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태성
    2026-07-02
    검색기록 지우기
  • 방한
    2026-07-02
    검색기록 지우기
  • 소환
    2026-07-02
    검색기록 지우기
  • 호투
    2026-07-02
    검색기록 지우기
  • 농가
    2026-07-0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503
  • 27일 개봉 ‘괴물’ 주연 변희봉

    27일 개봉 ‘괴물’ 주연 변희봉

    영화 ‘괴물’(제작 청어람)의 포인트는 괴물이 아니다. 괴물 때문에 들통난 요지경 세상사에 대한 재기 넘치는 크로키여서다. 그렇기에 육감적인 괴물은 코스요리로 치자면 에피타이저다. 메인요리로는 봉준호 감독이 빚어낸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꼽을 만하다. 주·조연은 물론 단역들까지 제각각의 생김새를 고스란히 내미는 통에 풍성한 야생화 한다발 같다. 그래도 중심은 있다. 바로 한강변 매점 주인 ‘희봉’역을 맡은 배우 변희봉이다. “이제 방학이고 12세 관람가까지 받아놨으니 가족끼리 이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해요. 그냥 한번 보고 말 영화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거 너무 자화자찬인가요? 으허허허….”(드라마 웃음소리하고 정말 똑같다) “배우에게 만족이란 없다.”더니 결국 본색(?)을 드러낸다. 그만큼 흡족한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부터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를 해보고 싶던 터였다. 가족끼리 보라는 말도 적당히 오락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함께 보면 가족에 대해 얘기할 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의미다.“무심히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희봉의 대사 가운데 하나가 귀에 걸리거들랑 그 뜻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그래서 의욕적으로 설정도 했다.‘젊은 시절 껌 좀 씹었던’ 이미지를 넣기 위해 이에다 보철을 꼈고, 늙고 쪼그라든 뒤에는 곰살맞은 아줌마처럼 변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배에다 깃털뭉치를 한가득 넣었다. 희봉은 둘째 남일(박해일)에게까지 무시당하는, 얼빠진 첫째 아들 강두(송강호)를 끝까지 감싸는 캐릭터다. 졸지에 딸 현서(고아성)를 잃은 아비 심정을 헤아리라면서. 강두가 그리된 것도 젊은 시절 넋 놓고 살았던 자신 때문이라면서.‘컵라면 팔아 대학 보낸´ 남일에게 형을 이해하라고 한다. 그런 넋두리 속에 슬쩍슬쩍 끼어드는 대사가 보통이 아니긴 하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괴물과 맞섰을 때, 그렇게 감싸안았던 강두의 바보짓 때문에 죽으면서도 맥풀린 손짓으로 ‘어여 가.’,‘너라도 살아.’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은 참 잊기 힘들다. 그런데 촬영 때는 꽤나 애먹었던 장면이란다.“‘아버지’라는 것 때문에 출연했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정말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감독이 많이 자제시켰어요. 몇번이나 다시 찍었죠. 그런데 시사 때 보니까 그렇게 자제시킨 게 맞는 거 같아요. 배우가 폭발해버리면 관객들이 스며들지를 못하거든요.” 그러고보니 봉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 그가 찍은 영화(‘플란다스의 개’·‘살인의 추억’) 모두에 출연했다. 둘의 인연은 80년대 찍었던 단막드라마까지 줄줄 꿰면서 ‘당신 연기를 정말 눈여겨 봤다.’고 봉 감독이 청하면서 시작됐다. 변희봉이라고 영화를 생각 안 했던 건 아니다.80년대 이런저런 연기상을 받을 적에 시나리오도 꽤 받았다. 그러나 그 시절 영화계에는 ‘변강쇠·애마부인·어우동’이 노닐고 있었기에 “방송 나가는 사람이 어떻게….”하며 모두 접었다. 봉 감독이 접근했을 때도 “뭐 별거 있겠냐. 늘그막에 무슨….”하는 생각에 거절하다 ‘초짜’감독이 저리 애쓰는데 싶어 마지못해 승낙했다. 워낙 기대가 없었기에 신경도 안 쓰다 봉 감독 손에 이끌려서야 극장으로 갔다. 물론 맨정신으로는 힘들 거 같아서 소주 2병도 비웠다.“그렇게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서야 아∼ 정말 한국영화가 달라졌구나, 봉 감독 참 대단하구나 하고 무릎을 쳤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연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치적 코드에 대해 물었다.‘괴물’ 도입부는 미군의 한강 포르말린 방류사건이다. 결말부에 ‘에이전트 오렌지’(베트남전 때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가 등장한다. 그것도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괴물이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과 똑같다.“안 그래도 ‘반미’냐는 질문이 있던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처음으로 괴물을 등장시키는 영화다 보니 어떤 사실적인 기반이 있지 않으면 어필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에 따라 넣은 ‘설정’입니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봉석 영화평론가 1. 괴물을 인정하자. 현실에는 없는 괴물. 하지만 있다면 세상 모든 질서와 규범을 바꿀 수 있는 괴물은, 단순히 공상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어둠이기도 하다. 미군기지에서 버린 독극물로 태어난 괴물은 공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악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2. 낙오자가 괴물을 물리친다. 강두의 가족은 그 누구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던, 초라한 소시민이다. 하지만 괴물에게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기 위해 최고의 전사가 된다. 그들의 싸움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봉준호의 유머를 즐겨라.‘괴물’은 썰렁한 듯하면서도 기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유머들이 인상적이다. 봉준호 특유의 캐릭터와 유머가 ‘괴물’을 이끌어가는 주요 활력이다. 변희봉·송강호·박해일·배두나의 불협화음 같지만 너무나 절묘하게 맞물리는 개그 앙상블과 탁월한 연기가 두드러진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처장 ‘괴물’은 환경재단에서 개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메시지가 분명한 환경영화다. 게다가 환경영화가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준 걸작이다. 누군가 무심코 내버린 독극물·오염물질, 그로 인해 훼손한 자연 때문에 나와 내 아이와 이웃이 돌연변이 괴물의 발톱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환기했으면 한다. 봉준호 감독이 시사회장에서 말은 안 했지만, 그가 평소부터 생명과 환경에 투철한 철학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쑥스럽지만 부탁드린다. 환경재단 홍보대사 해주실래요. ●정혁현 목사·영상문화연구소 케노시스 대표 ‘괴물’이란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괴물이 두려운 것은 그 통제불가능한 힘의 연원이 감추어진 존재, 그러면서 동시에 가공할 파괴력을 행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괴수영화의 전개 과정은 괴물이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화 ‘괴물’이 색다른 것은 이 지점이다. 괴물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방류된 독극물로 인한 유전자 변이체이다. 미국은 괴물의 배후이자 그 괴물에 대처하는 과정에도 개입하여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흉으로 설정된다. 그렇다면 괴물의 정체는 우리나라의 대미 종속이 낳는 치명적인 문제의 징후일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영화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 가족의 사투를 중심에 놓는데, 그 싸움은 두 겹으로 진행된다. 괴물과 싸우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안전관리 시스템 그 자체와도 더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해결책은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길을 찾는 것임에도 시스템은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괴물이 사라진 뒤에도 영화의 풍경은 평화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욱 불길하다. 이들의 사회적 위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공정거래 메커니즘 잘못 이해한 탓”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위헌결정에서 핵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이다. 1개사 시장점유율이 50%,3개사 합계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는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은 1개사 30%,3개사 합계 60%라는 기준을 정했다.‘여론’ 상품이라 다양성을 더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더 강한 기준을 내세운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참고로 하고, 또 그것에 준하도록 했으면서도 ‘몇몇 신문사에 대한 겨냥’이라는 해석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조항 위헌 결정에 대해 신문법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모두 지나칠 정도로 흥분하면서 ‘차라리 신문법을 폐기하라.’는 식의 주장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 있다.‘위헌’이라는 결과만 볼 뿐 “신문의 다양성이라는 목적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헌재 결정문의 문구는 놓치고 있는 것이다. ●여론상품 점유율 ‘숫자놀음´ 의미 없어 그런 차원에서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좀더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조금 맥락이 다르지만 2004년 여야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신문법안을 냈을 때 한나라당 안에도 신문사들간 인수합병 때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서 “여론상품인 만큼 좀더 강한 점유율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는 것은 우리 신문시장의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떤 ‘정책적인 결단’을 내리느냐는 문제다. 이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거나 ‘신문법은 30·60%니 공정거래법 50·75%보다 더 심하다.’는 식의 숫자놀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애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우리에 비해 더 엄격하다. 대개 30∼40% 수준이면 지배적 사업자, 혹은 독과점 사업자로 인정한다. 드물긴 해도 미국에서는 점유율 10%로 독과점사업자를 지정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우리가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즉 기업이 속한 시장의 성숙도와 국가의 발전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선진국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추정조항이 더 강화돼야 하지만 독과점 사업자인 대기업이 경제발전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는 발언은 이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 우대도 위헌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봉의 경북대 법학부 교수는 헌재의 정책적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추정조항에 근거한 신문법의 실질적 효과라고 해봤자 신문발전기금을 안 주겠다는 정도에 불과한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서 “여론 다양성이 입법취지인 법임에도 소수자에 대한 지원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우대나 지원 역시 모두 위헌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이 교수는 “몇몇 신문사를 찍었다는 ‘심증’ 때문에” 헌재가 모순된 결론을 내렸다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이는 시장설정 등에 따라 대상기업이 달라질 수 있는 공정거래법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

