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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3일 쿼터’ 발표 그 후] ‘혼돈의 충무로’ 새판짜기

    [‘73일 쿼터’ 발표 그 후] ‘혼돈의 충무로’ 새판짜기

    146일인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의 73일 축소 결정이 발표된 이후 영화계는 제작관계자들의 ‘73일 절대 수용불가론’이 대세를 이룬 한편으로 수면 아래로는 새 판에서의 손익을 놓고 주판알 튕기기에 들어갔다. 쿼터축소 철회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간 영화인들이 8일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오는 7월 새 쿼터 시행까지 할리우드 직배사, 극장업체, 문화관광부 등은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새 판을 놓고 ‘동상다몽’(同床多夢)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직배사 “한국영화 관객 따로 있잖나?” 쿼터 축소로 최대 반사이익을 얻을 직배사들은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목소리를 잘못 냈다가는 ‘할리우드 영화 안 보기’ 등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배사 중 국내 배급력 최고인 워너브러더스사의 박효성 대표는 “미국 본사에서 한국의 쿼터 축소안에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서 “점유율이 60%에 육박할 만큼 한국영화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마당에 크게 챙길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배사의 관계자도 “한국관객들이 국산, 할리우드산 따지지 않고 영화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면서 “지난 몇년동안 한국영화의 선전도 작품 자체의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지 쿼터 우산 덕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지난 몇년동안 본국으로 보낸 로열티가 거의 정체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한다.‘반지의 제왕’‘해리포터’시리즈 등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2002년 407억 3000만원이던 로열티 송금액(영진위 집계)이 해마다 조금씩 감소추세를 보여왔다는 것. 블록버스터에 편승해 어거지로 개봉시켰던 끼워팔기용 C급 영화들이 몇년새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는 주장도 덧붙는다.“최근엔 프린트값도 못 건진 직배영화들이 부지기수”라는 한 직배사의 배급이사는 “지난해 개봉된 직배영화 78편이 30.2%의 관객점유율을 거둔 반면, 한국영화는 87편이 개봉돼 54.9%를 차지했다.”고 한국영화의 장벽을 넘기가 결코 수월치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영화사 아이엠픽쳐스가 2일 발표한 ‘2006년 1월 영화시장 분석’을 보더라도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이 78.2%를 기록했다. 이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한 2004년 2월의 82.5% 이후 최대치이다. ●극장업계 냉소 “극장앞에 모금함 갖다놓든지” 지금까지의 쿼터 투쟁에서 한발쯤 비켜나 있던 극장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극장입장권을 통한 5% 영화발전기금 마련과 한국영화의 ‘부율(극장수익 분배비율)’조정 등 문화부의 대책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우리쪽에는 사전에 일언반구 귀띔조차 없었다.”며 “제작자들의 요구사항만 성급히 수용한 졸속적이고도 일방적인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 최백승 상무는 “요금인상 없이 입장료의 일부를 기금으로 떼겠다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면서 “차라리 극장 앞에다 모금함을 갖다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영화 제작·배급사를 달래기 위해 부율을 조정하겠다는 문화부 방침에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작·배급사와 극장이 5대5로 나누는 한국 영화의 부율을 배급사가 6을 갖고 극장이 4를 가져가는 외화처럼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시장기능에 맡길 일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로 일축한다. 오히려 서울시극장협회는 국산, 외화 모두 똑같이 5대5 부율을 적용하는 쪽으로 ‘역공’하겠다는 태세다. ●진퇴양난 문화부 “요구대로 해줬다.” 재경부의 73일 축소결정이 발표된 다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문화부는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졌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를 이끄는 한 제작자는 “솔직히 쿼터일수가 어느 정도 조정될 것은 예상 못한 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 폭으로 축소될 판이었으면 사전에 분위기라도 귀띔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며 문화부를 집중 성토했다. 실제로 문화부는 발표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반발에 문화부는 “그들(영화인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줬지 않느냐.”며 원론적 답변에 그치고 있다. ●물밑에서 맴맴…‘멀티플렉스 쿼터제’ 쿼터축소 불가론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영화계 한편에선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예술영화를 포함한 마이너 제작자들의 이른바 ‘멀티플렉스 쿼터론’이다.“깨놓고 말해 쿼터제의 최대 수혜자는 메이저 제작·배급사 아니냐.”고 반문한 한 마이너 제작자는 “쿼터 축소가 엄연한 현실이라면, 이참에 몇개의 대작에만 스크린을 싸그리 몰아주는 멀티플렉스에 쿼터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황수정·조태성기자 sjh@seoul.co.kr
  • 과학자·대중의 ‘부적절한 만남’

    황우석 사태는 단순한 과학사기 사건이 아니다. 과학자와 대중의 ‘잘못된 만남’이 빚어낸 참상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단순 과학사기 사건이라면 과학적 거짓이 드러난 그 순간 모든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상지대·성공회대·한신대 부설연구소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에서 ‘황우석 사태로 보는 한국의 과학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28차 심포지엄을 연다. ‘기획적 속임과 자발적 속음의 진화발생학적 해부’를 발표하는 최종덕 상지대 철학과 교수는 ‘속고 속이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한다. 최 교수는 스스로 도취되어 가상의 대의명분(난치병 치료)을 제시한 뒤 자기 중심으로 시스템을 탁월하게 조종하는 것을 속임의 시작이라 본다. 이 속임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속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이 필요하다. 이 대중의 특징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더 이상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둘의 결합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언론이다. 사회 전체가 자기기만의 최면으로 빨려들어간 것은 황우석과 대중이 언론을 통해 부적절하게 만났기 때문이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일종의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본다. 황우석 신드롬의 병력, 증상, 체질을 점검한 뒤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놓는다. 요컨대 ‘전문가집단과 대중간의 올바른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전방욱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전한 언론보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는다.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황우석 사태를 ‘박정희 체계’와 ‘이중질서사회’로 분석한다. 온갖 감독기구들이 있지만 이 기구들이 관리·감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패의 사슬로 바뀌어버린다는 것. 거기에는 물론 성과만 좋으면 ‘만사 OK’라는 심성이 깔려 있다.조태성기자cho1904@seoul.co.kr
  • “동학은 유학의 대중화운동”

    “동학은 유학의 대중화운동”

