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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루사’강타/ 전국 복구 상황 - 악몽 털고 재기 구슬땀

    제15호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전국 곳곳에서는 2일 본격적인 응급복구작업이 시작됐으나 예상치 못한 피해상황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민·관·군은 이틀째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강원-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강원도는 주택·전기·통신·난방·상수도·도로 등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시설의 응급복구를 위해 이날 공무원 등 5372명과 중장비 320대를 동원,작업을 벌였다.또 삼척 등 일부 고립지역에 대해서는 헬기를 이용해 생필품을 공급하는 한편 시·군별로 의료반과 방역반을 가동시켰다. 군 장병 2만여명은 강릉·동해·삼척 지역에 투입돼 방역 및 급수 지원,도로복구,침수가옥 정리,세탁 등의 지원활동을 벌였다.경찰 400명도 강릉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복구작업 지원에 나서는 한편 경찰서별로 필수 요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사고현장 등에서 교통정리 및 매몰·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다. 수재민들도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집에서 정리작업에 들어갔으나 생필품과 식수난,각종 수인성 질환 및 쓰레기 더미에 치여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편 강원도 강릉시 등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지역의 101개 초·중·고교가 이날 휴교했다.휴교기간은 지역실정에 따라 학교장이 2∼6일간으로 결정한다. ◇영남- 경북도는 피해가 심한 김천시에 1억원,청송과 성주에 각각 3000만원등의 응급복구비를 지원하고 이재민 4959명에게 구호품과 생수 등 적십자사 구호물품을 전달했다.또 김천시 침수지역에 6개 시·군 18명으로 구성된 방역팀을 보내 소독작업을 벌였고 별도로 3개반 19명의 의료지원반을 편성,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초 집중호우에 이어 이번 태풍으로 겹재난을 당한 경남은 공무원과 주민 등 5000여명과 중장비 등을 동원,40%의 복구율을 기록하는 등 복구 진척도가 빠르다. ◇호남- 광주·전남의 최대 피해지역인 여수시는 이날 200m가 유실·파손된 율촌천 둑보수 공사와 미평동 선경아파트 뒷산 산사태 퇴적물 처리에 안간힘을 쏟았다.또 상암천 둑 보수공사 현장에도 이틀째 중장비 소리가 우렁차게 퍼졌다. ‘루사’의 한반도 상륙 길목이었던 전남 고흥군에서는 민·관·군 등 모두 600여명이 동원돼 한때 물바다로 변했던 500㏊의 해창만 간척지 논에서 쓰러진 벼를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광주 북구 건국동 등 벼 쓰러짐 피해가 난 광주지역에서도 공무원과 주민들이 나서 벼 세우기 작업을 했다. 농민들도 벼 외에 고추 등 밭작물의 습해 방지를 위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약제를 살포했으며,축산농가에서도 축사청소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전북지역 역시 도청공무원 군·경찰,공무원,자원봉사자 등 2000여명의 인력과 300여대의 중장비 등이 동원돼 수해지역에 투입됐다.특히 피해가 심한 남원 산내와 운봉, 무주 무풍 등에는 경찰과 군인이 더 많이 투입돼 복구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충청- 충북도 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영동지역에서도 민·관·군이 동원돼 복구작업과 함께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인력과 장비가 태부족,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동군은 지난 1일 군인·공무원·주민 등 3만여명과 각종 장비 88대 등을 동원,초강천 등 유실된 하천과 도로·수리시설 등의 정비에 나선 데 이어 2일에도 복구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국종합
  • 태풍 ‘루사’강타/ 물관리 문제점 - ‘콘크리트하천’ 재앙 불렀다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폐허였다.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속출,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컸다. 전문가들은 태풍 루사의 엄청난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을 피하고 예방에 좀더 힘썼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방재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책을 알아본다. ◇문제점- 시민단체들은 마구잡이 개발로 피해가 커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녹색연합 김제남(39) 사무처장은 “정부나 지자체 모두 대규모 개발에만 신경을 썼지 재해예방 인프라는 뒷전이었다.”면서 “낙동강의 경우도 습지가거의 사라지면서 빗물을 머금고 내뱉던 기능이 상실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댐 건설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김 처장은 “댐으로 인해 물길이 인위적으로 조작되면서 자연의 자정능력과 조절능력이 사라졌다.”면서 “댐 건설처럼 눈에 보이는 미봉책에 급급하다 보면 내년에도 똑같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화된 하천과 콘크리트 제방이 화를 크게 불렀다는 지적도 있었다.환경운동연합 강·하천 담당 이철재(31) 간사는 “지자체가 이권에 따라 마구잡이로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홍수피해가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그는 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의 경우 하천제방을 보면 전부 콘크리트로 돼 있다.”