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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체 고통 못느끼는 여성…세계 첫 사례 보고 ‘꿈의 진통제 나올까’

    신체 고통 못느끼는 여성…세계 첫 사례 보고 ‘꿈의 진통제 나올까’

    고통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70대 여성이 의학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영국 런던대학교(UCL)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여성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버네스주 화이트브릿지 거주 여성 조 카메론(71)은 6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심한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카메론 여사는 진통제 없이도 멀쩡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의료진은 수술 후 이 여성에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의 주성분으로 해열 진통 작용을 한다)을 처방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약도 필요가 없었다. 수술 다음 날 고통지수 평가에서는 10점 만점 중 0점을 선택할 정도였다. 카메론 여사는 사는 동안 한 번도 이렇다 할 신체적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 둘을 출산할 때조차 고통이 없었다. 그녀는 “8살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사흘 뒤 엄마가 팔이 이상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골절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화상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븐에 살이 데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야 비로소 화상을 인지하는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불안을 잘 느끼지 않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몇 년 전 도로를 달리던 카메론의 차가 도랑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고 평온함을 유지했다.수백만분의 일 확률로 나타나는 현상에 런던대학교 유전학 박사 제임스 콕스와 스코틀랜드 NHS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사 데브짓 스리바스타바는 카메론의 유전자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그녀에게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다. 하나는 위(僞) 유전자(죽은 유전자, 기능이 살아 있었지만 개체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유전자가 진화과정 동안 DNA 서열 내에 반복적으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기능이 죽어 버린 유전자)로 여겨졌던 FAAH-OUT의 미세결실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었던 형태였으며, 다른 하나는 FAAH 효소를 조절하는 인접 유전자의 변이였다. FAAH 유전자는 지방산 아미드의 이화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로 통증, 기분,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이전의 실험에서 FAAH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저하되고 상처 치유 속도가 빨랐으며 공포와 불안이 적었다. 학계는 FAAH-OUT 유전자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FAAH 유전자를 차단해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론의 유전자를 분석한 콕스 박사는 “카메론은 FAAH-OUT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중 일부가 결손된 미세결실 상태였다. 전혀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인 만큼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신약 진통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바스타바 박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3000만 명이 수술 후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고통을 줄이고 회복기간을 줄이는 ‘고통 킬러’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카메론은 “6년 전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정상인 줄 알았다”면서 “내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연구에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메론의 이런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론에 따르면 그녀의 부친 조셉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카메론은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부대 부대장이었고 전쟁 중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았지만 전혀 아픈 줄 몰랐다”면서 “아버지가 그랬기에 나 역시 그런가보다 했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카메론의 친인척 모두의 DNA 검사 결과 카메론의 딸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녀의 아들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FAAH-OUT 변이 유전자가 FAAH 유전자를 차단하면서 카메론은 뇌와 척수신경 이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생 건망증에 시달렸으며 어눌한 말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마취통증학회지에 실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北핵무기 美에 넘겨라” 하노이 결렬 부른 ‘빅딜 문서‘ 골자

    “北핵무기 美에 넘겨라” 하노이 결렬 부른 ‘빅딜 문서‘ 골자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둘쨋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빅딜 문서’의 골자가 30일 공개됐다. 로이터 통신이 전날(현지시간) 입수했다고 보도한 이 문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리했는데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 포괄적 요구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핵 인프라와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관련된 이중 용도 능력-다시 말해 탄도미사일과 발사대, 관련 시설들의 완전한 해체”(fully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infrastructure,chemical and biological warfare program and related dual-use capab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launchers,and associated facilities)를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로이터는 또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 외에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을 전직시킬 것 등 네 가지 중대한 사항들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와 한글 두 버전의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직접 건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서 자체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 방안은 북한이 ‘패전국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거부해 온 리비아식 해법에 근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북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창해 온 해법으로 먼저 핵을 폐기하고 이를 완전히 검증한 뒤에 수교와 경제지원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비핵화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CVID는 그 뒤 북한의 반발을 감안해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로 다소 완화됐다.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볼턴 보좌관이 처음부터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정말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려 한다면 이런 접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몇 번이나 (북한에) 거절 당해 애당초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다소 모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방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핵 과학자와 기술자의 상업활동 전환은 옛 소련에서 독립하려는 나라들의 비핵화를 지원한 ‘넌-루가 법안’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속내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미국이 이런 조치들을 동시에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다음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 도중 ‘영변 폐기 대 민생제재 해제’란 자신들의 요구에 미국이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로이터가 보도한 문서의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미국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에 북한이 먼저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1단계 이행 조치로 추가 핵물질 생산을 막는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을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반도 ‘게임체인저’ 될 F-35…미국선 ‘옥에 티’로 혹평?

    한반도 ‘게임체인저’ 될 F-35…미국선 ‘옥에 티’로 혹평?

