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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약저축 40% 소득공제 신설

    청약저축 40% 소득공제 신설

    내년 연말정산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소득공제가 올해보다 줄어든다. 연간 총급여가 5000만원이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15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올해까지는 1000만원(총급여의 20%)을 넘어서는 500만원에 대해 20%의 소득공제(100만원)를 적용받았지만 내년에는 1250만원(총급여의 25%)을 넘어서는 250만원에 대해서만 20%(50만원)가 공제된다. 사회복지·문화예술 단체 등을 돕는 지정기부금의 공제한도는 확대된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가 신설되고 저소득 근로자는 월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내년에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할 때는 이런 내용이 적용된다. 소득세 최고세율(과표구간 8800만원 초과)은 현행 35%로 유지되고 과표구간이 1200만원 이하인 경우도 6% 그대로지만 1200만원 초과~4600만원은 16%에서 15%로, 4600만원 초과~8800만원은 25%에서 24%로 각각 낮아진다. 기부금의 경우 종교단체 이외의 지정기부금 공제한도는 근로소득 금액의 15%에서 20%로 확대된다. 교회나 절 등 종교단체에 대한 지정기부금은 지금처럼 10%가 유지된다. 내년 연말정산에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한 소득공제가 신설된다.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는 납입액(120만원 한도)의 40%를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 후 5년 안에 해지하거나 국민주택 규모(85㎡)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된 경우에는 납입액의 6%를 추징한다. 저축은 지난해 5월6일 이후 납입분부터 적용된다.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월세 소득공제가 신설돼 연 3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있는 총급여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인 경우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대한 월세 금액을 지출한 경우 그 금액의 40%를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는 축소된다. 신용카드 등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공제의 문턱이 총급여의 20%에서 25%로 높아지고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또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은 20%로, 직불·선불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25%로 차별화된다. 기존에는 총급여의 20%를 초과하는 사용액의 20%로 같았다. 또 내년 연말정산에서는 장기복무 후 제대한 군인의 전직지원금이 비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제대 군인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한 것으로 대상은 지난해 소득분부터 적용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안경 쓴 대통령/함혜리 논설위원

    얼굴을 통해 나타나는 인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광대뼈다. 광대뼈가 과도하게 두드러지면 인상이 강하고 억세 보인다. 턱선까지 뾰족하면 사람이 더욱 차갑고 날카로워 보인다. 이런 인상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이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런 얼굴을 가졌다. 링컨은 게다가 주걱턱이었다. 주걱턱은 강하면서 사납고 고집스러워 보여 거부감을 준다. 링컨이 힘든 선거전을 치르고 있을 때 그레이스 베델이라는 11세 소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소녀는 링컨에게 턱과 볼에 수염을 기르면 따뜻한 인상과 친근감을 줄 것 같다고 썼다. 권유를 받아들여 기른 턱수염은 링컨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친근하게 바꿨다. 아무리 멋진 연설을 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링컨은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군주)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만 링컨의 경우 턱수염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경을 쓴 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서울대병원에서 오른쪽 눈의 백내장 치료수술을 받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안경 하나 걸쳤을 뿐인데 인상이 확 달라졌다. 훨씬 부드럽고 친근감이 간다. 시골학교 선생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관상은 주로 이마에서 눈썹까지, 눈에서 코까지, 인중에서 턱까지의 세 부위(三停)와 오관(五官)인 귀·눈썹·눈·코·입이 객관적으로 잘 조화를 이뤘는지를 본다. 안경이 이 대통령의 날카로운 눈빛과 불거져 나온 콧등을 가려준 결과다. 사람의 얼굴이나 몸 골격 등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게 관상이다. 동물의 형상으로 보는 물형(物形) 관상법도 있다. 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여우의 상으로 분류한다. 날카로운 눈빛과 뾰족한 턱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이 표범의 눈을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관상을 가진 이는 숨어 있다가 목표가 나타나면 재빨리 포획하는 표범처럼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어떤 관상가는 백사자 암컷과 치타의 형상을 조합한 얼굴로 본다. 종합하면 추진력 있고 기회 포착에는 강하지만 후덕함이나 인자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통령의 CEO다운 리더십 덕분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번의 안경 쓴 모습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덧붙여진다면 국민들도 더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아결녀’ 박진희 “구안와사 연기 쯤이야”

    ‘아결녀’ 박진희 “구안와사 연기 쯤이야”

    ’구안와사는 휘파람을 불면 낫는다?’ 2일 경기도 용인 MBC 드라미아세트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녀’)에 출연중인 박진희(이신영 역)가 극중 구안와사 연기투혼을 펼친 것이 밝혀져 화제다. 드라마 ‘아결녀’ 를 연출하고 있는 김민식 PD는 “구안와사는 여배우로서 표현하기 힘든데 본인이 직접 한의사를 만났다.” 며 “휘파람을 불면 구안와사가 낫는다는 것도 대본에 없는 설정으로 본인이 직접 만들어 감탄했다.” 고 구안와사에 얽힌 촬영 에피소드를 밝혔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 구안와사로 괴로워하는 신영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박진희는 “턱이 돌아가 고통스러웠다.” 면서 “여배우라 신경도 쓰였지만 한 신, 한 신을 찍을 때마다 빵빵 터지는 스태프들을 보며 만족했다.” 고 밝게 웃었다. 이에 김 PD는 여배우임에도 불구, 구안와사 연기투혼을 발휘한 박진희를 위로하기도. 박진희는 “그렇게 안하셔도 배우 입장에서 열심히 충실히 해야 하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위로해 주셔서 더 열심히 해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덧붙였다. 박진희는 구안와사 촬영을 앞두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다. 또 극중 박진희의 상대역으로 띠동갑 연하남을 맡고 있는 김범(하민재 역)도 천재뮤지션 캐릭터를 살리고자 악기내공 쌓기에 열심이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틈틈이 악기연주에 매진하고 있다는 김범은 이날 피아노 연주신에 앞서 피아노곡 ‘로망스’ 를 치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김범은 “배우로서 (악기 연주는)욕심이 나는 부분이다. 기타는 처음 다루다 보니 피아노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다.” 고 소감을 밝히기도. 한편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는 매주 수목 밤 9시 55분에 방송된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안심클릭 해킹피해 카드사가 책임져야

    신용카드 온라인 소액결제 수단인 ‘안심클릭’의 고객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돼 수억원의 부정결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신한·삼성·현대·롯데 등 4개 카드사의 상당수 고객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간헐적으로 부정결제 피해를 당해 오다 올 들어 피해가 급증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현실에서 안심클릭 보안시스템이 무방비로 뚫린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에 본거지를 둔 일당이 온라인쇼핑몰이나 개인컴퓨터에 들어가 신용카드 정보를 빼낸 뒤 게임사이트에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구매해 이를 현금화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라니 더욱 놀랍다.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피해를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하는 PG사가 지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을 핑계로 고객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본다. 안심클릭은 고객들이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와 카드 뒷면의 카드인증코드 마지막 세 자리 번호를 차례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ISP인증이나 금융결제원 인증 등에 비해 간단하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안심클릭을 이용해 결제를 하는 이유는 해당 카드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카드사에서 책임을 져 줄 것이라고 믿는다. 카드사와 PG사가 어떤 식으로 계약을 맺었는지 고객들은 알 턱이 없다. 안심클릭 해킹피해의 책임을 카드사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 시장 규모는 2001년 3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급팽창했다. 차제에 온라인 결제시스템의 보안도 온라인 거래 비중 확대에 걸맞게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한다.
  • ‘그대 웃어요’ 정경호 1등 사윗감