면서 “이 제방들은 나무나 풀처럼 완충역할을 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물에 대한 각종 통계,즉 수문(水文) 데이터 자체가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돼 있지 않고,기초적인 하천우량의 변화 등을 무시한 채 도로와 교량 등을 개발하다 보니 큰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경남 한림의 경우만 해도 강우량에 따른 하천의 변화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하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서동기 하천관리과장은 “하천별 수문 데이터를 체계화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강우량·하천우량 등 예견되는 수위상태를 감안한 뒤에 도로 등 각종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도로관리에만 연간 6000억∼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하천관리에는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하천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것을 고려할 때 도로·하천 등 방재시설물의 설계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규원 행정실장은 “반복되는 수해 속에 재난 복구시스템은 주먹구구인 부분이 있다.”면서 신속한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석 박사는 “60년대에는 도로와 하천시설투자 비중이 비슷했지만 현재는 하천의 비중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이상 기후로 수해가 반복된다면 경제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현재 방재시설물들의 설계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 유영규 황장석기자 km@ ■정부 수해대책/ 중·고교 학비 면제·입영 연기 정부는 태풍 ‘루사’ 등으로 인한 수해 복구를 위해 추경예산을 검토하는 등 범정부적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추경예산 추진- 2일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중앙행정기관 기획관리실장·차장회의에서는 먼저 재해대책예비비 1조 24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수해대책마련을 위한 국회·정부 간담회에서 “현재 남아 있는 재해대책예비비가 지난달초 집중호우의 피해복구에 모두 소진되는 만큼,이번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복구에 최소한 2조원 이상,최대 3조원가량의 추경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장관은 “정확한 피해실태 집계가 나와 봐야 추경예산 소요액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해 및 복구 지원대책- 정부는 민·관·군 합동으로 피해지역마다 담당지역을 할당,가용인력과 장비 및 생필품 지원에 나섰다.서울과 수도권은 강릉지역,대전·충남은 영동지역을 지원하고,광주·전남·부산·대구는 경북 김천시를 지원하도록 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공무원·군인·경찰 등 5만 216명과 굴삭기·덤프트럭 등 장비 4927대를 동원해 도로,철도,교량,농업용 댐,저수지 등 공공시설 복구작업을 펼쳤다. 피해지역에 물탱크차 63대를 동원해 식수 1866t을 지원하는 한편 2만 7474명의 이재민들에게 양곡 7180㎏,라면 2332상자,의류 1649점 등을 지원했다.또 119구조대 등 소방인력 3786명이 구조활동을 펼쳤다. 정부는 이밖에 피해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비면제,각종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징수·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또 병무청은 수해지역의 현역병 입영대상자 및 예비군동원훈련 소집대상자에 대해 입영기일을 연기해 주기로 했다. ◇특별재해지구 지정- 정부는 피해극심지역인 강릉을 비롯해 전남 고흥과 경북 김천,충북 영동 등에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재해대책법을 적용해 특별재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광숙 이종락기자 bori@
  • [사설] ‘태풍·추석’ 물가 잡아라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는 수확을 앞둔 각종 농작물과 가축·수산물 등에 큰 피해를 입혔다.8만 5000여㏊의 논과 밭이 물에 잠기거나 작물이 쓰러졌고,2만여㏊의 과수원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비닐하우스와 양식장 등의 파손도 막대하다.추석대목을 급습한 태풍은 정성들여 가꿔 출하를 눈앞에 둔 농작물들을 한꺼번에 쓸어가 버렸다.농어민들의 비참한 심경은 비할 데가 없다. 태풍이 없던 해에도 추석 1∼2주 전부터는 제수용품 등 각종 농수산물 값이 뛰는 게 상례였다.태풍까지 겹친 올 추석은 최악의 물가고를 예고하고 있다.농작물은 단기간에 수급조절이 어렵고 철도·도로 등 교통망이 망가져 생산지와 소비지간 물자 유통도 원활하지 못하다.값이 폭등하고 품귀현상을 빚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그 틈을 비집고 악덕 상인들의 성수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릴 여지도 크다. 농산물 값이 오르면 각종 개인서비스 요금이 덩달아 오르기 십상이다.수도료 등 일부 지방공공요금도 인상 대기중이고,집값 폭등세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한달 상승폭으로는 매우 큰 0.7%나 올랐다.자칫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물가불안이 야기될 위험이 있다. 정부가 어제 물가대책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제수용 농축산물 10개 품목의 공급량을 두배로 늘리고 일부 개인서비스요금을 포함한 22개 품목을 관리대상품목으로 지정해 물가감시 체계를 강화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그러나 물가안정은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소비자들의 동참이 긴요하다.물가가 불안해지면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가 아닌가.올 추석에는 태풍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재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검소하게 지내자.
