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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시대… 우쭐해진 中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은 이번 제1차 ‘중·미 전략경제대화’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미국과 함께 사실상 세계를 이끄는 G2 지위에 오른 것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금까지의 ‘G2 경계론’도 이번에는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드디어 ‘강국외교’ 시대를 시작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를 여과없이 인용하기까지 했다.중국의 기분이 우쭐한 것은 ‘구애’ 일색인 미국측 고위인사들의 발언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28일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은 중국의 명언, 속담 등을 인용하며 중·미 관계의 중요성을 잇달아 역설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산(山)은 계속 다니면 길이 만들어지지만 얼마 동안 다니지 않으면 풀이 우거져 막히게 된다.”는 고대 중국 철학자 맹자(孟子)의 말을 인용, 양국이 21세기의 새 길을 만들어 보호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힐러리 장관은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심심상인(心心相印)’과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人心齊, 泰山移)’는 중국 속담을 꺼내 협력을 구했다. 아울러 가이트너 장관 역시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자는 뜻을 담은 ‘동주공제(同舟共濟)’를 거론했다.중국측 전략 분야 수석대표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이에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양국 대표단으로부터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홍콩경제일보는 이날 “중국이 강국외교 시대에 들어섰다.”는 내용의 칼럼을 통해 이번 중·미 대화를 계기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게 세계를 이끄는 ‘대국외교’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stinger@seoul.co.kr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이현세 화백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이현세 화백

    “어느덧 나이가 들어 저 개인이 아니라 만화라는 장르와 만화계,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입장까지 왔다는 게 대견스럽습니다.” ‘까치 아버지’ 이현세(55) 화백을 최근 서울 개포동 화실에서 만났다. 2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국 만화 100주년으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해야 하는 올해 중책을 맡게 된 것. 진흥원은 만화 콘텐츠 인프라 구축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한국만화 발전을 목표로 오는 9월 문을 연다. 부천만화정보센터가 그 전신이다.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여러 갈래로 벌여 놓은 작품 활동을 이어 가야 하고, 세종대에서 후진도 양성해야 하고 그야말로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기 때문. 늘 혼자 ‘독립만세’를 외치던 사람이 조직에 몸담게 된 점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집중과 몰입으로 태산을 털어버리겠다며 눈을 빛낸다. 머릿속으로는 어느 정도 로드맵을 짜놓은 분위기였다. ●국내 만화계는 온·오프라인 과도기 “우리나라의 여러 분야에 진흥원이 많지요. 왜 이 시점에서 만화영상진흥원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어요. 정체성을 빨리 찾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인재 채용, 정책 개발, 연구 활동,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할 일이 많습니다.” 국내 만화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혼란의 과도기다. 이 화백은 양쪽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은 콘텐츠 실험성에서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다만 아마추어리즘이 짙어 가볍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를 볼모로 원고료 면에서 제대로 대우받는 경우가 드물고, 독자와의 소통이 원활하지만 시시각각 피드백을 따라가려다 보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전통적으로 양질의 콘텐츠와 그에 걸맞은 대우에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기존 오프라인 작가들은 시장이 좁아지며 위기를 맞았고, 온라인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당수가 현업을 떠났다. “갑론을박 시기는 지났습니다. 온라인이 대세라면 적극 활용해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급선무죠.” 조만간 이 화백도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만화를 지면과 동시에 연재할 예정이다. 격투기 선수가 정치인으로 커가는 대하 드라마식 작품이란다.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이현세적인 스타일을 아우르는 작품이며 그의 페르소나 오혜성은 등장하지만 엄지는 나오지 않는다는 귀띔. 1978년 월남전 소재의 ‘저 강은 알고 있다’가 공식 데뷔작이니 만화가 인생도 벌써 30년을 넘겼다. “100타이틀 정도 될까요?” 몇 작품을 했는지 일일이 세지 않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껄껄 웃는 그는 오늘날 이현세를 있게 한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나는 작품으로 첫손 꼽았다. 스토리는 물론 지우개 작업까지 혼자했던 ‘국경의 갈가마귀’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고. 사전 심의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그리고 호쾌한 즐거움을 줬던 ‘아마게돈’과 ‘남벌’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시련의 순간도 많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뒤엉킨 ‘천국의 신화’가 우선 떠오른다. 음란물 시비에 휘말렸고, 재판을 받는 6년 동안 40대의 열정을 빼앗긴 작품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가 크게 실패한 ‘아마게돈’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돌이켰다. ‘동경 4번지’ 송의성, ‘도전자’ 박기정 작가 등의 작품을 즐기며 만화가의 꿈을 키웠던 이 화백. 그의 작품을 보고 만화가가 된 후배들도 부지기수다. 그러한 후배들에게 지구력을 강조한다. “선배보다 재능이 뛰어나며 체계적으로 공부해 철학도 분명한 후배들이 많아요. 하지만 쉽게 싫증 내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지요. 지구력만 갖추면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후배작가들 지구력 갖춰야 만화 콘텐츠에 진지하게 접근해 달라며 독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창작자에 견줘 고뇌와 열정이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만화가는 작가로서 무게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프랑스나 벨기에 등에서 만화 장르가 예술이 된 것은 독자들이 만화를 어떻게 대했느냐를 살필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 만화 커리큘럼이 있을 정도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진다면 만화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창천수호위’를 통해 한국적인 그래픽 노블에 도전했고, 웹 게임 원작 만화 제작에도 뛰어든 이 화백은 근래 들어 역사 학습 만화에도 붓을 대고 있다. 마지막 꿈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예순이 넘어서는 손자 손녀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마지막 삶은 그렇게 애들을 위해 살았으면 합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갈 곳 잃은 노 前대통령 추모 표지석 은행 연차쓰면 보너스 휴가 英 동성애 군인이 표지모델로 인터넷 시세 300만원짜리 팔러가니… 박물관·미술관으로 ‘문화 피서’ 떠나요 올여름 한옥마을서 “1박2일”
  • [시론] 무늬만 남은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무늬만 남은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주의 이상적 모델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 산실은 아고라(Agora)였다. 시민들은 그들의 시장인 아고라에 모여 민회를 열고 국가 중대사를 투표로 결정했다. 광장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할 정도로 인구가 적은 시대적 상황과 경제·군사적 면에서 효율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소통의 방법이 바뀐 오늘날의 민주주의 방식은 ‘광장의 정치’가 최선의 방식이었던 고대국가와는 천양지차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간접민주주의가 출현했다. 오늘날 대의민주제의 가장 상징적인 기구가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며 우리가 마음 졸이며 보고 있는 국회다. 그러나 21세기 민주주의 산실인 대한민국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장내가 아닌 장외정치만을 고집하며 당리당략의 음모와 선동, 불신만이 판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이른바 7·7대란이라고 일컫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의 국가주요기관, 기업 사이트에 대한 공격으로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국가 정보통신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우왕좌왕하며 대책도 중구난방으로 혼선이 극에 달했다. 이 와중에도 정치권은 당파적인 이익을 내세우며 정쟁에 여념이 없었다.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 앞에서 ‘사이버테러의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이버 북풍논란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북풍을 일으킨다고 가능하겠으며, 그것을 믿을 국민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사이버 북풍을 이슈화해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들을 자극하는 야당의 속셈은 과거 권위주의정권하에서 자행된 북풍공작정치의 향수를 그리는 것에 불과한 3류정치 수법이다. 북풍 운운하며 정치논쟁으로 확대시켜 가는 모습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정치의 구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서로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위기의 해법을 논의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정상적인 국가기구의 대응을 방해하는 행위보다는 향후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이버위기관리법’, ‘테러방지법’ 등의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여야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 국회는 민생마저 외면한 채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계법 등을 비롯한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사상초유의 코미디 같은 사태도 빚어졌다. 민주주의 보루라는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또다시 지난 연말의 폭력·막장 국회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충분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되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의 원리에 따르는 승복의 정치문화가 민주주의 요체다.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인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의 횡포를 합리화시켜주는, 대중을 이용한 ‘포퓰리즘적 다수결의 효과’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적 위기라는 중차대한 문제에서조차 국민의 선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적 장외 정쟁에 몰두하는 행태는 청산돼야 한다. 차제에 정치권은 음모적 논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국가적 낭비와 소모적 탁상행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 마련에 힘을 합쳐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하는 게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서울광장] 광에서 인심 나야 한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에서 인심 나야 한다/김종면 논설위원

