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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뭘살까]웰빙효과 竹이는데

    대나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자는 웰빙의 주요 테마 소재중의 하나로 인식되면서,대나무 관련 제품이 우리 생활의 모든 부문으로 파고들고 있다. 대나무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저칼로리 식품인 데다,혈압 강하·뇌졸중 경감·숙취 해소와 이뇨작용에 도움을 주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특히 죽초액과 대나무숯은 오·폐수 냄새 제거와 원인물질 흡수,토양개량,농약흡수의 효능이 있다. 이 덕분에 대나무 소재의 의류에서부터 오곡영양밥,고등어,샤워젤,딸기,비누,피로회복 수액시트 등에 이르기까지 대나무가 원료로 사용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신일곤 CJ몰 마케팅 팀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천연 소재를 이용한 상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이들 천연 소재 가운데 대나무는 항균,탈취기능과 함께 세련된 색과 무늬를 갖추고 있어 그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의류,속옷,샤워젤,비누 등 다양한 대나무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대나무 소재 의류는 세균과 냄새를 억제해 주며,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방출해 쾌적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티셔츠 14만 9000∼16만 9000원,남성용 러닝셔츠·팬티 세트 4만원,여성용 러닝셔츠·7부 속바지 세트 5만 9000원,샤워젤(200㎖) 2만 2000원,죽염 비누(3입) 2만 1500원,식용 죽염 5000∼4만 4000원 등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죽초액 딸기와 오곡영양밥,의류 등을 출시했다.대나무를 발효시킨 액을 비료로 사용해 재배한 죽초액 딸기(1㎏) 8900원,대나무 잎으로 싼 오곡 영양밥(300g)은 6700원,반팔 티셔츠 13만 9000∼14만 9000원에 판다. 삼성플라자는 니트·대나무통에 오곡을 넣어 찐 죽통밥·죽순을 넣어 가공해 비린내를 없앤 죽염 고등어·대나무 자반 고등어 등을 판매한다.니트 14만 9000∼15만 9000원,죽통밥 4000원,죽염 고등어(2손) 4900원,대나무 자반 고등어(1손) 5900원이다. 애경백화점은 이번 세일 기간동안 대나무 의류를 20∼30%를 할인 판매한다.티셔츠는 20% 할인한 11만 1200원,남방은 30% 내린 7만 6300원,와이셔츠는 20% 인하한 7만 8400∼8만 6400원에 판다.CJ몰(www.CJmall.com)은 대나무 자리,공기정화 및 취사용 대나무 숯,유아용 내의 등을 내놓았다.대나무에 수증기로 열을 가하는 천연 가공법으로 제작한 대나무 자리 6만 9000원,표면적이 목탄의 2배 이상이어서 흡착 효과가 뛰어난 대나무숯은 1만 9900원,조끼 6만 1600원,유아용 내의 1만 5900원에 판매한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유아용 내의·대나무마디숯·대나무숯 천연비누를 선보였다.유아용 내의 1만 5900원,대나무마디숯 1만 9000원,대나무숯 천연비누(2개) 1만 9800원이다.가원바이오텍은 대나무 수액시트인 ‘활기천’을 출시했다.잠자리에 들기 전 파스처럼 발바닥에 붙이면 노폐물을 흡수해 활력을 회복해준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값은 1박스(30장)가 3만 9500원이다. 김규환기자 khkim@˝
  • [문화마당] 환경의 역습/백지연 문학평론가

    작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주거환경을 둘러싼 오염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신규건축물에 대한 환경적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의 주거 현실을 파헤친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새 집 증후군’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감독은 얼마 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갓난 아기와 함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내게 환경과 건강은 일상적인 걱정거리가 되었다.입주하기 전 보일러를 가동하고 탈취제를 뿌리고 숯을 갖다놓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문을 닫아놓으면 알 수 없는 유해 가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유독 물질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돈을 주고 걸어 들어가면서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화학적 도구로 치장되어 있음을 버젓이 알면서도 새 아파트의 산뜻한 외양에 잠시 혹했던 내 자신을 뒤늦게 탓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싫든 좋든 ‘환경의 역습’이 주는 공포와 긴장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지만 오염물질이 섞인 황사바람이 올까 걱정되어서 거실 창문도 마음대로 열어놓지 못한다.아침에 일어나서 뿌옇게 안개 낀 하늘을 보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이렇게 오염된 환경 속에서 ‘웰빙’이니 ‘아침형 인간’이니 ‘몸짱 만들기’ 같은 유행어들은 소비적이고 표피적인 건강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유기농 식품을 먹고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라이프 스타일로 삶을 관리하는 소극적인 해결 방식은 결코 ‘환경의 역습’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읽게 된 산드라 스타인그래버의 ‘모성 혁명’은 그런 점에서 문명인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은 얼핏 보기에 임신부와 태아에 관한 이야기,모유수유의 필요성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실용서로 보인다.그러나 과학자인 임신부가 생체적인 변화를 해석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지식습득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원리에 대한 성찰로 독자를 이끌어간다.