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론개혁’ 이렇게 끝나나
‘언론개혁’ 논쟁도 용두사미로 막을 내린 것 같다.최근언론개혁 관련 기사는 언론사간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었다.이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다.무려 10개월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공방전이었지만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냐,조세정의냐와 같은 거창하나 실속 없는 쟁점에 초점이 모아지고,국민들도 언론사의수장이 이번에는 과연 다칠 것인가와 같은 사건의 선정성에더 관심을 쏟아 왔기 때문이다.
정부나 사직 당국이 이 문제를 더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또 이때까지 해온 그런 소모적인논쟁을 더 계속하라고 촉구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이번 사건이 진정 ‘언론개혁 논쟁’이었다면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론은 매우 복잡한 사회적 공기능이다.조세법에 의한 엄격한 세무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 하나로 언론은 개혁되지 않는다.또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볼 때,완전한 언론자유가 주어진다 하여 그것만으로 언론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언론개혁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언론개혁은 언론의 질적향상,즉 ‘업그레이드’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사실 제도적 측면을 말한다면 우리 언론은 미국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크게 바꿀 게 없다.그런데도 언론이 ‘개혁’의 대상이 된다면,언론인의 자질과 그것을 결정하는우리의 사회·경제·문화적 여건이 문제다.미국 커뮤니케이션학계의 거목 윌버 슈람의 지적대로 언론의 질을 결정하는주체는 크게 정부,언론 종사자,국민 등 삼자다.과거와는 달리 오늘의 언론과정에서는 정부보다 언론인과 국민의 자질이 더 압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인의 자질은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 두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우리의 경우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다.
언론의 질적 변화와 관련,개혁과 같은 거창한 말을 쓰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언론의 소비자인 국민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는 독자·청취자·시청자의 취향이 언론 내용을 저속하게 만드는 현상 하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탱고를 혼자 출 수 없듯’ 언론인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다면 그것은 국민과 함께 그렇게 된다.
언론개혁은 우리 언론을 지금처럼 만든 요인들을 분석적으로 잘 살핀 뒤 언론에 관련된 여러 분야와 계층의 개인들이올바른 방향을 실천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뿐이다.그간 논쟁에 할애된 신문지면과 방송시간,토론에 나온전문가들의 숫자,여기에 보낸 국민의 시간 또한 얼마인가.모처럼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언론개혁 논의가 이렇게 끝난다면 돈이 아깝지 않은가.
개혁의 논쟁이 요란할 필요는 없다.먼저 연구조사부터 해야 한다.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겉에 나타난 언론의 취약점들을 나열하는 기술적 연구는 많아도 그 원인들을 중요도별로분석한 설명적 연구가 매우 드물다.우리나라에는 어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게 대학 언론학과와 언론학자가 많다.학자들은 레토릭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칼럼 기고나 토론 참여가아니라,학자가 아니면 잘 할 수 없는 실증적 연구를 실시,건전한 언론개혁 논쟁의 기초로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삼오 韓·濠지역문제 연구소장 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