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태백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후보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콘도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일출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의왕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941
  • [문화마당] 잃어버린 삶… 되찾는 삶/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가가 벌써 기말고사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여름방학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학생들에게 방학 때 뭘 할 거냐고 묻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학생, 배낭여행을 하겠다는 학생, 학비를 벌겠다는 학생 등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을 모아 “머리를 잘라 돈을 모아서라도 책을 읽겠다.”고 웃으면서 큰 소리로 대답한다. 학생들 가르치는 몇 년 동안,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돈이 없으면 머리를 잘라 팔아서라도 문학작품을 사서 읽으라고 다그친 것이 익히 소문이 난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겠다는 우리 학생들이 너무 대견스럽다.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을 보면, 거의 모든 갈매기들이 그저 먹고 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유독 ‘조너선’만이 새로운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끝없이 비상하면서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조너선’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조너선’은 그런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획득한 새로운 가치를 동료 갈매기들에게 전수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학생들에게 방학 때 빈둥거리면서 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 박혀 비지땀을 흘리면서 책을 읽고 짬을 내 학비도 벌라는 이유는 그들을 조너선같은 인물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일평생 철저히 속물화된 삶을 살아간다. 속물적 인간인 마르셀은, 물욕에만 사로잡힌 당대의 타락한 귀족들을 찬미하면서 그들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는 그토록 찬양하던 이들의 늙고 추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깨닫고, 진정 가치있는 삶, 즉 인간다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주체적인 삶을 갈망한다. 프루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속물적인 삶을 ‘잃어버린 삶’으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되찾는 삶’으로 명명하고 있다. 우리들 주변에는 속물적인 이도 있고,‘조너선’같은 이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조너선’같은 이가 드문 것은 사회 자체가 부귀영화와 출세만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도 벌고 출세도 하려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속물화되어 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남이 고급 승용차를 타면 자신도 그것을 갖고 싶어 하고, 남이 좋은 옷을 입으면 자신도 그런 옷을 입고 싶어 하고, 남이 화려한 식당에서 값비싼 음식을 우아하게 먹으면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것 등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거의 대부분의 욕망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일생은 그런 욕망에 휘둘리면서 끝이 날 수도 있다. 아니, 먼 훗날 그런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걸어온 길이 속물화된 삶이라는 것을 통절히 뉘우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오지 않은 길, 곧 ‘가지 않은 길’에 진정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길로 돌아가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그 길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는 자신의 자리에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늘 ‘되찾는 삶’에 대한 강렬한 갈망과 지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우리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요소 중 하나에 좋은 책, 특히 훌륭한 문학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어보면 대번에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가끔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해마다 여름은 늘 우리 곁을 찾아오지만,2005년의 여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평생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올해 여름, 우리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마르셀’처럼 살지 말고,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조너선’처럼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면,‘마르셀’이 가고 싶어 했지만 그러나 ‘가지 못한 그 길’이 학생들에게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길’이자, 나아가 ‘지금 현재 가고 있는 길’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1) 숨은 키워드‘궁궁을을’(弓弓乙乙)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1) 숨은 키워드‘궁궁을을’(弓弓乙乙)