한 예로 임신부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를 되새기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식수가 되기 이전에,양수는 저수지를 채우고 있는 개울과 강이다.우물을 채우고 있는 지하수이다.그리고 개울과 강과 지하수이기 이전에,양수는 비이다.내가 나의 양수가 든 시험관을 손에 쥐고 있었을 때 나는 빗방울로 가득 찬 시험관을 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양수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오렌지 과수원에 떨어지는 비를 보고 있는 것이다.멜론 밭,축축한 땅 속의 감자,목장의 풀에 맺힌 서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기를 보호하는 양수 속에 얼마나 많은 자연이 담겨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시적이고 생동감 넘친다.인간이 자신의 몸 속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키워서 내보내기까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자연 그 자체다.그렇다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접해온 환경오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했던 것일까.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여 이것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한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KCC, 현대엘 공매전략 차질 공매기간에 장내매수 못해

    금강고려화학(KCC)이 공개매수의 함정에 빠졌다. 금융당국의 처분명령에 따라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직원들이 ‘회사 주식갖기 운동’을 벌여 이 주식 매입에 나섰다.조만간 현정은 현대회장측도 매수세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CC는 공개매수기간에는 장내에서 주식을 살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속수무책이다.경영권을 노린 공개매수 전략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CC는 엘리베이터 주식 57만 1500주(8.01%)의 공개매수를 앞두고 지난 19일과 22일 두차례에 걸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처분명령을 받은 뮤추얼펀드 지분 약 7.8%(56만 1113주)를 시장에서 매각했다.23일부터는 사모펀드 지분(12.81%)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평소 20만주 안팎이었던 주식 거래량은 70만주선으로 늘었다. KCC가 주식 매각에 나서자 현대엘리베이터 우리사주조합은 이 기간동안 ‘회사 주식갖기 운동’을 펼쳐 10만주(1%대)가량의 주식을 샀다.이들은 ‘KCC측의 경영권 탈취시도를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며 지속적으로 주식취득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3)대원위대감의 생각 (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3)대원위대감의 생각 (下)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옥양봉 절골에 있던 가야사 터에다 아버지의 무덤을 옮겨쓴 지 12년 만에 둘째아들 명복을 낳은 것이 풍수설의 힘이라는 증거는 없다.또한 명복이 태어난 지 12년 뒤에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것도 풍수설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대원위대감의 그 해괴한 행동이 명복을 왕이 되게 했다고 여겼다.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민중들은 오래된 전통과 관습을 따르게 마련인가보다.풍수지리설은 조선 민중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한 꿈이었다. ●백성들, 부친묘 옮겨서 덕본 것이라 믿어 이하응이란 파락호(破落戶),궁도령(宮道令)의 둘째 자식이 왕위에 오르고,아비는 대원위대감이 되는 좀체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두고 민중들은 마치 자신들의 옹색한 신세가 훤히 펴지기라도 한 듯이 좋아했다.대리만족의 한 극치였다. 대원위대감은 세상의 그런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집권 초기부터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조선 민중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당색과 문벌을 초월한 인재 등용,탐관오리의 숙청,양반 토호의 면세토지 조사와 세금의 징수,양반에게도 군포를 징수하는 것,복식의 간소화 등 후기 조선 사회가 안고 있던 여러 폐단들을 혁명적으로 개혁해 나갔다. 집권 초반의 개혁 정치가 성과를 거두자 이를 발판으로 삼아 쇠미해진 왕권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경복궁 중건을 강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복궁 짓는 일로 대원위대감은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성과와 지지를 상실하게 되었고,사회 모든 부문에서 지탄받기에 이르렀지만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그는 난세의 정략가답게 저돌적으로 일을 밀어붙였다. 그의 저돌성에 희생된 대표적인 경우가 속리산 법주사에 모셔져 있던 청동 미륵장륙상을 헐어다 녹여서 건축자재로 사용하게 한 것이었다. 그의 정치 역정에는 대외적 위협과 난관도 만만치 않았다.천주교와 관련된 외세들과의 갈등이었다. ●정권유지 위해 천주교 탄압으로 급선회 집권 초기 그는 천주교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그랬던 그가 장기간에 걸쳐 천주교 박해를 감행한 것은 서양세력의 침략적 접근에 따른 국가적 위기의식과 정치적 반대세력의 비난에서 벗어나 정권을 계속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 감춰져 있었다. 대외적인 첫 위협은 러시아였다.두만강이 러시아와의 국경으로 바뀌게 되자 러시아의 통상요구는 대원위대감을 비롯,정부고관들에게 위기의식으로 다가왔다. 이때 천주교인이자 정부 관리인 김면호(金勉浩),홍봉주(洪鳳周) 등이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물리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어책을 대원군에게 건의했고 대원군은 이를 정치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승지를 지낸 남종삼(南鍾三)이 대원군으로 하여금 한불조약(韓佛條約)을 체결하여 나폴레옹 3세의 위력을 이용,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는 정책을 펴도록 건의하기까지 이르렀다.