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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대한통운 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검거 택배기사 수법은?

    CJ대한통운 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검거 택배기사 수법은?

    CJ대한통운 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검거 택배기사 수법은? 카드회사와 이동통신사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 용인 모 심부름센터 업주 A(32)씨 등 센터 관계자 2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CJ대한통운 택배기사 B씨(49) 등 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CJ대한통운 택배 배송정보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382차례에 걸쳐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팔아 7138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손님들로부터 개인정보 조회 의뢰를 받으면 260만원을 주고 B씨에게서 받은 배송 정보조회 프로그램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 CJ대한통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택배 배송정보조회 프로그램에는 이 회사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이 담겼다”며 “조회 시점으로부터 3개월 전까지만 정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출된 개인정보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CJ대한통운의 개인정보 담당자를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관리 소홀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고객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택배프로그램으로 택배를 접수한 고객이나 받는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개별 한 건씩만 검색할 수 있고 다운로드 기능이 없어 개인정보 대량유출 가능성은 없다”라며 “이번 건도 외부 해킹과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택배프로그램이 설치된 현장 전반의 보안상황을 특별 점검했으며 개인정보보호 관련 택배직원 교육에 더욱 힘써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장 막는 독버섯 근절… 입찰비리 기관 해당업무 2년간 박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장 막는 독버섯 근절… 입찰비리 기관 해당업무 2년간 박탈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은 그간 줄곧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다. 표현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바뀌었지만 경제성장을 막는 독버섯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공공기관 개혁,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 체계의 보완 등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서는 보완할 제도를 마련했다. 공공기관 퇴직자가 인맥을 바탕으로 입찰 비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뇌물 제공자뿐 아니라 뇌물 수수자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또 공공기관 퇴직 임직원이 협력업체 임원이 될 경우 2년간 수의계약이 금지된다. ‘입찰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입찰 비리 발생 기관의 경우 해당 업무를 2년간 조달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해야 한다. 또 하청업체에 대해 불공정 거래가 적발된 공기업은 명단이 공개된다. 공공기관의 정보는 지난해 전체의 15.2%가 공개됐지만 2016년까지 60%로 확대된다. 부채 관리 대상 12개 공기업의 경우 상반기에 공사채 발행 규모를 확정한다. 공사채 발행 총량을 사전통제해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재정사업 중 유사·중복사업은 5월까지 정비 방안을 만들어 2015년 예산안에 반영한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책은 14개 부처에 200개에 이르고, 문화 지원 정책은 1000개가 넘는다. 그간 사각지대가 노출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고용보험의 경우 현재 취업자 2451만명 중 가입자가 45.1%(대상자 6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특수형태 업무 종사자의 가입 직종(현재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콘크리트믹서트럭운전자, 퀵서비스 기사 등 6개 직종)을 확대하고, 예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 자영업자는 사업자 등록 후 6개월 이내에 고용보험을 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2015년부터 1년 안에만 가입하면 된다. 보험료를 밀리면 고용보험이 자동 소멸되는 기준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된다. 일용근로자는 월 근로 일수가 10일 미만일 때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지만 2015년부터 실업을 당하면 근무 일수의 제한 없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실업급여는 일을 할수록 더 받는 구조를 만든다. 현재 구직급여는 월 112만 500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주 40시간 근무 시 월 108만 9000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또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는 실업급여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건강검진비용 전액 지원

    CJ대한통운이 업계 최초로 택배기사의 건강검진 비용 전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택배기사의 직계가족에게 상조물품을 지원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CJ대한통운은 이런 내용의 택배 부문 종사자 복리후생제도를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1만 2000여명의 택배기사는 2년마다 복부 초음파, 암·간 기능 검사 등 60여개 항목의 정밀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대상자를 위해 건강검진팀이 직접 택배터미널로 찾아가 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배기사 본인과 배우자, 부모가 상을 당했을 때는 상조물품이 지원된다. 기존에 본인 부모와 배우자로 한정됐던 경조금 지급 범위도 배우자 부모로 확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시 여성 안심택배함 50곳 늘려

    서울시는 올해 여성 안심택배함 설치를 50곳 늘린다고 12일 밝혔다. 여성 안심택배는 택배기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거주지 부근에 놓인 무인 택배보관함을 통해 물품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도입됐다. 당초 50곳에서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이용 실적이 지난달 기준 10만 8343건을 기록했다. 시는 25개 자치구로부터 추천받은 장소를 점검해 택배함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택배 설치와 운영 신규업체 모집은 이달 말 공고한다. 여성 안심택배는 택배 도착 후 48시간 이내 받으면 사용료가 면제된다. 이후엔 24시간마다 1000원씩 내야 한다. 서비스에 대한 설명과 물품 수령지 주소는 시 여성가족분야 홈페이지(woman.seoul.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회사 강요로 산재제외 신청, 구제해야”

    회사 측의 강요에 의해 개인사업자로 전환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 대상에서 제외됐던 택배기사 강모(49)씨가 법원 판결로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통상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안경원에 콘택트렌즈를 배달하는 일을 하던 강씨는 지난해 5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중 화물차에 치여 손과 늑골 등에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이 사고로 한동안 일을 할 수 없게 된 강씨는 같은 해 7월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 요양승인과 휴업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강씨는 2012년 7월부터 산업재해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회사 측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개인사업자 전환을 요구해 부득이하게 산재보험의 적용 제외를 신청했던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윤진규 판사는 강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공단 측은 강씨가 S통상의 종속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S통상이 배송기사들에게 특별한 취업규칙과 복무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배달업무에 사용하는 오토바이가 강씨 본인의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단 측은 또 강씨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명목으로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했으며 직장건강보험이 아닌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하지만 윤 판사는 “공단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S통상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각종 규정들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거나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이러한 사정들이 2007년부터 5년간 일정한 조건으로 근무한 강씨가 근로자임을 뒤집을 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S통상이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덧붙였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물류배송, 택배 등의 업종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개인사업자나 특수형태근로자로 전환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용 절감과 규제회피만 생각하는 사용자들에게 이번 판결이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원인재로가 뭐예요?” 어려운 도로명·홍보 부족… 배송 착오 일쑤