  • [씨줄날줄] 개떡제비

    보리개떡은 30여년전만 해도 여름철 농촌에서 흔히 만난 간식거리였다.보리의 껍질을 한번 벗긴 뒤에 두번째 나오는 부드러운 보릿겨를 반죽해 찐빵으로 쪄내는 것이 보리개떡이다.1776년에 발간된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견병법(犬餠法)이 소개되고 있음을 본다. 먹을거리가 귀한 때라 간식거리로 통했지 음식이라 할 게 못된다.그러니 ‘개떡 같은 내 인생’이나,‘개떡 같은 시대’니 하는 말들이 나온다.“영감아 땡감아 보리방아 떡방아.보리개떡 사-다 꿀 발라 줄께.꿀일랑 발라서 내가 먹고.침 바른 개떡은 네가 먹고”하는 전래동요에서의 개떡도 조악한 음식을 상징하긴 마찬가지다. 보리개떡은 그나마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6월 장마가 들거나 홍수가 나면 개떡은 개떡수제비로 변신한다.보릿겨로 수제비를 만들어 끼니로 삼았던 것이다.철 이른 장마에는 보리걷이를 할 수 없어 논밭에서 보리가 싹을 틔우니까 보리가 귀했고,홍수가 나면 쌀 수확이 적어질 것이므로 보리를 아껴 먹어야 했다.우리나라에 구황식품이 수백가지지만한여름이나 초가을에 먹을 구황식품은 많지 않다. 수제비란 이름만 붙었지 평소에는 소나 돼지에게 먹일 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닌가.거기다 요즘의 수제비처럼 멸치나 다시마를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호박잎이나 뜯어 넣는 것이 그나마 국물맛을 내는 재료였고,감자를 넣을 수 있다면 다행으로 여겼다. 그 맛이란 게 들쩍지근하다 못해 느끼하다.목을 넘어갈 때는 미끈거리면서도 한편으로 껄끄러움에 꺽꺽거리게 만든다.간간이 섞이게 마련인 큰 겨는목을 따끔따끔 쏘았다.아이는 먹기 싫어 눈물 반 콧물 반이 되기 마련.두세살 나이 많은 누이들은 눈치 없이 음식타박한다며 동생을 윽박지르지만 한숨 짓는 부모를 대신한 악의 없는 구박임을 아이는 모르지 않는다.남쪽에서는 그냥 개떡제비라 했다. 태풍의 피해가 너무 크다.주택 침수는 말할 것도 없고,농작물 피해만도 엄청나서 예전 같으면 개떡제비가 나올 상황이다.정부의 지원으로 라면이나,밀가루 수제비는 있을 것이니 예전보단 좋다할지 모르겠다.그러나 부(富)의 축적이 예전보다 큰 시대여서이재민들의 상실감은 다를 바 없고,개떡제비 앞에서 눈물 짓던 아이의 마음도 그대로이리라.구호가 절실하다. 김영만/ 수석논설위원
  • 태풍 ‘루사’강타/ 수마가 앗아간 강릉 장현동

    ***“여기가 안방였는데…”할아버지 끝내 울음 “여기가 우리집 안방이었어.추석 때 고향 아버지 묘에 비석이라도 세우려고 모아둔 돈 500만원도 다 떠내려갔어.”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강원도 강릉시 장현저수지 아래 장현동 주민들은 태풍이 물러가고 날이 화창하게 갠 2일 오후에도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멍한 표정이었다.옷가지나 세간살이,어느 것 하나도 남기지 않고 온 마을이 흔적도 없이 물에 떠내려 갔기 때문이다. 33년째 이곳에서 살아온 김노실(金魯實·62)씨는 기자의 손을 잡아 끌고 ‘여기는 보일러,여기는 목욕탕’이라며 이곳 저곳을 가리키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흙탕물에 주저앉은 김씨의 다리 사이로 휑하니 나뒹굴고 있는 작은 문패가 이곳이 김씨 집임을 확인해주고 있었다. 물에 떠내려간 500만원은 6년 동안 철사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하면서 한푼두푼 모았던 것이라고 했다. “충북 청주 고향땅에 묻힌 아버지를 무슨 낯으로 뵐 수 있을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장대비가 온종일 쏟아진 지난달 31일.김씨는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인 아내 이순남(李順男·60)씨와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둘째딸(26),벽지공장에 다니며 가계를 꾸려 나가는 셋째딸(23)과 함께 간신히 근처 모산초등학교로 대피했다.아내 이씨는 넋을 잃은 듯 아무 것도 먹지 못한채 밤낮으로 근처 교회에서 기도만 하고 있다. 자신도 심한 당뇨에 중풍을 앓고 있는 김씨는 “착하게 살아온 것이 무슨 죄냐.”며 우두커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장현동에 처 당숙의 집이 있다는 이명수(李明洙·67·강릉 입암동)씨는 끊어진 다리 앞에서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이씨는 “세상에,강원도 제1의 농수(農水)였던 이 물이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배신할 줄 누가 알았어.”라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릉시내에서는 복구가 시작됐지만 이곳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말릴 옷도,씻을 그릇도 하나도 남김없이 물에 떠내려가고 그저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동네 입구에서 가게를 하는 장현동 43통 4반장 임상봉(林翔鳳·49)씨는 물한방울 구경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가며 물을 나르고 있었다.임씨는 “라면이라도 삶아 먹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안타까워했다. 마을 사람들이 긴급 대피한 모산초등학교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 5명이 아픔을 다독이고 있었다. 31일 밤 신발도 못 신고 도망치듯 나온 악몽 같은 상황에 아직도 몸서리를 쳤다.마을 최고령자인 이재우(86·여)씨는 “평생 동안 가슴에 물이 찰 정도로 난리를 겪은 게 세차례 정도였지만,저수지 둑이 터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방송을 듣고 달려온 막내아들이 “다른 마을로 나가 살자.”고 했지만 “평생 정든 고향을 버리지 못하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강릉 구혜영 윤창수기자 koohy@
  • 태풍 ‘루사’강타/ 수마 할퀸 강릉 르포 - 진흙의 도시… 넋잃은 주민

