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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플러스] 국내 첫 ‘허위 유치권 탐정 서비스’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은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허위 유치권 탐정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범죄행위임에도 관행처럼 굳어진 부동산 경·공매 허위 유치권 신고를 가려내 채권자들을 보호하는 법률서비스다. 허위 유치권으로 의심되는 경·공매 물건을 의뢰하면 이를 조사해 민·형사적 수단을 동원해 신고를 철회토록 하는 절차를 대행해 준다. 착수금은 없고 공보수는 유치권 신고금액의 5% 안팎이다.(02)711-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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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책들도 나이를 먹는가/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책들도 나이를 먹는가/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몇해 전 ‘꿀벌 마야의 모험’이 새판으로 나온 것을 보고, 문득 오래된 그 책의 판본과 장정을 떠올렸다. 새로 나온 세련된 책은 반갑기는 하되, 익숙하지는 않았다. 오래된 책은 낡기는 했지만 내 몸의 일부 같다. 나와 함께 세월을 보낸 오래된 책들을 보면 그 책에 얽힌 기억들이 필름 돌아가듯 떠오른다. 낡은 표지 위에서 옛날에 내가 쓴 글씨를 발견하는 날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 오는 것만 같다. 그런 날이면 그 책을 다시 읽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내게는 많은 것일까. 나는 책을 참 많이 버리기도 했다. 아무리 낡고 오래된 책이라 해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책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책을 버리면서 알았다. 추억이 담긴 책들, 누군가의 내력과 이어지는 책들은 버리려고 빼냈다가도 결국 책장에 다시 꽂게 된다. 나도 나이를 먹어 가고 있다는 것을 가끔 내 서가의 낡은 책들을 통해 알게 된다. 버리지 못할 책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내 인생도 그만큼 많이 지나 왔다는 것이리라. 내가 그때 ‘네루다’를 읽었었지,‘마르크스’를 알고 고민했었지, 연암(燕巖)에 흠뻑 빠졌었지 하며 기억을 되새기는 동안 이미 그 시간들은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그만큼 그 책들도 내 기억과 같은 나이를 먹은 셈이다. 책은 출간되면서 세상에 태어나지만,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 손과 닿지 않은 책은 아직 종이 뭉치이다. 최근에 우연히 에밀 졸라의 ‘나나’와 다시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읽은 그 책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어른용 책’이었다. 그때까지 곤충이나 동물 이야기, 보물섬 이야기, 탐정의 세계에서 머물던 나는 ‘나나’라는 여자로 인해 내 정신세계를 옮겼다. 하루종일 읽다가 졸고, 읽다가 얼굴 붉히고, 누군가 옆에 다가오면 팔뚝으로 제목을 가리면서 한꺼번에 다 읽어버렸다.11살짜리 주제에 나는 세상의 모든 걸 봐 버렸고 다 알아 버렸다는 심정으로 이미 어두워진 도서관 바깥으로 나왔다. 그 하루 동안 훌쩍 자란 것인지, 겉멋이 든 것인지, 그 이후에 나는 더 이상 ‘아동용’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읽지 않았다. 그해 가을,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단체 무용 발표회가 있었고,5학년의 레퍼토리는 개구리 모양의 옷을 입고 추는 개구리 무용이었다. 원하는 사람은 모두 참가할 수 있었지만, 꽤 비싼 옷 값을 내야 했다. 나는 그때 우리 집 형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다가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오후에 무용 연습을 하는 동안, 집에 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도망을 쳤다. 오후 내내 머리 반쪽에는 책의 내용이, 그리고 나머지 반쪽에는 개구리 무용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도서관엘 갔더니 책상과 의자는 다 치워지고 열람실이 낯모르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하필이면 거기서 무용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재빨리 서가 속으로 숨어서 책 한 권을 빼들고는 책을 읽는 척하면서, 아니 책을 턱 밑에다 대고, 친구들이 개구리 무용을 하는 모습을 슬쩍슬쩍 훔쳐보았다. 그것이 벌써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나는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런데 최근에 그 기억을 떠올려 주는 일이 일어났다. 그 공연 모습을 그때 참가한 동기생 중 누군가의 부모가 기념사진으로 찍어 두었던 모양이다. 그걸 누군가 간직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초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다 턱 하니 올려 놓은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그때 내가 무슨 책을 눈 밑에 대고 있었는가를 기억해 내려 했다. 그러나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그 책을 읽지 않았으니. 하지만, 궁금하다. 소년이 읽는 척 눈 밑에 대고 있던 그 책이 무엇이었는지. 그 책도 나이를 먹었는지.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엄지원, 영화 ‘공중 곡예사’로 시대극 첫 도전

