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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정답 발표, 복수정답 여부에 의대 지망생 운명 엇갈려

    수능 정답 발표, 복수정답 여부에 의대 지망생 운명 엇갈려

    ‘수능 정답 발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인 2015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8번, 영어 25번의 복수 정답여부를 오늘(24일) 오전 11시에 발표한다. 오늘 발표결과에 따라 수험생들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Ⅱ 8번의 경우, 평가원 정답인 ④번 선택이 12%,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②번 선택이 66%다. 복수정답 처리시, 평균 점수는 1.3점 상승하고,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 가운데 1만1000여명의 표준점수가 1점씩 오르게 된다. 입시업체들은 이들 가운데 4000여명은 등급도 한 등급씩 상승하는 반면 원래 정답을 맞췄거나 다른 오답을 선택한 수험생 대부분은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평균 점수의 상승으로 표준점수가 1~2점 떨어지고, 3000여명은 등급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등급이 떨어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및 각 대학 의대 정시에 지원하는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Ⅰ과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원할 대학 대부분이 수학 B형과 과학탐구를 동일한 비율로 반영하는데 올해 수학 B형은 만점자가 4%로 예상될 만큼 변별력이 없었다. 즉 과학탐구 성적으로 당락이 판가름나는 상황에서 생명과학Ⅱ 8번의 복수정답 인정 여부에 따른 점수 차가 상위권 의대의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 25번의 경우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당초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80%,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⑤번은 5%로 추정된다. 복수정답 처리를 해도 영어 평균 점수가 0.1점 상승하는 데 그쳐 전체 등급, 표준점수 및 백분위에 큰 차이가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등급 하락 최대 6100명·상승 4000명 ‘충격’…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등급 하락 최대 6100명·상승 4000명 ‘충격’…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등급 하락 최대 6100명·상승 4000명 ‘충격’…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하기로 함에 따라 상위권 이과생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교육부가 연이은 출제 오류에 대한 대책으로 외부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가칭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 위원회’ 운영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수능이 어떤 체제로 바뀌질 관심이 주목된다. 24일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이번 복수정답 처리로 생명과학Ⅱ 수험생들의 성적이 기존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으로 채점했을 때와 비교해 복수정답이 인정된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성적은 오르고,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인 ④번이나 오답을 고른 수험생들의 성적은 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④번을 맞춘 학생보다 ②번을 고른 수험생들이 월등히 많아 복수정답 처리에 따른 평균점수가 1.3점가량 오르고, 1∼2등급의 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 기준으로 2점 상승하기 때문이다. 입시업체들이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④번과 ②번의 응답률을 보면 메가스터디 11%, 74%, 유웨이중앙교육 10%, 63%, 이투스청솔 12%, 66%, 진학사는 12.4%, 65.8% 등 ②번 응답률이 ④번보다 5∼6배로 높다. 평균이 오르면 기존 정답자와 복수정답 이외 오답을 쓴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는 반면 복수정답 인정을 받게 된 ②번을 고른 수험생들은 원점수 상승으로 표준점수와 등급이 오른다. 유웨이중앙교육은 등급이 상승하는 수험생이 3600여명, 등급이 하락하는 인원은 1700여명으로 추정했고, 이투스청솔은 등급 상승은 4000여명, 등급 하락은 3000여명으로, 진학사는 등급상승 3400여명, 등급 하락은 6100여명으로 예상했다. 생명과학Ⅱ는 주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어서 이번 복수정답 인정으로 상위권 이과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기존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바탕으로 가채점한 결과로 수시에 지원한 정답자 또는 복수정답 이외 오답자는 이번 복수정답 인정으로 대학이 요구하는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복수정답으로 인정받은 ②번 이외 번호를 고른 수험생 중 기존 1∼3등급에서 등급이 하락하는 인원이 유웨이중앙교육은 350여명, 진학사는 1800여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려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수학이나 과학탐구 중 1개 영역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이들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일부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원 측은 그러나 최종 정답을 확정하기 전 복수정답을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복수정답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존 정답자와 오답자의 비율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문항오류가 재발해 더는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면서도 “이의신청과 심사도 출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오늘 정답이 확정되고 나서 채점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이 과학탐구를 표준점수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백분위에 근거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고 있어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개 수학 B형과 과학탐구를 동일한 비율로 반영하는데 수학 B형이 워낙 쉽게 출제돼 과학탐구 성적에서 당락이 판가름나는 상황에서 복수정답 처리로 생명과학Ⅱ의 변별력마저 떨어지게 됐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이번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2번 이외 번호를 선택한 수험생 중 1만 1000여명은 백분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1등급 점수 구간이 종전 41∼50점에서 복수정답 인정 이후 43∼50점으로 좁아짐에 따라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변별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어 25번 문항에 대한 기존 정답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많아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성적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입시업체들은 내다봤다. 이번 복수정답 인정으로 평가원은 수능이 도입된 1994년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출제 오류, 2개 문항에서 출제 오류란 ‘불명예’를 얻게 됐다. 역대 출제 오류를 보면 2004학년도 언어영역 17번 문항이 처음으로 복수정답으로 처리됐고, 이후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문항, 2010학년도 지구과학 19번 문항,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이 복수정답 또는 모두 정답 처리가 됐다. 교육부는 연이은 출제 오류로 수능 체제의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했다. 다음달 중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인, 언론인, 학부모 등 외부인이 대거 참여하는 가칭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 위원회’를 10∼15인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개선위원회는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출제·검토 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교사 비율 및 역할, 문항 출제·검토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 EBS와 수능간 연계 문제, 수능의 자격고사 등도 중장기적 검토 과제로 다룰 예정이다. 한석수 대학지원실장은 “그동안 교육부가 ‘내부적인 시각으로 수능의 문제점을 짚어보지 않았나’라는 반성에서 외부 인사에 방점을 두게 됐다”며 “교육부는 실무지원단을 운영해 외부의 참신한 시각과 그동안 유지·발전해온 (교육부의) 노하우를 접목해 수능 체제 전반을 새로운 각도에서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훈 평가원장은 이번 출제 오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김 원장은 ”올해는 작년과 같은 문항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또다시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고,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의 자진사퇴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평가원이 과거 3년 6개월 동안 한 파스타 지점에서 8억 2283만원(4751건)을 결제한 사실이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 내용은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 밝혀져 국민적인 비난을 초래했다. 이는 평가원의 연간 경상운영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파스타 1인분의 가격을 1만 5000원으로 잡더라도 3년간 5만 4856인분을 먹은 셈이다. 평가원 전 직원이 269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평가원 법인카드 실태를 특별점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평가원 측은 그러나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은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등급 상승보다 하락이 많을 것으로 나오네”,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이번 실수로 정말 수능 친 아이들 혼란이 극에 달할 것 같은데”, “수능 오류 문항 복수정답 인정, 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수능시험 친 집에서는 정말 곡소리 나올 것 같은데. 이게 도대체 뭐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입시제도 개혁은 대학 자율에서 출발해야/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대학입시제도 개혁은 대학 자율에서 출발해야/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오늘을 사는 우리나라의 기성 세대들은 유소년 세대들에 크나큰 죄를 짓고 살고 있다. 