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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악한 포식자가 된 인간의 민낯

    포악한 포식자가 된 인간의 민낯

    구제역 감염 우려가 있는 돼지들을 살처분하면서 자신이 살처분당하는 듯한 악몽을 꾼다.(‘몰이꾼’) 바닷가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오염되기 이전의 자연을 그리워한다.(‘땅끝의 달’) 자신이 낳은 아기를 ‘상품’처럼 대하는 미혼모 대신 아기를 키우면서도 오히려 미혼모에게 돈을 뜯긴다.(‘어둠의 한숨’) 올해 등단 64년을 맞은 정연희(84) 작가의 신작 소설집 ‘땅끝의 달’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희생된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현대사회의 병폐를 조명한다. 환경·축산·미혼모 등 다양한 소재로 쓴 작품을 관통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인간중심주의와 이기적 인간형을 고발한다. 수록작 ‘땅끝의 달’의 주인공 현서는 사업 실패로 태안 앞바다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와 환경파괴의 심각성과 절망을 이야기하던 여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전남편의 독점욕으로 상처를 품은 여인은 탐욕이 부른 파멸을 투영하는 듯하다. ‘몰이꾼’은 살처분의 고통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들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도 예리하게 다뤘다. 축산 공무원 동주가 살생의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동안 서울에서는 젊은이들이 향락의 열기에 빠져 있다. ‘인간은 돼지보다 더한 식탐에 빠졌다’(128쪽)는 동주의 생각은 힘을 극대화한 인간의 존재론적 몰락을 암시한다. ‘어둠의 한숨’은 아기를 귀여워하는 세탁소 주인 심 권사를 등쳐먹는 미혼모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폭력적 태도를 보여 주면서도, 혈육이 아닌 아기에게 정성을 쏟는 심 권사에게서 인류애를 향한 희망을 찾는다. 정 작가는 “인간이 포악한 포식자가 됐지만, 인간사 곳곳에서 사금처럼 반짝이는 이야기를 외면하지 못해 오늘도 그 사금을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작품마다 녹여 낸 치밀한 심리묘사는 문단 원로의 연륜을 실감하게 한다. 암울해 보여도 여전히 인간에 대해 희망을 주는 이 단편들이 반갑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용균 사고 2년 만에… 책임자들 첫 공판

    김용균 사고 2년 만에… 책임자들 첫 공판

    김용균(당시 24)씨 태안화력 사망사고 책임자 첫 공판이 26일 사망 후 2년여 만에 열렸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사장을 비롯한 한국서부발전 8명과 백남호 전 사장을 비롯한 한국발전기술 6명 등 피고인 14명이 모두 출석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태안화력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중대 재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데도 피고인들이 업무를 소홀히 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엄벌을 요청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애지중지 키운 아들 용균이가 사회에 나온 지 3개월도 채 안 돼 처참하게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지금까지 판례를 깨고 잘못한 원·하청 기업주를 강력히 처벌하는 재판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공판에 앞서 김용균재단은 서산지원 앞에서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원·하청 대표이사를 처벌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일터에서 사망해 안타깝지만 많은 혐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 밑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이날 공판은 김씨가 숨진 지 2년 1개월, 검찰이 지난해 8월 3일 피고 14명을 재판에 넘긴 지 5개월여 만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김용균 사고 책임자들 첫 공판, 검찰 “안전관리 소홀히 해 김씨가 숨졌다”

    김용균 사고 책임자들 첫 공판, 검찰 “안전관리 소홀히 해 김씨가 숨졌다”

    김용균(당시 24)씨 태안화력 사망사고 책임자 첫 공판이 26일 사망 후 2년여 만에 열렸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사장을 비롯한 한국서부발전 8명과 백남호 전 사장을 비롯한 한국발전기술 6명 등 피고 14명이 모두 출석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태안화력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중대 재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데도 피고인들이 업무를 소홀히 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엄벌을 요청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애지중지 키운 아들 용균이가 사회에 나온 지 3개월도 채 안 돼 처참하게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용균이 재판 만큼은 지금까지 판례를 깨고 잘못한 원·하청 기업주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판에 앞서 김용균재단은 서산지원 앞에서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원·하청 대표이사를 처벌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일터에서 사망해 안타깝지만 많은 혐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 밑에서 석탄재를 치우다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이날 공판은 김씨가 숨진 지 2년 1개월, 검찰이 지난해 8월 3일 피고 14명을 재판에 넘긴지 5개월여 만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잘못된 진실 바로 잡아야”…‘이춘재 사건’ 피해자들 진실규명 신청

    “잘못된 진실 바로 잡아야”…‘이춘재 사건’ 피해자들 진실규명 신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와 경찰의 인권침해 수사 및 사건 은폐로 피해를 입은 고인의 유족들이 과거 공권력의 반인권적 행위를 조사해달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했다. 이춘재 사건 중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와 이춘재가 저지른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고 김현정(당시 8살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양의 아버지, 그리고 이춘재 사건 중 9차 사건 용의자로 몰렸던 당시 19살 윤모군의 친형은 2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춘재 사건 피해자 및 유족들과 함께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진범(이춘재)이 안 잡힌 상태에서 (경찰에) 용의자로 불려가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피해자들은 그동안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지도 못했다”면서 “이춘재 사건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이춘재의 범행에 희생된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용의자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던 사람들도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지난 30년 동안 묻혔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이 사건 당시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정리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는 이날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이렇게 참석했다”면서 “잘못된 진실들을 모두 앞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당시 13세 중학생이 살해된 사건이다. 윤씨는 이듬해인 1989년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구속돼 기소된 다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0년 5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이후 윤씨는 2000년 8월 20년형으로 감형을 받고 2009년 8월 출소했다.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다룬 9차 사건(1990년)의 용의자로 몰렸던 피해자 윤모군의 친형은 “동생이 구치소에서 독방 생활을 3개월 하면서 허위 자백을 했다가 풀려났다. 그리고 풀려나자마자 1년도 채 안 돼서 암이 발병해 7년 동안 치료를 받다가 (1997년) 사망했다”면서 “이번 진실규명을 통해서 앞으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윤모군은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 과정에서 구타, 전기고문 위협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하고 허위 자백을 했다. 1989년 7월 화성 태안읍에서 발생한 ‘초등생 실종사건’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고 김현정양의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확인했지만 이를 은폐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 사건은 단순 실종사건으로 분류돼 오다가 이춘재가 2019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뒤늦게 자백했다. 고 김현정양의 아버지는 “30년 동안 아이가 실종됐다고 생각하고 살아갔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만날 문을 열어 놓고 살았다”며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면 (범인을) 누가 잡아요, 세상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처분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경찰이 은폐한 사건은 공소시효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사건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경위, 이춘재의 살인 범행 피해자의 사체 은닉·증거 인멸 과정 등 당시 수사 전반에 걸쳐 구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형 변호사는 “이춘재 8차 사건 재심을 통해 윤성여씨가 무죄 판결을 받아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지만 이춘재 사건 총 14건 중 13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발생했던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 중 적잖은 사람들이 반인권적인 수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용산공원 새 이름 공모전 결과 ‘용산공원’ 선정…“황당” 반응

