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8)풀무원 원경선 원장
△ 풀무원 원경선 원장의 생명·평화·전도운동.
“신 김치 먹고 살래?안 먹고 죽을래?” 이 질문은 원경선원장이 인류에게 던지는 양자택일의 메시지다.여기서 신김치는 무공해,그리고 정직한 재래식 식품의 상징이라고 할수 있다.
●산성체질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현대인의 삶이 구조적으로 신김치와 거리가 멉니다.
그게 본말의 전도 아니오? 모두 부와 편리를 추구 하지만생명을 무시한 부와 편리는 결국 위기를 맞이했거든.
●어떤 위기인가요?세계 인구가 60억인 지금도 기아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몇억입니다.유엔 통계에 의하면 30년 후면 80억이 된다고 해요.
그 때 가면 어떻게 되지요.얼마 전에 전경련 환경위원회의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는데 그 때 대놓고 그랬어요.“당신들 공장 자꾸 짓지 말라”고.6·25 때 내가 직접 겪었어요.
쌀 한말 하고 피아노 한 대 하고 맞바꿔요.먹거리가 그렇게 무서운 겁니다.식량위기가 오면 공산품 먹고 살 수 있나요.지구 환경 감시기구인 ‘월드워치’가 ‘21세기는 기아의세기’라고 경고했어요.예사로 들을 얘기가 아닙니다.
●처음 장만 할 때 밤잠을 설치던 논을 묵히고 있는 것이농촌 실정입니다.경작지를 늘리려면 농업인구가 늘어야 하고 그래 봐야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농업인구가 늘면 우선 실업문제가 해결됩니다.그러면 농촌문제 해결됩니다.그 다음에 더 중요한 것은 땅의 생명력이회복된다는 사실입니다.
●땅이 생명력을 잃는 것은 문제이긴 합니다.사람을 흙으로빚었으니 말입니다.
1994년 덴마크에서 열린 어떤 국제회의 발표인데 정상적인 남자의 정자수가 1억 내지 1억3천만 마리인데 항공사 직원은 5천만 마리,공무원은 7천만 마리라는 겁니다.이는 뭘 말하느냐.항공사 승무원이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거든요.또 1996년 일본 데이교 대학에서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정자수가 40대,30대,20대로 내려 올수록 적다는 겁니다.현대 문명에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정자 수가 적다는건데 바꿔 말하면 화학비료와 농약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말이고,맛있는 음식 즉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었다는 말이지요.또 있어요.1998년도에 나온 ‘도둑 맞은 미래’라는책에 보면 플로리다주 늪지대 독수리의 80%가 사라지고 악어는 아예 전멸했다는 거요.알아 봤더니 합성세제 등으로인한 환경호르몬 영향이라는 거요.이쯤 됐으면 뭔가 삶의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성이 올만도 하지요?●미국인들이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사료로 들어가는 곡물이면 제3세계 1억 인구가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식량의 절대량 보다 분배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자료지요.
일리 있어요.세계적으로 비만이 원인이 된 성인병 환자와기아에 허덕이는 사람 숫자가 공교롭게 비슷하다는 통계도있지요.교회 주기도문에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라는대목이 있어요.이는 무슨 말이냐.쌓아 놓지 말라는 뜻입니다.그런데 잔뜩 쌓아 놓고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는사람들이 많아요.그러면 가만히 앉아서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하면 될까요? 그것도 안돼요.일해야 합니다.생명이 본시부단히 움직이는 건데 가만히 있으면 죽음이오.운동하는 것은 삶인데 그게 바로 노동이 아닌가요? 아무도 쌓아 놓지 않고 아무도 놀지 않고,그러면 해결 됩니다.
●옛날 어른들이 “벼가 주인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는말을 하더군요.벼 자라는 것이 새끼 크는 것처럼 재미가 나야 진짜 농사꾼이 된 거라는 말도 하고요.꼭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농사도 체질에 맞아야지 아무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귀농자들이 고비를 못 넘겨 실패하는데 어떤 일이나고비는 있어요.아까 말대로 아침 나절에 돌아 볼 때 다르고 저녁 나절에 돌아 보면 또달라요.그러다 보면 힘든 줄 모르고 애착이 가죠.애착이 가니까 정성이 들어 가고.옛날 어떤 사람이 똑 같이 농사를 짖는데 소출이 많아,그 비결을물었더니 ‘나는 하얀 새를 본다.그런데 그 하얀 새는 꼭두새벽에만 나온다’고 하더래요.어떤 일이나 같아요.