    1894년 4월27일, 전주성 함락을 눈앞에 두고 전봉준은 휘하 장수들을 모아놓고 특명을 내렸다. 궁을(弓乙)이란 부적을 불살라 동학농민군들에게 먹이라는 것이었다.“궁을부는 신통력이 있다. 비 오듯 쏟아지는 관군의 총탄과 화살도 무력하게 만드는 게 궁을부다. 그 효력은 이미 큰 스승 최제우 선생께서 밝히신 바다. 궁을은 이미 너희가 잘 아는 ‘정감록’에도 나와 있다.” 그 명령대로 동학군은 모두 궁을부를 태워 나눠마셨다. 그 다음날 동학군은 호남제일성인 전주성을 함락시켰다. 궁을부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13자를 쓴 종이 쪽지로, 본주(本呪)라 한다. 이 글귀의 뜻은 한울님을 모시면 조화가 이뤄진다, 이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동학의 근본 교리를 압축해서 표현한 것인데, 신기하게도 궁을부엔 궁을이란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 왜 동학에선 이 부적을 궁을부라 했을까? ‘궁궁을을’(弓弓乙乙) 또는 ‘궁을’이 정감록의 가장 중요한 핵심어였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수많은 민중이 그 참뜻을 알고 싶어했기 때문에 민중 종교의 지도자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정감록의 핵심어라면 ‘진인’과 ‘십승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감록을 꿰뚫고 지나가는 숨은 키워드는 ‘궁궁을을’이다. 문제는 그 뜻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궁을’이란 두 글자를 뜯어보면 평이하다.‘弓’은 활이요,‘乙’은 갑(甲)에 이어 이른바 두 번째 십간(十干)이다. 그런데 누구나 빤히 알고 있는 이 두 글자의 뜻을 아무리 조합시켜도 무슨 말인지 감감하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이 용어는 정감록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학과 원불교에서도 중시되었다. 그 내력을 알아보자. ●‘정감록’에 보이는 ‘궁궁을을’ ‘감결’(鑑訣)에 이런 구절이 있다.“모름지기 인간 세상에서 몸을 피하는 데 산도 이로울 게 없고 물도 이로울 게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양궁(兩弓)이다.”는 것이다. 양궁은 궁을 두 번 쓴 글자다. 그런 점에서 ‘궁궁’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선생가장결’(李先生家臧訣) 중에도 “이로움이 을을궁궁에 있다.”는 대목이 있다. 정감록의 다른 곳에서는 ‘궁궁을을’이라 적기도 하였다. 일제시대 한국의 민속을 연구한 일본인 무라야마 지준은 ‘궁궁을을’을 한 글자로 줄여 약(弱)이라고 보았다. 궁과 을 두 글자를 포개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이로움이 약함에 있다.”는 뜻이 되어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다. 또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과 같은 강대국에 약한 태도로 의존적일 때만 살아갈 수 있다고 비꼰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선비결’(道詵秘訣)에도 ‘궁궁’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병자(丙子)에는 북쪽 오랑캐가 나라에 가득 찰 것이다. 산도, 물도 이롭지 못하고 이로운 것은 오직 ‘궁궁’이다.” 이것은 아마도 병자호란 때의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궁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피란처다. 요컨대 여러 예언서에서 자꾸 눈에 뛴는 ‘궁을’,‘을을궁궁’ 또는 ‘궁궁’은 난리를 피하는 최고의 장소임이 분명하다. 정감록엔 피란지로 손꼽히는 십승지가 있는데 왜 하필 ‘궁궁’이란 용어를 또 사용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1748년 ‘정감록’ 사건에 언급된 ‘궁궁’ 실록에도 ‘궁궁’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것이 처음 언급된 것은 1748년(영조 24) 5월이었다. 청주의 몰락 양반 이지서 등이 괘서, 즉 불온한 내용이 적힌 벽보를 붙인 혐의로 체포되어 왕의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용어였다. 이지서는 6촌 형제가 반란에 가담해 처벌된 일이 있어 꼼짝없이 연좌제에 걸려들었다. 그는 관직에 등용될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박민추가 한 말 중에 ‘궁궁’이 언급되어 있다.“도선비기(道詵秘記)를 보면, 왜인(倭人)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남쪽에서 올라온다고 들었습니다. 이 때는 산도 아니고 물도 아닌 궁궁이 이롭다고 했지요.” 박민추 역시 우리가 앞에서 검토했듯이 ‘궁궁’을 피란처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인지 그도 잘 알지 못했다. 박민추가 읽은 18세기의 ‘도선비기’는 오늘날 남아 있는 ‘도선비기’와 비슷했다.“산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궁궁이 이롭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현재의 도선비기에도 똑같이 되어 있다. 다만 그 이야기가 전제하고 있는 시대상황은 완전히 다르다.18세기의 도선비결에는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쳐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도선비기에 보면,‘병자년 북쪽 오랑캐’가 문제다. 요컨대 청나라가 침입해온 병자호란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런 차이는 필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혹은 아유가이나 호소이 같은 일제 어용학자들이 슬며시 단어 몇 개를 바꿔 쓴 데서 빚어진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들로선 정감록에서 일본이란 나라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되돌아간다.1748년 사건 당시 충청도 문의 지방의 관리였던 김재형은 이지서의 벽보 사건을 직접 취조했던 사람이다. 그는 벽보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벽보에는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남쪽에서 오는데 물도 이롭지 않고 산도 이롭지 않고 궁궁이 이롭다. 이 고을에 대인(大人)과 명장이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피란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김재형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더라도 ‘궁궁’은 피란의 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어디로 피란해야 되는가로 압축된다. 벽보에서 말한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사람들”이란 누구일까. 이지서는 이렇게 설명했다.“어떤 사람들은 곧 왜인이 쳐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왜인이 아니고 누군가가 거짓으로 왜인의 모양을 꾸며가지고 쳐들어온다. 이들은 무신년의 잔당(餘黨)들이다. 해도(海島)에 가 숨어 있던 사람들이다.” 사건 피의자 오명후는 그 정체를 울릉도에 숨어 있는 황진기(黃鎭紀) 일당이라고 말했다. 영조4년(1728) 무신년에 있었던 일부 소론과 남인들이 일으킨 반란에 가담한 장수가 황진기다. 요컨대 울릉도에서 황진기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올 때 피란할 만한 곳이 궁궁이란 이야기다. 이지서의 일당인 오수만은 ‘궁궁’의 뜻을 좀더 명확히 정의했다.“궁궁은 활의 허리(弓腰)를 가리키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구부러진 곳(劣處)에 숨으라는 뜻이지요.” 실록 편찬자는 이 대목에 주를 달아 놓았다.“궁요는 그 음이 열(劣) 자의 뜻을 해석한 것과 같다.” 정리하면,‘궁궁’은 궁요와 같고 그 뜻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후미진 곳이란 것이다. 이를 테면,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중에서도 꽤나 후미진 곳이 ‘궁궁’이란 말이다. 18세기 내내 ‘궁궁’에 대한 해석은 일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끼리도 해석이 엇갈리는 판이었다. 이지서 사건의 피의자 이영손은 ‘궁궁’을 머문다는 뜻을 가진 유(留) 자로 보았다. 다른 곳으로 피란가지 말고 집에 머무는 것이 최상의 피란법이요, 궁궁이란 견해였다. 사건의 주모자 이지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궁궁’은 광활하다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만일 광활한 지역이라면 태백산이나 소백산 기슭에 위치한 십승지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혹은 십승지 중에서도 비교적 터가 넓은 지역을 가리켰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지서가 ‘궁궁’을 개활지로 보았다는 점은 다른 피의자들도 증언했다. 어떤 피의자는 ‘궁궁’이 활활(闊闊)을 가리킨다고도 했는데 그 역시 광활하단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지서 사건의 피의자들은 ‘궁’의 음이 ‘활’인 점에 착안해 ‘궁궁’을 ‘활활’한 곳, 달리 말해 터가 널찍한 피란처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40년쯤 지난 1787년(정조 11)에 또 다른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는 ‘궁궁’에 대한 해석이 상당히 달라졌다. 사건 피의자 김서달의 진술이 주목된다.“근래에 떠도는 말을 들으니 청의(靑衣)가 남쪽에서부터 오는데 왜인 같지만 왜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 때는 산도 이롭지 않고 물도 이롭지 않으며 궁궁(‘좌’(坐)의 고자(古字))이 이롭다고 하였습니다.” 전에도 ‘궁궁’을 ‘머물 유(留)’자로 보는 견해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1787년 사건에서 김서달은 ‘궁궁’을 ‘앉을 좌(坐)’의 옛날 글씨체로 보았다. 피란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본 점에서는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서체에 대한 지식이 해석의 기준이 되었다는 점은 주목된다. 한마디로 말해,‘궁궁’이 피란처란 점에 대해서는 다들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어떤 피란처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골짜기일 수 도 있었고, 넓은 터, 또는 자기 집으로 규정되는 등 사람마다 견해가 달랐다. ●동학의 ‘궁궁’ 19세기 말 새로 등장한 동학은 ‘궁궁’이란 표현에 종교적 의미를 불어넣었다. 동학의 경전 ‘동경대전’의 ‘포덕문’에 보면 최고의 명약과 부적은 바로 태극이자 ‘궁궁’이라고 했다.‘궁궁’은 어느새 태극이 됐고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변형되었다. 오랫동안 특정한 공간을 뜻했던 ‘궁궁’이 추상적인 명사로 둔갑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어떤 학자들은 동학의 ‘궁을’이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명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동학에서는 ‘궁궁’을 영원한 생명, 완전무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은 틀림없다. 왜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정감록’에 나오는 ‘궁궁’이란 표현에 관심을 가졌을까?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정감록에 의지하였고 참된 ‘궁궁’을 찾아 십승지를 비롯해 각처로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제우 자신도 한 때 그런 체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정감록을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이미 지나간 임진왜란 때는 이로움이 송송(松松)에 있었다. 평안도 가산과 정주에서 서쪽 도적이 일어났을 때는 이로움이 집집에 있었다. 여보소, 세상 사람들아, 이런 일을 본받아서 살길을 찾아보세.” 최제우는 정감록의 내용을 연상하면서 임진왜란 때는 이여송·이여백 형제가 도와 살아났고, 서북에서 홍경래 난이 일어났을 때는 도리어 집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이로웠다고 회상했다. 최제우의 정감록 패러디는 계속된다.“우리도 이 세상에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 하네. 매관매직을 일삼는 세력자도 마음 다해 궁궁을 찾고, 돈과 곡식을 쌓아두고 사는 부자 영감들도 마음 다해 궁궁이라. 떠돌아다니는 거지와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마음 다해 궁궁이라. 풍수에 현혹된 사람들은 더러 궁궁촌 찾아서 혹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고, 혹은 천주교에 들어가 제 생각이 옳다하지만 그 말들도 따져보면 궁궁 뿐이네.” 최제우는 누구나 찾고 있는 것이 바로 ‘궁궁’이라 하였다. 심지어 천주교 신자들이 갈망하는 것도 ‘궁궁’, 즉 난리를 피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궁궁’의 궁극적인 의미는 종교적인 수련이었다. “제 몸 닦고 집안 살피지 않고 명당 찾아 두루 강산을 돌아본단 말인가. 덕이 없는 세상 사람들, 가서 볼 것이 무엇인가? 가련한 세상 사람들,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 하여 찾는다면 웃을 일 아닌가. 세상 잘못 만났다 한탄하지 말고 세상구경하세. 이로움이 송송에 있단 말 집집에 있단 말은 이제 알았지만,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는 뜻을 어찌 알겠는가?” 이것은 ‘용담유사’에 실린 한 구절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해서 원망하지도 말고 길지를 찾아 헛되이 여기저기 헤매지 말라 했다. 최제우가 찾아낸 답은 간단명료했다.“한울님을 모시면 조화가 이뤄진다. 부디 이런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둔다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 이것이면 다 되었다. 한울님을 믿기만 하면 절로 후천개벽이 되는 것이었다. 이밖에 따로 ‘궁궁’이 있을 턱이 없었다. ●원불교의 ‘궁궁을을’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감록’에 매료되어 ‘궁궁’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많은 길지를 놓고 ‘궁궁’이 어딘지를 점쳤다. 원불교를 창건한 박중빈 대종사는 그런 세태를 비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최제우와 같은 입장이었다. 대종사는 ‘궁궁을을’의 종교적 의의를 새롭게 정리하려 했다. 그는 정감록을 신앙하는 민중을 원불교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해방 전 그는 제자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정감록’ 비결에 궁궁을을의 사이에 이로움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궁궁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일원(一圓)이다. 또 ‘정감록’에 도하지(道下地)란 말이 있다. 그것은 도하지(道下支), 즉 일원 대도(大道)에 의지해야 산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좌우간(左右間)이라 말하는 것은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싸우다가 죽는다는 뜻이다. 너희들은 좌익이나 우익이나 어느 편도 들지 말라. 그 싸움에 끼어들면 죽기 쉽다. 양심만 지켜라. 양심, 그것이 곧 일원이다.” ‘궁궁을을’을 대종사는 어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일원’이란 종교적 개념으로 보았다. 달리 말해 ‘일원은’ 바로 양심이라고도 했다. 양심을 기르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따라 살면 되지 따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 때문이었겠지만 원불교 신자들은 ‘궁을가’(弓乙歌) 라는 일종의 예언적이고 종교적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 노래를 지은 사람은 북창 정염(1506∼1549)이라고 하는데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 정염은 남사고와 더불어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예언가였다.‘궁을가’엔 구한말의 중요 사건과 8·15해방까지 예언되어 있다. 그 일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갑신년에 큰 별이 태양을 돈다/ 태양과 태음이 자리를 못 잡아 외국 여러 나라가 시끄럽다 (중략) 매번 끝 구절에 이 여섯 자로 궁궁을을 성도로다./ (중략) 지성으로 늘 부르면 외국군대가 못 쳐들어온다.//(중략) 부모처자 다버리고 길지(吉地) 찾는 저 백성아/ 예로부터 피란해도 그 얼마나 살았더냐./ 인의예지(仁義禮智) 어진 마음 사람 다치게 않고 물건 부수지 않으면// 오복(五福)이 내 몸이라 길한 별 비춤이 따로 어디인가/ 살아날 방법 내게 있어 부모처자 안전히 보존한다.” 노랫말에 보면,“궁궁을을성도”라는 6자 주문을 자주 외워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다. 원불교 3대 교조 대산종사는 이 주문을 나무아미타불로 바꿔 불렀다. 또한 위 인용문에서는 갑신년에 외국 세력이 시끄럽게 군다고 했다. 갑신정변(1884, 고종21) 당시 청나라와 일본이 개입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인용문의 말미에선 길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무 소용도 없다고 단언했다. 내 마음의 인의예지를 기르는 것이 그보다 낫다며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마디로 ‘궁을’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고 보았다. 대산종사는 ‘궁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두 손을 들어 둥글게 만들면 그것이 궁이다. 그 안에 ‘∽’을 하면 궁을이 되어 태극이 된다. 태극을 유교에서 무극이라고 하고 원불교에서는 일원이라고 하는데, 대종사님께서 이렇게 손을 들어 궁궁을을을 가르쳐주셨다. 우리 한국도 좋아진다. 태극기가 궁궁을을 아닌가? 또 이 한국에 일원 대도가 나왔으니 이 나라가 잘 될 것이다. 태극이 궁궁을을이다.” 궁궁을을은 태극이란다. 18세기만 해도 정감록의 ‘궁궁을을’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를 한 개의 빈 사발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중들은 꿈으로 그 그릇을 여러 가지 생각으로 채우기에 바빴다. 이 그릇은 결국 동학과 원불교에 이르러 종교적인 가르침으로 바뀌었다. 빈 그릇이 많은 정감록은 여전히 민중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논술이 술술] 광장/최인훈

