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태극기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안보리결의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59
  • 월드컵/ 지구촌 표정 “”내친김에 FIFA컵도 영구소유하자””

    “세계 축구계가 50년간이나 기다려왔던 경기였다.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은 호나우두였다.”(AP),“펠레와 자일징유,토스타오가 활약하던 1970년대 이후 가장 멋진 승리였다.”(AFP) 외신들은 30일 브라질과 독일의 월드컵 결승전에 축구사에서 보기 힘든 멋진 경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앞서 전세계 축구팬들과 언론들은 29일 한국·터키전에서 양국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보여준 훈훈한 장면에 찬사를 보냈다. ◇브라질 폭발 일보직전= 1억 7000만 브라질 국민들 사이에 환희의 폭탄이 터졌다.브라질의 우승을 알리는 심판의 호각소리가 울리는 순간 브라질 전역은 트럼펫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삼바 리듬의 드럼 소리,여기에 “브라질,브라질!”“5회 우승”을 외치는 함성까지 겹쳐져 떠나갈 듯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의 거리를 가득 메운 브라질 축구팬들은 이날도 특유의 삼바춤으로 승리를 자축하면서 서로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이번 승리로 유럽 축구가 개인기의 브라질 축구를 따라오는 것은 아직도멀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이번 승리로 브라질은 자존심을 되찾았다.”고 자부했다. 이들은 또 “내친 김에 2006년 독일우승컵에서까지 우승, 줄리메컵에 이어FIFA컵도 브라질이 영구소유하자.”고 의기양양해했다. ◇졌어도 만족(?)= 믿을 수 없는 탄식 소리.그리고 뒤를 이은 정적.호나우두의 결승골이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손을 지나 독일 골네트를 흔드는 순간 독일 전역은 침묵의 바다에 빠졌다. 거리에서,식당과 바에서 브라질과의 월드컵 결승을 지켜본 수십만의 독일국민들은 브라질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그러나 독일의 4번째 우승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 독일 축구팬들에게 꼭 승리만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초 16강에 오르는 것조차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독일팀이 결승에 오른 것만 해도 자랑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베를린 포츠다머광장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베니 와그너(24)는 “정말 환상적인 경기였다.독일팀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를 펼쳤다.대표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 국기를 나타내는 검정과 빨강,노란색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한 독일 국민들은 90분 내내 쉴 새 없이 “도이칠란트,도이칠란트!”를 외쳐댔다.AP통신은 포츠다머광장에서만 경기를 통해 “도이칠란트”를 외치는 소리가 3000번 이상 울려퍼졌다고 전했다.2초에 1번 이상 “도이칠란트”구호가 터져나온 셈이다. ◇한국에 찬사를= 영국 BBC방송 웹사이트는 각국 네티즌들의 의견을 묻는 ‘한마디’코너에 ‘한국에 경의를 표하자.’는 주제를 올렸다.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한국팀의 선전과 뜨겁지만 비폭력적인 축구팬들의 응원에 찬사를 쏟아냈다. 야지즈라는 이름의 터키 축구팬은 “한 손엔 태극기를,한 손엔 터키 국기를 든 한국 축구팬들의 모습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민들이 독일과 터키에 잇따라 패했음에도 불구,한국 선수는 물론 터키 선수들에게까지 박수를 보낸 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날 경기는 ‘한국과 터키 모두의 승리’라고 평했다. CNN방송은 한국·터키전은 이번 월드컵 게임중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중 하나였다고 전했고 스포츠 전문 웹사이트 CNN-SI는 돌풍을 일으킨 양팀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자케, 나도 한국이 좋아= 이번 월드컵은 전세계인들이 한국과 한국민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한국에 ‘인터넷 연서’를 보냈던 CNN-SI의 기자처럼 에메 자케 전 프랑스 축구팀 감독도 한국에서 보낸 날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고백했다.지난 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자케 전 감독은 르몽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회 기간 한국에 머물며 체험했던 전원풍경,역동적인 경제,국민의 친절과 자부심 등을 회상하며 전례없는 열기 속에서도 폭력사태가 없었고 상대팀 국가에 야유를 보내지 않은 한국 관중의 응원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국과 이번 월드컵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팀 금의환향= 월드컵 첫 3위라는 위업을 달성한 터키 축구대표팀이 30일 금의환향했다.이날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은 수천명의 축구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이들을 태운 차량은 공항에서부터 대규모 콘서트가 열린 탁심 광장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축구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른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앞서 터키 정치인들은 터키팀의 위업을 “역사적”이라고 선언했다.특히 아흐메트 네크데트 세제르 대통령은 “우리 팀의 성취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으며 스포츠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극찬했다. 박상숙 채수범기자 alex@
  • [월드컵 다시보기] (4)2002년 6월 한국