    ‘그대 웃어요’ 정경호 1등 사윗감

    SBS 주말연속극 ‘그대 웃어요’ 의 현수(정경호 분)가 귀여우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사윗감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랑을 지키려는 강인한 마초 현수에서 180도 변신, 귀엽고 능글맞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와 정길(강석우 분)의 코믹한 호흡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 정경호는 정인(이민정 분)의 가족이 일하는 떡볶이 가게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고군분투한 끝에 결국 정길에게 사윗감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강석우와의 연기호흡이 돋보였다. 현수에게서 정인에 대한 진심을 느끼고 사위로 받아들이기로 한 정길과 합심해 결혼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한 것.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항상 흔들림 없는 현수의 모습이 변함없으면 좋겠다.” “주변에 현수 같은 남자 없나?” “현수 역은 딱 정경호여야만 한다.” 는 등의 호평을 남겼다. 정인· 현수의 사랑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SBS ‘그대 웃어요’ 는 매주 토, 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 = N·O·A 매니지먼트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 영혼을 노래했다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 영혼을 노래했다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여성 흉상 ‘지원의 얼굴’은 어깨가 삼각형에 광대뼈가 사라지고 턱이 아래로 쭉 빠진 기다란 얼굴이다. 작가는 순수한 영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 부위를 과감히 생략한 인물상을 만들었다. 조각가 권진규(1922~1973)는 홍익대 서양학과 학생이었던 장지원씨와 오래 대화를 나누며 조각상을 점토로 빚은 다음, 이를 가마에 구워 테라코타로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지원의 얼굴’이다. 주로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불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옻칠 기법) 기법을 사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권진규는 작품보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정동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진규전’은 그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 재학 당시 만든 졸업작품 ‘나부’의 최초 공개 등 모두 141점이 전시돼 그의 참모습을 발견할 기회다. ‘모델+작가=작품’이라고 강조했던 권진규는 ‘지원의 얼굴’을 비롯해 ‘애자’ ‘선자’ ‘춘엽니 비구니’ ‘혜정’ ‘경자’ ‘희정’ ‘예선’ 등 많은 여성 흉상을 만들었다. 가사와 작품 제작을 돕던 박영희씨를 비롯, 미대 제자 등을 모델로 작품활동을 한 권진규는 생전 “모델의 내적 세계가 투영 되려면 인간적으로 모르는 외부모델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움푹 들어간 눈에 높은 콧대, 둥근 머리와 좁은 얼굴형을 지닌 이상적인 형태의 인물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영원성을 지향했다. 불교에도 심취해 자신의 얼굴과 승려의 모습을 섞은 ‘자소상’도 많이 제작했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물상의 눈높이에 눈을 맞추고 그 속의 정신을 더듬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적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했던 권진규는 “돌도 브론즈도 썩지만,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세계 최고(最古)의 것이 1만년 전에 제작됐을 만큼 잘 썩지 않는다.”고 테라코타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권진규는 서울대와 덕성여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들에게 “예술은 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부터 실현되는 것이다.” “여자를 멀리해라. 그러면 조각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다. 나는 실패했다.”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가 인물상만 제작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도호영화사에서 ‘고질라의 역습’ 등의 촬영용 세트를 제작했으며, 한국에서도 인형극의 배경 디자인 등을 맡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코메디’(왼쪽)와 같은 부조를 통해서는 권진규의 자유로운 조형 활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양의 근대 조각 기법과 동양의 정신세계를 융합시키고자 했던 작품 세계가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도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아 자학했던 권진규는 작업실의 가마를 파괴하고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자소상’을 본 뒤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인물상에서 피가 흐를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권진규 작품과의 대화는 새해 2월28일까지 나눌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기자 ‘-20도 1박 2일’ 혹한기 훈련을 가다 ①

