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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림의 미학’… 여유롭게 할 때 더 행복

    ‘느림의 미학’… 여유롭게 할 때 더 행복

    시간자결권/칼 오너리 지음/박웅희 옮김/쌤앤파커스/368쪽/1만 5000원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당신이 원하는 시간에, 당신이 원하는 속도로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 조사에 따르면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42%가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고 한다. 소득이나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자신과 가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건 시간적으로 가난한 삶이다. 시간 엄수를 중시하는 현대의 일터에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어쩌면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시간병’에 걸린 환자들일지 모른다. 초고속 발전의 병폐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간 ‘시간자결권’은 영국 저널리스트 칼 오너리가 쓴 ‘In Praise of Slowness’를 번역한 것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2005년 출간된 ‘느린 것이 아름답다’를 재출간한 것인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니, 아니 오히려 삶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삶의 질은 현격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주목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책이 소개하는 시간자결권이란 쉽게 말하면 내가 내 시간을 결정할 권리다. 당연한 것인데도 실상은 자의든 타의든 시간자결권을 반납한 채 사는 사람이 태반이다. 책은 일과 삶에서 시간자결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를 탐구한다. 동시에 속도 중독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시간자결권이 없을 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지를 추적한다. 이코노미스트, 옵서버, 가디언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칼 오너리는 감동적인 미문이나 통찰력 있는 교훈으로 마음을 움직이기보다는 저널리스트답게 발로 뛰어 캐낸 생생한 정보로 사람들을 흔들어 깨운다. 책에 따르면 시간자결권은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신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여유 있고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높다는 사례로 영국의 한 에너지회사는 전화상담센터의 직원들에게 교대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넓혀 주자 생산성이 즉시 높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의 런던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딱히 일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저자 자신의 경험도 소개한다. 저자가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며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느림의 삶’이다. 그는 늦추기의 중요한 혜택은 사람들, 문화, 일, 자연, 우리 자신의 심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시간과 평온함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각 분야에서 속도 숭배에 반란하는 사람들이 거두는 쾌거를 소개한다. ‘천천히 여유 있게 할 때 더 큰 감각적 쾌락을 누릴 수 있다는 원리는 식탁에서 침대로 이식될 수 있다’며 빠른 섹스 문화에 대항하는 이탈리아인 비탈레, 학생들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공개서한을 보내는 하버드대학 해리 루이스 학장, 점점 빨라지는 클래식 음악 연주에 제동을 걸고 옛 작곡가들의 진정한 의도를 해석하는 템포기우스토 모임 등이 조급증에 찌든 문화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속도 숭배를 느림 숭배로 대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저자는 “속도가 즐겁고 생산적이며 강력할 수 있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더 가난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면서 “슬로운동이 제공하는 것은 중도, 곧 달콤한 인생과 정보사회의 역동성을 결합하는 처방”이라고 강조한다. 요체는 균형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슬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것, 맹목적으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상황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때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당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적인 느림을 함양하려면 명상, 뜨개질, 정원 가꾸기, 요가, 그림 그리기, 공예, 독서, 걷기 등 가속에 도전하는 활동에 시간을 내라고 충고한다. 치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속도 중독 치유법이다. 2000년 전 플라톤은 여가의 최고 형태를 고요 속에서 세계에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믿었다. 현자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천은 당신이 하는 것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의정 포커스] 강미영 강서구의원 “엄마 ‘촉’으로 區 살림 점검·집행부 견제”

    [의정 포커스] 강미영 강서구의원 “엄마 ‘촉’으로 區 살림 점검·집행부 견제”

    “가정주부의 마음으로 구 집행부를 견제하겠습니다.” 강미영(50) 서울 강서구의원은 초선 의원임에도 구정 질문과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면서 차세대 강서구의회의 ‘저격수’로 떠오르고 있다. 강 의원은 “시장에서 콩나물 500원어치를 사면서도 이리저리 비교해 보는 주부의 마음가짐으로 의회 업무에 임하고 있다”면서 “5800억원의 구 예산이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강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구의회에 입성한 새내기이지만 3선이나 4선 구의원 못지않은 날카로움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비례대표 구의원은 대부분 무늬만 구의원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저는 20여년 간호사 생활로 쌓은 전문 지식과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의 마음으로 구 살림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난 10월 첫 구정 질문으로 자동 제세동기(AED·심장전기충격기)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동사무소와 보건소, 초등학교 등에 제세동기가 비치되기는 했지만 배터리 점검 미비 등으로 위급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란 것이다. 강 의원은 “4년에 한 번씩 제세동기의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으면 위급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놓기만 했지 누구도 배터리 관리나 시험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구는 159대 제세동기의 점검에 들어갔다. 또 행정사무 감사 때는 150여대에 이르는 구의 업무차량 관리를 지적했다. 주행거리와 일지 등을 파악, 잘 사용하지 않는 차량, 비업무용 사업 의심 차량 등을 찾아냈다. 그는 “사용이 적은 차량은 과감히 처분, 보험료와 수리비 등 예산을 아낄 수 있다”면서 “업무 택시나 타 기관과의 공유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보건소의 사상체질 점검사업 실적이 2년 연속 5%에 못 미친다며 내년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업은 꼭 필요하지만 생색내기나 전시용 사업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겠다”면서 “4년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구의원이었다는 평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여자가 술 약한거 몰랐니?

    여자가 술 약한거 몰랐니?