    엄지원, 영화 ‘공중 곡예사’로 시대극 첫 도전

    배우 엄지원이 영화 ‘공중곡예사’(감독 박대민ㆍ제작 CJ 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됐다. ‘공중곡예사’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미궁의 살인사건을 쫓는 명탐정 홍진호(황정민 분)과 그를 돕는 의학도 광수(류덕환 분)의 활약을 그린 추리스릴러물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시대극에 도전하는 엄지원은 사대부가의 부인이지만 신분을 감춘 채 여류발명가로 활동하며 탐정 진호의 수사에 필요한 발명품을 만들어주는 숨은 조력자인 순덕 역을 연기한다. 그동안 영화 ‘가을로’, ‘주홍글씨’, ‘스카우트’ 등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엄지원은 순덕 역을 통해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편 여류 발명가로서 당차고 힘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엄지원은 “사대부가의 여인이자 신여성인 순덕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며, 굉장한 매력을 갖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한편 엄지원을 비롯해 황정민, 류덕환 등이 출연하는 영화 ‘공중곡예사’는 지난 20일 크랭크인 해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웰메이드 스타엠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바이러스 도시/ 스티브 존슨 지음

    바이러스 도시/ 스티브 존슨 지음

    소설 ‘페스트’에서 카뮈는 말했다.“죽은 사람은 그 죽은 모습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 역사의 장면 여기저기에 산재하는 1억의 시신들은 상상 속 한 줄기 연기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화되지 않은 죽음은 ‘추상’이다. 나에게 들이닥친 질병은 몸 전체가 감각하는 생생한 고통이지만, 나와 무관한 질병은 단어로만 존재하는 관념일 뿐이다. 추상의 질병은 은유를 동반한다. 치유불가능한 미정복의 병일수록, 집단적 희생자를 낳는 대규모 전염병일수록, 은유는 잔혹하고 편집증적이다. 질병과 장애를 ‘신의 저주’와 ‘죄의 천형’으로 몰아붙였던 먼 옛날부터, 에이즈에서 ‘성문란’,‘윤락’,‘국가관리 대상’이란 수식어를 떼어내지 못하는 오늘날까지, 질병에 대한 은유는 정치적 보수성과 결합해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해왔다. ●질병이 생산한 은유적 미신과의 사투 ‘바이러스 도시’(스티브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는 질병 및 질병이 만들어내는 은유적 미신과의 사투를 기록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현재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죽이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와 여러 모로 오버랩되는 책이다. 미국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목격자 기록과 질병 조사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빅토리아 시대의 대재앙을 소설적 구성으로 되살려냈다.19세기 중반 세계 최대 도시로 급성장하던 런던이 무대고, 런던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콜레라가 소재다. 콜레라의 발병과 전염 및 소멸 경로를 추적하며 시대의 미신과 싸운 의사 존 스노와 목사 헨리 화이트헤드는 주인공으로 분했다. 번화한 런던 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밀집구역인 브로드 가에서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사실은 책에 배경음악처럼 깔린 질병의 정치사회학이다. 당시 의학계는 ‘독기론’(독성을 품은 공기가 전염병의 원인)의 미신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노와 화이트헤드는 콜레라의 ‘감염지도’까지 그려가며 집요하게 파헤친 끝에 콜레라가 수인성 전염병임을 밝혀내고 독기론에 종지부를 찍는다. 책의 한국판 제목 ‘바이러스 도시’(원제 ‘유령지도’,The Ghost Map)는 전염병과 도시와의 역학관계를 상징하는 함축적 번역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책의 표면적 주제라면, 브레이크 걸리지 않는 도시화의 위험성이 이면적 주제다. 바이러스는 자본주의 개발의 온갖 잔해들이 버무려진 곳, 도시라는 특수 과밀환경을 만났을 때 더욱 번창하고 강력해진다. ●전염병과 도시와의 파괴적 역학관계 저자는 “콜레라균을 한층 효과적인 살인마로 바꾼 것은 런던 시민들이었다.”고 단언한다.“런던 및 여타 대도시 시민들이 거대한 떼를 이루며 살기 시작했을 때, 쓰레기를 저장하고 제거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 결정들이 미생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의식하지 못했다.”고 썼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지구온난화와 석유고갈로도 절대 멈추게 하지 못할 도시화의 유일한 적으로 바이러스를 지목한 것도 섬뜩하다.‘글로벌 도시’란 이름으로 ‘바이러스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현 시대를 생각하면,“과밀한 도시적 삶의 규모와 관계가 방향을 바꿔 우리를 겨눌 수도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묵시론적이기까지 하다. 19세기와 달리 현재의 바이러스는 세계화란 우군을 가졌다. 세계화와 맞물린 도시화는 런던의 두 의학탐정이 보여준 일국적 차원의 방제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또 다시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는 전 세계적 연대가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공포다. 광우병의 잠재적 위협요인은 자유무역협정을 타고 교역 상대국들로 확산되고 있다. 도시의 거대화 및 슬럼의 탄생과 연동되던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메커니즘은 세계화에 힘입어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포착하기 힘든 단계까지 진화했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도시적 삶의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의 통찰력을 공공정책의 장에서 철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유전학, 진화이론, 환경과학 등을 총동원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향후 몇십년 안에 택할 진화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현 시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45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데스크시각] 화성연쇄살인의 추억과 진실/박찬구 사회부 차장

