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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에 날아오른 종달새, 더위 식히는 전령사될까

    폭염 속에 날아오른 종달새, 더위 식히는 전령사될까

    기상청 예보관들마저도 “올해처럼 태풍이 기다려진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25일 새벽 괌 부근에서 날아오른 종달새가 이번 더위를 식혀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상청은 25일 “오늘 새벽 3시 괌 북서쪽 약 1110㎞ 해상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종다리는 북한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이다. 종다리는 28일 오전 일본 도쿄 남동쪽 약 580㎞ 해상에서 급격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29일 오전 9시경 일본 도쿄 서남서쪽 90㎞ 육상에 상륙해 일본 내륙 한가운데를 관통해 갈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종다리는 30일 오전 독도 동북동쪽 200㎞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기압계의 변동에 따라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남한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현재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을 흐트려 열기를 식혀줄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중복이자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유두절을 하루 앞둔 26일도 가마솥 더위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가끔 구름이 많겠으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는 5㎜ 내외의 적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비의 양이 적은 탓에 오히려 습도만 높여 불쾌지수는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매우 높음’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전국의 예상 아침 최저기온은 24~28도, 낮 최고기온은 33~38도 분포를 보이겠다. 지역별 예상 낮 최고기온은 대구 38도, 포항 37도, 광주 36도, 강릉 35도, 서울, 부산, 대전 34도, 제주 33도 등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12호 태풍 ‘종다리’, 다음주 한반도 영향?

    12호 태풍 ‘종다리’, 다음주 한반도 영향?

    괌에서 발생한 12호 태풍 ‘종다리’가 28일 일본을 지나 30일쯤 독도 해상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됐다. ‘종다리’라는 태풍 이름은 북한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종다리는 이날 오전 3시쯤 괌 북서쪽 1110㎞ 해상에서 발생했다. 최대풍속 초속 19m, 강풍반경 150㎞의 약한 소형급 태풍이다. 시간당 14㎞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종다리는 오는 29일 오전 3시쯤 일본 도쿄 남동쪽 해상으로 접근해 일본을 관통하고, 30일 오전 3시쯤 독도 동쪽 약 350㎞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의 ‘가마솥 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태풍이 견고한 북태평양고기압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반도의 폭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일본을 관통하고 동해로 접근해 온 이후라면 태풍 종다리의 세력은 많이 약화한 상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태풍도 피해 간 한반도

    태풍도 피해 간 한반도

    2주 가까이 밤낮 없이 숨 막히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곳이 나왔다. 더군다나 올 여름 폭염은 열기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태풍마저도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등 1994년 최악의 더위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기상청은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경북 영천시 신녕면 신녕초등학교 내에 설치된 신령 자동기상관측기기(AWS) 기록으로 오후 3시 27분 기준 40.3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해당 지역은 구름 한 점 없어 햇빛이 강하고 뜨거운 남서류가 계속 유입되는 한편 팔공산 뒤쪽에 위치한 지형적 효과까지 더해져 40도를 넘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오후 4시 11분에 경기 여주시 흥천면에 있는 흥천AWS도 40.3도를 기록했다. 공식기록으로는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40도를 넘어선 것이 유일하지만 AWS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더웠던 것으로 알려진 2016년 8월 12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설치된 하양AWS에서도 40.3도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정체된 한반도 주변 동북아 지역 기압계를 흔들어 열기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됐던 태풍들도 폭염의 기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23일 새벽 제10호 태풍 암필이 중국 칭다오 서북서쪽 약 32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소멸으며 제11호 태풍 우쿵이 일본 도쿄 동남동쪽 2070㎞ 해상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어로 ‘손오공’을 의미하는 ‘우쿵’은 북태평양고기압에 가로막혀 한반도는 물론 일본 내륙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해상에서만 머물다가 오는 27일 일본 삿포로 동쪽 약 960㎞ 해안에서 소멸될 것으로 전망됐다. 동북아에 더위를 가져온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세에 눌려 ‘손오공’이 힘도 못 쓰고 사라지는 형세다. 25일 역시 일부 해안과 산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한편 밤사이에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도 확대되는 등 가마솥 더위는 계속되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전국 예상 아침 최저기온은 24~28도, 낮 최고기온은 33~38도 분포로 평년보다 4~7도 높은 수준을 보이겠다.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북부, 남부 내륙 일부 지역은 약한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기다리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강수량이 5㎜ 안팎에 불과하다. 폭염을 식히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데 반해 뜨거운 열기로 인해 비가 증발되면서 습도는 도리어 높아져 불쾌지수가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위험한 수혜국’에서 ‘SNS 강국’으로...필리핀은 지금 변화 중

