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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객도 현지인도 즐거운 ‘공정여행’

    관광객도 현지인도 즐거운 ‘공정여행’

    여행이란 이런저런 경관을 감상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도 찍는, 즐거운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행을 할 때마다 숱한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내가 편해지는 만큼 그들이 불편해질 수 있고, 내가 얻는 만큼 그들이 빼앗길 수 있다는 자각이다. 그걸 돌이켜 보자는 것이 바로 공정여행이다. EBS 다큐프라임은 4~5일 오후 9시 50분 ‘우리의 여행이 말하지 않는 것들’ 1·2부에서 공정여행을 조명한다. 제작진은 인터넷 공모를 통해 참여할 세 팀을 만들었다. 대학생 김민영씨는 네팔로, 직장인 오온누리씨는 필리핀과 태국으로, 주부 이순정씨와 딸 은지양은 캄보디아로 떠났다. 네팔은 높은 산들이 즐비한 곳이다. 산을 사랑한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몰려든다. 이들은 온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값비싼 방한복과 등산화로 중무장하지만, 정작 장비를 함께 짊어진 네팔 주민들은 티셔츠에 슬리퍼 바람이다. 그것도 엄청난 짐을 지고 말이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저가의 장비 대여업체가 생겨나고 짐꾼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를 들어본다. 필리핀 세부도 마찬가지. 휴양지로 유명한 이 곳은 스트레스를 잊고 편히 쉬기 위해 가는 곳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관광객들이 쉬는 곳은 거대한 담벼락으로 차단되어 있다. 담벼락 너머에서는 필리핀 현지인들이 질 낮은 샤워시설에 허름한 수영복을 입고 바다를 즐긴다. 고급 리조트가 만들어낸 바다의 경계인 셈이다. 관광객이 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었는데, 이제 바다를 빼앗긴 어부들은 청소 같은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고, 관광지 특유의 살인적 물가 때문에 먹고살기는 더 빠듯해진다. 관광객들이 뿌린 외화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태국의 코끼리 관광도 마찬가지다. 관광객들은 사람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 코끼리가 대견하고 훌륭해 보이지만, 코끼리들은 그 과정에서 살인적인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코끼리 쇼를 꼭 보지 않아도 코끼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캄보디아 여행을 위한 선택은 패키지 상품이었다. ‘최저가’가 아니라 ‘공정여행’ 패키지다. 최고급 리조트 대신 현지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전통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샤워시설조차 없고 말도 잘 안 통하지만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도 하고 집 앞 바나나와 망고를 따먹기도 하면서 함께 지냈다. 돈을 쓰는 사람도 재미있고, 그 돈을 챙기는 사람도 즐거운 만남. 그게 공정여행 패키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게 정말 현실일까? 생생한 초현실주의 찍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생생한 초현실주의 찍다

    초현실주의를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TV드라마다. 극이나 캐릭터가 현실성이 있네 없네 하는 얘기가 아니다. 배우가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던져지는 방식이 그렇다. 온갖 조명과 반사판을 활용해 배우를 분명히 드러나게 하려다 보니 배우의 얼굴은 배경에서 떨어져 나와 둥둥 떠다닌다. 시공간을 이탈해 둥둥 떠다니는 배우의 얼굴 자체가 이미 “이건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예요.”라고 말하는 셈이다. 22일까지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리는 임안나 작가의 ‘리스트럭처 오브 클라이맥스’(Restructure of Climax) 전시가 그렇다. 군사무기, 그러니까 자그마한 소총이나 수류탄 따위가 아니라 덩치도 큼지막한 탱크나 헬기를 화려한 조명 아래서 찍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별 일면식도 없는 군부대에 무조건 부딪쳐서 얻어낸 촬영 허가의 결과물들이다. 영화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쓰이는 좋은 조명 기구들을 모두 활용하되, 이 조명 기구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앵글 내에 배치해 모두 까발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사진이라는 도구의 일반적인 매력인데 정작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극사실적이라서 초현실적이라는 묘한 패러독스다. 때문에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작 가장 화려하게 부각된 탱크나 헬기의 정밀한 부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기보다 깜빡깜빡 점멸하듯 보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데이비드 코퍼필드(‘자유의 여신상’처럼 큰 사물들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보여준 미국 마술가)가 연상된다는 말에 “안 그래도 다음 작품 때는 마술을 응용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은결 같은 마술사를 섭외해 탱크나 헬기 같은 큰 덩치의 무기가 사라지는 순간을 담아보고 싶다고 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물었다. “반전, 평화 이런 거창한 얘기는 아닙니다. 아직 찾아가고 공부하는 중이지요. ‘이게 정말 현실일까’라는 의문만 함께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02)738-757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멋진 건축은 둘째… 편히 걷는 거리 있어야 도시다”

