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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로 엿보는 옛 사람들의 내밀한 삶

    편지로 엿보는 옛 사람들의 내밀한 삶

    휴대전화, 이메일, 모바일까지. 이제 관공서 등 대형 기관 같은 곳에서 일괄 발송하는 것 외에는 우편물 가운데 편지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14~16일 밤 9시 50분 방영되는 EBS 다큐프라임은 역사적 인물들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3부작 ‘편지’를 방영한다. 마침 14일이 밸런타인데이니만큼 초콜릿보다는 따뜻한 정을 담은 편지 한 장 건네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1부 ‘내 편지에만 충실하세요’ 편은 지식인들의 편지를 소개한다. 등장인물은 자연을 사랑한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와 실학자 정약용·약전 형제. 루소는 조금 냉소적인 면이 있던 철학자다. 그런데 친구의 4살 꼬마 소녀에게는 한없이 다정해 식물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이답게 그 설명들이 구체적이고 친절하다. 정약용 ·약전 형제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천주교 문제 때문에 강진과 흑산도에서 각각 오랜 유배생활을 했다. 그 탓에 그들은 학문적 관심사를 편지로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편지에는 유배생활의 외로움이나 애처로움까지 함께 묻어 나온다. 2부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는 작가들의 편지 세계를 훑어본다. 교회 종지기로 외로운 생활을 했던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그리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우를 꿈꿨으나 동화작가로 전향한 안데르센이 주인공이다. 권정생은 당대의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았고, 안데르센 역시 덴마크의 국민작가 베른하르트 잉에만에게 문학적 성취에 대해 질문했다. 두 대가의 도움 덕분에 권정생과 안데르센은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동화들을 남길 수 이었다. 3부 ‘공교롭고도 요묘하지요’는 재치넘치는 옛 편지를 담았다. 오늘날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는 짧은 답글로 계속 대화가 이어지는데, 조선시대에도 그런게 있었다. 바로 ‘척독’(尺牘). 원래는 한 척 길이의 나무판에다 짧은 글을 써서 주고받던 것인데 종이가 발명된 뒤에도 짧은 서신을 척독이라 불렀다. 당연히 의례나 격식을 갖추는 사이보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편지다. 그만큼 짧은 리듬감과 유머가 녹아 있다. 조선후기 서화가 조희룡(1789~1866)의 척독 등을 살펴본다. 또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후원자 폰 메크 부인 사이의 짧은 편지도 공개된다. 이들 사이에 연애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들은 편지만 주고받았을 뿐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의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 정신적 스승 만나볼까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 정신적 스승 만나볼까

    심각한 주제를 밝고 가볍게 그려낸 미국의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그래피티 아트’(낙서 예술)의 뿌리는 아프리카에 있다?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통큰에서 열리는 ‘키스 해링의 멘토, 릴랑가’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조지 릴랑가(1934~2005)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화가. 1977~78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열면서 화제를 모았고, 키스 해링(1958~1990)이 이 전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강렬한 원색 바탕 위에 인물을 간결한 선으로 단순화시켜 표현했다. 인물마다 재미난 율동과 익살스러운 포즈를 부여했다. 회화라기보다 만화의 캐리커처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해링의 작업을 예감케 한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포즈의 인물들을 화면 한가득 채워 넣으면서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일상용품이나 상징물을 배치해둔 것도 해링이 밑그림도 없이 길거리 벽면 같은 곳에 그려둔 대작을 떠올리게 한다. 해링이 도시 전체를 캔버스로 썼듯, 릴랑가 역시 합판이나 가죽 같은 일상 용품에 그림을 그려넣어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 선택이었다. 인물들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지옥이 떠오른다. 배는 불룩하고 입은 넓어 언제나 배고프지만 목구멍이 너무도 가늘어 늘상 먹는 게 성에 안 차 울부짖는 탐욕의 아귀들 말이다. 릴랑가가 그린 인물들을 보면 입은 튀어나오고 배도 부른 것이 비슷한 모양새다. 그런데 의미는 반대다. 아귀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면 릴랑가의 인물들은 여럿이 어울려 함께 춤추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들이다. 인간의 작은 욕망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메시지다. ‘둘이 아닌 하나’에서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모습을 그려넣은 것이나 ‘생명의 나무’, ‘즐거운 인생’에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즐겁게 뭔가 먹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인물들은 아프리카 토속신앙에서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는 ‘셰타니’로, 우리로 치자면 괴상하긴 하지만 밉지 않은 도깨비 같은 존재다. 2000~3000원. (02)730-243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참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을 분리한 사람은 널리 알려졌듯 철학자 칸트다. 진/위, 선/악, 미/추의 판단영역은 서로 다른 범주라는 것. 참되고 착해야만 아름답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인식론, 윤리학과는 별개의 영역인 미학이 탄생한다. 질문도 하나 던진다. 아름답기 위해 반드시 참되고 착하게 꾸며야 하는가. 위대하다는 철학자의 말씀이니 일단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긴 한데, 보기에 불편한 작품 앞에 직접 서게 되면 “아름답다.”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11일 개막해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안창홍(58) 개인전 ‘불편한 진실’에 도전해 볼 만하다. 옛 사진관의 인물사진을 찢거나 구멍 내는 방식의 기괴한 인물 작품들을 선보여 왔던 작가는 이번엔 노골적인 누드화를 들이밀었다. 한껏 발기된 남자 성기에다 여자 성기의 벌건 속살까지 그렸다. 크기도 한껏 키워 그림 속 인물은 실제 인체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도 모두 주변의 일반인. 설득 끝에 모조리 벗겼다. 누드 인물의 주된 배경은 휴지통이 엎어져 있거나 심지어는 죽은 쥐가 나뒹구는 작업실이다. 인간 존재의 혼란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벌거벗은 몸뚱이에는 파리를 붙이기도 하고 아예 해골 인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는 ‘메멘토 모리’, 즉 유한성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이렇듯 살벌한 풍경 속에 벌거벗긴 채 서 있음에도 인물들은 하나같이 당당하다. 눈빛도 뜨겁게 살아 있다. 혼란과 죽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자의식의 발로다. 고졸 학력으로 기성 화단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작가 자신의 자존심이 투영됐다. 때문에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훌렁 옷을 벗어 던져야만 할 것 같다. 그림이 주는 불편함의 진짜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기존 누드화의 모델 포즈는 관람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구성됐다면, 내 누드화는 모델 스스로가 관람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구성됐다. 그래서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전시장에서 만난 안 작가의 얘기다. 그와 좀 더 얘기를 나눠 봤다. →일반인을 벗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게 내 능력이다. 잘 꼬드기는(웃음). 누드화는 모델과의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다 결국 친구가 된다. 부부 누드화의 남자 모델은 문신업자인데 처음엔 저항하더니 나중엔 재미 붙여 부인하고 같이 모델이 돼 줬다. 지금은 아이들까지 데려와서 가족 누드화를 그리고 있다. 스케치는 해 둔 상태고 다음 전시 때 보여주겠다. 할아버지 모델은 설득에만 10년이 걸렸다. 도시의 정신노동자가 갖고 있지 않은, 농촌의 오래된 육체노동자의 몸이 가진 숭고함을 그려내고 싶어서 오랜 기간 매달렸다. 그렇게 힘들게 모델이 되어 주셨는데 정작 할아버지는 완성된 그림에 별 관심이 없더라. 하하. →모델료는 두둑히 주나. -그냥 마음으로…. 흐흐. 거듭 말하지만 누드화는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대가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친구가 돼서 함께 하는 거다. →어렵게 일반인들을 섭외하는 이유는. -몸 자체가 정직하지 않나. 모델들은 신경 안 쓴다고 해도 관습적인 포즈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냥 길거리를 다니다가 저 몸을 한번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어 미치겠다 싶으면 쫓아다니면서 설득한다. 그러다 보면 애초에 기대했던 매력이 안 나오는 몸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몸도 있고 그렇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국내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마이너리티로 어렵지 않은가. -그게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라고 본다. 예쁘고 고운 것만 찾다 보니 전반적으로 작품이 하향평준화되는 느낌이다. 예술이라기보다 그냥 공예품 같은 느낌…. 작품의 상업성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의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 꼭 당대가 아니더라도 결국 평가받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예술가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혜택을 받았으니 생활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회에 재산을 남긴다는 각오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보니 부인 누드화가 없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설득해도 안 된다. 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매화… 墨香으로 피어나다

