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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방에서 청소 요구해 계산대 비우게 한 뒤 금고 턴 20대 구속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28일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현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A(2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 33분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PC방에서 일부러 음료수를 쏟아 종업원에게 청소를 요구한 뒤 종업원이 청소를 하느라 계산대를 비운 사이 금고안에 있던 현금 4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경기·강원·경남 등 전국 PC방 36곳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현금 1400만원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PC방과 주변 상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해 경북 구미시내 한 여관에서 A씨를 붙잡았다. 직업이 없고 정해진 주거지도 없는 A씨는 경찰조사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공중전화 수난

    [그때의 사회면] 공중전화 수난

    지금은 이용자가 거의 없는 공중전화는 1889년 미국 발명가 윌리엄 그레이가 고안한 동전으로 작동하는 공중전화가 최초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전화국 안에 공중전화가 있었다고는 하나 동전을 넣는 사실상 최초의 공중전화는 1962년에 생겼다. 종전의 공중전화와 다른 점은 공중전화 부스가 있고 감시원이 없는 무인전화라는 것이었다. 빨간 네모 상자 모양의 본체 앞에 동그란 다이얼식 번호판이 붙어 있는 ‘벽괘형 공중전화’다. 그해 9월 20일 서울시청 앞, 서울역 앞, 서울 중앙우체국 앞과 남대문 로터리 등 서울시내 10곳에 처음 설치됐다.무인 공중전화는 처음부터 수난을 당했다. 보름 만에 절반인 다섯 대를 도둑이 통째로 훔쳐 간 것이다. 그나마 50환 동전만 쓸 수 있어 이용자가 적었던 바람에 잃어버린 돈은 많지 않았다. 송수화기를 절단해 가져가거나 전화번호부를 훔치는 도둑들도 있어 경찰이 골머리를 앓았다. 통째로 훔치지 않고 동전만 빼가는 절도범들도 잇따라 붙잡혔다. 못으로 자물쇠를 열어 공중전화 안에 있던 255원을 턴 20대도 있었고 시내 전역을 돌며 공중전화 동전을 훔친 이도 있었다. 그보다 큰 문제는 ‘돈 먹는 공중전화’였다. 전화기 품질이 떨어져 거의 모든 공중전화가 고장이 잦았다. 다급한 사람은 혹시나 해서 서너번 동전을 넣었다가 15~20원을 손해 봤다며 신문에 독자투고로 고발하기도 했다. 급한 일로 공중전화를 걸었다가 전화가 돈만 삼키고 걸리지 않자 법원에 5원 반환소송을 낸 시민도 있었다(경향신문 1969년 7월 11일자). 법원은 당연히 승소판결을 내려주었다. 소송은 더 있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패소한 시민도 있었다. 1964년 4월 서울 공중전화는 99대였는데 고장건수는 한 달에 260건이었다. 전화 한 대가 한 달에 세 번 고장난 셈이다. 고장이 잦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정해진 동전이 아닌 쇠붙이 따위를 넣고 전화를 걸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규격에 맞지 않는 조선시대 엽전이나 일본 동전 구화도 심심찮게 발견됐다(경향신문 1964년 5월 21일자). ‘이동공중전화차’라는 게 있었다. 공중전화 다섯 대를 설치한 차량을 시내 번화가를 돌면서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매일경제 1969년 6월 16일자). 공중전화는 처음에 시간 제한이 없었다. 통화 시간이 늘어나 불편을 주자 3분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이었다. 시외 자동 공중전화기는 1977년에 처음 설치됐는데 일본 제조 회사의 이름을 따 ‘다무라 전화기’로도 불렸다. 최초의 공중전화 요금 5원은 당시의 물가 수준에 비해서는 싸지 않았다. 그래서 10여년간 올리지 않았다. 현재의 공중전화 요금은? 3분에 70원이다. 사진은 1962년 서울에 설치된 최초의 공중전화 부스 모습.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삼각 회오리’에 아르헨·터키 휘청… “한국엔 미풍 그칠 것”

    ‘삼각 회오리’에 아르헨·터키 휘청… “한국엔 미풍 그칠 것”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며 유동성 파티를 즐기던 사이 강(强)달러, 고(高)금리, 고(高)유가로 일컬어지는 ‘3고(高)’ 현상이 들이닥친 탓이다. 당장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다음달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6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다수 신흥국들의 경제가 견고해 국지적인 위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치솟는 물가에 금리인상 극약처방 가장 먼저 불이 난 곳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2주 사이에 기준 금리를 세 차례나 올렸다. 지난달 27일 27.25%에서 30.25%로 올렸고, 3일 33.25%, 4일 40%로 증가폭은 더욱 확대됐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환율이 지난 10일 달러당 22.6840페소로 한 달 사이 8% 넘게 급등(가치 하락)하자 채무자들의 부담을 눈앞에 두고도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페소화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617억 3000만 달러인데 올해에만 10% 이상을 외환시장 개입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가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2001년 이후 17년 만으로, 요청 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원) 수준이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는 터키도 마찬가지다. 리라화 가치는 10일 기준 달러당 4.2리라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다. 터키는 치솟는 물가를 달래기 위해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75% 올려 13.5%까지 끌어올렸지만 물가상승률은 3월 10.2%에서 4월 10.9%로 더 커졌다. 결국 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라화 폭락과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내리기로 했는데,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은 경상수지, 재정수지 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외환보유도 넉넉지 않아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보면 달러 강세가 본격화된 지난 4월 16일 이후로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됐던 자금 가운데 회수된 돈이 55억 달러에 이른다. ●美 경기호황에 신흥국 투자금 유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한 반대편에는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미국의 경기호황으로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자 금리인상 카드가 제시되면서 자연스레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4월 말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17년 만에 4% 벽을 깬 3.9%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흐름이 좋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으로 나갔던 투자자금이 되돌아오면서 신흥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연준은 지난 3월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1.5~1.75% 금리를 설정했고, 6월에도 1.75~2.00%로 인상할 게 유력하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전망을 이미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9일 3%를 다시 돌파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유럽이나 일본보다 좋아 달러 강세는 적어도 올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위기가 부각되면서 유가가 치솟는 점이 신흥국에는 부담이다. 11일 기준 배럴당 브렌트유 77.1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 70.70달러로 모두 70달러 선을 넘겼다. IIF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일시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등 대다수 신흥국 경상수지 흑자 우리나라는 외환 부분이 다른 신흥국과 달리 탄탄해 큰 동요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내외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가 51억 8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73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 갔고, 외환보유액도 4월 말 3984억 2000만 달러로 세계 9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터키,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신흥국 경상수지가 5년 전 대비 흑자 전환하거나 적자 규모가 축소됐다”면서 “신흥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6월 달에는 한·미 간 금리 차이가 0.5%가 나지만 우리도 곧 금리를 높일 것으로 본다”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은 있겠지만 위기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말 미국 달러 대비 원화 절하율도 0.12%에 그쳐 10%를 넘긴 아르헨티나, 5%에 육박한 터키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에는 일본이나 유로 쪽 통화의 강세 압박이 예상돼 강달러도 누그러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 5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6138억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달러에는 신흥국 증시에서 매도 압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 이벤트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국내 경제에 큰 변수”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인천 초등생 살해’, 무엇이 ‘살인 공모’ 판단을 바꿨나