숨막히는 긴장의 나날이었다. 이같은 정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조선에 체류중이던 베르뇌(Berneux) 주교와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었고,그때 대원군은 만약 러시아를 물리칠 수만 있다면 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허락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어 천주교인들은 자못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1866년 1월에 북경사신이 보내온 편지가 도착했다.청나라는 천주교를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이 분위기에 편승한 국내의 반 대원군 세력들은 대원군이 천주교와 불순한 정치적 흥정을 한다며 공세를 취했고 대원군은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 천주교 탄압 정책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이다. 1866년 2월 베르뇌를 비롯해 홍봉주,남종삼,김면호를 포함한 수천 명의 천주교인들이 서울과 그밖의 여러 지역에서 체포되어 순교했는데,이때 베르뇌,다블뤼 등 9명의 프랑스 신부들은 서울 새남터와 충남 보령의 갈매못에서 순교하였다. 병인박해로 불리는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 프랑스 군대와 대원위대감의 지휘를 받은 조선군대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대원위대감은 국가적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면서 천주교인들을 외국의 적들을 불러들이는 무리로 규정하여 거듭되는 박해로 맞섰다. 서양오랑캐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진 땅은 그들과 내통하는 천주교 무리의 피로 씻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처형지는 주로 서울과 해안지방으로 정해졌다.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이 계속되자 프랑스는 대원위대감을 기필코 굴복시켜 그들이 겪은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며 방법을 모색했다. 그때 프랑스 신부 페롱(Feron)이 묘안을 내놓았다.그는 1866년 8월 프랑스 제독 로즈가 조선을 공격할 때 뱃길을 안내했던 인물이다.또한 그는 조선의 사정에도 밝아서 대원위대감을 꺾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그는 독일의 무역상인인 오페르트(Oppert,E.J)라는 인물을 끌어들일 궁리를 했다.오페르트는 1866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조선과의 통상교섭에서 모두 실패한 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페롱은 오페르트를 책임자로 하여 대원군과 정치적 교섭을 벌이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묘책을 마련했다. 이 묘책을 강구하는 데는 조선인 천주교인도 가담했다.묘책이란 다름 아닌 대원위대감의 아버지 남연군이 묻혀 있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사 옛터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이었다. 묘를 파헤쳐 시체와 부장품을 미끼로 내걸고 대원군과 통상문제,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흥정하자는 것이었다.조선은 조상의 무덤에 대하여 특별한 관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자는 극단적인 방법을 내세웠다. 오페르트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그는 자금을 담당할 인물로 미국인 젠킨스를 끌어들였다.통상교섭이 성공하면 이익을 배당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도굴단이 결정되었다.오페르트,젠킨스,페롱,선장 묄레,조선인 안내자 2명,유럽·필리핀·중국인 선원 등 모두 140명으로 이루어졌다. ●오페르트, 남연군묘 도굴에 실패 1868년 5월 차이나(China)호,그레타(Greta)호 등 1000t급 기선 두 척을 이끌고 일본 나가사키에서 무기와 도굴용 장비를 구입한 다음,5월10일 충남 덕산군 구만포에 상륙했다. 도굴단은 자신들을 러시아인이라고 말하면서 조선인의 안내를 받아 남연군 묘소로 직행했다.덕산 군청을 습격하여 군기를 탈취하는가 하면 민가들을 습격하면서 고의적인 난동을 부렸다. 절골의 남연군묘까지 온 그들은 도굴을 시작했으나 묘광이 워낙 견고하여 그들이 준비해온 도구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대원위대감은 마치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측이나 했던 듯 성능이 매우 좋은 폭약을 사용하지 않는 한 묘를 파헤치기 어렵도록 만들어 둔 것이었다. 결국 남연군묘 도굴은 실패했다.오페르트는 돌아가는 길에 인천 앞 영종도에서 프랑스 제독 알리망 명의로 된 협박장을 대원위대감에게 보냈다.남연군의 시체와 부장품이 그들 손아귀에 있으니 교섭에 응하라는 내용이었다.그러나 이 협박문을 접수한 영종첨사는 도굴행위가 인간의 짓이 아니므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협박문을 되돌려주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젠킨스는 같은 미국인에 의하여 파렴치범으로 고발당하였고,페롱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소환당하였다. ●대원군의 박해로 8000명 이상 순교 대원위대감의 분노는 컸다.조선은 조상숭배 사상이 유별하여 묘를 신성시하는 데다,국왕의 할아버지며 자신의 아버지 묘를 파헤쳤으니 그의 생각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대원위대감은 덕산군 내포지방 천주교인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했다. 내포지방은 천주교회 창설기부터 천주교가 전파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내었고,부근의 지방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대원군에 의하여 감행된,이른바 병인박해는 6년에 걸쳐 8000명 이상이 순교하는 불행을 낳았다. 