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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밍서비스 끝없는 진화

    로밍서비스 끝없는 진화

    김은주씨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친구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푸둥공항에 내렸지만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던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지만 결번이라는 기계음이 귀속을 파고들었다. 자칫 국제 미아(迷兒)가 될 처지에 놓였지만 김씨는 출발 전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신청한 로밍서비스로 간단히 위기를 넘겼다. 친구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것. 해외여행이 늘면서 휴대전화 로밍서비스가 유용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용자도, 로밍서비스 국가도 늘어 몇 년 전만해도 로밍서비스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특별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아주 ‘특별한 서비스’였다. 로밍 전용폰을 빌려야 했고 무엇보다 엄청난 통화료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 로밍서비스 국가 확대, 다양한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로밍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급증하는 해외여행객이 밑바침이 됐다. 로밍 수요자층이 그만큼 두꺼워진 것이다.2005년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 해외 출국자는 지난해 1160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 1∼3월에만 331만명이 출국했다. 쌍춘년 특수를 탄 지난해 같은 기간 275만명보다 20%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해외로밍 서비스 이용자도 늘었다. 올 상반기 SKT의 해외로밍 이용자는 175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 증가했다. 로밍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도 늘었다. 3세대(G) 이동통신이 활성화되면서 평소 쓰던 휴대전화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자동로밍 국가도 늘고 있다.SKT는 현재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45개국,GSM(유럽방식) 134개국 등 전 세계 136개국(중복 국가수 제외)에서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찾는 국가의 99%에 이른다. ●해외서도 로밍서비스 하나면 든든 연락수단이 마땅치 않은 해외의 경우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는 빛을 발한다.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SKT는 이런 점에 착안 ‘글로벌 세이프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24시간 한국인 의사와 상담, 긴급의료이송 지원, 긴급 상황 통역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천재지변·전쟁·테러 등 위급상황이 생기면 외교통상부와 제휴한 ‘해외위급 특보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재해경보는 물론 긴급대응요령, 관할 공관 연락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일본 니가타현 일대에 진도 6.8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긴급문자메시지로 일본 여행객들은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도 바로바로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신청도 간단하다.SKT T로밍 사이트((www.sktroaming.com)에서 신청만 하면 된다. 별도의 서비스 이용료도 없다. 통화료만 부담하면 된다. ●미국→한국 통화료 1분당 1000원 더욱 반가운 것은 로밍서비스의 이용료가 부담된다면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를 받는 것은 무료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가족·친구 등에게 문자로 안부나 급한 용무를 보내달라고 하면 돈을 안들이고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국내로 간단한 소식을 전할 때도 문자를 이용하면 된다. 중국과 미국은 건당 150원(부과세 별도), 그밖의 나라는 건당 300원이다. 통화료는 미국으로 여행간 사람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하면 분당 1000원,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화하면 분당 350원이다. SKT는 로밍서비스 이용자에게 현지 특화정보도 제공한다. 데이터 로밍을 이용해 네이트나 준에 접속하면 된다. 해당 국가의 환율·시차·날씨 등 최신 정보와 현지의 추천 관광지, 레스토랑, 여행자 후기 등을 초기화면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중국, 태국, 타이완, 일본, 괌, 사이판에서만 서비스된다. 앞으로 서비스 지역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하루에 최저 5000원이면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글로벌 인터넷 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모바일 데이터카드를 받아 사용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아프간 악몽은 끝났다] “인질 몸값 378억원 전달”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인질 석방의 대가로 거액의 몸값이 오갔을 것이라는 주장이 외신에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당국자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현찰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카불 특파원 앨런 피셔는 “아프간 당국자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들었다.”면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카불 지역에는 몸값으로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가 전달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이어 “한국인들은 대부분 정부가 탈레반에 몸값을 건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인질들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논쟁을 접어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한국 정부와 탈레반측 모두 몸값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몸값이 합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또 탈레반이 1000만달러를 요구했고, 한국측이 50만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에 소개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적절히 했더라면 희생자 2명이 발생하지 않았을지에 대한 여부 등 풀어야 할 해결과제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또 이번 협상이 나쁜 전례가 될 것을 우려하는 아프간 당국의 입장을 전했다.AP통신, 가디언 등은 아민 파르항 아프간 통상산업부 장관이 독일 라디오방송에서 한 인터뷰를 인용,“탈레반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납치행위를 계속할 것”이라며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인 인질과 비슷한 시기에 자국 국민이 납치된 독일 정부는 한국인 인질 석방과 관계없이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정부의 행동 방식과 범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야당인 녹색당의 국방담당 대변인은 한국인 인질이 석방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과정은 “탈레반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을 뿐”이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프간 악몽은 끝났다] 위협에 안이한 정부

