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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숲에서 인간의 자기 모순과 추함을 보다

    거대한 숲에서 인간의 자기 모순과 추함을 보다

    “숲에서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든다고요.”(40쪽) 편혜영(40)이 쓴 장편소설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읽는 내내 이 구절을 챙겨야 한다. 보통 소설이라는 것이 읽어 가면서 플롯을 이해하고 주인공과 동일시하면서 결과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요한 지점마다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이런 식이다. 가사 문제 변호사 이하인은 어느 날 실종된 형 이경인을 찾아 나선다. 이경인은 산의 관리인으로 있었다. 그리고 실종되기 전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부엉이~’ 운운한다. 형은 자신의 치통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하인에게 폭력을 가해서, 이하인은 어린 시절 형이 죽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꿈꿔 왔다. 탐정이 된 듯 이하인은 주민들에게 수소문한다. 2주 전에 관리인으로 부임한 박인수, 세탁소 주인 최창기, 서점 주인 한성수, 술집 주인 이안남, 관리소의 진 등이다. 그런데 이하인이 형을 찾지도 못했는데 뺑소니 트럭에 치여 죽고 만다. 어처구니없는 1부의 끝이다. 적자 서점을 12년째 운영하는 한창기는 진에게 빚이 있지만, ‘그 숲에서 한 일, 그동안 목격한 것, 그가 공모자로 가담한 일 모두가 담보였다.’고 말해 무엇인가가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암시를 팍팍 해 놓았다. 때문에 실망과 맥빠짐을 정리하고, 실종된 이경인도 찾아야 하니까 2부에 기대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2부에서 형은 잊혀진다. 대신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인수는 전도양양한 회사원이었지만, 이직에 실패하면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하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계속 미역국을 먹는 박인수는 점차 술에 의존해 살아간다. 술에 취해 자살을 시도했고, 자살에 실패한 날 외동아들 세오를 집어던져 머리를 다치게 한다. 그 결과 세오는 아토피를 앓게 되고, 아빠를 두려워한다. 인생에 실패해서 술을 마시는지, 술을 자꾸 마셔서 삶이 실패하는지 선후가 헷갈리게 된다. ‘악마가 사람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려울 때는 대리로 술을 보낸다.’는 프랑스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3부는 세탁소 주인 최창기, 서점 주인 한성수, 술집 주인 이안남, 관리소 진의 과거사가 펼쳐진다. 마치 만화가 윤태호의 ‘이끼’가 떠오르는 인생들이다. 마치 진은 이끼의 이장 같고, 나머지는 어떤 엄청난 일의 공모자들로 보인다. 남자 형제 사이의 이 갈리는 폭력을 그리면서 로펌 사무장의 입을 통해 “안 친한 가족이 널렸습니다. 게다가 가족보다 친하다는 말은 가족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친해 보인다는 것이지 속을 다 내보일 정도로 친한 건 아닙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지독한 관계일 수도 있고요.”라며 그 일당의 관계를 암시했다. 그런데 진과 그 일당이 저질렀다는 불의나 범죄는 변호사 이하인을 교통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사소하다면 사소하다. 따라서 불안과 공포를 따라서 이 소설을 독해해 나갔다면 심각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소설이 뭐냐? 이경인에서 박인수로, 박인수에서 또 다른 관리인으로, 그것도 알코올 중독자를 또 고용해 똑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 없이 진행될 것을 암시한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음모도 아닌 사소한 음모에 결탁돼 타인을 이용하고 기망하면서, 술에 취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취중 현실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끝내 깔끔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탐정소설은 아니다. 스릴러 장르 소설 같기도 하지만, 끝내 순수소설이라고 내세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자의 의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작가는 2007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시작으로 이효석문학상(2009), 오늘의 젊은예술가상(2010), 동인문학상(2011)을 수상했는데,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 만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철없는 아빠의 돌출행동

    기왕이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 엄마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너도 다 컸으니 엄마 없이도 살 수 있지?” 이런 말을 남기고 엄마는 아프리카로 발령을 받아 ‘가출’을 한다. 엄마가 아프리카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아빠는 “아, 저 가방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라며 기왕이가 마음속으로 부르짖는 말을 내뱉는다. 상심은 잠시뿐, 엄마의 가출에 희희낙락하는 아빠는 비디오대여점을 정리하고 명탐정 포아로가 등장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서 제목을 딴 카페를 차린다. 그러나 아빠의 진정한 의도는 카페가 아니라 그 옆에 나란히 간판을 단 ‘명탐정 고명달 사무소’에 있다. 그렇다. 기왕이의 이름은 고기왕, 명탐정의 아들이다. 제5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최상희 작가의 ‘명탐정의 아들’(비룡소 펴냄)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버지가 명탐정의 간판을 내걸지만, 철딱서니 없는 아버지 대신 애늙은이가 된 ‘명탐정 아들 고기왕’이 사건을 해결한다. 입담이 발랄하고 이야기 전개도 속전속결이다. 하지만 결론이 ‘왕따라서….’로 귀결되는 방식이 좀 진부하다. 그래도 한번 책을 잡으면 배꼽을 단속해가며 끝까지 빠르게 읽어내려 가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 결혼을 밝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1일 개봉). 이 영화의 연출은 지난해 흥행작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의 제작자인 김조광수(47) 청년필름 대표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로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조광수 감독을 지난 13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계기는. -처음 단편 영화를 연출할 때 장편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장편을 연출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탄력이 붙었을 때 제작이나 열심히 하라면서 말렸다. 외부에서 검증을 받아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해서 한 영화제에 이번 작품의 기획서를 제출해 상을 받아 제작하게 됐다. →영화는 결혼적령기의 게이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위장 결혼을 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나. -위장 결혼을 다루되 소동극의 형태로 장르적 외피를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져 왔다.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오마주로 큰 틀을 비슷하게 하고 그 속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밝고 명랑한 퀴어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힘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실제로는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처럼 극장에서 행복 판타지를 꿈꿨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극장에서까지 현실을 목도하고 우울함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극중 민수는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효진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위해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었나. -주변에 위장 결혼을 하거나 할 대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장 결혼을 하려다가 시집살이에 며느리 노릇을 강요해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등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위장 결혼을 한 뒤에 왜 아이가 없느냐면서 한약을 계속 대거나 산부인과에 끌려다니는 통에 괴로워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다. 효진의 캐릭터는 레즈비언의 85% 이상이 입양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설문조사에서 착안했다. →캐스팅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톱스타들에게 대본을 돌렸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대중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드라마 ‘동이’에서 뜰 뻔하다가 함께 나오던 최철호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중이 확 떨어진 김동윤이 대표적이다. 류현경도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했기 때문에 주연으로 끌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에게 동성애자들의 러브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여기에 다들 동의했다. →영화는 주인공 민수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위장 결혼으로 자기를 숨긴 민수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이성애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줬으면 했다. 꼭 성 정체성에 대한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내면의 비밀이나 문제를 고백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뢰인’ 등 지난해 영화 두 편이 성공했는데, 제작자로서 생각하는 흥행의 비결은. -15년 동안 상업영화, 독립 영화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작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 일단 저희 회사는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추구한다. 다른 회사에서 안 만들 것 같은 영화라도 새로운 느낌이면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현재 ‘조선명탐정’ 시리즈 2편을 준비하고 있고, 아버지의 빚을 떠안게 된 삼류 배우가 왕회장의 아들로 들어가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배우 수업’의 촬영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9세 연하의 동성 애인과 결혼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 -저희 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하셨고, 상대 쪽 부모님이 아직 허락을 하시지 않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동성과의 결혼은 허가가 나지 않지만, 결혼식을 마친 뒤 구청에서 혼인신고가 반려된다면 헌법소원을 내고 싸울 예정이다.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는 동성애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춘기를 우울하게 보냈고, 커밍아웃을 할 때도 남들이 알면 외면할 것 같고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판이 덜 보수적이라서 편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3년 동안 빨래를 하시다가도,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우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신 뒤 편해지셨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다음 연출작으로 40대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법정 영화를 기획 중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려고 한다. 제작자로서는 ‘조선명탐정’ 2편이 잘되어서 시리즈로 정착해 회사를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산·물·바람이 머무는 곳…충북 제천 옥순봉

