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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그릇 비었어요’

    ‘밥그릇 비었어요’

    주인에게 먹이를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반려견의 귀여운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3일 트위터 이용자 사라 울리(Sarah Woolley)는 “녀석은 이미 먹이를 먹었다. 난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라는 위트 있는 소개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반려견 한 마리가 자신을 찍는 주인을 빤히 바라본다. 이어 한쪽 발을 들어 빈 밥그릇을 가리킨다. 빨리 먹을 것을 더 내놓으라는 듯. 그럼에도 주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녀석은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밥을 더 먹기 위해 귀여운 제스처를 취한 반려견의 모습은 현재(29일 오후 2시 기준) 1013회 공유(리트윗)와 8400건 가량의 ‘마음에 들어요’를 받았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길섶에서] 내심 금수저를 좋아해/문소영 논설실장

    얼마 전 ‘악당´과 ‘영웅´의 특징을 제시한 그림이 돌아다녔다. 오! 그럴싸한데 싶었다. 영웅의 속성은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상대의 꿈을 저지하는 게 삶의 목표이고 단독으로 움직이며,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난 뒤 행동하는 수동성이 있고, 언제나 화가 난 상태다. ‘아이언맨’을 살펴보자. 그는 군산복합체를 운영하는 회장의 아들로 천재적인 과학자로 방탕하게 살다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됐다 도망친 뒤에서야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또 다른 영웅 배트맨도 무언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는 ‘금수저’에 고담시의 범죄를 예방하기보다는 일이 터진 뒤에 수습하고, 항상 무뚝뚝하다. 반면 악당은 항상 큰 꿈과 야망이 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며, 실패해도 기죽지 않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는데, 잘 웃는다는 것이다. 애니 ‘라이언킹’의 삼촌 스카를 떠올려 보니, “역시 맞는 규정 같지 말입니다” 싶어서 낄낄댔다. 영화 속의 영웅과 악당의 속성을 현실에 적용하면, 영웅은 사회부적응자의 모습이고 악당은 흔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양식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는 ‘노오력’ 하라고 다그치면서도, 감성적으로는 케세라 세라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symun@seoul.co.kr
  • 중국, 위키피디아 검색 다 막았다

    중국, 위키피디아 검색 다 막았다

    중국 정부가 ‘콘텐츠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모든 검색을 차단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달 위키피디아에 대해 높아진 대중들의 관심을 의식해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어뿐 아니라 다른(약 300개) 언어로 된 콘텐츠도 이용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중국어로 된 위키피디아만 차단해 왔지만 이번에 전체 언어로 확대한 것이다. 위키피디아 측은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검열연구단체인 네트워크개입공개연구소(OONI)는 지난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정보에 대한 통제가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을 진행한 아르투로 필라스토 연구원은 “중국은 수년 동안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기보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대학살’과 같은 특정 검색 결과를 목표로 삼아왔다”며 “그러더니 2016년 초에는 위키피디아의 중국어판을 차단하며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위키피디아 전체를 차단한 이유에 대해 “중국 당국이 중국어뿐 아니라 위키피디아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키피디아는 2001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는 영어로만 서비스됐지만, 현재는 300개 이상의 언어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위키피디아가 제공하는 4000만개 이상의 콘텐츠 중 영어의 비중은 15% 미만이다. 위키피디아 공동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는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검열 요청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일방적으로 위키피디아를 차단했다. 이러한 조치는 2017년 위키피디아를 차단한 터키의 조치와도 유사하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터키 당국은 위키피디아가 터키가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삭제하지 않자 차단 조치를 내렸다. 터키에서는 여전히 위키피디아가 차단된 상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가짜뉴스 무기 삼아… 러시아, 美대선 이어 유럽의회 선거판 흔드나

    反이슬람 부채질 등 극우정당 지원 정황 “유포된 가짜뉴스, 美대선때와 패턴 비슷” 러 총리 “선거도 전에 의심… 터무니없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가 이번에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왜곡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복수의 서방 언론이 보도해 주목된다. 외신은 러시아가 이번 선거 국면에서 막대한 양의 ‘가짜뉴스’로 극우정당의 의회 진출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유럽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우려했다. 5년 동안 각국을 대표해 유럽연합(EU)에서 정책을 제안할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는 오는 23~26일(현지시간) 28개 EU 회원국에서 열리는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미 사이버 보안회사 세이프가드사이버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대 유럽인의 절반인 2억 4000만명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러시아발 가짜뉴스를 접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세이프가드사이버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수많은 SNS 계정들을 발견했다. 이 계정들은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장 및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의견 등을 확대해 퍼나르며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12일 EU 조사관과 학계, 시민단체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 또는 극우정당과 관계 있는 웹사이트, SNS 계정이 중도정당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면서 “최근 유포되는 가짜뉴스에서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가짜뉴스의 진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에는 비밀 이슬람 테러리스트 배후설 등을 확산시켜 반(反)이민 정서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목표는 유럽 내부의 문제를 증폭해 민주적 제도를 무력화하고 내부 긴장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아직 선거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우리가 잘못했다고 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은 편집증적이고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러시아의 유럽의회 선거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인질 구한 두 장병은 영웅” 국장으로 추모한 프랑스