다름 아닌 지구 어느 곳에도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볼모로 잡혀 있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정부도 한쪽으로는 창조경제와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도 이러한 정책의 가장 근본이 되는 대학교육 정책은 ‘3불정책’(본고사 부활 불가,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입학제 금지)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대학입시제도는 중·고등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유아·초등 교육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교육의 사회적 비용과 입시와 관련된 사회 갈등은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와 양극화 현상에 가장 크나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개혁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출발했던 박근혜 정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대폭적인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최근 지난해 치른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에 따라 성적을 재산정해 불합격생을 구제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지난 13일 치른 수능 역시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6일까지 평가원 홈페이지 수능문제 이의 게시판엔 7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영어 25번 문항, 생명과학Ⅱ 8번 문항, 사회탐구생활과 윤리 7번 문항 등이 대표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수능의 더 큰 문제는 변별력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수학 B형의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이 어떻게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 커다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교진학지도교사모임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지난 17일 “앞으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라 시행될 새 대입 전형에선 통과 여부만 판단하는 자격고사 방식으로 수능을 개편해야 한다”며 “대입은 고교 교육과정에 바탕한 글쓰기·말하기·실기 등과 학생부 종합전형 위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대학입시제도의 일대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은 대학 입시전형의 전 과정을 100%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바로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가 주장하는 방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다만 수능을 자격 고사화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면 현재의 수능을 9월과 11월에 2차에 걸쳐 치르게 한 후 각 대학이 주관하는 입학전형위원회에서는 수능과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논술고사에 대학별로 상이한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각 대학의 입학전형 관리 능력을 믿고 대학 입시전형의 대학 자율화를 유도하되 입학 전형의 투명성을 감독해 대학운영보조금을 차별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입시관리자율화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은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시와 정시모집의 기준을 사전 공고하도록 해야 하며 입시 관리에 따르는 모든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 지원생들은 원칙적으로 다수의 대학에 동시 지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 각 대학의 입시관리위원회는 입시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되 선발 기준에는 정량적 기준(수능성적과 내신성적) 이외에도 정성적 기준(지역할당, 전공별 배분, 성별배분 등)을 갖고 수시나 정시입학관리를 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원 학생이 A대학에 합격했지만 B대학에 불합격한 이유는 알 필요가 없으며 각 대학의 입시관리위원회에서도 이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정부는 각 대학의 입시관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입학 사정의 기준과 선발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도 책임을 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학입시제도의 일대 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중장기 경제 정책이다.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의 도입으로 인적 자본이 유일한 자산인 우리나라의 지식기반 산업들이 지금의 정체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혁신의 길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다른 개혁은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학입시 개혁만은 꼭 성공시키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교과서를 바이블로 삼는 교육논리의 허상/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교과서를 바이블로 삼는 교육논리의 허상/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오답 논란이 지난해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어 올해의 수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의 오답 논란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의 오답 논란은 놀랍게도 1년이 지나서야 해소됐다. 잘 알려졌듯이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출제오류’ 판결을 내린 뒤 교육 당국이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오답 논란의 문항 때문에 지난해 불합격 처리된 학생들을 구제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라도 구제의 길이 열렸으니 다행이다. 지난해 수능의 오답 논란이 해소된 과정을 살펴 보면 교과서를 바이블로 떠받들던 교육계의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듯해서 애처롭다. 그렇지만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진리의 권위가 회복됐으므로 앞으로 교육계에 진리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진리가 교육의 등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젊은 마음들에게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진리의 전선에 뛰어드는 치열한 후속 세대를 키울 수 없고, 결국 우리는 진리의 영역을 넓히지 못하는 초라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진리의 영역을 넓힌 공로를 기리는 노벨상을 하나도 못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교육계에서 진리의 요구가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교육계가 진리의 요구를 회피해 온 지는 무척 오래됐다. 교과서가 바이블이었기 때문에 명백히 오류인 교과서의 진술도 삼엄한 권위를 누려 왔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수능의 세계지리 8번 문제에 대한 오답 논란은 이런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 문제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에 대해 바른 설명을 고르라는 것이었다. 수능 출제를 관리했던 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의 내용을 근거로 EU가 NAFTA 회원국들보다 총생산액이 크다는 것을 정답으로 처리했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은행과 같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밝힌 통계 자료를 보면 NAFTA 회원국의 총생산액이 더 크다. 만일 진리를 등대로 삼았다면 최근 통계 자료가 정답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 논리는 진리의 권위를 압도했다. 교육 논리는 이렇게 전개됐다. 교과서에 근거하지 않고 최근의 통계자료에 근거해 정답을 처리한다면 “우수한 1등급의 학생이 틀린 답을 고르고 아래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정답을 고르는 이상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보다 열등한 학생이 더 잘 맞히는 답은 그것이 비록 진리라 하더라도 교육평가 자료로서 무가치하다는 말이다. 결국 우수한 학생이 고르는 답을 정답으로 삼아야 한다는 교육 논리는 진리의 요구를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우수한 학생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리라. 만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교과서의 진술을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고 외우기만 하는 학생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진리는 언제나 의심 속에서 찾아지고 새로워지는 것인데, 의심 없이 자란 세대가 지식기반 사회에서 어떻게 창조경제를 만들어갈 수 있겠는가? 상상만 해도 암담하기 그지없다. 물론 교과서가 진리를 무시하고 기술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는 사실상 진리를 담아내고자 최선을 다한 지성 작업의 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교과서의 진술이 모두 진리일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보통 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수능에서 갑자기 오류로 드러날 수가 있다.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이 교과서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교과서가 완전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류로 드러났는데도 진리를 푯대로 삼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진리의 요구를 회피하고 교육평가의 패턴 논리로 문제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올해 수능의 오답 논란을 해소할 때는 지난해처럼 교육 평가의 효율성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진리를 푯대로 삼아야 한다. 특히 수능 과학탐구 영역의 생명과학II 8번 문항에 대한 지성계의 목소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이론과 실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문제로 보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반드시 깊이 검토해 보아야 한다.
  • 눈을 감는다… 꽃·나무·달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눈을 감는다… 꽃·나무·달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깊이 상상하거나 생각할 땐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명상하면 어둠 속에서 ‘반짝’ 솟아나는 게 있다. 내면은 눈을 떴을 때보단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세계다.” 시인 이제니(42)가 가만히 눈을 감고 사물의 본질에 파고들었다. 꽃, 나무, 달 등 사람들이 무심코 바라보는 사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신작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문학과지성사)에서다. 첫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이후 4년 만이다. 시인의 탐구는 궁극의 본질에까지 가닿지는 않는다. 오감의 세계에서 영혼의 세계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 시인은 과도기 단계의 상황을 표제작에서 숨김 없이 고백했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모르는 사이 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중략)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언어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밝혀보고 싶었다. 살펴본다고 살펴봤지만 대상에 대해 ‘모른다’는 것만 더 분명해졌다. 꽃도 나를 모르고 나도 꽃을 모른다는 명백한 사실이 한 줄로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무관하면 아픔, 슬픔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그 대상에 대해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이전보단 그 대상과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본질을 파헤치려 해서일까. 시집엔 무수히 많은 대상들이 등장한다. 들판을 지나 늪지대를 건너는 코끼리 떼(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초원의 초록 들판을 가로지르는 기린(기린이 그린), 가지 위에 가지런히 날아와서 앉는 앵무(가지와 앵무), 멀어지는 달을 바라보며 날아오르는 부엉이(달과 부엉이), 건너뛰고 드러눕고 주저앉는 검은 개(검은 개)…. 시인은 말한다. “동물들을 통해 인생살이의 심연도 들여다보려 했다. 어설프게 각각의 의미를 한정하기보단 독자들이 그들의 경험에 비춰 자유롭게 해석했으면 좋겠다.” 시인의 말은 그의 시 세계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나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다. 구름은 어제보다 조금 더 죽는다. 손가락과 심장으로 순간 속에서 순간 속으로 내 눈 속의 어둠과 함께 간다.’ 시집에 실린 시 안의 문장에서 가려 뽑았다. 문장과 문장이 서로 엮이고 연쇄되면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어둠 속에서 ‘반짝’ 솟아나는,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도 담겨 있다. 평론가 조재룡도 시인의 시에 대해 “의미에 붙들리는 대신 낱말과 낱말, 구문과 구문이 관계를 맺어 생성된 특수한 시적 언어”라고 평했다. 시인은 “낱말에서 시를 시작한다”고 했다. “단어나 문장이 먼저 온 뒤에 시를 쓴다. 낱말은 하나의 시를 열어가고 시의 입구로 들어가는 도구다.” 시인은 오늘도 눈을 감고 명상에 젖는다. ‘호흡, 울림, 감정, 호소…. 자신의 속에서 들려오는 그 모든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하듯 그 무수한 목소리들을 받아 적기 위해서.’(나선의 감각-음)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단독] [위기의 수능] 폐쇄적인 출제 체계