    문학작품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적 상황과 연관돼 사람들에게 길이 기억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건 안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 즉 당시 사람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고뇌를 온전하고 명료하게 표현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에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위대한 혁명기의 정신과 인간관의 변화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존경받는다면, 최인훈의 ‘광장’과 그 주인공 이명훈은 분단시대에서 4·19혁명으로 나타난 역사적 전환기의 민족의 사상과 고뇌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4·19혁명의 의미는 단지 부패한 독재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민주적 정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해방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분단과 그 체제가 강요했던 비민주적 억압을 뚫고 민중 스스로 이 사회의 주인임을 선언하며 나섰던 주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로부터 1960년의 위대한 4월은 시인 신동엽의 표현대로 ‘껍데기들’, 곧 분단으로 대표되는 이념적 대립과 갈등, 그에 기생하는 억압적 사회체제와 정치구조를 이 땅에서 ‘쓸어버리고’, 민중 자신이 이 땅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을 부여해 주었다. 이 때문에 우리는 4·19를 여전히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최인훈의 ‘광장’은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10월 ‘새벽’이라는 잡지에 처음 발표됐다. 이념에 의한 남북 분단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민족분단의 비극을 이데올로기와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문제와 결합시키고 있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4·19혁명으로 드러난 의식의 전환과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주인공인 이명준의 행적과 심리적 자의식을 통해 작가는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사회현실을 비판한다. 이명준은 나름의 방식으로 남북의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현실에 순응하지도, 현실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사회와 현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친일파가 해방 후 고위직에 오르고 타락과 부조리, 방종에 가득 찬 ‘남’이나 경색된 이데올로기, 허위, 부자유가 만연한 ‘북’ 모두 환멸의 대상일 뿐이다. 모두 진정한 인간 삶을 충족시키기 어려운데, 그것은 애당초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모두 사회 성원들의 자생적인 욕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중립국.”…“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중립국.”…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중립국.” 이명준이 포로수용소에서 나누는 인상적인 이 대화에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고뇌, 나아가 우리 민족의 고뇌가 응축돼 있다. 이명준이 선택한 ‘중립국’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가 아니라, 남과 북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립항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준이 제3국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작품이 마치는 것은 민족의 현실을 벗어난 제3의 길이란 있을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학년:중2∼고3 -관련교과:고등 국어,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정치, 한국근현대사, 사회문화, 한국지리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태백산맥(조정래),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회색인(최인훈), 신동엽 전집(신동엽),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기출논제:고려대 1998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가톨릭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연세대 2000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서울대 2000학년도 인문계 수시 지필고사, 서강대 2000학년도 1차 모의논술, 경북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생각해보기 -이 작품에서 ‘밀실’과 ‘광장’은 무엇을 상징할까.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역사적 현실에서 지식인이 해야 할 역할과 자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우리 민족의 현실에서 ‘분단’과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 720㎞ 달리며 두발로 외친 ‘독도는 한국땅’

