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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서울 변주되는 ‘아케이드 프로젝트’

    최근 몇년간 국내 학계에서 주목받았던 이슈 가운데 하나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베냐민은 19세기 세계의 중심이었던 파리를 관찰해 서구 근대의 핵심을 짚어내고자 했다. 근육질의 근면한 근대적 육체 노동자 대신, 길거리를 어슬렁대며 걸어다니는 만보자의 시선으로 아케이드를 관찰했다. 경쟁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동안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 베냐민을 어느 정도 소화해냈다는 판단 때문일까. 베냐민의 이 프로젝트가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다. 19세기 세계의 중심이 파리였다면, 20세기 자본주의의 심장이었던 미국의 뉴욕이나, 거대 도시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작가 이와사부로 고소가 지은 ‘뉴욕열전’(김향수 옮김, 갈무리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와사부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를 영어권에 번역 소개한 인물로, 오랫동안 뉴욕에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의 속살을 들춰 보인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소비지향적 뉴욕 말고 반항적이고 이교도적인 뉴욕을 소개한다. 9·11 이후 뉴욕이 변했고 그 이전에는 온갖 다양한 문화들이 숨쉬고 있었다는 얘기는 약간 식상한 감이 있다. 하지만 파리의 아케이드가 대대적인 도시계획 사업을 벌인 오스망 남작에게 빚지고 있듯, 현재의 뉴욕은 1930~1950년대에 대대적인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건축가 로버트 모제스 덕분이다. 찬반은 엇갈린다. 지금의 현대적인 뉴욕이 모제스 덕분이라는 칭찬도 있는 반면, 도심의 슬럼화 등 각종 부작용이 모제스 때문이라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모제스가 생각한 재개발 사업은 그 이후 거대 도시 개발의 하나의 모델이 됐고, 이는 자연스레 우리의 서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거대도시 개발로 내달린 서울의 현재 풍경은 어떠한가. 지난달 29일 한국사회학회와 한국문화사회학회 공동주관으로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학술대회는 이 질문을 던졌다. 휴대전화, 배달 문화, 카페 풍경, PC방·노래방·찜질방 등 각종 방 문화, 라면과 편의점 등 인스턴트 문화를 다뤘다. 질문에 대한 답은 뭘까.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거대도시개발이 남긴 것은 ‘단자화’(monad)된 외로운 개인들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직접 대면은 드문 사회, 24시간 배달 체인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덕에 바깥에 나갈 일이 줄어든 사회, 콩다방이나 별다방이니 하는 카페가 번성하지만 그 카페의 핵심은 함께 있는 듯 혼자 있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도처에서 그저 소비만 할 뿐 안착할 곳을 찾기 힘들어하는 사회일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KBS “김미화 고소 취하”

    ‘KBS 출연자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갈등을 빚었던 KBS와 개그우먼 김미화가 화해했다. KBS는 9일 김미화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KBS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김미화가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이미 블랙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따라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미화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고소 취하가 이뤄진 만큼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연출 1명+작가 3명 = 작품 3개…독특한 현대사 연작이 온다

    연출 1명+작가 3명 = 작품 3개…독특한 현대사 연작이 온다

    8일부터 21일까지 독특한 연작 무대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벌어진다. 연작이라면 한팀이 여러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거나 각 팀이 제출한 작품을 연속해서 한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남산예술센터가 이번에 시도하는 ‘공동 연작 프로젝트’는 연출 1명에 작가 3명이 팀을 꾸려 3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색다른 방식이다. 극단 작은신화의 최용훈 연출과 장성희·김명화·김민정 3명의 여성작가가 만났다. 이렇게 오르는 작품이 ‘세 자매 산장’(8~11일), ‘너의 왼손’(13~16일), ‘냄비’(18~21일)다. 주제도 묵직하다. 연출과 작가들이 겨누는 지점은 나이테를 불려가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옹이처럼 박혀 있는 현대사의 아픔이다. ‘세 자매 산장’은 1967년 ‘동백림 사건’을 다룬다. 설정은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에서 따왔다. 독일 유학 중이던 오빠가 동백림 사건에 휘말려 “수챗물에 흘린 국수가락처럼 어딘가로 쓸려 가버린” 뒤 한 시골 산장에 유폐된 채 살고 있는 서령, 은령, 채령 세 자매의 이야기다. ‘너의 왼손’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을 다룬다. ‘낯선 이방인들이 선교라는 이름의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게 복음 전파이던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은 이미 죽었다. 그 무덤 위에 십자가를 꽂고 교회가 살아남았을 뿐”이라는 등장인물 시복의 절규가 이를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냄비’는 제목 그대로 재료를 아무렇게나 막 섞어 먹는 도구인 냄비를 한국 사회에 대한 은유로 썼다. 작품 배경이 미군 부대 근방이니 메뉴가 부대찌개라 해도 되겠다. 극 자체도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잡탕이다. 이 잡탕 같은 세계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총정리인 셈이다. 그래서 극 중 대사가 아려온다. “소신이 어디 있어. 어떻게 하면 살아남나 하는 피난민 근성밖에 없지.” 피난민들의 자기 연민으로 자글자글 끓던 냄비가 끓어 넘쳤을 때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2002년 효선·미순양 사건을 배경에 깔았다. 이런 작품들이기에 굿이나 살풀이 따윈 없다. 화해, 용서 같은 단어를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품들을 묶어주는 키워드는 ‘전쟁’, ‘모래’, ‘유령’이다. 이야기의 큰 배경으로 던져지는 전쟁 얘기는 그때의 참혹했던 ‘아픔’을, 무대 위에 설치된 모래는 진득하니 붙어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부스스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기억’을, 극에 등장하는 유령은 다 잊었다 싶은 순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되새김질’을 뜻한다. 세 작품은 먼 과거·과거·미래의 시간 순서대로 공연되고, 극 형식도 정극·드라마·일상극으로 차별성을 띤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명진스님 “조계종 승적 불태우겠다”