    [단독] [위기의 수능] 폐쇄적인 출제 체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 70%를 연계해야 하는 EBS 교재 자체가 오류투성이로 밝혀졌다. 올해 초부터 지난 4월까지 4개월 동안 EBS 교재에 대해 모두 898건의 오류가 제기됐지만 제대로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류투성이 EBS 교재를 바탕으로 출제위원들이 호텔에서 보름 만에 수능 문제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변별력 상실과 출제 오류를 일으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통·선택검사 이원화 고려해야” 19일 서울신문이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EBS 교재에 대한 오류 제기는 국어 322건, 수학 115건, 영어 196건, 사회탐구 132건, 과학탐구 133건 등 모두 898건이다. 박 의원은 “출제 직전까지 제기된 오류를 합치면 적어도 2000여건이 넘는 오류가 제기됐을 것”이라며 “오류를 제기했는데도 제대로 수정된 문제가 드물고, 출제 위원이 이를 가져다 쓰니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015학년도 수능은 출제·검토위원 500여명이 한 달간 만들었다. 시험지 인쇄 과정 등을 고려하면 실제 출제 기간은 보름 남짓에 불과하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수많은 출제위원이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보름 동안 결점이 없는 문제를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과거 검토위원이었던 한 교사는 “폐쇄적인 출제·검토 과정에서 출제위원이 검토위원의 의견을 무시할 땐 사실상 오류를 수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력 시험답게 난이도 조정을”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능을 폐기하기보다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고교(내신), 대학(논술 등 대학별 고사), 국가(수능)의 틀을 살필 때 고교와 대학의 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신영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장은 “일반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공통검사와 각 교과 내용의 심화학습을 규정하는 선택검사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며 수능 성격의 변화를 주장했다. 양길석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수능을 원래 이름대로 ‘대학에서 필요한 사고력 시험’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는 난이도 설정과 점수 체계 구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미전(眉篆)/서동철 논설위원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질수록 우리 옛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아닌 게 아니라 강원도 삼척에 있는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미수 허목(眉? 許穆·1595~1682)의 삼척부사 시절 글씨다. 척주(陟州)는 짐작처럼 삼척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전서체(篆書體)로 크게 씌어진 ‘척주동해비’ 다섯 글자는 조형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추상화인 듯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역시 전서체인 비문의 작은 글씨에도 한 글자 한 글자에 창조정신이 짙게 배어있다. 척주동해비는 글씨의 아름다움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이(神異)한 능력을 발휘한 설화로도 유명하다. 허목 부사 당시 삼척은 파도가 읍내까지 밀려오고, 오십천이 범람해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이에 미수가 동해송(東海頌)을 지어 정라진(汀羅津)에 척주동해비를 세우자 바다가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2002년 태풍 루사가 동해안 일대를 휩쓸었을 때도 척주동해비 탁본을 갖고 있던 집안은 큰 피해가 없었다는 새로운 전설도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답사객이 그렇듯, 많은 삼척 사람들이 비석에 새겨진 글씨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결과일 것이다. 허목은 눈썹이 눈을 덮을 정도로 길어 눈썹 미, 늙은이 수 자로 호를 지었다고 ‘기언’(記言)에 밝혀 놓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초상화도 희고 두터운 눈썹이 남달라 보인다. 근기남인인 허목은 만년에 남인의 핵심인물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정치적 소수파에 머물렀다. 예술가로서 허목은 산림(山林)에 머물던 시절 중국의 상고시대 문자를 탐구해 특유의 서체를 만들었는데 세상은 미수의 전서라는 뜻에서 미전(眉篆)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의 글씨를 높이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날 허목의 글씨는 적극적으로 평가되는 듯하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지정 문화재만 22건, 26점에 이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허목수고본’(許穆手稿本)에는 척주동해비의 원본 글씨도 들어 있다. 고려대박물관의 함취당(含翠堂)과 안동 하회마을의 충효당(忠孝堂), 그리고 애국우민(愛國憂民)과 효제충신(孝悌忠信)도 볼만하다. 조선시대에도 그림과 글씨의 경계는 없지 않았다. 그러니 옛 글씨와 현대미술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응로 화백도 조선 후기 서예가 해강 김규진의 제자였기에 문자추상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국립현대미술관이 먼저 나서 추상적 회화의 양상으로 옛 글씨롤 조명하는 노력에 나선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단독] “정부, 교육정책만 권한 행사… 입시서 손 떼야 ”

