일 비밀경호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경호국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국방부 산하 국립지리정보국(NGA) 소속의 한 요원이 백악관 인근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채 친구의 상업용 소형 드론(무인기)을 날렸다가 드론이 백악관 건물 남동쪽을 들이받은 뒤 정원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이를 목격한 경계 근무 요원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드론이 백악관 건물에 충돌한 것은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다행히 인도 방문 중이었다. 비밀경호국은 지난 2월 25일 뒤늦게 드론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근무 태만과 성매매, 국가 기밀 유출 등의 기강 해이는 최근 몇 년 새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3월 고위직 요원 2명이 술을 마신 뒤 관용차를 몰고 백악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은 사건은 5일이 지난 후에야 클랜시 국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줬다. 미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 제이슨 샤페즈 위원장 등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국장 교체 등 최근의 변화 노력이 충분한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클랜시 국장은 지난달 17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요원 훈련용으로 백악관 실물 모형을 건설하겠다며 예산 800만 달러(약 87억원)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산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비밀경호국은 최근에도 고위 직원의 부하 여직원 성추행 의혹, 경비부 소속 한 요원의 기물 파손 혐의 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랜시 국장은 “이 같은 일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해 직무정치 처분을 내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새로 출범한 클랜시호가 계속 흔들리고 있어 조직 안정과 예산 확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길섶에서] 여백/문소영 논설위원

    시인 최영미의 아파트는 책도 가구도 없이 텅 비었는데 그 빈자리에 추상표현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의 포스터가 스카치테이프로 네 귀를 대충 붙인 채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7년 초여름이다. 최 시인이 전해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보고서 산문집 ‘시대의 우울’을 막 냈다. 수십 개의 미술관에서 수많은 명화를 봤을 터인데 그는 미술관 아트숍에서 딱 한 장의 포스터를 샀고, 그것이 로스코의 작품이라고 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나와 홍대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뒤 석사 논문은 ‘정육점의 화가’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는데, 그는 사실 로스코를 더 사랑했던 것일까. 그는 첫 시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표지에 로스코의 작품을 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전시가 6월 28일까지 열린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라고 보도되고 있다. 유명인이 사랑한다고 해야 더 좋은 그림은 아닌데 그 마케팅이 촌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잡스빠’로서 괜히 흐뭇하다. 오랜만에 주말 이틀 모두 휴무라 구경이나 가야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분데스리가 ‘코리안 골잔치’

    소문난 잔치에 골도 많이 터졌다. 12일 독일 마인츠의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마인츠05의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8라운드에서 마인츠의 박주호(28)·구자철(26)과 레버쿠젠 손흥민(왼쪽·22) 등이 나란히 선발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코리안 더비’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들은 이날 경기에서 나온 5골 가운데 절반이 넘는 3골을 책임졌다. 손흥민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전반 15분 단짝 하칸 찰하노글루(오른쪽)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9일 파더보른전(16골) 이후 1개월 4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손흥민은 이로써 분데스리가 역대 한국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 경신에 청신호를 켰다. 지금까지 기록은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시즌 기록한 19골. 시즌 종료(5월 23일)까지 레버쿠젠은 6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손흥민의 기록 경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의 올 시즌 골 내역은 이날 정규리그 11호째와 앞선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골 등 모두 17골이다. 후반 14분 슈테판 키슬링, 28분 찰하노글루의 연속 득점으로 3-0까지 달아나 싱겁게 끝나는 듯했던 경기는 구자철이 후반 페널티킥으로만 두 골을 넣으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마인츠가 0-3으로 뒤지던 후반 33분 구자철은 오카자키 신지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첫 번째 만회골을 넣었다. 지난달 15일 아우크스부르크를 상대로 2호골을 작성한 지 약 한 달 만의 3호골. 44분에는 자이로 삼페리오가 얻은 페널티킥까지 차 넣어 리그 4호 골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마인츠는 구자철의 두 번째 페널티킥을 마지막으로 추격을 접고 2-3으로 패했다. 레버쿠젠은 최근 6연승과 함께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를 내달려 14승9무5패, 리그 4위 자리를 지켰다. 마인츠는 6승13무9패로 12위에 머물렀다. 구자철과 나란히 5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왼쪽 수비수 박주호도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지켰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성완종 메모 발견, 시신 바지 주머니에서 나와..홍준표‧홍문종‧허태열‧김기춘 언급..이유보니?

    성완종 메모 발견, 시신 바지 주머니에서 나와..홍준표‧홍문종‧허태열‧김기춘 언급..이유보니?

    성완종 메모 발견 자원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바지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과 돈 액수가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됐다.10일 검·경 등에 따르면 이 리스트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 달러,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2억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1억원, 이름 없이 ‘부산시장’ 2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도 금액 없이 기재돼 있었다.김 전 비서실장의 경우 2006년 9월 26일이란 날짜도 기재돼 있었다. 이 메모는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에 대해 허태열 전 실장은 “그런 일은 모르고, 있지도 않다”고 했고, 김기춘 전 실장은 “황당무계한 얘기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놓았다.유정복 시장 측은 “(유 시장은) 성 전 회장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데, 이름이 나와 황당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홍준표 지사 측 관계자도 “홍 지사는 친박도 아니고 성 전 회장과 친분도 전혀 없다”며 “한마디로 황당한 소설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한편, 앞서 경향신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오전 6시 경향신문과 가진 50분간 전화 통화에서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한화 1억910만원), 허 전 실장에게 현금 7억원을 각각 전달했다”고 말했다.이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 (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는 등 상세한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이에 따라 두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인 지난 9일 오전 6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녹취 테이프를 확보해 수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 테이프를 수사 단서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 서울신문DB (홍준표‧홍문종‧허태열‧김기춘, 성완종 메모)뉴스팀 chkim@seoul.co.kr
  • ‘청테이프 개통’ 호남선 KTX 이번엔 역주행 소동

