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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강혜정, 애엄마 맞아? 소녀 같아~

    [포토] 강혜정, 애엄마 맞아? 소녀 같아~

    그룹 빅뱅 탑, 박유천, 윤아, 임시완, 조권, 거미, 배우 김수현, 조여정, 오연서, 유사라, 전혜빈, 김윤서, 박성웅, 강혜정, 김새론, 김해숙, 고아성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관상’ VIP시사회에 앞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포토] 빅뱅 탑 영화 ‘관상’ VIP시사회 참석

    [포토] 빅뱅 탑 영화 ‘관상’ VIP시사회 참석

    그룹 빅뱅 탑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관상’ VIP시사회에 앞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화보] ‘관상’ VIP시사회 레드카펫 위 스타들

    [화보] ‘관상’ VIP시사회 레드카펫 위 스타들

    배우 송강호,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정재가 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그룹 빅뱅 탑, 박유천, 윤아, 임시완, 조권, 거미, 배우 김수현, 조여정, 오연서, 유사라, 전혜빈, 김윤서, 박성웅, 강혜정, 김새론, 김해숙, 고아성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관상’ VIP시사회에 앞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포토] 뛰어난 패션감각 뽐내는 2AM 조권

    [포토] 뛰어난 패션감각 뽐내는 2AM 조권

    그룹 빅뱅 탑, 박유천, 윤아, 임시완, 조권, 거미, 배우 김수현, 조여정, 오연서, 유사라, 전혜빈, 김윤서, 박성웅, 강혜정, 김새론, 김해숙, 고아성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관상’ VIP시사회에 앞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보물 지정

    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보물 지정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水鐘寺) 경내 팔각오층석탑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이 석탑이 고려시대 팔각석탑의 전통을 이어받은 조선 초기 탑으로, 역사·학술적 가치가 커 보물 제1808호로 지정한다고 2일 밝혔다. 석탑은 조선 왕실에서 발원해 지은 것으로 이곳에서 수습한 사리장엄과 명문을 볼 때 늦어도 1493년쯤 건립돼 1628년 무렵 고쳐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단부는 불상대좌(臺座), 탑신부는 목조건축 양식을 각각 하고 있다. 또 상륜부는 팔작(八作) 기와 지붕 형태다. 석탑이 위치한 수종사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 말사로 조선 세조 5년(1459)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재부 정보전담 조직 첫 신설

    경제정책의 총괄 사령탑인 기획재정부가 최근 정보 수집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 등 사정·집행기관이 아닌 정책 기획 부처에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고 정책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재부는 밝히고 있다. 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과장급 2명과 사무관 2명으로 구성된 ‘경제상황팀’을 지난 7월 중순부터 제1차관 직속으로 설치, 운용하고 있다. 다른 부처, 정계, 재계, 언론계 등의 내부 정보나 뒷얘기 등을 수집·가공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1차로 보고하는 조직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상황팀은 이전 정부의 ‘국정상황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수집해 대응 전략 마련이나 경제정책 수립 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경제 현상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국민들의 의견과 요구가 과거보다 활발히 분출되면서 정책의 리스크도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집해 기재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보완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재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혼선을 겪은 적이 몇 차례 있었다. 5년 만에 부총리제가 부활돼 기재부가 명실상부하게 경제부처를 총괄하게 됐는데도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특히 정무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일었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와 관련된 복잡하고 출처를 찾기 어려운 정보들이 금융시장이나 기업 부문에서 점점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정보를 비전문가인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이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여과하기 위해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에서도 최근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권한이 없는 기관이 무리하게 정보를 수집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정보 수집 기능이 있는 정부부처는 국정원, 검찰, 경찰 정도다. 한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정보 수집은 사법권이 있는 기관이 하는 것이 맞다”면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정보가 필요하다면 각 국·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취합하면 될 것”이라면서 “은밀한 정보의 공유가 오히려 정책의 신뢰도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경제정책이 여론 대응 위주로 생산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 수요가 있어야 미래 먹거리도 있다 - SK건설 터키 사업 현장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 수요가 있어야 미래 먹거리도 있다 - SK건설 터키 사업 현장