    ‘위험한 수혜국’에서 ‘SNS 강국’으로...필리핀은 지금 변화 중

    ‘대기업 총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필리핀 여행하던 한국인 피살’, ‘태풍이 할퀴고 지나 폐허가 된 필리핀 현지’. 아시아 대륙 남동쪽에 있는 섬나라 필리핀에 대해 언론이 수시로 조명하는 부정적 단면이다. 이런 단면은 마치 필리핀의 전부인 것처럼 낙인이 됐다. 많은 사람이 필리핀을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로 인식했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한·중·일 그리고 10개국 아세안 청년들과 함께 직접 방문해 목격한 2018년의 필리핀은 알려진 것과 전혀 달랐다. “이번 주 태풍 소식이 있지만, 이렇게 좋은 손님들이 필리핀을 방문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참 기쁩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필리핀 사람들의 미소는 화사했다.자연재해와 가난으로 드리운 그늘 대신,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려 달리고 있는 필리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필리피노들의 긍정이 도심 곳곳에 가득했다. 국제기구 한-아세안 센터는 지난 7일부터 5일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중·일 그리고 아세안 청년 70명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한-아세안 청년’을 주제로 한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을 진행했다.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과 함께 찾은 마닐라는 평소 언론을 통해 태풍으로 무너진 건물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필리핀의 모습과는 달랐다. 도심에는 한참을 올려봐야 할 높이의 고층 빌딩이 즐비했다. 또 최근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던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현상도 시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필리핀 시민들은 걸으면서도 손에 든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었다.인터넷 이용률도 높았다. 워크숍에 참가한 필리피노는 대화를 나누다 말문이 막히자 곧장 “구글에 검색해보겠다”며 검색한 내용을 들이밀었다. 한 필리피노는 “SNS 팔로워 해도 될까요?”라고 묻더니 “인스타그램이면 더 좋겠어요. 최근에 페이스북은 ‘눈팅’만 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한국 젊은이들의 디지털 문화와 영락없이 닮아 있었다.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인구 중위연령 23세(한국 42세)의 ‘젊은 국가’다. 젊은 인구가 많은 까닭에 필리피노들은 ‘해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저’로 유명하다. 지난해 영국 SNS 자문회사 ‘WEARESOCIAL’이 발표한 집계에서 필리핀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접속 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으로 이용자 평균시간 중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테스트 전문 기업 Ookla의 Speed Test Index에 따르면 필리핀의 인터넷 속도는 지난 2014년 3.5Mbps에서 올해 17.62Mbps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아세안 10개국 중 상승률 1위였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디지털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닐라에 새로 개발된 지역인 마카티, BGC 등 신도시 지역 주민의 IT기술 활용도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또 필리핀 내 각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 계획을 집대성한 ‘Build-Build-Build’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한-아세안 센터 관계자들과 만난 BBB 위원회 관계자들은 “첫 사업은 마닐라의 골칫덩이인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지하철 건설로 2020년 1호 지하철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문화의 약진과 더불어 시민참여도 늘고 있다. 참가자들이 마닐라 본사를 방문한 온라인 언론사 래플러(Rappler)는 최근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으며 필리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플러는 처음 페이스북 페이지로 시작했지만,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2012년 개별 언론사로 독립했다. 기사의 형식이나 게재 방식 등이 전통적인 언론의 모습과 사뭇 다르나 대통령과 신경전까지 벌일만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특히 최근에는 두테르테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비판한 기사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1일 “외국인이 국내 언론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국내법에 반해 래플러의 지분 일부가 외국펀드에 속해 있다”면서 래플러의 법인 등록을 취소했다. 이에 래플러측은 “경영과 무관한 외국인의 재무 투자에 불과한데 이를 트집 잡은 것은 정부 비판적인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제소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최근 필리핀 정부는 그간 성장의 발목을 잡던 ‘위험한 나라’ 오명을 벗고자 치안 개선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필리핀 방문 외국인 수 1위에 달하는 한국인을 고려해 한국 경찰과의 협력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 2016년부터 ‘필리핀 경찰 수사 역량 강화사업’을 통해 필리핀 경찰의 초동조치 역량을 강화하고자 경찰청에서 전문가 파견, 한국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코리안 데스크’ 제도를 도입해 6명의 한국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필리핀 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며 한국인 보호에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10명에 달하던 한국인 범죄 피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 기준 1명으로 크게 줄었다. 한동만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등 범죄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대사관과 한인 사회의 합동 노력으로 최근 한인 피살 사건이 크게 줄었다”면서 “한국인 방문객과 교민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사건 사고도 잦지만, 카지노나 불법 안마소 등을 이용하지 않고 기본적인 수칙만 잘 지켜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닐라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디지털은 ‘양날의 검’...활용법 찾는 건 우리의 몫이겠죠!”

    “디지털은 ‘양날의 검’...활용법 찾는 건 우리의 몫이겠죠!”

    “디지털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파괴적일 수도 있고 건설적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우리 한·아세안 청년들이 직면한 도전이겠죠!” 국제기구 한-아세안 센터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한 ‘2018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한-아세안 청년’ 참가자 에피 크리스천 조지(26·필리핀 국립대 아시안센터)는 이렇게 말했다.이 워크숍에 참가한 한·중·일 그리고 아세안 10여개국 청년 70명은 필리핀 내에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문화를 살펴보고, 디지털을 통해 아세안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할 방안을 모색했다. 각국에서 모여든 아시안 청년 70명과 함께 찾은 마닐라 시내에는 고층 빌딩이 즐비했다. 평소 언론을 통해 태풍으로 무너진 건물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필리핀의 모습과는 달랐다. 시내를 지나는 필리핀 시민들은 걸으면서도 손에 든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현상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이용률도 높았다. 워크숍에 참가한 필리핀 청년들은 대화를 나누다 말문이 막히자 곧장 “구글에 검색해보겠다”며 금세 검색한 내용을 내보였다. 한 필리피노는 “인스타그램 팔로우 해도 될까요? 전 페이스북은 ‘눈팅’만 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한국 젊은이들의 디지털 문화와 영락없이 닮아 있었다.10일 한-아세안 청년들을 만난 한동만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는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인구 중위연령 23세의 ‘젊은 국가‘라면서 “젊은 인구가 많은 까닭에 필리피노들은 ‘해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저’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국 SNS 자문회사 ‘WEARESOCIAL’이 발표한 집계에서 필리핀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접속 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으로 이용자 평균시간 중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디지털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닐라에 새로 개발된 지역인 마카티, BGC 등 신도시 지역 주민의 IT 기술 활용도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또 필리핀 내 각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 계획을 집대성한 ‘Build-Build-Build’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디지털 문화의 약진과 더불어 시민 참여도 늘고 있다. 참가자들이 본사를 방문한 온라인 언론사 래플러(Rappler)는 최근 필리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플러는 처음 페이스북 페이지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2012년 개별 언론사로 독립했다. 최근에는 두테르테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 방식을 비판하며 정부와 신경전을 벌여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한국인 참가자 정하승(21·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씨는 “아세안 국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제한적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면서 “디지털 세계화 속 한-아세안 관계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닐라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특별연장근로’ 재해·재난 등 긴급할 때만 허용

