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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부담금 폭탄’ 현실화…반포현대 1인당 1.3억

    재건축 ‘부담금 폭탄’ 현실화…반포현대 1인당 1.3억

    “정확한 부담금은 준공 때 산정” 반포 주공3·은마 등 적용 대상 매매값 3주째 하락…약세 지속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제) 부활에 따른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초기 단계 단지들이 떨고 있다. 가격도 큰 폭으로 내릴 전망이다. 15일 서울 서초구와 반포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초과 부담금으로 1인당 1억 3569만원을 통지받았다. 이 아파트는 ‘재초제’가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부담금 통지를 받은 단지라서 다른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부과액 산정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조합은 애초 환수 부담금을 가구당 850만원 정도로 산정해 서초구에 관리처분을 신청했지만, 구가 주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라고 요구해 1인당 7157만원으로 산정한 예상 부담금을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구는 이번에도 개발이익을 낮게 책정했다며 예상을 깨고 1억 3569만원을 부과했다. 서초구가 통지한 부담금은 조합이 처음 써낸 예상 부담금의 16배, 수정안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다. 이상근 서초구 주거개선과장은 “부담금 예상액은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부담금 업무 매뉴얼을 근거로 산출했다”며 “재건축 종료 시점의 주택 가액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부담금은 재건축 아파트 준공 때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은 재건축 준공 인가일 기준 주택가액에서 추진위원회 설립 인가일 기준 주택가액,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비용을 빼고 나서 부과율을 곱해 산출한다. 4~5년 뒤의 준공 인가일 기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부담금 산정액이 크게 달라진다. 미래 가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 4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초구 반포 주공3주구를 비롯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이 모두 ‘재초제’ 적용 아파트다. 한편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문턱이 높아진 재건축 시장은 한층 더 냉각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전달보다 0.02%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강남구(-0.01%), 강동구(-0.06%), 송파구(-0.06%)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를 나타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사파리 공원 주인 공격한 사자 결국 총살

    사파리 공원 주인 공격한 사자 결국 총살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라켈레 동물보호구역에서 사자가 사파리 공원 주인을 공격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자는 현장에서 총살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달 28일. 사파리 공원 주인 마이크 호지(67)는 철창 안 동물들을 살피고는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사자의 공격을 받았다. 호지는 사자에게 물린 채 한동안 끌려나갔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공원 측은 사자를 현장에서 총살했다. 호지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숨은 구했으나 심한 타박상과 턱이 부러졌다. 호지를 공격한 사자는 호지가 10년간 키워온 사자로 알려졌다. 현재 마라켈레 보호구역은 폐쇄된 상태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씨줄날줄] ‘5㎝’/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5㎝’/박건승 논설위원

    판문점은 원래 ‘널문리’였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개성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평양으로 간다. 그때 백성들이 대문으로 만들어 준 임시 다리로 강을 건넜다고 해서 ‘널문리’로 불렸다. 360여년이 흘러 한국전쟁 당시 휴전회담이 ‘널문리 주막’ 앞에서 진행됐는데, 이것을 중국 측이 읽을 수 있게 한자어로 바꾼 게 ‘판문점’(板門店)이다.애초 판문점은 남북이 유일하게 경계선 없이 공존하던 공동경비구역(JSA)이었다. JSA는 1951년 정전협정 논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평범한 시골 벌판 한 자락에 불과했다. 1976년 ‘8·18 도끼만행 사건’을 계기로 군사분계선(MDL)이 생겨났다. 판문점 북측 지역과 남측 지역에 걸친 이른바 ‘T2-T3’ 사잇길에 군사분계선이 있다. 여기에서 ‘T’는 언젠가는 사라질 임시 건물(Temporary)이라는 뜻이다. T2는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T3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이다. ‘T’는 한국전쟁과 휴전, 분단을 상징하는 아픔이 깃든 곳이다. 판문점이나 T건물 어느 것 하나 담고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의 콘크리트 턱을 넘는 모습은 연말 ‘세계 10대 뉴스’로, 미국 타임지의 커버를 장식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예측이 현실화할 공산이 매우 커졌다. 높이 5㎝, 너비 50㎝. 이 콘크리트 연석은 군사분계선 표시를 위해 군사정전위원회가 설치한 것이다. 5㎝ 높이 턱만 넘으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단 한걸음에 가게 된다. 어제 남북 정상 만남은 이 콘크리트 턱을 사이에 두고 이뤄졌다. 그런 연후에 두 정상은 손 잡고 세 차례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 마치 아이들이 놀이하는 것처럼. 그들은 긴장한 듯하면서도 뺨에는 홍조가 올랐다. ‘그림 같은 평화’였다고나 할까. 마음만 먹으면 이리 쉬운 일인데 그 선을 넘는 데 1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불과 땅에서 검지 하나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높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벽이었다. 5㎝ 턱이 가른 남북 사이가 그렇게나 멀었으리라. ‘벽’을 넘나든 두 정상의 행보는 그들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수 있다. 그러나 비핵화 이후 나중에 더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한 큰 걸음일 수 있다. 우리 자손들은 훗날 이 5㎝ 높이의 콘크리트 턱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만약에 통일의 그날이 온다면 5㎝ 턱의 흔적을 지워야 할지, 보존해야 할지를 두고 ‘행복한 논쟁’을 벌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ksp@seoul.co.kr
  • “편견으로 마주 보던 남북, 마음에 그은 선 이제는 지워야”

