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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농구 런던 올림픽행 ‘먹구름’

    16년 만의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남자농구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내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9월 15~25일)가 중국에서 열린다. 중국 신화통신은 “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개최된다.”고 보도했다. 대회는 당초 레바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레바논은 지난 8월 FIBA 스탠코비치컵을 치르며 낙제점을 받았다. 대회 운영 자체가 엉망이었고, 재정 악화와 치안 문제까지 겹쳐 자격 미달로 판정됐다. FIBA는 중국과 필리핀을 실사한 끝에 결국 중국으로 개최지를 변경했다. 한국에 불리한 소식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 밀리는 데다 홈 텃세까지 넘어서야 한다. 중국은 통산 14번이나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홈에서 치른 4번의 대회 중 3번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톈진대회에서 이란에 일격을 당한 게 유일한 패배.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역시 두 번 모두 금메달을 땄다. 흐름을 끊는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1969년 태국 방콕대회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좋지 않다. 2007년 일본 도쿠시마에서는 3위, 2009년 중국 톈진에서는 사상 최악인 7위를 차지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부활을 알렸지만, 내년 아시아선수권은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대회 우승팀에만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3위까지는 각 대륙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12개국이 벌이는 최종예선에 출전할 수 있지만 ‘바늘구멍’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홍석만 장애등급에 발목… 金 빼앗기나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첫 금메달을 딴 휠체어 육상의 ‘간판’ 홍석만(35) 의 금메달 박탈 여부를 놓고 한국선수단과 대회 조직위원회의 힘겨루기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4일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800m(T53) 결승에 출전한 홍석만은 모든 이가 기대했던 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이튿날 2위에 그친 일본의 히로미치 준이 “홍석만의 장애 등급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대회 조직위원회가 당초보다 덜한 T54로 등급을 재판정, 금메달 반납을 요구했다. 대회 홈페이지 메달 집계는 물론 기록까지 삭제됐다. 그러자 한국선수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춘배 단장은 “홍석만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T53등급으로 2관왕에 올랐다. 설사 등급 조정을 인정하더라도 메달 세리머니까지 끝난 마당에 이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전례는 없었다.”며 반론을 폈다. 선수단은 16일 항의서를 공식적으로 조직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메달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출국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이 출전한 종목은 모두 19개. 이 가운데 특히 육상과 수영은 장애 등급 분류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육상은 트랙(T)에서만 21개, 수영(S)은 14개 등급에 이른다. 반면 사격과 양궁은 3개 등급으로 간단하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등급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관리하지만 각 연맹의 주관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체계가 일천한 탓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를 개최한 중국이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종목의 등급을 통폐합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장 선수단장은 “개최국 중국의 독주와 텃세, 등급의 통폐합으로 인한 혼란, 여기에 메달이 박탈될지도 모르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당초 목표였던 종합 3위도 위태롭게 됐다.”며 한숨을 지었다. 한편 한국은 16일 현재 금메달 15개와 은메달 24개, 동메달 22개를 따 태국을 밀어내고 종합 4위에 복귀했다. 광저우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농구대표팀 내년 亞선수권은 ‘젊은 피’로?

    ‘연봉킹’ 김주성(동부)도, ‘터줏대감’ 이규섭(삼성)도 태극마크 안녕?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6개월가량 손발을 맞춘 남자농구 대표팀. 빈손은 아니었다. 1등은 중국에 내줬지만 은메달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 이후 결승에 오른 적이 없었던 한국의 유쾌한 승전보였다.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가능성도 발견했다. 눈앞의 산은 잘 넘었다. 다음 산은 내년 8월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 중요하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아시아에 딱 1장 배정된 출전권은 늘 중국 차지였다. 이번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지긋지긋한 ‘중국 텃세’에 또 시달릴지도 모른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내년 개최지로 선정된 레바논을 자격 미달(?)로 판단, 중국 혹은 필리핀으로 장소를 바꿀 예정이다. 8월 FIBA스탠코비치컵을 치른 레바논은 대회 운영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 이미 중국과 필리핀 현지 실사까지 마쳤다. 레바논에 대한 압박 카드일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 대회가 열린다면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은 더욱 멀어진다. 그래서 내년 아시아선수권에 ‘젊은 피’로 대표팀을 꾸리자는 얘기가 나온다. 노쇠한 정예 멤버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젊은 세대’들이 낫다는 얘기다. 가능성이 떨어지는 아시아선수권에서 힘을 빼느니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게 해 안방에서 벌어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잭팟’을 터뜨리자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이었던 김성철(인삼공사)·이규섭·이승준(삼성)·김주성은 모두 30대다. 게다가 주축이다. 당장 뛰기는 훌륭하지만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처럼 크다면 한국 농구에 미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재학 감독이 “당장 성적에 급급하기보다 먼 미래를 보고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등학생으로 대표팀을 구성해보고 싶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농구 전문가들은 “하승진을 ‘진짜 농구 기술자’로 만드는 게 당면 과제다. 멀리 보아 오세근, 김선형, 김종규 등의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개편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농구협회와 KBL이 함께 만들었던 국가대표 운영협의회(국대협)는 새달 3일 결산회의를 갖고 향후 대표팀 운영 방침을 정리할 예정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만리장성에 가로막혀…男농구도 울다