    산·물·바람이 머무는 곳…충북 제천 옥순봉

    옹골차다. 속이 꽉차서 건실하다는 뜻입니다. 충북 제천의 옥순봉에 서면 이런 비유가 대단히 적절하다는 느낌을 단박에 갖게 됩니다. 금수산과 가은산 등 충북의 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그 사이로 연둣빛 남한강이 유장하게 흘러갑니다. 어디 하나 덧대고 뺄 것 없는, 그야말로 옹골찬 풍경입니다. 높아야 빼어난 전망대는 아닐 겁니다. 얼마나 다양하게 풍경의 정수를 수렴하고 있느냐가 보다 중요한 거겠지요. 286m 낮은 키의 옥순봉이지만 청풍호(충주호) 최고의 전망대란 헌사를 붙일 수 있겠다는 확신은 그래서 생겼습니다. 높다고 빼어난 전망대일까…낮지만 옹골찬 봉우리 제천과 단양 지역 주민들에게 ‘충주호’는 없다. ‘청풍호’만 있을 뿐이다. 이기석 단양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전하는 사연은 이렇다. 충주댐이 조성되기 전, 강원 정선에서 흘러온 남한강물이 도담(삼봉)과 구담 등을 거쳐 현 청풍문화재단지 앞에서 큰 호수를 이뤘다. 당시 호수의 이름도 청풍호였다는 것. 이는 호수 인근의 옛 지명이 청풍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청풍에서 좀 더 하류 쪽, 그러니까 현재의 충주 지역에 댐이 생기면서 호수의 이름도 충주호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댐 조성으로 생긴 담수호라서 단순하게 충주호라 부르기보다는 옛 이름을 살리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람이 정한 이름이 무엇이든, 호수에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이 잘 어울려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상류 쪽의 옥순봉과 구담봉 일대는 청풍호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경승지로 꼽힌다. 옥순봉은 주로 눈요기의 대상이다. 대부분 유람선을 타고 가며 아래서 완상하길 즐긴다는 뜻이다. 이름의 연원만 봐도 그렇다. 퇴계 이황(1501~1570)이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玉)의 대나무 순(荀)을 닮았다.’고 한 이래 여태 ‘옥순봉’이라고 불린다. 즉 아래서 올려다본 천길단애가 옥순봉이란 얘기다. 그런데 아마도 퇴계는 옥순봉 위에까지 오르지는 않은 듯하다. 그가 옥순봉 정상에서 사방을 굽어보았다면 다른 이름을 지었을 게 분명하다. 그만큼 옥순봉은 청풍호의 첫손 꼽히는 볼거리이면서, 최고의 전망대 노릇까지 겸하고 있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이웃하고 있다. 떨어져 있되 한 몸이나 다름없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옥순봉은 제천, 구담봉(330m)은 단양에 속해 있다. 각각 등산하자면 옥순봉은 2시간 남짓, 구담봉은 3시간이 족히 걸린다. 대개는 둘을 묶어 돌아본다. 난이도는 구담봉 코스가 훨씬 높다. 따라서 구담봉을 먼저 본 뒤 옥순봉 나들이에 나서는 게 좋다. 들머리는 계란재다. 36번 국도변 국립공원탐방지원센터가 있는 곳이다. 농장터~갈림길(공원지킴터)~옥순봉~갈림길~구담봉~지원센터까지 되돌아오는 데 6.3㎞쯤 된다.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으나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산행시간도 5~6시간은 족히 걸린다. 단양 8경 적시는 퇴계와 기생 두향의 사랑이야기 옥순봉과 구담봉은 저 유명한 ‘단양 8경’의 4경과 3경이다. 그런데 제천에 속한 옥순봉이 단양8경의 하나가 된 사연이 재밌다. 그 과정에 퇴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퇴계는 48세 때인 명종 3년(1548년)에 단양군수를 자원해 내려온다. 단양의 풍수를 아낀 퇴계는 도담삼봉, 사인암 등 단양의 명소들에 이름을 지어 주다 옥순봉에 이르게 된다. 그가 단박에 옥순봉의 자태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런데 아쉽게도 옥순봉이 속한 곳은 청풍이었다. 퇴계는 곧바로 청풍부사를 찾아가 옥순봉이 있는 괴곡리를 단양에 양보해 달라고 청원했으나 거절당하고 만다. 빈손으로 돌아오던 퇴계는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고 새겨 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풀자면 ‘신선으로 통하는 문’<서울신문 2005년 2월 15일 자 ‘유림’ 참조>이란 뜻이다. 훗날 청풍부사가 이를 보고는 옥순봉을 단양에 양보, 마침내 ‘단양8경’이 완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녹록지 않은 산길을 이러구러 돌아 구담봉에 선다. 멀리 장회나루 맞은편 산자락 아래는 강선대다. 갈수기 때에만 드러나는 바위로, 퇴계와 두향의 절절한 로맨스가 전해오는 바위다. 서울신문에 2004년 1월 5일~2006년 12월 30일 연재됐던 최인호 작가의 역사소설 ‘유림’ 가운데 이들의 로맨스를 묘사하는 대목이 나온다. 요약하면 이렇다. 단양군수에서 풍기군수로 발령난 퇴계가 두향과 보내는 마지막 밤, 두향은 퇴계에게 은장도를 주며 자신의 젖꼭지 하나를 베어 달라 청한다. 이는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동종에 얽힌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고향을 떠나 오대산 상원사로 향하던 동종이 죽령 고개에 이르러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자, 운반 책임자가 동종의 핵심 울림 도구인 36개 젖꼭지(뉴·?) 가운데 하나를 잘라 안동 도호부 남문루에 묻어 줬고, 그제서야 동종이 미련을 버리고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결국 두향의 ‘발칙한’ 제의는 자신의 젖꼭지 하나를 정표로 잘라 줘야 퇴계를 보내주겠다는 앙탈이자 간청이었던 셈이다. 차마 젖꼭지를 잘라낼 수 없었던 퇴계는 두향의 저고리 깃을 잘라 이별의 정표로 준다. ‘할급휴서’(割給休書)다. 잘라낸 세모꼴의 옷섶이 나비를 닮았다 해서 ‘나비’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당시 서민사회에선 일종의 이혼증서로 쓰여졌다고. 두 사람에겐 연분을 끊는 이연장(離緣狀)이었을 터다. 나비를 받아든 두향은 퇴계의 복잡한 심경을 알아채고는, 자신이 죽은 뒤 옷섶을 둘의 추억이 깃든 강선대에 함께 묻겠다는 말과 함께 이별을 받아들인다. 훗날 퇴계의 요청으로 기적(妓籍)에서 지워진 두향은 멀리서 퇴계를 받들며 수절했다. 그러다 퇴계가 죽자 자신도 강선대에 투신, 임의 뒤를 따르고 만다. 강선대에서 수십m 떨어진 산자락에 지금도 두향의 묘지가 있다. 원래 더 아래쪽에 있었으나 충주댐 조성 당시 수몰될 뻔한 것을 현재의 장소로 이장했다. 두향의 묘는 남한강을 격하고 보더라도 제법 번듯하게 정비돼 있다. 이기석 해설사는 “원래 두향의 성은 안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안씨 문중에선 그를 가문의 수치로 여겨 돌보지 않았는데, 퇴계의 학문을 잇는 영남학파 사람들이 해마다 두향제를 지내는 등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너럭바위 너머 금수산·남한강이 그려낸 수채화 구담봉에서 옥순봉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온 길을 되짚어 가거나 천길단애를 내려간 뒤 강변을 따라 걷다 옥순봉에 오른다. 산꾼들은 대체로 후자를 택하지만 고되고 험하다. 전문 가이드가 없거나 가족 단위 등반객이라면 온 길을 되짚어 가길 권한다. 공원지킴터에서 옥순봉까지는 급한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이어진다. 예서 정상까지는 30~40분이면 충분하다. 옥순봉 정상에서 만나는 풍경이 실로 장하다. 너럭바위 너머 금수산과 남한강 물줄기가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다. 금수산의 옛 이름은 백암산이다. 흰색(白)의 거대한 바위(岩)들이 절경을 펼쳐 내는 산이란 뜻이다. 훗날 퇴계가 비단(錦) 위에 수(繡)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금수산이라고 개칭했다. 옥순봉 정상 아래 있는 너럭바위의 자태도 여간 빼어나지 않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서 인상적인 엔딩 장면을 선보였던 너럭바위로, 폭은 좁되 아래로 길게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제천시에 속한 땅. 먼 옛날 퇴계와 청풍부사가 그랬듯, 오늘날 제천시장과 단양군수 간에도 ‘통 큰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옥에 티 하나. 옥순봉 정상 표지석엔 높이가 286m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등산안내도 등은 283m라고 적고 있다. 서둘러 산의 높이를 통일하는 게 좋겠다. 옥순봉에서 바라본 청풍호 전경. 옥빛 호수와 우람한 산들, 그리고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남성의 ‘알통’처럼 불퉁 솟은 왼쪽의 암봉은 단양의 진산 금수산이다. 글 사진 제천·단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3)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고속도로→북단양 나들목→5번 국도 충주방향→북하삼거리에서 36번 국도→장회나루. 단양 관광안내소 422-1146. ▶맛집:얼음골맛집(422-6315)은 매운탕과 묵밥이 유명하다. 장회나루에서 단양 쪽으로 3㎞ 정도 떨어져 있다. 장다리식당(423-3960)은 마늘솥밥을 잘한다. 쌈밥정식을 내는 돌집식당(422-2842), 더덕주물럭을 내는 자연식당(422-1806), 올갱이국의 경주식당(423-0504)도 입소문 난 집들이다. ▶잘 곳:가족이나 친구끼리 여행길에 나섰다면 대명리조트 단양이 제격이다. 객실과 아쿠아월드(2명)로 구성된 ‘아쿠아월드2’ 패키지를 5월 31일까지 판매한다. 패밀리타입은 주중 11만 2000원(토요일 15만 7000원)이다. 1588-4888. 단양읍 별곡리 리버텔(421-5600), 단성면 팔경모텔(421-2900) 등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들이다.
  • 광주 문화산업 투자조합 설립한다