    “편견으로 마주 보던 남북, 마음에 그은 선 이제는 지워야”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책상 한가운데 선명한 줄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그렇잖아도 좁은 책상을 시커먼 크레파스로 그어 놓고는 나더러 선을 넘어오면 절대 안 된다고 눈에 힘주며 말한 사람은 내 짝이었다. 내가 그 아이보다 덩치도 크고 공부도 잘했는데, 이상하게 책상을 분리하고 있는 검은 선만 보면 주눅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짝 역시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하느라 물건을 떨어트리기 일쑤였고 팔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공부했다. 그러나 책상 위 선은 오래가지 않았다. 선생님의 중재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놈의 선이 얼마나 불편한 존재인지 오래되지 않아 깨닫고는 지우개로 싹싹 지워 버렸다. 학생수가 많았던 내 초등학교 시절의 흔한 교실 안 풍경 얘기다.2018년 4월 27일 10㎝도 안 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이 온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6·25전쟁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 최고지도자는 처음이다. 남북 정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두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처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온 것은 처음이기에 이번 정상회담이 주는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첫 상징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측 군사분계선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마중 나간 데서부터 시작됐다. 판문각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 군사분계선에서 기다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불과 200여m의 거리였다. 마침내 만난 두 정상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고, 정전 65년이란 속절없는 역사를 만든 군사분계선을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잡고 넘나들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사람이 넘지 못할 정도로 높은 턱이 아니었다. 높지 않기에 자주 밟으면 없어질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울림이 컸다. 너무 긴 선도 아니고 너무 두껍고 단단한 무엇도 아니었다. 두 정상은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얼굴로 군사분계선의 남측과 북측을 가볍게 오간 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분계선에 선 두 정상을 지켜보자니 서글픔과 회한이 몰려왔다. 오래전 자신이 그었던 책상 위 선을 지우개로 열심히 지우면서 날 보며 웃던 짝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 선 때문에 느낀 그동안의 설움과 회한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군사분계선에 선 두 정상의 모습에서 염려나 의심이 아닌 따스한 기우를 읽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선보다 내면의 선을 더 굵고 진하게 그려 놓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그 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때문에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곧 저 군사분계선이 더이상 아무 의미 없는 누구나 밟고 건너갈 수 있는 하나의 턱이고 문지방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도 많지만 북·미와 북·중 등 이웃 국가와의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믿고 싶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우리는 더이상 예전 같은 시선으로 군사분계선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가 선을 긋고 만들었든 선이 있는 이상 양쪽 모두 불편하고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기 때문이다. ●이경희 작가 약력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해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 장편소설 ‘불의 여신 백파선’, ‘기억의 숲’, 산문집 ‘에미는 괜찮다’ 등을 냈다.
  •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건강 “최상위 비만…통풍조절은 잘 돼”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건강 “최상위 비만…통풍조절은 잘 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북측 판문각에서 남측 평화의 집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천천히 걸으면서도 숨이 차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심한 고도비만 영향인 것으로 관측됐다.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자유의 집 우회도로를 걸어 공식환영식장까지 130m를 함께 이동했다.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평화의 집까지 100m를 더 걸어간 김 위원장은 방명록을 작성할 때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이 찬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170㎝ 안팎의 키에 몸무게는 1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로 놓고 보면 45㎏/㎡로 3개의 단계로 이뤄진 비만단계 중 가장 마지막인 3단계(35㎏/㎡ 이상) 초고도 비만에 해당한다. 1단계 비만은 25∼29.9㎏/㎡다. ●초고도 비만에 해당…체중 조절 필요 김 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만 34세다. 이 나이대 남성 100명을 비만 순서대로 줄세우면 김 위원장이 1위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은 허리 둘레도 114㎝에 이를 정도로 복부비만도 심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 남성은 허리 둘레가 90㎝ 이상일 때 비만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성인병을 예방하기위해 당장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인 유순집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허리둘레와 체질량지수만 놓고 본다면 아주 심한 비만으로 같은 나이대 남성 중 최상위이고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처음부터 비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처음 집권할 때 90㎏이었던 몸무게가 폭식으로 인해 불과 4년만인 2016년 130㎏으로 늘었다. 집권 초기 심한 스트레스가 폭식과 체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때문에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고혈압과 당뇨병, 고질혈증 등의 성인병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아직은 30대이니까 드러난 병이 없겠지만 몸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암 발병 위험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이 축적되면 염증반응이 높아져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유 교수는 “무릎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서 관절 질환이 생길 위험도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은 심혈관질환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모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 유 교수는 “격무로 쉽지 않겠지만 당장 트레이너를 붙이고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력과 심한 비만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비만으로 인한 대사성질환 주의해야 신경과 교수인 김영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장도 비만이 심해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한편으로 통풍 조절은 비교적 잘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병원장은 “걸음걸이나 목소리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팔자걸음이나 팔을 벌려 걷는 것은 고도비만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도비만으로 인해 대사성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는 젊어 괜찮을 수 있지만 고도비만이 계속되면 대사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통풍으로 한동안 다리를 저는 등 고생한 경험이 있다. 통풍은 요산이 쌓여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김 병원장은 “과거 통풍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걸음걸이를 보면 현재는 조절이 잘돼 통증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고창남 강동경희대 한방내과 교수는 “거북목이고 목 뒤쪽 근육이 돌처럼 딱딱해보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이어서 당뇨병과 지방간이 있을 수 있고 배가 많이 나와 심장 기능에도 압박이 많이 될 것”이라며 “현재 손과 발이 부어있어 심장기능이 좋지 않고 입술과 턱이 두터운 것을 보면 식성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손성진 칼럼] 재벌 환부, 썩기 전에 도려내야

    [손성진 칼럼] 재벌 환부, 썩기 전에 도려내야

    창업 세대 이야기지만 재벌이라고 다 같은 재벌은 아니다.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은 집이 없이 그렇게 크지 않은 빌라를 빌려 살았다. “애들이 어릴 때부터 너무 호화롭게 살면 버릇이 되어 교육상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손목시계도 1만~2만원짜리 싸구려를 좋아했고 외국 출장을 가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그러면서 부하 직원의 인격을 존중하며 인재 양성에 큰 관심을 가졌고 경영은 손길승 회장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검소한 면에서는 최 회장과 비슷해서 헌 바지를 버리지 않고 기워 입고 다닐 정도였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갑질이 드러나고 있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가계도 말로는 그랬다. 10여년 전 인터뷰에서 조 회장은 자녀 교육 방식을 묻는 질문에 “절약과 겸손을 특히 강조해서 가르쳤다”면서 “일부 부모는 돈을 여유롭게 주기도 한 모양인데 절대 그러지 않았다. 용돈을 조금만 줬고, 늘 절약하고 남들에게 겸손해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답했다. 이런 교육을 실제로 했는지, 허위였는지 모르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아버지는 그랬다 하더라도 요즘 드러난 사실을 보면 어머니 이명희씨는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아랫사람에 대한 패악질이 분노조절장애 같은 병이 아니라면 오랜 습관이었을 것이고 자녀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됐을 것이다. 갖은 고생을 하며 기업을 일으켜 세운 창업 세대는 사람의 소중함, 금전의 고귀한 가치도 체득해서 안다. 최종현이나 정주영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아래 세대로 내려가면 달라진다. 특히 가정교육이 부족한 재벌 가문 2·3·4세대의 안하무인격 행동은 천민 사고가 몸에 밴 탓이다. 이들이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알 턱이 없으며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 신분의 논리로 해석될 뿐이다. 조선시대 양반조차도 예절과 도덕을 알았기에 최소한의 행동 한계를 지켰다.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대한항공의 사례가 일깨워 준다. 몇%도 안 되는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며 마치 자신의 왕국으로 여기는 모습이 대한항공 일가의 행위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그 천한 왕국에서 이명희는 여왕으로, 조현아·조현민 자매는 공주로 행세하며 직원들을 종보다 못하게 대하고 부린 것이다. 독재 왕국이라면 벌써 혁명이라도 일어났겠지만 서 푼도 안 되는 월급에 얽매었던 직원들은 그러지도 못 했다. 이제야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너 경영, 가족 경영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장기적 안목으로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최대 장점이다. 외국에서도 가족 경영의 예는 많다. 가족 경영을 연구한 김선화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장기업의 70%가, 미국은 92%가 가족기업이다. 월마트, BMW, 폭스바겐, 피아트 등의 글로벌 기업도 그렇다.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미국 자동차 재벌 포드 가문처럼 100년이 넘는 가족 경영이 실패로 끝난 기업도 있다. 대주주의 독단 경영, 즉 ‘오너 리스크’는 갑질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갑질 오너에게서 기대할 수 없다. 결국은 기업과 국가 경제에 해악이 될 뿐이다. 재벌 체제를 무조건 매도해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내부거래 엄단 등의 공정거래 차원의 재벌개혁과 더불어 문제가 있는 재벌 경영인들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경영 감시 강화와 소액주주권 확대 등을 우선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두산그룹을 필두로 한 한국 재벌의 역사는 100년이 넘은 지 오래다. 재벌이 국가경제 발전에 미친 공은 이미 인정받았다. 이제는 왕국 같은 족벌 경영의 폐단을 외부의 힘으로 고쳐 줄 때가 됐다.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는 늦은 듯하다. 진정한 사과 회견 한 번 없는 대한항공 일가의 속내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위기만 넘기자는 형식적 반성에 머물고 있을지 모른다. 썩은 나무에서 쭉쭉 뻗어 나갈 새싹을 바랄 수는 없다. 완전히 썩어 넘어지기 전에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sonsj@seoul.co.kr
  • 점자블록 따라가 보니… 출입구는 막혀 있었다