    한국이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명백해졌다. 이라크와 아프간 등에 군을 보냄으로써 ‘대테러 전쟁’에 가세한 당사국이면서도 정부는 사태 발발 후에야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뒤늦게 지정하는 등 테러 위협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구촌 테러조직 1200여개 테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테러가 자행된 나라만 189개국이다. 지구촌 거의 모든 나라가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9·11테러 이후 테러의 양태는 더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행이나, 유학, 비즈니스 등의 이유로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은 한 해 1100만명에 이른다. 국민의 4분의1이 직·간접 테러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테러조직의 인질 납치는 ‘산업화’하고 있다. 테러조직의 운영자금과 무기구입 비용을 인질 납치로 해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번 한국인 피랍자 석방 과정에서 거액의 몸값 지불설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질 납치가 확실한 ‘돈벌이’ 수단임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들은 역설적으로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내 테러 전문가 없어 정부내 테러 관련 법규는 대통령 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뿐이다. 내용도 해외테러는 외교부가, 국내테러는 행자부가 주무부서가 된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테러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에 제대로 된 테러 전문가가 있을 리 없다. 테러 발생시 위기 대응이 부진할 수밖에 없음을 이번 피랍사태 초기 협상과정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은 “외국에서 테러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아진 만큼 국가 차원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큰 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테러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민간도 테러 대비해야 테러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안이한 인식은 외교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동정은 바로 눈에 띄지만 테러 관련 내용은 왼쪽 귀퉁이에 처박혀 있다. 최 소장은 “해외여행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지원 시스템을 통한 테러 교육이 절실하다.”면서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테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아프간 악몽은 끝났다] ‘나하나쯤’ 안전 불감증도 문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악몽이 40여일 만에 끝났지만 많은 과제들을 남겼다. 미숙한 정부의 초기대응에서부터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기독교계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해외선교 등이 지적됐다. 특히 이같은 과제를 일과성으로 흘리지 말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 유사한 사태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는 반성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크게 보면 정부가 떠안은 과제가 적잖다. 우선 “테러집단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게 됐다. 이같은 선례속에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어떻게 테러집단에 대응할지 그 수위와 원칙을 정하는 데 처신이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솔솔 나오는 거액의 몸값 지불 여부, 테러와의 전쟁 속에서 동맹국들과의 공조유지, 향후 재외국민 보호 등도 과제다. 샘물교회에 대해 구상권을 발동, 소요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정부 입장도 향후 유사사례에 대한 원칙을 세우려는 자세로 보인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한 정부가 상황에 맞게 유연성을 보여준 끝에 석방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에 대한 유사테러 촉발 등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는 앞서 “이라크에서 살해된 김선일 사건을 겪고도 미리 대책을 내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꼬집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독교계의 공격적이고 준비성 없는 해외 선교에 대한 자성이 이어질지 관심이다. 선문대 이원삼 교수는 “기독교계의 선교가 이슬람권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지인들과의 교감 없이 이뤄지고 있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선 현지인들의 거부감과 저항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독교계 내부의 성찰 없이는 유사한 사례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기독교 전문가는 “팽창일변도를 추구하는 한국기독교가 이슬람권에 대한 선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명충돌시대’에 21세기의 화두로 등장한 이슬람에 대해 한국사회가 너무도 무지하고 준비되어 있지 않았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도 “학계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해 이슬람 권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언어는 물론 역사, 정치 등 이슬람권에 대한 가교가 될 수 있는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어떻게 정부·민간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인질사태 주요 일지 ▲7.19 아프간 탈레반,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 납치. ▲7.23 탈레반 아프간정부와 협상 실패, 한국정부와 직접대화 요구. ▲7.25 탈레반, 한국인 인질 배형규 목사 살해. 추가 살해 경고. ▲7.31 탈레반, 인질 22명 중 심성민씨 추가 살해. ▲8.10 한국 협상단-탈레반 대표, 가즈니서 첫 대면접촉. ▲8.13 탈레반, 여성인질 김경자·김지나씨 석방. ▲8.28 한국-탈레반 대표, 가즈니 적신월사 건물에서 대면접촉 재개.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 ▲8.29 탈레반, 세차례 걸쳐 12명 단계석방. ▲8.30 탈레반 “오늘 나머지 7명 모두 석방”
  • 美 테러전문가 “직접협상 비판론 신경쓰지 말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국 국민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을 겪으며 국제사회에 어떤 이미지를 보여줬는가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먼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인질 사건의 해결과정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던진 또 하나의 메시지”라면서 “한국은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이번 사건을 통해 뽑아낼 만큼 뽑아냈다고 본 것이다. 물론 그들이 요구한 수감자 석방 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로부터는 얻을 것을 거의 다 얻었다. ▶다른 인질들은 석방하면서 왜 2명은 살해했을까? -협상 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그들 요구가 심각하다는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의 5가지 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합의 내용 자체보다는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풀려난 것이 중요하다. 인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니까. 협상 내용은 결국 아프간 주민들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우선 한국인들의 인도적 지원이 끊어지게 됐다. 또 한국군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훈련이 잘돼 있으며, 경험이 풍부한 군대여서 아프간으로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예정돼 있긴 했지만 한국군의 철수가 확정된 것은 아프간에 큰 손실이다. ▶인질 사건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에 대해 외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의 사후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납치 사건을 비롯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 한국정부가 탈레반과 직접협상을 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정부가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국민이 납치됐을 경우에는 반드시 원칙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만큼 테러를 혐오하는 나라도 없겠지만, 그 나라도 자국 인질을 구하기 위해 테러조직과 협상한 전례가 있다. ▶미국이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를 충분히 지원했다고 보나? -미 정부 밖에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했기 때문에 마치 탈레반이 아프간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고 미 정부가 우려했을 수 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아프간 정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도 인질을 안전하게 송환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존중했다고 본다. ▶아프간 정부의 인질 석방 노력은 어떻게 보나? -아프간 정부의 노력도 대부분 인질이 석방됐다는 결과를 통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dawn@seoul.co.kr ●브루스 호프먼 교수 미 정부와 학계에서 30년 동안 테러리즘을 다뤄온 이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이다.2004년부터 2005년까지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주둔 연합군의 대 테러 정책에 대해 조언했다. 또 이라크보고서를 작성한 베이커·해밀턴 위원회에서도 테러 관련 자문을 맡았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 분야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에서 대 테러 및 중동 관련 연구소장을 지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와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지에서 테러리즘을 연구했다.
  • [피랍자 추가 석방] ‘선교마케팅’ 개선을