    [뉴스를부탁해]‘인천 초등생 살해’, 무엇이 ‘살인 공모’ 판단을 바꿨나

    지난해 11월 22일 첫 공판기일부터 9번의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404호 법정에는 유독 높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8세 초등학생 여아를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버리기까지 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미성년자와 성인에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최고 형량을 선고받은 이들의 나이는 겨우 18세와 20세였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항소심 첫 재판은 열리기 30분 전부터 법정에 들어가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이어진 재판도 모두 방청석이 꽉 찬 채 진행됐습니다.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의 심리로 6개월간 이어진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주범 김모(18)양과 공범으로 지목된 박모(20)씨의 항소심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주범 김양은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최고 형량인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장치 부착 30년의 명령을 선고받은 상태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수 생활을 하던 박씨는 김양의 살인 범행의 공범이 맞다고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를 했고요. 성인인 박씨가 주범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게 된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의 수사부터 공판까지 맡아오며 1심에서 박씨의 살인 공모관계를 밝혀낸 나창수(44·사법연수원 31기) 부장검사의 열의는 항소심에서도 계속됐습니다. 항소심이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된 뒤 박씨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 12명을 선임했습니다. 3명의 변호인들이 매번 재판에 출석해 매우 적극적으로 박씨를 변론했고 그 과정에서 검사와의 언쟁도 끊이질 않아 여러 차례 재판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씨도 재판에서는 항상 고개를 세우고 재판부를 응시했고, 항상 별다른 표정도, 미동도 없이 덤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최후 의견을 들으며 갑자기 흥분해 큰 소리로 검사를 향해 욕설을 할 때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박씨 측은 박씨의 지시를 받아 살인을 저질렀고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갖고 싶어하는 박씨를 위해 사체를 훼손했다는 김양의 주장과 이를 받아들인 원심의 판단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박씨 측은 김양이 범행 이전부터 잔혹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고,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인터넷 캐릭터 커뮤니티와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즐기던 잔혹함을 현실에서 실행하면서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양이 부여한 캐릭터의 특성과 역할을 김양 스스로가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사건이라는 얘깁니다. ◆적극적 변론·방어 ‘공범’ vs 고개 푹 숙인 ‘주범’ 김양이 가상세계에서 설정한 캐릭터가 폭력적인 성향을 가져 고문 등의 잔혹한 행위를 즐겼고, 또 특정 신체 부위에 흥분을 느꼈는데 이러한 특성이 이 사건 범행 과정에도 반영됐다는 게 박씨 측의 주된 주장이었습니다. 김양과 박씨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을 이용해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른바 ‘고어(gore)썰을 풀며(잔인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 대화를 나눴고, 다른 커뮤니티 회원과는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씨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김양이 박씨를 비롯한 커뮤니티 회원 등 지인들과 나눈 대화들을 지속적으로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김양이 사용한 단어와 문장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잔인한 것을 즐기고 폭력적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가상세계의 설정을 실제로 범행을 통해 실현시켰다고 강조하기 위해 김양이 설정한 온라인 상황들을 이 사건에 빗대어 거듭 질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남성)은 미성년자인 김양에게 “증인은 목이나 귀를 성감대라 생각하고 목과 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죠?”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김양은 “제 성감대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옵니까!”라며 화를 냈고, 변호인은 재차 “관련 있으니까 묻지 않겠어요?”, “답 안 할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다. 김양은 “답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끝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김양의 주장은 1심에서와 같이 “박씨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일관됐습니다. 특히 박씨가 자신에게 ‘J’라는 잔혹한 성향의 인격을 부여했고, 지난해 3월 벌어진 범행은 바로 박씨가 부여한 J라는 인격이 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초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이유 역시 다른 인격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또 자신이 온라인상에서 잔인한 내용의 대화를 즐긴 것에 대해 “이게 저에게만 국한된 잔혹한 상황이 아니라 트위터 안에 보편적 생각이라 생각합니다”라며 반박했습니다. 김양은 꽤 수준높은 단어와 논리적인 말투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2016년부터 트위터에 잔인한 글들을 썼는데 그 때는 왜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제 (잔인한 내용의) 트윗에 맞장구 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잠재적 살인자로 볼 수 없지는 않나요?”라고 박씨 측 변호인에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평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양은 대부분 두 손을 꼭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범행 사실이 언급될 때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한 번은 손을 계속해서 세게 긁으며 불안한 듯한 태도를 보여 재판장의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양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부터 재판부에 모두 11건의 반성문을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마무리될 쯤 되자 반성문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박씨가 재판 중반부터 선고 직전까지 6건의 반성문을 냈습니다. 김양은 지난달 20일 최후 진술을 통해 “피해자가 어떻게 죽은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조금만 (징역을) 덜 살게 해달라고 빌 수가 있겠느냐”면서 “그래서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성은 자살하는 것이지만 저에게는 자살로 도피할 권리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김양은 거듭해서 박씨를 향해 진실을 밝힐 것을 추궁했습니다. “네가 시켰잖아!”라며 화를 내기도 했고, 박씨나 변호인의 말에 자주 못마땅해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재판에 임하는 태도로만 보면 김양은 모든 진실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괴로워했고, 박씨는 그저 덤덤했습니다 ◆박씨의 ‘살인 공모’ 무죄로 판단된 이유는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 결과는 달랐습니다. 지난달 30일 재판부는 김양의 범행을 박씨가 공모한 공범관계라는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박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박씨에게는 살인 방조와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돼 1심에서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은 징역 13년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박씨의 살인 공모에 대한 판단이 뒤집힌 데는 김양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재판부는 “김양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양이 박씨가 사건이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부터 범행 대상과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해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다”, “유독 검사의 질문에 맞춰 적극적으로 진술하려 하는 등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진술이 변화됐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김양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측 질문에는 비교적 성실히 답을 하면서도 박씨 변호인의 질문에는 거듭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박씨 측 질문에 대해서도 모든 상황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자세히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를 재판부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만약 김양의 주장대로 박씨의 살인 범행 지시를 자신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김양의 진술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죠. 재판부는 또 두 사람의 대화나 행동의 패턴을 들여다 본 결과, 범행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언행들은 박씨보다는 김양이 먼저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씨가 김양에게 만들어 주었다는 잔혹한 인격인 ‘J’도 박씨가 먼저 김양에게 지정해 준 것이 아니라 김양이 먼저 자신에게 다중인격 분열 증세가 있다고 말했고, 박씨가 “다른 사람으로 봐주길 원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을 하면서 J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 살인에 관한 이야기나 “만약 사람의 장기를 갖게 된다면 어떤 것을 갖고 싶으냐”는 등의 질문도 김양이 먼저 박씨에게 건넸고, 박씨는 여기에 ‘소극적으로’ 답한 게 전부라는 게 판단의 배경에 깔렸습니다. 박씨의 살인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질 경우 김양의 양형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등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있어 과장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범행 전과 후…달라진 두 사람의 대화 패턴 그렇다면 살인 방조는 어떻게 유죄가 됐을까요. 재판부가 공모관계를 부인하면서도 방조 혐의는 인정한 데에는 범행 직전과 범행 당시부터의 두 사람의 대화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만약 두 사람이 공모를 했다면 사전에 매우 구체적으로 범행 과정을 특정해 모의했어야 했는데 두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누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언제 어떤 식으로 범행을 할지 등을 모의한 대화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양이 범행을 결심한 때부터는 달랐습니다. 범행 당일 새벽까지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이 캐릭터 커뮤니티 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가상세계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범행 이전에도 언젠가 김양이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하자 박씨가 여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답니다. 김양에게 “센 척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박씨는 말했습니다.하지만 “사냥 나가러 간다”는 김양의 문자메시지는 가상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양은 “사람을 죽일 때엔 어떤 복장을 한다”는 등의 말을 박씨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범행 당일 김양은 그 복장을 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 박씨에게 보냅니다. 그 다음부턴 더 이상 가상의 대화가 아니었다고 재판부는 본 것입니다. 따라서 박씨는 김양의 범행 의도와 진행 과정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양이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고 하자 박씨는 초등학생 중 한 명이 범행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하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또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묻는 김양에게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은 밥을 먹고 집에 간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김양은 범행 당일 오후 12시가 넘자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박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를 제지 하지 않고 김양의 범행을 “정신적으로” 도운 혐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도 이따금씩 눈을 질끈 감고 인상을 쓸 정도로 사건의 내용은 참혹했습니다. 기사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재판부는 주범인 김양을 향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히 잔인한 수법을 썼다”면서 “형기(20년)를 마치고 나오더라도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잔인성이 사라질 것으로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질책했습니다. 징역 20년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한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자의 유족들을 찾아가지 말라”고도 명했습니다. 김양이 적어낸 반성문들은 오히려 김양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박씨에 대해선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및 부착명령을 기각했습니다. 김양은 선고 다음날인 1일 곧바로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박씨와 김양의 공모관계 여부, 김양의 심신 미약, 양형 부당 등의 주장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재판의 긴장감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나혼자산다’ 한혜진 모델 워킹에 반한 전현무 “멋있다♥”

