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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예방위 설치... 2년마다 전면 실태조사

    아동학대예방위 설치... 2년마다 전면 실태조사

    이신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1인 발의한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가 9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조례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오늘은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가 확정된 의미 있는 날이지만 어제도 평택에서 7살 아들을 길에 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등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아동학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어린이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그 흐름이 청년층과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의 입법 취지는 단 한번만으로도 아동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여 신속대응할 수 있도록 그 안전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를 위한 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이번 조례를 근거로 아동학대예방위원회를 설치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함과 더불어 2년 마다 아동학대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알리고, 아동학대예방센터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설치해야 함을 명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취약계층 웹 이용 쉽게 지원한다

    취약계층 웹 이용 쉽게 지원한다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정보취약계층 웹접근성 향상을 위한 조례안’이 9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정보취약계층이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정보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과 정보격차 해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 내용을 살펴보면, 정보격차 해소와 장애인 등의 정보접근 및 이용보장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한 웹접근성 위원회 구성 및 중앙행정기관, 자치구 및 웹접근성 관련 전문기관‧단체 등과의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명시했다. 이밖에도 웹접근성 향상을 위한 사업 추진, 관련 교육 및 홍보도 진행할 수 있어 향후 서울시의 웹접근성 향상과 웹접근성에 대한 전문성 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우의원은 “이 조례를 통해 정보취약계층이 더 많은 정보접근의 권리를 누리고, 서울시의 정보취약계층 웹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시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 1인가구 복지증진종합정책 첫 시행

    서울시 1인가구 복지증진종합정책 첫 시행

    1인 가구의 복지 증진을 위한 종합정책이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될 전망이다.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안’이 9일 열린 제266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본격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통계청(2014.12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세대는 전체 세대의 34.0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2인 20.74%, 4인 19.63%, 3인 18.53%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1인 36.38%, 2인 19.59%, 4인 19.24%, 3인 가구 18.6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구 을지로동(77.07%)을 포함한 6곳은 1인 세대가 70%가 넘게 차지하여 1인 가구에 대한 정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인 세대가 우리나라 전체가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울의 경우 지난 1980년에 4.8%에 불과했던 것이 2014년 12월 기준으로 36.4%에 이르는 등 1인 세대의 증가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이라는 점에서 인구, 사회, 경제학적 변화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1인 가구 조례안에서는 ‘1인 가구 정책’을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주거와 복지 및 건강 격차해소, 공동생활가정, 소셜 다이닝, 여가 생활 등의 1인 가구 복지지원에 대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노인, 여성, 청년 1인 가구에게는 맞춤형 복지 정책이 이뤄지게 된다. 이를 통해 1인 가구의 생활 편의 및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적 연결망 구축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서 의원은 “본 조례가 이달 중순에 시행되면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종합적인 정책이 수립되어 보다 체계적인 지원 및 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특히나 ‘빈곤’과 ‘고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문제,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문제 등의 해소를 위한 각종 행정적 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기업에 가산점

    롯데·SK 등 도입 기업 40여곳 휴직 뒤 복직률 상승등 긍정 효과 정부가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가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동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3개월 후 곧바로 1년간 육아휴직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조달청 입찰 시 가산점 부여, 일정 기간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5월 25~31일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에 차별 없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고용환경 구축에 노력한 기업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 포상한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이번 기업 선정에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2015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581개 사업장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제든지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응답이 53.4%, 신청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거나 여건상 신청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40.8%로 나타났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이른바 ‘사내눈치법’ 때문에 마음 편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동 육아휴직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롯데·SK 계열사와 KT&G, 현대백화점 등 40여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육아휴직자 복직률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롯데닷컴은 2012년부터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육아휴직률이 2012년 4%에서 지난해 7%로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복직률은 같은 기간 62%에서 88%로 급증했다. 서울 강남구의 베스티안병원은 근로자 본인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의사표명을 하지 않으면 부서장이 출산휴가 기안을 올릴 때 반드시 육아휴직기간을 포함하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고용부는 자동 육아휴직제 신청서식 표준안도 마련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전환형 시간선택제도 양식에 포함시켜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500인 이상 기업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단체에 배포하고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와 일가양득 홈페이지(www.worklife.kr)에도 게시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제주 땅장사 투기세력 농업법인 퇴출된다

    땅장사 등 부동산 투기 등을 일삼는 제주지역 농업법인이 퇴출된다. 제주도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인·허가를 신청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등 농업법인을 실태 조사한 결과 목적사업 이외의 사업을 명시한 203개 농업법인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 농업법인에는 목적 외 사업을 빼고 변경 등기하거나 일반법인으로 전환하라고 통보, 71개 농업법인이 변경 등기하고 11개 농업법인이 일반법인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84개 농업법인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37개 농업법인에 보낸 행정지도를 위한 2차례의 등기우편물은 반송됐다. 이에 따라 도는 현재까지 변경 등기를 하지 않았거나 일반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은 121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46개, 농업회사법인 75개)의 등기부등본을 재확인한 후 다음 달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우철 제주도 친환경농정과장은 “일부 농업법인이 농지 취득세 등을 감면받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속칭 ‘쪼개기’를 해 큰 시세차익을 남기고 땅장사를 하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며 “농업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는 상반기에 설립 등기한 2114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1562개, 농업회사법인 552개) 실태조사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농업법인 등기부등본에 목적 외 사업을 등기하고 있는 법인, 농업법인 설립조건 미충족 법인, 1년 이상 휴업 중인 법인, 법인설립 후 1년 이내에 영업을 개시하지 않는 법인 등은 법률에 따라 해산명령을 청구할 방침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예술인 年수입 1255만원 ‘절반이 투잡’

    예술인 年수입 1255만원 ‘절반이 투잡’

