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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심알바신고센터 ‘유명무실’

    안심알바신고센터 ‘유명무실’

    정부가 아르바이트(알바)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며 자신 있게 내놓은 ‘안심알바신고센터’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11개 신고센터 가운데 단 한 건이라도 이용 실적이 있는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정작 청소년들은 이런 센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센터들은 서로 ‘관할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일부 노동청에서는 센터로 들어온 신고는 조사할 수 없다며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신문이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안심알바신고센터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진정이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곳이 105곳이나 됐다. 전체의 95%가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안심알바신고센터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관할 노동청에 신고해도 되지만 학교 수업을 빠져야 하고 사업주와의 대면 조사로 인한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센터 담당 교사가 대신 신고받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센터가 설치된 몇몇 학교에 전화를 걸어 보니 자신들의 학교에 센터가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담당 교사가 없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설치는 돼 있지만 학내 교칙상 자교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는 엉뚱한 답변도 나왔다. 이로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간사는 “이용 주체인 청소년들도 센터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전했다. 안심알바신고센터를 주도적으로 늘린 주체가 고용노동부임에도 고용부 산하 노동청이 센터의 존재를 부인하는 엇박자도 있었다. 법무법인 노동과삶에 따르면 서울의 한 학교에 설치된 신고센터에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그런데 이 학교는 A노동지청 관할, 알바생이 피해를 입은 사업장은 인천 B지청 관할이었다. A지청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니 사업장이 있는 B지청에 진정하라고 떠넘겼고, B지청은 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는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운영이 엉망인데도 정부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신고센터를 늘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알바 여대생이 사장에게 성폭행당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고용부는 지난달 초 청소년 알바 사업장 894곳을 부랴부랴 점검했지만 내놓은 대책이라곤 신고센터 확대 설치가 전부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고 창구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피해도 줄지 않겠느냐.”며 한가한 답변만 내놓았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0가지 감정 이야기

    감정이 없는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03년 개봉된 영화 ‘이퀼리브리엄’의 줄거리를 잠시 들여다보자. 제3차 대전이 일어났다. 이후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고 ‘총사령관’이라 불리우는 독재자의 통치하에 놓인다. 전 국민들은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에 의해 통제되고 이 약물을 정기적으로 투약함으로서 온 국민은 사랑, 증오, 분노 등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리브리아’에서 철저히 전사로 양성된 특수요원들은 ‘프로지움’ 투약을 거부하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반역자들을 제거하며 책, 예술, 음악 등에 관련된 모든 금기 자료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영화는 감정이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거꾸로 감정이 인간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의 삶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으슥한 골목길에서는 사람과 닮은 형상만 봐도 공포를 느낀다. 연인이나 오랜 벗의 격려 한마디에 금세 행복해지기도 한다.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를 세상에 내놓은 이래 감정은 다양한 지역과 인종을 가로질러 인간 종의 보편적이며 우리의 뼈대만큼이나 선천적이고 구조적이며 규칙적이라는 사실이 상식화됐다. 신간 ‘인간다움의 조건’(스튜어트 월턴 지음, 이희재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10가지 감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생물학적 성질과 문화적 성질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문화사를 통해 감정의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사 전문가인 저자는 다윈이 꼽은 인간의 기본 감정 6가지에다 4가지 감정, 즉 질투, 수치, 당황, 경멸 등을 더했다. 개별 감정이 처음 시작된 기원에서부터 국가나 언론, 광고 매체 등이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용하고 조작하는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학과 예술, 철학, 대중문화를 밀도 있게 분석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바꿨고 또 인간 사회는 어떻게 감정을 변화시키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원초적인 공포의 감정은 모든 신앙의 원동력이며 또 우리 사회생활과 문화생활의 태반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주장 등이 흥미롭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였고, 그중 한 명은 가정주부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들이다 보니 성범죄 대책 전반에 대한 논의는 물론 전자발찌 무용론,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 소급 적용의 위헌론, 전자발찌의 인권침해론 등 갖가지 주장과 제안들이 언론매체를 채웠다. 특히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이 눈에 띄었는데, 모순돼 보이는 두 의견에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피의자 중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던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을,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죄를 저지른 다른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무용론으로 입장이 쏠린 탓인데 두 입장을 비교정리한 언론보도는 없었던 것 같다. 서울신문은 일련의 기사를 통해 단순한 전자발찌 효과보다는 성범죄자 이웃 주민의 알 권리에서부터 전자발찌 관리대책 등 성범죄 관리정책 전반의 문제로 접근, 수준 높은 기사를 선보였다. 그러나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 사이에서는 적절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8월 23일 자 지면의 ‘장신구로 전락한 전자발찌’라는 기사는 형사사법체계 속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분석 없이 결론을 내린 듯해 다소 아쉬웠다. 전자발찌가 성범죄를 막는 데에 정말로 도움 되는지 여부를 알려면 전자발찌가 형사사법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전자발찌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명령으로 행동반경이 일정구역 이내로 제한된 수많은 범죄자를 사람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위치추적기를 채워 대상자의 소재지를 감시하는 장치가 전자발찌이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경우에 즉각 출동해서 제지하는 것은 전자발찌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전자발찌는 발목에 찬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재발을 방지하는 예방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전자발찌 착용자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언론매체가 다룬 적도 있고 전자발찌 도입 이후에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14.8%에서 1.67%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전자발찌가 소용없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자발찌는 심리억제 외에도 위치추적을 통해 법집행 인력의 조기출동을 돕고 범죄자의 행동을 막을 기회도 높여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자발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데, 전자발찌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도시계획에 의해 주거구역이 다른 구역과 잘 분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 대신 집과 사무실 바로 앞까지 승용차를 운전해 간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와 마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와 상가·학교·유흥가가 혼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인구가 많고 늦은 퇴근과 야간의 모임 등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밤늦게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동반경 제약이나 인근 주민에 대한 경보 효과가 미국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발찌는 미국과는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스마트 기기를 범죄자 몰래 터치하거나 버턴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신고와 위치추적이 되는 행정안전부의 SOS 안심서비스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다른 수단과 결합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에선 전자발찌가 진화해 상습 음주자의 음주 여부도 측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할 역할이 현실에 맞게 변화했으면 한다. 전자발찌는 발달한 IT 기반시설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위치만 추적하는 전자발찌를 넘어 착용자의 인권침해 논쟁 여지가 적고 더 효과적이며 신규서비스도 가능한 한국형 기기와 제도가 속히 탄생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3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펴낸 소설가 김연수