    [피랍자 추가 석방] ‘선교마케팅’ 개선을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선교봉사단 피랍사태가 28일 밤 극적인 협상타결로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의 41일이 남긴 충격과 슬픔은 단비처럼 날아든 협상타결 소식의 기쁨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부는 물론 언론과 기독교계, 그리고 시민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서울신문은 테러문제 전문가인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과 이슬람 전문가인 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 소장파 신학자로 한국 개신교의 성찰과 전환을 촉구해 온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장을 초청해 좌담을 가졌다. 사회는 이석우 서울신문 국제부장이 맡았다. ●사회 피랍자 석방에 합의를 이뤘지만 테러집단과의 타협이란 선례를 남김으로써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진태 소장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암묵적 합의다. 일단 테러조직에 양보를 하면 또 다른 테러를 불러온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탈레반과 협상을 하면서 ‘협상’ 대신 ‘접촉’‘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동시에 정부는 피랍자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다만 탈레반과의 대면접촉이 첫번째 희생자가 난 뒤에야 이뤄진 것은 유감이다.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번 협상이 제2, 제3의 테러를 부를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문제다. ●이원삼 교수 정부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 테러단체와 협상·거래를 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보여준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도 좋다. 어차피 테러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 룰이 정해진 게 없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미국도 자국민이 납치됐을 때 협상한 전례도 있다. ●김진호 소장 사실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는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활동이나 선교가 국제적 공신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교 마케팅’으로 불리는 한국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행태다. 국내적 필요를 위해 국제적 선교를 활용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피랍사태 초기 전세계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것에는 이같은 한국 개신교의 선교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이 작용했다. ●사회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금지를 약속했는데 실현가능할까. ●김 소장 아랍지역 선교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국가의 지침에 자발적으로 순응해서라기보다 이것을 어기면 ‘법인’으로서 활동하는 데 여러 가지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조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개신교의 선교가 문제점을 안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교란 국가가 나서서 ‘하라 마라’ 할 영역은 아니다. 과연 지금의 한국 선교가 국제평화와 현지인들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인지 성찰은 물론 필요하다. ●최 소장 피랍자들이 전적으로 개신교 봉사단체 소속이었기 때문에 납치단체의 표적이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1968년부터 2006년까지 테러를 1회 이상 겪은 국가가 189개 국가다. 그만큼 테러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 단체든 순수 NGO든 테러에 노출되지 않는 최선의 방책은 테러 다발지역에 가지 않는 것이다. 불가피할 경우 안전대책을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다만 한국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방식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봉사가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 따른 접근이 반발을 불러온 측면이 크다. ●사회 개신교계 내부에 자성의 움직임은 있나. ●김 소장 한국 교계에 특별한 선교적 성찰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사회적 시각은 극도로 부정적이지만 분당 샘물교회의 교인이 피랍사태 이후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 해외 선교를 주도하는 교회의 교세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선교 마케팅’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선교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한국 교회가 해외 선교를 본격화한 시기가 국내에서 교세 팽창이 벽에 부딪친 1980년대 이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개신교의 선교 활동은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내적 위기를 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 교수 사실 이슬람권에도 성당과 교회는 다 있다. 오래전부터 유대교·가톨릭이 공존해 왔다. 문제는 한국 개신교가 이슬람 지역에 나가 선교를 하면서 필요 없는 적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교를 하려면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열정만 갖고 무작정 간다. 이 때문에 호의를 갖고 가지만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슬림에겐 이슬람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고 관습이며 모든 규범의 지배원리다. 이들에게 개종을 하라는 건 삶의 방식을 포기하라는 것, 한마디로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유럽의 기독교 역시 이슬람권 선교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선교는 대를 이은 선교다. 관습과 언어, 심지어 사투리까지 익히고 그들의 삶에 철저히 녹아든다. 우리처럼 단기코스가 아니다. ●김 소장 단기 선교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이번에 피랍된 사람들도 열흘짜리 선교팀이다.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안전에 대한 자기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현지인과 의사 소통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의 단기 선교는 일종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위험한 곳에 보내 선교를 시킴으로써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목회자들 역시 선교팀을 이끌고 위험 지역을 다녀오면 ‘차세대 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인과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교회가 구조적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선교를 주도하는 보수 기독교단이 이같은 현실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이 교수 이슬람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문제다. 사실 아프간의 상황 악화는 종교 문제와는 무관하다. 소련과의 10년 전쟁에 뒤이은 10년 내전,9·11 이후 또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3분의1이 난민이다. 사실 인류 역사상 종교전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빌려 전쟁을 벌였을 뿐이다. 중동 지역은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훌륭하게 공존했다. 자기 종교를 지키면서도 다종교·다문화사회 이룬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건국 이후 정치적 문제에 석유 확보 문제가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슬림들도 생존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심지어 집권 시절 양귀비 재배를 엄금했던 탈레반이 양귀비를 키운다. 이런 것들을 정당화하려면 종교로 포장하는 수밖에 없다. 종교를 자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거기에 선교하러 가는 사람들이 사안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들어가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들어가려면 ‘종교’가 아니라 ‘전쟁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들어가야 한다. ●사회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 소장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테러단체 입장에서 보면 협박만 가지고 요구 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면 절대 인질을 죽이지 않는다.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협박이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 두 사람이 희생을 당했는데 정부가 노력했더라도 막기 어려웠다. ●이 교수 정부 대응은 신속했고 적극적이었다. 그것을 탈레반이 인정했기 때문에 그나마 희생을 줄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부가 관심 갖고 정비해야 할 게 있다. 사태 초기 아프간 정부의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적대적 관계인데 그쪽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아프간 정부 채널이 벽에 부딪치자 민간단체와 이슬람 단체의 영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들과의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정부로선 한계가 명확했다. 무엇보다 현지 전문가가 없었다. ●김 소장 이번 사건이나 김선일 사건에서 느낀 것은 우리 정부 관료들이 현지 한국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가와 관료들이 노력해도 쉽게 안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이럴 때 현지에 정착한 한국의 NGO나 기독교 활동가들이 현지인과의 교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기독교 선교사나 NGO 활동가들이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 소장 그동안 우리 정부의 외교가 미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지적돼야 한다. 중동과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중동 등 지역 전문가들을 특별 관리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도 김선일 사건 당시처럼 정부가 부족장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안이한 접근이었다. 지금까지 탈레반을 인정한 국가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3개국뿐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부족장 채널보다는 탈레반을 인정하고 자금을 대준 주변국가들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다. ●김 소장 전문가가 없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민간인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이번에 정부가 현지 NGO 활동가 철수와 선교활동 금지를 약속함으로써 현지에서 활동하는 건강한 민간 활동가들의 활동 여지마저 없애버린 점이다. 환부를 도려내려다 건강한 부위까지 다치게 만든 셈이다. ●사회 이번 사태가 해외파병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 소장 정치권 일부에서도 철군만 하면 한국인 테러 문제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순진한 생각이다. 테러 피해를 입은 190여개 나라 가운데 해외 파병 국가가 얼마나 되나. 이번 피랍사건도 파병은 하나의 원인일 뿐 전부는 아니다. 사실 아프간과 이라크 모두 유엔 결의에 따라 군대를 보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교수 개인적으로 해외 파병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파병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다만 우리처럼 미국과의 특수관계 때문에 파병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중요한 것은 파병 대상국의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그들에게 우리의 파병 목적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비전투부대, 재건지원부대라고 해도 그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파병지와 주변국 정세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장병들의 안전만이 최선은 아니다. 군대를 보낼 때는 어차피 희생을 각오하고 보내는 것인데 그럴 바엔 국제정세를 고려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점에서 이라크 자이툰부대가 쿠르드 지역으로 간 것은 실책이다. 실익을 챙기려고 했으면 정권을 쥔 시아파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또 어차피 보낼 수밖에 없다면 주먹구구식으로 부대를 편성해 보낼 게 아니라 상설적인 파병부대를 조직해 유엔의 요구시 병력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 소장 국가가 국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많다. 하지만 군대를 분쟁지역에 보내는 것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국제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이번 피랍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현지에서 활동하는 민간 활동가들에게 자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위축 요인이다. ●최 소장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국익의 규모도 커진다. 물론 현지인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민사작전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 40여일에 걸친 대규모 피랍사태에서 얻을 교훈은 무엇일까. ●최 소장 테러가 우리와 무관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점을 실감하게 된 점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 차원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한 때다. 연간 해외 출국자가 1100만명에 달하는 시대다. 그만큼 외국에서 테러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 못지않게 개인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해외 여행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교육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교수 우리 국민들은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다. 정교일치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히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깊은 연구가 없으면 이해가 불가능하다. 국내에 아랍어를 하는 사람이 수십명이나 되지만 그들의 종교·문화·법에 대해 아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문제는 개인들이 노력해 연구하고 학위를 받아도 취업이나 진급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김 소장 국제정치가 갖고 있는 반(反)생명적인 속성이 여지없이 폭로됐다.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기독교와 시민사회의 폭력적 에토스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 모든 행태들의 뿌리엔 성공·성과 지향적 사고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일상화된 폭력·공격지향적 속성들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기고] 그리스 산불에서 배우자/ 김광일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지난 24일 발생해 그리스 국토의 절반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피해를 접하며 우리의 실태 및 대책을 돌이켜 본다. 그리스는 산불로 인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60여명, 재산 피해는 아직 공식적인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전문학적 수치가 되리라 짐작된다. 그나마 올림피아 유적지나 제우스신전 등의 문화유적지는 안전하다는 소식이어서 다행이다. 그리스의 경우 산불 원인이 2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을 근거로 방화범의 방화로 인한 소행으로 간주하고, 현상금으로 10만유로(12억 8000만원)를 내걸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방화를 반달리즘이라고 하는데,5세기 초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에 살던 반달족이 야간에 유럽쪽으로 건너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방화하고, 문화재를 약탈한 것이 계기가 되어 반달리즘이라는 용어가 탄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화재의 발생건수에 비해 방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를 차지한다.1955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화 증가와 비례해 매년 5.4%씩 방화건수가 증가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의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인데 340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세계 최악의 방화참사로 기록되었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가정불화, 비관자살, 정신이상 등에 의한 방화가 만연했었다. 산업화가 되면 될수록 자본의 양극화와 경쟁의 치열, 대화 감소 등의 요인으로 방화는 점점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의 방화증가 추세를 답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화증가 추세에 대한 대책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하는데 대형사건과 사고가 난 뒤에야 예산의 반영, 기구의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는 게 우리의 실정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대형 재해를 당해야 대책을 수립할까? 얼마 전까지의 전쟁은 영토의 확장, 종교의 대립, 민족의 갈등, 산업의 경쟁 등에 의해 무기를 들고 싸우던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이 만든 고도의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불시에 침공하는 테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오만함에 되레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위험은 피해의 크기와 발생 빈도로 정의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강원도 고성 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매년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처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동시다발적으로 방화에 의한 산불이 일어난다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그리스보다 더 커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국토가 좁은데다 원자력발전소, 고압선로, 공장 등의 산업시설이 산쪽에 치우쳐 있어 피해가 그리스 산불보다도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21세기 산업화시대에는 지식이 있어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식이 있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기상의 조건, 수목 종류별 발열량, 산의 지형 등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산불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위험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불의 발생 및 확산 경로 등을 예측하고 표준 대응매뉴얼을 작성하는 등의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 미신과 과학은 둘 다 미래를 예측한다. 미신의 경우 50∼60%의 적중확률이 있으면 용하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의 경우 85∼100%의 적중확률이 요구되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인 접근에 따른 예방과 대응이 따라야 한다.
  • 그리스 산불 남부유럽 확산