    알코올 의존증 남편에게 시달렸던 주부 정모(47)씨는 술이라면 치를 떨던 사람이었다. 오랜 시도 끝에 남편의 알코올 의존증은 치료했지만 이번에는 정씨가 알코올에 의존하게 됐다. 이혼한 친구를 위로해 준다고 가진 술자리가 화근이었다.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정씨는 친구가 억지로 권하는 술을 받아 마셨고, 그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한없이 울었다. 그날 이후 정씨는 장을 볼 때마다 소주를 한 병씩 사서 돌아왔고 한두 잔씩 마시기 시작한 술은 점점 양이 늘어나 남편과 딸아이가 나가고 나면 서둘러 술병을 찾게 됐다. 여성의 알코올 의존증은 남편과의 불화, 시부모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차별, 동료나 상사의 무시 등 가정과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남성 알코올 중독자는 가족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지만 여성 중에서도 특히 주부 알코올 중독자는 ‘여자가 술을 마신다’, ‘애 엄마가 술을 마신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쉬쉬하면서 감추게 된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조기 치료가 어렵고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알코올 중독 진료청구 현황’에 따르면 여성의 진료 청구건수는 2010년 4만 1405명에서 2012년 5만 4375명으로 2년 새 1만 2970명(31.3%)이 증가했다.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수분이 적은 대신 체지방이 높아 같은 체중의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남성보다 높다. 게다가 알코올을 처리하는 분해효소도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리다. 알코올 흡수는 빠르지만 해독은 더뎌 알코올의 영향이 그만큼 오래가는 것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30일 “남성이 10년간 음주를 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다면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2~4년 안에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수 있고 장기 손상도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성 간염 발병률도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 남성에 비해 지방조직이 많아 간에 모인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조절 능력이 떨어져 유방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15%가 알코올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주량에 맞춰 적당히 술을 마시면 문제될 게 없지만, 여성은 월경 주기에 따라 주량이 변해 예측이 쉽지 않고 조절하기도 어렵다는 게 문제다. 월경이 가까워 오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이란 물질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한다. 따라서 월경을 앞두고 이 호르몬이 몸에 많이 축적돼 있을 때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훨씬 빨리 취하게 된다. 알코올은 또 여성 호르몬 분비를 교란해 수유할 때 젖을 돌게 하는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 호르몬은 모유 생성에 도움을 주면서 배란을 억제해 수유 기간 임신이 안 되도록 하는데, 산모가 아닌 일반 여성에게서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생리 불순이나 심하면 무월경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술을 많이 마시면 임신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임신 중 산모가 술을 마시면 태반을 통해 술이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돼 태아알코올증후군(성장장애·안면기형·중추신경 장애)을 지닌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도 커진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당장 눈에 띄는 장애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신경독성물질인 알코올이 태아의 지능과 인성 발달에 영향을 줘 어릴 때는 학습장애를 일으키고 성인이 돼서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해 2차적인 피해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여성 알코올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비난이 여성 음주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힘들게 만든다”며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숨기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병이 더는 진행되지 않도록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시론] 리더십의 유령들/김형수 시인

    [시론] 리더십의 유령들/김형수 시인

    냉전시대를 해체한 사람은 고르바초프다. 좋든 싫든 하나의 갈등 체계에 종지부를 찍은 주인공이 그다. 냉전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를 것이란 얘기다. 그가 지금 신냉전시대의 도래를 경고하고 있다. 스펙터클한 영상과 이미지의 과잉으로 몸살을 앓는 디지털 대지의 자막 위로 뭔가 수상한 그림자가 스쳐 가는 것을 우리도 보았다. 미국은 정보책임자를 북한에 보내 두 명의 자국인을 데려갔고, 일본과 중국은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진 틈을 타서 오직 자국의 이해에 바탕을 둔 정치적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는 소외된 당사자에 속한다. 한반도는 오늘도 식상한 난제들만을 보듬고 열심히 허덕이는 중이다. 민생과 경기후퇴와 무상복지, 무상급식을 둘러싼 몸살을 앓느라 도대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것들이 낡은 당위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 수많은 것들이 파당적 씨름의 도구가 되고 있을 뿐. 그러는 동안 정치는 한없이 왜소해져서 세계관이나 역사관 등 큰 사안에는 이제 관심조차 없다. 저마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세우고 사적 판단만 하다 보면 정치의 모습은 형체를 알 수 없이 찢길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이 난파당한 배가 방치된 현실로 보인다. 국민의 태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의 유령들 속에서 속수무책의 심정으로 견디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타까움이 커져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 내 역학적 갈등 또한 커져 간다. 전단지도 뿌려지고 남북 관계의 경색도 지속될 것이다. 오직 사려 깊은 리더십을 통해서만 이러한 간극들이 해결되는 법인데, 한국은 여의도를 믿지 않는다. 안철수 현상에 이어서 반기문 현상이라는 또 하나의 풍문이 세상을 휩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신뢰의 부재가 리더의 부재로, 리더의 부재가 전망의 부재로 거듭 악순환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스스로 고립감 속에 놓인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해 정치와 경제, 사상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온 인류가 국경을 초월해 한 덩어리가 되면 모두가 첨단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촘촘하게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 속에 자기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자아가 있다면 타자 속에도 동일한 자아가 있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가 독립되면 사회는 종잡을 수 없는 ‘자아들만의 무리’가 된다. 그리고 각각의 자아가 제멋대로 세계상을 그리면서 자기와 타자의 공존을 성립할 수 없게 한다. 어떻게 해야 서로 연결되는 ‘회로’를 만들 수 있을까? 국가적 리더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통과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지도력이 출현하면 수많은 난제들이 그 자체로 소멸돼 버린다. 이웃들을 협력 속으로 몰아넣느냐 경쟁 속으로 몰아넣느냐가 그곳에서 갈린다. 훌륭한 예술이 헤어진 후에도 서로 사랑하게 하듯이 훌륭한 정치는 싸운 후에도 서로 돕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포에 박힌 고운 정 미운 정이라는 표현 속에는 갈등을 통해서도 정이 익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리더의 대망론은 특정 캐릭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모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만한 대상을 잃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당연히 언론이나 풍문이 만들어 낸 캐릭터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의 힘은 그로부터 버려졌을 때 오는 고독의 무게를 얼마나 견뎌 내는가, 아무도 거들지 않는 위험의 부담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침묵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훌륭한 리더십은 저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게 하고,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을 자유롭게 하게 하는 것. 그래서 어지럽고 단편적이고 형해화된 세계일수록 더욱 큰 리더십이 필요해진다. 그것은 마치 언덕 위의 깃발처럼 그것을 보면서 길을 걸을 수 있고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매우 구체적인 것이다. 우리처럼 모두가 리더십의 유령들을 놓고 떠드는 일은 더불어 나아가야 할 곳도, 공동의 표상도 없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 4700만년 된 ‘모성(母性)’…태아 간직한 ‘고대 말 화석’ 화제