    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김완기씨가 마라톤 마니아 10여명과 함께 국토를 종·횡단하는 ‘독도사랑 레이스’를 29일 마감했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들의 모임인 전마협 대표 장영기씨와 함께 이날 오후 강원도 동해종합운동장에서 망상해수욕장까지 마지막 구간 13㎞를 달린 뒤 ‘독도는 우리땅’이란 힘찬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15일간의 레이스를 마감했다. 이날 마지막 레이스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를 비롯, 탤런트 심양홍 등 마라톤 마니아와 동해시민 등 300여명이 동참, 독도사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장 회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독도의 소중함을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고 싶어 김 선수에게 레이스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함께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이들이 레이스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하면서부터. 하루 50㎞이상 보름 동안 계속된 레이스로 부상을 겪는 등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지만 해남∼광주∼정읍∼전주∼논산∼공주∼천안∼충주∼제천∼영월∼태백을 거쳐 동해에 이르기까지 720㎞를 쉼없이 달렸다. 이들은 5·18기념묘지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독립기념관에 들러 선열들에게 자신들의 레이스 의지를 알렸고 구간마다 지역의 마라톤 마니아 10여명이 동참, 힘을 실어줬다. 김씨는 “피로 누적과 부상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 박수를 쳐 주고 음료수와 물을 건네 준 많은 사람들 때문에 무사히 레이스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이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울릉도 일주를 벌인 뒤 독도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통일’을 주제로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내후년에는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통일기원 레이스를 꿈꾸고 있다. 동해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독자의 소리] 대학 4학년으로 산다는 것/홍혜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나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부터 쉬게 된다.4학년의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현시점에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신경성 알레르기가 생기는 등 몸에서부터 스트레스의 정도를 체감하게 된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한 학기는 기본이고 1년을 통째로 휴학하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에겐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이력서에 어학연수경력이 한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하는 현실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연수를 가는 동기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토익·토플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방학이 되면 알 만한 영어학원들은 미어터지고 잠깐의 기간을 이용해 해외에 나갔다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회에서는 영어 실력뿐 아니라 제2외국어 능력, 한자능력, 한국어능력, 학점, 외모 등 갖가지 조건들을 갖춘 졸업생들을 원한다. 최근엔 취업을 하기 위해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학우들도 더러 있다. 외국학생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나 암울하고 비정상적인 현실이다. 현재 대학 4학년생들은 학교나 집에서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들 현재의 위치가 불안하고 하루하루가 힘들다. 사회에서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어쩌면 ‘맞춤형 로봇’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사회의 잣대로 판단하여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눅들어 마치 죄인처럼 살아갈 순 없지 않은가. 그들이 현재 갖추고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능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홍혜진
  • 태백등 6개시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에

    서울대와 고려대 등 8개 대학들은 200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지역을 기존 군단위 읍ㆍ면 소재 고교에서 지방 일부 시지역으로 확대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태백, 남원, 나주, 김제, 문경, 상주 등 행정자치부가 ‘신활력지역’으로 선정한 6개 시가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지역에 포함돼 5000여명의 고교생이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까지 대상지역 추가가 확정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8개 대학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모두 자연학습장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감명 깊게 읽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책을 꼽는다면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렸던 과거의 자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구절이 있다.“수백 수천 마리의 생물들이 개천을 따라 살고 있었다. 만일 거인이 되어 그 구불구불 흘러가는 개천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개천이야말로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 거인이었다. 키는 겨우 1m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나는 거인처럼 쪼그리고 앉아 실개천들이 졸졸거리고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작은 웅덩이들을 연구하곤 했다. 개구리 알들이 웅덩이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오글오글 모여 있는 젤리 모양의 투명한 작은 공들 속에는 검은 올챙이들이 들어 있었다. 부화되어 나올 날을 기다리면서….” 물이 있고 흙이 있는 어느 공간에서나 우리는 움직이는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도 구석구석 관찰하고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히 많다. 최근 환경교육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체험학습 또는 체험교육은 주5일 근무제의 시행과 더불어 주말 여가활동의 일환으로도 어린이, 청소년을 비롯하여 일반 어른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은 전형적인 대도시이지만,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의 면적이 서울시 전체면적의 40%에 달하는 등 풍부한 자연환경이 함께하고 있다. 도시 외곽의 산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그리고 많은 지천과 습지자원 등 녹지와 물로 이루어진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이와 함께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생태체험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숲속 여행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은 서울의 9개산과 서울대공원이 대상이며, 매월 1,3주 일요일 또는 2,4주 일요일로 나누어 매회 60여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신청은 서울시 공원과나 각 자치구 공원녹지과로 전화하거나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만남의 장소에서 10명 정도로 그룹을 나누고 각 그룹별로 한 명의 숲 해설가 선생님을 따라 숲속여행을 시작한다. 때로는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여 그룹을 나누기도 한다. 숲을 거닐면서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산과 관련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숲속 여행이 끝나면 모두 모여 자연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수건에 나뭇잎 물들이기, 숲에서 주운 나뭇잎이나 꽃잎 등을 이용하여 작품 만들기 등 다양하다. 대부분 가족단위인 참가자들은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든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산이 아닐지라도 틈날 때마다 가보지 않은 여러 산을 신청하여 참여하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숲속 체험을 하는 만남의 장소는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산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참가하는 것도 좋다. 동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안내를 해주는 해설가가 바뀌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의 습지체험 태백시 금대산 계곡으로부터 김포시 월곶면으로 흐르는,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서울의 상징이다.1980년대 초부터 이루어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한강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과거의 수자원 이용 수준에서 벗어나 생태, 문화, 레저를 고려한 복합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강에는 둔치를 따라 크고 작은 습지들이 모여 있다. 생명력이 풍부한 습지는 시민들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체험 장소의 역할을 한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습지 생물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강서습지생태공원은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하며, 자연관찰 학습장, 운동시설, 자전거도로 등의 시설이 있다. 이곳은 한강의 배후습지로 갈대, 물억새 등과 같은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라고 조류, 어류, 수서곤충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강동구 고덕동 소재의 한강변에 조성된 고덕수변 생태 복원지는 물가에 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넓은 모래톱으로 형성되어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물가의 버드나무숲은 꿩·해오라기의 서식처이며, 건생초지로 이루어진 얕은 둔덕은 야생화가 만발하여 나비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의 서식처가 된다. 한강의 또 다른 명소인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은 1997년 9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하천부지를 친환경적 생물 서식처로 복원하고, 생태적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이러한 습지와 생태공원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진행하는 생태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하면 안내를 받으며 자연관찰을 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각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면 된다. 한강에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하여 생태체험장인 습지까지 찾아갈 수도 있어, 자전거여행의 즐거움과 자연관찰의 유익함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서는 공원 안내책자 및 자연학습기록장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제작하여 생태학습을 돕고 있다. ●도심의 자연학습장, 공원 도심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많은 공원들이 있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주요한 공간으로 휴식 및 운동 등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21개의 도시공원 중 11개 공원(남산공원, 낙산공원, 용산공원,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보라매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환경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계절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나머지 공원에서는 연중상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자연생태 체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 및 환경학습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며, 부모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각 공원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서 관찰하거나 직접 작업을 해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학습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연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조류관찰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해설가와 2시간 남짓 걸으며 관찰하면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상기한 도시근린공원 외에 우면산생태공원, 아차산생태공원과 같은 자연생태공원도 다양한 생태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껴보자. 자연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배움터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장난감이 없어도 자연 속에 놓여진 아이들은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자연 속에는 함께 할 수 있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체험은 아이들의 자연과 삶에 대한 이해와 학습효과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주말시간 등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주말 여가활동의 하나이기도 하다.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주말시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한 주의 충전을 위한 여가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도시를 벗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여행을 대표적인 여가생활로 생각한다. 그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나절 정도의 시간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온 가족이 진지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관찰하고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에서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가족간의 사랑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경작지, 텃밭, 물웅덩이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모두 그 대상이 된다. 생태체험을 시작할 때는 해설가의 설명이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다지게 되면, 개인적으로도 자연학습기록장을 가지고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다. 생물도감을 뒤적이면서 몰랐던 생물종의 이름을 찾아내면 내 것이 되어 잊혀지지 않게 된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산, 공원, 하천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문제점 및 이에 대한 보완책을 살펴보면, 첫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의 미흡함이다. 특히, 공원의 경우는 공원 조성방식이 비슷하여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롭게 공원시설을 할 경우에는 생태프로그램까지 고려하여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생태체험의 공간유형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숲과 습지뿐만이 아닌 경작지나 재개발지 등 도시의 다양한 유형이 각기 나름의 생태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토지이용과 결합된 문화 및 생태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해설가의 설명뿐만이 아닌 오감을 이용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훨씬 큰 흥미와 학습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오감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위한 시설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 자연학습장으로서 실내외 공간의 적절한 활용방안 마련 등 향후 지속적으로 생태체험 공간 및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송인주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부연구위원
  • [꽃길로 山책] 봄철 쭉~