    [데스크시각] 화성연쇄살인의 추억과 진실/박찬구 사회부 차장

    “맞습니다. 경찰도 J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턱, 숨이 막혔다.‘그럼, 왜….’라고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용의자를 다른 지역 경찰에게 빼앗긴 수사본부의 축소·은폐, 고질적인 관할 다툼, 부실한 초동수사, 물증 확보 실패….’ 돌아올 답이란,15년 전 화성사건을 취재한 이후 기자가 줄곧 자문자답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터였다. 날선 의구심과 죄책감은 뜻밖의 충격에 오히려 맥이 풀렸다. 맞은쪽에 앉은 경찰청 소속 베테랑 형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침묵이 흘렀다. 1993년 여름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된 J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기 검증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기사가 서울신문에 실렸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적어도 86년 12월과 87년 1월 두차례의 범행을 J가 자백했다고 밝혔다. 당직 변호사는 J를 단독 면담한 뒤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J는 경기도경 수사본부로 인계된 직후 풀려났다. 사건 당시 J가 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가 무혐의 처리된 적이 있으며, 뚜렷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서대문팀의 한 간부는 수사본부가 공조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당초 J를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른 책임 추궁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기자에게 푸념했다. 권력기관, 특히 경찰에서 진실은 때로 현실에 묻혀버리고 만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지장처럼 핏기 없는 손에 쪽지가 놓여 있었다. 날림체로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H는 소스라치며 잠을 깼다. 화성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를 뜯어보던 뒤끝이었다. H는 경찰에서 일하는 고향 후배의 도움으로 화성과 수원 인근에서 ‘꿈속의 이름’을 검색했다. 탐정을 자칭하는 H는 기자에게 다른 몇건의 살인사건 수사에 간여하거나, 단서를 제공한 적이 있다며 화성사건에 집착했다.H는 ‘화성사건은 미궁이 아니다’라는 책을 펴냈고, 다음에 회원 2만 7000여명의 관련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H가 꿈 속에서 보고, 서대문팀에 제보한 이름이 바로 J였다. 서대문팀이 H의 꿈에 놀아났다 하더라도, 거짓말탐지기 반응, 당직 변호사에게 자백한 정황, 최근 경찰청 형사의 ‘고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실은 때로 상식을 일탈하고, 진실은 이성의 바깥에도 존재하는 것인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화성에 경찰서가 새로 생겼다.‘혜진·예슬법’도 만든다고 한다. 제2·제3의 피해자가 줄어든다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사는 전시행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적어도 강력 사건에서 진실과 현실의 괴리는, 허공 속에서도 범인의 채취를 찾아내는 과학수사와 현장의 담배꽁초 하나도 놓치지 않는 초동수사, 제 몸을 사리지 않는 공조수사가 전제되어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대학생 행렬에 경찰력을 곱절이나 배치하고, 대통령 행사를 이유로 도심 건물을 철통같이 에워싸는 일에 일선 경찰을 투입하는 전근대적 행태가 되살아난다면 ‘93년 화성’의 오류가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현 정부는 실용을 얘기한다. 공안이나 권위의 부활이 실용은 아닐 것이다. 경찰서 하나 세울 여력으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 저돌성으로, 묻혀가는 강력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노력을 보인다면, 그때 민생치안의 실용은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다시 화성을 생각한다. 원혼은 누가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J, 그는 10년 전 자택에서 돌연사했다. 혹자는 양심의 가책에 따른 것이라 했고, 어떤 이는 누군가의 계획된 살인이라고 했다. 경찰의 강압수사 후유증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화성은 잊혀져 간다. 박찬구 사회부 차장 ckpark@seoul.co.kr
  • [Zoom in 서울] ‘찰칵’ 찍은 것은 우리의 삶