    장르 간 편차 커… 문학 214만원 최하위 우리나라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55만원에 불과해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우며, 이런 이유로 예술인 2명 중 1명은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예술인 5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으로 인한 연 수입을 묻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만~500만원 미만이 18.9%, 1000만~2000만원 미만이 15.0%, 500만~1000만원 미만이 10.1% 순이었다. 전체 예술인의 50.0%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겸업 예술인이라고 응답했다. 분야별로 보면 건축 4832만원, 방송 3957만원으로 수입이 비교적 많은 반면 문학은 214만원, 미술 614만원, 사진 817만원으로 수입이 적어 장르 간 편차가 컸다. 대체로 예술인의 경력이 길수록 예술 활동 수입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지만 만화 분야는 10년 미만 예술인의 수입이 244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신진 작가의 유입과 활동이 많은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40~50대 예술인의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이 각각 1380만원, 1595만원으로 30대 이하 1196만원, 60세 이상 790만원보다 많았다. 예술인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95.2%), 국민연금(56.8%), 산재보험(26%), 고용보험(25.1%) 등의 순서를 보였다. 또 조사 대상자의 25.5%가 서면계약 체결을 경험한 가운데 만화(54%), 영화(51.5%), 연극(38.4%)의 서면계약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부당 계약 관행이 여전해 12.2%는 낮은 임금 등 부당한 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분야별로는 만화(32.2%)에서 부당 계약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문학, 미술, 사진, 음악, 건축, 무용 등 14개 분야를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기준 시점은 2014년이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 예술인 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는 2012년과 비교해 모집단(13만여명)이 3배 이상이며 표본 크기(5008명)가 2배를 넘는 등 역대 최대의 전국 규모 조사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의 낮은 예술 활동 수입에 따른 겸업 활동의 부담과 구두계약 관행, 사회보험 사각지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 준비금 및 보험료 부담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창작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립학교법이 비리 사학 지나치게 보호”

    “사립학교법이 비리 사학 지나치게 보호”

    “내부 고발 없으면 적발 어려워” …9월까지 135곳 전면 실태조사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월 감사 지적 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학교법인 동구학원에 대해 8억 9675만원의 시설사업비 지원을 유보했다. 하지만 동구학원은 여전히 지적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화재 관련 시설 등 긴급 시설사업비 3500만원만 지급된 채 1년째 지원금이 묶여 있다. 동구학원에서는 올 1월 1억 5000만원의 횡령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동구학원의 비리가 드러난 것은 내부 비리를 고발한 안종훈 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파면 취소 결정으로 학교에 복귀했지만 동구학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직위 해제를 당했다. 시교육청이 올 하반기부터 사학법인에 대한 상시 운영평가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은 동구학원의 사례처럼 내부 고발자가 아니면 사학법인의 비리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평가를 해 상시 감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시교육청은 오는 7~9월 전체 137개 사학법인 중 학교 미설치 법인 2개를 제외한 135개 법인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도 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차원에서 법인 전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재산 운용 ▲부채 규모 ▲법정부담금 납부 현황 ▲법인 운영 등 4가지 항목을 우선 서면으로 조사한다. 이 결과를 본 뒤 필요하면 현장 조사와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사학법인에 대한 운영 평가와 전체 실태 조사 등 시교육청이 사학법인에 대한 ‘강공’을 펼치는 이유는 지금의 사립학교법이 비리 사학법인까지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동구학원, 영훈학원, 충암학원, 숭실학원 등 일부 사학법인의 행태는 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사학법인이 사학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방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올 초 오륜교회에 법인이 인수된 영훈중의 경우 해당 사학법인인 영훈학원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모두 29억원이었다. 여기에서 학교 설립으로 발생한 부채 10억원과 미납금 14억원을 제외하면 재산이 5억원에 불과했다. 시교육청이 정한 사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액 95억 6000만원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운영평가제 도입에 대해 최근 친일인명사전 예산 집행을 거부한 서울디지텍고와 자율형사립고 평가 등을 놓고 시교육청과 맞서 온 사학법인 등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된다. 한 사학법인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사학법인의 자율성을 해치고 부당한 요구나 간섭을 할 때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교육비와 대입전쟁 해결 근본대책

    사교육비와 대입전쟁 해결 근본대책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방과후학교를 통한 사교육 흡수, 심지어 사교육 불법화 조치 등등의 다양한 사교육비 대책을 재탕, 삼탕으로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사교육비는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학교교육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뿌리는 과도한 임금격차를 수반한 노동시장 양극화와 분단화(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실력주의사회에 대한 오해가 바탕에 깔려 있다.한국경총 제공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일본은 영세기업(10-99인) 정규직 대졸 초임이 100이라면 중소기업(100-999인) 106.7, 대기업(1000인 이상) 112.2로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영세기업(5-29인)정규직 대졸 초임이 100이라면 중소기업(30-299) 121.1, 대기업(300인 이상) 169.2로 큰 차이를 보인다. 국민 1인당 GDP 수준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국내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60.2%나 높다는 것이 경총 측의 설명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분단화로 인해 일단 2부 리그(중소기업 혹은 비정규직)에 편입되면 1부 리그(대기업 정규직을 포함한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직장)로 이동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이는 두 가지로 문제로 이어진다. 하나는 한쪽(청년)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다른 한 쪽(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청년들의 입직 시기가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입직지연 문제이다.교육부가 대학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여 산업연계교육 선도대학사업(PRIME) 등 다양한 취업 지원책을 마련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날 수 없는 이유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는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청년들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선의 대책이다.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가 되게, 즉 일본처럼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대폭 줄여주는 것이다. 그리하면 구직과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되고, 입직을 늦추는 청년도 줄어들며, 이들의 결혼연령도 더 빨라져 출산률도 높아질 것이다.1980년에는 중소기업 초임이 대기업의 97%로 거의 똑같았는데 국가가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 전략을 수립·추진한 결과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양극화·분단화 되게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환율 방어를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 그 혜택이 오롯이 자동차 전자 등 대기업에 돌아갔지만 국가는 그 혜택을 배분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후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직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학은 0.1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대학이 제시하는 모든 기준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실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대한민국 부모들은 사교육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양극화·분단화 문제가 완화되면 좋은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명문대학만이 아니라 일반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명문대학을 향한 전쟁은 약화될 것이다. 그리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 문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젊음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대신 보다 의미 있는 공부에 젊음을 투자하게 될 것이고, 학교교육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것이다. 실력보다는 운이 좌우하는 한 두 문제 때문에 대학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 그 결과가 미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현재의 노동시장 양극화·분단화 상황은 실력주의사회 관점에서 보아도 타당하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젊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들이 점수를 위한 사교육에 올인하는 대신 자녀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용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주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행복도를 높여주기 위해서 정부는 그 해결책을 교육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찾기 바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전 총장
  • 저소득가구 주거복지 지원 확대