    고대 로마인의 지성은 그리스인에 비해 떨어졌고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했다. 또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에 뒤졌고 경제력은 카르타고인에 못미쳤다. 그럼에도 로마는 천년의 영화를 누리며 고대 세계의 맹주로 군림했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지적했듯 찬란한 로마제국의 역사를 지탱해준 힘의 원천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로마의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가 싸우는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현대판 로마제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부의 사회 환원에 관한 한 미국은 최선진국이다. 전체 미국인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세기의 부호들이 한 치 양보없는 기부경쟁을 벌이는 나라가 미국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을 둘러싸고 기부담론이 무성하다. 요체는 우리도 어떻게 하면 미국처럼 기부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약속대로 331억원대의 재산을 내놓았다. 아호 청계(淸溪)를 딴 재단법인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사진을 놓고 말들이 많다. 친구와 측근, 인척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다. 도덕적인 하자로 공직에서 하차한 사람이 끼어 있으니 문제다. 그동안 재력가들의 공익재단이 종종 편법 재산권 행사의 통로로 활용돼온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좋은 일을 의혹의 눈초리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스스로 “어머니와의 약속 실천”이라는 말까지 하지 않았나. 선의가 의심받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청계’는 부질없는 뒷공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더없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2006년 워런 버핏이 자신의 부인과 자식 명의의 재단들을 제쳐두고 빌 게이츠의 재단에 370억달러를 기부했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우리의 일천한 기부 풍토에서 그런 감동의 자선잔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인지 모른다. 이 대통령의 기부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지는 못했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재산 기부의 의미가 희석돼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기부도 봉사도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태산을 이루는 방식이 좋다. 하지만 소액기부자의 기부가 총 기부액의 77%에 이르는 미국처럼 기부의 전통이 확고히 뿌리내린 나라라면 모를까. 대한민국은 불법·편법 사죄금조로 마지못해 내는 기업총수의 ‘사회공헌 기부’가 기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수준이다. 풀뿌리 기부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사회지도층이 의식을 갖고 앞장서야 한다. 그들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언제 제대로 된 ‘내 돈’을 한번 내 본 적 있나. 빈사의 기부문화를 끌어올릴 마중물이 필요하다. 물론 기부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일단 규제를 푸는 기부친화적인 정책으로 기부를 유도해야 한다. 탈세와 순수 기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법과 제도의 열악함이 야속하다. 진보 논객 홍세화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기 전에 노블레스 자체가 없다.”고 했다. 엊그제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천박한 행태를 보니 정말 맞는 말 같다. 이 정부는 사람 고르는 일에선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시대정신으로 승화돼야 함은 이번 인사치욕 사태만 봐도 자명하다. 가진 자, 높은 자부터 먼저 진짜 ‘귀족’이 되어 보자.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요즘은 공허하게 들린다. 모름지기 광에서 인심이 나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28) 방태산 적가리골~주억봉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28) 방태산 적가리골~주억봉

    아침에 밭을 갈고, 오후에 나물과 약초를 뜯고, 저녁에는 책을 읽는다. 이러한 삶을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고,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예전 방태산(1444m)의 아침가리와 적가리에 살았던 화전민들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아침가리란 말처럼 아침이면 밭을 다 갈고, 방태산을 헤매며 약초를 뜯어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기에. 강원도 인제의 방태산은 점봉산과 더불어 남한 최고의 원시림과 깊은 골짜기, 톡 쏘는 탄산 약수를 품은 명산으로 사람들에게 은둔의 욕구를 자극하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졌다. 예로부터 방태산 줄기에는 ‘3둔 4가리’(혹은 3둔 5가리)로 불리는 은둔의 유토피아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3둔은 방태산 남쪽의 살둔·월둔·달둔, 4가리는 방태산 북쪽의 아침가리(조경동)·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를 말한다. 여기서 둔(屯)은 평평한 산기슭, 가리는 사람이 살 만한 계곡을 일컫는다. 오래 전부터 흉년과 전쟁 등을 피할 수 있었던 방태산은 오늘날에는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방태산 ‘3둔 4가리’는 저마다 수려한 계곡을 품고 있는데 그중 가장 빼어난 곳이 적가리골이다. 이곳은 마을 심마니들과 여행 마니아들만 몰래 숨겨 두고 찾던 곳이었는데, 1997년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생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방태산 산행은 휴양림에서 시작해 구룡덕봉(1388m), 주억봉을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총 10.2㎞, 6시간쯤 걸리는 코스가 정석이다. ●적가리골 은둔의 욕구를 불러 일으켜 휴양림 숙소인 산림휴양관 앞의 널따란 마당바위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300m쯤 올라가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서늘한 바람이 밀려오면서 계단폭포가 나타난다. 이곳이 적가리골의 최고 절경으로 주민들은 ‘이폭포 저폭포’라는 소박한 이름으로 부른다. 위쪽에 있는 높이 15m쯤의 ‘이폭포’는 떨어져 잠시 널찍한 소(沼)에 머물다가 다시 ‘저폭포’라는 이름의 짤막한 폭포로 떨어진다. 주변에는 피나무·박달나무·소나무·참나무류 등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맑은 물속에는 열목어·메기·꺽지 등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한다. 전설에 의하면 폭포 밑에 두 개의 구멍이 뚫어져 있어 그곳을 따르면 홍천군 내면으로 통한다고 한다. 폭포를 지나 휴양림 도로 가장 위쪽의 공터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야영장을 지나 맑은 계류를 따라 20분쯤 걸으면 갈림길. 왼쪽은 구룡덕봉으로 돌아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곧장 주억봉으로 이어진다. 원점 회귀산행을 하려면 여기서 왼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30분쯤 가면 길은 계곡과 헤어지는데, 이곳에서 수통에 물을 담는다. 다시 15분쯤 가면 심마니들의 임시 숙소인 모둠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갑자기 가팔라진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은 매봉령까지 40여분 내내 계속된다. 매봉령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지면 주변의 들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매발톱, 기린초, 검종덩굴, 도깨비부채 등과 향기 좋은 개회나무의 흰꽃들도 그득하다. 이러한 천상의 화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된다. 꽃구경을 하며 30분쯤 오르면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따라 10분쯤 더 오르면 구룡덕봉 정상이다. 정상에 흉측하게 남아 있던 철조망과 쓰레기는 얼마 전에 인제군에서 대대적으로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은 원시림 지대 구룡덕봉에서 주억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1000m가 넘는 다른 산의 고지대와 달리 굵고 키가 큰 나무들도 많은데, 아름드리 주목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만큼 원시림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건장한 나무들과 눈을 맞추며 30분쯤 걸으면 주억봉 직전의 갈림길. 오른쪽 길이 지당골을 통해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다. 능선을 따라 15분쯤 더 오르니 주억봉 정상이다. 정상의 조망은 넙죽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경이롭다. 우선 북쪽으로 넉넉한 품을 가진 점봉산 뒤로 설악산 서북주릉이 일필휘지로 펼쳐진다. 과연 광활한 산국(山國)의 제왕다운 품격이 흘러 넘친다. 남쪽 대개인동 방향으로는 두터운 나무들이 능선과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방태산을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은 원시림 지대’ 또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하산은 정상에서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지당골 방향을 잡는다. 길은 거칠고 경사도 매우 급하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수시로 멈춰 관절을 풀어 주도록 하자. 그렇게 1시간쯤 내려오면 계곡을 만나면서 길은 온순해진다. 계단폭포 아래에서 등산화 끈을 풀고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방태산자연휴양림 입구 근처에는 1670년께 어느 심마니가 산삼 캔 자리에서 솟았다는 방동약수가 있으니 휴양림 오가는 길에 꼭 들러 보자. 300년쯤 된 음나무 아래의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방동약수는 탄산·철·불소·망간 등이 주성분으로 위장병과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맛은 일반탄산 약수에 비해 다소 부드럽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대중교통은 상봉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현리행 버스를 이용한다. 현리터미널(033-461-5364)에서 방동리 경유 진동리로 가는 버스는 06:50 09:30 10:40 13:30 15:20 17:30 19:20에 다닌다. 갈터에 위치한 진동산채가(033-463-8484)는 방태산과 점봉산에서 나온 나물을 사용하는 유명한 맛집이다. 산채비빔밥 6000원. 산골정식 1만원.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 “늦게 시작했다는 압박감 벗어나야”