    개통 첫날부터 고장난 부품을 청테이프로 붙이고 달렸던 호남선 KTX 열차가 잇따른 사고로 벌써부터 이용객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5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3시쯤 전북 익산역과 공주역 사이 5.3㎞ 구간의 전기공급이 끊겨 목포를 출발해 용산으로 향하던 KTX 516 열차가 익산역 상행 1㎞ 지점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이 때문에 열차는 익산역으로 후진한 뒤 선로를 바꿔 운행했다. 달리던 기차가 갑자기 멈춘 후 역주행을 하자 승객들이 불안해 고성을 지르고 항의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사고 원인은 선로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신주에 지어진 까치집으로 인해 단전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열차 3대의 운행이 8~33분 지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제실에서 단전을 발견하고 신속히 조처를 하는 과정에서 후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에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역 인근 다리 위에서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광주송정역으로 향하던 KTX 511호 열차가 신호장치 장애로 3분가량 멈춰 서기도 했다. 이에 앞서 호남선 KTX 개통 첫날에도 차체 장치 일부가 파손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운행해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2일 낮 12시 5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호남선 KTX 515 열차는 광명역에서 차량 맨 앞쪽 외부 측면의 와셔액 주입구 잠금장치 덮개가 풀려 열차 반대방향으로 젖혀진 것이 발견됐다. 이를 정비하지 못한 열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속 190~230㎞로 감속 운행했다. 가까스로 전북 익산역에 도착한 이 열차는 가로·세로 각각 90㎝ 크기의 와셔액 주입구 덮개를 청테이프로 응급 고정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청테이프가 운행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정읍역에서 청테이프를 재고정한 뒤 운행했으나 예정보다 17분 늦은 오후 2시 15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쪽방 체험하는 문재인…새정치, 정당 최초로 정책엑스포 열어

    쪽방 체험하는 문재인…새정치, 정당 최초로 정책엑스포 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6일부터 사흘간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를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 테이프 커팅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이번 엑스포에서 130명의 소속 의원들은 정장 대신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참석했다. 최근 국회 주변에 벚꽃이 피기 시작한데다 당이 마련한 106개 ‘몽골텐트형’ 부스 주변에 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국회 주변에는 마치 ‘정책 놀이터’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커팅식의 사회를 맡은 윤관석 의원은 “정책과 벚꽃으로 국회를 덮겠다”면서 이번 행사가 ‘축제의 장’이 되기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표를 필두로 김진표 정책엑스포 조직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문희상, 김한길, 박영선, 박지원, 안철수 의원 등 당내 주요 인사가 대거 출동해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과시했다. 문재인 대표는 부스를 돌아보다 주거빈곤 부스에 들러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컨테이너에 마련된 쪽방 침대에 누워 주거빈곤 체험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첫 토론회인 ‘왜 소득주도 성장인가’ 토론회의 발제를 맡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성장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여의도에만 있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민 참여’를 첫 손가락으로 꼽으며 정책을 주제로 시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의 참여 없는 엑스포는 의미가 없다”고 했고, 우윤근 원내대표는 “각 계층의 얘기들이 정책 부스마다 꽃피고, 을(乙)을 위한 정치·정책 집합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은 이번 엑스포에 200만명 이상 시민들이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 평판 사회] 체면문화가 낳은 과대포장