    동학혁명은 복고적이었기에 근대에 가까웠다?경희대 김상준 교수가 한국사회사학회가 발간하는 반년간지 ‘사회와 역사’ 2005년 겨울호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대중유교로서의 동학’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서구 사회학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 이행 문제를 보는 학자. 얼마 전 조선유학의 폐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예송논쟁을 근대주권의 출발점으로 재해석해 관심을 끈 데 이어 이번에는 동학혁명에 손댔다. 동학혁명에 대한 기존 평가는 두 가지다.‘봉건 유학의 잔재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운동’이라거나 ‘프랑스혁명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었던 민중혁명’이라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은 서로를 비판한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쪽에서는 동학의 복고적인 면을 들어 민중혁명론을 지나친 과대평가로 치부한다. 반면, 한국 사회 내부의 자생적인 힘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결과론적이며 패배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한국 사회의 자생력을 인정하는 쪽이 더 매력적이기에 무게중심은 혁명론 쪽으로 기운다.1894년 발생한 그 사건의 이름이 ‘동학의 난’→‘동학농민운동’→‘동학농민혁명’→‘갑오농민혁명’으로 변한 게 그 증거다.‘난(亂)’에 불과했던 사건이 동학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과 혁명의 차원으로 올라섰다가, 다시 ‘갑오년에 있었던, 동학만이 아닌 농민들의 혁명’이라고 평가된 것. 그러나 김 교수가 보기에 이 두 주장은 서로 다툴 이유가 없다. 바로 유교를 ‘청산돼야 할 봉건잔재’로 본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는 ‘잔재’라는 단어에서도 부정적 뉘앙스를 걷어낸 뒤 유학은 청산될 수 없다는 입장에 선다. 밉든 곱든 수백년간 지속된 전통이 한순간에 증발할 리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동학의 비조 최제우가 남긴 글들을 분석, 동학이 유학에 완전히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중에게 먹혀들 수 있도록 유학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맹이 넘치던 그 시절, 공·맹의 철학과 주자의 해석을 비교분석하는 게 통할 리 없다. 그보다 ‘누구나 성심껏 노력하면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와닿는다. 이렇게 보면 동학의 힘은 ‘초기 유학을 다시 불러내 가장 대중적으로 전달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동학을 급진철학이라기보다 가장 근본주의적이고 복고주의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대중적인 유학 운동으로 파악한다. 그러면 동학혁명은 보수반동에 불과한가. 이를 뛰어넘기 위해 김 교수는 서양과의 비교를 제안한다. 그가 보기에 프로테스탄티즘의 출발도 ‘순수했던 초기 성서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서구 근대화의 동력이라는 프로테스탄티즘도 근본주의적이고 복고주의적 태도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학혁명도 그 복고주의적 성격 때문에 오히려 조선 근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었던 운동이 되는 셈이다. 유학에서 태어났지만 동시대 유학을 뛰어넘으려 했던 성찰과 반성이 바로 유교적 근대성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역사를 ‘혁명’과 ‘단절’이 아니라 ‘연속’과 ‘굴절’로 파악하려는 최근 역사학계의 흐름과 일치한다. 그러나 복고적이라면 위정척사파를, 근대화라면 친일파를 떠올리는 기존 학계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처음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생활하게 될 우리 아이. 그리고 부모에서 ‘학’부모로 거듭나는 아빠, 엄마를 위한 시간을 준비한다. 예비 신입생으로 설렘 반 두려움 반인 우리 자녀들을 위해 초보 학부모가 알고 챙겨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로 떠나볼까(SBS 낮 12시35분) 인도차이나의 보석 캄보디아 속에서 살아가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 엄청난 지참금, 신부위주의 결혼식으로 유명한 캄보디아 결혼식을 취재했다. 또 물위에 집, 학교, 가축우리 등 모든 것이 있는 세엠 수상마을 체험기를 통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베트남 수상마을, 톤레샵도 소개한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20분) 여야가 사학법 재개정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두달 가까이 공전돼 온 국회가 정상화됐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18일 당의장을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로부터 2월 임시국회에 임하는 전략 등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해 들어본다. ●이제 사랑은 끝났다(MBC 오전 9시) 홍도와 신욱은 결혼문제를 놓고 의견대립 끝에 다툰다. 한편, 희재는 회사 경영에 관심 없는 친오빠 석재를 대신해 태성백화점의 중요한 손님 접대를 능숙하게 해치운다. 은심은 홍도에게 괜찮은 집안에서 선이 들어오자 들떠 있지만, 이 얘기를 들은 신욱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신이 초라하기만 한다.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40분) 지난해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아들을 둔 어머니로, 드라마에서 원숙한 어머니로, 근엄한 할머니로까지 열연해 대중문화계의 중심에 있었던 배우 김미숙씨. 고운 목소리로 시낭송 앨범을 내기도 했던 그는 낭독무대에서 4편의 시를 읽어준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온 김미숙씨와 함께한다. ●641가족(KBS2 오후 6시10분) 집을 나간 순아와 미현은 찜질방에서 만나 신세한탄을 하지만 수철이 미현을 데리러 와 순아 혼자 남게 된다. 순아는 며칠이 지나도 자신을 찾지 않는 가족이 야속하기만 하다. 마산과 호만, 재인, 재호, 급한이는 며칠에 걸쳐 벽을 뚫어 기차가 다니는 레일과 역을 완성하고 아이들을 모아 개통식을 한다.
  • [나눔 세상] 거리공연으로 신장병 어린이 돕는 노래모임 ‘그루터기’

    [나눔 세상] 거리공연으로 신장병 어린이 돕는 노래모임 ‘그루터기’

    ‘우리 노래가 그늘진 땅에 한 줄기 따뜻한 햇살이 될 수 있다면….’ 바쁜 일상 속 마음 한켠에 묻어 두었던 꿈을 찾고자 몇 년째 주말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직장인들이 있다. 살을 에는 칼바람도, 퍼붓는 장대비도 거리공연을 막지 못한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신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거리에서 꿈을 찾다 2001년 결성된 직장인 노래모임 ‘그루터기’. 결성 이듬해부터 5년째 서울 인사동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등지에서 주말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구성원은 한의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시인, 물리치료사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그저 노래가 좋은 20∼30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저마다 꿈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고민이나 꿈을 뒤돌아볼 여유는 없죠. 한번쯤 뒤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겁니다.” 회장인 김태성(37·한의사)씨는 포항공대 3학년이던 1990년 학내시위를 이끌었다가 학교를 그만둔 뒤 돌연 극단에 들어갔다. 꿈꾸던 뮤지컬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지만 극단 생활은 즐거웠다. 현재 그루터기의 리드보컬이자 아내인 이선영(34)씨도 이곳에서 만났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말기 위암 판정은 일상으로 귀환을 강요했다.10년만의 대입 준비를 통해 97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이후에도 노래는 늘 귓가를 맴돌았다. 노래를 통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회원들을 모았고 2001년 초 ‘그루터기’가 탄생했다. 회원 대부분이 대학 때 사회변혁을 외치던 노래패나 풍물패 출신들이어선지 노래를 통해 이웃을 돕자는 데 쉽게 의견이 모였다. 의욕 하나만 믿고 2002년 4월 거리공연이 시작됐다. ●노래는 생활인으로서의 사회변혁 공연을 하다 쫓겨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추위에 곱은 손으로 기타를 치고 소낙비에 흠뻑 젖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하는 기쁨을 꺾지는 못했다. 도와줄 대상으로 신장병 환자들을 선택했다. 백혈병이나 소아암 등에 비해 신장병은 사회적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4∼5시간 공연을 통해 모이는 수익금은 월 40만∼50만원 수준. 하지만 5년간의 활동은 어린이, 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큰 보탬이 됐다. 최근엔 어린이들을 후원하겠다며 돈을 보내는 개인회원을 20여명이나 확보했다. 다음달 25일에는 성균관대에서 실내 공연을 할 계획이다. “대학시절 외치던 사회변혁이 높은 이상이라면 지금 저희는 작지만 현실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나무 그루터기 있잖아요. 몇 사람이 쉬고 갈 수 있을진 모르지만 편안한 그루터기가 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죠.”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고구려왕궁 베일 벗는다

