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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2002년 회사 보증채무 갚으라는 소송이…

    QS회사가 K리스회사로부터 외화 표시 리스를 들여올 때 임원으로서 대표이사 A와 함께 보증했습니다.S사가 리스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K사는 2002년 7월 리스료 전액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K사의 채권을 양수한 H여신회사가 S사 및 보증인인 저와 A를 상대로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내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책임질 S사나 A가 행방불명이고 패가망신의 위기에 놓인 저는 어떻게 하나요. -안치현(가명·54세)- A고용된 임직원을 회사 채무에 보증을 세우는 금융관행의 불합리성에 관해 이런 저런 말이 많고 지금은 실제로 폐지하는 금융기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과거의 보증에 관해 제도 개선을 소급적으로 적용해 주는 사례는 없습니다. 아직도 재판실무는 구체적인 경위를 묻지도 않고 그저 보증인으로 도장 찍었으면 갚아야 한다는 식의 정찰제 판결이 대세입니다. 따라서 안치현씨는 S사의 채무를 양수인인 H사에 갚을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론상 안치현씨는 주채무자인 S사에 전액을, 공동보증인인 A에게 반액을 구상할 수 있지만 실체가 없어진 S사나 행방불명인 A에게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안치현씨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 경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드문 상황에 해당합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후의 권리행사에 대해 채무자의 항변에 따라 채권자의 청구를 금지하는 제도입니다. 원래 채권자는 권리 행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 언제 행사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무기한 인정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유리한 자료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송을 하는 남용사례가 생길 수 있고 법원도 역사교과서에나 나올 옛 이야기를 탐구하는 낭비를 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 제도의 취지입니다. 시효기간은 입법에 의해 기술적으로 정해지는데, 일반적으로 민사채권은 10년이고 상행위로 인해 발생한 채권은 5년입니다. 나아가 신속한 청산이 기대되는 물품대금, 공사대금 같은 것은 3년, 외상 식대 같은 것은 1년입니다. 이 사건과 같은 ‘리스’는 상법 제46조 제19호에 정해진 ‘기계, 시설 기타 재산의 물융에 관한 행위’로서 상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시 청구를 해 온 2002년 7월부터는 5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돼 2007년 7월에는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433조 제1항에 따라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항변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니 안치현씨는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항변을 제출해 이 사건 소송을 승소로 이끌 수 있겠습니다.H사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채무자를 해하거나 법원의 절차를 해할 염려가 없으므로 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며 나중에 다시 시효를 연장하기 위한 새로운 소송도 할 수 있는 점을 노려 소송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가만히 계시지 말고 반드시 소송에 응해 소멸시효의 항변을 제출해야 합니다. 응소(應訴·원고가 청구한 소송에 피고로서 응하는 일)할 때는 ‘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해 그 효력이 있다.’는 민법 제440조의 효과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치현씨의 항변에 따라 상대방이 소송을 취하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들에게는 영향이 없으므로 원고 H사는 행방불명된 주채무자 S사나 공동보증인 A에 대해 공시송달을 통한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 확정으로 인한 시효 중단을 이유로 보증인으로서 다시금 청구를 받는 불합리한 상황도 이론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H사의 명백한 청구포기를 받든지, 이해관계인으로서 주채무자 S사에 대한 소송에 보조참가해 S사에 대한 청구도 유지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미국 예외주의’의 신념 발전·위기극복과정 규명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역사교수인 도로시 로스의 ‘미국 사회과학의 기원’(백창재·정병기 옮김, 나남 펴냄)이 두 권짜리 책으로 번역·출간됐다. 한국 독자들 입장에선 옮긴이들의 문제의식부터 참고하는 게 독해에 효과적일 듯싶다. 역자들의 책 번역은 한국 사회과학 정체성 탐구의 일환이다. 역자들은 미국 사회과학을 ‘보편’으로 설정하고 이를 추종하는 국내 학문적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렇다고 ‘한국적 사회과학’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두 명의 역자들은 “우리 학문의 정체성 확립은 우리나라의 기존 학문경향에 대한 심도 있는 천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국 사회과학의 기원을 분석한 로스의 책을 번역한 것도 미국 사회과학의 뿌리를 파고들어야 한국 학문 정체성의 올바른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저자 도로시 로스는 미국 사회과학의 심연엔 ‘미국 예외주의’가 있다고 파악한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세계 역사에서 특수하고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신념이다. 예외주의가 자신감을 갖는 비교 대상은 유럽이다. 극심한 계급갈등에 시달린 유럽과 달리 미국은 시민 공화국이란 완결적 정치체제를 수립했고 더 이상의 역사변화는 필요치 않다는 시각이다. 남은 것은 갈등 없는 발전과 그에 기반한 무한한 팽창이다. 그러나 신념과 현실은 달랐다. 정치부패와 계급갈등에선 미국 예외주의를 주창하던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념의 포기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사회과학이 동원됐다. 사회과학은 ‘계급갈등 없는 산업화’를 입증하기 위해 미국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간의 합의를 도출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는 합의는 사회과학조차 ‘과학주의’란 이름으로 사회문제 통제에 천착토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역자들은 책 말미에 붙인 ‘해제’에서 “미국 사회과학의 실증주의적 객관성과 보편성은 부정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사회문제가 미국과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과학적 방법들이 적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1권 2만 5000원,2권 2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모의 수능 수리·언어 ‘진땀’