    [꽃길로 山책] 봄철 쭉~

    ‘저절로 걸어 온 봄은 없다.’고 한 시인은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이는,‘바람조차도 키를 세워 안개를 날랐다.’며 산자락의 고단함을 위무하더니, 어느새 ‘꽃불이 탄다! 꽃불이 탄다.’고 아우성이다. 눈부신 연둣빛 산자락이 농밀한 요즘, 키낮은 나무만으로 안쓰럽고 황량하게 느껴지던 능선이 별안간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지리산 바래봉(1165m)이다. 바래봉 아래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에 만개한 철쭉은 누군가의 손으로 가꾼 정원의 모습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천상의 화원’,‘하늘정원’으로 일컫는다. 마치 늦봄의 이 짧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서러움과 인고의 세월을 참아왔기 때문일까, 그 붉은 빛은 처연하리만큼 짙다. 산길은 지리산 산간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정령치에서 시작하여 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를 거쳐 바래봉에 오른 뒤, 다시 바래봉 아래 안부로 되돌아와 운봉 용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만복대∼정령치∼고리봉∼바래봉∼덕두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지리산 서북부능선이다. 능선의 동쪽으로는 그리움의 산, 지리산 연봉들이 굽어보고 있고, 서쪽 저 멀리로는 천왕봉에서 달려와 고리봉에서 북쪽으로 길을 달리하며 이어져간 백두대간 마루금이 아득하다. 그래서 5월에 걷는 이 길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좌우로 두고 그 한가운데에서 조망과 철쭉 산행을 겸할 수 있는 멋진 코스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능선길로 접어들어 20분여 오르면 고리봉(1304.5m)에 닿는다. 고리봉에서는 주능선 방향으로 반야봉이 지척이다. 고리봉에서 직진하며 내려서는 서북능은 외길로 이어져 길 찾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또 오르내림 고도차이도 그리 심하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산행거리가 약 12㎞에 이르고 목적지인 ‘하늘정원’에서의 느긋함을 즐기려면 걸음을 서두르자. 고리봉에서 능선을 곧장 달려 세걸산에 이르기까지는 1시간10여분 걸린다. 세걸산에 오르기 전, 키낮은 나무들로 비좁은 길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달궁의 오얏마을로 이어진다. 세걸산에서 20분여 내리막길을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세동치에 닿는다. 뱀사골 입구 반선의 행정구역명은 산내면 부운리(浮雲里)이다. 세동치에서 50분. 이제 천상의 화원이 기다리고 있는 팔랑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능선길을 50여분 걷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낯선 풍경이 열린다. 진초록의 산사면과 붉은 철쭉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불타는 꽃, 꽃불을 감상하고, 정상 아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바래봉에 오르려면 1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바래봉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주능선의 모습에 찬찬히 눈길 두자. 오래도록 잔영이 남으리라. 바래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서는 임도가 나 있는 운봉읍 용산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철쭉능선 동쪽 사면 아래의 팔랑마을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지정로다. 임도를 가로지르는 철쭉군락 사이의 내리막길을 1시간여 내려서면 주차장에 이르고 산행을 마치게 된다. 대전∼진주간 고속국도 함양JC에서 88고속도를 갈아탄 후, 남원 방향으로 진행, 지리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인월∼반선으로 접근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 백무동행 버스로 인월에서 하차한 후 반선으로 이동. 경남 함양이나 전북 남원에서 인월편 교통은 비교적 잘 연결된다. 인월에서 뱀사골행 버스를 탄다. 뱀사골 입구를 중심으로 숙식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뱀사골 입구의 일출식당(주인 이춘식·063-626-5071,011-651-5077)은 산꾼들에게 편의를 많이 제공하는 곳으로 소문났다. ■ 늦봄 철쭉축제 어디로 갈까 ●연인산(1068m·경기 가평) ‘사랑과 소망’이라는 테마의 연인산 들꽃축제는 5월 20∼22일 열리지만 철쭉 개화시기는 5월 하순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정능선은 야생화와 철쭉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또한 우정고개 주변의 잣나무숲도 뺄 수 없는 볼거리이다. ☎가평군 문화관광과(031-580-2065∼8). ●서리산(825m·경기 남양주) 수도권에서 가깝고 산도 그리 험하지않아 가족산행 대상지로 좋은 곳이다. 축령산으로 올라 능선산행으로 서리산∼철쭉동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을 하더라도 4시간 남짓 걸린다. ☎축령산자연휴양림(031-592-0681). ●소백산(1439m·충북 단양∼경북 영주)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 두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주관으로 철쭉제를 개최하는데, 연화봉 인근의 철쭉이 특히 아름답다. 희방사나 죽령에서 연화봉 오르는 산길이 잘 열려있고, 비로사에서 비로봉에 이르는 철쭉길도 잘 알려져 있다. 철쭉제는 5.28∼29일 열리고, 개화시기도 이때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양군 문화관광과(043-420-3254), 영주시 문화관광과(054-639-6391). ●덕유산(1614m·전북 무주) 철쭉제가 별도로 열리지는 않지만 중봉에서 송계3거리에 이르는 이른바 ‘덕유평전’의 철쭉이 아름답다. 철쭉 개화는 5월 하순부터 6월초로 예상된다. 무주군은 6월4∼11일 제9회 반딧불이축제를 개최한다. ☎덕유산관리사무소(063-322-3174). ●두위봉(1466m·강원 정선) 두위봉의 철쭉 개화시기는 대략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으로 예상되며 6월 초순 철쭉제 기념 등반대회가 열린다. 철쭉은 단곡계곡을 따라 오르다 7부 능선에서부터 만나며, 두위봉 정상 인근에 수만평에 이르는 철쭉화원이 있다. ☎함백청년회의소(033-378-7633), 신동읍사무소(033-378-8001,7004). ●태백산(1567m·강원 태백) 지방자치단체중 가장 적극적으로 축제홍보를 하는 곳이다.6월 4∼6일까지 제20회 철쭉제가 열린다. 천제단 부근의 부드러운 능선에 연분홍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태백시 문화관광과(033-550-2083). 도움말 산악인 조용섭 choys56@hanmail.net
  • 14일부터 이틀간 ‘힘내라 한국문학’ 축제

