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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선사관’ 식민사관이냐 아니냐

    딜레마다. 가령 광해군을 두고 벌어진 이덕일-오항녕 논쟁이 그랬다.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한국사를 왜곡한 식민사관의 뿌리를 조선 후기 노론사관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광해군을 끌어내린 인조반정을 그 시초로 꼽았다. 오항녕(수유너머 구로 연구원)은 광해군을 숭상하는 것이야말로 식민사관이라 되받았다. 광해군은 심각한 내치 실패로 인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정권이었는데, 명·청 교체기에 중립외교를 폈다는 이유만으로 광해군을 재평가한 것은 바로 일제 식민사학자들이었다는 주장이다. 상반된 주장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비판의 근거를 양측 모두 식민사학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이런 딜레마를 다룬 논문이 한국고대사학회 주최로 22~23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산장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식민주의적 한국고대사 인식의 비판과 과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고구려 별자리 연구자로 유명한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의 ‘일제 시기 고구려·발해사 연구 동향’이다. 김 교수는 일제시대 편찬된 ‘조선사(朝鮮史)’에 주목한다. 왕조가 교체된 뒤 뒷 왕조가 앞 왕조에 대한 기록을 남기듯, 삼국사기는 고려 때 지어졌고 고려사는 조선 때 지어졌다. 일제 역시 1925년 조선사편수회를 조직, 1932년부터 1938년까지 35권에 이르는 조선사를 펴냈다. 준비기간과 색인작업까지 합치면 편찬작업에 16년을 들였다. 그런데 이 과정을 들여다 보면 묘한 일이 있었다. 일단 초기에는 조선을 ‘깔아뭉개야’ 하는 일제의 입장이 반영돼 한국 고대사 깎아내리기에 열중했다. ‘조선반도사관’에 따라 고대사를 모두 조선반도 안에 구겨넣고 임나일본부를 지어냈다. ‘망인(亡人)의 관점’도 등장한다. 고조선은 중국에서 도망온 기자와 위만이 만들었고, 고구려는 부여에서, 발해는 거란에서, 청나라는 조선에서 도망간 사람들이 만든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다 일제가 만주를 점령하면서 변화가 생긴다. 이제 일본은 만주로 조선인들을 이주시켜야 했다. 조선에 이어 만주 진출도 합리화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만주와 조선은 역사적으로 하나였다는 만선사관(滿鮮史觀)이다. 일제가 조선을 먹었으니 원래 조선의 선조였던 고구려와 발해 영역은 당연히 일제에 귀속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중국,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 역설적인 상황을 준다. 김 교수는 “조선과 만주의 역사주권을 일본의 종주권 아래 두려 했던 만선사관이 식민사관의 극복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통일적 다민족론에 따른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되레 만선사관과 비슷한 지점에 있어야 하는 역설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식민사관이냐 아니냐, 뜨거운 이분법이 만들어낸 역설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시간의 마술사’ 코젤렉의 개념사 역작 나왔다

    ‘시간의 마술사’ 코젤렉의 개념사 역작 나왔다

    ‘시간의 마술사’ 혹은 ‘개념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역사학자 라인하르트 코젤렉(1923~2006)의 역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푸른역사 펴냄) 가운데 다섯 권이 처음으로 국내 번역되어 나왔다. 2005년 개념사 연구 개시를 선언하고, 2007년 ‘동아시아 기본개념사 연구’에 본격 착수한 한림대 한림과학원(원장 김용구)의 작품이다. 책의 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 1972년 동료 학자들과 편찬작업에 들어가 1997년까지 25년 동안 모두 8권, 7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내놓은 결과물이다. 모두 119개의 기본 개념을 다뤘으나 이번에는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 5개 개념만 골라 우선 번역했다. 코젤렉의 기본 아이디어는 “역사는 보고하고, 문학은 창작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의 전통적 관념이 근대 들어와 뒤집어졌다는 데 있다. 원래 역사란 과거에 있었던 단편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들어 사람들은 역사에다가 내적인 통일성, 논리적 일관성 같은 문학적 특성을 덧씌우면서 도도한 역사주의 물결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직선상으로 나아가는 인류의 진보라는 거대한 시간관념은 이런 역사주의의 산물이다. 코젤렉은 대략 1750~1850년 즈음을 이런 개념상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로 보고, 이때를 ‘문턱의 시대’ 혹은 ‘말안장의 시대’라 불렀다. 따라서 개념사 작업은 이 시점을 전후해 문명·문화·진보·제국주의 같은 단어와 그 뜻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했는지, 사회적 역사적 배경까지 버무려 추적하는 작업이다. 단어를 볼 때 단어 뒤에 숨어 있는 힘의 역학관계까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런 독특한 연구방식은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고, 유럽연합 차원의 ‘유럽정치사전’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념사 작업이 관심을 끈 것은 인문사회학의 기본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예컨대 아직도 우리 관공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작업을 ‘민원(民願)실’에 맡겨두고 있다. 세금 받는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를, 마치 백성들이 원하니 선심을 베풀 듯 들어준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곳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에서 발생한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 개념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소통되고 있는가.’라는 것은 좋은 개념사적 질문인 셈이다. 한림과학원은 ‘만국공법’, ‘국가·주권’, ‘헌법’, ‘ 국민·인민·시민’, ‘민족·민족주의’ 등 한국 개념사 총서를 이미 내놓았다. 10년 동안 80권을 내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한국의 개념과 중국·일본의 개념을 비교하는 동아시아 기본개념사 연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고지현 한림대 HK연구교수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각종 개념들은 식민지 경험 때문에 몹시 단절적인 데다, 직접 생산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것을 수입한, 그마저도 일본 등 주변 국가를 경유해 받아들인 것이어서 대단히 복잡하고 중의적”이라면서 “때문에 개념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해둬야 인문학의 기초가 튼튼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코젤렉의 119가지 개념 가운데 5가지 개념만 우선 번역한 것도 한국에 영향을 끼친 기본 개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것만 고른 것이다. 한국의 개념사 연구에 참고하라는 의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울산 ‘핫팬츠 변태’ 1년 만에 검거