    모의 수능 수리·언어 ‘진땀’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눈에 띄었고, 전체적으로 어려웠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올해 처음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 대한 수험생과 입시전문가의 반응이다. 통상 모의평가는 ‘6월은 어렵고,9월은 쉬운´ 패턴을 보이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험생들은 수리와 언어영역이 특히 어려웠으며, 외국어영역과 사회·과학탐구영역도 평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상위권에 속하는 경기도 안산 D고교 3학년 김현정(18)양은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가 많았고, 계산도 복잡해 시간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역시 상위권인 재수생 김성진(19)군도 “딱히 새로운 유형은 없었지만 수리는 계산이 복잡해 두 문제를 놓쳤다.”면서 “외국어도 지문이 길어지고 세세한 부분을 요구해 반복해 읽어야 하는 등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어영역 지문 길고 숙어 어려워 언어영역의 난이도가 높았다. 동화를 예문으로 들고 ‘-가,-는’등 조사의 선택 기준에 대해 묻는 문제 같은 새로운 유형이 등장했다. 비문학 분야에서는 지문의 길이가 적당했지만 정보량이 많아 시간이 부족했다는 수험생이 많았다. 문학에서는 나희덕의 ‘못 위의 잠’, 이수익의 ‘결빙의 아버지’, 현길언의 ‘신열’, 이학규의 ‘어떤 사람에게’ 등 낯선 작품들이 제시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희곡, 현대시와 고전시가의 복합지문이 나왔던 것에 반해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희곡 대신 현대시가 단독 지문으로 출제됐다. 고전시가와 수필이 복합지문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지난해 수능보다 등급의 커트라인 평균 점수가 5점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리영역은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가 많이 출제돼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다. 고3의 진도를 반영해 전 범위에서 출제되지는 않았지만, 세 단원을 혼합하는 문제유형이 많았던 게 특징이다. 가형(미분과 적분)은 15번 여러 가지 수열,17번 로그함수,21번 분수부등식,23번 다항함수의 미분,24번 합성함수와 확률,25번 색칠하기 경우의 수,29번 삼각함수의 응용,30번 도형의 극한 문제 등이 어려웠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수리영역에서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등급별로 15∼20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은 “전체적으로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의 변별장치를 곳곳에 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외국어영역은 새로운 유형은 없었지만, 지문이 대체로 길어지고 어려운 숙어가 나와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35번 유전자 변형작물에 대한 도표를 제시하고 이점을 묻는 문제는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나사그림이 제시되고 단어의 쓰임을 묻는 29번 문제 역시 어휘력이 부족한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탐구 영역의 경제지리 과목에서는 최근 바이오 에너지 자원으로 급부상한 옥수수 관련 문항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관한 내용 등 시사문제가 출제됐다. ●62만 322명 응시…26일 성적 통보 이번 시험은 재수생까지 참가했기 때문에 자신의 객관적인 성적 수준을 파악해 학습방향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수능유형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번 문제를 최소 3번 이상은 다시 꼼꼼히 풀어 보라고 조언한다. 한편 이번 모의평가는 전국 2026개 고등학교와 235개 학원에서 일제히 실시됐으며 언어 영역 선택자를 기준으로 모두 62만 322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오는 17일 정답을 발표하며, 영역ㆍ과목별로 표준점수와 백분위·등급이 표기된다. 성적 결과는 6월26일 수험생에게 개별 통보된다. 김성수 이경원기자 sskim@seoul.co.kr
  • 지구사랑 교육

    강동구가 6월을 ‘환경의 달’로 정하고 다채로운 환경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3일 강동구에 따르면 ‘환경의 날’인 5일에는 기념식과 함께 환경보전 유공자에 대한 표창을 수여한다. 이어 서울시 최초의 환경전문 직원인 김은연 박사를 초청해 ‘위기의 지구-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환경특강을 갖는다. 김 박사는 대기환경 전문가로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는 24일에는 환경단체와 주민 등 100명이 참여해 명일근린공원에서 ‘위해 외래식물’(서양등골나물 등) 제거에 나선다. 서양등골나물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이른바 ‘초원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며 자생식물을 위협하고 있다. 25일엔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 강동복지관 방과후 공부방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환경교육’을 실시한다. 찾아가는 환경교육은 학교와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대상으로 숲·생태계 조사, 탐구학습, 환경놀이, 토론학습 등을 통해 환경보전 방안을 모색한다. 28일은 환경단체인 ‘시민환경포럼’ 주관으로 천일 어린이공원에서 환경보전 홍보를 위한 무료 영화상영이 진행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리영희 前교수 ‘김대중 학술상’ 수상

    리영희(79) 전 한양대 교수가 2008년 ‘후광 김대중 학술상’ 수상자로 2일 선정됐다. 학술상을 제정·운영하는 전남대는 “리 전 교수는 냉철한 이성으로 진실을 탐구하고 지성인의 양심으로 시대를 일깨운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이라면서 “그는 한국 현대사를 살아 오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식인의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귀감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5) 세종문화회관 뒤 ‘아트가든’

    [거리 미술관 속으로] (65) 세종문화회관 뒤 ‘아트가든’

    세종문화회관 뒤뜰은 근처 직장인들이 간단한 점심을 끝내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산책공간이다. 주차장으로 이용되던 곳에 나무를 심고, 돌길을 깔아 공원으로 조성한 지 1년 만에 완전히 시민 속으로 녹아들었다. 가끔씩 공연이 펼쳐져 흥겹게 하고, 전시가 열려 볼거리도 준다. 세종문화회관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아트가든으로 꾸몄다.‘생략과 묘사’를 주제로 7명의 작가가 내놓은 작품 12점이 곳곳에 놓여 있다. 가까이 하자니 민망할 정도로 정교한 묘사를 한 조형물에서 서너 발자국 뒷걸음질쳐서야 의미가 전달되는 조각까지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작품을 모았다. 섬세한 묘사라면 단연 김영원 홍익대 교수의 ‘중력 무중력’ 시리즈이다. 남성이 상하로 겹쳐 있거나 한껏 늘어져 있는 모습은 끝없는 반복 속에 무기력해진 현대인의 나른함이 느껴진다. 인체의 기본 구조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작품에 담아 내는 작가의 노력이 그대로 전달된다. 반면 한진섭 작가의 ‘행복하여라’는 선과 면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모습이다. 역시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다양하게 펼치는 작가로 돌조각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딱딱한 돌덩이에 리듬감을 주고, 움직임은 쉬워 보이지만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 재미있다. 세 덩어리 돌로 쌓은 기둥 세 개가 붙은 모습뿐이지만 아이를 사이에 둔 단란한 가정이 떠오른다. 사람처럼 보이는 두 개의 돌조각은 즐거운 춤을 추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은 정국택 작가의 상징이다. 그의 작품에서 늘 어디론가 바삐 달려 가거나 일에 매이던 직장인은 이 전시회에 내놓은 ‘블루 스카이’에서 이제 시원스레 하늘을 난다. 사각뿔을 둘러 수십명의 작은 남성들이 어딘가를 바라 보며 서 있는 권치규 작가의 ‘라이프-욕망’, 현대사회의 ‘나’를 조각으로 표현해 내는 민성래 성신여대 교수의 ‘동(銅)’과 ‘성·기념비’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17일까지 이어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생 축소판인 산에서 야성 회복하길”