    그리스 산불 남부유럽 확산

    사상 최악의 그리스 산불이 인접 국가인 불가리아와 알바니아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화재의 여파가 그리스 정가와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28일 사태 발생 닷새째를 맞는 그리스 산불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에르보스를 비롯한 북부 지방에서 국경을 넘어 불가리아와 알바니아 남부지방의 숲으로 번져 남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태 악화시킨 정부에 여론 악화 초기 진압 과정에서 늑장 대응을 하고 그동안 산불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벌여왔던 그리스 정부는 여론과 정치권의 강력한 역풍을 맞고 있다. BBC는 28일 아테네시에서 수백명의 성난 군중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스트라토스 파라디아스 그리스 농장 연합 대표는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산불방화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이 손바닥만한 땅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가꾸어온 숲을 태운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야당인 그리스 사회당 대표 게오르게 파판드레우는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9월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번 화재를 정치 쟁점화해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관광산업에 직격탄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번 산불로 그리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이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관광업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또한 보험금 지급의 급증에 대한 우려로 보험주들도 일제히 하한가를 쳤다. 화재가 진압된 후에도 문화재와 관광지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 산불로 인한 그리스 관광산업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EU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회원국들의 재해 발생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재난대응팀을 창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타브로스 디마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산불과 같은 재앙적 재해는 유럽 회원국들의 지원을 받아야만 제압될 수 있다.”면서 “미래에 발생한 재앙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신의 산이 화재 진원지 그리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개발을 목적으로 한 방화로 규정하고 방화 용의자들에게 100만유로(약 12억 5000만원)를 현상금으로 걸었다. 검찰은 한 발짝 더 나가 방화범들을 테러범으로 간주해 반테러법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7명의 방화범이 기소된 가운데 32명의 용의자를 검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산불의 진원지가 고대 그리스인들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타이게토스산이라고 밝혀졌다. 타이게토스산은 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높이가 2407m에 이른다. 산불은 이 곳을 중심으로 펠로폰네소스반도 서쪽에 자리잡은 산맥을 따라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오바마, 브레진스키 지지에 ‘으쓱’ 힐러리, 정략적 테러발언에 ‘곤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왼쪽·뉴욕주) 상원의원이 테러를 정략적인 시각으로만 본다는 비판과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클린턴 의원에 비해 외교는 한 수 아래라는 인식과 싸우고 있는 버락 오바마(오른쪽·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은 미 외교안보 분야의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지지를 얻어냈다. 오바마로서는 의미있는 약진을 이뤄냈다는 평까지 받을 정도다. 클린턴 의원이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뉴햄프셔 주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테러가 발생한다면 다시 공화당에 유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민주당 후보 가운데 이 문제에 가장 잘 대응할 사람은 바로 나”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클린턴 의원을 공격하고 나섰다.2004년 대선 때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에드워즈(노스캐롤라이나 주) 전 상원의원은 “미국이 공격당하는 것을 말할 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게 정치적 계산”이라면서 “책임있고 신중한 대통령 후보라면 정치가 아닌 나라의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캠프의 캐슬린 스트랜드 대변인은 “클린턴 의원의 발언은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경험과 힘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6월 뉴햄프셔 주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발언했다가 클린턴 의원측으로부터 “외교정책에 대해 무지하다.”는 공격을 받았던 오바마 의원측은 논평을 내지 않았다. 오바마 의원측은 그보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지지를 얻어낸 데 고무돼 있다. 브레진스키는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감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오바마는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지를 선언했다. 브레진스키는 “오바마는 분명히 (대통령 후보로서) 더 효과적이고 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그는 정의감이 있고 미국이 세계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다.”고 치켜세웠다.브레진스키는 클린턴 의원이 오바마 의원에 비해 외교분야에서 더 경륜이 많다는 평가에 대해 “전직 퍼스트 레이디였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클린턴 의원의 외교정책 접근법은 너무 고답적이며 미국이 8년 전(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집권시절)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워싱턴포스트는 브레진스키의 오바마 지지와 관련,“위험한 세계를 다뤄나가는 데 있어너무 젊고 경륜도 없다는 인식과 싸워온 오바마로서는 큰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다.dawn@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베트남에 5년 억류 이대용 前 주월공사