    만리장성에 가로막혀…男농구도 울다

    역시 만리장성은 높았다. 중국의 일방적인 응원과 홈 텃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26일 광저우 국제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의 장신숲에 막혀 71-77로 분패했다. 대표팀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2006년 카타르 대회에서 5위에 그쳤던 충격에서 벗어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경기 전부터 “짜요~!”를 외치는 중국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여기에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이 더해졌다. 중국이 공격하면서 한국 수비를 건드려도 심판은 매번 한국 측 파울을 선언했다. 점잖은 유재학 감독도 참다못해 몇 차례 항의해 봤지만 그뿐이었다. 중국 선수들은 작정한 듯 과격하게 나왔다. 4쿼터 초반 이규섭은 얼굴을 가격당해 생채기까지 났다. 하지만 심판의 휘슬은 잠잠했다. 속수무책이었다. 1쿼터에 21-27로 뒤진 한국은 2쿼터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한국은 조성민(15점)과 이승준(8점)의 골밑 활약으로 잠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의 왕쉬펑이 세 차례 연속으로 중거리슛을 성공하면서 동점을 만든 뒤, 쑨웨의 골밑슛과 3점슛으로 재역전했다. 전반은 43-37로 중국의 리드. 유 감독은 경기가 안 풀리자 3쿼터 중반 ‘비밀병기’ 하승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3분 30초 전. 한국의 패색이 짙어질 무렵 양희종의 3점슛이 림을 갈랐다. 이어 김성철과 오세근이 연달아 3점포를 작렬했다. 종료 2분 10초 전 71-74로 따라붙으며 역전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종료 30초 전 김주성(15점)이 날린 회심의 자유투 2개가 모두 림을 외면하면서 결국 중국에 승리를 내줬다. 유 감독은 “심판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여기가 중국이 아니었다면 이겼을 것이다. 일방적인 응원에 눌린 것 같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어 “하승진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경기 내용에는 만족한다.”며 애써 위안했다. 광저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만리장성 즈려밟고…바둑 全종목 웃다

    만리장성 즈려밟고…바둑 全종목 웃다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기사’들은 ‘선수’로 불렸다. 단정한 옷차림 대신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었다. 태극마크를 달았고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도 했다. 어색하기만 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바둑이 당당히 스포츠에 명함을 내밀고 처음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자리였다. 10년 넘게 세계 최강자리를 지켜온 한국 바둑이지만 최근 중국의 기세가 워낙 거셌다. 게다가 중국의 홈이었다. 부담이 컸다. 자칫 나쁜 성적표라도 받으면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 도박이었다. [화보] 아시안게임 종합2위…자랑스런 그들의 모습 지난 4월 13일. 당시 여자상비군을 맡고 있던 양재호(47) 감독이 남녀대표팀 총감독으로 선정했다. 그렇게 프로기사 양재호 9단은 첫 사령탑에 올랐다. 한국 Kixx팀의 감독이며 ‘양재호 바둑도장’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바둑TV에 출연한 인기 해설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수들보다 바둑을 잘 두냐.”는 질문에 “꼭 그런 건 아니다. 선수들이 보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소통하면서 실력발휘를 도울 뿐”이라고 얼굴을 붉히는 ‘선비 스타일’이다. 아시안게임 감독자리는 ‘독이 든 성배’였다. 중국의 홈 텃세가 걱정됐다. 위험한 자리에 앉기보다 평탄하고 안전한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내 손으로 일구겠다는 의욕으로 대표팀 자리에 앉았다. 남자대표팀에 투톱 이창호-이세돌을 승선시켰고, 선발전을 거쳐 최철한·강동윤·조한승·박정환을 불렀다. 지난해 평균상금이 3억 6000만원에 이르는 드림팀이었다. 여자팀은 상비군 성적과 선발전을 통해 조혜연·이민진·김윤영·이슬아가 뽑혔다. 에이스가 모인 남자대표팀은 ‘방목’했고, 중국에 열세인 여자팀은 강하게 몰아붙였다. 여자선수들은 실전과 복기, 합숙훈련을 해야 했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31번 대국을 했던 이슬아는 7개월간 무려 61판을 뒀다. 금메달을 향한 묵묵한 훈련이었다. 대표팀 격려휘장에는 “금메달을 못 따면 바다에 뛰어들자.”고 써놓았다. 양 감독이 직접 써넣은 비장한 문구였다. 혹독한 훈련. 열매는 달았다. 아시안게임에 걸린 바둑 금메달 3개는 모두 한국 차지였다. 싹쓸이를 호언장담하던 중국의 코는 납작해졌다. 지난 23일 혼성복식에서 금메달을 걸었던 한국은 26일 광저우기원에서 열린 대회 남녀단체전 결승에서 나란히 중국을 누르고 우승했다. 이창호·강동윤·이세돌·박정환·최철한이 나선 남자단체전은 구리·류싱·쿵제·셰허·저우뤼양이 나선 중국을 4승1패로 눌렀다. 열세가 예상됐던 여자부도 이민진·김윤영·조혜연이 중국의 루이나이웨이·쑹룽후이·탕이에게 2승1패로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혼성복식에서 우승했던 박정환과 이슬아는 대회 2관왕에 올랐고, 현역으로 복무 중이던 조한승은 즉시 전역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양 감독은 “목표는 금메달 1~2개였다. 3개를 모두 딸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주변 사람들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1989년 동양증권배에서 자신의 첫 우승타이틀을 따낸 순간에도 묵묵히 안경알만 닦던 양 감독의 마음고생을 엿보게 한 모습이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성공귀농 해법 “토박이로 거듭나라”