    “인생 축소판인 산에서 야성 회복하길”

    “산에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죽음도 있으며…. 즉,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죠. 젊은이들이 산을 통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려는 에너지인 참된 야성을 배워 도전 정신을 길렀으면 합니다.”(박범신) “등산은 삶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산에 오르려면 목표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삶의 분기점에서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엄홍길) 본격 산악소설 ‘촐라체’를 펴낸 소설가 박범신(61)씨와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47)씨가 1일 북한산 용암샘터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독자 30여명과 함께했다. 두 사람은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함께 오른 이후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등 수차례 동반 등반하는 등 두터운 인연을 맺어왔다. 사회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 소설 ‘광어’가 당선돼 등단한 신예 작가 백가흠(34)씨가 맡았다. ●사회 산은 무척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산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박범신 우리나라의 70%가 산인 만큼 산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죠. 산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산을 외경하고 산에 의지하고 싶죠.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엄홍길 어린 시절부터 산과 함께했습니다. 산은 어느새 나의 한 부분이 됐죠. 물론 극한 상황에서는 괴롭고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산에 오르면 행복해집니다. 더 큰 정신세계를 경험하는 등 삶의 모든 것을 깨닫게 해주는 덕분이죠. 산은 나의 위대한 스승입니다. ●사회 소설 ‘촐라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읽히는데요. ●박범신 1993년 절필 선언 이후 인간 본원의 문제에 대해 깊은 탐구를 하고 있죠. 히말라야로 가는 것은 단순히 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 속의 영혼의 숨구멍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쪽에서 인간 본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했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나의 고민이기도 하죠. ●엄홍길 지난해 5월31일이 히말라야 16좌 완등에 성공한 날입니다. 특히 이 등반은 세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것입니다. 두번째 등반에서는 두명의 동료를 잃기도 했고요. 지금 땅을 딛고 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신이 다른 임무를 맡기기 위해 살려보내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잃어버린 동료의 유족이나 히말라야의 영혼이 맑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사회 ‘촐라체’를 낼 때 젊은 세대들에게 잃어버린 야성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는데,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박범신 요즘 젊은 세대의 일부는 꿈이 없는 거세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희생이나 헌신을 감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꿈과 희망을 이루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참된 야성을 길러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가 충만한 그런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엄홍길 젊은 세대가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아요. 자신이 손해보는 일이나 양보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산을 가까이 해 결단이 서면 죽음도 불사하는 그런 끈기와 오기를 길렀으면 합니다. 글 사진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스승의 날 단상/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스승의 날 단상/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은 왔다. 하지만 이날을 맞이하는 마음은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경쟁이니 다양화니 자율이니 하는 담론 속에 이기심으로 포장된 경쟁만 있고 협동과 배려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진정 그 속에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무엇이 보이지 않으며, 우리 교육의 병폐인 주입식 입시위주의 교육이 달라질 기미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교육정책은 원리와 원칙에 의해서 도출되기보다는 몇몇 위정자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 왔다. 대안이라고 제시된 것은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것뿐이었다. 섣부른 해결책이 문제의 철저한 분석보다 항상 앞섰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원칙이나 철학, 또는 인간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게 들릴 지경이다. 세상에 우리만큼 학교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초·중등교육에 이처럼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듣기 좋은 말로 교육열이라고 표현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열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공자의 말처럼 배우고 또한 익히는 자발적 즐거움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이며,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배움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의미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 시험 기간이 되면 아이들은 지난 기간 동안 배웠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바쁘다. 세상의 삶과는 동떨어진 교과서 속의 지식에 파묻혀 틀리지 않기 위한 숨바꼭질을 벌여야 한다. 객관적 평가라는 허울 속에 아이들을 졸라매고 있는 것은 성적과 경쟁뿐이다. 이런 교육이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되는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세상의 코미디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는 논술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했다. 각 대학들은 앞을 다퉈 논술시험으로 학생들을 선발했고, 국가교육과정에 존재하지도 않는 논술이 정식 교과로 들어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보수 언론들은 논술이 공부의 시작이며 마지막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이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비판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라는 것 아닌가?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세상이 들끓고 있는데 이런 주제가 논술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논술학원이나 대학 논술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등장함직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유언비어에 휩쓸린다고 호들갑을 떠는 태도는 얼마나 이중적인가? 교실에서 졸음에 겨워 졸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한두번 야단을 쳐서 될 일이 아니다.4∼5시간 자고 견딜 수 있는 아이들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어쩌지 못하고 내버려둘 때도 있다. 그러면 아이들이 전부 학교에서 잔다고 한다. 학원과 경쟁하기 위해서 학교가 학원이 되어야 하고,24시간 아이들을 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학습이라는 형태로 붙들어두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학교도 아이들을 하루종일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 붙들어 매두는지 묻고 싶다. 우리 교육 현실은 이기적 게임장이다. 돈을 버는 것도 이기적인 행위이지만, 어떻게 보면 교육이 가장 경쟁적이고 이기적이다. 아이들에게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가르치지도 않으며 오히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 게임을 조장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기적 경쟁과 거기에 불을 붙이는 모든 교육정책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두고 볼 일이다. 교육은 제도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이며 사람의 문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든 구성 성분이 인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실험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원리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한 가닥 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 교수
  • 환경·생태와 평화의 연결고리는?