    지리산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태의 ‘남부군’, 서정인의 ‘달궁’등 명작들의 무대가 됐고, 시인 고정희(‘지리산의 봄’), 이성부(‘지리산’)등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번 주말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는 문학축제가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학회생프로그램 추진위원회(위원장 신경림)와 책읽는 사회만들기국민운동(위원장 도정일)이 공동주최하는 제1회 ‘힘내라, 한국문학’축제가 14·15일 이틀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체육공원과 섬진강변 일대에서 열린다. 문예진흥원이 복권기금으로 운영중인 우수문학도서 지원보급 사업의 일환이다. ‘한국문학, 구례 지리산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는 지리산 시 걸개전시회, 백일장, 작가와의 대화, 문학의 밤 행사 등이 마련된다.14일 오후 3시 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에는 현기영 박완서 임철우 은희경 공지영 고재종 안도현 이재무 전성태 등의 문인들이 참가할 예정. 이어 마임공연, 미디어 아트와 무용, 음악회 등이 어우러지는 ‘지리산 문학의 밤’ 행사가 열린다.15일 오전에는 이원규 시인의 집필실, 이시영 생가 등을 둘러보는 ‘문학의 산실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02)760-46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현채선생 누구인가

    1934년생인 박현채 선생의 인생을 결정지은 것은 10살 남짓한 나이에 겪은 해방정국이었다. 중학생 때 이미 마르크스 이론서를 섭렵하고 16살의 나이로 빨치산 활동에 뛰어들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위대한 전사 조원제’가 바로 박현채다. 조정래는 ‘조원제’를 두고 ‘내가 쓴 박현채 전기’라고 표현했다. 그 뒤 서울대를 거쳐 농업문제 연구가로 이름을 떨쳤다. 박정희가 쿠데타 직후 국내자본을 동원해 경제개발을 계획했을 때 박현채가 속한 ‘국민경제연구회’는 요즘 말로 ‘싱크탱크’였다. 그러나 박정희가 미국의 압력으로 한·일외교정상화를 통한 외자 도입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관계가 헝클어졌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6·3사태가 발생하자 중앙정보부는 1964년 1차 인혁당사건을 ‘창조’해냈다. 공안검사들마저 기소를 거부했던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빨치산 경력에 인혁당 사건까지 겹쳐 그는 1989년 조선대 교수직을 얻을 때까지 재야 ‘경제평론가’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영향력은 강단학자보다 더 컸다.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대중경제론’이 사실상 박현채 작품이라고 볼 정도였다.78년 펴낸 ‘민족경제론’은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대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힌다. 민족경제론은 국민경제 단위 내에는 민족적 이익에 보탬이 되는 민족자본과 해를 끼치는 매판·외국자본이 공존한다고 보는 이론이다.85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현대 한국사회의 성격과 발전단계에 관한 연구’는 그 유명한 ‘사회구성체 논쟁’의 불길을 당겼다. 그러나 90년대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그 불길은 곧 꺼졌다. 어떤 이들은 문화운동으로 방향을 틀었고, 또 다른 이들은 ‘80년대 소련제 국정교과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며 ‘포스트’ 이론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런 시대변화 속에 차츰 잊혀져 가던 박현채는 1995년 숨을 거두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유전사업 靑과는 무관” 이광재의원 오대산行

    범여권은 유전의혹엔 ‘결백’을 주장했고, 청계천 의혹엔 ‘공수처 설치’로 야당을 압박했다. 청와대는 10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전의혹과 청와대 연관설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행정관과 왕영용씨의 면담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 연관설을 조기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권력의 비호를 받는 사건이었다면 적어도 장관이나 철도청장 선에서 담당 수석과 의논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국정상황실 정보보고 문제와 관련,“늦게 공개해 비난을 받았으나, 국정 감시 시스템은 정상 작동됐다는 얘기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어 “철저히 조사해 일체를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에 참고될 만한 것은 검찰에 모두 통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소환이 임박한 이광재 의원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는 등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 사전 인지의혹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난 9일 밤늦게 지역구(태백·영월·평창·정선)로 내려간 이 의원은 오대산행을 하면서 심경을 정리한 뒤 11일이나 12일 상경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은 청계천 의혹과 관련,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이번 일로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올라갔을 것”이라면서 “6월 국회 처리를 위해 야당과 더 적극적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사건의 윤곽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쯤 이명박 서울시장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전의혹에 대해선 “참여정부에서 성역이 없다.”면서 검찰수사를 끝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자동차플러스] ‘벤투스 GT컵’ 카레이스 스폰서에

    한국타이어가 이달부터 강원도 태백 준용서킷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자동차 경주대회 ‘벤투스 GT컵 푸마챌린지’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대회에 출전하는 차량들은 한국타이어의 일반 PCR 타이어부터 벤투스 R-s2와 같은 고성능 UHP 타이어 등을 장착해야 한다.
  • 사흘간 180㏊ 잿더미로

    27일부터 계속된 산불이 대부분 잡혔으나 29일 6곳에서 추가로 발생했다. 산림청은 사흘간 피해면적이 180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오후 3시28분쯤 경남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야산에서 불이 나 이 마을 김모(83) 할머니가 불타 숨졌다. 불은 임야 500평을 태운 뒤 소방작업으로 30여분만에 꺼졌다. 경찰은 김 할머니가 논에서 낙엽을 태우다 불꽃이 튀어 산불이 나자 끄려다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1시쯤 전남 광양에서 발생한 산불은 헬기와 공무원들의 진화작업으로 낮 12시쯤 진화됐다. 비슷한 시각 강원도 고성 민통선 북방지역에서 남하한 산불도 군과 산림청 헬기에 의해 오후 2시쯤 진화됐다. 부산 기장에 낮 12시25분, 광주 광산에 낮 12시50분 각각 산불이 났으나 오후 2시를 전후해 모두 꺼졌으며 오후 2시30분쯤 강원도 철원 근남면 야산에서 산불이 나 진화대원들이 현장에 긴급 투입됐다. 28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주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18시간만인 29일 오전 9시쯤 진화됐다. 이 불로 가옥 14채와 산림 95㏊를 태웠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산불은 17시간만에 완전히 꺼졌다.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오후에 잡혔다. 전국
  •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이적표현물은 ‘시대의 면류관’인가, 아니면 ‘국가 전복의 도화선’인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소설 ‘태백산맥’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회 등은 지난 28일 검찰의 태백산맥 결정에 불복, 서울고검에 항고하면서 이적표현물 판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반정부=이적표현물’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을 쓴 대학생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결 구도로 변증법을 설명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과 김지하와 리영희씨의 저서들도 대표적인 ‘불온 고전’이다. 올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로 추서될 예정인 장지락(일명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서적이라도 일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처벌했다. ●1990년대 중반,“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제 위협해야.” 하지만 이적표현물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1991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국보법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판례를 통해 이적표현물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물들은 여전히 된서리를 맞았다.1990년대 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등 북한의 4대 소설과 황석영씨 등의 북한방문기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1990년대 후반, 경직된 이적성 판단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자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이적성 판단도 경직됐다. 경상대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도 이때 검찰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법원은 1998년 북한 소설인 ‘용해공들’ 등에 대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여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또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그림 내용이 민중민주주의 혁명과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공산 집단의 주장과 같다.”고 밝혔다. ●2000년대, 이적성 판단에 ‘봄바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에도 해빙기가 찾아왔다. 대법원은 2001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레드 헌터’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지 1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송두율 교수의 저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도 소설가 조정래씨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식지 않는 이적성 논란 이적표현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1992년 이적표현물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등 세 명의 대법관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의 이적표현물들을 다시 심판한다면 변경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무혐의 결정을 통해 2000년대 중반 판단 기준을 살짝 내비쳤다. 남북 관계와 대중성(태백산맥)그리고 학문과 순수 예술성(최장집)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법적용은 변한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돼 내란·외환의 예비음모죄로 이적표현물을 처벌한다면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의 이적성 판단은 매우 자의적”이라면서 “사회가 미숙해 국보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보법이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영덕 34도 ‘4월 최고’