    매화… 墨香으로 피어나다

    입춘도 지났으니 봄을 알리는 매화를 감상할 법도 하다. 마침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문봉선(50·홍익대 교수)의 ‘묵매화전- 문매소식(問梅消息)’이 열린다. 먹으로 작업하는 그림임에도 한지 대신 캔버스 원단 천을 써서 줄기와 가지의 거친 느낌을 일필휘지하듯 냈고, 먹이 주된 재료이지만 꽃만큼은 서양화에 쓰이는 과슈(불투명 수채 물감)로 색깔을 줬다. 멀리서 봤을 때 유독 꽃만 눈에 확 띄는 매화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사진을 찍어 와 참조하는 방식 대신 화첩을 끼고 다니며 먹으로 밑그림을 그려 오는 전통 방식을 썼다. 덕분에 함께 전시된 화첩을 통해 처음 매화나무를 대하고 형성된 작가의 심상이 큰 그림으로 어떻게 옮겨졌는지 따라가 볼 수 있다. 작가는 1990년 전남 순천 승주읍의 매화나무 사진을 보고 매화에 ‘꽂혀’ 지금껏 작업해 왔다. 좋은 매화가 있다면 선운사뿐 아니라 김해농고, 지리산 단속사, 화엄사 구충암 등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중국 난징의 매화산에 칩거하기도 하고, 일본 오사카성 매원과 후쿠오카의 신사 등도 수차례 방문했다. 이렇게 매화 하나 쫓아 20여년간 돌아다닌 작가의 심정은 어땠을까. “매화 속에 둘러싸여서도 그리고픈 매화를 찾지 못하거나 딱 맞는 매화를 찾았음에도 잘 그려지지 않을 때면 한자리에서 며칠을 하염없이 울기도 했다.”는 그의 대답은 중국 청나라 화가 이방응이 남겼다는 시 한 구절이다. ‘이리저리 천만송이 눈에 띄지만(觸目橫斜千萬朶) 마음에 드는 것은 두세 가지뿐(賞心只有兩三枝)’ (02)730-114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년전 10일 불 탄 ‘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됐나

    3년전 10일 불 탄 ‘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됐나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됐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아예 더 충실하게 복원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덕분에 247억원을 들여 4년간의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공정률 40%를 보이고 있는 복원 공사는 얼마나 어떻게 진행됐을까. ☞ [포토] 숭례문 화재 3주년 복원 현장 보러가기 ●터 다지기 막바지… 공정률 40%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3년이 되는 10일 복원 공사 현장에서 최광식 신임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연다. 현재 터 다지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성곽과 문루 등 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은 올 하반기쯤 시작된다. 기초공사에서는 일제시대 흔적을 걷어냈다. 일제가 훼손한 성벽을 모두 65m 정도 복구한다. 지반은 30~50㎝ 정도 더 내려간다. 일제시대 때 복토된 부분만 거둬내고, 조선 전기때 지반은 유리판을 통해 일부 노출시킨다. 복원 공사도 중요무형문화재인 석장 이의상·이재순, 대목장 신응수, 단청장 홍창원, 번와장 이근복, 제와장 한형준 등 장인들을 동원해 최대한 옛 방식에 따른다. 현장에 목공소와 대장간을 만들어 필요한 전통작업도구를 아예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 옛 제작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돌은 재질이나 색상이 비슷한 경기 포천석을 쓴다. 현판은 원형 보존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09년 5월 복구작업을 마무리한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복구 공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내건다. ●조선 전기때 지반 ‘유리판 전시’ 아울러 크게 신경 쓰는 분야는 방재다. 화재로 크게 혼이 났기 때문에 복구 작업 때 폐쇄회로 TV는 물론, 열적외선 감지시설 등 첨단 방재시설을 함께 설치한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와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9일 체결했다. 올해부터 2월 10일을 아예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한데 이어,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타고 남은 숭례문 잔해를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문화재청 주최로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2011 문화유산 방재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조반니 보칼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아시아·환태평양 담당관은 “전통 기술을 전수한 장인들이 전통방식에 따라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은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이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한산성 등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화재청은 8일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문화유산으로 공주·부여·익산 지역을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남한산성을, 자연유산으로 서남해안갯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조선왕조궁중음식, 나전장, 줄타기 등 3건을 우선 등재 추진키로 했다. 세계유산은 준비기간을 거쳐 2~3년 내에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된다. 유네스코 유산은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공주·부여·익산 지역을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의 근거지였다는 점에서, 남한산성은 조선의 성곽 발달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남해안 갯벌은 갯벌 자체의 특성과 철새의 중간기착지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980년대 좌파 다 어디로 갔나