    환경·생태와 평화의 연결고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매년 개최하는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의 2008년 주제는 ‘환경과 생태와의 평화’다.27일부터 29일까지 경기 성남시 한중연 대강당에서 열린다. 번영을 향해 달리는 인류 문명은 필연적으로 환경 훼손을 동반했다. 자원고갈은 생태계 파괴를 낳았고, 국가간 자원확보 전쟁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각종 환경관계법을 제정하고 있지만, 지구 곳곳에선 예기치 못한 재해들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문명과 평화포럼’이 환경과 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이 시대 문명의 방향과 평화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제 포럼은 세 개 분과로 구성됐다. 그동안 인간의 입장에서 생존권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환경문제를 자연과 생태계의 입장에서 풀어 보고자 하는 ‘환경과 동양생태학’, 파괴된 생태계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를 고민하는 ‘환경과 생태계 보전 및 복원’, 환경파괴 없는 삶과 번영을 강구하는 ‘21세기의 환경과 생태’ 등이 마련됐다. 박이문 미국 시몬스대 명예교수와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조지 존슨 미국 워싱턴대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각 분과의 발제를 맡았다. 박 교수는 환경·생태계 전반의 근본적 위기 근저엔 반생태계적인 인간중심 형이상학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 서구의 과학기술과 아시아의 친환경적인 전통철학의 통합이라고 강조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생태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 대표는 “글로벌 경제는 우격다짐으로 지구촌을 단일 문화권으로 묶어 풍부하고 찬란한 저마다의 건강한 공동체, 고유의 언어와 지식을 사장시킨다.”면서 “이 매듭을 풀 수 있는 첫 번째 실천은 바로 음식과 농사를 살펴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토론자로 나서는 류타로 오쓰카 일본 국립 환경연구소장은 솔로몬 군도와 중국의 비교 연구를 통해 농촌 발전 프로젝트에서 공동체 복지와 환경 보전 문제를 모색하고,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자연적 에코시스템과 철새 도래지 복원 계획을 제시한다. 올 문명과 평화포럼은 기조강연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 당초 섭외했던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의장이 최근 갑작스레 불참을 통보하면서, 한중연은 기조 강연자를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들의 모임(PSR)’ 전 대표 로버트 굴드와 홀리스틱 평화연구소 대표 게리 스페노비치로 바꿔야 했다. 포럼 출발 때부터 이어져온 ‘9·11 이후 문명간의 대화’(27일),‘동아시아에서의 진실과 화해’(29일),‘아시아 전통과 새로운 인문정신’(29일) 분과 또한 마련된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등이 분과별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Seoul In] 문화대학 여름강좌 수강생 모집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강북문화대학의 6월 여름강좌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강좌는 두뇌발달놀이, 사랑듬뿍 마사지, 컬러 클레이, 병아리 발레, 한식 조리사, 영재탐구교실 등 총 192개 강좌다. 신청은 구청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결제는 신용카드, 계좌이체, 무통장 입금 등으로 가능하다. 강좌별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일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문화공보과 901-6324.
  • 佛 초등학교 ‘노예제 비판교육’ 시킨다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가 오는 9월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에서 ‘노예제 역사’를 가르칠 전망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서 열린 노예제 폐지 기념식에서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노예제와 노예제의 폐지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노예제가 가져왔던 고통과 사람들의 영혼에 남긴 상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타계한 마르티니크 출신 시인이자 저항운동가인 에메 세제르의 삶은 우리에게 노예제 교육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며 “앞으로 중·고교에서는 세제르의 작품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제르는 문학을 통해 흑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네그리튀드’의 창시자로서 저항운동에 일생을 헌신했다. 이에 따라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서아프리카 노예 무역에서 프랑스 상인들과 선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 기술될 전망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초등학생에게 나치 치하의 참상을 교육시키자는 제안과 맞물려 있다.당시 일부 교육 심리학자와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공교육 과정에서 나치 때의 참상을 가르치는 데 반대했다. 따라서 노예제 교육 제안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에서도 포르투갈, 잉글랜드, 스페인 등 인근 유럽 국가들처럼 노예 무역이 횡행했으나 1794년 자유·평등·박애를 기치로 내건 대혁명 기간에 노예제 폐지 법안을 제정했다. 이후 1802년 나폴레옹이 노예제를 다시 합법화했다가 1848년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 질서에 저항하는 혁명이 일어난 뒤 완전 폐지됐다.vielee@seoul.co.kr
  • 민주주의의 뿌리 공화정 의미 재점검

    역사학회가 30,31일 서강대에서 ‘역사상의 공화정과 국가 만들기’란 주제로 ‘2008 전국역사학대회’를 개최한다.역사학회가 공화주의를 대회 주제로 택한 것은 현 시기 한국사회에 대한 학회 나름의 진단에 근거했다. 조병한(서강대 사학과 교수) 역사학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룬 듯하지만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공화주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해본 적이 없다.”면서 “한국사회가 세계화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공화정의 학문적 의미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공화주의를 집중논의하는 것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종종 거론되는 ‘사회공공성 위기’ 논의와도 무관치 않다. 그동안 경제제일주의와 실용주의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시민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조 회장은 “사회공공성에 뿌리를 둔 서구 시민사회는 공화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동체와 공화주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각의 발제문도 공화정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역사상의 공화국과 공화주의’(조승래 청주대 교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양의 공화주의 개념을 밝히고,‘미국 혁명과 근대 공화국의 건설’(정경희 탐라대 교수)은 현 시대 세계화의 중심인 미국의 근대 공화정을 탐구한다.‘해방 직후 건국노선의 초기분립:즉시 건국론과 대기론의 대립’(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은 해방 후 남북대립 상황에서 공화주의가 어떻게 변질됐는가를 다룬다. 대회 이틀째는 각 분과학회별 발표가 이뤄진다. 한국사연구회는 ‘동북아시아에서 바라본 한국사상의 국가 만들기와 민족’, 서양사학회는 ‘스페인 제2공화국 몰락에서 스페인 파시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을 주제로 토론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과학영재학교 첫 입시 어떻게