    광주의 문화산업 활성화와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에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할 15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설립된다. 광주시는 18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투자설명회’를 갖고 아시아문화산업 투자조합 제1호 결성계획을 발표한다고 17일 밝혔다. 15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아시아문화산업 투자조합은 광주 문화산업투자진흥지구 내에 들어서는 문화·관광산업 관련 업체에 투자하며 오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투자조합의 자본금은 국비 38억 5000만원, 지방비 38억 5000만원, 민자 73억원 등으로 이뤄진다. 시는 전국 문화산업 관련업체, 창업투자회사, 관광 개발회사 등 150여개 업체의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이번 투자설명회에서 광주로 이전하거나 투자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정책을 소개하고 수도권의 8개 문화콘텐츠 기업과 6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도 체결한다. 이 가운데 ㈜상상쓰리디코리아는 최근 일본 머큐리시스템사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3차원(3D) 컨버팅’ 작업 계약을 수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사를 광주로 이전할 계획이다. 또 ‘태극천자문’과 ‘쥬로링 동물탐정’ 등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제이엠애니메이션 등은 올 하반기에 광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처럼 문화 관련 업체들이 광주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문화전당권역, KDB생명빌딩, 대원빌딩, CGI센터권역 등 4곳이 문화산업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들 지구에 30억원 이상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소득세 3년간 100%, 그 이후 2년간 50%의 감면 혜택을 준다. 지방세인 취득세·등록세·재산세도 면제되고 훈련보조금 등의 혜택도 준다. 또 201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CT 연구원 설립 등도 문화 관련 업체들이 ‘광주행’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저주받은 작품·작가’ 재조명

    추리소설·SF소설·개화기의 신소설 등 문학사에서 배제되었던 ‘저주받은 걸작’을 재조명한다.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늦게 발표해서, 더러는 독자들의 편견과 무지 탓에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었던 잊힌 작가와 작품들을 젊은 국문학자들이 21세기에 불러내는 것이다. 26일 ‘김내성의 추리소설 명탐정 유불란 선생과 그의 똘똘이들’을 시작으로 ‘김동리의 밀다원’, ‘1960년대 남한 사회의 SF적 상상력’ ‘완전사회’, ‘신소설 목단화’, ‘소설가 송영과 우리들의 사랑’ 등 5개 강좌이다. 4월 23일까지 월요일마다 서울 필운동 푸른역사아카데미(cafe.daum.net/purunacademy)에서 진행된다.
  • [주말 하이라이트]