    1980년대 좌파 다 어디로 갔나

    ‘인터뷰-한국 인문학의 지각변동’(그린비 펴냄)은 최근 학계 논란이 궁금한 이들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소속이던 김항·이혜령 두 필자가 논쟁적 주장을 내놓은 15명의 중견학자들을 찾아가 만난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의 초점은 1991년 사회주의권 붕괴 뒤 20년 동안 한국 인문학이 어떻게 변했나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 ‘1980년대 그렇게 넘쳐나던 좌파들은 지금 어디에 가 있는가.’다. 때문에 눈길을 끄는 것은 각 학자들의 주장 자체보다 그 주장으로 인도했던 전환점에 대한 얘기들이다. 이들은 성리학적 세계관과 제3세계적 마르크스주의를 넘어 한국의 근대를 본격적으로 고찰하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가령, 문단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논쟁에 개입했던 황종연(동국대)은 한국 좌파의 지적 태도를 ‘농본주의적 사회주의’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도시화, 산업화 자체를 죄악시하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지목한다. 근대성이 있었기에 민족주의가 가능했다는 지적은 그의 좌표를 알려준다. 이와 관련, 동아시아 담론을 내세우는 백영서(연세대)는 얼마전 타계한 리영희 선생에 대한 기억을 공개했다. 1970년대 감옥에서 만난 김지하에게 중국혁명을 공부하고 싶다 했더니 리영희 선생을 추천해줘 사제지간이 됐다고 한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19 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반까지 동양 좌파에 대한 기대감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스탈린 비판으로 소련식 전체주의에 실망한 서구 신좌파들은 대체재로 동양의 마오이즘을 추켜세웠고, 한국의 젊은이들도 여기에 영향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 후반기 주사파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 임지현(한양대)은 우리가 2차세계대전기 마르크스주의자 하면 떠올리는 인물 가운데 한명인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해 “정작 고향 폴란드에서는 로자가 누군지 잘 모른다.”고 전해준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민족보다 계급을 우선시한 마르크스주의자보다 강성대국을 추진하면서 히틀러와 동맹도 불사했던 피우수트스키를 더 높게 평가한다. 주사파 면전에서 “너희들은 박정희의 사생아”라 언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유명한 이영훈(서울대)은 양극분해론의 입증 실패를 근거로 든다. 중간층이 소멸한다는 양극분해론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노무현 정권 시절 ‘양극화’ 얘기에 우파 인사들이 알르레기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훈은 조선 후기를 검증해본 결과 양극분해 대신 전반적인 하향평준화가 나타났고, 결국 조선 후기 도덕경제가 실패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조선 후기 부농이 등장하고 화폐경제가 발달했다는 식의 자본주의맹아론에 비토를 놓는 이유다. 김철(연세대)의 얘기도 재미있다.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선전됐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이영훈과 함께 책임편집자로 참여했던 그는 처음으로 그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내가 반박하고 싶은 논문도 있지만, 어떻게 일거에 친일논리로 매도할 수 있느냐.”면서 “식민성의 핵심은 수탈이나 억압이 아니라 상상력의 박탈”이라고 정의한다. 오직 식민지를 미화하느냐 아니냐의 여부만으로 재단해 버리는 세태에 대한 울분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류 경제학이 공정사회와 어울릴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론과 주류 경제학은 어울릴 수 있을까. 10~11일 경제학 관련 48개 학회가 참가한 가운데 중앙대에서 열리는 ‘201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공정사회론이 다뤄진다. 1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열리는 제1전체회의 주제가 ‘공정사회와 경제학’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안국신(중앙대 교수) 경제학회장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표방하며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집권한 뒤 공정사회를 내건 것은 현 정부의 행태와 맞지 않는 데다, 효율성에 관심을 갖는 주류 경제학이 공정성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도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공정성 개념을 찾아 나간다면 이에 부합하는 정책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체회의에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공정사회와 정의론의 철학’,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당한 몫과 인간답게 살 권리’,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공정사회와 한국의 경제정책’을 각각 발표한다. 보수·중도적 성향 인사들이 발표를 맡은 만큼 토론자로는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역임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가 나선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출범 10년 인권위원회 허와 실은

    출범 10년 인권위원회 허와 실은

    KBS 1TV에서 8일 오후 10시 방영되는 ‘인권위 10년, 낮은 곳을 향하여’는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공과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던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많은 공을 세웠다.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라는 표현을, 수사기관의 피의자 조사에서 ‘밤샘조사’를 사라지게 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나 유명무실했던 미란다 원칙 고지 의무도 환기시켰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인권위의 임무는 기본적 자유권 외에도 사회권을 지켜내는 데 있다. 인권위가 비록 자유권에 치우친 법원에서는 패소한 사건이라도 사회권의 관점에서는 조금 더 다른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5년 유엔 인권위가 권고한 바이기도 하고 인권위 출범 때부터 관련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것이기도 하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 인권위는 사회권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가. 전·현직 인권위원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 봤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인권위는 그나마 있는 자유권마저도 못 지켜 내는 것은 아닌가 되물어 본다. 가장 최근 사례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 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 내렸다는 점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소극적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이 결정에서 각하의견을 냈던 인권위원들까지도 “법리적 문제점 때문에 의견을 내지는 못했으나 최소한 위원장 성명서 같은 방식의 최소한 조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윤도현 또 블랙리스트?