    울산 여고생과 경찰이 찰떡 호흡을 맞춰 ‘핫팬츠 변태’를 검거했다. 21일 울산 중부경찰서는 울산 북구 호계동 일대에서 이른 아침시간에 등교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1년 여 간 변태행위를 일삼던 30대 김모씨(39)의 검거 소식을 알렸다. 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 20일 오전 7시10분께 호계동 골목을 통해 등교하는 18살 송모양과 한모양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신고 됐다. 두 여고생들은 침착하게 112로 “변태가 나타났다.”고 신고했고 이 지역에 변태성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등교시간에 맞춰 순찰을 돌던 경찰은 신고 직후 곧장 해당 장소로 출동했다. 여고생들은 사라진 김모씨에 대해 “엉덩이 바로 밑까지만 오는 짧은 핫팬츠에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 사이 김씨는 100m정도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 앞으로 장소를 옮겨 신체의 일부를 공개하는 변태 행위에 몰입해 있었다. 김씨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도주하려 했지만 ‘핫팬츠’라는 튀는 옷차림 때문에 바로 붙잡혔다. 김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는 1년 전부터 이 일대 중ㆍ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여학생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해왔으며 독특한 옷차림으로 ‘핫팬츠 변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경찰은 “김씨의 차에 일반적인 바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울산 ‘핫팬츠 변태’ 1년만에 검거…여고생-경찰 ‘합동작전’

    울산 여고생과 경찰이 찰떡 호흡을 맞춰 ‘핫팬츠 변태’를 검거했다. 21일 울산 중부경찰서는 울산 북구 호계동 일대에서 이른 아침시간에 등교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1년 여 간 변태행위를 일삼던 30대 김모씨(39)의 검거 소식을 알렸다. 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 20일 오전 7시10분께 호계동 골목을 통해 등교하는 18살 송모양과 한모양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신고 됐다. 두 여고생들은 침착하게 112로 “변태가 나타났다.”고 신고했고 이 지역에 변태성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등교시간에 맞춰 순찰을 돌던 경찰은 신고 직후 곧장 해당 장소로 출동했다. 여고생들은 사라진 김모씨에 대해 “엉덩이 바로 밑까지만 오는 짧은 핫팬츠에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 사이 김씨는 100m정도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 앞으로 장소를 옮겨 신체의 일부를 공개하는 변태 행위에 몰입해 있었다. 김씨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도주하려 했지만 ‘핫팬츠’라는 튀는 옷차림 때문에 바로 붙잡혔다. 김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는 1년 전부터 이 일대 중ㆍ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여학생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해왔으며 독특한 옷차림으로 ‘핫팬츠 변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경찰은 “김씨의 차에 일반적인 바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 = 온라인 쇼핑몰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친정서 고소당한 딸 심정” 김미화 경찰 출석앞서 기자회견

    “친정서 고소당한 딸 심정” 김미화 경찰 출석앞서 기자회견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KBS로부터 고소당한 방송인 김미화씨가 19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피고소인 자격으로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김씨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실제로 확인했는지, 했다면 누구를 통해서 가능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씨는 조사에 앞서 “진실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서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녹색연합 회원들이 찾아와 김씨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경찰 출두에 앞서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친정집에서 고소당한 딸의 심정”이라고 말문을 연 김씨는 “4월 KBS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공개한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문서에 내가 기피인물로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정말 블랙리스트라는 게 존재해서 내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 적어도 물어볼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태성·김양진기자 cho1904@seoul.co.kr
  • 친환경녹색기술 구경해볼까

