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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그들은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 때때로 문맥에서 벗어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편향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한국정부의 관점에 대한 신뢰할 만한 표현을 얻기 위해 한국 매체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종종 뒤틀기,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인용이 발견된다.” 여기서 ‘그들’이란 한국언론이다. 표현만 완곡하다 뿐이지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조차도 한국언론은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낯뜨거운 비판이다. 한두 명이 이렇게 불평한 게 아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물었더니 공통적으로(consensus) 이처럼 말했다. 이어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는(frustrated) 미국 국방부 분석가의 증언도 나왔다.“한국측 소스는 미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미국정부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잘못 표현해서인지, 한국이 잘못 이해해서인지는 당신 판단에 맡겨둔다. 종합하자면 모든 것들은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shockingly bad)”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려는지에는 관심없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는 게 한국 언론이니,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만 유심히 보라는 통렬한 비판이다. 이런 증언들은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 페이퍼’ 편집인이 ‘미국 정책입안가와 평론가는 한국 관련 뉴스를 어떻게 얻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관료 등을 인터뷰한 결과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시스템의 현황과 개선 방향’ 국제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북핵위기·북한위폐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간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 파급력을 가진 강력한 이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한·미가 서로를 보도하는 행태가 ‘악순환’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보수적인 신문을 택해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한국 신문은 취재원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부나 기관·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이 별도 취재를 한다 해도 영어를 잘하는 지식인처럼 엘리트층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의 정보통제 아래서 생산된 미국 주류언론의 기사만을 중심으로, 그것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내용만 증폭한다. 이러면 미국 내 이라크 반전 세력이나 한국내 FTA반대 세력들에 대한 보도는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정 교수는 그래서 “상생의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두 얼굴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연구해온 스티븐 코스텔로 PGI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동북아정세와 관련돼 나름의 분석을 제시했다. 스티븐 회장은 한국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초한 실용적인 대북·대미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미간 마찰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정책을 별안간 역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외정책을 평가할 때는 “커다란 성공보다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이 한국정부를 비판할 때 기준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가을을 여는 ‘환상의 커플’

    ‘환상의 커플’이 ‘환상의 변신’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MBC 주말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의 후속작으로 준비되고 있는 ‘환상의 커플’에 오지호·한예슬·김성민·박한별이 캐스팅됐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역을 맡아 얼마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동시에 이로써 연기력 논란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은 1987년 커트 러셀과 골디 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환상의 커플(Overboard)’에서 설정을 빌려왔다.영화는 돈 많고 부유한 여인 조안나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평소 괴롭히던 가난한 남자 딘에게 앙갚음을 당하고, 서로 티격태격하다 사랑이 싹튼다는 줄거리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드라마 제작을 위해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였다. 그래서 드라마의 설정은 영화와 큰 차이는 없다.오만하고 도도한 귀부인 안나가 우연한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남자 장철수와 맺어지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그런데 이 뻔뻔한 남자 ‘장철수’를 배우 오지호가 맡았다. 잘 생긴 덕에 깔끔하게 이지적인 역할만 맡아온 데 비하자면 이색적이다.제작진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귀여운 면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부드러운 신사로 나왔던 김성민은 안나의 안하무인 행동을 다 받아내는 공처가 남편 역할을 맡았다. 무엇보다 1년 이상 쉬다 브라운관에 돌아온 한예슬과 박한별이 눈길을 끈다. 재벌가 상속녀 ‘안나’는 한예슬의 이미지에서 멀지 않지만, 기억을 상실한 뒤 선보일 ‘몸뻬’ 패션은 낯설다. 박한별은 청순가련하지만 똑부러지는 성격의 ‘오유경’으로 등장한다.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어온 이 두 여배우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쾌걸 춘향’과 ‘마이 걸’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강점을 드러냈던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극본을 쓰고,‘비밀남녀’ 김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환상의 커플’은 다음달 14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루카치·레닌의 부활

    루카치와 레닌이 돌아왔다. 루카치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교환가능한 물건처럼 다뤄버린다는 ‘물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비판에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고 레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실험했던 사람이다.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금 이들 얘기를 꺼냈다가는 “쯔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둘을 불러낸 사람은, 뜻밖에 3세대 비판이론가 악셀 호네트와 라캉주의자 슬라보예 지젝처럼 주목받는 대가들이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책을 통해 상품교환관계 분석에 머물렀던 물화 개념을, 사회관계에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물화-인정이론적 탐구’(나남 펴냄)에서 호네트는 ‘자본주의 사회=물화’라는 공식을 “대단하지만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소련 혁명의 성공에 도취돼 정밀하지 못하게 접근했다는 것. 그래서 호네트는 지나친 좌경화만 털어낸다면 여전히 루카치의 ‘물화’ 개념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진단하는 데 쓸 만하다고 주장한다. 