    “원인재로가 뭐예요?” 어려운 도로명·홍보 부족… 배송 착오 일쑤

    임모(55·여·인천시 연수구 동춘2동)씨는 아파트 1층 안내판에 걸려 있는 도로명주소를 보고 의아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거기에는 ‘연수구 원인재로 ○○’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뒤에 동호수를 쓰면 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도로명주소에 동(同)명과 아파트명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원인재로’라는 말도 낯설었다. 알아보니 원인재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인천이씨 시조 이허겸의 사당(인천시문화재자료 5호)이었다. 이허겸은 세 딸을 고려 문종과 혼인시켜 조정을 어지럽힌 이자연(1003~1061)의 조부다. 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성을 살린다며 도로명을 함박뫼로, 먼우금로, 매소홀로, 미추홀로 등으로 지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일쑤다. 주부 박모(34·서울 강북구 미아동)씨는 최근 다른 집으로 갔어야 할 물건을 받았다. 택배기사가 도로명주소를 착각해 잘못 배송한 것이다. 대학생 김모(22)군은 “인터넷 쇼핑몰에 물건을 주문할 때 지번주소로만 주소를 입력할 수 있는 곳이 30∼40%”라며 “내비게이션도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도로명주소로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 부족과 주민 무관심도 도로명 주소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인천 남동구가 최근 주민 700여명에게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주소 제도에 따른 집 주소를 물은 결과 ‘알고 있다’는 답변은 32.4%에 그쳤다. 지난 6월 안전행정부 조사 결과(34.6%)와 비슷하다. 실제 도로명주소 사용률은 더 떨어진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체국을 거친 전국 우편(소포 제외) 4억 3000만통 가운데 16.2%인 7000만통만 도로명주소로 표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4%에 비해 다소 증가했지만 전면 사용을 한달 남긴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도로명주소는 2011년 7월 고시 이후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해 왔다. 도로명주소 알리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인천시는 “도로명주소 실질적 인지도를 높이고 활용 확산을 위해 올 연말까지 릴레이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로명주소 확대에 첨병이 될 택배업체를 돌며 홍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대구 달서구는 지역 주류업체와 협의해 소주병 200만개에 홍보물을 부착했다. 구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술자리의 소주병에 홍보문구가 붙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홍보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구는 도로명 표지판을 전국 최초로 인도에 설치했고, 대형 공사장 가림막에도 홍보물을 설치했다. 100년 만에 주소체계가 바뀌면서 기존 지번주소에 익숙한 우편물과 택배, 세탁, 음식 등 주소와 밀접한 각종 배달업 종사자들도 도로명주소 적응에 최소 몇 개월에서 몇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의 택배기사 이모(35)씨는 “담당구역 전체의 도로명주소가 ‘남부순환로’여서 주소만 보고는 어디쯤인지 딱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지번주소를 다시 확인한 뒤 배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에 로(路)와 길이 겹쳐 표기돼 헷갈리는 사례도 적잖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경우 도로체계가 단순한데도 ‘연평로 ○○번가길’이라는 식으로 표기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일부 지역은 ‘해운대해변로 209번가길’이라는 긴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읽기조차 어렵다. 도로명주소에 동(同)·리(里)와 아파트명을 원칙적으로 쓰지 않은 것도 혼돈을 부추긴다. 우편배달부 이모(50)씨는 “도로명주소 우편에는 구·읍·면 명칭까지만 표기됐을 뿐 동·리가 빠지는 통에 위치 파악이 어려워 배송 전 지번주소를 따로 표기한 뒤 배송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충북 제천시 금성면 중전리의 경우 금성면 신담길·중포길로, 월림리는 월림로길·양월로길·산곡로길로 표기된다. 금성면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공무원조차 헷갈리지만 시골 길은 단순해 조금만 지나면 도로명주소가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아도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면서 “제도 정착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정사업본부 새주소사업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도로명주소가 표기된 우편물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 위주로 도로명주소 사용을 늘릴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 중 이용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모명주소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행정체계와 법정동 지번은 변하지 않는다. 지번은 토지를 표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므로 부동산 관계문서 등의 부동산표시(표제부)는 여전히 지번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 간에 부동산 관련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부동산표시에는 종전대로 토지 지번을 사용하고 당사자 표시에는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행정기관 민원 담당직원, 공인중개사 등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집중 교육시키고, 통신·카드·쇼핑몰 등 주소 다량 보유 기관에 주소 전환을 독려해 전면 시행 초기에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자신 집의 도로명주소를 알고 싶으면 도로명주소 안내 홈페이지(www.juso.go.kr)를 검색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주소찾아’ 애플리케이션, 전화 110(정부민원콜센터), 120(다산콜센터)을 이용해도 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민간 사용률 23% 불과… 도로명주소 알리기 주력”

    “민간 사용률 23% 불과… 도로명주소 알리기 주력”

    “지번주소를 사용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일부 현(縣) 밖에 없습니다.” 민영경(53) 인천시 새주소관리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시민들의 관심 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났다.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공공부문에선 89%이지만 민간에선 23.2%에 그쳐서다. 그는 “도로명주소는 폭과 길이에 따라 대로(大路), 로(路), 길 등으로 구분해 이름을 붙인 뒤 서에서 동쪽, 남에서 북쪽의 도로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왼쪽 건물은 홀수, 오른쪽 건물은 짝수로 번호를 차례로 붙여 불규칙하게 부여된 지번주소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명주소 전면시행 땐 전입·출생·혼인신고 등 모든 민원서류에 도로명주소를 적어야 하는 등 불편도 따르겠지만 관심만 보이면 금방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행부가 지난 9월부터 개인이 인터넷 주소변경 서비스(www.ktmoving.com)에 접속한 뒤 가입한 통신,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에 기재된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실시한 점도 순조로운 출발에 도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파트와 달리 상세주소가 문제인 다가구주택, 원룸 등도 동·층·호를 상세주소로 인정받아 도로명주소에 표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건물 소유자, 임차인이 관할 시·군·구 민원지적과로 신청하면 된다. 그는 도로명주소 전도사 역할을 해야 할 택배기사, 우편 배달부 등이 오히려 불편을 호소하는 데 대해 “지번주소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 막상 쉽게 버리지 못할 테지만 시민들부터 도로명주소를 쓰기 시작하면 더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협조도 당부했다. “인천시와 10개 구·군은 1만 5000여개의 도로 명판을 설치하고 택배회사, 소방서, 음식점 등은 물론 각 가정까지 도로명주소 안내문을 보냈어요. 여기에다 주민등록증 스티커 및 안내책자 배부, 길거리 홍보, 행사 등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로명주소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 D-100] 공공분야 사실상 도로명체계 완료… 택배 등 민간분야 혼선 클 듯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 D-100] 공공분야 사실상 도로명체계 완료… 택배 등 민간분야 혼선 클 듯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땅의 번호’인 지번이 아닌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구성된 도로명주소만이 법적으로 유일한 주소로 인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애버뉴’(Avenue)나 ‘스트리트’(Street) 번호로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전면 시행을 앞둔 정부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민간의 반응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기존 주소 체계의 전면 개편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주소도 바뀌고 우편번호도 바뀐다고 하니 택배기사들이 가장 혼란스럽죠.” 8년째 택배기사로 일한 최민수(가명·34)씨에게는 지번주소가 익숙하다. 택배 상자에 붙어 있는 운송장에도 그동안 지번주소가 적혀 있었고 들고 다니는 지도에도 지번주소가 표시돼 있었기에 도로명주소는 여전히 어색할 따름이다. 이러한 사정이 최씨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배달 물건이 쏟아지는 추석을 앞두고 취재진이 서울의 한 물류 택배터미널을 찾아 확인해 보니 수많은 택배 상자 중에서 운송장에 도로명주소가 적힌 것은 전혀 없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구와 동을 중심으로 배달 범위가 분장된 택배기사들에게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혼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2개 이상의 구나 동이 걸쳐 있는 대로변의 경우 배달처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에서 강동구까지 걸친 서초대로에서 우편 배달 구역을 어떻게 분장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뾰족한 답이 없다. 최씨는 도로명주소로 주소 체계가 변경됐을 때 택배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아마도 ‘택배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택배기사들이 담당하는 동네의 지번주소를 외우는 데만도 2~3년이 걸린다. 하루 200여개의 택배 물품을 각 가구에 전달해야 하는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신속한 배달이 필수인데 새 주소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다. 심지어 도로명주소 전환에 이어 6자리인 기존 우편번호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기초구역번호 체계를 적용하면서 5자리로 바뀐다. 미국의 집(ZIP) 코드와 같은 개념인 기초구역번호는 지형과 인구, 생활권, 도시계획 등에 따라 나눠 전국을 3만 4140개 단위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우정사업본부가 8억 6000만원의 국가기초구역사업 예산을 확보하면 이 같은 전환이 본격화된다. 안전행정부와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편번호 전환 시기는 2015년 7월 전후다.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집배원 1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새 체계를 교육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쉽지 않다. 도로명주소에 적응하면 또다시 기초구역번호를 익혀야 해 일선 택배 대리점 등은 걱정이 앞선다. 물류·유통업계는 최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의 전환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 전환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기초구역제도까지 동시에 시행되면 혼란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도로명주소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이미 2011년 전면 시행을 예고했다가 혼선이 우려된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2년 뒤로 한 차례 연기했기 때문에 더는 미룰 수도 없다. ‘정책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공공 분야는 사실상 100% 도로명주소로 전환이 완료된 상태다. 주민등록이나 사업자등록, 건축물 대장 등 공적장부 1095종 가운데 1093종의 전환을 완료했다. 법인·부동산 등기부는 9월 말 전환을 마무리한다. 현재 정부 부처 업무에서 쓰는 서류나 각종 민원 서류, 지방세 고지서 등은 이미 도로명주소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공 분야 전체에서는 보유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전환해 활용하는 사례가 85.1% 수준이다. 안행부가 지난 6월 정부 기관과 공사, 공단 등 957개 기관을 전부 조사했을 때 나온 수치다. 민간의 활용은 여전히 미비하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최근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3년간 우편물 도로명주소 사용률 현황’에 따르면 올 7월 말까지 약 4억 7262만건의 우편물 가운데 도로명주소를 썼거나 지번주소와 같이 쓴 우편물은 7652만여건(16.1%)이었다. 기존 주소 체계인 지번주소를 빼고 순수하게 도로명주소만 적은 우편물은 4077만건뿐이었다. 도로명주소로 전환했을 때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혼선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반 국민들은 지번주소를 일일이 찾고 외우기보다는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길을 찾을 때 주변 건물이나 사거리 등 도로를 기준으로 하지 지번을 활용하지는 않는다”면서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초기에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5시간 뛰고, 점심 굶고 ‘배송 전쟁’… “거래처 돌며 영업도 해요”