    3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펴낸 소설가 김연수

     이겼다의 반대말, 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면서 꼭 1등을 하려는, 남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기지도 않았지만 지지도 않은 상태도 있다. 소설가 김연수(42)의 6번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숲 펴냄)은 달리기를 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심상을 보살피면서 시간을 늘려서 쓰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의 이야기 같다. 이야기의 태반은 달리기와 관련한 글이다.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커피전문점에서 지난 17일 만난 작가 김연수는 책표지 날개에 달린 사진만큼 잘생기지 않았다. 그의 도회적인 문장들이 사금파리처럼 반짝 윤이 나지 않아도 오래 마음에 머물다가 떠나가듯, 김천 사투리를 쓰는 그는 적당히 수줍어하고 적당히 뻔뻔하고 해서 덜 부담스러웠다.  산문집에서 그는 늘 바람을 가르고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김연수는 소설가의 글쓰는 일 말고 그 이외의 생활에 대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달리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책 읽기, 맥주 마시기 등등이다. 2002년부터 ‘빅이슈’ 등 다앙햔 잡지에 쓴 글들을 모았다. 1998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그에게 달리기는 소설 쓰기와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그가 “매일 달릴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매일 소설을 쓸 수 없어요.”라는 말이고, “달리는 것은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게 어려워요.”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가 “40대는 달리기의 황금기다.”라고 말했다면 “40대는 소설 쓰기의 황금기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스물네 살에 문단에 데뷔해서 7권의 장편소설을 내고, 4권의 소설집을 묶어냈고, 에세이를 6권 썼다. 내년에 데뷔 20년인데 “많이 꾸준히” 써 왔다고 했다.  “20대에는 어떻게 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쓰고 싶은데 쓸 방법이 없었다. 그때는 소설을 쓰고 못 쓰고가 재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을 때 쓰고, 재능이 사라지면 못 쓰는 것이다라고.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 바뀌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달리는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야 매일 달릴 수 있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연습에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마라톤대회 2주 전에 32㎞를 달리면 42.195㎞를 완주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데도 절대적인 시간이 들어간다. 그 시간을 못 채우면 못 쓴 작품이 나오고, 절대적인 시간을 채우고 나면 잘 쓴 결과물이 나온다. 단숨에 도달하고 싶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은 인과의 사슬 속에서 움직이며, 우리의 삶은 장기적으로 평준화돼 간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비평가의 험담에 쓰린 마음을 끌어안고 밤잠을 못 자고 고민하던 스물일곱 살의 젊은 김연수가 있는가 하면, “사랑했지만 어쩌다 보니 헤어진 애인”의 이야기나, “살아오면서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순진한 김연수, 빵집 아들로 달력의 빨간 날에는 새벽까지 빵을 팔아대던 붉은 빰의 소년 김연수가 있다.  40대의 나이에 30대처럼 살면서 20대의 독자들과 호흡하는 김연수에게 연령과 달리기를 비교해 달라고 했다.  “10대는 달리기를 안 한다. 아예 달리기가 뭔지 모를 것이다. 20대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0대는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못 달린다. 30대는 달리려고 했는데 왜 나는 걷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다. 40대는 달리기의 황금기다. 전력질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에 기록도 제일 좋고, 달릴 수밖에 없다. 50대는 불안에 시달릴 것이고, 60대에는 달리기를 못 할 것이다. 최대한 늦게 뛰어야 빨리, 멀리, 오랫동안 뛸 수 있다. ”  우리의 인생으로 고스란히 연결되는 발언이다. 김연수는 “소설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게 시간을 조각내서 쓸 것인가, 365개로 조각을 내면 굉장한 소설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삶이 재능의 크기로 결정될 것도 아니고, 얼마나 질기게, 원하는 것을 향해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그러면 최소한 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100년의 전쟁상태와 식민지를 겪은 아버지 세대들은 패배자가 되면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생생하게 경험했지만, ‘우리’는 다른 식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여성의 덫’ 임신성 당뇨병