    용산공원 새 이름 공모전 결과 ‘용산공원’ 선정…“황당” 반응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으로 조성될 공원의 최종 이름이 ‘용산공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미 가칭 ‘용산공원’으로 불리던 공원의 새 이름을 대국민 공모전과 투표까지 진행해 선정된 공식 명칭이 도로 용산공원으로 결정되자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업을 진행 중인 용산공원 측은 지난 20일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명칭 공모전과 투표를 통해 ‘용산공원’이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용산공원 측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치열하게 진행된 온라인 대국민 네이밍 공모전에서 5개의 후보작이 선정됐다”며 “이들 5개 후보 중 종합 평가를 통해 선정된 이름은 바로 ‘용산공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선정 이유에 대해 “10여년간 사용되어 국민에게 친숙하고 부르기도 쉬우며 직관적으로 떠올려지는 이름이다”라는 점을 들었다. 2등은 ‘용산열린공원’, 3등 ‘용산미르뫼공원’(용의 순우리말 ‘미르’와 산의 순우리말 ‘뫼’), 4등 ‘용산늘픔공원’, 5등 ‘용산국가공원’이 뽑혔다. 용산공원 측은 “나머지 4개 후보는 용산공원의 다양한 주요 시설들의 이름에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용산공원 측은 대국민 공모 참여 독려를 위해 노트북, 로봇청소기, 백화점 상품권, 치킨, 커피 등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용산공원 측은 페이스북에 당선작으로 ‘용산공원’ 선정을 발표했다가 “코미디냐”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게시물을 내리고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이처럼 하나마나한 듯한 명칭 공모전 해프닝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충남도는 지난 2017년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와 자원봉사자들을 기리기 위한 가칭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의 명칭을 공모한 끝에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을 최종 명칭으로 선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주변을 순환 운행하는 자기부상철도의 이름을 공모한 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를 최우수 당선작으로 선정해 “이럴 거면 공모전을 뭐하러 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꿈결같은 당신과의 춤…이렇게라도 만나다니 너무 고맙고 보고 싶어

    꿈결같은 당신과의 춤…이렇게라도 만나다니 너무 고맙고 보고 싶어

    세상을 떠난 딸과의 재회를 그려 화제를 모았던 MBC ‘너를 만났다’가 돌아온다. 이번에는 사랑했던 아내를 다시 만나는 남편의 이야기와, 고 김용균의 일터를 체험하는 ‘VR 저널리즘’을 선보인다. ●다섯 아이 아빠, 아내와 ‘가상 재회’ MBC는 21일과 28일, 다음달 4일 총 3회에 걸쳐 창사 60주년 특집 가상현실(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를 방송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희귀 난치병으로 딸을 떠나보낸 엄마의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두 번째 시즌도 성사됐다. 첫 번째 이야기 ‘로망스’에서는 4년 전 병으로 아내를 잃고 다섯 아이와 남겨진 김정수씨의 소망을 따라간다. “엄마의 그림자라도 보고 싶다”며 사춘기 아이들을 설득한 김씨는 VR을 통해 아내와 춤을 추며 짧지만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전문 업체와 협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MBC 디자인센터 특수영상(VFX) 팀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적용했다. VR의 스토리적 상상력에 도전해 같이 돌탑을 쌓고 소원을 비는 게임적 요소를 차용하고, VR의 특성인 상호작용을 이용했다.●표정·몸짓·목소리까지 섬세하게 재현 연출을 맡은 김종우 PD는 “시즌1에서 아이의 움직임과 달리 이번에는 부부 사이의 다정한 몸짓이나 상호작용의 느낌을 구현할 방법을 많이 연구했다”면서 “기술적으로도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당사자의 체험과 경험에 맞추기 위해 약 6개월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표정과 몸짓 뿐 아니라 심리까지 표현하기 위해 연극배우 우미화가 모션 캡처에 참여했고, 목소리는 남아 있는 1분 분량의 음성을 성우와 합성하는 ‘보이스 컨버전’ 기술을 적용해 최대한 가족들의 기억 속 목소리와 가깝게 만들었다. ●일터에서 만난 김용균 ‘VR 저널리즘’ 다음달 4일 방송하는 ‘용균이를 만났다’는 ‘VR 저널리즘’을 처음 시도한다. 가상현실을 통해서 접하는 저널리즘으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스물넷 청년 김용균의 일터 속으로 들어간다. 뉴스로만 접했던 발전소 공간과 그 시간에 김용균과 함께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또 다른 공감을 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오늘·28일·새달 4일 세 차례 방영 김 PD는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VR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김용균이라는 사람과 그의 경험들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호 작용까지 가능한, 더 진화된 형태의 VR 다큐멘터리를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영화제 등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퇴근길 버스에서 하차하던 20대 롱패딩 끼어 사망