    여기자 ‘-20도 1박 2일’ 혹한기 훈련을 가다 ①

    우스갯소리로 첫 키스와 군대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지울 수가 없다고 한다. 날카롭고도 아름다운 첫 키스는 평생의 추억이 되지만 군대에서 고생한 기억 역시 온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 훈장처럼 새겨진다고 예비역들은 입을 모은다. 그 중에서도 야외에서 4박 5일 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혹한기 훈련은 예비역 병사들에게는 가위질로도 도려낼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다. 하루 종일 군화 속 언 발을 동동 굴려 봤거나 새벽녘 차가운 서리에 맞으며 잠이 깨어 본 사람이라면 찬 바람이 부는 계절만 와도 당시 기억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혹한기 훈련은 겨울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지만 영하의 기온에, 씻지도 배불리 먹지도 심지어 제대로 ‘싸지도’ 못하는 극한 상황에 놓인 병사들에게는 말 그대로 생존 전쟁이다. 때문에 예비역들은 패기 넘치게 전 훈련과정을 소화하고도 시쳇말로 군대 생활 최고의 ‘개고생’으로 혹한기 훈련을 기억하기도 한다. 본지 여기자는 엄동 속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병사들의 노고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지난 18일부터 이틀 간 혹한기 훈련에 직접 참여했다. 17일부터 훈련 중이던 30사단 91여단 소대에 합류해 병사들과 함께 똑같이 훈련을 받고 텐트에서 자며 혹한기 훈련을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다. 훈련 내용을 2편에 걸쳐 연재한다. ◆ 군사훈련, 생애 두번째 경험 <첫째날 오전 9시 30분> 천하의 미실도 예측 못한 기습적인 한파였다. 달력에 표시된 훈련 날짜가 다가올 수록 기온은 매섭게 내려가더니 취재 당일인 18일이 되자 급기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오전 9시 께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야전지휘소에 도착했을 때 기온계 수온은 영하 10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홍성우 대령은 “날짜를 제대로 잡고 오셨다.”며 호탕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전날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는데 이날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넷 고무신 카페인 ‘짬밥같이먹기’ 회원들이 적극추천한 대로 내복 두 벌을 껴입고 핫팩 여러 개를 준비했지만 추위에 대한 공포에 벌써부터 턱이 덜덜 떨렸다. 이날 기자는 생애 두번 째로 군복을 입어봤다. 지난 10월 부사관 훈련학교에서 취재 차 유격훈련을 받았을 때에 이어 두번째 하는 경험이다 보니 이번에는 꽤 능숙하게 갈아 입을 수 있었다. 남자 동기들에게 그 장점에 대해 익히 전해 들었던 군용 점퍼인 일명 ‘깔깔이’를 입어보니 생각보다 재질이 부드럽고 보온력도 뛰어났다. ◆ 병사들과의 떨리는 대면식 <오전 10시> 야전지휘소에서 정훈 장교인 이선경 중위와 함께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무건리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소대원들과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수색 정찰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높고 낮은 산들이 3면을 감싸고 있는 훈련장에서 5분 여를 기다렸을까. 야수의 울음소리처럼 묵직한 굉음을 내며 장갑차 넉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그 위용을 드러냈다. 장갑차 한 대당 1개 분대 9명씩, 서른 명 남짓한 병사들이 장갑차에서 내렸다. 얼굴에 위장을 한 병사들은 목도리와 귀마개, 두꺼운 장갑 등으로 추위에 맞선 모습이었다. 소대를 이끄는 윤용훈 중위와 인사를 나눈 뒤 병사들과 덜리는 첫 대면식을 가졌다. 남동생과 같은 건강한 청년들을 보니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영하의 추위도 녹일 것 같은 병사들을 뜨거운 눈빛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걸 느꼈다. 간단하게 소개를 마친 뒤 분대장인 김영진 병장의 도움을 받아 얼굴에 위장크림을 발랐다. 요즘 부쩍 는 눈가의 주름이 신경이 쓰였지만 얼굴을 삼색으로 칠하니 진짜 군인이 된 것 같은 사명감에 주먹이 꽉 쥐어졌다. ◆ 날다람쥐처럼 뛰어오르고 싶었으나…<오전 10시 30분> 곧바로 이어진 임무는 야산 수색이었다. 세워둔 장갑차 바로 앞에 서 있는 야산을 민첩하게 수색해 물론 가상이지만 적군을 찾아내는 것이 훈련 목표다. 고등학교 2학년 체력장 때 세운 17초 대의 100m 달리기 ‘공식’ 기록으로 늘 큰소리 쳐왔으니 스피드만큼은 다른 병사들에게 질 수 없었다. 다른 병사와 5m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상체를 낮춘 자세로 신속하게 정상까지 수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각 같아서 날다람쥐처럼 폴짝폴짝 산을 타고 싶었으나 과도하게 옷을 껴입은 탓에 딱 추억의 개그코너 ‘큰 집 사람들’처럼 뒤뚱거리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서리를 잔뜩 머금고 얼어버린 낙엽을 밟고 미끄러지는 굴욕을 맛봤다. ‘뛰다→넘어지다→일어나다→뒤뚱거리다’를 반복한 지 얼마 안되서 몸이 달아올라 뜨거워 졌다. 불과 30분 전만해도 턱이 흔들리도록 떨었는데 추위도 점점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을 정복(?)한 뒤 다시 추억의 ‘큰 집 사람들’처럼 뒤뚱거리며 내려오니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찬 공기가 목구멍으로 전해지자 더운 날씨 속에 받았던 유격훈련과는 또 다른 상쾌함이 온몸을 전율케 했다. ◆ 전투식량으로 한 끼 <오후 1시> 임무를 마치고 다시 장갑차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조종수 1명과 병사 2명이 검게 칠한 얼굴에서 유독 하얗게 보이는 눈을 굴리며 장갑차 주변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배고픈 병사들의 지친 기색을 눈치챈 소대장은 “점심 전까지 낙엽이나 갈대로 장갑차를 위장하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장갑차 위장을 마치니 배의 꼬르륵 소리는 좀 더 커졌다. 배고픔이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는 못된 습성을 가지고 있던 기자는 점심 메뉴가 잡채밥이라는 소리에 한층 더 흥분해 3일 배를 곯은 짐승처럼 눈을 이글거렸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이 지나니 마술사가 마법을 부린듯 딱딱했던 봉투 안 내용물이 한 끼 식사로 변해 있었다. 한 입 떠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중국 음식점에서 주문해 먹는 잡채밥 속 잡채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짭짤한 양념을 밥에 비벼 먹을 만 했다. “양이 많으니 못 먹겠으면 두 끼에 나눠 먹어도 된다.”는 정훈 장교의 조언을 사뿐히 넘기고 “맛있다.”를 연발하며 게 눈 감추듯 먹으니 병사들은 “체력은 몰라도 식성은 하나는 군대 체질”이라고 농을 던졌다. 전투식량을 가뿐하게 비우고 나니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아쉬운 대로 냉수로 목을 축여야 겠다는 생각에 미리 채워온 수통 뚜껑을 열었더니 물이 꽝꽝 얼어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아까부터 병사들이 “수통에 물 얼지 않은 사람 물 좀 달라.”며 열심히 물 동냥을 하던 이유가 있었나 보다. ◆ 장갑차 기동 훈련 <오후 2시 30분> 점심 식사를 모두 마치자 혹한기의 불청객인 한기가 찾아왔다. 훈련할 때 등과 발 등에 났던 땀이 차가운 바람에 식자 엄청난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작전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군화 속 발은 꽝꽝 얼어 감각이 없었고 너무 움츠렸던 나머지 어깨부터 목으로 이어지는 부위가 뻗뻗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동 명령이 떨어졌다. 전 병력이 또 다른 진지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일반 보병은 걸어서 이동해야 하나 기계화 부대는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훈련 받는 병사 입장에서야 지옥 같은 행군을 피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지만 홍성우 대령에 따르면 장갑차로 인한 불의의 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더욱 철저한 정신 훈련이 필요하다. 전 대원이 탑승했다고 확인되자 다른 기계화 보병 소대에 임무를 인계하고 다른 진지로 이동했다. 소대장은 특별히 부조종수 자리를 초짜 병사인 기자에게 내주는 배려를 해줬다. “아마 얼굴이 많이 따가울 겁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조종수인 차원석 병장이 장갑차를 조종하자 비교적 좁은 장갑차 안에는 동굴 속 메아리처럼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언 땅 위를 움직이다 보니 장갑차는 요동 쳤고 그 안에 있는 병사들 역시 손잡이를 붙잡고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부조종수는 장갑차에 몸을 반쯤 뺀 상태로 주변 상황을 주시하며 특별한 무전 마이크로 조종수에게 말해주면 되는데 장갑차를 타보기는 커녕 두눈으로는 처음 본 기자는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즐겼다. 뒤늦었지만 본분을 잊었던 점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하고 싶다. 파주=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동영상=김상인 VJ bowwow@seoul.co.kr 사진=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불안한 그들만의 거래

    불안한 그들만의 거래

    미소금융 출범 등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개인간 대출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대출직거래 사이트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은행 문턱이 높은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안금융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고 악용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금융감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대부업체인 머니옥션은 기존의 온라인 대출직거래 서비스를 강화한 ‘미소펀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대출 직거래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줄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말한다.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대부시장에 ‘역경매 방식’을 도입한 형식인데,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 금리가 낮아진다는 논리다. 머니옥션 관계자는 “저신용자가 대부업체를 찾으면 무조건 연 49%의 이자로 돈을 빌리지만 대출직거래 사이트 등을 통하면 20~30%대의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에 돈이 필요한 이유와 액수, 희망이자율, 상환 계획 등을 올리면 이를 확인한 개인들이 돈을 빌려준다. 대출참여자에 대한 제한이 없어 일반인은 물론 대부업자도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돈을 빌려주는 게 특징이다. 대출서비스업체인 팝펀딩은 이번 주 들어 자투리 포인트를 모아서 저신용자 대출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이 알게 모르게 적립한 카드 포인트 등을 현금화해 이를 금융소외계층이나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에 쓰겠다는 취지다. 역시 온라인 상에서 회원들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사연과 상환계획, 이자율 등을 심사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최소 1000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시스템상 일반 대부업자는 투자자에서 배제된다. 팝펀딩 측은 “자고 있는 포인트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면서 “연체 등을 고려해도 개인들에게 연 14% 수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온라인 대출직거래 사이트들은 ‘제대로 운용하면 사회의 약이지만 악용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권이 외면하는 저신용자들을 돕는 ‘현대판 품앗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출직거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판단하는 일종의 투자인 탓에 원금은 전혀 보장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또한 대출직거래 사이트들은 다수 투자자의 돈이 대출자로 바로 흘러들어가는 자금흐름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대출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아닌 다수 일반인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영업형태가 모호해 감독 책임이 불분명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반 대부업체와 달리 투자자가 다수의 일반인이지만 대부분 대부업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에 감독권이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자치단체들이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집중점검 국내경제 4대현안] (3) 한계기업 구조조정