    ‘터키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터키에서 지내며 그곳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일 게다. SK건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벌이고 있는,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교통 인프라 사업들도 시작은 이와 같았다. 터키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 그에 대한 고민이 향후 20년 이상 SK그룹에 꾸준한 먹거리를 제공할 역사적인 대공사 ‘유라시아 해저터널’과 제3교량 건설의 단초가 됐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고도(古都) 이스탄불의 교통 정체는 유명하다. 지난달 13일 이스탄불에서 만난 조성일 SK터키 부장은 “걸어서 15분 걸리는 거리도 출퇴근 시간에는 2시간 가까이 걸린다”며 “지금은 라마단 이후 이어지는 휴가 끝머리라 그나마 한산한 편”이라고 이스탄불의 극악한 교통 환경에 대해 전했다. 터키는 3%의 유럽 땅과 97%의 아시아 땅으로 이뤄져 있다. 그 경계가 되는 것이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그런데 이 해협 서쪽인 유럽 쪽에는 기업 사무실이 집중돼 있고, 동쪽인 아시아 쪽에는 주택가가 모여 있다. 이 때문에 출근 시간에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퇴근 시간에는 반대 방향으로 교통 수요가 대거 발생한다. 이스탄불 인구는 1300만명 정도다. 그러나 이를 해소해 줄 다리는 해협 위로 고작 2개가 걸려 있을 뿐이다. 1973년 영국과 독일 건설사가 지은 제1교량, 1988년 일본과 이탈리아 건설사가 지은 제2교량이 그것이다. 조 부장은 “2개 교량의 소화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지만 해협을 건너는 수요는 지금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의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이러한 이스탄불의 교통 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여 줄 공사로 주목받고 있다. 해저터널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는 연결 도로 등을 포함해 총연장 14.6㎞에 달한다. 이 중 5.4㎞ 구간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복층 터널이다. 총사업비 12억 4000만 달러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 이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최대 토목 공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3일 방문한 공사 현장에서는 해저 굴착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해협을 바로 앞에 둔 현장에는 해협 방향으로 지반을 뚫고 갈 터널굴착장비(TBM)의 출발 지점을 만들기 위해 굴착기들이 한창 지반을 파내려 가고 있었다. 이 공사의 해저 구간에선 전진하면서 커터로 지반을 깎는 동시에 콘크리트 패널인 세그먼트를 부착해 터널을 만드는 장비인 TBM를 통해 공사가 진행된다. 김정훈 SK건설 부장은 “현재는 공사 초기 단계로 10% 정도 진척된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터널 굴착 공사는 TBM이 현장에 투입되는 11월쯤부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투입되는 TBM은 직경 13.7m에 총길이 120m, 무게 3300t에 달한다. 설계·제작에만 15개월이 걸렸으며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크다. 현재 운송 단계로 현장 도착 후 장비 재조립이 끝나면 바로 공사에 투입된다. 이후 지하 36m 해저터널 굴착 시작점에서 가동을 시작해 17개월 동안 하루 평균 6.6m씩 터널 구조를 만들며 해협 밑을 지나게 된다. 이번 공사는 TBM 공법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국내 기업이 대규모 TBM을 활용해 터널 공사를 진행한 예가 없기 때문이다. 지반의 특성 때문에 국내 공사는 주로 발파식으로 진행되며 TBM을 쓴다고 해도 5m대 소규모다. 해저터널 사업을 총괄하는 서석재 SK건설 인프라부문 전무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사 경험 자체가 SK건설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가진 창조성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사업 개발 방식이다. 지금껏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공사는 ‘갑’인 개발권자에게 ‘을’인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해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SK건설은 이를 뒤집어 직접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자금을 조달해 건설한 뒤 운영까지 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드’(TSP) 방식을 채택했다. SK건설은 2008년 12월 사업권을 획득한 뒤 2년 2개월 동안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유럽투자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과 금융약정을 체결해 9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서 전무는 “단순한 기존 설계·조달·시공(EPC) 방식은 안정적 수입을 확보할 수 없어 경쟁력의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처음 시도한 TSP 방식은 말하자면 기술과 금융을 융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터널은 50여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17년 4월쯤 개통될 예정이다. 이후 SK건설은 26년 2개월 동안 유지보수를 하며 직접 터널을 운영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통행료 수입도 얻게 되는데 SK건설 측은 연간 통행량이 12만대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터키 정부가 6만 8000대까지는 수익을 보장해 주기로 돼 있어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향후 20여년간 SK그룹의 안정적 먹거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해저터널과 함께 SK건설은 터키 인프라 사업의 하나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지나는 제3교량도 건설하고 있다. 6억 97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로 현대건설과 공동 수주했다. 지난달 14일 방문한 제3교량 건설 현장에서도 공사 초기 단계로 진입로를 정비하고 교량 주탑을 건설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교량 중 가장 북쪽(유럽 쪽 사르예르 가립체, 아시아 쪽 베이코즈 포이라즈쿄이)을 잇는 이 공사는 총연장 2164m로, 다리 구간만 1408m다. 특히 제3교량은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는 ‘사장-현수교’ 방식으로 건설된다. 주탑이 다리 상판 무게를 버티는 사장교와 주탑 사이 줄을 걸고 그 줄에 다시 상판을 묶는 현수교 방식이 혼합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안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SK건설은 세계 최초로 실현되는 사장-현수교 기술 역시 미래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건설이 터키에서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는 건 주변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다는 뜻도 있다. 이승수 SK건설 터키지사장은 “이제는 터키 건설업도 발전해 해외 업체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줄고 있다”며 “터키의 지리적 이점을 생각하면 터키에서의 인프라 사업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쌓고, 또 이를 통해 주변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터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거지요. 한데 여름 내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던 몸은 쉬 회복되지 않는 듯합니다. 거센 자연에 시달린 몸, 자연에서 좋은 기운 받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경남 산청으로 갑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한방의 땅이지요. 생초, 차황 등 마을 이름에서조차 약초 향 물씬 풍기니 산청에서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붓해질 듯합니다. 