    [Weekly Health Issue] ‘여성의 덫’ 임신성 당뇨병

    임신은 한 몸체 안에서 또 다른 생명체가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한 몸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개체로 존재하는 이 생명체는 모체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는데 이 가운데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임신성 당뇨병이다.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상태 즉,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하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췌장세포가 포도당을 적절하게 태우지 못해 당뇨로 치닫게 된다. 바로 임신성 당뇨병이다. 문제는 이런 임신성 당뇨가 출산 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 평생 만성질환의 고통을 안고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임신성 당뇨병을 두고 제일병원 내과 김성훈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임신성 당뇨를 정의해 달라. 임신성 당뇨병이란 병증의 정도에 관계없이 임신 중에 시작되었거나 발견되는 당뇨병을 말한다. 즉, 임신부가 가진 당뇨병이라고 보면 된다. 임신 중에 선별검사로 확인되는 임신성 당뇨병은 대부분이 임신 중반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가벼운 당대사 이상으로 진단되는 게 일반적이다. ●임신성 당뇨가 왜 문제가 되는가. 임신성 당뇨병은 거대아를 만들어 분만할 때 손상을 입기 쉬우며, 신생아 저혈당·저칼슘혈증·황달 등 대사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산모에게는 임신성 고혈압·난산·조산과 제왕절개가 필요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분만 후에 산모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며, 신생아 역시 청소년기 비만과 당뇨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적절한 관리는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최근의 유병률과 발생 추이를 짚어 달라. 국내 유병률은 2∼5%로 보고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젊은 층의 비만이 느는 데다 전반적으로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와 이에 따른 고령임신이 증가하면서 임신성 당뇨병의 유병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핵심은 임신에 의한 생리적인 변화다. 특히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비만 등 체형 변화가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병을 가진 임신부는 정상적인 임신부와는 달리 필요한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어 결국 혈당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증상은 무엇이며,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임신성 당뇨병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임신 여성은 임신 중에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하기 위한 선별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검사 방법 및 진단기준을 설명해 달라. 임신성 당뇨병의 선별검사와 진단기준이 아직 국제적으로 통일되지 않아 이에 따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신 24∼28주에 2단계 접근법을 적용한다. 먼저, 50g 경구당부하검사(포도당 50g을 마시고 1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에서 혈당이 140㎎/㎗ 이상이면 선별검사 양성으로 판정해 다시 100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한다. 이 경우 특히 고위험 산모클리닉에서는 140㎎/㎗ 대신 130㎎/㎗ 기준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의 경우 2010년에 실시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아 이전에 당뇨병이나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지 않은 산모에 대해서는 임신 24∼28주에 ‘2시간 75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선별검사를 통일할 예정이다. 참고로 2011년 대한당뇨병학회의 진료지침에 따른 임신성 당뇨병 진단기준을 보면,첫 산전검사에서 ▲공복 혈장포도당 126㎎/㎗ 이상 ▲무작위 혈장포도당 200㎎/㎗ 이상 ▲당화혈색소(HbA1c) 6.5% 이상 중 한가지 이상 해당되면 당뇨병을 가진 것으로 진단한다. 또 임신 24∼28주 사이에 시행한 2시간 75g 경구당부하검사 결과, ▲공복 혈장포도당 92㎎/㎗ 이상 ▲당부하 1시간 후 혈장포도당 180㎎/㎗ 이상 ▲당부하 2시간 후 혈장포도당 153㎎/㎗ 이상 중 한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런가 하면 100g 경구당부하검사에서 ▲공복 혈장포도당 95㎎/㎗ 이상 ▲당부하 1시간 후 혈장포도당 180㎎/㎗ 이상 ▲당부하 2시간 후 혈장포도당 155㎎/㎗ 이상 ▲당부하 3시간 후 혈장포도당 140㎎/㎗ 이상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역시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치료의 핵심은 정상적인 혈당 관리다. 임신성 당뇨병을 가진 임신부의 혈당조절 목표는 공복혈당 95㎎/㎗ 이하, 식후 1시간 혈당 140㎎/㎗ 이하, 식후 2시간 혈당 120㎎/㎗ 이하 등이다. 특히 공복혈당보다는 식후 혈당이 태아 체중과 같은 임신 성적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철저한 혈당 조절은 주산기 합병증과 산과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임신부는 개별적인 임상영양요법과 적절한 운동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하루 4∼7회(공복·아침·점심·저녁 식후 1∼2시간) 자가혈당을 측정해 혈당 조절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인슐린 치료는 임상영양요법으로 혈당조절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때 시작한다. ●임신부라는 특성 때문에 치료에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따로 있는가. 식사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안 될 경우 인슐린치료를 시작하는데, 임신부가 아닌 일반 당뇨환자라면 경구혈당강하제를 우선 투여하지만 임신부에게는 경구혈당강하제의 안정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임상자료가 충분치 않으므로 권장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슐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임신성 당뇨와 관련된 정책적 문제도 짚어 달라. 임신성 당뇨병의 적절한 관리는 산모와 태아 두 사람의 건강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지만 아직 질병의 기전과 관리방법 등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위한 정책 마련과 함께 연구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eekend inside] ‘피임약 재분류’ 첫 공청회 뜨거운 공방… 새달말 확정

    [Weekend inside] ‘피임약 재분류’ 첫 공청회 뜨거운 공방… 새달말 확정

    피임약 재분류를 둘러싸고 의료·여성·종교계가 맞붙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인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재분류 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약품이다. 종교계와 여성계, 시민사회계 사이에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청소년건강위원회 위원, 홍석영 한국생명윤리학회 윤리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청중 50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종교계는 사후피임약이 ‘낙태약’이라고 규정했다. 강인숙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은 “사후피임약의 성분은 정상적인 배란을 방해하고 수정란 착상을 막는다는 점에서 낙태약”이라면서 “지금까지 어떤 연구도 사후피임약이 수정된 난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식약청이 사후피임약을 낙태약이 아니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초기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와 생명 침해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여성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 회장은 “피임은 사전에 하는 것이지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꿀 경우, 남성들이 스스로 피임을 하지 않은 채 여성에게 복용을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피임 없는 성관계를 거부하는 데에서 발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데 찬성하는 여성계와 시민사회계는 여성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피임약의 부작용과 안전성만으로 재분류를 논의하는 가운데 여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청소년, 저소득층, 미혼 여성들도 안전하게 피임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에게 충분한 복약 지도와 의료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 역시 “피임약 논쟁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사후피임약의 오·남용이 걱정된다면 시스템으로 보완할 것이지 여성들이 복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을 객체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약이 된 사전피임약에 대한 발언은 사후피임약에 묻혀 비교적 적었다. 정승준 정책위원은 “사전피임약은 40여년간 별 제재 없이 보급되다가 갑자기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는데,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면 어떤 부작용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안내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자칫하면 여성들이 지금껏 피임을 해 왔던 기존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 자문해 다음 달 말 의약품 재분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피임약 ‘스와핑’