    ■‘대~한민국' 환희의 ‘붉은 축제' 활짝 2002년 6월 한국 사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월드컵으로 인해 분출된 역동성과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될 것인가.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길거리응원의 중심에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마력 앞에 해외동포들은 가슴 찡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전 세계는 부러움과 놀라움의 감탄사를 연발했다.특히 길거리 응원은 21세기 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이끌어 냈으며,기성세대의 고정관념까지 보기좋게 허물었다.지난 한달 동안 4700만 국민 모두가 공유한 흥분과 감격,환희와 눈물의 체험을 되짚어 본다. ◇208세대의 힘= 온 몸을 태극기로 휘감고 ‘대∼한민국’을 목터져라 외친 20대 초반의 여성들,‘386세대’들이 비장하게 부른 ‘아리랑’,‘애국가’를 테크노 리듬에 맞춰 머리 흔들며 부른 젊은이들,승리의 환호 속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앳된 학생들….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의 배경에는 그동안 늘 ‘말썽꾸러기’로 어른들의‘꾸중’을 듣던 ‘208세대’가 있었다.20대,2000년대 학번,80년대 출생자들이다. 젊음을 원동력 삼아 자발적으로 모인 ‘208세대’는 딱딱하고 비장하게만 느껴졌던 ‘태극기’와 레드 콤플렉스 탓에 금기시했던 ‘붉은색’을 아무거리낌없이 길거리에 내놓았다.이들은 ‘태극기 패션’,‘페이스페인팅’등 파격과 일탈의 문화코드를 유행시켰다.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21세기형 ‘잔치 문화’의 흥겨움도 선사했다.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물꼬를 튼 ‘축구 해방구’는 가정화목과 세대화합,이웃사랑의 한마당을 통한 국가 통합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208세대’가 보여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게 할 원동력”이라면서“외국인들도 이 엄청난 열정의 분출 광경을 경이의 눈으로 주시했다.”고평가했다. ‘우리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208세대’는 앞으로 문화변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원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스스로 창출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문화창조자와 문화수요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자신감’으로 충만돼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여성·아줌마 부대= 여성들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열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여성과 아줌마 부대를 뺀 길거리 응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길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의 절반 이상은 여성들이었다. 동덕여대 사회학과 정준영 교수는 “스포츠,특히 축구라면 남편이나 남의 일로만 치부해 왔던 아줌마부대가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거리로 나오면서 ‘월드컵 문화’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이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축구경기는 군대 얘기와 함께 ‘선수와 공이 힘차게 부딪치는,남성들의 운동’에 불과했다.그러나 월드컵과 길거리응원의 열풍은 마침내 여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 축구잔치의 황홀한 체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길거리 응원에 세 차례나 나왔던 주부 양미경(37·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포지션과 장·단점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랑했다. 젊은 여성들은 외국의 꽃미남 스타들을 보며 가슴 설레는 환성을 내지르기도 했다.일부는 ‘보는’ 축구가 아닌 직접 ‘하는’축구를 찾아 나서기도한다.전문가들은 가부장제의 남성우월주의로 인해 욕구를 분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길거리응원을 통해 집단행동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한반도 전체가 경련하듯 비명을 지른 잔치에 우리도 거리낌 없이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관심을 특별히 바라보는것 자체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고 반박한다. ◇잔치 한마당,뒤풀이= 폴란드와의 경기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50만여명에 불과했던 길거리 응원단은 경기가 거듭되면서 400만여명까지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달 25일 독일전에서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700만여명으로 불어났다.놀이터,학교 운동장,술집,식당 등에 모인 소규모 응원단의 숫자까지 합치면 온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집 밖 응원전’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날 도심 거리는 잔치 마당으로 변했고,아파트단지 베란다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가 메아리쳤다.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차량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고,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기차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열린 가슴’이 빚어낸 ‘난장’은 일상으로까지 이어졌다.‘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됐고,오가는 차량들도 ‘빵빵 빵빵빵’을 울려 대며 ‘우리’라는 동질감을 만끽했다. 잔치에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한국팀이 패배한 날에도 뒤풀이 응원의 모습과 열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광장’의 개념도 이념의 탈을 벗었다.‘4·19’,‘5·16’등 질곡의 현대사에서 ‘광장’은 언제나 ‘싸움터’였다.당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억압의 대상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월드컵 기간 국민들은 신명을 내고 잔치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중앙대 사회체육학과 안민석 교수는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 일희일비했는데도 기성세대들이 우려했던 과격행동이나 폭력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응원문화를 전하면서 ‘훌리건’대신 ‘콜리건’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번 월드컵은 이역만리 해외동포들에게도 ‘조국애’의 진수를 체험케 했다.동포들은 “태극전사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동포의 현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랐다.영국 유학생협회 게시판에서 ‘박종성’이란 ID의 네티즌은 “외로운 유학생활 4년 동안 이번처럼 한국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감격해했다. 300여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코리아-재팬(Korea-Japan)응원단’을 만들어 열띤 응원을 펼친 700여명의 재일동포들의 감동은 각별했다.대한해협을 넘어온 이들은 한국팀이 경기할 때마다 ‘화해와 감동’의 응원전을 펼쳤다.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권동품(52)씨는 “이번 월드컵이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데 좋은 약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도움’으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은 연일 신문 머리기사 1면과 상보를 통해 ‘한국의 기적’,‘현대축구의 신데렐라’라며 한국팀의 신화를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미국 현지동포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교민이 한마음이 돼 내년 ‘미주이민 100주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들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5년째 살고 있는 김수경(33·여·회사원)씨는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 등 우울한 소식이 많아 교민 모임도 뜸했는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축하인사를 나눈다.”고 좋아했다. ◇월드컵의 환호에 가린 그늘= 월드컵의 열기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아픈 모습 또한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5월 시작된 노동계의 임·단협 총파업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나홀로 투쟁’의 양상을 띠게 됐다.미군캠프기지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다리와 팔을 잃은 전동록씨가 세상을 등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월드컵에 묻혀 있었다.수많은노점상과 철거민들은 ‘국제적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과 철거를 당하며 힘겨운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지난달 13일에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꽃다운 소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상지대 교양학부 정대화(43) 교수는 “월드컵은 변화의 구심점이 없는 우리사회에 커다란 기둥으로 작용했다.”면서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모여 이뤄진 ‘연대’의 기운을 소외된 이웃에게도 나눠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혜영 이영표기자 koohy@ ■쏟아진 월드컵 유머·유행어 월드컵 기간에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각종 유행어와 유머도 많이 쏟아졌다. PC통신의 축구동호회에서 붉은악마가 탄생했듯 네티즌들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축구를 주제로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스타 선수와 각종 사건·사고,극적 반전이 만발했던 월드컵은 항상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주제였다. ◇히딩크=희동구(?)/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의 귀화를 위해 상암 희씨의 시조로 희동구(喜東丘)란 한국 이름을 붙인 모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한국팀이 승승장구하자 히딩크의 얼굴 사진을 확대 복사한 대형 주민등록증이 응원단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히딩크 감독 귀화운동’과 ‘이적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 네티즌들은 히딩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갖가지 이야기를 퍼뜨렸다.‘전능하사 세계를 하나되게 하신 축구신과 그 외아들 거스 히딩크 감독님을 내가 믿사오니…킥 오프’라는 ‘히딩크 주기도문’이 등장했다.‘송종국(國) 설기현(縣)에 살며 김남일을 한다….’로 시작되는 ‘히딩크 설화’까지 나왔다. 히딩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긴 명언을 묶은 ‘히딩크 어록’을 응용한 ‘히딩크식 수능대처법’도 등장했다.길거리 응원만 열심히 다닌 수험생이 “모의고사 성적이 이게 뭐냐?”고 닦달하는 부모님께 “모든 것은 11월에 맞춰져 있습니다.그때까지는 과정일 뿐입니다.11월이 되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겠습니다.”라고 대꾸한다는 것이다. 축구 열기 때문에 ‘월드컵 세대’로 불리는 현재 고교생들이 ‘단군이래 최저학력’을 기록하리라는 우려에는 “현재 200점,하루에 1점씩 올린다면 130일 후에는 330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는 유머도 나왔다.“골드컵을 원한다면 골드컵에 맞춰주고,월드컵을 원한다면 월드컵에 맞춰주겠다.”란 히딩크의 말을 응용해 “모의고사를 원한다면 모의고사에 맞춰주고,수능을 원한다면 수능에 맞춰주겠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꽃미남 열풍/ 잉글랜드의 베컴,한국의 안정환 등 축구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난 선수들은 ‘꽃미남’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두 선수가 각각 ‘인디언 머리’,‘아줌마 파마’라는 독특한 머리 모양을 선보이자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으로 퍼지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가장 인기높은 국가대표 선수는 기죽지 않는 거친 수비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김남일 선수.일부 네티즌들은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했던 김 선수의 이력과 외국 선수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일화를 엮은 ‘김남일 어록’을 만들어 그의 인기를 확대 재생산했다. 김남일의 팬들은 월드컵 주제가 ‘발로 차’를 개사(改詞)한 ‘걷어 차’를 김 선수의 주제가로 선사했다. ‘압박축구’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일로 부각되면서 한국 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의 제목과 포스터를 패러디한 ‘한국,압박왕되다’라는 합성사진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각국 선수 이름이나 팀의 별명을 이용한 말장난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팔꿈치를 이용한 교묘한 반칙으로 ‘아주리 군단’이 아닌 ‘아주 까리 군단’으로 불린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한 뒤 ‘(집으로)아주 가 버리게’ 됐다고 비꼬았다. 윤창수기자 geo@
  • [월드컵을 넘어서] (4)길거리응원을 사회통합 힘으로