불과 100여쪽이 채 못되는 짧은 본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밀한 논증으로 가득 차 있다. 정점은 자기물화 개념을 다루는 5장의 분석. 스승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모델을 다분히 ‘기능적’이라 비판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혁명이 다가온다’(길 펴냄)에서 지젝이 주목하는 레닌의 면모는 ‘실천’이다. 레닌은 실패했다는 좌파에게 지젝은 도발적으로 되묻는다.“그래서? 정치적으로 항상 옳기만 한,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너희들은 이제까지 도대체 뭘 했는데?”라고. 포스트식민주의이론,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급진적 대안들은 “여가시간에 혁명하는 급진적 멋쟁이”라 조롱받는다. 지젝은 1914년을 주목한다.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 좌파들은 반전투쟁 대신 애국주의 노선을 채택, 전쟁에 적극 협력한다. 노동자 국제연대를 통한 좌파혁명이라는 비전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 암흑의 시대를, 레닌은 불과 3년 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뒤집어버린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혁명을 창출해냈던 것이다. 전지구적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 그 광풍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듯 악전고투하고 있는 좌파들에게 레닌의 ‘실천’은 해법일까. 앉아서 그런 고민하느니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지젝의 호통이 들리는 듯하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역사왜곡 후엔 팽창전쟁 일본도 독일도… 중국도?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상황이 변하면 과거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원칙이 당연히 관철된다. 문제는 정도와 수준이다. 일정 선을 넘으면 재해석이라기보다 왜곡이 된다. 동북공정이 왜곡이라는 것도 선을 넘어서다. 자국의 안정과 통합을 넘어선, 중국이 진짜 노리는 바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그래서 나온다.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다. 돌이켜보면 역사왜곡이 팽창주의로 옮아간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게 일본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일본서기’를 재정비해 펴냈는데, 이 과정에서 조작됐다는 의혹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막부에 밀렸던 일왕을 일본 근대화의 중심으로 떠받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정말 조작했는 지와는 별도로 어쨌든 일본서기가 극우세력의 광적인 민족주의를 자극하는데 기여했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독일의 나치즘도 마찬가지. 나치즘은 그들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예 ‘종교적 숙명론’을 만들어냈다. 인종적으로, 또 지정학적으로 독일은 지배하는 나라가, 게르만족은 지배하는 민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물론 이는 2차대전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중국의 패권주의’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편승한 냉전적인 동북아전략에 가담하는 꼴이 될까봐서다. 다만 이게 공식적으로 제기되면 역사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연구자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길 꺼릴 뿐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동북공정 대응책 ‘패러다임 바꿔야’

    2년 만에 다시 불거진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논란은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 방식은 물론, 제대로 된 연구 축적물 하나 내지 못했다는 질타로 이어졌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깔고 있는 핵심 의도는 뭔지, 앞으로의 한반도의 전략적 관점에서 동북공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진단해 본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나 백두산 개발을 통해 노리는 의도와 관련,50개 소수민족을 거느린 ‘불안정한’ 중국이 소수 민족의 분리·독립이라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어적’개념의 역사통합운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거대한 공격 프로젝트란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김태호 한림대 교수는 17일 “동북공정은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2000년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승인한 일”이라면서 “현재 언론·정치권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두들겨 패기식으로 비판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의 작업은 민족 정체성과 역사적 귀속성을 완전히 깨는 의도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전쟁때 자신의 코밑 지역을 미국에 내줄 수 없다고 판단, 한반도 무력개입을 단행한 것처럼, 북한의 변고시 자신들의 영토적·정치적 영향력 주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던지는 대미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향후 동북공정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운회 동양대 교수는 ‘패러다임의 전환’ 외에는 동북공정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내다봤다. 바뀐 패러다임이란 ‘범한국인’ 개념을 뜻한다. 북방민족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시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발해 문제를 예로 들어 “지배층은 고구려계니까 고구려 계승국 아니냐는 유물사관을 내세우는 중국에서 중요한 것은 지배층이 아니라 피지배층인 말갈”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국사학계는 말갈을 무슨 야만족처럼 취급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이 북방민족을 불렀던 이름을 소중화사상에 빠져 있던 선조들이 그대로 다 받아들였고, 이 전통이 아직까지 국사학계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강경대응 방침에 반대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고대사는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얘기들이기에 폭발력이 더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기에 서로의 주장만 고집하면 더 강한 충돌만 반복될 뿐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법은 오랜 시간을 통한 대화뿐으로,‘최소주의’ 원칙으로 합의할 수 있는 쉬운 문제부터 골라 일단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인 정경희씨는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중국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개적으로 딱 부러지게 영토주권과 역사적 연고권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공정 문제는 학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문제이고 역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 문제”라면서 “연구자료를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운회 교수는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방민족 연구자들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고, 김태호 교수는 “한국에 고구려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4명뿐이란 황당한 사실부터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정·김재천·조태성기자 crystal@seoul.co.kr
  • 환경오염 유탄맞은 갯벌