    [집중점검 국내경제 4대현안] (3) 한계기업 구조조정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외환위기 때 했던 강력한 구조조정의 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언젠가 새로운 위기가 닥치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기획재정부 관계자)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이제는 방울을 달 기회 자체가 물 건너 간 느낌도 든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눈치만 보며 1년을 허송한 결과다. ●외국기업 비해 경쟁력 악화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권단 차원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고, 채권단은 내부와 외부의 복잡한 문제들에 갇혀 선뜻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은행들에 부채 만기 연장,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채근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 있는 기업들을 솎아내 퇴출시키라고 하니 출발부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을(乙·은행)에게 칼을 쥐어쥐고 갑(甲·기업)을 치라고 하니 제대로 될 턱이 있었겠느냐.”면서 “특히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강조했는데, 당장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을 정부의 말만 듣고 정리하는 것은 은행의 속성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결과, 향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일어나 기업 체질이 한층 강화됐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유효수요 감소와 맞물려 조선 등 일부 업종에서 과잉투자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주요기업의 상당수가 이 업종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명쾌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계기업의 부실을 제대로 정리 또는 관리하지 못하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약해 실효를 거둘지 불투명하다. 내년 지방자치 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서민과 민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정부가 한계기업들의 정리와 이로 인한 고용지표의 악화를 감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내년 퇴출기업 증가 불가피 그러나 내년에는 인위적인 조치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퇴출로 내몰리는 한계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출 및 신용보증 만기 연장, 신규 보증심사 기준 및 보증한도 완화 등 위기를 맞아 취해졌던 기업 지원책들이 하나 둘 거둬들여지고 있는 데다 금리도 시점의 문제일 뿐 인상이 불가피해 정부 지원과 저금리에 기대어 목숨만 붙어있던 기업들은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만 놓고 보면 이뤄진 게 거의 없다.”면서 “기업을 잘 알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게 맞지만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정부가 강력한 정책 의지를 갖고 금융기관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 유영규기자 windsea@seoul.co.kr
  • [메트로플러스] 화성공공건물 유니버설디자인 도입

    경기 화성시는 성별과 연령, 장애와는 관계없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체계를 모든 공공건물과 시설에 적용한다고 11일 밝혔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건물 신축 때 미닫이 방식의 턱이 없는 출입문, 터치형 자동문, 장애인과 어린이를 위한 유도선과 안전봉 등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과 사용환경을 만드는 범용 디자인 방식이다. 시는 앞으로 신축·신설 또는 증개축되는 공공건물과 공영 주차장, 도로, 공원, 교통신호기 등에 유니버설 디자인 채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민간 시설물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면 건축비 일부를 시비로 지원한다. 시는 2012년까지 신축되는 도시안전관리센터, 서부권 여성비전센터 등 11개의 시설에도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 시각장애인 ‘불안한 외출’

    시각장애인 ‘불안한 외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시 디자인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공공시설을 불편없이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거나 설치관련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권고조항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06년 점자블록 설치조항 삭제 ‘훈맹정음’(한글점자) 창제를 기념하는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교통보조시설은 단순 편의시설이 아닌 필수 장치인 만큼 법개정을 통해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서울시내 10여곳의 자치구는 ‘디자인거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점자블록을 없앴다. 47억 9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금천구의 ‘시흥사거리~독산동길 입구’(700m) 디자인거리가 대표적이다. 해당구청은 “직선구간이라 위험이 덜한 데다 미관 문제도 있어 점자블록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승철 연구원은 “기존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는 ‘보도에 선형블록(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2006년 법이 개정되면서 관련조항이 빠졌다.”면서 “같은 해 ‘교통약자 편의증진법’이 제정됐지만 점자블록 설치 권고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턱없이 부족한 음향신호기도 문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횡단보도의 음향신호기 설치율은 8.2%(6만 6174곳 중 5408곳)에 그쳤다. 전북(2.6%), 경남 (3.7%) 등 지방 시·도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시각장애인들은 차량 소음이나 행인의 인기척 등으로 ‘눈치껏’ 건널목을 건너야 하고 사고위험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1급인 강경규(31·서울 장위동)씨는 최근 6호선 돌곶이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적신호에 길을 건너다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할 뻔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중 횡단보도에서 죽을 고비를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음향신호기 설치율 8.2%뿐 점자표시가 돼 있지 않은 버튼·터치스크린식 현금지급기(ATM)나 40%를 밑도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율, 각종 매장의 맹인안내견 동반입장 거부 등도 시각장애인을 불편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 편의장비 설치문제를 법령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철 연구원은 “점자블록 설치에 관한 의무조항이 없고 점자서비스 ATM 설치도 권고지침이다 보니 지자체와 은행 등 사기업들이 설치를 미룬다.”면서 “아예 ‘점자 ATM기를 전체의 2분의1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수요자의 의견수렴 없이 시설을 건설·변경할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엄청난 추가예산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과정에서 반드시 장애인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만 18세 이하 청소년 국립박물관 무료관람

    청소년들을 위해 박물관 문턱이 없어진다. 내년부터 만 18세 이하는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언제든지 공짜로 드나들 수 있다. 이로써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선대의 역사와 전통의 향기를 마음껏 누림과 함께 전통 문화 강국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19일자로 공포된 관보 문화체육관광부령 제44호 ‘국립 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 전부개정령’에서 ‘만 18세 이하 65세 이상은 박물관 관람료를 면제한다.’고 명시했다. 지금까지 초·중·고생은 물론 유치원생까지 입장료를 최소 500원에서 1000원씩 받아 오던 것을 아예 무료로 전환한 것이다. 국립박물관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전국 시·도 단위 12개 국립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어린이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이 있다. 올해에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한시적으로 무료 입장하고 있어 사실상 내년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셈이다. 이미 유럽의 대부분 박물관에서는 만 18세 이하 무료 입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지난 4월부터 루브르 박물관 등 유적지, 박물관 100여곳에 대해 무료 입장 대상을 만 18세에서 25세 이하로 확대시킨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전통과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오늘의 것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박물관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무료 입장의 대상과 할인율을 더욱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글로벌 시대] 한류의 시작, 한글이다/정희섭 마크로젠 해외 게놈사업본부 이사

    [글로벌 시대] 한류의 시작, 한글이다/정희섭 마크로젠 해외 게놈사업본부 이사

    태국 방콕에 있는 유명한 쇼핑 몰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 섞인 환호성이 터진다. 환호성과 함께 족히 10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쪽으로 급하게 뛰어 간다. 순식간에 경비원 복장의 사람들이 통로를 통제하고, 운영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신속하게 움직인다. 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한국에서 가수가 왔다고 한다. 옆에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한국 가수의 이름을 물으니 ‘샤이니’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부리나케 무리 속으로 뛰어든다. 한글로 온갖 인사말을 적은 큰 종이를 들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 달 전 태국에서 직접 목격한 광경이다. 샤이니가 한국에서 2008년에 결성된 5인조 남성 그룹이라는 사실은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9월 초부터 중순까지 약 2주간 태국, 베트남, 타이완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 세 나라에서만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이 200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짐짓 두려웠고, 비즈니스 상담을 앞두고 으레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으나 현지인들의 반응은 영 딴판이었다. 신종플루에는 태평했고,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TV 드라마와 배우, 가수들에 대한 얘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의 가수나 배우들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요즘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물어왔다.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턱이 없는 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독일 외교관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독일 친구 역시 베트남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어 열풍과 한국 음식, 한국에서 온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 베트남 내의 우호적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뼈있는 말도 했다. 적어도 베트남에서는 독일보다는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그 친구뿐이 아니다. 베트남에 있는 외국인들이라면 대부분 한류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서구인들에게는 중국과 일본으로 대변되던 아시아 문화. 그러나 동남아 국가에서 식을 줄 모르는 한류 열기가 한국 문화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타이완에서는 매년 겨울 한국에 스키를 타러 간다고 말하는 거래선도 있었고, 한국음식 중 불고기와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한국 노래 제목을 줄줄이 늘어놓는 이도 있었고,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도 있었다. 열흘 이상의 해외출장 일정 중 현지에서 주말을 맞이하게 되면 모국어가 아닌 언어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감, 다른 음식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쳐 숙소에서 쉬게 되는데, 이번 출장은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이런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한류의 가치를 몸소 실감하니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함은 물론, 우리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작은 다짐도 했다. 드라마, 영화, 노래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한류의 시작은 우리말인 한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막 지난 한글날, 정부 차원에서 한글을 차세대 한류의 시작점으로 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출장 기간 내내 체감했던 한류의 가치 중심에는 이 세상 모든 언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해 낼 수 있는 한글이 있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지금 동남아인들이 열광하는 모든 콘텐츠가 기록되고 표현되는 한글이야말로 한류의 본질일 것이다. 정희섭 마크로젠 해외 게놈사업본부 이사
  • [한글날 3제] 어르신도 몽골서도