    명진스님 “조계종 승적 불태우겠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7일 일요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정권유착설을 거듭 주장하면서 “내일모레 총무원에 찾아가 내 승적을 달라고 해서 불태우든 찢어버리든 하겠다. 조계종 승려로 남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명진 스님의 이런 발언은 직영사찰 지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지난달 24일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오는 13일 임기가 끝나는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봉은사 직영 문제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국회의원이 깊이 개입돼 있다.”면서 “영 포회 불교지부장쯤 되는 자승 원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 봉은사 신도회는 8일 오전 11시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은 9일 종무회의를 열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안을 의결하고 13일 이전에 봉은사 후임 주지(재산관리인)를 임명할 것이라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상대 배우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통화가 끊어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 대사를 들어가야 내가 알아차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 들어가면 행동과 대사가 연결이 안 돼요. ” “여러분 발 밑에 흰 점선 보이시죠? 그게 분할 조명 표시입니다. 그 선을 넘으면 조명을 못 받아요. 그 점 신경 쓰면서 다시 한번 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낼모레가 공연이에요.” “거기서 한 문장 끝나잖아요. 그 대목에서 숨을 끊고 다음 대사 해야죠. 안 그러니까 다음 대사가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요. 그리고 대사 외운 티 내지 말고요.” 지난 4일 오후 9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의 연출을 맡은 강신구씨의 지청구가 쉼 없이 이어진다. 두 시간 전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만두로 빈속을 달래며 “목요일반 표는 벌써 매진됐데.”, “우리 표도 팔려야 할 텐데 어쩌지.”라며 웃어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뻔히 다 아는 대사에, 상황에, 동선인데 이게 왜 자꾸만 엉키나. 서로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연기에 몰입한다. 이들은 그냥 일반인들. 하여 시민배우다. 정확히는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4월에 뽑은 ‘시민연극교실’ 화요일반 배우들이다. 지난해 1기에 이은 2기다. 45명을 선발, 화·수·목요일반 세팀으로 나눠 각각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 ‘고백 오마이 갓’ ‘나비섬 가는 배’를 6~7일 이틀 동안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 올린다. 아이디어는 김석만 서울시극단장이 냈다. 삶은 연극이라는데, 대학교수, 최고경영자(CEO), 직장인, 주부, 무당까지 다양한 사람을 골고루 섞어서 연극을 만들면 그 어떤 기성 배우나 작품보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기생 약력을 훑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보험설계사, 교사, 등산학교장, 치과의사, 주부, 카페 매니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였다. 국민가요 ‘개똥벌레’를 작사한 이흥건씨도 있다. 나이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연극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시민배우들은 대본도 직접 만들었다. 거창한 남 얘기가 아니라 소소한 내 얘기를 해보자는 뜻에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치유해 보자는 의도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두성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은 이를 ‘자기화된 것의 표현’으로 정리했다. “간혹 불만스러워하시는 분이 있으세요. 셰익스피어의 명작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송강호를 팔아서 진압합니다.” 배우 송강호가 연극무대에 처음 섰을 때, 경상도 사투리에 너무 신경썼다고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너다운 연기를 하면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송강호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영화배우로도 성공했다고 설득하는 거죠. 하하하.” 그런데 이들은 왜 멀쩡한 생업을 놔두고 밤마다 ‘리얼리티쇼’에 매달리는 것일까. 화요일반의 맏언니 장선혜(57) 제인인터내셔널 대표가 대답했다. “처음엔 쳇바퀴 같은 인생에 뭔가 탈출구가 필요해 지원했어요. 와 보니 저 같은 사람이 절반이더군요(웃음). 용기를 내 저지르긴 했는데 그래도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처음엔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닌다고 집에 거짓말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런저런 강의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시민배우) 프로그램은 정말 흔치 않아요. 희곡에 대한 이론수업 자체가 인문학 강의예요. 그리고 이제는 문화를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시대 아니던가요?” 1기 선배인 주부 이성주씨도 거들고 나섰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해보면 맛을 알게 돼요. 그래서 12월에 1기 20여명이 모여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 공연을 해요. 한번 하고 말 게 아니라 계속 이어가자는 뜻이지요.” 세종문화회관 시민배우교실은 해마다 4월쯤 모집한다. 명동예술극장도 올해 ‘아마추어 배우교실’을 신설했다. 주부반·직장인반 15명씩 선발하고 지원서는 오는 10일까지 접수한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시민배우들의 얼굴은 여전히 흥분과 열정으로 넘쳐났다. 이때 누군가 툭 던지는 말, “그런데 공연 담당 기자분이라면 누구보다 이런 거 먼저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차!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년 전 獨 분단의 벽 그래픽 재현