    도심의 모래톱 속에 휴지조각처럼 뒹구는 차량들, 밤새 마을을 몸땅 삼켜버리고 흉측한 몰골로 남은 저수지…. 하루 밤낮 꼬박 쏟아진 870.5㎜의 폭우로 강원도 강릉시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동해바다를 낀 아름다운 휴양도시 전체가 역겨운 냄새와 함께 온통 붉은 진흙탕 속에 갇혀 버린 것이다. 1일 새벽부터 비가 그치고 도심을 덮었던 흙탕물이 급속히 빠지기 시작했지만 대관령 쪽에서 가까운 명주동 지역은 무릎까지 빠지는 모래와 진흙뻘이 도로와 집안 곳곳을 덮고 있어 걸어 다니기조차 힘든 형편이다.전기와 전화도 끊기고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오봉댐 붕괴 소식에 가족들과 함께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다는 최돈민(85)씨는 “67년 전 병자년 포락(浦落)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많이 내린 비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시내 초입인 홍제동에는 중형 승용차들까지 폭우에 휩쓸려 가로수에 처박혔고 소형차량은 아예 흙에 묻혀 지붕만 간신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다. 가슴까지 물이 찼던 강릉시내 중심가인 오거리∼강릉여고 거리에는 전날밤 폭우로 시동이 꺼진 승용차 10여대가 도로 한가운데 흙을 뒤집어 쓴 채 버려져 있어 긴박했던 당시의 정황을 말해줬다.동해상사∼포남시장 네거리에는 떠내려 온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뒤엉켜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남대천 주변 둔치도 수마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두터운 콘크리트 포장이 종잇장처럼 뜯겨지고 여기저기 10여대의 차량만이 모래 속에 조형물처럼 거꾸로 처박혀 있을 뿐 둔치에 세워 두었던 나머지 차량 수십대는 물살에 모두 떠내려 갔는지 흔적조차 없다.노암동과 성남동을 잇는 남대천 잠수교도 뿌리째 뽑혀 떠내려온 나무들로 거대한 나무성벽을 방불케 했다. 시내 곳곳이 흙속에 묻히고 외곽지역으로 통하는 길들이 대부분 씻겨 나가거나 산사태로 막혀 흙을 걷어내는 중장비와 간간이 오가는 차량들만 있을뿐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 한다.택시 등 대중교통마저 원활하게 운행되지 않자 시민들은 갯벌 같은 도로 위를 휘적거리며 걸어 다니는 형편이다.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일대는 노점을 하던 과일가게를 비롯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한 상인들이 운영하던 상점들이 모두 침수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어물전이었던 중앙시장 지하는 이날까지도 내내 물속에 잠겨 상인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시장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이음전(53·여)씨는 “가게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근근이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밤새 과일과 터전이 모두 쓸려가는 바람에 희망이 사라졌다.”며 울음을 떠뜨렸다. 경포호와 바다를 끼고 있는 경포동 일대는 이날도 물이 빠지지 않아 주민들을 답답하게 했다.주민 조영민(21·운정동)씨는 “경포천이 범람하고 마을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왜 이곳의 옛지명이 배다리(船橋)였는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저수지 붕괴로 20여채 한마을이 몽땅 사라진 장현동 주민들은 아예 말문을 열지 못했다.유일하게 형체가 남아 있는 강원보건환경연구원 동부지소 건물과 작년에 지었다는 단독 주택 1채만 흙속에 묻힌 채 반쯤 모습을 드러내,이곳이 마을이었음을 알려줬다. 마을은 모래에 뒤덮여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에 쓰러진 나무와 전봇대,시멘트 구조물,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무뿌리와 쓰레기 등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마을에서 6년째 혼자 살아왔다는 이재우(86) 할머니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황서근(73)씨도 “옷가지 하나 못건지고 몸만 겨우 빠져 나왔다.”면서 “문전옥답을 모두 모래흙에 묻었는데 당장 추석차례도 못 지내게 됐다.”며 울먹였다. 고향의 물난리 소식을 듣고 외지에서 어렵사리 달려온 친인척들도 다리가 끊어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더이상 접근하지 못한 채 멀리서 사라진 고향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하룻밤새 마을을 삼킨 장현저수지는 주민들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토빛 뻘흙을 드러낸 채 흙탕물만 연신 토해내고 있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긴급 추경·특별재해지역 선포 요청, 정치권 태풍대책

    정치권은 태풍 ‘루사’의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집계되자 1일 긴급 추경예산안을 편성하고 특별재해지역 선포를 요청하는 등 수해대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각 당은 수해민의 고통을 감안,이날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하는 한편 당별로 모금운동과 복구지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확대 당직자회의를 열고,추경안 조기 편성과 수해지역에 대한 특별재해지역 선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이 후보는 이날 오후 강릉지역을, 서 대표는 김해 수해지역을 각각 방문,수재민을 위로했다. 민주당도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주재로 긴급 재해대책특위 회의를 열고 재해복구 예비비를 확보하기 위해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는 등 태풍 피해에 대한 지원 및 복구대책을 논의했다.노 후보는 이번 태풍 피해가 가장 큰 강원도 강릉과 속초를 방문키로 했다.한편 자민련은 2일 당 5역회의를 열어 수해지역 지원을 위한 당 및 국회차원의 대책을논의할 예정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태풍 130여명 사망·실종