    [新 평판 사회] 체면문화가 낳은 과대포장

    회사원 허모씨(31세)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외국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세트를 선물받았다. 브랜드 로고가 디자인된 종이 가방 안에는 리본, 코르사주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두꺼운 하드보드지 소재의 박스가 담겨 있었다. 고급스러운 박스 포장을 보고 기대에 부풀어 풀어 본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15㎝가량 깊이의 상자에는 흰색 종이 충전재가 가득 차 있었고, 정작 들어 있는 상품은 50㎖ 용량의 영양 크림과 작은 샘플 두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허씨가 처음부터 50㎖ 용량에 맞게 포장된, 미니 사이즈의 선물을 받았더라면 기분이 어땠을까? 업계에서 과대포장은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대포장이란 제품을 더 크게, 혹은 더 좋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비싼 재료로 만든 호화 포장이나, 제품 크기보다 지나치게 큰 포장을 말한다. 상대방에게 성의를 표시하기 위한 선물용일수록 포장이 제품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1993년부터 포장 용기의 포장 공간 비율은 상품 크기의 10~35%, 포장 횟수는 2차 이내로 제한하는 식으로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9월 대학생들이 과자 180여 봉지를 테이프로 이어 붙인 뒤 랩을 씌워 2인용 과자 뗏목을 만들어 한강 900m를 건넌 퍼포먼스로 과자 업계의 과대포장 관행을 꼬집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경부가 과자 포장에 대한 규제(포장 공간 비율 35% 이하)를 2013년 신설했지만 과대포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과대포장은 과대광고처럼 소비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눈속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금전적 피해를 끼치는 데다 지나친 쓰레기로 환경오염까지 유발한다. 업체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놓을 경우 훨씬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털어놓는다. 과대포장으로 비싸게 보여 판매 가격은 올리고 제품은 적게 넣어 원가를 절감한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찾고 명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크고 화려한 포장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과대포장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논리인 셈이다. 광고 업계에서도 과대포장은 비싼 제품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허세와 허영을 노린 상술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시각이 많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아직 선진국 수준의 건전한 소비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명품을 선호하고 또 ‘비싼 것=명품’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면서 “이런 풍토가 제품력을 높이는 대신 과대포장을 통해 명품처럼 보이려는 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업체들을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실리를 중시하는 서구와 달리 한국의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체면 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제품을 고를 때 제품의 실질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등 제품의 외부 요소가 구매에 영향을 더 끼친다는 조사도 있다. 명절 선물로 재래시장에서 파는 허름한 박스에 담긴 실속 사과보다 깔끔하고 폼 나는 박스에 담긴 대형 유통업체의 제품을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선호하는 심리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대포장은 소비자의 허영을 노린 상술인 만큼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허례허식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업체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과대포장을 줄인 오리온의 ‘착한 포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오리온은 2014년 11월 23개 제품의 과대포장을 스스로 개선했다. 질소 과자를 풍자한 대학생들의 과자 퍼포먼스가 나온 지 2개월 직후였다. 한 상자에 7개 들어 있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1개를 추가했고, 썬·눈을감자 등은 내용물을 5%가량 늘렸다. 포카칩, 참붕어빵 등 16종 제품은 35%인 포장 내 빈 공간의 비율을 규제보다 10%가량 줄인 25% 이하로 축소했다. 당시 사내·외에서는 원가 상승에 따른 이익 축소를 우려하는 시선이 팽배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착한 프로젝트’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용량을 늘리는 식으로 과대포장 문제를 개선한 제품 23종의 최근 3개월(12~2월) 매출은 개선 전 3개월(9~11월)보다 15%가량 늘었다. 특히 질소 충전재 함량을 대폭 줄인 스낵류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 점도 눈길을 끈다. 오리온 관계자는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스낵 판매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대한 호응 덕분에 소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3개월 만에 썬 매출은 59억원에서 75억원으로, 포카칩 매출은 338억원에서 385억원으로 늘었다. 오리온은 이에 힘입어 지난 2월부터 ‘착한 포장’ 2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해 잉크 사용량을 연 88t 줄이는 등의 내용이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포장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지만 지나친 과대포장은 결국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만 주게 된다”면서 “적정 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코오롱그룹] 싸고 질긴 나일론 1963년 첫 생산… 한국 섬유역사 산증인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코오롱그룹] 싸고 질긴 나일론 1963년 첫 생산… 한국 섬유역사 산증인

    코오롱그룹의 역사는 대한민국 섬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4년 12월 고 이동찬 명예회장이 설립한 개명상사는 당시 생소한 나일론사를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나일론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터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양말은 물론 의류까지 나일론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사업이 번창했다. 코오롱(KOLON) 이름도 코리아+나일론(Korea+Nylon)의 합성어다. 한국 기업 최초의 영어 사명으로 ‘KORLON’으로 표기하다 1968년 ‘KOLON’으로 변경됐다. 고 이원만 창업주와 고 이동찬 명예회장은 1957년 4월 12일 한국 최초의 나일론 제조회사인 한국나이롱주식회사(현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설립했다. 스트레치 나일론 생산쯤은 우리 손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다는 각오로 설립한 회사다. 같은 해 11월 스트레치 나일론 공장 건립의 첫 삽을 떴고 이듬해인 1958년 10월 총건평 1500평의 공장을 준공했다. 싸고 질긴 합성섬유를 접한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열광했다. 그 덕분에 1963년에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한 일일 생산 2.5t 규모의 나일론원사제조 공장은 4년 만인 1967년 4배가 성장해 하루 10t의 나일론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도약했다. 초기 코오롱의 전성기이기도 하다. 1960년대 섬유제품의 수출은 주로 수입된 섬유를 가공해 수출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오롱은 섬유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선 저렴한 가격에 원사를 확보하는 일이 필수라고 생각해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에 돌입했다. 결국 코오롱은 이를 기반으로 1973년 타이어코드 사업에도 진출했다. 등산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했던 1970년대, 코오롱상사는 코오롱스포츠 브랜드를 출시해 등산의류와 용품 등을 선보였다. 창립 20주년을 맞으면서 코오롱은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기존 섬유사업 외 필름, 비디오테이프, 메디컬사업 등 비섬유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1988년에는 정보기술(IT) 소재필름을, 1991년에는 냉동·냉장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나일론 필름을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연산 1000만권 규모의 비디오테이프 공장을 준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코오롱은 199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0~1만분의1에 불과한 초극세사를 이용하는 첨단 섬유소재 샤무드를 생산했다. 2002년에는 액정표시장치용 광학산 필름과 프리즘 필름을,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강철보다 강한 섬유 헤라크론(아라미드) 양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의 포트폴리오는 첨단부품과 소재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계열사 간 합병과 사업부문의 분할도 진행했다. 모기업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2007년 코오롱유화㈜의 합병, 2008년 원사사업부문 물적 분할, 지난해 8월 FnC코오롱㈜와의 합병법인을 출범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코오롱그룹은 또 2009년 12월 3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코오롱은 또 한번 변신 중이다. 화학섬유 제조와 건설, 무역에 주력하던 사업 영역을 하이테크 산업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과 웨어러블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티슈진-C’를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유기태양전지 제조 분야에 주력한다. 유기태양전지는 유기물 기반으로 제작된 태양전지로 기존 무기태양전지에 비해 가볍고 유연하며 형태 및 색상 구현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태양전지는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의류, 포장지, 벽지, 소형 전자기기 등 사용 범위도 다양하다. 코오롱글로텍㈜은 국내 최초로 섬유에 전자회로를 인쇄해 전류를 흐르게 한 전자섬유를 상용화했다. 히텍스(HeaTex)란 이름의 섬유는 전류 및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전류가 흐를 수 없다고 인식됐던 섬유에 전류를 흐르게 함으로써 웨어러블 컴퓨터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전기로 열을 내는 아웃도어 의류에 적용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3년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용 수분제어장치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는 연구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됐다. 코오롱은 미래신수종 산업 발굴과 인재 육성을 위해 2011년 8월 대전 카이스트(KAIST) 내에 ‘코오롱-KAIST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아울러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약 2464억원을 투자해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R&D)센터인 ‘미래기술원’도 신규 건립할 계획이다. 2017년 8월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은 향후 100년을 책임질 기업의 싱크탱크이기도 하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우디 왕자의 급이 다른 ‘방산비리 레전드’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사우디 왕자의 급이 다른 ‘방산비리 레전드’