    4700만년 된 ‘모성(母性)’…태아 간직한 ‘고대 말 화석’ 화제

    뱃속 태아형태까지 그대로 남겨진 고대 ‘말 화석’이 원래 모습과 흡사하게 복원돼 고생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뉴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젠켄베르크 연구소(Senckenberg Research Institute) 고생물학 연구진이 태아형태까지 남아있는 4700만년 된 고대 말 화석이 본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복원됐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화석의 학명은 유로히푸스 메셀레니즘(Eurohippus messelensism)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5700만년에서 3600만년 전 사이인 에오세(신생대 제3기 2번째 시기) 때 번성한 포유류다. 크기는 어깨 높이 약 40㎝ 정도의 폭스테리어(개의 한 품종)정도로 작지만 고생물학계에서는 오늘 날 말의 조상 급으로 보고 있으며 기제목(奇蹄目) 과 포유류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래 해당 화석은 젠켄베르크 연구소 고생물학 연구진에 의해 15년 전 독일 헤센 주, 다름슈타트디에부르크 구에 위치한 메셀 화석 유적(Messel Pit Fossil Site)에서 발견됐지만 연구기술이 충분히 발달된 최근에 이르러서야 실질적 형태복원과 마이크로 X선을 이용한 신체분석이 이뤄졌다. 해당 화석은 메셀 화석 유적의 유모혈암(油母頁岩)에 묻혀있다 발견됐는데 보존상태가 매우 훌륭해 태반, 자궁은 물론 태아의 형태까지 그대로 복원될 수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동물은 약 4700만년 전 치명적인 화산가스가 녹아있던 호숫가 물을 마시다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해당 시기 화석 중 태반을 식별할 수 있는 세계 두 번째 화석인만큼 현대 말의 진화과정을 추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 척추고생물학 연례학술대회(2014 annual meeting of the 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서 발표됐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35세 고령 출산? 관리하기 나름이죠

    35세 고령 출산? 관리하기 나름이죠

    3년 전 결혼해 부부만의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즐겨온 이정현(35·여)씨는 올해 만 35세가 되면서 이제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닌지 문득 불안해졌다. 경제적 여유를 갖춘 뒤 아이를 낳을 계획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 ‘35세면 이미 고령출산’이라며 성화를 대는 통에 이씨는 죄인이 된 것처럼 주눅이 든다. 고령 임신에 따른 문제점이 연일 제기되면서 ‘아이는 35세까지 낳아야 건강하다’는 말은 이제 사회적 통념이 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펴낸 ‘통계로 본 서울남녀의 결혼과 출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5세, 초산 평균 연령은 31.5세로 나타났다. 평균 통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여성들이 35세를 훌쩍 넘겨 아이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의학적 고령출산 나이인 35세가 마치 임신과 출산의 ‘커트라인’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나이는 숫자일 뿐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고령 임신부도 충분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이시원 전문의는 “통계상 임신 연령이 올라갈수록 합병증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나이가 들어 임신·출산이 힘든 게 아니라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힘든 것”이라며 “얼마든지 개인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임신 기준을 35세로 정의한 것은 난자가 너무 많이 성숙해 염색체 비분리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으면 아이가 지능저하, 선천성 심장병 같은 증상을 보이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40세 임신부가 다운증후군 아기를 출산할 위험은 30세 임신부보다 9배쯤 높다. 실제로 28세 임신부의 아이는 다운증후군이 855명당 1명꼴로 나타나지만, 30세는 690명당 1명, 35세가 되면 274명당 1명, 40세가 되면 74명당 1명으로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자연유산 가능성도 40대가 20대보다 배 이상 높다. 원인의 60%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수정란 이상으로, 임신 초기에 유산할 확률이 평균 12~15%라면 35세 임신부가 유산할 확률은 20% 정도다. 자궁 외 임신 가능성도 높아져 15~24세 임신부 가운데 0.45%, 35~44세 임신부 가운데 1.52%가 자궁 외 임신을 했다는 미국 의학계의 보고도 있다. 임신 합병증 가운데 가장 위험한 고혈압 발생 가능성도 고령 임신부가 배 이상 높다. 고령임신부의 태반 조기박리 발생 빈도는 3.7% 정도로 정상 임신부(0.4%)에 비해 약 9배 많고, 40세가 넘으면 임신성 당뇨 발생 가능성도 25~29세 임신부보다 3배가량 높아진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고령임신과 비만 등의 영향으로 최근 9년간 임신성 당뇨병이 5.8배나 증가했다. 이와 같이 의학적으로 봤을 때 20대에서 34세까지가 임신 출산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연령대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34세까지는 출산에 문제가 없다’거나 ‘35세 이후부터는 건강한 임신이 어렵다’고 일괄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산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40대 산모가 30대 초반 산모보다 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지레 겁을 먹고 임신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나이가 많으면 임신 전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출산을 하는 게 좋다. 등 떠밀리듯 덜컥 아이부터 가지면 임신 기간이 인생 최악의 고통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35세가 넘어 아이를 가지려면 우선 자신에게 만성병이 있는지 검사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질환이 잘 관리된 상태에서 임신을 해야 한다. 물론 임신성 고혈압이나 임신성 당뇨에 걸리더라도 임신 중에 진료와 치료를 병행하면 무사히 출산할 수 있다. 기형아 예방 차원의 엽산 복용, 임신 중 규칙적인 산전 진찰은 필수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문영 전문의는 “30세 이상이면 모든 임신부가 당부하를 검사해 혈청 내 당 수치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나오면 식이요법과 인슐린 요법으로 치료해야 하며, 불안하다면 산전관리 동안 염색체 이상 태아를 진단하기 위한 양수검사나 융모막 검사, 초음파 검사와 태아안녕평가 검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으로 월경 불순이 나타난 사람은 우선 월경부터 유지해야 한다. ‘무늬만 월경’인 무배란 월경을 하더라도 월경을 전혀 하지 않는 것과는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월경을 통해 자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월경을 멈춘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궁이 수축해 결과적으로 폐경기 자궁과 비슷한 상태가 되면서 치료가 어려워 진다. 임신 전에는 균형 잡힌 영양 식단을 짜 식사를 하고 적당한 운동습관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특별한 음식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채소와 과일에는 엽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평소 잘 먹지 않았더라도 의식적으로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 산모라도 정상체중인 경우 임신 중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임신 전과 임신 중 적절한 체중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보공단이 2004년에 첫 아이를 출산한 여성 중 과거 2년 동안 공단의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5만 3331명을 대상으로 출산 후 당뇨병의 진행 여부를 추적한 결과, 임신성 당뇨병을 앓지 않아도 임신 전에 이미 비만이었던 사람은 출산 후 8년 이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정상체중 여성보다 2.8배 높았다. 김 전문의는 “자기 몸의 생식 나이를 수년 앞당기는 이런 노력을 통해 대다수 고령 임신부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고령임신은 부모가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오승호의 시시콜콜] 금융회사 사외이사 다양성 시급하다