    5시간 뛰고, 점심 굶고 ‘배송 전쟁’… “거래처 돌며 영업도 해요”

    “어쩌다 이 일을 해보기로 했어요? 밥 먹을 시간도 따로 없을 텐데…. 괜찮으려나. 하루 일과를 다 끝내려면 점심 먹을 시간도 없거든요. 각오 단단히 해야 해요. 적어도 5시간 이상은 뛰어다녀야 할 테니까….” 이른 아침부터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던 지난 11일. 한가위를 일주일여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택배기사의 하루를 체험해 보기 위해 최광수(34·가명)씨를 만났다. 오전 7시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최씨와 첫 인사를 나눴다. 전날 밤 9시가 넘도록 일을 했다는 그는 “일이 많이 힘들 것”이라고 대뜸 겁부터 줬다. 오전 7시 10분 물류터미널 도착 오전 7시 10분쯤 최씨의 택배탑차를 타고 금천구에 있는 CJ대한통운 택배 물류터미널에 도착했다. 최씨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에게 박카스 한 병씩을 건넸다. “어제 집에는 잘 들어갔냐”는 최씨의 물음에 한 동료는 “일이 늦게 끝나서 집에 못 갔지.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났어. 아, 왠지 오늘도 못 들어갈 것 같아”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터미널 안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는 각양각색의 택배 상자가 지나갔다. 물건도 다양했다. 사과, 배 등 과일상자, 한우, 참치가 담긴 상자는 물론 이불, 전기밥솥, 모니터, 훌라후프, 심지어 접이식 자전거도 있었다. 택배기사들은 컨베이어 벨트 좌우에 서서 분류 작업을 진행했다. 최씨의 배송 담당 지역은 금천구 독산4동. 그는 8년째 같은 동네에서 택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최씨는 자기가 배달할 물품들을 하나둘씩 골라냈다. 아직은 손이 바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얼마 안 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택배 차량 화물칸이 꽉 찰 정도로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귀띔을 해줬다. 정말 그랬다. 터미널에 도착한 지 10분 만에 택배 상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금천구 각 지역에 배송될 택배물품을 실은 40피트(feet)짜리 컨테이너 트럭이 추가로 한 대씩 들어올 때마다 물량이 자연스레 증가했다. 돕고 싶은 마음에 운송장에 ‘독산동’이라고 적힌 택배 상자 5개를 꺼내 최씨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런데 최씨가 다시 원위치를 시켰다. “운송장에 적혀 있는 주소를 끝까지 봐야 해요. 동(洞)뿐만 아니라 뒤에 적힌 지번까지 봐야 하죠. 보니까 다 제가 가는 곳 지번이 아니었어요.” 머쓱했다. 오전 9시 햄버거로 아침 때우고 오전 9시가 되자 최씨가 갑자기 동료들에게 “모여”라고 외쳤다. “가위, 바위, 보!” 아침밥을 살 사람이 정해졌다. 최씨가 산 아침 메뉴는 백반 도시락이 아닌 커피와 핫도그, 햄버거였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햄버거를 네 입 만에 먹어 치운 그는 “아침밥으로 저녁까지 버텨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 오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비옷까지 준비했어요. 문제 없어요.” 자신 있게 답했다. 칭찬의 한마디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배달하다 보면 더워서 비옷 못 입어요. 비 맞을 각오하고 일해야 돼요.” 비는 점점 거세졌다. 오전 10시 택배 분류·上車작업 오전 10시. 택배 상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컨테이너 트럭 수는 3대에서 6대로 늘었다. 최씨는 컨베이어에서 물건을 내리고, 내린 물건을 바닥에 분류하고, 분류한 물건을 차량 화물칸에 싣고, 실은 물건을 지도를 보면서 동선에 따라 배열하는 일을 반복했다. 허리 펼 시간조차 없었다. 오전 11시가 넘었지만 2시간 전에 산 최씨의 커피는 반도 줄지 않았다. 마침내 오전 11시 40분에 상차(上車·차에 짐을 실음) 작업까지 끝냈다. 그는 “평소 배달하는 택배물품은 보통 200개 남짓인데, 오늘은 280여개를 배달해야 한다”면서 “쉬지 않고 계속 뛰어다녀야 한다. 조금이라도 택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으면 차량이 떠날 수밖에 없다. 내가 세 가구를 뛰어다닐 동안 적어도 한 가구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짐을 모두 실은 뒤 최씨는 약 1시간 동안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일일이 체크하며 각 수령인 휴대전화 연락처에 배송 예정 시간이 표시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주소가 잘못돼 있거나 지번까지만 적혀 있는 경우에는 직접 수령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지수만 써 있고 호수가 없으면 집을 못 찾아가요. 아파트에 비유하자면 아파트 이름만 적고 몇 동, 몇 호인지 적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예요.” 오후 1시 본격적 배송 시작 오후 1시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배송 업무에 돌입했다. 비는 그친 상태. 첫 배송지에 가까워질수록 행여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옆좌석에서 바짝 긴장해 있는 모습을 보고 최씨는 “안심해요. 제가 어디에 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 알려줄게요. 걱정 마세요”라며 다독였다. 그 역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택배 물건을 받고 싶으면 퀵서비스를 시키는 게 맞아요. 수많은 고객에게 물건을 전해야 하는 일반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시간대를 어느 정도 맞출 수는 있어도 특정 시간에 정확하게 가기는 어렵거든요. 저희는 여러 고객을 상대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최씨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었다. 그의 휴대전화는 쉴 줄 모르고 계속 울렸다. 질문을 하다가도 벨소리 때문에 이야기가 중단되는 일이 잦았다. “혹시 지금 집에 계세요?” 최씨가 수령인이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택배 물건이 언제 도착하는지 고객으로부터 연락받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라는 질문을 끝맺기도 전에 얼른 차에서 내려야 했다. 최씨는 “택배 업무를 마친다고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게 아니다”라면서 “늦어도 오후 6시부터는 주요 거래처에서 물건을 받고 터미널에 전달해야 한다. 거래처가 우리를 하염없이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택배 일을 끝내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그의 지시는 빠르고 구체적이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주택 보이죠? 301호 가서 초인종 두 번 누르고, 만일 집에 아무도 없으면 수령인한테 전화하세요.”, “501호 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면 옥상 화분 위에 택배 물건을 두고 내려오세요.”, “이 빌딩 건물 3층 가서 초인종 누르고, 인기척 없으면 근처 보일러실 안에 물건 넣고 내려오세요.” 최씨 말대로 쉴 틈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당겨 오기 시작했다. 최씨가 가리키지도 않은 엉뚱한 건물에 가서 시간을 지체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급해 택배 물건을 놓고 가는 일도 허다했다. “이렇게 계속 실수하면 효율성이 떨어져요.” 최씨의 신경이 약간 날카로워진 듯 보였다. 땀범벅이 된 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메모할 시간도 부족했다. 총 몇 가구를 방문했는지도 기억 나지 않았다. 오후 3시를 넘어서자 ‘저질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멈췄던 비가 다시 퍼붓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배달해야 했다. 반면 최씨는 무거운 물건을 여러 개 어깨에 짊어진 상태로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도 약간은 지쳐 보였지만 기자처럼 헉헉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후 5시 거래처 돌고 하역 작업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시곗바늘은 어느덧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고했어요. 배달 모두 끝났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에 최씨는 곧바로 “이제 거래처 물건 받으러 가야죠”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휴식을 갖기엔 아직 일렀다. 우리는 한약방, 섬유업체, 정육점 등을 다니며 170여개의 택배 상자를 싣고 터미널로 돌아가 하역 작업에 착수했다. 하역 작업까지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30분이었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수령인이 서명한 운송장을 보며 최종 전달된 택배 물건이 몇 개인지 셌다. 집계 결과 276개 중 270개가 배송 완료됐다. 드디어 하루 일과가 끝났다. 오후 7시 30분 배송완료 확인 최씨는 하루하루 택배 물건 수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 일과가 이날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직접 택배일을 해본 터라 그의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도 힘들어요. 힘들지만 제가 일을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어요. 몸이 아파서 뛰지 못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할 거예요.” 그러면서 최씨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5살짜리 딸의 사진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제가 일하면서 밥을 못 먹어도 자식 교육 더 시키고, 제가 좋은 옷을 못 입어도 자식한테 좋은 옷 입혀 주고 싶은 마음에 버티죠.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이렇게 딸의 얼굴을 보면서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너 때문에 버틴다’라고 속으로 되뇌며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KBS1 밤 7시 30분)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3300여만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수의 절반을 넘는다. 스마트폰 대부분이 고가이다 보니 분실이나 파손 등의 피해를 봤을 경우 그 부담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국내 통신업체와 손해보험사는 스마트폰 소비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불만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VJ 특공대(KBS2 밤 10시) 어느 때보다 길었던 50일간의 긴 장마가 드디어 끝이 났다. 이제는 뜨거운 여름을 즐길 차례. 오래 기다린 만큼 이색적인 피서를 원한다면 계곡 따라 트레킹도 하고 물놀이도 할 수 있는 ‘백팩스노클링’은 어떨까. 스노클링 슈트를 입고 등산을 즐기다가 물을 만나면 그대로 입수해 땀을 흘리고 난 뒤 뼛속 깊이 찾아오는 청량감을 전한다. ■나 혼자 산다(MBC 밤 11시 20분) 건망증의 아이콘 김태원이 초기 치매 증상에 대한 불안감에 대학병원을 찾았다. 한편 단골 주유소에 세차를 맡기러 간 홍철. 주유소 사모님과 평소 친분이 있던 터라 수다를 떨며 자연스럽게 사모님이 오픈한 소수 정예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강타를 가장 어색한 회원으로 뽑은 광규는 삼성동을 찾아 강타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다. ■정글의 법칙(SBS 밤 10시) 해피 바이러스이자 홍일점 건강 미녀인 배우 조여정이 병만족에게 수상(水上) 요가를 전수했다. 털털하고 늘 웃는 얼굴의 조여정은 병만족에게 해피 바이러스 전파자다운 면모를 보인다. 조여정은 생존 첫날부터 모기 섬에서의 혹독한 생존 신고식을 치르느라 지쳐 있던 병만족의 건강을 위해 요가를 제안하는데…. ■골든 슬럼버(EBS 11시 15분) 일본 센다이에서 택배기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 아오야기. 어느 날 대학 동창 모리타로부터 낚시를 가자는 연락을 받고 나간다. 그러나 모리타는 낚시는커녕 아오야기에게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다. 그 순간 고향 센다이에서 당선 축하 퍼레이드를 하던 신임 총리 카네다의 주변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모리타가 타고 있던 차 역시 화염에 휩싸인다. ■미스트(OBS 밤 11시 5분)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뒤 기이한 안개가 몰려온다. 데이빗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을 수리하려고 그의 어린 아들 빌리,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편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던 도중 동네 노인이 피를 흘리며 뛰어 들어온다.
  • “대리운전·택배기사도 4대보험 보장해 줘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리운전 기사 등 시간제 일자리에 4대 보험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26일 충남 부여의 농산물 산지 유통 현장을 방문해 “기존 일자리와 충돌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거기에 차별이 없도록 4대 보험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직업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대리운전 기사, 택배 기사처럼 ‘불안한 직종’이 많아서라고 진단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고용 안정성도 낮은 직종을 안정적 일자리로 발전시켜야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 부총리는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과 보험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확대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가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시기를 놓치면 취업을 아예 못한다”며 “이제는 인턴이 일자리의 출발점”이라고 못 박았다. 단 대리운전 기사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은 다음 달 초 발표하는 ‘일자리 로드맵’에는 들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부여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LG유플러스, 타사 가입자도 무료통화 ‘승부수’