    ●갱생 버라이어티 하바나(OBS 토요일 밤 9시 15분) 제작진의 성실성 테스트로 갑작스럽게 모이게 된 하바나 MC 오디션 지원자들. 결국 성실성 테스트에서 한 명이 탈락하고 만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디션 돌입이다. 제작진이 내어놓는 혹독하고 꼼꼼한 오디션 과정을 통해 하바나 MC자리 하나를 놓고, 지원자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시작된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학교 폭력으로 대구의 한 중학생이 가슴 먹먹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60여일이 지났다. 이 사건으로 가해 학생들이 법정에 서고, 학교 폭력의 잔인한 실태가 연일 사회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귀남으로 추정되는 아들을 보고 난 청애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게다가 귀남인 것 같은 아들이 어찌나 사근사근하고 성실해 보이는지, 자꾸 눈에 밟힌다. 이번엔 진짜 내 아들인가 싶어서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청애. 한편 친부모님을 찾으려는 테리를 보며 윤희는 없던 시댁이 생길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든다. ●소녀탐정 박해솔(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노필진을 죽인 범인과 대면하는 해솔. 그러나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한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해솔은 학준과 태평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벗어나지만, 진짜 범인의 종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결국 해솔은 아버지 죽음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반드시 도청 테이프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추적에 나선다. ●TV 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전북 익산의 한 공장. 높은 구조물에 터를 잡은 귀한 생명이 있었으니, 바로 천연기념물 324호인 수리부엉이다. 55년 만의 한파가 몰아치던 날, 시멘트 저장소에서 수리부엉이는 부화에 성공했다.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의 신비로운 탄생의 순간과 가슴 따뜻한 모정을 함께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1989년 일본의 다이세츠 산 최고봉에서 포착된 기이한 문양 하나가 발견된다. 그 문양은 바로 SOS 라고 쓰여진 선명한 글자였다. 과연 일본 전역을 뒤흔든 미스터리 문양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편 1926년 3월, 도쿄의 형무소. 한 조선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가 옥중에서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가수 빅뱅이 돌아왔다. 계급장 떼고 펼쳐지는 정면승부로 빅뱅 대 런닝맨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들이 최종 우승을 걸고 벌이는 시원한 한판. 빠르고 강력한 그들의 역습으로 런닝맨들을 당황케 하며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팀워크. 그야말로 제대로 붙었다. 과연 이 빅매치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 주말 하이라이트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장수빌라 안주인 엄청애는 30여년 전 시장통에서 아들 방귀남을 잃어버리고, 반평생을 슬픔과 죄의식 속에 살아왔다. 둘째 딸 이숙의 생일날, 청애는 시어머니 막례가 온양 온천에 간 틈을 타서 30년 만에 생일상을 차려 주려 한다. 귀남을 잃어버리고, 이숙이 8개월 만에 태어나는 바람에 한번도 생일을 축하할 수 없었던 것인데…. ●한국재발견(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자굴산 자락에 있는 가례면 가례마을. 이곳 뒷산 일대는 이른 봄이면 백로와 왜가리 떼가 몰려와서 온 산을 하얗게 뒤덮는다. 이들이 왜 언제부터 이곳을 찾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런데 이 마을을 사랑한 건 새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성리학의 태두 퇴계 이황 선생도 이곳을 자주 들러 여러 시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신들의 만찬(MBC 토요일 밤 9시 50분) 도희는 준영이 설희의 사람인 것 같다는 인주의 말에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설희의 계략으로 아리랑은 도희와 설희의 공동 결정체제로 운영되고, 도희는 준영을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시키려 하지만 설희가 복귀시킨다. 한편 선노인은 준영과 인주에게 두부로 요리 경합을 지시한다. ●갱생 버라이어티 하바나(OBS 토요일 밤 9시 15분) 연예계의 사고뭉치 하바나의 MC들. 개그맨 김기수의 졸업에 따른 멤버 보강이 절실하다. 하바나 MC들은 방송 사상 최초로 오디션을 통해서 멤버를 뽑기로 결정한다. 드디어 찾아온 오디션 예심. 개그맨, 가수, 배우, 모델 등 각계에 내로라하는 ‘하자’들이 하바나 멤버가 되기 위해 출사표를 낸다. ●소녀탐정 박해솔(KBS1 일요일 밤 11시 25분) 해솔과 태평은 유석원을 미행한다. 석원이 비밀리에 만나는 남자를 확인한 해솔. 그 남자가 죽은 황천수와 함께 6년 전 해솔을 찾아온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해 낸다. 뒤이어 밝혀진 남자의 정체는 바로, NP엔터테인먼트 대표 노필진이었다. 해솔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노필진을 만나려 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1990년 미국. 갑자기 낯선 이미지가 나타나는 악몽을 꾼 사람들이 있다. 과연 사람들의 꿈속에 나타나 공포감을 준 낯선 존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편 아름다움과 현명함을 겸비한 여왕 후아나. 그런데 그녀가 여왕이 된 지 불과 몇 개월 뒤,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정재형 이효리의 유&아이(SBS 일요일 밤 12시) 예능 대세 정재형과 트렌드 세터 이효리가 새로운 음악 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다. 기존의 심야 음악쇼를 탈피해 음악에 대한 신선한 시선으로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음악공연 콘텐츠를 선보인다. 깊은 밤 몰래 귀 기울였던 라디오 소리처럼 따뜻하게,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본다.
  • [주말 하이라이트]