    “늦게 시작했다는 압박감 벗어나야”

    “남들보다 처진 느낌 때문에 초조하죠. 그래도 새로운 생활을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올해 연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박은지(20)씨는 지난해 신분증이 두 개였다. 하나는 서울 모대학 학생증, 다른 하나는 재수학원 원생증이었다. 박씨는 대학 생활을 하다 재수에 도전하는 학생. 소위 반수(半修)생 신분이었다. 서울 모대학을 1학기 동안 다녔다. 과대표도 하고 열심히 신입생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마음의 짐이 있었다. 지난 수능에서 능력만큼 점수를 못 얻었다는 생각이 마음을 괴롭혔다. 박씨는 “컨디션 조절을 잘못했었다.”고 했다. 시험 전날 밤, 잠이 안 왔다. 수면제까지 먹어가며 밤새 자려 했지만 결국 뜬 눈으로 새웠다. 다음날 박씨는 최악의 상태로 시험을 치러야 했다. 박씨는 “그래도 무난한 대학에 점수 맞춰 왔고 안주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5월 중순 학교를 휴학했고 6월부터 수능준비에 뛰어들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공부를 시작한 재수생들을 생각하면 할 일이 태산이었다. 박씨는 “마음이 급했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선 집 근처 독서실부터 등록했다. 재수학원에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친구들 만나면 놀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개념정리부터 시작했다. 예전 정리했던 교과서를 보며 언어·수리·외국어 개념 노트를 만들었다. 박씨는 “다시 감부터 찾겠다는 생각으로 기본을 다졌던 게 성공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7,8월 여름 두 달은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보냈다. 지난 수능 문제와 그해 모의평가 등을 풀며 2009학년도 수능 유형에 대해 감을 잡아갔다. 그리고 9월부터는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다만 학원은 주말 종합반을 선택했다. 평일에는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모자란 부분을 강의로 보충했다. 박씨는 “한번 해봤던 공부였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반수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끊임 없이 찾아드는 초조함”이라고 했다. “재수생들보다 진도가 느리니까, 또 성적에서도 차이가 나니까 초조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박씨는 노트 앞장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할 것들을 적었다. 그걸 적고, 또 읽으면서 어려움을 견뎠다. “댄스 동아리 ‘하라’에서 춤을 출 거야. 응원단 ‘아카라카’에서 멋진 응원을 할 거야라고 적으며 여유를 찾았어요. 초조하면 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간단하면서 어려운 박씨의 성공 비법이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글로벌 시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까/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글로벌 시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까/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13세기 서양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는 베네치아였다. 당시 베네치아 시민인 마르코 폴로에게도 중국(원나라)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모든 면에서 서양을 능가하는 경이적 선진대국이었다. 사실 5000년 인류역사에서 중국은 지난 200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였다. 그러나 중국은 천하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으로 정체하다 근세에 이르러 서구열강과 일본의 도전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다행히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계기로 중국은 100년 만에 세계의 중심국가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의 화두는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가운데 누구의 국력이 강할까.’라는 질문이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왜 우리는 중국과 미국을 비교할까. 그것은 중국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 13억의 거대 인구, 급속히 성장하는 국력과 국제 위상을 감안할 때 21세기를 주도할 국가로서 미국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광대한 국토를 보유하고 있으나 인구에 관한 한 미국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 인구가 13억을 넘어섰는 데 비해 미국은 3억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전통과 정부의 과학기술우대정책에 따라 앞으로 미국에 필적할 우수한 인적 자산이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력에 있어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2007년 미국의 평균 국민소득은 4만 5000달러로서 중국의 20배가 넘는다. 미국의 GDP는 13조달러인 데 비해 중국은 3조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매력평가지수(PPP)에 의한 중국의 GDP는 미국의 절반에 달하여 중국경제를 얕잡아 볼 수는 없다. 중국 경제의 강점은 폭발적인 성장 추세에 있다. 미국 경제가 성숙 단계라면 중국 경제는 초기개발 단계에 있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고도성장을 지속할 경우, 일본의 경제규모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수십년 내 미국마저 제치고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대사회에서 성장의 핵심은 과학발전과 기술혁신에 달려 있다. 과학기술 발전의 척도로 기술 특허를 들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특허권 증가율은 미국을 능가한다. 국방력에 있어서 미국은 재래전, 핵전, 미래 과학전에 모두 대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하나 국방비가 미국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매력 평가지수로 계산할 경우 중국의 국방비는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랜드연구소에 의하면 2015년 중국의 실질 국방비는 일본의 6배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점차 쇠퇴하는 반면 중국경제는 빠른 성장을 지속한다면 머지않은 장래 양국간 군사력의 격차는 좁혀질 것이다. 국력이라면 정치, 경제, 군사뿐 아니라 과학기술, 문화예술, 국내적 응집력, 비전, 도덕성, 대외적 영향력 등을 종합한 개념이다. 특히 중국은 내부적으로 민주화와 인권, 지역간 불균형, 빈부격차, 환경 등 문제점이 태산 같다. 중국이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세계의 지도자는커녕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이 국내적으로 민주정치와 균형경제를 구현하고, 국제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며, 인류에 대해 도덕성에 기초한 비전을 제시하고, 건강한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때 비로소 미국에 필적할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 그 어느 나라가 강한지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국력의 요소를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충족하는가에 따라 장래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 북한강변 걸으며 수달 만나볼까

    북한강변 걸으며 수달 만나볼까

    강원 화천 북한강변에 수달·왜가리·박새풀 등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강상(江上) 생태 산책로’가 조성된다. 화천군은 24일 간동면 살랑골~하남면 위라리 2㎞의 강과 숲을 지나는 이른바 ‘그린풀 로드’(Greenfull Road)사업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 오는 10월 마무리된다. 그린풀 로드는 북한강 물 위에 내구성이 강한 나무를 뗏목처럼 엮어 띄운 폭 2.5m의 강상 도로 1㎞와 강변의 원시림이 우거진 길을 따라 폭 1~2.5m의 숲길 1㎞로 조성된다. 총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강상 도로가 완성되면 주민과 관광객이 북한강 상류의 절경과 생태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또 자전거도로 기능도 함께 해 북한강 유역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물 위 생태산책로를 걷는 관광객들은 강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의 생태를 직접 탐사하고 원앙, 왜가리 등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숲길 구간에는 자연 그대로 숲과 풀들이 엉켜 만들어진 원시림 터널이 들어선다. 참나물 군락지와 모싯대·고비 등의 산나물, 미치갱이풀·박새풀 등 각종 음지식물, 산다래·산머루·가래·오미자 등의 야생약초를 관찰할 수 있다. 오소리와 너구리 쪽제비 등 북한강 유역에 사는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도로를 만들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오솔길을 보존하고 벼랑 등 도로시설이 어려운 곳은 철도목을 설치해 공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쌍용車 퇴직자 재취업 희망심기