    저소득가구 주거복지 지원 확대

    서울시의회 남창진 의원(새누리, 송파2)은 상위법령인 주거기본법이 지난해 말 시행됨에 따라 ‘서울특별시 주거복지 기본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의원은 “과거 주택공급 부족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통해 주거복지 서비스를 위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자 이번 조례안을 발의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의 주요 골자는 저소득 가구 및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내용을 신설하고 기존 ‘주거복지 기본계획’을 ‘주거종합계획’으로 변경하고, 그 수립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조정하며, 주거종합계획 수립 및 변경 시 의견수렴 및 심의주체를 명확히 하고, 시장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또한 주거실태조사 실시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기존 ‘주거복지위원회’의 명칭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로 변경하고 그 구성 및 역할을 조정하고, 기존 ‘주거복지지원센터’의 명칭을 ‘주거복지센터’로 변경하고 그 기능 및 운영, 지원내용 등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 의원은 “이번 조례안 발의로, 주거복지 기능이 보강되었고,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복지 정책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저비용 ‘작은 육아’로 저출산 넘는다

    저비용 ‘작은 육아’로 저출산 넘는다

    여성가족부가 ‘작은 육아’에 시동을 건다. 값비싼 육아 용품·서비스 등 고비용 육아 문화의 확산이 저출산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소비자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상반기 안에 한국소비자원과 공동으로 육아와 관련해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아 관련 소비실태에 대한 조사는 처음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육아 문화의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육아’와 관련한 정책 방향은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여성가족부의 정책 자문을 맡았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값비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고가의 유모차 등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소비지향적 육아 문화가 일반화될수록, 예비부부의 양육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일부 계층의 육아 문화가 마치 자녀에게 최선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우리 사회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과 기대수준을 불필요하게 키우고 있다”며 “반드시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행복하고 건강한 육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12일 발표한 ‘육아 물가지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 관련 서비스 및 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체감이나 가계부담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특히 유모차, 자전거, 카시트, 매트, 교재·교구 등 내구재에 대한 가계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진 교수는 “출산은 곧 경제적 비용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한국소비자원,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작은 육아’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나선다. 이른바 ‘작은 육아’ TF에는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작은 육아’ 확산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공공기관 ‘장롱 특허’ 활용 지원

    특허청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의 특허 관리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공공기관 보유특허 진단 지원’을 시범 실시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특허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른바 ‘장롱 특허’(미활용 특허)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8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 결과 대학·출연연의 특허활용률은 32.9%로 기업(77.1%)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특허활용률을 높이려면 수요기업을 발굴해 기술을 이전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활용 가능성이 낮은 특허를 정리하는 등 체계적인 특허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특허정보와 관련한 전문 인력과 다양한 특허분석 노하우를 활용해 특허 관리와 활용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특허 품질지표와 특허가치 자동평가시스템 등을 활용한 분석과 특허·기술 전문가의 평가가 병행된다. 연구개발(R&D) 특허를 다수 보유한 정부 기관 10곳을 대상으로 올해 분석과 평가를 우선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학·공공연 전체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만 산업재산정책국장은 “특허보유기관의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쟁력 있는 특허를 양산하는 전략적인 특허관리 문화가 연구현장에 정착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안심번호 문제없다” “결번 159건” 새누리 유령 당원 조사도 뒤죽박죽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자들에게 ‘안심번호 당원명부’ 활용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원 실태를 파악한 뒤 문제 여하에 따라 경선 방식을 달리 적용하기 위해서이지만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경선 룰이 채택되도록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이 공정한 경선을 위해 공천 신청자들에게 제공한 당원명부의 대상자가 당원이 아니거나 유권자가 아닌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령 당원’ 논란이 빚어졌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지난 27일 예비후보자 전원에게 ▲당원명부 주소 불일치 ▲비당원 주장 ▲전화번호 결번 사례를 취합해 28일 정오까지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집계 결과 한 지역구에서 대결을 펼치는 후보에게 동일한 명부가 제공됐음에도 보고 내용은 전혀 달랐다. 당원의 표심이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문제없다”고 보고하고, 100% 국민 여론조사를 희망하는 원외 예비후보들은 “문제 많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의 한 지역구 현역 의원인 A 후보는 “일반·책임당원 대상 조사 결과 주소 불일치 없음, 결번 1회”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경쟁자인 B 후보 측은 “일반당원 중 결번 159건, 책임당원 중 주소 불일치 5건”이라고 보고했다. 다른 선거구 내에서도 “책임당원 2200명 가운데 100여명이 결번”이라고 보고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별 문제 없다”고 보고한 후보도 있었다. 소재지가 불분명한 일반당원에게만 연락을 취한 뒤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고한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이 해야 할 당원 실태조사를 후보 손에 맡기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보고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선 방식을 둘러싼 혼선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서울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150억원 푼다

    서울시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입주기업에 150억원 규모의 융자를 긴급 지원한다. 또 이들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일정 기간 고용보조금과 취업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입주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수렴한 것이다. 시는 서울시 소재 44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육성기금을 긴급 편성해 1개 업체당 5억원 한도, 금리 2%로 지원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는 보증비율 100%를 적용한 특례보증(8억원)을 하고, 이미 대출이 있는 4개 기업에는 1년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다. 자금 신청은 25일부터 개시했다. 실태조사에서 8개 기업이 총 8745㎡ 크기의 부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하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DMC첨단산업센터, 성수IT센터 등을 1∼2년간 임대료를 면제·감면해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3300㎡(약 1000평) 이상이 필요한 경우 구로구 온수산업단지를 제공하거나 다른 지역과 협력해 적합한 부지를 찾을 예정이다. 섬유봉제기업인 35곳은 창신동 등 봉제업체 밀집지역과 연계해 위탁·대체 생산을 지원한다. 아울러 시는 입주기업이 신규 채용을 할 경우 최대 10개월간 고용보조금 월 70만원, 취업장려금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입주기업들과 거래하는 협력기업까지 취득세 등 신고납부 기한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는 세제 지원도 마련했다. 서동록 경제진흥본부장은 “개성공단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같이한다는 마음으로 시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라지니 살아나는 곳