    LG유플러스, 타사 가입자도 무료통화 ‘승부수’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합니다. 통신요금 폭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1일 “보조금 경쟁은 이용자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새 요금제를 통해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LG유플러스가 자사 가입자뿐만 아니라 타사 가입자와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신규 요금제를 오는 15일 선보인다. 앞서 SK텔레콤과 KT가 출시한 망내 무제한 요금제와 차별화한 것으로 통신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공개한 요금제는 LTE 망내 34(기본료 3만 4000원)·42·52, LTE 음성 무한자유 69·79·89·99, LTE 얼티미트(Ultimate) 무한자유 124 등 모두 8종류다. 이 가운데 LTE 음성 무한자유 69요금제부터 망내는 물론 망외에서도 음성통화(무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유선전화는 월 100분의 기본통화가 제공된다. LTE 음성 무한자유 89·99부터는 이동전화 외에 유선전화도 무제한 무료이며 LTE 얼티미트 무한자유 124 요금제는 망내와 망외 음성통화, 문자 무제한에 더해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 부회장은 “LTE 음성 무한자유 69의 경우 24개월 약정할인을 감안하면 월 5만 1000원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며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영업사원 등 통화량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요금제 출시로 연 6000억원 이상, 1인당 월 1만 500원의 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통사 가입자 간 음성통화 시 이통사 간 차후 정산되는 상호 접속료에 따른 매출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매출 손실은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만큼 보조금을 덜 쓰고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음성은 무료로 하고 데이터 요금을 받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상호 접속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신규 요금제 출시 등에 힘입어 연간 100만명의 신규 가입자 유치를 예상하고 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분홍빛 바다가 출렁인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토막 난 엉덩이가 바짝 엎드려 있다. 둥근 엉덩이 사이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페니스들이 서 있다. 페니스들은 물살이 지나갈 때마다 일제히 부드럽게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실리콘 가슴이 유두를 꼿꼿하게 세운 채 먹잇감을 찾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듯, 무지개빛깔 콘돔 무리가 빠르게 헤엄쳐 지나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든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눈꺼풀을 투과한 빛이 안구를 따스하게 감싼다. 빛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에 뿌리내리고 있는 뼈마디를 녹인다.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나는 분홍빛 바다를 부유한다. 나는 휠체어 바퀴를 탄력 있게 밀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휠체어를 미는 손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짧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하늘거렸다. 출입문이 열리며 사십대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 위로 분홍빛 조명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껐다. - 천천히 돌아보세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남자의 시선이 뒤쫓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시선이 진열대 쪽으로 튕겨 나갔다. 남자의 눈동자는 진열대에 놓인 성인 잡지와 DVD, 콘돔 상자와 딜도를 빠르게 훑으며 한 칸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줄리’ 앞에서 멈췄다. ‘줄리’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그것은 유명한 포르노 여배우가 자신의 성기를 직접 본떠 만든 것이었다. 남자는 ‘줄리’의 우윳빛 허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토막 난 몸뚱이를 쓰다듬던 남자는 여배우의 그곳을 구석구석 살피며 촉감을 확인했다. 남자의 턱관절이 점점 느슨해지며 입이 벌어졌다.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앉아 있을 때도 남자는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삼 개월 할부로 몸값을 치르고, 남자는 토막 난 연인을 끌어안은 채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비록 신체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자는 매일 밤 포르노 스타와 밀애를 즐기게 될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상품 중 완전한 것은 없었다. 모두 분절된 신체기구뿐이었다. 발기된 페니스를 본뜬 고가의 바이브레이터, 살짝 벌어진 여자의 성기, 둥글고 탐스러운 엉덩이, 가슴 사이에 질이 달린 기형적인 기구까지 온통 토막 난 몸뚱이뿐이었다. 토막 난 몸뚱이들은 나와 제법 어울렸다. 아이처럼 작은 몸에 달린 성숙한 여자의 젖가슴, 근육이 잘 발달된 짧은 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붙어 있는 가늘고 휘어진 다리는 몸통을 중심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으나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법했다. 내 몸뚱이는 버려진 재료를 모아다가 아무렇게나 조립해 만든 결과물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가게 안에 분해된 채로 진열된 내 몸뚱이를 상상해 보곤 했다. 오후 두 시. 노인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나는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노인은 방 안에 쟁반을 밀어 넣은 뒤 내 몸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 의지도 없이 덜렁거렸다. 노인은 나를 방 안에 내려놓은 뒤 문지방에 걸터앉아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 오늘은 유난히 바빴어. 공영주차장 공사가 시작됐거든. 그쪽 인부들이 다 왔지 뭐야. 한동안 바쁘겠어. 노인은 안주인과 함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지은 평범한 상호에, 따로 메뉴도 없이 그날그날 안주인이 만든 국과 반찬을 내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일하는 공업사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의 식당을 찾았다. 젊은 시절, 노인은 이 근방에서 기계 다루는 일을 했다. 안주인은 노인이 일하는 곳 근처에 세를 얻어 식당을 열었다. 공업사와 공구상가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식당은 벌이가 꽤 괜찮았다. 노인은 일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안주인을 거들거나 상가로 배달을 다니곤 했다. 세를 얻어 식당을 차린 노인 부부는 이제 식당이 딸린 3층짜리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 내가 노인의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산 것도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노인은 내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게끔 화장실을 개조해 주었다. 노인이 아니었다면 가게를 시작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었다. 끼니때가 되면 노인은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다. 때로는 나를 안고 식당에 내려가기도 했다. 한창 바쁘게 손님을 치르고 난 안주인까지 함께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때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공업사 사람들은 노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밥알을 씹으며 노인 같은 사람이야말로 선행상을 받아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노인은 쑥스럽게 웃으며 “딸자식 같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곤 했다. -갈치조림이야. 손님상에 내려고 만든 건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걸 내가 몇 토막 졸여 달라고 했지. 방으로 들어온 노인이 쟁반을 덮고 있던 신문지를 걷어냈다. 매콤한 갈치조림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노인은 손으로 갈치 한 토막을 집어 들고 몸통 양 옆에 박혀 있는 가시를 빼냈다. -이렇게 가시를 미리 빼두면 먹기 좋지. 갈비처럼 손에 들고 뜯어 먹기도 좋고. 양념장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노인이 말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갈치 살을 발라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는 꽤 먹음직스러웠다. 발라낸 살을 입안에 넣자마자 연약한 살점이 부서졌다.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자작자작한 국물에 뜨거운 밥을 비벼 입에 넣고,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를 베어 먹었다. 노인은 남은 갈치 토막을 집어 들고 가시를 제거한 뒤 살점을 발라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살점을 씹고, 국물을 삼키는 나를 보며 노인은 기름으로 번들번들해진 손가락을 자꾸만 빨았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는 밥그릇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밥알을 떼어 냈다. 손톱으로 접시에 말라붙어 있는 갈치 비늘을 긁어냈다. 손톱 사이로 은빛 비늘이 반짝였다. 나는 신문지로 빈 그릇을 덮었다. 노인은 쟁반을 방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갈치 기름으로 얼룩진 신문지 귀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이 올 거예요. -그래,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꿰신었다. -저녁 올려다 주마. 노인이 쟁반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방 한쪽에 쌓아 놓은 상자더미 쪽으로 기어갔다. 어제 들어온 상품 몇 개를 새로 진열해 놓을 생각이었다. 상자더미 옆에는 계단식으로 만든 나무받침대가 있었다. 노인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나는 받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였다. 몸집이 큰 그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을 때 그와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마치 바다 속 포유류 같았다. 그가 맞은편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리고 공업사 2층에 딸린, 내 방에서 마주 보이는 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받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업을 마친 그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툭툭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맨 위에 올려져 있던 상자에서 ‘투 러버스’를 꺼냈다. 페니스 모형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진 상품인데, 한쪽은 딱딱하고 다른 한쪽은 부드러운 질감을 하고 있는 기구였다. 이것은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뱀처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튜브 걸’도 꺼냈다. 여체를 본뜬 비닐 튜브에 바람을 주입한 뒤, 성기 부분에 실리콘으로 제작한 질 모형을 끼워 넣고 사용하는 상품이었다. 모양이나 촉감은 ‘리얼 돌’에 못 미치지만 저렴한 가격이 ‘튜브 걸’의 장점이었다. 나는 두 개의 상품을 들고 가게로 나갔다. ‘투 러버스’를 딜도 옆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뒤, 납작하게 눌린 ‘튜브 걸’의 몸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밋밋한 얼굴과 유두 없는 가슴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흐느적거리던 비닐 다리에도 팽팽하게 공기가 차올랐다. 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튜브 걸’의 다리를 벌리고 핑크빛 질을 끼워 넣은 뒤 무릎 위에 앉혔다. 공기처럼 가벼운 여인을 한 팔로 끌어안고 가게 중앙으로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춤을 청하듯 정중하게 ‘튜브 걸’에게 손을 내밀었다. ‘튜브 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 휠체어를 밀었다. 멀어질 듯 밀착되고, 흐느끼듯 가라앉다 이내 경쾌하게 튀어 오르던 춤. 오래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흘러나왔던 연주곡을 흥얼거리며 나는 ‘튜브 걸’과 함께 가게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춤추기를 멈췄다. -제법인데. P공업사 사장 최 씨였다. 최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게를 찾아왔다. 최 씨는 나에게서 ‘튜브 걸’을 빼앗아간 뒤,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나는 ‘튜브 걸’을 거칠게 낚아채 한쪽에 세워 두고 가게 문을 잠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최 씨가 나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알코올로 기구를 닦아 내는 동안 최 씨는 양말과 바지, 그리고 팬티를 차례로 벗었다. 나는 최 씨 쪽으로 기구를 밀었다. 무릎을 세운 채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있는, 여자의 하반신을 본뜬 기구였다. 최 씨는 내가 건넨 윤활제를 자신의 성기에 발랐다. -거기 있어. 네가 보고 있으면 더 흥분이 되거든. 이곳에 찾아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내게 자신들의 행위를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에게 섹스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기구가 아닌 진짜 여자와의 섹스를 원했다면 그들은 다른 곳에 갔을 것이었다. 대신 그들은 내가 여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했다. 나는 남자들이 기구 안에 사정을 할 때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때로는 기구에서 여자의 상반신이 자라나는 상상을 하거나, 기구처럼 남자들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일을 마친 최 씨가 기구에서 몸을 빼냈다. 나는 전기주전자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 잔에 인스턴트커피를 쏟아부었다. 황갈색 커피 알갱이가 잔 위로 우박처럼 떨어졌다. 하얀 프림이 쏟아지며 커피 알갱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입자가 고운 프림은 카리브 해의 모래를 닮았다. 