    경기 평택시는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관내 20인 이상 기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1사1인 채용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160여개 기업으로부터 1000명이 넘는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시는 이를 위해 1차로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간 지역 내 등록공장 1576개 기업체 중 20인 이상 기업체 570개사에 6급 이상 공무원 285명이 방문하도록 했다. 이들은 2개 기업을 전담해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쌍용차 퇴직자 채용을 독려했다. 또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적극 해결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발품을 판 공무원들의 노력 덕분에 164개 기업에서 연말까지 1138명의 인력을 채용하기로 시와 약속했다. 이는 쌍용차 구조조정 대상자(2646명)의 43%에 이르는 규모다. 1사 1인 채용운동에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인력 채용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기업들도 동참했다. 직종별로는 생산직이 1015명(89%)으로 가장 많고, 연구직 70명(6%), 사무직 25명(2%), 전문기술직 16명(1.4%), 영업직 12명(1%) 등이다. 반도체·LCD 제조장비 전문업체 에스엔유프리시젼㈜은 무려 100명을 채용키로 했으며, 보다테크·태산엘시디·보성정보통신·㈜만도 등 4개 기업도 50명 이상의 채용을 보장했다. 시는 나머지 376개 기업체에 대해서도 시장 서한문을 보내 1사1인 채용 운동에 참여토록 하는 등 쌍용차 퇴직자들의 재취업 기회를 넓혀준다는 방침이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관내 기업들이 쌍용차 파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퇴직자들의 재취업 문을 열어줬다.”며 “시는 쌍용차 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동참 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에 거주하는 쌍용차와 협력업체 근로자는 약 1만명에 달하며, 직계 가족을 포함하면 시 전체 인구(40만)의 10%에 달하는 등 지역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광장] 노스케 템푸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스케 템푸스/김종면 논설위원

    지난달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수첩에 메모하는 사진이 ‘취재하는 MB’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그것을 굳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토제닉 정치’로 깎아내리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좀처럼 보지 못하던 진풍경에 신선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치밀하고 꼼꼼한 면모는 분명 이 대통령의 미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양날의 칼이다. ‘장고 또 장고’가 언젠가부터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인사의 경우 한층 극명하다. 국세청장이라는 큰 자리가 반년이 되도록 비어 있다. 이것저것 살피는 것도 좋지만 때를 놓치면 만사휴의다. 인사든 뭐든 국민이 기다리다 지쳐 진이 빠질 정도면 그것은 통치의 도가 아니다. 노스케 템푸스(Nosce tempus, 알맞은 때를 알라)! 이 대통령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경구다. 민심이반을 몰고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여일 만에 마침내 ‘근원적 처방’이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처방이 아니라 그 예고편이다. 구체적인 그림을 보기까지는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 대통령의 주초 라디오 연설 요지는 이념·지역갈등이나 권력형 비리, 정쟁의 정치문화 같은 고질적 병폐를 고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잇단 시국선언 속에 당장 국정 쇄신하라고 아우성인데 그런 선언적인 거대담론을 접하니 뜨악한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멀리뛰기를 할 때도 홉, 스텝, 점프 세 단계로 나눠 뛴다. 권력구조 개편이니 뭐니 하는 것도 와글대는 민심을 좀 가라앉힌 다음에 해야 힘을 받는다. 국면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따져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깜짝쇼도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인적쇄신을 떠밀려서 할 수 없다는 논리는 군색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용이다. 반대세력조차 수긍할 만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어느 국민이 그걸 ‘항복’으로 여기겠는가.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다 끌어모아야 한다. 태산이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하가 그처럼 깊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작은 물줄기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기’에 나오는 고사처럼 초나라 사람이든 진나라 사람이든 누구도 물리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손을 내밀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반전의 힘을 얻은 쪽에서는 국정기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라고 외친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정통성 있는 정권의 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방통행 스타일이 늘 문제되기 때문이다. ‘화합형 쇄신안’이 나온 뒤에도 많은 이들이 떨떠름해한다. 정치력 회복과 소통이란 해묵은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다. 해외 언론에 기고하고, 앞치마 두른 채 꼬치를 구워주고, 사우나 회동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초(超)적극’ 정상외교를 벌여 성과를 거두는 이 대통령 아닌가. 그런데 왜 그 신축자재한 소통의 솜씨를 국내 정치무대에서는 발휘하지 못하나. 왜 누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나. 진정한 쇄신의 출발은 대통령 자신부터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이제 집권 중반. 부디 더 힘껏 정치하고 더 힘껏 소통하시라.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우리말 여행] 태두

    태산북두(泰山北斗)가 본딧말이다. ‘태산’은 ‘큰 산’이고 ‘북두’는 ‘북두칠성’을 의미한다. 이 말들이 합쳐졌다가 다시 줄어 ‘태두’로 쓰인다. ‘태산’이나 ‘북두칠성’은 사람들이 우러르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렇게 이른다. 특정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됐다. ‘그는 철학계의 태두다.’
  • 중구, 복지행정 모델 제시

    중구, 복지행정 모델 제시

    브랜드화된 복지사업인 서울 중구의 ‘행복더하기’ 운동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7년 닻을 올린 사업은 최근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모델로 떠올랐다. 1일 중구에 따르면 행복더하기 사업은 금융위기로 빚어진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 중구에서 2년 전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생계를 보호하고 자활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 협력사업이다. ●사회안전망의 비결은 CRM 행복더하기사업의 심볼마크는 세 잎 클로버. 클로버의 세 잎은 각각 공공 및 민간 사회안전망, 수혜자를 상징한다. 실제로 중구가 지향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은 두터운 그물을 형성하고 있다. 핵심은 정보관리시스템이다. 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정보관리시스템에 축적된 개별 가구의 생활실태, 소득, 지원사항 등을 지역 위원회로 보내 사업을 독려한다. 동 주민센터에 개설된 행복더하기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타깃이 정해진 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 정보관리시스템에 축적된 정보는 민간 후원자에게도 전해진다. 종교단체, 기업체, 병원, 복지관들은 이를 바탕으로 후원 대상을 물색해 맨투맨식 후원을 펼쳐간다. 이는 고객관계관리(CRM)를 복지사업에 도입한 것이다. 고객 정보를 분석·통합해 고객 특성에 맞춘 마케팅을 기획하듯 복지서비스 수요자에 맞춘 사업을 전개하는 식이다. 덕분에 중구의 저소득층 3956가구는 매달 적절한 자원봉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구 전체 5만 8161가구의 6.8%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매달 5만~2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받는 가구는 1549가구다. 후원금만 매달 8900여만원에 이른다. ●다양한 통합복지 서비스 행복더하기는 ▲정기후원사업 ▲1직원1가구 보살피기 ▲하루 100원 행복더하기 ▲이웃사랑 1사1동 자매결연 ▲방문간호사 1인1동제 등으로 구성된다. 원동력은 구 직원 1105명이 참여하는 1직원 1가구 보살피기운동이다. 직원들은 지난해에만 4237만원의 성금과 1억 3310만원어치의 성품을 모았다. 2006년 시작된 방문간호사 1인1동제는 간호사 1인이 1개 동을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구 관계자는 “3년 남짓 동안 안과정밀검진, 순회진료 등 연인원 2만 3412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고 밝혔다. 지금도 간호사 6450명이 등록가구 5400여곳을 돌고 있다. 이웃사랑 1사1동 자매결연의 경우, 12개 기업과 1개 종교단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역 소외계층 398가구와 공부방 1곳을 지원하고 있다. 액수로만 매달 2400만원에 달한다. 하루 100원 행복더하기는 소액후원자 1인당 하루 100원, 계좌당 월 3000원씩 띠끌모아 태산을 이루자는 운동이다. 주민이 개설한 5913계좌, 구 직원이 개설한 1500계좌 등 모두 7413계좌로 매달 2223만원이 모인다. 구 소속 봉사단 51명, 삼성SDS·LG카드 등 31개 기업봉사단 1400여명, 적십자봉사단 등 민간자원봉사자 720명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정동일 구청장은 “행복더하기는 구의원 시절부터 추진해왔던 사업으로 지난 지자체장 선거 때 공약이기도 하다. ”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임기 내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시복시성/김성호 논설위원