    “인질 구한 두 장병은 영웅” 국장으로 추모한 프랑스

    “佛은 우리 자식들 절대 포기 안 해” 강조 주불 대사도 참석… 구출된 한국인 귀국한국인을 포함한 4명의 인질을 무장세력으로부터 구출하다 전사한 프랑스군 장병 2명의 영결식이 14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다. AFP통신은 프랑스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위베르 특공대 소속의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와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군사문화시설이자 나폴레옹의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광장에서 장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앵발리드 광장에 들어온 운구 행렬을 직접 맞이했다. 운구행렬은 프랑스 국기로 둘러싼 2개의 관으로 군인들에 의해 운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구출 작전은 위험하고 어려웠지만 필요한 임무였다”면서 “두 장병은 영웅으로 숨졌다. 이들은 전 세계 어느 군인도 감히 생각지 못할 수준의 특출한 군인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 말리에서 3년 반 전 납치돼 여전히 피랍 상태인 자국민 소피 페트로냉을 언급하며 “프랑스 국민을 공격하는 자들은 프랑스가 우리 자식들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장병은 지난 9~10일 새벽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무장세력 숙영지에서 40~50대 프랑스인 남성 2명과 40대 한국인 여성 1명, 미국인 여성 1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하다 사망했다. 이들은 대테러와 인질 구출 등의 특수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었지만 인질들의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었다 총격을 받고 숨졌다. 한편 최종문 주프랑스 대사도 이날 한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한국 국민을 구출해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전사한 장병들을 애도했다. 구출된 인질 중 1명인 한국인 A씨는 영결식 전 가족들의 비용 부담으로 국내에 귀국했으며 테러방지법에 따른 정부 합동조사를 받게 됐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프랑스 군인 2명 희생시킨 ‘위험한 여행’

    프랑스 군인 2명 희생시킨 ‘위험한 여행’

    한국 여성·美·프랑스인 29일 만에 구출 사망 부른 작전에 파리 환영 행사 썰렁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의 구출작전으로 풀려난 한국인 여성 1명과 프랑스인 2명 등 3명이 프랑스에 건강한 모습으로 도착했다. 40대 한국인 여성은 프랑스인 2명이 납치되기 이전에 억류돼 28일간 붙잡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한국인 여성 1명과 프랑스인 남성 로랑 라시무일라스(46), 파트리크 피크(51) 등 3명은 이날 프랑스 정부의 소형 전용기편으로 파리 남서쪽 인근 빌라쿠블레 군비행장에 도착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인 여성 1명은 부르키나파소에서 미 당국에 인계됐다. 한국인 여성 등 풀려난 인질들은 프랑스 정부에 감사를 표하면서 구출작전 중 전사한 군인 2명에 대해 애도를 표시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외무·국방장관과 군 합참의장,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대동하고 활주로까지 직접 마중을 나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두 명의 자국 국민 및 한국인 여성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얼굴이었으며, 화환 증정식이나 환영 인파 없는 간단한 환영 행사만 치러졌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프랑스 최정예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 부대원 2명이 구출작전에서 전사한 데다 피랍자들이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지역에 들어갔다가 납치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었다. 한 네티즌은 프랑스 해군 페이스북에 “무모한 관광객들을 위해 영웅들이 희생됐다”고 올렸다. 프랑스24 등은 프랑스 소셜미디어에 “구출작전 중 전사한 군인 2명에 대한 애도와 인질들에 대한 비판적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랍자들이 전사한 대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는 보도에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등의 격앙된 댓글도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피랍자들을 맞이한 자리에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두 군인들의 희생 앞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그는 두 특수부대원을 기리는 추모식을 오는 14일 파리 시내 복합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서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간단한 환영식 후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이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피랍자 중 한 명인 로랑 라시무일라스는 환영 행사 직후 “희생된 장병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하고, 정부와 군의 투철한 정신과 휴머니즘에 감사드린다”면서 “위험한 지역에는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의 발언 직후 한국인 여성도 그 옆에서 프랑스어로 짧게 “메르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프랑스군 특수부대는 미군의 정보 협조를 얻어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프랑스인 2명이 억류된 무장단체 캠프를 급습하는 등 구출작전에 나서 한국인 및 미국인 여성이 각각 1명씩 추가로 억류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함께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부르키나파소 북쪽 국경을 넘어 말리로 옮겨지고 있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구출작전이 프랑스 시민들과 함께 억류된 한국인과 미국인 인질의 발견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매우 희귀한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구출작전에 돌입할 때에도 한국인 및 미국인 인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출작전으로 인한 교전으로 무장조직원 4명이 사살됐으며 2명은 도주했다. 구출작전에서 사망한 위베르 특공대의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는 작전 중 인질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각됐으나 인질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다가 근접사격을 받아 숨졌다. 한편 베르통셀로 상사의 아버지인 장뤼크 베르통셀로는 이날 프랑스 RTL라디오 인터뷰에서 “알랭은 해야 할 일을 했다. 특수부대원은 아들의 천직이었다. 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었다”며 아들을 애도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자국 군인 둘 잃은 프랑스…‘여행금지 무시’에 佛 비판여론 쇄도