    28일 경북 영덕의 낮 기온이 4월 기온으로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4.0도까지 치솟는 등 영남지방으로 중심으로 한여름 같은 불볕더위가 나타났다. 지역별 최고기온은 울진 33.7도, 구미·의성 33도, 포항 32.8도, 동해 32.6도, 안동 32.1도, 강릉 32도, 대구 31.5도 등 전국 17개 도시에서 4월 역대 최고기온이 경신됐다. 영덕의 34.0도는 지역을 통틀어 4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기상청은 “여름철에 무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때이른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더운 남서·서풍의 영향을 받은 따뜻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더욱 건조해져 동해안을 중심으로 기온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29일에도 전국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30도 안팎의 높은 기온을 보이겠으나 28일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태백산맥’ 2권 프랑스어 출간

    |파리 함혜리특파원|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가 11년 만에 무혐의 결정을 받은 소설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2권이 최근 프랑스 아르마탕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아르마탕은 지난해 9월 1권을 출간했으며 번역판 3권도 올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다. 재불 번역가인 변정원씨와 아르마탕의 한국담당 편집자인 조르주 지겔메이에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프랑스어로 옮기고 있다. 변정원씨는 “프랑스어판은 원작과 같은 분량인 10권으로 나올 예정이며 늦어도 5년 안에 번역, 출간을 완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희곡작가인 장 테시에가 ‘태백산맥’을 프랑스어판 희곡으로도 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lotus@seoul.co.kr
  • 민속씨름 실업팀도 참가

    위기의 민속씨름이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실업팀을 대회에 참가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씨름연맹은 14일 대한씨름협회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단체 등 전국 14개 실업팀에 대한 정식 회원 가입 및 민속씨름대회의 출전을 허용하는 ‘민속씨름 개선 기본계획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서울신문 3월23일자 13면 참조). 연맹은 “기업이 운영하는 씨름단만으로 민속씨름을 운영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지자체 씨름단을 대회에 참가시켜 지역연고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프로에 등록한 선수들부터는 아마추어만 참가했던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등 프로-아마추어간의 문호 개방이 추진된다. 현행 최경량급 금강급(90㎏) 밑에 태백급을 신설, 올 하반기부터 경기를 가질 계획이다. 지자체 실업팀 가운데 구미시청·수원시청·여수시청 등 7개 실업팀은 이미 입회 신청서를 씨름연맹에 제출했고, 강원도·천안·포항 등에서도 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앞서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그동안 이사회 참석을 하지 않던 이사 3명에게 직무정지 징계가 내려져 논란이 일었고, 실업팀 참여를 위한 회원 자격 요건 변경을 논의하려던 이사회도 성원 미달로 연기돼 연맹이 제시한 계획안은 향후 이사회 통과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이야기] 어떤 동식물들이 사나