    과학영재학교 첫 입시 어떻게

    서울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된다.2002년 5월 부산과학고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데 이어 두 번째다.2009학년도 입시부터 과학영재학교가 전국 두 곳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가장 큰 변화는 과학영재들이 서울이 아닌 전국 단위로 선발된다는 점이다. 전국의 중학생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게 됐다.2009학년도 과학영재학교의 입학전형과 대책을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통해 살펴본다. 아울러 서울 한성과학고와 세종과학고의 입학전형도 함께 알아본다. 서울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면 전형 일정은 종전 12월이 아닌,6월부터 8월까지 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학생들의 과학영재성을 판별하기 위해 1단계 추천·학생기록평가와 2단계 기본적성검사,3단계 창의성·탐구력 검사,4단계 과제수행능력평가 및 면접 등 다단계 전형이 실시된다. 선발인원은 모두 120명이며 이 가운데 10%인 12명은 소외계층 전형으로 선발한다. 물론 학기 중 갑작스러운 전환소식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서울과학고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 수험생이 과학고 지원을 고집할 경우 서울의 한성과학고나 세종과학고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수험생은 과학영재학교가 서울에 신설됨에 따라 지원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총 모집인원이 지난해 144명에서 올해 264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단계 전형일정은 같은 날 실시될 예정이므로 복수지원은 1단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영재학교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은 자신의 조건과 합격 가능성 여부에 따라 한국과학영재학교에 갈지, 전환되는 서울의 과학영재학교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교과부 “과학영재학교 입시안 통일” 과학영재학교의 입학전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부산 소재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입학전형을 참고하면 큰 틀은 잡힌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도 과학영재학교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전형방식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단계 전형에서 학생기록물 평가를 통해 1800명 이내를 선발한다. 수상실적, 학교성적, 자기소개서, 추천서, 각종 실적물 등을 평가한다. 수상실적은 시·도 단위 이상의 수학, 과학 수상 실적 등이 필요하고, 학교 성적은 수학, 과학 과목의 직전 학년 1,2학기 성적이 반영된다. 2단계 전형에서 수학·과학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를 실시해 입학정원의 1.5배수 이내를 선발한다. 수학 또는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성적이 각각 우수한 학생을 일정 비율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수학 및 과학 성적을 통합해 선발한다. 따라서 수학 또는 과학 각 과목의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 3단계 전형에서는 3박4일간의 과학캠프 및 심층면접을 통해 과학적 문제해결력, 창의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입학 정원 144명 이내를 최종 선발한다. 구술평가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접관에게 자신이 구한 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 실험평가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이다. 과목별로 예상되는 대표 실험 문제를 뽑아 실험 방법과 실험 결과 해석 및 평가, 실험 보고서 작성 등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서울의 한성·세종과학고 입시안은? 한성과학고는 특별전형 및 일반전형의 교과성적이 3학년 2학기까지 반영된다. 특별전형의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올림피아드 선발인원이 5명 늘고, 학교장추천제 인원은 5명 줄었다. 일반전형은 1차 서류전형으로 교과성적 170점과 가산점 5점 등으로 모집인원의 4배수를 선발하고,2차 전형에서 기존 교과성적과 면접, 탐구력·창의성 구술검사 27점, 가산점 5점 등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세종과학고의 특별전형 선발인원은 올림피아드 수학분야 18명, 과학분야 29명, 정보분야 5명, 학교장추천제 25명 등 77명을 선발한다. 지난해보다 올림피아드 수학 및 과학 분야 선발인원은 6명씩 늘어나고, 정보 분야 및 학교장추천제 인원은 각각 2명,10명이 줄었다. 일반전형에서는 교과성적 170점, 탐구력·창의성 구술검사 및 면접 35점, 가산점(수상경력) 5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구술검사 및 면접의 배점이 25점에서 35점으로 10점 늘어났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소설가 박경리 타계] 작품 세계