    ‘나혼자산다’ 한혜진 모델 워킹에 반한 전현무 “멋있다♥”

    ‘나혼자산다’ 한혜진의 남다른 모델 워킹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20일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측은 “한혜진, 운동장에서 런웨이를 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혜진과 같은 소속사 모델들이 운동회에 참석한 모습이 담겼다. 이날 MC는 흑백으로 팀을 나눠 입장식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이현이, 장윤주 등이 있는 상대팀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혜진은 “전면에 나서서 뭔가를 하는 걸 안 좋아한다”고 인터뷰를 한 모습과는 달리, 입장식 줄 선두에 서서 화려한 워킹과 턴을 선보였다. 이를 보던 박나래는 “나서는 거 안 좋아한다더니 제일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한다”고 말했고, 기안84 또한 “즐기고 있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시언은 “전현무 형 좋아 죽는다”며 전현무를 놀렸다. 전현무는 “멋지다”라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한혜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잠시, “술을 먹고 간 거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혜진의 워킹에 이어 장윤주가 속한 팀도 입장식을 했다. 장윤주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 워킹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MBC ‘나혼자산다’는 20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네이버TV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영상] 손님인 척 금은방 턴 10대들 검거

    [영상] 손님인 척 금은방 턴 10대들 검거

    손님인 척 금은방에 들어가 금팔찌를 들고 달아난 10대들이 검거됐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18)군 등 5명을 검거하고 A군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동네 친구인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5시쯤 부산 북구의 한 금은방에서 일부는 밖에서 망을 보고 일부는 손님인 척 들어가 금은방 주인이 보여주는 18k 금팔찌 1점(196만원 상당)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군 등이 택시를 타고 모텔로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 해당 모텔을 덮쳐 이들을 모두 체포했다. A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금은방의 업주가 고령이어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20C 축구계 쥐락펴락한 ‘토털 사커 황제’

    20C 축구계 쥐락펴락한 ‘토털 사커 황제’

    마이 턴/요한 크루이프 지음/이성모 옮김/마티/328쪽/2만 2000원1964년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약스에서 데뷔해 1973년까지 소속팀을 8번의 리그 우승, 3번의 유러피언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를 받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팀을 옮겨 하위권에서 헤매던 팀을 단숨에 우승팀으로 끌어올렸다. 1971년, 1972년, 1974년 세 차례나 발롱도르상(올해의 유럽 축구 선수상)을 수상했다. 1985년 아약스에 이어 3년 뒤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아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는 크루이프재단을 설립해 체육 환경 개선에 힘썼다. 이 모두가 한 사람을 위한 설명이다. 네덜란드의 축구 황제 요한 크루이프가 바로 그다. 새책 ‘마이 턴’은 2016년 폐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20세기 세계 축구계를 쥐락펴락했던 크루이프의 자서전이다. 그는 자신의 삶은 “처음부터 축구였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약스의 홈구장 바로 옆에 살았으니 그의 말대로 “축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게다가 천부적인 재능까지 갖췄다. 그러니 승승장구는 당연했다. 선수로서의 기량만 놓고 보면 그가 펠레나 마라도나 등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경력과 사상가로서 축구 역사에 미친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면 그를 앞설 사람은 없다. 크루이프는 ‘축구를 바꾼 사람’이라는 상찬이 지나치지 않을 업적을 남겼다. 그가 1974년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선보인 ‘크루이프 턴’은 상대 수비수가 “(크루이프가) 사라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전설적인 기술이 됐다. 아약스 선수 시절엔 토털 사커의 정수를 보여 줬다. 토털 사커는 선수 전원이 수비와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이다. 개념은 단순해도 실전에 적용하려면 공간 활용과 조직력 등 복잡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벌써 수십년 전 크루이프에 의해 완성된 전술인데도 현대 축구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통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축구 전술은 크루이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입을 모으는 건 이 때문이다. 경기장을 지배했던 그이지만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77년 집에 괴한이 침입해 가족을 잃을 뻔했고 그 때문에 이듬해 월드컵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때 이른 은퇴 뒤 돼지 농장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산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런 내용들을 투박하고 담담한 말투로 풀어 간다. 그는 자서전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한마디로 내 인생은 늘 더 잘하고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삶의 모든 일에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공이 뜨면 나도 뜬다… 야구장은 가성비 갑 광고판