    사라지니 살아나는 곳

    옛 절터는 따사롭다. 봄으로 가는 길목, 잔설이 있어도 생채기 난 돌탑 위로 어느새 훈풍이 스친다. 그래서 폐사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나는 독특한 경험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3월에 가볼 만한 옛 절터를 추천했다. ●고려 왕의 스승이 머문 자리-강원 원주 흥법·거돈·법천사지 원주엔 폐사지가 많다.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흥법사지, 거돈사지, 법천사지 등 신라 시대 창건해 임진왜란 때 사라진 폐사지가 여럿이다. 특히 이 세 절집은 고려 시대 왕의 스승인 국사가 머물며 이름을 떨친 사찰이다. 비록 건물은 사라졌지만 탑과 탑비 등이 남아 옛 사찰의 규모와 고려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거돈사터는 이른바 ‘폐허의 미’가 가장 빼어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신라 후기인 9세기께 조성된 뒤 고려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명맥이 이어졌던 대가람이었으나, 지금은 너른 터와 석탑만 남아 당시 모습을 일러 주고 있다. 흥법사지는 다소 휑한 편. 법천사지는 여태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폐사지를 돌아본 뒤에는 흥원창에서 갈무리한다. 강과 산을 물들이는 일몰이 아름답다. 원주시 관광안내소 (033)733-1330. ●조선 최대 왕실 사찰로의 시간 여행-경기 양주시 회암사지 양주 회암사지는 고려 중기에 지어져 조선 중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측되는 절터다. 관련 기록이나 여느 사찰 건축과 다른 궁궐 건축양식, 출토 유물 등으로 미뤄볼 때 조선 최대의 왕실 사찰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회암사는 오랫동안 왕실의 후원 아래 위세를 떨쳤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스승으로 모시던 무학대사를 회암사 주지로 보낸 뒤 자주 찾았으며, 왕위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암사에 머물며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암사지 뒤 산길을 조금 오르면 중요한 문화재 여러 점을 만난다. 회암사와 인연이 깊은 지공선사, 나옹선사, 무학대사의 부도와 석등이다. 양주관아지와 조명박물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아트파크, 청암민속박물관 등을 연계하면 좋다. 양주시 문화관광과 (031)8082-5664. ●고려 마의태자 전설 품은 절집-충북 충주 수안보면 미륵대원지 미륵대원처럼 이름 뒤에 ‘원’자가 붙은 곳은 대개 여행자가 숙식을 해결하던 곳, 즉 역원의 역할을 담당하던 절집이다. 조선시대엔 국가가 역원을 운영했지만 고려 때는 절에서 담당했다. 이런 절집엔 보통 ‘기골이 장대한’ 불상이 서 있기 마련인데, 미륵대원지에도 10.6m에 달하는 미륵불(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이 세워져 있다. 한데 대개의 불상이 남쪽을 바라보는 것에 견줘 충주 미륵불은 북쪽을 보고 있다. 미륵불을 세운 마의태자가 누이 덕주공주가 세웠다는 덕주사를 바라보게 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학계에선 옛 고구려 땅을 회복하려는 고려의 북진사상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미륵대원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 아래 자리잡았다. 걷다 보면 백두대간 산봉우리가 물결친다. 충주시 관광과. (043)850-6723. ●황매산 기암절벽 아래 신비의 절터-경남 합천 영암사지 합천 황매산 자락의 모산재 기암절벽 아래 영암사지가 있다. 여느 절터처럼 석탑과 석등 같은 문화유산이 올곧이 남았지만, 절집의 내력은 자세히 밝혀진 것이 없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쌍사자 석등이 꼽힌다. 영암사지에서 황매산이 지척이다. 황매산 정상 언저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합천 읍내로 가는 길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자리잡았다. 근대의 역사를 담은 세트장으로, 실제라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모양새가 일품이다. 합천은 가야국 연맹체인 다라국의 고장이다. 합천박물관에는 다라국 지배층의 고분군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 뒤쪽에 사적으로 지정된 옥전 고분군이 있다. 가야산이 품은 해인사와 대장경테마파크, 두 곳을 잇는 해인사 소리길도 합천의 명소다. 합천군 관광진흥과 (055)930-4666. ●춘향이도 시기할 사랑 이야기 담은 터-전북 남원 만복사지 남원은 춘향과 판소리로 유명하다. ‘사랑의 도시’라 불릴 만큼 춘향전은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단단히 자리잡았다. 한데 춘향전에 버금가는 러브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바로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다. 노총각 양생이 만복사에서 만난 여인의 영혼과 사랑을 나누고 부부의 연을 맺은 이야기다. 고려 문종 때 창건된 만복사는 승려 수백 명이 머물렀을 정도로 번성했으나,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절집도 소실됐다. 전각은 모두 불타고 지금은 오층석탑(보물 30호), 석조대좌(보물 31호), 당간지주(보물 32호), 석조여래입상(보물 43호) 등만 남았다. 만복사지에서 시작한 여행은 춘향테마파크, 국악의 성지, 남원추어탕거리를 거치며 차츰 흥겹고 맛깔나게 무르익는다. 남원시 문화관광과 (063)620-6161. ●허물어진 절터에 남은 천년의 온기-충남 보령 성주사지 보령 성주사지는 크고 유서 깊은 절터다. 성주산 자락에 둥지를 튼 폐사지에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의 흔적이 골고루 묻어난다. 국보 1점과 보물 3점 등 귀한 유물이 허물어진 절터를 의연하게 지키고 있다. 성주사는 통일신라 선종의 대가인 무염대사(낭혜화상)가 크게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선종의 큰절인 ‘구산선문’ 중 하나가 성주산문이며, 그 중심지가 성주사다. 낭혜화상탑비(국보 8호)는 무염대사를 기리기 위해 최치원이 비문을 지었으며, 보물로 지정된 오층석탑과 삼층석탑 등이 절터에 있다. 성주산의 남쪽 주봉인 옥마봉 전망대에 오르면 보령 시내와 대천해수욕장 등 서해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성주산자연휴양림, 개화예술공원, 보령석탄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보령시 관광과 (041)930-4542.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파도치는 능선 굽이치는 바위