    한국 공군이 운용할 스텔스 전투기 F-35A 2대가 29일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함으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일본·호주에 이어 3번째로 F-35A를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적의 레이더망을 회피할 수 있는 F-35A 전투기는 전투와 폭격은 물론 조기 경보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 한반도 전장 환경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F-35 계열 전투기의 전투 준비 태세가 불충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생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청주 기지에 도착한 F-35A 2대는 공군 자체 수령절차를 거쳐 4~5월쯤 전력화될 예정이다 4월부터 순차적으로 F-35A가 2대씩 국내로 들어와 연말까지 10여 대가 전력화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2021년까지 모두 40대의 F-35A를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35A는 최대 항속거리 2170㎞, 전투행동반경 약 1200㎞로 레이더망을 회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 덕분에 북한 전역의 미사일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F-35 계열 전투기는 공군용인 F-35A 이외에 해병대용인 F-35B, 해군형인 F-35C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레이더에서는 큰 곤충 크기로 보이는 F-35 F-35A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의 저가 보급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텔스기는 외부에 돌출물이 없도록 설계된 동체와 레이더 흡수 재료에 기반해 적 레이더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더에 잡히는 표적이 레이더상에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를 보여 주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을 비교하면 4세대 전투기인 한국 F-15K 전투기의 RCS가 10㎡ 수준인 반면 F-22는 0.0001㎡ 수준으로 작은 곤충 크기, F-35 계열은 0.001㎡ 수준으로 큰 곤충 크기와 맞먹는다. 실상 레이더상에서 탐지가 불가능한 셈이다. 미국 군사전문 매체 아메리칸 밀리터리 뉴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Su-57의 RCS는 0.3~0.5㎡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Su-57이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공중전을 벌이게 되면 사실상 F-22, F-35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F-35는 개발에 참여한 미국, 영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달란드, 덴마크, 호주 등이 도입을 진행중이며 이스라엘과 한국, 일본, 벨기에는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된다. F-35 현용 기체는 현재 전 세계에 350여대 가량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이 264대, 영국이 17대, 노르웨이가 16대, 이스라엘이 14대를 운용하고 있다. 벨기에는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대신 차기 전투기로 F-35A를 선정해 약 34대를 구매할 것을 논의중이다. 일본은 기존에 계약한 42대 이외에 추가로 최대 105대의 F35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대당 가격은 F-35A 기준으로 8920만 달러(약 1012억원)지만 2020년대부터 생산량이 늘어나면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F-35A는 전자광학·분산개구 적외선 추적 시스템(EO-DAS)을 이용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궤적을 공중에서 이지스구축함보다 먼저 탐지할 수 있다. 또한 합동직격탄(JDAM)으로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인 GBU-39, GBU-53 등을 사용해 1.2~1.8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수 있고 이동식미사일 발사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밖에 F-35A 1대가 소형 무인공격기 6대를 현장 지휘하며 합동전투’를 전개할 수 있다. 이에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F-35A 전투기 도입에 대해 “남조선 군부 세력의 무력 증강 움직임은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평균 가동률 떨어져 전비태세 미흡…의문의 추락 사고도 발생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에서 F-35 계열 전투기의 전투준비태세가 불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안보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난 20일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정보센터와 미 국방부의 운용시험평가실(DOT&E) 보고서 등을 인용해 “미 해군이 최근 F-35 전력의 전투 준비 태세가 완료됐다고 선언했지만 값비싼 무기 체계인 F-35 프로그램 전체가 아직 완전하게 준비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DOT&E는 “전체 전투기의 평균 가동률이 프로그램 목표치인 60% 미만이며 최초운용시험 평가(IOT&E)에 필요한 계획치인 80%에 크게 못 미친다”라면서 “무엇보다 전투기 가동률이 개선되는 추세가 없으며 프로그램의 신뢰성 개선 계획이 여전히 가동률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록히드마틴측은 이에 대해 새 전투기가 출고될수록 전비 태세율이 크게 증가하고 운용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생산국인 미국에서 일어난 F-35A의 고장과 추락 사례도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F-35가 비행 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해 미 국방부는 한동안 비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미 군 당국은 연료관만 교체한 뒤 ‘문제 없음’으로 판단했으나 F-35 개발 과정에서 기체 균열이나 엔진 화재 등의 문제가 많았던 만큼 불안감이 컸다. 이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월 “F-35는 스텔스 기능 유지 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연료 라인 결함 등 여러 차례 사고가 있었다”고 비아냥거렸다. ●기관포 정확성에 문제…사이버 보안 취약 지적도 미 공군이 운용하는 F-35A가 내부에 장착하고 있는 기관포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DOT&E는 F-35A 공대공 기관포 시험 도중 전투기의 시험비행 조종사들이 기관포 공격을 시도할 때 때때로 기관포가 불안정하다고 알리는 경고 신호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실시한 기관포 시험을 보면 현재 F-35A에 장착된 기관포의 정확성은 허용 불가능한 수준이며 아직까지 기관포의 정확성 오차를 개선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특히 “F-35A의 기관포 장착대에 대한 조사 결과 정렬 오차가 있었고 이로 인해 포구 정렬 오차가 발생했음이 밝혀졌다”고 분석했다. 기관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틈 적 전투기와 근접 전투를 벌일때 불리할 수 있는 요인이다. F-35A의 사이버 보안 문제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F-35의 장점을 날아다니는 컴퓨터라고 극찬했지만 미 회계감사원(GAO)은 지난해 10월 F-35를 포함해 최근 개발 작업이 진행된 거의 모든 무기 시스템에서 중요한 사이버보안 결함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F-35계열 전투기가 여전히 해킹에 취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수년간의 개선 작업에도 불구하고 자동군수정보체계(ALIS)와 같은 중요한 컴퓨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F-35계열 전투기는 완전한 시스템의 완전한 통합성으로 인해 어느 전투기보다 사이버 보안이 더 중요한데 해커의 침입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이 F-35 계열 전투기에 대해 지난 20년간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성능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F-35가 우리 군대와 납세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회는 매년 증가하는 F-35생산을 중단하도록 해야하며 군 당국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신체적 고통 전혀 못느끼는 여성…통증의학 새 희망 떠올라

    신체적 고통 전혀 못느끼는 여성…통증의학 새 희망 떠올라

    고통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70대 여성이 의학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영국 런던대학교(UCL)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여성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버네스주 화이트브릿지 거주 여성 조 카메론(71)은 6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심한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카메론 여사는 진통제 없이도 멀쩡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의료진은 수술 후 이 여성에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의 주성분으로 해열 진통 작용을 한다)을 처방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약도 필요가 없었다. 수술 다음 날 고통지수 평가에서는 10점 만점 중 0점을 선택할 정도였다. 카메론 여사는 사는 동안 한 번도 이렇다 할 신체적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 둘을 출산할 때조차 고통이 없었다. 그녀는 “8살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사흘 뒤 엄마가 팔이 이상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골절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화상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븐에 살이 데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야 비로소 화상을 인지하는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불안을 잘 느끼지 않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몇 년 전 도로를 달리던 카메론의 차가 도랑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고 평온함을 유지했다. 수백만분의 일 확률로 나타나는 현상에 런던대학교 유전학 박사 제임스 콕스와 스코틀랜드 NHS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사 데브짓 스리바스타바는 카메론의 유전자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그녀에게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다. 하나는 위(僞) 유전자(죽은 유전자, 기능이 살아 있었지만 개체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유전자가 진화과정 동안 DNA 서열 내에 반복적으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기능이 죽어 버린 유전자)로 여겨졌던 FAAH-OUT의 미세결실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었던 형태였으며, 다른 하나는 FAAH 효소를 조절하는 인접 유전자의 변이였다. FAAH 유전자는 지방산 아미드의 이화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로 통증, 기분,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이전의 실험에서 FAAH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저하되고 상처 치유 속도가 빨랐으며 공포와 불안이 적었다. 학계는 FAAH-OUT 유전자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FAAH 유전자를 차단해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론의 유전자를 분석한 콕스 박사는 “카메론은 FAAH-OUT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중 일부가 결손된 미세결실 상태였다. 전혀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인 만큼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신약 진통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바스타바 박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3000만 명이 수술 후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고통을 줄이고 회복기간을 줄이는 ‘고통 킬러’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카메론은 “6년 전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정상인 줄 알았다”면서 “내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연구에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메론의 이런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론에 따르면 그녀의 부친 조셉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카메론은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부대 부대장이었고 전쟁 중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았지만 전혀 아픈 줄 몰랐다”면서 “아버지가 그랬기에 나 역시 그런가보다 했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카메론의 친인척 모두의 DNA 검사 결과 카메론의 딸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녀의 아들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FAAH-OUT 변이 유전자가 FAAH 유전자를 차단하면서 카메론은 뇌와 척수신경 이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생 건망증에 시달렸으며 어눌한 말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마취통증학회지에 실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한국 지속 성장, 사람·기술 질적 변화에 달려”