    감염병 통제·제설·통신 마비 등 인정 정유업계 ‘대정비 보수’는 대상 안 돼 사실상 경영계 확대 요구 수용 안 해 고용노동부가 23일 주 52시간 근무제(노동시간 단축제도) 시행 이후 경영계에서 강하게 주장해 온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대해 “자연 재해와 재난 등 사안의 긴급성이 있는 때에만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사실상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자연·사회 재난의 수습이 필요하면 법으로 정해진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제도다. 고용부 장관의 인가 절차가 필요하지만 급하면 사후 승인도 가능하다. 경영계는 노동시간 단축제도 시행 전후로 건설업, 석유화학 등 산업구조 특성상 필요한 때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고용부 가이드라인에는 경영계 요구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는 ▲폭설·폭우 등 자연재난이 사업장에 발생해 이를 수습할 때 ▲감염병·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거나 수습할 때 ▲화재·폭발·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업무로는 제설 작업, 붕괴 예방활동, 방역 활동, 감염병 통제 활동, 화재 진화와 복구 작업, 화학물질 유출에 따른 확산방지 활동 등이 있다. 아울러 방송·통신 기능의 마비 사태가 발생해 긴급 복구할 때, 계좌이체·카드결제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사회 전반에 제공되는 시스템 장애를 복구할 때도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태풍에 대비한 예방 활동, 국가 사이버 위기경보 발령에 따른 국가·공공기관의 보안관제 비상 근무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정유·화학업계가 특별연장근로를 요구했던 ‘대정비 보수 작업’(수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장비 해체·점검·청소를 하는 작업)에 대해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무가 많이 몰리는 것일 뿐 재난에 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송업은 재난 방송을 위한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나 월드컵 중계 등은 인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병원도 평상시 환자가 많은 것은 해당되지 않고, 대형 사고로 환자가 속출할 때만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은 89건이고, 이 중 38건이 인가를 받았다. 수학여행 지도와 공연·축제 준비, 업무 폭주, 주문량 증가 등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111년 만에 아침기온 ‘최고’…낮엔 40도 넘는 곳 나온다

    111년 만에 아침기온 ‘최고’…낮엔 40도 넘는 곳 나온다

    어제 강릉 최저기온 31도… 서울 29도 KTX 선로 61.4도… 사상 첫 70㎞ 서행장마가 끝나고 13일째 폭염이 이어지면서 24절기 중 가장 덥다는 ‘대서’인 23일 아침 최저기온이 1907년 기상 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5분 기준 강원 강릉은 31도로 1907년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아침 기온을 나타냈다. 서울 역시 29.2도로 가장 더운 아침으로 관측됐다. 지금까지 가장 더운 아침 기온은 2013년 8월 8일 강릉에서 기록된 30.9도였다. 서울은 1994년 8월 15일 28.8도가 가장 높았다. 그 밖의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도 울진 29.3도, 포항 29도, 수원 28.2도, 부산 27.5도, 대구 27.4도, 제주 27도, 광주 26도 등으로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훌쩍 넘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10호 태풍 ‘암필’에 동반된 구름대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밤에 열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복사냉각이 차단돼 기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가장 더운 곳은 경북 영천으로 38.2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았다. 비공식적으로는 영천시 신녕면이 38.7도로 가장 더웠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5.7도를 기록했으며, 비공식적으로 수도권에서는 경기 광주시 퇴촌이 38도까지 올라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새달 2일까지도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비 소식이 없고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맹위를 떨치면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곳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 관측 이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던 것은 1942년 8월 1일로 대구에서 40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3개월(8~10월) 전망’을 발표했는데 다음달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온은 평년(24.6~25.6도)보다 높겠지만 강수량은 평년(220.1~322.5㎜)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폭염으로 선로가 흐물흐물해져 KTX 운행 속도를 70㎞로 제한하는 초유의 상황도 발생했다. 자연재해 등으로 시속 230㎞로 감속 운행된 적은 있지만 시속 70㎞ 제한은 2004년 KTX 개통 이후 처음이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3시 14분쯤 천안아산∼오송역 구간 선로 온도가 61.4도를 기록하자 KTX 운행 속도를 70㎞ 이하로 서행하도록 긴급 조치했다. 서울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광장’ 최인훈 작가 84세 일기로 타계…한국 현대문학 거목

    ‘광장’ 최인훈 작가 84세 일기로 타계…한국 현대문학 거목

    소설 ‘광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으로 우뚝 선 최인훈 작가가 23일 오전 10시 46분 타계했다. 84세. 최인훈 작가는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들의 임종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1934년(공식 출생기록은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국군을 따라 남쪽으로 왔다. 아버지는 목재상이었고, 집안이 제법 부유한 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 6학기를 마쳤지만 1956년 중퇴했다. 전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 갈등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8년 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군 복무 중인 1959년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듬해 4·19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정면으로 다루며 그 안에서 실존을 고뇌하는 개인을 그려내 당시 문학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고인은 자신의 대표작 ‘광장’에 대해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작품이며,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문으로 두 번이나 출제됐다. ‘광장’ 외에도 ‘회색인’(1963), ‘서유기’(1966),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화두’(199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의 작품을 냈다. 고인은 그 문학성을 인정받아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고인은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를 끝으로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신판 ‘최인훈 전집’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 분량의 새 작품집을 낼 만한 원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듬해 자신의 희곡이 올려진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대학에서 오랜 세월 후학들을 길러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학을 제대로 마치지 않았던 데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상의 혜택을 줬는데도 누리지 못한 그때의 내가 너무 밉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고 깊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결국 2017년 2월 24일 서울대에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며 오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아들 윤구, 윤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02-2072-2020)에 차려진다. 이날 오후부터 조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간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오늘은 가장 무더운 ‘대서’… 한반도 ‘녹는다’