    “식중독 예방 효과가 탁월한 매실 장아찌를 만들자.” 대구의 일간지에서 부장까지 지내며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던 서명선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노후 고민을 하게 된다. 신문사를 그만두고 대구 시내에 연 일식당은 1년 만에 경북권에 8개의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맹점 한 곳에서 손님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터진다. 비가열 음식은 식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민을 하던 서씨는 일본의 매실 절임 음식인 우메보시에 빠져들었다. 한국인보다 장이 약한 일본인이 건강을 지키는 이유는 회를 먹을 때 우메보시와 매실 주스를 자주 섭취하기 때문이었다. ‘귀농경영’(지식공간 펴냄)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연간 매출 30억원의 송광매원을 세운 서씨의 파란만장한 귀농 경험담이다. 서씨가 직접 썼다. 그는 U턴이나 J턴이 아니라 I턴을 한 귀농인이다. I턴이란 도시에만 죽 살던 사람이 귀농한 경우를 말한다. U턴은 고향인 농촌으로, J턴은 고향이 아닌 농촌으로 귀농하는 것을 말한다. 고향도 아닌 경북 칠곡에서 매실 농사를 시작한 그의 앞에는 만만찮은 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실 명인’으로 불리는 전남의 홍쌍리 여사를 본보기로 삼았으나 홍씨도 포근하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에 적합한 일본산 매실을 재배하고 있었다. 추위에 강한 토종 매실을 찾던 서씨는 토종 매실 보급에 앞장 서 온 권병탁(전 영남대 교수) 박사를 만나 매실 묘목을 구하게 된다. 순천 송광사의 600년 묵은 매화나무에서 시작된 묘목이었다. 매실 가공품을 만들고자 가공학과 교수를 찾아가 배움을 청하고, 공장이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청 단속반의 눈을 피해 도망치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도움으로 공장을 건립하게 된다. 국내 식품업체 대표로부터 매실 식초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이상한 경북대 교수로부터 아토피 개선 물질을 추출해서 공동 연구하기까지 서씨 곁에는 조력자가 있었다. 44살의 나이에 귀농해서 10년 사이에 연매출 30억원의 농기업 송광매원을 일구기까지 오해와 편견도 많았다.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서 서씨는 뒷소문과 텃세에 시달리게 된다. 악의적인 소문과 이방인을 배척하는 것에 대한 서씨의 해답은 철저하게 지역민으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이 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고 없는 도시 떠돌이가 요란스레 농업 시설을 세우는 모양새가 지역민의 언짢음을 살 때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편견을 깨면서 성취감을 느끼라고 덧붙였다. 그의 귀농 이야기는 ‘6차 농산업’으로 귀결된다. 1차 농산물×2차 가공×3차 유통 및 농촌관광을 곱한 개념이다. 농촌이 먹을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팔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10년간 농부로 송광매원을 일군 저자의 깨달음은 협업을 통해 농촌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10년간의 귀농 과정이 소상하고도 허심탄회하게 그려져 있어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책 끝에는 군수에게 보내는 진정서와 사업계획서도 원문 그대로 실려 있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잡았다…뺏겼다

    잡았다…뺏겼다

    한국 도로 사이클 간판 박성백(25·국민체육진흥공단)이 ‘텃세 판정’으로 금메달을 내줬다. 박성백은 22일 광저우 철인 3종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180㎞ 개인도로에서 4시간 14분 54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하지만 막판 질주 중 웡캄포(홍콩)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반칙이 선언됐다. 최종 순위는 19위.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만에 개인도로 금메달을 눈앞에 뒀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눈물을 삼켰다. ☞[아시안 게임 화보] 광저우 정복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박성백은 경기 후반까지 중간 그룹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다가 아껴둔 체력을 폭발시키며 추월에 나섰다. 500여m를 남기고 선두 그룹의 앞자리까지 치고 올라간 박성백은 웡캄포를 아슬아슬한 차이로 제치고 1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심판진은 결승선 15m 앞에서 박성백이 속도를 내려다가 왼쪽으로 치우치면서 뒤에서 파고들려던 웡캄포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정했다. 한국 코치진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성백은 마지막 속도를 내고자 강하게 페달을 밟다가 왼쪽으로 중앙선을 넘어 곡선을 그리면서 들어왔다. 심판진은 “결승선 40m 전에는 직선으로 달려야 한다.”는 국제사이클연맹(ICU)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코치진은 “그 규정을 이렇게 빡빡하게 적용한 전례가 없다. 중국계 심판들의 텃세다.”고 억울해했다. 금메달은 웡캄포가 가져갔다. 3위로 들어온 미야자와 다카시(일본)도 덕분에 은메달을 땄고, 4위였던 쩌우룽시(중국)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 태권도, 마침내 첫 金 피었습니다

    한국 태권도, 마침내 첫 金 피었습니다

    맏언니 이성혜는 18일 유달리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매트에 오르기 전 심호흡을 자주 했다. 몸엔 잔뜩 힘이 들어갔다. 베테랑답지 않았다. 이성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57㎏급 우승자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런데도 평소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전날 한국 태권도는 3명이 출전해 단 하나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이 짓밟혔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이성혜가 이를 악문 이유다. 이승혜는 결승에서 중국의 허우위줘를 만났다. 팽팽한 대결이었다. 3라운드까지 0-0 승부를 이어갔다. 결판이 안 났다. 둘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성혜의 노련함이 빛났다. 허우위줘는 판정을 의식해 수비모드로 전환했다. 이성혜는 허허실실 상대 페이스에 맞춰줬다. 그러나 경기 종료 30여초 전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모았던 힘을 한번에 터트렸다. 포인트는 없었지만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은 “허우위줘 금메달”을 연호했다. 심판들은 합의를 위해 모였다. 홈 텃세가 우려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이성혜가 서 있던 왼손을 치켜들었다. 이성혜의 우세승. 이성혜는 여자 태권도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남녀 통틀어도 대회 2연패는 1998년 김제경 뒤 12년 만이다. 경기 직후 이성혜는 “상대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강적이라 쉽지 않았다. 신장을 이용한 공격이 좋아서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러고는 “엄마, 나 1등 먹었어.”를 외쳤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성혜가 살린 분위기는 남자 87㎏급 허준녕이 이어갔다. 결승에서 중국의 정이를 11-4로 여유 있게 눌렀다. 허준녕은 오히려 준결승이 고비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아크말 아가셰프를 맞아 대역전극을 펼쳤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내리 7점을 내줬다. 이후 난타전이 벌어졌다. 차근차근 따라붙어 3라운드 28초 남기고 13-14를 만들었다. 종료 직전 다시 14-14 동점. 연장에 돌입했고 6초 만에 기습적인 몸통 공격으로 역전했다. 허준녕은 “5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함께 출전한 여자 53㎏급 권은경은 준결승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기권했다.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눈물을 보였지만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광저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감독님 수모 저희가 갚을게요”