    이르면 8월부터 사후 긴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반면 지난 44년 동안 약국에서 사던 사전 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됨에 따라 반드시 처방전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다. 사전 피임약과 사후 피임약의 분류가 뒤바뀐 것이다. 의사와 약사 쪽은 각자 유리한 입장만 내세우며 ‘반쪽’ 반발을 하고 있다. 또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는 생명윤리 문제 및 청소년의 오·남용 우려 등을 제기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일 일반의약품인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인 사후 긴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은 ‘의약품 재분류안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허가된 3만 9254개 모든 의약품을 대상으로 삼아 526개 품목을 재분류했다. 식약청은 사전 피임약이 효과를 보려면 장기간(21일) 복용해야 하는 데다 여성 호르몬 수치를 높이고, 혈전증·뇌출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의사와의 논의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후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보다 10~15배나 많은 고농도 호르몬제이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거의 없어 일반의약품으로 돌렸다고 밝혔다. 사후 피임약은 임신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여성이 72시간 내 복용,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약이다. 식약청 측은 “사후 긴급피임약은 미국·영국 등에서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이날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재분류안은 응급 피임약의 오·남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낙태와 성병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라면서 “정부는 응급 피임약을 상용 약제로 인식시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성명에서 “사후 피임약은 사전 피임이 없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요구하게 하는 등 여성을 사회적·성적 약자로 만든다.”면서 “사후 피임약의 약국 판매는 이익 단체의 이권 다툼으로 여겨질 뿐”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식약청은 이와 관련,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만큼 의·약 및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 수렴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공청회 등을 거쳐 청소년 판매 등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한 뒤 다음 달 안으로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전피임약은 ‘병원 처방’으로 사후피임약은 ‘약국 판매’로…왜 바꿨나

    사전피임약은 ‘병원 처방’으로 사후피임약은 ‘약국 판매’로…왜 바꿨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사전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사후 긴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맞바꾸기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부작용’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사전·사후 피임약의 주요 성분은 호르몬이다. 사전 피임약은 21일간 먹고 7일간 복용을 중단하는 주기를 반복,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후 긴급피임약은 성관계 뒤 72시간 이내에 한 차례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그만큼 적다는 게 식약청의 논리다. 또 사전 피임약은 오·남용하면 혈전증 정맥염·심근경색·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사전 피임약을 사용해 혈전증 정맥염을 경험한 여성은 10만명당 연간 20~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사후 피임약은 구역·구토·일시적인 생리주기 변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48시간 이내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외국의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일본·스위스 등 의약 선진 8개국은 모두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적잖다. 무엇보다 사전 피임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44년간이나 의사 처방 없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방치했다. 1960~70년대에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나눠 주기까지 했다. 식약청은 1985년부터 의약품 분류제가 도입됐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적어도 1985년 이후 사전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식약청은 계획은 사후 피임약으로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과 그에 따른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사후 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 가장 효과적인 피임법이라는 환상을 심어 줘 오히려 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후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15%에 달하는데도 피임 효과를 과신,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할 때 낙태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종교계는 생명윤리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사후 피임약은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사후 피임약의 구입이 쉬워지면 불륜이나 청소년의 성 문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식약청은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청소년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사·약사 단체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피임약제 분류 관련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분류에, 대한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사후 긴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면 정상적인 피임률 향상이 더욱 어려워져 결국 낙태 예방정책의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사후 피임약에는 일반 피임약의 10~15배에 이르는 호르몬 성분이 들어가 오·남용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후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미국·영국·노르웨이·스웨덴·중국 등은 기대했던 낙태율은 줄지 않고 청소년의 임신과 성병 유병률만 높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은 50여년간 전 세계에서 사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고,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제는 용량을 줄여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면서 “사전 피임약은 복용에 관한 질문과 복약지도의 내용이 여성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으로, 여성의 성적 자주권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현재보다 의료비가 4.4~5.3배나 늘어나는 등 국민 부담도 가중된다.”고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태반 줄기세포로 제1형 당뇨병 치료 길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안철우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김해권 서울여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인체 태반에서 뽑아낸 중간엽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킨 뒤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한 쥐에 이식한 결과 사람의 췌장에서 분비된 것과 동일한 인슐린이 분비돼 고혈당 증세를 정상화시켰다고 최근 밝혔다. 제1형 당뇨병은 태생적으로 췌장이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태반에서 추출한 인슐린 분비세포가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양막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 시험관 배양을 통해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켰다. 이 인슐린 분비세포에서는 사람 췌장의 베타세포에만 반응하는 디티존(베타세포에 특이성을 띠는 염색물질)이 염색됐으며,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과 C-펩타이드가 분비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분화한 인슐린 분비세포에서 췌장세포와 관련된 INS 등 14개 유전자가 발현된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확보한 인슐린 분비세포를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한 40마리의 쥐에게 주입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대조군(식염수만 주입한 12마리와 분화되지 않은 세포를 콩팥에 이식한 12마리) 24마리는 45일 이내에 모두 죽었으나 인슐린 분비세포를 콩팥에 이식한 실험군 16마리 중 9마리는 체중과 혈당치가 정상치까지 회복된 상태로 210일간이나 생존했다. 특히,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한 쥐의 혈액에서는 2개월 뒤부터 사람의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측정됐으며, 쥐의 인슐린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팀은 이어 실험군 쥐의 콩팥을 제거해 이식한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을 없앤 결과, 정상수치였던 혈당이 다시 고혈당 상태로 변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철우 교수는 “태반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켜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 중요하다.” 면서 “이 기술을 산학협력 방식으로 녹십자에 이전해 올해 1·2상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등 대규모 임상연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Cell 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해 1.5km 지점서 해파리 닮은 괴생물 포착