    [오승호의 시시콜콜] 금융회사 사외이사 다양성 시급하다

    KB금융그룹 내홍을 계기로 드러난 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서 놀랐다. 9명 가운데 비(非)서울대는 단 한 명뿐이다. 서울대도 경영 및 경제학과 출신 이외에는 없다. 서울대 법대 일색인 대법원의 학맥 쏠림과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6명은 교수다. 전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절반가량은 교수다. 이른바 ‘학피아(학교와 마피아 합성어)’가 주를 이룬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3명 가운데 여성은 하나금융지주 최경규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지방대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공익성·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일반기업에 비해 지방대 출신이나 여성들을 더 많이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와 인재 유치, 지역균형 발전 등을 꾀하기 위해 지방대육성법까지 만들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지 않나. 신입사원 뽑을 때만 학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 뭐하나. 금융지주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을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KB금융지주 회장을 잘 뽑는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과제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에 대해 서로 다른 쪽이 밀어서 됐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금융계에서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는 것은 대세다. 은행 대부분은 유닉스로 바꾸고 있다. 교체 주기에서 KB금융이 10~20년인 다른 은행에 비해 좀 빨리 추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1인자와 2인자 둘 다 도중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뽑는 데 외부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된다. 외부인 출신의 최고경영자(CEO)가 조직 내부의 유능한 인재를 한직(閑職)으로 보내는 등 전횡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후계자양성 프로그램을 시스템으로 갖춰야 한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면 사태를 이 지경까지 확산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사회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는 게 추세다. 그만큼 사외이사들의 중요성은 커지는 셈이다. 선진국 금융회사들도 지배구조는 우리와 비슷하다. 다만, 사외이사는 우리처럼 교수와 관료 출신이 태반은 아니다. 철강회사나 석유회사의 현직 CEO 등 다양한 이력의 인사들이 참여한다. ‘끼리끼리 이사회’는 사라져야 한다. 국회에는 사외이사 자격요건 및 선임절차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제정안이 2년째 계류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osh@seoul.co.kr
  • “임신 중 잦은 레드와인, 태아 소화기 기형 불러” (연구)

    “임신 중 잦은 레드와인, 태아 소화기 기형 불러” (연구)

    임신 중 레드 와인을 자주 마시게 되면 태아의 소화기관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regon Health and Science University) 연구진은 임신 중 레드와인을 자주 마실 경우, 태아 췌장이 기형적으로 변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레드 와인 속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드와인 뿐 아니라 다크 초콜릿, 땅콩, 포도를 비롯한 베리류에서도 발견되는 해당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역할 때문에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임신 중 태아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임신 후 비만이 된 짧은 꼬리 원숭이(macaque monkey)들과 마른 몸매의 짧은 꼬리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신 원숭이 그룹에게는 식단 외에 레스베라트롤 성분을 추가로 보충하고 마른 원숭이 그룹에게는 일반 건강 식단을 제공한 뒤 이후 나타나는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초음파 관찰로 태반을 통해 원숭이 태아에게로 전해지는 혈액흐름과 건강상태를 집중 모니터링 했고, 결과적으로 소화기관 중 췌장에 기형적 이상을 초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우리는 지금까지 레스베라트롤 의학적 효력에 집중해왔지만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이렇게 부작용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동물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과한 음주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레스베라트롤을 비롯해 다른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보조식품 속 성분들에 과연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실험생물학연합회 저널(Federation of American Societies for Experimental Biology Journal)’에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길섶에서] 노후의 공적(公敵)/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장모님은 사람이 너무 오래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가끔 말씀하신다. 장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인데도 진담처럼 말하는 이유는 병에 대한 걱정과 자식들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를 30년 동안 돌봐온 70대 노인이 결국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기도한 사건을 봤다면 더욱 그런 생각을 했을 듯하다. 질병 없이 살다 죽는 건 인간의 소망이다. 건강하게 살다가 자신도 모르게 죽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문제다. 고통스럽고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앓다가 힘겨운 여생을 마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중에서도 암은 평안한 노후를 해치는 공적(公敵)이다. 발병률이 37%라고 하니 나이가 들수록 누구라도 암에 대한 공포가 커진다. 기자 생활을 같이한 대학 동기생이 암에 걸려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야 들었다. 지인의 암 발병 소식은 최근에만 벌써 몇 번째다. 수년 전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일에 손대더니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동기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하자고 했지만 그것으로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김준의 바다 맛 기행] (19) 입맛·손맛의 지존 우럭