    [어떻게 지내십니까] 베트남에 5년 억류 이대용 前 주월공사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의 인질극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미 2명이 희생된 가운데 여성 피랍자 일부가 가까스로 풀려났으나, 나머지 인질의 석방은 아직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국민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낭보가 들려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이대용(83) 전 주월공사를 만났다. 그는 월남 패망 후 공산 베트남 정권에 만 5년간 억류됐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제3국에서의 ‘최장기 인질’이었다. 그로부터 아프간 인질들을 구해 낼 묘책과 근황을 들어봤다. ●“그들도 탈레반이었다.” 월남이 사실상 패망한 1975년 4월30일. 이 주월 경제공사는 운명처럼 대사관 직원과 교민을 본국으로 안전 귀환시키는 철수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김영관 당시 주베트남 대사 등 대부분의 공관원과 교민들이 이미 사이공을 떠난 뒤였다. 사이공 공항까지 북베트남군의 포격을 받는 위기일발 상황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귀국시키려 안간힘을 쓰다 베트남 정보공작특별경찰조직인 안녕내정국에 체포됐다. 그는 “생각해 보니 그들은 아프간에서 무고한 외국인들을 납치·감금하는 탈레반과 다름 없었다.”고 회상했다. 치화 형무소에 수감된 그에게 외교관의 치외법권을 규정한 빈협정은 한낱 휴지조각이었다.1평도 안되는 독방에서 10개월 동안 햇빛 한번 못 보고 지낼 때도 있었다. 체중이 78㎏에서 42㎏으로 줄어들 정도로 참기 어려운 고통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대목에서 이 전 공사는 “아프간 한인 인질들이 기습적으로 납치되는 바람에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 “국가가 구출할 것이라고 믿고 침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견디기 어려운 건 목숨을 담보로 끊임없이 강요하는 사상전향 요구였다. 그는 공산 베트남 측의 ‘가이따우’(인간개조) 공작에 꿋꿋이 버텼다.‘극한 상황에서 강요에 의한 거짓 전향은 무죄’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이를 알았더라도 전향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납치세력들로부터 이슬람교로 개종 압박을 받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인 피랍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개종하는 척이라도 하며, 생명을 보전하는 게 우선”이라고. 이 전 공사와 서병호·안희완 두 영사가 억류되자 본국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와 외교 공관망을 총동원해 석방교섭을 펴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베트남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데다 냉전하의 남북관계가 큰 걸림돌이 됐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 통일후 ‘남조선 해방´을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휘하는 노동당 제3호 청사가 북송 공작에 뛰어든 것이다. ●석방 교섭, 그때와 지금 78년 인도 뉴델리에서 남북한과 베트남간 비밀 3자회담이 열렸지만,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북한이 이 전 공사 등의 북송을 최대치 목표로, 여의치 않으면 남한내 수감 간첩과의 교환을 추진하려 한 까닭이었다. 이 전 공사는 “탈레반이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들을 맞교환하려는 것과 너무 유사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북측은 “중남미 테러세력들도 자국내 미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고 수감중인 도시게릴라들과 맞교환을 요구한다.”고 억지 사례를 들었다.“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외교관과 간첩을 바꾸는 건 어불성설”이란 남측 주장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금언과 함께 석방의 전기는 왔다. 베트남이 미제 및 소련제 무기 등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위협을 느낀 중국이 견제에 나서면서다. 중국과 입장을 같이한 북한도 베트남에 캄보디아 철수를 요구하며 틈이 벌어졌다. 이때 한국정부는 거상 아이젠버그를 활용해 석방교섭을 성공시켰다. 그는 베트남의 외자유치를 도우며 커미션을 챙기던 유대계 미국인이었다. 물론 이는 이 공사가 생지옥 같은 긴 수감생활을 견뎠기에 가능했다.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비밀 루트를 개척해 억류 외교관들과 접촉선을 유지하려 한 한국정부의 노력도 주효했다. 부패한 베트남 관리들을 구워삶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탈레반과의 공식 접촉 못지않게 다양한 비공식 통로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프간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사우디 등의 이슬람기구와 단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장사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베트남에도 현지 공장이 있는 한 기업체의 이사로 있다.(주)선진의 장학재단 고문격으로 일선에선 한발 비켜나 있다. 그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인 도이모이 정책과 관련,“86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웬반린이 서기장으로 취임하면서 반세기 동안 외세 배격을 부르짖던 원로급들을 예우하면서 은퇴시킨 것은 사실상의 쿠데타”라고도 했다. 반면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해선 얼마간 비관적 전망을 했다.“주체사상을 포기, 개혁·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질 판인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북한의 웬반린’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그는 누구인가 1925년 황해도 금천에서 태어난 이대용 전 주월 공사는 고향의 인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김구 선생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동으로 몰리자 목숨을 걸고 월남했다. 이후 육사 7기로 임관한 뒤 한국전쟁을 맞아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유엔군 참전으로 북진이 시작된 이후엔 압록강에 맨 먼저 손을 담근 제6사단 7연대 1중대장으로 활약했다. 63년 주베트남 대사관 무관으로 파견되면서 베트남과의 굴곡 많은 인연이 시작된다. 소장으로 예편한 그는 67년 베트남 대선서 미 육군지휘참모대학에서 함께 수학한 웬 반 티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 이듬해부터 주베트남 대사관 정무공사로 4년간 근무한 것이다.73년 다시 주베트남대사관 부공관장격인 경제공사로 부임해 베트남과의 질긴 인연을 확인했지만,75년 베트남이 공산화된 직후 체포돼 사이공의 치화형무소에서 5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특별경찰과 사이공의 북한대사관 정보원들에 의해 전향과 귀순을 강요받았으나 끝내 거부했다. 이때 나중에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유명해진 박영수 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국장과도 악연을 맺었다. 박 전 부국장은 억류 중인 그에게 투항을 강요했던 북한 대사관의 정보원이었다. 80년 4월12일 베트남서 풀려난 이 전 공사는 화재보험협회 이사장과 생명보험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99∼2003년 육사총동창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했다.96년 한·베트남친선협회 회장을 맡아 베트남과 이어진 악연의 고리를 끊었다. ■즈엉 찐 특 前 주한 베트남 대사와의 인연 이대용 전 주월공사가 베트남 억류 후유증을 털어내고 있던 2002년 초 어느 날. 생지옥 같았던 수감생활의 악몽을 되살릴 일이 생겼다. 그를 치화 형무소로 밀어넣은 장본인 중의 한 명이 서울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주한 베트남 대사로. 즈엉 찐 특 제3대 주한 대사.1975년 월남 패망 당시 베트남의 특별경찰조직인 안녕내정국 요원으로서 이 공사를 신문했던 인물이었다. 이 전 공사는 한국말이 능통하고 얼굴이 유난히 하얀 그를 ‘튀기’라는 별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전 공사는 걸핏하면 “총살하겠다.”고 위협하던 그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만나면 죽이고 싶다.”는 게 당시의 솔직한 심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특 대사가 이 전 공사가 회장을 역임했던 서울남서로타리클럽의 조찬특강 연사로 나오면서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27년 만에 만난 이 전 공사에게 특 대사는 “(신문을 받을 때)‘국제관계에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고 하셨는데, 참으로 선견지명이었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미 한-베트남 관계가 북한-베트남 관계보다 더 밀접하게 됐으므로 원한을 누그러뜨리려는 공치사만은 아니었다. 이 전 공사도 “양국이 철천지 원수였던 당시 각자 자기 나라를 위해 충성했을 뿐, 개인적 원한은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평생지기처럼 지내며 서로를 돕는 사이가 되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 中·러·중앙亞 “우리가 남이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안보에서 에너지, 군사, 경제적 전면 협력까지….’ 중국과 러시아·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잇는 지역블록화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7차 정상회담에서는 회원국간의 획기적인 관계 전환이 시도될 것이라고 13일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SCO를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하는 ‘제2의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회원국간 관계 변화의 내용은 회담 직후 발표될 ‘SCO장기친선우호협력조약’‘비슈케크선언’‘SCO국제정보안전행동계획보장’ 등을 통해 가시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장기친선우호조약은 지역공동체의 초석을 놓을 조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조약에서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간의 공동체 형성 가능성의 단초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적 협력을 통한 지역적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나토나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잇는 미국의 ‘태평양 연대’에 맞서는 군사 동맹을 넘어서는 ‘전면적인 지역공동체’의 개념이다. 특히 중국으로선 영향력을 유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석유 등 ‘천연자원 보고’인 이 지역 국가들과 단단한 협력관계를 굳혀 나가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다. 중국 리후이(李輝) 외교부 차관보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간 우호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 현재 SCO는 20년 내에 회원국 간 상품·자본·기술 서비스의 자유교역이 실현되는 전면적인 협력 실현을 추진해 왔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주요 4개국은 2001년부터 줄곧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고성장 중이다. 중앙아시아는 본래 아시아·유럽을 잇는 지정학적·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에너지 자원이 부각되면서 최근 더욱 주목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군사 동맹체 형성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SCO 6개 회원국이 지난 9일부터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라빈스크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유리 발루예브스키 러시아 참모총장은 “SCO의 틀 안에서의 성공적인 경제활동은 이 지역의 안보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SCO 군사기구의 참여 없이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골로보추크 러시아 국방위원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나토 및 미국의 영향력과 균형을 맞추길 원하고 있다.”며 그 속내를 드러냈다. jj@seoul.co.kr ■ 용어 클릭 ●상하이협력기구 국제테러, 소수민족 분리문제, 종교적 극단주의 등 현안 대응에서 공동 협력하겠다는 취지에서 2001년 창설됐다. 점차 군사 동맹의 성격을 띠어가고 있어 서방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정회원국이다.
  • 지르가 참여 무샤라프 “反테러 공동 노력” 제안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2일 폭력적인 이슬람 급진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간과 함께 노력하자는 반테러 공동전략을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프간 카불에서 막을 내린 양국 부족장 연석회의 ‘평화 지르가’의 폐회식 연설에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웃들이 상호 불신을 극복하고 테러 대응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세력을 굴복시킬 때까지 이들의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구해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이 미래 평화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애초 무샤라프 대통령은 9일 개막한 개회식에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 연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국에서의 중요한 약속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뒤 예상을 깨고 12일 아프간을 방문했다. 그는 평화 지르가 폐회식 참석에 앞서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테러 근절 방안에 대해 회담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열린 이번 평화 지르가에는 700여명의 부족장 대표와 정치인 등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아프간 사태 분수령] 고민 깊어가는 우리 정부