    고구려왕궁 베일 벗는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25일 평양시 대성산 아래에 위치한 안학궁터를 올 여름쯤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학궁은 고구려 장수왕 때 조성된 궁궐이어서 고구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안학궁은 고구려 장수왕이 427년 평양천도를 단행하면서 지은 궁성으로, 뒤에 평양성을 새로 지어 옮길 때까지 160여년간 고구려의 왕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궁터만 남아 있다. 이 궁터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 때문. 정방형 모양에 성벽 둘레만 2488m, 넓이는 8만 6000여평에 이른다. 건물터만 살펴봐도 들어선 건물이 최소한 50여채가 넘는다. 또한 지난해 북한 자료를 인용해 디지털기술로 안학궁을 복원한 호남대 연구팀은 정전인 중궁의 높이를 87m로 추정했다. 이는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보다 3배나 높을 뿐 아니라 6세기 이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그 어떤 궁성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웅대한 규모다. 그런만큼 안학궁터는 ‘광개토대왕-장수왕’으로 이어지는 최전성기 고구려의 국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적으로 큰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실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기초조사나 발굴작업은 1930년대와 1950년대 일부 이뤄진 게 전부다. 분단으로 인해 남한 학계는 당연히 접근하지 못했고, 북한 역시 기초조사를 넘은 본격적인 발굴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안학궁이 고려시대 궁궐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일부 발굴된 자료 가운데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재단측은 고려가 고구려 시대 도성을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체적인 공동발굴작업 논의는 2월초부터 북한과 실무접촉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연구재단은 쉽게 합의되더라도 간단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배 이사장은 “경복궁의 4∼5배에 이르는 규모인데다 발굴작업의 특성상 대단위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수년간에 걸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줄기세포기술 써먹을 곳 많다”

    “줄기세포기술이요?난치병 치료라는 허상만 버리면 지금 당장 써먹을 곳은 정말 많아요.” 원래는 법을 물어보기 위해 만났다. 황우석 파문으로 정부가 생명윤리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해서였다. 때마침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인공생식법’을 작업 중이라는 말을 들어서였다. 그런데 자리에 앉은 이화여대 김현철 법학과 교수는 전혀 다른 얘기들을 쏟아냈다.2002년부터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에서 활동하고, 정부의 각종 관련 TF팀에 참가했던 경력 덕분이었다. 김 교수는 배아줄기세포가 치료에 쓰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암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고,‘맞춤형’이란 말도 중요해요. 면역거부성이 없는 건 장점이지만 DNA 관련 질병은 치료할 수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바로 임상실험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수 있다는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이언 윌머트 박사가 왜 황우석 논문에 관심을 가졌는 줄 아세요. 그게 바로 임상실험 때문이었어요.”난치병 치료 시약이 개발되면 보통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2·3차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동물실험 다음단계인 사람으로 넘어가기 전에 줄기세포에다 한번 적용해 보자는 것. 또 다른 길도 있다. 줄기세포로 장기 같은 큰 덩치를 복제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조그맣거나 단순한 세포에는 빨리 적용할 수도 있다.“한 예로 일본에서는, 물론 아직까지 불법이지만, 방향을 틀어서 무정자증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정자는 조그만 세포거든요.”이런 곳에 집중, 기술이전을 통해 로열티를 챙기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사실 지금 줄기세포기술의 핵심은 그게 배아든 성체든 수정란이든 ‘줄기세포를 많이 만들어 유지·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다.“이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수준이거든요. 이것가지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찾자는 얘기지요.”정부가 상반기 중 마련해 발표할 예정인 ‘줄기세포 종합계획’에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설 연휴, 건질만한 영화 10선

    설 연휴, 건질만한 영화 10선

    모두가 세련된 영상으로 내달리는 마당에 촌 냄새 폴폴 나는 외국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된다. 지난해와 2003년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인 ‘미앤유앤에브리원(Me&You&Everyone you know)’과 ‘스테이션 에이전트(Statiom Agent)’. 촌스러움을 인간스러움으로 받아들인다면 27일부터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를 찾아볼 일이다. # 스테이션 에이전트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기차가 달리는 선로를 그려낸 영화다. 주인공은 135㎝짜리 난쟁이 조.‘백설공주는 어딨느냐.’는 놀림에 그만 세상과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시골의 조그만 역으로 가서 사는데 여기서 그만 막무가내 수다쟁이 조에게 발견된다. 호기심 어린 시선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다는 희망이 깨어진 것. 여기에 아들을 잃은 예민한 예술가 에밀리와의 만남도 이어진다. 이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란, 고작 주책스럽게 낄낄대면서 담배와 음식과 술을 나누는 정도.‘만남=이벤트’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뭔가 한 스푼 덜어낸 재미가 묘하다.12세 관람가. # 미앤유앤에브리원 저런, 몰랐나 보다. 달리는 차 위에 금붕어 한 마리 담긴 비닐봉지가 얹혀 있다. 떨어지면 비닐이 터질 텐데, 저걸 어쩌지. 초조해하는 크리스틴에게 아버지가 한마디 한다.“나둬. 금붕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저 차가 저 속도 그대로 달리는 거야.” 이 대사가 바로 영화 ‘미앤유앤에브리원’이다. 삶이란, 멈출 수 없기에 달려야만 하는 것. 사랑에 실패한 크리스틴이 용감하게 다른 사랑에게 말 거는 과정에다 오럴섹스와 채팅에서 맹활약하는 16살짜리 소녀,6살짜리 꼬맹이 얘기까지 곁들였다. 칸·필라델피아·스톡홀름 영화제까지 휩쓴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데뷔작.15세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정리순서> ▲장르/감독/배우 ▲어떤 영화? ▲이런 관객에겐 ‘강추’ (1) 왕의 남자 ▲ 드라마/이준익/감우성·정진영·이준기·강성연 ▲조선 연산군 시대 왕과 궁중 광대들의 이야기. 전국관객 600만명을 가볍게 뛰어넘은 두말이 필요없는 화제작. ▲누구나! 안 보고는 대화에 못 끼는 ‘국민영화’로 떴으니… (2) 사랑을 놓치다 ▲ 멜로/추창민/설경구·송윤아 ▲그와 그녀, 미적미적 주변만 맴돌다 어긋나기만 하는 안타깝고도 아련한 사랑.386세대 감수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랑이야기. ▲사려 깊은 러브스토리를 만나고 싶었던 30,40대에겐 안성맞춤. (3) 홀리데이 ▲ 액션누아르/양윤호/이성재·최민수 ▲1988년 지강헌 탈주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영화. 국산액션 계보에서 최고의 ‘몸’을 보여주는 이성재. ▲ 생각보다 액션 강도는 약한 작품. 넘치지 않는 액션, 비감한 감수성을 섞어찌개한 누아르에 만족하겠다면. (4) 투사부일체 ▲ 코미디/김동원/정준호·김상중·정웅인·정운택 ▲1편에 이어 다시 학교로 돌아간 조폭 두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웃기는’ 해프닝. ▲두뇌운동을 잠시 정지시키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장해제한 채 스크린을 대면하고 싶다면. (5) 야수 ▲액션/김성수/권상우·유지태·손병호·엄지원 ▲‘끝발’있는 깡패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한 형사와 검사, 그들의 이야기. ▲ 거친 호흡이 배어 있는 남성미를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아주 그만. 남성적 에너지가 화면 위로 철철 끓어넘치는 누아르. (6) 치킨 리틀 ▲ 애니메이션/마크 딘달/닭·돼지·물고기 등 깜찍한 동물 캐릭터 ▲소심하고 연약한 닭 ‘치킨 리틀’이 지구를 구하겠다는데…. ▲아기자기한 캐릭터, 할리우드 비꼬기, 추억의 팝송은 가족 모두에게 만족을. 온가족이 함께 동심의 팬터지로 푸욱! (7) 열두명의 웬수들 2 ▲코미디/애덤 생크만/스티브 마틴·보니 헌트·파이퍼 페라보 ▲12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시종일관 말썽을 부리고 그 속에서 가족애를 발견해 가는, 전편과 같은 얼개의 가족용 코미디. ▲자잘한 해프닝들 사이에서 한줌의 감동을 건져 올리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코미디. 그 익숙함이 부담없어서 좋다면? (8) 무극 ▲ 팬터지 액션/천카이거/장동건·장바이즈·사나다 히로유키 ▲인간과 신들이 함께 사는 먼 옛날의 왕국. 노예와 그를 사랑한 황비가 엮는 비련의 팬터지. ▲ 조악할 정도로 거친 CG가 감상의 맥락을 끊어놓지만, 그래도 천카이거 방식의 팬터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황수정·조태성 기자 sjh@seoul.co.kr
  • [새영화] 투사부일체