    오늘은 가장 무더운 ‘대서’… 한반도 ‘녹는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3일 아침 최저 기온이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 사상 111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6시 45분 현재 강릉의 기온은 31.0도로, 1907년 이래 전국적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은 것은 2013년 8월 8일(30.9도)이 처음이었는데, 이날 이 기록이 깨졌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도 29.2도로 역시 서울에서 관측 이래 가장 높다. 지금까지는 1994년 8월 15일에 기록한 28.8도가 가장 높았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온도가 25도를 유지하면 열대야라고 부른다. 지난밤엔 울진 29.3도, 포항 29.0도, 수원 28.2도, 부산 27.5도, 대구 27.4도, 청주 27.4도, 광주 26.0도, 제주 27.0도 등에서도 열대야가 나타났다. 고온현상은 계속돼 오늘도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을 보이는 등 전국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날 기상청은 낮 최고기온이 33∼37도의 분포를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낮기온이 대구와 경주는 37도,서울과 수원은 36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져 온열 질환자 발생과 농·축·수산물 피해가 우려된다. 소나기가 내리는 강원 남부 산지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칠 수 있어 시설물 관리와 야영객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 내지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태풍 ‘암필’(AMPIL)의 간접적 영향으로 제주도와 전남 해안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제주도 모든 해상과 서해 남부 먼바다에 높은 물결이 일겠다. 제주도와 남해안,서해안에는 너울로 인한 높은 물결이 해안도로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다. 바다의 물결은 서해 앞바다 0.5∼1.5m,남해 앞바다 0.5∼2.0m,동해 앞바다 0.5∼1.0m로 일겠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씨줄날줄] 폭염과 자연재난/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폭염과 자연재난/박현갑 논설위원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높은 기온이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는 현상인 폭염 하면 떠오르는 말들이다. 그런데 폭염은 자연재난일까 아닐까. 한반도가 무더위로 이글이글 불타오르면서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주의보·경보) 발령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2008년부터 폭염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일 최고기온 33℃ 이상이고 일 최고 열지수(heat index)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이고 일 최고 열지수 41℃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는 폭염경보를 발표한다. 기상청은 이달 내내 찜통더위를 예고한다.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일수를 의미하는 폭염일수 기준으로 보면 1994년이 전국 평균 31.1일로 최고로 더웠으며 2016년에는 22.4일로 2위였다. 올해는 이 폭염일수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염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고열, 체온상승, 두통,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 등의 증상을 보이는 열로 인한 급성질환인 온열질환자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폭염피해가 가장 심했던 해는 2016년이다. 당시 207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7명이 사망했고 닭 406만 마리 등 430만 마리의 가축도 폐사했다. 올해도 벌써 온열환자는 1043명이 생겨났고 12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가축 집단폐사도 100만 마리를 넘겼다. 이쯤 되면 폭염은 자연재난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자연재난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은 태풍과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뜻한다. 자연재난으로 인정되면 피해 발생 때 정부에서 보상을 해 준다. 때마침 정부에서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하는 움직임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들려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폭염의 자연재난 포함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폭염이나 미세먼지 등 지구온난화 탓에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새로운 요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폭염과 온열질환자,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환 발병의 인과관계 규명 등 여러 해결 과제가 있겠지만,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재해위험 요인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는 역시 가족을 다루는 영화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하지만 그도 주제와 스타일이 비슷한 작품을 연속해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이후 당분간 가족을 제재로 한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고레에다. 결심한 대로 그는 자신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심리 스릴러 ‘세 번째 살인’(2017)을 완성했다. 이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실을 둘러싼 문제를 파헤치는 고레에다에게 관객이 기대한 바가 그가 내놓은 결과물보다 더 컸다는 점이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늘 같지는 않다.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즉 가족을 다루는 영화로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나는 이것이 ‘어느 가족’에 온전히 주어진 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을 품고 나름의 답안을 지속적으로 써냈던 고레에다의 작업에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물음은 일관됐다. 요약하면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이다. 물론 응답 방식과 내용은 고레에다의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가족’은 어떤가 하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가족의 성립 (불)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어쩌다 보니 한 집에 같이 살게 된 타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할머니(기키 기린)어머니(안도 사쿠라)이모(마쓰오카 마유)아버지(릴리 프랭키)아들(조 가이리)딸(사사키 미유)로 마침맞다. 예컨대 누군가 그들이 바다 여행에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봤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라 말했을 테다. 그렇지만 앞서 밝혔듯이 이 사람들은 법적으로 공인된 가족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이 사람들은 절도 등 법을 어기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원제목이 ‘좀도둑 가족’인 것도 이해가 된다. 이들은 훔치는 것 외에도 적발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만한 행위까지 저지른다. 그런데 기묘하다. 그들의 범죄가 오히려 윤리적 행동처럼 느껴져서다. 이런 당혹감 속에서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라는 고레에다가 거듭 제기하는 의문에 말이다.나는 ‘어느 가족’을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가족은 핏줄이 아닌 온정으로 형성되고, 사랑의 유대감으로 유지되며,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바꿔 말하면 이렇다. 온정과 사랑의 유대감 없는 정상 가족은 그냥 남남이라고.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日, 北과 교류 재개 조건은 ‘납치문제 해결’…北·美 대화 변수로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日, 北과 교류 재개 조건은 ‘납치문제 해결’…北·美 대화 변수로