    가수 윤도현이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로 섭외됐다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다시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제작진은 인권위 홍보대사인 점을 고려해 윤도현을 섭외했으나, 사측은 시사 프로그램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불가를 고집했다.”면서 “윤도현이 이미 다큐프로그램 내레이션을 몇 차례 해 왔다는 점에서 사회참여 활동을 해온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관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검증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일 뿐”이라면서 “노조의 성명은 제작 과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사]

    ■감사원 ◇고위감사공무원 승진 △감찰정보단장 금만수◇고위감사공무원 전보△특별조사국장 김상윤△건설·환경감사〃 정상환△공공기관감사〃 이욱△전략과제감사단장 조규호△한국조세연구원(파견) 왕정홍◇과장 전보△재정·경제감사국 제2과장 최기정△사회·문화감사국 제1과장 김시관△특별조사국 조사1과장 박동균△감사청구조사국 조사2과장 신해철△자치행정감사국 제3과장 김현국◇4급 승진△재정·경제감사국 제1과 장병원△〃 제4과 남가영△금융·기금감사국 제1과 이상훈△건설·환경감사국 제2과 최익성△공공기관감사국 제2과 이지웅△사회·문화감사국 제2과 한영욱△〃 제4과 이상혁△행정·안보감사국 제1과 박용준△〃 제4과 박상용△〃 제5과 윤종식△자치행정감사국 제4과 한태진△〃 제5과 신능식△특별조사국 조사1과 신상모△〃 조사2과 조철환△감찰정보단 제1과 남상진△기획관리실 기획담당관실 정의종△〃 결산담당관실 김하석△심의실 법무담당관실 권태경△〃 조정담당관실 이성훈△공보관실 공보담당관실 김태성◇4급 전보△건설·환경감사국 제1과 김동석△기획관리실 기획담당관실 유병호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 승진 △노사정책실 공공노사정책관 권혁태◇과장급 전보△감사관실 고객만족팀장 이원두△기획조정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김은철<고용정책실 과장>△노동시장정책 이정한△고용전략 김부희△고용보험정책 김종윤△고용평등정책 양성필△여성고용 정경훈△장애인고령자고용 장미혜△사회적기업 황보국<노사정책실 과장>△노사협력정책 시민석△근로기준 권태성△임금복지 하형소△산재보험 마성균△공공기관노사관계 이철우<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고용노동센터소장 김대환△서울강남지청장 조성준△서울서부〃 조철호<중부지방고용노동청>△수원지청장 김제락△안양지청 안양고용센터소장 김은정△의정부지청장 전재성<부산지방고용노동청>△부산고용센터소장 임영섭△부산북부지청장 이삼영△양산〃 이정조<대구지방고용노동청>△포항지청장 최성준<광주지방고용노동청>△전주지청장 이화영△군산〃 정언기△목포〃 이훈원<대전지방고용노동청>△대전고용센터소장 강운경△천안지청장 정원호<중앙노동위원회 사무처 과장>△조정 김영미△심판1 김환궁△심판2 양승철△법무지원 주평식<파견>△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권호안△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김홍섭 ■기상청 △강원지방기상청장 육명렬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실장급 전보 <실장>△비서 원명희△경영관리 지형구△홍보 현도관△고객경영 김용태<처장>△보금자리총괄 유영균△보금자리사업 박수홍△택지사업 이경민△택지설계 방형석△녹색도시사업1 이상후△녹색도시사업2 김동인△세종혁신도시 곽윤상△도시시설 임헌돈△주거복지 이광구△임대공급운영 이차관△임대자산관리 한송주△주택사업 홍성덕△주택설계1 박완수△주택설계2 최인수△기전설계 김시형△주택디자인 김선미△총무인사 황종철△산업경제 박춘식△토지은행기획 김양수(良洙)△판매기획 김양수(金楊洙)△보상기획 서명관△금융사업 김상엽△국토주택정보 이건호△기술기준 박정태△건설관리 김복식△연구지원 남상구<경기지역본부>△업무처장 박희만△사업〃 주진오<지역본부장>△인천 이건형△부산울산 홍성구△강원 신재만△충북 임진묵△광주전남 유영일△대구경북 하진수△경남 박종호△제주 신동철<사업본부장>△세종시 김성종△동탄 김성태△판교 조완호△파주 권영기△아산 오세진△오산 최명훈△청라영종 최창열△평택 전석기△위례 이승우△김포 김종섭△성남재생 주영해△평택미군기지 유병일△고양 이호원△광교 허만택△당진 최기선<본부장>△세종시1 박인서△세종시2 이강선 ■한국광물자원공사 ◇실장급 <실장>△재무관리 오도섭△개발기획 박세일△투자사업 신학균△투자운영 이무영◇팀장급△사업평가단장 이동섭△감사실 감사역 곽용완△칠레사무소장 채성근△민주콩고〃 박종근<팀장>△기획예산 박용하△자금 황중영△리스크관리 김경호△비축사업 김영호△전략사업 이정민△아시아아프리카 김종인△미주 황주기△지원기획 주훈△희유금속탐사 김종남△회계세무 이근택△에너지사업 이인우△광물사업 박명재△희유금속사업 김종팔△암바토비 김명철△남북사업 송기호△개발환경 박종희△에너지탐사 신종기△전략금속탐사 김남원△비금속탐사 박재서△아프리카탐사 류민걸△기술관리 신홍준△기술개발 성유현△대양주 이성수△금융관리 정장우 ■교통안전공단 ◇실·처장 및 소장급 전보 △비서실장 이재흥△홍보〃 김영만△녹색안전교육처장 김종현△안전정보분석센터장 조정권△연수관리처장 김영순<자동차성능연구소>△연구지원실장 박재준△기준연구〃 김규현△인증지원〃 강병도△조사분석〃 권해붕△지능형주행연구〃 이종현△녹색융합〃 박용성△결함조사팀장 윤영식△첨단안전연구실장 최영태<안전지원처장>△경기지사 이용길△부산경남지사 강병호<안전관리처장>△대구경북지사 이상훈△대전충남지사 이진구△경기북부지사 김창집△인천지사 김도환△전북지사 조시영△울산지사 곽일△제주지사 고상철<검사소장>△성산 김지우△구로 박해준△주례 이근영△해운대 김종구△서수원 노성인△안산 신헌수△인천 박춘재△서인천 김승국△광주 김영희△북광주 양재원△여수 선동규△수성 김태수△달서 송상근△구미 홍승진△안동 정주영△경주 홍보영△대전 배진민△천안 김지환△원주 송인길△제주 김동연 (2월 8일자)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김현택△상경대학장 민충기△인문〃 임일환△자연과학〃 조기성△도서관장 한성철△출판부장 권원순△교육방송주간 이유나△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정한중<부학장>△사회과학대학 견진만△법과대학 이병준△글로벌경영대학 조준서△통번역대학 이상엽△자연과학대학 이강웅<연구소장>△외국어교육 권경애△남아시아 임근동△언론정보 김춘식△기초과학 유세기△법학 이훈동△글로벌정치 이상환△국정관리 권태형<국제사회교육원>△교수부장 임대근<학부장>△교양 전종근△인문계자유전공 정환승◇사이버한국외대△학장 임우영 ■한국자산신탁 ◇신임 △부사장 안병석△이사 유봉근◇승진△이사 신상갑△부장 원영수
  • 윷놀고 연날리고… 선물도 듬뿍