    국제적 규모의 대규모 종교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예멘 사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투기 100대와 15만 명 이상의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국이자 풍부한 오일 머니로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의 무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한 중동의 부국(富國)이다. 특히 왕족들 가운데 소위 말하는 ‘군사 마니아’가 많아 좋다는 무기는 국적 불문하고 도입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제 M60A1과 프랑스제 AMX-30 전차를 쓰다가 걸프전 이후 미국제 M1 전차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자 곧바로 M1A1과 M1A2 전차를 구매했고, 프랑스제 라파예트급 스텔스 호위함이 멋지다고 여기에 오리지널보다 더 강력한 옵션을 장착해서 들여오기도 했다. 전투기는 미국제 F-15부터 유럽제 유로파이터와 토네이도까지 좋다는 전투기는 닥치는 대로 사들였고, 최근에는 중국제 전투기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무기시장에서 워낙 손이 큰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쯤 되면 세계 각국의 방산업체들이 사우디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만도 하지만 사우디는 국제무기시장에서 ‘글로벌 호갱’ 취급을 받고 있다. -같은 무기 다른 가격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전투기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국방부 승인을 거쳐 방위사업청이 입찰공고를 낸다. 여러 나라의 전투기 제조사들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 가격을 써내면 방위사업청은 몇 달에 걸쳐 전투기의 성능과 제안서에 나온 절충교역 조건,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종을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여러 조건 가운데 가격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전투기를 파려는 업체들은 가급적 마진을 줄이고 최대한 낮은 가격을 써 내야 한다. 경쟁 입찰을 거친 무기 도입 방식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화되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제왕정 국가이다. 국왕이 군 최고통수권자이며, 국방장관과 각 군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는 모두 왕족이 독식한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북한의 구호처럼 국왕이나 왕족이 어떤 무기를 사야겠다고 결심했으면 그것으로 의사결정과정은 끝이다. 지난 2011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미국으로부터 무려 60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94억 달러는 F-15SA 전투기 84대를 신규 구매하고 70대의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 비용이었고, 나머지 300억 달러는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70대와 UH-60M 블랙호크 헬기 72대, AH-6 리틀버드 헬기 36대 등 180여 대의 헬기를 구입하는 비용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었을까?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입한 F-15SA 전투기 신규생산 기체 가격은 비슷한 시기 같은 기종을 도입한 우리나라나 싱가포르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대당 1억 3천만 달러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기존의 전투기 72대를 개량하는 사업 역시 레이더와 전자장비, 엔진을 모두 뜯어내고 새로 교체한다 하더라도 대당 1억 달러를 넘을 수가 없다. 84대 신규 기체 도입에 72대 개량이라면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2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하지만 사우디는 294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94억 달러는 어디 갔을까? 최근 최신형 아파치인 AH-64E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대당 약 5,100만 달러 수준에 36대를 도입했다. 예비 엔진과 롱보우 레이더, 무장을 얼마나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풀옵션에 향후 수십 년치 예비 부품까지 도입하더라도 대당 8,000만 달러는 넘는 경우는 없었다. UH-60M 헬기도 최근 대만이 ‘중국 변수’라는 문제 때문에 5,500만 달러라는 바가지를 쓰기는 했지만 대당 1,800~2,500만 달러 수준에 판매되고 있으며, 소형 헬기인 AH-6i는 대당 1,300만 달러 같은 계열인 훈련용 MD530 헬기는 1,000만 달러를 넘지 않기 때문에 이들 헬기 도입 비용은 향후 수십 년치 수리부속 등 풀옵션 가격으로 산정하더라도 150억 달러를 넘을 수가 없다. 사우디가 헬기 구입에 3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으니 나머지 150억 달러는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일까? -권력과 돈으로 비리도 덮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를 도입할 때는 거의 매번 거액의 리베이트 이야기가 오고갔고, 그들이 도입하는 무기의 가격은 비슷한 시기 다른 나라의 동일 무기 구입 가격보다 언제나 비쌌다. 하지만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군의 무기 도입 사업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었다.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무기도입 사업은 언제나 왕실이 개입했고, 전제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히 왕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이러한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은 재무부를 통해 집행되는 정식 예산이 아니라 석유 판매 대금으로 조성되는 특별 회계 예산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별도의 회계 감사가 없어 얼마나 많은 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 판매대금을 이용한 정부 회계 외 거래는 일명 ‘야마마 사업(Al-Yamama Project)'라 불리는데, 이 야마마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챙긴 인물이 있었다. 20년 넘게 주미대사를 지내며 ’아랍의 키신저‘라 불렸던 반다르 빈 술탄(Bandar bin Sultan) 왕자였다. 반다르 왕자는 1985년 당시 영국 최대의 무기업체인 BAE와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로서는 최신형이었던 토네이도(Tornado) 전투기 72대와 호크(Hawk) 훈련기 30대 등 항공기 100여 대 등을 무려 430억 파운드(약 70조 원)에 구매하는 사업이었다. 반다르 왕자는 이 사업을 중개해주는 대가로 BAE로부터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았다. BAE는 3개월에 한 번씩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 명의로 된 2개의 계좌에 3,000만 파운드를 송금했고, 이러한 분할 송금은 약 1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BAE가 반다르 왕자에게 지급한 리베이트는 약 10억 파운드, 우리 돈 약 1조 7,000억 원 규모였다. 리베이트가 송금된 계좌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 명의였지만 반다르 왕자는 이 계좌를 개인 개좌로 이용했고, 리베이트로 받은 돈 일부로 에어버스 A340 전용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 : Serious Fraud Office)이 관련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2004년부터 조사에 착수한 것이었다. 중대비리조사청은 약 2년여 간의 조사에서 BAE와 반다르 왕자 사이의 검은 거래에 대한 증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반다르 왕자와 사우디 왕실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뒤지기 시작했다. 영국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비리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즉각 영국정부에 항의하면서 “수사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현재 협상 중인 유로파이터 전투기 구매 협상을 취소하고 프랑스 전투기를 구매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결국 토니 블레어 총리는 2006년 12월 법무장관을 불러 수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수사팀은 해체됐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중단시킨 정부의 결정에 격분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을 런던의 한 식당 앞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이 사실을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지에 제보한 것이었다. 이 자료들은 문서 32,000페이지, 녹음테이프 81개 등 방대한 양이었다. BAE와 반다르 왕자의 지저분한 거래는 대서특필되었고, 사우디 왕실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전 세계인의 비웃음을 샀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왕실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가디언지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내놓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디언지 뿐만 아니라 BBC 방송까지 반다르 왕자의 비리를 다룬 특집 보도를 연달아 터트리면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야당인 보수당은 외압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2008년 4월 영국 고등법원은 “중대비리조사청이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BAE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중단한 것은 불법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든 사법권 행사를 방해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익이냐 정의냐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이 법정공방은 당시 진행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 법정 공방 덕분에 B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극도로 몸을 사렸고, 이 때문에 사우디 공군은 창설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제값주고’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입한 유로파이터 전투기의 가격은 대당 약 1억 달러였다. 사우디 공군은 도입계약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이번 거래에서 단 한 푼의 뇌물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해당 거래는 깨끗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기종을 구매했던 다른 나라보다 더 싸게 구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우디 왕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도입에서 생긴 ‘손실’을 다른 곳에서 챙길 수 있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72대를 구매한지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아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또 시작한 것이었다. 이 전투기 도입 사업이 앞서 언급했던 300억 달러 규모의 F-15SA 도입 사업이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은 F-15 계열 193대와 유로파이터 타이푼 72대, 토네이도 ADV 24대 등 30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려 84대나 되는 F-15SA를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72대의 최신형 전투기를 구매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구매선을 바꿔 정상 가격의 2배 이상의 돈을 주고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것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는 격’이다. 소신과 패기로 뭉쳤던 영국 중대비리조사청 검사들이 정치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초대형 방산비리 사건을 세상에 알린 것처럼 미국에도 이번 사우디의 ‘이상한 무기 거래’를 파헤칠 검사들이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고졸 알바 인생에 봄은 오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후 9시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의 한 원룸. “건물에서 탄내와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억지로 문을 뜯고 들어갔다. 4.96㎡(3.5평) 남짓한 좁은 원룸에는 찌그러진 생수병, 전자레인지, 우산, 운동화, 비닐백, 냄비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책상에는 먹다 남은 소주와 맥주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한편에선 번개탄이 타고 남은 재가 눈에 띄었다. 창문과 출입문은 모두 누런색 비닐테이프로 밀폐된 상태였다. 화장실에서 한 청년이 발견됐다. 이미 맥박과 호흡이 정지된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을 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목숨을 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지난해 4월 말부터 이 원룸에 세 들어 살던 구모(25)씨다. 그전까지 수원에서 형과 함께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하겠다”며 호기롭게 형의 품을 떠났지만 고졸 학력이 전부였던 터라 취업이 쉽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대학동의 고시촌 원룸에 자리를 잡았다. 호프집 종업원과 치킨집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세 39만원(보증금 100만원)을 내고 생계를 이어 가기에도 버거웠다. 3.5평짜리 원룸을 탈출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 한모(71)씨는 구씨에 대해 “너무 착실한 젊은이였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한 한두달을 빼면 방세도 밀린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고교 시절부터 앓았던 조울증도 구씨를 괴롭혔던 듯 보인다. 훈련소만 3번 퇴소한 끝에 2013년 의가사 제대를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19일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 조사 결과 경제적 어려움 등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경찰서 곳곳에는 “청년 실업률 11.1%, 갈 곳 없는 ‘이태백’”이라는 제목으로 1면을 장식한 조간신문들이 나뒹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車 이어 전자·외식업체까지… 日 대기업發 임금인상 중소기업도 동참하나