한 정치가의 무모한 권력욕구가 불러온 결과는 조선의 세계사 합류를 지연시켜 근대화의 길을 막음으로써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극을 초래했고,나쁜 지도자로서의 선례가 되었다. 그같은 대원위대감은 1871년 무슨 생각에선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서원산 남쪽 기슭에 자신이 불태웠던 가야사의 3층석탑을 옮기면서 보덕사(報德寺)라는 절을 지었다.아들이 보위에 올랐으므로 보은(報恩)의 뜻으로 절을 지은 대원위대감의 생각은 오늘날 한국 정치지도자들처럼 혼란스럽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3)대원위대감의 생각 (下)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옥양봉 절골에 있던 가야사 터에다 아버지의 무덤을 옮겨쓴 지 12년 만에 둘째아들 명복을 낳은 것이 풍수설의 힘이라는 증거는 없다.또한 명복이 태어난 지 12년 뒤에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것도 풍수설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대원위대감의 그 해괴한 행동이 명복을 왕이 되게 했다고 여겼다.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민중들은 오래된 전통과 관습을 따르게 마련인가보다.풍수지리설은 조선 민중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한 꿈이었다. ●백성들, 부친묘 옮겨서 덕본 것이라 믿어 이하응이란 파락호(破落戶),궁도령(宮道令)의 둘째 자식이 왕위에 오르고,아비는 대원위대감이 되는 좀체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두고 민중들은 마치 자신들의 옹색한 신세가 훤히 펴지기라도 한 듯이 좋아했다.대리만족의 한 극치였다. 대원위대감은 세상의 그런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집권 초기부터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조선 민중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당색과 문벌을 초월한 인재 등용,탐관오리의 숙청,양반 토호의 면세토지 조사와 세금의 징수,양반에게도 군포를 징수하는 것,복식의 간소화 등 후기 조선 사회가 안고 있던 여러 폐단들을 혁명적으로 개혁해 나갔다. 집권 초반의 개혁 정치가 성과를 거두자 이를 발판으로 삼아 쇠미해진 왕권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경복궁 중건을 강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복궁 짓는 일로 대원위대감은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성과와 지지를 상실하게 되었고,사회 모든 부문에서 지탄받기에 이르렀지만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그는 난세의 정략가답게 저돌적으로 일을 밀어붙였다. 그의 저돌성에 희생된 대표적인 경우가 속리산 법주사에 모셔져 있던 청동 미륵장륙상을 헐어다 녹여서 건축자재로 사용하게 한 것이었다. 그의 정치 역정에는 대외적 위협과 난관도 만만치 않았다.천주교와 관련된 외세들과의 갈등이었다. ●정권유지 위해 천주교 탄압으로 급선회 집권 초기 그는 천주교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그랬던 그가 장기간에 걸쳐 천주교 박해를 감행한 것은 서양세력의 침략적 접근에 따른 국가적 위기의식과 정치적 반대세력의 비난에서 벗어나 정권을 계속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 감춰져 있었다. 대외적인 첫 위협은 러시아였다.두만강이 러시아와의 국경으로 바뀌게 되자 러시아의 통상요구는 대원위대감을 비롯,정부고관들에게 위기의식으로 다가왔다. 이때 천주교인이자 정부 관리인 김면호(金勉浩),홍봉주(洪鳳周) 등이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물리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어책을 대원군에게 건의했고 대원군은 이를 정치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승지를 지낸 남종삼(南鍾三)이 대원군으로 하여금 한불조약(韓佛條約)을 체결하여 나폴레옹 3세의 위력을 이용,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는 정책을 펴도록 건의하기까지 이르렀다.숨막히는 긴장의 나날이었다. 이같은 정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조선에 체류중이던 베르뇌(Berneux) 주교와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었고,그때 대원군은 만약 러시아를 물리칠 수만 있다면 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허락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어 천주교인들은 자못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1866년 1월에 북경사신이 보내온 편지가 도착했다.청나라는 천주교를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이 분위기에 편승한 국내의 반 대원군 세력들은 대원군이 천주교와 불순한 정치적 흥정을 한다며 공세를 취했고 대원군은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 천주교 탄압 정책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이다. 1866년 2월 베르뇌를 비롯해 홍봉주,남종삼,김면호를 포함한 수천 명의 천주교인들이 서울과 그밖의 여러 지역에서 체포되어 순교했는데,이때 베르뇌,다블뤼 등 9명의 프랑스 신부들은 서울 새남터와 충남 보령의 갈매못에서 순교하였다. 병인박해로 불리는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 프랑스 군대와 대원위대감의 지휘를 받은 조선군대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대원위대감은 국가적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면서 천주교인들을 외국의 적들을 불러들이는 무리로 규정하여 거듭되는 박해로 맞섰다. 서양오랑캐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진 땅은 그들과 내통하는 천주교 무리의 피로 씻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처형지는 주로 서울과 해안지방으로 정해졌다.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이 계속되자 프랑스는 대원위대감을 기필코 굴복시켜 그들이 겪은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며 방법을 모색했다. 그때 프랑스 신부 페롱(Feron)이 묘안을 내놓았다.