    6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은 아쉽게도(?) 전편을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번에 2편을 촬영하면서 3편도 함께 찍었다니,3편도 그런 영화가 될 성 싶다. 시원한 액션이나 장난기 어린 캐릭터 정도만 즐긴다면야 상관없겠지만, 제대로 맛보려면 아무래도 1·2·3편을 순서에 맞춰 봐야 할 듯. 그리고, 그렇게 시간내 순서를 맞춰보는 수고로움을 보상할 정도의 유쾌함은 있다. 1편 ‘블랙펄의 저주’에 이은 2편은 커틀러(톰 홀랜더)가 윌(올랜드 볼룸)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에게 잭 스패로(조니 뎁)의 나침반을 가져오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는데서 시작된다. 나침반은 바로 ‘망자의 함’의 위치를 알려주는 도구이고, 망자는 블랙펄호를 잭에게 물려준 데비 존스(빌 나이)다. 망자의 함에는 전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수 있는 데비 존스의 심장이 들어 있고, 함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물론 데비 존스에게 있다. 문제는 해적 주제에 자기 배 하나도 변변하게 간수 못해 부하한테 빼앗기기나 했던 잭이, 알고보니 데비존스에게 블랙펄호를 몇년동안 빌려 쓴 뒤 자기 영혼을 넘겨주겠노라 약속했다는 사실. 그러나 야비한 능구렁이 해적 잭이 어디 이런 약속을 신경이나 쓸 인물인가. 데비존스에게서 망자의 함을 뺏어 달아날 궁리만 하는데….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서로에게 접근하는 잭, 데비존스, 그리고 윌과 엘리자베스. 누가 망자의 함을 차지할 것인가. 전편에서 해적같지 않은 해적, 희극배우 같은 해적 잭을 매력적으로 연기해냈던 조니 뎁은 여전히 볼만하지만 2편에서의 압권은 역시 데비존스와 그의 부하들이다. 각종 해산물과 어패류들을 패러디한 캐릭터가 잔재미를 준다면, 데비존스가 불러내는 거대한 문어 ‘크라켄’은 액션의 공간을 엄청나게 키웠다. 여기에 샌님과 요조숙녀 같던 윌과 엘리자베스가 드디어 ‘칼’과 함께 ‘비열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잔머리’를 빼어들었다는 점도 눈길. 화려하다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지겹도록 반복된 칼 싸움을 지겹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액션신을 선보인다.12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반제국주의 정서’ 민족일보의 의미

    1961년 2월13일 첫선을 보인 ‘민족일보’는 단번에 3대 일간지로 꼽힐 정도의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혁신계의 목소리를 담다 보니 인쇄를 대행하던 서울신문이 이유없이 이를 거부,3일 정도 신문을 못내는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차에 터진 박정희의 5·16쿠데타가 결정적이었다.5월19일 신문이 폐간되고 같은 해 12월21일 조용수 사장이 사형됐다. 이 사건은 한국 보수의 칡드렁처럼 얽힌 뿌리도 보여주는데, 김종필 당시 중정부장은 수시로 법정을 들락거렸고 사건을 맡았던 혁명재판소 1심 재판부 배석판사는 26세의 신참법관 이회창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자민련’ 의원이 바로 이 ‘전력’을 거론하며 이회창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한나라당이 ‘그 사건의 주역은 김종필’이라고 아주 손쉽게 맞받아쳤던 것은 쓰디쓴 한국 현대사의 풍경이다. 더 웃긴 것은 조용수를 친북인사로 몰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신문사 창간자금을 지원해준 간첩으로 지목했던 ‘조총련계 인사’ 이영근이 죽었을 때, 노태우 정권은 그의 애국행위를 기리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민족일보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김민환 고려대 교수가 ‘민족일보 연구’(나남출판 펴냄)를 냈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민족일보의 사설,1면 머리기사, 머리기사 제목, 편집스타일 등을 분석했다. 또 민족일보의 반미 성향에 대해서는 “소련과 북한에 대해서도 굉장히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친소용공의 반미였다기보다 미·소 양대국의 제국주의적 횡포에 분노한 지식인의 뿌리깊은 반제국주의정서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고 결론짓는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민족일보사건이 남긴 언론학적 의미를 다룬 8장이다. 여기서 김 교수는 민족일보를 ‘대안언론’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포용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협소함도 엄정히 비판하지만, 민족일보 역시 지나치게 조급했다고 지적한다.‘전략적 유연성’을 놓치지 않았다면 더 좋은 대안언론으로서 활동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다. 부록으로 민족일보 재판기록을 실었다.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0회째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다음달 13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개막작 ‘삼거리 극장’(감독 전계수·제작 LJ필름), 폐막작 홍콩 팡호청 감독의 ‘이사벨라’를 비롯해 부천 일대 극장과 거리에서 35개국 25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www.pifan.com 참조) 행사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웨타워크숍’의 제작기술전시회를 꼽을 수 있다. 웨타워크숍은 ‘반지의 제왕’·‘킹콩’·‘나니아연대기’ 등 해외대작은 물론 봉준호 감독의 기대작 ‘괴물’에도 참여한 특수효과 업체. 보안상의 이유로 해외에서는 꺼렸던 기술전시회를 처음으로 가진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전시회에서는 이들이 직접 제작한 캐릭터도 살 수 있다. 아무래도 관심은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 해촉사태 때문에 상할 대로 상한 부천시와 영화계의 관계복원이다. 초대집행위원장 이장호 감독이 다시 집행위원장을 맡아 해촉사태를 일으켰던 이사회 해체, 시장의 사과 추진 등의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영화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개막작을 내놓은 LJ필름은 영화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출품을 철회할 수도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반도’ 강우석감독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반도’ 강우석감독