    엔저의 ‘순풍’을 타며 실적 개선을 이룬 일본 대기업들이 ‘화끈한’ 임금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테이프는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가 끊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도요타는 18일 올해 월 기본급을 4000엔(약 3만 7000원) 올린다고 밝혔다. 이는 노조의 요구에 사측이 답하는 현행 임금협상 방식이 2002년 도입된 이래 도요타가 단행한 임금 인상 중 가장 큰 폭이다. 이에 뒤질세라 닛산자동차가 5000엔 인상을 발표했고, 혼다도 3400엔으로 뒤를 이었다. ●도시바 등 엔저 순풍타고 최대폭 인상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 6대 전자기기 업체들도 나란히 3000엔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 역시 1998년 현재의 협상 방식이 도입된 이후 가장 큰 인상 폭이다. 외식 업계에서도 최대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스카이 라크가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월 4300엔 인상을 발표했고, 쇠고기 덮밥(규동) 체인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 홀딩스도 2000엔을 올린다고 밝혔다.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경영자 측은 기본급 인상에 매우 신중하게 대응해 왔지만 경제를 선순환시키고, 축소 경제에서 확대 경제로 바꿔 가야 하기 때문에 기업 측이 과감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 쇄도에 지난해 소비세 증세로 위축된 일본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엔화 약세로 덕을 본 수출 대기업과 달리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타격을 입은 곳이 많아 향후 이뤄질 중소기업의 임금 협상 결과가 올해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수출 업체 많은 중기들 협상 난항 예고 일본 최대 노조단체 렌고의 고가 노부아키 회장은 “디플레이션 탈피와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과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이 중요하다”며 “춘투(봄철 임금 협상)는 지금이 고비”라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육상선수 결승선서 女진행요원과 충돌…도대체 무슨 일?