    자국 군인 둘 잃은 프랑스…‘여행금지 무시’에 佛 비판여론 쇄도

    환영인파 없이 굳은 표정으로 구출된 국민 맞은 마크롱佛 외무장관 “정부 권고 반드시 지켜야”프랑스인들 SNS에 “감옥에 보내라” “벌금형 물려라”국내 여론도 싸늘 “국가가 가지 말랬는데 죽어도 할 말 없다”희생 佛군인에 애도 물결 “프랑스 두 영웅 명복을…잊지 않겠다”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던 아프리카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무장세력에 납치된 뒤 군대의 구출 작전 끝에 살아난 프랑스인들에 대해 현지에서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극도의 위험한 구출 작전을 벌였던 특수부대원 2명이 목숨을 잃자 프랑스인들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온 자국민들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비가 내리는 가운데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항 활주로에 직접 나가 전용기편으로 귀환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맞이했다. 외무·국방장관과 군 합참의장,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대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피랍 후 구출된 세 명과 일일이 악수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런 자리라면 으레 있었을 법한 화환 증정식이나 환영인파도 전혀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최정예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의 부대원 2명이 구출 작전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는 침투 작전 도중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각되자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었고 근접사격을 받아 숨졌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베르통셀로 상사의 부친인 장뤼크 베르통셀로는 지난 11일 프랑스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들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 “언제나 준비된 상태였던 아들의 삶이 이렇게 안 좋게 끝났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임무를 완수했다. 군대의 정신을 사랑했던 아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었다”고 애써 심경을 밝혔다. 구출된 프랑스인 두 명인 로랑 라시무일라스(46)와 파트리크 피크(51) 씨는 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한 곳인 서아프리카 베냉의 북부의 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인 펜드자리 국립공원까지 들어갔다가 지난 1일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이곳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코끼리, 사자, 하마, 영양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서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로,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 지역과 접경지대인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는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 지역으로 설정해 아예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곳이다.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험지대이기 때문이다.프랑스군에 함께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 또한 어디에서 어떻게 납치됐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정부가 여행 자제 또는 여행 철수를 권고한 지역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리 외교부도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황색경보(여행 자제), 북부를 적색경보(철수 권고)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자국인들이 귀환하기 전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 국민 2명이 있던 곳은 이미 적색경보 지역이었다”면서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며, 가게 되면 중대한 위험을 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간단한 환영식이 끝난 뒤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서서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굳은 표정으로 “두 군인이 숨졌다.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외무부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출된 사람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비판론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라거나, 이들이 전사한 장병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는 보도에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는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파리 시민 알렉시 리비에 씨(33)도 일부 여행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숨진 군인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사람들은 항공료와 호텔비만 지불하면 여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게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어 “군대는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데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마크롱 대통령은 구출 작전 중 희생된 장병 두 명을 기려 14일 오전 11시 파리 시내의 복합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서 추모식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인 인질을 구하다 전사한 프랑스 군인들에 대한 애도와 구출된 40대 여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위험해서 가지마라는 지역에 왜 가서 피해를 주느냐. 벌금을 내든지 아니면 전사자 가족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기부하라”, “한국인 여성에게 무거운 벌금을 매겨야 마땅하다. 국가의 권고를 무시하고 여행을 자제 시킨 위험지역에 간 것은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전사하신 군인들에게 애도의 성금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느냐”, “두 영웅의 명복을 빌며 한국민들은 결코 두 분을 잊지 않겠다” 등의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노르웨이 보건장관 “마음껏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고기 먹게 하라”

    노르웨이 보건장관 “마음껏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고기 먹게 하라”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며, 붉은색 고기를 먹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한 나라의 보건장관이 이런 말을 했으니 사람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임명된 쉴비 리스테우 노르웨이 보건장관이 전날 현지 매체인 NRK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도덕 경찰’이 될 계획이 없으며 사람들에게 이렇게저렇게 살라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의사 결정의 토대가 되는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그녀는 나아가 “여러 다른 일들 가운데 우리가 젊은이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고 조금 더 많은 성인들이 끊게끔 도움을 주기 위해 흡연 전략을 지금 손 보려고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집권 연정의 한 축을 맡은 우파 전진당 소속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그 동안 반(反)이민 발언과 행보로 끊임 없이 입길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해 테러범이나 외국의 군사 단체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노르웨이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입법안이 좌절되자 노동당과 기독민주당이 테러리스트의 권리를 국가 안보보다 우선시 한다고 비난했다가 사임 압력을 받았다. 2016년에는 난민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다며 엄청 무겁고 튼튼한 구명 장비를 입은 채 지중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 한때 흡연자였던 리스테우 장관은 “많은 흡연자가 왕따라고 느끼기 때문에 대부분 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며 “흡연이 좋지는 않지만 성인은 스스로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교 모임 외에는 현재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이들이 공중 보건 정책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장관이 됐다고 걱정했다. 안느 리세 뤼엘 노르웨이 암 협회 사무총장은 리스테우 장관의 발언이 공중 보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그의 발언에 따를 것”이라며 “공중 보건이 몇 십년 전 과거로 돌아간 것”이라고 정색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아내의 맛’ 조안♥김건우, 회전목마 앞 기습 뽀뽀 ‘영화 같은 모습’

    ‘아내의 맛’ 조안♥김건우, 회전목마 앞 기습 뽀뽀 ‘영화 같은 모습’