    “저기 아래 보이는 니가타 항구에서 바로 13살밖에 안 된 요코타 메구미가 납치됐어요.” 지난 4일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반다이지마 빌딩 13층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ERINA) 사무실 창문에서 바라본 니가타항은 을씨년스러웠다. 마침 한반도를 비껴간 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 탓에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이었을까. ERINA 사무실에서 만난 북한전문가 미무라 미쓰히로 선임 연구위원은 첫 인사를 나누자마자 항구를 가리키며 일본 납치 문제의 상징인 메구미 사건을 대뜸 거론했다.니가타현은 해방 이후 북한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지만, 납치 문제가 얽혀 일본인과 재일조선인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 지역이다. 만경봉 92호는 해방 이후 일본 니가타현과 북한 강원도 원산을 왕래하면서 재일조선인들의 북한 송금과 냉장고, 세탁기, 자전거 등 중고 물품 전달을 하는 최대 창구였다. 하지만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금지했다. 북한과 일본의 경제협력도 점차 끊어졌다.만경봉 92호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니가타에 사는 일본인들의 납치 문제에 대한 공포감과 반감은 상상 외로 컸다. 미무라 연구위원은 “자기 아들, 딸이 납치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들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왜 일본인을 납치했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반감과 공포감은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지난 4일 니가타시에서 만난 김종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니가타지부 위원장은 니가타 유일의 조총련계 조선학교 교장을 12년 동안 역임했다. 그는 “조선학교는 올해 3월에 중학교 3학년 마지막 학생이 졸업하면서 휴교 상태”라면서 “니가타 납치 문제의 화살이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폭행과 위협으로 이어져 다들 일본학교로 떠났다”고 전했다.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경제협력, 작게는 북·일 교류 재개의 전제 조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역시 북·일 교류 재개를 위한 중요 조건이지만, 납치 문제는 일본의 국민정서를 납득시켜야 하는 정치적 사안이다. 지난 2일 도쿄에서 만난 일반재단법인 국제경제교류재단 구사카 가즈마사 회장(전 경제산업성 관료)은 “납치 문제는 일본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민을 지키는 중심 가치”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납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난제다.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납치 피해자는 17명. 북한은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을 계기로 이 가운데 5명을 일본에 돌려보냈다. 나머지 8명은 사망으로 집계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석연치 않다며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4년에는 메구미가 1994년 자살했다며 일본으로 유골을 보냈지만 DNA 검사 결과 가짜로 판명 났다. 이에 대해 일본의 주장일 뿐이라는 비난도 있을 만큼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 현재 ‘납치 피해자 전원 귀국’ 방침인 반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는 물론 북한조차도 납치 피해자들의 정확한 현황을 모른다는 것이다. 조총련 니가타지부 김 위원장은 “일본이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들 가운데 일반 행방불명자도 있을 수 있어 100% 해결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쥬인 아츠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아베 신조 총리가 전원 귀국 방침을 관철할지, 한 사람이라도 귀국하는 것을 우선할지는 어려운 판단”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금전적 지원 규모가 거액이 되면 여론의 환영 무드도 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등 강경압박 대응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미국이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무라 연구위원은 “일본의 상사들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커다란 이익이 있기 때문에, 다 버리고 북한과 거래하겠다는 회사는 없다”면서도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경제협력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재팬 패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도쿄에서 만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에 있는 외교정책연구소의 미야케 구니히코 대표(전 외무성 관료)는 “일본이 한국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고 관여하지도 않았기에 미국, 중국, 한국 등과 입장 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동북아 경협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위한 관계정상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은 향후 납치 문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양선언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양국이 재산청구권을 포기하고 국교 정상화 이후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사 보상을 위한 대일청구권으로 100억 달러 내지 300억 달러의 보상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공산당 도시오 우에키 홍보부장은 “동북아시아가 평화 무드로 가고 있는데 일본만 동떨어져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본이 식민지 시대의 한반도 지배를 진짜 반성한다면 경제협력과 배상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도쿄·니가타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한반도 폭염 8.2일→13.7일…‘한증막 더위’ 일상이 됐다

    한반도 폭염 8.2일→13.7일…‘한증막 더위’ 일상이 됐다

    지난 11일 이후 일 최고기온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엔 올 들어 처음 내륙지방 전 지역에 ‘폭염특보’(주의보·경보)가 발령됐고, 특히 서울은 22일까지 사흘 연속 오존주의보마저 내려졌다. 올해 폭염(낮 최고기온 33도)일수가 역대 가장 길었던 1994년(31.1일)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지구온난화의 ‘역습’과 이에 따른 우리의 대응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한반도의 폭염 현상은 편차가 있지만 증가세가 뚜렷하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1980년대 8.2일이던 폭염일수가 1990년대 10.8일, 2000년대 10.4일, 2010년대 13.7일로 늘었다. 2011~2017년 연평균 온열 질환자가 1132명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도 11명이나 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인한 아시아 지역 리스크로 홍수, 가뭄과 함께 폭염을 들었다. ●북유럽 가뭄·日 폭우… 지구촌 이상기후 몸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2016년 기후현황 보고서는 2016년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했다. 해수면 높이는 6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해수면 온도는 1981~2010년과 비교해 평균 0.65~0.71도 상승했다. 캐나다 퀘벡에서는 올해 6~7월 고온과 습도로 수십명이 사망했고 북유럽은 가뭄에 시달리는 등 이상기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5~8일 태풍 쁘라삐룬이 역대 최고인 1050㎜의 비를 뿌려 2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태풍 규모가 커지고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서 호우가 집중됐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는 500년 만의 홍수로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하비’가 역대 최고인 1320㎜의 비를 몰고 와 인명 피해뿐 아니라 180조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낳았다. 한반도 상황도 심각하다. 1~2월 한파와 4~5월 이상 고온, 6월 가뭄, 7월 폭염, 지역적 편차가 심한 장마 등의 이상기후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대형 산불과 대기질 악화, 어업 생산량 감소 등이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오래됐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석탄·석유·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이제야 첫걸음을 내디뎠다. 2015년 12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신기후 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신기후 체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 대응 재원 조성 등을 통해 환경과 경제·사회 발전의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 발전’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사회는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탓 기후변화… 국제사회 감축 박차 한국은 2015년 기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11.58t) 세계 6위, 국가 배출량(5억 8600만t)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8억 5080만t) 대비 37%(3억 1480만t)를 줄이는 내용의 기본 로드맵을 2016년 발표했지만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되자 ‘수정안’을 내놨다. 배출 목표인 5억 3600만t을 유지하되 이행 방안이 불확실했던 국외 감축량을 줄이고(4.5%) 국내 감축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은 ‘탈석탄화’가 관건”이라며 “천연가스로 전환하면 비용이 상승하겠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정부 “폭염도 자연재난”…온열질환 피해 보상 길 열리나

    정부 “폭염도 자연재난”…온열질환 피해 보상 길 열리나

    행안부 “관련 법 심의 때 찬성할 것” 법 개정 땐 체계적 폭염 대응 가능해져정부가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기존 ‘아니다’라는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앞으로 정부 차원의 폭염 대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대응정책관은 22일 “내부적으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 심의 때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데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의원 발의로 여러 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으로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대설, 해일, 황사, 화산, 소행성 등이 지정됐지만 폭염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온열환자가 속출하면서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달랐다. 지난해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폭염·혹한은 재난에 준해 관리 중이고 필요한 조치는 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1년 만에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최근 폭염 피해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15일 온열환자 285명이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달 말까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원 발의 법안에 정부가 찬성표를 던지고 법 개정이 이뤄지면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등에 따라 폭염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온열질환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나 폐사한 가축에 대해 피해 보상도 가능해진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대통령은 ‘쉼표’가 절실하다