그는 1866년 8월 프랑스 제독 로즈가 조선을 공격할 때 뱃길을 안내했던 인물이다.또한 그는 조선의 사정에도 밝아서 대원위대감을 꺾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그는 독일의 무역상인인 오페르트(Oppert,E.J)라는 인물을 끌어들일 궁리를 했다.오페르트는 1866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조선과의 통상교섭에서 모두 실패한 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페롱은 오페르트를 책임자로 하여 대원군과 정치적 교섭을 벌이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묘책을 마련했다. 이 묘책을 강구하는 데는 조선인 천주교인도 가담했다.묘책이란 다름 아닌 대원위대감의 아버지 남연군이 묻혀 있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사 옛터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이었다. 묘를 파헤쳐 시체와 부장품을 미끼로 내걸고 대원군과 통상문제,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흥정하자는 것이었다.조선은 조상의 무덤에 대하여 특별한 관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자는 극단적인 방법을 내세웠다. 오페르트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그는 자금을 담당할 인물로 미국인 젠킨스를 끌어들였다.통상교섭이 성공하면 이익을 배당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도굴단이 결정되었다.오페르트,젠킨스,페롱,선장 묄레,조선인 안내자 2명,유럽·필리핀·중국인 선원 등 모두 140명으로 이루어졌다. ●오페르트, 남연군묘 도굴에 실패 1868년 5월 차이나(China)호,그레타(Greta)호 등 1000t급 기선 두 척을 이끌고 일본 나가사키에서 무기와 도굴용 장비를 구입한 다음,5월10일 충남 덕산군 구만포에 상륙했다. 도굴단은 자신들을 러시아인이라고 말하면서 조선인의 안내를 받아 남연군 묘소로 직행했다.덕산 군청을 습격하여 군기를 탈취하는가 하면 민가들을 습격하면서 고의적인 난동을 부렸다. 절골의 남연군묘까지 온 그들은 도굴을 시작했으나 묘광이 워낙 견고하여 그들이 준비해온 도구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대원위대감은 마치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측이나 했던 듯 성능이 매우 좋은 폭약을 사용하지 않는 한 묘를 파헤치기 어렵도록 만들어 둔 것이었다. 결국 남연군묘 도굴은 실패했다.오페르트는 돌아가는 길에 인천 앞 영종도에서 프랑스 제독 알리망 명의로 된 협박장을 대원위대감에게 보냈다.남연군의 시체와 부장품이 그들 손아귀에 있으니 교섭에 응하라는 내용이었다.그러나 이 협박문을 접수한 영종첨사는 도굴행위가 인간의 짓이 아니므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협박문을 되돌려주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젠킨스는 같은 미국인에 의하여 파렴치범으로 고발당하였고,페롱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소환당하였다. ●대원군의 박해로 8000명 이상 순교 대원위대감의 분노는 컸다.조선은 조상숭배 사상이 유별하여 묘를 신성시하는 데다,국왕의 할아버지며 자신의 아버지 묘를 파헤쳤으니 그의 생각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대원위대감은 덕산군 내포지방 천주교인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했다. 내포지방은 천주교회 창설기부터 천주교가 전파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내었고,부근의 지방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대원군에 의하여 감행된,이른바 병인박해는 6년에 걸쳐 8000명 이상이 순교하는 불행을 낳았다. 한 정치가의 무모한 권력욕구가 불러온 결과는 조선의 세계사 합류를 지연시켜 근대화의 길을 막음으로써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극을 초래했고,나쁜 지도자로서의 선례가 되었다. 그같은 대원위대감은 1871년 무슨 생각에선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서원산 남쪽 기슭에 자신이 불태웠던 가야사의 3층석탑을 옮기면서 보덕사(報德寺)라는 절을 지었다.아들이 보위에 올랐으므로 보은(報恩)의 뜻으로 절을 지은 대원위대감의 생각은 오늘날 한국 정치지도자들처럼 혼란스럽다.˝
  • KT ‘집중투표’ 국내 첫 실시

    집중투표제 시대가 열렸다.KT는 12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 권리 보장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처음 집중투표를 실시했다. 포스코도 이날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어 사실상 ‘외국기업’인 포스코는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와 투자가로부터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 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집중투표제는 회사가 주총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반대표를 던질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국민은행과 SK텔레콤,대우종합기계,대우조선해양,KT&G 등이다. 그러나 집중투표제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긍정적 효과로는 소액주주들도 이사를 선임,기업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대주주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견제가 쉬워져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영권 탈취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또 소액주주들은 단기 투자 성향을 보이는 만큼 기업의 장기 투자보다 배당에 관심이 쏠려 경영진간에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소버린 SK株취득 의도 ‘공방’