    친환경녹색기술 구경해볼까

    EBS ‘다큐10+’는 2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10분부터 다큐멘터리 ‘친환경녹색기술 3부작’을 방영한다. 1부 ‘지열발전’은 태양열, 풍력, 조력 등에 비해 관심은 낮지만 전문가들이 다른 방식에 비해 더 후한 점수를 주는 지열발전을 소개한다. 다른 방식이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는 데 반해 지열은 끊길 염려가 없는 데다 오염물질 생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열발전에도 단점은 있다. 화산활동이 활발한 아이슬란드는 지열발전을 적극 활용하지만, 지열발전 단지를 만들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내부 수증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화산활동이 없는 곳에서도 지열발전을 할 수 있는 ‘술츠 프로젝트’를 알아본다. 2부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풍력터빈으로 7만 4000㎿를 생산하고 있는 건물을 다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건축가 숀 킬라는 고층건물에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으나 바레인에서 비로소 채택됐다. 두 동의 건물 사이에 다리를 설치하고, 이 다리 중간에 터빈을 3개 달았다. 건물을 돛 모양으로 만들어 터빈이 비슷한 양의 바람에 노출되도록 했고, 터빈끼리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 사이 다리는 V자 모양으로 지었다. 처음 시도되는 작업에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려 하지 않았으나 숀 킬라의 과감한 도전 덕에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친환경 건물의 상징이 됐다. 3부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는 미국 뉴욕시 빌딩에 적용된 친환경기술을 훑어봤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는 건물 높이 288m에다 78m짜리 첨탑을 세워 뉴욕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건축 목표는 기존 건물이 쓰는 에너지의 절반만 쓰도록 하는 것. 냉방, 조명, 환기, 상하수도, 엘리베이터 운행 등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연 환기 장치, 옥상 정원 조성으로 건물 온도를 낮췄다. 또 빗물 모으기, 빛만 받아들이고 열은 차단하는 특수 코팅 유리 사용, 밤에 얼린 물을 낮 동안 냉방에 이용하기 등 모든 친환경 기술을 총동원했다. 강철 등 대부분의 건축 자재는 재활용품으로 썼다. 단점은 그 덕에 건축비가 비싸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기술로 인해 유지비가 줄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연극리뷰] ‘그놈이 그놈’

    [연극리뷰] ‘그놈이 그놈’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풍자음악극 ‘그 놈이 그 놈’(임도완 연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제작)은 경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그 놈이 그놈’이라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배우 모두가 1인 3역을 소화해낸다. 덕분에 출연 배우는 6명인데 극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19명이다. 아예 극 도입부부터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해 1인 3역의 변신을 한 번씩 선보인다. 이건 누가 누구인지 맞혀보라는, 일종의 치매 테스트다. 그 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모든 배우들이 바삐 오가며 무대 위에 설치된 기둥을 통과하는 즉시 스~윽 변신해 버리는 방식으로 3개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인물이 바뀌면서 표정과 행동 등 세세한 디테일을 그 즉시 맞춰나가는 게 보통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연습의 힘이다. 특히 치매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김다희(사진 가운데)의 연기가 좋다. 다른 이유는 말 그대로 정말 ‘그 놈이 그 놈’이라서다. 모든 장치들이 이런 은유를 품고 있다. 극의 배경은 파라다이스 모텔, 그러니까 하필이면 천국이다. 이 천국에 숨어든 사람은 연쇄살인범이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뒤쫓아온 형사가 곧 들이닥친다. 그런데 경찰서장과 연쇄살인범은 친구 사이다. 때마침 국회의원과 톱스타 여배우가 밀회를 즐기기 위해 이 모텔을 찾게 되고, 스캔들을 노린 기자들이 곧 이어서 모텔로 잠입한다. 스캔들을 막기 위해 나타난 해결사가 돈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들 간 관계가 얽히고 설키기 시작하면서 ‘그 놈이 그 놈’인 판이 벌어진다. 그러나 풍자음악극이라는 명칭까지 부여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인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비판적인 메시지는 연쇄살인범, 여자 톱스타와 바람난 국회의원, 춤바람 제비, 돈 많은 부동산 부자 등과 같은 전형적인 인물들 때문에 산뜻하기보다 시들한 느낌을 준다. ‘국회의원-연쇄살인범’ 짝을 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나 스캔들을 뒤쫓는 기자를 백 기자(벗기자)와 주 기자(죽이자)로 설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은 중간중간 스탠드 마이크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데, 발빠른 변신을 뒷받침하는 연기에 비해 노래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 놈이 그 놈’이란 차가운 냉소가 가슴을 찔러야 하는데 그런 대목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공연 마지막, 빠른 변신의 비밀을 공개하는 장면은 꼭 챙겨 볼 만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춘앵전에 홀딱 빠져… 하룻밤에 완성”

    “춘앵전에 홀딱 빠져… 하룻밤에 완성”