    박경리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감내하기 어려운 곤고한 삶을 살아왔지만, 문학적으로는 누구도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을 이뤘다. 굳이 여러 작품을 들지 않더라도 대하소설 ‘토지’, 이 한 작품만으로도 그는 한국 소설사에서 누구도 건널 수 없는 대하(大河)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행한 출생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 그리고 폐암 선고…. 그가 사석에서 “나는 슬프고 고통스러워 문학에 몰입했고, 훌륭한 작가가 되기보다 차라리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싶다.”고 고백한 것만 봐도 그 아픔이 얼마나 폐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박경리 문학작품에서 짙게 배어나는 인간 존엄에 대한 치열한 작가 의식, 도저한 생명사상에 대한 탐구도 그의 고단한 삶에서 기인한다.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한 박경리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불신시대’,1958년 ‘벽지’‘암흑시대’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한국 문단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작품들은 주로 단편소설이고, 체험적 삶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이 화자(話者)로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처럼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대(當代)를 읽어낸다. 대표적인 작품이 ‘불신시대’와 ‘암흑시대’다.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극도로 반발했던 박경리는 자연스레 여성이 처한 불행한 현실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부모의 삶에 깃든 억압-피억압의 관계는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의 고민은 초기 단편 ‘전도’와 장편 ‘김약국의 딸들’‘파시’ 등을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됐다. 작가는 1959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독한 여인의 심적 방황을 그린 ‘표류도’를 발표하면서 장편 소설로 선회했다. 이후 ‘내마음은 호수’‘푸른 은하’ 등을 발표하는 한편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내놓았다. 이전의 전쟁 미망인을 즐겨 등장시키던 체험적 작풍(作風)에서 벗어나 한층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했다는 ‘김약국의 딸들’은 공간 배경도 전쟁터가 아닌 통영으로 바뀌었고 제재와 기법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드러낸다. 박경리 문학의 명제는 자유에 대한 집착,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 인간소외에 대한 저항, 인간의 존엄과 사랑에 대한 절대적 믿음 등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제도와 관습에 대한 치열한 저항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김약국의 딸들’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후반 들어 박경리 문학은 일대 전기를 맞는다. 장편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 그 자신 “빙벽에 걸린 자일, 주술에 걸린 죄인이 된 기분으로 25년간 글감옥 속에서 ‘토지’를 완간했다.”고 할 만큼 ‘토지’의 집필은 피를 말리는 지난(至難)한 작업이었다. 한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작품인 만큼 ‘토지’에 대한 논의 또한 풍성하다. 역사소설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 속에 ‘토지’는 가족사 소설·민족사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는 등 한국문학 담론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켰다.‘토지’는 이처럼 거대한 서사 구도 아래 다종다양한 계층의 이야기가 중층적으로 형상화돼 있다. ‘토지’는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와 함께 생명사상의 흐름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토지’의 주인공 서희는 바로 이 존엄성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에게 있어 인간 존엄성의 상실은 한(恨)의 정한과 통한다. 그 한을 풀어가는 과정은 곧 박경리 문학 등장인물들의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토지’로 대표되는 박경리의 작품 세계는 민족적 삶의 총체상을 보여준다.”며 “박경리 문학의 밑바닥에는 인간적 품위와 낭만적 사랑의 정신,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한 줄기로 흐른다.”고 말한다. 하층민부터 상층민까지 한 사회의 모든 삶을 아우르는 ‘총체소설’의 양상이말로 박경리 문학의 업적이요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경부대운하를 가다(김용학 지음, 보성각 펴냄) 한국토지공사 택지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가 한강에서 낙동강까지의 주변 개발환경, 한반도 생태축 등을 고찰하며 대운하의 당위성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킨 책.1만 6000원.●처음 읽는 로마의 역사(사이먼 베이커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옥스퍼드대에서 고대사와 역사서술을 연구한 저자 사이먼 베이커가 타키투스, 세네카, 카이사르 등 로마시대 인물들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2000년 전 로마의 모습을 재현. 로마 공화정 시대와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카이사르의 등장 이후 열린 황제 시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의 기독교 문명 발달사 등이 소개된다.1만 5000원.●어머니, 고맙습니다(장 마리 몽탈리 엮음, 허진영 옮김, 신원 펴냄) 반 고흐,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빅토르 위고 등 세계역사의 주역들도 ‘어머니’란 이름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이 어머니에게 쓴 절절한 편지글 모음.9500원.●젊음의 탄생(이어령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이어령(74) 전 문화부장관이 젊은 독자들을 겨냥해 쓴 일종의 자기계발서. 흑백의 이분법을 경계하라는 조언 등 광범위한 인문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 지적 호기심이 자극될 듯.1만 1300원.●바다생물 이름 풀이사전(박수현 지음, 지성사 펴냄)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인 저자가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속 생명체들을 탐구했다. 신화, 전설, 국어학 문헌정보 등을 두루 동원해 바다생물 108개의 이름에 담긴 뜻을 짚었다.2만 2000원.●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이택광 지음, 그린비 펴냄) 이탈리아 사회와 정치를 재건하기 위해 미래주의 운동을 펼쳤던 시인 마리네티 등 ‘미래주의’ 예술가들의 희망과 실패, 그들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산업화와 발전을 좇았던 미래주의는 무솔리니와 파시즘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이어져 악명을 사기도 했다.9900원.●바다 위의 낭만, 크루즈 여행(이형준 글, 위즈덤하우스 펴냄) 지중해, 북유럽, 카리브, 알래스카, 아시아 등 인기 크루즈 노선을 총망라한 크루즈 가이드북. 크루즈 코스와 요금, 유람선 선택 요령, 준비물, 하선 절차 등 크루즈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실렸다.2만원.●에피소드로 엮은 클래식 음악 100(모리모토 마유미 지음, 김재원 옮김, 반디 펴냄) 바흐에서 쇤베르크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 20곡을 비롯해 ‘음악시간에 자주 들은 명곡’‘유명 지휘자와 연주자가 가장 선호하는 곡 베스트 20’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에피소드 형식으로 클래식 100곡을 쉽고 흥미롭게 해설했다.1만 5000원.
  • 폭력 없는 미래/마이클 네이글러 지음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명예교수이자 세계적 평화학자 마이클 네이글러의 책 ‘폭력 없는 미래’(이창희 옮김, 두레 펴냄)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폭력은 강하다. 비폭력은 폭력에 대한 ‘수세적 대응’이 아니라, 폭력을 이기는 ‘적극적 전략’이다. 비폭력은 가끔 효과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항상 효과가 있다. 폭력은 가끔 효과가 있지만, 궁극적으론 전혀 효과가 없다. ‘비폭력만이 살길’임을 역설하는 책은 많다. 비폭력의 역사적 근원을 추적하고 철학적 가치 체계를 탐구하며 종종 비폭력 운동가의 숭고한 삶을 예로 제시한다. 언어는 매우 차분하다. 네이글러가 비폭력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는 비폭력을 이론적으로 탐구하지 않는다. 매우 강력한 신념으로 비폭력의 당위성을 소리 높여 주창한다. 언어는 차분하다기보다 간혹 선동적이기까지 하다. 선동하되 폭력이 아닌 비폭력을 선동한다. 비폭력이 폭력을 이긴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비폭력적 삶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네이글러에게 비폭력은 수동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아니다. 비폭력은 ‘적극적 행동’이자 ‘역사적 필연’이다. 그는 역사상 비폭력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는지 역설한다. 서기 39년, 예루살렘 성전 안에 자신의 상을 세우겠다는 로마 칼리굴라 황제의 계획을 중단시킨 것은 예루살렘에 모여든 맨손의 유대인들이었다.1930년, 인도 구자라트주 소금공장에서 몽둥이세례를 받으며 소금세 폐지를 주장했던 마하트마 간디와 그 동료들의 ‘사티아그라하’(‘진실에의 헌신’을 뜻하는 인도어) 행진은 비폭력 불복종운동을 지칭하는 관용어가 됐다.1943년, 나치 치하 베를린에서 게슈타포가 비유대인들과 결혼한 유대인 남성들을 로젠슈트라세 수용소로 끌고 갔을 때 이들을 석방시킨 것은 6000여명의 아내와 어머니들의 집단 항의였다. 네이글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남의 권리를 무시하고 오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국가가 행복해진 적은 없다.”면서 “일단 폭력을 선택하면 안전과는 결별해야 한다.”고 말한다.9·11 사태 직후 취해진 미국의 폭력적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사상 유례 없는 군국주의화” “매카시와 밀로셰비치 시절 수준의 인권제한” 등 분노에 가까운 비판을 퍼붓는다. 네이글러는 냉소적인 사람은 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폭력도 훈련과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안한 실천전략 ‘우리 자신의 비폭력적 미래를 위한 다섯 단계’는 ‘생각의 진정함’→‘자신의 마음 돌보기’→‘관계맺기 속의 진실’→‘비폭력적 소양 쌓기’ 과정을 거쳐야 ‘평화를 위한 행동’에 가 닿는다. 사회와 세계의 평화는 자신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폭력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미디어와의 절연도 제안한다.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폭력을 거부하는 자세가 폭력을 이기는 필수요건이란 얘기다. 미국의 주요 고등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채택됐고,2002년에는 전미국도서상을 받았다.2만 25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I♥China’ ‘입닥쳐 CNN’ 티셔츠 中서 불티