    한국천주교는 외부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시작된 자생종교의 특성을 갖는다. 세계천주교 역사를 들춰도 한국천주교처럼 독특한 자생신앙의 태동은 드물다. 한국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이 중국에서 세례 받고 귀국해 지금의 명동성당 인근 명례방에서 평신도들을 모아 모임을 시작한 게 공동체의 시초. 당시 집회를 공식적인 전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천주교는 분명 이 명례방 집회에 뿌리를 둔다. 독특한 출발 못지않게 한국 천주교사는 세계 천주교에서도 주목하는 박해의 점철이다. 조정의 척외정책과 맞물린 민간의 뿌리 깊은 전통은 신자들을 ‘천주학쟁이’로 몰아 순교행렬을 낳았다. 한국천주교가 집계한 순교자만도 대략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 서울의 절두산이며 서소문네거리, 전주의 풍남문…. 전국 어디서든 천주교 신자의 목을 친 망나니 칼날의 핏빛 흔적을 보기란 어렵지 않다. 순교자의 무덤이 이토록 태산같지만 이땅의 순교자는 오래도록 역적이며 소수 이단아로 머물러야만 했다. 천주교계가 명예 찾기와 현양 노력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많은 순교자와 희생자는 눈길도 제대로 못 받는 들꽃신세다. 그런 점에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한국순교자 103명을 성인의 반열에 올린 시성식(諡聖式)은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이다. 기해·병오·병인박해 때 망나니의 칼날을 받은 순교자들이 두 차례에 걸쳐 복자(福者)품에 오른 뒤 마침내 천주교 최고의 영예를 얻게 된 것이다. 복자품에 이어 성인품에 오르면 세계 천주교계의 존경을 받게 되며 성인은 신자들의 세례명으로도 쓰인다. 한국천주교가 순교자 124명의 시복·시성을 위한 최종자료를 로마 교황청에 보냈다. 대상들은 이미 성인품에 오른 103위와는 달리 대부분 초기의 평범한 일반 신자들. 한국 두 번째 사제로 몸바쳐 희생한 최양업 신부도 보인다. 무려 12년에 걸친 힘겨운 사전조사 끝에 이뤄낸 심사요청. 김수환 추기경 장례를 교황청장으로 치를 만큼 주목받는 한국천주교를 떠받치는 초석은 분명 초기의 평범한 순교자들이다. 험한 시절 목숨 바쳐 신앙을 이어간 무명 순교자들이 하루빨리 세상의 빛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탄광촌이 녹색문화도시 되려면/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 탄광촌이 녹색문화도시 되려면/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독일 중북부에 위치한 뒤셀도르프는 금융과 패션으로 잘 알려진 부자 도시이다. 시내를 걷다 보면 멋있게 차려입은 부유층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도시는 유명한 라인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생가가 있다. 도심에서 강변방향으로 가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예사롭지 않은 고층의 사무실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건축물은 특이하게도 자동차가 통과하는 큰길 위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의 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건축물은 사면이 유리로 지어져 마치 알프스 산맥의 투명 수정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햇빛이 건물을 투과하거나 비칠 때면 마치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기도 한다. 석양 무렵에는 라인 강물에 비친 황금빛 노을이 반사되어 건물을 물들이면 그 낭만성은 극도에 달한다. 이러한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녹슬지 않는 날렵한 경량 철골을 골조로 사용한 첨단 하이테크 기술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의 참된 진가는 미래지향적 친환경·생태성에 있다. 낮 동안에는 거의 햇빛으로만 조명이 해결되고 인공조명은 컴퓨터로 제어되어 사람이 나가면 자동 소등된다. 냉난방은 주로 지열과 자연공조에 의존하며 이를 위한 물은 근처 강에서 끌어다 쓴다. 사무실의 측면 창도 역시 컴퓨터에 의해 지능형으로 조절되어 외부 기온 환경에 스스로 대응하는 등의 생태건축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결과 약 섭씨 영하10도에서 30도 사이의 외부 온도에서는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이 건물은 유리를 도리어 온도를 조절하는 완벽한 친환경적인 건축요소로 활용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뒤셀도르프는 1960년대에 독일 경제 부흥의 전기가 된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루르지방의 중심도시 중 하나이다. 이 지역은 당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석탄 생산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석탄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고 경제발전의 부작용으로 환경파괴라는 문제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고 공동화현상이라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루르지방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우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염된 라인강을 살려내고 친환경·생태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곳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생태건축물을 지었으며 친환경·생태기술과 산업을 육성했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성공적인 지역 재구성 사례는 독일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파장을 가져다 주었다. 이로써 루르지방은 쾌적한 정주환경과 새로운 경제 기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쾌거를 이루었다. 독일 루르지방에서처럼 1960년대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의 원동력도 바로 석탄 산업이었다. 이전에는 그야말로 오지였던 강원도의 석탄 산지들은 이 때문에 그 최고의 영광과 번성을 누리게 된다. 태백시는 이러한 와중에 생겨난 신흥도시였고 1982년에 시로 승격되는 등의 절정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석탄산업의 침체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침체 일로를 걷게 된다. 이러한 탄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폐광지역진흥사업’을 시행했고 그 일환으로 관광 레저산업, 특히 카지노 등을 설립했다. 하지만 카지노 산업은 지역경제의 회생과 정주환경의 개선효과보다는 오히려 재산탕진 등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는 친환경 생태산업을 주도했던 독일 루르지방의 정책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뒤셀도르프 ‘도시의 문’의 유리건축은 저탄소 녹색성장이 주는 찬란한 미래와 영광을 노래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대안적 세계를 제시해 준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 [도시와 산] (5) 제천 금수산