    ■광장응원 열기 ‘사회융합' 용광로로 ‘2002년 6월’은 우리에게 실로 충격,그 자체로 다가왔다. 연인원 2500만여명,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파들이 전국의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필승 코리아’를 소리높여 외치는 전대미문의 일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역사상 세대·지역·이념·성별 등 모든 갈등을 뛰어넘어 오직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신명,열정이 표출된 한판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아무도 예측 못한 거대한 ‘붉은 해일(海溢)’이 한반도,아니 전세계를 강타했다. 역사가들은 ‘6월 월드컵’을 3·1운동,4·19의거,5·17민주화 운동,6·10항쟁 등 우리 역사의 분수령을 이어갈 ‘쾌거’로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주체할 수 없는 숭고한 열정과 감동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이번 월드컵 체험은 분명 남북,동서,학연,지연으로 갈리고 찢긴 민족에 새로운 ‘공동체 건설’의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공동체의식 형성= 우리 국민들의 열광적 환호는 단지 축구를 향한 열정만이 아니다.세계 일류와 맞설 수 있다는,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쟁력과 당당한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애초 길거리 응원은 정치·경제·사회적 스트레스,IMF 이후 억압된 욕망과 좌절,욕구를 해소하는 자발적 ‘카니발’로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에 농축된 강렬한 집단주의의 긍정적 표현으로 발전했다.불의에 저항하는 4·19의거,6·10항쟁 등으로 이어지는 길거리 투쟁의 훌륭한 유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한 세대 전 군부독재와 맞서 50만명이 시위를 벌였던 시청 앞 광장에서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 100만명이 국민적 메시지를 갖고 새로운 슬로건을 외쳤다.”고 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익주 서울대(인류학과) 교수는 “평소 소외되고 단절된 생활을 하던 현대인이 모처럼 월드컵을 계기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일체감을 느끼는 등 공동체 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제,“일시적 욕망 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단절되고 갈라진 우리 사회가 통합의 길로 나가는 에너지로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서 통합과 열린 세계와의 접목= 월드컵 응원 열기는 동양 특유의 강한 집단주의와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인권·시민 단체에서는 “붉은악마(길거리 응원)가 국가주의와 맹목적 애국심을 부추겨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려보다는 긍정적 가능성이 더 크다.정해진 목표를 향해 강도 높은 민족주의의 모습을 각인시켰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방어적·패쇄적이 아니라 ‘개방적’,열린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 가치 희생을 전제로 한 과거 문화와 달리 집단적이되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됐다는 지적이 많다. 수직적 공동체주의가 서구 문화에 익숙한 90년대 신세대들의 수평적 개인주의와 결합,‘개인주의적 집단주의’라는 새로운 문화,동·서 통합적 문화를 창출한 것이다. 붉은악마들의 열광적 응원과 질서정연함이 조화된 응원 문화는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2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난동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유럽의 악명높은 ‘훌리건 문화’는 감히 근접도 못할 수준이다.이 때문에 영국의 BBC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고,로이터 통신은 “72년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회통합의 과제= 우리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모처럼 이땅에 산다는 사실에 신바람 나 있다.우리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신바람이 나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극복해 내는 것이다. 이 신바람과 기운을 잘 살려 갈등과 대립,분열을 누그러뜨리고 사회통합을 촉진,‘코리아’전체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만길(姜萬吉) 상지대 총장은 “3·1운동은 친일파가,4·19의거와 6·10항쟁은 군부·독재정권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6월 월드컵은 전국민이 합세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여기서 분출된 에너지를 민주화와 사회통합,발전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는 강제적 획일성이 아니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균형과 통합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이다.축구의 역동성과 생명력,탈문명적요소가 공동체 문화의 복원과 민족·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겉으로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행동에선 학연 지연 등 패거리문화에 의존하는 우리 문화 특유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사회통합의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오일만기자 oilman@ ■축구강국 100년 대계/ 저변 확대 꾸준히… 프로리그 활기차게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은 2002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창조하면서 당당히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신화의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따라서 명실상부한 축구 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남달리 전력 강화에 힘썼던 대회 개막 이전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과거에 견줘 한국 축구의 인프라는 상당히 개선됐다.대표적인 예가 세계적 수준의 10개 경기장 신설이다.더구나 이중 7개는 축구계의 희망에 따라 전용구장으로 지어졌다. 이밖에 천연잔디 구장 6개면과 인조잔디 1개면,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숙박시설을 갖춰 각급 대표팀 훈련 및 심판·지도자 강습장으로 두루 활용될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준공 등도 월드컵 개최가 가져다 준 부산물이다. 결국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하드웨어에서는 상당한 기틀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남은 과제는 이같은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100년 대계를 세우는 작업이다.그 내용은 크게 저변확대,과학적이고 통일된 커리큘럼에 의한 인재 육성과 지도자 양성,프로리그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저변 확대는 4강 신화의 효과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실천해야할 과제다.현재 한국의 축구 저변은 월드컵 4강 진입이 기적으로 비쳐질 만큼 열악하다.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등록선수.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중인 등록선수는 1만 8000명.세계 1,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브라질이 각각 180만,150만 이상의 등록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그야말로‘조족지혈’의 수준이다. 유능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데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20세 미만의 선수 재목과 지도자 후보를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엄선해 해외 유명클럽이나 교육기관에 위탁해 교육받게 한다거나 프로팀 산하에 유소년 팀을 운영해 체계적으로 꿈나무를 육성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아직 통일된 틀이 없는 지도자 육성 과정도 하루 속히 완성해야 할 숙제다.이웃 일본이 우리보다 10년이나 늦은 93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키고도 ‘100년 프로젝트’아래 유소년팀,청소년팀,성인팀 별로 통합 과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귀감이 될 만하다. 프로리그의 활성화 역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이는 10개 월드컵경기장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원 부산 울산 대전 외에 월드컵 개최 6개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양 부천 성남 포항 광양 등을 연고로 하는 기존 프로구단의 연고지를 월드컵 개최도시로 이전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프로축구단을 유소년,청소년,성인팀등을 모두 갖춘 클럽시스템으로 바꾼 뒤 마케팅을 강화하도록 하는 일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수과제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들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축구협회뿐 아니라 정부와 축구인,축구팬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중지를 모으고 이를 관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해옥기자 hop@ ■전문가 제언/ '길거리 응원문화'살려 아파트 공동체 운동으로 이제 7월이다.들떴던 축제의 장에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올 때다. 지난 한달 동안 국민 모두를 축구마니아로 만들며 밤잠을 설치게 했던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서 축구의 금단(禁斷)현상이나 심리적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월드컵에 대한 전 국민적 참여열기와 주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분위기를 국운상승의 기회로 바꾸자는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념일을 제정하고,관련부처가 모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보고 대회를 갖는 등 월드컵의 불씨를 살리려는 징후가 역력하다. 문제는 이런 묘안들이 과연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과거에 경험했던 것처럼 소비적인 일회성 행사나 동기부여가 약한 전시행정에 국민들을 반강제적으로 끌어 모으는 일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드러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저 일상의 차원에서 생활문화의 격조를 높이는 방법이 궁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그렇지만 너무도 일상적인 문제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과제이자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화두로서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단지내 주차장으로,놀이터로,학교운동장으로 나가 한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이웃과 손을 마주쳤다.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마주 보이는 집에서는 태극기가 보기 좋게 휘날렸고 동네 슈퍼와 길거리 과일장수 아저씨는 반짝 세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이렇듯 다정한 이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서로 몰랐던 이웃과 억지웃음으로 대했던 단지내 주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친근한 이웃으로다가올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는 온통 붉은색의 물결이 일렁였다.우리 스스로가 놀랐을 정도로 충만한 에너지가 지난 한달 동안 한반도에서 발산된 것이다. 아울러 더불어 만들어가는 사회의 가능성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으며,아파트단지에서의 공동체 활동에도 적지 않은 시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길거리 응원에서 비롯된 국민적 참여와 그 결과로 빚어진 공동체 문화의 아름다움에는 몇 가지 성립조건이 있다. 우선 더불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나 장소가 있어야 한다.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경찰에 의해 보호되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준비된 공간이어야 한다.이웃과 언제나 정담을 나누거나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파트에 충분히 확보되어야 함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두번째는 그 공간에 담길 콘텐츠 확보이다.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품었던 소망이다.이 소망에는 집단이나 세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으며,사회적 지위나 소득의 차이와 같은 갈등의 요인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아파트 주민들 모두의 소망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되 주민들 개개인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부터 찾아 나선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아파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 세번째는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길거리 응원을 이끌었던 붉은악마는 우리 모두였다.어느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강제해서 이루어진 응원이 아니었다.붉은악마의 활동가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묵묵히 일반 대중들의 축제를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전개했던 아파트 공동체 운동이 혹시 한 두사람이 이끈,그래서 대다수 주민은 멀뚱하게 바라본 일은 아니었을까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이제라도 그 운영의 틀을 재고해 봐야 할 때다. 박철수/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
  • 월드컵/후회없는 한판, 하나된 ‘6월 신화’는 찬란했다