    윷놀고 연날리고… 선물도 듬뿍

    세화(歲畵). 설날에 왕이 신하들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면서 하사했던 그림이다. 설인 3일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를 찾으면 이 세화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선착순 300명까지다. 경복궁 함화당·집경당, 창경궁 통명전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세배법도 알려준다. 올해도 설을 맞아 고궁과 박물관에서 다채로운 전통행사판이 벌어진다. 인간문화재가 직접 써주는 입춘첩(立春帖·봄을 맞아 대문이나 기둥 등에 써붙이는 글귀)과 가훈도 거저 얻을 수 있다. ●경복궁·창덕궁 등 300명에 ‘세화 하사’ 문화재청은 설날에 서울 시내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과 현충사 등을 무료 개방한다고 1일 밝혔다. 2일과 4일에는 한복 입은 관람객에 한해 무료 개방한다. 4일 종묘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이기전 종묘제례보유자가 나와 신년 덕담을 써준다. 정릉·서오릉·태릉 등 각종 능묘를 방문해도 전통 차나 떡 등 먹거리들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장소에 따라 선착순 200~300명에게 복주머니나 전통엿도 나눠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4일 이틀 동안 ‘설날 한마당’을 연다. 가족 단위 프로그램 위주로 짜여졌다. 대강당에서는 영화 ‘뮬란’을 이틀에 나눠 상영한다. 열린마당에서는 ‘대붓 퍼포먼스’와 민속춤, 모둠북, 판굿 등 전통공연이 벌어진다.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윷놀이, 제기차기, 줄넘기, 연날리기 등도 진행된다. 교육관에서는 목판 인쇄나 서예, 전통악기를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는 체험행사도 열린다. (02)2077-9000. ●민속박물관, “토정비결 봐 드립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3일 토정비결을 봐 준다. 가족이 참여하는 윷놀이 대회와 세배한 뒤 즉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등 설날 그 자체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골무떡 만들기, 유과 맛보기, 마당굿, 구정놀이 등의 행사도 준비돼 있다. 절기상 입춘이기도 한 4일에는 입춘첩을 써주거나 직접 써보는 행사를 마련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등의 입춘첩 글귀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쓰였는지 함께 설명해 준다. 토끼띠 관람객에게는 복조리도 준다. 신분증은 가져가야 한다. 모든 행사는 오전 11시 시작되어 오후 4시에 끝난다. 복주머니 만들기, 연하장 만들기 등 일정 정도 재료비가 드는 체험 행사는 참가비(3000~8000원)가 있지만 나머지 행사는 모두 무료다. (02)3704-3114. ●고궁박물관, 서예가가 입춘첩 써줘 민속박물관 부속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빨간 도깨비 파란 도깨비’ 등 인형극 공연과 토끼모양 손거울 만들기 행사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무료 입장이지만 선착순 마감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줄을 잘 서야 한다. (02)3704-4540. 국립고궁박물관도 4~5일 입춘첩 써주기 행사를 벌인다. 서예가 장학수·김종태·임옥녀 등이 ‘입춘대길’(立春大吉) 등을 직접 써준다. 원하는 가훈을 말하면 가훈도 써준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02)3701-75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LP판 이전의 음반 한눈에