    ‘아내의 맛’ 조안, 김건우 부부가 심야 놀이공원 데이트 중 사랑이 퐁퐁 샘솟는 ‘회전목마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안-김건우 부부는 지난 30일 방송된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에서 조안이 자신의 연기를 보고 놀란 남편 김건우를 위해, 남편 맞춤 통조림 햄 요리 열전을 펼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록 서투른 솜씨였지만, 행복하게 나눠 먹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7일(오늘) 방송될 ‘아내의 맛’ 46회 분에서는 해지고 달뜨면 기지개를 켜는 조안-김건우 부부의 독특한 세 번째 올빼미 결혼생활이 공개된다. 조안-김건우 부부는 역시나 그렇듯 해가 뉘엿뉘엿 지자 나들이에 나섰고, 놀이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 4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놀이공원을 찾아온 연인들처럼 귀여운 커플 머리띠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꽁냥꽁냥’ 러브모드를 발동하는 등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100% 놀이공원을 즐기는 모습으로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회전목마 앞에서 남몰래 기습 뽀뽀를 나누는, 영화 같은 장면까지 연출하며 보는 이들을 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즐겁게 놀이공원 데이트를 만끽하던 중 조안이 불쑥 눈물을 흘리면서, 현장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던 터. 조안이 웃음소리 가득했던 놀이공원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 사연은 무엇일지, 그리고 진솔한 2세 계획을 나누던 두 사람이 갑자기 왜 전시상황에 돌입하게 됐을지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방송에서는 가는 데마다 마감 시간 때문에 쫓겨났던 조안-김건우 부부가 야밤 데이트 마지막 코스로,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 홍대 거리를 찾은 모습도 담긴다. 취미, 취향은 물론 ‘패알못(패션을 알지도 못함)’ 면모까지 꼭 닮은 조안-김건우 부부가 새벽에 대변신을 해보겠다며 야심차게 홍대의 힙한 옷 매장에 들어섰던 것. 그리고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트렌디한 멋을 따라가려 했지만, 패션에 대해 ‘1도’ 모르는 부부답게 패션 테러리스트의 향기를 가득 품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더욱이 조안은 단벌 신사 남편 김건우의 새로운 도전에 연신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으로 깨소금을 쏟아냈다. 과연 ‘패알못’ 조안-김건우 부부가 과연 멀고도 어려운 패션에 득도해 ‘인싸’의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조안과 김건우 부부가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눈물도 터트리고, 때로는 화도 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며 “세상에 둘도 없는, 독특한 쿨내 진동 부부가 이번 주엔 또 어떤 신박한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TV조선 ‘아내의 맛’은 7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동영상] 적을 처형하고 시신 훼손하는 동영상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동영상] 적을 처형하고 시신 훼손하는 동영상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적군 병사를 처형하는 모습이나 시신을 훼손하고 촬영해 선전하기 위해 공표하는 일은 국제법으로 전쟁범죄가 된다. 이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영국 BBC의 아라비아 지부는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한달째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놓고 리비아통합정부군, 트리폴리 민병대와 교전을 벌이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이 자행한 전범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가 트리폴리 함락까지 눈앞에 둔 것처럼 장담했지만 한달째 교전을 거듭하고 있는 LNA의 한 병사가 적군 병사 셋을 꿇어 앉혀놓고 뒤에서 다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페이스북에 2년 전부터 돌아다니는데 BBC는 화면을 지우고 여러 발의 총성만 들려준다. 방송은 이 밖에도 LNA가 적 병사나 민간인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100건 가까이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범을 다루는 국제형사사법재판소(ICC) 리비아 지부의 수석 검사인 줄리안 니콜스는 “매우매우 심각한 전쟁범죄다. 적군 병사의 몸을 절단하는 일을 금지한 것은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고 말했다. 방송은 나아가 이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 이의 신원을 일부 확인했는데 셰리프 알마르가니는 하프타르와 함께 찍힌 사진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았다. 그가 LNA의 정예 병력인 알사이카 여단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도 보여줬다. 그리고 2017년 LNA의 공격에 희생된 간푸다 지역의 민간인 시신들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있다. 알리 함자는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사진들을 보여주며 오열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런 끔찍한 동영상이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에린 솔트먼 대변인은 “이들이 테러리스트인지 민간인인지,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를 둘러싸고 설명이 엇갈리곤 한다. 우리가 진실을 재단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페이스북은 그 뒤 제보받은 동영상들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끔찍한 사진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유튜브는 방송이 알린 동영상 가운데 단 하나만 삭제했다. BBC는 유튜브 동영상에 올라온 전범들의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유튜브의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는 성명을 통해 “끔찍하고 폭력적인 콘텐트를 금지하는 명백한 정책을 갖고 있으며 이 정책을 위반하는 제보받은 동영상들은 삭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는 이런 전범 혐의를 진지하게 다룰 것이며 최근 리비아에서의 폭력이 민간인들에게 더욱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한편 하프타르가 지난달 4일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한 뒤 같은 달 28일까지 345명이 숨지고 1600여명이 부상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집계했다. 피란민도 4만 2000명으로 파악됐다. 리비아가 다시 내전의 격랑에 휩싸인 것은 국제사회가 하프타르 사령관의 공격을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클링겐달연구소의 자렐 연구원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조차 요구하지 못하며 마비돼 있기 때문에 하프타르가 대담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햇다. 미국 정부의 ‘변심’도 하프타르의 도발에 큰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안보리에서는 지난달 중순 영국 주도로 리비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추진됐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지지하지 않아 불발됐다. 당시 러시아는 결의안에 하프타르를 비난하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미국은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뒤 트럼프 정부는 사실상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9일 백악관 성명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달 15일 하프타르와 전화 통화를 한 뒤 대(對)테러전과 리비아의 석유자원을 확보하는 데 하프타르의 역할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미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해왔는데 유전지대를 많이 장악한 하프타르 사령관에 힘을 실어주기로 바꿨다. 프랑스 역시 리비아 동부에 유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또 리비아통합정부의 주축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형제단이란 이유로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도 하프타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는 유엔과 친무슬림형제단 성향 터키, 카타르의 지지를 얻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테러에서 살아남은 랍비 “오늘은 내 장례식이었어야 했는데..”

    테러에서 살아남은 랍비 “오늘은 내 장례식이었어야 했는데..”

    미국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의 생존자이자 회당의 랍비인 이스로엘 골드스타인이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테러리스트는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를 죽이려 했다.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기고해 미국 내 반유대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유월절(이집트 탈출의 기념하는 유대교 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미 캘리포니아주 파웨이의 유대교 회당에서 신자들을 노린 총기 테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유일한 사망자인 60대 여성 로리 길버트 케이는 랍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대신 총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범은 샌디에이고에 사는 19세 대학생이자 백인 남성인 존 어니스트로 밝혔졌다. 골스스타인은 “오늘은 나의 장례식이어야만 했다”는 말로 글을 시작하며 자신을 지키다 사망한 로리를 애도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날을 회고하며 “테이블이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건 로리였고, 로리에게 다가가니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면서 “그 장면은 남은 여생동안 나를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큰 소총을 든 테러범을 마주하게 된 골드스타인은 그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골드스타인의 손가락에 총격을 입었다. 몇몇 신도들도 부상을 입었지만 추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골드스타인에 따르면 “기적처럼 총구가 막혔다”고 말했다. 앰뷸런스를 기다리던 골드스타인은 “신도들에게 전했던 많은 말들 가운데 ‘어느 세대에서나 우리를 파괴하고자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신성한 그 분께서 우리를 그들의 손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구절을 떠올렸다”면서 “그리고 평생토록 외쳤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다’(Am Yisrael Chai)는 문구가 가진 진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종교적인 사람이기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신이 이번에 나를 살려준 이유는 모르겠다”고 자문했다. 그는 이어 “왜 내가 나의 조부모가 폴란드에서 목도한 것과 같은 것을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봐야하는 건지, 왜 내 신체의 일부가 떼어진 건지, 왜 상냥함이라는 유대교의 가치를 지켜왔던 나의 좋은 친구 로리가 세상을 떠났는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애쓰던 남편이 기절하는 걸 봐야했는지, 그들의 딸인 한나가 부모의 모습에 고통받는 걸 봐야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전했다. 그러나 골드스타인은 “비록 신의 계획이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에 일어난 일에서 의미를 찾고 내 인생을 더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밖게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에게 유대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상기시킬 것이며, 유대인임을 드러내는 차림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을 마지막에 그는 “테러리스트는 우리를 ‘무정하고 기생하는 종족’이라고 불렀지만 아니다. 우리는 신의 빛을 세상에 가져오라는 신성한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모든 이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건국된 나라”라면서 “우리는 그 약속을 실현하고자 투쟁했다. 내가 빌린 시간동안 그 약속이 다시금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트럼프 “웜비어 몸값 보도, 돈이든 다른 것이든 지불 안 했다”