    심해 1.5km 지점서 해파리 닮은 괴생물 포착

    최근 정체불명의 심해 괴생물체가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해파리 닮은 심해 괴생물 영상 보러가기 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해파리와 비슷하지만 장기를 가진 미확인 괴생물이 심해 속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괴생물은 지난달 27일 해외 유명 동영상 사이트에 관련 영상이 게재되면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마치 해파리처럼 반투명한 생물체가 몸을 펄럭거리며 유연하게 유영하고 있다. 또한 피부에는 육각형 모양의 무늬가 있고 장기로 추정되는 돌출된 조직이 있다. 이에 영상을 접한 네티즌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이 생명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 그 정체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생명체가 해파리의 일종인 스티기오메두사 기간티아(Stygiomedusa Gigantea)나 딥스태리어 애니그매티카(Deepstaria Enigmatica)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심해 해파리는 6m 이상 자라며 지난 110년 동안 114번 정도밖에 발견되지 않아 그 정보가 부족하다. 또 다른 이들은 생명체가 아닌 고래의 태반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의 괴담 검증 전문사이트인 스노프스닷컴(Snopes.com) 역시 단순히 어업용 그물 정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문제의 영상은 화면 상의 정보를 토대로 국제적 잠수업체인 ‘오셔니어링’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5분대 5020피트(약 1.5km) 심해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지방시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무등산/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방시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무등산/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도립공원인 무등산이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준비 중이다. 최고로 반가운 소식이다. 무등산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자연자원, 높은 역사문화적 가치는 늘 시민들의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사실 지정학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 바로 지척에 해발 1187m의 높고 우람한 산이 존재하는 곳은 국내에서 광주가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아주 희귀한 일이다. 이 무등산에 국내 멸종위기에 있는 수달이나 삵 등 29종이 서식하고 있고, 자연녹지도 8등급의 우수한 임상을 보이고 있으며, 최고봉인 천왕봉 일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최대 크기의 주상절리대인 서석대·입석대·규봉 등 암석들이 수직으로 병풍을 두르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를 신청 중이다. 무등산 자락 광주호(광주와 담양 경계) 일대에는 15~16세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등산권의 역사문화 자원인 시가문화권(가사문화권 혹은 누정문화권이라고도 함)이 있다. 이처럼 무등산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세상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추진되면서 무등산에 행정구역을 두고 있는 광주시와 담양, 화순군 등 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소중한 합의를 해 가고 있다. 현재의 무등산 도립공원 구역이 겨우 30㎢인데, 국립공원으로 가면서 약 80㎢로 공원구역이 대폭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흔쾌히 수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원구역으로 편입되는 지역이 사유지가 태반이고 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사적 개발이나 이용이 불가할 터인데, 여기에 합의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투기 등 물질에 경도된 각박한 세태에서 자신의 토지가 공공의 용도, 즉 자연공원으로 편입되는 데 흔쾌히 힘을 보내는 주민들, 시민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무등산의 생태환경과 역사문화 자원의 가치는 증대돼 항구적으로 보존될 것이며, 주민들의 귀중한 결정도 길이 빛날 것이다. 무등산은 광주의 상징이자 광주와 동격이다.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김준태 시인은 광주와 무등산을 등치시켜 ‘오! 광주여 무등산이여’라며 광주의 아픔을 노래했었고, 광주 출신의 한국의 영원한 야구선수 선동열 투수를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 우람한 무등산이 광주시민들의 가슴속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예다. 그래서 시민들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데 반기는 것이다. 국립공원제도는 1872년, 미국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골드러시라는 개발 광풍이 불던 시점이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규제와 제한 없이 토지를 소유하고 이용하던 시점이었다. 이런 시점에 수려한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항구적으로 보존하여, 모든 국민에게 여가와 즐거움을 주는 공공 공간으로 국가가 관리하자는 주장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일이었다. 지금도 국립공원 제도는 ‘미국인이 생각해낸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의 승격을 위한 막바지 행정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아마도 금년 하반기가 되면 우리나라의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무등산과 광주에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좋은 소식이다.
  • [씨줄날줄] 가든파이브의 교훈/임태순 논설위원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 번지가 없어졌다.”고 했다. 청계천 공구상 등 청계천 상인들도 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성북동 비둘기 신세가 될 뻔했다. 지금은 청계천이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흘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지만 복원공사가 시작된 2003년만 해도 반발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계고가 해체에 따른 교통난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주변 상인들은 청계고가 해체로 인한 먼지, 분진 등 환경악화,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상권 붕괴 등을 들어 태반이 반대했다. 점심을 먹은 뒤 회사 동료의 손에 끌려 청계천 공구상가 거리를 돌아본 적이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청계천 도로변과는 달리 이면 골목길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매캐한 냄새, 분진이 흩날려 1970~80년대 분위기 그대로였다. 공구상가는 도로변 전면에는 공구를 조립해 완성품을 파는 공구점들이 늘어서 있고 뒤편에는 부품을 만드는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생산과 판매처가 붙어 있으니 물류비가 적게 들고 물류비가 싸니 제품가격도 저렴하다.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니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 없다.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청계천 공구상들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다. 서울시가 청계천 이주상인들을 위해 지은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가 썰렁하다고 한다. 10층짜리 공구·생활·아파트형 공장 빌딩 3개로 이루어진 가든파이브는 1조 3000억원을 들여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열었지만 상가 분양률은 50%에 불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방문하고 나서 “귀곡산장 같다.”고 했을 정도다. 가든파이브는 왜 실패했을까. 청계천 공구상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권이다. 서울시는 세금을 들여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입주비를 싸게 하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제공했지만 핵심인 상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공구상은 물론 부품업체도 이전해 생산과 판매의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청계천 공구상가에 가 보면 ‘장지동 가든파이브 가게 싸게 내놓는다’는 벽보가 종종 눈에 띈다. 장지동에 점포를 얻었던 공구상들이 청계천으로 U턴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든파이브는 시설이나 부지를 이전할 때 외형적인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김광섭도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엔 조용히 콩알 하나 먹을 널찍한 마당’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책꽂이]