    “감독님 수모 저희가 갚을게요”

    지는 건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슈팅 수에서 27-4로 압도했다. 상대가 제대로 찬 슈팅은 딱 한번이었다. 그 슈팅이 차상광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빠졌다. ‘알까기’였다. 골망이 흔들렸다. 그 실점이 승부를 갈랐다. 금메달을 노리던 청년들은 억울함에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1994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그 기세를 몰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조별리그와 8강전을 거치며 16득점(4실점)을 퍼부었던 한국은 절망했다. 황선홍-홍명보-서정원-유상철 등 ‘최강 전력’으로 불렸던 태극 청년들은 동메달도 못 딴 채 짐을 꾸렸다. 악연일까. 남자축구 8강전(19일) 상대는 또 우즈베키스탄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고배를 마셨던 홍명보-서정원이 이제는 감독과 코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16년 전의 아픈 기억을 되갚아줄 절호의 찬스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상대가 안 된다. 박주영(AS모나코)과 김정우(광주), 조영철(니가타)·구자철(제주)·윤빛가람(경남)·홍정호(제주)·김영권(FC도쿄)은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한 조광래호의 든든한 주축.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발을 맞춰 와 짜임새도 좋다. 홍명보호는 북한에 패(0-1)하며 출발했지만, 이후 요르단(4-0)·팔레스타인(3-0)·중국(3-0)을 완파했다. 10득점 1실점. 공수 밸런스가 탄탄하게 잡혔다. 상대들은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들고 나왔지만, 한국은 빠른 선제골로 골 폭탄을 퍼부었다. 박주영·조영철 등 공격진뿐 아니라 구자철·김정우까지 득점원이 다양한 것도 고무적이다. 일주일 사이에 4경기를 치른 만큼 출전시간까지 세심하게 조절했다. 한국식당에서 고기까지 든든히 먹어 체력적인 부분도 끌어올린 상태. 우즈베키스탄은 반대다. 약체 방글라데시에 3-0으로 이겼을 뿐, 홍콩(0-1)과 아랍에미리트연합(0-3)에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 3위(승점 3·1승 2패), 와일드카드로 겨우 통과했다. 카타르와의 16강전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이래저래 체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단판승부인 만큼 상대를 우습게 아는 건 금물이다. 중국과의 16강전이 ‘텃세’와의 싸움이었다면, 우즈베키스탄전은 ‘방심’과의 싸움이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히로시마에서 감독이 당했던 수모를 제자들이 갚아줄 수 있을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세 쌍둥이 아빠 돌잔치 金잔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세 쌍둥이 아빠 돌잔치 金잔치”

    쏘면 금메달이다. ‘새로운 효자종목’ 한국 사격이 15일에도 금메달 3개를 보탰다. 한국의 4회 연속 종합 2위 수성도 탄력을 받았다. 특히 소총 대표팀의 맏형이자 ‘세 쌍둥이 아빠’인 김학만(34·상무)은 딸과 아들 둘의 첫돌에 2관왕을 차지, 기쁨을 더했다. 김학만, 한진섭(29·충남체육회), 김종현(25·창원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소총 대표팀은 오전 광저우 아오티사격관에서 열린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1785점을 쏴 1774점의 중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학만이 오후에 열린 50m 소총복사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보탰다. 또 김정미(35·인천남구청)와 이윤채(28·우리은행), 권나라(23·인천남구청)로 구성된 여자 소총 대표팀도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우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부진했던 2006년 도하 대회(3개), 대회목표치(5개)를 훌쩍 넘긴 8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현재 사격에서 주인을 찾은 15개의 금메달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수치다. 역대 제일 많은 금메달을 땄던 1986년 서울 대회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의 기록(7개)도 이미 넘어섰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사격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홈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목이다. 게다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앞서 다른 국가들의 경기장 사전 탐방과 훈련조차 막았다. 그래서 대회 초반 한국의 선전은 더욱 놀랍다. 한국 사격이 중국의 텃세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이어 가는 이유는 철저한 준비와 정신력이다. 선수단은 실전이 벌어지는 아오티사격관과 비슷한 환경인 창원종합사격장에서 맹훈련했다. 2관왕을 차지한 김학만은 “아오티사격관은 바람이 강한 편인데 창원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또 중국의 예상치 못한 텃세에 대비해 일부러 시끄러운 환경을 조성한 뒤 연습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번 대회의 전초전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의 좋은 성적도 힘이 됐다. 한국 사격은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 4, 은 6, 동메달 7개로 종합 7위에 올라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거기에다 지난 도하 대회의 부진을 씻어 내겠다는 의지가 더했다. 특히 대회 둘째날 임신 7개월임에도 개인 및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김윤미(28·서산시청)의 열정이 대표팀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맏형인 김학만이 그 기세를 이어 갔다. 0.01초의 호흡과 단 1㎜에 메달 색깔이 뒤바뀌는 사격에서 만반의 준비를 통해 최고의 집중력·정신력을 갖춘 태극 사수들의 선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황비웅 기자의 광저우 아침] 해도 너무한 中텃세