    공이 뜨면 나도 뜬다… 야구장은 가성비 갑 광고판

    지난 27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가 8회초 9-3으로 뒤진 가운데 6번 타자 최진행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큼지막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TV중계 카메라는 곧장 중견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공을 3초 넘게 비췄고, 마산야구장 전광판 위에 설치된 키움증권의 입간판도 덩달아 시청자들의 눈앞에 등장했다.●헬멧·입간판 등 로고 1억 시청 마케팅 담당자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던 그 순간, 때마침 터진 외국인 타자 호잉의 백투백 홈런에 키움증권의 광고가 또 한 번 중계 화면에 나타났다. 2013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는 키움증권의 전광판 위 광고는 “공이 뜨기만 하면 등장한다”는 부러움을 사는 야구 마케팅의 최고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힌다. 프로야구 한 해 관중수가 800만명을 넘으면서 고객 확보와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금융사들의 야구장 마케팅도 치열해지고 있다. ‘직관족’뿐만 아니라 연간 1억 3000만명을 넘어선 프로야구 TV 시청자, 통계조차 잡히지 않은 모바일 시청자까지 감안하면 말 그대로 야구장은 ‘가성비 갑(甲)’ 광고 수단으로 손꼽힌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옥외광고 중에서는 가장 효과가 있는 게 야구장 광고라는 말이 돌 정도”라면서 “일반적인 광고는 그 장소를 지나가는 사람에게만 노출되지만, 프로야구를 통한 광고는 전 경기가 생중계되고 시청자가 많은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축구, 농구와는 달리 경기가 세 시간 넘게 진행된다는 점도 광고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야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가상화폐 거래소도 동참 올해부터는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야구장 마케팅에 나서 눈길을 끈다. 코인원은 넥센 히어로즈와 스폰서십을 맺어 고척 구장 외야 펜스는 물론 더그아웃, 선수의 유니폼에도 로고를 새겨 넣었다. 코인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하고, 규제가 이어지면서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한 마케팅을 고민했다”면서 “스포츠가 주는 건강한 이미지와 결합하면 투자자들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시범적으로 야구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마산, 문학, 대전구장에서 이미지 광고를 시작했다. 빗썸 측은 “회사의 타깃층이 지방에도 있고, TV 중계가 활발하기 때문에 서울지역 광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빗썸의 스포츠마케팅은 프로야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중에서도 처음부터 야구장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선 곳은 증권사들이다. 키움증권은 마산야구장 외에도 2006년부터 전국의 외야 펜스에 ‘키움증권’ 네 글자를 새기는 광고를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올해에는 잠실, 고척, 광주, 대구, 사직구장에서 펜스 광고를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야구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증권사 주거래 2050男 타깃 펜스를 활용한 브랜드 광고는 폭 6.2m, 높이 2m 크기로 만들 수 있어 관중들의 눈에 쉽게 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타구가 펜스까지 흘러가면 한참 동안 TV 중계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대박’의 순간도 기대할 수 있다.유안타증권은 지난해부터 두산 베어스의 타자 헬멧에 광고 문구를 부착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모습을 중계 화면이 빠짐없이 비춘다는 점을 포착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해까지는 ‘유안타증권’ 다섯 글자가 새겨진 헬멧이 쓰였지만, 올해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투자자문 시스템인 ‘티레이더’를 광고 문구에 추가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증권회사 주거래자를 살펴보면 30~50대 남성 고객들이 많아 적당한 광고 수단을 고민하던 중 프로야구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7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주 500만 5681명 중 40대가 141만명(28.1%)으로 가장 많다. 이어 50대(130만명·26.1%), 30대(93만명·18.8%) 순이다. 대신증권은 2016년부터 KT 위즈와 5년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어 수원구장의 외야 펜스는 물론 야수들의 모자에도 ‘대신증권’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타자들의 헬멧에는 자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크레온’을 적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사 중에서는 KB국민카드가 두산 베어스 야수들의 모자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2012~2013년 이후 중단됐지만, 2016년부터 광고를 재개했다.●포수 뒤 ‘롤링보드’ 단연 명당 그렇다면 금융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 위치는 어딜까. 역시 TV 중계 화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포수 뒤편, 일명 ‘A보드’다. 실제 야구 중계의 절반 이상은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장면으로 구성되고, 시청자들의 집중도도 가장 높은 순간이어서 ‘A보드’ 광고는 야구장 마케팅의 정석으로 통한다. 잠실구장은 A보드를 회전식 롤링보드로 활용해 투수가 공을 두 번 던지고 나면 광고를 교체하고 있다. 광고를 의뢰한 회사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일종의 규칙을 만들었다. 올해는 최대 32개사에 롤링보드에 광고를 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2017년 통계에 따라 한 경기 평균 405개 정도의 투구가 이뤄지는 점, 한 턴에 두 개 회사의 광고가 교차 표출되는 점을 감안해 보면 A보드 광고를 활용하면 한 경기에 최소 9~10회가량의 TV 노출이 보장된다. 잠실구장 A보드에는 신한생명, KEB하나은행, 강원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이 광고를 하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천 문학구장이나 대구구장에서 광고를 진행했지만 관중 동원, 구단 인기 등 효과를 검토하면 잠실이 가장 낫다고 판단해 2016년부터는 잠실구장에서만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는 농협은행과 KB국민카드가 마산구장 A보드 중 한 자리를 차지했고, MG새마을금고는 문학구장에서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5억대까지 뛴 광고비에 속 타 “마음 같아선 전국 9개 구장에 광고를 다 하고 싶죠. 그 정도 광고 비용은 없으니까 결국 한두 군데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A사 마케팅 직원) 뛰어난 광고 효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의 속을 태우는 것은 역시 치솟는 광고비다. 1루와 3루 측 파울라인 밖에 그려지는 그라운드 페인팅은 최대 5억원까지 값이 뛰면서 금융사들은 좀처럼 광고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많이 진출한 야구장 본부석 앞, 포수 뒤편의 명장 자리도 한 시즌 계약에 3억 6000만원 수준이어서 마냥 광고를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3년 전까지 잠실구장에 광고를 하다 중단했다는 B사의 관계자는 “꾸준히 계약을 하거나 여러 광고를 동시에 체결하면 가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높은 가격 대비 효과에 의문이 생겨 철수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외야 펜스 광고는 한 시즌당 1억원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돼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C사의 한 직원은 “증권사 핵심 고객인 자산가들은 야구보다는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대형 금융사들은 골프 마케팅에 좀더 치중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비교적 중소형사들이 야구 마케팅에서 집중하는 것도 결국 비용 문제”라고 말했다. TV 화면에 잘 노출되지 않는 내야 전광판 하단 광고는 2500만원으로 기준가가 가장 낮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봄 꿈틀대다 ♬ 몸 들썩이다

    봄 꿈틀대다 ♬ 몸 들썩이다

    “스토리는 없어요.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셔도 좋고요. 재즈클럽에서 스윙을 추는 젊은이들처럼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안성수 예술감독)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의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 익숙한 리듬의 스윙재즈곡 ‘싱 싱 싱’(Sing Sing Sing)이 흘러나오자 왼편 의자에 한쪽 팔을 걸친 채 기대 있던 남자 무용수들이 핑거스냅(엄지와 중지를 부딪쳐 ‘똑’ 하고 내는 소리)을 튕기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맞은편 여성 무용수들이 발레 동작의 턴을 하며 무대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 무용수들이 한 명씩 뛰어나가 짝을 찾기 시작했다. 연습실은 순식간에 잭앤질(남녀 커플) 경연을 펼치는 댄스홀로 바뀌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격렬한 동작에 땀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무용수 성창용이 “살면서 이렇게 빠른 음악에 맞춰 춤추는 건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자 김민진이 “양말을 하루에 한 켤레씩 소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쉴틈없는 춤사위… 현대무용 어렵지 않아요 국립현대무용단이 다음달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신작 ‘스윙’을 선보인다. 지난해 한국 ‘굿’ 음악을 토대로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만든 안성수 예술감독이 이번에는 1920~1930년대 유행한 스윙 재즈 음악을 현대무용과 접목시켰다. 최수진, 성창용, 매슈 리치, 안남근 등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17명 전원이 총출동해 스윙 재즈 음악에 맞춰 다양한 춤을 선보인다. 에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스윙 댄스답게 안무가 쉴틈 없이 이어진다. 하와이안 댄스 등 가볍고 익살스러운 동작이 재미를 더한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벌어진 춤판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무용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안 감독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젊은 남녀가 댄스홀에서 열정적으로 춤추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안무를 짰다”면서 “힘들고 지친 이 시대 청춘들의 향연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스웨덴 6인조 재즈밴드 무용수들과 한무대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스웨덴의 6인조 재즈밴드 ‘젠틀맨 앤드 갱스터스’도 무대에 올라 라이브로 연주한다. 북유럽 스타일의 말끔한 댄디룩을 한 이들이 미국 흑인음악인 뉴올리언스 재즈와 스윙을 연주하는 모습은 ‘젠틀맨’과 ‘갱스터’라는 상반된 단어로 조합된 이름만큼이나 흥미롭다. ‘싱 싱 싱’, ‘인 더 무드’(In the Mood),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곡부터 젠틀맨 앤드 갱스터스가 직접 작곡한 ‘벅시’(Bugsy), ‘류블라냐 스윙’(Ljubljana Swing) 등 이들이 연주하는 16곡에 맞춰 무용수들은 솔로, 군무, 그리고 커플댄스로 무대를 꽉 채운다. 다만 영화 등에서 흔히 보던 현란한 탭댄스와 즉흥 재즈 연주에 맞춘 즉흥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어디까지나 현대무용을 기본으로 한 스윙 댄스이기 때문이다. “현대무용가들이 단시간 내에 탭댄스를 연마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스윙이라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려는 게 안무를 만든 이유”라는 게 안 감독의 솔직한 답변이다. 2만~5만원. (02)3472-1420.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두 마리 외눈박이 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다

