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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또 독도 도발… 왜곡교육 의무화 3년 앞당겨

    일본 정부는 17일 독도가 자국 땅이라는 왜곡 교육을 의무화하는 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이행조치를 공고했다. 지난 3월 고교에서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을 채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적용 시기를 3년 앞당긴 것이다. 문부과학성이 전자정부 종합창구를 통해 공개한 이행조치는 고교생들에게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의 고유 영토로 가르치도록 개정한 학습지도요령을 2019년부터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에는 2022년 신입생들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앞서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마련한 차기 학습지도요령에서 고교 역사종합, 지리종합, 공공, 지리탐구, 일본사탐구, 정치경제 등에서 ‘다케시마’ 등에 대한 교육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노규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정부가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그릇된 역사 인식에 기반한 허황한 주장을 버리지 않고 이를 자국의 미래 세대에 주입한다면 이는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 일본공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탐구’로 점수 딸 기회… 학원보다 ‘혼공’ 제격

    ‘탐구’로 점수 딸 기회… 학원보다 ‘혼공’ 제격

    전국 고등학교가 오는 20일 전후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5일)을 약 120일 앞두고서다. 고3 학생들과 재수·3수생 등 수험생들에게는 여름방학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볼 기회다. 유웨이중앙교육 등 입시전문업체들의 조언을 토대로 수험생이 여름방학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는 전략을 들어봤다.#나 자신을 알자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해야 할 건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 본 6월 수능 모의평가 성적과 고교 3년간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잘 분석해 강·약점을 파악한 뒤 취약한 교과 영역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또 대학별로 어떤 영역 반영 비율이 높은지 등을 고려해 내 성적 분포에 잘 맞는 대학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EBS 연계교재를 완벽 마무리하자 EBS 교재의 수능 연계 출제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상위권이든, 중하위권이든 EBS 교재를 끝까지 잘 정리해야 한다. 중요한 건 문제 유형별로 오답을 쓴 이유 등을 분석해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탐구 과목의 개념 정리를 꼼꼼히 해 점수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 보자. 지난해부터 수능에서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치러져 변별력이 떨어진 가운데 대입에서 탐구영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 너무 의존 말자 마음이 급하다고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 전적으로 기대려는 전략은 효율적이지 않다.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취약 과목만 골라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집중 보완하는 게 낫다. 또 혼자 공부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학종 준비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 말자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다. 특히 여름방학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방학 내 고민하기보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또 마음이 급하더라도 하루 중 7~8시간 이상 자율학습 시간을 확보하되, 쉬어야 할 시간도 적절히 배분하는 등 균형 잡힌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일본의 기습도발…“독도는 일본땅” 교육 내년부터 의무화

    일본의 기습도발…“독도는 일본땅” 교육 내년부터 의무화

    일본의 독도 도발이 노골화했다. 일본은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의무화 시기를 2022년에서 기습적으로 3년 앞당긴 것이다. 우리 정부는 즉각 깊은 유감을 나타냈고 주한일본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17일 전자정부 종합창구를 통해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가르치도록 개정한 지도요령을 앞당겨 적용하도록 했다. 문부과학성이 지난 3월 확정 고시한 차기학습지도요령은 고교 역사총합(종합)과 지리총합, 공공, 지리탐구, 일본사탐구, 정치경제 등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와 센카쿠 열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명시했다.2009년 개정시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교육을 하도록 했으나 독도나 센카쿠열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던 점에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학습지도요령은 교과서 제작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다. 노덕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어 “일본 정부가 명명백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반을 둔 허황한 주장을 버리지 않고 이를 자국의 미래세대에 주입한다면 이는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라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노 대변인은 또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히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부연했다. 외교부는 또 이날 오후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일본공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존재의 본질’ 치열한 탐구… 조선 양명학 체계를 세우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존재의 본질’ 치열한 탐구… 조선 양명학 체계를 세우다