    20년 전 獨 분단의 벽 그래픽 재현

    올해는 독일이 통일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다음 주는 베를린 장벽 붕괴 21주년이다. 9~10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영되는 EBS ‘다큐10+’에서는 독일 2TV공영방송(ZDF)의 2부작 다큐멘터리 ‘베를린장벽’을 방영한다. 관련 영상 자료와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장벽이 있을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재연했다. 베를린장벽은 1961년부터 1989년까지 28년간 베를린을 동서로 나눴던 건축물이다. 단순한 건축물이라기엔 너무도 무서웠던 공포의 지대다. 200만t이 넘는 콘크리트와 70만t의 강철이 투입됐고 요소요소마다 경비견, 대전차 지뢰, 대인 지뢰, 철조망, 저격 지대, 자동 발포되는 총, 고압 전류 등이 배치됐다. 1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장벽 건설까지의 시기를 다뤘다. 분단 초기 수십만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했다. 그때만 해도 도로와 지하철이 드문드문 연결되어 있던 때라 자동차로, 전철로 어떻게든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동독 정부는 거대 장벽 건설에 나섰다. 장벽 건설에 쾌재를 불렀던 것은 동독 정부만이 아니었다. 미국도 내심 흐뭇해했다. 우발적이고 국지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음은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장벽 덕분에 동부 유럽의 전쟁 공포가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2부에서는 1970년대 동서 화해 정책, 데탕트 정책과 장벽의 관계를 다뤘다. 장벽으로 동·서베를린은 차단됐지만, 탈출 행렬은 끝이 없었다.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 조직 슈타지가 팽창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장벽에 다다라서야 탈출을 막는 것보다 그 전에 미리 감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감시는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소련의 개혁 개방 정책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겨진 상처는 크다. 탈출을 감행한 동독 인구는 40만명 정도, 이 가운데 사망한 사람은 130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 뿐이다. 동독 정부가 관련 사실을 철저히 은폐했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연극리뷰]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연극리뷰]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어슴푸레한 황혼녘이란 것 외엔 시공간에 대해 주어지는 정보가 없다. 이렇다 할 무대장치도 없다. 인물을 부각시키는 간단한 조명뿐. 인물은 단 두명, 그러니까 딜러(왼쪽·홍성춘)와 고객(오른쪽·정선철)만 등장하는데 이들이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딜러와 고객이면 뭔가를 주고받고 거래라도 할 것 같건만 무엇을 얼마에 거래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이렇게 텅빈 상황에서 원하는 것은 뭐든지 줄 테니 그 무엇을 얼른 얘기하라는 윽박과,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준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반박뿐이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기국서 연출, 76극단 제작)는 사실 한눈에 확 와닿는 작품은 아니다. 신체언어나 노래, 춤 등 다양한 요소를 무대에 끌어들인 간결한 연출이 추세인데,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천재라 불리는 프랑스 현대 작가 베르나르 마리 콜레스. 두 인물의 팽팽한 대화로만 극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다 배우들은 별다른 연기랄 것도 없이 현란하고 기나긴 대사만 줄줄 뱉어낸다. 어렵고 긴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소화해내는 기억력만 감탄스럽다. ‘아하, 이런 방식의 연극이구나.’ 하고 적응될 즈음에 대사들이 슬슬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살토 모탈레’(Salto Mortale·필사적 도약)가 떠오른다. 하나의 ‘제품’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전환되는 그 순간을 위해 시장에서 버림받을 각오까지 하고 나서야 하는 그 필사적인 도약. 딜러의 말이 뒷받침한다. “나는 거절이라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 거절은 모든 장사꾼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거절은 장사꾼들이 가지지 못한 무기이기 때문이오.”라고. 그런데 이게 어째 애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반협박투다. 이어 고객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딜러는 말한다. “나는 손님에게 쾌락을 주려는 게 아니오. 심연과도 같은 욕망을 채우고, 욕망을 일깨우고, 욕망으로 하여금 하나의 이름을 갖도록 하고, 그것을 지상으로 끌어내려는 겁니다.” 필사적 도약의 파괴성을 줄이는 방법은 욕망 창조다. 가령 ‘무슨 세대’니 ‘무슨 족’이니 하는, 광고나 패션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용어 같은 것이다. ‘너는 X세대니까 이 정도 옷은 입어 줘야지.’, ‘넌 골드미스니까 이 정도 가방은 걸쳐 줘야지.’라는 식의 욕망의 호명이다. 고객은 이런 호명을 냉정하게 잘라내 버린다. 그가 내놓는 제안은 이렇다. “두개의 둥근 제로가 됩시다. 서로에게 침투하지 않는, 잠시 같이 나란히 있지만, 각자 자기의 방향으로 굴러갈 제로 말이오. 그저 단순하고 고독하고 오만한 제로가 되도록 합시다.” 그런데 고객은 정말 이런 걸 원했을까. 그는 이런 말도 한다. “그런데 당신의 괴상한 옷차림보다 당신 눈의 광채가 나를 붙들었소.”라고. 결국 딜러에게 말을 붙이도록 허용하고, 계속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고객의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 아니던가. 딜러의 끊임없는 제안을 단단한 논리로 물리치던 고객이 “그렇다면, 어떤 무기를?”이라고 되묻는 장면에서 작품이 끝나는 것도 마찬가지. 꼭 상품에만 한정지을 것도 없다. 무엇에 대한 욕망이건, 그 경계선에 흔들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어쩌면 이 작품 자체가 거대한 독백일는지 모른다. 7일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동1번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사회 정의란 무엇인가 따져보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돌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한국의 정치철학자들이 논의를 벌인다. 참여연대 산하 참여사회연구소는 5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효자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 문제를 두고 한국의 정치철학자를 불러 토론회를 연다고 3일 밝혔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의 사회 아래 박동천(전북대), 배병삼(영산대), 정원규(서울대), 장은주(영산대) 교수가 토론을 벌인다. 포럼은 샌델의 책을 기본으로 삼되, 책에만 한정하지 않고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샌델 신드롬을 어떻게 볼 것인지, 또 이명박 정권이 내건 슬로건 ‘공정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한다. ‘아카데미 느티나무’ 인터넷 사이트(academy.peoplepower21.org)에서 회원가입 절차를 밟은 뒤 신청하면 누구나 포럼에 참여할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코엑스 주변 공연장 G20정상회의에 울상