    720시간을 숨가쁘게 질주해온 ‘폭주기관차’가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랐다.더 이상 나아갈 곳은 없었다.이제는 멈춰서야 할 때라는 것을 ‘태극전사’들도 이미 깨달은 듯했다. 2002 한·일월드컵의 국내 마지막 경기.후회없는 명승부였다.승패는 처음부터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대구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4강 신화에 이미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경기 전 장내 아나운서가 터키 선수들을 호명할 때 떠나갈 듯한 박수가 터져나오면서부터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지나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선수들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그간의 희열과 좌절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꿈같이 멀게만 느껴졌던 월드컵 첫승,그리고 16강,8강.마침내 기적 같은 4강까지.결승 문턱에서 맛본 독일전에서의 뼈아픈 좌절도…. 이날도 마지막에 뒤집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한국인의 저력을 이미 세계에 충분히 보여줬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터키선수와 태극전사들은 굳게 손을맞잡았다.그라운드에 지쳐 쓰러진 한국 선수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터키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양팀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관중들에게 답례를 했다.양손에는 태극기와 터키국기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한국과 터키는 피로 맺어진 형제국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뒷짐을 진 채 경기 내내 애써 초연함을 지켰던 히딩크 감독도 이제는 축제를 끝내야 할 시간임을 알았다.‘히딩크 히딩크 히딩크’.스탠드의 열광적인 함성이 달구벌의 밤하늘을 다시 갈랐다. 한국 선수들과 모든 스태프들은 미들서클에 원을 그리고 모여 섰다.그리고는 관중들을 향해 모두 큰절을 올렸다.한국축구의 4강신화는 4700만 국민 모두의 공로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듯…. 선수들은 이어 히딩크에게 달려가서 팔다리를 부여잡고 헹가래를 쳤다.다소 멋쩍은 표정이었지만 히딩크는 이내 양손을 들고 고개를 숙이며 스탠드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홍명보도 후배들의 헹가래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경기는한국팀이 아깝게 졌지만 이미 그라운드에 패자는 없었다.선수들도,관중들도,국민들도 모두 승자였다.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치지 않는 관중들의 함성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었다. 대구 김성수기자
  • 월드컵/ 한·터키전 길거리응원 표정

    “코리아팀 파이팅,터키팀 파이팅” ‘태극전사’한국팀이 ‘투르크 전사’터키팀과 3,4위전을 벌인 29일 전국에서는 마지막 ‘붉은 물결’의 장관이 연출됐다.이미 ‘4강 신화’의 짜릿함을 맛본 시민들은 패배의 아쉬움보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양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일부 응원단은 뜻밖의 서해교전에서 숨진 해군들을 위해 검은 리본을 달고 애도를 표했으나 축구 경기는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아쉬운 피날레- 이날 서울 시청앞 광장 50만명,광화문 30만명 등 전국 311곳에서 214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연휴와 서해교전 등의 여파로 지난 25일 독일전 당시 700만명에 비해 훨씬 줄어든 규모였지만 이번 월드컵 마지막 길거리 응원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응원열기는 더 뜨거웠다. 경북 영주에서 시청까지 왔다는 김형준(24·강릉대 4년)씨는 “지난 한국전쟁때 우리를 도와준 터키에 승리를 내줬기 때문에 크게 분하지는 않다.”면서 “비록 4위에 머물렀지만 축구도 응원도 후회없이 온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3살된 아들을 데리고 광화문에 나온 주부 이영숙(34)씨는 “아들이 크면 월드컵으로 행복했던 2002년 6월의 추억을 말해 주겠다.”면서 “이제 선수들이 마음의 짐을 벗고 푹 쉬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인터넷 동호회 ‘터키팀을 응원하는 모임’회원 500여명이 응원전을 펼쳤다.허윤정(30·여)씨는 “터키팀이 너무 잘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호주인 마이클 앤더슨(33)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몸을 사리는 유럽 선수들과 달리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붉게 물든 달구벌- 지난 10일 미국전에 이어 두번째 한국팀의 경기를 치른 대구는 온통 붉은 물결과 함성으로 뒤덮였다.시민들은 한국전쟁 당시 혈맹국인 터키와의 경기를 화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며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거리 곳곳에는 ‘우리는 터키를 사랑합니다’라는 터키어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태극기,터키 국기가 나란히 게양됐다.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길거리 응원장에 나온 시민들은 패배를 아쉬워하면서도 밤늦게까지 폐막을앞둔 월드컵 열기를 만끽했다. 김종술(24·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월드컵 추억을 남겼다.”면서 “월드컵의 열기가 계속 이어져 우리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해교전 여파- 이날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서해교전 소식이 전해지자 “잔치 한마당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날 수 있느냐.”며 한때 술렁거렸으나 곧 안정을 되찾았다.유상호(47)씨는 “북한이 월드컵 녹화방송을 주민들에게 내보내 기뻐했는데 뜻밖의 사건이 터져 남북관계가 경색될까 염려스럽다.”며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숨진 해군을 추모하는 뜻에서 검은색 리본을 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가슴에 검은색 나비 모양 리본을 단 한명우(28·서울 성동구 성수동)씨는“우리가 즐겁게 응원을 할 수 있도록 나라를 지키다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은 군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 주둔하는 해병부대는 그동안 월드컵 한국전이 있을 때마다 인근 농협 마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장병과 주민 700∼800명이 함께 응원전을 펼쳐왔으나 이날은 남북 해군간에 교전이 발생하자 계획된 응원전을 취소하고 경계강화에 나섰다. -홀가분한 선수가족- 이날 대표선수 가족들은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제야 두 다리를 펴고 잠잘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송종국 선수의 아버지 송민배(53)씨는 “4년뒤 독일 월드컵때는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4강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가자.”고 다짐했다.박지성 선수의 아버지 박성동(44)씨는 “한국전쟁 때 참전한 우방국인 터키와 거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일”이라며 “4년 후엔 우리 지성이가 대표팀의 주축이 되어 더 멋진 경기를 펼칠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아침 남편에게 ‘승리의 선물을 보여 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유상철 선수의 아내 최희선(30)씨는 “딸 다빈이가 아빠를 너무나보고 싶어 한다.”면서 “남편이 돌아오면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마련할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 황경근·이창구 윤창수기자 window2@
  • [사설] 한국 이겨라, 터키도 이겨라