    [서울이야기] 어떤 동식물들이 사나

    빽빽이 들어선 건물,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길, 수없이 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 서울을 비롯해 큰 도시에는 사람들만 가득히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도시에도 수많은 동식물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서울에 사는 동식물만 해도 3000여종이 넘는다.특히 동물의 경우 척추동물에 대한 조사 위주여서 생물종수는 휠씬 많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벽면에 귀를 귀울이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고, 메마른 땅 위를 자세히 살피다 보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도 관찰할 수 있다. 주택가 화단은 물론이고, 아파트의 정원, 공원, 길가의 가로수, 하천변, 나대지, 매립이 완료된 폐기물매립장 등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을 비롯한 도시라는 공간에는 어떤 종류의 생물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도시라는 공간이 생물들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의 수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도시에서의 생물종 조성은 우연의 산물로, 규칙성과 인과성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중부유럽을 중심으로 도시의 생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도시생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될 수 있었다. 도시생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에서는 인간에 의한 토지이용이 비교적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다양한 유형의 토지 이용패턴에 따라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생물종 조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지와 녹지 및 수(水)공간 등의 오픈스페이스로 구성된 도시는 생물서식지라 할 수 있는 비오톱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비오톱(Biotop)이란 그리스 어원의 생명을 뜻하는 bios와 장소를 뜻하는 topos가 합쳐진 독일어로 특정생물군집의 공간적 경계를 가지는 서식지를 의미한다. 도시의 비오톱 네트워크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조밀하게 연결돼 있다. 벽면, 주택과 아파트의 정원, 공원, 길가의 가로수, 하천변, 나대지, 매립이 완료된 폐기물매립장 등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공간에서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서식지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의 생물은 척추동물 및 고등식물로, 생물종 관련 자료들은 조사된 생물분류군이나 조사의 정밀도에 따라 종수의 편차가 비교적 큰 편이다. 오래전부터 도시의 생물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방대한 도시생태자료가 축적되어 있고 이를 도시 관리에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도시가 베를린이다. 베를린에는 6000종 이상의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서식하고 있으며 이중 식물종(균류 및 지의류 포함)은 1854종, 조류가 160여종에 이른다. 일본 도쿄의 경우 7582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중 식물종은 4323종, 조류는 422종이 살고 있다. 히로시마는 총 생물종수가 7659종으로 이중 식물종은 3115종, 조류는 278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통해 도시의 생물종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깊이 있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604㎢의 면적에 1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에는 얼마나 다양한 생물서식공간이 있으며,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고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슬퍼한다.”는 자연사가 알도 레오폴드의 말처럼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 그들의 어려움과 그들의 사라짐에 대해 슬퍼하게 되고, 그 마음은 다시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은 한강 중류의 남북에 걸쳐 있다. 뚝섬·한남동·서소문·북아현동을 경계로 서남방은 편마암이, 동북방은 화강암이 분포한다. 도심부인 낮은 평지는 충적층이 지표를 덮고 있다. 북쪽에는 태백산맥에서 서쪽으로 뻗친 북한산의 지맥인 북악과 이에 연(連)한 인왕산이 위치하고 있다. 남쪽의 관악산은 북한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그 중간에 남산이 있고, 그 사이에 많은 구릉과 산악이 산재해 토지의 기복이 심하다. 동서로는 한강이 관통하여 녹지와 수계가 조화된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산지 사이를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 청계천, 홍제천, 불광천, 탄천, 안양천, 양재천 등이 흘러 주요 수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에는 지금까지 여러 조사 결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부분 척추동물 및 고등식물에 대한 조사가 많아 실제 서울에 서식하는 생물종수는 이들 조사결과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자료에 기록된 서울의 총생물종수는 식물종 1463종을 포함하여 총 3000여종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 산림지역에 대한 생태계 조사에서는 환경부지정 법적 보호식물인 고란초, 끈끈이주걱, 땅귀개, 관중, 금강제비꽃, 산개나리, 삼지구엽초 등 총 10종의 주요 서식처가 계곡 주변부와 암반틈에서 발견되었다. 관악산을 비롯한 8개 산에서 발견된 총 식물종수는 주요교목인 신갈나무·소나무를 비롯해 582종이며, 이 중 버섯류는 영지버섯·곰보버섯 등 123종이다. 산림에서 나타나는 동물종은 총 531종으로, 한국특산종인 도롱뇽, 무자치와 황조롱이가 발견됐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포유류로는 고슴도치, 너구리, 족제비 등 12종이 확인됐다. 한편 조류는 황조롱이, 큰오색딱따구리, 꾀꼬리 등 총 46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중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법적 보호종이다. 한강은 오랫동안 서울시민의 상수원 및 친수공간으로 이용돼왔다. 과거 한강유역의 인위적인 이용은 한강의 자연생태계에 큰 영향을 줬으나 하상정비·한강종합개발사업 등 다양한 한강정비사업으로 수질환경이 향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제5차 한강생태계조사에서는 수십년간 사라졌던 은어·황복 등 57종의 물고기가 발견됐다. 물고기·새·곤충 등 한강 생태계에 대한 종합조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파악하고 생태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1986년부터 4년 주기로 한강생태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은 인구 증가를 수반하는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토지이용이 고밀화되었기 때문에 도심지역에서는 생물서식 환경이 파괴되어 야생동식물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상당부분 불투수포장이 된 도심에서도 흙이 있으면 식물이 자라고 식물이 자라면 이를 먹이로 하는 곤충이 날아든다. 불투수 토양포장이란 건물을 비롯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와 같이 기타 불투수성(不透水性) 재료로 포장된 공간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주거단지를 비롯한 다양한 개발사업에서 가급적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도 기성시가지 내에 소규모공원을 조성하는 등 도심에 녹지공간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도심에서도 토지이용 유형에 따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낮은 불투수포장비율로 토지이용이 이루어진 비오톱에서는 생물 다양성이 높다. 예를 들어 주거지와 상업 및 업무지의 경우 건물의 층수와 같은 물리적 환경이 유사할 때 불투수포장면적비율이 크면 출현하는 생물종 수가 적다. 따라서 토지이용에서 불투수포장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서울의 도심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생물종은 개나리, 단풍나무, 사철나무, 아까시나무, 장미, 토끼풀, 서양민들레 등의 식물과 꼬마꽃등에, 푸른부전나비 등의 곤충류, 그리고 조류로는 까치, 박새, 참새 등이다 서울시자연환경보전조례는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서울시 자연환경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여 시민이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여유 있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생물종 보호와 관련해서는 관리야생동식물을 지정·보호하고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관리야생동식물은 첫째 멸종위기에 있거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종, 둘째 산림·하천·습지·고지대 등의 일정지역에 국한하여 서식하는 종으로 보호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 셋째 학술적·경제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종, 넷째 기타 시장이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종 중에서 지정·고시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서울오가피, 삼지구엽초 등 7종의 식물과 노루, 오소리 등 4종의 포유류, 두꺼비, 도롱뇽 등 6종의 양서·파충류를 비롯하여 총 35종이 관리 야생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고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인위적인 훼손 및 오염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생태계보전지역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생태계보전지역은 현 상태 그대로의 보전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최소한의 복원을 실시하고, 주변지역 주민·단체들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관리한다.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원칙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야생동식물을 포획, 이식하거나 고사시키는 행위, 하천·호소(호수와 늪) 등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수위 또는 수량에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 토석 채취와 수면 매립 그리고 불을 놓는 행위는 할 수 없다. 2005년 1월 현재 생태계보전지역은 8곳으로 209만 7574㎡에 달한다. 특히 한강 밤섬 생태계보전지역은 대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생태계의 보고로 여의도 북쪽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에 위치한다. 1990년대 들어 철새도래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으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쇠부엉이, 원앙, 흰꼬리수리 등 4종과 밤섬 번식 조류인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할미새 등을 비롯하여 25종의 조류가 확인되었다. 식물은 버드나무, 갯버들, 용버들, 느릅나무 등 189종이 자생하고, 어류는 붕어, 잉어, 뱀장어, 누치, 쏘가리 등이 관찰되고 있다. 현재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있다. 겨울철새 먹이주기 및 여름철 장마 이후 청소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개방된다.
  • 김수철·산울림 콘서트 잇따라

    김수철·산울림 콘서트 잇따라

    지난해 가요계를 강타했던 ‘7080바람’. 그 열기가 식을 즈음, 반가운 얼굴들이 돌아온다. 가수 김수철과 김창완. 요즘 세대들에게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만화영화 주제가를 들먹이거나 출연한 TV드라마를 대야 할 정도. 그동안 ‘부업’에 치중했던 이들이 잇따라 단독 무대를 열고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이들의 노래는 세월이 흘러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년의 관객뿐 아니라 내처 10대까지 공략,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야심차다. 가수 김수철은 22∼23일 서울 홍인동 충무아트홀에 가면 기타를 메고 껑충껑충 뛰며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겠다.8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총 3회 열리는 이번 공연은 좀더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티켓값을 대폭 내렸다.1만∼3만원으로 파격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데뷔한 지 25년 만에 갖는 첫 단독 콘서트라는 점.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공연이 무척 하고 싶었지만 작곡·연구 활동으로 너무나 바빴다.”면서 “충무 아트홀쪽의 제의를 받고 나서 뒤돌아보니 어느새 25년이 흘러 있었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뛰어난 실력과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 단독 무대를 차리는 게 부담스러울 듯.“지난해 상암경기장에서 열렸던 ‘7080콘서트’ 때 폭발적 반응을 잊지 못한다.”며 “그 때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공연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공연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준비를 해온 만큼 이번 공연에 대해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했다.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친구들로 세션을 꾸려 서는 이번 무대에서 그는 록음악이 뭔지, 밴드 음악이 뭔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겠다는 각오다.“‘작은 거인’ 김수철이 아직 록을 할수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젊은 그대’‘치키치키차카차카’(‘날아라 슈퍼보드’ 주제가) 등의 노래가 지금 세대들에게도 친숙해 자신의 공연이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영화 ‘고래사냥’으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배우 안성기, 탤런트 강석우와 ‘봄여름가을겨울’‘자전거 탄 풍경’‘크라잉 넛’ 등 후배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그의 무대를 더욱 빛낸다.1980년 초 데뷔한 그는 ‘못 다핀 꽃 한송이’‘젊은 그대’‘나도야 간다’ 등의 노래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90년대 들어서면서 ‘서편제’‘태백산맥’과 같은 영화음악, 창작 국악, 무용, 드라마 음악 및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적 행사의 음악을 맡으며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02)2230-6600. ‘탤런트’라는 간판이 더 어울리는 김창완도 록그룹 산울림의 일원이 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5월28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에서 8년 만의 산울림 단독 콘서트가 열리는 것.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는 산울림은 외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형제로 구성돼 있다. 1977년 한국 대중음악 사상 가장 문제적 데뷔 앨범으로 꼽히고 있는 산울림 1집 발표 이래 지금까지 13장의 앨범을 통해 대중음악계에 파격과 혁신적인 메아리를 울려왔다.‘아니벌써’‘산할아버지’‘청춘’‘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어머니와 고등어’‘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 숱한 세월에도 ‘늙지 않는’ 노래들은 이들의 내공을 방증해주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팬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노래 25곡을 엄선해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 이후 가을쯤 미국 공연, 연말 전국 투어가 예정돼 있다.(02)322-7221.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