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이상설] “거동·대화 가능…北 내부 동요 없어”
국정원이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상황은 ‘건강에 이상이 있지만 통치하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정확한 신변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이후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발생해 수술을 받고 현재 호전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김 위원장은 금년 들어 모두 93회, 작년엔 74회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게 공개 활동을 했지만 지난 8월14일 이후 공개활동 상황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병명에 대해 뇌졸중, 뇌일혈, 뇌출혈 등 3개 질병의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하나로 특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은 “병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정보 수준이 드러나는 데 대한 사전 방어막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측은 이밖에도 “(수술 부위) 이외에도 김 위원장이 40대 후반부터 고혈압과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이 발병해 투약 등 건강검진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 의사들이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보도에 대해 “일부는 확인이 됐다.”고 정보위 의원들은 답했다.
‘호전 상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의 내부 동요가 없는 상황으로 봐서 거동도 할 수 있고 언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나돌았던 김 위원장의 ‘중병설’을 일축하는 언급이다. 나아가 북한에 권력 공백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뒤엎는 정황으로 파악된다. 이에 덧붙여 “통치 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여야 의원들의 전언이다.
종합적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은 문제가 있지만 통치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유포된 배경은 무엇일까. 국정원은 이와 관련,“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장기간 공개활동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모두 17회 정도이며, 김 주석 장례식 이후엔 87일간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설명을 토대로 유추해 보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유포된 것은 최근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북핵 문제와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를 놓고 대미 관계가 원만하지 않자, 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