    퇴근길 버스에서 하차하던 20대 롱패딩 끼어 사망

    퇴근길 버스에서 하차하던 승객이 뒷문에 옷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19일 파주시 법원읍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시내버스 뒷바퀴에 치여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버스에서 내릴 때 롱패딩이 뒷문에 걸렸지만, 버스 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뒷문에는 승객 하차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지만, 옷자락 등 얇은 물체는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8년 5월에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버스터미널에서 정차한 시내버스에서 내리던 70대 노인이 뒷문에 옷이 끼인 상태로 끌려가다가 버스 뒷바퀴에 치여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에는 경기 화성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10대 여학생이 버스 뒷문에 옷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책 속 한줄] 삶이 있는 저녁

    [책 속 한줄] 삶이 있는 저녁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다수 존재한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중략) 빈부나 사회적 지위, 근로조건의 차이가 현저한 여명(餘命)의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는 암울하다.(98~100쪽)‘어떤 양형 이유’(2019, 김영사)는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이 쓴 판결문 속 양형 이유를 통해 법정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과 사건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한 선박건조 현장 산재 사건 판결문을 통해 잔혹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와 하루 평균 노동자 다섯 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판결문을 쓰고도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군이 세상을 떠났다는 답답함도 덧댔다. 2021년 다시 읽은 문장이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와도 겹쳐 들린다. 나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누군가의 삶이 있는 저녁이 희생될 수 있음이 이렇게 가까이 와닿는다는 게 무섭고 서글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고려청자 낚은 주꾸미, 숨겨진 고려의 비밀을 열었다

    고려청자 낚은 주꾸미, 숨겨진 고려의 비밀을 열었다

    1975년 5월 전남 신안 앞바다. 조업을 하던 어선 그물망에 걸린 수십 마리 물고기 사이에 예사롭지 않은 빛깔을 뿜는 도자기가 숨어 있었다. 어부의 우연한 발견으로 1976년부터 본격적인 바닷속 탐사가 시작됐고, 무역선 ‘신안선’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수중 발굴조사로 꼽히는 신안선이 나온 지 45년. 그간 수십 차례 발굴을 통해 건져 올린 보물들은 개발의 손을 타지 않은 모습 그대로,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타임캡슐’을 통해 그 보물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신안선 발굴 이후 한국의 수중 발굴 역사를 새로 쓴 중요한 유적을 꼽으라면,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있는 태안 대섬과 태안 마도 수중유적을 들 수 있다. 태안 마도 해역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9차례나 발굴이 이루어졌을 만큼 수중 문화재의 보고로 유명하다. 이렇게 발굴된 고선박만 4척이나 되고, 고려청자와 도기, 조선시대 분청사기 등의 도자기와 목간·죽찰, 쌀, 메밀 등의 각종 곡물, 여러 가지 동물뼈, 선원들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유물이 쏟아져 나와 고려시대 생활과 문화를 그대로 보여 준다. ●9차례 발굴… 고선박 4척 찾아 2007~2008년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이 발굴됐고, 이어 2009~2010년 태안 마도 인근 해역에서는 고려시대 곡물 운반선인 마도 2호선이 발견됐다. 이 2척의 배에서 나온 수중 유물 중 5점이 우리나라 수중문화재로서는 처음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에 보물로 지정됐다. 보물로 지정된 유물 5점은 두꺼비 모양의 청자 벼루와 음각과 상감으로 장식된 청자 매병 2점, 죽찰 2점이다. 태안 대섬에서의 수중 발굴 시작이 사뭇 재밌다. 2007년 5월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 김모씨가 설치해 놓은 소라 통발에 걸린 주꾸미가 고려청자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 일대에 대한 탐사에 나섰다. 이후 수심 12m 바닷속에서 수많은 청자들을 확인했다. 그해 7월부터 이듬해까지 두 차례 조사를 거치면서 난파된 고려시대 선박은 물론이고, 무려 2만 5000여 점이나 되는 고려청자와 목간(문자를 기록한 나뭇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최초의 고려시대 목간에는 먹으로 ‘탐진(현재의 강진)에서 개경에 있는 대정(隊正·하급 무반) 인수 집에 도자기 한 꾸러미를 보낸다’는 내용과 ‘대경(大卿)이라는 관직을 지낸 최씨 성의 사람에게 보낸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이를 통해 이 배가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가다가 난파돼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실을 확인했다. 배에 실린 발, 접시, 잔, 완, 주자, 향로 등의 청자는 12세기 고려청자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두꺼비 모양의 유일한 도자기 벼루 철화와 퇴화기법으로 장식하고 두꺼비 모양으로 만든 청자 벼루 ‘청자철화퇴화문두꺼비모양벼루’는 보물로 지정될 만큼 단연 눈에 띄었다. 고려시대에는 사자, 용, 오리 등 동물과 복숭아, 참외 등의 과일을 비롯해 식물, 불교·도교의 인물 등을 형상화한 각종 청자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두꺼비 모양으로 제작된 도자기 벼루는 태안선에서 나온 이 벼루가 유일하다. 두꺼비는 고개를 위로 들었고, 손과 발은 웅크린 채 앉았다. 겉에는 산화철의 안료와 백토로 점을 찍어 오톨도톨한 피부 돌기를 나타내 질감 표현을 극대화했다. 눈동자는 흑색과 백색이었고, 곡선과 가로로 길게 선을 새겨 꼭 다문 입술을 묘사했다. 뒤집어 안을 들여다보면 속은 비어 있다. 이것은 보통 점토 덩어리로 형태를 만든 후 속을 파내는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휴대를 위한 용도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높이 7㎝, 길이 14㎝로 작고 무게도 가볍다. 먹이 닿아 갈리는 부분인 연당은 물이 모일 수 있도록 아래로 경사가 졌다. 연당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았고, 가장자리에는 켜켜이 쌓인 반원을 새겼는데 마치 두꺼비가 알을 품은 모습이다. 특히 이 부분은 먹이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먹이 잘 갈리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아 있지 않지만 연당 윗부분은 두꺼비의 등을 형상화한 뚜껑을 덮어 먹물이 마르지 않도록 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꺼비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여러 설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특히 물두꺼비는 물속에서 알을 낳고, 대개 물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벼루의 소재로서는 제격이었을 터다.●유려한 곡선 자랑하는 매병 보물로 지정된 또 다른 유물은 태안 마도 2호선에서 나온 ‘청자상감유로죽문매병 및 죽찰’(보물 제1783호)과 ‘청자음각연화절지문매병 및 죽찰’(보물 제1784호)이다. 2010년 수중 발굴에서 건진 청자 매병은 풍만한 어깨, S자의 유려한 선을 자랑하는 형태와 각종 문양을 다채롭게 표현해 절정기 고려청자를 대표한다. 이런 모양의 병은 사극에서 왕실이나 귀족의 생활장면을 묘사할 때도 단골로 등장하는 병으로, 고급 고려청자로는 으레 이 매병을 떠올릴 만큼 상징적이다. 매병은 박물관이나 개인들도 소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대부분 출토지가 명확하지 않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매병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대를 명확히 알려 주는 죽찰과 함께 난파선에서 발굴된 고려청자 매병은 학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발굴 당시 상감 매병과 음각의 매병이 위아래로 겹쳐진 상태였다. 특히 매병은 죽찰과 함께 발굴됐다. 음각 매병의 죽찰은 매병의 입 부분을 살짝 덮은 상태로, 상감 매병의 죽찰은 매병 입 부분 옆에서 나왔다. 다른 목간의 사용례를 비춰 보면 죽찰은 매병 입 부분에 매달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점의 청자 매병은 높이가 39㎝로 같고, 풍만한 어깨에 유려한 S자형을 그린다. 상감으로 문양이 장식된 매병은 몸체의 여섯 면에 세로로 골을 내 참외 모양을 띠고 있다. 여섯 면으로 나뉜 부분에는 커다란 능화창 안에 각각 국화, 모란, 황촉규(닥꽃),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를 표현했는데, 흑백의 상감기법으로 효과를 줬다. 흥미로운 것은 여섯 면의 모든 문양 아래에는 물가에 노니는 오리를 표현했고, 화와 모란, 황촉규에는 꽃을 찾아 날아든 나비를 그려 넣은 점이다. 매병 아랫부분은 유약이 뭉쳐져 청자의 바탕이 드러나지만, 유색이 맑고 뛰어난 편이다. 음각기법의 또 다른 매병은 몸체 4곳에 연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겼다. 문양의 테두리는 칼을 비스듬히 뉘어 굵고 깊게 깎아냈고, 문양의 안쪽 부분은 가늘고 얕게 새겨 표현했다. 특히 연꽃의 줄기 밑 부분은 유약을 바른 윗면에서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점을 찍는 방식으로 연꽃줄기의 가시돌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유약이 매병 전체에 고르게 시유됐고 유색도 뛰어나다. 매병은 12세기 말~13세기 초에 부안 지역 가마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측되며, 고려 중기 정점을 찍은 고려청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려시대상 알려주는 죽찰도 나와 보물로 지정된 2점의 죽찰에는 고려시대 무반의 최고 협의기구인 중방에 소속된 도장교(都將校·정8품 이하 하급 무반)에게 보내는 것으로, ‘준(樽)에 참기름과 꿀을 담아 올린다’는 내용이 적혔다. 통상적으로 매병은 술을 담는 용기로 알려졌는데, 술이나 물뿐 아니라 꿀과 참기름 같은 귀한 음식 재료도 담았다는 사실과 고려시대 때는 지금의 매병을 ‘준’이라고 불렀다는 새로운 사실도 같이 알린 문화재다. 또 매병은 당시까지만 해도 대체로 귀족 전유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급 무반의 신분계층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도 알려졌다. 유물을 국보나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해당 문화재의 가치와 함께 관리·보존할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수중문화재 중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된 이들 5점의 유물은 제작 시기가 비교적 확실하고, 당시 용도와 이름을 알 수 있으며,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데다가 형태가 특이하고 조형미가 뛰어나 예술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은 것들이다. 고려인들은 당시 최고의 기술력으로 그들의 사상과 생활, 취향, 예술적 감각을 담아 고려청자를 만들었는데, 바닷속에서 찾은 보물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수중문화재는 바닷속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어민들이 조업 중에 발견해 신고하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문화재를 찾아내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과 노력이 더해져야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명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 학예연구사
  • 제주 18일부터 AI 발생 안한 충청 일부 지역 가금산물 반입 허용

