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협위원장 해법’은 낙하산 인사?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9일 당협위원장직을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 “원외위원장들이 정부든 기관이든 요직으로 가고 자연스럽게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식으로 해결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다. “이런 식으로 몇 군데 해결이 됐고, 다른 식으로도 논의하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가연(광주북갑) 코레일개발사장, 이채익(울산 울주) 울산항만공사 사장, 최동규(강원 태백) 한국생산성본부 본부장, 홍문표(충남 홍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전용학(충남 천안갑)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박 대표가 거론한 사례로 꼽힌다.
향후 해당 기관에서도 상당한 저항이 야기될 수 있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언급이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노영민 대변인은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기관과 요직은 공천 떨어지고, 선거 떨어졌다고 배려해 주라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그런 자리를 자신들의 자리다툼의 해결책으로 삼겠다니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로 정부기관의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을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면서 “국민분열 낙하산 인사로는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없고,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전형적인 밥그릇 갈라먹기”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비판적인 시각을 염두에 둔 듯, “(원외위원장의) 전문성을 생각해 사회나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도 옳지 않겠나.”라면서 “능력과 전문성, 경력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나 이리저리 일괄해서 처리하는 형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박 대표의 발언이 집안 추스르기를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협위원장직 정리는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것이어서 어느 한쪽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던 현안이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등의 이름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지난해 7월 복당하면서부터 누적돼온 문제다. 복당 의원들은 관례대로 해당 지역구 의원이 맡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고,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헌·당규 어디에도 국회의원이 반드시 당협위원장을 맡는다는 규정이 없으니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역이 19곳이나 된다. 한나라당에서는 내달 재·보선 등 향후 정국 운영에서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원외 당협위원장협의회 쪽은 “박 대표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이지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라며 애써 무시했지만, 일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강하게 반발할 태세다. 애써 눌러온 친이·친박 간의 감정싸움을 불러오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지운 홍성규기자 j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