    [단독] “정부, 교육정책만 권한 행사… 입시서 손 떼야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 설계한 박도순(72)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과)는 18일 “수능이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려 춤을 추면서 변질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올해 수능 출제오류 및 변별력 상실 논란과 관련해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따지기 위해 만들었는데, 20년 동안 잘못 운용되면서 생긴 병폐”라고 지적했다. 1994년 처음 시행된 수능을 도입한 박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수능이 언어와 수리 두 과목뿐이었다”면서 “언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논리적인 사고력이 있는지 따지자는 게 수능의 도입 취지”라고 말했다. 수능이 변질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대 정권을 지목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에는 영역별 점수제로, 노무현 정부 때에는 등급제가 도입됐다”면서 “사교육비를 줄인다면서 이후 EBS 연계로 또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목별 이기주의도 거론했다. 박 교수는 “‘대학에서 영어 교재로 배운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외국어 영역이 추가됐고, 과학계에서 대통령에게 ‘과학중흥을 위해 과학이 들어가야 한다’고 건의해 탐구영역이 생겼다”면서 “그랬더니 이번엔 ‘탐구는 사회 과목에서 해야 한다’며 사탐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 “정부가 교육정책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입시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며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발생할 때 강력하게 단속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정권에 따라 바뀌는 시험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쉬운 수능 방침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첫 수능 기자회견에서 ‘언어 영역은 기자들이 공부하지 않고 보더라도 80점 이상을 맞게 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국어 영역을 기자들이 지금 풀어보면 점수가 낮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이 EBS와의 연계를 통해 쉬워 보일 뿐이지 결코 쉽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들고, 쓰고, 신고, 입고 소설과 패션이 만나다