산청은 ‘동의보감의 고향’쯤으로 여겨진다. 지은이 허준(1539~1615)이 산청을 다녀갔다는 기록 한 줄 없는데도 그렇다. 이는 미암일기 등 허준의 행적을 다룬 여러 문집이나 전설 등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허준에 대한 기록은 그가 33세 되던 1571년에야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종 4품의 내의원 첨정에 중용된 때다. 서른셋 이전의 허준은 뭘 하며 지냈을까. 그의 일생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것도 바로 이 기간이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박물관의 김요한 학예연구사는 “집안에 아들이 없어 실질적인 적자 노릇을 하던 허준은 아버지가 정실부인을 들여 아들을 낳는 바람에 또다시 서자의 지위로 떨어지는 등 이 기간 곡절 많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질풍노도의 젊은이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집 밖의 세계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노릇일 터. 김 학예사는 허준이 이 기간 약재상으로 전국을 떠돌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허준이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지리산, 특히 산청 지역을 여러 차례 돌아봤을 거란 추정도 가능해진다. 요즘 말로 허준의 ‘전공’이 침이 아닌 약초학이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훗날 어의에까지 오른 허준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게 꼬박 400년 전인 1613년의 일이었다.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이하 산청엑스포, www.tramedi-expo.or.kr)가 9월 6일~10월 20일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의보감 초쇄 간행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행사장은 지리산 끝자락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한방의료클러스터 일대다. 허준이 약초를 찾아 발품 팔고 그의 스승 유의태가 의술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산청 최대의 국제 행사를 앞두고 최구식 집행위원장이 최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요약하면 “산청엑스포 현장이 생애 통틀어 최고의 근무 환경”이란 거다. 공기 청량하고 물 맑은 곳이라면 산청 말고도 나라 안에 즐비하다. 한데 뭐가 그리 다른가.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게 ‘기’(氣)다. 이른바 ‘명당’의 자리가 선사하는 기운이 남다르다는 거다. 이영복 문화관광해설사는 산청엑스포장을 “기의 보고”라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과 왕등재를 지나 온 정기가 왕산(王山·923m)을 거쳐 엑스포장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왕산은 필봉산과 함께 엑스포장의 뒤편을 떠받치고 있는 산이다. 기가 센 곳엔 이를 수렴할 암자나 탑 등이 들어서게 마련이다. 산청엑스포장엔 건축물 대신 돌을 세웠다. 왕산 자락을 따라 위에서부터 석경(石鏡)과 귀감석(鑑石), 복석(福石)을 배치했다. 석경은 중심부에 봉황 형태의 무늬가 새겨진 돌 거울이다. 다리 굽혀 품에 안으면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핵심 포인트는 석경의 윗부분이다. 기가 특히 센 곳이어서 반드시 이마를 대고 있어야 한단다. 귀감석은 동의전 뒤편에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기 받는 바위’로 입소문을 내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원래는 차황면 신촌마을에 있던 신석(神石)이었다. 이 해설사는 주민들이 국가적인 행사의 성공을 위해 선뜻 산청엑스포 측에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거북이 등껍질 형태의 귀감석은 ‘기의 최강자’다. 특히 가운데 ‘황기’라고 쓰인 부분이 핵심이다. 장삼이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의 흐름이 없는 건 아닐 터. 사지 쭉 뻗어 물 샐 틈 없이 거석과 밀착하는 게 한껏 기를 받는 지름길이다. 복석은 엑스포장 끝자락에 있다. 전각 안에 있는 데다 형태도 밋밋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탑돌이 하듯 돌 주위를 돌면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엑스포 행사장은 주제관과 동의보감관, 약초생태관, 힐링타운, 기체험관, 세계관, 약선문화관, 산업관 등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한의학 체험, 약초 구매 등 전통 의학과 관련된 모든 체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인도 등 5개 전통 의약 강국의 의료 체험 등 독특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왕산 자락에서 찾아야 할 곳이 또 있다. 구형왕릉이다. 신라에 패망한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521~532)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공식 기록이 없어 이름 앞에 전(傳) 자를 붙이기도 한다. 무덤 형태가 특이하다. 돌무더기를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왕릉 옆엔 증손자 김유신이 시묘살이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구형왕릉 못 미처 ‘유의태 샘’도 찾을 만하다. 왕산의 정기가 서렸다는 샘물이다. 유의태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이 약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풍경의 명당’ 하나 덧붙이자. 산청의 산하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 정취암(淨趣庵)이다. 개창 시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 등 산청의 명산에 오르려면 땀깨나 쏟아야 하는 것에 견줘 정취암까지는 차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절집은 신등면 대성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절집까지 오르는 길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휘휘 돌 때마다 산청의 산과 들녘이 번갈아 자태를 뽐낸다. 산 중턱에 걸터앉은 절집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던 ‘절벽 위에 핀 연꽃’ 그대로다. 절집 뜨락까지 왔다면 5분만 더 투자하시라. 응진전 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더욱 빼어난 풍경과 마주한다. 비 갠 오후, 산자락을 딛고 오르려던 조각구름 하나가 힘에 부쳐 절집 위에 머문다. 아찔하게 선 너럭바위 위로는 돌탑 하나가 서 있고 그 너머로 지리산과 산청의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남사예담촌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의 아이콘이다. 어깨 높이로 쌓인 흙담이 마을 전체를 둘러싼 곳이다. 한 민간단체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에 들면 약 400년 된 이씨 고가 등 고색창연한 옛집들이 객을 반긴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옛집 앞엔 X자 모양으로 굽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마을의 상징 같은 나무다. 수령은 300년을 헤아린다. 원래 화기(火氣)를 막으려 심었는데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이씨 고가는 멀쩡하게 남아 ‘효험’을 입증했다고 한다. 담장길을 따라 마을 안쪽의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산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산청으로 내려서는 나들목은 모두 3개다. 국제조각공원 등을 둘러보려면 생초 나들목, 동의보감촌이나 구형왕릉, 정취암 등을 먼저 보려면 산청 나들목이 빠르다. 남사예담촌, 남명 조식 유적지 등은 단성 나들목에서 가깝다. →맛집 약초와 버섯골식당(973-4479)은 약초버섯전골로 이름났다. 흑돼지와 누렁이(973-8289), 민물고기찜을 내는 물레방아식당(972-8290)도 소문난 맛집. 읍내 바다양푼이동태탕(972-3030)은 오가는 길에 부담 없이 들를 만한 집이다. 시원한 동태탕과 찜이 별미다. →잘 곳 지리산힐링타운은 ‘기’가 모인다는 왕산 끝자락에 있다. 산청엑스포장 안에 있어 축제를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남사예담촌의 고택 민박이 좋겠다. 경호강변의 산청한방리조트펜션(972-9989)도 깔끔하다.
  • 22일 취임 100일 맞는 여야 원내대표… 현안에 대하여 말하다