    “한국 지속 성장, 사람·기술 질적 변화에 달려”

    “모든 사람에게 일 통한 학습기회 제공” 노동시장 유연성·여성 활용 해법 제시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27일 “한국은 최근 성장 속도가 둔화해 기존 성장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면서 “지속 성장은 노동, 자본과 같은 양적 투입보다 인적자본, 기술 등 질적 변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로머 교수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초청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혁신성장,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로머 교수는 “인적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국가는 교육 시스템을 통해 배출된 인적자본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머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성과 포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머 교수는 “낮은 실업률, 활발한 소득계층 이동성이 함께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여성 인력 활용을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여성 인력이 늘었을 때 이를 흡수할 여력이 있어서 고용이 늘었다”면서 “노동시장이 공급을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서다. 해고가 사회적으로 용납됐는데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층은 첫 일자리가 평생 일자리가 아닐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하고 이게 가능해지려면 다른 일자리로 가는 게 쉬워야 한다”면서 “한국에는 고학력 여성이 많지만 지금까지 잘 활용되지 않았다. 반대로 여성 인력을 아직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잠재 자원으로 남은 현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머 교수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며 임금을 인상해 생산성을 올리는 정책은 혼조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노동력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노동자는 시장에서 단절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어떤 정책이건 노동시장에서 단절된 노동자나 실업자의 수가 줄어든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 수치가 올라간다면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CSIS “北 미사일 고체연료 생산 ‘17호 공장’ 유의미한 활동 없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5일(현지시간) 북한에서 탄도 미사일용 고체 연료 등을 생산하는 ‘17호 공장’이 계속 가동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유의미한 활동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CSIS는 이날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를 통해 21일과 지난 6개월 동안 확보한 상업위성 사진들을 토대로 “이들 위성사진은 함흥 근처의 17번 폭약 공장이 활동 중임을 보여준다”면서 “이 기간 인프라에 의미 있는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CSIS에 따르면 17호 공장은 북한의 가장 오래된 대형 폭약 공장 중 한 곳이다. 북극성 1, 2호와 같은 탄도미사일을 위한 대형 고체 추진체 로켓모터를 생산하는 주요 시설이거나, 만약 주된 생산시설이 아니라면 그 중의 하나일 것으로 보고된 곳이다. CSIS는 고체 연료 추진체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더 생존할 수 있게 만들고, 쉽게 표적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고체 연로 추진체는 그동안 북한 미사일의 주류를 이루던 액체 연료 추진체보다 보관이 쉽고, 발사 준비 시간도 짧다. 17호 공장은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이에 수반되는 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영변 이외의 많은 장소 중 하나라고 CSIS는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은 2017년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 이 공장이 2012년 탄도 미사일용 대형 고체 추진체 로켓 모터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혼합·주조 시설로 확장됐다고 거론했었다. CSIS는 지난 5일에는 상업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다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19일에는 “서해 발사장이 가동 상태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보고서 이후 수직 엔진 시험대나 미사일 발사대에서 의미 있는 활동은 없었다”고 평가를 다소 수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싱크탱크 브레인 ①] 페리얼 A 사에드-비건을 특사로 승격시켜야

    [美싱크탱크 브레인 ①] 페리얼 A 사에드-비건을 특사로 승격시켜야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내 매체들은 늘 싱크탱크 브레인들의 생각과 판단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짤막하게 인용하는 데 그친다. 기사의 집을 미리 짓고 그에 맞춰 대들보나 서까래, 벽 마감재로만 부분적으로 인용한다. 해서 그들의 시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한다. 서울신문의 평화연구소에서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발빠르게 싱크탱크 브레인의 생각을 들여다보려 한다. 첫 사례로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격월간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실린 페리얼 A 사에드의 글 ‘실무 대화를 더 끈질기게(double down) 할 때’를 소개한다. 그녀는 기업과 정부가 위기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 트렌드와 위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텔레그래프 전략 LLC의 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북동아시아와 중동 전문 외교관으로 일했고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북한 정책을 다뤘고, 북한과 협상을 벌인 경험도 갖췄다.북한과의 협상 창구는 닫히지 않았다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둘쨋날 아침 갑자기 스키드 마크를 찍듯이 끝났다. 트럼프는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영변 핵 연구센터를 해체하겠다는 김정은의 제안을 뿌리쳤다. 동시에 김정은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를 끝내기 위해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 전체를 한방에 해결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해달라는 트럼프의 구상에 아니라고 답했다. 점심도 취소하고 헤어졌다. 트럼프의 제안은 이전의 강경 정책들로 돌아간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지난 8개월 동안 북한은 워싱턴에 딱지만 놓았다는 현실과도 결별한 것이어서 조금 더 변죽만 울린 언동으로 보였다. 긴장을 끌어올렸다가 내렸다 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협상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트럼프와 참모들이 내놓은 언급들은 북한의 긍정적인 회담 보도와 맞물려 어느 쪽도 상대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여전히 협상 중이란 점을 보여준다.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실리적인 단계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미국은 변죽만 울리고 있지, 정책이 바뀐건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하노이에서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이성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김에게 제안한 합의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둘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물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개월 전 윤곽을 제시한 내용과 닮은 구석이 없다. 비건은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 도중 비핵화가 북미 대화의 출발점이 더이상 아니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유연한 과정을 밟을 의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비핵화를 끄집어내면 강경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이뤄졌던 모든 약속은 워싱턴 정부가 “동시에 (모든 것을) 병행하는 것을” 추구해 평양 정권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단계별 접근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후 한 주도 안돼, 그리고 한달 뒤에도 미국은 모든 다른 단계에서도 비핵화는 물론 화학 및 생물학 무장 프로그램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까지 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한달 만에 미국 정책이 바뀐 것처럼 보인 것은 고지식한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트럼프는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실험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하노이에서의 강경함과 달라 보이게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북한은 미국 정책이 급격하게 바뀌었다고 인식하지도 않았고, 워싱턴이 골포스트를 옮겼다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은 국무부와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비난했다. 더 나아가 정상회담 후 트럼프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가운데 “커다란 덩어리”를 기꺼이 하려는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했으며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을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통증이 따른다는 점을 느꼈다.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또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데 미국이 밑천이 더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됐다. 평양 역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지만 두 지도자들의 관계를 좋게 평가하면서 협상에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미 협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다음 단계 지금의 문제는 누구의 텍스트를 협상의 토대로 삼느냐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두 제안 가운데 북한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다. 부시 행정부 때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은 최근 김정은의 제안이 탐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옳다.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을 해체하는 것은 핵폭탄 제조로 나아가는 길 하나를 없애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저속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을 시작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해체를 위해 블록을 세우고 국제 사찰단이 증명하게 하는 일은 미국에 서류 쪼가리만 보여주고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북핵 프로그램 폐기 선언보다 훨씬 중요하다. 더욱이 10년 동안의 공백을 끝내고 북한에 사찰단을 파견하는 것은 비핵화를 실행하도록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할 것이며 결국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평양의 부담이라면 대화의 기초가 되는 신뢰를 쌓을 만큼 제안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늘 협상을 질질 끌고 맹세해놓고 발을 뒤로 빼는 짓을 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북-미가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워싱턴 정가에 회의론이 뿌리깊은 이유다. 미국의 협상 대표들은 미국 정부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해외 정책 커뮤니티에 의해 확장되는 불신의 광산을 미리 살펴야 한다. 모든 협상 라운드마다 진전이 있을 때는 설득할 사례를 포장해야 하는 더 거친 압력을 받고, 회담장을 걸어나올 때에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사례를 만들 수 없을 때 미국의 태도와 정책은 강경해진다. 그러므로 북한은 해체하겠다고 제안하는 시설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미국이 제재를 풀 때마다 뭘 대신 할 것인지에 대한 일정표를 제공해야 한다. 진지한 협상 과정이 실무 차원에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비건 특별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협상에 참여하면 이득이 주어지고 실무 차원에서의 적절한 준비가 이뤄지게 해 비건의 협상 권한이 커지게 된다. 실무 협상자가 대통령에게 직보하면 대리자들의 정책 결정 권한이 줄어들게 된다. 협상 재개를 늦추려는 것은 위험이 높다 이 순간 북한이 WMD 무기고를 늘리려는 것에서 발을 빼야 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안하면 그 대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거래는 들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는 전례없는 글로벌 플랫폼을 선사했다. 김정은은 실험을 실시해 국제적인 비난을 한몸에 사는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북한은 협상과 실험 유예를 재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이해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에게 상기시켰다. 양쪽이 실무 차원에서 진지한 협상 과정을 구축하는 것을 늦출수록, 한반도 상황은 더욱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신한금융, 창업·벤처·中企 지원… ‘혁신금융추진위’ 오늘 공식 출범