    [아프간 사태 분수령] 고민 깊어가는 우리 정부

    “우리가 던질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다. 납치단체측이 석방조건을 바꾸기만 바랄 뿐이다.”(정부 고위 당국자) 주 아프간 한국 대사관과 탈레반 무장세력이 전화통화에 이어 직접 대면접촉을 시도하면서 양측의 직접 협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며칠째 접촉 장소 및 안전보장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접촉 자체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측이 대사관과 인질간 전화통화를 허용하는 등 한국 정부와의 접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면접촉이 이뤄질 경우 장기화 국면을 맞은 석방협상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면접촉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직접접촉에는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는 당국자의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먼저 사태 초기부터 유지해 온 ‘납치단체와 협상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원칙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동참, 파병까지 한 상황에서 탈레반을 직접 만나 협상할 경우, 그들을 인정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아프간 정부와 미국측이 수감자·인질 맞교환을 거부하고 있어 우리측이 독자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물밑으로 몸값 협상을 하는 정도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 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을 요구할 수도 있다. 물론 아프간 정부와 미국측에 유연한 대응을 요청해 온 만큼 비밀리에 일부 수감자를 석방하는 등 맞교환 명분을 살려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에 따라 대면접촉을 하더라도 결과에 따라 원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탈레반측이 한국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석방조건을 바꾸는 등 우호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다시 인질 추가 살해 협박 등 강경론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면접촉을 하더라도 장소 및 안전보장 문제가 관건이다. 정부 대표단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아프간 정부 관계자 및 지역 원로들을 협상장에 대동하지 않고는 탈레반측과 통역 없이 대화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프간 정부측에 의존할 경우 또다시 협상이 공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대면접촉은 우리의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을 연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군사작전을 하더라도 준비에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직접접촉을 통해 시간을 벌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슬람권 평화활동가 시각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자업자득’이라며 피랍인들을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역할론과 책임론을 두고 ‘반미운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사대응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가족들은 그때마다 피가 마른다. 이슬람권에서 평화활동을 해온 청년 운동가 두 명이 만났다. 안영민(36) ‘경계를넘어’ 활동가와 이동화(33)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두 사람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레바논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평화운동을 해왔다. 이동화씨는 최근 무슬림이 됐다. 피랍사태를 지켜본 두 사람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입말 그대로 옮겼다. ●“‘람보’ 기대하는 건 인질 죽으란 말” 이동화:“잘됐네”“이번 기회에 순교하면 되겠네”…. 피랍사실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 반응이 이랬잖아. 너무 놀랐어. 냉소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까웠어. 안영민:국제평화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기독교의 봉사활동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미전도 종족’이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니까. 이:내가 2005년 요르단에 머무를 때 정말 화났던 게 뭐였냐면 말야. 이라크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선교사들 중 일부는 한국 강남쯤 되는 곳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가난한 무슬림을 하찮게 보는데, 정말 기가 막히는 거야. 안:그렇다고 ‘너희가 선교하러 갔으니까 너희 책임이다.’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이:형 말이 맞아. 비판할 건 비판해야겠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 지금은 비판보다는 생명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니까. 안:더 심각한 건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납치된 사람들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이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아닐 거야. 하지만 실제 군사작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야. 지금은 말뿐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돼서 더 이상 기다려도 소용없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밀고 들어갈 수도 있어. 이: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 네티즌들이 군사작전 운운하는 게 더 놀랍지. 할리우드 인질구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현실에서 람보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인질 다 죽어라’잖아. 안: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미국 책임론’을 반미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지? 사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 사람 목숨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정부 협상력이 제대로 안 통하는 거 봐. 벌써 두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미국을 거론하는 건 미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인 데 말이야. ●“국내 무슬림 희생양 돼선 안돼” 안:언론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가로운 요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이유가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때문이란 사실, 한국인은 두 명이 죽었지만 그간 미국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죽어간 아프간 국민이 수만명이었다는 사실 등도 한번쯤 보도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이:속보도 중요하지만 아프간 정부-탈레반, 아프간 정부-미국, 탈레반-미국 간의 역사·정치적 배경을 함께 짚어줬다면 독자들이 피랍사태의 전후 맥락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안:얼마 전 부산에서 술 취한 사람이 이슬람사원 유리창 깨고 그랬다면서? 무슬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이:내 무슬림 친구들이 정말 우려했던 게 바로 그거야.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을 무슬림과 동일시하냐고 그래. 자기들도 탈레반이 싫고, 아랍권에선 탈레반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억울하다는 거야.‘우린 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깽판을 쳐도 한국 사람 전체를 욕하진 않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의 행태를 두고 이슬람 전체를 욕하냐’는 거지.9·11사태 이후 ‘무슬림=테러, 코란=칼’로 각인된 이미지 탓이 크다고 봐. 안:탈레반은 정말 나쁜 짓 많이 했지. 사람도 많이 죽였고, 여성 인권도 억압했고. 하지만 탈레반은 무슬림의 일부분일 뿐이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원리주의자’‘근본주의자’란 표현인데, 자꾸 이 부분만 부각되니까 결국 이게 전부인 것처럼 되는 거야. 이:2003∼2004년 이라크 전쟁 때 현지에 있었는데,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평안한 거야. 도대체 알 수 없는 평안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어. 결국 찾은 답이 무슬림이란 종교였어. 난 총도 안 쏘고 폭탄도 안 터지는 한국에서 늘 머리가 깨지는 듯 했는데…. 내가 무슬림이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들의 실제 삶을 봤기 때문이야. 안:아프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많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이슬람제국 건설이 아닌 여성인권과 민주주의를 원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 자꾸 오해가 생긴다고 봐. 그 오해를 없애는 게 우리 할 일이기도 하고. 정리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아프간 피랍사태] 신중한 유엔

    탈레반이 한국과 대면협상의 조건으로 유엔에 안전보장을 요구하자 유엔은 5일까지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엔은 탈레반의 언론 플레이에 일일이 입장을 표명하는 게 민감하게 돌아가는 사태의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이 유엔까지 개입시킴으로써 정치적 실체임을 인정받으면서 존재를 과시하려는 속셈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신중하다. 이날 미국 ‘국제 테러조직 실체 연구소’(SITE)의 조시 데본 수석연구원은 탈레반이 2001년 미군 침공으로 실권한 뒤에도 아프간을 좌우하는 정치적 실체로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부심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협상을 먼저 요구해 놓고, 협상조건을 계속 바꾸며 시간을 끌어온 것도 유엔을 통해 이같은 효과를 얻으려는 술책으로 풀이했다. 이런 마당에 탈레반 요구에 섣불리 대응하면 끌려다니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탈레반은 한국 출신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가 “한국이 반 총장을 움직이면 된다.”면서 “우리는 유엔과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엔 관계자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유엔은 사안이 민감한 만큼 필요한 시점에 입장을 내놓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되면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반 총장이 지난달 21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뒤 활동공개를 자제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주말탐방]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24시