    22일 취임 100일 맞는 여야 원내대표… 현안에 대하여 말하다

    여야 원내사령탑이 정국 경색 속에서 22일로 나란히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한쪽은 투쟁을 강조했고, 한쪽은 타협을 모색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해 “형식은 중요치 않다. 내가 끼고 안 끼고가 뭐가 중요하냐”면서 “서로 정치적 주장만 나열하면 회담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여야 경색 국면 타개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출구전략으로 민주당이 요구하는 3자회담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회담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고,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최 원내대표는 또 “국민 눈높이에 맞고 야당 주장이 상식에 맞는다면 우리 당이 정치적으로 불리해도 과감히 수용하겠다”면서도 “다만 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서는 “국정원 국정조사 수용과 핵심 증인 동행명령장 문제는 국민 눈높이에 따라 판단했다”면서 “국정원 개혁은 법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에 대한 문제로 국정원이 자체 방안을 마련해 오면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외 병행 투쟁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주간에는 국회에, 야간에는 광장에 있는 ‘주국야광’ 혹은 주중은 국회에 주말은 광장에 있는 ‘중국말광’의 투쟁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면 ‘국정원 사건’의 은폐 동조자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에 ‘국정원 개혁특위’를 만들 것이며 당내의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민주당은 한 번도 국회를 포기하거나 보이콧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국정원의 예산집행내역, 세법개정안, 보편적 복지 후퇴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5일 당내 경선을 통해 같은 날 원내대표가 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공공의료 국정조사, 국정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으로 날카로운 대치를 이어오면서도 국회 파행을 막는 등 협상 상대로서 손발을 잘 맞춰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지금부터 꼬박 556년 전입니다. 만 열여섯 살 단종은 한양을 떠나야 했습니다. 숙부 수양대군은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보냅니다. 딱 이맘때, 그러니까 가마솥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어린 임금은 길을 떠납니다. 유배지까지는 700리. 얼추 하루 100리 씩 강행군했다지요. 6일째 저녁 다다른 영월 초입에서 청령포까지는 또 100리. 칼 같은 산들이 얽히고 설킨 영월땅을 하루 만에 지난 단종은 7일째 되던 날 마침내 청령포에 닿습니다. 이처럼 지난했던 단종의 영월 여정을 모티브로 조성된 길이 ‘단종유배길’입니다. 길 곳곳에 스민 단종 애사가 가슴을 적시는 데다 영월의 관광지들 또한 굴비처럼 엮여 있어 한번쯤 돌아볼 만합니다. 먼저 단종(端宗·1441∼1457)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알고 가자. 그래야 영월 풍경이 좀 더 잘 보인다. 조선 6대 임금이었던 단종은 애초부터 불행했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를 잃고(1441년 7월 24일, 조선왕조실록, 이하 음력) 12세 되던 1452년엔 아버지 문종마저 승하했다. 창졸간에 왕위에 올랐으나, 3년 뒤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세조)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물러난다. 1457년엔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돼 신분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된 채 6월 22일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여기서부터의 기록이 문제다. 정사와 야사가 마구 뒤섞였다.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첨지중추원사 어득해에게 명하여 군사 50명을 거느리고 호송하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일각에서 회자되듯, 왕방연이 단종 호송을 담당했다는 대목은 없다. 단종의 죽음을 다루는 부분에선 확연히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실록은 1457년 10월 21일 “노산군이 자결했고, 예로써 장사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백성은 없었다. 되레 세조 타살설이 훨씬 설득력을 얻었다. 장릉지(莊陵誌)의 경우 “세조 3년 10월 24일 유시(酉時, 오후 5~7시)에 공생(貢生)이 활끈으로 노산군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노산군의 옥체는 청령포의 강물에 던져 버린 것을 영월호장 엄흥도(嚴興道)가 몰래 거두어 영월군 북쪽 5리쯤의 동을지에 매장했다”고 적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장례를 치렀고 어떤 곳에 묘를 정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실록에 견줘 훨씬 정교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초’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여기에 숙종이 ‘결정타’를 날린다. 실록에 따르면 재임 25년째인 1699년 1월 2일, 숙종은 하직 인사 온 수령을 만난 자리에서 “단종대왕이 영월에 피하여 계실 적에 금부도사 왕방연이 고을에 도착하여 머뭇거리면서 감히 들어가지 못하였고/중략/단종대왕께서 관복을 갖추고 마루로 나아오시어 온 이유를 하문하셨으나, 왕방연이 대답하지 못하였었다/중략/그때 앞에서 늘 모시던 공생(貢生) 하나가 차마하지 못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라며 단종이 교살(絞殺·목을 졸라 죽임)됐다고 보던 자신의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야사에서 전하는 역사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를 지켜보던 좌의정 최석정이 “덮어두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숙종이 발설한 내용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았다. 