    잘해 보겠다고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는 순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집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역시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게 답이다. 다음달 1일까지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미롱(媚弄)’은 비우고 또 비운 작품이다. 스토리는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오늘날의 예술감독쯤 되는 직책을 맡고 있는 김창하가 양아들 도일과 제자 초영에게 궁중무용 ‘춘앵전’을 전수하려 들고, 이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간 도일과 남은 초영이 애잔하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늙어간다는 얘기다. 늙어서 우연히 재회해 서로의 존재를 알아봤음에도, 도일은 담담하게 가던 길로 떠나가고 초영은 그 슬픔을 춘앵전의 마지막 춤사위로 승화시킨다. 이런 내용이라 궁중무용, 사물놀이, 마당놀이, 검무, 남사당패 놀음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 공연 예술이 코스요리처럼 하나하나씩 무대 위로 배달된다. 그러나 대사를 확 줄이고 표정연기와 춤사위에만 집중한 덕분에 1시간4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극 초반 도일과 초영의 사랑을 선이 고운 손동작 춤으로 처리한 것은 그 어떤 오페라나 뮤지컬보다도 화려하다. 큰 삼베천 3개를 무대에 설치한 뒤 조명으로 적절히 이용한 아이디어도 빛난다.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은 극단 시선의 홍란주(38) 대표를 무대 뒤에서 만났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춘앵전’은 25분 정도 이어지는, 혼자 추는 춤이에요. 지켜보는 게 힘들 정도로 천천히 이뤄지는 춤인데 막판 5분쯤부터 빠른 춤사위로 바뀌지요. 1999년쯤 춘앵전을 봤는데 이 변화하는 대목에 홀딱 빠졌습니다. 그 느낌이 워낙 강렬해 하룻밤만에 완성했어요. 물론 각색은 그 이후 여러 차례 했지만. 제목 ‘미롱’도 그 춤에서 나온 말이에요. 춘앵전 막판에 춤이 빨라졌을 때, 춤의 극치를 느꼈을 때, 그때 짓는 미소를 미롱이라고 불러요. →궁중무용과 남사당패의 화합이랄까, 그런 내용이 있는데. -마침 그 즈음에 김홍도의 그림을 봤어요. 김홍도가 출근해서는 궁중 그림을, 퇴근해서는 민속화를 그릴 때였는데 그러다 보니 궁중무도 ‘춘앵전’과 풍속화 ‘무동’을 함께 남겼더라고요. 절제와 자유분방함, 이 두 춤 세계를 만나게 해주려다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으로 무용수 출신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이전까지는 배우 출신이 초영 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무용전공자인 박수정에게 맡겼습니다. 배우의 기초훈련부터 익히도록 했지요. 너무 잘해줘 기쁩니다. 배우가 춤을 하는 게 나은지, 무용수가 연기를 하는 게 나은지 관객이나 평단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초영이 제대로 하는 대사는 2개밖에 없는 등 대사가 극히 절제되어 있는데. -주변에서 시놉시스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춤동작 위주이다 보니 대사가 확 줄지요. 대신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간헐적인 대사들을 맞춰서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무용과 표정연기로 뜻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전통 무용’임에도 발랄한 구석이 많습니다. -제 입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보신 분들이 영화 같다거나 모던한 느낌이 난다는 말씀을 많이 주세요. 치정극적인 요소나 러브스토리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중성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SBS 드라마 속에 ‘밉상맘’ 있다?

    SBS 드라마 속에 ‘밉상맘’ 있다?

    SBS드라마 속에 밉상 시어머니와 계모 캐릭터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자이언트’와 더불어 ‘나쁜 남자’, ‘당돌한 여자’, ‘세자매’, ‘이웃집 웬수’ 등을 통해 밉상 시어머니, 계모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자이언트. 정연(박진희 분)의 계모 남숙(문희경 분)이 있다. 극중 만보건설 황태섭(이덕화 분)의 부인이자 정식(김정현 분)의 친어머니인 그녀는 정식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쏟았지만, 어린 정연(남지현 분)에게는 마담의 딸이라며 무시하고 손찌검까지 했다. 나쁜 남자. 태성(김재욱 분)의 계모 신여자(김혜옥 분)이 있다. 해신그룹 홍회장(전국환 분)의 부인인 그녀는 입양한 태성을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무시하는데다 어릴 적 파양 된 적 있는 건욱(김남길 분)에게도 차갑게 대하고 있는 것. 당돌한 여자. 순영(이유리 분)의 시어머니 하은실(김청 분)도 만만치 않다. 은실은 자신의 딸 세빈(서지영 분)이 낳은 딸기(이찬주 분)를 이미 세상을 뜬 아들 세준(강성민 분)의 자식이라고 속이고는 순영에게 키우게 하는 이기심을 부렸다. 세자매. 전 남편 태영의 어머니인 순자(박준금 분), 현재 남편 민우(송종호 분)의 어머니인 영옥(박정숙 분)이 은주(조안 분)를 괴롭혔다. 순자는 딸 지영(신수정 분)이 상태(오세준 분)몰래 낳은 아들 세종을 은주에게 키우게 하며 은주를 힘들게 했고, 대학병원 이사장인 영옥은 가난한 은주의 집안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웃집 웬수. 미진(김성령 분)의 미래 시어머니 정순(반효정 분)이 밉상이다. 정순은 오래 전 있었던 상가에서 미진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성재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 SBS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
  • 밝넝쿨, 논두렁서 춤춘다

    밝넝쿨, 논두렁서 춤춘다

    무용 한 번 보기 힘든 벽지에 직접 찾아가는 공연이 벌어진다.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는 ‘텐 빌리지 프로젝트’다. 문화예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지역의 관객을 위해 10개 마을을 선정해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프로젝트다. 네덜란드 예술기금 지원 아래 지난 3월 코스타리카에서 시작돼 세네갈, 한국, 네덜란드, 폴란드로 이어지는 국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5개국 10개 마을, 모두 50개 마을에서 무용공연을 펼친다. 네 번째 참가국인 한국에서는 16일 군산과 전주 2개 마을 공연을 시작으로 당진, 예산, 부여, 오산, 청주 등을 순회한다. 마지막인 20일에는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공연이 열린다. 지방 공연에서는 논두렁, 시장, 마을회관 등을 무대로 삼는다. 공연에는 우리나라 안무가 밝넝쿨을 비롯, 베네수엘라 출신 세계적 안무가 다비드 잠브라노, 모잠비크 출신 호라치오 마쿠아쿠아와 에디발도 에르네스토 등이 참가한다. 이들은 약 5분 안팎의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관객 입장에서는 총 4편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밝넝쿨은 ‘오! 마이 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지난달 LIG아트홀의 2년제 상주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 1기로 선정됐다. 1544-392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안티고네’