    [도시와 산] (5) 제천 금수산

    충북 제천과 단양군 경계에 있는 금수산(해발 1015m)은 불운한(?) 산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월악산과 소백산이 앞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청풍호반에 자리잡은 금수산은 이들 못지않은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자랑한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조선중기 단양군수로 재직한 퇴계 이황 선생이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다고 해 ‘금수산’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지금은 제천시와 단양군이 서로 자기 고장의 명산이라고 자랑한다. 등산 마니아 사이에서도 소문난 산이다. ●정상 조망에 감탄 절로 금수산은 찾아가는 길부터 ‘예술’이다. 제천시내에서는 82번 지방도를 이용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와 청풍호를 바라보며 달리는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을 맞는 금수산은 가파른 암벽 곳곳에 분재처럼 소나무가 자라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여기에 스케일도 크다. 북쪽으로 제천까지, 남쪽으로는 단양군 적성면 말목산까지 뻗어내린 긴 산줄기의 주봉이다. 주능선 상에 작성산(848m), 동산(897m) 등이 있고 서쪽으로 중봉(885m), 신선봉(845m), 미인봉(596m), 망덕봉(926m) 등을 거느린다. 이런 만큼 산행코스도 다양하다.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있다. 단양군 적성면 상학마을로 내려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하산길의 남근석 바위공원 등은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그래도 금수산의 압권은 역시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다. 앞으로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뒤로는 소백산 연화봉이 눈에 들어온다. 삐죽삐죽 솟은 태산준령 사이로 흐르는 청풍호를 볼 수 있는 것은 금수산 정상에 오른 자만의 특권이다. 충주에서 온 박지원(35)씨는 “힘들게 올라왔지만 그림처럼 펼쳐진 광경을 보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 금수산은 제천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면 올 수 있어 더 친근하다. 동네 야산보다 높지만 인근의 월악산, 소백산보다 낮아 땀을 흘리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 등산객들에게 제격이다. 제천산악연맹 강석주 전무이사는 “월악산도 제천에 있지만 경북 문경과 충주에서 가까워 애정이 덜 간다.”며 “제천 사람들은 금수산을 가장 자주 찾고 또 가장 아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금수산은 지역경제에 쏠쏠한 혜택을 준다. 불경기에도 등산객이 줄 기미가 없다. 제천시에 따르면 2005년 26만 2070명, 2006년 29만 9839명, 2007년 31만 1739명, 2008년 35만 2721명으로 오히려 해마다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의 상천숯불가마, 산야초 마을 등 테마체험 마을 관광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상천숯불가마를 운영하는 김성진씨는 “주말이면 300여명이 오는데 이 가운데 20% 정도가 금수산에 왔다가 들르는 외지사람들”이라고 했다. 제천시와 단양군은 금수산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금수산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제천시는 해마다 4월이면 가족등산축제를 연다. 올해는 전국에서 2800여명이 참가했다. 9월에는 산악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13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단양군은 매년 10월 금수산 감골 단풍축제를 열어 등산객을 유혹한다. ‘감골’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은 석회질 진흙 토양에서 자라 맛이 좋다. 농가들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전설의 고향 금수산 금수산은 전설이 넘친다.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전설을 떠올리면 산행의 재미는 배가 된다. 백운동 쪽에서 20여분 오르다 보면 금수산의 절경인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나온다. 제천시청 문화관광과 최광현씨는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폭포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와 선녀탕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며 “선녀탕은 상탕, 중탕, 하탕으로 불리는 세 개의 탕으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단양군 적성면 상학마을 방향 하산길의 품달촌에 위치한 남근석 바위공원은 특별한 볼거리다. 조선 말기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남근석을 단양군이 2000년에 실감나게(?) 복원했다. 돌과 나무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남근석 수십개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처녀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기념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한다. 단양군 적성면 김창식 면장은 “오랜 옛날 여자의 기(氣)가 강해 남자가 단명한다는 유래에 따라 품달촌에 남근석이 세워졌다고 한다.”며 “남근석이 생긴 이후 품달촌에서 신혼부부가 초야를 이루면 귀한 아들을 낳았고, 득남하지 못한 여인이 남근석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기가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쪽 금수산 자락 8부 능선에 자리잡은 정방사도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의상대사가 도를 얻은 뒤 절을 짓기 위해 지팡이를 던지자 이곳으로 날아가 꽂혀서 절을 세웠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꽤 높은 곳에 위치한 정방사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무한도전의 정기 탐험가들의 고향 충북 제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탐험가인 허영호(54)씨와 최종열(51)씨를 배출했다. 허씨는 19 95년 12월 남극대륙의 최고봉인 빈슨매시프 정상에 올라 3극점과 7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인류 최초의 탐험가다. 최씨는 세계 최초로 사하라 사막 도보횡단과 실크로드 자전거 횡단 기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천출신 답게 금수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허씨는 금수산을 ‘모산(母山)’이라고 부른다. 중학생 때부터 금수산을 오르며 산악인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는 금수산에서 10여㎞ 떨어진 금성면 구룡리에서 자랐다. 금수산의 매력에 빠진 허씨는 결국 군대를 다녀온 뒤 산악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금수산 자락에서 한 암벽 등반 연습을 기초로 삼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3번이나 정복했다. 그에게 금수산은 정신적인 고향인 셈이다. 허씨는 금수산 예찬론자다. 그는 “산 주위로 청풍호가 흘러 정말 멋있는 산”이라며 “바위가 많고 산세가 수려해 제천의 청풍명월 이미지에 딱 맞는 산”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요즘도 두달에 한번쯤 금수산을 찾는다. 금성면 성내리에서 무암사까지 오르는 코스를 즐긴다. 추억을 되새기며 금수산을 걸으면 허씨의 마음은 가장 편안해진다. 그는 코스도 여러 개 개발했다. 국내 처음 무동력 보트를 타고 한반도 바닷길 일주 도전에 나설 예정인 최씨도 금수산 팬이다. 그는 “금수산은 산악인들의 요람.”이라며 “암벽등반할 곳이 많아 대학교 산악부 후배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생산공정서 나온 스팀으로 돈 법니다

    울산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체들이 스팀을 서로 주고받아 연간 50억원 이상의 수익창출 및 연료비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교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29일 울산시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에코사업단과 삼성에버랜드가 공동으로 총 120억원을 들여 울산 용연공단 내 SKC 울산공장, 코리아PTG, KP케미칼 울산2공장, 한솔EME 등 4개 기업간 ‘스팀 네트워크’ 시설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4개 회사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압·저압 스팀을 교환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거나 벙커C유 대체로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크게 줄여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아PTG는 소각열에서 발생하는 고압스팀을 그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저압스팀으로 조정해 사용했으나 이제부터 시간당 30t의 고압스팀을 SKC 울산공장에 공급하고, 필요한 저압스팀을 KP케미칼과 한솔EME로부터 받기로 했다. 이 같은 에너지 이용 효율화로 코리아PTG와 KP케미칼 울산2공장, 한솔EME 등 3곳은 연간 33억원의 스팀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또 SKC 울산공장은 싼 고압스팀을 이용, 기존의 벙커C유 사용을 연간 1600만ℓ나 줄여 2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와 함께 이산화탄소 등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연간 1억 9000여만원의 탄소배출권 수익도 기대된다.울산시 관계자는 “한국산업단지 울산에코사업단이 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폐기물, 폐에너지를 다시 자원화하는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을 추진한 결과 스팀 네크워크가 준공됐다.”면서 “앞으로 울산지역의 산업단지 전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경제플러스] 코스닥 8개업체 추가 퇴출

    코스닥 상장폐지 업체가 26개로 불어났다.1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기존 18개사에 이어 IC코퍼레이션, 엑스씨이, 케이이엔지, 쿨투, 나노하이텍, IDH, 3SOFT, 팬텀엔터그룹 등 8개 회사가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 사유로 추가 퇴출이 확정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정리매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또 추가 심사도 있어 퇴출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장위원회는 21일부터 30일까지 지이엔에프, 사라콤, 태산엘시디, 모보, 에스에이엠티, 엠비성산, 에이엠에스, 자강, 블루스톤, 야호 등 모두 10개사에 대해 폐지여부를 심사한다.
  • 포넷 등 18개사 코스닥 퇴출