    강우석 감독의 팩션 블록버스터 ‘한반도’(제작 KnJ엔터테인먼트)가 새달 13일 개봉한다. 그런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논쟁적인 영화가 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 2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 연일 영화가 안팎을 시끌시끌하게 달군다.“상투적 애국주의”“허구적 역사로 돈벌이하려는 상업주의” 등의 거센 비판에서부터 “강우석 감독이라서 만들 수 있는 영화” 식의 변론까지…. 일찍부터 “이번 영화 잘못되면 다시는 영화 못 만들지 모른다.”며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피력해온 감독이다. 뚜껑을 열기 전에 ‘비호감’쪽의 언론평가가 와르르 쏟아진 지금, 그의 심정은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실미도’로 1000만 관객을 일궈낸 신화의 주인공이란 수식어는 납덩이 같은 짐일 수밖에. 흥행귀재의 이름값을 이어갈지, 대중의 산술적 호기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도 그에겐 족쇄이다.28일 “(영화를 만들면서)마음 고생 너무 많았다.”며 상기된 그를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논란이 많다. 예상했던 반응일 것 같다.<잃어버린 조선의 국새를 찾아 을사늑약 이후 일본에 넘어간 경의선 등의 권리를 되찾는다는 게 영화의 얼개> -물론 예상했다. 국가관을 정면으로 따져보자는 상업영화인데 관객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겠나. 감독의 주관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인정한다. 일본에 대한 개인적 국가관을 한번쯤 들이밀고 싶었다.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관객에겐 불편할 것이다. ▶감상적 애국주의를 부추긴 시대착오적 작품이란 혹평도 있다.<명성황후 시해, 고종 독살, 한·일 전쟁 위기 등 역사적 사실과 근미래의 한·일 가상 관계를 나열하는 등 이분법적 극일 메시지가 강렬한 영화이다. 남북통일이 임박한 근미래, 경의선 철도 개통에 일본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한다.> -사실 ‘한반도’란 선언적 제목부터가 엄청 건방진 것이다. 제목부터 정해놓고 그 기대치에 맞춰 만드느라 진땀을 뺐으니까. 영화가 마치 현실을 빗댄 것처럼 돼 버렸는데, 실은 처음엔 이렇게 직설적으로 만들 의도는 아니었다. 근데 올해 초 고이즈미 총리가 급격한 남북통일은 원치 않는다고 발언하지 않았나. 영화는 독해지고 세질 수밖에 없었다. 뭇매를 맞더라도 밀어붙이겠다는 결심이 더 단단해진 거다. 그러나 가상미래일 뿐인데 현 정권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들은 아쉽다. 나를 편협한 민족주의자로 내모는 것도 억울하고. ▶한·일 가상역사로 박박 긁어줘서 시원하다는 관객반응도 많을 것이다. 반면 영화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피할 수 없겠다. -너무 무거워질까봐 찍는 내내 걱정했던 부분이다. 처음 시나리오 대사량의 반을 잘라냈는데도 말이 많아 관객에게 역사수업을 시키는 것 같다는 지적이 들린다. ▶장황한 대화,“끝까지 맞서 주권을 찾자.”는 식의 단순선동적 대사 등이 드라마의 은유에 치명타가 됐다. -(웃음)영화기자들을 썩 즐겁게 해주지 못했는진 모르지만 관객서비스는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 영화의 일본수출길이 막힐지도 모르는데 의미나 각오 없이 만들었겠나. ▶출연배우 조합이 묵직하다. -명성황후 역의 강수연은 삼고초려했다. 감정선을 살리는 결정적 역할이지만 시나리오 원본엔 한 신뿐이었으니까. 안성기·문성근 선배, 조재현, 차인표 모두 흥행배우 만들어 주겠다고 장담하며 모셨다.(웃음) ▶CG에 20억, 미술에 20억원. 순제작비 96억원 중에 절반 가까이가 볼거리에 들어갔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폭파, 한·일 군함 출동장면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 청사폭파 때의 군중신 등이 박진감 있다는 호평을 듣는다. ▶영화만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새 제작사(KnJ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 첫 작품이다. -솔직히 그래서 부담이 더 크다. 영화만 만들겠다더니 사업할 때보다 더 못한다는 소릴 들으면 안 되니까. ▶계속 블록버스터를 만들 건가. -내 주특기는 코미디이다. 코미디 하고 싶은데 이거다 싶은 시나리오가 없다. 코믹 첩보물 한편을 눈여겨 보고 있는 중이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이태진 교사가 본 영화 한반도영화 ‘한반도’의 키워드는 ‘감춰둔 진짜 국새’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르고, 설사 그렇다 해도 일본이 지금와서 경의선을 요구한다든가, 진짜 국새 하나로 모든 상황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적 설정인데, 이런 설정이 가능하려면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고종황제의 영민함’이다. 실제 영화는 독살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개 넘치는 군주로서 고종을 그려낸다. 최근 ‘고종시대의 재인식’을 주도했던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에게 감흥을 물었다. 그는 “무능하고 유약한 왕이 아니었다는 자료들이 최근 많이 발굴됐으며 영화를 통해 그런 편견이 고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종이 무력했다기보다 조선침략을 위해 일제가 그만큼 전력투구했다는 얘기다. 러·일전쟁이 단적인 예다.“러·일전쟁 100주년을 맞아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학계 연구동향을 종합한 기사를 보면, 정보장교 아카시 모토지로를 통해 러시아를 교란하는 데 들인 돈만 73만엔입니다. 쌀가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금 돈으로 72억엔입니다. 이렇게 전력투구했는데, 막 걸음마단계였던 대한제국이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이 교수는 그래서 고종 독살설은 신빙성 있다고 본다.“1918년 1월8일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내놓아요. 일제는 당황합니다. 고종에게는 빌미가 될 수 있거든요.” 일제는 곧 선전에 들어간다. 일본에 잡아뒀던 영친왕을 귀국시키고 ‘황실전범’을 고쳐 일왕가의 이방자 여사와 결혼시킨다. 신혼여행도 이듬해 1월 파리로 보내는데, 이는 1차대전 뒤 강화조약이 열린 프랑스에서 ‘일본과 조선은 화목하다.’고 선전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송병준 등을 보내 고종에게 일본의 지배에 만족한다는 친서를 받아내려 든다. 고종이 죽은 것은 묘하게도 이를 거부한 직후다. 이게 일종의 ‘정황’이라면 ‘문헌’도 있다. 윤치호가 영문일기에 고종의 독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1919년 2월11일,1920년 10월13일 두 차례 남겨두는데, 특히 뒤의 것은 고종의 시신을 염했던 ‘민영달’이란 인물의 증언을 자세히 기록해뒀다.‘친일파’ 윤치호의 기록이니 신빙성은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종의 영민함 때문에 일제가 골치 아파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1896∼1900년 타이완 식민화를 끝내고 조선으로 눈을 돌렸을 때, 일제는 고종의 근대화 플랜 ‘광무개혁’에 경악했다. 근대화플랜에 국내자본육성까지 시도한 고종이었기에, 일제로서는 어떻게든 그를 쓰러뜨려야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개헌’놓고 사제지간 충돌