    [김준의 바다 맛 기행] (19) 입맛·손맛의 지존 우럭

    이 물고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수많은 횟집은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휴일은 물론 주중에도 손맛을 찾아다니는 태공들은 취미를 잃고 입맛까지 잃었을지 모른다. 과장 좀 보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주인공에게 국민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럭’이라 부르는 ‘조피볼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럭은 자리돔처럼 태어난 곳에서 무리지어 생활한다. 차가운 물에도 잘 적응하며 인공부화가 쉽고 먹는 것이 소탈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어민들이나 지자체나 앞다퉈 치어들을 마을어장에 방류하고 있다. 그 덕에 서해안과 남해안을 아우르는 양식어종의 대표가 됐다. 게다가 쩍쩍 달라붙는 매운탕의 진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활어 회의 식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문화에 딱 맞는다. 그래서 감히 ‘국민생선’이라고 부를 만하다. 우럭은 물고기 중에서는 드물게 ‘난태생’이다. 알이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서 수정되어 부화한 후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난생으로, 수정이 된 후 난황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며 태어난다. 이에 반해 망상어 등 태생 물고기는 어미와 태반으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받고 자란다. 난태생은 난황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고 모체에서 부화할 때까지 보호를 받는다. 여느 물고기와 달리 조피볼락은 짝짓기를 할 때 암수가 배를 맞댄 뒤 수놈이 암놈의 난소공에 정충을 집어넣는다. 교미 한 달 후 수정이 되고 다시 한 달 후 부화해 어미 몸속에서 나온다. 그리고 해초에 의지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바다 밑으로 내려가 바위틈에 자리를 잡는다. 1년에 10㎝씩 6년 정도 자라면 큰 것은 60㎝에 이른다. 주로 새우나 게, 오징어 등 육식을 즐긴다. 조피볼락은 볼락, 조피볼락, 우럭볼락, 불볼락, 쏨뱅이, 미역치, 쑤기미 등과 함께 양볼락과에 속한다. 우리는 보통 우럭이라 하고 북에서는 ‘우레기’라고 부른다. 자산어보는 검어(黔漁) 또는 검처귀(黔處歸)라 했다. 검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바닷속 검은 바위 근처에 머물며 새우나 게, 오징어를 잡아먹기 때문에 진화한 보호색이다. 자산어보는 또 “머리·입·눈이 모두 크고 몸은 둥글다. 비늘은 잘고 등은 검으며 지느러미 줄기가 매우 강하다. 맛은 농어와 비슷하고 살은 약간 단단하다”고 했다. 서유구도 ‘전어지’에 “울억어(鬱抑魚) 살이 쫄깃하고 가시가 없어서 곰국을 만드는데 맛이 훌륭하다”고 했다. 우럭은 눈이 왕방울처럼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입술이 두껍고 아랫입술이 더 길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 그래서 머리를 빼면 회로 먹을 것이 별로 없다며 광어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전어지’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물이 끝내준다. 그 비밀은 큰 머리에 있다. 우럭을 선택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시킨 우럭이 자연산일까 양식산일까 하는 점이다. 자연산은 몸의 검은색 입자들이 불규칙하며 꼬리 끝에 흰 테가 있고 눈동자가 선명하다. 양식은 그 반대다. 회로 썰어 놓았을 때 겉이 갈색이며 살은 희고 깨끗한 것이 자연산이다. 반대로 양식산은 겉이 검은색이며 살에 검은 실핏줄이 있다.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눈꺼풀이 맑고 백태가 끼지 않아야 하며 몸이 밝은 것은 피해야 한다. 수조에 오래 있던 것이다. 또 수족관에 있는 우럭의 씨알이 30, 40㎝로 균일하면 양식으로 의심된다. 더 크게 키우려면 사료값이 판매수익금보다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글 사진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joonkim@jeri.re.kr
  • “임신 중 와인섭취, 태아 췌장 기형 위험↑” (美연구)

    “임신 중 와인섭취, 태아 췌장 기형 위험↑” (美연구)

    임신 중 레드 와인을 자주 마시게 되면 태아의 소화기관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regon Health and Science University) 연구진은 임신 중 레드와인을 자주 마실 경우, 태아 췌장이 기형적으로 변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레드 와인 속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드와인 뿐 아니라 다크 초콜릿, 땅콩, 포도를 비롯한 베리류에서도 발견되는 해당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역할 때문에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임신 중 태아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임신 후 비만이 된 짧은 꼬리 원숭이(macaque monkey)들과 마른 몸매의 짧은 꼬리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신 원숭이 그룹에게는 식단 외에 레스베라트롤 성분을 추가로 보충하고 마른 원숭이 그룹에게는 일반 건강 식단을 제공한 뒤 이후 나타나는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초음파 관찰로 태반을 통해 원숭이 태아에게로 전해지는 혈액흐름과 건강상태를 집중 모니터링 했고, 결과적으로 소화기관 중 췌장에 기형적 이상을 초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우리는 지금까지 레스베라트롤 의학적 효력에 집중해왔지만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이렇게 부작용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동물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과한 음주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레스베라트롤을 비롯해 다른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보조식품 속 성분들에 과연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실험생물학연합회 저널(Federation of American Societies for Experimental Biology Journal)’에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지고도 웃는다 크리켓의 그녀들

    갑자기 온몸이 쑤셨다. 허리며 발목이며 어느 한구석 성한 곳이 없었다. 경기할 때는 몰랐다. 끝나자마자 통증이 밀려왔다. 꼭 이기고 싶었던 경기에서 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개월 동안 꿈을 꾼 것 같았다. 한국 여자 크리켓의 도전이 끝났다. 대표팀은 22일 인천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인천아시안게임 조별 예선 C조 2차전에서 57-92로 졌다. 20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패배했던 한국은 2연패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6개월 앞둔 지난 3월 결성된 대표팀이었다. 배드민턴 생활체육 강사 출신인 46세 주부가, 골프 선수 출신이, 체대 입시 낙방생이 모였다. 크리켓이 뭔지도 모르는 선수가 태반이었다. 처음에는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연습구장에서 땅바닥을 구르면서 크리켓을 몸에 익혔다. 강도 높은 훈련에 이런저런 부상을 당했지만 즐거웠다. 어느새 크리켓이 좋아졌다. 그러나 승부는 냉혹했다. 홍콩의 선제공격. 한국 수비는 쉬운 공마저 놓치기 일쑤였다. 홍콩의 점수는 빠르게 올라갔다. 한국은 20오버 동안 6개의 아웃을 잡는 데 그쳤다. 야구의 투수 역할을 하는 ‘볼러’가 6개의 공을 던지면 1오버가 된다. 타자 역할을 하는 ‘배츠맨’이 공을 치든 치지 못하든 상관없이 6개의 공이 1오버다. 크리켓에서 공격권을 얻으려면 10개의 아웃을 잡거나 20오버를 견뎌야 한다. 중국전에서 49점을 낸 한국이 92점을 따라잡기는 버거웠다. 포기하지 않고 안간힘을 썼지만 거기까지였다. 예선 통과를 바란 적은 없었다. 그저 한 번만 이겨 보고 싶었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습대로 안 됐다. 나 때문에 두 명이나 아웃됐다”며 자책하는 안나의 큰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골프 선수 출신인 주장 오인영은 “쉽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오늘은 너무 아깝다”고 했다. 그는 “외신의 관심이 오히려 크다. 6개월 운동했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면서 “(크리켓도) 컬링처럼 중계됐다면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쓰게 웃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우리 몸 궁금증 풀어드려요] 입덧은 왜?… 태아 보호하려는 진화 과정의 산물?