    한글 사랑이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글을 깨치지 못한 ‘늦깎이 학생’들의 공부 열기가 이어지고 이역만리 몽골에서는 ‘한글 큰 잔치’가 몽골 내 최대 규모의 문화제로 진행됐다. ●‘못 배운 한’ 푸는 어머니 학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교에 딱 이틀 나갔는데 6·25전쟁이 터졌어요. 당시 어머니가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거기가 폭격을 맞으면서 가족들과 생이별했어요. 배움의 기회도 잃었죠.” 8일 서울 이문동의 푸른시민연대가 운영하는 어머니학교에서 한글 수업을 마치고 나온 백영자(67·여)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같은 반 친구인 김영자(60·여)씨는 “그래도 언니는 학교 문턱이라도 밟아 본 사람이잖아.”라며 백씨를 위로했다. 이곳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머니들을 위한 한글학교다. 어머니학교는 1994년 10월 문을 연 뒤 지금까지 1100명 이상의 늦깎이 학생을 배출했다. 백발이 성성한 어머니들은 “이곳은 우리들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학교”라고 입을 모은다. 70여명의 학생들이 한글을 익힌다. 대학생과 직장인 15명이 교사로 일한다. 이들은 학교 운영을 위해 매달 2만~3만원씩 회비도 내고 있다. 최고령자인 황보출(77) 할머니는 “경북 포항의 오지마을에서 태어나 6남매 중 큰 오빠와 남동생만 학교 교육을 받고 세 자매는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왔다.”면서 “어린 마음에 교복입고 학교 다니는 애들을 보면서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김영자씨는 “한글을 모른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은행에 갈 때는 항상 오른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가서 ‘손목을 다쳐 글을 못 쓰니 대신 써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몽골에 부는 한글 사랑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울란바토르 대학교 주최로 ‘한글 큰 잔치’가 진행됐다. 한글 큰 잔치는 한국과 한글에 대한 몽골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4년부터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진행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한글 말하기, 한국 노래대회 등으로 꾸며졌다. 몽골 내 최대 규모의 외국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글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중학생 우 에느렐(15)은 “한글과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해 꼭 한국의 대학교를 가겠다.”고 밝혔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고성서 신종 뿔공룡 화석 발견

    국내에서 뿔이 있는 공룡의 화석이 처음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5일 “경남 고성군 고성읍 월평리 퇴적암 지층에서 지난해 부경대 연구팀이 발견한 길이 10㎝의 공룡 아래턱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약 8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살던 뿔공룡 화석으로 확인됐다.”면서 “이같은 내용을 지난달 23일 영국 브리스틀에서 열린 제69차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 발표,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지금껏 한번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이 화석은 공룡의 왼쪽 아래턱이고, 7개 이상의 이빨이 턱 안에 보존돼 있다. 이 화석의 공룡은 백악기 후기의 초식공룡인 트리케라톱스와 프로토케라톱스의 조상으로서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가 2m를 넘지 않고, 높이는 1.1~1.5m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척추고생물학을 전공한 임 연구관은 “고성군의 이름을 딴 학명을 지어 내년 상반기 중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다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육철수 논설위원

    일전에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보고 한바탕 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향 포항에 갔다가 ‘아이스케키 통’을 어깨에 메고 있는 장면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지체가 하늘만큼 높아졌는데도 아이스케키 통을 멘 자세가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리던지…. 그래서 그만 웃음보를 터뜨리는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면서 뭐가 올라왔다. 대통령의 감회어린 표정 뒤에 전쟁통에 유년·청년기를 보내면서 먹고살려고 발버둥쳤던 모습이 어른거려서였다.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말라며 고향 주민들이 마련했다는 아이스케키 통은, 1970년대 온 나라가 새마을운동 열풍에 휩싸였던 때로 기억을 자연스레 옮겨 놓았다. 대통령과 시대의 역경을 함께한 또래들이 청·장년이 되어 새마을운동 현장의 중추 역할을 한 것도 가난을 어느 세대보다 뼛속 깊이 체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마을운동 초기에 유년기를 보낸 나도 적잖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새마을 노래’를 입이 아프게 부르고 귀가 닳도록 들었다. 노래가 짧기나 한가. 4절까지 밤새 외워 다음날 선생님 앞에서 ‘씩씩하고 명랑하게’ 불러대느라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당시 ‘새벽종이 울렸네~’는 기상나팔이었다. 매일매일 한 집에 한 명씩 ‘작업병’을 불러내 삽이나 곡괭이, 싸리빗자루를 들고 나가 동네 환경작업에 동원됐다. 철없던 나이라 그저 동네 잡일을 하는 게 고역스러웠을 뿐, 그게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환경개선·정신계발 운동이란 걸 알 턱이 있었겠나. 새마을운동이 요즘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나라 안에서 재조명이 활발하고, 나라 밖에서는 그 인기가 폭발적이란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아예 한글로 ‘새마을’ 글씨가 뚜렷이 새겨진 초록색 깃발을 마을 한가운데 신주처럼 모셔놓고 벤치마킹이 한창이다. 군사독재나 유신의 잔재로 여겨 내팽쳐 놓은 사이에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에서 환경개선과 정신개조, 빈곤퇴치 캠페인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숨막히게 이루며 달려오는 동안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 하나를 잃을 뻔했다. 새마을운동의 뿌리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향약’이나 ‘계’에 있다. 전통적 공동체 정신을 박 전 대통령이 국민정신으로 계승·승화시킨 것이다. 개발과 압축성장 시대에 벌써 지금의 세계적 화두가 된 녹색환경시대까지 내다본 국가지도자의 안목이 참 놀랍다. 며칠전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에서 ‘대한민국 새마을 박람회’가 열린 것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경상북도는 박람회를 계기로 새마을운동을 지구촌 빈곤퇴치에 불을 지피는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단다. 때마침 농촌진흥청도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시작한다.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최종 목표로 한 제2녹색 새마을운동이란다. 21세기의 농촌은 새로운 희망이다. 전원생활과 제2인생을 꿈꾸고 귀농하는 60~70대 ‘아이스케키 세대’와 젊은 도시 직장인들, 현지 농업인 등이 새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야 할 곳이다. 그래서 시대는 염치없이 또 아이스케키 세대의 지혜와 경험과 땀을 요구한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창의력,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 지원을 잘만 보태면 새마을운동을 미래의 녹색환경운동으로 또 한번 세계의 자랑거리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외래식물 급속 확산에 생태계 신음