    오늘 밤 한국이 대구에서 터키와 월드컵 3,4위전을 갖는다.지난 한달 동안 길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국민들의 가슴에는 결승전까지 내닫지 못한 아쉬움이 아프게 남아 있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전례없는 위업을 달성했고,‘붉은 응원 물결’은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뚜렷이 각인시켰다.도달하지 못한 마지막 목표는 미래의 몫으로 남기고 세계인들이 보낸 갈채를 함께 향유할 때가 됐다.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확정됐을 당시 스스로에게 다짐했듯이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길거리 응원 후 말끔한 갈무리로 세계의 찬사를 자아낸 것처럼 터키와의 3,4위전은 업그레이드된 한국의 이미지에 마침표를 찍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더구나 상대는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터키다.“형제끼리 친선경기인데….”라는 터키팀 감독의 말을 되풀이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축배의 잔을 들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대를 만났다.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인에게는 ‘피를 나눈 형제’란 코란의 가르침이나 마호메트의 예언과 버금가는 무게를 갖는다.터키인들이 브라질과의 경기 때 한국 주심의 판정에 유난히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던 것도,한국의 성원에 ‘한국 상품을 사자.’며 쉽게 달아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3위냐,4위냐를 다투는 승부에서 의도적인 봐주기나 양보란 있을 수 없다.선수와 감독은 마지막 땀방울까지 쏟아내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다만 응원석에서는 ‘일방적인’치우침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다.서로 아낌없이 격려하고 갈채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다행스럽게도 이같은 조짐은 벌써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오늘 시청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길거리에는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붉게 물들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응원전에서는 한국도 이기고 터키도 이기는 ‘이상한’3,4위전이 되는 것이다.세계인들에게 한국·일본 월드컵의 최종 승자는 한국이라는 기억이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 “우정의 승부 유종의 미를”

    “월드컵 4강 신화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자.” 월드컵 3,4위전을 하루 앞둔 28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팀의 선전을 당부했다.주말 저녁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를 거리에서 응원하려는 시민들은 들뜬 표정으로 시간을 재촉했다. -우정의 한판 승부- 시민들은 서포터스의 공동응원 등으로 혈맹 관계를 새롭게 다진 터키와의 일전이 멋진 승부가 되도록 양국 선수들이 ‘페어 플레이’를 펼칠 것을 기대했다. ‘붉은악마’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를 잔치 한마당으로 이끌 예정이다.터키팀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일체 야유하지 않도록 선의의 응원전을 유도하기로 했다.관중석 카드 섹션 구호로는 ‘CU@K리그’를 채택했다.이는 ‘See You at K리그’를 신세대 사이버 언어로 축약한 것으로 월드컵 열기를 한국 프로축구 리그로 이어가자는 희망을 담았다. 서울 시청앞 대형 전광판 바로 앞에는 터키 서포터스를 위해 200석이 따로 마련된다.이들은 터키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투르키예 투르크,하이디 바스트르(투르크 전사들이여,돌진하라)’를외칠 예정이다. 한차례도 길거리 응원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유중희(37·경기 광명시)씨는 “평생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서울 시청 앞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400만여명이 거리 응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서울에서는 광화문 60만명,시청 50만명 등 177만여명이 쏟아져 나온다. -달구벌에서 마지막 잔치를- 대구시민들은 한국-터키의 3,4위전이 4강 신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경기가 되기를 기대했다.시는 터키 서포터스 100명을 조직,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고 터키 국기 7000장을 관중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김민석(23·대구시 중구 동인동)씨는 “혈맹국가인 터키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길거리 응원?- 앞으로 20여년 동안은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2010년 월드컵은 아프리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대회 모두 우리 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경기가 열려 길거리 응원이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2014년이나 2018년 월드컵이 북·남미에서 열리면 길거리 응원은 더욱 힘들다.시청 앞이나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새벽이나 출근 시간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인 아시아 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려야 길거리 응원이 재현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을 빼면 월드컵을 개최할 역량을 가진 국가를 찾기 힘들다. 이창구 유영규기자 window2@
  • 월드컵/ 혈맹 터키에도 따뜻한 응원을

    잘 싸웠다.한국축구가 사상 처음 월드컵 4강에 올랐다.온 국민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었다.전 국민이 하나된 붉은 축제 속에서 모두가 흐트러짐이 없었다. 선수들과 전 국민은 우리가 승리했음을 믿는다.우리는 경기장에서,거리에서,안방에서 4700만이 하나되어 뛰었고,열광하고 감동했다.이번 월드컵은 무엇보다 우리의 관전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으며,승부를 떠나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여유도 가르쳐 주었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으로 경기장 출입구마다 수십명씩 길게 늘어서도 짜증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경기장을 질서 정연하게 빠져나가는 것도 예전에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특히 경기장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수십만명이 하나되어 자발적으로 ‘붉은악마’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오∼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는 모습은 단순한 장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었다.우리팀과 경기하는 상대팀의 선수가 볼을 몰고 갈 때면 야유의 우렁찬 목소리가 합창이 되어 “우우…”하면서 상대선수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것은 ‘옥에 티’임에 분명하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는 이러지 말기를 바란다.월드컵 전초전에서 터키국민들이 한국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가져 터키 주재 교포들을 불안케 했던 외신을 기억한다. 터키 국민들이 “한국은 우리 삼촌이 피를 흘리며 지켜 준 나라다.두나라 중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라던 이야기도 들었다.이번 경기에선 터키선수가 공을 몰고 갈 때 야유의 소리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두 나라중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월드컵 주최국 국민답게,또 터키의 형제국 국민답게 신뢰와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자. 이연수 공보담당관 서울지방 경찰청
  • 대구 3·4위전 시야장애석 오늘부터 6000여장 판매