    여기저기 나뒹구는 포탄의 잔해들과 그 사이를 자연스레 오가며 노니는 아이들. 흔히 격심한 내전에 시달리는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다. 바로 매향리 미군사격장. 지금은 사격장이 폐쇄돼 더 이상 사격연습은 없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18일 오후11시 방영되는 EBS의 환경전문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는 남겨진 매향리 사격장의 환경오염 문제를 집중 탐사한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는 54년간 사격장으로 쓰였다. 당연히 온갖 포탄과 설치된 목표물 등에서 흘러나왔을 금속물질로 인한 오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군은 오염을 다 정화하겠다는데, 정말 그럴까. 매향리 주민들의 생계터전은 원래 갯벌. 그러나 사격훈련장이 되고나서 갯벌은 완전히 파괴됐다. 조금만 품을 팔면 금세 한가득 얻을 수 있는 바지락을, 이제는 저 멀리 배를 타고 나가야 캘 수 있다.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좋은 것은 그동안 못하던 논밭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그런데 사격장이 거쳐가면서 갯벌도 절단났는데, 도대체 이 땅에다 무엇을 심을 수 있을까. 실제 매향리 앞바다 농섬에 들어간 취재팀이 발견한 것은 거대한 ‘포탄의 무덤’이었다. 하루 600여 차례 이어지는 사격 연습이 50년 이상 계속됐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탄피와 탄두에서 흘러나온 녹물과 중금속들은 그대로 바다로 녹아든다. 주민들도 인정한다. 당분간 여기서 키우거나 캔 것은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고 주민들이 완전히 주저앉아 버린 것은 아니다. 자신들 삶의 터전인데, 어떻게든 되살려야 한다. 땅에다 정성스레 퇴비도 넣고 바다 속에는 다른 곳에서 구해온 바위나 흙을 넣는다. 육상사격장 부지 29만평에는 ‘평화생태마을’을 세워서 후세들에게 교훈을 삼자는 의논도 하고 있다. 답답한 것은 무엇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데 있다. 매향리 주민들은 호소한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이라는 환경오염 조사와 정화 방법과 과정을 알려달라고.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취재진의 결론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일요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KBS1 밤12시30분) 명계남·성지루 같은 배우들이 관객들의 기대를 감히 외면하고 진지하게 연기하는 바람에 결국 흥행하지 못했던 ‘손님은 왕이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바로 ‘손님은 왕이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의 이발사 에드. 그냥 적당히 밥 벌어 먹고 살려다보니 이발소를 하긴 하는데 딱히 잘해보고 싶은 의욕 같은 것은 없다. 사랑스러운 아내 도리스는 바깥으로 나돌고, 그렇게 나도는 이유가 바람나서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무기력하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세탁소사업을 하자고 충동질하고, 아내가 바람피우는 사람이 바로 아내가 일하는 회사 사장 데이브라는 사실을 알고 작전을 꾸민다. 사업자금이나 마련해볼 요량으로 시치미 뚝 떼고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그만 이게 예기치 못한 상황을 불러온다. 협박한 사람이 에드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데이브는 에드를 죽이려 들고 티격태격하다 되레 자기가 죽어버린다. 얼떨떨해있는데, 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에드가 아니라 도리스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모든게 뒤죽박죽돼버린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이런저런 상황과 우연으로 점철된 삶이란, 어차피 알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도리스와 에드에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모든 것이 귀찮고 무료하기만 한 듯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과 내레이션에 줄담배만 피워대는 이발사 에드 역은 줄리 밥 손튼이 맡았다. 아내 도리스 역에서는 지금은 대스타가 된 스칼렛 요한슨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코언 형제기 감독을 맡은 영화답게 짙은 누아르 분위기에 블랙코미디가 잘 버무려져 있다. 감독에게 이런저런 상을 안겼던 출세작 ‘바톤핑크’(1991년), 최고의 폭력물 ‘파고’(1997년)에 이어 이 영화는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선사했다.2001년작,116분. ●쥬브나일(MBC무비스 오후 4시) 초등학교를 다니는 유스케와 친구들은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시골을 찾는데 여기서 희한한 로봇 ‘테트라’를 만나게 된다. 집으로 몰래 테트라를 데려온 유스케는 그에게서 전투용 로봇 조종법을 익히고 마침내 침입한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데…. 제목 그대로 아이들을 겨냥해 일본이 제작한 100억원짜리 SF영화. 일본 영화다운 경쾌함을 즐길 수 있고, 일본의 CG 기술력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2000년작,100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위대한 유산(XTM 낮12시 30분)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없다 싶을 정도로 임창정과 김선아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 혼자서도 잘 놀지만(?) 두 배우의 앙상블도 기대 이상이다. 미심쩍은 상황도 두 배우가 연기해버리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덜그덕거리는 대목이 아주 없진 않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단순 ‘조폭 코미디’수준은 훌쩍 뛰어넘는다. 각자의 집에서 형수와 언니로 출연한 신이와 조미령의 감초 연기와 김선아에게 마음을 품고 있던 중국집 배달원 공형진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 백수와 백조를 ‘참칭’하는 세력 창식(임창정)과 미영(김선아)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하는 일 없이 노닥거리니, 좋을 턱이 없는 주변 시선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가겟집 딸 미영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배우를 꿈꾼다. 창식은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일할 수 있는데도 눌러붙기, 빈대붙기로 허송세월이다. 그러니 얼마나 주변 시선이 따가울까. 버티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품은 절대 기 죽지 않는 배짱. 이것 하나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게 품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조폭이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곧 이어 증인을 인멸하려 드는 조폭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선 심각하다기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인터넷 소설 ‘백조와 백수’를 모티프로 삼았다는데 단순한 코미디로도 볼 수 있지만 빈털터리에 눈칫밥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 청년실업자에 대한 페이소스가 보통은 넘는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출생의 비밀과 ‘위대’하다기보다 ‘거대’한 유산에 집착하는 쪽으로 두 배우들의 동선이 쏠리는 것은 ‘로또 열풍’이나 ‘바다 이야기’ 같은 퇴행적인 한탕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찜찜함도 남긴다.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 오 감독은 후속작 ‘파 송송 계란 탁’에서도 임창정과 호흡을 맞췄다.2003년작,11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머시니스트(KBS2 밤 12시25분) ‘아메리칸 싸이코’의 연쇄살인범,‘이퀄리브리엄’의 건카터 액션으로 눈에 익은 크리스천 베일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1년 정도 불면증에 시달린 기계공 트레버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사과 한알, 커피 한잔으로 30㎏가량 감량했다. 이런저런 스토리도 있고 반전도 있지만 뭐라해도 영화의 압권은 산업화사회 육체노동자의 모든 것을 몸뚱이 하나로 드러내보이는 트레버라는 캐릭터 그 자체.2004년작,101분.