    트럼프 “웜비어 몸값 보도, 돈이든 다른 것이든 지불 안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석방 조건으로 북한에 돈을 지불했다는 의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부인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2017년 혼수상태였던 미국 대학생 웜비어의 석방 당시 조건으로 병원 치료비 명목의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원)의 청구서를 미국 측에 제시했고, 미국 측이 여기에 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떠한 돈도 오토 웜비어를 위해 북한에 지급되지 않았다. 200만 달러도, 어떤 다른 것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질들을 위해 18억 달러를 지급하거나 반역자 버그달 병장을 위해 곧 전투에 복귀할 5명의 테러리스트 인질들을 넘겨준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임 행정부 시절에는 억류자나 인질의 신병 인도를 위해 몸값을 지불하거나 포로 맞교환을 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반역자 버그달 병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영해 탈레반에 포로로 붙잡혔다가 풀려났던 미군 병장 보 버그달을 가리킨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버그달은 지난 2009년 6월 29일 한밤중에 탈영했다가 탈레반 무장대원들에게 붙잡혀 포로가 돼 5년 동안 수감됐다.오바마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 탈레반 포로 5명을 카타르에서 석방해 주고 미군은 버그달의 신병을 인도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버그달에 대해 군사법원의 불명예 제대 판결이 내려지자 선고 직후 “버그달에게 징역을 살지 않도록 한 판사의 판결은 우리나라와 군에 완전한 수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기 때문에, 웜비어 몸값 지불 보도는 파장이 적지 않았다. 다만 WP는 이 청구서가 재무부로 보내졌으며 2017년 말까지는 미지급 상태였고, 그 뒤 지급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후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조지 클루니 “수단 민주화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말보다 행동을”

    조지 클루니 “수단 민주화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말보다 행동을”

    조지 클루니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양심’이다. 아프리카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존 프렌더가스트와 함께 수단 등 아프리카의 전쟁 문제, 특히 군부나 무장세력의 자금 세탁과 은닉을 추적하는 시민단체 ‘센트리(Sentry)’를 세운 것이 2015년이었다. 두 사람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끌어 소개한다.지난 몇십 년 전 세계 정부는 다르푸르의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기독교 교회를 불지르며, 누바 산악지대에 식량 공급을 거부하고, 극단주의 분파들을 지원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고문하고 체포해도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수단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줄을 서 왔다. 인권 유린에 맞서는 대신 영국,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중국, 러시아,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모두 바시르 정권과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열심이었다. 바시르와 그의 동맹 장군들에 맞선 이들은 수단 국민들 뿐이었다. 수단의 개혁을 지지하는 사회운동단체들이 조직한 시위와 저항이 몇년째 지속된 결과 지난 11일 이른바 ‘궁정 쿠데타’가 일어났다. 바시르의 동맹이자 국방장관 아와드 이븐 아우프로 교체됐는데 그는 다르푸르 학살 때의 역할 때문에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다음날 그는 또다른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부란으로 교체됐다. 이런 잇단 권력 승계는 군주제의 장난처럼 보인다. 폭압적이고 부패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두목 얼굴만 바꾸는 식으로 정권이 유지돼 온 것이 지금까지였다. 시위대는 속지 않는다. 이븐 아우프의 엄포와 통금령, 부란의 중재 호소에도 아랑곳 않고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부란은 군사위원회가 민선 총리와 내각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민선 대선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군이 훨씬 제한된 권능으로 민정 이양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여우들이 닭장을 지켜보겠다는 격이며 수단의 군부 통치를 상징했던 두 축인 부패와 국가 검열의 폭력을 그만 두는 노력을 무위에 그치게 하겠다는 것에 다름 없다. 대형 폭력 사태의 위협이 실재한다. 10년 이상 우리는 내전으로 갈기갈기 찢긴 수단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죽음과 파괴 얘기를 들었다. 생존자들은 거의 모든 학살 참가자들의 면면을 공포스러운 ‘잔자위드’(Janjaweed) 무장세력에게 당했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폭력 조직원들이 비밀경찰과 협력하며 악행을 저질렀으며 최근에는 시위대 근거지에도 배치됐다고 했다. 이런 우려에도 바시르가 퇴진한 것은 이 망가진 시스템에 일정한 균열이 생겼다는 증거다. 국제사회는 이제 과거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고 수단인들의 요구와 함께 할 두 번째 기회를 맞고 있다. 수뇌부의 교체로는 충분치 않으며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세계 지도자들은 수단이 참을성 있게 시위대를 다룰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EU, AU는 말로는 민정 이양을 지지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 없이 말로만 변화를 촉구할 뿐이다. 수단은 부패와 군부 주도 시스템이 온전히 남아 있고 수뇌만 교체된 이집트처럼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는 군부가 민간 과도 정부에 전권을 넘길 수 있도록 설득할 레버리지(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수단 장군들은 재정적 약점을 갖고 있다. 재앙일 뿐인 정부 정책들은 이 나라를 빚더미에 앉히고 원조와 빚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수단의 원조 구명줄은 유럽으로의 이민 행렬을 차단할 목적으로 지원되는 유럽의 원조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긴급 지원으로 이뤄져 있는데 결국 군부 폭도만 돕고 있다. 지금 인도적이지 않은 모든 원조는 민간 통치가 자리잡고 군부가 해체될 때까지 중단돼야 한다. 덧붙여 차관을 도입하려는 정권의 요청은 지난 20여년 미국의 테러리스트 지원국 명단에 오름으로써 차단당했다. 근래 몇년 미국이 이 명단에서 수단을 제외하려고 움직임을 보여 많은 차관 도입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바시르 축출 이후 이 과정을 잠정 중단했는데 재개만 된다면, 그 발표 자체만으로 진정한 민정 이양이 완성됐다는 것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가장 잠재력 있는 레버리지는 바시르와 동맹들이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 돈세탁한 자산들이 될 수 있다. 바시르 군부와 상업 네트워크는 수십년 동안 이 나라 자원을 고갈시켰으며 이 돈은 은행 계좌들에 은닉하고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전 세계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왔다. 뇌물을 먹여 기록을 엉망으로 만들고 적절한 돈세탁 방지 수단이 부족한 사실이 센트리에 의해 연일 폭로되자 이 나라 엘리트들은 해외 은닉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금 도피를 추적하는 일은 수단 시위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미국 재무부와 지구촌의 다른 규제 당국들은 수단의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들이 감춘 자산들이란 점을 사법당국에 신고하도록 공표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글로벌 마그니츠키법(Global Magnitsky Act)에 의거해 대규모 부패와 인권 유린에 책임 있는 관리들을 제재해야 한다. 수단의 용기있는 시위대들은 말 이상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강한 국제적 행동을 필요로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무슬림 오마르 의원, 트럼프 지지자에게 살해 협박받아