    ●소녀탐정 박해솔(KBS2 일요일 밤 11시 25분) 천재소녀 박해솔은 자신을 보러 오던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죽은 후, 세상과 소통을 끊는다. 영재학교를 중퇴하고 애견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강아지 의문사 사건에 휘말려 최태평 순경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해솔은 애견숍에서 보여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자신을 쫓아다니는 최태평이 그저 귀찮기만 하다. ●광개토태왕(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백마성의 군량미 창고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신은 고운을 죽이려 한다. 고운은 그런 아신에게 한 가지 계책을 내놓는다. 한편 승기를 잡은 아신은 이번 기회에 담덕의 고구려군을 전멸시키려 하고, 고운은 반대를 한다. 하지만 아신은 고운의 얘기를 듣지 않고 고구려를 공격한다. ●이야기쇼 두드림(KBS2 토요일 밤 10시 5분)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출연해 ‘기대치를 높이기보단 기대 이상이 돼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 또 ‘어머나’로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하던 시절도 털어놓는다. 선배 가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눈길을 받으며,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는 고백과 함께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벌인 노력들을 이야기한다. ●신들의 만찬(MBC 토요일 밤 9시 50분) 영범과 준영은 설레는 마음으로 동시에 우도봉으로 가지만 서로를 몰라본다. 준영은 재철이 가게를 처분하고 원양 어선을 타러 떠났다는 소식에 절망한다. 설희는 아리랑에서 사라진 ‘천상식본’을 일본에서 환수했다며 언론에 발표하고, 이촌은 선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설희의 ‘천상식본’은 가짜라고 일러준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2007년 10월 강원 화천의 작은 마을. 산골 오지의 한 집에서 77세 최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자는 근처 산길을 오르다 진입로에 박힌 말뚝 때문에 주차 문제로 양해를 구하려던 한 심마니였다. 할머니는 피투성이가 돼 쓰러져 있었고, 하의는 반쯤 내려가 있던 상황이었는데…. ●하바나(OBS 토요일 밤 9시 15분) 화천 산천어축제 ‘창작 얼음 썰매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5인 MC 이혁재, 김성수, 김기수, 홍석천, 양배추. 대회를 앞두고 멤버들은 정신력 강화를 위해 계곡의 얼음을 깨고 과감히 입수를 시도 한다. 체감 온도 영하 20도 이하의 추운 날씨 속에 하바나 멤버들은 최소한의 옷만 걸친 채 차례대로 입수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교향곡의 아버지, 요제프 하이든. 전쟁 중인 탓에 그의 장례식은 간소하게 치러졌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820년, 하이든의 유해 이장이 행해지던 날. 그의 유해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경악하고 마는데…. 은막의 여왕, 그레타 가르보와 세실 비턴의 어긋난 사랑 뒤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도 들어본다.
  • [영화프리뷰] ‘원 포 더 머니’

    [영화프리뷰] ‘원 포 더 머니’

    하루 아침에 직장과 돈, 남자까지 잃고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여자 스테파니 플럼(캐서린 헤이글). 고향에 있는 범죄 사무실에 가까스로 취업한 그녀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5만 달러라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한 남자를 찾는 일을 맡게 된 것.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로맨틱 퀸 캐서린 헤이글 주연의 영화 ‘원 포 더 머니’는 기존의 알록달록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로맨스 보다 미스터리 수사극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유는 영화의 원작인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에 있다. 미국의 ‘칙릿’(20~30대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이 주제인 장르 소설) 전문 작가가 쓴 이 작품은 여주인공 스테파니 플럼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다. 1994년 1권 ‘원 포 더 머니’를 시작으로 모두 18권의 시리즈가 출간된 베스트셀러다.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만큼 작품의 줄거리와 에피소드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구조를 갖췄다. 스테파니 플럼이 목숨을 걸고 쫓는 남자는 다름 아닌 고교 시절 자신을 차버리고 잠적한 첫사랑 조 모렐리(제이슨 오마라)였다. 게다가 전직 경찰관이었던 그 남자는 현재 살인사건의 용의자 신세다. 영화는 스테파니 플럼이 조 모렐리가 연루된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돈때문에 조 모렐리를 추격하던 스테파니는 조금씩 10년전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이 작품은 캐서린 헤이글이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연출했던 줄리 앤 로빈슨 감독과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스릴 로맨스’를 표방한 영화는 로맨스와 수사극 사이에서 길을 잃고 다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원작에서 여자 탐정 역할을 자처하는 스테파니 플럼의 개성적인 캐릭터도 영화에서 그다지 매력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싹트는 로맨스도 관객들이 감정이입하기에는 다소 흡인력이 떨어진다. 다만 쾌활함에서 터프함까지 새로운 면모를 과시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캐서린 헤이글의 팬이라면 두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수도 있다. 16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깔깔깔]

    ●엽기 닉네임 멋진 이름 모음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백살공주와 칠순 난쟁이. 오드리 헵번:오드리 햇반. 친절한 금자씨:친정간 금자씨. 니콜 키드먼:니콜 키크드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부릅뜨니 숲이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레오나르도 빚 갚으리오. 피구왕 통키:피부암 통키. 포켓몬스터:폭행 몬스터. 오즈의 마법사:오즈의 맙소사. 마릴린 먼로:마릴린 몽룡. 리차드 기어:니차도 기어. 아기공룡둘리:아기골룸 둘리. 달려라 하니:달려야 하니. 선녀와 나무꾼:선녀와 사겼꾼. 톰소여의 모험:톰소여의 모함. 명탐정 코난:명란젓 코난. 크리스티나 아길레나:크리스티나 아길내놔. 톰과 제리:톰과 란제리.
  • 문학경지로 끌어올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미국 추리소설 작가 대실 해밋(1894~1961) 소설 전집이 출간됐다. 해밋은 ‘미국 탐정소설의 아버지’, ‘하드보일드 스타일 추리소설의 개척자’ 등 명성을 얻은 작가로, 활동 기간 12년 동안 출간한 작품 5권이 모두 극찬을 받았다. 해밋 소설이 한국 독자를 찾게 된 것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저작권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유예기간 2년을 두고 있어 2013년 6월 말까지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덕에 해밋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해밋의 소설이 갖는 장점은 극사실주의. 신문 배달원, 사환, 철도화물관 등 온갖 직업을 거쳐 1915년 핑커턴 탐정사무소 볼티모어 지부에서 탐정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기반으로 했다. 1922년 첫 단편 ‘마지막 화살’을 발표하면서 작가 경력을 시작하고 단편을 연달아 발표한 뒤 1928년 데뷔작 장편소설 ‘붉은 수확’을 완성했다. “턱 일부가 날아가고…또 한 발의 총알은 넥타이와 칼라를 뚫고…한 팔은 구부러진 채 몸통 아래 깔려…” 같은 묘사는 지금 봐도 충분히 ‘하드보일드’(냉혹·비정)하다. 황금가지는 탐정 사무소에서 함께 활동하던 선배 탐정인 제임스 라이트를 주인공으로 한 ‘붉은 수확’과 ‘데인가의 저주’를 비롯해 탐정소설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몰타의 매’, 밴 다이크 감독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그림자 없는 남자’, 해밋 자신이 최고로 꼽은 ‘유리열쇠’까지 5권을 한꺼번에 냈다. 김우열·구세희 옮김. 각 9000원. 저작권 보호 기간 종료로 한국 독자를 찾은 작가는 또 있다. 최근 출판 봇물을 이룬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다. 민음사는 헤밍웨이의 첫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비롯해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를 줄줄이 냈다. 한겨레출판사는 ‘태양은 다시 뜬다’라는 제목으로 선보였고, 문학동네는 ‘노인과 바다’를 영문판과 묶어 내놓았다. 열린책들을 비롯한 다른 출판사들도 세계문학전집에 포함시킬 작품을 준비 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51.9% ‘토종의 힘’

    51.9% ‘토종의 힘’

