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타는 북핵] “남북관계 복원 서둘러라”/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6일 북한은 핵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다. 동시에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지정 종료 요청서를 의회에 발송한다.27일 북한은 영변의 5㎿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다. 폭파 장면은 CNN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곧이어 6자회담이 재개돼 2단계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3단계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논의한다.6자 외무장관회담 개최 일정도 조율한다. 가칭 한반도 평화포럼의 출범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재개땐 한국 고립화 우려
이러한 모든 움직임들은 9·19 공동성명과 행동조치인 2·13 합의,10·3 합의에 토대하고 있다. 행동조치들은 미국과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과 한국과 중국의 창조적인 중재역할에 의해 진전되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과 냉각탑 폭파,6자회담 재개 같은 일련의 진행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연일 강조되지만 남북간의 소통은 찾아 보기 힘들다. 남측 수석대표와 북측 대표단장간의 상견례가 고작이었다. 상견례도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의 규모와 속도가 북핵 불능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북한의 불만 토론장인 듯했다.6자회담 재개에서 한국의 고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가 터졌다.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난관이 줄을 이었다.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한 북·미 간의 진실공방, 경수로 논의 시점 문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미사일 시험발사와 지하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 북한 인권과 일본인 납치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이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논쟁을 촉발시키고 확산시키는 중심축은 언제나 미국의 네오콘과 북한의 군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주어졌다.2006년 말 부시 행정부 2기의 대북정책 전환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6자회담 참가국들도 해결 의지에 탄력이 붙었다. 뉴욕 채널을 중심으로 북·미 접촉이 활발해졌다. 중국의 중재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의 창조적 역할도 눈에 띄었다.
조만간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의 평가와 검증문제, 관련국들의 상호 조율된 조치들의 동시행동 문제, 핵폐기 대상 등이 중심의제가 될 것이다. 검증문제는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의 조작여부와 플루토늄의 추출량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만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다. 상응조치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정국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종료에 대한 미국의 행동이 핵심이다.
●핵폐기 대상 선정 3단계 분수령될 듯
남아 있는 미국의 네오콘세력과 의회 일각에서 벌써 반대 또는 시기상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핵폐기 대상 선정은 3단계 논의의 분수령이 되는 듯하다. 북한 군부는 핵폐기 대상을 장비와 시설에 한정하는 듯하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플루토늄 추출량을 비롯한 핵물질과 현존하는 핵무기가 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핵신고서의 검증이 1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다.2단계의 검증과 3단계의 핵폐기가 병행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북핵 진전은 대화의 모멘텀 유지가 중요하다.9월이 되면 미국은 대선국면에 돌입한다. 부시 행정부의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다.10월 초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워싱턴 공연과 같은 분위기 조성의 이벤트도 예상된다. 공연이 북핵 진전을 이끌고 갈 동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역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난 시기 북핵 진전에 있어 남북관계의 강한 추동력을 상기하면서 조속한 남북관계의 복원을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