    점자블록 따라가 보니… 출입구는 막혀 있었다

    서울시청 서문·남부지법 후문 일부 폐쇄 서울시 “개방된 다른 곳으로 가면 돼” 커피숍 등 편의시설은 계단·턱 많아 점자블록 파손 등 민원도 월평균 46건“점자블록을 따라가 보니 출입구가 폐쇄돼 있네요. 공공기관마저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에 무관심한 것이죠.”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문 출입구. 점자블록으로 이어진 출입구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은 조모(30)씨는 “시각장애인들은 공공기관 출입에서부터 닫힌 벽을 만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점자블록으로 연결된 문이 닫혀 있다”는 시각장애인들의 민원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 상담실로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4개의 출입구 중에서 서문을 제외한 3개 문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면서 “서문은 짐을 들일 때만 사용하는 문이라 앞으로도 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홍서준 편의시설지원센터 연구원은 “출입구를 개방할 생각이 아니라면 점자블록이라도 없애야 한다”면서 “둘 중 하나는 해야 폐쇄된 문을 만지며 허탈해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후문 출입구도 마찬가지다. 법원 후문으로 들어와 노란색 점자블록을 따라가면 법원 출입문이 2개 나오는데 점자블록 앞에 있는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왼쪽에 있는 문만 열려 있다. 김훈 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연구원은 “열려 있을 것으로 생각한 문이 닫혀 있으면 옆으로 움직여서 문을 찾아야 한다”면서 “시각장애인은 열려 있는 문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알 수 없어서 탐색하다가 주변 보행자들과 충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점자블록에 대한 민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와 110 콜센터 등을 통해 접수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이 지난해 월평균 39건에서 올해 월평균 46건으로 증가했다. 권익위가 2015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점자블록 관련 민원 1672건을 분석한 결과 점자블록 파손·훼손과 관련한 신고가 1020건(61.0%)으로 가장 많았다. 불법 주차나 옥외 광고물 등 점자블록을 가리는 데 따른 신고 185건(11.1%),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 146건(8.7%),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대한 설치 요구 130건(7.8%) 순이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편의시설 접근에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 29개 매장 중에 계단이 2개 이상이거나 턱이 있어 접근이 어려운 곳이 13개(45%)라고 밝혔다. 조현수 전장연 정책실장은 “해당 기업 말고도 대부분의 시설들이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민간사업자들이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30m 고층건물서 추락하고도 생존한 고양이

    30m 고층건물서 추락하고도 생존한 고양이

    고층 건물서 추락한 고양이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지난 6일 버밍엄 레이디우드 브레콘 타워(Brecon Tower)에서 추락한 고양이가 극적으로 생존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영국동물애호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이하RSPCA)에 따르면 암컷으로 알려진 이 고양이는 브레콘 타워 30m 높이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발견 당시 턱이 부러지고 다골절을 입은 상태였다. 부상을 입은 고양이는 즉시 뉴브룩 팜 동물병원(Newbrook Farm Animal Hospital)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피해 고양이의 추락 순간은 CCTV 운영자에 의해 목격됐으며 RSPCA는 현재 고양이 소유주를 수소문 중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관 마이크 스카질(Mike Scargill)은 “이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사건이며 고양이는 다행히 기적처럼 살아있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실수로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CCTV 운영자에 말처럼 누군가에 의해 실제로 고양이가 던져졌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우린 현재 묘주를 찾고 있다. 고양이는 꼬리, 등, 머리에 흰 얼룩무늬가 있는 어린 암컷”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거의 다치지 않은 이유는 고양이의 유연함과 정위반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동안 자신의 몸을 비틀어 충격을 최소화한다. 정위반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높이는 90cm정도다.(참고 문헌: 고양이님 저랑 살만하신가요?) 사진= SWNS.com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씨줄날줄] 로스쿨 10년/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로스쿨 10년/진경호 논설위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0년을 맞아 변호사 업계와 로스쿨 측 갈등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2009년 전국에 25개 로스쿨이 개설되고 이에 맞춰 2012년부터 실시된 변호사시험(변시)을 통해 매년 1500명 안팎의 변호사들이 새로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변호사가 급증하자 변시 문턱을 높이라는 변호사 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로스쿨 측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양측 갈등은 오는 27일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이번 7회 변시는 합격률이 처음으로 50% 선을 밑돌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변시 합격률은 2012년 1회 87.2%를 기록한 뒤 2회 75.2%, 3회 67.6%, 4회 61.1%, 5회 55.2%로 매년 떨어졌고, 지난해엔 가장 많은 1600명을 선발하고도 합격률은 51.5%로 낮아졌다. 1회 1451명을 시작으로 매년 합격자 수가 수십명씩 증가했으나 로스쿨 졸업 후 5차례 응시할 수 있는 제도로 인해 응시자 수가 더 큰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엔 3240명이 응시했다. 로스쿨을 나오고도 몇 년째 변호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과거 ‘사시 폐인’을 빗댄 ‘변시 낭인’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의 미래와 해법’ 심포지엄에서 변협 측과 로스쿨 측이 맞섰다. 발제에 나선 남기욱 변협 교육이사는 “국내 변호사가 2만 4000명을 웃돌며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으로, 변호사 1명당 한 달 평균 사건 수임 수가 1.7건에 불과하고 변호사의 약 20%는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며 “연간 변호사 배출 수를 1000명으로 줄이고 로스쿨 정원도 지금의 2000명에서 15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에 나선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가 늘고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국민에겐 좋은 것”이라며 로스쿨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행사장 밖에선 로스쿨생 수십명이 변시 합격자 증원을 요구하며 삭발 시위를 벌였다. 법조계의 순혈주의를 깨고 복잡다기해지는 사회 변화상을 법률시장에 반영하겠다며 도입된 게 로스쿨 체제다. 그러나 다양성 확대라는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금수저 논란과 자질 부족 시비 속에 결국은 변호사 업계와 대학 간 밥그릇 싸움만 남았다. 그리고 이 밥그릇 앞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법률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얘기하는 담론은 설 땅이 안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측 주장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뇐다. 법무부도, 교육부도 참 한가하다. jade@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4900만년 전 왕도마뱀 4개의 눈은 ‘생체 시계’