    “멋진 건축은 둘째… 편히 걷는 거리 있어야 도시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보세요. 주인공 캐리의 아이템이 구두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남자 친구 빅이 청혼할 때도 파란 구두를 건네주죠. 멋진 구두 신고 화려한 쇼윈도가 즐비한 거리를 폼나게 걷고 또 걷는다는 것, 그게 바로 뉴욕이고 도시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지금 서울, 걸어다닐 만합니까?” 지난 30일 이경훈(48)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를 서울 정릉3동 국민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푸른숲 펴냄)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내놔서다. 건축 책은 대개 건물과 컨셉트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 교수는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건물을 얼마나 멋지게 짓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먼저 마음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도시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지 않고서는 독창적인 건축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책에서 ‘길’과 ‘거리’를 구분했는데. -목적지를 향한 단선적 경로가 길이라면, 거리는 사람들이 쏘다니며 구경하고 노는 곳이다. 걷다가 잠깐 단골 가게에 들러 차도 한 잔 마시고, 때로는 마주치기 싫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 곳이 거리다. 그런 거리를 가져야 도시라 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은 어떤가. -문제가 있다면서도 정작 내놓는 해결책이란 게 나무 심자는 거다. 차라리 주변 건물 1층에 카페테라스나 상점을 의무적으로 들이도록 하는 건 어떤가. 도시의 광장이라면 그렇게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도 마찬가지다. 공원처럼 늘 잔디를 깔아두는데 차라리 지하 상점들을 지상으로 끄집어낼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상점 같은 것으로 스트리트 월(Street Wall)을 아기자기하게 구성해줘야 한다. 우린 너무 착한 것만 고집한다. →서울에 좋은 거리는 없는 것인가. -하하. 그렇지는 않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봐라. 건물이 아니라 거리가 남향이다. 또 인도가 확실히 확보되어 있고, 이런저런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걸으면서 기웃대기 좋다. 그게 바로 도시의 거리다. 거리는 공적인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곳은 어떤가. 도심 건물은 남향을 고집하니 길은 동서로 놓이게 되고, 그러니 늘 햇볕이 안 든다. 또 온갖 차들이 인도 위에 바퀴를 걸친다. 나무 잔뜩 심고 꼬불꼬불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봐야 길밖에 볼 게 없는 곳엔 사람들이 안 간다. 똑같은 명품 거리인데 인도가 확보되어 있는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길은 늘 북적대지만, 차가 인도 위에 올라와 있는 청담동 길은 한산하다. →권한이 주어진다면 뭐부터 뜯어고치고 싶은가. -일단 인도 주차를 금지시키겠다. 웰컴시티를 봐라. 건물 잘 지어 놓고 인도에 차를 올려놨다. 청담동 길처럼 걷는 사람을 건물에서 분리해버린 것이다. 그다음으로 합벽을 허용하겠다. 지금은 화재 위험 등으로 건물 간격이 1m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벽을 붙여야 1층 상점들이 쭉 이어지면서 스트리트 월이 생긴다. 유럽처럼 불길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지붕보다 높은 방화벽을 집 사이에 끼워넣으면 화재 위험은 막을 수 있다. 4대문 안 밀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고층 빌딩이 많다지만 서울 지역 평균 건물 높이는 1층도 채 안 된다. 4대문 안에 평균 56층 높이로 건물을 올리면 지금의 서울 시내 건물은 모두 수용할 수 있다. 그렇게 집적시킨 뒤 나머지 지역은 모두 공원녹지를 만드는 거다. →도시에는 도시만의 맛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자꾸 도시를 악으로 몰아가는데 도시는 사람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나쁘다고 욕하면 되겠나. 도시는 도시답게, 공원은 공원답게 만들면 된다. →남향 아파트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다. -프랑스는 큰길(불러바드)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길쭉하니 좁게 짓는다. 아파트가 햇볕, 베란다, 광장, 놀이터를 포기하고 그걸 큰길에 내주는 거다. 그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우리 아파트는 그런 걸 모두 집 안에다 밀어 넣는다. 심지어 요즘은 주차장을 지하에 넣고 지상은 녹지로 만들었다. 지하를 통해 마트와 일터를 오가고, 서로 접할 일도 없으니 주변 상권이 다 죽는다. 그건 죽은 도시다. →주변 환경을 죽이는 대표적 건축물로 예술의전당(서초동)도 자주 거론된다. -예술의전당 비극도 따지고 보면 남향에서 비롯됐다. 지리적으로 북향이 딱 들어맞는 곳인데 남향으로 짓다 보니 광장을 건물 뒤에다 넣었다. 뒤통수에 눈을 단 격이다. 남향 강박 관념은 정말 도시적이지 않다. →건축물에서 주변 환경과 사람이 그래서 중요한 것인가. -생각해 봐라. 우리가 차 타고 열심히 이동하면서 전통문화를 구경하는 곳은 대개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이다. 유럽 가서는 지도 들고 열심히 도시를 걸어다닌다. 도심에서 ‘외국인 관광객 탑승 중’이란 푯말을 내건 봉고차를 보면 부끄럽다. 우리가 후진국이라 실토하는 것 같아서다. 역사 문화 도시도 좋고 디자인 도시도 좋지만 가장 기본은 ‘도시’라는 사실을 서울시장이 잊지 않았으면 싶다. →요즘 지역마다 유행처럼 무슨 무슨 도시를 내거는데 일맥상통하는 얘기 같다. -전남 순천이 한 예다. 철새도래지가 있어서 ‘에코 시티’를 내걸었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철새만 보고는 떠나버린다. 관광객은 몰리지만 수입이 안 생긴다. ‘에코’만 있고 ‘시티’가 없어서 그런 거다. →결국 지역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키워드가 ‘린’(隣)이다. 우린 그동안 ‘충’과 ‘효’만 생각했다. 국가와 가족 중간 지대에 있는 공동체적인 무엇이 바로 도시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 도시를 도시답게 하는 것은 국가도 가정도 아닌 바로 우리 이웃들이 함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건축은 그 방식을 담아냈을 때 가장 창조적일 수 있다. →그래도 책 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9년 5월 한 강연회 때문이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라고 했더니 다들 당황하더라. 솔직히 이런 주장은 건축가들을 위한 변명이기도 하다.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 나가 보면 ‘녹지를 끌어들인 남향’이란 전제조건이 기계적으로 들러붙는다. 그걸 깨지 못하면 도시적 풍경과 창조적 건축은 불가능하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이경훈 국민대 교수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이경훈 국민대 교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보세요. 뉴욕을 찬미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캐리의 아이템이 구두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남자 친구 빅이 청혼하면서도 파란 구두를 건네주죠. 멋진 구두를 신고 화려한 쇼윈도가 즐비한 거리를 폼나게 걷고 또 걷는다는 것, 그게 바로 뉴욕이라는 겁니다. 그게 도시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지금 서울, 걸어다닐 만합니까?”  지난 30일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를 서울 정릉3동 국민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푸른숲 펴냄)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내놔서다. 건축 책은 대개 건물과 컨셉트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 교수는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건물, 간판, 가로수, 의자, 보도블록이 디자인적으로 멋진 것이냐 아니냐는 둘째 문제이고, 먼저 마음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도시를 먼저 건드리지 않고서는 독창적인 건축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책에서 ‘길’과 ‘거리’를 구분했다. 어떤 의미인가.  -목적지를 향해 쭉 나 있는 단선적 경로가 길이라면, 거리는 사람이 활개 치며 걸어다닐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쏘다니며 구경하고 만나고 떠들고 노는 곳이다. 걸어가다 잠깐 단골 가게에 들러 차도 한 잔 마시고, 골목을 꺾어 가다가 아는 사람, 때로는 마주치기 싫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 곳이 거리다. 그런 거리를 가져야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런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 내나.  -거리는 공유 공간, 공적인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을 들 수 있다. 일단 건물이 아니라 거리 자체가 남향이다. 또 인도가 확실히 확보되어 있고, 이런저런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돌아다니면서 기웃기웃 구경하기 좋다. 그게 바로 도시의 거리다. 다른 곳과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도심 건물은 남향을 고집하니 길은 동서로 놓이게 되고, 그러니 늘 햇볕이 안 든다. 또 온갖 차들이 인도 위에 바퀴를 걸친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걸을 수가 없는 거다. 나무 잔뜩 심고 꼬불꼬불 만들어 둔 ‘걷고 싶은 거리’는 길 외에는 아무 것도 볼 게 없어 걷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똑같은 명품 거리인데 청담동 길은 한산하다. 청담동 길이 따라하려 한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길은 늘 북적대는데 말이다. 청담동 건물주들이 차를 건물 앞에 대 놓기 때문이다.  도시는 결국 사람인 셈이다.  -우린 너무 착한 것만 고집한다. 가령 광화문광장만 해도 그렇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나오는 것은 나무 심고 녹지 만들자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나 같으면 차라리 주변 건물 1층에다 카페테라스나 상점 같은 것을 의무적으로 들이도록 하겠다. 도시의 광장이라면 그렇게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도 마찬가지다. 늘 잔디를 깔아두는데 그건 광장인가, 공원인가, 녹지인가. 차라리 로터리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던 상점들을 위로 끄집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상점 같은 것으로 스트리트 월(Street Wall)을 아기자기하게 구성해줘야 사람들이 거닐고 도시적 풍경이 생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권이 주어진다면 뭐부터 고쳐보고 싶은가.  -일단 인도 주차를 금지시키겠다. 웰컴시티를 봐라. 건물 잘 지어 놓고 인도에다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해놨다. 청담동 길처럼 걷는 사람을 건물에서 분리해 버리는 것이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5만원을 물게 한다. 그런데 담배꽁초는 3㎝고, 차는 5m다. 차는 왜 놔두나. 다음으로 합벽을 허용하겠다. 지금은 건물들 사이를 대지경계선에서 1m 이상 띄어 놓도록 되어 있다. 화재 위험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벽을 붙여야 그 아래 1층 상점들이 쭉 이어지면서 스트리트 월이 생기고 즐길 거리가 생긴다. 화재 위험은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다. 가령 유럽은 집 사이에 불길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지붕보다 더 높은 방화벽을 끼워넣는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도 어렵겠다면 4대문 안 밀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고층빌딩이 많다지만 서울 지역 건물의 평균 높이는 1층도 채 안 된다. 계산해보니까 4대문 안에 평균 56층 높이로 건물을 올리면 지금 서울 시내 건물을 모두 다 수용할 수 있다. 4대문 안, 여의도, 강남 3곳으로 분산할 경우 평균 높이는 20층이면 된다. 차라리 이렇게 집적시킨 뒤 그 외 지역은 공원녹지를 만드는 거다.  도시에는 도시만의 맛이 있다는 주장이 신선했다.  -자연을 높게 치다 보니 자꾸 도시를 악으로 몰아간다. 그게 문제다. 도시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다. 실컷 만들어놓고 나쁘다고 욕하면 되겠는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도시가 그렇게 집적돼 있음으로 해서 그 외 지역이 보전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유엔 에스캅(UN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 참가했더니 거기서도 그런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남향 아파트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었다.  -큰 길(불러바드)을 떠올리면 된다. 프랑스는 큰 길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길쭉하니 좁게 짓는다. 아파트가 포기하는 햇볕, 베란다, 광장, 놀이터를 큰 길에 내주는 거다. 개개인의 집보다 함께 쓰는 큰 길에 더 많은 혜택과 기능을 주라는 거다. 그게 바로 공유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다. 우리 아파트는 그런 기능과 혜택을 집 안에서만 해결하려 든다. 남향을 고집하니 모든 집이 넓은 사각형이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인데 사실상 따로 사는 셈이다. 요즘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주차장을 지하에 넣고 지상은 녹지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마트와 일터를 오가게 되고, 서로 접할 일도 별로 없다보니 주변 상권이 다 죽는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인데,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정작 모두 닫아걸고 외롭게 살겠다고 작정한 셈이다. 그건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갇히는 감옥이다.  그래서인지 건축가들은 압도적인 건축물보다 환경에 녹아드는 건축을 높게 평가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다. 건축가들이 압도적인 규모로 온갖 편의시설을 한데 다 몰아넣은 건축물보다 사람과 풍경이 살아날 수 있는 건축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문화를 안 보고 쇼핑만 하고 간다는 보도에 우리는 분노한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라. 우리가 전통문화를 보러 가는 곳은 대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이다. 그곳에서는 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유럽 같은 선진국에 놀러가면 열심히 걸어다닌다. 도시 그 자체를 느끼는 거다. 그래서 난 시내에서 ‘외국인 관광객 탑승 중’이란 푯말을 내건 봉고차를 보면 부끄럽다. 우리가 후진국이라 실토하는 것 같아서다. 서울은 역사 문화 도시, 디자인 도시 같은 걸 내걸었는데 다 좋다. 다만 역사 문화건 디자인이건 뭐건 간에 가장 기본은 ‘도시’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녹지를 끌어들인 남향’이란 전제조건이 붙어 있는 한 도시적 풍경과 창조적 건축은 불가능하다.  건축물에 앞서 건축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해보인다.  -그래서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바로 ‘린’(隣)이다. 우린 오랫동안 충과 효만 생각하고 살았다. 충은 느낄 수 없는 거대 공동체인 국가를 향한 것이고, 효는 바로 내 가족들에 대한 얘기다. 국가와 가족 사이에 끼어 있는 공동체적인 무엇이 바로 도시인데, 이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 도시를 도시답게 하는 것은 국가도 가정도 아닌 바로 우리 이웃들이 함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고, 건축은 그 방식을 담아내야 한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수든 진보든 주택정책에 한방은 없다”