    제주 18일부터 AI 발생 안한 충청 일부 지역 가금산물 반입 허용

    제주도는 18일부터 충남 당진·서산·태안·보령·부여·서천 6개 시·군과 충북 충주·제천·담양 3개 시·군에서 생산한 가금산물( 고기, 계란, 부산물 등) 반입을 조건부로 허용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지역은 모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다. 도는 이들 지역에서 가금산물을 반입하려면 반입일 전날 오후 6시까지 동물위생시험소에 반입 신고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하며, 공항과 항만에서 가축방역관의 입회하에 신고 명세와 대조해 이상이 없을 때만 반입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순차적으로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가금류(살아있는 닭·오리) 및 가금산물 반입을 금지해 왔다. 도는 도내 가금산물 자급률이 낮아 장기간 반입 금지 조치로 가금산물이 부족하고 병아리 생산이 감소해 불가피하게 일부 지역에 대해 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4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철새도래지에서 발견된 오리 폐사체 검사결과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최종 판정됐다. 도는 인근 33개 농가의 닭 42만6000마리,오리 1만5000마리 등 44만1000여 마리에 대해 긴급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오조리 철새도래지 반경 3㎞를 특별 관리 지역으로 설정해 올레길 탐방객과 낚시객 등의 통행도 통제된다.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피켓시위했다고…‘단식’ 산재 유가족에 ‘국회 출입금지’ 통보