    [새영화] 투사부일체

    어서 와서 웃겨주겠노라 큰소리 땅땅 치던 계두식이 돌아왔다. 19일 개봉한 두사부일체의 후속편 ‘투사부일체’(제작 시네마제니스)는 웃음 코드를 1편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조폭이 학생으로 변신해 조용히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희한한 상황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대출(대리출석), 패스포트(여권),DANGER(위험 표지), 싸이와 같은 용어들을 이용하는 것도 여전하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다. 사범대 졸업장을 받으려 교생실습을 나간 계두식(정준호)의 반에, 계두식에게 공부를 강요했던 조직의 보스(김상중)가 학생으로 앉아있는 것. 낮에는 제자, 밤에는 보스라는 상황이 주어졌다. 그밖에 큰 변화는 없다. 무식한 대가리(정운택)와 뺀질이 김상두(정웅인)는 여전히 계두식의 양팔이다. 이런 설정이라면 1편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사건이 나오기 어렵다. 그러니 영화는 물량 위주로 간다. 독특한 캐릭터들을 대거 쏟아내는 것. 가수 춘자는 정말 대가리의 부인 춘자로 나와 걸쭉한 연기를 선보인다. 양아치 학생으로 나오는 하하나 폭소클럽의 ‘떴다 김샘’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홍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김상중의 연기가 눈에 띈다. 실생활도 묵직할 것만 같은데 영화에서는 ‘고문관’처럼 군다. 관심은 역시 2001년 1편처럼 350만 관객을 웃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장점이라면 낄낄거릴 수 있는 1편의 흥행공식을 충실히 이어받은 데다 설 연휴에 맞춰 개봉했다는 사실. 단점이라면 웃기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너무 많은 얘기들을 밀어넣었다는 점이다.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보강했다지만 성적조작, 학교폭력, 원조교제에다 사학비리까지 얹어 놓아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터프한 여선생 최나영(최윤영)과 사연 많은 여고생 유미정(한효주)을 둘러싼 에피소드들도 촘촘히 엮여 있다기보다 그냥 쭉 나열됐다는 느낌이 강하다.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충무로 新매뉴얼 ‘M사이즈’

    충무로 新매뉴얼 ‘M사이즈’

    톱스타 제치고 ‘M(Medium)사이즈’를 띄울 것! 충무로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영화제작 매뉴얼이다. 최근 톱스타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들이 ‘왕의 남자’를 만나 줄줄이 쓰러지면서 이같은 제작논리는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이다. 주인공의 등급이나 제작비 규모를 중급에 맞춘, 기동력 높은 작품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제작비 200억여원을 들인 한국최대 블록버스터 ‘태풍’은 전국관객 420만명 동원에 그쳤다.3년여에 걸쳐 총제작비 120억원이 투입된 ‘청연’ 역시 참패 수준(전국 50만명). 총제작비 80억원짜리 권상우·유지태의 ‘야수’마저 성적표는 형편없다. 개봉 8일째인 19일 현재 전국 80만 3500명. 작품의 덩치, 주인공들의 이름값이 무색할 지경이다. 톱스타의 티켓파워가 맥을 못추는 사례는 또 있다. 전지현·정우성·이성재가 호흡을 맞춘 ‘데이지’도 당초 계획보다 한달여 늦춘 3월 중순으로 개봉을 미뤘다. 설 연휴 개봉의 호기를 놓치더라도 ‘왕의 남자’의 기세가 꺾일 시점에 탄탄한 배급망(쇼박스)을 타야겠다는 계산이다. # 굳어지는 톱스타 무용론 흥행측면에서의 톱스타 무용론은 물론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이른바 ‘빅3’의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흥행실패하자 지난해 중반 이후 제작자들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중급영화들로 일제히 눈을 돌렸다. 마케팅 비용을 뺀 순제작비 40억원 안팎의 ‘M사이즈’들이 무더기로 기획되기 시작한 것. 얼마 전까지 통했던 “충무로의 모든 책(시나리오)이 톱스타 ○○○에게 먼저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는 이제 옛말이다. 한 제작자는 “이미지 자체가 팬터지로 연결돼야 하는 멜로장르를 제외하면, 톱스타에게 덮어놓고 타이틀롤을 맡기는 제작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캐스팅 단계에서도 요즘은 톱스타 A가 아니면 또 다른 톱스타 B를 접촉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배우의 등급을 낮춰 캐릭터의 개성을 살릴 적임자를 찾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중급·조연영화 전성시대 실제로 톱스타가 빠진 중급영화들로 한국영화판은 전례없는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았다. 심지어 만년 조연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사례도 줄을 잇는다. 연기인생 20년 만에 주인공을 따낸 성지루의 ‘손님은 왕이다’, 김갑수 등이 주연하는 ‘공필두’,‘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병사로 나왔던 류덕환의 ‘천하장사 마돈나’, 이문식의 ‘공필두’‘구타유발자들’, 백윤식의 ‘타짜’ 등 조연급을 앞세운 수십여편이 개봉을 기다리거나 제작 중이다. 주연배우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함께 두드러진 충무로 신경향은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흡혈형사 나도열’‘일요일 아침엔 초능력’ ‘타이밍’ 등 좀비나 초능력 소재의 팬터지 영화들이 새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톱스타 블록버스터에 기댈 게 아니라 틀을 깨는 작품들을 중급영화에서 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는 “톱스타 블록버스터는 시장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빤하다.”며 “한국영화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급영화를 집중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 조태성기자 sjh@seoul.co.kr
  • 한·중·일 합작영화 ‘무극’ 천카이거 감독