    “보수든 진보든 주택정책에 한방은 없다”

    불한당(不汗黨). 땀 흘리지 않고 놀고먹는 이들을 뜻한다. 부동산 문제로 좁혀 보자면 대개 집을 세 놓고 사는 이들, 즉 다주택 보유자들을 비난할 때 많이 쓴다. 토지 독점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헨리조지학파에서 늘 보유세 강화론을 내걸고, 진보진영에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는 이유다. 그런데 이 두 방안이 그리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 진보진영 내에서 나온다. ‘불한당의 순기능’도 보자는 것이다.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남 진주시 칠암동 경남과학기술대 산학협력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사학회 여름정기학술대회에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가 발표하는 논문 ‘복지국가 주택정책의 목표와 쟁점’이다. 김 교수는 일단 자가소유확대 정책에 의문을 표한다. 집값이 문제될 때마다 늘 나오는 대답은 공급부족론이다.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니 집을 더 많이 짓게 해주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주장은 슬슬 끝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껏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을 핵심수단으로 삼았는데, 그러다 보니 전 인구의 25%가 이미 공공택지에 거주하고 있고, 그럼에도 신규 아파트 청약자만 1500만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는 2018년쯤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때부터 주택에 대한 절대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그 이후 주택수요가 1~2인 소형가구 위주로 변하고, 도심회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써 도시 외곽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지어봤자 뒷날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널리 알려졌듯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오너십 소사이어티 전략’ 아래 돈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촉발됐다. 바꿔 말해 현실적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전·월세 형식으로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방안에도 일정 정도 제동을 거는 얘기다. 국가재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문제 등을 봐서도 공공임대주택을 잔뜩 지으라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런 맥락에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다만 조건을 건다. 김 교수는 “다주택 소유에 대해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임대전용주택 등록, 임대소득세 부과, 자동계약갱신제, 임대료 인상 상한제, 임대료 불복신고제, 임대료보조제 등이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몇 가지나 갖추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불필요한 집을 토해 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가소유 비중이 높은 미국·아이슬란드·영국·그리스 등은 버블 붕괴로 타격을 입었고, 공공임대 비중이 높은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집값도 만만찮게 올랐다. 반면, 민간임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독일, 스위스는 오히려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가장 낮았다. 문제는 민간임대 자체가 아니라 ‘어떤’ 민간임대냐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를 ‘자가소유, 민간임대, 공공임대 영역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점유형태균형(tenure equilibrium)’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이것이 보유세 강화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부세’ 사태에서 보듯, 보유세 강화는 정치적 화약고다. 때문에 김 교수는 “보유세 강화라는 방향은 맞지만 가파른 누진세율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세수 목적보다는 세제 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결론은 “진보적 주택정책에 ‘한방’은 없다는 점을 인정한 뒤, 환상 없이 목표를 정하고 그에 이르는 단계적이고 패키지화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흥미로운 주장이 하나 더 나온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연금펀드를 통한 이익공유제 : 시론적 모색’ 논문을 통해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익공유제를 위한 모델로 ‘산별퇴직연금펀드’를 제시한다. 가령,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모기업과 관련 기업, 1·2차협력업체를 모두 연결해 공동으로 자동차노동자를 위한 ‘자동차퇴직연금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재벌중심 경제체제에서 재벌 이익을 관련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는 데는 이런 방식이 적당하다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말라위 호숫가 인간과 동물의 ‘물 전쟁’