카리브 해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가 산다고 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언젠가 TV에서 본 그 해파리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해보았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성장과 퇴행을 무한히 반복한다고 했다.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1cm도 안 되는 이 작은 해파리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번식하며 전 세계 바다로 퍼져 나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해도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태고로부터 멀고 먼 미래까지, 끝없이 헤엄쳐 갈 것이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영생불사의 생명체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헤엄쳐 오는 환영. 나는 몸을 떨었다. 아주 오래전, 나는 해파리였다. 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흐물흐물한 두 다리는 내가 해파리의 삶을 살았다는 흔적기관으로 남아 있었다. 분출하는 법은 잊었지만, 여전히 분비되고 있는 독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며 현기증이 일 때도 종종 있었다. 물이 끓었다. 나는 최 씨에게 커피를 건넸다.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최 씨는 커피값을 기구 옆에 내려놓았다. 나는 해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수평선 끝에 태양이 반쯤 걸려 있다. 태양은 바다 위로 황금빛 길을 만들고 있다. 황금빛 길을 따라 무언가 해변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다. 그것은 수면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헤엄쳐 온다. 물살이 점점 거세진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해변에 가까워지면서 그것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검은 고래다. 고래와 나는 서로 마주 본다. 나는 고래의 등 위로 기어 올라간다. 고래의 등은 생각처럼 미끄럽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를 태우고 고래는 다시 바다로 헤엄친다. 내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고래는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친다. 물살에 발등이 간지럽다. 낯설다.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본다. 길고 튼튼한 다리가 쭉 뻗어 있다. 나는 다리를 한껏 뻗어 물살을 가른다. 잠결에 쇠가 또 다른 쇠붙이 안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떴다. 철컥, 하고 가게 출입문이 열린 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출입문이 슬며시 닫히는 소리, 쇠붙이가 돌아가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는 귀가 예민해지는 법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벌써 잠이 든 게냐? 노인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방문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저녁상 봐왔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노인은 방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저녁은 먹고 자야지.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었다. -갈치찌개다. 남은 갈치 넣고 끓였는데 맛이 아주 개운하다. 노인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오며 말했다. 노인이 등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노인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노인의 피부는 차갑고 거칠었다. 노인은 내 가슴을 성급하게 움켜쥐었다. 노인은 내 등 뒤에 바싹 붙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물을 벗고 있는 커다란 곤충이 등 뒤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쇠를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도 들려왔다. 공업사에서는 종종 야간까지 작업을 하곤 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쇠가 잘리는 소리는 비명소리 같았다. 그것이 쇠붙이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이유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불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누워 기계가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곤 했다. 노인이 긴 숨을 토해냈다. 허물처럼 노인의 몸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 -입맛 없으면 뒀다가 아침에 데워 먹어라. 방문을 닫기 전, 노인이 말했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힐 때까지 나는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나는 기구를 소독하듯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배고픈 아기마냥 희미하게 울다가도 이내 앙칼진 비명을 질러댔다. 안주인은 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전화벨이 울려도 못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는 편인데,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리면 이상하게 잠에서 깨어난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단순히 교미를 하고 있는 짐승이 아닌, 이제 막 성의 유희를 알게 된 계집 같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나는 노인이 두고 간 쟁반을 끌어당겼다. 밥공기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차갑게 식은 밥덩이가 갈치찌개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비닐봉지 안에 담은 뒤 나무받침대 맨 위까지 기어 올라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캄캄한 골목길에서 몸집이 작은 고양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비닐봉지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생명을 잉태할 어미 고양이에게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할 것이었다. 전봇대 아래 둥그런 물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쓰레기더미일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맞은편, 그가 살고 있는 방을 바라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창문은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빛깔을 하고 있어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낮에 본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부품을 교체하던 중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육중한 부품들을 그는 날렵한 동작으로 들어내고 또 갈아 끼웠다. 그의 손을 거치고 나면 자동차는 매끄러운 엔진 소리를 냈다. 그는 무엇이든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 몸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 있는 팔과 다리를 몸통에서 분해한 뒤 정상적인 팔과 다리를 다시 이어 붙이고 조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집 창가에 커다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며 받침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안주인이 자꾸만 하품을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난밤 잠을 설친 탓이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손으로 열무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노인이 두부조림을 반으로 잘라 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양념장이 간간하니 입맛이 돌 게다. 나는 노인이 얹어 준 두부를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두부에 배어 있던 물기가 밥알 사이로 스며들었다. 노인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 위에 올려 주고 코다리찜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었다. 안주인이 열무를 집어 먹던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서도 식당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안주인의 오랜 습관이었다. 곧 식당 문을 밀고 남자 몇몇이 들어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 중에 그가 있었다. 빈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안주인이 부엌에 들어가 국을 데우는 동안, 노인은 밑반찬을 가져다 날랐다. 나는 밥알을 씹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코다리찜을 한입에 넣고 씹다가 입을 우물거리며 가시를 뱉어냈다. 그의 젓가락은 계란말이를 자주 집어 들었다. 그는 국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후루룩 국물을 삼켰다. 콧등에 땀이 맺히자 손등으로 스윽 닦아냈다. 숟가락질 서너 번 만에 그는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물로 입가심을 하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노인이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았다. -다 먹은 게냐? 노인이 물었다. 노인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노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나를 안으려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올려다 줄게요.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 옆에 서자 그의 몸집은 더 커보였다. 노인은 그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식당 문을 열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내 가슴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콧날에서 인중으로, 인중에서 다시 윗입술로 이어지는 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윗입술에 비해 아랫입술이 들어가 있고 아래턱이 짧아 그는 고집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휠체어에 나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덜미가 내 얼굴에 닿을 듯했다. 그는 후, 하고 숨을 짧게 내뱉었다. 그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처럼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좀 마실래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방바닥에는 포장하려고 꺼내 놓은 상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 주문량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나는 상품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반쯤 찔러 넣고 머뭇거렸다. 방바닥에 앉아서 바라보니 그는 더욱 커 보였다.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로 방안을 휘휘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창가로 걸어갔다. -내 방이 마주보이는군요.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 -저기가, 그가 손을 쭉 뻗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내 방이거든요. 그가 천진하게 웃었다. 방바닥에 앉아 있는 나는 창문 너머 그의 집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치 챈 듯,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창문 앞에 놓인 나무받침대를 흘끗 쳐다보고 내 옆에 와 앉았다. 나는 전기주전자 쪽으로 몸을 끌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손을 짚은 곳까지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작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꼬리처럼 흐물흐물 따라왔다. 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더 무거워졌다. 전기주전자에 물이 끓는 동안 그는 주문 목록을 집어 들고 천천히 훑어봤다. 상품명을 일일이 소리 내어 읽다가 그는 중간중간 주변을 돌아보며 해당 상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커피를 건네고 나서야 그는 주문 목록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놓은 상품들 중 딜도를 손에 쥐었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딜도를 포장해 상자에 넣었다.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콘돔 두 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상자를 테이프로 봉한 뒤 나는 ‘식스팩맨’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복근부터 허벅지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초콜릿 복근’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출시된 상품이었다. ‘식스팩맨’을 개발한 회사에서 상품을 광고할 때 내건 문구는 ‘지금은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었다. 광고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나는 구시대의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레즈비언 커플을 위한 기구를 포장했다.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 여자도 남자의 성기를 몸에 지닐 수 있었다. 내가 상품을 포장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가 여자의 엉덩이를 본뜬 상품을 집어 들었다. 그는 내 손놀림을 곁눈질해가며 여자의 엉덩이를 포장했다. 엉덩이를 움켜쥐는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일어섰다. 나는 페니스 모형을 말아 쥐었다. 불끈 튀어나온 핏줄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이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손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나는 페니스를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그는 포장한 엉덩이를 상자에 넣고, 이번에는 실리콘 가슴 모형을 끌어당겼다. 그의 커다란 손 안에 한쪽 가슴이 가득 찼다. 그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옮겨 왔다. 순간, 아랫도리에 더운 피가 고여 들었다. 