    임신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가운데 하나가 ‘입덧’이다. 대부분 속이 메슥거리고 헛구역질을 하는 정도로 끝나지만 심하면 식사를 하지 못해 영양실조까지 오는 일도 있다. 아이를 가지면 태아의 성장발달을 돕는 쪽으로 몸의 모든 기능이 강화되는데, 임신부가 영양실조로 태아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입덧은 왜 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입덧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된 게 없다. 다만 임신 중 태반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의 영향으로 입덧을 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임신을 하면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CG)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 수치는 임신 10주까지 지속적으로 올라가 임신 13주가 되면 차츰 줄어든다. 이와 비슷하게 입덧도 대개 임신 9주부터 시작해 13주까지 이어지고 이후 증세가 없어진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민형 전문의는 “HCG 호르몬뿐만 아니라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프로락틴 등 다양한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여기에 스트레스 등 감정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입덧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면서도 “입덧이 심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어 단순히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입덧이 태아를 음식물 속 나쁜 미생물이나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라는 견해도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크레이그 로버츠 박사는 21개국에서 발표된 56건의 입덧 관련 연구 논문을 종합 분석한 논문을 통해 입덧은 음식물의 독소로부터 태아를 보호할 목적으로 진화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대개 설탕, 감미료, 카페인, 육류, 우유, 계란, 생선 등을 먹을 때 입덧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런 식품은 현대식 냉장고나 식품처리기술이 없었던 시대에 해로운 미생물이 묻어 있거나 태아의 장기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큰 음식들이라는 것이다. 입덧은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차츰 사라지는데, 이 시기가 되면 태아가 많이 성장해 유해물질로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아동전문병원 연구진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92~2012년 세계 5개국 임신 여성 85만명에 대한 입덧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먼저 입덧을 경험한 임신부일수록 태아의 조기·저성장 출산 위험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입덧을 오래 앓은 여성의 조산 확률은 6.4%로, 그렇지 않은 여성의 조산확률(9.5%)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유산율도 입덧을 경험한 임신부들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입덧을 줄이고 싶다면 가급적 우유나 기름진 음식, 카페인 등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또 입덧이 너무 심하면 영양실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정하지 말고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에 한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지자체 안전 예산마저 ‘펑크’ 안될 말

    서울 지하철 곳곳이 노후화하면서 갖가지 안전결함이 생기고 있지만 태반이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마저 결함을 알면서도 예산 부족 등으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인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제 네 탓 공방은 그만하고 안전예산을 확보할 근본 처방부터 제시해야 한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65개 지하철 역사를 조사한 결과 균열·누수 등의 결함이 7만 9569건에 이르지만 보수를 끝낸 것은 1만 550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결함을 개선하려면 서울메트로는 올해 148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3억원이 필요하지만 반영된 예산은 각각 22억원, 15억원뿐이다. 심지어 서울메트로의 경우 시설물 결함 보수 예산은 2011년 50억원, 2012년 37억원, 2013년 30억원, 올해 22억원으로 감소세다. 안전 부문에 적정한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어디 서울지하철뿐이겠는가.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인 서울시가 이 정도라면 다른 지자체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각 지자체의 내년 안전예산이 주목된다. 지자체의 안전 예산이 펑크 나는 것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복지비 지원이 다른 지자체보다 적어 재정자립도가 높아도 어렵고, 자치구는 더 한 실정”이라면서 “30~40년 된 노후지하철 교체 문제는 정부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최 부총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겪고 있는 재원 부족 문제는 서로 부담을 떠넘기기보다는 과감한 세출구조조정과 자체 재원 확보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최근 “복지비에 대한 추가적인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복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실행으로 옮기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자체의 복지·안전예산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다면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차제에 전국 지자체의 투자 우선순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대형 사고가 터지고 나서 부산을 떠는 일은 없어야 한다.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이나 6대4로 조정하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지자체를 골병들게 해선 안 된다. 민선 단체장들 역시 포퓰리즘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할 생각을 접고 안전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 민달팽이? 텔레토비? 정체불명 ‘바다생물’ 논란

    민달팽이? 텔레토비? 정체불명 ‘바다생물’ 논란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 바다 생명체가 호주 해안에 떠밀려와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 지역 일간지 선샤인 코스트 데일리(Sunshine Coast Daily)는 퀸즐랜드 해안에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바다 생물체에 대한 소식을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침마다 해변을 산책하는 것이 습관인 퀸즐랜드 지역 주민 데비 힉스가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해당 생명체를 발견한 건 25일 당일. 그녀의 묘사에 따르면 이 생명체는 환한 붉은색의 주름진 외형에 눈이나 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묘하게 지속적으로 수축되는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힉스는 처음이 이 생명체가 바다 식물 종류가 아닌지 의심했지만 만져본 결과 해파리와 같은 바다 생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감촉은 매우 차가웠고 비릿한 냄새가 많이 났다. 길이는 약 25㎝ 정도였다. 평소 트위터 등의 SNS를 즐겨하는 힉스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해당 생명체를 촬영한 뒤 온라인에 게시했고 곧 많은 이들의 코멘트를 받게 됐다. 대부분 이 생명체의 기묘한 모습에 감탄하며 정체를 궁금해 했고 몇몇 이들은 특유의 붉은색 외형에 감탄하며 ‘바다 텔레토비 아니야?’, ‘고래 태반 같은데’와 같은 나름의 추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집에 돌아간 힉스는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해당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 아예 이 생명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래를 털어낸 뒤 소금물을 넣은 대형 양동이에 생명체를 집어넣은 힉스는 지속적으로 이 생명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 중이다. 힉스는 “나는 이 생명체가 지금껏 확인되지 않은 특별한 종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만일 이것이 규명되면 수족관에 양도하거나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생명체에 대해 호주 연방과학원(CSIRO)은 지속적으로 정체를 규명 중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호주 퀸즐랜드 박물관 측에서 제시한 ‘스페니쉬 댄서 바다 민달팽이(Spanish Dancer slugs)’일 것이라는 점이다. ‘스페니쉬 댄서 바다 민달팽이(Spanish Dancer slugs)’는 주로 인도양 등의 열대바다에 서식하는데 생김새가 해당 생명체와 무척 흡사하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싱크홀 공포] 전국 한달 1.7곳꼴 땅 내려앉아…지하 인프라 노후화 심각