    파도치는 능선 굽이치는 바위

    ‘암봉 주위만 10리길’이라 했다. 물론 사실은 아니다. 바위 하나로 이뤄진 산의 기세와 규모가 장대하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옛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이다. 충북 제천 땅의 월악산 영봉. 겉모습도 웅장하지만 꼭대기에 서서 굽어보는 풍경도 꽤나 옹골차다. 흔히 월악산을 음기가 강한 산이라고 한다. 산 너머 수산리 쪽에서 보면 영락없이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이라는 거다. 월악산 아래 덕주사에 세 개의 남근석을 세운 것도 영봉의 음기를 제어하기 위해서란다. ‘기세등등’한 형태로 보자면 덕주산성 옆의 남근석이 단연 ‘갑’이다. 뭐, 어느 쪽 남근석이 크든 영봉의 강한 음기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것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데 이해할 수가 없다. 월악산(月岳山)은 치악산, 설악산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힘든 산행에 대한 말들이 오갈 때마다 빠지는 법이 없다. 골격이나 모양새도 남성적이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금수산도 마찬가지다. 역시 바위가 많은 산이고, 힘들기로 치자면 월악산 뺨칠 정도다. 모양새도 우람하다. 여기저기 불끈대며 솟은 암봉들이 잘 발달된 남성의 ‘알통’(이두박근)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도 여성적인 산이란다. 사물의 이치에 대해 과문한 탓이겠지만, 최소한 산세로는 여성적이란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월악산은 충북 제천, 충주, 단양, 경북 문경 등이 경계를 맞댄 산이다. 주봉은 영봉. 높이 1097m로 신령스러운 봉우리라는 뜻이다. 더 오래전 선인들은 영봉 위로 달이 떠오른 모습이 아름다워 월형산이라 불렀고, 조선시대 와서는 큰스님이 날 곳이란 뜻에서 국사봉이라고도 불렀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충주호), 빼어난 자태의 송계계곡과 억수계곡 등 볼거리도 많다. 지난 1984년 국립공원에 지정됐다. 영봉 산행 코스는 크게 4개다. 가장 짧은 구간은 신륵사 코스다. 거리는 3.6㎞에 불과하지만 2㎞ 이후 험한 능선을 계속 치고 올라야 한다. 영봉까지 채 3시간이 안 걸린다. 가장 긴 구간은 수산리(쑥갓마을)에서 보덕암을 거쳐 하봉~중봉~영봉에 오르는 코스다. 거리가 6.2㎞에 이른다. 등산로도 험한 편이어서 편도 5시간 이상 소요된다. 동창교 코스도 있다. 4.3㎞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전망이 별로 없고 돌계단이 많아 주로 하산 코스로 이용된다. 가장 일반적인 건 덕주사 코스다. 덕주골, 덕주사 지나 송계삼거리를 거쳐 영봉에 오른다. 편도 5.6㎞로 4시간 정도 걸린다. 거리는 좀 긴 편이지만 덕주산성, 덕주사마애여래입상(보물 제406호) 등의 문화재와 수경대, 학소대 등 비경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이번 여정도 ‘덕주사 코스’를 따라 영봉에 오른 뒤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꾸렸다. 들머리는 덕주산성이다. 월악산 마애불 주변의 상(上)덕주사 외곽을 여러 겹 둘러 쌓은 석축 산성이다. 고려 때는 항몽지, 임진왜란 때는 왜군을 막아낸 요충지 노릇을 하는 등 만만찮은 역사가 담겼다. 산성 옆은 기묘한 형태의 바위절벽 학소대다. 그 옆으로 성문 노릇을 하는 덕주루가 세워졌고, 여기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덕주사다. 절집에서 영봉까지 거리는 4.9㎞. 빠른 걸음으로도 3시간 가까이 걸린다. 하산 시간까지 포함하면 5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덕주사에서 계곡을 건너면 곧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시작된다.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의 비탈이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런 길이 마애불상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5㎞에 이를 만큼 길지만 40분 정도면 넉넉하게 닿는다. 마애불은 수직암벽에 새겨져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하고 몸통은 선각으로 처리했다. 체형에 비해 다소 큰 머리와 서글서글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다. 마애불엔 신라 덕주공주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내용은 이렇다. 덕주공주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딸이자, 저 유명한 마의태자의 누이동생이다. 망국의 한을 달래려 금강산으로 가던 오누이가 충주에 이르렀을 즈음, 덕주공주가 월악산 자락에 덕주사를 창건하고 마애불도 세웠다. 그러자 마의태자도 덕주사가 잘 보이는 미륵리에 불상을 세워 북쪽의 덕주사를 바라보게 했다는 것이다. 마애불과 미륵불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전설인데, 마애불 앞 안내판의 내용은 이와 다르다. 마애불의 형태로 미뤄 볼 때 덕주공주와는 상관없는 고려 때 불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사보다 야사가 더 사실처럼 여겨지는 세태를 경계하려는 뜻이겠지만, 슬그머니 아쉬운 느낌도 든다. 마애불 뒤 바위 아래에 감로수가 있다. 우물이 바위 틈새에 있어 몸을 비집고 들어가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이름처럼 물맛은 좋다. 마애불을 지나면서 오름길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행인 건 고도를 높일수록 풍경도 속도를 낸다는 것. 한 고개 딛고 설 때마다 기암괴석이 번갈아 나타나고, 암반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가 산객들을 반긴다. 산객들을 지치게 하는 돌계단, 철계단도 끝없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한 경우 수직에 가까운 80도에 이르기도 한다. 마지막 계단을 넘어서면 곧 송계삼거리다. 덕주사와 영봉의 중간 지점이다. 여기부터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신륵사 삼거리에 이르면 영봉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정표가 적고 있는 거리는 ‘영봉 0.8㎞’다. 옛사람들의 말처럼 ‘암봉 주위만 10리’는 아닌 셈이다. 등산로는 산허리를 따라 휘휘 돈다. 워낙 드센 수직절벽이라 정면에서 곧장 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암벽에 바짝 붙인 철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공중에 뜬 철 구조물 위에 서면 오금이 당겨지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힘들게 오른 정상. 마침내 호사의 시간이 시작된다. 눈으로 담은 절경이 머리에 각인되고, 가슴에 또 한 번 새겨진다. 북쪽으로 청풍호가 유장하게 흘러가고, 동쪽으로는 소백산이 구름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다. 남쪽으로 문경 주흘산이 두 개의 뿔처럼 곧추 솟았다. 서쪽으로도 마루금을 좁힌 산들이 너울을 펼친다. 청풍호 주변에 드라이브 즐길 만한 길이 여럿 있다. 송계계곡의 597번 도로, 선암계곡의 59번 도로, 충주와 단양을 잇는 36번 국도 그리고 청풍호 순환관광도로 등이 멋진 길로 꼽힌다. 운전에 자신이 있다면 밤길 운전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월악산 위로 달이 뜨면 청풍호가 그 달빛을 고스란히 담아 낸다. 충주호 나루터, 청풍호 리조트 등에 차 세우고 이 모습 볼 만한 공간이 있다. 물론 안전운전은 필수다. 글 사진 충주·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 가는 길:행정구역은 제천이지만 충주를 통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나들목으로 나와 추점삼거리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수안보 시내를 거쳐 597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송계·월악산 방향으로 가다 덕주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마의태자가 세웠다는 미륵불상은 이 도로 중간쯤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덕주사 초입의 송계계곡까지 하루 아홉 차례 시외버스가 오간다. 제천에서 들어오는 시내버스는 외려 서울보다 적다. 오전 7시 첫차를 시작으로 하루 7차례 오간다. 충주에서는 하루 다섯 차례 왕복 운행한다. → 맛집:한수면 월악산유스호스텔 앞에 향토 음식점 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로 매운탕 등을 파는데, 큰덕골가든(651-1164) 잡어매운탕이 이름났다. 청풍호 드라이브에 나섰다면 황금가든(647-6303)의 떡갈비를 맛보는 게 좋겠다. 울금으로 맛을 내는 게 독특하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 꽃피는산골(651-4351)은 된장국과 보리밥이 맛있는 집이다. → 잘 곳:산행의 피로를 풀 겸 수안보온천에서 묵는 것도 좋겠다. 수안보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자주 찾았다는 등의 여러 기록들이 전해져 와 한때 ‘왕의 온천’으로 불렸던 곳이다. 가족 단위로 묵기 좋은 한화리조트(846-8211)를 비롯해 수안보파크호텔 등 다양한 등급의 숙박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이웃한 살미면의 문강유황온천은 유황천, 앙성면의 앙성탄산온천은 저온 탄산천으로 널리 알려졌다. 제천 쪽에선 박달재 인근의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649-6000)를 권할 만하다. 깊은 숲 속에서 청량한 공기 마시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 저장 강박증 노인들 ‘쓰레기집’ 늘어… 악취에 민원 끓는데…