    들고, 쓰고, 신고, 입고 소설과 패션이 만나다

    “패션은 내가 보고자 하는 거울이다. 자기 자신을 반사하는 실제 거울과 다르다.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할 때 왕비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은희경, 편혜영, 김중혁, 백가흠, 정이현, 정용준, 손보미(등단순)…. 한데 어우러지기 어려운 개성 강한 작가 7명이 ‘패션’으로 뭉쳤다. 패션과 관련된 ‘들다, 쓰다, 신다, 입다’ 네 개의 동사들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택해 한 편씩 글을 썼다. 패션 아이템은 글을 풀어 가는 소재가 되기도 하고 글 전체의 주제를 부각하기도 한다. 프로젝트 소설집 ‘더 클로짓 노블(THE CLOSET NOVEL)-7인의 옷장’(문학과지성사)에서다. 작가들이 택한 패션 아이템은 각 작품의 주제의식을 빛나게 한다. ‘상자의 미래’의 정이현은 ‘쓰다’라는 동사에 매료돼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를 소재로 삼았다. 오랫동안 ‘쓰다’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고 패션에서 ‘쓰다’라는 건 무엇일까를 반추하다 안경, 그중에서도 선글라스를 택했다. “안경은 잘 보기 위해 쓰는데 선글라스는 눈의 표정을 감추고 도수를 넣지 않으면 잘 보이는 것과 상관없는 모순적인 안경이다.” 작가는 선글라스를 통해 시간의 모순을 탐구했다. 작품엔 선글라스를 쓴 ‘박’과 ‘장’, 두 남자가 나온다. 박은 주인공 ‘양’의 옛 연인이고 장은 현재의 또 다른 남자다. “선글라스는 그대로인데 두 남자 사이의 시간은 많이 변했다. 시간이 변하지 않는 선글라스를 통해 시간이 오히려 많이 변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네 친구’의 백가흠은 구두를 들고 나왔다. 작가는 “구두는 사람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압축해 놨다”며 “사람마다 인생이 다르듯 다른 인생들이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때와 먼지에 전 구두도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식적으로 광을 낸 구두도 있다. 작품 속 혜진, 제민, 은수 등의 삶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패션의 의미도 구두와 무관치 않다. “패션은 사람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얼굴이다. 사람을 잘 가릴 수도 있고 잘 드러낼 수도 있는 얼굴 같다.” ‘미드윈터’의 정용준은 ‘털모자’에 꽂혔다. 한땀 한땀 긴 시간을 들여 손으로 직접 뜨는 털모자다. 작품엔 동지의 기나긴 밤을 털모자를 짜며 보내는 한 남자가 나온다. 털모자를 뜨는 데 몰두해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이겨내려 한다. 하지만 끝내 털모자를 완성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한 사내가 그의 곁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본다. “사랑하는 대상의 외로움과 슬픔을 이해할 순 있지만 전적으로 동조하진 못한다. 그 대상을 지켜보는 이는 쓸쓸할 수밖에 없다. 털모자를 통해 우리의 쓸쓸함, 고독함을 그리려 했다.”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의 작가 편혜영의 소재는 독특하다. 신발은 신발인데 ‘신지 않는 신발’이다. 소설엔 옆집 사람들의 비밀을 계속 궁금해하고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내 삶에선 무엇이 빠졌는지를 고민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자신의 신을 신지 않는다는 건 자기 존재를 비밀로 하고 싶다는 거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지켜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 은희경이 ‘대용품’의 소재로 삼은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련한 물건이라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불안과 어긋남, 사소한 비밀들을 함축하는 기호들”이라고 설명했다. 남다른 사연도 있다. ‘종이 위의 욕조’의 김중혁은 가방을 택했다. 예전 유럽 여행 때 시장에서 사 온 가방을 잊지 못해서다. 가방 안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사람은 왜 가방 안에 이름을 썼을까, 가방을 소유하고 그 안에 뭔가를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며 썼다.”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슈트(양복)를 내세운 손보미의 ‘언포게터블’이 대표적이다. 한 조직의 보스, 보스를 좋아하지만 두려워하는 한 남자, 팜파탈(치명적인 여자)인 보스의 여자….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누아르 영화’를 글로 재현했다. “세 사람의 관계가 슈트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하는 동작을 통해 드러날 수 있도록 했고, 슈트를 통해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잊고 싶지만 잊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드러내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15학년도 대입 정시] 내가 지원할 대학은?…가채점 토대로 보는 정시 전략

    [2015학년도 대입 정시] 내가 지원할 대학은?…가채점 토대로 보는 정시 전략

    2015학년도 대학수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된 탓에 정시모집에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분할모집 폐지, 모집군 이동 등 지난해와 바뀐 점도 많다. 수험생들이 아는 정보는 가채점을 통한 자신의 원점수뿐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원점수와 함께 지원할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다수 대학은 국어·수학·영어·탐구 영역 등 수능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한다. 일부 대학은 인문계열에서 국어(A·B)·영어·탐구, 자연계열에서 수학(A·B)·영어·탐구 등 3개 영역을 주로 반영하는 이른바 ‘2+1’로 학생을 선발한다. 올해 가장 혼선이 예상되는 점수대는 자연계열 상위권이다. 수학 B형과 국어 A형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으면서 소수점 싸움이 될 정도로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문계열 최상위권(370점 이상) 인문계 최상위권 대학은 수능 4개 영역 중 국어·수학·영어 반영 비율이 높고, 사탐 반영 비율은 낮은 편이다. 같은 점수라고 하더라도 사탐 성적이 높은 학생보다 국어·수학·영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하다. 이들은 대학뿐 아니라 모집단위에서도 군별 소신 지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군에서 고려대·연세대, 가군에서 서울대에 지원하면 다군에서는 중앙대·한국외대 등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달리 다군에서 교차 지원이 가능한 의학계열은 상지대 한의예과가 유일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문계 최상위권은 경영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서울대 경영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대체로 나군의 고려대 경영대학·정경대학, 연세대 경영학과·경제학부 등 인기학과에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합격자는 고려대, 연세대에도 중복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 인문계 최상위권은 상위권 대학이 몰려 있는 가·나군에서는 소신 지원하고, 다군에서는 안전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 인문계에서 논술, 자연계에서는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수능 100%를 반영한다. 특히 수학 영역은 30%를 반영한다. 연세대, 고려대는 수능 90%와 학생부 10%를 반영해 선발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 점수가 비슷하므로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인문계 중상위권(350점 이상) 인문계 중상위권 대학은 수능 반영 영역 중 영어와 국어의 반영 비율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수학과 사탐 비중은 다소 낮다. 따라서 4개 영역 총점으로 지원 가능한 점수에서 영어와 국어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올해 수능은 영어 변별력이 떨어져 국어 점수가 높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사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인문계 중상위권은 대체로 가군이나 나군에서 비인기 학과라도 상위권 대학에 상향 지원을 하고, 나머지 두 개 군에서 소신 및 안전 지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안전 지원을 하는 다군에서는 합격자 이동 현상이 빈번해 추가 합격하는 예비 합격자 수가 많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다군에서 소신 지원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뜻이다. 윤상형 영동고 교사는 “올해에는 모집인원이 총원 200명이 되지 않으면 분할모집을 못 하도록 했기 때문에 모집군 변동이 심하다”며 “지난해 비슷한 점수대의 대학 학과가 모집군별로 얼마나 몰렸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에서는 지원하는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국어와 수학 A·B 유형이나 탐구 과목을 지정하지 않아 모든 유형 응시자의 지원이 가능한 대학이 많다. 이럴 때는 계열별 특성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자연계열 최상위권(380점 이상)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은 일반적으로 수학과 과탐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수학과 과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수학이 쉽게 출제돼 과탐 성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90점대를 넘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가, 나, 다군 중 모집군에서 최소한 한 곳 이상 의학계열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이 학부 모집으로 전환하면서 의학계열 인원이 늘어난 만큼 의학계열에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한 학생은 다른 모집군에서도 의학계열에 지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의예과를 제외한 서울대 지원자들은 나군에서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상위권 학과(의예·공학계열)에 지원하고 다군 의예과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성 영동고 교사는 “자연계에서는 380점으로 의예과에 지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소수점 싸움이 예상된다”면서 “한림대 의대와 순천향대 의대가 최소 383점은 돼야 지원 가능하며 과탐에서 어떤 선택과목에 응시했는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생명과학II가 무척 어렵게 나와 이 과목의 1등급컷 40점이 화학II 47점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원점수를 신뢰하지 말고 선택과목별로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계열 중상위권(360점 이상) 자연계 중상위권 대학은 일반적으로 수학과 영어의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올해 자연계가 치른 수학 B형과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학과 영어에 비해 반영 비율이 낮은 과탐과 국어 성적이 되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한 개의 군에서 상위권 대학의 비인기 학과나 지방 국공립대학의 상위권 학과에 상향 지원을 하고, 나머지 두 개 군에서 소신 지원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다군에서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안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중복 합격에 따른 이동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합격을 염두에 두고 다군에서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에 소신 지원하는 경향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학이 쉽게 출제되긴 했지만 자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학 반영 비율이 높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입시 전문가들은 특히 수학 A형이 가산점이 적기 때문에 성적을 잘 받았더라도 대학이 반영하는 최종 환산 점수를 산출해 유불리를 철저히 따지라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오늘의 눈] 수험생의 과학은 다른가/박건형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수험생의 과학은 다른가/박건형 산업부 기자