    [Zoom in 서울] ‘찰칵’ 찍은 것은 우리의 삶

    스틸사진으로도 ‘쿨’한 기록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 40대 영화학도. 도시의 퇴락한 음지만을 촬영해 온 30대 웹디자이너.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댄디 스타일의 20대 대학원생…. 지난 20일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로 ‘무장’하고 종로 세운상가로 모여든 일군의 남녀들에게선 이색 풍광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주말 출사족(出寫族)의 여유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비껴매고 피사체를 향해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는 이들의 몸짓에선 숙연한 경외감마저 감지됐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촬영하는 대상이 오감을 압도하는 대자연의 숭고미도, 첨단 공학기술의 총아인 대도시의 마천루도 아니라는 점이다. 렌즈에 포착된 이미지 대부분은 수명을 다한 도심의 낡은 건축물이거나 재개발로 사라질 빈민가 골목길 등 ‘비루하고 지지하고 데데한’ 대도시의 단면들이다. 이들이 세운상가를 찾은 것은 올해 도심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에 들어가는 건물 구석구석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지난 2006년부터 도시경관 기록보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문화우리’가 자원봉사자들로 팀을 꾸려 진행하는 사업이다. 세운상가 기록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미영씨는 “세운상가가 갖고 있는 기억을 이대로 흩어 버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증거를 상실하는 것과 같다.”면서 “세운상가의 장소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도시경관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스무명 남짓. 장사동에서만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세운상가 키드’ 전윤안(40)씨는 세운상가를 ‘거친 동네’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옥상정원에서 축구를 하다 관리인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른 일이며, 춘화집을 사기 위해 3층 보행데크에서 암거래상과 ‘접선’하던 고교생 시절의 추억이 건물 곳곳에 고스란히 인각돼 있다. 그는 “유년과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긴 이곳이 철거된다니 개인사의 한 단락이 지워지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이혜리(33)씨는 철거가 예정된 서울 시내 시민아파트를 주로 찍어온 출사 경력 10년의 베테랑이다. 이씨는 “언제부턴가 새것보다 옛것, 반듯한 것보다 구불구불하고 볼품 없어 보이는 것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도시공간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재개발 예정지의 일부라도 남기는 것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도시의 속살을 샅샅이 드러내다 경관기록 보존사업의 특징은 철저하게 아마추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작품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에 출중한 촬영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도 중요치 않다. 첨단의 광학기술이 디지털 기억장치를 만나 탄생한 DSLR 카메라가 현상과 인화에 소요되는 노력과 비용을 혁명적으로 단축시켜준 덕분이다. 다만 도시의 감춰진 속살을 낱낱이 포착해 기록하는 일인 만큼 고고학자의 집요함과 탐정의 호기심은 필수 덕목이다. 풍경에 말을 걸고 렌즈로 교감하는 능력은 그 다음이다. 21세기의 시공간을 출발해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 이들의 시간여행은 이날 오후 6시 동국대 학생회관 앞에서 마무리됐다. 3시간에 가까운 ‘장정’임에도 누구 하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용어클릭 ●도시경관 기록보존 운동 도시 재개발로 사라지게 될 지역의 모습과 일상을 주민들과 함께 기록하여 지역의 공동유산으로 보존하고 공유하는 운동. 개발사업이 간과하기 쉬운 생활사와 지역공간의 공공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에서는 문화우리가 아현동과 교남동 등 뉴타운 개발로 철거될 달동네 4곳에 대해 이미지 아카이브(기록 보관소) 작업을 마친 상태다. 지난 2005년 인천시가 달동네의 공간특성과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해 지역 문화유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 [부고] 英 영화감독 밍겔라 사망

    [부고] 英 영화감독 밍겔라 사망

    전쟁 로맨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앤서니 밍겔라가 사망했다고 대변인이 18일 밝혔다.55세. 각본가이기도 한 밍겔라는 1996년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99년엔 ‘리플리’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는 최근 인기 소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를 90분짜리 TV 시리즈로 각색·연출했다. 이 시리즈는 곧 BBC1 TV로 방영될 예정이다.
  • 애크로이드 소설 ‘혹스무어’

    세계적인 전기 작가로 이름 높은 영국 작가 피터 애크로이드의 장편소설 ‘혹스무어’(홍덕선 옮김, 솔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소설은 18세기 건축가 니컬러스 다이어가 교회를 재건축하는 이야기와 20세기의 니컬러스 혹스무어 경관이 260여년 전에 지어진 교회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 색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탐정소설처럼 작품 곳곳에 호기심을 부추기는 복선을 깔아 놓았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거부한다. 작품은 두 가지의 시간대를 축으로 한다.260여년의 시차를 둔 1711년과 1980년대. 영국 런던 대화재 이후인 1711년, 앤 여왕 즉위 9년에 런던시와 웨스트민스터시 교구에 교회 7개를 새로 건립하는 의회 법안이 통과된다. 건립 책임을 맡은 왕립건축사무소의 니컬러스 다이어가 이 교회들을 지어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로부터 260여년이 흐른 1980년대 런던 경찰청의 경관 혹스무어는 그 교회들에서 발생하는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그런데 1980년대의 연쇄 살인은 18세기에 다이어가 저지른 또 다른 살인사건들과 연결돼 있다.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홀수 장에서는 18세기의 사건을, 짝수 장에서는 현대의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교회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는 소설인 만큼, 독자들에게 소설 속에 작가가 숨겨 놓은 살인사건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도록 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독서를 지금보다 더욱 즐겁게 하고 싶다면 먼저 작가가 준비해둔 장치나 고안을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일본의 유명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을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9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토요영화]스파이 키드 3