    신한금융그룹은 25일 창업·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신한 혁신금융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고 24일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14개 그룹사의 110여개 본부 부서 임직원 2000여명이 참여하는 메머드급 위원회다. 조 회장은 “추진위는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자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신한의 의지를 담은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기업 대출 체계 혁신과 혁신기업 투자 확대,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을 3대 핵심 방향으로 정했다. 이 중 기업 대출 체계 혁신은 신한은행이, 혁신기업 투자 확대는 그룹 글로벌자본시장 사업부문이,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은 그룹 싱크탱크인 미래전략연구소가 각각 주도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독특한 공간 찾아 떠나는 주말여행 어떠세요?

    [금요일의 서재]독특한 공간 찾아 떠나는 주말여행 어떠세요?

    우리는 특정한 이름이 붙은 공간은 그저 특정한 곳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예컨대 박물관은 옛 유물을 두고 보는 공간, 도서관은 그저 책을 읽는 공간이라고.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공간들 역시 마찬가지일 터다. 그러나 멋진 공간은 명칭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이번 주 ‘금요일의 서재’는 독특한 공간을 다룬 책 3권을 골랐다. ‘뮤지엄×여행’(아트북스),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미메시스), ‘봉주르 한국 건축’(아트북스)이다. ●‘뮤지엄×여행’은 저자가 지난 10여년 동안 다녀온 세계 곳곳의 박물관 여행기다. 국립민속박물관 디자인 담당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저자가 썼다.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박물관의 공간적, 미학적 특징을 포착했다. ‘오래된 미래’, ‘정지된 흐름’, ‘다가올 추억’ 등 모두 7개의 장마다 4~5곳의 박물관을 소개한다. 각각의 박물관을 건축학으로, 미학으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독일 쾰른의 ‘콜룸바뮤지엄’에 관해 시적 공간이라 평가하고, 프랑스 파리의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에 관해서는 과학적이면서도 미학적인 공간이라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박물관은 될 수 있으면 제하고 독일 뮌헨 ‘BMW뮤지엄’이라든가, 쿠바 아바나의 ‘혁명박물관’ 등을 소개한다. 한국 박물관 가운데에는 정선의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이 눈에 띈다. 역사와 유물 중심으로 해석한 박물관 소개서나 관광 안내서에 실린 획일적인 내용과 다른 신선한 시각이 돋보인다. 저자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오래되고 고루한 물건을 진열해놓은 정지된 공간으로 기억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박물관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또 미래의 장소”라는 저자의 주장이 와닿는다.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은 서울, 춘천, 영주, 청주, 광주, 전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문화예술과 교육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공간 15곳을 소개한다. 소각로를 고쳐 쓴 부천 ‘아트벙커 B39’, 석유 탱크를 문화 공원으로 만든 ‘문화비축기지’처럼 유휴 시설을 고친 곳을 비롯해,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청소년 삶디자인센터’와 같은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 공간, 주민이 함께 문화를 즐기는 ‘춘천 문화파출소’ 등 이색적인 문화예술 공간이 가득하다. 특히 독특한 외모 덕분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접한 이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공간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각종 프로그램과 연계해 알아보면 더 재밌다. 그간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기반 시설이나 대여 공간 등 부수적 공간을 중심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예술적 영감을 일으키는 곳으로도 관심이 높다. 책은 단순히 공간만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활동 중인 이들을 만나 공간과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키는지 인터뷰로 보충 설명한다. 취재차 몇 곳을 둘러본 기자의 경험상, 주말에 아이들과 손잡고 갈만한 곳이 상당히 많다. ●‘봉주르 한국 건축’은 파리에서 일하는 한국 건축가가 프랑스 건축가들을 한국에 데리고 와 한국 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이다. 무려 스물다섯 명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저자는 이들에게 오늘의 한국 건축 현장을 보여준다. 한국이라 하면 여전히 전쟁과 북한부터 떠올리는 프랑스 건축가들에게 저자는 고궁이나 문화재가 아닌, 지금 우리 삶이 담겨 있는 공간을 보여주려 건축답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대상은 한국의 전통을 재정의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반영한 건축물들이다. 옛 ‘공간’ 건축사무소 사옥을 비롯해 ‘한뫼촌’처럼 한국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메종 에르메스’, 친환경 건축을 표방한 ‘앤 드뮐미스터 숍’, 독특한 모습의 ’이화여대 ECC’, 외계인 우주선처럼 생긴 ‘DDP’ 등 다양한 장소들로 이끈다. 프랑스에서 온 건축가들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서울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울 시내에서 마주한 고궁, 리움 미술관에서 만난 한국 고미술품 등이 현대적인 건물과 한 공간을 점유하며 만들어지는 풍경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예컨대 경복궁 앞에 세워진 트윈트리 타워를 보고 한 건축가는 “문화재 앞에 어떻게 이런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건축가인 저자가 여행을 기획하는 과정부터 흥미진진하다. 여행을 함께 다니며 생기는 각종 헤프닝, 프랑스 건축가들이 본 한국 건물에 관한 인상과 비평 등이 건축물 이야기보다 재밌을 때도 있다. 건축을 업으로 삼는 외국인들이 열흘간 서울, 경기, 제주 등지를 오가며 본 한국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모나지 않은 그림을 비롯해 저자의 설명에 책장이 잘 넘어간다. 미세먼지도 잦아든 주말, 책을 읽고 해당 장소들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탱크 앞 재선 시동 건 트럼프… 믿는 건 역시 ‘블루칼라 백인’