    한국 영화 점유율이 4년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최종병기 활’(747만명), ‘써니’(736만명), ‘완득이’(530만명),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명), ‘도가니’(466만명) 등 400만~700만명급 중형 흥행작이 5편이나 나온 데 힘입어 5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19일 “2007년 이후 40%대에 머물던 점유율이 4년 만에 50%대를 회복한 것은 한국 영화산업이 그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는 청신호”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2006년. 한국 영화 흥행 역대 1, 2위에 해당하는 ‘괴물’(1301만명)과 ‘왕의 남자’(1230만명)가 동시에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63.8%(9791만명)의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2007년에는 ‘디워’(842만명)와 ‘화려한 휴가’(730만명), ‘미녀는 괴로워’(661만명)의 동반 흥행으로 50.0%에서 버텨 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40%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데다 지갑이 얄팍해진 관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진 탓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2010년보다 8.8% 늘어난 1억 5979만명이었다. 영화산업 총매출액 역시 전년보다 6.9% 늘어난 1조 2363억원이다. 둘 모두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국내 경제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외형적으로는 고무적인 결과를 일궈 낸 셈이다. 곽 차관은 “영화산업의 긍정적인 성과들을 발전시키고자 영화 스태프들이 작품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에도 전문 교육을 받으면서 실업 급여 성격의 교육 훈련 수당을 지급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올해 사업비로 10억원을 책정했다. 영화 요금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중 5억원과 제작사에서 내놓은 5억원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한국영화산업노조와 70여개 제작사가 참여하는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집행한다. 지원 대상은 800여명에 이르는 영화 현장 스태프들인데, 1인당 약 125만원꼴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종교간 대화(KBS1 밤 11시 30분) 우리는 모두 평화를 꿈꾼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차별과 불평등이다. 이에 동·서양의 종교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화해와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 세계적인 신학자 폴 니터 교수와 한국 선불교의 정통 불맥을 잇는 차기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펼치는 깊은 대화를 함께 듣는다. ●쥬로링 동물탐정(KBS2 오후 3시 5분) 미사는 카논의 신랑감을 뽑기 위해 남극에 사는 순수한 혈통의 애니멀리언 펭귄 삼형제를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미사의 바람과 달리 그들은 혁명의 ‘ㅎ’자도 모르고, 다만 즐겁고 재미있게 살기를 원한다. 한편 밍밍 세 자매는 건과 미누에게 자신들이 애니멀리언이라며 고백한다. 그리고 세 자매는 펭귄 삼형제를 만나게 된다. ●남극의 눈물 3부(MBC 밤 11시 5분) 전세계 펭귄의 약 70%가 살고 있는 남극. 이곳에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온난화로 인해 지난 50년간 서남극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얼음 면적만 2만 5000㎢, 게다가 아델리 펭귄과 황제펭귄의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전을 잃어버린 펭귄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조류콜레라까지 발생하는데…. ●세계도시여행(SBS 오후 6시 30분) 며느리를 향한 쿨한 사랑법으로 유명한 송도순. 시어머니를 인생의 멘토라 얘기하는 며느리 채자연. 이들이 100년의 역사를 지닌 홍콩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트램을 타고 관광을 즐긴다. 화려한 홍콩 시내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빅토리아피크와 화려하고 활기찬 홍콩의 심장 센트럴에서 두 여자의 여행이 시작된다. ●금요극장(EBS 밤 12시 5분) 1970년대 초, 평범한 음악 교사였던 주인공은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해고된다. 아내는 가사일과 남편의 실업으로 피로가 겹쳐 조금씩 약해져 간다. 쓰러진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던 남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20년 후. 성인이 된 딸 사첨은 행방을 모르는 형제들을 찾고자 한다.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데뷔 50주년을 맞은 성대모사의 대부 남보원. 그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며 MC들과 패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피리소리부터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까지. 원맨쇼의 1인자답게 폭넓은 성대모사를 과시한다. 한편 남보원은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들어 주는 음식이 건강비결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그 비결을 공개한다.
  • 따끈따끈한 충무로 화제작 총출동

    따끈따끈한 충무로 화제작 총출동

    최근 연휴 안방극장의 대세는 충무로 영화다. KBS와 SBS, CJ E&M 등이 2010~11년 충무로 화제작을 엄선한 설 상차림을 내놓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위해 숨겨 놓은 ‘별미’처럼 양은 많지 않지만, 반가운 할리우드 화제작도 포함됐다. 21일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SBS·밤 11시)와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OCN·밤 10시), 김진영 감독의 ‘위험한 상견례’(KBS 2TV·밤 10시 5분),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채널 CGV·밤 10시)의 방송 시간대가 모두 겹친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부당거래’는 검찰과 경찰, 언론과 조폭이 복마전처럼 얽힌 대한민국 사회의 냄새 나는 뒷모습을 류승범과 황정민, 유해진 등 명품배우들이 담아낸 수작이다. 조연급이던 송새벽과 이시영을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도 지난해 259만명을 불러모은 깜짝 흥행작이다.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의 연애담을 코믹하게 그렸다. 조니 뎁과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미아 와시콥스카 등 할리우드의 신구 스타들이 모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를 괴짜감독 버튼의 눈으로 재해석한 판타지다. 22일에는 임찬익 감독의 ‘체포왕’(KBS 2TV·밤 11시 35분)이 단연 눈에 띈다. 박중훈과 이선균이란 확실한 투톱을 내세운 경찰수사 코미디물인데 곳곳에서 1990년대 ‘투캅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경찰대와 비(非) 경찰대 출신의 갈등, 담당구역을 둘러싼 경찰 사이의 분쟁 등 흥미로운 설정들이 많다. 23일에는 김윤진과 박해일의 내공이 빛나는 ‘심장이 뛴다’(OCN·밤 10시)가 방송된다.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찾는 엄마(김윤진)와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의 심장을 결코 내줄 수 없는 양아치 아들(박해일)의 숨 막히는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 사주인 동시에 슈퍼히어로인 토니 스타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이언맨 2’(KBS 2TV·밤 8시 50분) 역시 마블코믹스의 팬이라면 놓치기 어렵다. 24일 방송되는 ‘조선명탐정: 각시 투구꽃의 비밀’(KBS 2TV·오전 10시)은 지난해 478만명의 흥행을 낳은 화제작이다.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왕의 밀지를 받은 명탐정(김명민)과 그를 돕는 개장수 서필(오달수)이 공납 비리에 얽힌 관료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모험담을 그렸다. 만화가 강풀 원작을 영화로 만든 ‘그대를 사랑합니다’(KBS 1TV·밤 11시 10분)는 이순재,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소문이 돌면서 두 달여 동안 장기상영을 한 덕에 16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설연휴 볼만한 영화