    [주말탐방]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24시

    “영화 ‘다이하드4.0’처럼 국가전산망을 파괴해 정부를 장악하려는 해커들의 음모는 더 이상 영화 속의 일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도 사이버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에 근무하는 오준상(35·가명)씨는 카이스트 출신의 8년차 중견 요원이다. 그는 상황실에서 외국 해커부대 등의 공공기관 사이버 공격을 조사하고 복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영화 다이하드 4.0의 주인공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의 활약은 좀 과장된 면은 있지만 국가시스템을 공격하는 해커를 일망타진한다는 점에서 그의 임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는 보통 퇴근이 오후 11시, 바쁠 때는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기 만들 시간(?)도 없고, 좋은 남편도 못 된다고 자평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의 일상을 통해 음지에서 국가전산망을 지키는 그들의 삶을 엿보았다. #오전 6시 기상 어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웜바이러스(Worm virus·컴퓨터시스템을 파괴하는 악성 프로그램)로 A행정 부서의 전산망이 마비돼 감염된 50여대의 컴퓨터를 모두 하나하나 뜯어보아야 했다. 최초 감염된 컴퓨터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니 내부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컴퓨터를 자택으로 가져갔다가 노트북의 ‘방화벽(외부 불법 접근 차단시스템)’이 붕괴되어 웜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었다.3명의 대원이 오후 6시까지 모든 웜을 제거했지만 원인 조사는 이날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났다. 몽롱한 상태지만 아침 회의를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오전 7시30분 커피 한 잔을 들고 억지로 잠을 이기며 서울 서초구 한솔빌딩 9층으로 올라간다. 전자태그(RFID)카드를 정문에 댄 후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손가락을 대자 지문을 읽고 컴퓨터가 작동을 시작한다. 보고서를 들고 곧바로 회의실로 직행. 팀장에게 어제의 사고는 노트북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순간 웜바이러스가 컴퓨터의 ‘버퍼 오버 플로(Buffer over Flow·프로그램 에러)’ 취약점을 이용해 순식간에 A행정부처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다행히 조기탐지를 해서 기관 전산망을 단절했지만 그냥 두었다면 다른 기관으로 확산되어 경계태세로 돌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오전 8시 주요 언론 및 외신 검토를 시작한다. 다행히 어제의 웜바이러스 사고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우선 백신을 만들고 보도되어야 안심이다. 어제는 수작업으로 모두 제거했지만 변종분석 정보를 백신업체로 보내야 한다. #오전 9시 업무 시작 어제의 웜바이러스 사태는 해결되긴 했지만 최초 배포자가 누구인지 조사해야 한다. 오늘도 쉽지 않은 날이다. #오전 9시45분 상황실에서 보낸 경고등이 컴퓨터에 떴다. 바로 상황실로 뛰어가니 지도에는 제주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가 주의경보를 뜻하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곧바로 인접국인 중국으로부터의 해킹 시도가 감지되었다는 분석이 화면에 들어온다. #오전 10시 CERT팀으로 사고 접수를 알린다. 피해 기관은 행정부처 M부,D연구소,G청 등 180여개 기관. 이렇게 대규모의 동시 해킹은 몇 년만이다. 평소 ‘을지연습 기본 계획’에 따라 실시했던 사이버전 모의 훈련의 지침대로 우선 준비태세를 갖춘다. #오전 11시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가 소집되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협의해서 최고수준의 적색경보를 발령하자 곧 11개 지역 사이버안전협의회에 비상사태를 하달, 각 지역별 대응수위가 강화된다. #오후 2시 조사반을 이끌고 국가기밀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광화문 인근 M부로 긴급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포렌식장비(노트북 크기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장비)가 들어 있는 007가방을 집는다. 가방에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외부인이 끊으면 경보가 울린다. #오후 2시30분 M부처의 컴퓨터에서 바이러스의 일종인 ‘그레이버드(Graibird)’ 변종이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 컴퓨터가 해커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각종 문서가 자동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보통 이메일을 통해서 감염되지만 이번의 경우 경기도 소재 X대학교의 홈페이지에 은닉해 있다가 이곳을 방문한 M부처 직원의 컴퓨터로 숨어들어 서버 전체로 확산된 경우다. 곧바로 본부에 다른 팀을 X대학교로 급파할 것을 요청했다. 우선은 2004년 중국으로부터 공격당한 바 있는 그레이버드와 유사한 해킹프로그램으로 파악되었다. #오후 3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이므로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디렉토리를 검색해 지워야 한다. 게다가 ‘커널은닉형(강제적으로 딜리트로부터 보호되는 것)’이어서 첫 컴퓨터의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1시간가량 소모되었다. 그러나 이외 컴퓨터가 감염된 바이러스는 같은 유형이므로 이제 한 대당 5분이면 처리된다. #오후 5시 M부처의 컴퓨터는 완전히 복구된 상황에서 이제 중간 경유지인 X대학교로 피해시스템 분석을 위해 출발한다. 동시에 협력관계에 있는 세계 각지의 사이버테러대응센터격인 러시아 FSB 등에 유사 선례가 있었는지 협조를 요청한다. #오후 7시 X대학교의 중간경유지를 통해 유출될 뻔한 M부처의 기밀자료 10여건이 중국으로 전송되기 직전 전산망을 차단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본부에 보고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는데 동료가 늦은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며 농담을 건넨다. 그제야 혼자 집에 있을 부인이 생각나 전화기를 들다가 우선 해킹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오후 8시 중국 해커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했는데 중간경유지에 남겨져 있던 해커의 프로그램 8종을 수거하여 분석한 결과 아랍권 해커그룹인 ‘엠퍼러(Emperor)’의 소행으로 확인되어 검찰과 경찰로 조사내용을 보내 수사하도록 했다. #오후 9시 해킹프로그램의 동작패턴을 분석해 모두 상황실의 조기경보시스템에 등재시켜 향후 유사 해킹시 탐지토록 조치한다. #오후 10시 내일 아침 국정원장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또한 어제 웜바이러스와 함께 오늘 바이러스도 민간 백신업체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민간업체가 백신을 업그레이드해도 당분간은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민간업체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의 한 특징을 등록해 그 바이러스를 잡아내도록 하기 때문에 조금만 변형되어도 바이러스를 선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정 수고한 팀원들과 마지막 회의를 한다. 처음에는 오늘 사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더니 이윽고 애환들이 쏟아진다.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서 총각을 못 면한다는 진실(?)이나 2세 만들 시간이 없다는 와이프들의 비난(?)까지. 내부 기밀유지를 위해 폰카를 갖지 못하는 비애 아닌 비애나 수영장에 가도 비닐 백에 휴대전화를 넣고 수영을 해야 하는 고충도 나온다. 한 동료는 애가 태어나서 얼굴을 보고 출장을 다녀오니 이미 걸어 다니더라고 믿지 못할 넋두리도 늘어놓는다. #다음날 오전 1시 퇴근 바쁘고 힘든 생활을 이해해주는 부인이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좋아 선택한 일인 것을. 오늘의 늦은 귀가를 변명할 몇 마디를 생각하며 퇴근길을 나선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어떤 곳?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는 각종 사이버공격에 대한 국가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하여 2004년 2월 문을 열었다. NCSC는 국가사이버 안전정책 수립, 전략회의 및 대책회의 운영지원, 사이버위협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 국가정보통신망 안전성 확인 등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의 사이버위협에 대해 ‘관심(파랑)-주의(노랑)-경계(주황)-심각(빨강)’의 4단계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외 민간업체가 개발한 정보보호제품의 보안기능을 검증하는 정보보호제품 평가 인증제도를 운영중이다. NCSC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대한 사이버 위협 건수는 매해 늘어나다가 작년에 잠깐 주춤했지만 올해 급증하는 추세로 상반기에 벌써 4254건이 접수되어 이미 작년 한해 동안 일어난 4286건에 육박하고 있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최근의 사이버위협 유형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피해로 개인정보 절취를 목적으로 제작된 ‘LineageHack’나 ‘IRCbot’ 등의 웜바이러스로 인해 접속 ID 및 패스워드 등이 유출되는 경우다. 또 사용자로 하여금 정상사이트로 오인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만들어 정보를 빼내는 피싱기법에 의한 금융정보 유출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공분야 사이버침해사고 유형을 보면 경유지 악용 사례는 19.6%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는 지능적 악성코드의 증가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제공되는 ‘액티브X(Active X)’가 보안에 취약한 점을 이용해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상반기 공공분야 사이버침해사고 중 악성코드 감염은 66.9%를 차지해 가장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다. 셋째는 홈페이지 해킹의 증가인데, 특히 국가·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변조시키는 이슬람권 해커의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통 해커들이 자기과시용으로 이런 공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상반기 사이버침해 건수의 3.7%정도만 차지하지만 적은 건수로도 피해사실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많은 국민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가진다. 이외 공공기관 컴퓨터 안의 자료를 훼손하거나 빼내가는 심각한 사이버공격 사례도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아프간 군사작전 돌입] “납치세력은 강경파 압둘라 그룹”