    외래식물 급속 확산에 생태계 신음

    지난 26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 조상의 묘를 찾았다. 높지 않은 산 중턱이지만 이곳까지 가시박 등 외래식물이 점령해 진입조차 어려웠다. 주위 나무들을 칭칭 감고 무성하게 올라간 덩굴식물은 집채처럼 보여 금방이라도 들짐승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외래식물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토종 생태계 보전을 위해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래식물의 영역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토종식물의 개체군과 터전은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외래식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환경부 자연보전국에 자료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서식지가 광범위한 외래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 2007년부터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전국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 외래식물은 단풍잎돼지풀을 비롯,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 11종이다. 모니터링은 전국 같은 지역을 선정, 서식지 확산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다. 올해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 단풍잎돼지풀은 파주, 인천, 연천, 부산의 조사지역에서 63~70%의 높은 밀도를 보였다. 216~256cm로 자라 토착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꽃가루가 날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졌다. 돼지풀 역시 90~106cm의 높이로 알레르기성 꽃가루를 날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양등골나물은 서울 월드컵공원, 남산공원 및 광주 남한산성의 조사지역에서 46~55%를 차지, 숲속에 키 작은 토종식물의 성장을 막는 주범으로 꼽혔다. 털물참새피의 경우, 조사지점인 창녕에서 90%의 높은 밀도를 보이며 우포늪으로 확산이 우려된다. 특히 올해 6월 생태교란 식물종으로 지정된 가시박은 수년 전 국내에 들어와 집중호우와 홍수 등을 틈타 전국 산하를 뒤덮고 있다. 열매의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려대 강병화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가시박은 워낙 번식이 빨라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불린다.”면서 “자신의 영역과 영양분 흡수를 위해 다른 식물을 고사시키는 독성 물질도 뿜어낸다.”고 말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은 안 됐지만 빗자루국화와 미국가막사리, 큰김의털 등의 외래식물도 빠르게 토착화하고 있다. 하천변과 습지를 비롯, 경작지와 묵논, 고산초지, 생태공원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하천의 물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가막사리는 하천과 습지 주변에 자라는 갈대, 달뿌리풀 같은 자생종과 키가 작은 식물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방용으로 들여와 고속도로와 국도의 절개지에 토사침식을 막기 위해 심기 시작한 큰김의털도 고산지대 초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방공사용으로 도입된 식물이 토종식물을 밀어내고 정착해 생태계를 교란시킨 것이다.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환경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고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분제거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벤트성 행사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며 특성을 파악해 전파요인 등을 제거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외래식물 제거를 위해 민간단체에 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면서 “지역 환경청과 지자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부분 제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저신용서민 1억까지 대출 ‘미소의 힘’

    저신용서민 1억까지 대출 ‘미소의 힘’

    정부가 잇따라 서민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저(低)신용자도 제도금융권을 두드릴 수 있는 방법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창업 의지가 확고하면 신용등급이 낮아도 최고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미소금융)도 등장했다. 미소금융의 등장을 계기로 서민이 기댈 수 있는 소액대출 상품을 알아본다. ●정부보증대출 한도 500만원 서민대출은 크게 정부지원대출과 민간대출로 나눌 수 있다. 아무래도 금리가 낮은 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쪽이다. 정부보증대출이란 정부출연금을 받은 신용보증기관이 저신용자에게 보증을 해주면 농협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보증을 담보로 저신용자(7~9등급)에게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금리는 연 7~8%대, 대출 한도는 500만원 정도다. 빌린 돈은 3~5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사업자금이 부족한 자영업자라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한 ‘유동성 지원 특례보증’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신용등급에 따라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미 너무 높은 이자를 내고 있어 고민 중이라면 전환대출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캠코의 전환대출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신용등급에 따라 연 9.5~13.5%대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도 최고 연 49%에 이르는 대부업체 대출을 연 30% 안팎으로 낮춰준다.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향하는 미소금융은 돈은 없지만, 창업 등을 통해 일어나 보려는 의지를 갖춘 사람에게 자금을 융통해준다. 사업계획과 의지가 확고한 사람은 저신용자라해도 최고 1억원까지 빌려준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연금리 5%에 1~5년까지 나눠서 갚고 거치기간에는 이자가 없다. 대출 외에도 자활에 필요한 경영자문이나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수혜자는 20만~25만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단 구체적인 대출자격이 나오려면 적어도 12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은행 서민대출 최대 2000만원 미소금융이 서민들의 창업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민간은행의 희망홀씨대출은 생활자금을 빌리기에 용이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7~9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담보없이 시중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 들어 15개 시중은행들은 기존 잣대로는 대출받기 힘든 사람들에게 비교적 저리의 대출을 해주고 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1000만~2000만원 정도다. 대출 조건은 은행마다 다른 만큼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리은행의 이웃사랑대출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근로자 또는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신용대출이다. 국민연금 납입액을 소득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별도 소득증빙이 필요없다. 지난 7월에는 금리를 1%포인트 낮추고 대출 한도도 10% 확대했다. 22일 현재 금리는 연 7.15~13.15%다. 국민은행 KB행복드림론은 지난 4월 출시한 이후 1만 8300계좌, 855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최고 1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는 연 14~16% 수준이다. 최초 금리는 높은 편이지만 연체없이 갚아나가면 3개월 마다 0.2%포인트씩 금리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신한은행(신한희망대출)은 500만~1500만원 범위에서 연 8~10%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하나은행도 연 8~11%대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소액대출을 해주는 상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은행 서민대출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평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대출 잔액은 7040억원으로, 목표치 1조 91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2030] 내겐 너무 특별한 가을별미