    말라위 호숫가 인간과 동물의 ‘물 전쟁’

    EBS 다큐프라임은 27~29일 오후 9시 50분 ‘말라위 - 물위의 전쟁’을 방영한다. 전 지구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특히 물 부족 현상은 비가 많으냐 적으냐를 떠나 그 영향권 아래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프리카는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 이 가운데 말라위는 축복받은 땅으로 꼽힌다. 비교적 풍부한 수자원이 있기 때문. 그러나 물이 많다 보니 다른 문제도 생긴다. 비가 드물고, 비가 오더라도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구분되어 있어 물이 풍족하다 결코 말할 수 없는 곳이 아프리카다. 그 가운데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인 말라위 호수를 끼고 있다. 호수가 어찌나 큰지 전 국토의 3분의1이 호수다. 1부 ‘제왕의 추락’은 이런 곳에서 쫓겨나는 사자를 다룬다. 물이 풍족하다보니 여유롭다기보다 그 풍부한 물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이는 사자와 인간의 관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 사자 개체수가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같은 이웃 나라들처럼 적지 않은 사자들이 출몰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인간들이 세를 확장하면서 이들은 크게 줄었다. 사자뿐 아니라 육식동물들 거의 전부가 그런 운명이다. 이들로서도 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건기가 되면 인간 마을을 넘볼 수밖에 없는데, 이게 갈등의 원천이다. 2부 ‘머나먼 공존의 길’은 코끼리, 하마, 기린 같은 초식동물은 어떨지 점검해 본다. 이들 역시 인간이 기르는 농작물을 노릴 수밖에 없다. 건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 부족한 자원을 두고 사람과 이들 동물 간에 일대 전쟁이 시작된다. 보다 못한 말라위 정부는 일년에 한두 차례 대규모 야생동물 생포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야생동물이 일종의 관광자원인지라 함부로 죽일 수는 없다. 헬기에다 대형트럭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동물들도 순순히 내쫓길 수만은 없다. 그들로서는 생존권 투쟁이기 때문이다. 3부 ‘말라위 호수, 축복인가 재앙인가’는 사람들 간에는 괜찮을지 짚어봤다. 말라위 사람들은 대개 호수를 생업터전으로 삼는다. 그러나 조건이 좋진 않다. 우기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호수 내 어류들의 산란율에 혼돈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고기 잡기 좋은 곳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힘든 경쟁을 벌인다. 이런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결국 야생동물 밀렵에 나선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사]

    ■경기도 <국장>△자치행정 홍승표△문화체육관광 양진철△여성가족 최봉순<북부청사>△기획행정실장 김동근△평생교육국장 이한규△경제농정국장 직무대리 임종철△도시환경국장 〃 한배수△교통건설국장 〃 홍창호<직무대리>△의회사무처장 이근홍△환경국장 김호겸△인재개발원장 이을죽<부시장>△남양주 박익수△의정부 김정진△파주 조청식△포천 신석철△양주 박춘배△안성 이한경△하남 이용희△동두천 이강석△과천 오후석<부군수>△가평 배수용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급 승진 △인터넷침해대응센터본부장 원유재◇단장급 승진△경영지원단장 이해영△인터넷문화진흥〃 유진호△침해예방〃 노명선△홍보실장 황성원 ■삼일회계법인 ◇승진 △대표 김의형 김홍기 박수환 이병찬△부대표 박수근 이한목 주재형△전무 김용운 박대준 이용재 이희태 임원현 최욱경△상무 김성영 박정선 박흠석 소영석 송문섭 윤규섭 이영신 이진원 정성근 정찬우 주세운△상무보 강미라 고성진 김기은 김경구 김이식 김재환 김진광 김태성 남형석 박동규 박재형 박태진 스티븐 정 양혜연 오남교 오병일 유엽 윤영창 이규대 이도신 이성근 정낙열 정복석 정종만 조정환 최달 최세영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반총장 만장일치 연임에 네티즌 환호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반총장 만장일치 연임에 네티즌 환호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1위에 올랐다. ‘반기문 연임 만장일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사무총장인 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전 회원국들의 지지와 기립박수 속에서 연임을 인정받았다. 5위에 오른 ‘박태환 1위’도 모처럼 시원한 소식이다. 지난 18일 국제그랑프리 대회에서 자유형 100m·200m·400m를 석권, 3관왕에 오른 것. 특히 ‘수영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를 꺾어 버렸다는 부분에서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2위는 논란을 빚고 있는 ‘KBS수신료 인상’이 차지했다. 수신료를 현재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두고 여야 논란과 합의, 그리고 합의안 번복 과정을 거쳤다. 9위도 ‘도시가스 인상’으로 반갑지 않은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6.7% 요금 인상안을 내놨다. 올라가는 것이 있다면 내려갈 만한 것도 있다. 3위에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학등록금 인하’가 올랐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두고 실현 가능하냐, 가능하다면 어느 선까지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2014년까지 대학등록금 30%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충격적인 소식들은 여전했다. 4위는 ‘아이리스 이은미 사망’이다. 아이리스의 메인 보컬 이은미가 지난 19일 흉기에 찔려 숨졌다. 범인은 전 남자친구라는 점에서 또 한번 충격을 줬다. 6위엔 ‘대성 불구속 기소’가 올랐다. 그룹 빅뱅의 대성이 양화대교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건 당시의 블랙박스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일단 오토바이 운전자가 음주운전 뒤 교통사고를 냈고, 그 뒤 대성이 현장주시를 게을리해 사망사고에까지 이르렀다는 결론이다. 7위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출연료 문제를 다룬 ‘연매협 출연거부’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가 지난 22일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드라마, 영화 32편의 제목과 제작사를 공개하고 이들 작품에는 출연을 거부키로 했다. 8위엔 아이돌그룹 스타와 신세대 스타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던 ‘종현 신세경 결별’ 소식이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교제를 시작한 뒤 결국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헤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10위엔 주말 동안 전국에 큰 바람과 비를 몰고 왔던 ‘태풍 메아리 북상’이 올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在美 미디어 작가 김신일 ‘제3의 아름다움’展