  •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의 다양성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이자 주필인 이냐시오 라모네(64)의 말이다.61개국에 200만부가 팔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주로 지식인층을 겨냥한 국제문제 전문월간지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 격이다. 라모네 주필이 한국어판 발행 기념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늘날 매체들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각기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비슷비슷하거나 심지어는 똑같기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신껏 ‘독창’하지 않고 모두 ‘합창’하고 있는 상황인 것. 그 배후에는 거대미디어재벌이 놓여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프랑스 언론들도 전투기나 미사일을 생각하는 다소 같은 거대 군수기업이나 로스차일드가문 같은 거대자본이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당연히 대외관계 등에 있어서 호전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요.” 평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우려는 심각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르몽드, 그리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두 매체 자체가 1·2차세계대전으로 인한 충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라모네 주필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비판정신의 회복을 언급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1대 주주는 51%의 지분을 가진 르몽드 편집인 200여명이 모인 단체이고 독자조합(25%)과 직원조합(24%)이 2·3대 주주다.“이런 게 편집자와 독자가 함께 소유한 이상적인 모델이지요.” 뉴미디어의 높은 파고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었다.“월간지는 일간지와는 달라요. 폭 넓고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지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은 기존 신문보다 조금 작은 베를리너판형으로 월1회 40면씩 발행되고 1부당 가격은 7000원이다. 번역기사 70%, 한국판 편집진의 취재기사 30%가 실린다. 또 인터넷 서비스는 조만간 유료화해 인쇄매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고급독자를 겨냥한 월간지가, 그것도 유럽식 모델이라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것처럼 여기는 한국 풍토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발달장애우에게 음악을”

    이들에게도 음악을, 그리고 관심을. 돋움음악회는 15일 오후 8시 마포문화센터에서 발달장애우들을 위한 재즈듀오콘서트를 연다. 젊은 재주꾼 성기문(피아노)과 이검(베이스)이 함께 나서는 무료콘서트다. 물론 참가하는 음악인이나 스태프도 모두 무료봉사다. 돋움음악회는 발달장애우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돋움공동체가 진행하는 음악회다.돋움공동체의 목표는 발달장애우와 그 가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발달장애는 영화 ‘말아톤’의 흥행 덕분에 널리 알려진 자폐증이 대표적이다. 이 장애는 치료의 부담에다 사회적 편견까지 견뎌내야 하는 이중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돋움공동체는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모임이다. 돋움음악회는 10월에 이브닝콰이어,11월 문록선(플루트) 연주회에 이어 12월에 송년음악회로 매달 개최하는 무료 콘서트의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현정,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주연

    고현정,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주연

    “치마 속에는 무엇이 있지?” “속치마요.” “그러면 속치마 속에는?” 거침없는 눈길을 쏘아대는 이혁재 나으리의 음탕한 질문에, 신음소리까지 섞은 교태로 응대한다. 에로틱지수가 치솟을 것만 같은 이런 장면은 대개 감초 배우들의 몫이다. 그런데 여배우 얼굴을 보니 고현정이다.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고수할 것만 같은 톱스타가? 고현정은 20일부터 시작하는 MBC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음란잡지 ‘쎄시봉’의 열혈 기자 고병희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 ‘열혈’이란 어떻게 하면 좀 더 음란할 수 있을까를 불철주야 연구한다는 뜻이다. 밥 먹을 때도 걸을 때도 출근길에도, 앉으나 서나 어떻게 벗길까 하는 생각뿐이다. 좀 더 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꿈꾼 장면이 바로 주몽세트장에서 벌어지는 이혁재와의 러브신이다. 원래 상상력이란 타는 목마름에서 나오기 마련. 정작 본인은 서른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다. 국민드라마로 떠올랐던 ‘내 이름은 김삼순’을 쓴 김도우 작가의 작품이니 언뜻 김선아의 캐릭터를 떠올리면 된다. 권석장 PD는 아예 한술 더 뜬다.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누나만 있더라는, 정말 오래된 남학생들의 화장실 얘기를 발전시킨 게 이번 드라마란다. 정말 고병희는 실제 친구의 동생이자 자동차 정비공인 박철수(천정명)와 덜컥 하룻밤 사고를 치고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한마디로 엉뚱하고 주책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우아한 공주처럼만 보이는데 배우로서 그런 이미지는 깨고 한번 망가져야 한다.”는 윤여정의 강력한 추천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만큼 고현정도 각오와 기대가 대단하다.“처음 대본받았을 때 캐릭터에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무엇보다도 발을 땅에 디딘 듯한 현실감이 마음에 들었고 또 사랑스럽고 살가운 역할이잖아요. 또 겸손하게 하면 잘 되지 않을까 기대도 했고요.” ‘섹시&코믹’으로만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일상에서 나름 진지한데 진지할수록 더 웃길 때가 있는…. 고병희도 보면 내가 뭐하면서 살아 왔지하는 고민도 있는,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인데 옆에서 보면 그 모습이 웃겨보이는 거죠. 그런 생각으로 연기해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류로 점철된 동북공정