    [토요영화]스파이 키드 3

    ●스파이 키드 3(SBS 영화특급 밤 1시) 남매인 주니 코르테스(다릴 사바라)와 카르멘 코르테스(알렉사 베가). 이들은 OSS 최고의 특급요원인 부모의 기질을 물려받아 천부적인 스파이 능력을 보인다. 아버지(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구한 인공두뇌를 노리는 적들에 맞서 부모를 구하는가 하면, 위력 강한 무기로 세계를 제압하려는 악당과 싸우는 등 스파이 키드로서 맹활약을 펼친다. 그러던 중 사설 탐정을 꿈꾸던 주니는 OSS 요원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는데, 느닷없이 누나 카르멘이 ‘게임오버’에 갇히는 일이 발생한다.‘게임오버’는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디오 게임. 하지만 OSS의 오랜 숙적인 토이메이커(실베스터 스탤론)가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내용은 폭력적이기 짝이 없다. 주니는 누나를 구하기 위해 직접 ‘게임오버’ 속으로 들어간다. 누구보다 뛰어난 임무수행력을 보이던 요원이었지만, 주니 역시 위험천만한 일들이 가득한 디지털 가상현실 속에서 수많은 위기상황들을 겪게 된다. ‘스파이 키드 3D’(Spy Kids 3:Game Over)는 현란한 3차원 영상으로 마치 실제 게임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이색 판타지를 선사한다. 특히 사이버 게임 속으로 들어가 단계별 미션을 해결한다는 내용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은 가상 현실 속 모험과 스릴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3D 입체 영상이 안성맞춤이라 보고, 고배율 비디오 카메라 촬영 기법을 도입했다. 이같은 화려한 시각적 구사는 재치 넘치는 스토리와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출연 배우들의 면면과 호연도 2003년 개봉 당시 이 영화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데 톡톡한 역할을 차지했다. 이름만 들어도 솔깃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칼라 구기노, 실베스터 스탤론, 셀마 헤이엑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악당 ‘토이메이커’로 분해 1인 4역의 묘기를 보여 주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연기는 개성이 넘치면서도 대단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 역은 원래…” 할리우드의 운 나쁜 배우들

    “그 역은 원래…” 할리우드의 운 나쁜 배우들

    ‘귀여운 여인’에 처음 섭외됐던 주연 여배우는 줄리아 로버츠가 아니었다. 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편인 ‘레이더스’의 주인공도 해리슨 포드가 아닌 다른 배우가 내정되어 있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처음 섭외했던 배우들이 거절해 다른 사람이 배역을 맡아 ‘대박’을 친 영화 캐릭터들을 모아 ‘스타들이 놓친 아까운 배역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포브스는 가장 아까운 배역 중 하나로 ‘귀여운 여인’의 여주인공 ‘비비안’을 꼽았다. 줄리아 로버츠의 상징과도 같은 이 역할은 원래 당시의 청춘스타 ‘몰리 링월드’의 몫이었다. 그러나 링월드는 출연을 거절했고 대타로 나선 줄리아 로버츠가 홈런을 쳤다. 말론 브란도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려운 ‘대부’의 ‘돈 비토 꼴리오네’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내정되어 있었다. 그 불운한 배우는 영화 ‘마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어네스트 보그나인. 그는 대부 제작 당시 섭외 1순위로 거론되었으나 훗날 영화사에 남게되는 이 배역을 거절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의 첫 편 ‘레이더스’의 주연도 기획단계에서는 톰 셀렉이 고려됐다. 톰 셀렉은 당시 인기 TV시리즈 ‘탐정 매그넘’에서 터프한 남성상을 그려냈던 배우. 그가 TV시리즈 촬영을 이유로 거절한 ‘레이더스’의 주연은 해리슨 포드에게 돌아갔고 이후 이 영화는 포드의 대표작이 됐다. 이 외에도 로버트 레드포드는 더스틴 호프먼의 대표작인 ‘졸업’의 주연을 제안받은 바 있으며 코미디 배우 체비 체이스는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레스터 번햄’역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사진= 몰리 링월드, 어네스트 보그나인, 톰 셀렉 (사진 위, 왼쪽부터. 아래는 제안받았던 영화 스틸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미드’ 볼까 한국명작 볼까