    在美 미디어 작가 김신일 ‘제3의 아름다움’展

    ‘간취’(看取). 떠올랐던 단어다. 작가가 그렇게 던져 놓았고, 관람객이 그렇데 집어들 것만 같다. 눈을 손 삼아 움켜쥐고(看) 귀를 돋우어 들은 것(取)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어 보인다. 24일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막한 재미 미디어 작가 김신일(40)의 ‘제3의 아름다움’전 얘기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김 작가만의 기법인 압인(押印) ‘초상화’. 압인 드로잉이란 종이 등을 도구로 눌러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부분을 문자나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종이 등 눌러 형태 만들고 조명… ‘압인 드로잉’ 기법 활용 김 작가는 물감을 다 써버린 볼펜 같은 것을 도구 삼아 일일이 드로잉하듯 눌러 만들어 뒀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빛. 빛이 드로잉을 통과하면서 묘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언뜻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머리 꽤나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의 축 처진 어깨선이 고스란히 눈으로 빨려 들어온다. “흔히 망점이라고 하죠. 돋보기에 빛을 투과시키면 초점이 모이는 부분. 그림자란 게 원래는 까만데 망점만은 하얗습니다. 그 햐안 부분을 모아둔 게 저 머릿속이지요.” 전시장 안쪽에 자리 잡은 ‘책상 위의 정물’ 1·2·3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저리 위치를 바꾸어 봤지만 별 차이는 없다. 조명을 그렇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일정한 방향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로 조명이 들이쳐야 음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빛 자체에도 획과 농담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동양화적인 느낌까지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개념은 전시장 중간 듬성듬성 놓여진 문자조각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낱개의 알파벳을 만들어다 붙인 것인데 어떤 글자로 무슨 문장을 만들었는지 맞춰보면 된다. ●“그림자 가운데 망점은 하얘… 작품 ‘초상’에 하얀 그림자 활용” 그 뒤편엔 다른 알파벳 덩어리도 있다. 아예 ‘눈높이, 분할된 시야, 개체’(Eye Level, Divided Sight, Individuality)라는 말의 알파벳을 뒤섞어 놨다. 분할된(divided) 시야이지만 분할되지 않는(in-divided) 개체의 아이러니를 조형적으로 제시한 셈. 살짝 기분 나빠진다. 뜻은 다 좋다 쳐도 왜 하필 영어만 잔뜩 늘어 놨을까. “지금 미국에서 활동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글보다 더 낯선 알파벳으로 이런 조형을 만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해졌어요. 미국 사람에게는 되레 한글로 이런 걸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요.” 김 작가는 1999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압인드로잉과 문자조각을 한데 합쳐 놓은 듯한 벽면의 문구. “When....are seen in the light of emptiness”라고 전시장 한쪽 구석에 새겨져 있다. ‘뭔가가 텅빔의 빛 속에서 보여질 때’ 정도로 읽힌다. 그런데 이게 거꾸로 찍혀 있는 바람에 전시장 바깥의 어떤 존재가 이 문구를 들여다보는 관람객을 관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주어 자리는 무수하게 많은 존재가 들어찼다가 지워져 버린 듯 글자의 흔적이 어지러이 남겨져 있다. 그 숱한 주어들은 텅빈 공간의 빛 속에서 사라져 버린 듯 하다. 초월해 버렸을까, 견딜 수 없었을까. 훅 풍겨오는 것은 불교적 냄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회 오빠’였는데 자꾸 작업을 하다보니 불교 쪽으로 넘어가더군요.” 왜 그럴까. “어떤 범주화를 하고, 그래서 구분 짓고 분별하는 것을 한번 흔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럼 범주화하고 분별 짓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언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언어 자체를 비틀어보고 싶었어요.” ‘정오의 시간’ 운운한 니체가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해석하든 “개인의 너무 사사로운 경험을 다루는 최근의 개념미술 경향과는 궤도를 달리 한다(최열 학예실장).”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듯.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면 상설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김종영 선생의 채색목조 작품들을 ‘여름에서 가을 사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해 뒀는데 전시장 배경 색깔을 연두색으로 해 뒀다. 보통 하얀색인 전시장에 비해 훨씬 시원한 감이 든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왔던 독고진의 집이 바로 김종영미술관이다. 건물만 봐도 눈이 시원해진다. 김신일전은 다음 달 28일까지다. (02)3217-648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中신예들이 그린 자본주의 明暗

    中신예들이 그린 자본주의 明暗

    중국 현대 미술의 최근 경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열리는 ‘눈부신 윤리학’전이다. 리천(48), 펑정지에(43), 종비아오(43), 인자오양(41), 관용(43) 등 ‘차세대 블루칩’으로 꼽히는 중국 작가 5명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 제목에 급속한 고도성장 속의 중국사회 명암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눈부심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들춰 보자는 취지다. 초점은 이념적 긴장이나 갈등보다는 조금 더 현실 묘사쪽으로 선회한다. 중국 문학에서도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천안문을 이제 그만 ’팔아먹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흔문학에 대한 비판이 많은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미술도 중국만의 특수성보다 자본주의적 보편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에 대한 생각해서도 드러난다. 서구 예술가들은 한동안 “프리 아이웨이웨이”(아이웨이웨이에게 자유를)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종비아오는 “자유라는 건 너무 추상적”이라면서 “절대적 자유란 없고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일견 무심해 보이는 듯한 태도다. 서구 지식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기보다, 조금 더 중국적인 부분으로 선회한 것이다. ‘초상’ 시리즈로 유명한 펑정지에의 작품이 그렇고, 중국의 도가적 풍모를 조각으로 드러낸 리천의 작품도 그렇다. 현대적 중국의 풍경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종비아오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다면 책이 잔뜩 쌓인 서가 풍경을 묘사한 관용과, 마오쩌둥과 천안문을 회전기법으로 표현한 인자오양 정도다. 마오쩌둥과 천안문을 그렸다곤 하지만 인자오양의 최근작은 군중을 묘사한 ‘디퓨전’이다. 그렇다면 남는 이는 관용이다. 관용 스스로는 책을 많이 그린 것에 대해 “서구 평론가들은 책과 다르게 움직이는 중국 지식인에 대한 얘기라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책이 많은 것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친숙한 일상적 풍경의 디테일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02)3479-011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클럽데이의 부활] “DJ·라이브 팬층 갈려 결별…클러버 문화 실종 아쉬워”

    클럽데이 부활에 빠진 그룹이 있다. 춤을 기반으로 하는 DJ클럽들과 별도로 인디밴드들이 서는 라이브클럽들이다. DJ클럽과 라이브클럽 두 축으로 이뤄졌던 클럽데이로서는 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홍대 라이브클럽 DGBD의 기획자로 일하는 한국진(43)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한씨는 사진 촬영은 한사코 거부했다. →DJ·라이브클럽이 어떻게 갈렸나. -팬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라이브클럽은 밤 9시 정도, DJ클럽은 밤 11시 이후가 피크타임이다. 기대했던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라이브클럽에서 DJ클럽으로 흘러가는 거였는데 이게 안 됐다. 팬층이 갈려버렸다. 더구나 DJ클럽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서운한 감정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친 상업성 때문에 클럽데이가 한때 폐지됐는데. -글쎄, 상업성 자체를 무조건 배척할 수 있을까. 난 오히려 긍정적인 편이다. 널리 알릴 기회가 드물었던 인디밴드 입장에서는 좋은 자리가 많이 마련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덕분에 몇몇 실력 있는 밴드들의 경우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물론 라이브 공연이 질적으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클럽문화가 변질됐다는 탄식도 많다. -예전 클럽데이 때는 클러버 문화라는 게 있었다. 클러버들은 그냥 클럽에서 하는 라이브 그 자체가 좋다, 이런 파였다. 그래서 누가 무대에 오르건 라이브클럽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가 공유되고, 그에 따라 취향들이 나뉘면서 그런 문화 자체가 없어졌다. 자기들이 원하는, 좋아하는 밴드를 찾아다니는 형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인도’ 작가 박연옥 37년 정리 전시회