    두 마리 외눈박이 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다

    각각 한 쪽 눈을 잃은 개 두 마리가 서로 첫눈에 반하는 마법같은 순간이 일어났다.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사는 외눈박이 애완견 플러트(9)와 위니(15)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둘의 깜짝 만남은 2016년 11월에 시작됐다. 플러트의 주인 에밀리 스턴(19)은 마트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자신의 애완견이 거울에 비친 것 처럼 똑 닮은 개 위니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위니는 당시 주인 앨리 스미스 프렌츠(28)와 함께 외출 중이었다. 스턴은 이번 주 초,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두 애완견의 사진을 공개했고, 해당 사진은 3만 7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녀는 “유명 인사를 만나면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구조견과 관련된 이야기는 내게 아주 중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 플러트와 위니는 둘 다 몸집이 작은 ‘킹 찰스 스패니얼’ 품종의 구조견이었지만 한 쪽 눈만 가지게 된 사연은 달랐다. 플러트의 경우 문에 머리를 크게 부딪혀 그 외상으로 한 쪽 눈을 잃었고, 약 3년 전 주인 스턴에게 입양됐다. 반면 위니는 감염으로 눈 한쪽을 잃었고, 2013년 7월 4일 주인 프렌츠의 가족이 됐다. 프렌츠는 남편에게 결혼 선물로 구조견인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을 원한다 말해 예물 대신 위니를 건네 받았다. 현재 10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는 플러트와 위니는 첫 만남이 있었던 1년 반 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스턴은 “둘은 마치 쌍둥이 같다. 영원히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우연”이라며 “플러트가 한 쪽 눈만 가지게 된 이유를 이제 알 것만 같다”고 전했다. 사진=에밀리스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평창 완전 정복] 2차 세계대전 ‘목발 스키’가 시초… 절대 강자는 없다

    [평창 완전 정복] 2차 세계대전 ‘목발 스키’가 시초… 절대 강자는 없다

    장애인 알파인스키는 2차 세계대전 무렵 하지 절단 장애인들이 목발을 이용해 활강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첫 대회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바트가슈타인에서 개최됐다. 선수 17명이 참가했다.제1회 동계패럴림픽인 1976 외른셸스비크(스웨덴)대회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에선 1992 티니·알베르빌(프랑스)동계패럴림픽 때 정영훈과 유인식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미국)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좌식 회전 종목에선 한상민(39)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설상 첫 입상인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장애인 알파인스키는 활강과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슈퍼 복합으로 구분된다. 활강은 속도를 겨루는 경기로 정해진 구간을 시속 90~140㎞의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게 특징이다. 슈퍼대회전은 활강의 속도기술과 대회전의 커다란 턴 기술을 복합한 경기다. 대회전에 비해 기문 수가 적고 경기 한 번으로 승부를 낸다. 대회전은 턴 기술과 활강의 속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목으로 2회 실시한 결과를 합해 우열을 가린다. 회전은 가장 많은 기문을 통과하는 경기여서 턴 기술을 발휘하기 위해 유연성과 순발력,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슈퍼 복합은 회전과 슈퍼대회전의 기록을 합산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장애 형태에 따라 입식, 좌식, 시각 세 가지로 나뉘고 이를 남녀로도 나눠 5종목이다. 결승선 통과 기록에 선수의 장애등급별 가중치를 곱해 최종 기록을 산출한 뒤 순위를 가린다. 시각장애 선수의 경우 경로를 안내해 주는 가이드와 함께 출발해 경기를 치른다. 비장애인 알파인스키와 비슷하지만 모노스키(절단 선수들을 위한 좌식 스키)와 아웃트리거(장애인 알파인스키용 폴대)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구분된다. 평창패럴림픽 알파인스키에는 무려 3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양재림(29), 황민규(22), 이치원(38), 한상민(39) 등 총 4명이 출전한다. 양성철 전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팀 코치는 “장애인 알파인스키는 비장애인 경기와 경기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보더라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더군다나 알파인스키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슬로프의 상태나 미세한 장비 컨트롤 실수에 따라 성적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 관중들이 한국 선수들을 크게 응원하면 깜짝 선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反일대일로’ 호주총리, 트럼프와 反中 정상회담

    ‘反일대일로’ 호주총리, 트럼프와 反中 정상회담

    턴불 총리 ‘美 TPP 복귀’ 촉구 예정 中 “중국 부상은 위협 아닌 기회” 맬컴 턴불 호주 총리의 23일 미국 방문에 중국이 바싹 긴장의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반스파이법을 추진하고 농업용지와 전력 시설의 외국인 구매를 제한하는 등 가장 강력한 반중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턴불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중국의 부상과 환태평양 일대 영향력 확대, 북핵 문제 등이 될 전망이다.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이끌고 방미에 나선 턴불 총리는 다음달 출범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미국의 복귀를 촉구할 예정이다. 턴불 총리의 방미를 앞둔 지난 19일 호주 파이낸셜 리뷰는 호주와 미국, 일본,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4개국의 반(反) 일대일로 구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턴불 총리의 방미 기간에 구체적 내용이 공표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두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언론은 “호주의 중국 위협론은 근거 없는 과장”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태평양 지역 영향력 확대는 경제적 성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게 반박의 요지이다. 쉬리핑(許利平)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의 영향력 감소가 중국 경계론을 부르고 있지만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란 걸 호주와 미국 모두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웨이둥(劉衛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환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턴불 총리도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일은 피하려는 듯, 22일 워싱턴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중국은 적대적 의도가 없기 때문에 호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중국 지하드’로까지 불린 턴불 총리의 대중국 유화 발언은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와 로비스트를 금지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선 턴불 총리의 행적과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는 지난해 펴낸 ‘외교정책 백서’에서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힘과 영향력이 미국을 이미 압도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은 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고품질의 사회 기반 시설 건설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승인을 받은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중국 일대일로의 대항마로 분석된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종일 자고 싶다”… 시크한 상남자 그대로 “꿈인가 싶게 기뻐”… 울보로 변한 강심장