    “이 문제 답은 2번인데요.” “교육과정평가원은 답이 4번이라는데요?” 정부 출연 연구소 책임연구원인 A박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라며 ‘확실한 자문’을 약속한 터였다. A박사는 “보기 ㄱ은 항상 맞는 게 아니기 때문에 ㄱ, ㄴ이 옳다고 한 4번은 답이 될 수 없다”면서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재확인을 위해 문의한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 역시 같은 이유로 2번을 답으로 지목했다. 반면 일선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들은 “고교 과정에서는 ㄱ은 맞는 설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유명 강사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려주자 “어쨌든 교과서대로 하면 4번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을 둘러싼 출제 오류 논란이 일파만파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이 문항에 대해 400건이 넘는 이의 제기가 올라왔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야행성 대장균’ 관련 실험을 소재로 한 해당 문항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프로모터’나 ‘조절 유전자’ 등 문제 풀이에 필요한 복잡한 내용을 빼고 얘기하면 보기 중에 ‘고교 교과서에서는 맞지만 과학적으로는 틀린 사실’이 포함돼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수능의 출제 범위는 고교 교육과정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학생들이 알고 있다고 해서 나무랄 수는 없다. 설사 학생들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명백히 과학적으로 틀린 답을 ‘교과서’에 근거해 ‘맞는 답’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입시 업체들의 가채점 결과 이 문제에서 2번을 고른 수험생은 생명과학Ⅱ 선택자 3만 3221명 중 74%에 이른다. 과학적으로 맞는 답을 썼다는 이유로 ‘오답처리’될 위기에 처한 수험생이 2만 5000명에 이른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쉬운 수능으로 실수가 당락을 가르는 상황에서 한 문제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를 출제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시험은 이미 치러졌고, 공은 평가원으로 넘어갔다.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 출제 오류 문제가 불거지자 “교과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문제”라며 이의 제기를 무시했다. 결국 그 피해는 1만 8000여명의 수험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24일로 예정된 최종 정답 발표에서 평가원이 지난해의 잘못된 선택을 답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kitsch@seoul.co.kr
  •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작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말하는 존재이고, 소설은 작가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소설가 김경욱(43)은 당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새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문학과지성사)에서도 그 예리함이 번뜩인다. 사회의 제도·구조적 모순이 개개인에게 억울함을 강요하고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수렁에 빠지는 불합리한 현실이 돋을새김돼 있다. 소설집엔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스프레이’, ‘빅브라더’, 표제작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승강기’, ‘염소의 주사위’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우리 시대의 그릇됨이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선 현대인의 도시 생활을 특징짓는 아파트를 화두로 삼았다. 빙하기, 폐허가 된 아파트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할아버지와 동거하는 소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몇 년 전 봄에 이상 한파가 몰아쳤을 때 ‘소빙하기’라는 말이 회자됐다. 그때 진짜로 빙하기가 오면 도시의 고층 아파트 숲은 어떻게 바뀔까라는 상상을 해 봤다. 빙하기라는 특수 상황을 설정해 슬럼화된 아파트를 형상화하긴 했지만 현재 아파트에서의 삶도 서로 단절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지만 정작 혼자뿐인 삶의 모순을 빙하기에 빗대 표현했다는 의미다. ‘승강기’에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보수 비용을 내라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강압에 대항하는 사내가 등장한다. 보통 아파트는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분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증거를 직접 대라고 윽박질러 억울함을 부채질한다. ‘염소의 주사위’에선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에서 정의를 세워주지 않자 사적으로 복수하는 사내가 나온다. 작가는 “삶의 부조리한 현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노인의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면허를 따는 게 노후 계획이 될 정도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한 할머니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할아버지 얘기를 다룬 ‘인생은 아름다워’를 두고 한 말이다. 인간의 내재된 심리도 파고든다. ‘빅브라더’에선 남들이 보기엔 괜찮은데 본인만 느끼는 콤플렉스를, ‘스프레이’에선 정형화된 일상에서의 일탈과 해방을 다뤘다. 작가는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소설을 쓴다”며 “다른 사람들도 시시포스처럼 다시 굴러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바윗덩어리를 갖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쉼 없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질 질문인 ‘바윗덩어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80년대 사회의 모순과 이면을 탐구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또 출제 오류 논란… 평가원 공신력 추락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존립의 기로에 섰다. 수험생에 대한 변별력을 상실한 문제와 해마다 반복되는 출제 오류 논란으로 평가원이 존재할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올해 생명과학 출제 오류는 자연계 응시생의 대입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지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는 것이 입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평가원에서 수능업무를 분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16일 “미국은 ‘칼리지보드’라는 비영리 출제기관이 문제은행식으로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 기관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꼭 배워야 할 문제를 개발하거나 난이도 조절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수능은 이 SAT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평가원이 매년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포함해 모두 세 번의 시험을 출제하는데도 변별력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 출제·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식으로 수능 시험 출제와 관리를 비영리 민간 전문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출제 비용은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분담하면 된다. 특히 출제 오류가 제기된 생명과학 II 8번 문항의 처리 방향에 따라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질 전망이다. 또 영어 25번 문항에서는 통계의 기본 개념인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생명과학 II 8번 문항에 대한 가채점 정답률을 분석한 결과 10~12%로 생명과학Ⅱ 문항 중 가장 낮았다. 선택지별 비율은 1번 6%, 2번 74%, 3번 4%, 4번 11%, 5번 6%였다. ‘보기’ 중 ‘ㄴ’만 옳다는 2번 선택지를 택한 수험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가원은 4번 선택지를 정답으로 내놨다. 과학탐구 응시생 24만 5762명 중 생명과학Ⅱ를 택한 수험생은 13.5%인 3만 32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의예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과학탐구 선택 과목에서 문제가 오류로 판정되면 자연계열의 상위권 학생들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입시업체 가채점 결과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 합격 가능 점수는 396점에 이르렀다. 어떤 업체는 400점 만점도 거론했다. 한 문제가 학생의 운명을 가르는 셈이다. 수험생 김모씨는 “한 문제 때문에 대학이 갈리고 인생까지 갈리는 시험이 제대로 된 시험이냐”고 토로했다. 