    87년 6월항쟁 19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29일 프레스센터에서 ‘6월민주항쟁과 한국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발표가 주목을 끌었다. 사제지간인 두 학자는 그러나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박 교수는 ‘민주헌정주의’를 내세워 개헌론을 제기하지만, 최 교수는 “정치의 실패를 정치 밖 다른 수단에서 찾으려 한다.”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87년체제(노태우-김영삼)에 이어 97년체제(김대중-노무현)가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헌법과 제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이전뿐 아니라, 환경문제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모두 헌법문제로 부상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 이는 정치적 합의·타결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영역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헌법적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민주정부의 무능과 정치공학의 산물만은 아니다.”라고 분석하면서, 헌법에 따른 민주주의인 ‘헌정민주주의’ 대신 민주적 헌법을 마련하자는 ‘민주헌정주의’를 내세웠다.구체적으로 대통령 4년중임제 도입, 대선과 총선의 일치, 정당명부제에 따른 비례대표를 지역대표의 50% 수준으로 늘린 뒤 비례대표 선거는 ‘중간평가’로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한다는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제도란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정치의 하부기반과 사회적 조건을 포함하는 일련의 세트”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대로 된 조건이나 토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결과적으로 나쁜 제도”가 된다는 것. 최 교수는 “(지금 현재 거론되는)제도개혁의 핵심은 미국 대통령제 모델에 더 가깝게 하자는 것”이지만 미국과 우리는 정치적 토대·조건 자체가 다르다. 특히 “구체제로부터 현재 민주정부까지 ‘고도의 정책적 연속성’이 있다.”면서 “민주파들이, 그리고 그들이 대거 참여한 정권이 아무런 대안적 비전과 정책을 갖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자칫 개헌론이 알맹이 없는 민주파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그래서 모든 문제를 제도로 환원하지 말고,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당체제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하자고 제안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젝의 ‘신체없는 기관 해본 ‘들뢰즈의 정체’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 아니라 들뢰즈 본연의 철학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노마디즘을 비판<서울신문 6월1일자 보도>한 뒤, 들뢰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대표와의 논쟁을 통해 홍 교수는 들뢰즈를 ‘마르크스·엥겔스의 후계자’로 규정한 뒤 그럼에도 ‘탈 영토화’로 상징되는 들뢰즈의 변혁전략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멋들어진 아나키즘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들뢰즈는 이제 폐기돼야 하는가. 이때 ‘신체없는 기관’이 번역·출간된 것은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 저자는 영화판에서부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상당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동유럽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그는 들뢰즈 사상의 핵심은 초기의 단독 저술에 담겨 있다면서, 가타리와 함께 쓴 후기 저술(‘앙티-외디푸스’,‘천개의 고원’)이나 미국식 정치적 번역이 담긴 ‘제국’(네그리·하트)을 통해 알려진 들뢰즈의 모습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아예 가장 대척점에서 서 있는 헤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철학자가 들뢰즈라고 규정한다. 번역을 맡은 이성민 도서출판b 기획위원에게 이번 책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최근 노마디즘 논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들뢰즈 본연의 철학과 그 정치적 번역은 다르다.‘유목주의’나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는 본연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홍윤기·이정우 논쟁에서 주목해볼 점은 이정우 대표가 시중의 해석 대신 들뢰즈 본연의 철학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지젝도 후기 들뢰즈적 경향을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라 폄하한다. ▶지젝도 들뢰즈적 실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아닌가. -지젝도 평가하듯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그러나 이 해석은 중립적이다. 예컨대 지젝은 “‘제국’에서 다수성(다중·multitude)은 저항의 힘이지만, 스피노자에게는 근본적으로 애매하다.”고 말한다. 저항도 야만적 폭력일 수 있다. 그래서 유목주의자 혹은 자율주의자는 좀 더 ‘따분한’ 이론적 작업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구좌파’,‘독단주의자’,‘원칙주의자’가 들뢰즈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인간 주체가 여전히 집단적으로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만났을 때, 변화를 위한 작은 공간이 열릴 것이다. ▶결국 들뢰즈가 헤겔을 부활시켰다는 것인데, 이게 들뢰즈의 의도인가. -궁극적으로 들뢰즈를 ‘다르게’ 읽는다면, 헤겔을 부활시킬 수 있다. 지젝은 헤겔이, 들뢰즈가 견디기에는 너무 가깝다고 한다. 그는 둘이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들뢰즈를 다시 읽는다. 물론 여기에는 헤겔을 재해석하는 지젝의 작업이 깔려 있다. 조만간 지젝의 동료 돌라르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의 해설서를 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이미 우리는 ‘새로운’ 헤겔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들뢰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느끼기에 지젝은 동유럽 지식인임에도 ‘유럽주의자’다. 지젝은 유럽을 사랑하고 유럽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낡은 유럽’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들뢰즈를 받아들일 때 한국적 현실을 고민하는 것은 패배적인 관점이다. 들뢰즈의 보편성을 껴안아야 한다.‘손쉬운 정치적 번역’ 대신 ‘본연의 철학’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과감하게 끌어안아야 한다. ☞아래는 이성민씨 인터뷰 전문입니다. ▶최근 들뢰즈의 노마디즘 개념에 대한 혼돈이 많습니다.대개 철학하시는 분들은 어떤 추상적인 관념으로 이해하시는 반면,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은 실제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듯 합니다.즉 무조건 대규모의 이동이 일어나야 노마디즘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겁니다.단적인 예가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천규석의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겠지요.천규석의 문제의식만이 아닌 것이 노마디즘 관련된 토론장에 들렀더니 모든 분들이 천규석의 문제의식과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대체,철학적인 개념을 넘어섰을 때 유목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종종 한 철학자의 위대함은,진정으로 새로운 개념을 우리에게 선물한 사실에 있습니다.그 점에서 들뢰즈는 위대한 철학자입니다.들뢰즈와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하나는 들뢰즈 본연의 철학입니다.그리고 다른 하나는 들뢰즈 철학의 정치적 번역들입니다.제 생각에,“유목주의”나 “자율주의” 등은 후자에 속하는 것입니다. 들뢰즈는 자신의 철학이 정치적으로 번역되는 데 스스로 협조한 적이 없지 않습니다.우리는 그것이 가타리와 협력한 들뢰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우리가 그곳에서,즉 ‘안티-오이디푸스’나 ‘천개의 고원’에서 보는 것은 들뢰즈 철학 본연과는,들뢰즈의 독창적인 철학적 성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그것들은 그러한 성취가 정치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가리킵니다.그것도 매우 손쉬운 길을 말입니다. 유목주의와 관련된 최근의 논쟁에서 이정우 씨는 분명 들뢰즈-가타리의 개념을 들뢰즈 본연의 철학적 관점으로,예컨대 ‘의미의 논리’의 들뢰즈의 관점으로 환원시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이정우 씨가,비록 들뢰즈 철학의 또 다른 정치적 번역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적어도 그러한 길을 열기 위한 작은 이론적 틈새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그러한 틈새가 보일 수도 있는 곳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우리는 그가 천규석 씨를 정념적으로 비판하는 곳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그가 최근에 유행하는 들뢰즈적 개념들의 해석적 경향성을 비판하면서,그것을 본연의 철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지점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천규석 씨와 이정우 씨가 둘다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왜냐하면 들뢰즈 본연의 철학과 들뢰즈와 가타리의 협력적 작업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안티-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이 최근에 한국에서 쟁점이 된 “유목주의”나 아니면 네그리-하트 식의 “다중”과 관련해 내용적으로 전혀 무관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지젝은 이와 같은 후기의 들뢰즈적 경향을 비판합니다.그것을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라고 폄하하면서 말입니다.저는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에 대해 홍윤기는 들뢰즈는 영락없이 맑스와 엥겔스의 후계자이지만,그 문제의식은 높게 평가해도 구체적인 실천의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지젝이 하고 있는 작업이 홍윤기의 주장과 비슷해 보이는데,그렇게 이해해도 될까요.차이가 있다면 어디서 차이가 날까요. -들뢰즈 사상의 핵심적 측면은 전통적 맑스주의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그는 스피노자의 사상을 현대적인 것으로 재해석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오늘날의 사회를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이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지젝은 들뢰즈의 그러한 공헌을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예컨대 존재의 일의성이나 정서적 강도 같은 개념들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개념들입니다.지젝은 우리가 오늘날 일상생활에서조차 그러한 개념들을 매번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현실은 추상적 개념과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우리가 반지성적 분위기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러한 개념들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지젝의 말처럼 그것들은 그 자체로 “중립적인” 것입니다.예컨대 지젝은 ‘신체 없는 기관’ 76쪽에서 “‘제국’에서 다수성(다중)은 저항의 힘으로 찬양되는 반면,스피노자에게서 군중으로서의 다수성 개념은 근본적으로 애매하다”라고 말합니다.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적실한 통찰들입니다.다수성이랑 권력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야만적이고 비합리적인 폭력의 폭발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중들의 이와 같은 “유목적” 특성을 곧바로 정치적으로 긍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우선은 그 지점에서 멈추어서,좀더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유목주의자들이나 자율주의자들은 제 생각에 바로 그렇게 사색을 위해서,“따분하고” 순수한 이론적 작업을 좀더 밀고 나아가기 위해서,사유의 근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설 필요가 있습니다. 들뢰즈의 성취는 우선은 “철학적으로” 흡수되어야 합니다.우리가 오늘날 아쉬워해야 하는 것은 들뢰즈 사상의 정치적 해석이 다양한 논쟁들과 더불어 풍요로운 가운데,들뢰즈 본연의 철학적 측면이,다시 말해서 “현대성 그 자체”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들뢰즈는 현대의 바로 그 철학자입니다.따라서 저는 맑스주의자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다시 말해서 저는 구좌파적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라도 들뢰즈를 이론적으로 읽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은 오늘날도 역시 간단한 세미나나 포럼을 마치고 그 유명한 뒤풀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제가 보기에 그들은 공부하지 않습니다.하지만 들뢰즈는 피해갈 수도,간단히 정치적으로 번역할 수도 없습니다.저는 저 유명한 “포스트모던적” 주체들이 들뢰즈를 받아들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저는 여전히 구좌파적인 사람들이,“독단주의자들”이,“원칙주의자들”이 들뢰즈를 받아들이기 바랍니다.사회의 거시적 변화를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조우할 때,인간 주체가 여전히 집단적으로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조우할 때,그때 진정한 변화를 위한 작은 공간이 열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들뢰즈는 헤겔의 부활을 꿈꾸는 또 다른 헤겔의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까.들뢰즈가 궁극적으로 의도한 것은 헤겔을 죽이겠다는데 있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죽이는 액션을 취함으로써 헤겔을 부활시키는 것이었습니까.그렇다면 진정한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고려하지 못한 역풍이라고 봐야 할까요. -흥미로운 물음입니다.들뢰즈가 결국 그러한 일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군요.헤겔을 부활시킨 것이 지젝이 아니라 들뢰즈일지도 모른다는 물음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의 변증법을 성찰하게 만드는군요.시간의 경과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어떤 “운명”이나 어떤 “필연성” 같은 것을 말입니다.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우리가 궁극적으로 들뢰즈를 “다르게” 읽는 데 성공한다면,그로써 헤겔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지젝의 말처럼 헤겔은 들뢰즈가 견디기에는 들뢰즈에게 너무 가까운 철학자였습니다.지젝은 바로 그 지점에서,그 둘이 가장 가까운,혹은 거의 차이가 없어지는 지점에서,들뢰즈를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지젝의 독자적인 공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들뢰즈가 헤겔을 부활시키기 전에 헤겔 그 자신이 재해석되어야 했습니다.그것은 지젝의 몫이었습니다.라캉도 그것을 해내지는 못했지요.오늘날 라캉주의가 철학과 그 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유일한 대학인 류블랴나 대학에서 그들은 그것을 해내고 있습니다.조만간 지젝의 동료 돌라르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해설한 책을 낸다는 소식이 들립니다.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지젝의 작업을 통해서도 우리는 “새로운” 헤겔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감히 추론입니다만은,들뢰즈를 이런 방식으로 읽는 것은 지젝이 동유럽 지식인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걸까요.하트가 들뢰즈를 미국식으로 독해해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그런 차원에서 보자면,지젝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이 될 수 있을까요.그리고 그런 측면,즉 맥락의 차이를 간과해버린 것이 한국에서의 들뢰즈 열풍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인상”만을 가지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이 경우는 그래야 하겠군요.그러니 제 말이 그 이상으로 읽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제 인상이 “독서”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제가 받은 인상으로,지젝은 “유럽주의자”입니다.오늘날 진정한 유럽주의자가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하지만 여하간 지젝은 유럽의 유산을,유럽의 문명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물론 정신분석도 유럽에서 탄생한 것이 사실이지만,그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철학을,라캉과는 달리,비판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껴안는 것은 그가 유럽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조 기자 님의 말씀처럼,그는 “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습니다.그 대신 그가 하는 일은 역으로 바로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일입니다.그는 “낡은 유럽”이 스스로의 가치를 바로 그 유럽적 방식으로 재창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민주주의를 창안했듯이 말입니다.그는 지성적 영역에서 스스로 그 과제를 떠맡고 있습니다. 들뢰즈를 우리가 수용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그것은 패배적인 관점입니다.오히려 우리는 들뢰즈 사상의 가장 보편적인 측면을 껴안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제가 들뢰즈 사상의 “철학적” 논의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좀 역설적이게 들리겠지만,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가장 근본적으로,가장 과감하게 끌어들이는 것입니다.“적용”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지젝은 들뢰즈를 해석하는데 있어 알랭 바디우를 지속적으로 인용하고 있는데,지젝이 알랭 바디우에서 벗어나는 지점은 어디 입니까.아니면 전적으로 바디우적 해석 위에 서 있다고 봐야 합니까. -바디우는 라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몇 안 되는 철학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그렇기 때문에 바디우와 지젝 사이에 공통점이 생기는 것이지요.하지만 지젝의 해석은 바디우에 토대하고 있지 않습니다.