    #하곡 정제두 두 번 죽다 하곡 정제두(鄭齊斗·1649~1736)의 일생 동안 죽음은 늘 삶의 등 뒤에 따라붙어 있다가 삶과 경계를 공유하곤 했다. 그는 34세 때인 임술년(1682년·숙종 8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스승 박세채에게 그동안 자신의 입속에서 맴돌던 말을 끄집어낸다. 제가 수년 동안 고심하였던 것을 한번 선생님께 털어놓고 절충을 구하려 하였으나, 이제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유감입니다. 제 생각에 심성의 본질에 대한 왕양명(王陽明)의 학설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찾지 못하고서는 그대로 잠자코 있을 수 없어서 감히 대강을 말씀해 올리오니 이해해 주십시오. -하곡집, ‘박남계에게 올리려던 글’ 이 글은 양명학자로서 자신에 대한 첫 번째 공식 ‘커밍아웃’이었다. 그는 주자의 성리설과 격물치지설이 성인인 공자의 뜻을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함을 고민해 왔다. 그러다 그 끝에서 결국 양명학과 만나게 되었음을 스승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 당시까지 정제두는 아직 양명학에 대한 논리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는 11세 아들과 30세 된 동생 정제태에게 자신이 수행해 온 미완의 양명학 연구를 이어 나가 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죽음을 예감한 순간 쏟아낸 진솔한 언어들의 수신처는 결국 자기 자신이 돼 버렸다. 그때 죽음의 위기를 넘긴 하곡은 치열하게 양명학에 몰두한다. #존재에 관한 고민, 존재를 위한 번민 하곡 정제두의 초년기는 상실의 연속이었다. 5세 때 부친을 여의고, 16세 때 백부와 조부마저 세상을 떠났다. 23세 때는 부인과도 영결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또 34세 때는 그 자신조차 죽음의 위기에 내몰렸다. 그래서 그의 고민은 ‘존재의 본질’로 향했다. 주자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목마름을 느꼈다. 그는 1668년(현종 9년) 별시에 급제했지만, 전시에는 낙방했다. 동생 정제태가 급제한 뒤로 모친의 허락을 얻어 경전 공부에만 전념했다. 1680년(숙종 6년) 여름 김수항의 추천으로 벼슬길이 열렸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여러 차례 동지중추부사, 한성좌윤, 이조참판, 대사헌, 우찬성 등 관직에 제수됐지만 역시 나아가지 않았다. 당시 조선은 주자학 허울을 뒤집어쓴 수많은 인사가 주자를 앞장세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다리를 잘라 내고 팔을 잡아 늘여 자신들에게 맞는 이들로 무리를 늘리고 있었다. 그들은 권위주의적 폐쇄성 속에서 이른바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용어로 너와 나를 가르고 무리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 관해 정제두는 “오늘날 주자의 학문을 말하는 자는 주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곧 주자를 핑계 대는 것이요, 주자를 핑계 대는 데에서 나아가 곧 주자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서 그 뜻을 성취하며, 주자를 끼고 위엄을 지어내 자신의 사사로움을 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1709년 8월 강화로 거처를 옮기고 본질을 찾기 위한 학문에 매진한다.#그럼에도, 결국 버릴 수 없는 마음 스스로 양명학자임을 표방하고 나서 정제두는 다양한 우려와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그의 스승 박세채는 ‘왕양명학변’을 지어 양명학을 비판한 뒤 그에게 양명학을 버릴 것을 종용했다. 또 다른 스승 윤증 역시 ‘변설’을 지어 그를 꾸짖었다. 최석정은 ‘변학설’을 지어 그의 양명학에 대한 의지를 비판했다. 민이승, 박심도 그의 양명학에 대한 열정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제두는 양명학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왕양명의 학설에 애착을 갖는 것이 만약 남보다 특이한 것을 구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결연히 끊어 버리기도 어려운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학문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성인의 뜻을 찾아서 실제로 얻음이 있고자 할 뿐입니다.” -하곡집 ‘박남계에게 답하는 글’ 스승과 친구, 주변 여러 사람의 회유와 질책에도 그는 성인의 뜻을 찾아서 실제로 얻음을 얻고자 양명학이 보여 주는 길을 선택했다. 주자학이라는 이름의 우상 뒤편이 주는 안락함, 그 아래 무리 지어 있는 대상들과의 동질감, 그것은 그에게 학문적 타협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이 곧 이치다’(心卽理)라는 양명학의 본질적 명제를 밝히는 데 투신했다. 이후 그는 양명학의 치양지설과 지행합일설을 받아들이고,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 유가 경전을 새롭게 해석해 주자학의 권위에 맞섰다.#강화에 심은 양명학의 씨앗 조선 후기 강화를 거점으로 양명학을 연구·발전시켜 온 학파를 흔히 ‘강화학파’라 칭한다. 강화학파의 다른 이름은 ‘하곡학파’로, 강화의 양명학이 하곡 정제두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증명하는 호칭이다. 실제로 그의 문하에서 많은 문인이 배출됐다. 그리고 그가 강화에서 양명학에 매진한 이후 강화는 조선에서 가장 진보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아들 정후일을 비롯해 윤순, 김택수, 이광사 등이 그의 뒤를 이었다. 이들은 정제두의 자장 안에서 역사학과 음운학, 서예와 시문을 발전시켰다. 강화학파의 특징으로는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는 ‘박학’과 ‘실천주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 문화사에서 다양한 성과로 등장한다. 글씨에 원교 이광사, 역사에 연려실, 이긍익과 황현, 한학에 석천, 신작, 훈민정음 연구에 유희, 문자학에 남정화, 문헌학에 남극관 등이 강화학파의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영재 이건창에 의해 계승된 조선 양명학 정신은 민족자존의 주체사상으로 구현됐고, 신채호, 박은식, 정인보 등에 의해 민족주의 사상으로 형성돼 항일운동과 국학 연구에 이바지했다. 하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하곡집은…간행되지 못한 채 총 4종 필사본으로만 존재 정제두가 남긴 문집이다. 그러나 그의 문집은 간행되지 못한 채 필사본으로만 존재한다. 필사본은 총 4종이 전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22책본, 서울대학교도서관 소장 11책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0책본,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8책본이 있다. 문집이 인출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양명학에 대한 정제두의 긍정적 시선 때문이었다. 정제두의 현손 정문승은 하곡집의 앞머리에 붙여 “문인으로서 이 일을 맡은 사람도 함부로 손을 대어 말속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아니하므로”라고 하곡집이 수습되지 못했던 저간의 사정을 증언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22책본 하곡집은 정집, 부집, 내집, 외집의 4부분으로 구성됐다. 정집에는 편지글과 상소문, 잡저와 시문이 수록됐다. 특히 그의 양명학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존언’(存言)과 ‘학변’(學辨)이 저록됐다. 부집에는 신작이 완성한 정제두의 연보 등이 수록됐는데, 이 연보에는 주자학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곡의 양명학 사상을 의도적으로 지우려 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내집은 경학에 관한 독립적인 저술로 구성됐다. 그러나 중복되거나 빠진 부분이 많다. 외집에는 하도(河圖)와 선후천도설(先後天圖說)에 관해 다양한 그림으로 풀이한 내용이 실렸다.
  • 어느 날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내가… 낯설다