    ‘수익창출 vs 경영권 탈취’ 소버린자산운용이 SK㈜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가운데 또다시 공시위반에 대한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소버린의 SK㈜ 지분취득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SK㈜는 소버린측이 지난해 4월 공시에 기재한 ‘수익창출’과 달리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는 만큼 이는 명백한 공시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소버린은 수익창출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밝혔을 뿐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주식변동 관련 공시위반 여부는 지분 취득 목적보다 지분을 사고 판 시점을 제때 공시했느냐가 관건이라며 과거 유권해석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소버린의 적대적 M&A 행보 소버린은 ‘경영권에 관심없다.’는 주장과 달리 지난 1년간 적대적 M&A를 향해 달려왔다. 소버린은 지난해 3월 SK㈜의 대주주로 등장한 이후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줄기차게 주장했다.또 지난 1월에는 사내·외 이사 5명을 추천해 경영권 장악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해 광고 게재와 소액주주와의 면담,의결권 위임 행사를 가졌다.또 노조를 우호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경영발전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특히 소버린측 추천 이사후보들은 지난 6일 SK텔레콤 주식 매각과 소버린이 보유한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SK 관계자는 “소버린측 행위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계산된 행동”라며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금감원 ‘수익창출’,법원 ‘경영권 장악’ 금감원과 법원은 소버린측 의도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소버린측이 제기한 의결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소버린측 의도를 명백히 경영권 장악으로 밝혔다.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SK㈜ 이사회 결의는 기업매수를 방어하기 위한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금감원은 소버린측 보유 목적에 대한 허위 여부를 검토한 결과,공시 위반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병철 금감원 공시감독국장은 “보유 목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40여가지 된다.”면서 “그 가운데 수익창출 한가지만 기재했다고 해서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즉 주주는 수익창출 뿐 아니라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경영 참여도 가능하다는 것.특히 그는 “KCC와 소버린은 기준이 다르다.”면서 “KCC가 5%룰을 지키면서 보유목적을 수익 창출로 적었다면 결과는 소버린과 똑같았을 것”이라며 역차별을 경계했다. 김미경 김경두기자 golders@˝
  • 아이티 ‘보트피플’ 행렬

    3주째를 맞은 아이티 소요사태는 국제중재안의 실패로 반군의 수도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며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외국인들의 탈출 러시에 이어 아이티인들도 배를 이용해 탈출하려는 이른바 ‘보트피플’ 행렬이 시작됐다. ●친정부 ‘무장세력’ 시민 협박·금품 탈취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를 앞두고 프랑스는 25일 국제군의 신속 배치와 함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반군측에 이어 아이티 야권연합체인 ‘민주주의 강령’도 성명에서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신들이 전하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한마디로 혼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무장한 친정부 세력들은 시내로 향하는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스키 마스크를 쓴 무장 친정부 용병들은 지나가는 차들을 마구잡이로 세워 협박하는가 하면 시민들을 위협,금품을 빼앗고 있다.시내 곳곳의 식품 창고와 자동차 전시장,식당들이 약탈당했고,가게와 호텔이 전부 문을 닫아 ‘유령 도시’를 방불케했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반군 지도자 필리페는 이날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입장을 바꿔 “바로 대통령궁으로 진격해 대통령을 체포할 것”이라며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美, 보트피플 감시 경비 강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반군의 공격전에 아이티를 빠져나가려는 수백명의 외국인과 아이티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자메이카항공은 이날 아이티행 항공편 운항은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마이애미 해안경비대는 25일 아이티인 21명 등 28명을 태운 화물선 한 척을 발견,붙잡고 있다고 밝혔다.마이애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 배에는 아이티 경찰관과 정부 하급관리 등이 타고 있었다.미국은 이들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방침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이티인들에게 망명자제를 호소한 직후 발생한 이번 사건은 아이티인들의 해상탈출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미국은 아이티 보트피플을 막기 위해 해군·해안경비대를 동원해 플로리다주 해안 일대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와 스페인,도미니카공화국 등 각국은 자국 국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소규모 병력과 비상항공편을 급파했다.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미래와 사람들’의 현지법인인 윌베 종업원 19명은 이날 항공편으로 아이티를 빠져 나와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국제군 배치 촉구 프랑스는 아이티에 국제군을 수일내 배치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한편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프랑스는 26일 유엔 안보리에 이를 제안할 계획이나 미국이 병력 파견에 앞서 아리스티드정권과 반군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당장 국제적 차원의 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균미기자 kmkim@˝