    코스닥 과열주의보가 울리는 가운데 부실 상장기업 18개사가 퇴출 판정을 받았다. 1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포넷, 코스모스피엘씨, 미디어코프, 디에스피, 에프아이투어, 도움, 희훈디앤지 7개사의 퇴출이 확정됐다. 이들 기업은 자본이 전액 잠식된 상태다. ▲자본 잠식률이 2회 연속 50%가 넘은 산양전기, 포이보스, 케이디세코, 우수씨엔에스 ▲2년 연속 매출액이 30억원을 밑돈 이노블루 ▲3년 연속 법인세 차감 전 사업손실을 낸 H1바이오 ▲감사의견 거절에 이의신청을 내지 않은 PW제네틱스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은 트라이콤, KNS홀딩스, 모빌링크 ▲실질심사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뉴켐진스템셀 11곳도 상장 폐지됐다. 이밖에 36개사는 퇴출 기로에 서 있다. 16곳은 상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20개사는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대상 명단에 오른 IC코퍼레이션, 엑스씨이, 케이이엔지, 쿨투, 나노하이텍, 3SOFT, 팬텀엔터그룹, IDH 8곳은 모두 이의신청을 해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상장위원회에서 퇴출 여부가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자강, 블루스톤은 사유 해소 확인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21일까지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관련 손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사라콤, 태산엘시디, 모보, 에스에이엠티, 엠비성산, 에이엠에스 6곳은 이의신청을 모두 완료했다. 정부의 환율변동 손실기업 구제방침에 따라 일부는 구제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지이엔에프, 트리니티 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2곳 외에 하이럭스, 붕주, 에듀언스 등 18곳은 현재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시총괄팀 관계자는 “이번주 안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릴 방침”이라며 “이달 말까지는 코스닥시장 퇴출기업 규모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현대미술의 새 지평 인도에 눈 떠라