    한·중·일 합작영화 ‘무극’ 천카이거 감독

    예상 외의 냉담한 평가에 조금은 당황한 듯했다.“나에게 굉장한 자극이 됐지만 여기에 굴복하지는 않겠다.”라는 인터뷰 마무리 말에서는 약간의 불편함까지 묻어 나왔다. 한·중·일 합작영화 ‘무극’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거장 천카이거 감독을 20일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장동건, 장바이쯔, 사나다 히로유키 등 3명의 한·중·일 유명 배우를 기용한 ‘무극’은 먼저 개봉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26일 개봉에 앞선 한국 기자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별로’였다. 구성이 엉성하다거나 CG가 받쳐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현 위의 인생’(1991년),‘패왕별희’(1993년),‘투게더’(2002년)처럼 꽉 짜여진 휴먼스토리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에게,‘무극’ 같은 화려한 대형 액션영화를 찍는 천카이거는 어딘가 불편하다. 질문도 이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천카이거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자신의 역할을 ‘파이를 키우는 사람’에 비유했다. 아직 힘없고 빈약한 중국영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명 감독들이라도 나서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속도 했다.“실제 중국 평론가들 중에서도 초기작에 있던 ‘영화에 대한 꿈’이 안 보인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고 나면 초기작 이상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이는 장이머우처럼 천카이거와 함께 ‘중국의 5세대 영화 감독’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도 했다.“공식적으로 합의했다던가 그런 것은 없지만, 또래 감독들을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영화판이 커져야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한·중·일 합작영화를 보는 그의 시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천카이거는 아직 자신의 창작 창고, 이야기 창고는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중국 영화시장이 어느 정도 커진다면, 그때는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유스럽게 풀어내겠다는 장담이다.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부러움도 이 때문이었다.“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신토불이’라는 한자성어를 보고 문화적 저력이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한국 시장은 재능있는 감독과 배우가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열렬히 호응해 주는 영화팬들이 있거든요.” 우선은 열렬히 호응해 주는 중국팬들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역력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홀리데이’의 최민수

    하얀 이빨 사이로 확연히 눈에 띄는, 누런 금테 두른 앞니. 잔인함으로 바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밀어넣은 마초 남성의 상징 말버러 담배. 그 담배를 금니로 자근자근 씹어문다.‘홀리데이’(제작 현진씨네마)에서 유일한 영화적 캐릭터, 최민수가 연기한 악질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의 모습이다. 복장도 나치 군복 비스무레하다. 최민수,‘원조 터프가이’와 ‘오버쟁이’라는 스크린 밖 양극단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되어서였을까. 그가 연출한 김안석 모습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리얼리티가 스물스물 배어있는 영화인데 혼자만 튄다는 비판도 있고, 한편으로는 어차피 영화가 팬터지인 이상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딱 제격이라는 평도 있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최민수는 정말 제대로 느글느글해진다. 마지막 인질극 장면에서 ‘저격수 전진배치’를 외칠 때 일그러지는 얼굴은 정말 압권이다.‘삐끗’하는 애교도 있다. 교도소에서 지강혁(이성재)이 자신에게 덤빌 줄 알고 총 쏠 준비를 하다 그냥 지나쳐버리자 멈추라고 하더니 하는 말,“쪽 팔리잖아∼.” 누아르 영화의 긴장을 푸는 몫도 그가 맡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설맞이 어린이영화 봇물

    ■ 투 브라더스 모처럼 진기한 영화보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투 브라더스’(Two Brothers·20일 개봉)를 놓치지 않아야겠다. 수백마리 가운데 어렵게 캐스팅된 쌍둥이 호랑이들이 배우보다 더 실감나는 감동 드라마를 엮는 가족용 영화이다. 정글의 호랑이 두마리가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동화같은 이야기에는,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진심을 교류하게 하는 에너지가 넘친다. 캄보디아의 아름다운 밀림. 새끼 호랑이 형제 쿠말, 송가는 도굴꾼들의 손에 이끌려 느닷없이 생이별을 하게 된다. 용감하고 씩씩한 쿠말은 서커스단에, 겁많고 소심한 샹가는 총독 아들(프레디 하이모어)의 장난감으로 팔려가게 된 것. 영화는 뜻하지 않은 시련에 맞닥뜨린 이들 호랑이 형제가 다시 만나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해피엔딩의 감동을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과정은 단순하다. 하지만 영화는 넘치는 진정성으로 승부를 본다. 단 한컷의 CG(컴퓨터그래픽)도 없이 호랑이들의 ‘신통방통’한 연기만으로 채워지는 화면이 이채롭다. 호랑이들이 미소짓거나 그들이 형제애를 보여주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꼼짝없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장 자크 아노 감독. 전체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내니 맥피 토끼처럼 툭 튀어나온 앞니 하나. 얼굴엔 흉측하게 늘어진 주름과 털난 사마귀가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다 흉측하게 보이는 일자 눈썹까지. 고약한 사고뭉치 7남매를 변화시키는 보모 이야기를 다룬 ‘내니 맥피-우리 유모는 마법사’(27일 개봉)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엠마 톰슨 모습이다.‘지성파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그녀에게 놀라운 변신이다. 올망졸망 7남매를 키우는 장의사 세드릭(콜린 퍼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장의사 홀아비.7남매를 사랑하긴 하지만 워낙에 사고를 쳐대는지라 내로라하는 장안의 유모들, 두손 두발을 다 들고 도망가버린다. 여기에다 고모 아델라이드 백작부인은 아이들을 위해 새장가를 들지 않으면 생활비마저 끊어버리겠다고 협박이다. 이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내니(nanny·‘유모’라는 뜻) 맥피. 맥피는 지팡이로 부리는 신기한 마술로 일단 아이들을 제압한다. 단순히 제압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힘까지 키워준다. 그 다음은 생활비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억지 새장가를 가야 하는 세드릭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기서 아이들은 매우 현명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물론 내니 맥피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한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소설 ‘간호사 마틸다’에 감명받은 엠마 톰슨이 영화제작을 제안한 뒤 각색작업까지 맡았다. 전체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치킨 리틀쬐그만한 데다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닭 치킨 리틀. 정말 미워보이는 미운오리새끼 애비. 먹을것에만 관심있는 겁쟁이 돼지 런트.‘치킨 리틀’(26일 개봉)의 볼품없는 주인공들이다.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하늘조각’에 머리를 맞은 치킨 리틀은 이를 쫓아가다 외계인 우주선과 맞닥뜨리고 만다. 하늘처럼 위장하고 있었던 외계인 우주선 가운데 한대가 정비불량으로 그만 한 조각을 떨어뜨렸던 것. 지구를 구하기 위해 치킨 리틀과 친구들은 이들 외계인과 대결한다.‘우주전쟁’에서 문어형 외계인 캐릭터를 빌려왔듯, 외계인들과의 대결은 다소 싱겁다. 화려한 볼거리와 소소한 재밋거리는 ‘디즈니 최초의 3D 컴퓨터그래픽 장편 만화영화’라는 기다란 홍보문구에 어울릴 만하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다소 힘이 떨어진다. 모든 사건이 ‘외계인의 존재’를 둘러싼 치킨 리틀과 아버지간의 ‘갈등과 화해’에 모인다는 점도 다소 걸린다. 아이들 볼거리지만 너무 판에 박힌듯 하기 때문이다. 차이도 있다. 드림웍스의 ‘슈렉’이 피오나 공주의 변신 불발로 디즈니풍을 비웃었다면,‘치킨 리틀’ 역시 결말에 가서 할리우드풍을 비웃어 준다. 마지막에 치킨 리틀, 애비, 런트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들 캐릭터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전인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고슴도치 캐릭터도 재미를 더한다. 전체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9일 개봉 ‘홀리데이’ 주연 이성재