    [핵잼 사이언스] 4900만년 전 왕도마뱀 4개의 눈은 ‘생체 시계’

    4900만년 전 지구를 걸어 다녔던 왕도마뱀의 조상에게 4개의 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연구된 화석은 1871년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된 것으로 현존하는 왕도마뱀의 친척뻘이다. 발견 당시 ‘사니와 엔시던스’라는 이름이 붙었다.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크연구소 는 미국 와이오밍의 한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고대 왕도마뱀의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해당 도마뱀의 머리 골격에서 ‘제3의 눈’과 ‘제4의 눈’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4900만년 전 지구를 걸어 다닌 육상 왕도마뱀은 총 4개의 눈을 가진 ‘네눈박이’였다는 것. 연구진은 머리 골격에서 찾아낸 또 다른 눈 한 쌍이 일종의 생체시계 및 내부 나침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분의 두 눈은 낮과 밤 등 시간 및 방향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총 4개의 눈을 가진 유악류(有顎類·턱이 있는 척추동물)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유악류 동물은 두 눈 외에 뇌에 있는 기관인 솔방울샘이 생체시계 역할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고대 유악류 생물들이 제3의 눈, 제4의 눈을 가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현존하는 척추동물의 눈은 일반적으로 2개이며, 턱이 없는 칠성장어만이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4개의 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터 스미스 박사는 “CT 스캐닝 결과 4개의 눈을 가진 고대 왕도마뱀의 머리는 솔방울처럼 생긴 일종의 광센서와 같은 구조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동물의 24시간 생체시간 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신체 기관의 진화 및 기능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약 150년간 박물관 자료실에 보관돼 있던 화석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도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4월 2일자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생술집’ 이엘 “성형외과 상담...의사선생님이 수술 거부했다” 사연은?

    ‘인생술집’ 이엘 “성형외과 상담...의사선생님이 수술 거부했다” 사연은?

    ‘인생술집’ 배우 이엘이 성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5일 방송된 tvN ‘인생술집’에는 배우 이성민과 이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엘(37·김지현)은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다. 저는 좀 특이하다. 그래서 틈새시장을 노렸다”며 본인의 외모를 스스로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제 얼굴을 많이 어려워하더라. 뭘 시켜야 할지 많이 어려워해 작품에 들어가기 어려웠다”며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이엘은 “(성형수술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서 “강남 성형외과를 가서 턱 상담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근데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거부했다. 좀 기다리면 턱이 매력 있는 때가 올 거라고 하더라”라며 성형수술을 거부 당한 사연을 전했다. 이날 이엘은 솔직한 입담을 자랑할 뿐 아니라 출중한 댄스 실력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엘은 5일 개봉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 출연한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신용위험 최악…가계·기업 대출 더 죈다