    대통령은 ‘쉼표’가 절실하다

    지난달 28~29일(목~금) 문재인 대통령은 과로에 따른 몸살감기로 몸져누웠다. 변호사 시절부터 ‘워커홀릭’이었던 데다 아프고, 힘들어도 좀처럼 ‘내색’을 않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아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대통령 주치의로부터 검진 결과를 보고받고서 대통령의 연가를 ‘선 조치’ 하고, 대통령에게 ‘후 보고’ 했다는 후문이다. 일종의 ‘강제 연가조치’ 였던 셈이다. 하지만, 연가 중에도 문 대통령은 일부 수석비서관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워커홀릭’의 면모를 잃지 않아 참모진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이번달 말쯤 휴가 앞두고 청와대는 고심중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문 대통령은 업무가 끝나고서도 관저로 서류보따리를 챙겨가 새벽 2~3시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름휴가만큼은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재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스타일상)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현실적으로 제한된 휴가지를 놓고 경호계획과 동선, 프로그램 등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한반도의 봄’을 끌어내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혹사했던 문 대통령으로선 ‘쉼표’가 절실한 시점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달 말쯤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장소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과 체감할 수 있는 혁신성장과 이를 위한 규제 혁파, 문재인 2기 내각 구상까지 난제들이 쌓여 있지만 잠시라도 대통령에게는 숨돌릴 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주씩 국내외 고급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갖는 서방 선진국 정상들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마땅히 쉴 곳도 부족하고, 기간도 짧은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강원도 평창과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휴양시설에서 6박7일 일정의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휴가 직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발사 도발 탓에 수시로 안보관련 동향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역대 대통령들도 휴가에 인색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휴가에 인색한 편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의 별장을 여름휴가 때 즐겨 찾았다. 1954년 지어진 화진포 별장은 1961년 철거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또 다른 휴가지는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다. 저도는 누워 있는 돼지를 닮았다 해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 이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저도 내 별장을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의 도고 온천도 즐겨 찾았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별장도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를 즐겨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만들어진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의미로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년 이곳을 찾았다. 조깅이 취미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매일 2㎞가량 되는 조깅 코스를 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3차례나 이곳을 찾아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 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라며 2003년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겼다. 현재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다. 경호가 쉽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군부대시설은 대통령의 전통적인 휴가 장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계룡스파텔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휴가 기간 대부분을 8·15 경축사 구상에 힘을 쏟았다. 경호실장과 두세 차례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한 이튿날 하루 연가를 내고 계룡대 부근의 군 시설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경남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추억의 장소인 저도를 첫 휴가지로 골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푸른색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저도 해변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이었다.호화 골프 즐기는 美대통령, 입방아에 오르기도 해외 정상들은 휴가 사용에 적극적이다. 2주 이상은 기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첫째 주와 둘째 주 주말마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주말휴가를 보냈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그는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틈만 나면 휴가를 가서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장소로도 종종 이용하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는 겨울에,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주로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간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휴가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휴가 기간 발생한 태풍 카트리나 피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름에는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즈비니어드섬에서 휴가를 즐겼다. 겨울에는 하와이의 호화 별장에서 보름 이상을 휴가로 보내곤 했다. 특히 골프광으로 유명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못지않은 골프광이다.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14년 8월 휴가 중에 히로시마 산사태로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았다. 유럽 정상은 해외를 즐겨 찾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8년부터 이탈리아 쥐트티롤 줄덴에서 휴가를 보낸다. 2014년 1월에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몇 주간 목발 신세를 졌다. 다만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은 메르켈 총리가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 것이란 보도가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서 나오기도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경남 창녕, 낮 기온 39.3도 올해 최고 기록.

    올 들어 처음으로 전국 내륙지방 전역에 폭염특보(주의보·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20일 경남 창녕의 낮 기온이 39.3도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날까지 올해 최고 기온은 지난 16일 경북 영천에서 기록한 38.3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주요 지역 기온은 영천 39.2도, 대구 38.5도, 광주 37.3도, 서울 34.6도까지 오르며 기록적인 폭염을 이어갔다. 7월 낮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한 지역도 속출했다. 20일 상주가 36.8도를 기록 2015년 7월 31일 36.3도의 극값을 경신했다. 순천 35.5, 장수 34.8도까지 오르며 새로운 극값을 기록했다. 전국이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경북에서 폭염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김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폭염에 의한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 같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예정됐던 축제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경남 김해시는 20일 2018 허왕후신행길축제를 3일간 연기했다. 이에 앞서 하동군도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일원에서 열려고 했던 제4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 재첩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경기 성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전기공급이 끊겨 폭염 속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사고도 발생했다. 20일 오전 5시 20분경 아파트의 자체 변전실 차단기에 이상이 생겨 470여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다가 7시간 만에 재개됐다. 연일 무더위로 가축 폐사가 잇따르자 축사와 가축관리에 비상령이 걸렸다. 경북도는 관계자에 따르면 닭 12만 2100마리, 돼지 1879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전남 통역지역 어민들은 폭염으로 가두리양식장 수온이 올라 물고기가 대량 폐사할까 수온을 재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이 대만 북동부 해상을 경유하여 중국 상해부근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태풍에 동반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무더위로 인한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습도 증가에 의해 열대야 발생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이용섭 광주시장, 산하 공공기관장 대폭 물갈이 예고