    탱크공장서 “美제조업 부활 내 덕분” GM 향해 “공장 열든지 팔아라” 촉구 “뮬러보고서 일반공개 상관없다” 자신 결정적 근거 없는 듯… 반격카드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오하이오주 등 러스트벨트 일대를 돌며 세몰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 라이마 육군탱크공장에서 미 제조업 부활이 자신의 덕이라고 셀프 홍보하며 지지층 결집을 독려했다. 그는 “당신들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이곳(공장)을 계속 열려 있게 했다”면서 “수년간 예산 삭감과 정리해고 끝에 오늘날 일자리가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러스트벨트의 부활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정부 때 이 탱크공장은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면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미 군대를 재건하고 있다. 우리는 미 제조업체를 회복시키고 있다”고 거듭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달 초 오하이오 로즈타운 조립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정리해고에 나선 미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GM은) 공장을 열든지, 공장을 열 누군가에게 팔라”면서 “전국자동차노조가 당신들을 도울 것이다. 지금 당장 공장을 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 민주당의 거물급 대선 후보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2020년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자 성격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공략이라는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해도 상관없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인들이 뮬러 특검 보고서를 볼 권리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난 신경 쓰지 않는다. 하원에서 원한다면 일반에 공개하자”면서 “보고서를 공개하자.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하자”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에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입증할 분명한 증거가 담겨 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보고서 공개에 적극적”이라고 해석했다. 2년여에 걸친 특검 수사에도 내통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다면 ‘마녀사냥’, ‘보복’, ‘대통령 괴롭히기’라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뮬러 특검 보고서를 2020년 대선 레이스에서 ‘무기’로 활용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뮬러 특검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을 구하는 지팡이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코리안 탱크’ 최경주 세계 골퍼들 이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 세계 골퍼들 이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49)가 2019 프레지던츠컵의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에 선임됐다. 2015년 인천 대회 이후 4년 만에 다시 맡는 자리이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인터내셔널팀 단장은 지난해 11월 선임한 제프 오길비(호주)에 이어 최경주와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 3명을 올해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에 임명했다. 엘스는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인 골프 선수로 선수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며 “그의 풍부한 경험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국적이 다른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2003년 프레지던츠컵에 처음 출전한 최경주는 그동안 3차례 6승 8패를 기록했다. 올 미국팀 단장은 타이거 우즈가 맡았고 부단장으로는 프레드 커플스와 잭 존슨, 스티브 스트리커가 선임됐다. 1994년 창설된 프레지던츠컵은 격년제로 열리는 미국과 세계연합(유럽 제외) 간 남자골프 대항전이다. 올해는 12월 9~15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에서 펼쳐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지난 15일 오후 평화롭던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피로 얼룩졌다. 호주 국적의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처한 브렌턴 태런트(28)가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슬림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7일 현재 50명이 숨지고 34명이 크게 다쳤다. 총격범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자신의 계획이 담긴 74쪽의 ‘선언문’을 올렸다. 범행 9분 전에는 뉴질랜드 총리와 정치인, 언론기관에 선언문을 보냈다. 태런트는 특히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장면을 실시간으로 17분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이민자들로부터 백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은 2011년 77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극단주의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민자와 다른 종교시설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다. 극우가 급부상한 배경과 특징, 커지는 소셜미디어 책임론, 그리고 대책은 없는지 알아본다.①이민자 혐오가 부른 극우 극단주의 확산 유럽 한 해 이슬람사원 공격만 21건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꼽는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에게 그렇잖아도 부족한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한다. 종교와 문화, 언어가 다른 이민자들 때문에 백인이 주류를 이루던 사회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선언문에서 백인들의 낮은 출산율과 밀려드는 이민 행렬,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유럽에서 백인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민을 막고 비백인을 국외로 추방하며 백인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내쫓아 유럽(미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백인 중 이 주장에 솔깃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고, 전 세계 극단주의 단체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극단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극우단체에 의한 공격은 최근 10년 새 크게 늘었다. 미 메릴랜드대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내 극우 세력에 의한 공격은 1년에 평균 5건 이하였다. 하지만, 2012년 14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졌다. 극우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에서는 이슬람사원에 대한 공격이 2015년 한 해에만 21건이나 됐다.②테러 청정국 뉴질랜드 경악시킨 총기 난사 범인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주장 테러범 태런트는 공격 대상으로 조국인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를 골랐다. 그는 선언문에서 세계(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조차 대규모 이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선택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난민과 이민에 우호적인 나라다. 지난해 30년간 유지해온 연간 난민 쿼터를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고, 2020년부터는 15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시리아 난민 등이 정착해 인구 약 38만 8000명 중 무슬림 인구가 4만명에 이른다. 뉴질랜드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이다. 만 18세 이상이 총기를 소지하려면 범죄 및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해 이상이 없으면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전체 인구가 460만명인데 등록된 총기류가 120만정이나 된다. 태런트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총기 5정을 사 이번 범행에 사용했다. ③ 극우 극단주의도 IS처럼 SNS 적극 활용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공격 서로 독려 언론인이자 작가인 칼레드 디아브는 지난 16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서로 정반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닮은 데가 많다”면서 “편집증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고, 온건주의자들에 대한 경멸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공격을 조율해왔다. 이에 반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은 그동안 분열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조너선 스티븐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이 지하드가 인터넷을 활용했던 것처럼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격을 독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빠르게 조직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도 극우성향의 단체들과 개인들이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성명을 발표하고 대원을 충원하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페북·유튜브 잠식하는 증오 콘텐츠 IS 걸러내듯 SNS 극단 콘텐츠 삭제를 백인 우월주의를 비롯해 극우단체들은 더는 자신의 나라에 머물며 ´외로운 늑대´로 남아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극우주의 정보와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모방한다. 태런트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정보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는 기법을 공유한다. 글로벌화하는 극우세력에 대응하려면 각국 안보 당국의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자신의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다. 테러 직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은 총격사건을 찍은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했지만, 복사본이 수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사건 직후 24시간 동안 150만 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복사본까지 모두 삭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이스북은 총격테러를 지지하는 게시글도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려고 인공지능(AI)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얼 바이만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의 게시물을 찾아내 차단하는 것처럼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증오·혐오 조장 콘텐츠에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증오 관련 콘텐츠에 대해 삭제를 명령하고 어기면 회사에 과징금을 물리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테러 지지 관련 콘텐츠를 자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⑤극우 극단주의 국내 문제로 한정 말아야 극단주의자 동향 파악 국제공조 필요 크라이스트처치의 테러범 태런트는 외국인 신분으로 총기를 다수 구입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글을 수차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는 데도 호주와 뉴질랜드 보안 당국의 감시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 국제적인 테러조직과는 달리 극우 또는 국수주의단체들의 활동은 국내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정보 공유도, 국제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극우단체들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보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도 안보 관계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포함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 공유는 법적 문제가 있어 어렵더라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특징과 동향 관련 국제 공조는 필요해 보인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한국, 11대 무기 수출국 9대 무기 수입국