    피켓시위했다고…‘단식’ 산재 유가족에 ‘국회 출입금지’ 통보

    29일 동안 단식 농성을 벌여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이끌어낸 뒤 입원한 산업재해 유가족들에게 국회 사무처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 출입금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재해법은 기업 경영자에게 산재 예방 의무를 부여하고, 중대한 산재가 발생하면 경영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1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정의당과 함께 국회 내에서 단식 농성에 참여한 이들에게 앞으로 일정 기간 국회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들은 산재 유가족 김미숙씨와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3명이었다. 김미숙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이고, 이용관씨는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 속에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한빛 PD의 아버지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농성을 끝내고 한 병원에 입원해 회복치료를 받고 있다.국회 사무처는 이들이 단식 농성 기간 중 국회 본청 안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출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누구도 국회 안에서 피켓 시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대 1년간 국회 청사 출입이 제한된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보좌진, 정당의 당직자 등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 청사 안에서 피켓 시위와 각종 퍼포먼스,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이지만 국회 출입금지를 당하지 않는다.이에 국회 사무처 측은 “의원이나 보좌진은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갈음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국회 사무처는 산재 유가족이 단식 농성 중이던 지난 5일 이들의 국회 본청 화장실 사용을 막았다가 논란이 되자 다시 허가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제도 ‘뻥’ 오늘도 ‘뻥’ 뚫린 해안… 소형 선박에 당했다고 초병만 잡나

    어제도 ‘뻥’ 오늘도 ‘뻥’ 뚫린 해안… 소형 선박에 당했다고 초병만 잡나

    2019년 6월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으로 여론이 크게 들끓었습니다. 길이 10m, 폭 2.5m, 높이 1m, 무게 1.8t의 작은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강원 삼척항까지 들어왔는데, 57시간 동안 목선의 남하를 알아차리지 못해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해당 지역 경계를 책임지는 군 장성이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군은 신형 해상레이더(GPS200K), 열상감시장비(TOD 3형)를 대거 해안경계에 투입하고 중·대형함 1척씩을 배치하는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계를 강화해도 야음을 틈타 이동하는 소형 선박을 모두 잡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군의 해안경계 피로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에는 1.5t급 중국 밀입국 보트가 군 감시장비에 13차례나 포착되고도 충남 태안까지 들어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해안레이더 6회, 해안 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 3회 등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레저용 보트나 낚싯배 정도로 여겼다고 합니다. 중국 밀입국 선박은 같은 해 4~6월 3차례나 들어왔고 심지어 2019년 9월 밀입국한 중국인이 지난해 8월에 적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핵심은 ‘피아 식별’… 소형 선박 탐지 필요 과연 감시장비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군 감시병 질책보다 더 효과적인 대책은 없을까. 물론 효과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후약방문식 대책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14일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군은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약 22㎞) 떨어진 지역까지를 해안경계지역으로 보고 집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감시장비가 의심선박을 발견하면 해군과 해양경찰이 합동작전을 펼칩니다. 밀수·밀입국 등 치안유지는 해양경찰이, 적의 침투는 해군이 나섭니다. 매우 치밀한 경계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모든 구멍을 메울 수는 없습니다. 특히 소형 어선과 레저용 선박은 ‘피아 식별’이 불가능한 것이 많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됩니다. 지난해 기준 20t 미만 소형 선박 중 등록선박은 10만 4000척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97%가 소형 어선과 레저용 선박입니다. 연구팀이 전남 지역의 무등록 선박 비율을 반영해 계산한 결과 전국의 20t 미만 무등록 선박은 2700여척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런 작은 선박들을 감시장비로 일일이 포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등록 선박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선박을 등록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고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면허취득과 보험 가입, 입·출항 신고 등을 생략할 수 있고 정기검사 및 조치사항 이행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2001년부터 전국 단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2002년에는 ‘소형선박등록법’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등록제도 관리주체를 우리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도도부현 지사와 민간 전문기구가 담당하도록 일원화하는 조치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소형 선박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단순히 관리만 강화하면 선박 소유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유인책도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소형 선박 등록제와 함께 실태 파악도 필요하다”며 “소유주의 책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마리나 이용이나 선박 재산권 인정 등의 혜택도 줘 자발적 등록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위치발신장치, 소형 레저선박 사각지대 또 다른 대책은 ‘위치발신장치’입니다. 선박 위치발신장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정에 따라 항해 중인 선박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습니다. 10t 이상의 선박은 선박의 제원, 운항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동식별장치’(AIS)를 장착해야 합니다.한국은 이와 별도로 ‘어선 위치발신장치’(V-PASS)를 2013년부터 3년간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습니다. 각종 사고와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선의 입·출항 신고도 자동으로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레저용 선박은 300t 미만일 경우 위치발신장치를 장착할 의무가 없습니다. 과거엔 소형 레저용 선박이 많지 않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2006년 ‘수상레저기구 등록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20t 미만 소형 레저용 선박은 등록 선박 기준으로 235척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 인구가 늘고 해양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소형 레저용 선박이 2500척 이상씩 늘어나 지난해는 3만 8000척에 이르렀습니다. 피아 식별이 되지 않는 배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소형보트를 이용한 밀입국 방지를 위해서는 현재 어선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위치발신장치를 레저용 선박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선박에 위치발신장치가 탑재돼 있으면 해양경찰과 연동된 정보를 통해 즉각 피아 식별이 가능해집니다. 감시장비 운용병의 경계임무 부담도 크게 줄어들고 해안경계 작전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또 선박 충돌사고나 사고 시 신속히 구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선이 운용하는 위치발신장치제도도 보완해야 합니다. 연구팀은 “비용 부담과 항로 추적 기능에 대한 거부감으로 소유주가 설치하지 않거나 고장이 나더라도 고의로 수리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다”며 “해양경찰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선박위치발신장치의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여의도 35배’ 軍시설 보호구역 개발 족쇄 풀렸다