    19일 개봉 ‘홀리데이’ 주연 이성재

    영화 초반, 깎아놓은 듯한 몸매를 카메라가 위·아래로 주욱 훑어주면서 시사회장의 팬들은 꿀떡꿀떡 침깨나 삼켰다. 그런데 사실 안쓰럽기도 했다. 홀쪽하게 빠진 볼살 때문이었다. 연기도 좋다지만 너무한다 싶기도 했다. 그래선지 인터뷰장에 들어섰을 때 약간은 도톰해진 볼살이 제일 반가웠다. 1988년 지강헌 사건을 영화로 옮긴 ‘홀리데이’에서 ‘지강혁’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성재를 만났다. # 몸요?‘조금’ 학대했을 뿐이죠 정작 스스로는 몸에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몸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답이 되돌아 왔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체중 줄이는 것도 서너달에 걸쳐 한 것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했다. 지강혁이 탈옥수라 뭔가 편해보이면 안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샐러드와 닭가슴살로만 버텼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단지 자신을 “조금 학대했을 뿐”이란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끝내고 나니 ‘영화가 뭔지’하는 생각에 그냥 눈물이 나더란다. 정말 배우가 뭔지 모를 일이다. # 감정 조절이 힘들었죠 연기의 포인트는 감정누르기.‘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외치는 마지막 3분짜리 신에 모든 힘이 모이는 구도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사건들은 ‘최대한 드라이하게’ 갔다. 철거현장에서 동생(설성민)이 김안석(최민수) 총에 쓰러지는 장면도 간략하게(?) 처리했다.“동생이 총에 맞았다면, 그 순간만큼은 멍해지지 않았을까요.”김안석을 살려두는 것도 그런 설정 때문이다. 개인적으로야 동생의 원수지만, 지강혁의 시선은 이미 김안석 너머 한국사회를 향하고 있었다. 교도소에서 김안석과 지강혁이 어깨를 맞댄 채로 으르렁대는 장면도 마찬가지.“한마디로 무시죠. 내 상대는 네가 아니라는.”대신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음껏 내질렀다.‘액션∼!’소리에 확 끓어올랐다가 ‘컷∼!’ 소리와 함께 쓰러지기를 몇차례 반복했다. #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 그래도 연출은… 이성재는 현장 아이디어가 많기로 유명하다.“저도 이 바닥에 구른지 몇년 됐거든요.(웃음)찍다 보면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퍼뜩 스치죠.”마지막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사는 이성재가 직접 손질했다.“시나리오상으로는 너무 교훈적이고 진부했거든요. 제가 전체적으로 추린 뒤에 감독님이 마무리했어요.”또 마지막 부분에 이성재가 길을 걸어가는 장면도 그의 아이디어다.“그냥 지나가듯 한 말인데 감독님이 흔쾌히 받아주셨고, 거기에다 민수형이 구도까지 잡아주시더군요.”비지스의 홀리데이 원곡을 삽입한 것도 이성재의 제안으로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 제일 남는 것은 자기만족이란다.“이번 영화는 러닝 입고 셔츠 입듯, 하나하나 차례차례 그렇게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평가야 보신 분들의 몫입니다만, 저는 그래서 좋습니다.” # 민수형 너무 좋던데요 여담으로 최민수와의 연기호흡을 물었다.“저하고 비슷하던데요.”이게 무슨 소린가. 관심이라고는 인물·영화·촬영뿐이고 촬영없으면 아무 일도 안 하는 게 꼭 닮은꼴이란다. 의외다.“민수형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배려가 좋고, 또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에요.”찜질방 가서 계란도 까먹었단다. 김안석이 하얀 수건으로 머리 싸매고 금니로 계란을 까먹는 풍경이라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고대 그리스문명 날조 근거 확실”

    “고대 그리스문명 날조 근거 확실”