    [싱크홀 공포] 전국 한달 1.7곳꼴 땅 내려앉아…지하 인프라 노후화 심각

    싱크홀로 그토록 심한 몸살을 앓고 있으면서도 서울 곳곳에선 끊임없이 대형 토목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해 진행 중인 토목공사는 현재 72건에 이른다. 이를 포함해 지난 3년간 진행한 토목공사는 120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가 10건으로 가장 많고 강남·마포·노원구가 9건으로 뒤를 이었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도심과 지하개발 과정에서 수위가 낮아지는 게 1차적 원인이니 결국 개발이 많이 진행되는 곳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지반이 약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 공사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시 관계자는 “보통 턴키 공사가 많아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맡기 일쑤”라면서 “지반 등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는 설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규모 토목공사에 따른 주변 지반 침식 가능성 검토는 물론 각종 사전 조사를 강제할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과정에서 지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맞지만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선 경제성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싱크홀은 서울만의 문제인가. 지난달 28일 인천 영종도 공사현장에서는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 19일에는 충북 단양군에서도 직경 3~4m, 깊이 10∼15m의 구멍이 생겼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달 24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보도가 2m 깊이로 내려앉으면서 1명이 부상했고 2012년에는 인천에서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전국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서울에서 싱크홀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사실 지방이 싱크홀 문제에서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서울은 기초적인 지하구조물에 대한 지도나 지층에 대한 데이터라도 확보돼 있지만 지방의 경우 그런 것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라며 “그런 곳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진다면 서울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53개에 이른다. 한 달에 1.7개꼴로 땅이 내려앉았다는 이야기다. 지역별로는 경기 안성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 강릉·전북 군산이 7곳, 강원 정선이 5곳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지방의 경우 서울과 달리 개발로 인한 지하수 수위 변화나 암반 파쇄 등으로 인한 싱크홀 발생 위험보다 노후한 인프라가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교수는 “서울의 경우 개발로 인한 위험이 크다면 지방의 경우 상하수관 등 노후한 인프라로 인한 발생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경우 노후 하수관로(30년 이상)만 전체의 48.4%(5030㎞)에 달해 추가적인 침식이 예상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노후 하수관로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시민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싱크홀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55.1%로 절반을 웃돌았고 태풍 다음으로 위험한 재난(29.9%)으로 여기고 있었다. 결국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별 싱크홀에 대한 조사로는 불안감을 줄이기 어렵고 근본 대책도 아니라고 꼬집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 발생 뒤 단발적인 조사를 벌일 게 아니라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목과 건설을 허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싱크홀 사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11월까지 운영키로 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싱크홀 현장을 방문하고 이달 말까지 19개 지하철 공사장 등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20년 내로 ‘인공 자궁’ 보편화 된다

    20년 내로 ‘인공 자궁’ 보편화 된다

    지난 1999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의 초반부에는 인공지능 컴퓨터(AI)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인공 자궁’에 갇혀 생활하는 2199년 인류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지도 모른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세계 각국 미래학자들이 “향후 20년 내 인공 자궁이 보편화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공자궁태반, 다시 말해 자궁과 태반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엄마의 실제 자궁이 아닌 자궁 밖에서 태아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장기 개발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2000년대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신체적 문제, 생식능력 저하 등의 문제로 불임여성이 늘어나면서 인공 자궁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 것이다. 물론 고령으로 인한 노산 위험성도 중요한 개발계기 중 하나로 인식됐다. 흔히 인공 자궁을 현재 미숙아 치료실에서 볼 수 있는 인큐베이터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공 자궁은 수정란(배아) 착상, 태아 성장, 출산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유전자학, 조직공학, 생체공학, 나노공학이 합쳐진 첨단과학의 밀집체인만큼 인큐베이터를 한참 뛰어넘는 개발 기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해당 기술은 인공 자궁내막, 인공태반, 인공양수가 필요하고 모체의 온도와 흡사한 온도 조절장치와 태아의 감각을 일깨워줄 자극 시스템이 수반되어야한다. 놀랍게도 헝가리 출신 유명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미래학자 졸탄 이스트반은 “최근 과학발전기술 속도에 따르면, 약 20년 후인 2034년에는 주위에서 인공 자궁을 통한 출산 모습을 흔히 접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미국 코넬대학 연구진은 상피세포, 기질세포를 이용한 공생배양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결과는 수정란 착상과 태반 형성에 필수적인 인공 자궁 개발을 가시화시키는 의미 있는 시도로 이스트반의 예측이 지나치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공자궁 기술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인간만의 영역에 기계기술이 들어가게 되면 고귀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처럼 인권이 짓밟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기술이 발전된다 하더라도 뱃속 아이와 부모의 따스한 교감이 재현되기는 힘들며 이것이 향후 아이의 인격형성이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여성인권 단체 측은 “인공 자궁이 만들어지면 출산이라는 고유의 여성권한이 사라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특수성으로 많은 배려를 받아왔지만 이것이 사라지면 또 다른 역차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최경환호 임금 인상의 명암] “적자 중소기업 태반인데… 대기업과 임금 격차만 더 커질 것”

    [최경환호 임금 인상의 명암] “적자 중소기업 태반인데… 대기업과 임금 격차만 더 커질 것”