    어느 날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내가… 낯설다

    공백을 채워라/히라노 게이치로 지음/이영미 옮김/문학동네/600쪽/1만 5800원●히라노 게이치로 여섯 번째 장편소설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에 떠올려 봤을 법한 생각이다. 인간은 오직 한 번 태어나 한 번 죽는 존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상상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다시 삶을 꾸릴 수 있다면 행복할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일본 현대문학을 이끄는 기수로 주목받아 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공백을 채워라’를 본다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행복의 의미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환생한다는 설정은 사실 새롭지는 않지만 작가가 되살아난 남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는 이야기를 읽을수록 선명해진다. 제관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30대 가장 쓰치야 데쓰오는 행복의 절정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안정적인 직장, 단란한 가정, 삶을 일구고자 하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그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놀랍게도 그는 거짓말처럼 3년 만에 살아 돌아온다. 그날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평소 잘 올라가지도 않았던 회사 옥상에서 자신이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두 번째 삶’은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삶·죽음·행복의 의미에 대해 탐구 결혼을 하고 집도 장만한 데다 새로운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었던 그다. 아무리 생각해도 삶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에 누군가 자신을 살해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지만 3년 만에 마주한 아내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 준다. 아내는 ‘싫다’고 적힌 그의 검은색 수첩을 이유로 들었지만 데쓰오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는 회사 동료와 주변 사람들의 증언, 회사 옥상의 CCTV 등을 토대로 죽기 직전의 공백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죽였을 것 같은 유력한 용의자로 회사 경비원 사에키를 의심한다. 데쓰오가 죽기 직전 사에키가 회사 정원에서 비둘기를 발로 차 죽이는 모습을 보고 서로 언쟁을 벌였던 차였다. 과연 데쓰오의 예상대로 포악하고 강퍅한 성미의 사에키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사에키가 범인이 아니라면 데쓰오를 죽인 건 누구일까.●한 번뿐인 인생, 후회할 공백 남기지 말라고… 데쓰오가 자신이 확신했던 용의자가 자신을 해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미궁에 빠진다. 세계적으로 환생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데쓰오는 점차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불안을 느낄 여유도 없이 몸을 혹사하고 피로감을 느껴야 살아 있다고 여겼던 데쓰오로서는 처음 접하는 자신의 진심이 낯설 뿐이다. 살아 있을 때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다시 살아난 뒤에야 바라보게 된 아이러니란. 데쓰오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면 삶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 내야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함과 외로움에 절로 처연해진다. 데쓰오는 두 번째 인생에서도 돌연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생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끝끝내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의 힘을 놓지 않는 데쓰오가 애처롭지만은 않은 이유다. 작가가 데쓰오를 통해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 번뿐인 당신의 인생에 후회할 만한 공백은 남기지 말라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토머스 프랭크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예견하면서 명성을 떨친 역사학자 토머스 프랭크가 미국 민주당의 40여년 역사를 살폈다. 저자는 민주당이 오늘날 맞은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 지지층을 둘러싼 전략적 오판이었다고 주장한다. 400쪽. 1만 7000원.케인스라면 어떻게 할까?(테이번 페팅거 지음, 장진영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자유시장 이론가부터 마르크스주의자, 비주류 경제학파 등 다양한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 고민을 들여다본다.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독창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192쪽. 1만 3000원.달항아리(강익중 글·그림, 송송책방 펴냄)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20년간 틈틈이 쓴 시와 수필 100여편을 작가의 작품 사진과 함께 엮었다. 떠나온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예술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40쪽. 1만 3000원.애도의 심연(우찬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지난 30년간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쳐 온 문학평론가 우찬제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의 여섯 번째 비평집. ‘애도’와 문학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탐구한다. 554쪽. 2만 3000원.소확행(배연국 지음, 글로세움 펴냄)언론사 논설위원인 저자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삶에 관한 짧은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돈, 명예, 권력을 더 많이 갖는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56쪽. 1만 4000원.송시의 선학적 이해(박영환 지음, 운주사 펴냄)중국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는 송나라 시대의 문학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송시를 선학(禪學)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서다. 범중엄, 구양수, 양만리, 범성대 등 송시의 대가들을 두루 다뤘다. 536쪽. 2만 7000원.
  • 亞 총잡이 전설 “종오야, 덤덤하게 실력 보여 줘라”

    亞 총잡이 전설 “종오야, 덤덤하게 실력 보여 줘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병택(52) 사격 국가대표팀 코치는 느긋하기만 했다. 선수들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을 주문하지 않는다. 그저 훈련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특별훈련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품는 이도 있겠지만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아시안게임 메달(19개)을 가장 많이 목에 건 박 코치는 ‘평상심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 1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박 코치는 “아시안게임에 6번 나갔는데 매번 덤덤하게 대회를 치렀다”며 “10점을 억지로 쏘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눈에 불꽃을 쏴도 오히려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 덤덤해야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부담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을 따라고 말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 기량을 (실전에서) 얼마나 잘 표현해 내는 선수인지가 중요하다.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메달이 결국 따라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구기 종목은 경기 도중 교체가 가능하지만 사격은 한 선수가 끝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본인 기량을 스스로 연구하고 탐색할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잘하면 좋겠지만 만약 못한다 하더라도 2년 뒤 올림픽이 열리니 더욱 잘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0m 공기권총 대표팀을 전담하는 박 코치는 이미 현역 최고인 진종오(39·KT)를 향해 굳은 신뢰를 보냈다. 대회 전망을 묻자 “종오는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낼 것”이라고 답했다. 사석에서는 형과 동생 사이인 데다 20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진종오의 대회 준비에 믿음이 있다고 했다. 곁에서 훈련하던 진종오는 “서로가 뭘 원하는지 잘 안다. 이번 대회는 평범하면서 노련미 있게 하려고 한다. 뭔가 보여 주려고 준비하면 스스로에게 부담된다”며 “마지막이란 각오로 아시안게임에 나서겠지만 4년 뒤에도 선발전에서 통과한다면 또 나설 생각이다. 박 코치님처럼 40대 중반까지 선수를 하고 싶은데 이제 몇 년만 힘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예전부터 종오에게 총을 쏘는 방법보다는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어떻게 쏴야 할지 탐구하고 그걸 몸에 습득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안 하던 운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매번 최선을 다하는 선수니 후회 없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코치의 아시안게임 메달 19개는 한동안 깨지지 않을 듯하다. 총 14개의 메달을 보유한 수영의 박태환(29)은 이번 대회에 빠진다. 11개를 목에 건 진종오도 이번 대회 한 종목에만 나선다. 박 코치는 “사격 선수인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아빠가 최다 메달 보유자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기록이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한국 사격이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진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모차르트 악보는 꼭 추리소설 같아”