    지난 31일과 1일 이틀간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RUSA)’의 영향으로 강릉을 비롯한 강원 영동과 영·호남 등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물난리가 나면서 130여명이 사망·실종되는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강릉지방이 897.5㎜의 최고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바다로 변해 초토화되는 등 강원도와 영남 등 태풍 진행방향 오른쪽 지역의 피해가 컸다. 1일 오후 10시 현재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재산피해는 2091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옥 1만 7046채가 침수,이재민 2만 7474명이 학교 등에 대피해 있다.농경지 5110㏊가 침수됐으며,2만 4000여㏊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건물 421채와 도로교량 191곳이 파손됐다.재해대책본부가 공식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47명,실종 33명 등 80명이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동해고속도로 모전∼망상과 88고속도로 고령∼함양구간이 두절됐고,강릉∼정선 등 국도 24개 노선 58곳,지방도 40여곳 등의 통행이 통제됐다.한계령과 진부령,미시령,구룡령 등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고갯길은 대부분통제됐다. 경부선 열차는 김천시 감천 철교 파손으로 한때 하행선은 서울∼대전,상행선은 부산∼동대구까지 운행됐으나 1일 오후 3시5분 운행이 재개됐다.하행선 임시교각 건설 때까지 부분적인 열차 운행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또 영동선은 안인∼정동진간 산사태 등으로 현재 청량리∼영주까지만 열차가 운행되고,정선선은 아오라지∼구절리간 교량 교각이 무너져 불통되는 등 철도 2개 노선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항공기 국내선은 1일 여수,목포,양양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이 정상화됐고,국제선은 결항 없이 정상운행됐다. 전국 107개 항로 여객선 운항은 이날 이틀째 중단됐으나 2일 완전 재개될 예정이다. 통신시설은 전국적으로 약 21만회선이 피해를 입었다.강릉,동해,삼척,태백,정선,고성,양양지역의 시외전화 및 인터넷 사용이 두절 또는 정체됐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31일 오후부터 긴급 무선통신망인 마이크로웨이브 시설을 이용해 3000여회선을 우회소통시키고 있으나 통화량 폭주로 강릉지역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동전화 기지국도 424곳이 불통됐다. 지난번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겪었던 낙동강 하류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안동·임하댐 등 상류댐에서 초당 560t의 물을 방류하고 낙동강 지류 하천수 유입이 늘어나면서 삼랑진과 진동,구포 지점 등에 다시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종합
  • 김법무해임안 무산 안팎/ 민주,의장 출근저지 ‘원천봉쇄’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이 지난달 3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치 끝에 처리 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됐다.그러나 한나라당은 2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 해임안을 다시 낼 방침이어서 양당의 격돌 가능성은 여전히 정국의 불씨로 남게 됐다. ◇해임안 향배- 검찰의 병풍(兵風)수사가 변수다.한나라당은 “지금처럼 검찰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려 의혹을 증폭시킬 경우 즉각 해임건의안을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다만 전국적 태풍피해와 이에 따른 민심 악화를 감안,해임안 재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자칫 해임안 재제출로 정치권 대치가 심화할 경우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비난여론이 쏟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서청원(徐淸源) 대표는 1일 “적당한 시기를 봐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와 공적자금 국정조사 등의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당장은 해임안이 다시 제출되지 않을 듯하다.다만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새로운 쟁점이 불거질 경우 곧바로 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출 시기는 지극히 유동적이다. ◇해임안 무산 안팎-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6시부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집결,박관용(朴寬用) 의장의 출근을 저지함으로써 해임안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했다. 한나라당도 임인배(林仁培) 수석부총무 등이 박 의장 공관을 찾아 ‘출근길’을 뚫으려 했으나 민주당측의 저지로 무위에 그쳤다.양당 의원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한때 의장 공관에는 민주당 60여명,한나라당 20여명 등 80여명의 의원들이 몰려들었으나 몸싸움 등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박 의장은 “국민들 보기에도 모양이 좋지 않으니 일단 국회에는 나가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며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민주당측은 “국회로 가면 자칫 충돌할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해임안은 결국 처리시한인 오후 2시35분을 넘기면서 자동 폐기됐다. 해임안 처리가 무산된 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의 의장공관 불법점거는 의회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이에 민주당도 의원총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해임안 제출은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는 국기문란행위”라며 해임안이 다시 제출돼도 실력저지할 뜻임을 거듭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