    1987년 출간돼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블랙 아테나’(소나무 펴냄)를 20여년만에 완역해 낸 오흥식박사.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하다.“저도 서양 고대사와 고대 그리스를 공부했지만 이런 책은 정말 처음입니다.”번역 제의를 받고 5년 동안 씨름해왔던 ‘블랙 아테나’는 말 그대로 ‘충격’이다.“혹시나 싶어 각주에 달린 문헌까지 모두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근거가 다 있더군요.” ‘블랙 아테나’가 어떤 책이어서일까. 미국 코널대 마틴 버넬 교수가 10여년 동안 고대 언어를 공부한 끝에 내놨다는 이 책은 근대 서구 문명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고대 그리스 문명이 사실은 이집트 등 동방문명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주장한다.‘찬란한 고대 그리스 문명’은 한마디로 날조라는 것. 그것도 19세기 인종주의와 제국주의 열풍 아래 집중적으로 조작됐단다.“유럽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이런 책이니 난리날 수밖에 없다. 오 박사의 비유대로 “일왕이 한국에서 왔다는 책을 일본학자가 일본에 소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고 버넬 교수는 이에 대한 반론을 따로 묶어 책으로 내기도 했다. 버넬 교수의 출발점은 그리스 신화다.“신화라서 믿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음모라는 겁니다.”정작 헤로도토스 등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문헌을 직접 보면 증거는 넘쳐난다는 것. 예를 들면 이집트 왕족 다나우스의 5대손이 헤라클레스이고 이들 자손이 통치한 곳이 바로 스파르타다. 테베 역시 이집트 왕족 카드모스의 후손들이 지배했다. 정작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런 사실을 빠짐없이 기록해뒀다.“고대 그리스 문명은 식민지배 아래에서 시작됐다는 거죠.”최근의 발굴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이들 이집트 왕가의 뿌리는 힉소스족으로 추정되는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힉소스의 수도(나일 삼각주의 ‘펠엘자바’) 발굴 작업이나 그리스인들이 남긴 파로스 비문 해독결과 등도 이런 주장과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왜 고대 그리스 문명은 19세기에야 재발견됐을까. 버넬 교수는 프랑스 혁명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혁명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낡아빠진 기독교적 세계관을 고집할 수도 없었던 유럽의 지배층들이 들고 나온 게 바로 고대 그리스의 인문주의라는 겁니다.”그런 고대 그리스가 남의 것을 베꼈다면 폼이 안난다. 그래서 나온 게 그리스문명이 독자적으로 생겼다는 설과 아리아인종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다. 당시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이 이런 흐름을 이끌었다.‘아리아인종의 위대함’을 역설한 히틀러가 떠오른다. 버넬 교수가 유대인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작업은 바로 ‘아리아인종에 대한 탄핵’인 셈이다. 그럼에도 오 박사는 버넬 교수의 2·3권 번역작업에 바로 착수했다.“문헌 근거나 자료 같은 게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리스·로마 문화 열풍이 너무 단편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임권택 ‘천년학’ 3월 ‘레디 고’

    100번째 작품 ‘천년학’의 부활로 모처럼 임권택 감독이 웃었다. 이청준 소설 ‘선학동 사람들’을 원작으로 한 ‘천년학’은 ‘서편제’의 후속편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 그러나 투자자가 없어 제작 무산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그런데 신생영화사 KINO2가 센츄리온기술투자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순제작비 35억원을 받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임 감독은 16일 서울 논현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제작 재개 소감은. -그동안 투자 때문에 제작 못한 적이 없어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다시 제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음고생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충격은 컸다. 원래 3월까지 마무리지은 뒤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이었다. 영화제로부터 기다려주겠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촬영이 연기되면서 영화제에 내기 힘들지 않겠나 싶다. 그래도 이렇게 제작에 들어가니 내 영화 인생이 허망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100번째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는 60∼70년대에 날림으로 만든 영화가 많아 100번째가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워낙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고, 또 이렇게 도움까지 주시니 정말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액션 누아르 ‘야수’의 권상우·유지태 ‘생생 수다’

    액션 누아르 ‘야수’의 권상우·유지태 ‘생생 수다’

    서울 성곡미술관 부근 호젓한 찻집에서 12일 개봉한 액션 누아르 ‘야수’의 두 주인공 권상우(열혈형사 장도영)와 유지태(냉철검사 오진우)를 만났다. 뜻밖에도 첫눈에 둘은 지쳐보였다. 연기에 대한 찬사가 많아 어깨에 힘깨나 들어갔으리란 예상과 달랐다. 야수로 사느라 진을 다 뺐단다. 그러나 촬영현장에서의 빡센 호흡이 되살아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른살 동갑내기. 함께 뒹굴며 길어올렸던 그들만의 야성이, 인터뷰 자리를 상쾌한 흥분으로 돌려놓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태는요…” VS “상우는요…” “지태는…. 내 생각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동안 영화만 고집하면서 선택한 작품만 봐도 그렇고, 이런저런 인터뷰 내용만 봐도 영화에 대한 애착을 알 수 있잖아요. 사실 우리 또래 가운데 좋은 영화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 배우는 거의 없죠. 이번 작업 중에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상우는…. 솔직히 처음엔 걱정했어요. 유명배우, 인기배우에다 한류스타이기도 하잖아요. 열심히 안 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모든 액션 신에 대역 한번 안 쓰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배우예요, 분명히.” #“우리 다음엔 감독과 배우로 만날까?” 알려졌다시피 유지태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작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는 해외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혹시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을까. 곁에 있던 권상우가 “아마 5년 내에 나올 걸요.”라며 훼방(?)을 놓는데도 유지태는 진지한 말투로 “아직은 독립영화쪽을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와 배우가 아니라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면 어떻겠냐고 추임새를 넣어봤다. 기다렸다는 듯 “저야 좋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예 서로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어떤 작품이든 다음에 한번 더 뭉쳐 사고치자.”고 입을 모은다. #“18세 이상? 글쎄, 이해가 안돼요…” 아쉬움도 묻어났다. 폭력성 때문에 ‘야수’가 18세 이상 관람가 결정이 난 것.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 과감한 액션 신이 있다고는 해도 18세 이상 관람가는 조금 높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답이 돌아왔다. 특정 장면이 문제됐단다.‘열혈’형사 권상우,‘냉철’검사 유지태여서 그랬을까. 유지태는 “그런 얘기는 쓰지 마세요.”라는데, 권상우는 “얘기하면 뭐 어때.”란다. 인터뷰를 듣던 홍보사측은 “특정장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렇다.”고 얼른 덮는다. #“전형적? 우리만의 색깔을 봐주세요.” ‘검사-형사-깡패’라는 구도가 전형적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도 호흡이 척척 맞는 반론을 내놨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와 “결국 문제는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하나 곁들였다.“그런 부분은 관객들이 적절하게 평가해주시리라 믿는다.”는 것. 이 영화를 통해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처음 만났다는 두 배우.‘우리, 왜 이제 만났지?’ 후회라도 하는 걸까. 두 열혈청춘의 왁자한 수다가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날 줄 몰랐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부르카’ 왜 쓰는지 아세요