    중국의 홈 텃세. 직접 겪어 보니 정말 너무했다. 중국은 14일 끝난 댄스스포츠 10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 나라가 한 종목의 금메달을 싹쓸이하기는 이번이 6번째다.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텃세로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댄스스포츠는 아직 평가 기준이 주관적이다. 남녀 커플이 선율에 몸을 내맡기는 시간은 1분 15초 정도. 짧은 시간 심판들은 자세와 밸런스, 무브먼트, 음악에 맞는 동작, 파트너십, 안무의 정확성 등 5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기계적으로 점수를 매기기 어렵다. 체조처럼 최고·최저 점수를 빼지도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댄스스포츠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그래서 심판의 공정성이 생명이다. 중국은 개최국 프리미엄으로 9명의 심판진에 중국 출신을 끼워넣었다. 편파 판정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중국만 잡으면 금메달인데…. 그래도 하나쯤은 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댄스계의 꿈이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되기 위해서다. 절박했다. 남상웅-송이나 커플은 금메달이 유력했다. 슬로폭스트롯 부문에서 한수 아래인 중국의 우즈안-레이링 조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먼저 연기를 마쳤고 둘의 얼굴을 환했다. 서로 호흡도 좋았고, 연기도 만족할 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41.64점을 받은 중국 조에 2.28점 차로 밀려 은메달이었다. 당연하지만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페어플레이다.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심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중국은 애초 경기를 공정하게 치르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댄스스포츠계에서는 그래도 우리의 결과물을 높게 평가해줄 것”이라며 버스에 오르는 황인만 스탠더드 대표팀 감독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stylist@seoul.co.kr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亞 맹주! 홈 텃세 깼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亞 맹주! 홈 텃세 깼다

    수준이 달랐다. 4만여 관중의 끝없는 외침도, 거친 태클과 신경전도 ‘아시아의 맹주’ 한국을 흔들지 못했다. 아쉬운 판정도 있었지만 흥분하지 않았다. 중국의 홈텃세를 오직 실력으로 눌렀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한국이 24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 탈환을 위한 큰 고비를 넘었다. 한국은 15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16강전에서 김정우(28·광주), 박주영(25·AS모나코), 조영철(21·니가타)의 골로 홈팀 중국을 3-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9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우즈베키스탄과 4강 진출을 다툰다. 당초 중국의 텃세로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완승이었다. 개인전술, 조직력과 정신력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빈 공간을 찌르는 길고 짧은 패스로 중국의 허리와 수비를 끝없이 흔들었다. 원터치 패스로 공간을 노리는 상대 공격을 협력수비로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중국은 슈팅 기회 자체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선제골은 대표팀의 맏형 김정우가 넣었다. 전반 20분 중국 진영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지동원(19·전남)이 올려준 공이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조영철에게 이어졌고, 공은 다시 골대 정면으로 달려들던 김정우의 왼발을 거쳐 골망을 흔들었다. 중국은 거세게 반격했다. 그러나 수문장 김승규(20·울산) 앞까지 가는 장면조차 연출하지 못했다. 최종 수비수 홍정호(21·제주)와 김영권(20·FC도쿄)이 철벽같이 막아냈다. 두 번째 골도 둘째형 박주영이 넣었다. 박주영은 후반 4분 상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 직접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나이지리아전 두 번째 골과 똑같았다. 형들의 활약에 동생이 골로 화답했다. 후반 13분 차세대 스트라이커 지동원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넘어지며 가운데로 찔러 준 공을 쇄도한 조영철이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중국은 마지막 발악을 했다. 또 거칠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슬기롭게 막아냈다. 맞서지 않고, 부상하지 않을 만큼 당해줬다. 이미 승부가 결정 난 상황에서 굳이 경고를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 그만큼 한국은 여유 있고,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한국이 이날 받은 경고는 단 한장에 불과했다. 홍명보 감독은 “중국 관중의 응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경기력도 그렇고 결과도 최고였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핍박과 역경의 역사…‘딴스’ 메달을 許하노라