    “모차르트 악보는 꼭 추리소설 같아”

    “(모차르트에게) 악보를 보여 주며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도대체 어떤 소리를 내기 위해 작곡하신 건지….”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윤홍천(36)은 궁금증 많은 10대 소년 같았다. “모차르트가 너무 어렵다”는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가 꼭 추리소설과 같다”고 했다. 이곳저곳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는 게 이유다. 오는 12일부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서는 그를 지난 6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20세기 명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에 대해 ‘아이가 치기에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악보에는 대부분 셈여림, 페달 지시가 없고, 악장의 빠르기도 ‘알레그로’(빠르게)가 많다. 동네 피아노 교습소에서 흔히 듣는 쉬운 곡 같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역설이다. 윤홍천은 슈나벨의 말에 대해 “100퍼센트 동의한다. 일부 곡은 아직도 미스터리”라고 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에는 ‘대화’가 있습니다. 어떤 멜로디에 대한 답변을 다른 멜로디가 하고, 왼손이 남자의 목소리라면 오른손은 여자의 목소리를 내죠. 모차르트는 아마도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했던 분 같습니다.” 윤홍천은 “베토벤이 오케스트라를 염두에 뒀다면, 모차르트는 오페라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던 것 같다”며 모차르트 음악의 극적 요소에 주목했다. 소나타 1번부터 마지막 18번까지 어느 곡 하나 완성도가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고도 했다. “모차르트에 대해 조금 알아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그는 쉽게 편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윤홍천에게 모차르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탐구의 영역이다. 연주하기도,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어렵다는 점이 바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1등을 하고 그 부담감을 평생 갖고 가야 하는 건데, 그런 타이틀에 저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콩쿠르 우승과 같은 이력이 없는 윤홍천은 2009년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 입상을 끝으로 콩쿠르 도전을 멈췄다. 콩쿠르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자 오히려 그의 음악 인생은 새롭게 열렸다. 2011년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받고 독일 빌헬름 캠프 재단의 첫 동양인 이사진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독일 음반사 욈스 클래식스에서 나온 그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은 영국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윤홍천은 과거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못한 채 그 대회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이후 다른 무대에 올랐던 경험을 소개하며 “외국에서는 1등이 아니어도 기억에 남는 연주자를 잊지 않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친애하는 모차르트’다. 원래 ‘디어(Dear) 모차르트’였는데 우리말로 옮기면서 ‘친애하는’이라는 극존칭의 표현이 됐다는 것이다. 윤홍천은 차분한 목소리로 “모차르트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연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는 오는 12일과 19일, 11월 1일과 8일 각각 진행된다. 12일은 피아노 소나타 11번 ‘터키풍으로’를, 19일에는 16번 ‘쉬운 소나타’를 각각 들을 수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대구지법, 제자 돈 뜯었다 해임된 교사가 낸 소송 기각

    교사 비위는 다른 공무원이 저지른 같은 형태 비위보다 더 무겁게 징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한재봉 부장판사)는 대구 한 공립학교 체육 교사 A씨가 대구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평소 행실과 근무성적, 뉘우치는 정도 등 A 교사에게 유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대구교육청의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거나 객관적으로 부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교원은 스승으로서 항상 사표(師表)가 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고 학문 연찬과 교육 원리 탐구, 학생 교육에 전심전력해야 하는 점에서 일반 직업인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이 요구돼 다른 공무원이 저지른 같은 비위에 비해 더 무거운 징계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원고가 이 처분으로 교원의 지위를 잃게 되지만 공직사회 비위와 부조리를 척결해 공무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려는 피고의 공익과 비교했을 때 두 법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복싱부 지도교사를 맡는 것과 함께 대구시 복싱협회 부회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2∼2016년 실업팀 명예감독으로 활동하며 제자 등 5명에게 “선수로 선발돼 연봉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실업팀 관계자 인사비 명목으로 1790만원을 뜯었다가 적발됐다. 그는 선수 선발과 관련한 것 이외에도 제자를 상대로 돈을 더 뜯은 것도 들통났다. 대구시교육청은 A 교사의 비위가 알려진 뒤 일반징계위원회를 열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그를 해임했다. A 교사는 대구시교육청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대구시교육감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그는 대구교육청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을 한 만큼 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대구시체육회 등과 관련한 각 비위행위는 교사 직무와는 관련이 없는 ‘사고’로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품위유지의무 위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교사는 별도의 형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최근 기각됐고,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광선 ‘레이저’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광선 ‘레이저’