    ‘여의도 35배’ 軍시설 보호구역 개발 족쇄 풀렸다

    여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지역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돼 이곳의 개발 제한이 풀리게 된다. 국방부는 여의도 면적의 34.7배에 해당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1억 67만 4284㎡를 해제하며, 오는 19일 자 관보 게시 이후 해제가 유효하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해제된 면적과 비교해 31% 증가했다.수도권 이남 해제 면적은 8589만 5152㎡로 전체 해제 면적의 87%에 달한다. 전북 군산시 옥서면의 비행안전구역 8565만 9537㎡가 포함돼 지난해 해제된 수도권 이남 면적에 비해 70배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충남 논산시 연무읍의 통제보호구역 9만 7788㎡가 해제됐다. 인천 서구·계양구, 광주 서구, 경기 김포·파주·고양·양주, 강원 화천·인제·고성, 충남 태안, 전북 군산, 경북 울릉 등 13개 지역의 제한보호구역 1491만 6959㎡도 완전 해제됐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보호구역은 건축물의 신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통제보호구역과 모든 건축 행위는 군과 협의하에 가능한 제한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대공방어협조구역 등으로 나뉜다. 국방부는 이 밖에 경기 파주, 강원 철원, 충남 태안의 통제보호구역 132만 8441㎡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해 군과 협의하면 건축물 신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합참 심의위원회는 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어려운 6442만 4212㎡ 지역은 개발 등에 대한 군과의 협의 업무를 지자체에 위탁하기로 했다. 여의도 면적의 22.2배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지역에서는 일정 높이 이하의 건축·개발은 지자체가 군과 협의 없이 허가할 수 있으며, 일정 높이 이상은 군과 협의해야 한다.다만 인천 연수구, 강원 동해·영월, 충북 단양, 전북 순창, 경북 울릉, 경남 진주·사천·창녕 등 해당 지자체가 동의한 360만 8162㎡ 지역은 새롭게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새로 지정된 보호구역은 해군 1함대와 2함대 등 10개 부대의 울타리 안쪽이어서 주민에게 미치는 불편이나 재산권 행사상 제약 사항은 없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군사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보호구역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폭설로 정체 시작…서울 북악산로 등 통제 “대중교통 이용 당부”(종합)

    폭설로 정체 시작…서울 북악산로 등 통제 “대중교통 이용 당부”(종합)

    12일 오후부터 내린 폭설로 서울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퇴근길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이날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TOPIS)에 따르면 폭설로 인왕산로 사직공원~창의문삼거리 구간 양방향, 북악산로 창의문삼거리~북악골프연습장 구간 양방향이 오후 11시 30분까지 통제됐다. 정릉로 10길 북악골프연습장~정릉3차인센터 구간 양방향, 난곡로 난우파출소~난향삼거리 구간 양방향, 개운산산책로 서울개운초교~성북구의회 양방향도 11시 30분까지 통제 중이다. 갑작스러운 눈으로 도심의 차량 정체도 심해졌다. 이날 오후 5시 15분 기준 서울시 전체 속도는 시속 11.2km, 도심 전체속도는 7.1km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이날 오후 3시 40분을 기해 서울 동남·서남권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함에 따라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2단계 비상근무에서는 인력 4000명, 차량·장비 1000여대가 투입돼 제설작업을 시작한다. 1시간 반만에 서울 4.5cm 눈 쌓여오후 6시 이후 눈발 약해진 뒤 9시경 그칠 듯 이날 오후 5시 기준 주요지점 적설현황은 ▲서울 4.5cm ▲백령도 3.0cm ▲인천 2.8cm ▲수원 2.5cm 등이다. 세부 지역으로 보면 수도권의 경우 ▲시흥 9.5cm ▲기상청 7.4cm ▲광명철산 6.8cm ▲서초(서울) 6.5cm ▲군포금정 5.7cm ▲노원(서울) 5.0cm ▲능곡 5.0cm ▲동두천 5.0cm ▲과천 4.9cm ▲구리 4.7cm ▲서대문(서울) 4.6cm ▲김포장기 4.3cm ▲금곡(인천) 3.9cm ▲안양동안 3.9cm ▲남양주 3.7cm ▲양주 3.5cm ▲성남 3.4cm ▲강서(서울) 2.4cm 등이다. 강원권의 경우 ▲철원 1.7cm ▲외촌 0.4cm, 충청권의 경우 ▲춘장대(서산) 6.0cm ▲대산 5.2cm ▲보령 3.9cm ▲태안 2.9cm ▲청양 2.6cm, 전라권의 경우 ▲흑산도 4.5cm ▲군산산단 1.8cm ▲고창 1.4cm ▲새만금 1.2cm 등이다.기상청에 따르면 시속 40㎞로 동북동진 중인 기압골에 의해 만들어진 눈구름대는 오후 3~6시쯤 가장 강하게 내릴 전망이다. 눈은 오후 6시까지 강·약을 반복하면서 내리다가 이후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의 경우 오후 9시경에 그치고, 그 외 지역의 경우에도 자정 전후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 강원영서의 경우 13일 오전 3시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강한 눈이 내리는 시간대가 퇴근 시간대와 맞물려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면서 ”눈이 강하게 내릴 때는 가시거리가 짧아지니 운전 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면도로나, 경사진 도로, 그늘진 도로는 내린 눈이 쌓여 미끄럽겠으니, 보행자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속보] 서울·수도권 오후 6시까지 폭설 온다…퇴근길 주의

    [속보] 서울·수도권 오후 6시까지 폭설 온다…퇴근길 주의

    경기 동부 오후 9시까지 많은 눈 이어져서울 동남·서남권, 경기 등 대설주의보 발효“차량 운행시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를”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12일 오후 6시까지 서해안에서 오는 눈 구름대의 영향을 받아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퇴근길 교통상황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에 의해 만들어진 눈 구름대가 발달하면서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도권 전 지역에 눈이 강하게 내릴 전망이다. 오후 6시 이후 눈은 점차 약해지겠지만 경기 동부 지역에서는 오후 9시까지도 눈이 이어지겠다. 또 기상청은 오후 3시 40분 서울 동남과 서남권, 경기도 광명, 시흥에 하루 동안 예상 적설량이 5㎝ 이상일 때 내려지는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기상청은 “눈이 내리는 시간대가 퇴근시간대와 맞물리고 내린 눈으로 도로가 미끄러워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면서 “눈이 강하게 내릴 때는 가시거리가 짧아지겠으니 차량 운행 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의 지상관측자료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강화에는 1.0㎝, 고창군 9.0㎝, 광주 3.1㎝, 동두천 4.0㎝, 서울 2.1㎝, 서산 8.5㎝, 수원 2.9㎝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강원영동 제외), 경북북부와 경북산지, 전북에는 한때 눈이 오며 강원 영서는 13일 새벽까지 눈이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충남 서천에도 대설주의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산·태안에도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람 목숨값은 똑같지 않다는 당신들/이두걸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람 목숨값은 똑같지 않다는 당신들/이두걸 사회부 차장