    핍박과 역경의 역사…‘딴스’ 메달을 許하노라

    “딴스홀이 유독 우리 조선에만, 우리 서울에만 허락되지 않는다 함은 심히 통한할 일로….”(김진송,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 중) 서구 물결을 접한 남녀 8명이 일제강점기인 1937년 잡지 삼천리를 통해 총독부에 보낸 공개서한의 내용이다. 당시 시국 불안정을 이유로 춤이 금지됐다. 하지만 근대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청춘남녀들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억압의 시절, 댄스는 곧 해방구였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한때 사회악으로 낙인찍혀 이후에도 댄스는 핍박의 대명사였다.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장편소설 자유부인은 당시 격렬한 춤바람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학교수의 부인이 남편의 제자와 춤바람이 나고, 유부남과 깊은 관계를 맺다 가정파탄에까지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댄스는 사회악으로 낙인찍혔다. 정권은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카바레나 사설 댄스교습소를 단속했다. 1970년대 들어 ‘제비족’이 등장했다. 1980년대 초에는 일자리 부족으로 남편들은 중동으로 향했고, 아내들은 춤바람이 나 전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파탄에 이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댄스는 점점 더 음지로 파고들었다. ●음지에서 양지로 댄스가 양지로 나오게 된 건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부터다. 인식이 조금씩 달라졌다. 1990년대 중반 학교 선생님들이 댄스스포츠 연수를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활성화됐다. 이어 문화센터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강좌가 개설돼 인기를 끌면서 삶의 활력소라는 인식이 퍼졌다. 1994년 발족된 국제댄스스포츠경기연맹(IDSF)은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정식가맹단체가 됐다. 이때부터 댄스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2001년 창립된 대한댄스스포츠경기연맹(KFD)이 2007년 대한체육회로부터 정가맹단체로 승인받았다. 지난해와 올해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이 됐다. ●광저우 첫 정식종목…전종목 메달 쾌거 댄스스포츠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은 여섯 커플이 출전했다. 14일 마지막날 경기가 열린 광저우 정청체육관. “그동안 한국에서 연습장소가 마땅치 않아 학교 무용실에 숨어서 몰래 연습했던 걸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 황인만 스탠더드 대표팀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들의 환경은 여전히 최악이기 때문이다. 학교 시설물을 빌려 주지 않아 몰래 연습하다 쫓겨나기 일쑤였다. 해외 전지훈련 등은 모두 자비다.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낮에는 개인레슨 아르바이트를 했고, 밤에 연습해야 했다. 체육회가 지원하는 식대는 하루 9000원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딛고 댄스스포츠는 전종목(10개)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중국의 홈 텃세만 아니었으면 금메달도 여럿 나올 뻔했다. 대표팀은 은 7개, 동메달 3개라는 뜻깊은 선물을 안고 15일 귀국한다. 옥수두 KFD 부회장은 “교습소가 여전히 풍속·영업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 체육시설로 인정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광저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홍명보호 최후 승부는 남북전? 한일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남자 축구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홍명보 감독은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첫판에서 북한에 일격을 당한 한국은 요르단을 완파하며 사실상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경고 한장을 더 받아 북한전에서 받은 옐로카드를 없애는 여유까지 부렸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13일 팔레스타인전에 구자철(제주), 김영권(FC도쿄)이 나설 수 없지만 단판 토너먼트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위한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16강 상대는 누가 될까. 어김없이 ‘경우의 수’가 등장한다. 이번엔 별로 어렵지 않다. 일단, 한국의 조 1위는 물 건너갔다. 이번 대회 규정상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이 아닌 승자승을 우선적으로 따지기 때문. 한국이 최종전에서 팔레스타인을 꺾고, 북한이 요르단에 패한다면 남북한은 2승 1패로 동률이 된다. 그러면 한국은 조 2위가 된다. 한국이 팔레스타인에 패하고, 요르단이 북한을 누르면 조 꼴찌로 처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실상 조 2위가 확정적인 것. C조 2위는 16강에서 A조 2위와 대결한다. 일본이 A조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2위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현재 골득실에 밀려 3위지만, 13일 치러지는 말레이시아(2위)와의 최종전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 부담스럽지만 ‘공한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 축구는 중국에 강하다. 홈 텃세를 뚫고 16강을 통과하면 이번엔 중동 축구가 기다리고 있다. ‘공은 둥글다’는 말을 무시하고 단순히 순리대로(?) 예상한다면 8강 상대는 카타르가 될 전망이다. 준결승 상대로는 이란이 유력하다. 한국이 결승까지 승승장구한다면 금메달을 놓고 북한과 ‘리턴매치’를 펼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북한이 연승 행진을 벌인다면, 둘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홍명보호가 강력한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선수들 컨디션 좋아 금메달 70개도 가능”

    “선수들 컨디션 좋아 금메달 70개도 가능”

    트레이닝복을 입은 50대 아저씨는 분주했다. 여기저기 지나가는 선수들을 일일이 붙잡았다. 그러곤 질문 세례를 던졌다. “잠자리는 편안하냐. 음식은 입에 맞느냐. 몸은 괜찮으냐.” 하숙집 주인의 전형적인 멘트였다. 그런데 아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현장의 이기흥 선수단장 모습이다. ●“日 잡는 中 텃세 우리에겐 약될 것” 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12일에도 이 단장은 평소처럼 바빴다. 선수촌 근처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서성댔다. 햄버거를 사러 온 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가끔씩 햄버거를 먹더라도 되도록이면 선수촌 식사를 하면 안 될까.” 이 단장은 “이런 게 내 임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숙집 주인아줌마 같은 역할. 이 단장은 “광저우에 도착한 뒤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이유가 있을 테다. 이 단장이 설명했다. “목표 금메달 수를 늘렸다. 국내에서는 65개 정도 얘기했는데 잘하면 70개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애초 선수단은 결승에 오를 종목을 155개에서 160개 정도로 계산했었다. 이 가운데 65개 종목을 금메달 획득 가능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숫자는 자동으로 은메달이 된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이 단장은 “여기 와서 우리 선수들 컨디션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 환경이나 날씨가 우리 선수들과 궁합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예상보다 중국의 텃세가 더 거세다는 점도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거 같다. 중국이 일본의 메달 수를 많이 잠식할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계산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한국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기억해 달라” 이 단장은 “금메달 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모든 참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다. 그 점을 봐 달라.”고 했다. 모든 선수들을 아울러야 하는 건 선수단장의 숙명이다. 이 단장은 “4년 이상 고생해 온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선수들의 노고를 모두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 없다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우수한 성적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장사가 되는 종목’은 사실 몇 안 된다. 이 단장은 지난 10월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에 임명됐다. 그 이후 정신없이 보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선수촌에서 생활한 날도 셀 수 없다. 어느새 집에선 ‘나쁜 아빠’가 돼 버렸다. “원망도 많이 듣지만 그래도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주더라고요. 선수들이 잘해야 저도 좋은 아빠로 복귀할 수 있을 텐데요.” 하숙집 주인 닮기를 원하는 이 단장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광저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광저우 金 기대주 우슈 김준열 “中에 뺏긴 金…中서 찾겠다”