    ‘미인도’ 작가 박연옥 37년 정리 전시회

    전통의 미인도를 한국화 채색기법으로 선보이는 박연옥(56) 작가의 37년 작업을 정리하는 전시가 강원 고성군 진부령미술관에서 ‘박연옥의 미인도’전이란 이름으로 열린다. 전시작품은 2000년 이후 만든 신작들로 100여점에 이른다. 전통적인 미인도와 현대풍의 미인도가 섞여 있다. 전통작품은 노리개, 반지, 비녀 같은 전통 액세서리가 강조되어 있다. 현대풍 미인도는 작가가 어렸을 적 즐겨 읽었던 동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가령 숲속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배치해둔 ‘비밀정원’은 제목 그대로 동화 ‘비밀의 정원’ 속의 한 장면에서 착안했다. 박 작가는 “1999년 작업실 화재 때문에 많은 작품을 잃어버렸는데 그 뒤 몸과 마음을 추스려 집중적으로 작업한 작품들”이라면서 “때마침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전시하게 된 만큼 자연과 함께 작품을 즐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부터 9월 13일까지. (033)681-766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불온한 작가’ 中 옌롄커의 자기 고백

    ‘불온한 작가’ 中 옌롄커의 자기 고백

    그는 돈 10위안(약 1500원)이 아까워 병석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영화 ‘소림사’를 보여드리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무의식 속에 병든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랐다고 털어놓는다. 젊은 시절 몰래 훔친 면도기를 아버지에게 선물이라며 드렸고, 이를 평생에 걸쳐 애지중지 쓰는 모습을 보면서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토설한다. 쓰는 작품마다 출판 금지, 판매 금지 등 중국 정부 당국과 끝없이 불화해온 ‘불온한 작가’ 옌롄커(閻連科·53)의 자전적 산문집 ‘나와 아버지’(김태성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는 위악적인 자기 고백과 28년 전 폐부종으로 숨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앞세워 숨가쁘게 변해가는 중국이 애써 잊고 사는 가난과 고통의 한 시대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한동안 중국 독자들에게도 잊혔던 옌롄커를 다시 열광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출간하자마자 3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한 옌롄커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문단에서 고아와 같은 존재였던 나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면서 “나의 성장기와 아버지, 가족의 이야기를 진솔히 풀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문화대혁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바링허우 세대’(19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감동받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아버지와 아버지들이 살아온 세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지내온 유소년과 청년 시절의 삶은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수립 이후 3년 대기근,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 힘겨운 중국 현대사와 씨줄날줄로 얽혀 있다. 옌롄커는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농촌의 가난과 굶주림을 벗어나고자 아버지의 뜻을 저버린 채 군대로 떠났고, 문학의 길을 택했다고 말한다. 중국작가협회 소속 작가 7000여명을 비롯해 문학에 관련된 이라면 모두 꿈꾸는 위치인 ‘1급 작가’가 됐고 루쉰 문학상, 라오서 문학상 등 중국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등 작품을 실을 곳을 찾지 못해 홍콩, 유럽 등을 전전해야 했고, 어렵사리 출간되더라도 중국에서는 판매 금지되기 일쑤였다. 마오쩌둥 주석에 대한 모욕, 중국의 에이즈 실태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바깥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으며 열광하지만, 중국 안에서는 독자들과의 접점 자체를 찾지 못하던 차에 이번 산문집으로 자신의 문학적 시원 및 창작의 배경을 내밀히 고백하고 소통하게 된 셈이다. “서구에서 좋아하는 소재인 티베트 등을 다루는 작품을 쓰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글쓰기는 저와 진실과의 대면입니다. 무슨 상, 돈, 권력을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쓸 수는 없죠.”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역사드라마는 무죄?

    역사드라마는 무죄?

    동북아역사재단이 22일 오후 3시 서울 미근동 재단 회의실에서 ‘사극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PD연합회와 공동 개최라는 점이 색다르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양측이 직접 무릎을 맞대고 앉는 셈이다. 재단 측 연구위원들은 물론 ‘주몽’을 연출한 이주환 MBC PD와 ‘대장금’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이병훈 PD가 토론자로 참가한다. 이런 취지로 볼 때 주창훈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가 발표하는 주제 ‘역사 드라마의 세 가지 상상력 : 강한 민족에서 탈민족으로’와 토론자로 나서는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의 토론문 ‘사극 전성시대는 역사학의 위기인가, 기회인가’가 눈길을 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 주 교수는 주제 발표문을 통해 방송 사극이 ‘기록적 역사서술→개연적 역사서술→상상적 역사서술→허구적 역사서술’ 4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조선 왕조 500년’ 같은 초기 역사 드라마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 내용에 비교적 충실하려고 했다면, ‘용의 눈물’, ‘태조 왕건’ 같은 개연적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 위에 강력한 남성 영웅의 이미지를 덧대는 방식이었다. 이어 등장한 ‘허준’, ‘여인천하’, ‘대장금’, ‘이산’ 같은 드라마는 상상적 서술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들은 대개 의사, 후궁, 궁녀처럼 정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 어려운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료의 빈곤함을 고증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메워 넣은 것이다. 주 교수가 이 부분을 “강한 민족주의에서 약한 민족주의로” 넘어갔다고 정리한 이유다. 허구적 역사 서술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대망’, ‘다모’, ‘추노’, ‘짝패’ 같은 드라마는 역사를 배경으로 내세웠을 뿐, 거의 모든 스토리가 창작이다. 상상적 역사 서술이 중인이나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들 드라마는 아예 기록 자체를 찾기 어려운 노비나 왈짜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우리 민족은 하나라고 하지 않고, 민족 안에도 다양한 이해 관계와 갈등이 있었다고 외친다. 주 교수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민족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하기 때문에 “가능태(Variation)로서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역사 드라마의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맥락에서다. ●“사실 여부보다 역사관에 더 관심을” 이주환 PD도 비슷한 맥락 위에 있다. 이 PD는 “정보전달과 대리만족의 측면에서 볼 때 역사 드라마는 대리만족을 위한 판타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대신 국적 불명의 오락물로 흐르지 않기 위해 역사관에 많은 신경을 쓰는 만큼 역사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특정 부분의 사실 왜곡보다 제작진들의 역사관, 드라마가 표방하는 주제에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한다. 이런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더 크게 치고 나가는 김 교수의 주장도 흥미롭다. 그는 “사실만이 역사라는 것 자체가 근대역사학의 한계”라고 비판한다. 이어 “인간은 현실과 꿈의 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 사실을 재현하는 역사뿐 아니라 ‘꿈꾸는 역사’를 욕망한다.”면서 “사극을 우리 시대의 ‘꿈꾸는 역사’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극의 인기란, 결국 역사가들이 사극처럼 꿈꿀 만한 역사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시 말해 역사학이란 학문 자체가 다양한 상상력을 북돋우기보다는 문헌 해석과 기존 이론의 무비판적 답습에만 매몰됐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다. ●“판타지 사극 더 발전시켜야” 그래서 김 교수는 한류를 계기로 사극의 변신이 더 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민을 상대로 한 사극에서는 강한 민족주의가 들어가겠지만, 동아시아나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인간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예 ‘판타지 사극’을 더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소설가, 극작가, PD 모두가 사관인 시대에 역사학이 사느냐 죽느냐는 역사학자들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6형제 소금밭’ 그후가 궁금하셨죠?