    신용위험 최악…가계·기업 대출 더 죈다

    2분기 은행 심사 깐깐해질 듯 中企 대출 수요는 늘어날 전망2분기(4~6월) 은행권의 가계·기업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 증가 가능성과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4로 조사됐다. 대출태도지수는 은행권의 대출 동향과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부터 100 사이에 분포한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전망치가 플러스(+)면 대출 심사 완화 분위기가 강하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가계, 대기업, 중소기업 등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강화할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태도 지수는 -30, 가계 일반대출 태도 지수는 -7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달 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하고 예대율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 중소기업은 -10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용위험지수는 35로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신용위험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올라 2009년 1분기(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신용위험은 23에서 30으로 올랐다. 가계 신용위험은 31을 기록한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은 전 분기 23에서 43으로 급등하며 2009년 1분기(47) 이후 최고였다. 대기업은 10에서 17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 대출수요는 6을 기록했다. 대기업은 0으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소기업(17)은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필요성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장애인 정책은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의 시각장애인 체험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의해 실현됐다. 그는 체험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해 오히려 기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눈을 완전히 가리고 홀로 거리로 나가는 체험은 안전상 매우 위험했다. 그래서 구청 직원이 ‘안내자’로 정 구청장과 동행했고, 기자는 먼발치에서 취재했다. 꽃샘추위가 몰아친 지난달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정 구청장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거리로 나갔다. 난생처음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과 전통시장을 찾았다. 정치인이 거리로 나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것은 정 구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정 구청장이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체험담을 그의 수기(手記) 형식으로 싣는다.(1)체험 시작…난 누구 여긴 어디 오후 1시, 구청 7층 구청장실. 구청 직원이 약국에서 5600원을 주고 사온 안대를 상자에서 꺼냈다. 눈 크기에 맞게 동그랗게 만들어진 살색 안대로, 눈에 붙이는 식이었다. 직원이 내 눈에 하나씩 붙였다. 캄캄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너무 답답해 당장 떼어내고 싶었다.(앞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는지 기자가 직접 사전에 눈에 붙여 봤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호흡을 크게 한 뒤 오른손에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쥐고 첫발을 뗐다. 손과 발이 떨렸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거리감이 없어 지팡이로 어디를 두드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늘 일하던 익숙한 공간인데도 머릿속에 공간 구조가 그려지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몰랐다. 안내자가 왼쪽으로 2m 가면 출입문이 있다고 했다. 안내하는 대로 걸었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 가는지, 안내자가 “왼쪽, 왼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왼쪽으로 가는 듯했는데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했나 보다. 평소 집무실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서 10초도 걸리지 않는데 눈을 가리니 10여분이 걸린 듯했다.안내자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고 했다. 문이 금세 닫힐까 봐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소리가 뒤섞여 한꺼번에 들렸다.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도 몰랐다. 그저 웅성웅성할 뿐이었다. 눈을 가리니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졌는지,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들려 머리가 복잡했다. 1층 로비에서 내렸다. 안내자가 5m 정도 가면 구청 정문이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조심조심 걸었고, 안내자가 문을 열어줘 밖으로 나간 순간 찬 기운이 확 느껴졌다. 어두운 광야에 홀로 내버려진 기분이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팡이로 더듬더듬 걷는데, 안내자가 1m만 가면 점자블록이 있다고 했다. 이쪽저쪽 헤매다 점자블록을 밟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했다. 평소 별것 아니라 여기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중요할 줄 몰랐다. 생명줄 같았다. 얼마나 갔을까. 점자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툭 튀어나온 뭔가에 부딪혔다. 안내자가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볼라드’라고 했다. 일반인의 보행안전을 위해 세워 놓은 볼라드가 시각장애인에겐 지뢰를 밟은 듯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따르릉 소리와 함께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라는 안내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차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만 같아 몸이 굳었는지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는지, 뒤쪽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누르는 듯해 불안했다. 몇 초면 건너던 횡단보도가 까마득히 먼 길을 걸은 듯, 식은땀이 절로 났다. (2)식당에서…문턱서부터 턱! 안내자가 “50m쯤 직진하면 순댓국 가게가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움직였다. 안내자가 식당 문 앞에 도착했다며 문턱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앞이 보일 땐 아무 생각 없이 오르던 문턱이 거대한 산처럼 다가왔다.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 몇 번씩이나 발을 헛디뎠고 문에 부딪혔다. 겨우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자가 식당은 66㎡(20평) 정도 되는 크기이며 통로가 비좁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나아가는데, 의자·식탁 등 바닥 위 입체적 구조물들이 모두 장애물이었다. 설명을 들어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팡이로 하나하나 두드리고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식탁이나 의자에 두세 번 허리가 부딪혔다. 겨우 안쪽 식탁의 의자에 앉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순댓국이 나오자 안내자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여 주고 국과 밥, 반찬 위치를 알려줬다. 밥공기가 뜨거웠다.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보이질 않으니 뜨거운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밥을 한 숟가락 떴다.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턱으로 가는지 감각이 없었다. 분명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번번이 턱 쪽으로 향했다. 볼 수 있을 땐 밥을 먹으면서 사람도 보고 TV도 보고 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오로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젓가락질은 더 어려웠다. 깍두기 하나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결국 반찬 먹는 걸 포기하고, 국과 밥만 먹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보일 때는 눈으로 먼저 맛을 예상한 뒤 느끼며 먹는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입에 넣고 씹고 나서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외식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공간이 익숙한 단골가게는 몰라도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식당조차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3)마을버스…커브마다 휘청밥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전통시장을 찾기 위해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안내자가 “마을버스가 도착했는데 1차로에 다른 차들이 정차해 있어 2차로에 섰다며 도로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줬다. 차도에 내려섰다. 소름이 돋았다. 차도를 걷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차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2m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했다.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버스 앞에 섰다. 앞문 계단에 발을 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계단 높이가 훨씬 높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계단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버스에 올라 안내자가 알려준 위치에 교통카드를 찍었다.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이쪽으로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며 사양했다. 버스에 오른 순간, 좌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아 어떻게 앉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위쪽으로 손을 더듬어 손잡이를 찾았다.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지팡이를 낀 채 의자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보이질 않으니 균형감각이 확 떨어졌다. 버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몸은 그 몇 배로 요동쳤다. 얼마쯤 갔을까. 버스가 좌회전하는 듯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팔과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 계속 뒤로 밀려났다. 눈으로 볼 땐 회전하는 정도를 계산해 몸을 지탱할 수 있었는데, 보이질 않으니 어림짐작으로 버틸 수밖에 없어 힘들었다. 두 정거장을 지나니 안내자가 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지팡이를 두드리며 뒷문으로 더듬더듬 걸었다. 내릴 때도 계단 높이가 생각보다 더 깊은 느낌이 들었다. (4)왕십리역에서…길을 잃다왕십리역 4번 출구 앞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간 뒤 5호선을 타기 위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공간은 완전히 미로였다. 앞이 보일 때는 왕십리역이 이렇게 복잡하게 돼 있는지 몰랐다. 점자블록도 엉망이었다. 한 줄로 이어지다 갑자기 사방팔방으로 나뉘고, 길이 아닌 계단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뚝 끊기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한 줄기 빛과 같다는 생각을 하니, 울분이 솟구쳤다. 장애인을 위해선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한 번에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힐까 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전철에 올라 손을 위로 올려 손잡이를 잡고 섰다. 전철에선 버스와 달리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답십리역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개찰구에 도착, 카드를 대고 앞으로 나갔다.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엔 바가 없어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개찰구에 바가 없으니 이동하기에 편했다. (5)시장에서…소리가 공포용답시장에 도착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식당에선 사람들이 대충 어디에 있는지 감이라도 잡혔는데, 시장은 사방에서 떠드니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안내자가 알려주는 가게의 판매대 앞에서 목도리를 골랐다. 촉감에만 의존해야 했다. 가게 주인이 재질, 무늬, 디자인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준 대로 골라 구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체험을 마친 뒤 눈으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주인이 말한 검은색이 내 생각과 달랐고, 무늬도 내가 생각한 체크무늬와 달랐다. 과일가게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다 무릎 부근이 판매대에 부딪혔다. 너무 아파 나도 몰래 ‘악’ 하고 소리를 냈다. 진열대 사이 통로가 좁아 몇 번씩이나 판매대에 부딪혔다. 시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뒤에서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났다. 몸이 절로 굳었다.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나한테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오토바이가 옆으로 지나갔다. 오토바이는 차들과는 전혀 다른 공포감을 조성했다. (6)체험 끝…4시간 값진 경험 예정됐던 4시간의 체험이 모두 끝났다. 밝은 곳에서 안대를 벗으면 시력을 다칠 수 있다고 해서 어두운 관용 차량에 올라 안대를 떼어냈다. 잠을 자다가 눈을 뜬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지러웠고, 사물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차츰 시력이 회복됐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식당에서 나왔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 너무 답답하고 눈이 아파 당장이라도 안대를 벗고 싶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겨우겨우 체험을 끝내고 나서 돌이켜 보니 고작 4시간의 체험으로 힘들다고 호들갑을 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평생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그래도 포기할 뻔한 고비를 극복한 끝에,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시각장애인 정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각’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체험 전과 체험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와우! 과학] 4900만년 전 살았던 ‘네눈박이’ 도마뱀 발견