나는 실리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그의 손을 끌어다 내 가슴에 가져다댔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손이 이내 옷 속을 파고 들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두 개의 다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옷 속을 파고든 그의 손이 몸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온기가 지나간 자리에 소름이 돋아났다. 가슴과 배꼽 위에 차례로 머물던 따스한 기운이 순간 사라졌다. 그가 치마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막았다. -일 끝내고,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빛이 한창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짧고 가느다란 다리가 여과 없이 보일 터였다. 다리를 보게 되면 햇볕에 말라죽은 강장동물의 사체라도 발견한 듯, 그의 눈은 경멸로 가득해질 것이었다. -밤에 다시 와줄래요? 그가 내게서 몸을 뗐다. 그는 몸의 열기를 빼내듯, 숨을 길게 내뱉고 일어났다. 포장이 끝난 상자 몇 개를 한쪽에 쌓아 두고 그는 방에서 나갔다. 오후 일곱 시. 나는 딜도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정리했다. DVD를 진열해 놓은 선반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니 먼지가 묻어났다. 물티슈를 뽑아 선반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내친김에 다른 진열장에 쌓여 있는 먼지도 닦았다. 출입문 손잡이 부분은 늘 손님들의 지문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물티슈를 한 장 더 뽑아서 손잡이 부분을 닦았다. 휠체어를 뒤로 밀어 얼룩이 남은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카운터 주변까지 정리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택배기사가 상자를 수거해 가고 난 뒤에 방안을 쓸고 걸레질까지 했지만, 나는 물티슈로 방바닥을 한 번 더 훔쳐 냈다. 가지런히 개어 놓은 이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노인의 냄새가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불 귀퉁이에 향수를 살짝 뿌려두고 나서야 나는 안심했다. 욕실 문을 열고 쓰윽 훑어봤다. 거울도, 세면대도, 바닥도 모두 말끔했다. 세면대 옆에 걸어둔 수건이 낡아 보였다. 나는 서랍장을 열고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수건을 찾아 욕실에 새로 걸어 두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열고 화장품을 꺼냈다. 파우더 퍼프를 두드려 이마와 콧등의 기름기를 지웠다. 턱을 살며시 들고 마스카라를 덧발랐다. 손거울 안에 들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제법 도도해 보였다. 나는 턱을 든 채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보기도 하고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기도 하다가 키스를 기다리는 여자처럼 입술에 긴장을 풀었다. 거울을 끌어당기고 살짝 벌어진 입술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을 향해 처음 속살을 내보인 패류(貝類)처럼 나는 재빨리 입술을 닫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급히 닫고 미리 띄워 놓은 인터넷 쇼핑몰 창을 들여다보며 주문량을 확인했다. 문이 열리며 발자국 소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빼고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노인이었다. -문 닫고 내려가서 저녁 먹자. 일곱 시 사십 분. 평소대로라면 벌써 가게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손님이 올 거예요. 나는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노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노인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지자 나는 가게에 불을 켜둔 채 방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어두웠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걸까. 나는 상체를 숙여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끌어내렸다. 쿵, 소리가 났지만 이 정도 충격에는 이미 단련되어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방안을 기어갔다. 방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창문 모양으로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받침대를 한 칸씩 올라갔다. 팔 근육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더 굵고 튼튼했다. 창밖으로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꺼져 있었다. 공업사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나무받침대를 내려왔다. 휠체어에 올라타고 카운터로 나갔다. 모니터에 인터넷 쇼핑몰 창을 띄워 놓은 채, 나는 가끔씩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배송해야 할 상품목록을 정리하고, 제조사에서 보낸 신상품 카탈로그를 살펴봤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아홉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기어 나무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창가에 바짝 붙어 그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 책상이 보였고 침대 모서리가 보였다. 멀리서 자동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 침대 모서리 밖으로 하얀 다리가 튀어나왔다. 창틀에 가려져 다리의 일부만 보였지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침을 삼켰다. 나는 다시 몸을 낮추고 창밖을 내다봤다. 하얀 다리 사이로 그의 커다란 몸뚱이가 보였다. 하얀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곧은 뼈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탄력 넘치는 근육. 근육이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곡선. 관절의 거칠고도 부드러운 움직임. 실리콘도, 비닐 튜브도 아닌 살아 있는 다리. 만져 보고 싶었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켰다. 꼿꼿이 서 있는 딜도와 납작하게 웅크리고 있는 엉덩이 위로 분홍빛이 내려앉았다. 휠체어를 밀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나는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몸뚱이 앞에서 멈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질을 가지고 있는 포르노 스타 옆에는 실리콘 가슴이 누워 있었다. 나는 계속 가게 안을 둘러봤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잡지에서 종종 봤으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나는 잡지를 집어 들고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여자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면을 찾아 방바닥 한가운데에 잡지를 펼쳐 놓았다. 그 아래로 실리콘 가슴을 가져다 놓았다. 나는 다시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은밀한 부위, 그리고 여자의 다리를 본뜬 쿠션을 차례로 가져다 놓았다. 나는 내가 창조해 낸 여자 옆에 나란히 누웠다. 카리브 해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여자와 나는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분홍빛 파도가 밀려와 여자와 내 몸을 적신다. 여자의 분절된 몸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자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다 여자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라의 아름다운 육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여자는 춤을 추며 내게 다가온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여자는 주문을 외우고 섬세한 손길로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숨을 불어넣은 ‘튜브 걸’처럼 가늘고 휘어진 두 다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감각이 되살아난다. 탐스럽게 살이 오른 두 다리가 공중으로 뜨기 시작한다. 다리와 함께 내 몸도 붕 떠오른다. 내 몸은 분홍빛 바다 위를 떠다닌다. 따스한 물결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투명한 몸에서 빛을 발하는 해파리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하나둘씩 떠올라 해면을 부유한다. 해파리들이 헤엄쳐와 내 몸을 핥듯이 뒤덮는다. 목을 감싸고 가슴 위로 미끄러지고 내 몸 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태양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향해 나는 해파리들과 함께 헤엄친다. [당선소감] 연인이 세상 떠난 벼랑끝, 거짓말 같은 일이…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쏟아졌고, 나의 연인은 세상을 떠났다. 감당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쪽이 아닌, 저쪽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나’도 잃고 ‘언어’도 잃은 시간이었다. 두려웠다. 벼랑 끝에서,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달려가며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나는 후자 쪽을 꿈꾼다. 어릴 때부터 꿈은 하나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명확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삶의 사각지대였고,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 간신히 ‘입장권’을 받은 기분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 동물들과 사랑을 나누는 삶.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글’의 힘을, 나는 믿는다. 늦게 출발한 만큼 더 열심히 쓸 것이다. 제게 ‘숨’인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뇌를 물려주신 아빠, 우뇌를 물려주신 엄마,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등단하면 찾아뵙겠다며 지금껏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조해룡 교수님, 곧 찾아뵐게요. 대모님을 비롯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 믿고 응원해 준 친구들, 특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위해 식량과 각종 영양제를 배달해 준 재경양, 모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영원히 방부 보존되어 있을 당신, 그곳에서 늘 지켜봐 주세요. ■약력 ▲1980년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현재 SBS 라디오 작가 [심사평] 인간의 깊은 내부세계 들여다보는 문제작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전통적으로 좋은 작품, 좋은 작가를 새롭게 배출하는 자리로 알려져 왔다. 최근 이은선, 차현지, 김가경과 같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문단에 새로 내놓았고 이들은 이미 활발한 문단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힘센’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본심을 맡으면서 우리는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열두 작품 정도. 생각보다 많은 예심 통과작은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시간적으로도, 마음 씀씀이로도 쉽지 않은 일을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이 미리 배송해 받은 예심 통과작을 읽고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 꺼내 놓은 후보작은, 한 사람은 두 편, 다른 한 사람은 네 편. 공교롭게도 한 사람의 네 편 가운데 다른 사람의 두 편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 두 편의 제목은 조수경의 ‘젤리피시’와 이완의 ‘아빠의 네트워크’. 두 작품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빠의 네트워크’는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조명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중 화자의 시각이나 생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생활을 이어 가는 인물들 모두의 삶에 흐르는 생기나 활력은 이 소설의 작가가 성숙한 세계인식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수경의 ‘젤리피시’는 어떻게 보면 더 독특하면서도 문제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 같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 여성의 시점을 취한 것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이 세태와 시류를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유행감각의 소산이 아니다. 이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추었다. 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탁월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조수경의 ‘젤리피시’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문제작을 당선작으로 올린 것에 만족한다. 조수경에게 축하드리며 정진을 당부한다. 이완은 이것으로 낙심하지 말고 힘내시길.
  • 거여동 마을기업, 택배회사 손잡고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마을기업이 택배회사와 손잡고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섰다. 송파구는 3일 거여1동 마을기업인 ‘나누기와 보태기’가 택배사업 운영을 위해 최근 ㈜현대로지스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나누기와 보태기는 새해 1월부터 거여1·2동 전 지역 1만 7060가구를 대상으로 택배 시범 업무를 맡게 됐다. 지역 내 저소득층 6명이 택배기사로 활동하며 하루 약 250건의 물품을 배달하게 된다. 또 마을기업 사무실과 주민센터 2곳에서는 택배물품도 접수한다. 사업에 따른 수익금은 배달 인력 임금 및 지역 내 홀몸 노인, 저소득층 지원 등에 쓰인다. 나누기와 보태기는 택배사업 시범 실시 결과에 따라 문제점을 개선한 뒤 한진택배, 대한통운, CJ 등과도 손잡고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유효순 나누기와 보태기 대표는 “이 사업은 일자리 창출 외에도 주민 화합, 저소득층 자립 능력 향상 등 효과가 있다.”며 “이웃 주민이 택배를 직접 배달함으로써 최근 일어나는 택배 사칭 범죄에 대한 주민 불안감 해소, 범죄 예방 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문을 연 나누기와 보태기는 거여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센터가 힘을 모아 만든 마을기업으로, 친환경 식품·생활용품 판매, 지역 내 소외계층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대낮 강남서 치정 칼부림