    [2030] 내겐 너무 특별한 가을별미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전어구이, 향긋한 자연송이, 오동통한 대하찜, 잘 익은 오곡백과 등 각종 별미가 군침을 돌게 하는 가을.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일과 연애가 안 풀려 괴로운 20, 30대도 푸짐한 가을 밥상과 마주하면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 2030이 추억하는 가을 별미를 들어봤다. 박성국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직장인 장모(28)씨의 가을 별미는 대한민국 모든 예비역들의 추억이자 악몽인 ‘전투식량’이다. 장씨는 전투식량 중에서도 비빔밥을 잊지 못한다. 제대 이후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전투 비빔밥’을 구입해 먹는다. 전투식량은 군대에서 지급하는 휴대용 식품으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간편식이다. 장씨는 “7년 전 군대에 있을 때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진지공사를 위해 산에서 천막을 치고 2주 동안 생활을 했다.”면서 “하루에 한끼는 꼭 전투식량이 나왔는데 그땐 질려서 쳐다보기조차 싫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군대음식이라면 치를 떨었던 장씨는 제대 후 1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뭔가 하나 빠진 것처럼 싱겁고 입 안에서 겉도는 그 맛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장씨의 별미는 직장 동료에게도 인기다. 야근 간식으로 컵라면, 피자 대신 전투식량을 챙겨먹기도 한다. 여성동료들은 회색 봉투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단 5분 만에 완성되는 비빔밥을 보면서 신기해 한다. 장씨는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전투 비빔밥’이 생각난다.”면서 “밥보다는 추억을 먹는 재미에 해마다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차 영업사원 박모(30)씨는 입사한 첫해 가을, 부장님이 사준 전어 회무침을 잊지 못한다. 입사 전에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전어였는데 부장님이 팀원들 기를 살려주겠다며 회사 근처 횟집으로 데려가 전어 회무침을 사준 것. 파, 미나리 등 싱싱한 야채와 뼈째 잘게 썬 전어, 칼칼하면서도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회무침을 상추와 깻잎에 싸서 입에 넣은 뒤 소주 한 잔까지 털어넣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박씨는 그날 전어를 먹으면서 자신이 직장인이 됐음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올 정도로 맛있다고 하지만 백수 시절에는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라 잔뜩 군기가 들어있었던 박씨. 부장님이 어깨를 두드리며 소주를 권하고, 처음이라 낯설고 힘들 텐데 많이 먹고 기운내라며 회무침 접시를 자신의 앞쪽으로 밀어주는 선배들 때문에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고 한다. 박씨는 “그날 밤 팀원들과 둘러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눠먹었던 전어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가을 전어는 ‘정’이란 이름으로 각인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정모(26)씨는 무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면 학교 앞 닭갈비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3번은 찾아가서 점심에는 닭갈비 볶음밥을 먹고 저녁에는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한 접시를 안주삼아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정씨의 머릿속에 ‘가을=닭갈비’ 공식이 자리잡게 된 건 풋풋한 연애의 추억 때문이다. 정씨는 6년 전 같은 과 동기였던 여자친구와 춘천 여행을 떠났다. 그는 “5월 축제 때 용기내서 고백해 연애하기 시작했는데 사귄 지 100일을 기념해 처음 둘이서 놀러간 곳이 춘천이었다.”면서 “여자친구 손을 꼭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었다.”며 웃었다. 정씨는 당시 점심을 먹기 위해 춘천교대 앞 닭갈비 골목을 서성이다가 조용한 가게로 들어가 먹었던 닭갈비의 맛보다 연애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끝에 찾아온 식탐 직장인 박모(32)씨는 8월 달력을 뜯자마자 지난 여름 내내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어볼 생각에 한껏 들떴다. 가을이 제철인 음식들을 찾아 부지런히 인터넷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임에도 지난 한철 내내 맛집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은 박씨다. 8월 마지막 토요일에 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웨딩사진과 식장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00일 동안 몸을 가꿨다. 여자친구와 함께 다이어트 식단을 철저히 지키고 매일 1시간30분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했다. 갈수록 탄탄해지는 복근과 등 근육은 만족스러웠지만 식생활은 고역이었다. 소금 안 친 닭가슴살과 소스없는 샐러드와 두부, 오븐에 구운 생선 반토막과 잡곡밥 반 공기가 그동안 먹어온 음식이다. 박씨는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서 손을 떼니 세상 사는 낙이 없었다.”면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었다는 곰이 된 기분이었다.”며 고달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그는 이제 먹는 행복만 남았다며 즐거워했다. 박씨는 “가을인 만큼 기름진 전어부터 시작할 생각”이라면서 “이번 주말에 인천 소래포구에 가서 전어 회, 구이, 매운탕 등 풀코스 만찬을 즐길 예정”이라고 벌써부터 입맛을 다셨다. 예전엔 서비스 안주로나 내놓던 전어 값이 천정부지로 뛴 게 불만이지만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씨는 “두번 결혼할 일은 없으니 다이어트 생각은 접어두고 ‘식신 본능’에 충실하겠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신모(31·여)씨는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여름 내내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4kg을 감량했지만 가을이 되면서 입맛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걷다가 음식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흐르고 점심을 먹고 이까지 닦은 뒤에도 달콤한 디저트 생각에 지갑을 들고 매점으로 향하기 일쑤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라도 하면 대학시절 도보여행 때 섬진강에서 맛 본 다슬기 수제비 생각이 간절해진다. 대학교 3학년 때 신씨는 혼자서 무작정 도보여행을 떠났다. 남도의 가을 정취에 취해 섬진강 줄기를 거닐던 중 마을 어귀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수제비를 끓여먹던 아주머니들이 가을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신씨에게 “체력도 약한 아가씨가 밥은 챙겨먹고 다니는 거냐. 와서 한 그릇 들고 가라.”며 수제비를 권했다. 섬진강에서 갓 잡은 다슬기로 국물을 우려내 푸른 빛깔이 도는, 생전 처음 맛 보는 수제비였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면 다슬기 알맹이를 쏙쏙 빼먹는 맛과 재미는 덤으로 따라 온다.”며 신씨는 다슬기 수제비 예찬론을 늘어놨다. 그는 “속풀이에 최고인 다슬기 국물에 남도 아주머니의 따뜻한 인심까지 더해져 지상 최고의 만찬이었다.”면서 “다슬기는 살도 찌지 않는 다이어트 음식이니 주말에 전문음식점을 찾아가서 배불리 먹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올해 유난히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컨설턴트 장모(34·여)씨는 당분간 주말마다 ‘몸보신 여행’을 하기로 했다. 격무와 더위에 시달린 몸을 호강시킬 겸 골드미스인 친구들과 함께 가을음식 주산지로 1박2일 여행을 나서기로 한 것. 가장 먼저 맛볼 음식은 추어탕이다. 행선지는 전북 남원으로 정했다. 장씨는 “미꾸라지 추(鰍)자가 가을(秋)과 물고기(魚)가 합쳐진 만큼 가을의 대표적 보양식”이라며 추어탕 예찬론을 늘어놨다. 그는 “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가을 추어탕은 여름 개장국만큼 어르신들 보양식으로 쳐준다는 대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원을 택한 이유는 원조 남도식 추어탕으로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를 통으로 우려내 맑고 가벼운 서울식 추어탕과 달리 남도식은 크고 통통한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된장과 들깨가루를 듬뿍 풀어 걸쭉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산초가루가 들어가 독특한 향미를 낸다. 장씨는 “아삭한 우거지도 아낌없이 들어가서 씹는 맛이 일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고 난 뒤 그 다음 주말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태안반도에서 ‘대하’를 정복할 요량이다. 큰 전골냄비에 굵은 소금을 자작하게 깔고 그 위에서 대하가 선홍색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장씨는 시장기가 돈다며 입맛을 다셨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한 살이 입속에서 녹아 사라진다는 대하회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추어탕이나 대하나 모두 단백질 덩어리니까 더위에 축 처진 피부 미용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장씨와 친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믿는 은행원 유모(28)씨는 9월 말이면 새로 출하된 햅쌀 구매에 바빠진다. 자취생인 탓에 평소 전자레인지로 데워먹는 인스턴트 쌀밥 먹는 게 고작이지만 가을이 되면 최고급 백미를 먹는 호사를 누린다. 막 거둬 도정한 햅쌀은 맛이 워낙 좋기 때문에 밥과 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유씨는 올해엔 한 가지 사치를 더 하기로 했다. 유기농 농산물만 취급하는 생활 협동조합을 통해 송이버섯을 공동구매하기로 한 것. 유씨는 “가을에 향이 정점에 오르는 송이가 성인병이나 당뇨, 고혈압 등에 좋다고 해서 올해는 큰 맘 먹고 15만원짜리 한 박스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행 근처 서점에 들러 얇은 요리책 한 권도 사두었다. 그는 4년째 교제 중인 여자친구도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대접할 계획이다. 거창한 음식을 사주기보다 소박하지만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면 감동을 갑절로 느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윤기가 잘잘 흐르는 흰쌀밥에 송이버섯 전골이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면서 “건강식으로 원기를 보충해서 남은 2009년도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 [엄마와 읽는 동화] 장승을 찾아서/박상재