  • 서울은 외국펀드 기업 사냥터

    ‘국내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다 해외 투기펀드에 인수·합병(M&A) 놀이터를 제공한 것 아닙니까.’최근 국부 유출을 바라보는 재계 인사의 불만섞인 해석이다.그는 재계서열 3위인 SK의 경영권 위기도 ‘투명성의 덫’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소버린자산운용의 정체를 알았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국민경제의 중심축인 대기업들이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국내 간판 기업들이 정체불명의 외국자본에 의해 허물어지면서 ‘경제주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소버린은 최태원 SK㈜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사실상 M&A에 나섰다.지난해 11월이다.50조원대의 자산을 자랑하는 거대 그룹인 SK가 불과 1768억원을 투자한 소버린에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SK㈜의 최대주주는 최씨 일가와 SK계열사들이다.이들의 보유지분(의결권 기준)은 자사주 매각분(9.73%)을 포함,총 27.32%이다.반면 소버린측의 지분은 템플턴 등 우호세력을 포함해 20.72%로 외형상 SK㈜가 유리하다.그러나 양측 모두 절대 우세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2대주주인 소버린이 주주총회에서 이길 경우 SK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게될 가능성이 다분하다.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이 가시화될 뿐 아니라 그동안 그룹으로 연결된 ‘끈’도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SK㈜의 새 이사진 등장으로 SK네트웍스의 정상화 방안도 차질을 빚는다.또 자회사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버린측은 “경영권 탈취 목적은 아니다.”며 일축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재계의 중평이다. SK㈜는 다행히 소버린이라는 산을 넘어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은 해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여기에 경영권 방어에 시달리다 정작 본업인 ‘경영’을 도외시하는 경영 공백 사태마저 우려된다. 다음달 주총 승부는 결국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미(소액주주)’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SK㈜가 22일 발표한 손길승·황두열·김창근 이사 퇴진과 사외이사 비중 70% 확대는 ‘표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다.소버린이 최근 한승수 한나라당 의원,조동성 서울대 교수 등 명망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데 대한 SK의 맞불전략인 셈이다.또 지배구조 개선으로 소버린의 공격에 대한 대외 명분을 약화시키는 부수 효과도 감안한 것이다. 소버린도 주총에 대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제임스 피터 대표가 최근 소액주주들을 만나 지지세를 규합하고 있다. 외국 자본에 흔들리는 대기업들은 SK㈜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제휴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에 사실상 경영권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이다.다임러는 현대차 지분 10% 가량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5%의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갖고 있다. 외국계 자본에 경영 애로를 겪는 국내 기업은 더욱 많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거래소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1월말 현재 42.1%(158조원)에 달한다.삼성전자·국민은행·포스코·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어 ‘외국기업’이 됐다.이에 따라 외국인은 고배당 요구·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증시도 외국인 매수세에만 의존한 불안정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올해 배당금 상위 15개사로부터 외국인이 챙겨갈 배당금도 1조 4000억원이나 된다.지난해 외국인이 챙겨간 배당금은 13억 4000만달러로 전년(6억 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등 소모적인 노력에 큰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배당금 등이 대거 빠져나가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외국인 자금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미경 김경두기자 golders@ ˝
  • 가전 '銀風’

    ‘은(銀)나노 코팅 없으면 최신 가전 아니다?’ 최악의 내수침체에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전업계가 은나노 코팅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웰빙’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5일 전자레인지 조리실 벽면에 미세한 은 입자를 첨가,항균·탈취 기능을 보강한 ‘나노 실버 전자레인지’를 출시했다. 회사측은 한국소비과학연구센터 실험결과 탈취율이 일반 전자레인지 10%보다 훨씬 높은 27.5%를 보였고 항균력 시험에서도 1시간 경과 후 대장균·살모넬라균 등의 99.9%가 살균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에 앞서 양문형 냉장고 ‘클라세(Klasse)’와 세탁기·청소기에 이미 나노 실버 기능을 채택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새로 나온 90종의 에어컨과 세탁기·냉장고에 은나노 살균 시스템을 채택했다.에어컨의 경우 프리필터,냉각기,냉기 토출구,독립공기청정기 토출구 등에 은을 코팅 처리해 세균과 박테리아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제거한다. LG전자의 신제품 ‘TV 디오스’ 냉장고에도 은나노 항균 및 나노 카본 탈취제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트롬세탁기,사이킹 청소기,휘센 에어컨 등 대부분 가전제품에 은이 입혀졌다. 이같은 ‘은풍’에 대해 은나노 코팅이 어느 정도 건강 기능은 있지만 과장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자외선 살균 시스템으로,캐리어 코리아는 음이온 발생 기능 등 ‘기본기’로 은풍에 맞서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화폐개혁 논란/정부“고액권으로 충분”韓銀 “디노미네이션 필수”