    ‘6형제 소금밭’ 그후가 궁금하셨죠?

    20일부터 24일까지 오전 7시 50분 KBS1 TV 인간극장은 ‘6형제 소금밭, 소금꽃 폈네 그 후’를 방영한다. ‘그 후’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2009년 한 차례 방영된 아이템이다. 천일염의 본고장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는 6형제집을 찾았다. 6형제가 한데 모이기까지는 사연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아버지와 형제들이 뜻모아 시작했던 중장비 사업이 망했고, 빚쟁이로 몰리게 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다. 얼마 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게 계기가 돼 6형제가 다시 뭉치긴 했는데 전망은 어두웠다. 소금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빚은 늘 그대로였다. 이때 2009년 프로그램 방영은 큰 힘이 됐다. 방송 이후 창고 가득 쌓아 놨던 소금은 다 팔렸다. 여기다 많은 사람들이 형제들 사는 모양이 궁금하다며 외딴섬까지 찾아들었고 넷째 강원석씨는 책까지 낼 정도가 됐다. 소금과 책 판 돈으로 그간 쌓였던 빚까지 툴툴 털어낼 수 있었던 형제들. 영업을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에는 가입 회원만 1만명에다 잠재 고객 수는 2만명을 자랑한다. 안정적인 택배 통로까지 확보한 덕에 외발수레 대신 대차를 설치하고 친환경 타일을 염전에 깔아 나름 첨단 염전도 확보했다. 이제 이웃들 소금 가운데서도 좋은 소금을 널리 소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소금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해온 넷째 원석씨는 못 다한 신학공부를 위해 섬을 떠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원석씨는 목회 공부를 접어둔 채, 아내와 아들까지 서울에 남겨 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석씨는 모든 일을 인수인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동생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특히 막내 주일씨는 더하다. 염전 일만 하다 보니 서른 총각이 되어 버렸는데 마땅한 혼처가 없다. 여기다 진로 문제도 겹쳐 있다. 대학에서 하던 경찰행정 공부를 포기하고 섬으로 들어와서인지 자꾸 시선은 뭍으로 향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화랑계 대모’ 김창실 선화랑 대표 별세

    ‘인사동 터줏대감’ 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김창실 대표가 18일 오후 7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76세. 고인은 지난해 9월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오다 세상을 떠났다. 1935년 황해 황주 출신인 고인은 1957년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뒤 19 62~68년 부산에서 성안약국을 운영하다 1977년 선화랑을 개관하며 미술계에 투신했다. 그는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두 차례 지냈으며 각종 문화 관련 기관에서 자문과 심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했다. 또한 1979년 창간해 1992년까지 발행했던 미술잡지 ‘선미술’은 한동안 미술계의 여론을 이끌던 미술전문지였다. 화랑 경영뿐 아니라 작가를 지원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한편 한국화랑협회는 김창실 선화랑 대표의 장례를 협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22일 오전 7시 발인에 앞서 강남 삼성서울병원에서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남편 이호현(동북관세법인 고문)씨와 아들 성훈(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경훈(이림법률사무소 변호사)씨, 그리고 대를 이어 화랑(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을 경영하고 있는 딸 명진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8시. (02)3410-315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이기환(소방방재청 차장)씨 모친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4시 (02)3010-2265 ●정연두(외교통상부 북핵정책과장)씨 부인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30 ●홍희선(와이디지 대표)경선(전 서울공고 교사)목선(전 현대종합상사 전무)호선(전 국방대 안보대학원장)씨 모친상 이의재(전 중앙대 교수)정용문(전 삼성전자 사장)씨 장모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4시 30분 (02)3410-6902 ●서성석(당진군 합덕농협 전무이사)강석(동신관유리 이사)태석(한국은행 외자운용원 자금결제팀장)기석(유라시아트랙 대표이사)씨 부친상 이우성(선화치과기공소 대표)김세교(그린비즈 팀장)씨 장인상 19일 충남 당진 중앙장례예식장, 발인 21일 오전 8시 (041)357-1004 ●류현성(연합뉴스 경제부장)웅렬(천안 유화치과 원장)씨 부친상 18일 천안 순천향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10-6738-1160 ●조형찬(대전MBC 기자)씨 부친상 19일 의정부 추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31)844-4442 ●정원헌(CS포존 대표)대헌(에너지기술연구원 효율연구부장)씨 모친상 정윤영(바우컨설탄트 부회장)최범종(서희건설 상무)씨 장모상 정윤서(GS칼텍스 대리)씨 조모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3010-2292 ●정태원(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찬원(EST 대표이사)씨 모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36 ●김태선(전 한수원 경영관리본부장)태성(이씨엠아시아 상무)태건(외환은행 지점장)태섭(현대건설 부장)씨 부친상 조동옥(삼성화재 점장)문영춘(주택관리공단 소장)최기용(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실장)씨 장인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3010-2631 ●성현경(삼경섬유 대표)윤경(스카이케미컬즈 〃)의경(신용보증기금 청주지점장)씨 부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91 ●현승림(신용보증기금 인천중앙지점 부장)상림(동일전기 대표)흥림(동작고 교사)웅림(대윤 부장)부림(블루니어 부장)씨 모친상 18일 인천 적십자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32)817-1023 ●장봉용(진로발효 회장)씨 별세 진혁(진로발효 상무이사)씨 부친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5 ●김수길(세무사)씨 모친상 종문(인천지법 부장판사)종원(어센트테크 전무이사)윤숙(변호사)혜정(약손한의원 원장)씨 조모상 1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2258-5977 ●오준수(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준봉(중랑제일교회)준옥(한국가스공사 차장)씨 모친상 김형일(조이도미노 대표)씨 장모상 19일 건국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2030-7902
  • “거창한 것보다 나누고 사는 이야기 담고 싶어”

    “거창한 것보다 나누고 사는 이야기 담고 싶어”