    황금연휴는 드라마 마니아들에게도 ‘황금의 시간’이다. 특히 미드족을 겨냥해 한 작품을 연속으로 여러편 내보내는 ‘데이(Day) 특집’이 마련되는 등 채널 별로 색다른 드라마들이 가득하다. 먼저 MBC는 설특집 4부작 드라마 ‘쑥부쟁이’(7∼8일 오전 10시 35분)를 야심차게 기획했다. 쑥부쟁이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기 쉬운 들꽃으로, 드라마에서는 부모님의 사랑을 상징한다.아버지의 재산을 둘러싼 자식들의 갈등과 자신의 병을 차마 자식들에게 밝히지 못하는 아버지의 고민 등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전원일기’의 김정수 작가와 권이상 PD가 뭉친데다 권성덕, 김용림, 고두심, 박순천, 박은수, 이계인 등 ‘전원일기’ 멤버들이 대거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끈다. FOX채널의 편성은 베스트 드라마 ‘종합선물세트’이다. 우선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미드와 영드 5편을 방영하는 등 물량공세를 펼친다. 심령수사극 ‘고스트 앤 크라임’, 인기 영국드라마 ‘닥터 후’, 신개념 추리 코미디 ‘명탐정 몽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범죄 전담반’, 감각 스릴러 ‘덱스터’가 그들이다. 한국 대표 드라마 편성도 빼놓을 수 없다.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올인’(6∼10일 오전 6시), 핑크빛 스캔들 ‘프라하의 연인’(6∼10일 낮 12시), 박신양·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6∼10일 오후 5시) 등 화제작 3편을 만나볼 수 있다. 본방송을 놓쳐 안타까웠던 시청자들에겐 절호의 기회이다. 영화채널 OCN은 9일 오후 10시부터 11일 오전 2시까지 28시간 동안 ‘CSI’ 베스트 에피소드와 ‘CSI의 리얼리티 버전’이라 불리는 10부작 ‘머더’를 함께 내보낸다.‘머더’는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일반인이 두 팀으로 나뉘어 범인을 찾는 대결을 펼치는 리얼리티 시리즈물. 드라마 ‘CSI’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수퍼액션은 `수퍼데이 6탄 수퍼내추럴 시즌2´(8일 오후 10시∼9일 오후 5시)를 19시간 동안 특집 방송한다.‘수퍼내추럴’은 심령 공포 드라마로 악마 사냥에 나선 형제 퇴마사의 이야기를 담았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처칠이 누구?“ 英 청소년 역사적인물 잘 몰라

    “처칠이 누구?“ 英 청소년 역사적인물 잘 몰라

    최근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을 가공의 인물로,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를 실제 있었던 인물로 알고 있는 청소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영국 UKTV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기본적 역사지식을 알아보기 위해 20대 이하의 300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실존인물과 가공인물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처칠에 대해 “가공의 인물”이라고 대답한 반면, 추리소설의 명탐정으로 유명한 셜록 홈즈에 대해서는 60%가 “실존인물”이라고 믿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27%는 크림전쟁(Crimean War) 중 이스탄불에서 야전병원장으로 활약한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을 신화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약 10%가 인도의 정치지도자 마하트마 간디(Gandhi)와 나폴레옹(Napoleon)을 “가공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KTV 의 폴 모어튼(Paul Moreton) 사장은 이 같은 설문결과에 대해 “처칠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모른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로빈훗(Robin Hood)과 같은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다 보니 실제 인물이라고 믿어버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변양균·신정아 파문 확산] 홍 前총장 이상한 말바꾸기