    무슬림 오마르 의원, 트럼프 지지자에게 살해 협박받아

    트럼프 “그녀는 이스라엘 싫어해” 조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50대 남성이 무슬림 여성인 일한 오마르(38) 민주당 하원의원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오마르 의원은) 이스라엘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비아냥거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공화당 유대연맹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스라엘을 고립시킬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한편 무슬림 여성으로서 최초로 연방 하원에 입성한 오마르 의원을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그는 “오마르 의원에게도 특별히 감사한다”고 운을 뗀 뒤 “아 깜빡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미안하다”고 조롱하며 유대계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오마르 의원은 지난 2월 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단체를 비판했다가 ‘반(反)유대주의적’이라며 거센 역풍을 받았다. 오마르 의원은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유대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했다. 하지만 그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트럼프 지지자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자 파장은 더 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5일 뉴욕주 출신 패트릭 칼리네오 주니어(55)를 체포했다. 칼리네오는 지난달 21일 오마르 의원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당신은 왜 오마르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그녀(오마르 의원)는 테러리스트”라며 “내가 그녀의 머리에 총을 쏘겠다”고 협박했다. 칼리네오는 수사과정에서 “나는 애국자이고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한다”면서 “우리 정부 내 급진 무슬림을 증오한다”고 말했다. 칼리네오는 최고 10년형 및 25만 달러(약 2억 8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열린세상] 저신다 아던이 일깨운 리더십의 의미/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저신다 아던이 일깨운 리더십의 의미/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에게 물었다. 미국이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냐고. 그가 답했다. 모든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애도와 사랑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뉴질랜드의 총리 저신다 아던의 얘기다.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 직후 트럼프와 주고받은 트위터는 아던 총리의 리더십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국가 지도자인 아던 총리가 ‘최악의 테러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관용과 성숙함, 진정성, 용기 등이 세계 강대국의 리더십과 비교되면서 부러움까지 사고 있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에서 가장 큰 덕목은 진정성이었다. 아던 총리는 사건 직후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을 위로했는데, 그 표정과 옷차림과 태도는 ‘깊은 애도’ 그 자체였다. 무슬림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슬픔이 가득한 표정으로 피해자 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모습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뉴질랜드 국민은 리더의 진정한 애도에 응답했다. 모스크 앞에는 애도의 꽃송이가 쌓이고, 마오리족은 애도를 위해 ‘하카’를 추었고, 피해자 가족에게 기부가 답지했다. 뉴질랜드의 진정한 애도에 특히 감동받은 것은 이슬람문화권이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칼리파 전면에는 아던 총리가 피해자 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모습이 투영됐다. 아던 총리의 모습 위로 영어와 아랍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함께 투영됐다. 가디언지는 ‘사랑은 카피할 수 없다: 전 세계 리더들이 아던 총리를 따라갈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의 애도를 칭송했다. 리더가 국민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애도를 다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던 총리는 보여 주었다. 아던 리더십의 두 번째 덕목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성이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반자동 소총류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의회 연설에서 아던 총리는 ‘범인이 얻고자 했던 악명을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살인범이며 테러리스트인 남성의 이름을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범인의 이름 대신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고, 애도하고, 기억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들이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자칫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거나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무슬림 이민자들도 뉴질랜드 국민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차단하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아던 총리는 국민에게 희망과 낙관을 제시했다. 역사상 가장 처참한 사건이 일어난 위기 상황에서 그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열어 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안전한 곳을 찾는 이들과 피난처가 필요한 이들에게 고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0년 무슬림 이민자 허용을 당초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테러 이후 아던 총리가 보여 준 관용의 리더십에서 국민들은 희망과 낙관을 얻었다. 실제 뉴질랜드 이민 신청을 하는 무슬림의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던 총리가 이처럼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리더십으로 떠오르면서 영국에서는 탄식이 넘친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보좌관으로 오래 근무했고, ‘뉴마키아벨리: 현대에서 권력을 발휘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조너선 파월은 아던과 메이, 두 여성 총리를 비교하는 분석 기사를 쓰기도 했다. 파월은 “두 사람이 여성이며, 소수 정당을 이끌고, 위기 상황의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면서 “아던이 국가를 통합하고, 희망을 주는 품격의 언어를 쓴다면 메이는 국가의 통합보다 당의 통합을 우선시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단어 선택이 결코 적절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자초한다는 면에서 대조적”이라고 비교했다. 미국에서도 ‘왜 우리에게는 아던이 없는가’라는 아쉬움의 소리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국수주의, 보호주의 리더십에 대항하는 관용적이며 진보적인 리더십의 전형으로 아던 총리가 떠오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던 총리가 던지는 파장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 베네수엘라 또 대규모 정전…수도 포함 주요도시 ‘암흑 상태’