이런 부작용은 교육부가 ‘쉬운 수능’을 기조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쉬운 수능의 특성상 상위권에 학생들이 몰리게 되는데 이렇게 촘촘하게 몰리면 결국 한두 문제로 판도가 갈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변별력 확보와 출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수능 기조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경악’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경악’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경악’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모두 720여건의 이의제기 글이 올라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인 626건을 훌쩍 넘어섰다. 영역별로 과학탐구가 33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탐구는 특히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230여건으로 집중됐다. 해당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ㄷ’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의신청 건수가 30여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25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 유형을 공개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도표를 통해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12년이 2006년의 3배 높다’고 한 ④번이 틀렸다며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을 기술한 ⑤번도 틀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의신청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항의 도표에서 휴대전화 번호 공개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는데, ⑤번은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고, 해당 도표의 내용을 정확히 서술하려면 ‘18%p 증가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 주장의 요지다. 이밖에 생활과 윤리 6, 7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서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과 관련 중대사항으로 판단되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심의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문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24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수능 영어 25번, 이번에 수능 오류 너무 많이 나오는데?”, “수능 영어 25번,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어쩌나”, “수능 영어 25번,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떨어지는데 이거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과학탐구·생활과 윤리도 오류? 도대체 무슨 일?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과학탐구·생활과 윤리도 오류? 도대체 무슨 일?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과학탐구·생활과 윤리도 오류? 도대체 무슨 일?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모두 720여건의 이의제기 글이 올라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인 626건을 훌쩍 넘어섰다. 영역별로 과학탐구가 33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탐구는 특히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230여건으로 집중됐다. 해당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ㄷ’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의신청 건수가 30여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25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 유형을 공개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도표를 통해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12년이 2006년의 3배 높다’고 한 ④번이 틀렸다며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을 기술한 ⑤번도 틀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의신청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항의 도표에서 휴대전화 번호 공개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는데, ⑤번은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고, 해당 도표의 내용을 정확히 서술하려면 ‘18%p 증가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 주장의 요지다. 이밖에 생활과 윤리 6, 7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서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과 관련 중대사항으로 판단되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심의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문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24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수능 영어 25번, 이렇게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나”, “수능 영어 25번, 문제 정답 오류 정말 심각하네”, “수능 영어 25번, 이번 수능 시험 물수능에다 논란도 많고 문제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수능 오류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잼은 산과 펙틴이 많은 과일로 만들어야 묽지 않고 잘 만들어진다. 딸기, 사과, 포도,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적격이다. 대입시험에서 이 문제가 나왔다. 다음 중 잼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배나 무로는 과연 잼을 만들 수 없을까. 정답이 발표되자 학부모들이 문제의 과실로 잼을 만들고 항의 파동을 벌였단다. 1980년대 학력고사 세대에게 교사들이 들려준 일화다. 지난 13일에 치른 201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이 떨어지는 ‘물수능’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여기에 영어와 과학 영역에서 출제 오류가 또 발생했다는 논란이 덧붙여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신력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오류 논란은 수능 영어 25번 문항으로 정답이 2개라는 문제 제기다.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를 비교하는 도표를 제시하고 이를 설명한 내용 중 틀린 예시를 찾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정답을 4번으로 제시했는데, 추가로 5번도 정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도표에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이 2006년은 2%이고 2012년은 20%이므로 올바른 표현은 18% 포인트 증가했다고 해야 했지만, 5번 예시는 18%가 증가했다고 기술했으니 틀렸다. 18% 증가라는 예시는 2006년 2%가 2012년에 2.36%가 됐다는 의미다. 과학탐구 중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응시자는 16일에 오전 10시 현재 180여 명에 이른다.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이의신청은 오늘까지이고, 자문을 거쳐 24일까지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평가원은 지난해 치른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소송에 들어가 법원에서 패소한 전력이 있어 불신이 깊다. 평가원과 교육부 등은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1만 8884명의 성적을 재산출해 최대한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약 1년간 해당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준 뒤였다. 수능 오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는 학생·학부모들이 이의신청 끝에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물리Ⅱ 11번 문제도 한국물리학회의 이의신청으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수능성적 통지 후인 터라 수험생 등급을 재산정하고 정시모집 일정을 연기했다. 평가원은 2010학년도 수능 지구과학Ⅰ의 19번 문제의 오류는 지구과학 담당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시인했다. 오류를 은폐하기보다 합리적으로 인정하고 추가적인 혼란·혼선을 빚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수능 영어 25번 “2%에서 20%로 증가했는데…”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18%p’ 황당