    ●복지 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신정완 지음, 사회평론 펴냄) 그 흔한 원조 논쟁을 빌리자면 요즘 한국에 불고 있는 스웨덴 모델 바람의 원조 격이다. 2000년에 출간됐으나 절판된 뒤 최근 스웨덴 바람을 타고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나왔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1970년대 중반 불붙은 임노동자기금 논쟁이다. 산별노조와 연대임금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덴 모델은 이 모델의 혜택을 받는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문제를 낳게 되어 있다. 이 초과 이윤을 노조가 흡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임노동자기금론이다. 이것은 복지국가가 결국은 자본주의의 개량에 불과한 것이어서 사회주의를 크게 완화한 민주적 사회주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야심 찬 기획이었다. 직접적인 비교는 물론 어렵겠지만 재벌들의 독과점적 이윤을 어떻게 사회에 재분배할 것이냐를 두고 벌어졌던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나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확대와 의결권 행사 문제를 두고 일었던 연기금사회주의 논란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부록에는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렌-마이드너 모델’을 만든 경제학자 루돌프 마이드너와의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2만 8000원. ●국가의 숨겨진 부(데이비드 핼펀 지음, 제현주 엮음, 북돋움 펴냄) 영국 보수당·노동당 정부 모두에서 정책기획일을 맡아왔던 저자는 우파의 자유방임과 좌파의 합리적 복지국가 모델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대안으로 ‘연대적 복지’를 내건다. 이전까지는 국가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공공서비스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국가의 숨겨진 부를 찾아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만 8000원. ●그물망 공부법(조승연 지음, 나비 펴냄) 스펙만 높은 백수가 아니라 ‘토털 인텔리’가 되어 원하는 직장을 골라잡으라는 가르침을 준다. 10년 전 ‘공부 기술’이라는 책을 내 화제를 모았던 저자는 그 구체적인 처방전으로 ‘박학다식’을 제시하는데 이 박학다식을 갖추기 위한 방법이 모든 분야를 통틀어 이해하는 그물망 공부법이다. 1만 2500원.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 하기(최종욱 지음, 반비 펴냄)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인 데다 개성 넘치는 필체로 각종 언론에 동물 관련 이야기들을 기고해 온 저자가 애써 키우고 관리해 온 동물들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놨다. 초식동물계의 깡패 단봉낙타, 오랜 독신 고집을 꺾고 마침내 살림을 차린 침팬지 등 훈훈하고 다정다감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제목은 태반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염소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했던 일을 뜻한다. 1만 6000원. ●역사의 격랑에 오늘을 묻다(문인구 지음, 예지 펴냄) 한승헌, 홍성우 등 인권 변호사의 회고록에 간간이 등장하던 저자가 직접 회고록을 썼다. 이승만 정권 당시 국가보안법 개정 과정에 검사로서 관여하게 된 얘기,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뒤 갈등을 겪고는 변호사로 나온 얘기,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에 맞서 변협 차원의 첫 반박 성명을 낸 얘기 등이 다양하게 실렸다. 3만 8000원. ●박정희의 후예들(김재홍 지음, 책보세 펴냄) 오마이뉴스에 연재해 인기를 끌었던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에 이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의 일환이다. 저자는 동아일보 논설위원, 17대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대 교수를 지내고 있다. 1만 8000원.
  • 친아들 태반을 캡슐로 복용…미녀 스타 충격고백