●‘벌레도 같이 살아야 한다’든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윤리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하고 생산성도높여야 하는 지금의 농촌 현실에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농약,비료 안쓰고 화학비료 대신 퇴비 쓰면 감자는 세배,화본과(禾本科)는 50%까지 더 나와요.물론 과학영농을해야지요.그리고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해 볼까요.우리풀무원은 항상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이 있어요.아이들 세계에서는 새로 이사온 아이가 있으면 텃세를 하지요?그런데 풀무원에서는 그게 거꾸로 돼요.새로 온 아이들이기왕에 있던 아이들을 휘둘러러요.왜냐,사납고 거칠거든.그원인을 살펴 봤더니 음식이 원인이라.딴 데서 온 아이는 산성체질이라 조급하고 공격적인 반면 이곳에 오래 산 아이들은 온순하고 평화적이거든.대부분 성인병이 고지방, 고단백질에서 오는 식원병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어요. 미상원 영양특위 맥거번 위원장은 ‘사회문제를 환경이 아닌 영양에서 찾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일이 있습니다. 결손가정 아이보다 산성체질의 아이에게서 문제아가 더 많더라는 것이지요.대표적인 예가 백미와 현미의 차이입니다.현미를 먹으면 체질이 바뀌고 가벼운 노이로제까지 해결됩니다.
식품이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입니다.
●“사람이 위험 하니까 미생물과 잡초를 멸종 시키는 농법은 안된다” 차원을 넘어 유기농 식품이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논리로 확대되는 군요.
맞아요.지금 우리가 흙 1그램에 미생물이 5천만 내지1억마리가 있는데 이것을 죽이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요새는그 말에 많이들 공감 합니다.그런데 흙 속의 미생물 죽이면안된다고 하면서 사람은 마구 살상해도 괸찮은가. 군대라는게 그거 아니오. 군대가 말이요,연원을 따져보면 청동기 시대에 처음 생긴거라.먹고 쓰고 남는 것을 창고에 쌓아 두고그것을 지키기 위해 생긴 것이거든. 예수님 말씀대로 자기곳간에 쌓지 않고 하늘 곳간(이웃)에 쌓으면 지킬 필요가없겠지,거기다 현대의 가공식품이 사람을 공격적이고 조급하게 만들어요.
●원장님의 생명운동이 건강한 농업에서 평화운동으로 바뀐셈이군요.
내 일생은 오직 전도요.처음 풀무원을 시작할 때는 오갈데 없는 사람들 데려다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고 2단계는 생명있는 농산물 생산과 유통,그리고 마지막에는 평화운동이라.이것이 생명운동의 귀결이라 보는데 사실은 시종일관 전도라고 보면 됩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원경선 원장▲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 출생 ▲16세 누에치기로 농사 시작 ▲1938년 지명희 여사와 혼인 ▲1955년 경기도 부천에서풀무원 시작 ▲1976년 경기도 양주군으로 풀무원 이전, 유기농 시작 ▲1960년 거창고등학교 재단이사장(현재) ▲1992년 녹색인상 1955년 글로벌 500인상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 ▲현재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 이사장,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 이사.
*55년 자립 신앙공동체로 출발한 '풀무원 농장'.
원경선(元敬善) 원장은 1955년 경기도 부천에서 ‘풀무원’농장을 시작했다. 가난하고,병들고,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자립의 길을 마련해주기 위한 신앙 공동체였다. [누구든지일하면 먹을 수 있다.다만 쌓아 두지는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 쌓을 수 있다.그러나 자기 곳간이 아닌 하늘에 쌓아야한다.이웃을 위해 베푸는 것이 바로 하늘에 쌓는 것이다]원경선 원장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풀무원 농장의청지기 정신이다.
풀무원이라는 이름은 버려진 쇳 조각들을 모아 유용한 도구로 만들듯 생명을 풀무질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그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전쟁고아,행려병자,알코올 중독자,전과자 등 무수한 ‘버려진 돌’들이 모여 들었다.그중에 더러는 다시 태어나는 담금질을 견디지 못해 뛰쳐 나갔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요긴한 ‘모퉁이 돌’이 되어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풀무원이 문을 연 50년대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하면 허기를 면하느냐가문제였으므로 너나 없이 질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오로지 ‘증산(增産)만이 살 길’이었다.자연히 농사는 농약과비료에 의존했고 풀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정직을일생의 신조로 삼고 살아온 원경선 원장에게 이 농법은 맞지 않았다.농약과 화학 비료 때문에 땅이 죽고 땅 속의 미생물이 죽고 결국 사람도 죽는다는 생태계 이치는 차치하고먹어서 해로운 것을 생산한다는 것은 정직이라는 그의 신조가 허락치 않았다.그래서 그는 유기농법을 시작했다.네사람분의 사료를 먹여 한 사람이 먹을수 있는 계란이나 우유를 생산할 뿐이라는 로마 클럽의 보고서를 읽은 후 양계장도 폐쇄했다.
1976년 4월,경기도 양주군 회천읍 옥정리로 농장을 이전한풀무원은 그 안에 ‘한삶회’라는 생활 공동체를 결성했다.
생태계 이치가 그러하듯 사람 사회도 서로 도와가며 힘을합쳐야 보람이 있고 신명이 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아울러생명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농법으로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취지의 ‘정농회’(正農會)도 만들었다.그리고 바른 농사법을 널리 펴는 데 힘을 쏟았다.
풀무원 농장에서는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배운 사람과못 배운 사람 구별이 없다.다만 정직한 사람과 정직하지 못한 사람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그래서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보장된다.
‘㈜풀무원 식품’은 20년 전에 풀무원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보급하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