오히려 라캉과 헤겔에 토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지젝과 바디우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 답변을 드리기 곤란합니다.저는 바디우의 철학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지 못합니다.그리고 관통하고 있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해,이 경우라면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하지만 이 경우에라도 어떤 인상에 근거해서 말하자면,바디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진지한 철학자인 반면,지젝은 진지하지 않은 것에서도 내기를 걸 줄 압니다. ▶도서출판b와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현재 도서출판b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식적인 직함은 “기획위원”입니다.제 관심사는 한국에서 진정한 지적인 전통이 “부활”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입니다.그래서 현재는 이와 관련하여 지적인 담론의 장을 심화시키기 위해 번역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가끔씩 기고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대학(서울대 영어교육과)에서 언어학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그 당시 촘스키의 언어학이 유행이었지요.덕분에 저는 언어학과 분석철학에 입문하게 되었고,당시의 맑스주의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졸업을 하면서 맑스주의와 유럽의 철학에 몰두하게 되었지요.분석철학의 장점은 그것에 매료된 사람으로 하여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깨닫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제가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에 대한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습니다.저는 일정정도 자율주의자인 조정환 씨와 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라캉에게 귀착하게 되었습니다.저는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라캉을 알게 되었고,그것이 궁극적인 학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말한 지적인 전통의 부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있다기보다는 선생들을 길러내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캉이 말하는 “주인담론”의 시대에,혹은 권위주의의 시대에,권위자들은 선생을,즉 가르칠 사람을 키우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그 때문에 더욱 혹독한 도제 시절을 겪게 했지요.오늘날 이러한 연결고리는 무너졌습니다.저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다시 소생시키는 일이라면 바로 그곳에 기여하고 싶습니다.그리고 우리가 “생산”이 아닌 “재생산”을 강조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생산은 생산물을 만들어냅니다.잘 교육받은 교양 있는 학생들을 말입니다.하지만 재생산은 선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선생들입니다. 저는 제가 번역한 책들이 앞으로 선생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합니다.저는 제가 번역한 책들이 대철학자를 꿈꾸면서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아 있을 운명인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얼마전 도서출판b는 출판사를 확장했습니다.그래서 작은 세미나 공간이 생겼지요.그곳은 신림동 혹은 난곡에 위치하고 있는데,저는 그곳을 “난곡연구소”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합니다.저는 거기서 학생들을 데리고 세미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저는 거기서 선생들을 키우는 작업에 헌신할 생각입니다.라캉주의의 교조적인 모습이 저를 매혹시키는 것은,바로 이러한 오래된 진리를 새롭게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ook Review] 우리 안의 과거 /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영화 ‘메멘토’(2001년)를 기억하는지. 아내가 강간·살인당한 충격으로 10분 정도만 지나면 기억을 모두 잃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살해범을 뒤쫓는데, 기억을 자꾸 잃어버리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에다 문신으로 범인의 단서를 남겨둔다.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단기기억상실증’ 자체보다 영화 결말부다. 알고 보니 주인공은 무의식 중이건 아니건 간에 문신을 슬쩍 조작해 범인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죽였다. 복수를 꿈꾸는 가련한 피해자가 아니라, 광기 어린 연쇄 살인범이었던 셈. 섬뜩한 비유일지 몰라도 과거를 기억한다는 ‘역사’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끊임없이 문신을 들여다봐야 과거를 알 수 있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작되어온 문신에 속고 있는 게 아닐까. 또 그 바탕 위에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작한 문신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사의 발가벗은 몸이 이렇게 문신으로 도배됐다면 ‘역사적 진실’이란 뭔가. 메멘토의 비유는, 역사학을 바이블이라기보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장편 서사’쯤으로 취급해 버리는 포스트모던의 공세에 맞선 정통 역사학의 곤란함을 상징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안의 과거’(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 김경원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는 외려 이런 공세를 적극적으로 소화해 내려는 책이다. 주요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역사적 진실’ 대신 선택한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다. 과거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그 당시의 진실에 합치하느냐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단적으로 저자는 구체적 사례분석을 통해 일관되게 지적한다.“홀로코스트, 난징대학살, 종군위안부에 대해 지금까지 제출된 증거자료가 모두 거짓이라 해도, 유대인 학살과 일제의 중국침략·여성농락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고고학의 오랜 격언처럼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는 과거를 전달하는 사람의 사상과 신념, 그 전달 통로가 되는 매체의 특성,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현재 나의 위치 등을 얼마나 성실하게 고민해서 판단하느냐가 역사학의 관건이라 본다.‘진실(truth)’ 대신 ‘진지함(truthfulness)’을 택한 이유다. 다른 포인트는 저자가 그래서 대중문화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최근 동북아 역사전쟁과 한국 내 교과서포럼 활동을 생각하면, 교과서 문제가 중요할 법도 한데, 저자는 이를 가볍게 처리해 버린다. 학생이 교과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고, 지금 시대에는 대중문화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하기야 드라마 ‘불멸의 영웅 이순신’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낳았다. 드라마 ‘주몽’,‘연개소문’,‘대조영’, 영화 ‘한반도’는 또 어떤가. 이에 따라 역사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1·7장을 제외한 나머지 장에는 역사소설, 사진, 영화, 만화, 인터넷에 대한 충실한 분석이 실렸다.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일본학 연구자여서 서구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사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친숙한 것은 또 쉽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본 사진작가 야마하타 요스케의 사례를 통해 용산 전쟁기념관에 군경의 민간인 학살 사진이 걸릴 수 있을까라고 되묻고, 만화작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사례를 보면서 이현세의 작품들(남벌·천국의 신화 등)을 보는 관점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좋은 역사학적 훈련이다. 물론 ‘진지함’은 필수다.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강대권(롯데건설 이사)씨 조모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5일 오전 8시 (02)3010-2235●전선기(새마을금고 전무)현기(에어로메트 대리)씨 부친상 강찬원(대신증권 전산업무부 과장)양순주(부산지방법원 판사)최석(자영업)씨 빙부상 23일 전북 완주군 봉동호스피스, 발인 26일 오전 10시 (063)261-4145●곽병록(경상북도교육청 감사공보담당관실)병룡(미래에셋생명)병후(NDF 주식회사)씨 모친상 김수쾌(전 대구시립중앙도서관장)씨 빙모상 23일 경북대병원, 발인 25일 오전 8시 (053)420-6151●염홍철(대전 시장)기훈(시니어파트너즈 대표)씨 부친상 이종숙(덕성여대 교수)씨 시부상 23일 충남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8시 (042)257-6944●송인섭(신흥상회 대표)경숙(숙명여대 강사)씨 부친상 차동기(현대스위스저축은행 상무)강덕원(한국전력공사 과장)씨 빙부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5일 오전 7시 (02)3010-2265●류태식(서울메트로)호식(삼정노무법인 대표)씨 모친상 2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5일 오전 9시 (02)3410-6908●장원규(인제대 명예경제학 박사)씨 별세 성복(장원해운 대표)성덕(장원해운 이사)씨 부친상 22일 부산 침례병원, 발인 24일 오전 7시30분 011-885-6505●유병한(대통령비서실 행정관)병기(국민은행 수유동지점 팀장)병일(자영업)씨 부친상 23일 서울대병원, 발인 25일 오전 6시 (02)2072-2016●정태진(대한종합금융 부장)태성(기아자동차 성수지점장)태익(SK 부장)씨 모친상 정영민(한국경제신문 편집부장)씨 빙모상 23일 일산 백병원, 발인 25일 오전 (031)919-2099
  • 개성공단 투자열기 ‘후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 남북관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성공단을 방문,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올 연말 분양되는 개성공단 내 외국인투자지역 4만평에 최소 3∼4개의 외투기업이 들어설 전망이다. 코트라(KOTRA)와 현대아산은 22일 매쿼리, 필립스전자, 보팍터미널, 허치슨, 삼성탈레스, 한국오웬스코닝 등 한국에 투자한 70여개 외국기업 임직원 100여명과 주한 캐나다 대사, 주한 스웨덴 대사 등 12개국 대사관 및 외국기관 관계자와 함께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기업 임직원들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현대아산 개성사무소, 삼덕통상, 태성하타, 신원 등 3개 투자 기업을 방문해 개성공단의 저렴한 토지비용, 양질의 노동력 및 세제 혜택 등을 직접 둘러보고 투자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기계부품, 전자, 자동차, 의료·의약, 식음료 등 제조업은 물론 부동산, 경영컨설팅, 금융, 유통·물류 등 서비스업도 미래 투자 가치를 모색하는데 열중했다. 피에트로 도란 도란캐피털파트너스 회장은 “많은 외국인들이 개성공단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나처럼 실제 보고 느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며 무엇보다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최저임금 월 57.5달러)이 최대 매력”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적 환경 때문에 주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국오웬스코닝 김형배 대표는 “오웬스코닝은 건당 투자 규모가 1억달러가 넘는데 남북간 정치 상황이 불안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가 부담스럽다.”면서 “1단계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스웨덴 가구업체와 미국 전선업체 등 투자를 문의해 오는 외투기업들이 적지 않다.”면서 “북측도 외투기업 유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트라와 현대아산은 외투기업 분양에 앞서 유럽, 아시아 등에서 개성공단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할 계획이다.11월에는 또 한차례 대규모 외국인 투자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다.개성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성인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 더빙 참여 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성인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 더빙 참여 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육두문자와 폭력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정지혁 병장. 대한민국 육군의 정복(?) ‘주황색 추리닝’의 고문관 김창후 이병. 온몸에 깔깔이를 말고도 항상 무릎과 허리가 시린 말년 병장…. 이 정도만 해도 아는 사람은 낄낄댈 것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걸작, 오인용의 ‘연예인 지옥’이다. ●주변인물 목소리 연기도 도맡아… “애드리브 참기 힘들었어요”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싶던 오인용이 ‘아치와 씨팍’에서 ‘일심파’ 목소리 연기로 되돌아왔다.“플래시 시절부터 ‘아치와 씨팍’을 재밌게 봤고요. 마음껏 내지른다는 점에서 우리 작품과 코드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연락받고는 두말 않고 출연했습니다.” 모르고 보면 오인용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만한 애니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극장판 애니 더빙은 혹 어색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애드리브’를 참기 힘들었다 한다.“몇몇 분들은 플래시 대사를 MP3로 듣다가, 잘 안들리는 부분을 물어보세요. 그런데 우리도 몰라요. 플래시는 대본이 없거든요.” 플래시 때는 스토리만 만들고 일단 마음껏 내질렀다. 대사만 재밌으면 거기에 맞춰 그림을 늘리면 된다. 그래서 이번 더빙에선 ‘잔머리’를 썼다.“자세히 보시면 인물이 등 돌리거나 허리 숙이거나 하는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예요. 입이 안 보이니까요. 크크크.” 이 덕에 3시간 예정돼 있던 녹음작업은 이틀로 늘었다. 톤도 조금 조절했다.“주연보다 조연이 더 튀면 안돼서”,“워낙 하드코어적인 수위를 낮추느라”였다. 고로, 일심파에 실린 오인용의 ‘포스’는 여전하지만, 플래시보다는 점잖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 외 주변인물의 목소리 연기도 이들이 도맡았다.“‘오신 김에 해주시죠.’, 뭐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이들 목소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 ●“정지혁 병장의 욕설 생활밀착형으로 진화중” 오인용은 이제 보폭을 늘리려 하고 있다.2004년 말 활동을 잠정 중단한 뒤 1년 정도 옴니버스식 구성의 장편 애니를 준비했다. 그런데 투자를 못받았다.8년간의 제작 끝에 마침내 빛을 본 ‘아치와 씨팍’은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한편으로는 배아파 죽겠단다.“‘블루시걸’(1994년) 이후 두 번째 성인용 장편 애니는 우리가 만들고 싶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기획’을 노린다.“게임이나 캐릭터사업 같은 부가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장편애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플래시 300편을 제작한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어요.” 아, 아무래도 팬들에게는 제일 궁금한 점은 플래시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일 듯. 다행히 그동안에도 작업은 계속했다. 공개를 위해 몇몇 업체와 계약을 타진 중이다. 이번에는 네티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할 생각이다. 여기에다 희소식 하나 더. 정지혁 병장의 욕설이 ‘생활밀착형 욕설’로 진화하고 있단다. 최근 결혼한 정지혁씨가 살림하다 보니,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욕이 마구 떠오르고 있단다.“아∼ 이 채 썰어서 튀겨 먹을…….”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인용은 누구인가 2002년 결성된 오인용(5p)은 정지혁(혁군)·장석조(데빌)·장동혁(씨드락)·민상식(씩맨)·천상민 5명의 팀이다. 계원조형예술대를 졸업한 이들은 원하는 애니를 마음껏 만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자체 제작한 플래시 애니를 인터넷에다 띄웠다. 이 가운데 하나가 ‘무뇌중’과 ‘스티붕유’ 캐릭터를 등장시켜 욕설과 폭력에다 웃음을 버무린 ‘연예인 지옥’ 시리즈. 연예인 병역기피 이슈와 맞물려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이마에 숫자 ‘5’가 찍힌, 모가지 싹둑 잘린 대머리 아저씨가 ‘오인용!’이라 외치는 이들 홈페이지에 하루 10만명이 몰려들더니, 누적 접속자 수가 4000만명에 이르렀다. 두달 만에 10만명을 모아 최단기간 최대회원수 모집 기록을 세운 팬클럽 카페의 회원 수는 지금 60만명 수준이다. 톱스타 연예인 이상이다.‘돼지’,‘폭력교실’,‘바나나걸’ 등 후속작도 히트했다.‘인터넷 하위문화’의 전범으로 이들 작품을 분석하는 글도 나왔다. 시련도 빨랐다.‘무뇌중’ 캐릭터 때문에 연예기획사에서 소송을 걸었고, 정보통신부에서는 과도한 욕설과 폭력을 이유로 ‘19금’ 딱지를 붙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접속자로 인해 서버비용이 한 달에 700만∼800만원에 이르렀다.2004년 말 잠시 활동을 접었다가 얼마전 한 포털사이트에서 3개월 서비스한 뒤 다시 활동을 중단한 상태. 오인용은 지금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치와 씨팍’은 어떤영화 ‘아치와 씨팍’(제작 JTEAM)은 본격 극장판 성인용 애니다. 에너지 자원이 고갈된 미래의 어느 시점. 이젠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정부는 ‘하드’까지 주면서 배변을 격려한다. 문제는 이 하드가 중독성이 심하다는 것. 똥이 시원찮은 중독자들은 ‘보자기 킹’(신해철)을 모시고 ‘보자기 갱단’을 만들어 하드를 탈취하고, 이에 맞서 정부는 무적의 인조인간 ‘개코’를 투입한다. 개코의 활약에 밀린 보자기갱단은 대신 똥 한번에 많은 하드를 받아낼 수 있는 ‘이쁜이’(현영)를 쫓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하드를 받아가는 이쁜이는 이미 정부의 추적대상이다. 이쁜이를 이용해 하드밀거래로 떼돈 벌던 ‘아치’(류승범)와 ‘씨팍’(임창정)도 이쁜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들 사이에 본격적인 이쁜이 쟁탈전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취는 시원한 액션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처럼 예술적인 쌍권총술을 보여주는 개코가 화면의 상하좌우를 마구 뒤흔드는 바람에 액션신이 너무도 입체적이고 화려하다. 여기에다 유머는 양념. 오인용이 연기한 ‘일심파’는 물론, 막판 신해철의 엽기적 랩에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잿빛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애니가 반드시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동화여야만 하는가.”라는 반문이 설득력 있을 정도로 충실한 완성도를 보인다.18세 이상, 28일 개봉.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균동감독 새영화 ‘비단구두’