    “인터뷰로 제 자유시간 뺏었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저 어차피 약속도 없어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은 기말고사 보고 취업준비 해야 한다며 절 만나 주지도 않아요.”(윤성빈이 서울신문 2016년 1월 9일자 13면 인터뷰에서) “냉철한 승부사라고요? 저 은근히 잘 덤벙대요. 어릴 때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길 가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경기 전 긴장도 많이 하는 성격이고요.”(최민정이 서울신문 2015년 3월 21일자 10면 인터뷰에서) 설 연휴 값진 금메달로 안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국민을 기쁘게 한 윤성빈(24)과 최민정(20). ‘올림픽 영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둘은 지난 수년간 어떻게 성장했을까. 트랙이나 링크 위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둘은 어떤 모습일까. 둘이 과거 서울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와 금메달을 딴 뒤 가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2년 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윤성빈은 ‘상남자’ 그 자체였다. 강원 평창에 있는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던 윤성빈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깐 자유시간을 얻어 ‘세상’에 나왔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기자가 “천금 같은 시간을 뺏은 것 같다”고 미안해하자 “약속도 없는 몸”이라며 먼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윤성빈의 성격은 지난 16일 금메달을 딴 직후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꾸밈없이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며 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화기 꺼두고) 종일 자고 싶다”고 했다. 윤성빈의 가슴속엔 어마어마한 승부욕이 숨어 있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로 “동메달만 따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창은 내가 흘린 땀을 모두 쏟아붓는 무대”라며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 챔피언을 하고도 지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 6위에 오른 김지수(24)가 자신을 위협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왕좌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도전에 굶주린 윤성빈은 스켈레톤에서 적수를 찾지 못하면 종목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썰매는 항상 재밌다. 기회가 되면 봅슬레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윤성빈처럼 평소 무표정한 얼굴로 인해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얻은 최민정. 하지만 내면은 여린 소녀다. 지난 13일 500m에서 다 잡았던 은메달을 실격 판정으로 날렸을 때, 17일 1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 맨 위에 섰을 때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두 눈물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직후 취재진과 만나 “너무 힘들게 준비해 감정이 북받쳤다. 4년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니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만감이 교차했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며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때도 그랬지만, 최민정은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조곤조곤 말을 잘하는 성격이다. 항상 안경을 쓰고 있어 학구파처럼 보이는데, 실제 독서를 제1 취미로 꼽는다. 어릴 적부터 독서 습관을 키워 준 부모님 덕에 책을 옆에 끼고 다닌다. 중학교 시절부터 ‘쇼트트랙 천재’로 불린 최민정이지만, 정작 자신은 ‘노력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 운동선수에게 흔한 의례적인 멘트가 아닌, 운동철학이 담긴 말이다. 500m 실격 충격을 훌훌 턴 것도 이런 평소 신념에서 가능했다. 최민정은 “500m에서 결과는 그렇게 나왔어도 과정에선 후회가 없었다. 500m 결과에 연연하면 다른 종목에 지장이 있기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평창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설연휴 D-2, 이번 연휴에 뭐 볼까? 2018 설 특선 영화 총정리 [편성표]

    설연휴 D-2, 이번 연휴에 뭐 볼까? 2018 설 특선 영화 총정리 [편성표]

    2018년 설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명절에도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특히 올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중계 방송부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영화들까지 풍성한 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널 전쟁이 예고된 이번 설 연휴 특선 영화를 살펴봤다.먼저 설 연휴 시작 전인 14일(수) 영화 ‘특별시민’이 연휴의 문을 연다. 최민식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은 지난해 4월 개봉한 영화로,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을 노리는 정치인의 선거과정과 그 이면을 그린다. 14일 오후 11시 KBS2에서 방송된다. 본격 설 연휴의 시작인 15일(목)은 다양한 영화들이 함께한다.TV조선은 이날 오전 11시 20분 영화 ‘오발탄’을 편성했다. ‘오발탄’은 지난 1961년 개봉한 영화로, 한국 영화사 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 시청자를 위한 어린이 영화도 준비됐다. 이날 오후 5시 15분 EBS1에서는 영화 ‘몬스터주식회사 3D’가 방송된다. 이어 KBS2는 오후 5시 25분 ‘웃음사냥꾼’ 배우 유해진 주연의 영화 ‘럭키’를, tvN은 오후 7시 20분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방영한다. 이후 ▲오후 9시 JTBC 영화 ‘더 킹’ ▲오후 11시 30분 JTBC 영화 ‘싱글라이더’ ▲오후 11시 55분 SBS 영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순이다. 설 당일인 16일(금)에는 오후 12시 40분 tvN 영화 ‘아빠는 딸’, 오후 5시 20분 SBS 영화 ‘보안관’, 오전 12시 25분 EBS1 영화 ‘빠삐용’이 준비돼 있다. 17일(토) 오전 9시 EB1에서는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오후 2시 40분 TV조선에서는 영화 ‘코리아’, 오후 10시 tvN 영화 ‘공조’, 오후 10시 55분 EBS1 영화 ‘라이언’이 방송된다. 이외에도 OCN, 채널 CGV 등 영화 전문 채널에서는 24시간 놓쳐서는 안 될 재미있는 영화들이 편성돼 있다. ▲OCN △ 2월 15일(목) 1:00 강남1970 3:00 범죄와의 전쟁 6:10 부산행 8:30 인턴 11:00 명탐정 코난 극장판: 진홍의 연가 13:00 아이언맨3 16:00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18:40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21:30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2월 16일(금) 00:30 신세계 3:10 존 윅 리로드 5:20 어벤져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 8:00 베테랑 10:40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13:50 임금님의 사건 수첩 16:30 럭키 19:00 마스터 22:00 데드풀 △ 2월 17일(토) 00:20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40 언더월드 4: 어웨이크닝 4:00 데드풀 6:30 원티드 8:50 검사외전 11:30 너의 이름은 14:00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16:00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19:00 존 윅 리로드 21:30 트랜스포머 4: 사라진 시대 ▲채널CGV △ 2월 15일(목) 1:00 설국열차 2:50 간신 5:00 엽문3: 최후의 대결 7:20 국가대표 10:00 써니 12:30 미인어 14:30 밀정 17:20 퍼시픽 림 20:00 트랜스 포머 22:50 쥬라기 월드 △ 2월 16일(금) 1:20 E.T 3:00 친구2 5:20 쥬라기 월드 7:40 국가대표2 10:00 수상한 그녀 12:30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15:00 테이큰3 17:00 미션 임파서블 4: 고스트 프로토콜 19:50 미션 임파서블 5: 로그네이션 22:30 마션 △ 2월 17일(토) 1:30 아수라 2:30 검은 사제들 4:20 마션 7:00 빅 히어로 9:00 미쓰 와이프 11:20 주토피아 13:30 분노의 질주: 더 세븐 16:20 아바타 19:30 임금님의 사건수첩 22:00 쿨 러닝 ▲ 슈퍼액션(SUPER ACTION) △ 2월 15일(목) 00:10 엑스맨2 2:20 공공의 적 4:50 공공의 적2 7:50 스피드 10:00 터미네이터2 12:30 람보 14:20 다이하드 17:00 더 록 19:40 찰리와 초콜릿공장 22:00 말레피센트 △ 2월 16일(금) 00:00 본 아이덴티티 2:10 여고괴담 4:20 부당거래 6:50 아이스 프린세스 8:50 패딩턴 10:50 타이타닉 14:30 상의원 17:00 말레피센트 19:00 스타트렉: 더 비기닝 21:30 스타트렉: 다크니스 △ 2월 17일(토) 00:00~12:00 NCIS 시즌 15 (1회~12회) 12:00 사운드 오브 뮤직 15:20 스타트렉: 다크니스 17:50 최종병기 활 20:00 인크레더블 헐크 22:00 라스트 위치 헌터 사진=네이버 영화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한강 산책