    회의를 거칠 때마다 창조적인 ‘후퇴’가 일어난다. 원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이젠 헷갈릴 지경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얘기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법이다. 노동자의 ‘피와 뼈’를 갈아 거름으로 삼아 왔던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의 오명을 끊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한 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자 시절 중대재해법의 모법에 해당하는 중대사고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약속했다. 여느 개혁 법안과 마찬가지로 중대재해법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했다. 정의당이 지난해 6월 발의했지만 법사위는 지난달 24일에야 소위 심의에 들어갔다. 태안화력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정의당 의원 등이 단식을 시작한 지 13일이나 지나서였다. 그 이후의 모습은 알려진 대로다. 한마디로 규제 대상은 대폭 축소되고, 제재 수위는 크게 낮춰졌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50~10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부칙을 추가한 안을 제출했다. 손해배상 수위도 강은미·박주민안 손해액의 3~10배에서 최대 5배로 축소했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의 법사위 소위 의원들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상공인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사망 산재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 처벌 조항도 1년 이상 징역으로 낮췄다. 벌금액은 아예 하한선이 사라졌다. 해당 법안은 8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 제정 과정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독소 조항까지 ‘목소리’의 범주에 속하는 건 결코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2019년 전체 산업재해자 10만 9242명 중 3분의1인 3만 4522명이, 산재 사망자 2020명 중 494명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더구나 하청과 하청이 거듭되다 보면 맨 밑단의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 된다. 위험 업무는 이들 사업장에 외주화 형태로 집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2019년 1245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61.6%가 여기에 몰려 있다. 산재라는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되레 실패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해당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5인 미만이나 50인 미만 등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중대재해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비국민’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아무리 지난 2016년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을 제 잘못으로 사고를 낸 ‘걔’로 지칭하는 이가 버젓이 장관을 하는 정부라지만 ‘사람 목숨값이 똑같지 않다’는 본인들의 생각을 이처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원한 건 처벌이지 차별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들을 귀조차 없는 건가. 성서에는 영혼의 무게를 저울로 재는 대목들이 종종 나온다. 이는 고대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의 심판’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지하 세계의 왕인 오시리스는 망자의 심장과 깃털을 저울로 잰다. 심장에는 생전 행적들이 담겨 있다. 심장과 깃털의 균형이 맞으면 영생을 얻고,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어지면 괴물 아무트에게 잡아먹힌다. 사뭇 궁금해진다. 사람 목숨을 흥정 대상으로 삼아 오시리스 노릇을 하고 있는 정부ㆍ여당 관계자들이 정작 사후에 저울 위에 서게 되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그리고 ‘사람이 먼저’라던 구호는 사라지고 순결한 권력의지만 남은 당신들을 도대체 왜 지지해야 하는지. douzirl@seoul.co.kr
  • 무릎 부상 극복하고 ‘힘’ 역이용했지… 그게 내 씨름 으랏차차

    무릎 부상 극복하고 ‘힘’ 역이용했지… 그게 내 씨름 으랏차차

    데뷔 첫해 바로 천하장사 등극 파란 상대방 힘 역이용 영리한 씨름 정평 고교 때 3번 무릎 수술 후 자포자기 “저 같은 젊은 장사들 멋진 경기 가능 올해는 팬들 직접 와서 응원했으면” “씨름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소 아니겠습니까. 신축년 모래판은 소띠인 제 것으로 만들어야죠. 천하장사 3연패 해보려고요.” ‘베이비 천하장사’ 장성우(24·영암군 민속씨름단)가 2021년을 맞아 샅바를 단단히 고쳐 맸다. 천하장사 2연패를 한 지 불과 보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성우는 새해 첫 훈련을 시작한 4일 3연패 도전을 힘주어 말했다. 장성우는 2019년 용인대 중퇴 뒤 민속씨름에 뛰어들어 그해 곧바로 천하장사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타이틀을 지켜내며 명실상부한 모래판 최강자로 우뚝 섰다. 순해 보이는 얼굴에 ‘베이비 장사’, ‘귀요미 장사’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모래판에 서면 표정이 달라지는 그다. 상대에 따라 힘을 흘려보내며 역이용하는 영리한 씨름을 한다고 정평이 났다. 그동안 수집한 황소 트로피가 벌써 6개다. 천하장사 2회, 백두장사 4회 타이틀을 차지했다. 화려한 성적은 시련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결과다. 샅바를 놓아버리려던 순간이 있었다. 고교 3학년 때 연습 도중 무릎에서 연골이 떨어져 나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대학 3학년 때까지 무릎 수술만 세 차례 받으며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그때마다 혹독한 재활을 거쳐야 했다. 왜 씨름을 해야 하는지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하며 자포자기했을 때 일으켜 세워준 은사들이 있었다. “부상으로 대회를 뛰지 못했던 저를 이끌어준 이태현 용인대 교수님과 김기태 영암군 민속씨름단 감독님이 아니었더라면 포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거듭되는 부상에 씨름이 싫어 도망간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그때 포기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의 첫 천하장사는 소속팀에도 매우 중요한 순간에 이뤄졌다. 영암군 민속씨름단은 해체 위기에 놓인 씨름 명가 현대 코끼리 씨름단의 명맥을 이어받아 2017년 재창단한 팀이다. 3년간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가 고심 끝에 계속 씨름단을 꾸리기로 통 큰 결정을 내린 영암군에 때마침 장성우가 오매불망하던 천하장사 타이틀을 안겼다.일찍 천하장사에 올랐지만 내려오기 싫어 더욱 이를 악물게 된다는 장성우. 이제 이태현 교수 기록(천하장사 3회·태백장사 20회)을 깨는 게 목표라는 그는 새해 라이벌로 오정민(23·문경새재씨름단)과 최성민(19·태안군청)을 꼽았다. 최성민은 지난 천하장사 결승에서 접전을 펼쳤던 선수로 올해 고졸 신인이다. “이제 체중 제한이 있어 백두급도 무겁고 지루하지 않고 박진감이 넘쳐요. 저를 비롯한 젊은 세대 장사가 그런 시대 흐름의 중심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모래판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숫자도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팬들이 직접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그 에너지를 받아 더 힘이 나는데 지난해엔 무관중이다 보니까 흥이 덜했습니다. 올해에는 부디 팬들이 꽉 찬 경기장을 보고 싶네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장성우 프로필 ▲1997년 10월 10일 경북 구미 출생 ▲신장 192㎝, 체중 140㎏ ▲구미초, 구미중, 의성공고, 용인대(중퇴) ▲2019 영월 대회, 용인 대회, 천하장사 대회 우승 ▲2020 설날 대회, 평창(3차) 대회, 천하장사 대회 우승
  • “이제 뭘 먹고 사나” “숨 좀 편하게 쉬자”