    LP판 이전의 음반 한눈에

    유성기판(SP)의 자료를 집대성한 전집이 출간됐다. LP, CD에 이어 SA(Super Audio) CD까지 나온 만큼 전통 녹음기의 복원 차원에서 이뤄졌다. 동국대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단장 배연형)은 6년간의 작업 끝에 ‘한국 유성기 음반’(전 5권)을 발간했다. 음반사별로 각 1권씩 모두 4권에다 유성기 음반의 약사와 색인을 담은 ‘해제·색인집’ 1권으로 구성됐다. 1907~1945년에 나온 음원 가운데 복원 가능한 5000여종을 대상으로 삼았다. 작업은 디지털 복원으로 이뤄졌다. 분단과 한국전쟁 와중에 손실된 것이 많아 전체 복원은 어렵다. 대중가요 외에도 조선의 궁중음악에서부터 경기명창의 전설 박춘재, 판소리 명창 송만갑·임방울의 소리는 물론 당대 최고의 만담꾼 신불출의 ‘만담’ 등도 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의 연설, 일제의 체제 선전에 동원된 손기정 선수의 독일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기념 육성 인터뷰, 나운규의 영화 육성 해설 등 역사적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연구단은 이 음원들을 7월쯤 개설할 인터넷 사이트에 모두 공개,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에 SP판이 등장한 것은 1907년 미국 컬럼비아사가 들여오면서다. 한동안 귀한 구경거리였으나 1960년대부터 LP판이 보급되면서 밀짚모자 창이나 단추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복원 작업은 다른 나라와도 연계한다. 이미 일본은 미국 컬럼비아사 원반을 정리(국립민족학박물관)했고, 타이완은 유성기 음반 연구(국립타이완대)를 꾸준히 해 왔다. 이들과 연구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배연형 동국대 문화학술원 교수는 “당대의 대중문화 속살을 들여다보는 데는 대중문화만한 것이 없고 이에 대한 귀한 자료가 음반자료들”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음반이나 녹음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는데 이번 작업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보존계획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미술사학계 거목’ 황수영 前동국대 교수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초우(蕉雨) 황수영 전 동국대 교수가 1일 오후 3시 10분 별세했다. 93세. 1918년 황해도 개성에서 출생한 고인은 1941년 도쿄제국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광복 직후 귀국한 뒤 개성상업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다 1947년 이후 1950년까지는 국립박물관에 투신해 박물감을 지냈다. 1956년 동국대 교수로 임용돼 박물관장과 대학원장을 거쳐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이 대학 총장을 지냈다. 1962년에는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입성,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1981년 위원장을 지냈다. 이 기간에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문화재 반환협상 실무대표를 맡기도 했다. 1994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고인은 전국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발견해 냈다. 서산마애삼존불상과 팔공산 제2석굴암, 문무대왕 해중릉, 울주 반구대 암각화 유적은 그의 손길을 거친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적과 석굴암 연구 복원 업적으로 1960년대에 대통령 표창을, 1996년에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용인대 교수인 아들 호종씨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인 딸 유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 (02)3410-315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이덕일&백승종

    [문화계 블로그] 이덕일&백승종

    역사학자 이덕일(왼쪽·50)이 다시 논란이다. 그를 둘러싼 논쟁이야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cafe.naver.com/mhdn)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잠시 다른 역사학자 얘기를 해 보자. 최근 ‘정조와 불량 선비 강이천’을 펴낸 백승종(오른쪽·54)이다. 이덕일과 백승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필력을 바탕으로 알기 쉬운 역사책을 써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쉽게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존재는 귀하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두 사람은 사뭇 다르다. 백승종의 ‘강이천’은 이탈리아 역사학자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를 연상시킨다. ‘치즈’는 16세기 이탈리아 농부 메노키오에 대한 종교재판 기록에서 출발한다. 메노키오는 우유에서 치즈가 나오고 치즈에서 구더기가 생기듯이 우주와 삼라만상이 창조됐다고 주장했다. 천지창조와 삼위일체에 대해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하찮은 농부를 용납할 수 없었던 기독교는 종교재판 끝에 그를 화형시킨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얘기인데, 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가 치즈와 구더기의 비유를 스스로 생각해 냈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농부가 체계적 논증법이나 수사학을 배울 수는 없다. 아마 당대에 떠돌아다니던 민담에다 농사짓던 체험 등을 모조리 섞었으리라. 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의 진술을 통해 그 어느 공식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은 16세기 유럽 민중사를 들춰 낸다. 백승종도 강이천에 대한 재판 기록 ‘죄인강이천등추안’을 파고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정조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개혁 군주인가, 아니면 보수 반동 군주에 불과한가. 조선이 망한 것은 정조의 개혁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정조의 성리학 근본주의가 지나치게 성공적이었던 때문은 아닌가. 민속화가 김홍도는 혹시 왕실의 어용화가가 아닌가. 파격적인 주장임에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 때문이다. 다시 이덕일로 돌아가 보자. 그의 핵심 주장은 노론 망국론이다. 노론이 친일파로 이어지고, 이들이 일제 식민사학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일제 식민사학 하수인’ 취급을 받고 가만 있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이덕일에게 이를 갈고 있는 학자가 100명은 된다.”는 농담처럼 주류학계는 “노론 망국론은 조선을 부정하기 위해 일제 식민사학이 만들어 낸 것”이라며 따라서 “이덕일이야말로 식민사학의 후예”라고 반격한다. 학계에 논쟁이 많은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감정적 대립이다. 서로에게 ‘식민사학 후예’ ‘학자인 양하는 장사꾼’이라는 식의 꼬리표 붙이기 말이다. ‘치즈’는 역사서임에도 추리소설처럼 쓰여서 문학과 역사학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백승종도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사료를 끄집어내 자신이 품은 의문을 독자와 함께 풀어 나가는 방식으로 ‘강이천’을 썼다. 이 같은 접근법을 이덕일과 그 반대 진영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제는 모진 언사로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자신은 조금 다른 관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는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어떨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람·자연·사회를 관조하는 시선