단종유배길은 6월 22일 한양을 출발한 단종이 영월 관내에 들어온 26일 이후의 행적을 따라간다. 전체 길이는 43㎞. 통곡의 길(솔치고개~주천 10.5㎞)과 충절의 길(주천~배일치 마을 17㎞), 인륜의 길(배일치 마을~청령포 15.5㎞)등 3개 코스다. 김원식 문화관광해설사는 “저물녘 영월땅에 들어선 단종은 솔치고개에서 7.5㎞ 떨어진 역골(공순원)에서 묵은 뒤 이튿날 길을 재촉해 청령포에 이르렀다”고 했다. 100리 가까운 35.5㎞를 하루에 걸은 셈이다. 이팔의 나이긴 하나 가마솥 같은 무더위에 험한 영월의 산길, 강길을 하루 만에 걷는 건 무리였을 터다. 그러니 그 길 곳곳에 얼마나 많은 단종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한숨이 배어있을지는 누구라도 쉬 짐작할 수 있다. 차로 단종유배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명소들이 88번 지방도에 인접해 있어 승용차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들머리인 솔치고개는 원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예서 단종이 목을 축인 샘물터 어음정(御飮亭)과 다리쉼을 했다는 주천쉼터 등을 지나면 군등치(君登峙)에 닿는다. 단종이 오르다 하도 힘이 들어 이름을 물으니 호송하던 관리가 “임금이 오르는 고개니 군등치”라 했다는 유래를 가진 고개다. 고갯마루에 서면 단종이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한눈에 보인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인근엔 방울재가 있다. 단종이 타고 가던 말에서 방울이 떨어졌다는 전설이 담긴 고개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시라. 단종유배길과 거리는 있지만 영월의 아이콘일 정도로 절경인 데다, 군등치 등 영월의 산자락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배일치(拜日峙)는 단종이 서산에 지는 해를 보고 절을 했다는 고개다. 88번 지방도 배일치터널 못 미쳐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정표는 없다. 외지인이 찾기가 쉽지 않다. 걷는 길 못지않게 차도에도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으련만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기 짝이 없다. 사실 단종유배길에 대한 정보도 박약하기 그지 없다. 영월군청 홈페이지나 관광지도 등 어디에도 전체 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단종이 어떤 경로로 험한 영월땅을 지나왔는지 볼 수 있다면 어린 임금이 겪었던 고통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갯마루에 세워둔 단종 조각상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엎드려 절하는 형태의 조각상을 가까이서 보면 기골이 장대한 무장(武將)을 보는 듯하다. 단종의 당시 나이에 적합한 체구의 조각상을 세웠더라면 좀더 사실적이고 처연한 느낌이 더했지 싶다. 단종이 아내 정순왕후를 그리며 이름 지었다는 옥녀봉과 선돌 등을 지나면 마침내 청령포(명승 제50호)다. 휘휘 돌아가던 서강이 동강과 몸을 섞기 직전 만들어둔 몰돌이동이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이다. 나머지 한쪽은 험준한 육육봉으로 막혔다. 유배지로 제격인 셈이다. 단종어소 입구의 소나무가 특이하다. 담을 넘어 마당 한가운데까지 가지를 뻗었다. 어린 임금 앞에 부복하는 듯한 모습이다. 솔숲엔 국내 소나무 중 가장 키가 크다는 관음송(30m)이 서있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지켜보고(觀) 단종의 절규를 들었다(音)는 수령 600여년의 노송이다. 솔숲 뒤편은 단종이 아내를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과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왕방연 시비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청령포 맞은편 강변 언덕에 있다.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읊었다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발길 예놋다’ 단종유배길은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정은 이제부터 절정이다. 청령포에 머물던 단종은 두 달 만에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다. 홍수로 청령포가 물에 잠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이어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시도가 발각되고, 단종에게 사약이 내려진다. 물론 실록엔 신하들이 줄기차게 사사를 외쳤지만 세조가 윤허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때 관풍헌으로 사약을 가져온 이가 왕방연이다. 그가 사약을 내밀지 못하고 머뭇대자, 공명심에 눈 먼 공생이 활줄로 단종의 목을 졸라 숨을 끊는다. 단종의 주검은 청령포 앞 강물에 버려진다. 후환이 두려운 탓에 장례를 치르겠다며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옳은 일을 하다 화를 당한다 하더라도 나는 달게 받겠다”며 시신을 수습한 이가 영월 호장(지금의 읍장) 엄흥도다. 그는 아들 광순과 함께 영월 인근 산기슭에 단종을 묻는다. 노루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라 뛰쳐나갔다는 자리다. 초겨울 날씨지만 산을 오르는 그의 등줄기는 땀으로 흠뻑 젖었을 터다. 늘어진 소년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고, 세조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시종 뒷덜미에 꽂히는 듯했을 테니 말이다. 그날 밤 엄흥도는 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난다. 단종의 무덤은 중종 36년(1541) 영월군수 박충원이 찾아냈고, 숙종 24년(1698)에 장릉(莊陵)으로 명명된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을 나와 88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을 지나 영월 방면으로 내처 가면 된다. 영월 읍내로 곧장 가려면 제천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는 게 낫다. ■맛집:주천면 다하누(1577-5330)에선 한우를 싸게 맛볼 수 있다. 영월읍내에선 상동식당(033-374-4059) 막국수, 청산회관(033-374-3030) 곤드레밥, 장릉에서 1㎞쯤 떨어진 장릉보리밥집(033-374-3986) 등이 이름났다. 글 사진 영월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시속 1280㎞ 초고속 진공열차 LA~샌프란시스코 30분 OK?