    서울 강남의 주택가에서 삼각관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16일 낮 12시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에서 오모(29)씨가 내연관계인 최모(31·여)씨와 그의 동거남 박모(33)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오씨는 택배기사로 가장해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연 애인 최씨의 등을 준비해 간 흉기로 두 차례 찔렀고 이를 말리는 박씨의 얼굴, 배, 가슴 등을 향해 열 차례 이상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오씨가 준비해 간 것으로 보이는 흉기와 최씨가 집에서 꺼내 든 것으로 보이는 식칼 등 두 개의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상처 부위와 깊이, 혈흔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두 남자가 격렬하게 싸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관, 안방, 부엌 등 18평 빌라 전체에 유혈이 낭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방에 숨어 있던 최씨의 지인 장모(30·여)씨는 “최씨와 박씨는 결혼을 전제로 동거해 왔는데 몇 달 전부터 오씨 문제로 자주 다퉜다.”면서 “오씨와 최씨가 가까워져 삼각관계가 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 오전에도 최씨가 “앞으로 전화하지 말라.”고 하자 오씨가 협박하며 크게 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방안에 숨어 있다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세 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씨는 낮 12시 35분쯤, 최씨는 오후 2시 30분쯤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중인 박씨도 피를 많이 흘려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치정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보고 목격자 장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택배기사요” 속여 주택 침입…여고생 성폭행한 30대 구속