    코엑스 주변 공연장 G20정상회의에 울상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 공연장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2010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여파로 이 일대 공연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삼성역 부근에는 코엑스 아티움 등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몰려 있다. G20 기간 동안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교통혼잡이 벌어지리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코엑스아트홀 무대에 오르고 있는 코미디작품 ‘웃음의 대학’은 10~12일 오후 8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제작사인 연극열전 측은 “관객들이 강화된 검문검색으로 불편을 겪으면 연극 관람을 미룰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13일부터는 평소대로 공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엑스 아티움 3층에서 진행 중인 ‘어린이난타 체험전’도 11~12일 이틀 공연을 취소했다. 하루 9회씩 모두 18회 공연이다. 제작사 PMC프러덕션 관계자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연 취소가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관객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백암아트홀은 12일 예정됐던 인디밴드 콘서트 ‘따뜻했던 우리의 노래’ 공연을 14일로 연기했다. 아트홀 관계자는 “기획사 측에서 먼저 일정을 조율하자는 연락이 와서 조정하게 됐다.”면서 “예매 고객에게는 이미 사전 통지가 됐고 13일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코엑스 아티움 본관과 KT&G아트홀은 G20 기간 동안 공연 일정이 아예 잡혀 있지 않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금융·정보산업 허상 좇기보단 제조업 집중해야”

    “금융·정보산업 허상 좇기보단 제조업 집중해야”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은 스탈린주의, 그것도 이미 실패로 판명난 스탈린주의다?’ 자금을 큰손-예컨대 재벌-에게 몰아주고, 이들이 투자에 나서면 성장은 저절로 따라오며, 성장의 떡고물이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고수해서다. 수십년 전 박정희 정권 논리를 아직도 고집하는 것도 우습지만, 한편으로는 이 주장이 ‘샌드위치론’ 같은 것으로 얼굴 바꿔 등장하는 것을 보면 숨겨진 저력도 만만치 않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의 도발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기업집단(재벌)의 긍정적 측면을 설파하다 보니 ‘재벌옹호론자’라는 말도 나오고, 국가의 산업정책에 무게를 두다 보니 ‘제도학파’라는 평도 있고, 칼 마르크스까지 인용하면서 자유시장주의를 비판하다 보니 심지어 ‘좌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장 교수는 경제학으로 분리되기 이전의 정치경제학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발전 문제를 전공한 점이나, 성장의 목표를 모두가 잘 사는 사회로 잡는다는 점에서 ‘21세기판 국부론’을 꿈꾸는 쪽에 가깝다. 이번에 낸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박정희 성장담론을 끄집어내는 것은 그 방법이 아직도 유효하고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장 교수가 지적하듯 박정희 정권 성장전략의 원산지는 스탈린주의다. 장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러시아 혁명 뒤 경제개발을 해야 하는데, 농업국가라서 자본이 축적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집단농장을 만들어 농업 부문에서 나온 이익을 국가가 독점한 뒤 이 독점이익을 산업개발에 투하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트로츠키의 참모 예브게니 프레오브라젠스키에게서 나왔고, 이 논리를 스탈린이 채택하면서 소련의 경제개발 논리가 됐다.” (13장-부자를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점진적으로 산업화로 나아간 선진국들과 달리 성장에 동원할 돈이 부족하니 어떻게든 끌어모아 종잣돈을 마련한 뒤 한곳에 ‘몰빵’하자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으로 얻어낸 차관으로 포철을 지은 게 이런 전략의 한 사례다(12장-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이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택한 것은 아니다. 쿠데타 직후에는 박현채 같은 일군의 젊은 경제학자들이 제기한 자립경제와 균등발전론(나중에 정치인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으로 이어진다)을 검토했다. 그러나 성장 욕구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은 턱없이 부족했다. 불균등발전론으로 선회한 이유다. 어떻게 한곳에만 몰아주느냐는 불만에 대한 대답이 바로 ‘조금만 참아라. 성장이 이뤄지고 나면 분배해줄게.’라는,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유예되고 있는 약속이다. 장 교수는 이 정도 언급에서 끝냈지만, 사실 이론적 측면에서 스탈린주의의 영향력은 더 강했다. 소련의 급속한 성장에 영향을 받아 서구 학계는 ‘해로드-도마 모델’을 만들어냈다. 일정 정도의 자본량만 채운다면 성장은 급속하게 이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모델은 1950년대부터 장기적 성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의 사례에 비춰봐도 대공황 탈출기에나 성립할 뿐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두 학자는 이 모델을 자진폐기하기도 했다. 실제 역사에서 이 모델의 성공사례도 없다. 스탈린체제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한국전쟁 뒤 김일성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숙청하면서 중화학공업에 집중투자해 한때 거들먹거렸으나 지금은 거의 망조가 났다. 미국이 지원했던 제3세계 국가 가운데서도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국가는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볼 때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다. 더구나 한국의 성공 또한 순탄한 것만도 아니다. 유신정권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때문에 물가앙등과 생필품 부족 사태가 일어났고, 부마사태와 10·26사태 등 정권 말기의 정치적 혼란도 이 때문이라는 연구도 많다. 또 전두환 정권이 집권 내내 손댔던 작업이 박정희 정권이 판을 벌여놓은 중화학공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장기적 성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말은 곧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나 먹혀들 전법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여태껏 살아남은 이유는 백악관의 정치참모였던 월트 로스토의 발전단계론 덕분이다. 냉전의 공포를 등에 업은 로스토는 자본을 투하해 성장이 이뤄지면 민주주의도 공고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악의 제국’ 소련에 맞서야 했던 미국은 이 논리를 그대로 채택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는 국제원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국내적으로는 마이크로크레딧(우리나라의 미소금융)이라 일컬어지는 방식이다. 옛 동구권에 대한 국제원조 문제를 연구했던 윌리엄 이스터리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공산주의 국가가 제공한 잘못된 영감을 옛 공산권 지원을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이 다시 채택하는 아이러니의 순환”이라 불렀다. 장 교수의 결론은 지금 당장 대기업들이 거금을 투자한다고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또 설사 성장한다 해도 그게 바람직하진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정희나 스탈린 때야 워낙 자본금이 부족한 사정이라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자 안 한다고 볼멘소리를 낼 정도로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가 우선’이라는 명제에 목을 매다 보니 세금 깎아주겠다고 선심쓰고,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기업인들은 줄줄이 사면복권해 주고, 환율 유지를 위해 물가를 포기해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만 남는다. 이러한 것들이 잘 풀리면 경제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장 교수는 대안으로 금융·정보기술산업 같은 허상을 좇기보다 제조업에 더 충실해야 하고, 더불어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정책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뿌리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누구보다 청와대가 열심히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몸과 삶에 대한 전방위 성찰