    [공연리뷰] 연극 ‘안티고네’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안티고네’(김승철 연출, 극단 백수광부 제작)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한창 때 매력이 빛났던 1996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불균형한 모습이 주는 매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고어로 된 옛 영어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배경, 그러니까 스포츠카가 등장하고 총이 나오는 식으로 다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을 가져온 연극 ‘안티고네’도 마찬가지다. 클레온 왕은 현대적인 군 제복을 입고 있고, 그의 무력은 상반신엔 그로테스크한 문신을 새기고 큰 장총을 지닌 배우로 상징화했다. 무대는 극장을 통째로 쓰는데 이종격투기에서나 보던 4각 철창 링을 가운데 두고 객석이 크게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그리스 비극의 핵심으로 꼽히는 코러스는 8명의 배우가 떠안았다. 1명은 하모니카를 연주하면서 극 중간중간에 스토리를 설명해 주고, 4명의 배우는 피아노 같은 다른 악기 연주와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리액션을 소화해 낸다. 3명의 배우를 양쪽 무대 뒤에 추가로 배치해 뒀다. 이들 모두 무대와 객석 가릴 것 없이 휘젓고 다니는데, 이는 코러스의 역할에 변형을 가하면서도 무대가 극장 가운데 있어 관객들의 시선이 제한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역시 눈에 가장 띄는 것은 무대 가운데 설치된 4각 링.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차피 다 아는 스토리를 매력적인 배우와 현대적 장치를 가미한 묘한 불균형으로 나름의 맛을 냈듯 연극 ‘안티고네’ 역시 4각 링이라는 무대형식을 통해 ‘내용은 대충 알 터이니 질서와 국가를 내세운 크레온 왕과 개인과 자유를 내세운 안티고네 간의 다툼에 화력의 100%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읽힌다. 예상대로 크레온 왕과 안티고네 역할을 맡은 배우 박완규와 박윤정은 극 초반부터 극적인 폭발력을 선보인다. 국가를 위해 가족의 가치를 짓밟는 크레온 왕과 가족을 위해 국가의 법을 어긴 안티고네의 절규가 극 내내 엇갈리며 높아진다. 배우들의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 다만, 두 인물의 갈등에 오롯이 집중하다 보니 극 초반 데시벨이 워낙 높아 막판의 비극적 결론이 크게 부각되기 힘든 데다, 갈등 구조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의 주장에 동의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국가와 법을 내세우는 크레온을 옹호하더라도 그처럼 탄탄한 논리나 일관성이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재단법인 국립극단 ‘시즌 단원제’ 도입

    재단법인으로 새출발하는 국립극단이 ‘시즌단원제’를 도입했다. 한번 입단하면 평생 단원 자격이 보장되는 지금의 전속단원제를 폐지하는 대신, 오디션을 통해 단원들의 능력을 평가해 1~3년 단위로 차별적인 개별 계약을 맺겠다는 것이다. 구자흥 국립극단 이사장은 15일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단법인 국립극단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오후에는 법인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우선 2011년 1·2·3월에 각각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린다. 여기에 참가할 배우 100명을 공개오디션 형식으로 선발한 뒤 이들에게 두 달간의 기본 연극 훈련과 석 달간의 작품 훈련을 거쳐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배우들과 선별적으로 입단계약을 맺기로 했다. 자질과 능력에 따라 계약 기간을 1~3년으로 나누고 처우도 5개 등급으로 세분화한다. 구 이사장은 “정확한 입단 배우 규모와 처우조건 등은 예산 상황 및 앞으로 임명될 예술감독과의 상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무대에 오를 작품은 한태숙 연출의 ‘오이디푸스’로 결정됐다. 당장 이달부터 출연배우 선발오디션에 돌입할 작정이다. 2·3월 작품은 초대 예술감독이 임명되는 대로 정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외국인 예술감독 영입과 관련, 구 이사장은 “공모와 이사회 추천 등을 통해 임명권자인 문화부 장관에게 복수로 추천해 8월까지는 임명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빡빡한 일정을 고려할 때 외국인 예술감독 영입은 시간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얘기다. 한편 문화부는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옛 기무사 수송대 부지를 ‘열린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10월에 개관하기로 했다. 박순태 문화부 예술정책관은 “실험적인 무대나 최종 리허설 작품을 올리고 3개의 중대형 연습실을 만들어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脫경제적 문화] 출판사 사재기… 외면받는 古典… 현실은 ‘돈의 논리’ 압도적