    #사례1. 대기업 계열사지만 직원 수 150여명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년차 직장인 김모(27·여)씨의 현재 연봉은 입사 초기와 비교하면 10%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10% 인상했다고 해도 3000만원을 넘지 못할뿐더러 매년 연봉이 오르긴 올라도 1%대에서 인상될 뿐이다. 김씨는 “입사 때 초봉이 워낙 적어 10%나 오른 것”이라면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인상을 기대하기보다는 동결되는 것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례2. 식음료업종 대기업에 근무하는 6년차 직장인 이모(31)씨의 현재 연봉은 신입사원 때보다 1.5배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흑자를 낸 덕분에 직원들의 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고과에 따라 등급을 매겨 연봉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이씨는 “올해 연봉은 최저 3%, 최고 7% 인상이 적용됐는데 인센티브는 별도로 주어진다”고 밝혔다. 기업이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일정 수준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나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추가 과세하는 정부의 방안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받는 타격이 더 커서 이익은커녕 적자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임금 인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지난해 말 대기업 및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403명을 대상으로 올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707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은 2580만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입 평균 연봉 격차는 1127만원에 달했다. 대기업 가운데서는 업종에 따라 신입사원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조사 결과 조선중공업(4300만원)과 금융(4189만원) 업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고 유통(3308만원), 식음료외식(3416만원) 업종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잡코리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 격차는 2007년 1000만원 이상으로 커진 이래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특히 대기업 가운데서도 업종 간 연봉 격차가 컸다”고 밝혔다. 학계와 연구단체 등은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크고 대기업 안에서도 업종별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환경이 더 나은 곳이 계속 이득을 봐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익을 내는 대기업 직원들 중에서도 고액을 받는 임원의 연봉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 직원의 연봉은 오르기 어려워 이익을 얻는 사람이 더 얻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요청해 온 규제 완화 등의 투자 요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현재 청년 고용률이 39%인 데다 수백만 명이 영세 자영업자인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마련이나 직업 안정화 대책을 세우기보다 이미 안정된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더 주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생명의 窓] 바이러스의 습격, 그리고 백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바이러스의 습격, 그리고 백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 감염 후 36시간 내 환자 사망,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친다! 이것은 작년 여름 김성수 감독작, 영화 ‘감기’의 줄거리다. ‘감기’의 모델이 된 것은 2003년 중국 동남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아직도 사람치사율이 60%에 달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임박한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다른 감염경로를 따라 전파되는 바이러스보다 그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인 덕분에 글로벌 확산이 빠르고, 무엇보다도 사람 간 접촉이 확산에 있어 결정적이므로 차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큰 또 다른 바이러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다. 최초의 SARS는 2001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전 세계로 확산돼 현재는 약간 변형된 바이러스가 중동지역 일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중동에서만 현재 5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견됐고 사람치사율은 약 30% 정도다. 호흡기로 전파되지 않아 확산이 급속하진 않지만, 위험성이 큰 것으론 C형 간염바이러스(HCV)도 빠지지 않는다. HCV는 전 세계 약 1억 7000만명가량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환자는 만성화되는 비율이 높고, 만성 감염인의 약 20%가 간경변이나 간암 환자가 된다. 에이즈 바이러스 역시 전 세계 약 4500만명 정도가 감염돼 매년 300만명 이상 사망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역시 백신이다. 백신은 발병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므로 백신이 접종된 후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오랜 기간 그 질병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특히, 백신은 저비용으로 뛰어난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오늘 현재 이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존재하는 것도 있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들의 특성상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기도 하고 변이가 빈번하게 일어나 백신 개발이 어려운 탓이다. SAR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연구 자체가 아직 초보 단계이고, HCV와 에이즈 바이러스는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백신 개발은 글로벌 수준에서조차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백신연구와 개발에 한참 뒤처져 있다. 대학만 해도 백신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실은 열에 하나가 되지 않고 국립연구소 수준도 민망할 정도다. 나라 전체 수준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격리돼 수행돼야 할 동물실험을 위한 시설도 없는 곳이 태반이다. 그나마 있다는 국가기관 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내부 사정 때문인지 개방에 있어 외부 연구자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래서는 위기의 순간에 남을 구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우리 자신을 지키기도 힘들다. 백신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위기의 순간에 국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세월호에서 분명히 목격한 것처럼 국민안전보다 중요한 정책이란 건 없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연구비도 대폭 증액하고 국가 수준에서 연구를 주도할 백신연구소 설립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방향도 이제 단순히 논문을 내는 것을 넘어 그 결과물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세금이란 그렇게 사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심과 결단을 기대한다.
  • [김종면 칼럼] 전교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김종면 칼럼] 전교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전교조 투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외노조라는 비상한 상황에 처한 전교조는 이미 대의원총회를 통해 전임자 복귀를 거부했고 조퇴투쟁을 감행했다. 오는 12일에는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분노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사회적 갈등의 비용은 헤아리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1989년 전교조의 탄생은 타성에 젖은 교육현장에 의미 있는 파열구를 낸 하나의 사건이었다. 1999년엔 1500여명의 교사가 해고되는 아픔을 겪으며 합법적 지위를 얻었다. 전교조가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희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희망의 다른 이름인 전교조는 지금 학생들도 걱정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정부와는 불편한 정도를 넘어 위험한 관계다. 시답잖은 양시양비론에 기대는 것만큼 맥빠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전교조든 정부든 어느 쪽의 입론도 사회적 합의와는 거리가 있으니 피차 자중자애할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9명의 노조원 자격을 문제 삼아 6만여명이 가입한 조직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쪽에선 단 한 명이라도 법을 어긴 것이라면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시대착오적 악법인가. 법률 자체가 해석의 갈등을 낳고 있는 만큼 그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1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 상황논리와는 별개로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하는 게 옳다.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쯤으로 보는 시각은 온당치 않다. 전교조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에 대한 정부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응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마저 외면당하는 사회라면 정상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법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판결을 무시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올려 전국적 인물이 된 국회의원도 있었다. 전교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그 이유의 태반은 전교조 이슈의 정치화에 있다. 교육의 정치오염을 막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적했듯 많은 국가에서 해고자나 실업자들에게도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조합원 자격 요건은 노조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자격제한 규정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정부가 전교조 설립 이후 십수년간 방치하다시피 해온 조합원 규정을 들이대며 ‘법치몰이’를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거리의 갈등을 제도권으로 수렴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다. 정부도 전교조도 단절적인 관계를 접고 내실있는 협상을 추구하는 ‘제도화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감들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식의 유보적 태도는 무책임하다. 법외노조화 이후 후속조치를 어떻게 원만히 이행할 것인지 전교조,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 교원단체의 한 축인 전교조가 법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법을 애써 무시한 전교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한번 불법을 스스로 해소하는 선택의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법을 지켜야 노조도 지킬 수 있다. 법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왕따다. 지금도 내부 규약을 고쳐 적법절차를 통해 합법노조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운동을 벌이더라도 실정법을 따르는 바탕 위에서 벌여야 설득력이 있다. 국가권력과 항상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전교조 정신은 아니다. 전교조에 냉소적인 사람도 참교육 정신에는 동의한다. 다만 극단적인 정치·이념 지향의 투쟁방식이 싫다는 것이다. 전교조를 전교조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기루 같은 거짓 정치가 아니라 진짜 교육 문제를 제대로 끌어안는 것만이 길이다. 김종면 수석논설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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