    2003년에 이어 다시 한번 동북공정 광풍이다. 동북공정 연구팀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간의 연구성과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고구려연구회(회장 한규철 경성대 교수)는 이 동북공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학술대회를 14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연다. 동북공정은 상고사에서 근대사까지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작업이다. 중국이 이 크나큰 작업을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만에 뚝딱 끝내겠다고 나설 수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이라는 단순한 원칙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북공정 연구성과라는 것도 한꺼풀만 벗겨보면 숱한 오류와 모순으로 점철돼 있다는 게 발표자들의 주장이다. 동북공정은 우선 단군조선은 거짓이고 중국 은(殷)·상(商)나라 사람들이 세운 기자조선이 첫 국가였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기록들에서 유리한 부분만 편집한 억지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 고구려가 존속한 705년 동안 중국에서는 35개 왕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중앙정권은 이처럼 부침을 거듭했는데 지방정권은 수백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우스꽝스러운 논리다. 발해가 말갈족의 나라라서 고구려와 무관하다는 주장 역시 ‘말갈’이 동북지역 주민들을 중국이 낮춰 부르던 말이라는 점을 무시한 끝에 나온 논리다. 동시에 동북공정은 중국과 이웃 나라들이 맺은 조공·책봉 개념을 곧 지배·예속 관계라 주장한다. 그러나 조공·책봉은 그 당시 국제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는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을 외면한 것이다.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동북공정은 중국을 무려 1만년의 역사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면서 “그렇기에 왜곡에 대한 단편적인 분석보다 새로운 사관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관심은 이제 곧 등장할 동북아역사재단에 모아진다.9월초 선임된 김용덕 이사장은 이사진 구성 등의 작업을 늦어도 20일까지는 마무리짓고 재단을 공식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단순히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한 예로 재단은 출범도 하기 전에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그럴 것까지 있었느냐는 것이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연구역량이나 성과는 물론 인적구성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또 고구려연구재단이 출범할 때부터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포괄적인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리얼리티 3편 ‘시즌5’ 안방 컴백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3편이 한꺼번에 새단장해서 찾아온다.‘아메리칸 아이돌’은 13일,‘도전!슈퍼모델’은 16일,‘어프렌티스’는 18일부터 온스타일 채널에서 시즌5를 선보인다. 2002년부터 폭스TV가 제작해온 ‘아메리칸 아이돌’은 매회 25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 미국 전역에서 응모한 10만여명의 가수지망생들 가운데 치열한 예선전에서 살아남은 본선 후보자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쟁을 벌인다. 최종우승자에게는 데뷔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 팝스타 폴라 압둘, 음반사 부회장 랜디 잭슨이 심사위원이다. 슈퍼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제작자 겸 진행자 겸 심사위원으로 나선 ‘도전!슈퍼모델’은 36명의 본선후보들이 최종 오디션을 겪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비버리 힐스의 호화 주택에서 합숙하면서 워킹과 촬영과 체력훈련은 물론, 사교법까지 동시에 익히는 강도높은 훈련을 받았다. 최종우승자에게는 모델에이전시의 강력한 후원과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 계약 등이 뒤따른다. 이번 우승자는 타이라 뱅크스와 잡지 ‘엘르’ 표지를 장식했다고 한다. 부동산·카지노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회사에 쓸 CEO를 직접 뽑는 ‘어프렌티스’는 후보자 100만명 가운데 추려진 18명이 경쟁을 벌인다. 학력·경력 등에서 빠질데라고는 없는 인재들이지만 15주 동안 트럼프가 내는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면서 CEO로서의 자격을 검증받는다. 물론 최종 우승자는 실제 트럼프 계열사의 CEO직책과 함께 수십만 달러의 연봉도 보장받는다. 이번에는 팀을 트럼프가 구성하는 게 아니라 두 명의 팀장이 팀을 구성해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들 세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 해도 두가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답게 매몰차게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냉정함과 그럼에도 조금 극단적으로 치닫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과 달리 모두에게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둔 개방성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리영희 선생 전집 나왔다

    리영희 선생 전집 나왔다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리영희(77) 선생의 50년 저작활동을 결산하는 ‘리영희 저작집’(한길사 펴냄)이 출간됐다.‘전환시대의 논리’(1974년)에서부터 ‘우상과 이성’(77년),‘80년대의 국제정세와 한반도’(84년),‘自由人, 자유인’(90년)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94년)를 거쳐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200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12권이다.‘8억인과의 대화’,‘10억인의 나라’,‘중국백서’ 등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독자적인 저술이 아니라 번역 등으로 이뤄진 책은 제외됐다.2000년 병으로 쓰러져 구술로 쓰여진 ‘대화’ 이후 나왔던 단편적인 글들이나, 미발표 원고들은 마지막 12권 ‘21세기 아침의 사색’으로 묶였으니 완전한 전집이다. 57년 육군소령으로 예편한 뒤 합동통신사 공채시험에 합격한 리영희 선생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와 세계적인 냉전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뛰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료를 찾아 기사를 써낸 기자다. 