    친아들 태반을 캡슐로 복용…미녀 스타 충격고백

    할리우드의 유명 여자배우가 젊음과 건강유지를 위해 친아들의 태반을 캡슐로 만들어 복용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일간지 이그재미너, 뉴욕데일리뉴스 등 현지 언론의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화 ‘액스맨:더 퍼스트 클래스’. ‘언노운’과 드라마 ‘매드 멘’ 등으로 인기를 끈 재뉴어리 존스(34)는 지난 해 9월 출산한 아들 샌더를 출산했지만 아이의 친아버지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려왔다. 양육과 동시에 연기활동을 병행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벼 온 그녀는 최근 피플지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의 태반으로 만든 캡슐 복용’ 사실을 고백했다. 그녀는 “샌디의 태반을 건조해 수분을 없앤 뒤 갈아 캡슐로 만들었다.”면서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조산사가 비타민과 차 등을 권하며 태반 캡슐도 좋다고 말해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태어난 아기를 위해 심은 나무 곁에 묻거나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들었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태반을 먹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태반은 태아가 자라는데 필수적인 영양소를 공급하는 일종의 통로로, 국내에서는 건강한 산모의 태만을 수거한 뒤 멸균과정과 감염위험을 없애고 이를 주사하는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태반에는 아미노산과 각종 활성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며, 피부관리와 통증완화,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과거 클레오파트라와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명한 여성들이 젊음 유지를 위해 태반을 먹었다. 다만 대부분의 포유류가 새끼를 출산한 뒤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태반을 먹지만, 인간은 자신의 태반을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존스의 고백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이 2007년 국악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연습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겨우 음악학원을 빌렸다. 사용시간은 학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로 한 달에 30만원이었다. 가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던 터라 이 돈마저도 빌려 내야 할 시기가 닥쳤다. 근근이 무대를 찾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며 기량을 다지기를 2년. 한 공연기획자를 만났다.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아예 고정 그룹을 결성했고, 자비를 털어 음반을 냈다. 조금씩 출연 제의가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1일에는 이 공연장 대극장에서 연출가 박근형, 무용인 이원국과 정영두, 국악인 백경우 등 쟁쟁한 국악인들과 공연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얘기다. 앙상블 시나위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도….”를 목표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영화] 명문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A(32)씨가 영화판에 뛰어든 건 10년 전. 촬영감독을 꿈꾸며 2002년부터 조명부 막내로 현장에 입문했고 3년 전 촬영부로 옮겼다. 충무로 체계는 여전히 ‘도제식’이다. 보통은 촬영감독 밑에 팀장 격인 퍼스트, 그 아래 세컨드와 서드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퍼스트를 가장으로 둔 가족과 비슷하다. 퍼스트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맺고 ‘짬밥’(경력)에 따라 스태프에게 돈을 나눠 준다. A씨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순작업부터 시작해 지금은 세컨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한 달에 300만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게다가 촬영 준비단계에는 테스트 촬영 몇 번이 전부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수입도 없다. 지난해 서드급으로 영화 두 편에 참여했다. 언제 촬영이 끝날지, 언제 쉴지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주 60~70시간을 일하며 7개월을 보냈다. 지난해 총수입은 1600만원 남짓이다. 틈틈이 홍보영상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야외촬영은 해가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루 1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그나마 행복하죠. 세트촬영은 짐작도 안 돼요. 3~4일 밤샘하면 쉬고, 장마가 겹치면 쭉 쉬는 게 휴일인 거죠. ‘통계약’이라 휴일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고요.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버티죠.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은 생활이 되질 않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그래요. 나이 들어서 전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계도 명암이 엇갈린다. 뮤지컬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300만원. 유명해지면 쑥쑥 오른다. 지난해 배우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회당 1800만원대 개런티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에 이르지만 이런 경우는 몇 명에 불과하다. 1~3차로 나눠 받는 출연료를 1차만 받고 끝나는 사례도 많다. 주연급이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의 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2년간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한 B(27)씨는 총출연료를 따져 보니 740만원이었다. 그나마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공연과 연습에 매달렸지만 연봉은 300만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래서 작품하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뮤지컬 경력 7년차 앙상블(코러스) 배우 C(31)씨는 회당 5만~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 기준이라 연습 기간엔 수입이 없다. 게다가 흥행이 안 돼 출연료를 아예 못 받은 일도 허다하다. “생계가 어려워 낮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서빙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밤에 대리운전하는 배우도 있죠. 무대에 선다고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죠.” [무용] 무용수들은 병이 친구요, 반창고가 피붙이다. 높이 뛰어 올라 착지하는 동작이 많은 공연이면 무릎과 허리엔 반창고투성이다. 현대무용을 하는 D(35)씨는 한 시간에도 십수 번 몸을 뒤척인다. “어떤 움직임에만 익숙해져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이 쑤신다. 이럴 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니 자연히 ‘은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남들은 한창 일할 30대에 말이다.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은 한국무용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발레 무용수들은 또 우리를 부러워하죠. 발레는 30대 중반만 돼도 은퇴 얘기가 나오거든요. 한국무용은 일흔을 앞두고도 무대에 오르잖아요.” E(29)씨는 이따금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무대에 선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달 수입 50만원인, ‘예술하는 사회인’으로 몇 달을 버텼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무용 강사를 하고, 가끔 지인을 통해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한 달 가까이 연습하고 이틀 무대에 올라 4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1시간 30분에 5만~10만원을 받지만, 수업과 공연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에 들어가면 기본급에 무대수당 등을 받아 금전적인 상황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 생명이 길지 않은 현실을 따져 보면 ‘노후대책’ 따위는 꿈일 뿐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내 실력을 믿으니까 버티고 있어요. 아직은 젊다는 거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줄면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미술] 미술은 단독작업이다. 스태프 같은 집단이 없다. 해서 작업은 더 어렵고 지원은 더 간절하다. 판매시장이 형성된 회화 쪽은 그나마 낫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판매가 제로에 가깝다. 동시대미술이라 각광받지만 수입은 제로인 셈이다. F(47)씨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그럼에도 작업에 한번 착수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 한다. F씨는 “공연 분야는 티켓 수익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적자라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미술 쪽은 그렇지 않다.”면서 “나 역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거기다 작가들은 작업실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남는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작업실로만 쓰게 해 줘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F씨는 그나마 자기 사정은 낫다고 했다. F씨는 “그래도 미술계에서 쌓아 온 인지도 때문에 특강, 원고 청탁, 심사위원 활동 같은 것이 있어 간간이 수입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작품 경력인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목숨과도 같은데 돈 문제에 치이다 보니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사실 미술 쪽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생계보다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더 크죠.” 시인 90%가 출판 업무·학원 강의로 생계 [문학]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 시인 G(32)씨는 올해부터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을 왔다갔다할 만큼 올랐다.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무명 시인으로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서울 생활을 꾸려 왔나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은 훈장일 뿐 고봉밥을 주지는 않는다. 시인들의 원고료는 편당 계산된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대여섯 개 전통 문예 계간지는 편당 10만원을 준다. 한 번 게재될 때 3~5편이 실리니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G씨는 “시문학 잡지들이 많아 시인들의 창작 횟수는 많지만, 시가 게재돼도 고료를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두 편을 3만원에 퉁 치는 곳도 있고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전업 시인’은 전업 소설가와 달리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의 90%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는 등 시간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문예창작과가 많아지면서 논술과 창작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첫 시집을 내려면 대부분이 등단 5년 이상은 돼야 한다. 소설가는 시인보다는 좀 낫다. 원고지 70~120장의 원고를 쓰고 보통 10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조금 팔리는 성싶으면 두세 군데 출판사가 선계약하는 등 출판이 더 원활하고, 원고 청탁도 더 낫다고 G씨는 덧붙였다 문소영·최여경·조태성·김정은기자 symun@seoul.co.kr
  • 지자체, 의정회·행정동우회 전관예우 여전

    대법원 판례와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 폐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등 각 광역자치단체가 전직 지방의원 친목모임인 의정회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지원예정액까지 합하면 무려 112억원이나 된다. 전직 지방공무원 친목모임인 행정동우회 역시 지난해까지 40억원에 이르는 특혜지원을 받았다. 전직 지방의원과 지방 공무원 전관예우를 위해 15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5일 서울신문이 전국 16개 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지방의정회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곳은 1억 5000만원을 지원하는 경기도였다. 이어 서울시(1억 4935만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원액을 오히려 대폭 늘린 곳도 있다. ●부산·대구, 올 되레 금액 늘려 부산은 지난해 4750만원을 의정회에 지원했지만 올해는 7000만원을 책정했다. 대구도 지난해 30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소속 정당이 바뀐 인천은 지난해 4432만원에서 올해 2790만원으로, 강원도는 1억 7000만원에서 5600만원으로 급감해 대조를 보였다. 광주, 울산, 충북, 전남 등은 의정회 지원예산이 한푼도 없었다. 울산은 지금까지 의정회에 지원한 적이 한번도 없고 광주도 2004년 1000만원을 지원한 것을 빼면 지원실적이 전무하다. 충북은 2004년 대법원 판례 이후 지원을 중단했고 전남은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한편 행정동우회의 경우, 지원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다. 2006년 16개 자치단체 지원액 총액은 7억 6050만원이나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는 4억 3120만원에 불과했다. 울산, 충북, 경남은 행정동우회 지원이 아예 없다. 전남도 지난해 2870만원에서 올해는 400만원으로 지원을 삭감하고 향후엔 완전히 삭감할 예정이다. ●광주·울산·충북·전남, 지원 끊어 의정회와 행정동우회가 특혜지원 비판을 받는 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친목모임인데도 자치단체가 지원조례까지 제정하고, 지원방식도 해마다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정액지원하기 때문이다. 사후 평가도 구색으로만 이뤄질 뿐이다. 지난해 경북행정동우회가 벌인 사업은 도민체전 지원, 자연정화 활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참여 등에 불과하지만 사업평가에선 모든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 지원사업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시의정회의 지난해 사업은 의정회보 발간, 세미나, 포럼 개최, 전국시도의정협의회 운영 등 내부 친목도모를 위한 사업 등이 고작이다. 그나마 지원액 절반이 넘는 7372만원은 상근자 인건비로 지출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4750만원을 지원받아 초청강연회와 정기총회, 수련회, 사무실 운영 등으로만 사용했다. 대구의정회는 밀양신공항 유치활동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현수막 설치 등 관변행사만 벌였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서초구 의정회 지원조례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행안부도 2008년 관련 지원조례 삭제를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2009년 지원 중단을 권고했다. 그나마 의정회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중단 권고라도 있었지만 행정동우회는 이마저도 없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쌍태아 수혈증후군 레이저 치료 국내 첫 도입