    ‘달구벌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29일 한국-터키의 월드컵 3,4위전 준비에 분주한 대구시는 이날 전 세계에 대구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초대형 태극기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했다.가로 60m,세로 40m 크기의 이 초대형 태극기는 지난 10일 대구에서 한국-미국전에 처음 선보인 이후 월드컵 응원전의 상징처럼 돼 왔다. 시는 또 대구야외음악당에서 대형 축하쇼와 외국인을 위한 특별잔치 등을 열기로했다. 월드컵조직위는 3,4위전 입장권이 지난 24일 완전 매진됨에 따라 시야장애석 6000여석을 확보,28일부터 인터넷이나 경기장 매표소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발언대] 국난극복 정신 계승해야

    6월 한달동안 이 땅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 축구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온 국민이 뜨거운 마음으로 하나되는 모습을 통해 민족의 무한한 저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국운융성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각국 선수들은 자신의 국기 앞에서 국가(國歌)를 부르며 선전을 다짐한다.이를 보면서 76년전인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하고도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나라 잃은 분을 삭였던 손기정(孫基禎) 옹이 떠올랐다.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삶의 터전인 국가공동체가 절실하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조국이 없다면 태극기를 흔들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세월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꿈이자 간절한 바람이었던 적이 있었다.일본 제국주의 때문에 나라 잃은 아픔을 경험했고 광복의 벅찬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름다운 산하를 피로 물들인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이때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미련없이 던진 분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광을 만들어 낸 분들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월드컵과 지방선거가 겹쳐 사회적 관심과 참여 분위기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오히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단합과 국민적 자부심,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보훈가족들은 터키,미국,프랑스 등 6·25전쟁에 참가한 국가의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보훈가족 월드컵 응원단’을 구성했다.우리 국민의 따뜻한 보은의 정을 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는 추모 분위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이례적으로 총리담화문을 발표해 정책적 의지도 표명했다.총리실 산하에 가칭 ‘호국·보훈정책 추진기획단’을 설치한 것은 내실있는 보훈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성과다.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호국·보훈의 달에 표출된 애국심과 공동체 정신을 계속 이어 나가 우리사회의 중심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나라사랑 마음과 국난극복의 정신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승하는 것이야 말로 희망찬 내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재달/ 국가보훈처장
  • “태극문양을 살리자”한국대표 시각상징물 추진

    ‘태극 문양을 생활속으로’ 정부는 26일 앞으로 태극문양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각적인 상징물의 하나로 정하고 태극기 사랑의 생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붉은악마들이 태극기를 활용,각종 응원전을 펼친 데 이어 치마,바지까지 만들어 입으면서 태극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개가'를 올린 만큼 앞으로 태극문양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각종 생활용품 및 기념품에서 태극문양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 공모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또 생활 속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태극기 소품 개발·보급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어 광복절을 맞아 오는 8월19일 독립기념관에서 태극기·무궁화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최광숙기자 bori@
  • 월드컵 ‘숨은 주역’ 환경미화원 이철규씨

    “또 쓰레기 바다가 됐구만.” 80만 인파가 한국팀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염원하며 응원을 펼친 25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경기가 끝난 뒤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철규(李喆圭·사진·49·서울 종로구 숭인동 상일아파트)씨가 힘겹게 빗자루질을 시작했다. “경기에 지니 맥이 풀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푸념하면서도 이씨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팀이 경기를 할 때마다 이씨는 동료 200여명과 함께 시청광장 주변 정리를 맡아 왔다.작업은 고되지만 매번 응원 열기에 파묻히는 즐거움이 그런 대로 쏠쏠했다. 무엇보다 대형 전광판에 비춰지는 우리 선수의 모습에 축구 선수인 아들 진형(鎭衡·18·문일고 2년)이가 오버랩되면서 이씨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감돌곤 했다. 이날도 이씨는 새벽 4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중구 일대 골목길을 청소한 직후 곧장 수원 아주대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문일고 축구팀이 아주대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왼쪽 수비수인 아들이 대학생 형들과 맞서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이씨는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주는데 아들이 묵묵히 꿈을 키우는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팀의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씨는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급히 발길을 돌렸다. 시청앞 상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격려하는 폭죽이 터질 때마다 이씨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유난히 돋보였다.바람에 날린 신문지가 이씨의 얼굴에 붙었다가 날려갔고,처치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녹색 작업복이 땀으로 젖어갈 무렵 태극기를 두르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를 활보하던 젊은이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와 “아저씨,저희가 도와드릴게요.”라며 팔을 걷어 붙였다.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씨는 “옆에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선뜻 돕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도 많다.”며 이들을 반겼다. 이날 시청 앞에서만 98t의 쓰레기가 나왔다.중구 전체에서 수거되는 하루 쓰레기량이 평균 260t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쓰레기가 늘면서 이씨의 작업시간도 길어졌다.새벽 3시가 다 돼서야 허리를 편 이씨는 거짓말처럼 말끔해진 거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우리 아들도 수백만명의 응원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빌 것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생깁니다.”새벽 골목길 청소를 위해 다시 구청으로 향하는 이씨의 어깨가 왠지 가벼워 보였다. 이창구 임일영기자 argus@
  • [사설] 650만의 함성 한국을 바꾸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우리 축구대표팀이 아쉽게도 결승 문턱에서 좌초했다.며칠새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게임을 두 차례나 펼쳐 체력이 소진된 탓이다.그러나 우리가 이뤄낸 월드컵 4강은 그 자체로 이미 신화이고 기적이었다. 특히 붉은악마 650여만명이 펼쳐낸 거리응원은 한편의 웅장한 서사극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이들 붉은악마는 사실 이번 월드컵의 주역이었다.우리 민족이 이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일이 언제 또 있었을까.붉은악마의 함성을 단순한 응원이 아닌,한국사회의 획기적인 변화를 호소하는 ‘일대 사건’으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당장은 오는 29일 대구의 3,4위전을 잘 치르는 등 대회를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그 다음에는 억눌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가져온 드라마,즉 거리응원의 붉은 해일에 담긴 뜻을 냉철하고 엄숙하게 헤아리는 일에 모두 매달려야한다고 본다.수많은 지식인들이 분석했다시피 붉은악마가 우리에게 선사한 소중한 자산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유럽 열강에 대한 콤플렉스를 일거에 씻어내게 했다.게다가 이번 붉은 물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매스게임처럼 기계적인 것도,타율적으로 훈련된 것도 아니다.연령 성별 직업 빈부 국내외 등을 가리지 않고 붉은 티셔츠만 입으면 하나가 됐다.나아가 붉은악마가 응원하고 간 서울 시청앞 화단은 꽃잎하나 다치지 않았다.수십만명이 모였던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대∼한민국”과 태극기가 가까워진 것도 감동적이었고 축구를 외면했던 여성들이 열풍을 이끄는 모습도 새로웠다.이 모든 것은 우리 나라가 이미 자유롭고 평등하게 바뀌고 있으며,앞으로 더욱 바뀔 것임을 웅변해준다. 이제 거리응원의 흥분은 머지않아 수그러들 것이다.그러나 거리응원의 열광은 결코 신기루에 그쳐서는 안된다.민족발전의 자양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그것이 제대로 안되면 우리는 깊은 허탈감에 빠져,발전은 커녕 퇴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따라서 각계의 지도자들은 거리응원에서 엿보인 민족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연구와 도전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이를 통해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와 평화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한포럼] 일본의 열린 마음