    [이재무의 오솔길] 한강 산책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운전을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차도 없다. 운전을 할 줄 모르고 차도 없지만 전혀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앞으로도 나는 차 없이 살다 죽을 것이다.나는 산책을 즐긴다. 내가 산책을 즐기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강변을 느리게 해찰하며 걸으면서 나는 언어의 물고기를 낚는다. 강태공이 강에서 낚시로 물고기를 낚듯이, 청둥오리가 부리로 물고기를 사냥하듯이 나는 산책하면서 무의식의 낚시코에 걸려드는 언어의 물고기를 낚아채는 것이다.강태공과 청동오리가 순간의 집중을 다하여 물고기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나는 방심한 상태에서 언어의 물고기를 낚는다. 언어의 물고기는 의식을 경계하고 멀리한다. 순간의 방심 속으로 그것은 갑작스럽게 뛰어든다. 산책에서 생각에 골몰하는 일을 나는 되도록 삼간다. 무방비 상태로 나를 방치한다. 숙맥과 천치가 되어, 하나의 사물이 되어 서 있거나, 하나의 풍경이 되어 천천히 걷다 보면 의외의 대어가 걸려들 때가 있다. 늦은 밤 마포 한강변에 나와 강 건너 건물들과 아파트 단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을 바라다본다. 얼마 전까지 내가 살았던 곳이다. 저곳에서 여섯 해를 사는 동안 나는 시집 두 권과 산문집 한 권을 냈고, 아내가 암수술을 받았고, 재수 끝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다. 처음 여의도는 의붓어미처럼 낯설고 어지럽기만 하더니 어느새 마음 안쪽에 서늘히 인정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슬픔의 줄기는 베어 낼수록 여름풀처럼 더욱 굵게 웃자랐지만 더러는 겨울 냉면처럼 소소한 맛의 위로와 기쁨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마포는 처음 상경해서 살림을 부렸던 곳이다. 이곳을 떠나 이곳으로 돌아오는 데 꼬박 서른 해가 걸렸다. 서른 해 전 마포는 지금처럼 아파트 숲이 아니라 키 작은 지붕들이 연이어 잇대어 있는 좁고 가파른 골목의 산동네였다. “늦잠 자던 가로등/투덜대며 눈을 뜨고/건넌 집 옥상 위/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옥수수 잎새/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한강을 건너온 달빛/젖은 얼굴로/불 꺼진 창들만 골라/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바람이 불고/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거리를 가득 메운다/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달빛 뒷걸음친다/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졸시,‘마포 산동네’ 전문) 그사이 몇몇 지인들이 지상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고, 붉은 열정이 새어나간 몸은 알곡이 빠져나간 광목 자루처럼 헐렁해졌다. 꽃잎처럼 점점이 흩어진 불빛을 떠안고 흐르는 강물은 명일 아침 서해에 입을 맞출 것이다. 세상 모든 길은 내 집 문을 열고 나가 내 집 문으로 돌아온다. 이곳에 살며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맺고 풀 것이다. 한강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둥지 안에 새알처럼 담겨 자는 식구들을 들여다본다. 첫 경험처럼 괜스레 들뜬 마음을 지그시 누르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한강변을 거닌다. 나는 겨울 강물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었다. 예순을 살아오는 동안 여러 번의 공화국과 민간 정부가 들어섰지만 구호만 요란했던 시대의 희망은 집 없는 사람들을 거듭 울렸다. 두뇌가 우수한 인재들은 유학을 다녀와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거나 재벌가의 마름이 되어 가난을 더욱 능멸했다. 도시는 우울과 분노를 키우는 학교였다. 성실, 정직하게 사는 자들은 대개가 열등한 유전인자를 타고난 이들이었다. 한울타리에서 나고 자란 형제자매간에도 어른이 되어 계층이 달라졌고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닌데 영악한 아이들은 착하다는 칭찬을 무능하다는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더이상 범람할 줄 모르는 한강은 흐르는 시간보다 고여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강태공들이 건져 올린 물고기들은 비늘이 상해 있거나 지느러미가 잘려 있었다. 해마다 강의 괄약근은 느슨해지고 약해져 갔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강 안쪽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썩은 내가 떼 지어 스멀스멀 강둑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나는 내일도 한강변을 걸을 것이다.
  • 아… 모굴 최재우 안타까운 실격

    아… 모굴 최재우 안타까운 실격

    한국 스키의 ‘간판’ 최재우(24·한국체대)가 끝내 올림픽 첫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1차 결선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터라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최재우는 12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2차 결선에서 메달의 마지막 관문인 3차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의 올림픽 설상 첫 메달의 꿈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지난 9일 1차 예선에서 20위에 오르며 2차 예선 진출에 성공한 최재우는 이날 2차 예선에서 시간 점수 13.81점, 공중 동작 17.32점, 턴 동작 점수 51.4점을 받으며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합계 81.23점으로 1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한 그는 20명 가운데 12명을 가리는 1차 결선에서 최재우는 총점 78.26점을 얻어 전체 10위로 2차 결선에 올랐다. 최재우는 기세를 몰아 최종 결선에 진출할 6명을 가리는 2차 결선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 넘어져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최재우는 넘어진 뒤 일어나 아쉬운 듯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최재우는 경기를 마친 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응원을 해 주셨는데 결과가 나빠 아쉽다”며 “많은 응원과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올림픽은 제가 거쳐야 할 또 하나의 대회였고 아직 많은 대회가 남아 있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차 예선에 함께 나선 김지헌(23)과 서명준(26)은 각각 17, 18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가 86.63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평창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사설] 기업 U턴 못 시키는 반쪽짜리 지원

    해외 진출 기업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2013년 12월 제정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복귀한 기업이 40여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산업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거창하게 입법까지 해 놓았지만 실적은 참담하다. 통계를 보면 외려 복귀 기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을 복귀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유턴기업지원법 시행 이후 4년간 국내로 복귀한 해외 진출 기업은 42개에 불과하다. 2014년 시행 첫해 22개 기업이 돌아왔지만 점차 줄어 지난해엔 4개 기업만 복귀했다. 복귀 기업 중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업체는 22곳밖에 안 된다. 그나마 대부분 보석 가공업체 같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은 멕시코에서 세탁기 생산라인을 국내로 옮긴 LG전자가 유일하다. 지원법의 약발이 듣지 않는 것은 지원 수준이 너무 낮은 데다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턴기업지원법에 의해 복귀 기업으로 선정되면 조세 감면과 고용·설비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고용보조금 수혜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설비 투자 한도액이 60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기업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선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수도권 입지 규제로 기업의 수요와 입지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나라들이 대규모 감세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워 기업 복귀를 이끌어 내는 것과 대비된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기업들이 이윤을 내기 위해 해외로 진출한 만큼 이들을 복귀시키려면 이윤이 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내놓은 중소 수출기업 경쟁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1015개 업체 중 절반 정도가 해외 생산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여전히 해외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붙잡으려면 파격적인 지원과 과감한 규제 완화로 이윤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거기에 맞춰 유턴기업지원법도 손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들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이는 불가피하다.
  • 턴 실수 ‘콕콕’ 집어낸 과학… 최재우가 변했다