    1960년 7월 미국 휴스 연구소의 시어도어 메이먼 박사는 여러 과학자들과 보도진 앞에서 붉은색을 띠는 한 가닥의 빛으로 풍선을 터뜨려 보였다. ‘루비 레이저’였다. 그때부터 이 빛의 마술은 새로운 도구로서 과학사에 획기적인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레이저의 역사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가설을 발표한 1913년으로 거슬러 간다. 1917년 아인슈타인이 종합적인 레이저 이론을 정립했다. 레이저가 의학에 처음 도입된 해는 1964년으로 이스라엘의 외과의사 샤프란에 의해서다.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레이저가 개발돼 군사, 공업, 의료, 핵융합, 계측, 광통신에 이르기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광은 단일 파장 동위상의 빛이다. 빛은 파장마다 일정한 색을 갖고 있으므로 단일 파장인 레이저광은 단일색이 된다. 레이저의 선명한 색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다만 레이저에 모두 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시광 이외의 파장을 가진 레이저광은 모양, 색깔이 없다. 또 자연광에 비해 잘 다듬어진 ‘깨끗한 물결’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저광은 아무리 멀리 가도 빛이 퍼지지 않는다. 반면 자연광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태양광은 직경 1000분의1㎜ 크기에 모으는 것이 어렵지만 레이저광이라면 가능하다. 1㎽ 출력의 레이저라도 단위면적당 태양광의 100만배 에너지 밀도가 된다. 출력 여하에 따라서는 사람을 살상할 능력까지 지닐 수 있다. 레이저광에 공포감을 가진 이들이 ‘살인광선’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붙인 것도 이해가 간다. 레이저는 198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래 널리 보급돼 진단과 치료 등 의학 전반에 걸쳐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진단 용도로는 생체 조직의 생화학적 성분조사, 청각 기능검사, 망막의 해상력 판별, 암의 조기 발견에 사용한다. 특히 필자의 분야인 안과 분야에서는 안구의 투명성을 이용해 ‘레이저 빛간섭 단층 촬영’을 해 생체 단면을 관찰하고 진단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망막의 빛간섭 단층 촬영은 이제 안과 필수검사 중 하나가 됐다. 망막병변의 크기를 ㎚단위로 계측하며 진단, 치료 경과 추적에 유용하다. 백내장 수술 전에는 레이저 안구계측으로 최적의 수술 결과를 얻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치료 용도의 레이저는 피부 모반·혈관종·문신 제거, 치아 치료, 결석 파괴, 뇌종양·후두암 등 암의 파괴, 절개, 지혈 등 다방면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내시경 수술에는 대부분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이 ‘레이저 메스’다. 렌즈로 레이저광을 모아 생체조직을 순간적으로 증발시켜 절개하는 것이다. 출력을 100도 이하로 낮추면 조직이 응고돼 출혈이 많은 분위의 수술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다음 단계 진전도 이뤄지고 있다. ‘헤마토프로필린 유도체’라는 색소를 몸속에 주입하면 성장 속도가 빠른 암세포만 반응한다. 이때 색소에 흡수되기 쉬운 레이저를 쬐면 암세포의 발육이 억제되고 세포 노화를 일으키는 ‘프리 래디컬’이라는 물질이 생성돼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의공학은 ‘공학·과학의 원리를 도입해 생물학, 의학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영역이 실로 방대하다. 레이저, 전기 신호, 초음파, 방사선, 자기공명 등 셀 수 없이 많은 공학 기술이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고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고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껏 적용해 온 공학기술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니 의공학자들이 할 일이 나무나 많다.
  • 김진수·김빛내리 교수, 네이처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김진수·김빛내리 교수, 네이처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김진수(서울대 화학과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김빛내리(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IBS RNA연구단장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28일자 특별판에 발표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으로 선정됐다.‘게놈 에디터’ 김진수 단장은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내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해 작물 생산량을 늘리거나 근육량을 늘린 돼지 등을 개발하는 한편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희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 성과들을 발표했다. ‘RNA 탐구자’ 김빛내리 단장은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2001년 서울대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김 단장이 연구하던 마이크로 RNA는 생소한 연구 분야였다. 척박한 연구환경에도 불구하고 김빛내리 단장은 2003년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에 필수적인 ‘드로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후 드로셔 단백질 구조까지 밝혀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시민 작가가 가이드하는 ‘역사의 역사’ 여행

    유시민 작가가 가이드하는 ‘역사의 역사’ 여행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공개돼 관심이 쏠렸던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가 최근 출간됐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JTBC ‘썰전’을 비롯해 각종 방송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저자인 데다가, 나오는 책마다 히트를 친 만큼 출간 전부터 일찌감치 베스트셀러가 예상됐던 책이다.역사의 역사는 유 작가가 역사서를 읽고 탐구한 내용을 묶었다. 동서양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이 소재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에 쓴 ‘역사’부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마천의 ‘사기’,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아널드 J.토인비 ‘역사의 연구’ 등을 비롯해 박은식의 ‘한국통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등 우리나라 역사서,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다룬다. 유 작가는 역사서와 글을 쓴 역사가를 소개하고, 책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 서술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왜 그랬는지를 따진다. 사마천에게 역사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고,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으며,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식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역사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책 첫머리에 “역사가 무엇인지 또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책 전반에 걸쳐 유 작가의 궁금증과 탐구 결과가 녹아 있다. 방대한 역사서의 일부만 다룬 점은 책의 한계로 꼽힌다. 작가 자신도 책에 관해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중요하고 이름난 공간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나름의 효용성을 강조한다. 책이 권고하는 건 결국 각 역사서를 탐독하는 자유여행이다. 다만 그 전에 유 작가의 설명을 가이드 삼아 역사에 관한 중요성부터 인식하라는 것이다. 유 작가는 “역사는 생의 변화와 어려움 앞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역사 공부는 현재의 이면에 놓인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도 했다. 유 작가가 역사서를 통해 알게 된 ‘역사란 무엇인가’이자, 그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진수, 김빛내리 IBS 단장 동아시아 스타과학자 10인으로 선정