    [와우! 과학] 4900만년 전 살았던 ‘네눈박이’ 도마뱀 발견

    4900만 년 전 지구를 걸어 다녔던 왕도마뱀의 조상에게 4개의 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연구된 화석은 1871년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된 것으로 현존하는 왕도마뱀의 친척 뻘로, 발견 당시 ‘사니와 엔시던스’(Saniwa ensidens)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크 연구소(Senckenberg Research Institute Frankfurt) 연구진이 미국 와이오밍의 한 박물관에 보관된 고대 왕도마뱀의 화석을 발견한 뒤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 해당 도마뱀의 머리 골격에서는 ‘제3의 눈’과 ‘제4의 눈’의 흔적이 발견됐다. 4900만 년 전 지구를 걸어 다닌 육상 왕도마뱀은 총 4개의 눈을 가진 ‘네눈박이’였다는 것. 연구진은 머리 골격에서 찾아낸 또 다른 눈 한 쌍이 일종의 생체시계 및 ‘내부 나침반’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분의 두 눈이 낮과 밤 등 시간 및 방향을 인지하는데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총 4개의 눈을 가진 유악류(턱이 있는 척추동물)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유악류 동물은 두 눈 외에 뇌에 있는 기관인 솔방울샘이 생체시계 역할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고대 유악류 생물들이 제3의 눈, 제4의 눈을 가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현존하는 척추동물의 눈은 일반적으로 2개이며, 턱이 없는 칠성장어(lamprey)만이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4개의 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터 스미스 박사는 “CT스캐닝 결과 4개의 눈을 가진 고대 왕도마뱀의 머리에는 솔방울처럼 생긴 일종의 광센서와 같은 구조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동물의 24시간 생체시간 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신체 기관의 진화 및 기능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약 150년간 박물관 자료실에 보관돼 있던 화석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도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2일자에 게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주4·3’ 그날의 아픔 민중음악으로 달랜다

    ‘제주4·3’ 그날의 아픔 민중음악으로 달랜다

    “나는 턱이 없어 삼켰어/이 미친 세월을 나는 삼켰지/나는 총이 없어 살았어/내 이름은 진아영/아 나의 상처를 감싸주던 하얀 무명천/아 이젠 아픔을 나는 풀어야겠어”(연영석, ‘내 이름 진아영’)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환기하는 노래를 불러온 민중가수 10팀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추모음반 ‘서울 민중가수들이 띄우는 노래’를 지난 30일 발표했다.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추진위원회가 제작한 이 음반에는 김성민, 류금신, 문진오, 손병휘, 안석희, 연영석, 우리나라, 이씬, 이수진, 임정득이 참여했다. 연영석이 노래한 ‘내 이름 진아영’은 4·3 당시 토벌대의 총격에 아래턱을 잃고 평생 얼굴을 무명천을 감싼 채 살아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학살의 현장을 재현했다.김성민은 ‘가매기 모른 식게’로 까마귀도 모르게 숨어서 제사를 지내야 했던 희생자들의 넋을, 이씬은 ‘잃어버린 마을’을 통해 학살로 인해 집터만 남은 채 사라져버린 곤을동, 다랑쉬마을을 기린다. 손병휘의 ‘붉은 섬’은 돌림노래 같은 구조를 통해 제주에 켜켜이 쌓인 폭력의 역사를 되짚고, 비슷한 역사를 지닌 오키나와까지 끌어안았다. 그동안 제주 4·3을 음악으로 다룬 창작물은 민중가요 중에서도 많지 않았다. 안치환, 최상돈의 노래나 2014년 기타리스트 성기완이 주축이 돼 만든 헌정앨범 ‘산 들 바다의 노래’ 정도가 꼽힌다.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제주 4·3을 노래하는 것은 민중가수들에게 오래도록 미뤄둔 숙제 같은 것이었다”면서 “70년이 흐른 뒤 나온 10곡의 노래들은 그동안 무엇이 끝나고 무엇이 남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 받아 되묻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음반 발매 기념 작은음악회를 개최한다.앞서 가수 안치환도 지난 29일 신곡 ‘4월 동백’을 공개했다. 그가 제주 4·3을 노래한 건 1987년 작사·작곡한 ‘잠들지 않는 남도’ 이후 31년 만이다. 4월에는 동백이 피지 않지만, 제주 화가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 시리즈와 제주 출신 뮤지션 최상돈의 노래를 통해 4·3 사건의 상징적인 꽃이 된 동백을 모티프로 삼았다. ‘이등병의 편지’를 쓴 김현성도 ‘안부-펜안하우꽈’를 발표했다. 김현성은 “오랫동안 기억을 말살당한 4·3을 온전히 복원해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족들에 대해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정권 바뀌니 사라져가는 ‘창조금융 정책’

    정권 바뀌니 사라져가는 ‘창조금융 정책’

    금융위 2014년 ‘금융 개혁’ 기치 인터넷 전문은행 등 잇달아 도입 탄핵정국 거치며 답보·폐기 수순 ISA는 세제혜택 적어 가입자 ‘뚝’‘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 금융위원회는 2014년 8월 거창한 제목의 정책을 발표한 뒤 ‘금융개혁’이란 기치 아래 획기적인 제도를 잇달아 도입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초대형 투자은행(IB), 성과연봉제 등이다. 2016년 10월 금융위는 이런 제도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금융개혁!!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끝까지 추진하겠습니다’라는 자료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혁명과 함께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점차 잊혀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금융권에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덩치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려 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참여를 확정 짓지 못해 일정을 연기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담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법안소위 안건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뒤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제3 인터넷은행 출범도 당분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누구나 공감하는 정말 좋은 제도임에도 금융당국의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포지티브 규제’(허용가능한 것만 열거)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걸 허용)로 가는 게 글로벌 추세지만, 우리는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3월 도입된 ISA는 예·적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는 만능통장이다. 은행에 잠자고 있는 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내 실물경제 윤활유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금융위의 화끈한 밀어주기 속에 ISA는 출시 10주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부터 가입자가 줄더니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ISA가 평균 누적수익률 11.8%를 기록했음에도 외면받는 건 세제혜택이 적고, 가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비과세 한도가 기존 200만원·250만원에서 400만원·500만원으로 확대됐지만 한번 떨어진 관심을 되찾기는 역부족이었다. 소득이 없는 청소년이나 가정주부, 은퇴자는 여전히 가입할 수 없다. 금융위가 세제당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세제혜택을 더 늘렸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대형 IB는 일정 규모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5개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고, 초대형 IB 핵심 업무 중 하나인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한투 외 나머지는 심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초대형 IB는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썼다. 성과연봉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철회하면서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창조금융 정책들은 우리 시장 토양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급조한 측면이 있는 데다 정권 교체로 인해 금융당국이 의욕까지 상실했다”며 “금융 정책은 일시적인 ‘붐’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틀을 다지는 쪽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현장 행정] 서초형 ‘안전톡’… 민방위 교육 틀 깼다