    광저우 金 기대주 우슈 김준열 “中에 뺏긴 金…中서 찾겠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우슈 산타(대련 종목) 부문 56㎏급 준결승전. 대진 상대는 중국의 리텅이었다. 예전부터 상대했던 상대라 자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공격이 성공해도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배심원 5명도 2 대 3으로 갈려 판정패했다. 결국 동메달에 그쳤다. 국내 1인자 김준열(27·영주시청)은 생애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종주국의 텃세를 넘지 못했다. “정말 편파 판정이었어요.”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얼마나 격분했는지 목소리도 갈라졌다. 그가 굳은 각오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그를 넘을 자가 없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전국체전에서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1등을 했다. 그 한 차례도 경기에서 진 게 아니었다. 2007년 체중 조절에 실패해 결승전에서 탈락했다. ●전국체전 6차례 우승한 국내 최강자 김준열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60㎏급에 출전한다. 56㎏급에서 주로 뛰었지만 대표팀 선수가 무릎을 다쳐 대신 나가게 됐다. 그가 낙점된 이유는 물론 금메달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이 체급에는 중국이 출전하지 않는다. 4년 전 도하에서의 억울함을 설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금메달을 반드시 따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는 내년 3월 입대해야 한다. 그런데 우슈 종목에는 상무팀이 없다. 올림픽 종목도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군에 가야 한다. 종목 특성상 선수 생명이 거의 끝나는 셈이다. “보통 올림픽 종목이 돼야 상무팀이 만들어지거든요. 앞으로도 가망은 없어 보여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다. ●아시안게임 끝난 뒤 지도자 길로 그는 남들보다 늦은 고 2때 우슈를 처음 접했다. “친구 따라 동네 우슈체육관에 갔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는 대학도 우슈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2001년 명지대 진학 뒤 국가대표를 목표로 뛰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2002년 우슈가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실업팀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어차피 우슈 외길을 선택했기에 그는 2002년 영주시청에 들어갔다. “처음엔 2등 선수로 불렸어요. 다른 선수들 실력이 너무 쟁쟁했거든요. 하지만 점차 나아져서 지금은 최고가 됐죠.” 그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2008년 한중대에 편입, 올해 졸업장을 받았다. 당연히 그의 꿈도 우슈와 관련된다. 한번 맺은 인연의 끈을 끊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결과가 어떻든 우슈는 제가 20대를 다 바친 종목이에요. 저를 이만큼 성공하게 해준 데 보답해야죠.”라면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라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글 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김준열은? ▲생년월일 1983년 2월 26일 구미 ▲학력 황상초-구미중-경구고-한중대 졸 ▲체격 165㎝, 63㎏ ▲가족관계 1남 1녀 중 장남 ▲취미 영화 감상 ▲별명 꼬마대장 ▲좌우명 현재에 충실하자 ▲수상경력 2009년 태국 아시아무도대회 금메달,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 2006년 산타월드컵 은메달, 2005년 세계선수권 동메달, 2005년 동아시안게임 은메달, 2004년 산타월드컵 금메달
  • 대중 ‘날것’을 그리워하다

    대중 ‘날것’을 그리워하다

    각 잡힌 안무, 숙달된 말솜씨, 세련된 외모…. 이들에게선 요즘 흔한 ‘스타 키워드’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2일 화제속에 막을 내린 케이블 프로그램 ‘슈퍼스타K(슈스케) 2’, KBS ‘남자의자격(남격)-합창단’, SBS ‘스타킹’ 등의 출연진 얘기다. 프로들의 눈에는 한 수 아래인 아마추어들이 대중문화계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다. 대중이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이들의 승승장구를 냉소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왜? 25일 방송계에 따르면 ‘슈스케’에서 우승한 허각(25)은 다음달 28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선다. 준우승자인 존박(22)은 의류 브랜드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두 사람은 다음달 9일 방송 예정인 SBS 프로그램 ‘강심장’(29일 녹화)에 출연한다. 장재인, 김지수, 강승윤 등 우승 문턱에서 아깝게 탈락한 톱11에게도 각종 기획사 영입 제의와 CF, 방송 섭외가 쏟아지고 있다. ‘남격’에 출연했던 리포터 출신 선우는 이미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남격’ 합창단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도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슈스케’나 ‘남격’ 모두 케이블이나 아마추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상파 및 기존 음반시장의 ‘텃세’가 예상됐지만, 기대 이상의 세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이유를 ‘꿈’에서 찾았다. 정씨는 “외모나 실력, 학력이 떨어지더라도 기존의 권력 틀로 메울 수 없는 빈구석을 대중의 힘으로 메워 주는 데 많은 사람들이 희열을 느낀 것”이라면서 “수용자들은 검증된 완성형보다는 미숙하고 순수한 이들이 가수로서 완성돼 가는 과정을 스토리화해 또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1세부터 99세까지 연령, 지역, 계층 차별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대국민 스타 발굴 오디션’이라는 슈퍼스타K의 캐치프레이즈는 134만명 대 1이라는 경쟁률에서 보듯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호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잊고 사는, 혹은 잊고 살 수밖에 없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는 많은 이들에게 대리 만족과 ‘나도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는 게 가요계의 진단이다. 만들어진 스타에 대한 염증과 갈수록 거대해지는 연예권력에 대한 반발심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슈스케’의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이승철은 “갈수록 가요계가 인스턴트화되고 있다.”면서 “(아이돌도 철저하게 계산된 사전 훈련을 거쳐 배출되다 보니) 노래보다 복근 연습부터 하는 가수들이 많다.”고 가요계의 현 실태를 꼬집었다. 이런 풍토 속에 ‘슈스케’ 출연진 등이 보여준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에 대중들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대형 기획사와 일부 미디어의 합작으로 거의 만들어지다시피 한 가수들을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가수를 만들었다는 쌍방향 소통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마추어에게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는 지금의 가요계 풍토에 대한 반작용과 프로그램의 재미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아마추어리즘의 승리’에 대한 속단을 경계했다. 강씨는 “아마추어의 강점이 프로 세계에 뛰어들면 오히려 역풍의 빌미가 될 수 있고 거대 기획사의 마케팅 파워의 벽도 엄연한 게 현실”이라며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도 아마추어리즘이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시안 게임 바둑 국가대표팀 양재호 감독

