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곳만 하나”
태안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방제 시스템은 여전히 ‘불통’이다. 방제작업이 유명 해수욕장에 집중되고 외진 섬에는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전시용 방제작업’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현장에서는 복구 장비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어느 국가기관 하나도 체계적으로 장비 지급을 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는데 누구는 일당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이 난리에 전시 복구가 웬말
11일 만리포에는 3000여명이 지원돼 해수욕장을 가득 채웠다.1만 1233명의 전체 인력 가운데 30%가 만리포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반면 관광객이 덜 찾는 해안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소원면 의항2리 주민 김관수(56)씨는 “신노루, 두멍재 등 3㎞의 해안은 복구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섬 사정도 마찬가지다.
근흥면 가의도리 주민 주동복(75)씨는 “섬 주변의 해안이 10㎞에 이르고 피해도 만리포와 비교될 정도로 큰데 지원인력은 고작 20명”이라면서 “작업복은 물론 흡착포도 오지 않는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장비 관할 정부 기관 없어
소원면 파도리는 인력이 넘치는데 장비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날 400명에 불과하던 지원인력이 이날 1200명으로 불어났다. 주민 박대연(60)씨는 “계획 없이 지원인력만 밀려오고 있다.”면서 “장비가 없어 그냥 바다만 바라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방제복, 장갑, 고무장화, 양동이, 마스크 등 개인 장비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정부 기관은 없었다. 해양방제를 책임지고 있는 해양경찰청은 거대한 장비는 책임지지만 개인장비까지는 신경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안군청은 “흡착포만 지급할 뿐 개인장비는 방제조합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제조합은 “해경의 지시에 따라 전문장비를 공급할 뿐 개인장비는 공급하지 않는다.”며 다시 해경으로 전화를 돌렸다. 재해를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장비공급 및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다.”고 밝혔다.
●관련 부처 네 탓 공방
초기 대응 미숙이라는 비판에 해양수산부는 “기상청 예보보다 바람이 강해 예측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상청은 “사고 당일 풍랑주의보를 발효했으며, 사고지점인 격렬비도에서 측정한 예보치와 실측치를 비교한 결과 풍향과 풍속의 예보치가 정확했다.”고 맞받아쳤다.
●현장 지휘 체계 아직도 감감
자원봉사자들은 두통과 울렁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 가이드라인은 없다. 방제 작업을 관리하는 현장 센터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당을 놓고 반목이 발생하기도 한다.11일 꾸리나무골해수욕장에서 방제 작업을 한 주민들은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일당을 받았지만, 인근 해수욕장에서 일한 주민들은 받지 못했다. 더 의아한 것은 일당이 방제조합에서 나온 것인지, 군청에서 나온 것인지, 사고 회사에서 지급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태안 이천열 이경주 신혜원기자 sk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