    영화 ‘비단구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영화감독 만수가 도망쳐버린 제작자 대신 영화빚을 떠안는 데서 시작한다. 조폭 사채업자에게 왜 내가 대신 갚아야 하냐고 따져 무엇하랴. 끌려간 만수에게 보스는 뜻밖의 제안을 내놓는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배영감을 개마고원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 진짜 그러라는 건 아니고, 어차피 온전한 정신도 아니니 영화 촬영하듯 적당히 속여 기념사진 한장 남겨주라는 부탁이다. 곧 죽어도 고향엘 가야 한다는 배영감 속이기 작전에 돌입하지만, 당연하게도 번번이 어긋난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 세운 ‘개마고원’ 푯말 아래에서는 술 취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배영감이 환상 속에서나마 고향에 당도한 대목에서는 서바이벌 게임에 몰두하는 한무리 청년들 때문에 산통 다 깬다. 영화는 두 지점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하나는 무조건 가야만 한다는 배영감과 조폭 보스의 고집이 낳은 코미디 같은 결과다. 다른 하나는 만수의 대사를 통해 여균동 감독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픈 것들을 쏟아내는 과정이다.‘비단구두’는 ‘미인’ 이후 여 감독이 6년만에 극장에 내거는 작품.3억원짜리 초저예산 영화로 1년여동안 방황한 끝에 광화문 씨네큐브(22일부터), 대구 동성아트홀(26일부터)에서 선보인다. 그러나 여 감독의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뭔가 계속 말하는데 쉽게 접수하긴 어렵다. 화법의 문제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은 눈에 남는다. 특히 배영감을 맡은 민중화가 민정기 화백의 연기는 일품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침유도 ‘해주 침공설’ 근거 없다”