    몸과 삶에 대한 전방위 성찰

    ‘몸과 문명-삶의 새로운 지평’ 국제학술대회가 4~5일 경희대 미래문명원(원장 공영일) 주최로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 등에서 열린다. 알려졌다시피 서구근대철학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한 뒤 정신에 절대적 우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몸의 철학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철학이 ‘정신 먼저, 몸은 나중’이었다면 몸 철학은 ‘정신과 몸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살(flesh)의 철학을 얘기하는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과 미국의 인지과학이 어떻게 만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마크 존슨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감성적 합리주의’를 내건다. 마음 자체가 이미 뇌신경이라는 물질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세상을 머리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존슨 교수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휴버트 드레이푸스 버클리대 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체스챔피언을 누르는 컴퓨터는 있지만, 유치원생 수준의 동화를 이해하는 컴퓨터는 왜 없느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인간의 육체적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드레이푸스 교수는 지적한다. 이 문제는 건강한 삶의 문제로도 옮겨간다. 리처드 슈스터만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교수는 신체적 스타일(Somatic Style)을 내세운다. 몸의 반복적인 쓰임으로 나타나는 인체의 스타일이 결국 건강한 정신과 삶에 이어진다는 것이다. 안네 해링턴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심신의학을 살펴본다. 몸을 일종의 투입·산출기계로 보는 근대의학의 관점을 넘어서 양·한방의 조화, 자연치유법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신인 탤런트 강대성 오토바이 사고로 숨져

    [부고] 신인 탤런트 강대성 오토바이 사고로 숨져

    신인 탤런트 강대성(본명 방성배)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1일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3세. 지난달 28일 오전 4시쯤 서울 압구정동 성수대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강대성은 버스를 피하려다 보도블록과 가로수 등을 들이받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2008년 광고모델로 데뷔한 강대성은 영화 ‘국가대표’, KBS 드라마 ‘아이리스’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시신은 충남 천안공원묘원에 안장됐다. 고인과 같은 숙소에서 생활해온 데니안은 트위터에 “엄마처럼 저를 챙겨주던 형이 하늘나라로 먼저 갔습니다. 같이 살 맞대고 살던 형이라 더 마음이 아프네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모두들 기도 부탁드려요.”라는 글을 올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알레르기·아토피 안전한 치료법은…

    알레르기·아토피 안전한 치료법은…

    요즘 호환 마마보다도 무서운 것이 알레르기와 아토피다. 단순히 가려운 정도가 아니다. 순간 발작으로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옛날에 비해 생활, 위생, 치료 수준이 비할 수 없이 나아졌는 데도 왜 이런 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EBS 1일 오후 9시 50분 ‘다큐프라임’ 3부작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가운데 1부 ‘미치도록 가려운 아이들’을 방영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피부는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긁고 또 긁다 보니 온몸이 상처와 피투성이다. 알레르기와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 때문에 넋 나간 듯 긁어대는 아이들을 지켜봐야만 하는 부모들도 미칠 노릇이다. 이 가려움증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방송은 뇌신경 과학자들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원래 과학자들은 가려움증을 약한 통증 정도로 취급해 왔다. 그런데 가려움이 유발되는, 통증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키기 류스케 일본 생리학연구소 교수는 가려움은 불쾌함을 관장하는 뇌 부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다. 가려움을 약한 통증 정도로 받아들여 내버려 두다가는,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있다. 또 가려움증에 대한 거의 유일한 처방이 된 스테로이드의 진실도 확인해 본다. 부모들은 스테로이드 부작용 괴담이 신경 쓰인다.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나중에 재발할 경우 다시 치료가 어렵고, 낫는다 해도 피부에 큰 손상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통해 이 같은 상식이 잘못된 것임을 명백히 한다. 아직까지는 완전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인 알르레기와 아토피. 그로 인한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데는 항염제, 곧 스테로이드가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스테로이드가 지금처럼 의심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스테로이드를 악마의 약물로 몰아붙였던 일본의 한 방송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후 일본에서 ‘아토피 비즈니스’ 시대가 열렸다. 스테로이드마저 믿을 수 없다는 공포감에 온갖 종류의 민간요법이 난무했다. 그런데 치료효과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피해를 키우기만 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나서서 스테로이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고,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지금 일본에서는 아토피 환자 단체에서 더 적극적으로 스테로이드가 그나마 안전한 선택임을 홍보하고 있다. 2~3일에는 2부 ‘아토피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자세’, 3부 ‘음식이 아이를 공격한다’를 이어 내보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연극 리뷰] 시라노 드 베르쥬락