    “언제든 잡혀갈 생각을 했죠. 아니나 다를까 좀 있으니까 종로서 정보과 형사들이 전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더군요. 올 게 왔구나 싶어서 기다리는데, 웬걸, 잡아가질 않아요. 왜 그런고 했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줄까지 서서 보는 작가를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잡아가 봐라. 김지하처럼 오히려 작가를 영웅으로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들어간 거죠. 전시가 끝난 뒤 가택수색 한 번 하곤 그냥 내버려둡디다. 허허” 판화작가 이철수(57). 1981년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열었던 첫 전시의 기억을 뿌연 담배연기와 함께 뿜어냈다. “부작용도 있었어요. 촌놈 초짜가 너무 인기를 끈 거예요. 줄을 서서 보고, 작품이 다 팔려 나가고, 사람들이 너무 몰려 저녁엔 전시장 문도 못 닫고, 그 때문에 다음 전시 준비하던 작가가 항의하고…. 전시란 게 다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하하하.” 30년 만에 관훈갤러리로 돌아왔다. ‘목판화 30년 기획초대전-새는 온 몸으로 난다’를 들고서다. 전시기간은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30년 인생을 113점의 작품에 추려 넣었다. 이 가운데 55점은 2005년 이후 만든 최근작이다. 작품은 간결하고 힘이 있다. 글까지 넣어 이해하기도 쉽다. 그만큼 대중적이다. 어쩌면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판화 자체보다 대화였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 ‘착하게 사는 게 좋을 걸’, ‘나누고 사는 게 좋을 걸’ 이런 거요. 그렇게 작품을 해 놓고 난 그렇게 살고 있나 자문해 봅니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들에게 그런 표정을 넣어요. 작품 속 얼굴이 제 얼굴인 셈이지요. 족쇄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덕에 내가 이만큼이나마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30년 결산인지라 작품은 다양하게 섞었다. “1970년대 말에 고민했던 게, 참여문학은 많은데 참여미술은 왜 없을까였어요. 아무도 없다면 나라도 하자 했지요. 판화라는 게 일종의 인쇄복제술이잖아요. 데모하는 데 딱 어울리기도 하고, 쉽게 나눠 볼 수도 있고, 그래서 장르의 존재방식 자체가 가장 민주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지금 와서 보면 거칠고 선동적인 작품이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못난 거, 마음에 안드는 거는 많이 숨겼는데 그때는 시절이 그랬으니 그 시절만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것들이라 남겨 놓았습니다.” 그가 대학을 안 나온 사실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제도권 교육을 거부했다는 둥, 데모하다가 ‘잘린’ 게 아니냐는 둥.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간단했다. 원래 수유리 입시미술 학원가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미술학도였단다. 학원들이 ‘공짜로 학원 다니게 해 줄 테니 대신 다른 학생들을 지도해 달라.’고 제안했을 정도였다고. 그런데 서울대 미대에 지원했다가 뚝 떨어졌다. 재수할 집안형편이 못돼 군대에 갔다. 말년 병장 때 유행성출혈열에 걸렸다. 눈, 코, 입으로 피가 쏟아져 정말 죽는구나 싶었단다. “내놓고 떠들 얘기는 아니지만” 그 뒤 몸을 추스르느라 대학 갈 생각을 못했던 것뿐이라고. 최근작들은 어떨까. “밥해 주는 엄마 마음이에요. 미학, 이런 어려운 말은 모르고. 그냥 덜 심심하게, 간 잘 맞춰서 먹을 만하게 해 줘야 할 텐데, 그 생각뿐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내세우고 싶은 작품은 독수리예요. 그전 작품들이 선에 힘을 실었다면, 이번엔 사진처럼 보이는 세밀한 묘사를 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붓으로 그린 것처럼 번져나간 느낌을 연출해 보고 싶었어요. 독수리가 날아가는 힘, 그걸 해 보고 싶어요.” 제목은 ‘새는 온 몸으로 난다’이다. 고(故) 리영희 선생이 소개해 널리 알려진 말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에 대한 나름의 수정 작업이다. 여기엔 작업 변화에 대한 이유도 담겨 있다. 그는 1989년 독일 순회전 뒤 민중미술적 성향과 이별했다. “넌 정체가 뭐냐, 좌냐 우냐, 이런 말 하도 많이 들어서. 그 질문에 대해 제가 준비한 답이에요. 이념이니 국경이니 의미가 없다는 세상인데 왜 그런 걸 가지고 아직도 싸우나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온몸으로 육박하는 존재의 실체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 화두를 던져 보고 싶었어요.” 퍼드덕거리는 날개만 보지 말고 쭉 밀고 나가는 몸통을 보자는 얘기다. 그런데 판화의 시대는 이제 가버린 것은 아닐까. “고민 중이에요. 뭔가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데…. 그래서 디지털 프린트로 만들어 봤어요. 판화라는 게 속성상 사이즈에 항상 제한받다 보니까 디지털 프린트로 하면 크기를 확 키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요. 그런데 디지털 프린트는 아직 판화로 인정이 안 된대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시뿐 아니라 작품까지 정리한 책 ‘이철수-나무에 새긴 마음’(컬쳐북스 펴냄)도 나왔다. 한마디 덧붙인다. “내가 참 복이 많구나 싶어요. 30년동안 이 짓을 할 수 있었고, 30년 했다고 전시하자는 사람도 있고, 거기에 책 내자는 사람도 있으니. 큰 복이죠. 허허.”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탁기형 작가 사진전 ‘寫索(사색)하다’

    탁기형 작가 사진전 ‘寫索(사색)하다’

    28일까지 서울 정동 공간루 정동갤러리에서 탁기형 작가의 사진전 ‘사색(寫索)하다’가 열린다. ‘사진으로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목표로 내건 작가인 만큼 전시작들은 일상 속에서 잡아낼 수 있는 포근한 여유를 은유적 기법으로 드러낸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한국일보, 서울신문을 거쳐 현재 한겨레신문 사진부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용택 기자상(2006), 한국보도사진전 피처스토리 부문 최우수상(2007) 등을 수상했다. (02)765-188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한산성에 저런 풍경이…

    남한산성에 저런 풍경이…

    “저런 풍경이 실제로 있나요.” 등산을 한답시고 남한산성에 몇번 가본 경험으로 물었다. ‘겨울산’에 담긴 풍경이 마치 강원도 산악지대 같아서였다.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처럼, 보는 사람을 끌어당겨 깊은 숲속에 내동댕이쳐 버릴 것 같은 느낌. “그럼요. 저 왼쪽 언덕 너머가 남한산성 안쪽이에요. 저 언덕을 따라서 산성이 지어져 있죠. 저도 운전하면서 지나가다가 저런 풍경이 있었나 싶어서 사진을 찍은 뒤 그린 거예요.” 아마 남한산성이 품고 있는 역사적 회환이 그런 풍경을 작가의 눈에 띄게 한 것이리라.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먼 그림자 - 산성일기’ 전시를 열고 있는 강경구(59) 작가. 경원대 교수로 있다 보니 늘 남한산성과 마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김훈이 쓴 소설 ‘남한산성’이 떠올랐다. 그 소설을 한번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남한산성 곳곳을 깊숙이 느끼면서 몇번이나 소설을 읽고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봤다. 그래서 내놓은 작품 26개를 걸었다. 강 작가는 오방색에서 따온 강렬한 원색을 쓴다. 때문에 화려할 것만 같은데, 화려하다기보다 전반적으로 탁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대한 은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나무다. 불그레한 소나무들이 빽빽한 풍경이 대부분인데, 피의 역사를 온몸에 새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솔잎도 뾰족한 게 아니라 두루뭉술하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의구심과 못다한 말들이 반영된 것 같다. 그 덕분에 ‘떠도는 이야기’ 같은 그림을 보면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불온한 상상이 가득 찬 남한산성의 풍경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다. 하기야 김훈도 남한산성을 일러 말로써 치른 전쟁이라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목탄으로 그린 그림들은 더더욱 직접적이다. 죽음에 다다랐을 때 그들 눈에는 흑색 세상만 보였으리라. 작가는 작품 개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꺼렸다. “워낙 유명한 소설을 주제로 삼았으니 관객분들도 직접 한번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 아직 그리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기회가 닿는다면 이 소재를 더 밀고 나가고 싶다.” 관람료 2000원. (02)736-437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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