    [현장 행정] 서초형 ‘안전톡’… 민방위 교육 틀 깼다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선 고정관념을 깨는 민방위 교육이 진행됐다. 천편일률적으로 안보만 강조하는 딱딱하고 일방적인 강연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교통·환경 등 지역 안전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제안하는 소통의 장이 열린 것.민방위 대장으로 참석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1~4동 만 20~40세 민방위 대원 700여명의 눈을 일일이 마주하며 대원들의 지적과 건의 내용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내놨다. 한 대원이 “서초동 코오롱스포렉스에서 서초진흥아파트 쪽으로 가는 골목길이 좁은데다 오른쪽이 잘 안 보여 차를 몰고 갈 때 사람들과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반사경을 세워 오른쪽 시야를 확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확인 후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다른 대원이 “서초요양병원 골목 올라가는 길이 가팔라 차 사고도 많이 나고 어르신들도 자주 넘어져 위험하다”고 하자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구청 직원들이 진땀을 흘릴만한 질문도 쏟아졌다. 한 대원이 “명달로 6길 16-2에 있는 과속방지턱이 망가져 동 주민센터에 건의를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해당 지역 동장이 누구냐”고 했고, 해당 동장은 “죄송하다. 교육 끝나자마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조치하겠다”고 했다. 교육 예정 시간인 1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대원들 질문이 빗발쳤다. 조 구청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지금 말씀하지 못한 건의 사항들은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다”고 했다. 서초구가 고리타분한 민방위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서초형 민방위 교육 ‘안전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 민방위 대원들이 지역 안전 위협 요소들을 없애는 안전 요원으로 나서면서 ‘안전 1번지, 서초’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원은 “즉석 문답은 질문에 대한 모든 내용을 알고 있어야 답변이 가능하다”며 “조 구청장이 서초구 전체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젊은 대원들이 어떤 말을 할지 몰라 ‘리스크’가 크다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게 옳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해왔다”며 “안전톡을 통해 동네 곳곳의 위험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생활밀착형 행정 구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는 이런 노력으로 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때 대처능력을 평가하는 서울시 ‘민방위 비상대비 업무분야’ 평가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안전톡은 29일까지 이어진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성공한 ‘장애인 축제’… 장애인은 관람석 뒤에서 봤습니다

    성공한 ‘장애인 축제’… 장애인은 관람석 뒤에서 봤습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성공리에 끝났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주로 비장애인들의 시각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장애인 입장에서 본 장애인 올림픽은 어땠을까. 지난해 10월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가 3시간 동안 장애인의 삶을 직접 체험해 화제를 모았던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이 장애인 눈높이에서 패럴림픽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7일 평창을 찾았다. 잠시나마 장애인 체험을 한 사람으로서 그는 비장애인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크고 작은 불편을 짚어 냈고, 장애인들이 느꼈을 법한 소외감을 체감했다. 장애인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배려’에 관한 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김 구청장이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평창에서의 체험담을 그의 수기(手記) 형식으로 싣는다.경기장 가는 길 오전 7시 버스 편으로 양천구를 출발해 10시 20분 크로스컨트리스키 경기가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자마자 의자를 젖히고 휠체어를 세우는 장애인 구역으로 먼저 갔다. 지난해 장애인 체험 때 시내버스 안의 버튼이 고장 나 의자가 젖혀지지 않은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버튼을 눌러 봤는데, 다행히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다행’은 여기까지였다. 5분 뒤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 입구까지 약간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갔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이 사람들을 피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비장애인은 눈치챌 수 없는 불편함이다. 작은 턱도 길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장애인 체험 때 높이 5㎝도 안 되는 턱이 엄청난 높이의 담처럼 다가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은 턱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휠체어를 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곧장 달려가 “밀어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뒤에서 불쑥 밀면 휠체어를 탄 사람이 놀랄 수 있으니 의사를 먼저 묻는 게 예의라고 들었다. 그 여성은 “고맙다”며 웃었다. 안내판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 눈높이가 아니라 일반 성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경기장에서 크로스컨트리스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장애인용 좌석이 관람석 뒤쪽 난간에 좁게 마련돼 있었다. 장애인 축제임에도 앞줄 잘 보이는 좋은 좌석은 모두 비장애인이 차지하고, 정작 장애인은 뒤쪽으로 밀려난 꼴이었다. 더욱이 관람석은 계단으로 돼 있어 휠체어가 다닐 수도 없었다. 그래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관람석 뒤 난간에 위태롭게 올라가 경기를 봐야 했다. 관람객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난간에 앉은 장애인들을 흘끔흘끔 보는 시선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장애인 체험 때 버스나 식당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던 시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45분 7.5㎞ 여자 입식 크로스컨트리스키 선수들이 출발선으로 몰려들자 일부 관람객이 선수의 기록보다는 “저 선수는 무슨 장애를 갖고 있지?”라며 장애 자체에 더 호기심을 보이는 것도 아프게 들렸다.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나와 장애인 화장실을 찾았다. 경악했다. 위치도 구석인 데다 화장실 앞에 떡하니 흡연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일반인 화장실 앞엔 흡연 공간이 없었다. 장애인 축제에 정작 장애인 관람객은 별로 안 보이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나마 눈에 띄는 장애인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유럽 등지에서 휠체어를 끌고 비행기, 기차, 버스를 갈아타며 평창까지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창까지 오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장애인 체험 당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장애인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구조적으로 보이지 않는 벽에 장애인들이 위축돼 엄두를 못 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장애인 축제가 되레 장애인들에게 더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닌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는데 스틱 하나에 의지해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던 선수들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광장] 교사를 움직이라, 일반고가 산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사를 움직이라, 일반고가 산다/황수정 논설위원