    한국, 11대 무기 수출국 9대 무기 수입국

    한국의 무기 수출이 최근 5년간 크게 늘어난 반면 무기 수입은 감소했다, 18일 스웨덴 비영리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내놓은 ‘국제무기거래 동향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이전 5년간(2009~2013년)보다 94%나 늘어났다. 세계 무기 수출 비중도 1.0%에서 1.8%로 커지며 무기 수출국 세계 11위에 올랐다.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 대상국은 인도네시아(17%)와 이라크(17%), 영국(15%) 등이다. 최근 5년간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은 전체 무기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미국이다. 이전 5년간(30%)보다 수출 점유율은 6% 포인트 증가했고 무기 수출 규모도 29%나 늘어났다.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 대상국은 사우디아라비아(22%)와 호주(7.7%), 아랍에미리트(UAE·6.7%) 등이다. 2위는 무기 수출의 21%를 차지한 러시아다. 하지만 이전 5년간(27%)보다 6% 포인트 줄었다. 이어 프랑스(6.8%)와 독일(6.4%), 중국(5.2%) 등의 순으로 무기 수출 상위권을 형성했다. 수입은 한국의 최근 5년간 규모가 이전 5년간보다 8.6% 감소다. 세계 무기 수입 비중도 3.6%에서 3.1%로 줄어 7대 무기 수입국에서 9대 수입국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주요 무기 수입국은 미국(51%)이 절반을 넘었고 독일(39%), 영국(3.0%) 등의 순이다. 최근 5년간 최대 무기 수입국은 전체 무기 수입의 12%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다. 인도(9.5%)와 이집트(5.1%), 호주(4.6%), 알제리(4.4%), 중국(4.2%), UAE(3.7%), 이라크(3.7%) 등이 2~8위를 차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진화하는 테러리즘… 한국도 자생적 테러 우려

    ‘테러 청정국’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지난 15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무고한 시민 50명이 숨지면서 국내에서도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국제관계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한국과 뉴질랜드의 국제테러지수(GTI)에 따르면 뉴질랜드와 한국은 10점 만점에 0.286점으로 전체 163개국 중 공동 114위로 ‘매우 낮음’ 수준이다. 국제적인 테러리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국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뉴질랜드 총격 테러처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이와 같은 자생적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한 헬스클럽에서 일하던 평범한 청년 브렌턴 태런트(28)가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테러리스트로 돌변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자생적 테러리즘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경제적 양극화가 언제든지 테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극단주의 테러 세력의 배후로 이뤄진 과거 테러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 불만을 품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가 적지 않다”면서 “테러 대응 시스템 등 위기관리 능력 강화는 물론 관계 기관들 간의 연계를 통해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커지는 양극화·외국 이주민 혐오… 한국도 ‘외로운 늑대’ 주의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에 있는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이 사건은 계획적인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다. 용의자들은 테러리스트 워치리스트(테러 위험인물 명단)엔 없었다”고 밝혀 충격을 준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함께 ‘테러 청정국’으로 꼽히는 곳이다. 국제 관계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GTI)에 따르면 한국과 뉴질랜드의 테러 영향력은 0.286점(10점 만점)으로 ‘매우 낮음’ 수준이다. 전체 163개국 중 공동 114위다. 이번 뉴질랜드 총격 테러는 테러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한국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자생적 테러’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발달한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테러리즘의 가능성도 떠오른다. 서울신문은 18일 한국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테러리즘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재난 테러리즘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테러리즘은 인간이 ‘계획한’ 재난이다. 일반적인 자연·사회 재난과는 결이 다르다. 특수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세계 각국에서 3만 427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11만 110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인명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 2017년엔 1978건의 테러가 발생해 8299명이 사망했다. 테러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4096건)과 2015년(1만 7329명)이다. 초창기 테러리즘은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테러의 대상과 목표가 명확했다. 살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지 않았다. 정치적 요구 사항만 쟁취하면 테러는 성공한 것이었다. 정치학적인 의미로 테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다. 프랑스혁명(1789~1794)을 분석한 버크는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등 당시 나타났던 여러 유형의 폭력을 테러리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테러리즘은 관점에 따라 정치적 대의를 위한다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테러의 개념이 정치적 폭력에서 무차별적 학살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9·11테러’다. 201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에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납치된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을 비롯해 인명 피해만 3500명이 넘는다. 사상자 수도 엄청났지만 무엇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 조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 충격을 줬다. 테러의 대상이 일부 정치 세력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인들은 경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1년 1373호 결의에서 테러리즘을 ‘민간인을 상대로 사망·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행위로 특정 집단에 공포를 야기해 대중이나 정부, 국제조직에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의도를 가진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제 테러 조직 소탕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9·11테러의 원흉으로 지목된 빈라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1년 사살됐다. 빈라덴은 죽었지만 아직도 세계 각국에선 테러리즘이 끊이지 않고 있다.첨단기술 활용 ●4차 산업혁명, 테러리즘 위협 커져 기술의 발달로 테러리즘도 진화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이버테러는 첩보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항공·철도·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고 순식간에 국가 기능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전자기파(EMP)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거나 용량이 큰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전송해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온라인 폭탄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수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방송사와 농협 등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던 ‘3·20 사이버테러’가 있다. 방송사 직원들은 회사 내부망 접속이 차단됐고, 은행들은 창구를 비롯한 모든 거래가 중단됐던 초유의 사태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내부에서 사용 중인 인터넷 주소(IP)가 백신 소프트웨어 배포 관리 서버에 접속해 악성 파일을 뿌린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해커들만 쓰는 악성 코드의 흔적을 미뤄 봤을 때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초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전에 없던 테러리즘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연결은 더욱 촘촘해졌다. 새로운 방식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낙관론자들은 내다본다. 하지만 이런 초연결사회의 허점을 노린 새로운 형태의 테러리즘이 파고들 여지도 크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됐기 때문에 간단한 공격만으로도 연쇄 작용이 일어나 사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 조직이 사이버공간을 조직 선전과 확대의 수단으로 삼는 것 역시 초연결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2016년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은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해 언젠가는 인류를 지배할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류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테러 조직이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경고한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뇌파를 분석해 인간의 뇌를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숫자를 본 사람들의 뇌 반응을 분석해 은행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 실험도 있다. 음파를 분석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위조해 보이스피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는 미래 로봇산업의 명암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로봇 슈트를 장착한 주인공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정의의 사도로 악당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상대하는 악당들 역시 첨단 기술을 동원한 로봇 슈트를 장착해 시민들을 위협한다. 앞으로 로봇을 활용한 테러리즘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일부 정부와 군수업체들은 로봇병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최첨단 무인 로봇 공격기인 ‘리퍼’와 ‘프레데터’ 등을 배치했다. 로봇 전문가인 노엘 샤키 영국 셰필드대 명예교수는 “로봇 제작 비용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무인 로봇병기를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적 테러 ●한국 사회 고용 참사와 저성장의 늪 한국은 비교적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얀마 아웅산 테러(1983), 칼(KAL)기 폭파 사건(1987), 이라크 김선일씨 피살 사건(2004), 샘물교회 탈레반 피랍 사건(2007)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국내에선 2008년 7월 탈레반 연계 세력의 불법 활동이 적발됐고, 지하드(성전)를 선동하는 이슬람인이 포착되기도 했다. 2009년 8월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거점 지역인 ‘칸다하르’로 마약 원료 물질을 밀수출하던 일당이 국내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는 세계 동맹국’이라면서 자신들이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정한 60개국 중엔 한국도 포함됐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월 ‘IS·알카에다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내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의 우즈베키스탄인 다수가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가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엔 “한국에 있는 일부 우즈베크 이주 노동자들이 급진화됐으며 시리아 아랍공화국으로 향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쓰였다. 이 외에도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터졌던 연평도 포격 사건(2010) 등 무력 도발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제정됐다. 숱한 진통을 겪었다. 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이 모호해 시민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러 위험 인물 관련 정보 수집 행위가 자칫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테러방지법의 주요 내용은 대테러 활동을 총괄·조정할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테러 예방·대응을 위해 관계 부처가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었다. 테러로 발생한 사망·부상자에 대한 위로금, 재산 피해 복구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은 최근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용 악화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인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된 테러단체가 아니라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다. 외로운 늑대는 테러의 방법 등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예방도 어렵다. 최근 증가하는 외국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피해 의식 역시 자생적 테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다양한 형태의 불만 세력과 사회 반체제 세력들이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테러로 강력하게 표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경찰의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민간 경비업체와의 협력도 늘려야 한다”면서 “평소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민방위훈련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희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굴인식 기술로 용의자를 추적·검거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공보 활동으로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을 차단해 혼란과 공포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테러 피해자들이 무사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뉴질랜드 총기 참극에 묵념조차 올리지 않은 EPL, EFL, FA 향해 “위선적”