  • 육군대위 ‘살신성인’, 고립 주민 구하다 급류에 실종

    1일 새벽 1시30분쯤 육군 철벽부대 김영곤(金英坤·29) 대위가 태풍‘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침수지역에서 고립된 주민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김 대위는 인근 마을회관에서 구조 요청을 한 노인 부부를 대피시키려고 인근 강문교를 건너다 급류에 중심을 잃고 다리 아래로 떨어져 이같은 변을 당했다. 한편 육군은 이날 재해통제본부를 가동,태풍피해 복구에 나섰다.특히 피해가 극심한 강릉시 인근에 군장병 8000여명을 동원하고,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 240여대를 집중 투입해 침수지역 복구를 지원했다. 오석영기자 palbati@
  • 추석 ‘태풍 물가’ 비상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해 농산물이 큰 피해를 입어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국제유가도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수돗물 값,지역난방요금 등 공공요금도 조만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집값과 전셋값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어 하반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2만 5000여㏊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 가운데 5000여㏊의 지역에서 배를 비롯한 과실이 떨어져 제수용품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보름 동안 생태(일본산)의 도매가는 지난해 시점과 비교해 ㎏당 평균42% 오른 4520원에 거래됐다.생태 가격 오름세는 지난달 중순 이후 더욱 두드러져 7월 한달간 평균 2886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57% 가량 오른 셈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댐용수 요금을 이날부터 t당 37.23원(19.2%),4.77원(15.7%) 인상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상수도 요금의 인상요인도 생겼다.지자체는 이달부터 수돗물 값을 20% 안팎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지난달 30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10월물은 배럴당 26.30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이에 따라 관련 공산품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사철이 겹치면서 아파트 값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2일 추석 물가안정대책 장관회의를 열어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육철수 류찬희기자 ycs@
  • “태풍피해 복구 신속 지원”김대통령 관계장관에 지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재해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제 15호 태풍 ‘루사'에 따른 피해상황과 대책을 점검했다. 앞서 김 대통령은 전날 밤 거의 뜬눈으로 재해방송을 지켜보면서 태풍 피해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도 아침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관련 비서관들도 모두 출근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상황을 챙겼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남 김해에서 피해가 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엄청난 태풍을 만나 전국 곳곳이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면서 “관련부처들은 국민이 정부를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어 “남은 문제는 피해복구와 피해민에 대한 지원”이라며 “신속하고 시간을 다투는 문제가 많으므로 차질없이 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강릉등 피해지역 특별재해지구 검토

    정부는 1일 제 15호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국세·지방세 감면,학비면제 등 피해 국민들을 위한 세제·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이번 태풍 피해지역에 대해서도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재해대책법을 적용,특별재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재해대책위원장인 이근식(李根植) 행자부 장관 등 17개 부처 재해대책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태풍 피해복구를 위해 관계부처의 공조체제를 유지,신속한 응급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도로·교량,철도 등 교통통제 구간을 이른 시간내에 소통시키고,전기·수도 등 생활불편시설을 긴급 복구하는 한편 침수주택 수리비 지급,침수지역 초·중·고 학비 면제 등을 해주기로 했다. 또 국세·지방세 감면,징수유예,각종 자금지원 및 상환유예,특례보증 등 이재민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또 “재해대책법에 따른 특별재해지구 지정은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이 대통령에게 건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면서 “우선 강릉 등지의 피해실태를 조사한 뒤 건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기상기록 새로 쓴 ‘루사’/ 강릉 하루 870.5㎜ ‘신기록’