    한국이 서울에서 독일과 월드컵 결승 진출권을 다투던 25일이었다.현해탄 건너 일본 열도에서도 ‘대∼한민국’함성이 요란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수도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신주쿠 오쿠보 거리 등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한국과 독일 경기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한국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이었다.일본 월드컵추진의원연맹이 요요기 경기장에 마련한 한국 응원 이벤트에는 5000여명이 몰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했다. 우리 돈으로 2만 5000원을 내고 몰려든 5000여명 가운데 교포들이 많았지만 일본인들도 못지 않았다고 한다.‘붉은악마’또래의 젊은이 혹은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일본 사람들이 교포들과 어울려 열렬히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는 것이다. 이웃은 사촌이지만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는 앙숙이다.프랑스와 독일,이란과 이라크,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그랬다.앙숙은 아니더라도 정말로 지기 싫은 상대였다.그 일본이 기모노 대신 붉은 티셔츠를 입었다.겉 모습을 먼저 바꿨다.일본은 속내와 겉이다르다고 알려진 터라 미심쩍었다.그런데 그들이 이번엔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혼신을 다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다.식민 통치를 하면서 착취했기 때문이 아니다.한글을 없애고 태극기를 불사르고 이름을 바꾸도록 강요했다.우리를 아예 말살하려 했던 그들이기에 경쟁해서 이기고 싶었다.일본도 똑같았다.한국을 경멸하며 싸워서 압도하려 했다.이길 수도 있고,질 수도 있는 축구 경기지만 한·일 간에는 무승부가 무난했다.양국의 무한경쟁 심리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불을 뿜었다.공동 개최하기로 해 놓고도 서로 눈을 흘겼다.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서도 왼손으론 주먹을 쥐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월드컵 본선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한국은 이겼고 일본은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으레 시샘해야 할 일본이었다.그런 일본이 일본 몫까지 싸워 달라며 성원을 보낸 것이다.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자 일본 언론은 “한국팀의 기백과 일체감에는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고 격찬했다. 스페인을 누르고한국이 4강에 안착하자 일본의 유수한 일간지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億(1억의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한글로 제목을 달았다.그들의 할아버지들이 말살하려던 한글로 신문을 만들었다. 한국 축구에 정신을 차린 것은 일본뿐이 아니다.월드컵 경기를 녹화 방송하면서도 한국팀 경기만 악착같이 빼놓던 북한이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거의 대부분 방영했다.응원단의 ‘대∼한민국’은 들리지 않도록 처리했지만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인 태극기는 그대로 내보냈다.36년 전 런던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격파했던 과거사를 곁들였다고 한다.축구의 불가사의는 휴전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국군 확성기를 통해 이탈리아전 중계 방송을 듣던 북한 병사들이 한국이 이기자 박수를 쳤다고 한다.축구라는 코드를 입력하면 남북은 이미 하나가 된 셈이다. 축구는 세상의 고해성사를 받아내는 마력도 갖고 있다.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한국과 스페인 경기가 끝나자 호치(報知)라는 스포츠신문에 “내가 틀렸다.지난날 한국 축구 대표팀에(중략) 정말 실례되는 글을 쓰고 말았다.”는 글을 기고했다.한국 축구를 애써 얕잡아 보았던 속내를 토해냈다.무라카미 류는 한국 축구를 비하하면서 ‘신흥 공업국’이라는 어휘를 쓴 것을 크게 후회하는 듯했다.일본의 부(富)를 내세워 한국을 압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까닭이다. 확실히 일본은 한국과 월드컵을 함께 치르면서 마음을 열었다.일본의 국민 의식이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고 보편적 가치를 수용할 만큼 의식의 외연을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한편에선 한·일 양국에서 축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월드컵 세대’의 특성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20세 안팎의 인터넷 세대로 이질적인 민족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세계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매개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한편에선 군사 대국화를 시도하는 일본이라 선뜻 믿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축구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시대를 일궈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chung@
  • 월드컵/침통한 붉은악마 “결승 길목에서…”통한의 ‘붉은 눈물’

    ‘붉은악마의 눈물.’ 한국의 결승행이 좌절되자 한달 가까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붉은악마도 통한의 눈물을 뿌렸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에 견줘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여긴 독일에 당한 패배라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25일 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독일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한국 응원단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마지막 한 고비만 넘기면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이날도 현란한 카드섹션과 열광적인 응원전을 선보이며 한국 응원단을 이끈 붉은악마는 아직도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허탈한 표정이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떨구거나 붉은 머플러를 손수건삼아 눈물을 닦는 이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강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 못지않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붉은악마의 활약은 단연 압권이었다는 평가다. 한국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세계 축구팬들에게 코리아의 투혼을 보여줬다면 붉은악마는 경기장 밖에서 한민족의 단합된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국팀이 4강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붉은악마에 고무된 ‘12번째 선수’인 국민들 성원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97년 5월 축구대표팀 서포터스로 출발한 붉은악마는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며 회원수만 11만명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세를 불렸다. 상업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오로지 ‘축구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을 붉게 물들이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경기 때마다 대형 태극기를 동원해 젊은이들에게 잊혀진 애국심을 불러일으켰고 나이와 성,지역과 계층을 뛰어넘은 사상 초유의 ‘길거리 응원전’으로 8000만 한민족이 축구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4강 진출 못지않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붉은악마의 변치 않는 축구사랑을 확인한 것도 이번 월드컵에서 거둔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김성수기자 sskim@
  • [월드컵 뷰] ‘월드컵 세대’의 등장