    [연극 리뷰] 시라노 드 베르쥬락

    깔끔한 상업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모티프를 제공했던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김철리 연출, 명동예술극장 제작)은 생각만큼 낯간지럽지 않다. 사실 옛 고전을 올린 무대를 보면 지금의 눈으로 봐서는 상당히 낯간지러운 대목이 많다. 대사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지금 시대에 저런 말과 행동을 했다면 제정신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싶을 정도일 경우도 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진중하기 이를 데 없는 대사들을 막 쏟아내는데 객석에서 종종 헛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는 이런 기름기가 쏙 빠졌다. 아무래도 가장 큰 공은 시라노 역을 맡은 안석환( 사진)의 연기력이라 봐야 할듯하다. 시라노는 글솜씨면 글솜씨, 칼솜씨면 칼솜씨, 말솜씨면 말솜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 시라노는 나중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 등장하는 ‘달타냥’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큰 코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주변 모든 여자들이 반하는데, 정작 자신만은 그 어떤 여자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괴로워한다. 따라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덮기 위해 때론 음유시인처럼, 때론 무뢰한처럼 굴어 상대의 혼을 쏙 빼곤 한다. 그만큼 활달하고 멋지면서도 의뭉스럽고,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캐릭터다. 안석환은 적지 않은 대사에도 적당한 완급 조절과 연기로 이를 뒷받침해낸다. 워낙 열연이다 보니 관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줬으면 싶을 정도다. 오래도록 숨겨진 시라노의 사랑을 받는 록산 역을 맡은 김선경도 마찬가지. 1막에서 시라노의 힘을 빌린 크리스티앙(이명호)의 사랑의 속삭임에 한껏 들뜬 여인을 표현할 때는 한톤 높은 목소리와 귀여운 연기를 선보이면서 웃음을 준다. 사랑의 환상에 젖은 정말 꽃다운 처녀다운 연기다. 전쟁 통에 남편 크리스티앙을 잃은 뒤 수녀원에 몸을 의탁한 2막에서는 삶에 지쳐버린 여인의 무게 있는 연기까지 소화해낸다. 재밌는 점은 원작자인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작품 속에 은근슬쩍 프랑스 희곡 작가 몰리에르를 비난하는 대목을 넣었다는 사실. 몰리에르는 활동 당시부터 희곡 작가로 명성을 날린 반면, 로스탕은 계속 허탕치다가 이 작품으로 인정받은 작가다. 혹시 몰리에르 극은 진부하다고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침 몰리에르의 희극 ‘스카펭의 간계’가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무대에 오르고 있으니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달에 가는 방법도 연극 속에등장하는데 이는 시라노가 요즘으로 치자면 공상과학(SF) 작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음악 + 영상+ 수학의 만남‘알바 노토’ 첫 한국 공연

    음악 + 영상+ 수학의 만남‘알바 노토’ 첫 한국 공연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싶다면 다음 달 3~4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열리는 ‘알바 노토’(alva noto) 공연을 놓치면 아깝다. 세계적 사운드 아트의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 음악가 알바 노토(본명 카스텐 니콜라이·45)의 라이브다. 알바 노토는 그가 만드는 공연 제목이자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음악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의 마이클 니만, 일본의 설치예술가 이케다 료지 등과 함께 공동작업도 많이 했다. 때문에 국내 뮤지션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3일에는 ‘제록스’(xerrox), 4일에는 ‘유니티엑스티’(uni-txt) 공연을 벌인다. 알바 노토는 음악과 영상과 수학이 만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음악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수학적 원리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동시에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 방식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펄스’(Pulse) 공연 실황을 떠올리면 된다. 핑크 플로이드가 기본 베이스 리듬으로 음악의 육체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면, 알바 노토는 때론 전자음의 반복으로 이를 대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예 육체성을 형해화하는 곡도 선보인다. 관건은 어디서 소리를 얻어 내고, 이를 어떻게 배치하고, 이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다. 이번 공연에도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제록스는 말 그대로 복사기 이름. 길을 걷다 무작위로 들리는 소음을 채취한 뒤 기계적 샘플링을 통해 독특한 그 무엇으로 바꿔 낸다. 아우라가 사라진 무한복제의 세계를 탄식했던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과 달리 원본과 사본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세상에서 남는 것은 오직 무한복제 그 자체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유니티엑스티는 리듬을 수학적으로 분할하는 공연이다. ‘uni-txt’라는 표현 자체가 리듬이 바로 언어와 문화 등의 경계를 뛰어넘는 유니버셜 텍스트가 아니겠느냐는 물음을 품고 있다. 한국 초연으로 일본, 중국으로까지 이어지는 투어공연이다. 전석 5만원. 1544-155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늘 비판적인 눈으로 뒤집어 보세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자유시장주의를 강하게 비판해온 장하준(47)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가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내놓고 한국을 찾았다. 장 교수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발도상국 문제에 초점을 맞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낸 뒤 선진국 문제까지 포함된 더 광범위한 얘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권유로 이 책을 쓰게 됐다.”면서 “경제학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닌 상식적인 얘기들로서 언론에서, 유명한 교수가 말했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항상 비판적인 시각에서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G20 정상회의, 부자감세 등 한국의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FTA에 대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끼리 자유무역하면 득이 많겠지만, 수준 차이가 나는 나라들끼리는 후진국이 손해”라면서 “10년, 20년 뒤라면 모를까 아직은 한국이 다른 나라와 수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개도국에까지 문호를 넓힌 것은 좋으나 실제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이뤄진다.”면서 “더구나 G20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들의 이해관계는 누가 대변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저서는 영국과 한국 출간에 이어 네덜란드, 타이완, 일본, 러시아, 태국 등에서도 출간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공연리뷰]두가지 버전의 셰익스피어 ‘맥베스’