    시속 1280㎞ 초고속 진공열차 LA~샌프란시스코 30분 OK?

    지난해 민간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억만장자 엘런 머스크(42)가 이번에는 초고속 진공열차인 ‘하이퍼루프’의 콘셉트 디자인·설계도·작동원리 등을 공개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울 만큼 공기를 뺀 저압의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80㎞로 달리는 열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680억 달러(약 75조 8880억원)를 투자해 2028년 완성 예정인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 구간용 고속열차(시속 210㎞)에 실망해 하이퍼루프를 고안하게 됐다”며 “하이퍼루프는 1600㎞ 거리 이내의 두 도시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안에 완성될 전망인 하이퍼루프는 610㎞ 떨어진 LA와 샌프란시스코 간 이동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현재 자동차로 5시간, 비행기로 1시간 15분이 걸리는 거리다. 그는 회견에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의 웹사이트에 57쪽짜리 기획안을 올려 하이퍼루프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스페이스X와 테슬라모터스의 직원 1000여명은 태양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하이퍼루프의 콘셉트 디자인 기획에 돌입했다. 승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구비된 열차가 공기 마찰이 없는 진공 튜브 안에서 달리기 때문에 하이퍼루프는 비행기를 타듯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하이퍼루프는 또 별도의 선로를 세울 필요 없이 LA와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5번 고속도로를 따라 철탑 위에 가설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가 제작에 착수한 고속열차보다 8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열차의 편도 요금은 20달러 정도로 추정됐으며, 객차 대당 수용 인원은 28명이다. 평상시 배차 간격은 2분, 출퇴근 시간에는 30초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의 설계·시스템 관련 특허를 내지 않고 일반에 공개한다”며 “(이 진공열차가) 비행기, 기차, 자동차, 배에 이어 제5의 주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콘셉트 기획안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대륙 횡단 역사를 다룬 책 ‘레일로디드’의 저자 리처드 화이트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하이퍼루프의 모든 것이 의심쩍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비용이 터무니없이 싸다”며 “600억 달러로는 베이브리지(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14㎞ 길이의 대교)도 못 짓는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에 팔린 사람 크기의 피규어가 있다? 생존 작가 가운데 아시아 최고 작품값,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격에 작품이 팔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가 있다. 2002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며 ‘오타쿠 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라는 논란 속에 서 있는 그를 오는 11일 오후 11시 30분 KBS 1TV ‘문화 책갈피’에서 만나본다. ‘이상은의 그림+여행’ 코너에서 가수 이상은이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울 중구 플라토미술관을 찾아나선다. 캔버스 가득 명랑하게 웃고 있는 꽃들, 미키 마우스를 닮은 괴상한 표정의 캐릭터부터 성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미소녀 인체 모형까지…. 다카시의 작품들은 미술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하지만 명랑해 보이는 그의 작품 속에는 일본인들의 트라우마가 숨겨져 있다. 가수 이상은은 4차원 방송인 사유리를 만나 다카시의 작품에 숨겨진 일본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의 상상력 원천을 찾아 그림 여행을 떠난다. 가수 김창완은 “생활 속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아티스트 최정화의 집을 찾아 유쾌한 ‘예술 수다’를 나눈다. 최정화는 빨강, 초록 등 화려한 소쿠리들을 쌓아 만든 설치 작품부터 탑을 그대로 본떠 싸구려 금칠을 한 작품까지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킨 한국 현대미술 1세대다. 이 때문에 그는 수많은 비엔날레와 해외 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익살스럽고 밝은 색채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예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대량소비시대 사회의 모습을 담아 가장 한국적인 팝아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의 예술적 원천을 좇아 집 자체가 유쾌한 예술인 그의 공간을 찾았다. ‘사물의 재발견’ 코너에서는 수많은 중독자를 거느린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1930년대의 모던걸, 모던보이라 불리던 지식인들도 한 끼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즐겨 마셨다. 특유의 중독성으로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어 ‘악마의 유혹’으로도 불리는 커피는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멋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커피 원두로 멋진 명화를 만들어내는 작가부터 대작곡가 바흐의 커피 칸타타까지 각종 문화를 탄생시키며 인간과 함께해 온 커피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동철의 시시콜콜] 정림사 복원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동철의 시시콜콜] 정림사 복원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여 정림사터 오층석탑은 목조 건축을 석조로 번안한 한국 특유의 붙탑 가운데서도 초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예술은 발생하여 전성기를 지나 쇠퇴하는 것이 일반적 사이클이다. 그런데 백제 석탑이 놀라운 것은 발생한 순간 보완이 필요없는 완결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후 석탑의 전통이 150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백제 조형미와 비교할 수 있는 석탑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지금 남아 있는 백제 석탑은 정림사 것과 익산 미륵사 서탑, 최근에야 백제 것으로 공인받기 시작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이 전부이다. 특히 정림사탑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은 뛰어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부여는 538년 성왕이 공주에서 도읍을 옮긴 이후 660년 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백제의 수도였다. 부여는 오래전부터 중고생들의 중요한 수학여행지였고, 지금도 갈수록 중요한 역사탐방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부소산에 올라 낙화암을 돌아보고, 궁남지에도 가보지만 전설만 남았을 뿐 눈에 보이는 백제의 흔적은 찾기가 어렵다. 그 면모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20세기 건물인 국립부여박물관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정림사터 오층석탑은 부여시내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백제 유적이다. 정림사를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주민들은 신라는 물론 고구려도 생각하지 못했던 석탑의 존재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런데도 오층석탑은 부여시내 한복판이라고는 해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정림사터에 쓸쓸한 모습으로 외롭게 서 있다. 절의 모습을 백제 당시로 되돌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외 답사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광산업적 기대도 높다. 불교계 역시 삼국시대 대표적 사찰이 복원된다면 단순한 순례지가 아니라 예불과 수도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나당연합군이 부여를 잿더미로 만든 상황에서 어떻게 정림사탑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정림사탑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낙서가 새겨졌다. “백제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라”는 내용이다. 주민들을 협박하는 정치적 선전판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정림사탑도 파괴됐을 것이다. 정림사가 화려하고 웅장하기만 한 절집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백제 멸망 과정에서 정림사탑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퇴색하고 만다. 발굴조사로 백제 당시 절의 구조는 확인됐다고 한다. 하지만 백제 건축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복원한다고 해도 백제 사찰이 아니라 조선 후기 건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복원을 추진하는 분들에게 당부한다. 정림사는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296일만에 해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 등 울산공장 철탑농성 근로자 2명이 고공농성 돌입 296일 만에 농성을 해제한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는 8일 오후 1시 비정규직 노조 사무국장 천의봉(32)씨와 비정규직 출신 근로자 최병승(39)씨가 농성을 해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의 송전철탑 23m 지점에서 난간 천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이들의 철탑농성에 따라 ‘사내하청 근로자 3500명의 신규채용안’을 제시했으나, 비정규직 지회는 ‘직접 생산공정과 관련한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노조 추산 7500명)의 정규직화’를 내세우면서 대립을 계속했다. 노사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채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20일 ‘현대차 희망버스’가 울산공장을 찾아 공장 펜스를 뜯어내면서 사측과 충돌해 시위대, 사측, 경찰 등 10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김상록 비정규직 노조 정책부장은 “고공농성을 통해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충분히 알렸고, 앞으로도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이려고 농성 해제를 결정한 것 같다”면서 “두 사람이 지난 7월부터 해제 여부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한 만큼 비정규직 노조는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이 철탑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체포해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하고 조사할 방침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울릉도 해중 전망대 개방 시기 ‘입씨름’

    울릉도 해중 전망대 개방 시기 ‘입씨름’