    안 그럴 것 같지만, 사실 문화계에서 돈의 논리는 압도적이다. 오히려 오래된 고질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산업계에 비해 시장이 작고, 규모가 영세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눈에 덜 뜨일 뿐이다. 가장 최근 일로는 법정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출판계의 사재기 논란이 있다. 사재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출판계 자체적으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를 만들었다. 지난 3월에는 1~2월 두 달간의 조사를 거쳐 ‘네 개의 통장’, ‘마법의 돈 관리’ 같은 책 4종에 대해 사재기 혐의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하고, 대형 서점에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들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신고센터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명확한 조사 이전에 기자회견부터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논리다. 고전 출간 문제도 오래된 일이다. 최근 들어 조금 나아졌다지만, 우리 고전 번역 문제는 난관의 연속이다. 대표적 번역기관이었던 민족문화추진회가 민간단체였다는 점이 이를 잘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청나라 때 지어진 ‘흠정 만주원류고’ 같은 책이 정식 연구자가 아닌 감사원 공무원이 완역해 출간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7년 한국고전번역원으로 확대개편돼 사정이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우리 고전의 경우, 높은 유학적 지식체계 위에 서술되는 것이라 번역이 상당히 까다롭다. 이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은 완역에만 22년 걸렸다. 실록의 원사료로 꼽히는 승정원일기 완역작업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여기다 유학자들이 남긴 개인 문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번역원 관계자는 “번역작업 속도를 올리지 못하면, 가장 기초적인 표점작업(한문의 문장을 나누고 마침표나 쉼표를 넣어 읽기 쉽게 하는 작업)만 해도 수십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계도 돈의 목소리가 커진 경우다. 특히 상업적 뮤지컬의 경우가 더 심한데, 2000년대 들어 오리온그룹, CJ엔터테인먼트, 롯데그룹 같은 대자본이 들어오면서 수백억원대 제작비를 들이는 큰 공연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이들 자본 덕에 완성도 높은 대작이 들어오면서 공연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대개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라 우리 공연계 발전에 직결되는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극단 대표는 “대기업의 문화사업이 더 풍성한 결과를 낳으려면 검증된 해외 라이선스 작품 지원 대비 창작작품 지원이 못해도 7대3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군 입대’ 김남길, 나쁜남자 ‘집밥신’으로 눈물샘 자극

    ‘군 입대’ 김남길, 나쁜남자 ‘집밥신’으로 눈물샘 자극

    건욱(김남길)의 ‘눈물의 밥신’ 장면이 시청자들의 가슴 저리게 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김재은 이도영 김성희 극본 / 이형민 연출)에서는 건욱(김남길)이 홀로 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그려졌다. 태성(김재욱)의 오피스텔에서 와이셔츠만 걸친 채 쫓겨난 재인은 건욱의 도움을 받게 됐다. 이에 재인은 건욱의 소원인 집밥을 해주기 건욱의 진짜 집을 찾아가 밥을 해준다. 이어 건욱과 재인이 같이 밥을 먹으려던 순간, 태성에게 연락이 오고 재인은 잠시 망설이다 태성에게 향한다. 결국 혼자 남아 밥을 먹는 건욱, 그리고 태성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재인의 장면이 번갈아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방송이 끝난 후 해당 드라마의 게시판에는 “건욱이 혼자 밥 먹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보였다. 내가 같이 먹어주고 싶었다.”, “건욱이 그리워했던 건 집밥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아니었을까”, “슬펐지만, 또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했다.”등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김남길은 15일 훈련소에 입대했다. 김남길은 충남 육군 훈련소에서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공익근무 요원으로 근무를 하게 된다. 이에 당초 20부작으로 기획됐던 ‘나쁜남자’는 김남길 군입대로 인해 17부로 축소 방영키로 했다. 사진 = SBS ‘나쁜남자’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이효정 인턴기자 hyojung@seoulntn.com
  •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어떻게 수집했냐면요…, 참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 손성목(65)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장의 눈길이 잠시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14살 때 처음 축음기를 사들인 이래 ‘에디슨 발명품’ 수집에만 몰두한 세월이 50년이다. 그 50년의 손때가 묻은, 애지중지 모은 수집품을 최근 선뜻 ‘무료 전시용’으로 내놓았다. 서울 능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과학뮤지컬 ‘에디슨과 유령탐지기’ 공연장 복도에다. 어린이들이 공연을 본 뒤 ‘에디슨 정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라는 뜻에서, 강릉 박물관에 ‘모셔둔’ 소장품을 대거 서울로 가져왔다. 워낙 독특한 삶인지라 그동안 많이 회자됐음에도 수집에 얽힌 일화는 들을 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그가 직접 털어놓은 ‘가장 기억나는 수집 무용담’ 하나. 1900년에 제작된 에디슨 축음기 아메리칸 포노그래프. 10대만 주문생산됐고 지금은 전 세계에 딱 1대만 남아 있다. 손 관장은 1985년 이 제품이 아르헨티나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 유일 1900년산 축음기 낙찰 직항편이 없던 시절이었다. 미국을 경유해야 했는데 뉴욕에서 강도를 만나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몸져 누워도 모자랄 판에 기어코 아르헨티나에 도착, 53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낙찰받았다. 현지 언론은 ‘돈 많은 일본인을 누르고 에디슨 제품을 가져간 동양인이 있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단다. “그래도 박물관에 전시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라니까, 목적이 좋다면서 운반비용에서 5000달러를 깎아주고 포터블 축음기 한 개도 공짜로 주더라고요.” ●5살 때 여읜 어머니 피아노연주 그리워 ‘소리’ 수집 시작 손 관장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던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 때문에 소리를 내는 축음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즈음 아버지가 선물로 준 축음기 ‘콜롬비아 G241’은 아직도 보물 1호다. 1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음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축음기 수집작업은 전구 등 에디슨의 다른 발명품 수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에 1992년 강릉에 문을 연 박물관에는 에디슨 발명품만 5000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 이는 세계에 남아 있는 에디슨 발명품 가운데 90%가 한국에 있다는 뜻이다. 유복한 집안 덕에 수집에 들일 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는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대기업체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떤 이는 그의 ‘수집 인생’을 두고 “부모 잘 둔 덕”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부모 유산을 허투루 쓰는 2세들이 부지기수임을 상기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25일까지 계속되는 뮤지컬 ‘에디슨’은 손 관장에 대한 헌정 성격이 짙다. 등장인물 가운데 할아버지 춘배는 에디슨 발명품 수집광인 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인물로 나온다. 손 관장의 삶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제작을 맡은 강현철 조아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에디슨도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손 관장도 그렇고, 춘배의 손자 주현이도 극중에서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긴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로 나온다.”면서 “어머니의 결핍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美 에디슨시 관계자들 방한… 해외전시 추진 중 손 관장은 요즘 수집품을 해외 전시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에디슨시에서 30~40명이 박물관을 찾아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걸 잘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에디슨시는 에디슨이 발명작업을 했던 곳을 기념해 이름 붙인 뉴저지주의 도시다. 그곳에도 에디슨박물관이 있지만 손 관장의 박물관에 비해 소장품은 빈약하다. 손 관장은 이들과 미국 출장전시를 논의 중이다. 중국 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는 소장품을 전시용으로 내놓게 되면 불안하지 않을까. 뮤지컬 ‘에디슨’만 하더라도 공연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고, 박물관에서 가져온 수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어릴 적부터 제 손으로 분해하고 청소하고 조립했던 겁니다. 다들 자식 같은 놈들이라 언제나 조마조마하지요. 허허.” 겉으론 멋지게 척 내놓았지만 속으론 손 탈까봐 안절부절못한다는 농 섞인 고백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중 눈높이 맞춘 생태학 잡지 창간