    “남침유도 ‘해주 침공설’ 근거 없다”

    한국전쟁 56주년을 앞두고 묵직한 연구서 한권이 나왔다.800여쪽 짜리 ‘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돌베게 펴냄)이다. 정병준 목포대 교수가 지었다.10여년간의 연구와 미국국립문서관리청에서 얻은 문건들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전통주의와 수정주의 해석의 틈바구니에서 사실과 자료만을 추렸다는 정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전쟁의 기원이 6월25일이 아니라 그 이전인 것은 당연한데, 기원이 구체적으로 전쟁발발로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합니다.” 전쟁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하면서도 막상 실증보다 추정에 의존한 수정주의를 비판한 셈이다. 그래서 그는 ‘기원’ 보다 ‘형성’이라는 단어를 쓴다. 점차 분위기가 달아올랐다는 얘기다. 물론 ‘결정적’ 순간은 있다. 정 교수는 그 순간을 1949년으로 봤다. 능력은 없으면서 자신감만 넘쳤던 ‘49년의 관성’이 한국전쟁 발발을 낳았다는 것. 소련의 지원을 받아 ‘침략야욕에 불타던’ 북한은 능력이 없었을까.“단적으로 북한군 총참모장이 게릴라전 경험이 전부인 33살 강건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군 지휘부가 현대적 무기와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전면전을 무슨 수로 지휘하겠습니까.” ‘땅크를 앞세운 전격전’이었음에도 스탈린이 분통을 터뜨릴 정도로 북한군의 남하속도가 느려터지고, 낙동강전선에 다다랐을 때 병력의 80%를 남한에서 채워야 할 정도로 극심한 병력손실에 시달린 이유다. 남한도 능력없이 자신감만 내밀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식과 달리, 실제 자료를 검토해보면 49년 중반까지 남한의 군사력이 더 우세했다.48년 여순사건에 충격받은 남한은 군사력을 크게 강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38선 부근에서 북한군과의 계속 무력충돌을 일으키며 ‘북진통일론’을 내세울 만큼 호전적이었다. 미국이 무기보급량을 줄이고, 북한이 49년 후반부터 군사력을 급속히 끌어올릴 정도의 호전성이었다. 정 교수는 또 북한을 자극하고 재빨리 후방으로 철수하는 게 남한과 미국의 전략이었다는 ‘남침유도설’을 완전히 부정한다. 여기에는 남한이 방어시설을 안 갖춘 것은 후방으로 쉽게 도망가기 위해서였고,25일 새벽 남한이 해주를 침공한데 북한군이 대응한 게 한국전쟁이라는 ‘해주침공설’ 두 대목이 있다. 정 교수는 여러 자료를 통해 이를 “북진통일론에 젖어 있던 남한 지도부의 착각”이라고 결론지었다. 남한군은 오직 북진만 생각했기에 아예 ‘남한방어’는 꿈도 꾸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전차지뢰 매설이나 진지구축 등과 같은 ‘방어선’은 개념자체가 없었고, 보급·군수물자 등도 모두 전방에 배치했다. 북한의 껍데기뿐인 전격전에 남한이 폭삭 주저앉은 이유다. 해주침공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해주침공은 ‘방어계획’이다. 북한군이 침공하면 옹진에 있던 17연대로 북한의 옆구리를 치겠다는 작전. 당연히 미국도 알고 있었다.“전쟁이 터진 뒤 17연대의 일부가 28일까지 연락두절상태가 됩니다. 전격전에 충격받은 남한의 군수뇌부는 이를 계획대로 17연대가 움직인다고 생각했고, 패전소식을 감추기 위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합니다. 도쿄 맥아더 사령부도 그렇게 생각한거죠.” 맥아더 사령부가 남긴 38선 전황도의 해주공격 사실이 3일만에 증발하는 까닭이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정 교수가 내린 결론은, 한국전쟁은 아무런 능력없이 통일만 떠벌렸던 남북한 모두가 패배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사태를 컨트롤했던 소련과 미국 역시 패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통사 카드 영화관람료 할인 재계약 결렬 이달 서비스 종료

    다음달부터 SKT·KTF·LGT 등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의 영화관람료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 서울시극장협회는 20일 “이통사와 관람료 할인제 재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번달까지만 할인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대략 2000원 정도 깎아주는 할인서비스는 관람객의 30∼40%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새영화] ‘착신아리 파이널’

    [새영화] ‘착신아리 파이널’

    22일 개봉하는 ‘착신아리 파이널’은 2004년 시작된 착신아리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편리한 도구에서 생활 필수품으로 발돋움한 ‘휴대전화’를 통해 공포를 자아낸다는 아이디어에 뿌리를 둔 영화다. 왕따를 당하던 여고생 ‘팸’은 결국 학교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이 팸의 휴대전화를 손에 넣게 된 친구 ‘아즈카’는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에게 휴대전화로 죽음의 메시지를 보낸다. 며칠, 혹은 몇시간 뒤의 날짜와 시간에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예고를 담고 있다. 조건도 하나 붙었다. 다른 사람에게 죽음의 메시지를 보내면, 그 사람이 대신 죽는다는 것. 영화는 이 때문에 벌어지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동시에 서로를 의심하는 학생들의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팸에 대한 미안함이나 반성 같은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팸이 자기 대신 왕따를 당했기에 미안함이 남아 있던 ‘에미리’만이 부산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친구 ‘진우’와 함께 이 죽음의 메시지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러닝타임 내내 쉴새없이 덜거덕거리는 영화지만, 아무래도 치명타는 공포영화인데 안 무섭다는 점이다. 자랑스러운 ‘IT코리아’의 실상을 재발견하는 결말에서는 심지어 대책없이 웃겨버리기까지 한다. 거기다 흥행이나 대중성을 감안해 선택한 듯한 ‘여고생과 왕따’라는 설정도 진부하다. 이 진부함을 털어낼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KBS의 성장드라마 ‘반올림’이 훨씬 낫다.1·2·3편이 해마다 연달아 나왔다는 점도 그렇다. 뻔한 소재를 별다른 아이디어없이 울궈먹으려 들었다면, 전편을 잊을 정도의 몇년 정도 간격을 두고 속편을 만드는 게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면 예의, 배려라면 배려가 아닌가 싶다.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 호리키타 마키와 구로키 메이사는 눈에 띈다. 한국배우로는 장근석이 출연했다.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장학자들 “민노당만의 리더십이 없다”

    진보진영 몰락의 신호탄인가?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진보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14일 개최한 ‘한국민주주의와 5·31지방선거’ 포럼에서는 이 위기감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한나라당의 압승’ 자체에는 별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와 2002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보면, 투표율은 외려 올랐고 한나라당과 개혁정당에 대한 지지율(2002년 민주당과 2004년 열린우리당+민주당)은 별 차이가 없다. 그것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진보진영에 대한 거부감. 그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지방정치에 있어서는 알록달록 보도블록이나 열심히 깔아주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점에서 별 차별성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왜 노동자·농민이 자신을 위한다는 민주노동당을 찍지 않느냐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민노당에 직접적으로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박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달리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지 않는데 이는 내부 정파간 알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특히 힘에 부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국민의식 부족이나 기득권층 반발, 조중동의 왜곡이 문제라고 말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민노당의 핵심 과제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고 강조했다. 민노당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민노당만의 리더십과 정치학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도 “권력독점을 막고 인물과 리더 개인 중심의 당 운영은 안 하겠다.”는 도덕률에만 얽매여 있다는 비판이다. 토론에 나선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역시 “지난 10여년간 보수세력의 능동화가 추진되어 왔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정권심판론’이 ‘진보심판론’으로 확대될 위험이 가장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조직노동자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민노당도 비판했다.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도 “민심이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해서는 반응하면서, 이라크파병이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적 보수공조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한 ‘진보진영의 총체적 패배’를 뜻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는 약간 다른 의견을 냈다. 근본적으로 중도개혁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홀로 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조 교수는 “일반사람들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그들에게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은 하나의 공식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중도개혁세력과 진보정당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뉴라이트, 맥락 고려않고 무분별 차용”