    현대미술의 새 지평 인도에 눈 떠라

    인도 빈민가의 젊은이가 퀴즈쇼에서 우승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꿈 같은 영화 ‘슬럼독 밀레어네어’를 제대로 봤다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는 17일부터 6월7일까지 열리는 인도현대미술전은 이미 절반 이상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가깝게는 20여년 전 인도와 현재의 인도 모습이고, 멀리는 고대 인도의 흔적과도 조우하는 전시이다. 예술이란 그것이 배태되고 태어난 사회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슬럼독 밀레어네어에서 인도는 빛의 속도로 도시화되고 있는 뭄바이의 엄청난 소음과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는 차량과 사람들, 태산만큼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닭장보다 못한 빈민가와 그 빈민가를 쓸어버리고 쌓아올리는 눈물어린 고층 건물들, 이슬람교와 힌두교도의 목숨을 건 갈등과 폭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놓고 있다. ‘세번째 눈을 떠라’ 는 제목의 인도현대미술전도 이런 인도의 모습을 조각과 사진, 설치, 미디어아트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도인들이 미간에 붙이는 물방울 모양의 장식 빈디(bindi)를 뜻하는 ‘세번째 눈’은 지혜와 상서로움을 뜻하는 만큼 지혜의 눈으로 전시회를 봐야 할 것도 같다. 최근 1~2년 사이에 개별 화랑을 중심으로 한 두 명씩 선보였던 인도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엄선돼 공개되는 것이다. 수보드 굽타 등 작가 27명의 작품 110점이 전시된다. ‘프롤로그:여정들’, ‘창조와 파괴:도시풍경’, ‘반영들:극단의 사이에서’, ‘비옥한 혼란’, ‘에필로그:개인과 집단/기억과 미래’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그것으로 개인과 사회, 정체성, 도시, 문명, 기억 등의 문제를 드러낸다. ●수보드 굽타 등 작가 27명 작품 110여점 전시 이를테면 지티시 칼라트의 ‘죽음의 격차’는 엄마에게 1루피를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뒤 자살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억울하거나 가슴 아픈 죽음을 설명하는가 하면, 비반 순다람의 ‘메달박스’는 인도의 가난과 쓰레기 등 무질서를 연상시킨다. 쓰레기 더미에서 순차적으로 명상을 하는 영상물도 나온다. 한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인상은 뭘까. 4대 문명의 발상지, 영국 식민지, 강력한 카스트제도, 요가, 불교의 발상지 등등. 그러나 여기서 묶이면 제대로 전시를 감상하기는 어렵다. 21세기의 인도는 한국만큼이나 역동적이다. ‘0’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인류에 도입한 이 놀라운 나라를 배경으로 현재는 정보통신(IT)과 수학 분야에서 강력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IT분야의 발전을 배경으로 미국 서비스 기업들의 콜센터가 옮겨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가 평평하다.’는 신자유주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도 한다. IT분야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인도답게 이번 전시에 나온 영상 등 미디어 아트는 내용과 형식에서 그것을 구현해낸 기술이 첨단적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각·설치·미디어아트 등 인도 현대미술 한눈에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전시를 두고 리뷰에 가까운 형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이 전시가 지난 3월 일본 모리현대미술관에 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찰로(가자) 인디아’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품의 배치와 구성은 변하겠지만, 전시되는 작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전시의 시작은 입구에 바르키 케르의 ‘피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언어를 말한다’는 제목의 쓰러져 있는 대형 은빛 코끼리, 끝은 드레그퀸으로 변신한 남성 작가가 영국 엘리자베스1세 여왕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드레스를 입고 쓰러진 코끼리 등 작품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다가 쓰러지는 영상물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 1·2 전시실과 중앙홀. 5000원.( 02)2188-6232.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이런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가 무엇일까?” 그 답은 ‘보릿고개’입니다. 보릿고개가 어떤 고개일까요? 이 동화는 보릿고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 오고 꽃 피고 새 울어도 우리네 농군 박 서방은 웃을 줄 모르네. 해 다 지고 저문 날에 저녁 연기 사라지고 찬물 켜고 문 닫아 걸고 초저녁잠만 자네 어히야, 어히야 태산보다 높은 이 보릿고개를 어히 넘어갈꺼나.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는 해마다 봄이 오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가뭄이 오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농부들은 새봄이 오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올해도 가뭄이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는 양식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보릿고개. 바로 그 배고픔의 긴 고갯길이 닥쳐온 것입니다. 그해, 은행골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그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또래들로 그중 여러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린 농부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몸에 맞는 지게를 하나씩 맞췄습니다. 또래들은 농부가 되어 지게질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쇠꼴쯤은 한 짐씩 해 나르던 일이라 스스로 멜빵을 알맞게 줄이고 등받이를 두껍게 받쳐 편안하게 손질까지 해 두었습니다. 어린 농부들이 할 일은 여러 가지입니다. 겨우내 재워 둔 두엄을 져 나르고 가까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나무하러 갈 때는 혼자 가지 않고 여럿이 함께 갔습니다. 하지만 나무 한 짐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먹을 양식보다도 땔감이 먼저 떨어져 가까운 산에는 할 나무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먼 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어른들이 데려가 주지 않잖아.” “먼 산에 가면 좋은 솔가리가 무지하게 많다는데.” 또래들은 작은 나뭇짐을 받쳐 놓고 떠들고 있습니다. 먼 산! 그곳은 해마다 봄이 오면 어른 일꾼들이 나무를 하러 가는 산입니다. 가까운 산에는 아무리 뒤져도 솔가리 나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오리도 넘는 백마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나무꾼들은 새벽밥을 먹고 먼 산 나무를 떠납니다.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꽁보리밥에 고추장 반찬을 싼 도시락을 지게뿔에 댕그라니 매달고 집을 나섰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길었습니다. 집집마다 솔가리 나무라도 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데려가 주지….” 마을 고갯길을 넘으면 커다란 저수지가 있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저수지 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듭니다. 집집의 식구들은 저수지 둑까지 배웅을 나갔습니다. 나무꾼들이 가는 먼 백마산 봉우리는 그곳에서도 잘 보였습니다. 아침 안개에 싸여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백마산의 상상봉은 또래들의 꿈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이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나무하러 갔다 와서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마산이 명산은 명산이지. 물 좋고 나무 흔하고, 오고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문제지 나무 한 짐 하는 건 순식간이지.” 나무꾼들은 매일같이 먼 산을 다녀오면서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에 떠난 나무꾼들은 석양 무렵이 되어서 돌아옵니다. 또래들은 저수지 둑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 나무꾼들 중 아버지 아니면 삼촌이나 형이 끼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꾼들은 떠날 때처럼 나란히 행렬을 지어 왔습니다. 닭쌈이나 씨름을 하던 또래들 중 누군가 먼저 본 동무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온다, 저기 온다!” 또래들은 마치 장에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반기듯 뛰어갑니다. 나무꾼들은 숨이 차 씩씩거리며 둑으로 올라섭니다.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나무꾼들의 그을린 얼굴이 놀빛 속에서 더 붉게 보였습니다. “쉼세.” 맨 앞의 나무꾼이 소리치자 뒤따르던 나무꾼들이 한쪽 편을 향해 나뭇짐을 받쳤습니다. 노을진 둑에 나뭇짐이 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휙휙.” 나무꾼들은 휘파람을 불 듯 긴 숨을 토해 냈습니다. 또래들은 제각기 아버지, 삼촌, 형들의 나뭇짐을 찾기에 바쁩니다. “아부지!” 누군가 부르면, “오냐. 별일 없었지?” “야!” 하는 인사가 오고 갑니다. 또래들은 인사가 끝나기 바쁘게 나뭇짐을 살핍니다. 멀고 먼 백마산에서 온 나뭇짐에는 선물이 한 아름 있었습니다. “옛다, 백마산에는 참꽃이 한창이다.” 참꽃으로 부르던 진달래 한아름. 커다란 꽃다발이 나뭇짐에 쿡 박혀 왔습니다. 또래들은 참꽃다발을 받는 순간 환성을 터뜨렸습니다. 먼 산에서 따 온 참꽃은 향기도 달랐습니다. 한 잎 한 잎 따서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한 것이 맛이 좋았습니다. 저수지 뒤 숲에서 꿩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먼 산 나무도 마지막입니다. 농부들의 발길은 먼 산이 아닌 밭이나 논으로 가야 됩니다. 바로 마지막 먼 산 나무 길에 오르던 날, 은행골의 또래들은 큰 나무꾼들을 따라 백마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농군이 되려면 백마산엘 다녀와야지.” 또래들은 새벽부터 법석을 떨었습니다. 낫과 갈퀴를 챙기고, 어머니에게 점심밥과 반찬을 꾹꾹 눌러 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날의 나무꾼 행렬은 더 길었습니다. 어머니, 할머니들이 따라 나와 어린 나무꾼들의 먼 길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낸 나뭇길을 앞서 걸으며 웃고 떠들고 신이 났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발걸음도 흥겹게 노랫가락을 뽑았습니다. 백마산이 어디메뇨 새벽 어둠 찬바람에 길 떠나는 나무꾼아 어히야, 어히야 이 다리 다 휜다. 어린 나무꾼들에게 백마산은 정말 벅찬 산이었습니다. 시오리 길이라고 하지만 구불구불 오르막에 가파른 길은 삼십 리도 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또래들은 뒤떨어지지 않고 앞서 갔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고 말로만 듣던 백마산. 어린 나무꾼들은 백마산에 다다르자 ‘아!’ 하는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몇 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진 산 속은 대낮에도 동굴처럼 어두컴컴했습니다. 듣던 대로 솔가리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운 솔가리를 갈퀴로 긁어모은 다음 단단하게 전을 쳤습니다. 한 차례 땀을 흘리고 나니 어느 새 알맞은 나뭇짐이 되었습니다. “자, 점심들 먹세.” 너른 양지쪽에 모여 앉아 점심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보리밥에 고추장, 된장 반찬이지만 맛은 꿀맛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어른들은 여기저기 양지바위에 누웠습니다. “계절은 왜 이리 좋을꼬. 꽃 피고 새 울고….” 나무꾼들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낮잠을 청했습니다. 어디선가 꿈결인 듯 깊은 산울림이 울려오고, 새들은 제 세상인 듯 재잘재잘 지저귀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계곡은 온통 참꽃밭이었습니다. 마치 불을 싸지른 듯이 붉디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또래들은 어질어질 꽃향기에 취하도록 뒹굴며 놀았습니다. 이윽고 한숨씩 자고 난 나무꾼들이 돌아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지름길로 처음부터 가팔랐습니다. 이마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눈과 입 속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나뭇짐 행렬은 점점 더뎌지고, 어린 나무꾼들의 나뭇짐에 찔러진 참꽃다발은 흐트러졌습니다. 쉬는 참이 몇 번이나 거듭되었습니다. 이제 지름길 중 가장 험한 고갯길을 넘으면 내리막길입니다. 좁은 길 한쪽은 깊은 낭떠러지였습니다. “힘들 내!” 중간 중간에서 어른 나무꾼들이 소리쳤습니다. “이 고개만 넘으면 힘든 길은 다 왔다.” 어린 나무꾼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먼 산 나무 길이 이렇게 힘든 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눈은 쓰리고, 입안은 짜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어깻죽지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은 읍내 장날입니다. 오늘 한 솔가리 나무는 모두들 내일 장에 나가 팔아야 합니다. 그러니 자주 쉬면 나뭇짐이 흐트러져 모양이 나빠집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먼 산 나무를 다녀오는 것이 진짜 농사꾼이 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른들은 근심 띤 얼굴에 말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닥쳐온 보릿고개 때문입니다. 어린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겠다는 꿈은 아버지, 어머니의 그 근심 어린 얼굴을 조금이라도 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들은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모두 쉬었다 가세.” 길잡이가 쉴 곳을 정하고 소리쳤습니다. 여기저기서 지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 “엇, 조심해!” 누군가 급하게 소리치는 순간,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어린 나무꾼이 벼랑 쪽에 나뭇짐을 받치다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습니다. 어린 나무꾼은 나뭇짐과 함께 훌떡훌떡 재주를 넘듯 굴러 떨어졌습니다. “쟤 태수 아냐. 태수야, 태수야!” 나무꾼들이 목이 터지게 소리치며 아래로 내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태수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린 나무꾼 태수는 그 고갯길 양지쪽에 고이 묻혔습니다. 그 후, 봄이 되면 그곳을 지나는 나무꾼들은 어린 나무꾼의 일을 되새기며 참꽃 꽃다발을 놓아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세월이 흐른 뒤 태수의 조그만 묘지는 나무꾼들이 편히 쉬어 가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되면, 아버지는 그 시절의 어린 나무꾼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린이 여러분, 보릿고개가 얼마나 높았는지 마음 속으로 가만히 헤아려 보세요. ●작가의 말 ‘보릿고개’는 지난날,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시골 농가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때(4~5월)를 이르던 말이지요. 옛날 우리 할아버지 시대에는 정말 가난하였습니다. 누구나 농가의 생산자가 되어 땀흘려 일하고 아꼈으며, 또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금은 넘치는 풍요 속에서 무엇이든 귀한 줄 모르고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성경의 말씀처럼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라는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할아버지들의 옛 삶에서 살아가는 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약력 ▲1982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동화 ‘엄마 열목어’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펴낸 책으로 ‘꽃이 꾸는 나비꿈’, ‘눈물꽃’, ‘북치는 소년’, ‘옛날에 울아부지가’, ‘아리랑’, ‘도깨비 아부지’, ‘별이 된 오쟁이’ 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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