    대중 눈높이 맞춘 생태학 잡지 창간

    한국생태학회(회장 김은식 국민대 교수)가 반년간지 ‘생태’(지오북 펴냄)를 창간했다. 창간특집으로 한국 생태학의 역사를 다뤘고, 특집주제로는 유엔이 정한 2010년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생물다양성을 선정했다. 학자들이 만들었지만 대중적 접근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술적 논의를 까만 글자로 빽빽히 채워 넣지는 않았다. 여백이 시원한 가운데 생태촬영 전문가나 환경전문기자가 찍은 컬러사진, 각종 그림과 도표까지 알맞게 배치됐다. 여기다 문학·영화·다큐·미술과 생태를 짝지어 놓은 논의도 있다. 편집장을 맡은 박상규 아주대 자연과학부 교수는 “미국 지리학회에서 매달 발간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우리의 롤 모델”이라면서 “4대강 같은 생태학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생태학의 기본개념과 원리에 대해 충실히 설명해 대중들이 생태학을 친숙하게 여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만 2000원. 잡지 발간과 함께 인터넷에 ‘생태’ 카페(cafe.daum.net/ecozine)도 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9禁 뱀파이어 시리즈가 온다

    19禁 뱀파이어 시리즈가 온다

    뱀파이어 영화 시리즈 ‘트와일라잇’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19금(禁)’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영화채널 스크린은 23일 오후 11시부터 섹시 뱀파이어 시리즈 ‘트루 블러드’를 방영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즌 1이 선보였을 때 회당 시청자가 1240만명을 넘어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으로부터도 “섹스 앤드 더 시티 이후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입소문 덕에 국내에도 열혈팬을 두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도 계속 출간되고 있는 샬레인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인기 미드 ‘식스 피트 언더’의 제작자 앨런 볼이 연출했다. 드라마의 기본 콘셉트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공존. 이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일본인 과학자가 발명한 인공혈액음료 ‘트루 블러드’ 덕분이다. 이 음료가 개발되면서 뱀파이어들은 더 이상 피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해칠 필요가 없어졌다. 뱀파이어의 공식 메뉴에서 인간을 지워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이제 더 이상 전설 속 괴물로 남아 있지 않으려 한다. 인간 사회로 내려와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원래 습성은 어디 가지 않는 법. 여전히 사회성이 부족한 뱀파이어들이 넘쳐나고, 이를 지켜보는 인간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뱀파이어들을 적대시하는 교회 등에서는 여전히 삐딱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미국 남부의 소도시 본톰에 사는 웨이트리스 수키 스택하우스(안나 파킨)는 평범해 보이지만, 특출한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 특출나다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 뱀파이어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공존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다. 특히 173살 먹은 잘생긴 뱀파이어 빌 컴튼(스티븐 모이어)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빌에 비해 훨씬 사회성이 부족한 다른 뱀파이어 동료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도 위기를 겪는다. 이 드라마 덕분에 안나 파킨은 골든 글러브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배역 이름의 발음 때문에 ‘숙희’라 불린다. 뱀파이어 드라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늑대인간 등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쁜남자’ 김남길, 와이셔츠 하나 입은 한가인과 활보 ‘왜?’