    복잡하고 어렵다던 포스트이론을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뉴라이트의 공이다.90년대를 휩쓸었던 탈현대론·해체주의·탈민족주의·탈식민주의로 정리되는 포스트이론은, 사실 최첨단 패션같았다. 멋지긴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고 보통 사람이 평소에 저러고 다니긴 어렵겠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민중·민족 중심의 세계관을 깨겠다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백두산 신화 해체’를 내세우는 등 포스트이론을 대거 차용하면서, 마침내 그 면모가 구체적으로 대중들 손에 쥐어졌다. 계간지 ‘실천문학’은 여름호 특집 ‘탈주체론을 넘어서’를 통해 바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한국과 서구는 ‘맥락’이 다르다 송두율 교수는 서구사회에서 생산된 포스트이론을 맥락이 전혀 다른 한국에 무분별하게 가져다 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포스트이론의 강점은 구체적 개인의 생생한 삶을 민족·국가와 같은 거대담론에 희생시키지 말자는 데 있다. 그런데 포스트이론 수입 과정은 거꾸로 한국이라는 구체적 국가의 상황을 서구의 유행 포스트이론 아래 매몰시켜버린다. 송 교수는 특히 한국과 서구를 동등하게 비교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특수한 유럽은 이미 보편의 힘을 가지는 특수로 한국의 특수와는 다르다.”는 것. 그렇기에 탈식민문학 문제를 건드리는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서구의 탈식민론을 그대로 가져다 오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탈식민론을 만드는 것이 외려 탈식민론의 본뜻에 맞다고 지적한다. 포스트이론 자체가 특수성을 옹호하는 이상 “우리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설명이다. 평론가 박수연이 특집 서론에서 직접적으로 되묻는 질문이 가장 뼈아프다.“따지고 보면 우리가 언제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딛고 그것에 준해서, 마오주의도 아니고 스탈린주의도 아니며 다만 우리 자신일 뿐인 현실주의자로 살아있었던 적이 있기나 한 것일까.”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는데, 왠 탈주체냐는 반문이다. ●“이성중심주의 비판 목적은 탈이성아냐” 특집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헤겔을 중심으로 포스트이론을 논하는 김윤상의 ‘헤겔의 차이론과 포스트구조주의’다. 알려졌다시피 푸코·들뢰즈·라캉·데리다 등 주요 포스트이론가들은 한결같이 ‘반헤겔’을 내세운다. 그러나 김윤상은 반헤겔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라 해석한다. 그 한 예가 헤겔을 로고스중심주의자·동일자의 철학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해체론자 자크 데리다의 경우다.90년대 초 러시아 철학자들이 해체론을 러시아 전통사상가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자, 그 자리에 초대받은 데리다는 외려 “나는 로고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형이상학의 부활을 위해 급진적인 비판을 수행했을 뿐이며, 이런 배경을 모르고 해체론만 가져다 쓰면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몰이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헤겔을 정점으로 완성됐다고 평가받는 이성중심주의를 비판했던 것은, 이성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한번 이성을 흔들어 일깨우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얘기다. 포스트이론가들치고 나중에 ‘나는 (너희들이 해석한) 그런 포스트이론가가 아니다.’고 말하지 않은 사람이 드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동시에 서구에서는 급진적 기획이었던 포스트이론이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노장사상 운운하는 유미주의에 빠져들거나, 과거사청산 반대·남북통일반대 등 보수적 논리로 나타나는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노병구(전 한국마사회 부회장)병란(빌립보교회 목사)병렬(전 하나증권 부산지점장)씨 부친상 11일 중앙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860-3591 ●김인수(전 서울시 용산구 행정관리국장)씨 별세 병화(작곡·작사가)필화(한진해운)승화(대림코퍼레이션)씨 부친상 11일 경희의료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2)958-9553 ●백대웅(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경웅(전 삼미 이사)현웅(미국 거주)철웅씨 부친상 김성완(미국 뉴저지 베다니교회 중국 선교목사)고형칠(전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의장)씨 빙부상 11일 영등포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2672-5493 ●박명준(전 외환은행 외환리스)홍준(동양제철화학 부사장)씨 모친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93 ●최상원(천안 북일고 교사)상본(자영업)상용(중부일보 부사장)씨 모친상 11일 천안삼거리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9시 (041)523-5299 ●김한석(전 서초세무서 조사과장)동숙(화순군 계장)영숙(담양군 〃)오숙(광주시 각화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운영계장)씨 모친상 박철영(철도공사 송정리역 과장)씨 빙모상 11일 광주 조선대 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9시 (062)231-8902 ●김성원(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문위원)씨 모친상 조성림(화천중 교사)양승남(사업)씨 빙모상 12일 강원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33)258-2276 ●석노수(사업)위수(볼보건설기계코리아 부사장)진호(사업)쾌수(〃)씨 모친상 정수용(사업)이래복(〃)씨 빙모상 11일 경기도 여주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6시 (031)886-0562 ●신일성(안진회계법인 상임고문)태성(아림인테텍스 회장)경성(당고인터내셔날 대구경북본부장)씨 모친상 이은구(금영주택 고문)최순욱(대탕트 대구지역 사장)임일우(운수 창고업)씨 빙모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410-6915 ●김회상(서울 마포구 보건소)회경(한국일보 편집부 기자)씨 부친상 12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31)384-1248 ●박홍준(동양제철화학 부사장·인천공장 공장장)씨 모친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93 ●이계선(예비역 육군 중령)씨 별세 영범(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상용(법무부 국제법무과 부부장검사)씨 부친상 12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30분 (031)787-1501 ●염창섭(프로배구 LIG 사무국장)씨 부친상 12일 안성 성요셉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31)671-6006
  • ‘J-퓨전’의 진수 서울서 본다

    ‘J-퓨전’의 양대산맥 카시오페아(Casi opea)와 티스퀘어(T-Square)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새 앨범 ‘시그널(Signal)’과 ‘블러드 뮤직(Blood Music)’ 발매에 이어서다. 화려하고도 정교한 연주로 정평이 난 이들의 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밀조밀한 기존 J퓨전 스타일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사실. 특히 티스퀘어의 변신은 놀랍다. ●‘드럼배틀의 추억´ 카시오페아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의 간판 드러머 아키라 짐보와 히로유키 노리타케가 결성한 트윈 드럼 밴드 ‘싱크로나이즈드디엔에이’(SyncDNA). 메탈팬이라면 메탈리카 라이브 때 드러머 라스 울리히와 기타리스트 커크 해머트가 벌인 장난끼 어린 드럼배틀을 기억할 터.J퓨전 팬에게도 2003년 두 밴드의 합동공연 때 시도된 드럼배틀은 추억이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그 이듬해부터 따로 밴드를 만들었고, 앨범 ‘시그널’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28∼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에도 함께한다. 원래 카시오페아는 말이 필요없는 연주를 선보이는 잇세이 노로(기타), 요시히로 나루세(베이스)가 주축. 여기에다 두터운 질감의 드럼이, 그것도 두 세트씩이나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양방향으로 펼쳐 화려한 질감을 선보일까, 아니면 한방향으로 집중해 묵직하게 한박자씩 찍어 나갈까. 큰 축은 화려한 쪽. 그러나 파워풀한 대목도 무시할 수 없다. 정확한 것은 결국 공연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밖에.(02)751-9607∼10. ●‘강력한 비트´ 티스퀘어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의 차이점은 색소폰의 존재다. 딥퍼플이 ‘키보드’ 덕에 레드 제플린보다 폭넓은 연주를 시도할 수 있었듯, 티스퀘어도 색소폰으로 비슷한 효과를 누렸다. 특히 소프트한 곡에서 그렇다. 카시오페아가 정갈한 소품 같은 느낌에 그친다면, 티스퀘어는 훨씬 더 진한 감성을 자아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이런 이미지를 완전히 깬다. 불온한 느낌이 가득한 커버부터 무슨 하드 록 밴드 앨범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폰을 꽂는 순간 ‘퓨전’이 무색한 강력한 사운드가 나온다. 특히 신참 드러머 사토시 반도는 모든 곡에서 강력한 비트를 선보일 뿐 아니라, 메탈 리프 느낌까지 묻어나는 ‘Cirrus’를 직접 작곡했다. 그 때문에 이젠 팀을 떠난 베이시스트 미쓰루 수토의 공백이 더 커보인다. 이런 헤비한 음반에서는, 특히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이 뚜렷하게 살아있는 3번 트랙 ‘리벤지(Revenge)’에서는 더더욱 그가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냐고? 통쾌한 공연으로 씻어내면 된다. 다음달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 라인업에 미쓰루 수토는 ‘특별한 친구’로 포함됐다. 보너스 하나 더. 카시오페아 내한공연에 이어 또 한번 근사한 드럼배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히로유키 노리타케도 ‘특별한 친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아키라 짐보에 이어 이번 상대는 사토시 반도다.1544-1555,1588-78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