    서울대병원은 일란성 쌍둥이 임신 때 자주 발생하는 치명적 질환인 ‘쌍태아(쌍둥이) 간 수혈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레이저 치료법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쌍태아 간 수혈증후군은 태반 내에서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태아의 동맥과 다른 쪽 태아의 정맥이 서로 연결돼 발생한다. 서로 다른 태아의 동맥에서 정맥으로 혈류가 공급돼 마치 한쪽 태아에서 다른 태아로 수혈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수혈증후군으로 불린다. 이 경우 혈류를 공급하는 태아는 혈류 부족으로 소변량이 줄고, 양수 과소증과 함께 성장이 더뎌진다. 반면 혈류를 받는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심장 부담이 늘어나고, 온몸이 붓는다. 또 소변량이 늘면서 양수과다증과 체중 과다가 동반된다.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임신 29주에서 생후 1주까지의 주산기 사망률이 80~90%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최근에는 산모의 고령화와 함께 보조 생식술을 이용한 임신이 늘면서 일란성 쌍태아의 10∼15%에서 쌍태아 간 수혈증후군이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양수과다증이 발생하면 양수를 제거해 산모의 호흡곤란을 해결하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치료를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었다. 이번에 적용된 치료법은 자궁 안에 태아 내시경을 삽입한 후 레이저로 양쪽 태아를 잇는 혈관 사이의 혈액을 응고시켜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해외 임상시험에서 시술 후 생후 28일째 생존율이 76%로, 기존 치료법(56%)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레이저 치료법은 태아를 연결하는 혈관을 없애 개별적인 혈관시스템으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 치료법이 보편화되면 쌍태아 간 수혈증후군 태아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가정방문 부활하면/박홍기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가정방문 부활하면/박홍기 사회부장

    멀찍이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동네 어귀에서 기다렸다. 집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땀 흘리시는 선생님께 과일과 함께 시원한 미숫가루 물을 대접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선생님은 제자를 옆에 앉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셨다. 지금 생각하면 짧은 시간 같은데 참 길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일어나시면 다른 친구 집까지 안내했다. 기억 속에 있는 가정방문의 풍경이다. 일본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 일본 교사의 가정방문을 받았다. 40년 만에 학부모로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의 일본 선생님을 맞았다. 선생님에게 딸의 학교 생활을 물었고, 선생님은 외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한국의 생활 등을 궁금해했다. 딸의 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다지 어색하지도, 길지도 않았다. 딸도 있었다. 선생님에게 믿음이 갔다. 가정방문은 가정과 학교라는 중요한 두 축을 연결,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도록 하는 가장 효율적인 학생 생활지도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소통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가정환경을 직접 파악함으로써 성적뿐만 아니라 품행, 적성, 어려움 등 근본적인 사항을 두루 살필 수 있다. 학교 폭력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대통령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주문했다. 부처 합동으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한때 비교육적,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 탓에 꺼내기조차 꺼렸던 것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정책 결핍증’으로 비칠 정도로 엄청난 가짓수다. 가해 학생을 출석정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 낙인을 찍도록 했다. 형사처벌과는 별도다. 교육적 접근의 필요성을 들고나왔다가는 경을 칠 분위기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한 죗값을 물어도 시원찮을 것이다. 학교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함은 마땅하다. 경찰청장은 “4월까지 학교 폭력을 근절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적 대응 못지않게 방어적·예방적 차원의 대책도 없지 않다. 투 트랙이다. 한 학급에 두 명의 담임을 두는 복수담임제 도입이라든지, 전문상담사의 대거 충원은 평가할 만하다. 엄청난 예산과 함께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들이 태반이다. 가정방문은 없다. 가정방문의 교육적 효과를 익히 알고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데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격이다. 가정방문의 폐단을 우려해서일 거다. 가정방문은 폐지, 부활, 폐지를 오갔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교장의 책임 아래 사안별로, 미리 통보한 뒤라는 조건 아래 풀렸다. 형식적 허용이다. 가정방문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로서도 돈 봉투로 축약되는 불미스러운 일의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을 법하다. 조건이 붙지 않은 자유롭고 실질적인 가정방문이 지닌 의미는 크다. 교사와 학부모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번거롭고 힘들 것이다. 거리낌 없이 쉽고 편하게 만나는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부작용에만 집착하다가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개그콘서트의 김원효처럼 “안 돼.”만 외칠 수는 없다. 자식이, 제자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인다면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대에”, “맞벌이로 시간을 낼 수 없는데”, “업무가 많은데”, “구태여 나섰다가”라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으며 “안 돼.”라고만 되뇔 수 있을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식의 전환이다. 교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경찰이 교사에게 직무유기를 거론할 만큼 교권 추락은 심각하다. 교사들은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 내로라하는 학력과 실력을 검증받은 상위 5% 집단이지 않은가. 과거보다 더 큰 소명감이 아닌 교사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 진정성을 갖고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복수담임제, 전문상담사, 행정요원 등의 충원과 함께 잡무 경감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한껏 힘써야 함은 당연하다. 발생한 학교 폭력이 경찰, 검찰의 몫이라면 학교 폭력 예방은 교사가 맡아야 할 과제이다. 교사의 힘은 크고 중요하다.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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