    ‘나쁜남자’ 김남길, 와이셔츠 하나 입은 한가인과 활보 ‘왜?’

    탤런트 한가인이 대낮에 와이셔츠 바람으로 김남길의 손에 이끌려 시내 한복판에 나타난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은 14일 오후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의 한 장면으로 태성(김재욱 분)과 재인(한가인 분)의 아슬아슬한 러브라인이 본격화되는 장면이다. 또 건욱(김남길 분)의 마음에 재인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신이다. 재인은 태성의 모든 스케줄을 꿰차고 있는 건욱이 제공해 주는 고급정보로 태성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태성의 집에서 와이셔츠 한 장만 입은 채로 쫓겨난 것. 이에 재인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건욱은 그녀를 위해 기꺼이 옷과 신발을 벗어준다. 그리고 재인의 손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맨발의 김남길과 와이셔츠 만 입은 채로 거리로 나선 한가인의 모습에서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방송은 오는 14일. 사진 = 굿스토리 서울신문NTN 이효정 인턴기자 hyojung@seoulntn.com
  • ‘나쁜남자’ 김남길, ‘맨발’로 한가인 보호

    ‘나쁜남자’ 김남길, ‘맨발’로 한가인 보호

    배우 김남길이 맨발로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사진 속 김남길은 맨발에 수트 베스트와 팬츠 차림을 한 채 화가 난 표정으로 한가인의 손목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또 한가인은 상반신에는 달랑 와이셔츠 한장만 걸치고 하반신은 김남길의 재킷으로 대충 가린 채 울상을 짓고 있다. 큰 양말과 구두 역시 김남길의 것으로 보여 궁금증을 더한다. 이는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 10회 방송분 중 홍태성(김재욱 분)과 문재인(한가인 분)의 베드신 뒤에 이어지는 장면으로 지난주 예고편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한편 ‘나쁜남자’ 10회에서는 재인이 혜신그룹 둘째 아들 태성의 집에서 와이셔츠 한 장만 입은 채로 쫓겨나는 모습과 이런 재인을 한걸음에 달려와 위로하는 건욱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14일 오후 9시 55분 방송. 사진 = 굿스토리 서울신문NTN 김수연 인턴기자 newsyouth@seoulntn.com
  •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마이클 샌델(57)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24일 출간 이후 12일 현재 12만부가량 팔렸다. 인문서로는 2002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이후 8년 만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1위 자리를 꿰찼다. 자기계발서가 장악한 출판계 현실에서 모처럼 진지한 주제의 책에 쏟아지는 열렬한 반응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버드 샌델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서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완고한 공동체주의자(communitarianist)들은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대 공동체주의자로 꼽히는 샌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체주의란 자유주의에 기초한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개인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묶어보자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 공동체주의자의 대표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공동체주의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박정희식 민주주의’라는 쓴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서다.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던 박정희 정권의 잔재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한국적 풍토에서 공동체주의를 적극 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대표적 우파 이론가로 꼽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공동체주의에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의 사상을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대신 ‘공동체 자유주의’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체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꺼려진다는 판단인 셈이다. 공동체주의의 세계적 이론가로 꼽히는 찰스 테일러가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동체주의는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국학자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무거운 주제를 툭툭 던지는 강의처럼 재미있게 접근한’ 인기비결을 감안하더라도 ‘정의란’의 돌풍은 무척 역설적이다. 출판사(김영사)조차 “의외”라는 반응이다. 공동체주의에 대한 논란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법학자이자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로널드 드워킨 미국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공동체주의를 두고 “필연적으로 보수주의로 빠지고, 심지어는 전체주의까지 옹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공동체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썼던 샌델 교수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공동체주의라는 표현을 피하는 실정이다. 이는 개인의 보편적 인권을 공동체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공동체주의 자체의 이론적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단일 공동체’ 전제에서 출발한 것도 공동체주의의 결정적 한계다. 현실 속의 다양한 공동체 간 갈등에 대해서는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종시·선거·지역 갈등에도 대비 예컨대 ‘정의란’에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려줬더니 반군에게 미군의 위치를 알려줘 결국 미군이 희생당한 얘기가 나온다. 샌델 교수는 이 딜레마를 들어 “미군은 민간인을 죽였어야 했을까, 그래도 살려줬어야 했을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좀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공동체를 군사적으로 장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세종시 논란에서 나타난 서울 공동체와 충남 공동체 갈등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강남3구 공동체와 그 외 공동체 간 갈등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3차원적 권력’ 개념으로 유명한 스티븐 룩스 뉴욕대 교수는 “공동체주의는 새로운 관념이 아니며, 심지어는 오래된 관념의 새로운 변종도 아니다.”라며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어떻게 하면 연대를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아주 오래되고 일반적인 자유주의 딜레마에 답하기 위한 또 한번의 노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개인을 절대시하는 자유주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를 끌어왔지만, 갈등 단위를 개인에서 공동체로 바꿔치기한 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샌델은 애국심이나 가족 배려 등을 중시하는 우파 입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파적으로 오독(誤讀)되고 있다.”는 한국 보수진영의 불평에도 일정 부분 답을 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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