    국내 최초로 울릉도 앞바다에 설치를 마친 ‘해중 전망대’의 개방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들은 전망대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는 반면 운영 주체인 울릉군은 부대 공사를 이유로 내년 3월 개방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7일 울릉군에 따르면 북면 천부리 천부항 주변 앞바다에 총 200억원을 투입해 해중 전망대가 지어지고 있다. 현재 천부마을 해안과 해중 전망대를 잇는 길이 107m의 다리와 바닷속 전망대 설치 작업은 준공됐다. 하지만 가로등과 관리사무소 설치, 해수풀장 리모델링 작업은 진행 중이다. 특히 시설의 핵심인 전망대는 높이 22.2m(기초부 포함)의 탑으로, 수상 및 수중 전망대(각 6m)로 나뉘어 있다. 30명이 동시 이용할 수 있는 수중 전망대의 경우 가로·세로 1m 크기의 전망창 20개를 통해 바닷속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수상 전망대에는 울릉도 3대 해상 비경인 공암과 삼선암 등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가로·세로 2m 크기의 전망창 10개가 설치됐다. 볼락·노래미·쥐치 등 울릉도·독도 해역에서 서식하는 10여종의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수상 전망대에서 수중 전망대로 내려가는 계단과 10인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피서철을 맞아 울릉도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울릉군에 전망대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군이 관광객들을 유치해 놓고 정작 관광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울릉도를 어렵게 찾은 관광객을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못마땅해했다. 울릉 주민들도 “피서철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망대의 조기 개방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중 전망대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보니 관광객들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전망대 매표소 설치 등 개방까지 준비 작업이 남은 관계로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씨줄날줄] ‘백제인의 얼굴’ 발굴한 일본인/서동철 논설위원

    군수리(軍守里) 절터는 부여 시가지에서는 조금 떨어진 궁남지 서남쪽에 있다. 지금도 절 이름을 알 수 없는 이곳에서는 1935년부터 이듬해까지 발굴조사가 벌어졌다. 중문과 목탑, 금당, 강당이 같은 축에 나란히 서 있는 1탑 1금당 구조가 확인됐는데, 이후 백제의 전형적인 가람 배치로 알려지게 된다. 군수리 절터가 유명해진 것은 무엇보다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과 금동보살입상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특히 높이가 13.5㎝에 불과한 석조여래좌상은 ‘백제인의 얼굴’로 알려지며 백제인의 미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떠오르게 된다. 곱돌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에 방금 완성한 듯 조각칼 자국이 선명한 석조여래좌상은 6세기 백제 문화 전성기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과시하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을 수습한 사람은 일본인 고고학자 사이토 다다시였다. 도쿄제국대학 출신으로 1934년 조선에 건너온 그는 총독부박물관 산하 조선고적연구회 연구원이었다. 석조여래좌상은 1936년 제2차 조사에서 나왔다. 사이토는 2005년 부여박물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절터 한가운데서 주변과는 종류가 다른 뻘흙을 발견했는데, 꽃삽으로 표면의 흙을 제거하고 손으로 파 내려가는 과정에서 손끝에 불상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부여고적보존회라는 동호인 단체가 지역 고적 보존에 매우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백제 와당이 흩어져 있고 건물 초석이 노출된 군수리를 조사해 달라는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발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부여박물관 강연에서 사이토는 97세 나이에도 기억이 또렷했고, 부소산 답사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의 부음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105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사이토는 1940년 한국을 떠나기까지 총독부박물관 소속 경주박물관장을 맡으며 신라고분을 중심으로 발굴 조사에 주력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인물로 기록된다. 북한 관련 고고학 정보가 거의 없던 1996년에는 평양을 찾아 ‘북조선 고고학의 신발견’을 펴냈고, 2003년에는 두 차례 답사 여행 끝에 한국의 독특한 불교 유적 당간을 다룬 ‘당간지주의 연구’를 내놓았다. 모두 연구 일선에서 한참은 멀어졌을 나이의 성과로 학계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사이토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한국의 옛문화 연구에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였다. 하지만 총독부 관변학자로 그가 거둔 성과의 한계 또한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의 죽음이 우리 학계에 식민사관을 떨쳐내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프로야구]1500승보다 내일의 1승