    육상선수 결승선서 女진행요원과 충돌…도대체 무슨 일?

    미국에서 열린 한 육상 경기 ‘남자 400미터 달리기’에서 결승선 테이프를 드는 진행요원과 선수가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뉴욕 아모리 트랙(Armory Track)에서 남자 400미터 경기 도중, 1위로 결승점을 들어서던 테일러 맥러플린 선수가 결승선 테이프를 들고 있던 진행요원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다. 이후 선수들은 트랙을 돌아 결승점을 앞둔 직선 코스에 들어선다. 그러나 이때 결승점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초록색 상의를 입은 진행요원 두 명이 뒤늦게 결승선 테이프를 펼쳐든 것. 더구나 진행요원 한 명이 테이프를 놓치는 실수를 하면서 이내 사고로 연결된다. 진행요원이 바닥에 떨어진 테이프를 잡으려는 찰나, 결승전에 들어오던 선수와 그대로 충돌한 것. 이 충격으로 진행요원은 선수와 함께 바닥에 나자빠진다. 이날 맥러플린 선수는 대회 신기록까지 세워가며 일등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는 라인 이탈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사진 영상=John Keklak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피노키오+상속자들’ 박신혜, 4년 연속 일본 단독 팬미팅 성료

    ‘피노키오+상속자들’ 박신혜, 4년 연속 일본 단독 팬미팅 성료

    한류스타 박신혜(25)가 4년 연속 일본 단독 팬미팅을 성황리에 마쳤다고 소속사 S.A.L.T엔터테인먼트가 17일 밝혔다. 박신혜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두 차례 공연을 열어 올해 아시아투어 ‘드림 오브 엔젤’(Dream of Angel)의 테이프를 끊었다. 박신혜는 최근 마친 드라마 ‘피노키오’의 뒷얘기를 들려주며 ‘피노키오’ OST 등 7곡을 무대에서 불렀다. 박신혜는 팬미팅에서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은 저의 빈 구석구석을 채워주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인 것 같다. 그 응원과 사랑으로 저를 꼭꼭 채워 앞으로도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박신혜 주연 드라마 ‘피노키오’와 ‘상속자들’이 내달 나란히 방송을 앞두고 있다. ’피노키오’를 방송하는 한류드라마 전문채널 위성극장은 ‘피노키오’의 일본 첫방송을 앞두고 박신혜의 스페셜 공개방송을 내보낸다. 소속사는 “위성극장이 한국 드라마 방송을 앞두고 남자 배우 초청 특집을 방송한 경우는 있었으나 여배우를 게스트로 초청해 특집 공개방송을 편성한 것은 박신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륜있게, 격렬하게, 풋풋하게…3인3색 지젤의 춤 보러오세요”

    “연륜있게, 격렬하게, 풋풋하게…3인3색 지젤의 춤 보러오세요”