    설연휴 볼만한 영화

    2012년 극장가의 첫번째 대목인 설 연휴에는 어떤 영화가 웃을까. 극장가는 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4)의 막바지 흥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다양한 영화들로 관객 공략에 나섰다. 이번 설 연휴에 선보이는 화제작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지난 연말 MI4의 흥행 돌풍에 맥을 못 췄던 한국 영화의 대대적인 반격이 눈길을 끈다. 모두 장르와 색깔이 다른 작품들로 결과에 따라 올해 국내 영화계의 트렌드를 짚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는 한국 영화에 비해 신작이 많지 않다. 하지만 3D 등 볼거리로 중무장한 영화들이 가족 관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물론 잔잔한 감동을 예고하는 비할리우드권 유럽 영화도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페이스 메이커:김명민의 휴먼 드라마 지난해 설 연휴에 코미디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 1위를 차지했던 김명민은 이번에 휴먼 드라마로 2연패를 노린다.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가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다는 이야기. 인공 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한 김명민의 연기 투혼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소 의도된 감동을 유발하는 작위적인 설정은 흠이다. ●댄싱퀸:황정민, 엄정화의 찰떡 호흡 ‘댄싱퀸’은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가 남편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아내는 댄스 가수로 데뷔한다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 약간의 정치 풍자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주부 엄정화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중장년층 관객까지 공략한다. 다소 뻔한 캐스팅에 예상 가능한 전개가 아쉽지만, 세 번째나 커플이 된 두 배우의 찰떡 호흡이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부러진 화살:‘제2의 도가니’ 되나 5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토대로 사법 권력에 맞서 싸우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린 작품으로 13년 만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실화의 이면을 다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도가니’ 열풍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 안성기, 박원상, 문성근, 김지호 등 출연 배우들도 호연을 펼쳤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네버엔딩 스토리:로맨틱 코미디 열풍 잇나 한날한시에 시한부를 선고를 받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웨딩드레스가 아닌 수의를 고르고 결혼식장이 아닌 장례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는 일명 ‘장례 데이트’ 등 엉뚱하고 독특한 에피소드와 톡톡 튀는 인물 캐릭터는 눈길을 끌지만, 죽음을 앞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지지 못한다. ●장화신은 고양이:깜찍하고 친숙한 캐릭터 ‘슈렉2’에 처음 등장해 슈렉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깜찍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고양이 푸스의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영화다. 고양이들의 댄스 배틀 장면과 현란한 칼싸움 등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다소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아쉽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생생한 3D 효과 쥘 베른의 공상과학(SF) 소설 ‘신비의 섬’과 ‘해저 2만리’를 원작으로 하늘과 땅, 바닷속 진귀한 생물체들과 신비로운 섬의 풍경 등 소설 속 세계가 3D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할리우드 장편 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전체를 3D 카메라로 촬영해 원색적인 색채감과 공간감 등 3D 입체 효과가 볼만하다. ●자전거 탄 소년:11살 소년의 따뜻한 희망 찾기 냉정한 시선으로 유럽 사회의 문제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다르덴 형제의 신작.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어두운 마음,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밝아 오는 작은 희망을 그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수작으로 ‘다르덴 형제의 가장 따뜻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요한 국면에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2악장이 큰 울림을 준다.
  • [19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설을 앞두고 친정어머니를 찾아가는 권복순씨. 그리고 딸을 기다리는 구난회 할머니. 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마음. 지난해 말려두었던 시래기며 손수 만든 매작과는 어머니가 딸에게 해 주면서도 쑥스럽고 미안한 선물이다. 이렇게 딸이 올 시간에 맞춰 준비한 어머니의 밥상에 차려지는 마음을 함께한다. ●쥬로링 동물탐정(KBS2 오후 3시 5분) 아름드리시 시청에 닥치는 대로 종이를 먹어치우는 하얀 염소와 까만 염소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린은 쥬로링 동물탐정단에 염소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한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세계유산 등록 계획 서류가 모두 염소의 배 속으로 들어가고, 미사는 격노한다. ●고향을 부탁해(MBC 오후 6시 50분) 밤 12시면 트럭으로 나무 궤짝에 선어를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수 전역의 바다에서 들어오는 선어가 집합하는 여수 교동의 선어시장. 겨울이면 삼치부터 아귀, 물메기와 원양어선으로 들어오는 서대, 문어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새벽 12시부터 2시간 동안 전날 여수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얼마나 분주했는지를 알 수 있다. ●퀴즈쇼 곱하기 9(SBS 오후 6시 30분) 다가오는 설을 맞아 9명 전원이 혈연으로 맺어진 딸 부잣집 8자매와 8사위가 출연한다. 본격적인 퀴즈 도전에 들어가자 다소 긴장한 탓인지 초반부터 ‘딸 부잣집’팀에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9명 전원이 일치해야 3단계 ‘전원 정답 퀴즈’에 진출할 수 있는데 계속된 오답 속출로 탈락 위기를 맞이한다. ●나를 닮은 얼굴(EBS 밤 12시 5분)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명자는 아들인 브랜트를 30년 만에 다시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처음 만나고 다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또다시 가족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입양 가족이 겪는 일반적 문제인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로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날특집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설을 맞아 ‘검색 유부녀’에서는 기존 미녀 10명을 대신해 꾸밈없는 입담으로 사랑받는 미시 연예인이 출연한다. 선우용여, 최란, 이승신, 김지혜, 슈, 조향기, 심진화 등 총 8명의 여자 연예인이 결혼 생활을 공개한다. 특히 엉뚱한 4차원 아내 이승신은 남편 김종진에게 집 밖으로 쫓겨난 사연까지 공개한다.
  • 美 고도성장 뒷골목… 공동체에 대한 갈망 먹고 범죄소설이 자랐다