    저장 강박증 노인들 ‘쓰레기집’ 늘어… 악취에 민원 끓는데…

    화재위험·오염 등 이웃 피해에도 집주인 거부하면 못 치워 ‘골치’ “아파트 복도에서 악취가 얼마나 나는지, 지나다니질 못해요. 구청에선 집 주인의 동의 없이는 청소를 할 수가 없다고만 하니 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해 9월부터 불쾌한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혼자 사는 70대 여성이 집 안팎에 쌓아 둔 물건들 때문인 것을 확인하고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집 안에는 페트병, 종이박스, 폐비닐 등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문밖 복도도 사정은 비슷해서 벌레가 나오고, 심한 악취가 났다. 집주인의 가족들이 달려와 복도에 있던 물건을 정리하고 일부 쓰레기를 치웠지만 아파트 복도에는 퀴퀴한 냄새가 여전하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23일 “일부 쓰레기를 치운 다음 대청소 등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를 제안했지만 해당 주민이 거절해 지금까지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저장 강박장애’로 인해 이른바 ‘쓰레기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오염과 악취 등으로 주민의 고통과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장 강박장애는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공중위생 저해, 화재 위험, 악취 등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황재욱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저장 강박장애는 다른 강박장애와 다르게 노인 환자가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2013년부터 발굴한 저장 강박장애 34명 가운데 80% 정도가 노인들이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동네사람들의 제보로 주거지 방문을 통한 실태조사를 해도 집 주인이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를 거절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실제로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설득 끝에 이뤄진다.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청은 저장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60대 여성이 사는 5평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1.5t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웠다. 당시 집 안에는 종이박스 등 생활 쓰레기를 비롯해 먹다 남긴 밥 등 음식물쓰레기가 그득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언젠가는 쓸 물건’이라며 청소를 두려워했던 할머니를 1개월 넘게 설득했고, 지난달 청소와 도배까지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청은 4평짜리 단칸방에서 2t의 쓰레기를 치웠고, 2014년 10월 서울 서대문구청은 10평 반지하방에서 3t의 쓰레기를 치웠다. 서울 서초구청도 건물 주변에 쓰레기를 쌓아 둔 70대 할머니의 사례를 찾아내 지난해 7월 종이박스 등 2.5t에 달하는 생활쓰레기를 청소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법이나 조례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회병리학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열 원광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은 소유욕, 불안감 등으로 인해 저장 강박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정신질환으로만 볼 게 아니라 환자가 처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례를 찾아내고 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며 “제도로 청소 등을 강제하려는 시도는 재산권 등과 충돌할 수 있고, 당사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안심번호 결국 ‘말썽’… 새누리 “문제 지역 100% 국민 경선”

    안심번호 결국 ‘말썽’… 새누리 “문제 지역 100% 국민 경선”