    이즈음 일반고는 동아리 전쟁 중이다. 인기 있는 학교 동아리는 경쟁이 불꽃 튄다. 과열 경쟁에 잡음이 걱정되면 아예 제비뽑기를 하기도 한다. 학교가 조직해 운영하는 정규 동아리들은 사정이 그래도 낫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자율동아리는 난감 그 자체다. 새 학기 초 열흘 남짓한 기간에 낯선 친구들과 뜻 맞는 동아리를 만들고 지도 교사까지 섭외해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는 작업은 간단할 수 없다. 발을 동동 구른다.자율동아리가 이래서 말도 탈도 많은 것이다. 이러니 교육부는 최근 자율동아리를 고교 학생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뜬금없이 변죽만 울려 놓고는 감감무소식이다. 신학기의 혼란은 그래서 지금 더하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동아리 활동은 비교과 전형의 핵심이다. 자율동아리의 취지를 살리느냐 마느냐는 나중의 문제다. 신학기 들머리에 일반고의 신입생들을 본의 아니게 좌절시키는 주범이 자율동아리다. 특목고에서는 개인별 동아리 활동을 학교가 알아서 챙겨 준다. 특목고에 눌리지 않게 일반고 기를 살려 주겠다고 하면서 출발선에서부터 날개를 꺾고 있는 셈이다. 학생부의 동아리 활동란에 적히는 평가 글은 최대 500자다. 이 500자가 돋보여야 학종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 그러니 컨설팅 학원들은 문턱이 닳는다. 어떤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보고서를 내야 하는지 서비스받는 데 한 학기에 200만~300만원이 예사다. 내신 4, 5등급이 차별화된 자율동아리로 ‘인 서울’에 성공한다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소논문은 더 심각하다. 300만~400만원을 장난처럼 제시하는 곳이 많다. 일반고 학생들은 ‘자력갱생’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들이 컨설팅 학원의 핵심 고객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교육부의 주특기가 있다. 말썽이 되면 거두절미하고 치워 버린다는 것이다. 소논문, 자율동아리 등이 뭉칫돈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임은 틀림없다. 학종은 학생부 전반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학종을 확대하겠다면서 비교과 평가 장치들을 싹둑 잘라 내는 발상은 모순이다. 해법이 없지 않다. 모른 척할 뿐 간명하다. 일반고의 교장과 교사들을 흔들어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학교는 저절로 살아난다. 특목고 위축 분위기가 몇 년째 이어진다. 그 와중에 일반고의 회생 징후는 감지된다. ‘촉’ 빠른 학부모들은 관내 일반고들에도 서열이 생긴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학종이 확대되니 교장과 진학 책임 교사의 의욕 정도에 따라 진학률이 판이하게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어느 입시 컨설턴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교사들이 학생부를 체계적으로 기재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자주 토론하고 외부 연수를 받는 일반고가 있다. 그런 학교의 학생부는 질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입시 컨설턴트들은 대학의 입학사정관들과 수시로 접촉한다. 학생부 관리에 교사들이 음양으로 공들인 일반고는 진학 성과가 거짓말처럼 치솟고 있다. 입소문 타는 학교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리와 봉사활동 같은 비교과 활동을 교사들이 일일이 챙기고 적극 독려한다는 것이다. 담당교사들의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은 형식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교사들의 업무 역량이 고르다. 그런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를 잘 만나면 인생 로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학생부 관리에 교장이 정성을 쏟고 교사들이 자주 머리 맞댄다는 소문이 도는 학교는 이듬해 지원 경쟁률이 껑충 뛴다. 우수 학생들이 올해도 제 발로 몰렸다. 특목고의 올해 입시 경쟁률은 곤두박질쳤다. 특목고를 더 협박할 필요가 없다. 일반고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당근과 채찍을 정책으로 받쳐 줄 단계다. 이를테면 억지춘향식 자율동아리 대신에 정규 동아리를 더 다양하게 늘리는 방식이다. 그런 공력을 쏟는 학교로 예산과 인센티브를 후하게 돌려 경쟁시키라. “교육 평준화”를 말하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이 간단한 해법을 모를 리 없다. 선생님들은 귀찮고 고달파지는 일이다. 그래도, 그래야 일반고는 산다. 잘 살 수 있다. sjh@seoul.co.kr
  • [노답 청춘] 에코붐 세대만 넘기면 끝? “청년실업, 네버 엔딩”

    [노답 청춘] 에코붐 세대만 넘기면 끝? “청년실업, 네버 엔딩”

    20대 초반 ‘포스트 에코 세대’는 취업 걱정 ‘대2병’청년인구 줄어도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노동시장 유연화·경기회복 등 근본적 대책 필요” “교수님이나 선배들은 제가 취직할 때쯤이면 취업문턱이 좀 낮아질 거라고 하세요. 그런데 저는 불안해요. 정말 제가 졸업할 때면 달라질까요?” 대학교 2학년인 형진영(21)씨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 출생자) 이후 청년 실업이 자연스레 해소될 거란 분석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형씨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면서 “아무리 청년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건 지금이나 나중이나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도 못했고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진로교육이나 정보는 제한적”이라면서 “정보가 없다 보니 이미 잘 알려진 직업군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최근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각종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초점은 에코붐 세대다. 20대 후반 인구 39만명이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구직 경쟁이 치열해지고,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30대 초반의 구직난도 덩달아 심해졌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재난 수준의 청년 실업사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연간 1000만원을, 3~4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코 붐 이후 세대, 즉 포스트 에코 세대의 실업 불안은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급한 불 끄기에 연연한 나머지 중장기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 아니냐는 시각이다. 청년 인구 감소가 꼭 실업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25~29세) 인구는 2000년 410만명에서 2005년 367만명, 2010년 354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7.5%, 7.7%, 7.7%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발표한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 효과와 청년 고용 대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는 “청년 인구 구조의 변화로는 우리 나라의 청년 실업률 증가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부연구위원은 “청년 노동 공급이 늘어난 것이 청년 취업에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생애 전체로 놓고 봤을 때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포스트 에코세대의 고민은 선배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 입학 4주차인 김윤서(20)씨는 “이중전공 선택 등 선배들의 고충을 보면 미래가 걱정된다”면서 “(대학 진학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못 찾는) ‘대2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공과 취업이 연결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언론계 취업을 위해 관련 동아리 등을 하며 스펙을 쌓고 있다는 이정민(21)씨 역시 ‘한정된 인기 직종 일자리’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대기업 같은 양질의 일자리는 항상 부족했다”면서 “그런데도 자연스레 청년실업이 해소될 거란 말을 들으면 조금 어리둥절하다”라고 말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더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오영석(21)씨는 “일자리가 많아지더라도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면서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포스트 에코 세대라고 해서 청년 실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서 청년실업이 해결될 거라는 건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된 가설”이라면서 “상품시장을 비롯한 근본적인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청년층 인구만 줄어들어버리면 경기가 더 악화돼 노동시장이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청년 실업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 구조의 경직성과 경기 침체 때문”이라면서 “일본이 실업 문제를 해결한 건 청년 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 회복 덕분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현 정책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남 교수는 “대기업이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노동력 수요를 줄이고 있다”면서 “노동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더 큰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보조금 형태로 임금을 보전하는 현 정책은 재정이 제한돼있기 때문에 어차피 길게 실행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적이므로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경기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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