    사람·자연·사회를 관조하는 시선

    온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에 사람 냄새 솔솔 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빠질 수 없다. EBS는 2일 낮 12시 10분부터 ‘불멸의 전설 재일동포야구단’을 방영한다. 1956년 창단된 재일동포야구단은 지금은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1970년대 고교야구의 열기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팀은 재일동포 2세로 구성됐다. 모국에서 경기 한번 치러보고 싶다고 모인, 일종의 외인구단인 셈이다. 재일동포야구단의 살림을 꾸린 이는 1969년 이후 30년간 감독직을 맡았던 한재우다. 초특급 왼손투수로 꼽혔으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 뒤 재일동포야구단을 맡았다. 고된 일이었다. 지원이 신통찮으니 후원금을 모아야 했고, 선수를 뽑기 위해 일본 구석구석을 누비며 선수 본인 뿐 아니라 부모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서야 했다. 이념 문제로 복잡했던 여권 수속 뒤치닥거리도 그의 몫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팀이지만, 이들은 한·일 양국 프로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에서는 첫 3000안타 기록을 가진 장훈, 선동열의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호흡을 맞췄던 포수 강무지를 비롯해 ‘한신 타이거즈의 얼굴’ 황진환, ‘오사카의 호랑이’ 김박성 등을 배출했다. 한국에서는 초창기 프로야구 시절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 ‘잠수함 투수’라는 명칭을 처음 알려준 청보 핀토스의 투수 김기태, 원년 우승팀 OB 베어즈의 김영덕 감독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기둥이라해도 손색없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은 1~4일 밤 11시에 ‘위대한 여정’을 방영한다. 동물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험난한 이동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이동길을 7개 대륙, 20개국에 걸쳐 67만㎞을 따라간 작품이다. 3년간 100억원을 쏟아부은 땀과 힘을 느껴볼 수 있다. 1~5일 밤 10시에는 ‘차마고도’를, 3일 오후 6시에는 ‘히틀러의 비밀’을 방영한다. 아리랑TV는 3일 오후 8시 30분 ‘행복한 왕국의 비밀 부탄’을 방영한다. 부탄은 ‘상식적이지 않은’ 나라다. 전 국토 대부분이 2000m 이상 산악지대라 먹고 살기 막막한 데도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의무화했고, 국토 60% 이상은 산림으로 유지하라고 헌법에 명시해뒀다. 국민총생산보다 국민행복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MBC는 ‘아프리카의 눈물’ 2부와 3부 앙코르 방송을 3일 오전 9시 40분부터 연속 내보낸다. 극장판 제작 전 방송으로는 마지막 공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도예작가 이헌정, 건축을 말하다

    도예작가 이헌정, 건축을 말하다

    그릇은 뜻이 넓다. 밥을 담아도 그릇이지만, 큰 물건을 담아 두는 가구도 그릇이다. 사람을 담으면 집이 된다. 그릇 작업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고심해 온 도예작가 이헌정(44)의 개인전 ‘건축의 모델’이 오는 3월 4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헌정은 성공적인 도예가에서 가구 제작으로, 다시 건축으로 차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작가. 지난해 건축학 박사과정도 마쳤다. 이번이 건축을 주제로 한 첫 전시다. “예전부터 순수예술의 추상적인 것보다 뭔가 실제 생활에 연결되는 작업을 해 보고 싶었어요. 그 때문에 가구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갖고 있어지요.”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간결하다. 주어진 공간, 그 공간의 중심점, 중심점을 두고 그 공간을 에워쌈, 소통을 위해 내는 입구처럼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공간 높이가 4m나 되지만 의자, 입구, 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전시물에서 잘 드러난다. 작품 제목도 없다. 언뜻 초기 기독교 시대, 건물 지하의 비밀 기도 공간(카타콤)을 떠올리게 한다. 이헌정은 “도심의 바쁜 생활 와중에 공간 그 자체를 느껴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면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작가의 그릇’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피트는 2009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아트페어에서 이헌정의 작품 ‘아트 벤치’를 구입해 화제를 낳았다. “도움은 됐어요. 가구와 건축을 해 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잘 안 났죠. 그때 미국 작가 웬들 캐슬이 우연히 경기 양평 작업장에 들렀다가 제가 만든 가구를 보고 한번 해 보라고 북돋워준 게 출발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게 될까, 그런 걱정이 있을 때였는데 브래드 피트가 (작품을) 구입해 주면서 많은 도움이 됐죠. 그런데 그렇게 유명해져 공허하게 붕 뜨기보다 이젠 작품 자체로 평가를 받아아죠.” (02)753-650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전시회 연 ‘물의 작가’ 나현 인터뷰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전시회 연 ‘물의 작가’ 나현 인터뷰