    “지젤은 극한의 사랑도 느끼고 연인의 배신으로 극한의 좌절도 겪어요. 감정의 넘나듦이 굉장히 크죠. 보다 자연스럽고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로 극과 극의 감정 분출을 잘 조절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겁니다.”(김지영) “지젤은 상체 위주의 발레예요. 장점인 긴 팔로 좀 더 디테일하게 감정선을 드러내려 해요. 사랑, 배신,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감정들을 상체의 움직임을 통해 잘 표현해 관객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감동도 전할 겁니다.”(박슬기) “지젤은 사랑의 배신으로 미쳐가는 과정, 또 영혼의 움직임과 감정 표현이 가장 어렵고 중요해요. 시선 처리, 팔에 들어가는 힘의 강약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져요. 저만의 순수하고 풋풋한 지젤을 만들어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드릴게요.”(이은원) 국립발레단 대표 발레리나 김지영(37)·박슬기(29)·이은원(24)의 삼색(三色) 경연이 시작된다. 오는 25~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지젤’을 통해서다. 이들은 지젤 역을 ‘김지영-이은원-박슬기’ 순으로 한 번씩 번갈아가며 한다. 셋은 “서로 색깔이 달라 같은 동작이라도 셋 다 느낌이 다르다.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서로의 춤을 보완한다”며 웃었다. 지젤은 19세기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2막 발레다. 1841년 6월 파리오페라극장 초연 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모든 발레리나가 거쳐야 할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의 사랑과 배신, 자살, 죽음을 뛰어넘는 영혼의 사랑이 뼈대다. 지젤은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진다.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윌리’가 된다. 윌리는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으로 죽은 처녀들의 영혼으로,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귀신이다. 알브레히트는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러 지젤의 무덤을 찾았다 윌리들의 포로가 돼 죽을 운명에 처하지만 지젤의 사랑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번 공연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발레 마스터이자 안무 감독 파트리스 바르의 2011년 작품이다. 2막에서 수십명의 윌리가 음악에 맞춰 똑같은 동작을 하는 군무 장면이 장관으로 꼽힌다. 25일 첫 무대의 테이프는 맏언니 김지영이 끊는다. 1997년 열여덟의 나이로 국립발레단에 최연소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입단 2개월 만에 수석무용수가 되기까지 했다. 1999년 처음 지젤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서너 가지 버전의 지젤을 열연했다. “춤을 좋아하는 지젤은 순수한 소녀인데 순수함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면이 있다. 저만의 순수한 지젤을 포착해 매번 지젤에 빠져 연기해 왔다.” 박슬기는 2007년 입단했다. 2012년 지젤을 처음 맡은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11년 입단한 이은원도 입단한 그해 첫 지젤 역을 맡은 이후 세 번째다. 박슬기는 “두 번째 공연 땐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는데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이은원은 “당시 발레단 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돼 지젤을 맡게 돼 감사하면서도 버겁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셋에게 지젤은 의미가 크다. 김지영은 “지젤은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다른 예술가에 비해 무용수의 생명이 짧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박슬기는 “발레단 입단 이후 돈키호테 같은 강한 이미지를 보여 왔는데 지젤을 하면서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도 내면에서 끌어올리게 됐다”고 했다. 이은원은 “지젤은 발레단의 정단원이 된 이후 처음 주역을 맡은 작품이다. 지젤은 항상 발레 인생의 전환점 역할을 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했다. 셋의 고민은 같다. 김지영은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 가끔 뒤로 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힘들다”고 털어놨다. 박슬기·이은원도 마찬가지. “관객들이 ‘지난번 봤던 거랑 똑같네’라는 말을 할까 봐 걱정된다.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느낌의 지젤을 표현하는 게 힘들다.”(박슬기) “1막의 지젤은 사람이라 생각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데 2막의 지젤은 영혼이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예전과 다른 지젤의 영혼을 보여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이은원) 이들은 “어떤 작품을 하든 그 작품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며 “무대에 서는 마지막 그날까지 무대를 즐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개 통째로 잡아먹은 4.4m ‘괴물악어’ 잡혔다

    개 통째로 잡아먹은 4.4m ‘괴물악어’ 잡혔다

    개를 통째로 잡아먹고 주민들까지 위협한 거대 악어가 생포됐다. 호주 NT뉴스 등 현지 언론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노던주에서는 몸길이 4.38m에 달하는 거대한 악어가 산 채로 붙잡혔다. 이 악어는 노던준주 빅토리아강 인근 지역을 ‘활보’하며 지역 주민들이 키우던 개를 잡아먹거나 주민들을 위협하는 등 말썽을 부려왔다. 이에 인근 국립공원 및 야생 악어 전문가들은 팀을 이뤄 이 악어의 수색에 나섰고, 결국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악어 ‘검거’를 이끈 팀의 전문가인 톰 니콜스는 “이 악어는 한 지역에서 수 주간 머물며 개를 잡아먹거나 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공격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왔다”면서 “우리는 악어를 잡기 위해 덫을 설치하고 일주일가량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생포된 악어는 성인 3~4명이 끌고 간신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몸길이가 길고 몸집이 컸다. 생포에 나선 팀들은 악어가 덫에 걸리자마자 약간의 진정제를 투여해 안정시킨 뒤 조심스럽게 덫 밖으로 꺼냈다. 이후 날카로운 이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테이프로 감았고, 밧줄에 묶어 미리 준비한 트럭에 실었다. 한편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이 악어는 인근 다윈 악어농장으로 이동됐으며,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前남편 양육비 안 준다고 시어머니 살해한 며느리

    경북 예천경찰서가 전 시어머니를 살해한 김모(44)씨를 살인 혐의로 15일 긴급체포했다. 20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김씨는 지난 13일 오전 3시 45분쯤 예천군 풍양면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전 시어머니 유모(80)씨를 찾아가 두 다리를 청테이프로 묶은 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혼 당시 남편이 매월 80만원씩 주기로 한 자녀양육비를 지금까지 한푼도 주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홧김에 범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숨진 유씨는 2년여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아오다 변을 당했다. 그는 피살 당일 오후 6시 20분쯤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경북 영주에 사는 김씨가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가리고 유씨 집 주변에 다녀간 것을 확인해 그를 붙잡았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예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韓·美 FTA이후 對美 수출 25% 늘었다

    휴대전화 전자파 차단에 쓰이는 테이프를 생산·수출하는 국내 제조업체 L사는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직후 미국 내 수입관세 3.8%가 즉시 철폐되면서 주문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존 미국산이나 일본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발효 직후 3년 동안 수출량이 450%나 늘었다. 한·미 FTA가 오는 15일로 발효 3주년을 맞는다. 2007년 협상 타결 직후 양국 내 반발로 추가 협상을 진행했고 5년 만인 2012년 발효됐다. 3년간 양국 교역량이 늘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도 높아졌지만 일부 품목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로 어려움을 겪거나 투자 감소가 나타나기도 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FTA의 수출활용률은 76.2%였다. 그동안 발효된 FTA 전체 수출활용률 69.2%보다 높다. 대미 수출입도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156억 달러로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교역량증가율(2.1%)보다 현저히 높은 편이다. 수출은 703억 달러로 전년보다 13.3% 늘었다. 발효 1년차인 2012년 대미 수출증가율은 4.1%, 2013년에는 6.0%를 기록하는 등 증가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동차(20.2%), 무선통신기기(9.9%) 등이 대표적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대미 수출은 25.1%, 교역량은 14.8% 증가했다.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로 석유제품은 12.6% 감소했다. 지난해 수입도 454억 달러로 전년보다 9.1% 증가했다. 한국 수출품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2년 2.59%에서 2013년 2.75%, 2014년 2.97%로 증가 추세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도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2012년 6.4%, 지난해 5.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36억 달러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는 전년 대비 55.6% 줄었다. 반면 서비스업은 27.6% 증가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제2 투자유치국으로 국내 총 외국인직접투자(FDI)의 19%를 차지했다. 발효 3년차 농수축산물의 수입은 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2% 증가했으며 수출은 8억 달러로 8.2% 늘었다. 소고기 수입은 연평균 5.4% 증가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빈지노 남친짤 소감 “실제 여자친구 사귈 때 찍은 사진”