    김진수, 김빛내리 IBS 단장 동아시아 스타과학자 10인으로 선정

    ‘게놈 에디터’와 ‘RNA 탐구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28일자에 발표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에 선정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과 교수)와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네이처는 28일자 특별판을 통해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동아시아 5개 국가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과학자 10인을 선정했다.우선 김진수 단장은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내 유전질환을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해 작물 생산량을 늘리거나 근육량을 늘린 돼지 등을 개발하는 한편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희귀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성과들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 작물은 병에 대한 저항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보다 빠르게 우리 삶으로 스며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2001년 서울대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만해도 김 단장이 연구하던 마이크로 RNA는 생소한 연구분야였다. 척박한 연구환경에도 불구하고 김 단장은 2003년 마이크로RNA의 생성과정에 필수적인 ‘드로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후 드로셔 단백질 구조까지 밝혀냈다.네이처는 “김빛내리 단장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의학상을 수상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는 한국 과학자의 단 19%만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과학자의 롤모델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네이처는 이들 외에 싱가포르의 유방암 연구자인 징메이 리, 홍콩의 전염병 연구자 말릭 페이리스, 대만의 실내오염 연구자 후에이 젠 제니 수, 말레이시아의 바이오연료 연구자인 수 수잔나 유수프 등을 동아시아 스타과학자로 선정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주말 영화]

    ■엠마(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1810년대 영국 하이베리의 작은 마을. 사랑스러운 엠마(귀네스 팰트로)는 큐피드처럼 서로 어울리는 아름다운 커플을 맺어 주는 중매자로 활약한다. 기세를 몰아 마을에 새로 부임한 목사 엘튼(앨런 커밍)과 자신의 친구인 해리엇(토니 콜렛)을 맺어 주려 한다. 하지만 농부 마틴이 해리엇에게 추파를 던지고 엘튼이 되레 엠마에게 청혼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해리엇은 믿었던 친구 엠마에게 상심한다. 중간자로서 역할에 회의를 느낄 때 엠마 앞에 멋진 청년 프랭크 처칠(이완 맥그리거)이 등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곁엔 약혼자가 있다. 사랑의 마법이란 마음처럼 쉽게 걸리지 않고 불현듯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알아채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영화는 여러 희극적 순간을 보여 주며 사랑을 탐구한다. ■빅 매치(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에게 납치된 형(이성민)을 구하기 위해 익호(이정재)가 도심 전체를 무대로 목숨을 건 질주를 벌인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서울역, 행주대교, 한강 고수부지 등 서울 도심 한복판을 게임판 삼아 벌이는 빅매치가 볼거리다. 이정재, 신하균, 이성민, 보아, 김의성, 라미란, 배성우, 손호준, 최우식 등 국내 흥행 배우들이 모두 모였고 파이터 역을 맡은 이정재가 촬영 5개월 전부터 격투기 훈련을 받으며 열정을 발휘했으나 2014년 개봉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 ‘4지선다형’ 대입개편안, 정시모집 늘고 수능 상대평가 유지 가능성

    ‘4지선다형’ 대입개편안, 정시모집 늘고 수능 상대평가 유지 가능성

    1·4안 수능 45%·자율적 확대 2안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3안 전형간 선발비율 쏠림 방지 새달 공론화 과정 통해 개편 확정국민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하기로 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현재 중학교 3년생 대상)의 선택지가 네 가지로 좁혀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힘을 실어 주는 안들이 많다. 현재 전체 대입 정원의 약 20%를 뽑는 수능 위주의 전형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제7차 회의를 열고 공론화 의제(시나리오)를 확정,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학생부(수시)·수능(정시) 위주 전형 간 비율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 ▲수시 모집 때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 쟁점별 의견을 조합해 4개로 추렸다. 400여명으로 구성될 ‘시민참여단’은 오는 7월 중 4개 안을 중심으로 숙의·토론 과정을 거쳐 의견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1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각 안의 장점을 조합한 또 다른 안이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게 공론화위 측의 설명이다. 4개 안은 학생·학부모·교원·대학 관계자 등 35명이 지난주 워크샵을 열어 결정했다. 시나리오 중 1안은 수능 전형 비율(2020학년도 기준 19.9%)을 가장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안이다. 대학이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수능 전형으로 45% 이상 뽑게 한다고 못박았다. 또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수시 때 수능 최저기준(합격을 위해 최소한 받아야 하는 수능 등급)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하며, 이 전형 선발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반길 안이다. 특히 ‘45%’에는 수시 모집에서 정시로 이월해 뽑는 인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마다 수시 최저 기준 미달 등으로 정시로 넘겨 뽑는 인원이 4~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1안이 최종 선택되면 실제 수능 성적으로 뽑는 인원은 전체 정원의 50% 안팎이 될 전망이다. 2안은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현재 수능에서는 영어·한국사 두 과목만 절대평가이며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등은 상대평가다.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보면 변별력이 떨어져 전형 자료로서 힘이 빠지고, 대신 학생부 등에 의존해 학생을 뽑게 된다. 일부 교육·교원단체들이 희망했던 내용이다. 2안에서는 또 학생부교과(내신 성적으로 뽑는 전형)와 학생부종합(학종·내신과 학생부 비교과 기록을 종합 평가해 뽑는 전형), 수능 전형 등의 선발 비율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되 한 비율이 지나치게 높지 않게 하도록 했다. 3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형 간 비율을 정하되 한 가지 전형으로 모든 학생을 뽑는 것은 지양하는 방식이다. 2안과 달리 수능은 상대평가로 유지하도록 했다. 4안은 1안과 마찬가지로 수능 전형을 현행보다 늘리도록 했다. 다만 수능 선발 비율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고, 학생부교과·학종 전형의 비율은 대학이 자율로 정하도록 했다. 1·4안은 물론 2·3안에도 ‘특정 전형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22학년도에는 수능 전형 비율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부선 딸 이미소 “‘이재명 스캔들’ 사진 내가 다 삭제했다”

    김부선 딸 이미소 “‘이재명 스캔들’ 사진 내가 다 삭제했다”