    제15호 태풍 루사(RUSA)는 한반도 전역을 할퀸 엄청난 위력에 걸맞게 각종태풍 관련 기록을 갈아 치웠다.루사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역대 태풍 가운데 풍속과 강도,크기,중심 기압 등 위력면에서 지난 59년 사라(SARAH)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루사는 31일 강원도 강릉지역에 870.5㎜의 폭우를 뿌려 1904년 기상 관측이후 전국 지역별 하루 강수량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역대 이틀간 연속 강수량에서도 강릉은 30∼31일 884.5㎜를 기록,종전 최고였던 지난 99년 7월 경남 거제의 635.5㎜를 갈아 치웠다.강릉지역의 1시간평균 강수량에서도 지난 87년 7월16일 60㎜라는 역대 최고치를 깨고 80㎜를 기록했다.태풍의 위력을 측정하는 주요 수치인 최저기압에서도 루사는 59년 9월15일부터 4일 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급류와 90분 사투 구사일생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40대 여성이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1시간반동안 1.5㎞를 떠내려간 끝에 나뭇가지를 붙잡고 극적으로 살아나 화제다. 전혜숙(사진·43·여·전남 고흥군 고흥읍 남계리)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 인접한 고흥천의 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느라 경황이 없던 중하천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31일 오후 1시10분쯤.태풍 ‘루사’가 몰고 온 300㎜가 넘는 폭우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물이 불어난 고흥천 급류에 휩쓸린 전씨는 목격한 주민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경찰과 주민들이 수색했지만 1시간이 넘도록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전씨는 사고 1시간30여분 뒤인 오후 2시40분쯤 처음 빠진 장소에서 무려 1.5㎞나 떨어진 곳에서 물밖으로 기어 나왔다.전씨는 하류까지 밀려 오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다 하천이 저수지와 만나면서 유속이 느려지자 주변 나뭇가지를 잡고 헤엄쳐 나왔다.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고흥 남기창기자 kcnam@
  • 오늘도 비…16호태풍 북상

    강풍을 일으키고 폭우를 뿌리며 한반도를 관통,큰 피해를 남긴 제15호 태풍 ‘루사’가 1일 오후 강원도 속초를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은 1일 “소형 태풍으로 약해진 태풍 루사가 이날 정오 강원도 인제를 통과한 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속초를 통해 동해상으로 진출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제16호 태풍 ‘신라쿠’(SINLACU)가 일본 오키나와섬 동남쪽 1800㎞ 지점에서 북북서쪽으로 진행 중”이라면서 “신라쿠도 루사처럼 강한 태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루사가 지나간 2일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구름이 많이 끼거나 흐리고 한때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2일 예상 강수량은 강원도 영서지방의 경우,20∼80㎜ 이상,서울·경기·충청·전라·경상도는 10∼40㎜,제주도는 5∼20㎜ 정도이다. 구혜영기자 koohy@
  • 아시안게임경기장 4곳 파손

    이달말 개막을 앞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일부 경기장 시설이 태풍 ‘루사’로 인해 부서져 대회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는 1일 핸드볼경기장으로 이용할 창원실내체육관,하키경기장,비치발리볼경기장,농구경기장 등 4곳이 태풍 피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핸드볼 경기장은 강풍으로 부서진 환풍기쪽을 통해 빗물이 체육관 중앙과 경기장 바닥으로 흘러들어 ‘2002 실업오픈핸드볼대회’ 경기일정이 지연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강서체육공원 하키경기장 관중석을 덮은 대형 지붕막 일부가 강풍에 뜯겨 날아갔다.부산 금정구 금정체육공원 농구경기장은 앞서 집중호우 때 누수가 확인돼 보수를 하던 중에 다시 폭우로 천장에서 빗물이 샜다. 조직위 관계자는 “일부 경기장 시설물에 피해가 생겼으나 심각한 정도가 아니어서 대회에는 차질이 없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복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돌담 날린 초속 56.7m ‘광풍’

    제주도가 태풍 ‘루사’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던 지난 31일 오전 10시21분쯤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지역에서는 초속 56.7m라는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어마어마한 광풍이 몰아쳤다.국내 사상 두번째 최강풍이다. 바람은 통상 초속 15m만 돼도 거리의 간판이 날아가고 행인이 제대로 걷기가 어려우며,30m에는 목조 가옥이 무너지고,35m이면 열차가 넘어지며,40m에는 돌멩이가 날아다닌다.초속 50m가 넘으면 사람은 물론 거리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철제 송전탑이 엿가락처럼 휘며 집이 무너지는 엄청난 위력이다. 주민 고상후(52)씨는 “10여분간 지축이 흔들리고 소리마저 요란한 가운데 순식간에 밭 돌담이 무너지고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마치 큰 재앙이 닥친 듯했다.”며 “아직도 당시의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키기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제주도내 다른 지역의 순간 최대풍속 역시 서귀포시 40.8m,성산포 35m 등 평균 초속 43m라는 신기록을 기록하며 곳곳에서 피해를 냈다.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막 3칸이 강풍에 찢겨 날아갔고,도내에 정박중이던 어선 40여척이 파도에 휩쓸려 침몰 또는 반파됐다. 남제주군 표선면에서는 화훼 비닐하우스 80%가 찢겼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사설] 수해복구 내 일처럼 나서자