    뉴질랜드 총기 참극에 묵념조차 올리지 않은 EPL, EFL, FA 향해 “위선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풋볼리그(EFL), 그리거 축구협회(FA)까지 뉴질랜드 총기 난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데 동참하지 않아 이중 잣대를 지녔다는 입길에 올랐다. 130여명이 숨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때는 검정색 완장을 차고 프랑스 국가를 연주하는 등 애도의 묵념을 가졌는데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두 모스크에서 벌어져 50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총기 난사 참극 이후 주말 경기에 앞서 묵념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왓퍼드, 스완지시티, 울버햄프턴, 밀월이 FA컵 8강전을 홈에서 치렀는데 FA는 BBC 스포츠에 “묵념을 올릴지 안할지는 클럽의 결정에 따른다. 우리는 만약 묵념을 올리겠다는 구단이 있으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풀럼은 17일 리버풀을 불러들인 리버풀과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1분 동안 환호했는데 지난달 세상을 떠난 풀럼 직원을 추모하는 뜻에서였다. FA 인종평등 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변호사 유뉴스 루낫은 위선적이며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루낫은 BBC 스포츠 인터뷰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일이 벌어졌건, (인명 피해) 규모가 작냐 크냐에 관계 없이 축구는 늘 커밍아웃을 해왔고 묵념을 올려왔다. 1분 동안 묵념이라도 올리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이런 종류의 일을 결정할 고위 임원들이 어떤 롤모델이 될 것이냐를 잘못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무슬림 숫자가 적어서 그렇다. 우리가 무슬림들을 대변한다는 걸 보여주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완벽한 기회였는데 놓쳤다. 풀럼은 추모를 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던 일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PL 사무국은 BBC 스포츠의 코멘트 요청에 대해 지난 15일 참사 직후 트위터에 올린 대로 “이 끔찍한 사건에 영향받은 모든 이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EFL 사무국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다음주 화요일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친선경기를 벌였는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2016년 7월 프랑스 니스의 바스티유 기념일에 모여든 군중을 향해 탱크로리가 돌진해 86명이 죽고 300명 이상이 다쳤을 때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앞 아치는 프랑스 삼색기를 표현하고 프랑스 국민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기도 했다.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선수들은 지난 2015년 1월 이슬람 무장 괴한이 프랑스의 풍자만화 잡지 찰리 헤브도와 여자 경찰관, 유대인 시장을 공격해 사람들이 희생됐을 때도 묵념을 올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페북·트위터 염탐해 복지 부정수급 적발 추진

    트럼프, 페북·트위터 염탐해 복지 부정수급 적발 추진

    ‘당신이 연방 장해급여 수급자라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시물을 조심해야 한다. 엉클 샘(미국을 의인화한 인물)이 당신의 게시물을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개인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장해급여 부정수급자를 가려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회보장 정책 일환인 장해급여는 공무원이나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중증요양상태가 되어 퇴직한 경우 지급하는 급여(보상금 또는 연금)를 말한다. 미 사회보장국(SSA)이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장해진단 시 부정수급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청구인의 소셜미디어 사용 범위를 확대할 지 여부를 연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NYT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SSA가 내놓은 안이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구체화하기 위해 적극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척추골절을 주장한 청구인이 페이스북에 골프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면 장해급여를 지급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가하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미 세인트루이스주에서 사회보장 장해청구를 담당해온 변호사 로버트 크로는 “새로운 의뢰인들에게 그들의 장해급여 수급에 지장을 줄만한 어떤 게시물도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말도록 경고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랜크포드 상원의원과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등은 해당 안이 장해급여 부정수급을 손쉽게 적발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며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려섞인 목소리도 만만찮다. 장애인시민협의회 회장인 리사 에크먼 변호사는 “사진이 올라왔다고 해서 청구인이 반드시 사진을 올린 시점에 골프를 치거나 낚시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증거로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것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장해급여 수급자 수는 1000만명으로 지급 총액은 한 달에 119억 달러(약 13조 50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5년 5월 트위터를 통해 “나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사회보장 혜택을 줄이지 않는 최초의, 유일한 공화당원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난 2년간 장해보험 프로그램을 축소해왔다고 NYT는 꼬집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후쿠시마 참사 8년과 원전 안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후쿠시마 참사 8년과 원전 안전/박록삼 논설위원