    배우 김부선의 딸 이미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스캔들 사진이 있었다고 고백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소는 11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처음부터 침묵을 바래온 저로써 이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이 일은 제가 대학교 졸업공연을 올리는 날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너무 창피한 마음에 엄마에게 공연을 보러오지 말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 후 졸업관련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이 후보님과 저희 어머니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그 사진을 찾고 있는 엄마를 보고 많은 고민 끝에 제가 다 폐기해버렸다”며 당초 사진이 존재했음을 언급했다. 어머니 김부선에 이 후보에 대한 법적대응이나 언론 공개 등을 자제하라고 권유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그런 손편지를 쓰게 되었고 저를 봐서라도 함구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후보 토론의 과정 속에 뜻하지 않게 다시 논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미소는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 김부선에 대해 “세상 사람들 중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 때문에 엄마와 그분의 그 시절 사실관계 자체를 자꾸 허구인냥 엄마를 허언증 환자로 몰아가려고 한다”며 “그때 당시의 진실을 말해주는 증거라 함은 제가 다 삭제시켜버렸지만, 사실 증거라고 하는 것이 가해자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제시해야 하는 것이지,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받은 사실을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또한 사실상 모든 증거는 저희 엄마 그 자체가 증거이기에 더 이상 진실 자체에 대한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부선은 전날 ‘KBS뉴스’를 통해 이재명과의 만남과 입막음 정황 등을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정치인은 억울한 게 있더라도 감수하고, 부덕의 소치로 견뎌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일방적 주장에 대한 대응과 반박은 후보나 유권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하 이미소 SNS 글 전문. 안녕하세요. 이미소입니다. 정말로 많은 고민 끝에 제 의견을 적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침묵을 바래온 저로써 이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다는 생각이 모순 같기도 하고 또 더 다칠 생각에 많이 무섭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에 얘기하고자 합니다. 이 일은 제가 대학교 졸업공연을 올리는날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창피한 마음에 엄마에게 공연을 보러오지 말라고 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 후 졸업관련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이 후보님과 저희 어머니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그 사진을 찾고 있는 엄마를 보고 많은 고민 끝에 제가 다 폐기해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그런 손편지를 쓰게 되었고 저를 봐서라도 함구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후보 토론의 과정 속에 뜻하지 않게 다시 논란이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 때문에 엄마와 그 분의 그 시절 사실 관계 자체를 자꾸 허구인냥 엄마를 허언증 환자로 몰아가려고 하시는데 그때 당시의 진실을 말해주는 증거라 함은 제가 다 삭제시켜버렸지만, 사실 증거라고 하는 것이 가해자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위해서 제시해야하는 것이지,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받은 사실을 증명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또한 사실상 모든 증거는 저희 엄마 그 자체가 증거이기에 더 이상 진실 자체에 대한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끄러운 걸 싫어합니다. 제 탄생자체가 구설수 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모두가 조용히 살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하게 되었고 무명배우 이지만 누구의 딸이 아닌 배우 이미소 라는 이름을 갖고자 노력했고, 그 환경과 그런 제 성향에서 상처받지 않고 망가지지 않으며 예쁘게 살고자 늘 제 자신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엄마가 싫었고 그래서 저는 여지껏 어떤 일이던(옳은 일이여도)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엄마의 마음을 들어주지 못하고 회피하고 질책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밉지만 이번만큼도 제 마음 편하고자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더 이상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논란이 되겠지만 저는 논란을 일으키려 하는 게 아닙니다. 논란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바 입니다. 서로의 실수와 지난 일로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제 역할을 잘 하길 바랄뿐입니다. 또 더 이상 선거잔치에 저희를 초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집 앞에 계시는 기자분들도 퇴근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상처받은 만큼 상처받았을…이재명 후보님의 가족분들에게도 대신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배우 이미소로서 좋은 소식으로 뵙길 노력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얼굴과 장소의 숭고한 교집합

    [지금, 이 영화] 얼굴과 장소의 숭고한 교집합

    다음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감상하기 위한 사전 질문이다. ‘얼굴과 장소에 공통점이 있을까?’ 사실 얼굴과 장소는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사물이다. 그래도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정답 같은 건 없는 물음이지만, 그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을 예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힌트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당신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우선 내가 떠올린 것부터 밝힌다.① ‘얼굴과 장소는 고유하다’: 고유하다는 것은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특성이다. 그래서 얼굴은 A와 B가 똑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차 기준이 된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서울과 뉴욕이 다른 도시인 까닭은, 무엇보다 양자가 동일한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② ‘얼굴과 장소에는 역사가 새겨져 있다’: 역사는 흘러간 시간의 흔적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탐구는 그것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 기억하여 지켜내려는 싸움이기도 하다. 얼굴에는 한 사람이 지나온 나날이, 장소에는 한 공간이 품어낸 과거가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그 자체로 얼굴과 장소는 역사다. 곧 역사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③ ‘다양한 표정을 얼굴과 장소가 짓는다’: 얼굴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드러난다. 이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장소도 색색의 표정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명이 불가피하다. 장소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감각적 정서가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어딘가에서 유독 포근한 느낌을 받은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장소는 단순한 땅덩이가 아니다. 사람과 교감한다.이렇게 나는 얼굴과 장소의 세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실은 전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면서 발견한 것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아녜스 바르다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JR이다. 두 사람은 함께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어떤 것인가 하면 프랑스 곳곳을 누비면서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찍고, 이를 큰 사이즈로 출력해, 건물 벽면에 부착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바르다와 JR은 곧 철거될 광산촌에 가 마지막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자닌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비롯해, 예전에 여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사진을 커다랗게 인화해 담벼락에 붙였다. JR은 이야기한다. “우린 광부들을 기리고 최후의 저항자 자닌의 얼굴을 자택에 붙여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는 일상이 예술화된 한 가지 사례다. 그때의 얼굴과 장소는 분명 고유하고 역사적이다. 또한 숭고한 표정을 짓는다. 이외에도 얼굴과 장소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여성 감독이 상업영화? 기회의 확장이죠”