    [공연리뷰]두가지 버전의 셰익스피어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지금처럼 비극이란 이름을 달고 명작 대접을 받는 것은 낭만주의적 해석 덕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철부지 어린 남녀가 근엄한 가문을 무시한 채 사랑이랍시고 날뛰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 보여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진실한 사랑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 억울하단 소리밖에 안 된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을 드러내는 교훈극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맥베스’도 마찬가지다. 운명과 죄의식 따위를 잔뜩 읊어대지만, 실패한 쿠데타의 변명에 불과할 수 있다. 권력의지란, 하나의 도시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과감하게 ‘진압’해 버려도 죄의식 따윈 느끼지 않는 것이다. 29만원 가지고 살아도, 지역명사로 고향에 초대받아 박수를 받아도 하나도 거리낄 게 없도록 하는 것이 권력의지다. 맥베스가 7년 정도 왕좌를 차지했다면 지금쯤 거만한 표정으로 지난 세월을 회고하면서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었어.”라고 뻐기고 있을는지 모른다. 그런데 맥베스는 잡은 권력을 이내 빼앗겼다. 때문에 “사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운명이 속삭였고, 마누라가 부추겼어.”라고 변명하는 것이리라. ‘맥베스’에 대한 발랄한 변주를 보여주는 두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내가 그랬다고’ 기묘한 음악도 매력적 누군가 그랬다. 요즘 같은 세상에 하다 못해 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오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 오르는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배요섭 연출, 공연창작집단 뛰다 제작)의 제목은 바로 그 대목을 지적한다. 권력자가 그랬다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에 대한 우화다. 진한 어릿광대 분장으로 등장한 배우들은 맥베스가 던컨왕을 죽일 때까지의 과정과 맥베스가 왕좌를 차지한 뒤 미쳐 가는 과정을 몸동작으로, 가끔 단말마적인 비명만을 섞어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대신 권좌에 있는 맥베스가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 권력의 작동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운명이나 부인 핑계를 대지만, 실은 자기 욕망에 들어맞는 말만 듣는 맥베스를 그린다. 기본적으로 광대놀이의 설정에다, 우리나라 독재정권의 추억들도 간간이 삽입되고, 무대 전환을 위한 암전 대목에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아 웃음을 준다. 기타와 키보드 2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욤 프로젝트’의 기기묘묘한 음악도 좋다. 이 음악을 타고 배우들은 가끔 떠돌이 유랑악극단과도 같은 면모를 선보이는데 아주 매혹적이다. 창단 10년을 맞아 올해 강원도 화천군 신읍리 폐교가 있던 곳에 ‘화천공연예술텃밭’을 마련, 이주한 극단이 내놓은 첫 창작품이다. 서울보다 더 어려운 여건에서 훌륭한 연기와 작품을 선보인 극단에 박수를 보낸다. ●‘칼로 막베스’ 서울공연예술제 참가작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으로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칼로 막베스’(고선웅 연출, 극단 마방진 제작)는 발음나는 그대로다. 진짜 칼로 막 벤다. 무협액션극으로 변주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단 시공간을 이동시켰다.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의 설정과 비슷하게 범죄자들만 따로 수감해 둔 야생의 세계 ‘세렝게티 베이’가 무대다. 수감된 범죄자들은 자기네들끼리 편을 갈라 늘 칼부림을 해대는 야생의 생활을 이어간다. 배우들의 칼부림 액션신이 예상 이상으로 좋다. 편집이 없는 무대에서 합을 맞추기까지 들였을 노고와 땀이 빛난다. 곳곳에 숨어 있는 유쾌한 웃음 코드도 좋다. 아쉬운 점은 좋은 아이디어가 여러 곳에 포진했음에도 이를 더 발전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왕 발상을 달리한 작품이라면 제목처럼 원작을 시원스럽게 막 베어 버리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한다. 악질적 범죄자들의 소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더 우악스럽고 광포스러워도 될 법한데, 원작의 길고도 거창하고도 유려한 대사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가끔 수면 위로 나오려다 다시 잠복해 버리고, 극은 늘어진다. 권좌에 오른 뒤 악령에 눌려 괴로워하는 맥베스처럼, 공들여 새로운 시도를 해 놓고도 원작의 무게감에 눌려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느낀 만큼 내라’ 후불제 연극 성공