    “날씨도 더운데 옷벗고 합시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9일 열린 시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무더운 날씨를 감안,기관장들에게 편하게 회의하자는 의미로 건넨 말이다. 그러나 이 인사말이 공공기관장 ‘물갈이 태풍’을 예고하는 신호가 아느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어진 후속 발언 때문이다. 이 시장은 민선 7기 들어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서 “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선출된 임면권자는 시민권익과 광주의 발전에 적합하지 못한 기관장을 바꿀 권한을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았다”며 “올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은 잔여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은 그동안 중앙정부, 감사위원회, 관련 부서들의 경영 성과,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임기보장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임기가 끝나는 광주영어방송 사장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잔여 임기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나머지 15개 기관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영 평가 등을 통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이후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은 2019년 7개 기관, 2020년 7개 기관, 2021년 1개 기관 등이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광주테크노파크, 과학기술진흥원, 그린카진흥원은 업무 공백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임명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광주도시공사와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은 시의회와 민선 7기 인사청문 협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여러차례 기관장의 자격 요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관장은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나와 시정철학이나 가치가 같아야 한다. 즉 방향성이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나와 철학과 가치가 같지 않으면 광주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가 없다”며 “100m를 10초 이내로 달린다 하더라도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자꾸 오른쪽으로 가면 잘 달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임기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마곡지구 공사현장 안전대책 현장 점검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7월 18일 오전 10시에 원 구성 이후 첫 번째 현장방문 활동으로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공사현장을 방문한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가 제10대 서울시의회 개원 이후 첫 방문지로 올 10월 개장 예정인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공사현장을 선택한 이유는, 여름철 장마 및 태풍 등 재난·재해 시기에 앞서 대규모 공사 건설현장 중 하나인 서울식물원을 방문해서 안전대책을 확인하고, 사전에 미연에 대비할 것을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제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을 포함한 13명의 위원은 서울식물원 공사현장과 함께 마곡지구 산업단지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사업이 실현되고 있는지 시찰할 계획이다. 김인제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금번 방문은 시민들이 많이 찾을 대규모 시설의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대책에 차질이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며, 앞으로도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시민의 삶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민의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11일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제282회 임시회(2018.7.11~7.19) 기간 중 소관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속세를 떠난 山… 법이 머무는 寺… 물러서야 보이는 풍경

    속세를 떠난 山… 법이 머무는 寺… 물러서야 보이는 풍경

    지난 6월 30일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경북 영주 부석사 등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우리나라의 열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지요. 그중 충북 보은의 법주사는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이자 문화재가 그득히 담겨 있는 보물 같은 절입니다. 천년 고찰을 품에 안은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를 가졌지요. 연신 내리는 비에 몸도 마음도 꿉꿉한 어느 날, 세상으로부터 잠시 숨어들기 좋은 이름이 아니겠습니까. 글로 짐작하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릅니다. 물결치는 산의 능선과 그 안의 오래된 절을 마주하는 순간 세계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절로 깨닫게 됩니다.속리산 자락에 안긴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이 창건한 사찰이다.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모셨다 하여 ‘부처님의 법이 머무는 절’이라는 의미로 법주사(法住寺)라는 이름을 지었다. 절을 휘감은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 산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의 법은 세상의 번잡스러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불교국가였던 신라부터 유교를 국가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 중기까지 여러 차례 중수를 거듭한 대사찰은 ‘호서제일가람’이라는 칭호를 누려 왔다. ‘호서’는 삼국시대에 가장 중요한 호수로 여겼던 제천 의림지의 서쪽을 일컫는다. 절에는 눈여겨볼 유물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5층 목탑인 팔상전을 포함해 국보 3점, 보물 13점을 품은 절은 그 자체로 기나긴 한국 불교 역사의 증거다.●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오리숲길 산사(山寺)는 말 그대로 산에 있는 절이다. 산사에 가려면 기꺼이 걸어야 한다. 탈것을 타고 절 바로 앞에 내리는 건 산사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우리나라 산사 건축은 진입로로부터 시작된다. 산사의 진입로는 그 자체가 건축적, 조경적 의미를 지닌 산사의 얼굴”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주사에도 진입로이자 걷기 좋은 숲길 오리숲길이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법주사를 찾은 사람들이 숱하게 걸었을 길이다. 길은 속리산 버스터미널부터 법주사까지 이어진다. 숲길의 거리가 10리의 절반인 5리(2㎞)라서 오리숲길이다. 세속의 때를 털어버리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소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남한강 지류인 달천이 흐르는 길을 걸으며 속세와 서서히 멀어진다. 숲길은 뙤약볕이나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만큼 나무 그늘이 무성하다. 숲길 초입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중반부터는 신갈나무나 당단풍이 주를 이룬다. 나무들은 각자의 신록을 열심히 뿜어 올린다. 1460년을 관통하는 숲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산사에 다다른다. 이제, 산에 있는 부처님을 뵐 준비가 됐다.●깊이와 높이가 깃든 천년 고찰 금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터져 나온다. 사방을 둘러봐도 속리산 자락이다. 천년 고찰은 겹겹이 어깨동무를 한 산등성이에 둘러싸여 있다. 불교에서는 속리산의 여덟 개 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사찰을 감싸고 있다고 본단다. 풍수에 무지한 이가 봐도 명당임을 알겠다. 산사는 건물을 놓을 때 산의 지세를 고려한다. 법주사의 경우에는 금동미륵대불 뒤에 수정봉이, 대웅보전 뒤에 관음봉이 우뚝 서 있다. 탁 트인 평지에 일렬로 늘어선 금강문, 천왕문, 팔상전, 대웅보전은 사찰의 중심축을 이룬다. 탑 하나, 건물 하나 허투루 놓지 않은 짜임새 있는 배치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말한 “창건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지속성과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은 법주사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가 증명한다. 산사에 익숙하지 않은 중생에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화재가 제일이다. 법주사가 품은 국보와 보물을 찾아보는 데만도 시간이 제법 걸리는데, 그중 팔상전은 놓치지 말아야 할 국보(제55호)다. 우리나라 유일의 5층 목탑이다. 신라 진흥왕 14년(553년)에 세운 탑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면서 1624년에 다시 지었다. 23m에 달하는 목탑은 내부에 부처의 일생을 8폭 그림으로 나타낸 팔상도가 그려져 있다. 빛바랜 목탑의 자태는 옆에 있는 금동미륵대불의 화려함과 대비돼 더욱 고아하다. 한때 알록달록했을 단청은 색이 흐릿하니 바랬다. 목탑에서 시간이 흘러 더욱 아름다워진 것의 깊이를 본다.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은 통일신라 시대의 석등으로 사자를 조각한 석조물 중 가장 오래됐다. 사자 두 마리가 앞발과 주둥이로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익살맞다. 통일신라 때의 석등은 주로 8각 기둥이었는데, 사자가 이를 대신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사자 머리의 갈기나 다리 근육까지 사실적으로 조각돼 있어 꼼꼼히 살펴볼수록 재미있다. 돌로 만든 연못 석련지(국보 제64호), 6m 높이 바위에 미륵불을 새긴 마애여래의좌상(보물 제216호), 아담한 절집마냥 사모지붕을 올린 원통보전(보물 제916호), 옛날 3000여명의 승려들이 먹을 밥을 지었다는 철솥(보물 제1413호) 등도 눈여겨볼 일이다. 금동미륵대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번쩍번쩍 빛나는 금색이요, 33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금동미륵대불의 역사는 신라 혜공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776년에 청동으로 주조한 뒤 1000년간 모습을 유지한 불상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에 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실로 몰수됐다. 이후 시멘트로, 청동으로, 금동으로 여러 번의 복원을 거쳐 오늘날의 금동미륵대불이 됐다. 거대한 불상 앞에 서면 부처님 발 아래 연꽃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하늘로 한참 치켜들어도 부처님 얼굴이 보일락 말락 한다. 금동미륵대불을 마주하는 이들이 자꾸 뒷걸음질을 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면 부처님 뒤의 산 능선과 하늘이 눈에 덜컥 걸린다. 산자락 아래 서 있는 부처님은 높이로 가르침을 준다. 땅만 보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라 한다. 높이 봐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더 많은 것을 보려면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고, 깊은 산속까지 찾아와야 느끼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적요한 산사가 안겨 준 성찰이다.●세월의 풍파를 견딘 정2품 소나무 법주사에서 나오는 길에 눈도장을 찍어야 할 나무가 있다. 600년 동안 속리산 입구를 지켜 온 거목 정이품송이다. 세조 재위 10년(1464년) 세조가 요양하러 법주사로 가던 중 소나무에 임금이 타는 가마인 연이 걸릴 것 같아 “연 걸린다”고 하자 늘어져 있던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돌아오는 길에 세조 일행은 이 소나무 아래에서 소나기를 피했다고 한다. 세조는 “올 때 나를 무사히 지나도록 하더니 갈 때는 비를 막아 주니 참으로 기특하도다”라고 칭찬하며 정2품의 벼슬을 하사했다. 지금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높은 품계다. 벼슬을 받은 소나무도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지금은 우산 모양의 수형을 잃고 한쪽 가지가 많이 잘려 나갔다. 그뿐 아니다. 솔잎혹파리의 맹공격에 시달린 때도 있었고 태풍과 비바람에 이리저리 휠 때도 있었다. 인고의 세월을 버틴 것에게만 주어지는 훈장 같은 상처들이 온몸에 새겨졌다. 높이 15m의 나무는 쇠지팡이의 부축을 받으며 꼿꼿이 서 있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인간들을 수령 600년의 나무는 말없이 내려다본다. 모진 풍파에 수세는 약해졌지만 세월의 깊이는 더해진 모습으로.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라운드테이블 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 :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에서 ‘속리산, 법주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상장교차로에서 ‘속리산’ 방면으로 좌회전, 갈목삼거리에서 ‘속리산국립공원, 법주사’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속리산로를 따라가면 법주사 입구다. →맛집 : 속리산터미널과 속리산조각공원 사이에 식당이 몰려 있다. 옛고을(543-3930)은 산채 한정식과 버섯전골을 잘한다. 영남식당(543-3924)에선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로 지은 대추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후평사거리 근처의 용궁식당(542-9288)은 숯불 맛 나는 오징어불고기와 순대국밥으로 유명하다. →잘 곳 : 속리산조각공원 인근의 레이크힐스관광호텔(542-5281)은 130여개 객실을 갖췄고 시설이 중후하다. 삼림욕을 즐기고 싶다면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543-6282)이나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540-3712)이 제격이다.
  • 귀를 열고 마음을 담아… ‘소통 송파’ 첫발