그렇기에 1972년 한양대에 자리잡으면서 인식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저서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리 선생은 일련의 저작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우상들로 냉전에 편승한 반공·숭미사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이 때문에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여러차례 해직·구속을 반복했고 ‘의식화의 원흉’으로도 꼽혔지만, 반대쪽에서는 ‘시대의 양심’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국언론재단은 18일 프레스센터에서 리영희 선생을 위한 출간기념회도 연다. 시인 고은이 전집 발간 기념으로 쓴 글에서처럼 그는 ‘우리 모두의 기념’이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표현처럼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학계에 부는 새 역사 접근법 ‘일상사’ 바로보기 이송순 박사

    사학계에 부는 새 역사 접근법 ‘일상사’ 바로보기 이송순 박사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일상사에 정작 일상은 없다? 무슨 철지난 말장난인가 싶은데, 최근 부는 일상사 열풍을 이송순 박사(근현대사·고려대 강사)는 이처럼 꼬집었다. 일상사란 최근 탈근대론과 맞물려 각광받고 있는 역사 접근법. 특정 인물이나 제도·구조의 변동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삶으로 역사를 보자는 것이다. ●민중·대중의 삶으로 역사보기에는 공감 이 박사도 일상사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말로는 역사를 이끄는 것은 대중·민중이라면서 실제 역사 연구는 그렇게 이뤄져오지 않았죠. 민중·대중을 도리어 이용해먹은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일상사가 나옵니다. 역사를 이끌었다는 대중·민중이 과연 어떻게 살았느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일상사도 결국 개인의 삶을 구조·제도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친다. 문제는 이런 연구성과가 없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시대상을 보지 못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만 찾는,‘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식민시기 일상사 연구를 들었다. 식민시기에 ‘착취 VS 독립운동’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근대성도 나타났다고 주장한다.“그런 연구에서 참조하는 게 당대의 신문·잡지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 조선에서 신문·잡지를 만들고, 구독해보는 사람이 어떤 계층일지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이 당시 조선사회의 표준일까요.” 당시 신문·잡지를 만들고 이를 사보던 사람들이 그 시기 ‘일상’이냐는 질문이다. 압구정동 오렌지족이 20대 대한민국 남성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1940년대 전 시기에 일제가 유언비어를 단속한 기록이 있는 데요, 여기 실린 유언비어라는 게 정말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만큼 보통사람들에게 일제통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겁니다.” ●대안 없이 기존 역사연구법 대체할지 의문 궁극적으로 일상사가 기존의 역사연구방법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일상사는 탈근대이론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근대를 비판할 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탈근대론의 문제가 그대로 일상사에 적용됩니다. 기존 역사접근법을 비판한 그 다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실제 일상사 연구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1960년대 ‘역사작업장’운동으로 일상사 붐이 일었다. 랑케의 실증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이었기에 그 반작용으로 발생했던 것. 이 운동은 국문학·사회학 중심의 우리나라와 달리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진중하게 추진됐음에도, 독일통일 같은 초대형 이슈를 만나면서 사실상 와해됐다. ●근대비판적인 연구영역 더 개발해야 이 박사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사는 근대비판적인 연구영역을 더 개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젠더, 성적 소수자, 장애인, 아동 등 소외받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연구와 근대·자본주의·민주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는 연구 등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파문에서 보듯 탈근대에서 출발한 일상사 연구가 거꾸로 근대지상주의 논리에 포섭당하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조금 더 세심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이제 일상사 연구가 대안’이라는 주장은 성급한 오류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박사의 결론이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혈의 누(채널CGV 오후10시) 사극, 그것도 추리물임에도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19세기 조선시대, 제지업으로 먹고 사는 남해안의 외딴 섬 동화도가 배경이다. 어느날 정부에 바칠 종이가 실린 배가 불타고, 정부는 진상조사를 위해 수사관 이원규를 파견한다. 그러나 화재 사건도 해결하기 전에 잔혹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터진다. 섬마을 사람들은 몇년 전 억울하게 죽었던 사람의 원한을 거론하며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수사관 이원규마저 마을사람들의 동요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혈의 누는 여러 면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포인트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집단적인 공포, 무리·군중의 공포를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하는 대목. 대종상 의상상을 받은 작품답게 어떤 개념이나 이미지가 어떻게 옷을 통해 표현되는지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다. 여기다 영화 내내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음울하게 깔리는 음악 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다음으로는 19세기 말엽 조선시대의 풍속을 스케치하는 대목. 