    빈지노 남친짤 소감 “실제 여자친구 사귈 때 찍은 사진”

    빈지노 남친짤 “실제 여자친구 사귈 때 찍은 사진” 4가지쇼 빈지노 ‘4가지쇼2’ 래퍼 빈지노가 자신의 ‘남친짤(남자친구처럼 보이는 사진)’을 언급했다. 10일 방송된 Mnet ‘4가지쇼2’에서는 래퍼 도끼에 이어 빈지노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빈지노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자신의 ‘남친짤’을 확인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여자친구를 사귈 때 찍은 사진들이네요. 기분이 이상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남친짤’이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고맙다. 나를 해준다니 재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함께 출연한 같은 소속사 래퍼 더 콰이엇 역시 “여성팬들은 빈지노를 남자친구에 대입해 보는 것 같다”며 ‘랜선 남친(인터넷 남자친구)’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1987년 출생의 빈지노(본명 임성빈)는 현재 도끼, 더 콰이엇 등과 함께 일리네어 레코즈에 소속된 래퍼이다. 그는 온라인상에 자신의 작업물을 올리던 도중 발탁돼 프라이머리의 객원래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각종 믹스테이프를 배포하고 여러 아티스트의 작업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2년에는 자신의 첫 앨범 ‘24:26’을 발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살아있는 정보 전시하는 미래의 박물관/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시론] 살아있는 정보 전시하는 미래의 박물관/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필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지금 여기’를 어떻게 기록하고 수집해 미래의 문화재로 남길 것인가”, “대량생산·소비 시대에 무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할 것인가”, “수집한 박물관 자료를 어떻게 조합해 역사와 문화를 보여 주는 입체적 전시로 표현할 것인가”, “다양하고 방대한 박물관 자료(빅데이터)를 이용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정보화하고 서비스할 것인가” 등등의 화두를 갖고 매일 끙끙대고 있다. 기어오르지 못할 높다란 벽처럼 보이는 이들 난제는 우리 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통계는 이러한 문제 가운데 박물관 정보화의 중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직접 찾아온 관람객은 327만명(외국인 221만명 포함)이며 홈페이지, 모바일, 민속영상 등 온라인 이용자는 185만명이다. 온라인 접속자가 매년 50% 이상 증가했다. 이제 박물관에 직접 오는 관람객 못지않게 온라인으로 박물관을 찾고 정보를 얻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하고 방대한 박물관 빅데이터를 이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정보화하고 서비스할 것인가’라는 화두부터 풀어 보자. 우선 박물관 자료의 수집 대상을 넓혀야 한다. 과거에는 유형 유산인 이른바 ‘물건’ 중심이라면 지금은 무형 유산인 음원·동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까지 수집 대상에 포함돼야 하고 더 나아가 디지털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까지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필름, 인화사진, 디지털사진, CD·DVD, 테이프, LP(레코드), 설계도면, 음원, 패널, 액자, 엽서·스크랩, 정기간행물, 계약서, 협약서, PDF,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자료를 유물과 동일한 수준으로 수집, 정리, 관리, 활용하고 있다. 한 시기의 문화 표출은 단지 유형의 ‘물건’만이 아닌 인간의 소리, 몸짓, 주변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물관에서는 과연 빅데이터를 모아 놓기만 하면 그 임무가 끝나는 것일까. 더욱이 최근 관람객을 포함해 국민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유물만을 수집하고 이를 전시·교육하는 박물관은 이미 과거형이 됐다. 대체로 박물관 전시에 활용되는 유물은 일반적으로 박물관이 갖고 있는 전체 유물의 5% 남짓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유물이 극히 제한적이다. 박물관이 축적한 지식과 정보는 박물관 직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정보는 공개되고 공유돼야 한다. 미래 박물관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다. 박물관의 미래 전략은 소장 유물의 양과 질이 아니라 박물관 자료의 정보화와 공개, 공유, 활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박물관 자료와 정보를 이용자에게 어떻게 효율적이고 맞춤형으로 제공하느냐에 박물관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누구나 그들의 성별, 연령, 위치, 국적 및 관심사와 관계없이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박물관 자료를 자유롭게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박물관은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와 취향에 맞춘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기술을 통해 박물관 정보와 지식, 경험 등에서 개인화라는 혁명을 가져다주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문화의 보고인 박물관을 통해 창의적 인재가 길러지는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소장품 검색, 민속 아카이브, 민속대백과사전, 민속현장 조사, 영상채널 등을 통해 구축한 박물관 자료는 모두가 국민의 것이라는 전제 아래 국민이 원하는 자료를 별도의 절차 없이 검색, 사진 복제를 무한정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또 현재 52%인 박물관 전체 자료 공개율을 올 하반기에는 73%까지 높이려고 한다. 여기에는 박물관이 갖고 있는 모든 유물 정보의 공개까지 포함된다. 이런 공개 수준은 아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공개 비율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개개인이 요구하는 수요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 아니라 이용자와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정부3.0의 박물관’이며 내가 꿈꾸는 살아 있는 미래의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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