    ‘I♥China’ ‘입닥쳐 CNN’ 티셔츠 中서 불티

    티베트 독립시위를 옹호하는 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각종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지지하고 티베트 독립을 반대한다는 뜻의 티셔츠·모자 등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미국 뉴욕의 기념품으로 잘 알려진 ‘아이러브 뉴욕’(I ♥ New York) 티셔츠를 모방한 ‘아이러브 차이나’(I ♥China)가 나왔는가 하면 중국 지도와 ‘중국 힘내라’(中國加油)라는 문구의 티셔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티셔츠들에는 ‘폭동 반대 & 진리 탐구’(Anti-riot & explore the truth)·티베트는 과거에도 중국의 일부분이었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그렇다’(Tibet was is and always will be part of China) 등 티베트 독립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아울러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와 관련 CNN의 보도를 문제삼은 ‘입닥쳐 CNN’(Shut up CNN) 티셔츠도 나왔으며 1장당 18~30위안(한화 약 2500~43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경매사이트 타오바오 닷 컴의 한 판매업자는 “사람들이 성화가 베이징으로 봉송될 때 입으려고 티셔츠를 많이 사가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을 지지하고 티벳 독립에 반대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품들이 중국인의 빗나간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인의 반(反)티베트 운동이 상술에까지 교묘히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프랑스의 반중국시위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 브랜드 까르푸와 루비뷔통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민족주의를 내세운 상품 출시는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中 민족주의 얄팍한 상술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올림픽을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는 중국인의 애국심과 민족주의의 불똥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튀고 있다. 국민적 영웅이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전락하는가 하면 상술에까지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닷컴에서는 앞면에 중국어로 ‘힘내라 중국’, 뒷면에는 ‘폭동 반대 & 진리 탐구’라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들이 불티난 듯 팔려나가고 있다. CNN 보도를 문제삼은 ‘입닥쳐 CNN’ 등의 문구가 담긴 티셔츠도 나와 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최근 애국심이 깃든 모자와 티셔츠, 스카프 등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남방도시보는 프랑스 파리 성화봉송 과정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시위대에 맞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장애인 펜싱선수 진징(金晶)이 까르푸 불매운동에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집을 나간 채 연락이 두절됐다고 보도했다. 진징은 최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특사의 위로 서한을 받은 뒤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까르푸 불매운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했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 왕첸위안(王千源·20) 역시 학교에서 일어난 친중·반중 시위의 중재자로 나섰다가 중국인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자신과 부모의 이름 및 신분증 번호, 고향 주소, 자신의 출신학교 등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중국에 돌아가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베이징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해외에서 보이콧에 직면하는 등 곤란을 겪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신문이 보도했다. 티베트 지지단체연합은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인 코카콜라에 대해 “티베트를 성화 봉송로에서 제외하도록 나서지 않으면 물리적인 시위와 항의 편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미아 패로가 이끄는 인권단체 ‘다르푸르의 꿈’은 24일 베이징 올림픽 후원기업의 문제점을 공개하는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은 코카콜라, 레노보, 삼성 등 성화 봉송 후원사들이 인권침해에 침묵하는 ‘겁쟁이´ 파트너라고 비난하면서 후원 기업의 ‘광고 안 보기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jj@seoul.co.kr
  • 서울시, 무능·나태 88명 또 ‘현장’ 배치