    마침내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세대라는 말의 원래 의미 그대로 ‘공통경험에 근거해 공통의식을 갖춘 사람들의 무리’말이다.이 세대를 ‘월드컵 세대’라고 부르자는 데 아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세대가 명멸했다.하지만 그것들 모두는 이윤에만 관심이 있는 상업주의가 만들어 낸 이름만의 세대였을 뿐이다.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뒷받침할 만큼 우리 사회가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한데 엮어줄 공통의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새세대는 지금껏 출현을 미뤄왔다고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의 주축을 이룰 젊은이들은 때로는 ‘신세대’로,때로는 ‘I세대’나 ‘N세대’로 불리며 장사꾼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우리 사회를 풍미한 온갖 유행의 열풍은 공통 경험을 갈망했던 이 젊은이들의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들이 스스로 공통 경험의 장을 일구어냈다.전국의 거리를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은 거리응원이 바로 그 장이다.하나되어 외치는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서 젊은이들은 그들이 과연 무엇을 공유하는지를 서로 확인하며 동질성을 함께 형성해 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함께 박수치고 부둥켜안으면서 그들은 서로가 같은 세대임을 몸으로 느껴가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새로운 세대가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등장을 첫 손에 꼽고 싶다.엄청난 규모의 집단을 앞에 두고 개인의 등장을 얘기한다는 점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집단은 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유행에 휩쓸리는 무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들의 모임이다.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나이에 구애받지 않으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형형색색의 문양으로 몸을 꾸미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집단의 압력에서 아직 충분히 해방되지 못한 그들의 태도에는 다소의 머뭇거림이 엿보이기도 한다.질서를 유지하려고 과도하게 조심한다거나,축제 뒤 현장에서 휴지를 줍는 모습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과거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분명 바람직한 행위이지만 자기를 표현하기에 앞서 먼저 사회적 비난에 신경 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금 우리는 ‘자발적인 개인’들이 함께 모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이 힘을 통제할 자신이 없던 과거 체제는 안전한 장소에서 감시와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위로부터의 행사를 꾸려 밑으로부터의 요구를 무마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이 ‘자발적인 개인들’이 두려움없이 결집된 힘을 표출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의 개방성이 증진된 것이다.이 힘이 다시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그 속에서 또 한번의 큰 기쁨을 누리게끔 해주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길거리응원 ‘몰카’ 주의보

    길거리 응원 인파속 여성을 노리는 신종 ‘몰카(몰래 카메라)족’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뒤에는 인터넷 일부 성인용 사이트와 커뮤니티에 ‘몰카족’이 찍은 젊은 여성의 사진이 20∼30여건씩 올라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몰카족’들은 주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빽빽한 응원 인파 속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척하며 응원에 열중한 여성들을 노린다.간편한 복장 위로 태극기를 걸쳐 몸매가 드러나거나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많다.일부 사이트에서는 사진들을 놓고 ‘논평’을 벌이기도 한다.어린 학생이 피해자가 되거나 몰래 찍은 사진들이 이메일 등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 무차별로 확산되고 있어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몰카족’들은 여성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특정 부위만 찍는 수법으로 피해자의 신고를 피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상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거나 배포한 자를 제재할 뚜렷한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월드컵/ 한·일 혼성응원단 상암 집결 “”한국의 힘 요코하마까지””

    “한국과 일본의 앙금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 두나라 국민과 교포 등으로 구성된 ‘코리아·재팬(Korea·Japan) 공동응원단’은 25일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한국팀이 이기면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한·일 공동 응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4일 폴란드전 이후 한국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상의를 입고 ‘아리랑’을 부르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수천명 규모의 ‘붉은 악마’ 응원단에는 못미쳤지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어느 응원단보다 뜨거웠다. ‘KJ응원단’은 평소 한·일간 과거사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던 양국의 지식인·사업가 등이 지난 98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만든 자생적 모임이다. 한국과 일본인 각각 300여명,민단계 한국인 200여명,총련계 한국인 50여명,재한일본인 100여명 등 회원수가 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어렵사리 표를 구한 100여명은 이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나머지 900여명은 소공동 한 호텔 야외광장에서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친다. “축구를 사랑하는 열정과 마음으로 양국 국민이 아픈 역사를 씻고 화합을 다져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회장 권태균(權泰均·52·사업가·서울 서초구 원지동)씨는 “공동 개최국 가운데 한국팀이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해 양국 축구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4강전 입장권을 꼭 거머쥐었다. 처음엔 서먹했던 응원단 회원들은 지난 4일 한국-폴란드전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주 경기장에서 함께 북과 장구를 두드리고 사물놀이를 하며 차츰 가까워졌다.한국의 승리에 서로 얼싸안고 눈물도 흘렸다. 일본인 응원단들은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들을 위해 공동 응원을 펼쳐서라도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 개최 직후 일본인 응원단을 이끌고 한국에 온 시무라(54·대학교수·오사카)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이런 가슴 벅찬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고는 평생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상암동 경기장에서 14살난 딸을 데리고 응원을 하겠다는 김명숙(45·여·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10m짜리 대형 국기를 만드느라 손이 다 부르텄다.”며 태극기와 일장기,한반도 단일기가 한데 어우러진 국기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었다. 구혜영기자 koohy@
  • 北, 월드컵 韓·伊戰 녹화방영

    북한이 이례적으로 한국 축구팀의 이탈리아전을 녹화 중계했다.북한의 조선중앙TV는 23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지난 18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이탈리아 16강전 주요 장면을 편집,방영했다(사진). 북한이 월드컵 기간중 한국전을 방송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TV는 “54년 (월드컵에) 첫 출전한 남조선 대표팀이 86년부터 5회 연속출전,14전을 치르면서 1승도 건지지 못했으나,이번 승리로 국민들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전했다.이어 “남조선 팀이 이 경기를 이기고 3단계(8강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한국 선전소식 보도와 관련,전문가들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월드컵을 계속 방영해온 북한이 한국팀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다가는 3·4위전과 결승전 하이라이트를 중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방송은 빨간 색깔로 온통 치장한 ‘붉은악마' 관중들이 외쳐댄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소리는 경기방송 내내 한번도 내보내지 않았으나,관중석 하단에 걸린 태극기는 그대로 방송했다.해설가로 나선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은 오심여부 시비를 불러 일으킨 이탈리아 토티의 퇴장에 대해 “심판이 정확히 처리했다.”고 풀이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월드컵·붉은악마 교과서 실린다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붉은악마’가 초·중·고교의 국정 및 검정교과서에 실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한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기 위해 오는 2학기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 등에 월드컵의 내용과 함께 사진을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는 9월 2학기에 보급될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단원 2 ‘함께 살아가는 세계’74쪽에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소개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개막식 사진을 게재하기로 했다. 특히 초등 6학년 2학기용 사회의 보조 교과서인 사회과 탐구 표지도 붉은악마의 열띤 응원으로 장식할 방침이다. 또 이미 발행된 도덕·체육·미술 등의 교과서에 실린 2002년 월드컵 관련 내용도 구체적으로 수정하거나 보조 교재 등을 통해 보완,강조할 방침이다. 올해 1학기부터 사용중인 국정교과서인 중학교 2학년 도덕 표지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사진이 실려있다. 현재 D·G 등의 출판사가 펴낸 중학교 1학년 미술교과서에는 2002 월드컵의 엠블렘과 마스코트 등이 수록돼 있다. 고교의 경우,역사부도와 미술,미술과 생활 등의 교과서에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소개하는 한편 상암동 경기장의 사진 등을 실었다. 김만곤 교육과정정책과장은 “한민족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2002 월드컵을 학생들에게 자세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서 “더욱이 스스로 하나로 뭉쳐 ‘대∼한민국’을 응원한 붉은악마의 단결심과 질서의식은 교육적으로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