    [변양균·신정아 파문 확산] 홍 前총장 이상한 말바꾸기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위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화끈하게 힘을 썼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도 올초 신씨와 같은 오피스텔에 입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3명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씨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와 미국 뉴욕으로 도피하기까지 신씨가 국내에서 머문 4일간의 행적과 미국 도피의 배후에 변 전 실장 등이 적극 개입했는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화문 주변에 핵심 3인 모여 살아 홍 전 총장은 2005년 신씨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 “서울대에서도 탐냈을 만큼 유능한 인재”라며 학내 교수들의 반발을 앞장서서 잠재웠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홍 전 총장은 신씨와 비교적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 말 홍 전 총장과 신씨가 같은 오피스텔에 입주한 데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홍 전 총장은 파문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당시 임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결재만 했다.”며 신씨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홍 전 총장은 변 전 실장과도 2004년 조계종 중앙신도회 논강모임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는 등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내 불교계 창구 역할을 했던 변 전 실장인 만큼 동국대 총장과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셈이다. 그러나 홍 전 총장은 지난 10일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종전 입장을 뒤집었다. ●‘비행기표 카드 결제´ 누가 도왔나 학력위조 파문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7월5일 프랑스로 출국했던 신씨는 8일부터 학력위조 보도가 쏟아지자 같은 달 12일 오전 7시30분 극비 귀국했다가 나흘 뒤인 16일 오전 11시 뉴욕으로 출국했다. 신씨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애썼다. 공개된 행적은 성곡미술관 관계자를 만난 것뿐이지만, 변 전 실장과 만났을 가능성도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언론이 눈에 불을 켜고 신씨를 쫓던 상황에서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과 신용불량자임에도 100만원이 넘는 비행기표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신씨는 뉴욕행 티켓을 1년짜리 오픈티켓으로 끊었던 것으로 밝혀져 출국 전부터 이번 사건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피 생활도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의 행방과 관련해 뉴욕 교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맨해튼 고급 식당에서 신씨를 봤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50일이 넘도록 미국에서 버티면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도 의문이다. ●50여일 뉴욕 잠행… 생활비 어디서 신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만달러를 들여서 변호사 2명과 사립탐정 3명을 고용해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을 도와준 가정교사를 찾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돈 걱정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 도피 과정에 누군가가 돈을 대준 것은 확인하기 쉽지 않다.”면서 “국내 금융기관에 개설된 계좌추적에서는 변 전 실장이나 신씨의 어머니 등이 보낸 것은 특별히 없었다. 그러나 미국 계좌는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 전 실장 외에 제2, 제3의 ‘키다리아저씨’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측의 늑장 대응에도 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은 있다. 사건 발생 초 비엔날레측과 동국대는 검찰 고발을 차일피일 미뤘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7월12일 기자회견에서 “신씨의 가짜 학위를 확인했고 예술감독 선임을 철회한다.”고 밝히고도 신씨가 출국한 이틀 뒤인 같은 달 18일에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7월11일 신씨의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동국대는 광주비엔날레재단보다 이틀을 더 버티다가 20일 서울 서부지검에 신씨를 고소했다. 변 전 실장이나 또 다른 실력자가 신씨의 미국 도피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고소·고발을 늦춰 출국금지를 막았다는 분석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는 부분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아이 엠 샘(KBS2 오후 9시55분) 집 앞에서 이산을 발견한 소이는 감동을 뒤로한 채 아버지의 호통에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이는 맞선자리에 연락도 없이 안 나간 것에 대해 야단을 맞는다. 이산은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쓰러지고 은별은 이산을 밤새 간호한다. 소이의 느닷없는 방문에 이산은 은별을 방에 급히 숨기고….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유령의 성이라 불리는 프랑스 ‘보스’성에서 유령 찾기가 한창이다. 보스 성에는 약 500년 전에 주인을 사랑했다가 살해된 하녀의 억울한 영혼이 맴돌고 있다고 한다. 유령 사냥꾼들은 과학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추적하는 아마추어 탐정들. 유령 사냥꾼들이 장비를 갖추고 유령을 찾아 나섰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아이의 기질과 상관없이 부모가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느냐 혹은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주 양육자인 엄마의 성숙도나 태도에 따라 양육에 대한 어려움도 차이가 난다. 아기발달전문가인 김수연씨와 ‘육아가 힘든 진짜 이유’라는 주제로 이야기해 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0분) 파일럿인 줄 알고 만났지만 이별 후, 여자는 우연히 남자가 엑스트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직업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로부터 정신적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외상값 5000만원을 갚지 않은 채 해외로 도피한 남자. 가게 주인은 함께 술을 마신 사람들로부터 외상값을 받을 수 있을까?   ●커피프린스 1호점(MBC 오후 9시55분) 유주가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는 날, 은찬이 자신도 드레스를 입어 보고 싶었다는 말에 한결은 드레스 가게로 은찬을 데리고 간다. 유주가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한결은 은찬의 옆으로 가서 입어 보라고 권한다. 은찬이 빨리 가자고 조용히 말하는데 한결은 불쑥 저 거 입고 나랑 결혼하자고 말한다.   ●TV소설 그대의 풍경(KBS1 오전 7시50분) 동혁은 아빠라고 부르는 보배에게 더욱 애착을 보이고, 윤주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속상해 한다. 자금난에 몰린 종구는 회사를 살릴 투자금을 받기 위해 조실장에게 종숙이 도망간 사실을 숨긴다. 한편 박씨의 등장에 불안해진 수련은 동혁에게 보배가 국밥집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 [강유정의 영화 in] 조디악

    [강유정의 영화 in] 조디악

    데이비드 핀처의 ‘조디악’은 여러 모로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쩔 수 없다. 보면 이 제안이 당연하다 여겨질 것이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쇄 살인이라는 것과 여전히 미제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보는 이들을, 관계자들을 그리고 그 시기를 함께했던 동시대인들을 무력하게 한다. 힘이 빠진다. 살인이라는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증거도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그런데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사건의 진범이 자신을 모티프로 한 영화를 보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함은 울분을 넘어 슬픔으로 깊어진다. 실상 영화란 질문을 던지고 가능한 해답을 제시하는 오락일 때가 많다. 장르 영화들, 특히 스릴러물 영화가 그렇다. 어떤 스릴러물이든 간에 그러니까 아무리 두뇌 회전을 요구하고 반전이 급격한 영화라 할지라도, 대답은 준비되어 있다. 잘 참고 머리를 잘 굴려 끝까지 버티다보면 정답은 밝혀진다. 게다가 밝혀진 답은 으레 하나다. 언제나 범인을 발각되고 때로는 범죄 원인까지 밝혀진다. 탁월한 정신분석가가 등장하기도 하고 명석한 탐정이나 형사가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렇다. 부르주아 사회가 성립된 이후 언제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추리 소설의 효능이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 범죄는 처단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조디악’은 해결 가능한 미스터리라는 거짓 위안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작품이다. 실은 현실 세계에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범이라는 것도 실상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채 공포에 떨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진범이 아니라 범인이 잡혔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범인은 잡혀야 하고 미스터리는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감독이 조디악이 보낸 암호문을 여러 번 제시하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살인범이 보낸 편지는 그 사건이 마치 풀릴 수 있을 듯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는 공공연히 게임을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실상 그가 보낸 암호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순간, 그러니까 우리가 그의 요구를 들어주는 순간 이미 게임의 승패는 갈렸다는 사실이다. 그가 제시한 게임에 응하자마자 조디악은 승자가 된다. 그렇게 이미 승패가 나뉜 게임은 하릴없이 지속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 하릴없는 요구에 매달린 채 소모되어 가는 ‘사람들’이다. 감독은 점점 피폐해지는 그들의 영혼을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보여준다. 하여, 영화는 거대한 불모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최선을 다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 완전 범죄도 가능하다는 것. 때로는 선한 사람이 구원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세상엔 해결이나 정답 따위는 애초부터 없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진실 말이다. 영화 ‘조디악’은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은 정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가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냉정하면서도 섬뜩하다. 영화평론가
  • [어린이책꽂이]