    서울시, 무능·나태 88명 또 ‘현장’ 배치

    서울시가 ‘무능·나태 공무원’을 가려 현장업무에 투입하는 제2차 현장시정지원단의 대상자 88명을 확정했다. 처음 실시한 지난해(102명)보다 14명이 줄었고, 재교육 프로그램도 잡초뽑기 등 인권침해적 성격에서 국토순례, 명상훈련 등 인성교육 위주로 개선했다. 선발과정도 3개 분야로 심층화해 소명 기회와 다중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강제 할당에서 다단계 선정 서울시는 23일 현장시정지원단에서 근무할 직원 88명을 선정하고,24일부터 6개월 동안 인성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재교육을 통해 무능 또는 나태한 근무태도가 고쳐지면 현업에 복귀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절차를 밟아 직위해제, 직권면직 등 조치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38개 실·국별로 현원의 3%를 일률적으로 할당했으나 올해부터는 ▲근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거나 ▲비위가 드러나 징계받은 직원 ▲2년 이상 근무한 정기전보 대상자 중 3차례 연속 추천(드래프트)을 받지 못한 직원 등에서 대상자를 가렸다. 우선 월별 상시평가의 하위득점자와 최근 3년간 근무평점 하위자 400명을 추렸다. 실·국장에 대한 소명기회를 통해 구제받지 못한 186명 중 다시 당사자 소명과 감사관실 검증, 평가위원회 심사를 통해 57명을 가렸다. 여기에 금품수수, 근무 중 도박 등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던 직원 가운데 인성에 문제가 있는 15명을 추렸다. 아울러 전보대상자 4200명 중에서 3차례나 다른 실·국장의 추천을 받지 못한 16명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3개 분야에서 88명을 추린 셈이다. ●2·3급 없이 4급 이하 대상 지원단 대상자는 서기관(4급)이 1명이고 사무관(5급)은 행정직 4명을 포함해 5명이다.6급은 20명,7급은 22명이며 8급 이하는 기능직 37명을 포함해 40명이다. 연령별로 40대가 36명,50∼54세가 36명이다. 여직원도 7명 포함됐다. 14개 재교육 프로그램에는 비인격적 요소를 최대한 제외했다. 농촌일손돕기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명상의 시간도 갖는 식이다. 워크숍(2일), 기본교육(1주), 심화교육(2주), 복귀적응교육(1주) 등 교육 분야와 현장체험(3주), 봉사활동(8주), 시설물점검(6주), 연구과제(1주), 탐구훈련(3주) 등이 있다. 또 자율봉사(50시간), 학습조직(50시간), 자격증 취득(수시) 활동을 하면서 심리상담(2회), 설문조사(6회)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대상자 102명 중 58명이 현업에 복귀해 한결 개선된 근무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원단이 본청근무 직원 9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 전체 시 공무원(5만 2000여명)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는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따라 25개 자치구에도 지원단의 운영을 독려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공무원노조는 “퇴출제가 공직사회에 활력을 준다는 것은 거짓”이라면서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시적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81세의 노학자 머리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정(小丁)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빗방울을 피해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 섰다.“35년 전 명상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어 심은 나무”라고 했다. 느티나무를 심었을 즈음, 그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생애 첫 번째 해직을 당했다. 여린 느티나무 묘목이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 동안, 그도 험한 세월을 거치며 한국 사회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최근 그가 자신의 삶과 학문역정을 담은 회고록 ‘겁 많은 자의 용기’(삼인 펴냄)를 출간했다. 회고록은 옹골찬 나이테를 갖기까지 그가 헤쳐온 시대와의 분투기다.23일 서울 쌍문동 그의 자택은 물기 머금은 잎새들로 푸르렀다.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은 하고만 사람 이 교수는 스스로를 ‘겁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시험지만 보면 떨었다.”고 했고, 교수가 돼서도 “회의 때면 떨면서 발언했다.”고 했다. 그는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을 하고 맡아야 할 역할을 마다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1970∼80년대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등과 민주화운동을 선두에서 이끌었고 미국 행정학이 휩쓸던 60년대에 1세대 행정학자로서 한국적 행정학의 기초를 닦았다.17번 잡혀가 3번에 걸쳐 5년간의 옥살이를 했고,3번의 해직으로 9년 8개월간 강단에서 내쫓겼다.59년 고려대 최초의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해 73년까지 거의 모든 전공과목을 도맡아 가르쳤고,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던 주류 ‘발전행정학’을 거부하고 ‘일하는 조직’과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을 탐구하는 비주류 행정학을 택했다. 그는 “민주화운동가와 행정학자란 각기 다른 두 역할이 상하간, 경쟁적 정당간 협력을 통해 사회의 가장 비참한 노동자와 농민을 보살피는 ‘협력형 통치’란 학문적 화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의 부제는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 교수는 ‘정도를 넘어선 최대’가 아닌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를 고집하는 최소주의자다. 그는 “지켜야 할 최소를 지킨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뜻”이라고 말한다.“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을 버리는 일은 자신을 타락게 하고,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를 버리는 것은 나라를 타락게 한다.”는 지적이다. 어렸을 땐 장남으로서 동생을 때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최소였다면,3·1민주구국선언(1976)으로 투옥됐던 추운 겨울날엔 몸 녹일 수 있는 더운 물 한 모금이 최소였다. 최소를 지키는 자세는 그에게 정당성 없는 현실정치에 부딪히게 하는 동력이자 행정학 이론을 성찰케 하는 거울로 작용해 왔다. 그 자신 ‘행정의 최소조건 5부작’(‘북한 행정권력의 변질요인에 관한 연구’‘자전적 행정학’‘논어·맹자와 행정학’‘인간·종교·국가’‘협력형 통치’)이라 부르는 연구 결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교수는 “통치자의 자의적인 지배로 사회가 왜곡될 때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상태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행정학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행정학 교육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며 조직이 아닌 인간 위주의 행정학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 이번 회고록 집필은 이 교수가 생애 마지막 책으로 계획한 ‘새 문명에서의 공직자’(‘새 문명’)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이다.‘새 문명’은 그 자신 살아온 일생의 삶을 반추해 행정학과 통합시키는 작업으로, 책을 쓰기 위해선 회고록 집필이 필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가 보기에 새 문명에서 공직자가 지향해야 할 바 역시 ‘최소’다.“새 문명에서는 최소자가 최대로 돋보여야 하고, 공직자는 전체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최소자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 정부 정책과 이를 실행하는 공직자들을 향한 쓴소리도 ‘최소’의 관점에서 날이 서 있다. 이 교수는 “영어몰입교육을 둘러싼 현 정부의 우왕좌왕과 최근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아이들을 일류대에 많이 보내는 걸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면서 “경쟁, 일자리, 돈을 우선에 놓는 경제제일주의 행정은 결코 올바른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란 행정의 미시 현상”이라면서 “사람이 하는 것이 행정이며 행정의 최종 생산물도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고록 말미에서 “나는 93세까지 살 작정”이라고 공언했다. 처음 구속됐을 때가 46세였으니, 꼭 그만큼의 삶을 살고 한 해 더 살면 93세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년, 그동안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놓고 끊임없이 자문할 생각이다.‘너는 왜 마지막을 중요시하는가?’‘너는 어떠한 죽음을 가장 의미 있는 죽음으로 보는가?’‘너는 왜 책을 쓰다가 죽고 싶은가?’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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