    美 고도성장 뒷골목… 공동체에 대한 갈망 먹고 범죄소설이 자랐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레너드 카수토 지음·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펴냄)라는 제목은 언뜻 형용모순 같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비정하고 냉혹하다는 뜻이다. 끔찍한 사건을 얘기하면서 아무런 느낌 없이 짧은 문장으로 툭툭 던져 놓는 스타일을 말한다. 문학적으로 말하자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한국에서는 김훈이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불모의 사막 같은 단어에다 감상주의(센티멘털리티)처럼 촉촉한 단어를 붙여 놨으니 ‘모난 동그라미’처럼 들린다. 그런데 저자는 이 형용모순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험프리 보가트의 중절모와 바바리코트가 멋졌던 ‘몰타의 매’에서부터 조디 포스터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양들의 침묵’에 이르기까지 수십편의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들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양들의 침묵’ 등 20C 美범죄소설 수십편 검토 하드보일드 범죄물은 기본적으로 19세기 미국의 감상주의 소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감상주의 소설은 ‘남자는 신사’, ‘여자는 숙녀’ 하는 식의 전통적인 성 관념에 충실하고픈 중산층의 욕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 전통에 따라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속죄를 통해 구원받는 인물들을 그려 낸다. 저자는 하드보일드 범죄물이 하필이면 미국이 세계 자본주의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20세기 초에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왜 영광의 서사 대신 범죄자들의 이야기인가. 저자가 불러내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두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사이의 균열이다. 저자는 통념에 따라 ‘도덕감정론’에서 “공감에 기초한 가족 공동체”를, ‘국부론’에서는 “이익에 기초한 개인주의”를 끌어낸다.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전원적이고 농촌 중심적이며 동종 인종으로 구성된 사회가 아니었으며 직장에서 남녀 영역도 그다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게 된 것”이다. 범죄소설의 유행은 단순히 관음증적 악취미가 아니라 “시장 중심의 개인주의와 가정 기반의 공동체 사이 긴장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것이다. ●하드보일드 범죄물 20C 美자본주의 성장때 등장 가정 기반 공동체는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사라졌다. 거꾸로 그럴수록 감상주의적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더 강화됐다. 해서 범죄물이 묘사하는 세상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가족 유대관계와 의무에서 풀려나 공감 따위는 저버리고 오로지 돈만 쫓아 날뛰는” 곳이다. 이런 사회에서 범죄는 “필사적이고 공포에 찬 도주행위”이고, 탐정이나 수사관은 별다른 감정 이입 없이 “전 산업시대 장인정신”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이들로 묘사된다. 사건이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질서가 회복되고 정의가 구현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모호성을 창출”해 내는 방식이다. “세상을, 자칫하면 빠져들고 말 심연으로 느끼게 하는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 범죄물의 매력이다. 안정적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더 짙게 만드는 것이다. 해서 범죄물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 모호성이다. “범죄와 처벌의 모호성은 범죄소설이 주목받아 온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사회비판과 뒤섞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기업 트러스트의 등장, 대공황, 뉴딜정책, 2차대전 뒤 반공주의적 혐오, 가족 해체 현상을 범죄소설의 발달 과정과 설득력 있게 엮어 낸다. 독점 자본인 기업 트러스트가 등장하면서 개인과 공동체 간 신뢰(이 또한 영어로는 ‘트러스트’다)가 깨졌다는 부분은 재치 있다. ●“기업트러스트 등장에 개인·공동체 신뢰는 상실” 이는 CSI를 비롯한 범죄물들이 케이블 채널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서울신문 인터넷에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같은 연재물이 다른 주요 기사보다 훨씬 인기를 끄는 우리나라 현상과도 연결된다. 혹시 고도성장의 신화가 끝나 가는 지금 우리도 어딘가 우두커니 서서 잃어버린 공동체적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게 심각하지 않더라도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에서 시작되는 하드보일드 범죄물, 혹은 누아르 영화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작업은 그저 그런 B급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끝날 수 있었던 앨프리드 히치콕을 프랑스 영화평론가 그룹이 ‘필름 누아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자로 치켜세운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배우가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배우 김명민(40)이다.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19일 개봉)에서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은 그는 인공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치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만호를 보고 애처롭게 달리는 ‘병든 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치아를 끼고 있으면 치아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이가 시리거나 침을 잘 못 삼켜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명확한 발음보다 부족하고 어수룩한 설정이 더 필요했다. →비주얼은 포기한 것 같던데,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얼마 전 영화를 봤는데 (내 얼굴을) 정말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런데, 제가 원래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명민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미안하다. 배우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대변인인데, 만일 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쳐진다면 직무 태만이지 않은가. →이런 철학때문에 ‘연기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가. -(‘연기 본좌’라는 말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다. 매번 영화 홍보팀에 그 말만은 빼달라고 사정하는데, 꼭 들어간다. 그런 말이 알게 모르게 안티들을 양산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씀해주시는 것은 알지만, 연기로 비교 기사가 나가는 것은 싫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끔 선배님들이 그 별명에 대해 물으시면 너무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영화는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 단축을 위해 투입된 페이스 메이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마라토너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극복하면서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그것이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문제를 극복하고 달려야 하는 만호처럼 저도 영화를 찍다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공과 저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늘 30㎞ 지점까지 밖에 달릴 수 없었던 만호는 결국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된다. -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채 열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항상 무슨 일때문에 코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98%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결승선에서 2%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이번에 정말 원 없이 달렸을 것 같다.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 -원래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산을 달린다. 마라톤을 완주한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등산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 반면, 조깅은 생각이 많아진다. 뛰는 동안 죽을 것 같은 사점(死點)을 수도 없이 겪고, 그때마다 인생의 힘들었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사점을 극복하면 환희가 몰려오고 안정이 찾아온다. 마라톤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좋은 기록이 나오고, 60~70대 할아버지들이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달리면서 반추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과 마라톤은 닮았다. →배우로서 만호처럼 누군가의 등을 보고 달려야 했던 적은 없나. -연기는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무명 시절때 서러웠던 적은 많다. 감독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혼내거나 톱스타에게 쌓인 것을 나한테 풀 때 인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적도 있었다. 2002년부터 영화 세 편이 연거푸 엎어진 뒤 다 포기하고 해외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다. 그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고, 배우로서 30㎞ 이후를 뛸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곁에’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몸을 혹사시킨 것 같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좀 멋진 모습으로 나올 생각은 없나. -이번에는 매일 촬영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팬들을 위해 멋진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은 없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고 제대로 ‘팬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설 연휴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자신있나. -없다.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이후는 제 손을 떠나는 것 같다. 운때도 맞아야 하고…. 흥행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이유 없는 살인마 연기는 못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번 영화를 본 아들이 시종일관 울다가 집에 갔다. 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웃음). 김명민이 인터뷰 도중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시나리오의 진정성과 감독이 주는 신뢰감이다. 그는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떤 캐릭터든, 어떤 감독과의 작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도 늘 분수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남들의 평가 보다 두 단계 내려서 자신을 본다는 김명민. 연기자로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그를 일인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자치구 겨울방학 도우미 3제] 소설 써보고 사건 체험하며 책과 친해져

    성동구는 방학을 맞아 오는 10~14일 겨울독서교실을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3개 구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교실은 아이들에게 책과 친근감을 느끼도록 ‘미스터리 탐정’을 주제로 책을 통한 정보활용교육, 탐정소설 쓰기, 역사·과학·일상 속 미스터리 탐험, 경찰박물관 견학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성동구립도서관에서는 고고학자가 돼 암호 해독을 통해 역사와 과학, 그리고 일상 속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파헤쳐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금호도서관에서는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라는 책을 활용해 ‘찢어진 암호를 찾아라’와 영화 셜록홈스를 관람하는 ‘영화여행을 떠나다’ 등 책과 영화, 게임을 통해 진짜 탐정이 되어 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용답도서관에서는 나만의 탐정도구 만들기와 퍼즐 풀기 등 놀이를 하며 미스터리를 파헤쳐 본다. 독서교실은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성동구립도서관(2204-6424) 5층을 방문해 접수하거나 전화로 접수하면 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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