    황진하 “실태 파악 뒤 대책 마련” 이한구 “부작용 최소화 방법 찾아야” 김무성 “이미 정정… 84% 일치” 반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또 탈이 났다. 새누리당이 공천 신청자들에게 제공한 ‘안심번호 당원 명부’ 중 일반당원 상당수가 당원이 아니거나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즉각 반발했고 비박계는 “실태조사 후 조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안심번호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1회용’ 가상의 휴대전화 번호로, 이를 활용하면 유선전화가 아닌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가능하다.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감이다. 실태 파악을 한 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지역구에서는 ‘당원 30%, 일반 국민 70%’로 돼 있는 경선 방식을 ‘100% 국민 경선’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의 비판이 뒤따랐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심번호를 하면 어떻게 문제가 안 생긴다고 보느냐. 확인되지 않은 안심번호로 조사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따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기자와 만나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황에서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자꾸 하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문제가 튀어나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심번호 도입을 주장했던 김무성 대표는 “(당원) 전수조사를 해서 이미 모두 바로잡았다”며 “한기호 의원 지역구(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주소 일치율이 84%에 달했다”고 반박했다. 안심번호 갈등이 공천 과정에서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계파 갈등은 물론 대규모 경선 불복 사태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경선 이후 비유권자 중에서 응답한 사례가 하나라도 나오면 탈락자들이 경선 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심번호를 둘러싼 계파 대립은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이뤄진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추석 회동’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사이 문 전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전격 합의해 친박계와 청와대의 극렬한 반발을 샀다. 김 대표가 공천 룰 논의를 공천특별기구에 일임하기로 하면서 3일 만에 갈등은 봉합됐지만 ‘안심번호’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 됐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가동된 공천제도특별위원회에서도 안심번호 여론조사 도입 문제로 내홍이 빚어졌다. 공천특위는 이번 총선 공천에서는 안심번호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김 대표가 통신사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한 뒤 부분 도입하는 쪽으로 막판 선회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전수조사 결과 현재 당원은 302만 3094명이며 실제로 활동하는 당원은 145만 7019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왕사, 정도전을 생각함/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열린세상] 왕사, 정도전을 생각함/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항우와 유방이 맞붙었던 초한대전(楚漢大戰)의 승자로 예견됐던 인물은 항우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것은 한고조 유방이었다. 중원의 패권을 차지한 유방은 낙양의 남궁(南宮)에서 주연을 베풀면서 자신이 항우를 꺾고 승리한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항우는 승리해도 이익을 남과 나누지 않은 반면 폐하는 이익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유방은 ‘그대들은 한 가지만 아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진단을 내놓았다. 자신이 참모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책을 꾸미는 능력은 자신이 장자방(張子房:장량)만 못하고, 경제는 소하(蕭何)만 못하고, 군사작전 능력은 한신(韓信)만 못하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을 등용할 수 있었기에 천하를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방은 “항우는 범증(范增) 한 사람도 제대로 등용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그가 내게 포로가 된 까닭이다”라고 말했다(‘사기’ 고조 본기). 그전에 항우의 책사였던 범증은 유방을 홍문연(鴻門宴)에 끌어들여 죽이려 했다. 최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쓴 ‘항우의 부하 항장이 칼춤을 추는 것은 그 뜻이 패공(유방)에게 있다’는 뜻의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란 고사성어는 바로 이 연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때 항우가 유방을 제거했으면 중원의 패권이 달라졌겠지만 유방의 책사 장량은 항우의 숙부 항백(項伯)을 끌어들여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범증은 “항왕(項王: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패공(沛公:유방)일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결국 초한대전은 참모를 다수 거느린 유방의 승리로 끝났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사는 참모사다. 그러나 한국사는 예나 지금이나 군주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군주사다. 조선 건국의 설계사 정도전 정도가 그 예외적인 존재라고 할 것이다. 정도전은 취중에 종종 “한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곧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태조실록’은 전한다. 실제로 이성계는 정도전을 왕사(王師), 곧 스승의 예로 대했다. 이성계는 북벌 준비를 위해 도선무순찰사(東北面都宣撫巡察使)로 북방에 나가 있는 정도전에게 서신과 옷을 보내면서 ‘송헌거사’(松軒居士·‘태조실록’ 7년 2월)라는 당호(堂號)를 사용했다. 정도전에게만은 군신관계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스승 사(師) 자가 붙은 참모들의 공통점을 보면 하나같이 천하 백성들의 근심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맹자(孟子)는 “들판의 백성(‘丘民’)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를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를 얻으면 대부(大夫)가 된다”(‘맹자’ 진심(盡心) 하)라고 말했다. 가장 힘이 없는 것 같은 들판의 백성을 얻을 수 있어야 천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들판의 백성을 얻으려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고려 말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토지 문제였다. 소수의 권귀(權貴)들이 나라 안의 토지를 다 차지한 결과 대다수 백성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들판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일하고서도 가족 하나 건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도전은 바로 이 문제를 새 나라를 개국할 수 있는 역성혁명의 첩경으로 여겼다. 정도전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서 “전하(이성계)께서는 잠저(潛邸·즉위 전의 집)에 계실 때 직접 그 폐단을 보시고는 개연히 사전(私田) 혁파를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셨다”라고 말했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고초를 직접 체험하고 토지개혁을 새 나라 개창의 명분으로 삼게 했다는 뜻이다. 지금 ‘헬조선’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도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대안과 그를 실현할 능력과 리더십을 누가 갖고 있는가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덧셈과 뺄셈이라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도전 같은 역사적 시각을 누가 갖고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첫해… 기업 ‘비상’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첫해… 기업 ‘비상’