    [이슬람 문명과 도시] ‘부르카’ 왜 쓰는지 아세요

    “이슬람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입니다.70∼80년대에 만들어진 고정관념만 가지고 있는 우리가 문제지요.” 이슬람권 30개 도시를 돌며 이슬람인들의 삶을 다룰 서울신문의 새 연재물 ‘이슬람 문명과 도시’를 맡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53) 교수의 변이다. 이 교수는 알려진 바대로 이슬람 전문가다. 터키 국립 이스탄불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사우디·터키·튀니지 등지에서 10여년간 머물면서 중동을 연구했다. 지금도 방학만 되면 봇짐 하나 둘러메고 길을 떠나는 유랑객으로 산다. 문화인류학자가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런 이 교수가 보기에 우리의 이슬람 이해는 말 그대로 ‘척박’하다.“척박은 차라리 낫지요. 왜곡된 서구의 시각에 너무 젖어 있습니다.” 백지 상태라면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만, 워낙 선입관이 강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왜 이슬람을 제대로 알아야 할까. 이슬람권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 자원의 90%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데다 건설플랜트 시장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IT, 자동차 수출에다 한류 바람까지 겹쳤다.“드라마 ‘겨울연가’ 하면 일본만 생각하시는데 이게 지금 이집트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좋으니까 카이로방송에서 재방영을 결정할 정도입니다.” 이런 호의적 반응은 중동특수 때부터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가능했다.“고속도로나 큰 건물 같은 국가상징물의 경우 대개는 한국이 지은 겁니다. 그러니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슬람 사람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만 본다. 최근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표결과 관련해 한국에 섭섭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유도 주고 수출시장도 되어주는데 왜 이란의 입장은 단 한번도 배려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거기다 자이툰 파병은 쿠르드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이란에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그렇다면 실제 이슬람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테러와 부르카(Burqah).“테러는 정말 전체 이슬람권의 3%에 불과한 겁니다.97%는 테러를 싫어합니다.” 테러리즘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이 교수의 체험담이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다치고 사회가 불안해지는데 그 어떤 사람이 좋아할 수 있을까요.” 여성 탄압의 상징인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하고 자리를 함께해 보면, 주로 남자 오른쪽에 앉아요. 부르카 왼쪽에 제품 라벨이 붙어 있거든요. 그 라벨을 보여주면서 나는 이렇게 감각적이라고 과시하는 거죠.” 우리 예상과 달리 부르카는 ‘이슬람 전통의상에 대한 자부심’일 뿐 아니라, 한 발 나아가 서구와 달리 여성을 외모만으로 보지 않겠다는 ‘평등의식’까지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와 그가 속해 있는 이슬람문화연구소의 소장학자들이 끌어갈 ‘이슬람 문명과 도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우리네 이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자세한 얘기요? 앞으로 연재될 내용을 읽어 보세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리스트 옹호론’을 비판한다

    ‘리스트 옹호론’을 비판한다

    프리드리히 리스트. 최근 각광받는 경제학자다.19세기적 독일 경제학자가 관심을 받는데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공이 크다.‘사다리 걷어차기’와 ‘쾌도난마 한국경제’(정승일 국민대 교수 공저)를 잇따라 냈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책을 참모진에게 권할 정도였다. 리스트는 흔히 말하는 주류 경제학, 그 가운데서도 한계효용학파의 학설만 나열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보호무역주의자’로 기록됐다. 그러나 장 교수가 부활시킨 리스트는 정반대다. 거짓과 위선에 찬 영국식 자유무역주의를 비판하고 독일의 발전을 고민한 경제학자다.IMF 뒤 신자유주의에 휘청댄 한국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정완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가 리스트를 ‘2등의 철학’으로 평가절하하는 주장을 내놨다. ●리스트,‘2등 철학’의 한계 2등의 철학이라는 이유는 리스트가 당시 1등국가였던 영국 따라잡기(catch-up)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다. 긍정적인 면이라면 영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세운 자유무역주의를 독일이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국식 자유주의경제학에 젖은 정부관료와 경제학자들을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서울신문 9일자 1면) “리스트는 영국의 시장개방 압력 아래 독일의 통일과 번영을 고민했습니다. 세계화와 분단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리스트의 최종목표가 ‘독일민족의 1등화’에만 맞춰져 있었다는 점은 문제다. 독일 사회 내부 갈등이나 식민지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민족주의적으로는 대단히 훌륭할 지 모르지만 계급·계층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이론”이라는 것이다. 훗날 히틀러가 ‘리스트 부활운동’을 벌였던 것이 단적이 예다. 요컨대 2등의 철학이었기에 1등철학에서 볼 수 있는 여유도, 꼴찌의 철학이 내세우는 변화의 가능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오직 ‘1등을 향한 채찍질’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로서는 어렵지 않게 ‘박정희 모델’을 떠올릴 수 있다. ●결국 재벌 옹호론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신 교수는 무분별한 ‘리스트 열풍’을 경계했다. 예컨대 장 교수 논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재벌 옹호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개혁한답시고 주주자본주의로 재벌을 때릴 것만이 아니라 경영권을 보호해줘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대신 노조와 정부가 얻을 것은 얻자는, 유럽식 ‘사회적 대타협’이 장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언뜻 재벌도 뭔가를 양보하고 한발 물러서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솔직히 한국의 여러 정치사회적 여건을 보면 재벌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재벌로서는 굳이 대타협에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사회적 대타협이 이룩된 국가들의 경우 평등주의적 지향이 강하고 노조와 사회단체의 힘이 강력했었다는 것. 우리에게 ‘평등주의적 경향=능력없는 자들의 시기심’이요,‘노조·사회단체=발목만 잡는 빨갱이 집단’이라는 등식이 강력하다. 신 교수는 또 독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외국자본과 국내기업(재벌)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봤다.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주주의 권리가 강조될수록 재벌은 노조나 시민사회단체의 사회적 요구나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한마디로 장 교수 주장은 한국에서 ‘실현’이 아니라 ‘악용’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리스트에게 배울 것은 그 내용보다 바로 주체적으로 학문을 하는 자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늘의 눈] 먼저 당신의 아내·딸을 설득하라/조태성 문화부 기자

    황우석 파문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모두가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었던 거대한 무대가 무너졌다. 남은 수순은 결국 ‘황우석 발가벗기기’다. 포인트는 두 가지. 그 많은 연구비는 어디로 갔는지, 그 많은 난자는 어떻게 구했는지가 될 성싶다. 한때나마 ‘초특급 주연배우’였던 사람에게 ‘횡령’,‘사기’같은 황량한 단어만 남겨진다 생각하니, 과정이야 어쨌든 영 개운치가 않다. 혹 배울만한 점은 없을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1999년 인간배아복제 논란이 일자 전문가패널과 시민패널을 구성해 논의에 부쳤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견해를 밝히면, 시민들은 궁금한 것은 물어가며 공부하고 또 자기들끼리 토론도 하면서 입장을 정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전문가패널 명단에서 ‘황우석’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과, 시민패널들의 최종 결론은 배아복제연구는 절대 안된다는 것 정도다. 당시 결론에 대한 평가는, 말 그대로 평가하는 사람의 자유다. 그러나 지금의 배아줄기세포 논의가 7년전 그대로라는 점은 껄끄럽다. 아니 ‘세계 최초’라는 화려한 무대장식과 ‘당신을 걷게 해주겠다.’는 식의 복음 덕분에 7년전보다 더 후퇴했다는게 정확하겠다. 기술은 업그레이드됐는데, 이 기술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좋다. 그렇다해도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공개적인 대토론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처음 등장했던 1973년, 미국학계는 연구중단을 선언했다. 이 기술의 위험성 문제를 두고 3년여에 걸친 논쟁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30여년이 지난 지금,GMO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황우석 파문의 핵심은 사실 ‘원천기술’도 아니요,‘논문조작’도 아니다. 귀한 난자를 쓰는 그 기술이 남길 위험성을 아무도 모른다는데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배아복제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귀한 난자를 내줄 수 있는 당신의 어여쁜 부인, 누이, 여동생, 딸을 설득해야 한다. 자, 뭐라 설명할 것인가. 조태성 문화부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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