살인과 관련한 전문용어 같은 소소함에서 무너져가는 양반사회를 그리는 스케일까지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또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코믹배우로 커리어를 쌓아왔던 차승원이 냉정한 수사관 역할을 맡아 정극 배우로 변신했다. 또 용의자로 차승원과 대결했던 10년차 조연 배우 박용우가 이 영화를 통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지막은 아무래도 동질성의 신화 속에 숨겨진 폭력성이다. 조그마한 섬에서 갇혀 지내오다시피 한 사람들은 이웃집 밥상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다 알며 지낼 법도 하다. 그런 동네이기에 표면상으로 동질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지어야만 했던 표정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말 못할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불온감, 그 풍경을 그려봐야 한다.2005년작,119분. ●애프터 선셋(MBC 밤12시55분) 세계 최고의 커플 보석도둑 맥스와 롤라는 마지막으로 한탕하고 초야에 파묻혀 산다. 이들을 잡아보는 게 소원인 FBI요원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이들이 사는 곳까지 악착같이 찾아가 한번만 더 훔치라고 부추긴다. 편안한 생활이 지루해진 맥스는 롤라가 아무리 말려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007시리즈에 유머를 섞었다는 호평과 근사한 두 주연 피어스 브로스넌, 셀마 헤이엑을 빼면 볼 게 없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2004년작,9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다운 바이 로(MBC무비스 밤1시) ‘브로큰 플라워’로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 감독의 초기작.1982년 찍다 남은 자투리 필름으로 만든 ‘천국보다 낯선’ 단 한편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독립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내놓은 후속작이다. 화려하고 다채롭게 포장된 미국의 이면을 꺼칠하면서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으로 담아내는 짐 자무시 감독의 손길이 그대로 살아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당연히 우거진 수풀이 그려지지만 감독은 아주 황량하게 보이도록 연출할 뿐 아니라, 아예 흑백으로 찍어버렸다. 또 짐 자무시다운 점은 로드무비 성격. 항상 경계선 언저리에서 불안하게 떠다니는 사람들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 감독답다. 영화는 루이지애나 감옥에서 두 남자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 둘은 그다지 썩 사이가 좋지 않다. 둘 다 모함받아 억울하게 감옥에 온데다 이름까지 똑같다. 한 명은 잭(Jack), 또 다른 한 명은 잭(Zack). 이 때 진짜 살인을 저지른 괴짜 이탈리아 사람 로베르토가 나타나면서 둘의 인생은 바뀐다. 탈옥을 모의하게 되고 그래서 마침내 성공한다. 다 따로 놀 것만 같던 두명의 잭이 감옥에서 한데 만나 합쳐지고, 여기에 로베르토가 등장하면서 다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조다. 그런데 이들 배우들이 주고받는 내용이 흥미롭다. 두 명의 잭을 각각 연기한 존 루리와 톰 웨이트는 실제 음악가들인데, 그래서인지 연기가 투박해 보이고 때로는 썰렁한 농담까지 불사한다. 여기다 로베르토는 이제 막 수첩에 적어가며 영어를 한창 배우는 단계. 그래서 말장난이라 하기도 뭣한, 희한하고 몽환적인 대사들을 마구 쏟아낸다. 가만히 들어보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흑백톤의 영화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 참고로 이 작품으로 짐 자무시 감독은 촬영감독 로비 뮐러를 얻었다.1986년작,107분 ●키 라르고(EBS 오후 2시20분) 금주법과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고전 갱스터 영화. 갱스터 영화 시대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배경은 플로리다 해변의 한 섬. 쫓겨났던 갱스터가 호텔을 차지하기 위해 되돌아오고 전우의 부인을 찾아왔던 퇴역 군인은 이들에 맞서 싸운다.‘악’이란 무엇인지 눈여겨볼 만. 필름 누아르 시대 주연으로 우뚝 선 험프리 보가트의 조연 때 모습을 볼 수 있다.1948년작,100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ook Review] 건국 공간속의 외세 다시보기

    오래된 풍경 하나. 남한은 북한을, 북한은 남한을 소련과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긴다. 남북은 미국과 소련의 후원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정부였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기만 했을까. 가르마를 타 한쪽으로 머리카락을 빗어넘기는 단정함은 머리카락의 자연스러운 숨결을 반드시 죽게 한다. 풀이과정 없이 답안만 앙상하게 남는 격이다.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창비 펴냄·이하 ‘신화’)와 ‘북조선 탄생’(서해문집 펴냄·이하 ‘탄생’)은 역사의 머릿결을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되살려 놓은 책이다.‘신화’는 국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한·미 관계를 분석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노작이다. 찰스 암스트롱 미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센터소장이 쓴 ‘탄생’은 흔히 90년대 초반 소련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부정·극복됐다는 브루스 커밍스류의 수정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선 ‘신화’를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은 미국 자체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와 동북아 전략이라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줄타기한 국가라는 것이다. 지금 부시 정부야 주먹질이 전부인 줄 알지만, 냉전기 미국 정부는 공산진영에 대한 ‘봉쇄(Containment)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를 굉장히 꼼꼼히 따졌다는 것. 흔히 말하는 ‘세계여론’에 민감했던 이유다. 그러니 자연스레 미국의 대외정책은 시기와 국면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이 유동성이 바로 한국의 자율공간이다. 한국은 과연 이 빈 공간을 잘 이용했을까. 저자는 부정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을 무조건 퍼주는 ‘우방’이나 언젠가는 다 먹어치울 ‘제국’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봤기 때문. 그러니 미국의 대한 정책에 잘 대응하지도 못하고, 지나온 대미 관계에서 교훈도 얻지 못한다. 