    “제 작품은 미술계 관계자들만 보시거나, 보신 분들도 감상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 살기 위해서라도 제 스스로를 잘 포장해야 하는 작가라니까요. 하하. 아, 그리고 저 그림 잘 그려요. 못 그려서 이런 작업 하는 거 아니에요.”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나현(41) 작가. 신작 ‘나현: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2008-2011’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 2월 27일까지)에서 그를 만났다. 작가의 너스레가 이해될 법도 한 것이 전시장은 미술관보다 박물관 같은 풍경이다. 1층에는 작가의 예전 작품들이 걸려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벽면의 액자. 프랑스 병사 12명의 실종 기록이 적혀 있다. 프랑스는 한국전쟁에 3000명을 파병했다. 당초 알려지기는 7명이 실종됐다. 작가의 집요한 탐문작업 끝에 12명으로 기록을 바로잡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된 개인, 그럼에도 실종자 숫자조차 틀릴 정도로 무관심한 대상, 무심히 걸려 있는 12개의 액자는 이들의 얘기를 품고 있다. 바로 옆에 전시된 ‘다리’ 연작 시리즈는 아연판 위에 물을 채운 뒤 그 물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대로 말린 작품이다. 12개 액자와 마찬가지로 흐릿한 기억의 층위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기억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다. 성곡미술관의 ‘2011 내일의 작가’에 뽑힌 것을 기념해 내놓은 신작 ‘보고서-민족에 관하여’는 시베리아 바이칼호에서 출발한다. 바이칼호 올혼섬과 천일염 산지인 전남 신안군을 연결한 것. 연결고리는 질 좋은 소금을 따라 이동했다는 ‘맘모스 스텝’이다. 작가는 신안에서도 염전 물 위에 올혼섬을 그려넣는 작업을 했다. 물론 그림은 없고 영상자료로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측은 “제한된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이 아니라 직접 몸을 세워 발로 밟고 만난 경험에 근거하여 작업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내일의 작가’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홍익대 회화과 출신이니 출발은 서양화였을 것 같다. -맞다. 대학 때까지는 교수님에게 칭찬도 받고 공모전 같은 데서 상도 받아 봤다. 그런데 미술 하면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게 와닿지 않았다. 다른 작업을 하고 싶었다. →특별히 물을 택한 이유가 있나. -캔버스는 물감을 고정시키기 좋은, 쉽게 말해 말 잘 듣고 다루기 쉬운 매체다. 반면 물은 물감이 흩어지는, 다루기 어려운 매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겪는 기억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힌트는 한석봉에게서 얻었다. 가난 때문에 먹과 종이를 구하기 어려워 물에 붓을 찍어 바위에다 글씨를 썼다고 한다. 물로 쓴 글씨는 햇볕에 말라 날아가도 한석봉의 팔은 그 필법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사서 고생’이란 느낌이 든다. 한 작품에 2~3년은 걸리는데. -하하. 맞는 얘기다. 왜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느냐는 얘기 수없이 듣는다. 개인작업이라 비용도 부담스럽고, 주변의 이해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더욱이 물 위에 그린 그림은 비디오로나 남지, 미술품으로는 남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게 미술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내 관심은 역사를 보는 시각과 해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역사에 대한 고정 해석이 갖고 있는 견고한 틀 같은 것을 무너뜨려 시야를 틔우고 싶었다. →고고학적 작업인데 대중들이 받아들이긴 어렵지 않겠나. (이번 전시엔 퇴적물이 쌓인 신안 갯벌 사진이 있는데, 역사적 퇴적물에 집중하는 그의 작업은 이에 대해 오마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한국 올 때(2004년 영국 옥스퍼드대 순수미술학 과정을 마친 뒤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교수 직을 제안하면서 말린 분도 있었다. 지금 같으면 냉큼 제안을 받았을 텐데…(웃음). 흔히 중세를 암흑기라 하지만 당시 종교그림에는 세계관과 철학이 담겨 있다. 르네상스 이후 부르주아적 근대미술이 시작되면서 이게 단절됐다. 대중들은 그림을 보며 좋군, 나쁘군 하는데 그친다. 이래서는 소통이 안 된다. 작품이란 게 결국 작가와 대중이 대화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작가의 문법을 이해해야 한다. 작가가 작품으로 한발 내밀었을 때, 대중도 그만큼 한발짝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 판단은 그 다음 문제다. →다음 작품도 비슷한 방식인가. -주제는 4대강이다. 이미 독일 뒤셀도르프 라인강변에 큰 목책 하나 박아뒀다. 이 목책에 기록되는 물결의 흔적을 응용해 볼 생각이다. 한국에서도 4대강 유역에 설치한다. 예전에 한국의 청계천 복원공사와 영국 런던의 파링던 지역 복원공사를 비교한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 작가의 작품은 한곳에 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미지의 틈’ 전시(02-2124-8941, 2월 13일까지)다. 반투명 슬레이트로 둘러쳐진 채 문이 잠긴 집이 그의 작품이다. 무슨 의미일까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닐 거야. 이건 그들이 잊고 바꿔놓지 못한 역사의 한 조각이지.”라는 낙서를 발견하게 된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이 남긴 말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아니 재빨리 망각되는 게 더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의 의도와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그 충격적 사건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흐릿한 퇴적물로 기억의 지층을 일깨우려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그림이 된 詩

    그림이 된 詩

    옛 선비들은 시와 그림을 하나로 보았다. 그림이란 붓으로 쓴 시이고, 시는 글로 그린 그림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은, 강은교, 김지하 등 시인 74명의 시를 두고 화가 43명이 그림을 덧붙인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과 미술평론가 윤범모,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은 작품을 엄선해 뽑은 뒤 작가들에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미술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했다. 시와 그림이 함께 있다고 하니 언뜻 수묵화가 연상될 법도 한데, 극사실주의에서 추상화,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을 섭외한 덕분에 이채로운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가령 ‘긴 강을 헤엄쳐 온 내 안의 상처들은/ 어느덧 하늘의 가슴에 밀물지는데/ 길게 꼬리 진 노을 속에 젖은 외로움 하나/ 아직도 솟대처럼 우두커니 서있다.’고 읊은 ‘강변에서’(백수인 시인)를 맡아 그린 이는 한국 팝아트의 기수로 꼽히는 권기수다. 시는 전반적으로 우수에 찬 느낌인데 그림은 권기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강렬한 빨간색과 ‘동구리’ 캐릭터가 등장해 묘한 느낌을 낳는다. 김남조 시인의 ‘면류관’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이 표현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화려한 4계절 동영상 버전의 ‘신인왕제색도’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이이남답게, 알프레드 뒤러의 ‘자화상’ 그림을 동영상으로 처리했다. 자화상에 면류관이 얹어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다음 달 6일까지. (02)720-1020. 2월 23일부터는 부산 중동 가나아트로 자리를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안철수·박경철 우리시대를 논하다

    안철수·박경철 우리시대를 논하다

    MBC TV ‘MBC스페셜’은 오는 28일 밤 10시 55분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을 방송한다.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로 뽑히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개인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은 금융인 1위’인 박경철 경북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을 방송인 김제동이 만나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본다. 벤처기업 신화의 주인공인 안 교수와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 원장은 요즘 함께 지방대학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지방대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강연투어는 두 명사가 함께 한다는 것 외에 대담형식으로 진행되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이 같다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바쁜 시간을 쪼개 강연에 나선 이유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다.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한 후 강단을 선택한 안 교수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닌, 어떤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이루어 내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 삼는다. 그는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방식의 문제를 고민하고 논쟁해왔다면 이제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어 “스스로 주요 20개국(G20) 대열에 섰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혼자 내딛는 천 걸음보다 1000명이 손잡고 나아가는 한 걸음이 소중한 시대”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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