    [프로야구]1500승보다 내일의 1승

    “1500승과 내일의 1승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오죽했으면 프로야구 23시즌째를 치르는 사령탑이 이런 소감을 날렸을까. 지난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국내 감독 최초로 1500승 고지를 밟은 김응용(72) 한화 감독의 대기록 달성 소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경기도 “오늘의 경기”였다. 한화는 1회 0-2로 뒤지다 4회에 4-2로 경기를 뒤집어 이겼다. 송창현의 데뷔 첫 선발승과 송창식의 구원 역투가 빛났다. 이로써 김 감독은 2761경기를 지휘한 끝에 1500승(66무1195패)을 달성했다. 그러나 팀이 시즌 꼴찌를 달리고 있어 대기록은 빛이 바랬다. 프로야구 출범 다음 해인 1983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김 감독은 부임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페넌트레이스 7회 우승, 10차례 한국시리즈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0년까지 해태, 2001~04년 삼성, 올 시즌 한화까지 모두 23시즌을 치르고 있다. 프로 사령탑 첫 승은 감독 데뷔 두 번째 경기인 1983년 4월 5일 광주 삼성전에서 올렸다. 통산 500승은 1991년 5월 14일 광주 삼성전에서 올렸고, 1000승째는 1998년 5월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거뒀다. 감독 최다승에서 그의 뒤를 쫓는 이는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2327경기에서 1234승57무1036패를 기록했다. 두 감독 말고 1000승을 넘어선 사령탑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감독 최다 승리는 코니 맥 전 필라델피아 감독의 3731승이고,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쓰루오카 가즈토(1916~2000년) 전 난카이 감독의 1773승이다. 전·현역을 통틀어 국내 최장수 지도자인 김 감독은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앞으로 1승, 1승씩 온 힘을 들여 경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KIA는 4일 광주에서 선발 김진우의 8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넥센을 6-0으로 격파하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LG는 잠실에서 포수 윤요섭의 시즌 1호 홈런(2점)을 앞세워 삼성을 9-6으로 격파하고 전날 0-3 완패를 설욕했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3으로 좁혔다. 두산은 9회 김현수의 2점 홈런을 앞세워 SK를 5-2로 물리쳤다. 한화-NC(마산)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DMZ 대성동 마을 “환갑잔치 축하해요”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국내 유일의 주거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이 3일 예순 번째 생일을 맞는다. 마을 주민들은 2일 6·25전쟁 당시 참전한 5개국 대사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동 마을 명명 60주년 기념 잔치를 열었다. 이날 기념 잔치는 평화로운 6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대성동 초등학교 학생들의 퓨전난타공연, 대성동 명예주민증 전달, 평화통일기원 떡 탑 쌓기, 환갑잔치 떡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잔치 떡은 인근 통일촌, 해마루촌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1사단 장병들에게 전달됐다. 대성동 마을은 1953년 8월 3일 ‘남북이 각각 비무장지대 안에 마을 1곳을 둔다’는 정전협정조항에 따라 평화의 마을로 조성됐다. 1800m 거리의 북쪽 북한에도 기정동 마을이 있다. 지척이지만 서로 왕래를 할 수 없어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4대 의무 중 국방과 납세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달 현재 주민은 56가구 213명이다. 당초 30가구 160여명이었으나 결혼 등으로 늘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주민 박필선(80)씨는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미군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납북됐을 때와 1976년 8월 판문점 JSA에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 병사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을 때는 “진짜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힘겨웠던 지난날을 회고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씨줄날줄] 반가사유상의 외출/서동철 논설위원

    경복궁 안에 버티고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것은 1995년이다. 논란이 뜨거웠는데, 존경하는 어르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이었다. “찬성하는 쪽도 옳고, 반대하는 쪽도 옳아. 그런데 없어지면 다른 건 몰라도 눈은 시원할 거야. 광화문 거리에서 북악산도 보이고….” 생각해 보면, 온갖 당위를 끌어 들였던 찬반 논리는 간데없고 지금은 어르신의 말씀만 진리가 되어 남았다.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미국 전시가 결국 불발됐다. 문화재청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반출 허가를 신청한 목록에서 반가사유상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반출에 찬성한 쪽은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 문화 중심지인 뉴욕의 대표적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무산됐다고 한숨짓는다. 반출을 반대한 쪽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국가대표급 문화재의 해외 전시에 신중해야 하는 만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긴다. 총독부 청사 철거 때와 마찬가지로 누구 얘기는 맞고, 누구 얘기는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사유상이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다. 전시를 추진하는 사람들조차 가정이지만, 사유상이 없는 중앙박물관이란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시회 대표 유물의 반출이 좌절된 중앙박물관 심정도 이해가 간다. 전시가 확정된 문화재는 국보 9건과 보물 14건을 포함해 130점 남짓이다. 선산 금동보살입상과 금동약사여래입상이 불교 문화의 정수라면, 황남대총 북분의 금관을 비롯한 장신구들은 왕실 문화의 꽃이다. 특히 현대적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황남대총 남분의 금목걸이는 뉴욕의 멋쟁이들도 탐낼 만한 명품이다. 감은사터 서삼층서탑 사리장엄구와 경주 계림로 보검, 황남대총 남분 유리잔이 더해진 것은 신라의 황금 문화가 로마 및 페르시아 문화와 활발하게 교섭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반가사유상의 부재(不在)는 전시회가 현지 관람객들에게 던질 문화 충격을 감소시키고, 전시장의 구성마저 다시 손보아야 할 만큼 치명적이다.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중앙박물관·문화재위원회 모두 직분에 충실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달라진 여건에서도 중앙박물관이 메트로폴리탄 전시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반가사유상 못지않게 뉴욕에 가는 문화재 하나하나가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무엇이든 젖지 않게 하는 ‘마법의 스프레이’ 인기

    무엇이든 젖지 않게 하는 ‘마법의 스프레이’ 인기

    물에 젖지 않는 것은 물론 케첩이나 기름, 겨자, 식초, 초콜릿시럽 등과 같은 액체가 묻어도 절대 얼룩이 지지 않게 코팅해주는 마법 같은 코팅제가 등장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8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에는 아이폰이 물에 무려 30분 동안이나 빠져 있어도 침수되지 않는 모습이 공개돼 커다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는 로스 나노테크놀로지라는 미국의 중소업체가 개발한 네버웻(NeverWet)이라는 코팅 스프레이 때문이었다. 제조사는 더욱 완벽한 코팅제를 내놓기 위해 계속 연구를 했고 최근 러스트 얼리엄(Rust-Oleum)이라는 특수 페인트 및 코팅 업체를 통해 판매를 개시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개발자들이 직접 아이폰이 물에 젖지 않는 것은 물론 초콜릿시럽을 신발이나 옷 위에 뿌려도 그대로 흘러내리며 조금의 얼룩도 묻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놀라운 효과 때문에 총 코팅 시간에 30분이 걸림에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용법은 베이스 코팅 스프레이를 뿌리고 15분을 기다린 뒤 다시 탑 코팅 스프레이를 그 위에 뿌려 15분간 기다리면 완료된다. 사용 예로는 옷에 코팅하면 케첩이나 초콜릿 시럽 등의 액체도 묻지 않으며 새로 산 흰색 운동화도 잠시 더러워질 걱정이 없다. 또한 종이 상자의 안쪽을 코팅하고 음료와 얼음을 채우면 아이스박스가 없어도 야외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마트 폰에 스프레이하면 수영장이나 욕실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버웻 동영상 보러가기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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