    ‘느낀 만큼 내라’ 후불제 연극 성공

    입장료가 아니라 보고 느낀 만큼의 ‘퇴장료’를 받는 연극이 있다.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이하 아큐 ·여균동 연출)이다. 후불제라는 모험적 시도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아큐’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연장공연에 돌입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출신의 배우 명계남을 내세워 현 정권에 대해 정치적 독설을 뿜어대는 모노 드라마라는 점에서, 트위터를 통해 무대 밖 관객들과도 교감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불제 성공 여부에는 더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27일 ‘아큐’ 제작사인 P당에 따르면 공연이 시작된 9월 30일부터 이달 26일 현재 후불제로 받은 퇴장료는 1인당 평균 2만 1000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관객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통상 서울 대학로 소극장 관람료가 2만~2만 50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성공적이라는 자평이다. 현금 외에 각종 상품권, 쌀, 빵, 과일 같은 현물도 무수히 들어와 이것까지 현금으로 환산하면 평균 관람료는 대학로 수준을 웃돈다는 게 P당 측의 얘기다. 재미있는 뒷얘기도 많다. P당 관계자는 “한번은 무지 두툼한 봉투가 들어와 내심 잔뜩 기대했는데 열어 보니 1000원짜리 100장(10만원)이었다.”면서 “금액을 떠나 그런 발랄한 성의 표시가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는 31일까지 홍익대 앞 소극장 예에서의 공연이 마무리되면 누적관객수는 4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후불제 수입이 8000만원을 넘게 되는 셈이다. 제작비가 3000만원쯤 들었으니 대박(?)에 가깝다. 공연 시작 때 농담 삼아 수익이 나면 이가 부실한 명계남의 치과 치료비로 쓰겠다고 했는데, 공연을 본 치과의사 2명이 서로 공짜로 치료해 주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그 돈도 아끼게 됐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국내외 연장 공연이 추진된다. 11월 5일에는 문정현 신부 헌정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그 뒤 강원도 원주, 부산 등에서 주말을 이용한 지방 순회공연을 벌이고 12월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내년부터는 해외공연에도 나선다. 트위터를 활용하다보니 해외에서 “비행기표나 공연장 등을 지원해 줄 테니 우리에게도 공연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때문. 배우들도 의욕적이어서 곧 구체적 일정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방글라데시서 인술 펴는 ‘꼬레안 닥터’

    방글라데시서 인술 펴는 ‘꼬레안 닥터’

    이런 병원이 있다. 진료비는 무조건 10%만 받는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무료 진료와 무료 수술도 가능하다. 가령 전신 화상 치료를 받은 5살 여자아이는 치료비로 200원을 내놨다. 비싼 병원비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 29일 오후 9시 50분 EBS ‘명의’는 방글라데시에서 이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의사들을 조명하는 ‘특집-꼬람똘라 병원의 꼬레안 닥터’를 방영한다. 뛰어난 업적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보다 낮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성심성의껏 진료하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명의가 아니냐고 말한다. 꼬람똘라 병원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곽에 위치한 병원. 저개발국이 으레 그렇듯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웬만큼 아픈 것은 다 참고 산다. 그러나 이 병원만큼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친절한 한국 의사들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한국 의사들이 왜 이곳에까지 날아왔을까. 이석로 전 원장과 박무열 현 원장, 두 의사를 통해 얘기를 들어본다. 이 전 원장은 17년째, 박 원장은 8년째 봉사 중이다. 그런데 이 전 원장은 ‘봉사’라는 말 자체를 끔찍이 싫어한다. 더 가진 것을 나누고 덜 가진 것을 채워줄 뿐인데 그걸 남에게 뭘 해주는 것처럼 하는 게 싫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원장은 치료와 진료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게 따로 있다. 어르고 달래고 충고하고 따끔하게 혼내고, 주민들과 부대끼며 인생 상담까지 하는 것이다. 가끔 나는 왜 아직도 방글라데시에 머무는가 하고 의문이 들지만. 박 원장은 처음부터 거창한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방글라데시에 들렀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의사로 눌러앉아 버렸다고 말한다. 봉사가 좋아서? 아니다. 박 원장은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만족해할 줄 아는 이곳 사람들에게 반했다. 그래서 박 원장은 자신이 봉사하는 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두 의사는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는 왜 방글라데시를 떠나지 못하는가. 의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곳에 머무는 것, 그게 의사의 당연한 책임이 아니냐는 대답이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봉은사 땅밟기’ 관련자, 명진스님에 공식사과

    ‘봉은사 땅밟기’ 관련자, 명진스님에 공식사과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봉은사 땅밟기’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울신문 10월 27일자 8면> 물의를 빚은 장본인들이 27일 봉은사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봉은사와 개신교계에 따르면 ‘찬양인도자학교’ 대표인 최지호 목사와 담당간사, 동영상을 만든 학생 등 10명은 이날 오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찾아 “봉은사와 불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특히 몇몇 유명 목사들이 공공연하게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비하해 왔다.”며 “이번 사건이 종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한국 사회의 화합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봉은사 차원에서 사과는 받아들이겠지만 향후 종교 간 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회 등을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찬양인도자학교 학생들은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우상의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기독교식 예배를 올리고, 이를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불교계가 발끈한 것은 물론 개신교계 안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 동영상과 함께 대구기독교단체가 만든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나고 이혼율이 높은 것이 동화사 등 사찰 때문”이라는 주장과 불교테마공원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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