    베네수엘라 또 대규모 정전…수도 포함 주요도시 ‘암흑 상태’

    베네수엘라가 또다시 대규모 정전 사태에 빠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이하 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여러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정전이 일어난 시간은 이날 오후 7시 10분(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8시 10분)쯤이다. 현지 SNS 이용자들은 수도인 카라카스를 비롯해 마라카이보와 발렌시아, 마라카이 그리고 산크리스토발과 같은 주요 도시가 정전됐다고 전했다. 이는 나흘 전인 25일 일어난 대규모 정전으로 며칠간 전역이 암흑 상태에 있다가 간신히 복구가 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는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7일에도 일어났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초인플레이션과 생활필수품 부족 등 경제난 속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정치적 대결로 정국 혼란까지 겹쳤다. 전국 곳곳에서는 이번처럼 대규모 정전이 잇따라 식량과 식수 공급이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두로 대통령은 이런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해 테러리스트의 파괴 공작 탓이며 그 배후에는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권과 많은 전문가는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패, 노후화한 전력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과 유지보수 미흡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같은 날 이번 정전 발생에 앞서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주 안에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 원조를 공평하게 분배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동영상] 리더십 부각된 아던 뉴질랜드 총리 “테러범 이름 언급 않겠다”

    [동영상] 리더십 부각된 아던 뉴질랜드 총리 “테러범 이름 언급 않겠다”

    “그는 테러 행위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악명이라면, 여러분은 내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앗살라 알라이쿰(평화가 여러분에게)!!” 뉴질랜드 총기 난사 이후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애쓰며 열정적으로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리더십이 재평가받고 있는 저신다 아던(38) 뉴질랜드 총리가 19일 감동적인 의회 연설을 남겼다. 아던 총리는 테러 공격을 일삼은 남성이 나쁜 방식으로 이름을 떨치려 했을 수 있다며 그의 이름을 절대 입밖에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테러 공격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웰링턴에서 의회 특별 모임을 열어 연설을 통해 “목숨을 빼앗아간 이들의 이름보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들을 말씀드리는 게 옳은 일이다. 그는 테러리스트이며 범죄자이며 극단주의자다. 하지만 내가 말할 때 그는 이름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의회 만남에 앞서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만나 슬픔을 위로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녀는 아울러 크라이스트처치의 총기 난사범이 생중계로 내보냈던 동영상이 더 이상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소셜미디어들이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던 총리는 “그들이 편집 기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 플랫폼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도록 방관하거나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뒤 “그들은 분명히 편집인이며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책임은 지지 않고 수익만 내는 사례가 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뉴질랜드의 법을 모두 총동원해 테러리스트들과 맞설 것이며 무슬림 커뮤니티가 겪은 슬픔을 모든 뉴질랜드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22일을 무슬림의 날로 선포하자고 제안했다. 원래 이슬람 관습은 주검을 빨리 정화해 매장하지만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검시 등의 과정이 지체돼 아직 희생자는 한 명도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진화하는 테러리즘… 한국도 자생적 테러 우려