    “택배가 왔다.”고 속여 문을 열게 한 뒤 여고생 등을 성폭행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8일 김모(35)씨를 강도 강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일 낮 12시쯤 택배기사라고 속여 인천 남구 한 주택에 침입한 뒤 여고생 A(19)양을 흉기로 위협, 성폭행하고 현금 13만원을 훔쳐 달아나는 등 올 들어 여성 2명에게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여자가 혼자 있는 낮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지난 6월 남구 한 주택 1층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귀금속 260만원어치를 훔치는 등 여덟 차례 빈집을 털어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DNA 감정을 의뢰하는 등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실직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뜨거워지는 하투] 택배·건설 머리띠 매는 夏鬪 ‘후끈’… 이 불황에 머리 싸매는 업계 ‘서늘’

    [뜨거워지는 하투] 택배·건설 머리띠 매는 夏鬪 ‘후끈’… 이 불황에 머리 싸매는 업계 ‘서늘’

    19대 국회 개원과 올 연말 대선 등 정치의 계절을 맞아 노동계의 하계 투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택배, 건설노조 등이 잇따라 파업에 동참하기로 선언하면서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건설노조가 27일 총파업에 돌입하고 택배업계도 ‘택배 카파라치 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새달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카파라치 제도는 다음 달부터 시행 예정인 화물자동차의 유사 운송행위에 대한 지자체의 신고포상금제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유사 운송행위를 막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최근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었다. 택배업계는 정부의 방침대로 카파라치 제도가 시작되면 징역 2년, 벌금 2000만원의 폭탄을 맞게 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 및 경기도 내 택배기사 3만 70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만 5000명이 자영 택배업자로 분류돼 카파라치의 주요 표적이 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홈쇼핑 등 관련 업계는 택배업자가 물류 운송을 중지할 경우 하루 평균 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의 하계 투쟁은 7월 들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새달 13일과 20일 민주노총 산하 최대 세력인 금속노조가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의 기업지부 중심의 원하청 노조를 모두 결집해 총파업을 예고했다. 심야노동을 막기 위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비정규직·정리해고·노동악법 철폐 등이 쟁점이다. 금속노조는 이들 기업지부의 교섭이 8월을 넘길 경우 전체 금속노동자 15만명이 함께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26일 “민주노총이 경고파업을 하는 것은 8월 총파업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MB 정권과 국회에 알리고 노동계의 문제를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최대 세력인 금융노조 역시 7월 말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임금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금융노조는 7%+α의 임금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계는 절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29일 중노위 1차 중재 결정을 지켜본 뒤 임금조정이 실패할 경우 새달 말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명분은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재개정 등 3대 요구사항이다. 노동계의 거센 움직임에 대해 경제계는 대선을 앞둔 정치공세라고 비난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이후 제2의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정치적 요구사항”이라며 “6·28 경고파업은 근로조건 개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파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하투는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노동계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총 김장호 정책실장은 “8월 총파업은 19대 국회의 노동 의제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실제로 입법을 추진하고, 나아가 대선에서도 노동 존중이 화두로 등장할 수 있도록 강력한 힘으로 사회여론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여야가 비정규직 관련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문을 열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는 이번 하계 투쟁에서 노동계의 파워를 보여 준 뒤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노동계는 올 연말 대선 때까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일만·한준규기자 oilman@seoul.co.kr
  • “공생하는 일자리 생태계 만들자”

    “공생하는 일자리 생태계 만들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1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해 ‘공생하는 일자리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장관은 연설에서 일할 기회의 확대 및 일하는 사람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한 우리나라 정책을 소개하고 공생 발전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 근로자와 미조직 근로자가 공생하는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국 정부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국가 고용 정책의 틀로서 ‘2020 국가고용전략’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업으로 일자리 확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약 계층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 “저임금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고 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 택배기사 등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고 한국 제도를 소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6월 14일까지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이번 ILO 총회에는 183개국 노사정 대표가 참석해 청년 고용과 사회 안전망 강화 등 세계 각국이 직면한 고용노동 분야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 장관은 총회 참석 후 독일로 이동해 7일에는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 8일에는 폴크스바겐 공장 등을 방문한다. 이 장관은 7일 베를린에서 파독 광부·간호사로 일한 한인 대표를 만나 나라가 어렵던 시절 해외에서 일하며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예정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7년간 함께 일한 직원 손도끼로 살해·암매장

    회사 문제로 다투던 직원을 손도끼로 내리쳐 살해한 뒤 암매장한 택배회사 사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택배회사 사장 박모(43)씨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자신의 택배회사 사무실에서 최씨를 만났다. 7년 전 택배기사로 일하며 알게 된 두 사람은 2008년 함께 택배회사를 차렸으나 2009년부터 동업 관계를 청산, 이후 박씨가 사장을 맡고 최씨가 영업을 전담해 왔다. 이날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며 회사 경영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최씨는 박씨가 공금을 유용하고 방만하게 운영해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따졌다. 다음 날 0시 20분쯤 최씨가 “똑바로 살아라, 나이도 어린 게….”라며 자리를 뜨려 하자 이에 격분한 박씨가 서랍에 있던 손도끼를 꺼내 최씨를 살해했다. 박씨는 최씨의 시신을 택배용 대형 가방에 넣어 승용차 트렁크에 실은 뒤 인천국제공항 물류단지 인근 이면도로 화단에 암매장했다. 박씨는 실종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회사 직원들과 함께 최씨 집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박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잠적했다가 31일 회사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대한통운, 우편물 첫 민간택배 개시

    대한통운, 우편물 첫 민간택배 개시

    CJ대한통운이 민간업계 처음으로 우편물을 택배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1884년 우정총국 설립 이후 128년 만이다. 일본의 경우, 1986년 야마토운수가 처음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한 뒤 민간업체들의 참여가 늘어 전체 우편물 택배 물량의 50%가량을 민간이 취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 같은 내용의 우편물 전문 배송서비스인 ‘원메일’을 22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민간업체의 우편물 배송 서비스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왔으나 지난해 말 우편법 일부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원메일 서비스 개시로 서신송달업 신고 1호 업체로 기록됐다. 개정 우편법은 중량 350g을 초과하거나 기본요금의 10배인 2700원 이상인 우편물은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서신송달업 신고를 한 업체에 한해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신문, 정기간행물 등의 비서신류 우편물도 배송 서비스가 허용됐다. 택배업계에선 연간 전체 국내 우편물 수량을 2010년 기준 48억 5000만건으로 추산한다. 금액으로는 1조 8614억원 규모다. 이 중 민간업체가 취급할 수 있도록 우선 개방된 물량은 올 한해 금액으로만 337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원메일 서비스를 전화(1588-1255)나 스마트폰 앱, 인터넷 등을 통해 접수한다. 요금은 택배기사가 방문해 접수한 뒤 배송하면 3000원, 고객이 직접 취급점에 맡기면 2800원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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