    ●출동!그린팀 고래를 구하자 (니컬러스 로트 지음, 이용숙 옮김, 창비 펴냄)엄마, 아빠와 바닷가로 휴가를 떠난 카티와 카이는 난생 처음 매끈한 쥐돌고래를 본다. 하지만 처음 만난 쥐돌고래는 모터보트에 상처를 입어 죽고 만다. 아직도 웃고 있는 것 같은 고래를 자꾸만 쓰다듬어 보던 카티는 이제 수상스키도 모터보트도 타지 않겠노라고 결심한다. 환경보호운동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내러티브가 약하지는 않다.9500원.●병원에 간 명탐정 홈스 (양수범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정형외과 의사인 주인공 니나는 9살짜리 환자 올리버를 만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친구 올리버의 아버지 실종사건이 떠오른 것. 홈스 아저씨와 그의 친구 왓슨 박사가 등장해 사건을 풀어간다. 의사들은 어떻게 병을 알아내는지, 동물복제는 어떻게 가능한지 니나가 들려주는 의학 이야기를 읽으며 의사가 쓴 의학동화임을 실감할 수 있다.1만원.●고무랑 놀자 (허승회·임유진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고무풍선, 고무공, 고무장갑, 고무줄. 집 안만 쓱 둘러봐도 고무로 된 물건은 무궁무진하다.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놓아버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고무의 매력.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고무와 놀 수 있을까. 생기 넘치는 그림과 친근한 대화체가 놀이를 더 신나게 한다.8500원.●동화읽고 cook!cook! (엘타토 지음, 명진출판 펴냄)동화를 읽고 머릿속에 펼쳐지는 상상을 요리로 만드는‘동화요리´를 배워 본다. 마법의 떡침대로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우고 초코칩 화석으로 수리력과 과학적 사고력을 더한다. 사회성과 친화력은 물고기 피자로. 부엌에서 읽고 익히면 좋을 엄마, 아빠, 아이 모두의 요리책.9500원.
  • [씨줄날줄] 탐정기자/함혜리 논설위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는 막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은 추리소설의 기본적 요소다. 세계문학사상 추리소설의 첫 작품으로 꼽히는 것은 미국의 시인 겸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가 1841년 발표한 단편 ‘모르그가(街)의 살인사건’이다. 파리의 모르그 거리에서 벌어진 잔혹하고도 이해하기 힘든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 작품에서 밀실살인의 트릭이 처음 등장한다. 이후 밀실살인은 추리소설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요소가 된다. 영국의 여류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처녀작 ‘스타일즈장(莊) 살인사건’부터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쥐덫’ 등 대부분의 대표작에서 밀실살인을 다루었다. 밀실살인은 살인수법을 찾기 힘들고, 수법을 알게 되더라도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도저히 불가능할 듯한 밀실살인을 풀어가는 인물이 탐정이다.‘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서는 분석능력이 탁월한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고,‘스타일즈장 살인사건’에서는 사색형의 탐정 엘큘 포와르가 사건관계자의 언동에서 증거를 포착해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탐정의 대명사 격인 셜록 홈스는 독물(毒物)에 관해 정통하며, 화학·해부학·통속문학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로 그 역시 밀실살인 해결에서 빛을 발한다. 참여정부가 각 부처에 있는 브리핑룸을 통폐합하고, 기자들의 직접 취재를 원천봉쇄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엄청난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밀실행정의 위험성을 간과한 발상이다. 밀실행정은 문을 꼭꼭 잠가 놓은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정부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언론은 그 중계자 구실을 한다. 감시와 비판기능이 중시된다. 하지만 정보 접근이 봉쇄된 상황에서 언론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느닷없이 밀실살인이 떠오른 까닭은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라 탐정이 돼야 할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말 허구같은 현실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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