    수능 영어 25번 “2%에서 20%로 증가했는데…”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18%p’ 황당

    수능 영어 25번 “2%에서 20%로 증가했는데…” 논란에 실제로 문제 풀어보니 ‘18%p’ 황당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모두 720여건의 이의제기 글이 올라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인 626건을 훌쩍 넘어섰다. 영역별로 과학탐구가 33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탐구는 특히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230여건으로 집중됐다. 해당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ㄷ’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의신청 건수가 30여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25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 유형을 공개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도표를 통해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12년이 2006년의 3배 높다’고 한 ④번이 틀렸다며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을 기술한 ⑤번도 틀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의신청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항의 도표에서 휴대전화 번호 공개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는데, ⑤번은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고, 해당 도표의 내용을 정확히 서술하려면 ‘18%p 증가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 주장의 요지다. 이밖에 생활과 윤리 6, 7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서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과 관련 중대사항으로 판단되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심의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문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24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수능 영어 25번, 너무 황당하네. 문제 답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수능 영어 25번, 이번에 수능 이의제기 정말 폭증하겠는데?”, “수능 영어 25번, 문제를 잘 만들어도 이런 실수 하나면 끝이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능 영어 25번 “18% 증가했다” 아니고 “18%p 증가했다” 정답?

    수능 영어 25번 “18% 증가했다” 아니고 “18%p 증가했다” 정답?

    수능 영어 25번 “18% 증가했다” 아니고 “18%p 증가했다” 정답?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모두 720여건의 이의제기 글이 올라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인 626건을 훌쩍 넘어섰다. 영역별로 과학탐구가 33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탐구는 특히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230여건으로 집중됐다. 해당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ㄷ’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의신청 건수가 30여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25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 유형을 공개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도표를 통해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12년이 2006년의 3배 높다’고 한 ④번이 틀렸다며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을 기술한 ⑤번도 틀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의신청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항의 도표에서 휴대전화 번호 공개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는데, ⑤번은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고, 해당 도표의 내용을 정확히 서술하려면 ‘18%p 증가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 주장의 요지다. 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서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과 관련 중대사항으로 판단되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심의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문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24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정답? 평가원 공식 입장 발표 언제?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정답? 평가원 공식 입장 발표 언제?

    수능 영어 25번 “18%p 증가했다” 정답? 평가원 공식 입장 발표 언제?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모두 720여건의 이의제기 글이 올라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인 626건을 훌쩍 넘어섰다. 영역별로 과학탐구가 33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탐구는 특히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230여건으로 집중됐다. 해당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ㄷ’이 옳다고 보고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의신청 건수가 30여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25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 유형을 공개하는지를 나타내주는 도표를 통해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12년이 2006년의 3배 높다’고 한 ④번이 틀렸다며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을 기술한 ⑤번도 틀려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의신청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문항의 도표에서 휴대전화 번호 공개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증가했는데, ⑤번은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고, 해당 도표의 내용을 정확히 서술하려면 ‘18%p 증가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 주장의 요지다. 평가원은 오는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서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과 관련 중대사항으로 판단되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심의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문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24일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수능 영어 25번, 황당하네”, “수능 영어 25번, 이건 정말 문제가 잘못된 듯”, “수능 영어 25번, 어떻게 이런 일이”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황우여 장관이 책임져야

    그제 전국에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난이도 조절에 또 실패하면서 변별력을 잃었다니 한심한 일이다. 가채점 결과 국어B형은 어렵게 나온 반면 수학B형과 영어는 역대 수능 가운데 가장 쉽게 나왔다고 한다. 영어나 수학B형은 만점자가 4%대로 역대 최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수학B형은 1등급 컷이 100점으로 예상된다니 변별력과는 한참 거리가 먼 한심한 수준의 문제가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은 수학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과학탐구영역, 그중에서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수능이 실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누가 실수를 더 하지 않느냐는 경연장이 된 꼴이다. 실수로 틀린 한 문제로 목표로 한 대학에 떨어지거나,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비교육적인 현상도 빈번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힐 때부터 영어가 쉽게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견됐다. 절대평가를 하면 영어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에 대해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는 반론이 많았다. 오히려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고, 수능에서 영어가 중요하지 않게 되면 수학과 국어 쪽으로 사교육이 더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이번 수능에서 영어가 변별력을 잃으면서 밤잠을 설치며 영어 공부에 매달려 온 아이들은 헛수고를 한 꼴이 됐다. 수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무턱대고 쉽게만 내면 다 좋은 것이라고 오판한 황 장관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수능의 난이도는 두고두고 뒷말을 낳는다. 쉽다는 ‘물수능’뿐 아니라 어렵다는 ‘불수능’ 때도 마찬가지다. 2002학년도 수능 때는 생소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많이 출제돼 1, 2교시가 끝나자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눈물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속출했다. 직전 시험이 너무 쉬웠기 때문인데 당장 널뛰기 난이도로 아이들이 골탕 먹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가 충격을 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사과를 해야 했다. 수능은 일정 점수만 넘기면 모두 똑같이 합격하는 운전면허시험이나 공인중개사시험 같은 자격시험이 아니다. 대학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 문제가 쉽다고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갈 수도 없고, 소위 명문대에 갈 수도 없다. 수능은 상대적인 시험이다. 시험의 기본 상식을 도외시하고, ‘물수능’으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눈치작전만 양산하게 만든 책임을 교육 수장인 황 장관이 져야 한다. 제비뽑기로 대학을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시험에는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얼치기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무조건 쉽게 낸다고 능사가 아니다. 수시에서도 수능 등급이 중요하지만, 정시에서는 특히 수능의 상대적인 점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변별력이 없는 시험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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