세세하게는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발전이론가 로스토를 재조명한 4부와 박정희 정권 때 미국의 집요한 김종필 제거전략과 역풍을 다룬 5부가 흥미롭게 읽힌다. 역사의 숨결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탄생’은 더 많은 눈길이 간다. 저자는 북한 건국의 키워드로 ‘민족주의’와 ‘혁명’을 제시한다. 원제가 ‘북조선 혁명(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이다. 국가 성립기 북한은 가장 급격한 사회변화를, 그것도 동유럽과 비교했을 때 아주 토착적인 방식으로 추진했다는 것.‘북한의 소비에트화’가 아니라 ‘소비에트의 북한화’였고, 그 중심에는 민족주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금도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도 소련에 의해 세워진, 소련을 아주 가져다 베낀 나라가 아니라 이런 북조선혁명의 특성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를 포갠다. 지금 북한 형편이야 어처구니없지만,1950년에는 지금의 상황을 예측이나 했겠느냐는 게 저자의 반문이다. 어쨌든 남한은 성공했으니 훌륭했고, 북한은 실패했으니 절대악이라는 희한한 논리가 학문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불온’할 수 있겠다. 번역자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이정우(‘통일한국’ 편집장)가 여기저기 ‘이 책의 논의는 전적으로 학술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대목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미 승패가 확연히 갈린 상황에서 이런 북한연구 성과 소개마저 조심스럽게 만드는 남한의 상황은, 트라우마일까 콤플렉스일까. 각각 1만 7000원,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화제] 세상을 향해 날린 그녀들의 ‘아우性’

    [주말화제] 세상을 향해 날린 그녀들의 ‘아우性’

    #장면1 “아유∼ 또 본다 또 봐. 날 보고 얘기해.(고개 숙인 뒤 잠시 침묵하다 두 손으로 가슴을 쥐고 흔들며) 왜 내 가슴 보고 얘기하는 거야. 난 눈을 맞추고 얘기하고 싶다고.” #장면2 “나의 20대는 가슴 크기와 사랑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것을 알아가던 암울했던 시기였어.(중략)내가 이 가슴보다 얼마나 더 큰 가슴으로 사랑하는지 알아?” 8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6층 공연기획사 쇼노트 사무실에서 열린 연극 ‘굿바디’ 오디션 현장. 지원자 200명에서 추린 40여명의 여자 배우들이 온 몸을 던져 펼치는 연기에 심사위원들은 “까르르…” 넘어간다. 이지나 연출가는 숫제 발까지 동동 구른다. 배우들의 연기가 코미디여서가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어서다. 여자로서 20∼30년 이상 살면 누구나 한번은 겪었던 경험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다. 남자들치고 배우들이 날리는 대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아∼ 그래.”라고 낄낄대며 무릎칠 수밖에. ‘굿바디’는 얼짱, 몸짱, 피부짱 등 신체에 열광하는 사회를 여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작품으로 여성의 성기를 다룬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유명한 이브 앤슬러의 후속작. 남자와 세상의 눈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긍정하자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만큼 이날 오디션은 말 그대로 여배우들의 ‘살풀이’이자 ‘해방구’였다.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들이 1∼2분짜리로 준비해 온 자유대본은 드러내놓고 말 못했다뿐 자기 몸에 대해, 그리고 그 몸을 바라보는 남자들에게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가슴이 작고 몸매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선이 안 살아난다.”는 주변의 눈총, 똑같이 대본분석하고 고생해도 예쁘고 섹시하기에 “쟤는 뺀질댄다.”는 시샘을 받아내야 했다. 이지나 연출가는 “오늘 오디션 자체가 한편의 연극”이라며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윗옷 윗부분을 내리며)이 찾기 힘든 쇄골뼈는 은밀한 맛이 있고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는 완전히 일자라인으로 완전히 심플한 데다 (옆으로 돌아서서는) S라인보다 더 완벽한 B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엉덩이가 평평해서 완벽하게 B라인을 받쳐주죠.”라는 작고 통통한 참가자의 연기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여성들과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11명의 배우가 자신의 몸에 대해 얘기하는 ‘굿바디’의 한국 공연에는 11명의 캐릭터를 3명으로 압축해 무대에 올릴 예정. 오디션을 통해 1∼3명을 뽑아 11월17일부터 내년 1월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겨울아이’ ‘사랑으로’ ‘마법의 성’ 등 대중가요 중·고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사랑으로‘,‘마법의 성’,‘겨울아이’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대표 애창곡?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학생중심의 7차 교육과정 기준에 따라 발간된 음악교과서에 실린 대중가요들이다.7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0종의 중·고 음악교과서 가운데 이런 대중음악을 실은 교과서는 교학사, 아침나라에서 출판한 교과서 등 모두 18종이다. 이주호가 작곡한 ‘사랑으로’는 아침나라, 태성, 성안당, 교학사에서 각각 출판한 중1·2 및 고교 2·3학년 음악교과서 등 4개 교과서에 실려 있다. 김광진이 작곡한 ‘마법의 성’은 지학사에서 펴낸 중3음악교과서, 박영사와 현대음악에서 펴낸 고1음악교과서 등 모두 3개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한돌이 작곡한 ‘터’와 박장순 작곡의 ‘겨울아이’, 하광훈 작곡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는 각각 2개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한번씩 수록된 대중가요로는 송창식 작곡의 ‘우리는’, 조용필 작곡의 ‘여행을 떠나요’ 등이 있다. 고 2·3학년 선택과목인 교학사에서 출판한 음악과 생활의 경우,‘대중음악’단원이 있어 대중가요의 변천을 한눈에 알 수 있다.1920년대 ‘사의 찬미’,1930년대 ‘눈물 젖은 두만강’,197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요로 ‘발해를 꿈꾸며’의 악보가 실려 있다. 이주호의 ‘사랑으로’와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학습활동 코너 등 쉽게 들을 수 있는 대중가요를 통한 음악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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