    호우피해가 미처 가시기도 전에 제15호 태풍 ‘루사’가 전국을 할퀴고 지나갔다.이 태풍은 강풍 속에 최고 897.5㎜의 폭우를 쏟아부어 전국적으로 수많은 수재민을 발생시켰다.또 주택 수천채를 물에 잠기게 했고 도로와 철도의 일부 구간도 끊어지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다행히 이 태풍은 하루만에 사라졌으나 지난 1959년 사라호 태풍 다음으로 강력하다는 기상청의 분석대로 이처럼 처참한 흔적을 남긴 것이다. 지금부터는 수재민의 고통을 덜고 피해지역을 하루빨리 복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정부는 피해복구 및 수재민지원을 위한 모든 조치의 집행절차를 간소화해 제때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예년의 경우 구호품들이 창고에서 며칠씩 쌓인 채 수재민에 전달되지 않은 일이 있었다.이번에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추석을 코앞에 둔 수재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또 침수지역에서는 항상 각종 수인성 질병과 피부병이 돌 가능성이 높다.식수 등의 관리와 방역대책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땜질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앞으로는 다시 나오지 않도록 재해대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언제까지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반복해야 하는가.피해 발생,피해복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머리를 짜낼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물론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모두 막기는 불가능하지만 방치되고 있는 제방의 손질등 할 수 있는 일을 뒷전으로 돌리거나 외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조만간 16·17호 태풍이 또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피해복구를 서둘러 향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재해 취약시설에 대한 일제점검과 함께 재해 방지를 위한 완벽한 대책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나아가 앞으로는 기상이변으로 폭우 등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만큼 내년을 대비해 종합적인 방재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수재민들을 내가족처럼 마음으로 돌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수해가전품 AS 전화하세요

    ☎ 삼성전자 1588 - 3366 ☎ L G 전자 1588 - 7777 ☎ 대우전자 1588 - 1588 가전업계가 이미 지난달 초부터 대규모 애프터서비스팀을 구성,운영하고 있어 수해를 입은 가전제품의 AS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태풍 피해 지역에도 즉각적으로 AS팀을 투입,침수 피해를 본 가전제품에 대해 현장에서 무상수리를 해주기로 했다. 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는 지난달 초 구성한 수해복구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원도 강릉 등 태풍 피해 지역에 긴급 서비스팀을 파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300여명의 서비스 전문 인력과 수해복구 활동 경험이 있는 간부들로 구성된 ‘수해 특별서비스팀’ 가운데 수십명 단위로 3∼4개 조를 만들어 태풍 피해 지역에 파견키로 했다.피해가 큰 강원도와 호남 지역에는 특별AS본부도 설치된다.기존의 특별서비스팀 안내전화(1588-3366)를 그대로 사용한다. 3300여명으로 구성된 ‘LG 수해봉사단’을 가동 중인 LG전자는 가전제품 AS는 물론 전기점검,빨래방 운영,양수기 지원 등의 봉사활동도 벌이기로 했다.봉사단 전화(1588-7777)를 통해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전국 120여개의 LG서비스센터도 침수가전제품 신고 접수와 함께 출장방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우전자도 수해규모에 따라 A,B,C 등급별로 차량과 인원을 배정한 수해지원 서비스팀을 편성,24시간 출동체제를 갖추고 무상점검 특별서비스를 실시중이다.문의는 1588-1588. 자동차업계도 수해를 입은 자동차를 대상으로 무상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특별 점검팀을 구성,수해지역 차량을 대상으로 빠르면 2일부터 무상 점검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기아자동차도 구체적인 서비스 실시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낙동강 수해 이후 지금까지 경남 일대에 특별점검서비스센터를 세우고 수해 차량의 소모성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등 활발한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박홍환 전광삼기자 st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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