    “이제 뭘 먹고 사나” “숨 좀 편하게 쉬자”

    “대기오염보다 먹고살 수 있는 지역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게 더 무섭습니다.” 정부가 2034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30기를 폐쇄하기로 하자 주민과 자치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도시화한 지자체는 환영하지만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는 농어촌 지역은 대체사업을 요구하는 등 입장이 다르다. 충남도는 4일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문을 닫는 30기 가운데 14기(보령 4, 당진 4, 태안 6기)가 충남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의 사용 연한을 30년으로 못박았다. 충남에는 국내 석탄화력의 절반인 30기가 몰려 있다. 당장 나흘 전 보령화력 1, 2호기가 폐쇄됐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지난달 29일 보령화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 2호기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 342명이 줄어 인구 10만명선이 무너질 위기이고, 연간 44억원의 지방세와 41억원의 소비 지출이 감소한다”며 “에너지 전환 정책의 당위성만 앞세워 지역이 입을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인철 주무관은 “피해 규모만 보면 별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전기업을 특화한 지역산업 기반이 점차 무너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어 두려운 것”이라며 “19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보령탄광 종사자가 빠져나가 인구 15만여명에서 5만명이 준 아픈 경험이 있다”고 했다. 보령은 대천해수욕장 등 관광자원 외에 뚜렷한 산업체가 없다. 보령화력 1, 2호뿐만 아니라 2033년 7, 8호기까지 폐쇄될 참이다.보령시는 정부에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과 함께 보령∼대전∼보은고속도로 건설 등 지역발전 대체 사업을 요구한다. 오 주무관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반대하지 않지만 화력을 대체할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2025년 태안화력 1, 2호기가 폐쇄되는 태안군도 대체사업 요구에 나선다. 이완규 군 에너지팀장은 “화력발전소의 젊은 직원들이 떠나는 게 문제다. 농어촌 어디에고 노인들만 있지 않느냐”면서 “정부에 곧 화력을 대체할 지역발전 사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8년 3호기, 2029년 4호기, 2032년 5~6호기 등의 폐쇄가 잇따를 예정이다. 반면 현대제철 등이 있는 철강도시 당진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이다. 김홍장 당진시장이 2016년 7월 서울 광화문에서 화력 신설을 반대하며 장기 단식농성도 했었다. 시 관계자는 “젊은 산업체 직원과 시민 모두 깨끗한 공기를 원한다”고 했다.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8일 임시국회서 처리될까…적용대상, 처벌수위 난항 예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8일 임시국회서 처리될까…적용대상, 처벌수위 난항 예상

     8일까지 이어지는 임시국회의 최대 관심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 등 쟁점이 많아 합의에 이를 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중대재해법을 5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한다. 민주당은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정리한 뒤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하던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전날인 2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 초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언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2018년 태안화력에서 일하던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개정된 산안법은 산재가 발생하는 발전, 조선, 건설 등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 현장에서 비슷한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정의당 강은미안 외에도 민주당 박주민·이탄희·박범계안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안이 제출됐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법사위에 정부안을 제출했다. 정부안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사고 발생 전 5년간 안전의무를 3회 이상 위반했을 때 중대재해의 책임이 있다고 본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삭제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늦추는 내용 등이 포함돼 법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는 29~30일 법안소위에서 심사했지만 중대재해 정의나 사업장 규모, 공무원 면책 범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중요 쟁점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의 정의와 관련 ‘1명 이상’과 ‘2명 이상’ 사망을 두고 논의한 결과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1명 이상 사망한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6월 당론으로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정의당은 경영자 책임문제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 적용이 유예되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경영자, 공무원, 사업장 규모 등 적용 대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안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의 범위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빠졌다. 민주당안의 정식 명칭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지만 정부안은 여기서 정부 책임자를 빼고 ‘중대재해 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법’으로 바꿨다.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시기를 나누는 문제는 최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안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민주당안은 개인사업자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4년간 유예한다는 부칙을 뒀다. 야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영세업체는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적용 유예 대상을 둬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 대다수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관건이다. 정의당안은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 민주당안은 5배 이상을 규정한 것과 달리 정부안은 5배 이하로 범위를 좁혔다. 국민의힘안은 손해배상액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재계는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3배 이하를 주장하고 있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과관계 추정은 특정한 조건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안은 사고가 난 시점으로부터 5년 전까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행정청에서 3회 이상 확인했거나, 사고 현장을 훼손하는 등 진상조사와 수사 등을 방해한 사건의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중대재해법 단식 23일차’ 정의당 강은미 병원 이송

    ‘중대재해법 단식 23일차’ 정의당 강은미 병원 이송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23일째 단식 중이던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일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의당에 따르면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날 심한 위통을 호소했다. 현장에 대기 중이던 의료진은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오후 4시 15분쯤 강은미 원내대표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씨와 함께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새해 첫날인 전날 신년인사회에서 강은미 원내대표는 “곡기를 끊은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중대재해법 통과를 약속해달라”고 호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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