    귀를 열고 마음을 담아… ‘소통 송파’ 첫발

    30일까지 26개 동주민센터 순회 배밭공원·등굣길 안전 등 경청 교육협의체 만들기 의견 묻기도 “구민들과 서울 이끄는 송파로” “배밭어린이공원은 송파2동 아이들 활동공간인데, 너무 협소합니다. 2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는데, 예산을 더 들여 아이들이 모두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공원에 만남의 장소 이정표가 될 시계탑도 설치해 줬으면 합니다.” “동주민센터 아래 학교 가는 길은 횡단보도 색깔도 지워져 있고, 차량 통행도 많아 아이들 등굣길이 위험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송파구 송파2동 주민센터에는 지역 주민들 바람이 넘쳐났다. 이날 열린 박성수 송파구청장의 민선 7기 첫 소통행정인 ‘구청장과 주민과의 만남’에 참석한 지역민 60여명은 그동안 가슴에 쌓아둔 얘기들을 쏟아냈다. 교통, 독거노인 도우미 지원금, 자전거도로, 공원 정자 등 다양했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 이야길 귀 기울여 듣고, 진심을 담아 답했다. 배밭공원과 관련해선 “확장 가능한지 검토해보겠고, 시계탑은 꼭 필요하면 설치하겠다”고 했다. 등굣길 아이들 안전에 대해선 “아이 키우기 좋은 송파가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송파에선 어린이 교통사고가 없도록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답변만 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질문도 했다. 한 중학교 교장에게 “지역 교장선생님들과 송파 교육을 논의할 정례협의체를 만들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고, 교장은 “지역 교육 발전을 지역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했다. 쓴소리도 나왔다. 한 주민이 “그동안 공무원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해결되는 게 없었다. 다들 연구해보겠다,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박 구청장이 주민 건의 사항에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하자 돌직구를 날린 것. 박 구청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여유롭게 대처했다. 그는 “구민 혈세는 알차게 낭비되지 않게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검토는 가급적이면 하겠다는 의미다. 만일 우선순위에서 좀 밀려 안 되더라도 저만 원망하고 다른 공무원들은 원망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주민들 격려 박수가 이어졌다. 구청장과 주민과의 만남은 오는 30일까지, 26개 동주민센터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지난 2일 태풍 북상으로 취임식을 전격 취소하고, 재난 취약 지역 현장 점검으로 민선 7기 첫 일정을 시작한 박 구청장의 주민 소통·밀착 행정이 본격 시작된 것. 박 구청장은 “송파구 주인인 구민들 의견을 구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송파구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서울을 이끄는 송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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