    턴 실수 ‘콕콕’ 집어낸 과학… 최재우가 변했다

    #1.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해 7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훈련을 하며 가장 합리적인 4인 구성에 대한 실험을 반복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파일럿인 원윤종(33·강원도청) 이외에 나머지 선수 3명을 어떻게 구성해야 좋은지를 놓고 12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 연구했다. 개발원에서는 최적의 조합에 대해 아직 ‘비밀’이라고 밝혔지만 대표팀은 이를 참고해 4인을 구성했다. 더불어 초반 10m 구간을 1m 단위로 나눠 원윤종이 어느 지점에서 썰매에 올라타면 좋은지를 분석해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냈다. #2. 모굴스키의 최재우(24·한국체대)는 공중동작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턴 동작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스포츠개발원에서 최재우의 경기 장면을 다각도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턴 동작에서 중심이 뒤로 빠지고 무릎이 벌어지는 경향을 포착했다.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올 시즌 월드컵에서 4위만 세 번 기록할 정도로 눈에 띄게 기량이 좋아졌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30일 스포츠개발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3년여간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과학적 훈련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공개했다. 1980년 설립된 개발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5년부터 특별보조금 20억원을 추가로 교부받아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선수 훈련과 직접 관련이 있는 스포츠과학실에서는 연구위원 23명을 비롯해 모두 50여명이 똘돌 뭉쳐 구슬땀을 흘려 왔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은 바이브레이션 요법을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입을 모은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경우 두 차례 월드컵 레이스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데 바이브레이션은 1·2차 시기 사이에 이뤄진다. 보통 체력과 집중력 등의 문제로 인해 2차 시기가 1차 시기보다 기록이 안 좋은데 중간에 바이브레이션 요법을 사용하면 성적이 향상된다. 진동이 있는 패널 위에 올라가 30초씩 3~5세트를 서 있다가 내려오면 몸이 달궈지고 근신경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민석기 선임연구원은 “봅슬레이·스켈레톤엔 스타트 구간인 초반 45m가 매우 중요하다”며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하면 이 구간 속도가 0.03~0.04초가량 빨라진다.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말했다.동적 휴식과 아이싱 요법도 대표팀 선수들에게 적용됐다. 강도 높은 훈련 뒤엔 피로를 빨리 떨쳐내야 하는데 최적의 방법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알아낸 것이다. 지난해 6월쯤부터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푸는 방식의 동적 휴식과 영상 10도 정도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구는 아이싱 요법을 비교해 보니 동적 휴식이 좀더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동적 휴식을 한 뒤 아이싱 요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때 젖산 감소율이 70~80% 달한다. 동적 휴식과 아이싱 처리를 단독으로 할 때 각각 49%와 62% 감소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더 좋다.실내용 위성항법장치(GPS)의 경우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용된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구간별 심박수를 체크해 효율적으로 레이스를 펼치는 전략과 체력 훈련이 추가로 필요한지 유무를 알 수 있다. 센서가 달린 조끼를 입고 빙판을 달리며 이를 측정한다. 박영옥 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력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종목별 연구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배추보이’의 고난도 턴, 메달 향한 터닝포인트

    [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배추보이’의 고난도 턴, 메달 향한 터닝포인트

    배추밭에서 훈련해 얻은 별명 삿포로 동계AG 2관왕 亞정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스노보드 첫 메달에 도전하는 이상호(23·한체대)는 ‘배추보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접한 그는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을 하며 기량을 익혔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며 팬들은 이상호에게 배추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이상호는 우리나라 스노보드의 역사를 다시 쓴 선수다. 2014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평행대회전 2위에 올랐다. 이듬해 대회 평행회전 동메달과 평행대회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재능을 꽃피웠다. 지난해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평행회전과 평행대회전 2관왕을 달성했다. 스노보드 역사상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에 처음 안겨 준 금메달이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한 달 뒤 스페인세계선수권 평행대회전 5위에 올라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작성했다. 또 터키 FIS 월드컵 평행대회전 은메달로 한국에 사상 첫 스노보드 월드컵 메달을 안겼다. 이상호는 평창에서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훈련 동료들을 넘어야 한다. 그는 2010년부터 라도슬라프 얀코프(28·불가리아), 실뱅 뒤푸르(36·프랑스)와 훈련팀 ‘코브라’(KOBRA)를 만들어 함께 훈련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도타운 정을 나눈 선수들이지만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세계 최강들이다. 전문가들은 이상호의 최대 장점으로 고난도 턴 동작을 꼽는다. 이상호가 즐기는 턴은 기문 바로 옆에서 방향을 꺾는 동작으로,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안정적인 턴보다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또 지난 시즌 몇 차례 대회에서 잔실수 때문에 아쉽게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을 보완해 이번 겨울 전지훈련에서 잔실수를 없애는 데 주력해 효과를 봤다. 일각에서는 이상호의 상승세가 꺾였다는 얘기를 한다. 올 시즌엔 두 차례 7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불가리아에서 열린 평창 대회 전 마지막 월드컵에선 1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상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 관계자는 “슬로프를 내려올 때 잔실수도 없었고, 상위권과 기록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긍정적”이라면서 “이상호는 국내 코스를 한두 번만 더 타 보면 올림픽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자신감에 차 있다”고 전했다. 이상호는 현지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새달 1일 귀국, 4일부터 최종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고향 인구 점점 줄어…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고향 인구 점점 줄어…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저출산으로 ‘지방 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민간재단이 출산장려금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지자체에서 저출산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펴는 경우는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 사재를 턴 경우는 처음이다.29일 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매곡면 학생들을 위해 장학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재단법인 장척문화재단이 올해부터 출산장려금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지급 조건은 매곡면에 주소지를 둔 부모가 신생아를 출산해 매곡면에 출생신고를 하면 된다. 첫째든 둘째든 따지지 않고 아이만 낳으면 무조건 50만원을 준다. 다만 출생 신고 후 1년 이상 매곡면에 거주해야 한다. 재단은 2017년 출생자도 소급해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장척문화재단은 매곡면 장척리 출신으로 한일은행장을 지낸 이병선(85)씨 부부가 2006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이씨 부부가 2008년 2억원과 2013년 3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이 재단은 총 15억원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씨의 조카인 이창운(56) 재단 이사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매곡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명에 그쳤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고향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출산장려금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매곡면 전체 인구는 2048명이다. 해마다 10~20명 정도가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37%에 달한다. 이 이사장은 “출산장려금을 더 많이 주고 싶지만 재단 기금의 이자 수입으로 장학금과 직원 월급을 주다 보니 50만원으로 결정했다”며 “재단 기금을 더 확보해 이자 수입이 많아지면 출산장려금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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