    [엄마와 읽는 동화] 장승을 찾아서/박상재

    승희는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장승을 보면 울음보를 터뜨리기 일쑤였습니다.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승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5학년이 되면서 판소리와 사물놀이를 알게 되고, 탈춤도 배우고, 우리 문화재에 대해 배우면서 장승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승희 외할아버지는 속리산이 가까운 외딴 산골에서 장승을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30년 가까이 장승과 더불어 살아온 장승장이입니다. 외할아버지는 그곳에 장승을 100개도 넘게 만들어 장승공원을 꾸며 놓았습니다. 장승공원에 가면 갖가지 장승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도깨비처럼 험상궂게 생긴 장승도 있지만 저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게 생긴 장승들도 많습니다. 우락부락한 인상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장승이 있는가 하면 시골 할아버지처럼 순하고 어눌해 보이는 장승도 있습니다. 이름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진서대장군, 북장군, 당장군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승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정이 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승희 외할아버지에게는 장승이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산길을 가다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나 병충해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나무들을 보면 할아버지의 눈에 생기가 돕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는 게야. 내가 그것을 증명해주지.” 할아버지는 죽은 나무들을 알맞게 잘라 보물처럼 조심조심 옮겨옵니다. 그러고는 톱과 대패, 망치와 끌을 들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합니다. 쓱싹쓱싹 대패질 소리가 나고,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리고, 쩌억쩌억 끌 소리가 들리면 죽은 고목나무는 살아 있는 장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엄마는 승희를 데리고 국립 민속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마당에는 꼴도 보기 싫은 장승 부부가 우두커니 서서 헤벌쭉 웃고 있었습니다. “승희야, 저 장승할아버지 앞에 가서 서 봐. 사진 한 장 찍어 줄게.” “싫어. 내가 사진 찍기 싫어하는 것 엄마도 알잖아요.” 승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엄마는 승희에게 사진기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그럼 엄마라도 한 장 찍어주렴!” 엄마의 두 눈에는 늦가을 바람결 같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승희는 높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장승과 함께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주었습니다. 엄마가 승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승희야, 지금도 외할아버지가 싫니?” 승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승희가 입을 열었습니다. “난 그냥 외할아버지는 좋은데, 장승 만드는 외할아버지는 싫었어. 외할아버지는 산신령이야. 긴 머리채를 묶은 채 한복을 입고 장승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더욱 싫어.” 승희의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 놓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의 얼굴에 가을 햇살 같은 웃음이 흘렀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엔 그런 외할아버지가 무척 싫었단다. 망나니처럼 어깨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고 나무망치와 끌로 장승 깎는 일에만 골몰하는 할아버지가 왜 그리 싫었는지 몰라. 외할아버지는 장승을 만들 때면 늘 목욕을 한 후 한복을 차려입고 일을 했지. 머리라도 짧게 깎았더라면 땀도 덜 흘렸을 텐데…. 비오듯 흘려대던 그 땀 냄새도 무척이나 싫었어.”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그리운지 눈시울이 젖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승희는 엄마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습니다. 새로 꾸민 광장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광장이 뭔가 좀 허전하지 않니? 그곳에 장승을 세워 놓으면 어떨까?” 엄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며 말했습니다. “엄만, 누가 외할아버지 딸 아니랄까봐 장승 타령이에요?” 승희가 밉지 않게 눈을 흘겼습니다. 동작역을 지나 이수역에서 다시 7호선 열차로 갈아탔습니다. 출입문 위에 붙어 있는 열차 노선안내도를 보던 엄마가 말했습니다. “승희야, 오랜만에 엄마가 살던 골목에 한 번 가볼까?” “엄마 마음대로 해.” 승희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 정차할 역은 장승배기, 장승배기역입니다.” “승희야, 이번 역에서 내리자.” 안내방송이 흘러 나오자 엄마는 승희의 손을 잡고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엄마 살던 곳이 장승배기였어?” “그래, 엄마 어렸을 땐 동네에 커다란 장승이 우뚝 서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는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개찰구를 빠져 나온 엄마는 어느 쪽으로 나갈까 망설이다가 역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나가면 장승을 볼 수 있을까요?” 역무원은 승희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오른 쪽 6번 출구로 나가세요.” “예, 고맙습니다.” 엄마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가장 먼저 눈부신 하늘이 반겨주었습니다. 승희 엄마는 두리번거리며 장승을 찾았습니다. 승희도 뚤레뚤레 주변을 둘러보며 장승을 찾았습니다. “장승이 어디 있어? 그 아저씨가 잘 못 알려줬나?” 엄마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때 승희의 눈에 장승 한 쌍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엄마 저기 있어. 도서관 입구에 서 있잖아.” 먼 발치 도서관 입구에 농구 선수만큼 큰 장승 부부가 헤벌쭉 있었습니다. “애걔, 너무 작다. 기왕에 세워 놓으려면 좀 더 큰 장승을 세워놓지 않고….” 승희는 엄마의 얼굴에서 승희가 전교부회장 선거에서 두 표차로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였던 섭섭한 표정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까이에 가서 한번 보고가요, 엄마.” 승희가 먼저 엄마의 손을 끌었습니다.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승희가 장승에 쓰여 있는 한문 글씨를 읽었습니다. “우리 승희 한문 실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장승배기 이름에 걸맞은 좀더 우람한 장승을 세웠더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토해냈습니다. 승희는 장승 앞에 서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장승배기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에 참배하러 가면서 쉬었던 곳이다. 당시 이곳은 인가도 없고 행인마저 적었는데 정조가 장승을 만들어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장승배기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덩치 큰 장승들이 제법 많이 서 있었는데, 이젠 장승배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되었구나.” 엄마의 목소리는 그리움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없어진 거야?” “도로를 넓힌다, 지하철 공사를 한다, 재개발한다 하면서 마구 없애버린 거지. 우상숭배라는 명목으로 뽑아버린 경우도 있고….” “엄마, 진짜 장승을 보려면 외할아버지를 찾아가면 되잖아요.” “그래,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지?” 엄마의 눈빛이 능소화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엄마, 그럼 이번 토요휴업일에 꼭 다녀와요.” “장승이라면 무섭다고 까무라치던 네가 웬일이니?” “엄마, 장승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이고 서민적인 민속문화재래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웠어요.” 승희의 목소리에서 외할아버지의 팔뚝 같은 힘이 묻어났습니다. 승희는 토요휴업일을 맞아 엄마와 함께 속리산 부근에 있는 장승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승희 외할아버지가 30여년 동안 피땀을 흘리며 가꿔 놓은 곳입니다. 공원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벌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같은 초가을 들꽃들이 승희네를 반겨 주었습니다. 수크령과 억새꽃도 어서 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공원에는 수많은 장승들이 다양한 몸짓과 재미있는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엄마가 저녁밥을 준비할 동안 승희는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장승들에게 승희의 눈길이 오래오래 머뭅니다. 턱이 유난히 긴 ‘주걱턱장승’, 이가 다 빠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한 ‘노인장승’, 전통혼례를 올리는 ‘신랑 각시장승’, 하나의 나무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한몸장승’, 얼굴이 꼭 닮은 ‘쌍둥이장승’, 수줍은 듯 기둥 뒤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놓은 ‘처녀장승’ 등 앙증맞은 장승들이 많이 서 있습니다. 장승 외에도 높다란 장대 위에 나무새를 앉힌 솟대도 서 있고, 나무로 지은 정자도 여러 채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복을 차려입은 외할아버지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여러 장승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어서 정다운 느낌이 들어요.” 할아버지의 표정이 구절초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우리 승희가 이제 다 컸구나. 어렸을 때엔 장승을 보고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애가 정다운 느낌이 든다니….” “제가 언제 울었어요?” 승희는 엄마한테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떼었습니다. 조금 머쓱해진 승희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리 조상들은 왜 장승을 세웠나요?” “장승은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에 서서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던 사람들의 친구였단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을 꿋꿋이 견디며 경계표나 이정표로,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했지. 사람들은 때로 장승을 찾아와 개인의 소원을 빌기도 했단다. 장승은 이렇게 정다운 친구로, 때로는 수호신이나 믿음의 대상으로 우리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고마운 존재란다.” “할아버지, 어떤 장승은 아주 험상궂게 생겨 무섭기도 해요.”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의 장승은 수호신의 역할을 한단다. 잡귀와 재앙을 막아 내려면 무서운 표정을 지어야 하지 않겠니? 그러나 지금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정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장승을 만들지.” “그래서 재미있게 생긴 장승들이 많군요.” “그래, 장승은 못 생기면 못생길수록 정감이 가고 재미있단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맞아요. 할아버지. 제가 장승을 좋아하게 된 것도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장승들을 보고나서부터거든요.” “이제 우리 승희와 대화가 통하니 이 할애비는 참 기쁘구나.” “할아버지 이제부터 제가 장승홍보대사가 될 거예요. 친구들이 제 별명을 ”장승“이라고 부르면 활짝 웃을 거구요.” “승희야, 고맙다. 역시 넌 내 손녀야.” 할아버지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승희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승희는 할아버지 얼굴이 가을 언덕배기에 줄지어 핀 해바라기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가의 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장승은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이다. 한때 우상숭배라는 미명 아래 장승이 수난을 당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여 후손에 물려줄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 약력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꿈꾸는 대나무)▲새벗문학상 장편동화 당선(원숭이 마카카)▲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동화집:개미가 된 아이, 원숭이 마카카 등 50여권▲현재, 서울영일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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