    “여성 감독이 상업영화? 기회의 확장이죠”

    내몰린 여성들 다룬 ‘미씽’ 이후 프랜차이즈 영화 맡아 다들 갸웃 “다양한 영화 한다는 믿음 중요…현실 뿌리 둔 웃음에 또다른 쾌감”‘어벤져스’, ‘쥬라기 월드’, ‘미션 임파서블’ 등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시리즈로 기획되는 영화)는 늘 국내 극장가를 휩쓸지만 정작 우리 영화계에선 시리즈 영화 제작이 드물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장군의 아들’,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여고괴담’ 등의 시리즈 영화들이 명멸해 간 가운데 최근에는 지난 2월 3편을 내놓은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유일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개봉 당시 262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탐정: 더 비기닝’이 속편 ‘탐정: 리턴즈’를 선보여 프랜차이즈 영화로 입지를 굳힐지 관심을 모은다.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추리극에 능청스럽고 지질한 캐릭터에 완연히 녹아든 권상우와 성동일의 코미디 연기 호흡이 어우러진 ‘탐정’은 대중의 평균 취향에 맞춤한 상업영화다. 이 영화를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맡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관람해 화제를 모은 ‘미씽: 사라진 여자’(2016)는 사회에서 내몰린 여성들을 품고 이해하려는 진중한 통찰과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이 감독의 전작 ‘…ing’(2003), ‘어깨 너머의 연인’(2007) 역시 투톱 여성 주연을 내세워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때문에 그의 전작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번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할 법하다. “저도 처음엔 제작사에서 제안을 받고 ‘저한테 왜 농담하시냐’, ‘저한테 왜 이러시냐’고 했어요(웃음). 1편이라는 분명한 비교 대상이 있는 상황이고 신인도 아니고 ‘미씽’도 많은 응원을 얻은 상황에서 속편을 한다는 건 본격적으로 비교되는 싸움에 뛰어드는 거잖아요. 하지만 목표가 생겼죠. 여성 감독에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상업영화를 함으로써 여성 감독에게 붙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워지고 ‘이 감독은 다양한 영화를 할 수 있구나’란 믿음이 생기게 해야겠다고요.”오는 13일 개봉하는 ‘탐정: 리턴즈’는 1편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한 콤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 사무소를 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경찰 2계급 특진도 마다하고 사무소를 개업한 노태수, 만화방을 닫으며 아내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강대만은 손님이 없어 고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맡게 된 사건은 파헤칠수록 몸집과 무게를 불리며 유쾌한 코미디에 중심을 잡아 준다. 이 감독은 “전작 ‘미씽’이 불편하고 갈수록 긴장해서 등이 의자에서 떨어져 앞으로 나가는 얘기라면, ‘탐정’은 점점 등을 의자에 기대며 보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미씽’을 보고 제게 기대가 생기신 관객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는 정반대의 반향을 목표로 한 영화예요. 범인이 누구인지, 사건의 실체가 뭔지 스릴감에 치중하기보다는 현실에 뿌리를 댄 웃음과 고민에 주력하며 캐릭터와 한껏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 주려 했죠.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가 나오면 관객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다 친근함을 느끼고 그 안의 서사를 익혀 나가잖아요. 그와 마찬가지예요. ‘탐정’이라는 영화를 하나의 마을이라 보면 캐릭터와 친해질수록 속편이 나올 때마다 하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거죠.” 때문에 이 감독은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고 감독의 철학을 드러내는 전작에서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탐정’ 세계의 일원이 되기로 했다.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울어 주고 공감해 주는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소진된 면이 있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들에게 거는 기대가 전혀 달라요. 관객들이 웃어 주고 즐거워해 주길 바라요. 2시간 동안 웃을 수 있다는 건 이야기 자체에 관객들이 끌려들어가는 거잖아요.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웃음의 최종 선택자는 관객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다른 종류의 쾌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깨 너머의 연인’과 ‘미씽’ 사이 9년의 공백기가 눈에 띈다. 그는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여성 감독의 작품, 여성 주인공 영화가 아직도 극소수인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 투영된 공백기인 셈이다.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죠. 전작들이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요. 공백기 때의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앞으로의 시간도 아쉬워요.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것도 기회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였어요. 하고 싶은 걸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할 수 있었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6월 모의평가 신유형 출제 “올 수능 영어 어려워질 듯”

    6월 모의평가 신유형 출제 “올 수능 영어 어려워질 듯”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가늠자’가 될 수능 모의평가가 7일 전국에서 치러졌다. 이날 모의평가에선 영어가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오는 11월 수능에서도 영어의 난이도가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입시 전문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된 6월 전국모의평가 결과 영어가 전년 수능 대비 어렵게 출제됐다. 진학사는 “영어 시험 문제의 유형 변화가 있었고, 몇몇 지문은 학생들에게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추상적 내용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절대평가 방식으로 처음 바뀐 영어는 모의평가보다 수능이 더 쉽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1등급 학생 비율이 8.1%였으나 수능은 1등급 비율이 10.0%로 높아졌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모의평가 출제 기준과 관련해 “인문, 사회, 자연, 예술, 문학 등 지문 내용에 균형을 둬 수험생의 학습 성향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영어 영역의 EBS 수능교재·강의 연계 비율은 70% 이상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지난해 6월 모의평가와 수능보다 어려웠다”면서 “수험생들은 올해 수능 영어 과목이 전년보다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고, 수학 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성학원은 “수학 영역은 이과생들이 주로 치르는 가형에서 일부 문제가 어렵게 출제돼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탐구 영역과 한국사도 지난해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하다고 분석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영어가 지난해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학습 부담이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이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면서 “영어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고 단어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모의평가 결과는 오는 28일 수험생들에게 통보된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9월 모의평가를 한 차례 더 치른 뒤 11월 15일 수능을 실시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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