    김만복 국정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들을 상대로 “피랍자 구출을 위한 군사 작전은 현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원 200여명이 사건 현장에 파견된 것은 군사작전을 위해서가 아닌 돌발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확인하진 못했지만 미국 정부도 군사 작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은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압둘라 그룹’”이라며 “(이 그룹은)150여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이며, 지역 주민과 파키스탄 등에서 유입된 세력이 혼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선 의원은 “애초 납치세력은 몸값을 요구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이나 탈레반 상부로 보고가 계속 올라가면서 상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탈레반 세력이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이후로는 한국군 철수와 수감동료 석방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납치단체에 대한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수감자 석방 때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그는 “테러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원칙을 잘 알고 있지만 소중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런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인도적 관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아프간 여행 위험 사전 경고 여부와 관련해 “지난 2월 관련 첩보를 입수해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는 물론 기업 교민에게도 내용을 통보했다.”고 보고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씨줄날줄] 탈리오의 법칙/우득정 논설위원

    21세기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3025’다.‘9·11 테러’에서 희생된 미국인 숫자다.‘테러와의 전쟁’으로 명명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도 이 숫자에서 출발한다. 미국이 이 숫자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 중동지역에서 총성은 멎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선 인과응보 또는 정당방위일지 몰라도 한꺼풀만 벗기고 보면 ‘증오의 전쟁’일 뿐이다. 증오심은 이처럼 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전쟁의 역사는 바로 증오의 역사다.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독일의 폴란드 침공도 게슈타포가 폴란드 국경지역의 한 방송사에 독일인으로 위장한 시체를 유기함으로써 촉발됐다. 나치즘의 탐욕과 비밀경찰이 조작한 증오심이 독일 국민들을 전쟁의 광기로 내몬 것이다.10여년째 ‘인종청소’라는 대량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르완다 사태도 투치족과 후투족의 뿌리 깊은 증오심에서 비롯됐다. 코소보사태도 마찬가지다. 아프간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연이어 살해하면서 한국민의 가슴에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만행에 대한 규탄과 함께 또다시 인명을 해치면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외신 등에서는 인질 구출 군사작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1976년 이스라엘의 엔테베작전이나 영화 ‘델타포스’‘패트리어트 게임’의 가능성이 군사전문가들의 식견을 빌려 인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따라 ‘람보식’ 싹쓸이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랑을 실천하러 간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앙갚음하는 탈레반의 소행을 생각한다면 백배, 천배의 보복도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 귀환이다. 수백, 수천명의 탈레반을 사살하고도 인질 구출에 실패한다면 그 작전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분루를 삼키며 인내하고 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피랍됐던 인질 중 80% 이상이 무사히 석방됐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이유다. 피랍 인질들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아베 선거 후폭풍 ‘휘청’

    |도쿄 박홍기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29선거’의 거센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게다가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47%(아사히신문)로 만만찮다. 아베 총리는 1일 선거기간 내내 정치자금 의혹을 불러왔던 아카기 노리히코 농림수산상의 사표를 수리했다. 자민당 내부뿐 아니라 야당의 요구에 따른 고육책이다. 나아가 ‘자기 사람 챙기기식’의 인사 병폐도 인정한 셈이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각료의 교체는 네번째로 역대 최다이다. 아카기 농림상은 지난 6월1일 마쓰오카 도시카쓰 전 농림상의 자살로 취임한 직후부터 자신의 정치단체를 본가와 처가에 두고 사무실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허위 계상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의 압력을 받아 왔으나 아베 총리는 줄곧 “문제가 없다.”며 감싸왔던 터다. 아카기 농림상은 사표제출 뒤 “선거전에 영향을 줬고 여당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아카기 농수상의 사퇴와 관련,“그만둬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통치 능력이 제로인 아베 총리도 그만 둬야 한다. 총리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특히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 시한이 종료되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재연장 추진과정에서 제1당이 된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국제공헌의 근거인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예전과는 다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거세지는 총리직 사퇴 압력에도 “정치의 공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대응 이외에 손을 놓은 상태다.1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7%가 사퇴를,40%가 유지를 주장했다. 더욱이 내각 지지율은 26%로 출범 이래 최저를, 반면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60%로 최고를 기록했다. 중의원 해산 여부에 대해선 54%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39%는 ‘빨리 해산해야 한다.’고 답했다. hkpark@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추가 피살] “무력해결등 대안 결정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탈레반들에 의해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태에 대한 대응과 협상은 어떤 상황, 어떤 단계에 와 있나.31일 미국의 심리 컨설팅 업체인 사이크의 진단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초기 대응과 협상은 낙제점으로 나타났다. 사이크는 인질석방 협상의 구조를 ▲상황평가 ▲접근 ▲협상전개 ▲석방으로 나눠 분석했다. ●상황평가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형규 목사에 이어 31일 심성민씨까지 살해됨에 따라 일단 초기 단계 대응은 실패했다. 두번째 단계는 납치범과의 대화 통로를 여는 것.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과의 간접적인 대화 통로를 열고 있다. 세번째 단계는 인질을 납치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접근 상황평가가 끝나면 납치범들과의 접촉을 시작하는 ‘접근’ 단계에 들어간다. 그래야 납치범들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인질들에 대한 정보도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협상자가 ‘권위’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의 직접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못해 초반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협상 전개 초기단계를 거치면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주고받는 본격 협상 단계가 시작된다. 납치범들의 요구사항 가운데 탈레반 수감자 석방 등 한국정부가 들어줄 수 없는 사안들도 포함돼 있다.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이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라면 협상팀은 ‘대안’(무력해결 등)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 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석방 테러범들은 ‘자비로운’ 집단이라고 과시하고 싶어 이따금씩 어린이, 노인 등을 먼저 석방하는 조치를 취한다.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그 가운데 다수가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우선 석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탈레반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로 납치범들과의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수 있다. 무력 구출작전을 시도하면 인질 가운데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전체적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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