    ‘테러 청정국’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지난 15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무고한 시민 50명이 숨지면서 국내에서도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국제관계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한국과 뉴질랜드의 국제테러지수(GTI)에 따르면 뉴질랜드와 한국은 10점 만점에 0.286점으로 전체 163개국 중 공동 114위로 ‘매우 낮음’ 수준이다. 국제적인 테러리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국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뉴질랜드 총격 테러처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이와 같은 자생적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한 헬스클럽에서 일하던 평범한 청년 브렌턴 태런트(28)가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테러리스트로 돌변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자생적 테러리즘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경제적 양극화가 언제든지 테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극단주의 테러 세력의 배후로 이뤄진 과거 테러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 불만을 품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가 적지 않다”면서 “테러 대응 시스템 등 위기관리 능력 강화는 물론 관계 기관들 간의 연계를 통해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에 있는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이 사건은 계획적인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다. 용의자들은 테러리스트 워치리스트(테러 위험인물 명단)엔 없었다”고 밝혀 충격을 준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함께 ‘테러 청정국’으로 꼽히는 곳이다. 국제 관계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GTI)에 따르면 한국과 뉴질랜드의 테러 영향력은 0.286점(10점 만점)으로 ‘매우 낮음’ 수준이다. 전체 163개국 중 공동 114위다. 이번 뉴질랜드 총격 테러는 테러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한국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자생적 테러’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발달한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테러리즘의 가능성도 떠오른다. 서울신문은 18일 한국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테러리즘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재난 테러리즘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테러리즘은 인간이 ‘계획한’ 재난이다. 일반적인 자연·사회 재난과는 결이 다르다. 특수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세계 각국에서 3만 427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11만 110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인명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 2017년엔 1978건의 테러가 발생해 8299명이 사망했다. 테러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4096건)과 2015년(1만 7329명)이다. 초창기 테러리즘은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테러의 대상과 목표가 명확했다. 살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지 않았다. 정치적 요구 사항만 쟁취하면 테러는 성공한 것이었다. 정치학적인 의미로 테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다. 프랑스혁명(1789~1794)을 분석한 버크는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등 당시 나타났던 여러 유형의 폭력을 테러리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테러리즘은 관점에 따라 정치적 대의를 위한다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테러의 개념이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9·11테러’다. 201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에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납치된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을 비롯해 인명 피해만 3500명이 넘는다. 사상자 수도 엄청났지만 무엇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 조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 충격을 줬다. 테러의 대상이 일부 정치 세력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인들은 경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1년 1373호 결의에서 테러리즘을 ‘민간인을 상대로 사망·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행위로 특정 집단에 공포를 야기해 대중이나 정부, 국제조직에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의도를 가진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제 테러 조직 소탕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9·11테러의 원흉으로 지목된 빈라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 사살됐다. 빈라덴은 죽었지만 아직도 세계 각국에선 테러리즘이 끊이지 않고 있다.첨단기술 활용 ●4차 산업혁명, 테러리즘 위협 커져 기술의 발달로 테러리즘도 진화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이버테러는 첩보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항공·철도·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고 순식간에 국가 기능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전자기파(EMP)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거나 용량이 큰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전송해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온라인 폭탄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수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방송사와 농협 등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던 ‘3·20 사이버테러’가 있다. 방송사 직원들은 회사 내부망 접속이 차단됐고, 은행들은 창구를 비롯한 모든 거래가 중단됐던 초유의 사태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내부에서 사용 중인 인터넷 주소(IP)가 백신 소프트웨어 배포 관리 서버에 접속해 악성 파일을 뿌린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해커들만 쓰는 악성 코드의 흔적을 미뤄 봤을 때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초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전에 없던 테러리즘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연결은 더욱 촘촘해졌다. 새로운 방식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낙관론자들은 내다본다. 하지만 이런 초연결사회의 허점을 노린 새로운 형태의 테러리즘이 파고들 여지도 크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됐기 때문에 간단한 공격만으로도 연쇄 작용이 일어나 사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 조직이 사이버공간을 조직 선전과 확대의 수단으로 삼는 것 역시 초연결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2016년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은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해 언젠가는 인류를 지배할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류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테러 조직이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경고한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뇌파를 분석해 인간의 뇌를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숫자를 본 사람들의 뇌 반응을 분석해 은행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 실험도 있다. 음파를 분석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위조해 보이스피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는 미래 로봇산업의 명암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로봇 슈트를 장착한 주인공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정의의 사도로 악당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상대하는 악당들 역시 첨단 기술을 동원한 로봇 슈트를 장착해 시민들을 위협한다. 앞으로 로봇을 활용한 테러리즘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일부 정부와 군수업체들은 로봇병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최첨단 무인 로봇 공격기인 ‘리퍼’와 ‘프레데터’ 등을 배치했다. 로봇 전문가인 노엘 샤키 영국 셰필드대 명예교수는 “로봇 제작 비용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무인 로봇병기를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적 테러 ●한국 사회 고용 참사와 저성장의 늪 한국은 비교적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얀마 아웅산 테러(1983), 칼(KAL)기 폭파 사건(1987), 이라크 김선일씨 피살 사건(2004), 샘물교회 탈레반 피랍 사건(2007)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국내에선 2008년 7월 탈레반 연계 세력의 불법 활동이 적발됐고, 지하드(성전)를 선동하는 이슬람인이 포착되기도 했다. 2009년 8월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거점 지역인 ‘칸다하르’로 마약 원료 물질을 밀수출하던 일당이 국내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는 세계 동맹국’이라면서 자신들이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정한 60개국 중엔 한국도 포함됐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월 ‘IS·알카에다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내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의 우즈베키스탄인 다수가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가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엔 “한국에 있는 일부 우즈베크 이주 노동자들이 급진화됐으며 시리아 아랍공화국으로 향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쓰였다. 이 외에도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터졌던 연평도 포격 사건(2010) 등 무력 도발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제정됐다. 숱한 진통을 겪었다. 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이 모호해 시민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러 위험 인물 관련 정보 수집 행위가 자칫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테러방지법의 주요 내용은 대테러 활동을 총괄·조정할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테러 예방·대응을 위해 관계 부처가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었다. 테러로 발생한 사망·부상자에 대한 위로금, 재산 피해 복구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은 최근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용 악화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인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된 테러단체가 아니라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다. 외로운 늑대는 테러의 방법 등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예방도 어렵다. 최근 증가하는 외국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피해 의식 역시 자생적 테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다양한 형태의 불만 세력과 사회 반체제 세력들이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테러로 강력하게 표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경찰의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민간 경비업체와의 협력도 늘려야 한다”면서 “평소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민방위훈련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희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굴인식 기술로 용의자를 추적·검거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공보 활동으로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을 차단해 혼란과 공포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테러 피해자들이 무사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소녀상 말뚝 테러’ 극우 일본인 재판, 올해도 공전 거듭할까

    ‘소녀상 말뚝 테러’ 극우 일본인 재판, 올해도 공전 거듭할까

    2012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한 극우 성향의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 재판이 올해 7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스즈키의 거듭된 출석 불응과 일본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로 재판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오는 20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즈키의 올해 첫 공판을 열 예정이다. 스즈키는 2012년 6월 당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세워진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일본에서 독도를 부르는 말)는 일본땅’ 등이 적힌 말뚝을 묶어놔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됐다. 그는 2012년 9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에 ‘말뚝 테러’를 하고 윤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한 혐의(사자명예훼손)도 받고 있다. 2015년 5월에는 경기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 등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과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어가 적힌 흰색 말뚝 모형을 국제우편으로 보낸 혐의로도 이듬해 추가 기소됐다.하지만 일본에 있는 스즈키는 출석통지서를 적법하게 송달받고도 2013년 9월 열린 첫 공판기일부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그를 법정에 데려오기 위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의 비협조 탓에 집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재판에도 스즈키가 불출석하자 법원과 검찰은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았다. 재판부의 주문에 검찰이 법무부에 스즈키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즈키가 올해에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 7월 법원이 윤봉길 의사의 조카가 스즈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스즈키는 이 민사재판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출석 대신 재판부에 나무 말뚝을 보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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