    “설치하려 해도 이용자 부족” 볼멘소리 오는 4월 말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 발표를 앞두고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유아보육법상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 대상인데도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지 않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이라도 체결하지 않으면 오는 5~6월쯤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직장 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2014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의무 대상 사업장 1204곳 가운데 실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52.7%인 635곳이었으며, 다른 어린이집과 계약해 근로자의 자녀를 위탁한 곳은 93곳(7.7%), 수당을 지급한 곳은 175곳(14.5%)이었다. 나머지 25.1%는 어느 것도 이행하지 않은 미이행 사업장이었다. 지난해까지는 보조적 이행 수단으로 보육수당을 지급해도 ‘의무 이행’으로 간주했으나 올해부터는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대신 지급하는 것도 ‘미이행’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억대의 이행강제금을 물지 않으려면 4월 전까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한번 이행강제금을 물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6개월마다 1억원씩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의무 대상 기업들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려고 해도 공간 확보가 어렵고, 실제 이용자도 많지 않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3년 ‘직장 어린이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이행 사업장의 36.6%가 수요 부족, 31.0%가 장소 미확보, 15.5%가 예산 부족을 탓했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면 주변에 주유소나 유흥시설이 없어야 하며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게 가장 좋지만, 위탁 보육 등의 대안도 있다”며 “모두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은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사업장이 함께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경우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5] ‘품격있는 죽음’을 위하여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한때 ‘웰빙’ 바람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상품마다 웰빙을 표방했고, 사람들은 웰빙을 외고 다녔다. 말뜻 그대로 ‘잘 먹고, 잘 살자’는 개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잘 사는 것인지 모호했지만 ‘잘 산다’는데 나쁠 것이야 없다고들 여겼다. 사실이 그렇다. 이런 웰빙(Well-Being) 개념을 변용해 다분히 상업적인 개념의 용어들이 양산됐다. 좋은 음식을 가려 먹자는 웰푸드(Well Food)도 그렇고, 나이를 잘 먹는다는 웰에이징(Well-Aging)도 그렇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파생했음에도 웰빙의 무게감에 견줘 결코 가볍지 않은 개념이 바로 웰다잉(Well-Dying)이다.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맞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고민 지금까지 우리 삶을 지배한 관념은 ‘사는 일’이었다. 사는 일 이후의 ‘죽는 일’은 언제나 삶의 계획에서 빠졌고, 계획이 있더라도 예외적일 뿐이었다. 어쩌면 사는 일은 자신의 몫이지만, 죽는 일은 의지와 관계없는 운명의 문제거나 전지전능한 신이 주관할 일이라고 믿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식적인 구분인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이해의 틀을 깨고 진지하게 죽음의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고, 다양한 견해와 시각들이 토론의 마당에 펼쳐졌다. 그 결실로 웰다잉을 제도화하는 중요한 법제화가 최근 이뤄졌다. 지난 1월 8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 사람들은 이 법을 ‘웰다잉법’이라고 불렀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은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미리 작성해 둔 자신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가족의 합의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법에 따라서 앞으로는 의사 2명이 환자에 대해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본인 또는 가족의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투석,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할 수 있다. 물론 환자에게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 산소 등을 공급해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위치, 다른 시각 그렇다고 웰다잉법이 항상 선하게만 작동하는 시스템일 수는 없다. 접근하는 시각에 따라 상당한 우려도 있다.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 등 보호자는 또 그들대로, 의료진 역시 이 법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관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는 임종을 앞뒀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무의미했다. 이미 극도의 심신 미약상태에 놓인 환자가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기도 어려웠거니와 설사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이미 심신 상태가 비정상이어서 그 말을 액면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형언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을 가져야 했다. 이별의 과정이 너무 길고, 비인간적이었다. 환자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죽했으면 호상(好喪)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여기에다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시간적인 부담도 상상보다 컸다. 의료진들도 당연히 힘들어 했다. 세간에서는 병원 수입 때문에 이미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호흡만 유지하는 게 무슨 짓이냐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항암제는 기본이고, 후유증을 통제하느라 진통제 등 헤아리기도 어려울만큼 많은 약제가 투여됐다. 물론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별 의미가 없는 조치들이지만 의료진은 ‘살인’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또 의료사고라는 불편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사들의 입장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소생이 불가능해 연명치료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도 임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살인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연명치료는 환자들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에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에도 인프라가 필요하다 웰다잉법의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여기에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내용과 함께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범주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이 당초 의도대로 정착, 운영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활성화라는 전제가 먼저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지난해 7월부터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이 서비스의 수혜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호스피스병상은 고작 1000여 병상에 불과해 전체 말기암 환자가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기암 환자 외에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COPD), 만성 간경화 등의 질환까지 고려하면 최적 수준의 시설 확충에 대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병상 수 확충에만 매달릴 경우 완화의료의 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질을 고려하지 않고 병상 수에만 집착할 경우 자칫 죽음의 존엄이 합법적으로 방치되거나 연명치료보다 못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확대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법제화함으로써 자신의 의지에 따라 품격있는 임종을 맞을 수 있는 웰다잉법이 ‘합법적인 고려장’으로 변질되는 문제도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다.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이 희박해진 시대상에 비춰 볼 때 충분히 예견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의도한 일이든, 의도하지 않은 일이든 또다른 형태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는 대목이다.  ‘임종’의 법적 의미 명확히 해야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다. 이는 ‘의학적 시술로는 치료 효과가 없는 데도 단지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막아 웰다잉을 유도한다’는 법안의 취지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법에 명시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분하느냐이다. 예컨대, 말기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이들 모두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봐야 하는지, 또 그럴 경우 흔히 말기암으로 인식하는 4기 암환자를 이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리면, 말기암 환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일 수는 있지만, 말기암과 4기암은 분명히 다르다. 국내에서 완화의료의 정착을 이끈 서울대의대 윤영호 교수는 이에 대해 “말기암이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환자 상태가 점차 악화돼 최소한 수개월 이내에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를 말한다”면서 “반면 암 4기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로, 이 상태에서는 암의 진행을 억제·정지시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완치도 가능한 상태이므로 말기암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암의 병기(Staging)는 종양의 크기, 임파선 침범 및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1~4기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4기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를 말한다.  물론 다른 구분법, 즉 암의 상태나 전이 여부 등을 다소 포괄적으로 감안해 조기암·진행암·말기암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기암은 암세포가 발병한 특정 장기 안에서만 존재하는 1기 상태를 말하며, 이 단계에서는 수술 등의 치료를 통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진행암은 2~4기가 모두 해당되는데, 이 단계라도 다양한 치료법을 병용함으로써 암의 진행을 억제, 정지시키거나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전이성 암이 항암화학요법으로 완치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또 최근에 개발된 표적치료제의 경우 약제에 따른 부작용은 있지만 4기라도 질병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4기 암이라고 무조건 말기암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의료계의 보편적인 견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임종 과정’(말기암 포함)의 범주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 ‘완치나 생명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상태가 점차 악화하는 시점부터 죽음 사이의 기간’으로 정의할 수 있어서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말기암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말기암 환자라도 환자마다 상태나 생존기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윤영호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받은 환자 10명 중 5명은 말기 판정 시점에서 약 2~3개월 안에 죽음을 맞았고, 이들은 평균적으로 4~5개월 정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메디케어 프로그램과 덴마크에서 제정한 ‘임종선언문(terminal declaration)’은 말기를 ‘6개월 이하의 기대 수명을 가진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환자 개개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누구도 확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 “많은 연구들이 생존기간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한 만큼 환자 스스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을 통해 앞으로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게 최선의 웰다잉 방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웰빙’의 완성은 ‘웰다잉’에 있다 동서양이 마찬가지이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 탓에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많은 죽음이 이런 관행 속에서 어둡고, 안타깝고, 슬프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도 그랬고, 환자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연명치료가 가족들의 자기 위안을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사회적 체면의식이 강고하고 부모에 대한 봉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적극적인 법제화로 그런 소모적인 관행을 청산할 계기가 마련된 지금에서야 죽음에 대한 논의를 꺼릴 이유가 없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죽음을 피해갈 수가 없다. 죽음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설령 가슴이 내려앉을지라도 자신의 ‘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사느냐’가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화두라면 ‘어떻게 죽느냐’도 삶의 대미에서 마주쳐야 하는 진지한 성찰의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세상에 수많은 죽음의 유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죽음에 결부되는 전제는 ‘격조’와 ‘품위’이다. 누구든 자신의 끝을 예견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며, 가족들과 진심으로 따뜻한 고별의 정도 나눌 필요가 있다. 그것이 병원의 격리된 중환자실에서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치거나, 이미 말 한 마디, 눈짓 한 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는 것보다 훨씬 유의미하고 값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웰다잉법’이 마련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률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들을 보완해 이 법이 가진 선용의 여지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웰다잉은 웰빙의 대미에 해당한다. 누군가가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았다 해도 종언, 즉 끝이 뒤틀리고 헝클어진다면 그걸 잘 산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웰빙이 ‘스스로 선택한 자기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 부여’라면 웰다잉 역시 그래야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자신의 삶과 함께 죽음도 적극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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