    숨지거나 종적을 감춘 이는 2만명을 웃돌았다. 직접적인 재산 피해만 81조원이 넘었다. 간접 피해 및 복구 비용은 수백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앞으로 몇 배가 될지 가늠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향 바깥으로 떠도는 이들만 5만명이 넘는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참상이다. 일본 역사상 전례 없던 규모 9.0의 지진은 평온했던 한 세상을 완벽히 붕괴시켰다. 거대 지진과 15m 높이의 해일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현 바닷가를 덮쳤고, 제1원전 4기를 모두 무너뜨렸으며, 거기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태평양을 넘실거리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과 공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후쿠시마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30~40년 뒤를 목표로 폐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지금 이 시간도 방사능은 계속 유출되고 있다.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가 112만톤에 달한 상황에서 원전 주변 물탱크 또한 포화 상태다. 지난해부터 일본은 원자력규제위 위원장이 방사능 오염수의 해상 방출 정당성을 공공연히 말하는 등 분위기를 슬슬 떠보고 있다. 일본 측은 이미 오염수 일부가 외부 바다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8년이 지나며 약간 무뎌지긴 했지만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여전한 우리로서는 기함할 만한 일이다.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 대체가 절실한 에너지 전환의 시대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 또한 뜨겁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용 및 효율성 문제, 국내 원전 기술의 해외 유출, 근본적인 국내 전력난 해소 문제 등이 그 쟁점이다. 여기에 최근 극심한 미세먼지 사태까지 겹치면서 논쟁은 더욱 격화됐다. 탈원전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6호기가 영구 정지하는 2083년에야 ‘원전 제로’가 된다. 논쟁의 결론을 떠나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교훈의 핵심은 최소 60년 이상의 원전 안전이다. 후쿠시마 대참사 직후 일본 민주당 정권은 ‘원전 제로’ 정책을 표방했지만, 아베 자민당 정권은 2013년 ‘신규제 기준’을 만들어 15기의 원자로 재가동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재와 같은 20~22%로 유지하기로 했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의 표본이다. 하물며 소를 잃은 뒤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이야 말해 무엇하겠나. 옆집 사정을 뻔히 보면서도 소를 잃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은 또 어떠할까. 우리네 외양간을 돌아보게 되는 동일본 대지진 8주년 아침이다. youngtan@seoul.co.kr
  • ‘文대통령 복심’ 양정철이 맡을 민주연구원장의 진짜 역할은

    ‘文대통령 복심’ 양정철이 맡을 민주연구원장의 진짜 역할은

    양 前비서관 2년 유랑생활 끝내고 4월말 귀국, 5월 당 복귀文대통령과 면담,총선 위한 인재영입도…‘실세 파워’ 존재감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55)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직을 맡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10일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민주연구원장 임기는 5월 중순 시작된다. 그가 맡으면 양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이후 2년만에 유랑 생활을 끝내는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이 이해찬 대표로부터 지난 1월 중순쯤 원장직을 권유받았으나, 고사를 거듭하다 범여권 여러 인사들의 설득 끝에 결국 50여일 만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전 비서관이 당청 인사들의 한결같은 요청을 고려, 원장직을 맡기로 결심을 굳히고 이 대표를 따로 만나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도 면담하고 귀국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연구원장직 문제를 의논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최근 개인적인 대화에서 단순히 민주연구원장을 맡을지 말지를 넘어, 본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당의 전략적 사고와 큰 그림을 그리고, 양 전 비서관이 개인적인 정치적 꿈도 실현하면서 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연구원의 업무는 주로 정책연구,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당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실질적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맡을 경우 전략기획, 인재영입 등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역할까지 폭넓게 맡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구원장 본연의 업무도 있겠지만, 내년 선거에서 이기는 데 있어 당에 도움 되는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략기획, 인재영입, 메시지, 홍보 등 거의 전 분야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며 “당정청 관계를 강화하고 소통을 늘리는 등 다양한 정무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양 전 비서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세 파워’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승리 후 “대통령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법”이라며 한국을 떠났다. 게이오대 방문교수로 일본에 체류하던 양 전 비서관은 지난달 말 귀국해 2주간 국내에 머무르면서 당청 핵심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원장직 수행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 정리를 위해 일본으로 다시 건너간 양 전 비서관은 게이오대 방문교수 임기를 마치는 4월 말쯤 유랑생활을 끝내고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IS 박멸 난항…“허 찌르는 반격 노린다” 불안감

    IS 박멸 난항…“허 찌르는 반격 노린다” 불안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완전 소탕이 쉽지 않을 것이며, IS가 새로운 형태의 역습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방대한 영토를 차지했던 IS는 이제 모든 거점을 잃고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바구즈에서 최후의 항전 중이다. 그러나 조셉 보텔 미국 중부사령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출석해 IS 전투원들이 전술적 후퇴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보텔 사령관은 이날 “수천명의 IS 전투원과 그 가족이 최후 거점에서 탈출하고 있다. 이것은 항복이 아니라 조직을 재편하려고 후퇴하는 것”이라면서 “IS가 시리아민주군(SDF)과 국제연합군의 공격을 받아왔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조직으로서의 IS의 항복이 아니라 계산된 결정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텔 사령관은 또 “현재 SDF가 억류하거나 보호 중인 수천명의 IS 전투원과 그 가족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지 국제사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또 다른 폭력적 극단주의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SDF가 공세를 늦춘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IS 전투원, 민간인 등 3500명이 SDF에 투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IS 지휘관 수십명이 터키 국경지역, 이라크 안바르주 등지로 도주했으며, 시리아인 조직원 및 추종자 다수가 사막으로 도주하거나 지역 사회로 잠입했다는 첩보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7일 “칼리프(이슬람왕국)가 무너졌기 때문에 IS는 새로운 반란을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전문가를 인용해 “데이르에조르 일대는 무장 게릴라들에 유리한 곳이다. 세포화된 전투원이 초토화된 마을, 광활한 사막 등 군경이 추적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이라크 정치 상황도 불안 요소다. 표면적으로 이라크 중앙정부는 IS가 장악했던 지역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내부적 부정부패,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여전하다. 즉 일부 이라크인으로 하여금 IS를 지지하게 만든 시민과 국가권력간 불신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미 워싱턴DC 싱크탱크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하산 하산 연구원 역시 “주요 취약성 중 하나는 신뢰”라고 지적했다. 하산 연구원에 따르면 IS와 연계된 아랍 전투원 일부가 미군이 후원하는 군대에 잠입했다. 이들 IS 출신 전투원이 IS 토벌 작전 내용을 유출한 정황도 있다. WP는 SDF 전투원,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IS 전투원 수백명이 최근 몇주간 바구즈에서 탈출했다. 이라크, 시리아 정부군 점령지에 가는 대가로 많은 돈을 냈다”고 설명했다. 최근 SDF가 IS에 가담했던 시리아인 283명을 석방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일었다. 당시 SDF는 “협력, 형제애와 관용의 표시”라고 주장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시리아 관리는 “이번 거래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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