    아시안 게임 바둑 국가대표팀 양재호 감독

    바둑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논란이 일었다. 바둑인들도 ‘바둑은 스포츠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일 정도였다. 결론이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바둑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집어넣은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홈 대회에서 세계 정상의 한국을 이기겠다는 것. 그래서 한국은 중국을 꺾어야 한다. 당대 최고인 이창호(35·넷마블), 이세돌(27·신안천일염) 등 남자 선수 6명과 조혜연(25·고려대) 등 여자 선수 4명으로 구성된 10명의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과 페어 등 3종목에서 금 2, 은메달 1개가 목표다. 양재호(47) KIXX 감독이 이들을 이끈다. 15일 선수들과 기보분석에 여념 없는 양 감독을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기상천외한 장외 전술에 촉각 양 감독은 “무엇보다 중국의 텃세를 이겨 내야 한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한국 양궁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중국 팬들에게 졌다. 소란스러운 응원에 심리적으로 말렸다. 양 감독은 “바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대회에 맞춰 실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 이상으로 중국의 기상천외한 방해전술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제1회 궁륜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참가한 이슬아(20·명지대)는 ‘호랑이 연고’에 당했다. 2회전 상대인 중국의 정옌은 대국 중 계속 호랑이 연고를 발랐다. 이슬아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평정심을 잃으면서 졌다. 양 감독은 “(중국이) 어떤 걸 들고 나올지 모르겠다.”면서 “상대가 뭘 해도 흔들리지 않는 게 답”이라고 했다. 양궁도 바둑도 중국과 맞붙을 땐 정신력이 중요하다. 대표팀이 다음 달 8일부터 나흘 동안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집중할 부분이다. 대부분 프로기사가 그렇듯 양 감독도 평생을 바둑판 위 361개의 눈 속에서 살아 왔다. 때론 다른 세상이 궁금하고, 평범한 삶이 부럽기도 했단다. 하지만 “바둑은 그 자체로 대우주와 같은 묘미를 품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양 감독도 “바둑이 졸린다.”고 했다. 불면증이 있는 양 감독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사활(수읽기) 책을 읽는데 그게 수면제”라고 했다. 200% 공감. 한편으론 잘 때까지 바둑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수도 바둑이 졸린다 “선수들보다 바둑을 잘 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지적하고, 함께 생활하고 소통하면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했다. 호흡과 소통. 양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된 이유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작전타임, 하프타임이 없는 바둑에서 감독은 대국에 나선 선수와 아무런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대국이 개시되면 감독의 고독한 싸움도 시작된다. ●화투보다는… 양 감독은 “바둑은 스포츠라기보다 예술과 문화”라고 했다. 승부 자체보다는 돌 하나하나 놓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광저우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했다. 종주국임을 앞세운 중국의 도전을 이겨 내는 동시에 바둑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양 감독은 “금메달을 따야 다시 주목받을 수 있고, 계속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팬들도 적극 성원하고 있다. 한 팬은 중국에 지지 말라고 직접 만든 ‘수맥 차단기’까지 보내왔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로 한두 번 세계기전에 나갈 계획이다. 바둑은 평생, 남녀노소 할 수 있으니까. 그는 “추석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끼리 화투를 치다 얼굴 붉히지 말고 바둑판을 펴 보시라.”면서 “바둑도 내기가 가능하니까 박진감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명절 인사도 바둑 감독다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외국계 저가항공사 ‘한국 러시’

    한국의 저가항공사들이 최근 2~3년 새 급성장하자 외국의 저가항공사들도 한국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 엑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에어아시아 엑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 계열사로 인도, 타이완, 중국, 호주 등에 이어 한국을 11번째 취항지로 선택했다. 에어아시아 엑스는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주 7회 운항한다. 에어아시아 엑스 관계자는 “한국은 저가항공을 이용한 해외여행 수요가 많은 데다 온라인 예매 비율이 매우 높아 적은 비용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아시아 엑스의 진출로 한국 저가항공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에어아시아 엑스는 아시아뿐 아니라 호주, 유럽 등에 132개 노선을 갖추고 있어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이 성공하면 곧바로 노선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저가항공사는 2005년 처음 날개를 편 이래 6년 만에 국내선 시장 점유율이 34%(지난 6월 기준)를 넘었다. 현재 운항 중인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다. 해외·제주 여행객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 처음 두 자릿수 점유율(국내선)을 기록한 뒤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산 비행기 도입과 기존 항공사의 텃세 등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컸던 만큼 올 상반기에야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또 올 하반기 KTXII 서울~부산 구간이 완전 개통되면 국내선 항공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가항공사들은 국내 노선보다는 동남아나 일본 등 단거리 해외관광 수요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오사카, 도쿄, 괌 등에 취항 중이며 하반기에 홍콩, 상하이, 마닐라 등으로 취항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광저우AG D-100] 2위를 지켜라

    [광저우AG D-100] 2위를 지켜라

    이제 딱 100일 남았다.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오는 11월12일 개막한다. 16일 동안 40억 아시아인이 열전을 지켜본다. 한국의 목표는 이번에도 2위 지키기다. 사실상 종합 1위 목표는 불가능하다. 중국이 워낙 강한 데다 이번엔 홈 이점까지 안고 있다. 최대한 중국과 격차를 줄이고 라이벌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대회는 총 42개 종목에서 476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크리켓을 뺀 41개 종목에 출전한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4회 연속 2위 자리를 노린다. 일본은 여전히 육상(금 47개), 수영(금 53개) 등 기초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세다. 그러나 역시 기초종목에 강한 중국이 일본과 메달을 나눠먹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회 중국의 홈 텃세를 감안하면 일본엔 불리하고 우리에겐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금메달이 확실한 종목들만 확실히 가져오면 중국이 일본을 잡아주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히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선수들이 금 사냥에 앞장서야 한다. 한두 명 실수가 있으면 전체 선수단이 흔들릴 수 있다. 수영 박태환, 역도 장미란, 사격 진종오, 세계 최강 양궁 대표팀의 어깨가 무겁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박태환은 4년 전 도하에서 금3-은1-동1을 몰아쳤다. 이번에는 그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중국 장린, 쑨양과의 대결이 관건이다. 양궁은 소음을 발생시키는 중국 홈팬들의 텃세를 극복해야 한다.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은 3일 “아시안게임 때마다 의외의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곤 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분위기가 좋아서 금메달 65개 이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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