    화폐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한국은행에 이어 정부와 정치권도 고액권 발행 방침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그러나 한은은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을 제도 개편의 핵심에 두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정부는 고액권 화폐만 발행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화폐단위 1000분의1로 조정을” 한은은 디노미네이션을 화폐제도 개편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기본구상은 지금의 화폐단위를 1000분의1로 조정하는 것이다.즉,1000원은 1원으로,1만원은 10원으로 각각 절하해 이를 기준으로 100원(지금의 10만원에 해당)짜리 고액권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단위절하에 따라 미국의 센트(100센트는 1달러)와 비슷한 전(錢) 등 100분의1짜리 보조단위도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계산·기록·지급·대외거래의 편의 등을 위해 디노미네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한은 관계자는 “분석 결과 앞으로 5∼6년 뒤면 조(兆)의 1만배인 경(京)이 각종 경제수치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복잡한 단위를 쓰는 나라는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 등 외부의 지적과 달리 디노미네이션에 따른 물가상승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한 관계자는 “유럽연합(EU) 12개국이 2002년 1월 유로화를 도입했을 때,이탈리아 리라화가 2000분의1 가까이 액면절하되는 등 대부분 나라들이 디노미네이션을 경험했지만 물가는 첫 달에만 0.2%포인트가 올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상품가격을 구권기준과 신권기준으로 이중 표기하면 함부로 물가를 올리지도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은도 디노미네이션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한다.고액권을 발행하면 현금인출기,자동판매기 등만 고치면 되지만 디노미네이션을 하면 대기업부터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체의 회계장부와 전산프로그램 등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부 “디노미네이션,경기에 찬물” 재정경제부는 박승 한은 총재가 2002년 취임 직후 화폐개혁 구상을 꺼냈을 때부터 ‘디노미네이션 반대,고액권 발행 찬성’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김광림 차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고 물가도 자극할 수 있다.”면서 “득실을 따져 본 결과,경제적 실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과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감도 깔려 있다. 재경부는 고액권 발행 논의가 나온 데 대해서는 내심 반기는 눈치다.겉으로는 ‘연간 수표 발행 및 거래비용 8000억원 절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이날 10만원권 화폐 발행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들 고액권 발행 반대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액권 발행에는 찬성하면서도 디노미네이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10만원권 발행에는 찬성”이라면서 “그러나 디노미네이션은 경제위기 상황 등에서 개발도상국들이 하는 혁명적인 조치로 시장주도 경제가 자리잡은 국내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박사는 “디노미네이션은 물론,고액권 발행 또한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신용카드와 전자결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10만원짜리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시민단체들도 뇌물제공 등 부정부패를 부추기고 지하경제 등 자금의 음성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디노미네이션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액권 발행을 같이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고액권 발행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면서 “두가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안미현 김태균 김유영 기자 hyun@ ■화폐개혁 3차례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3차례 화폐개혁이 있었다. 첫번째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북한군이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보관돼 있던 1000원권을 탈취,북한 인민권과 함께 시중에 유통시키고 100원권을 마구 찍어내면서 생겨난 경제교란 때문이었다.정부는조선은행권 유통을 정지시키고 이를 한국은행권으로 교환하도록 했다.53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719억원의 조선은행권이 한국은행권으로 교체됐다. 두번째는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기 위해 53년 2월 이뤄졌다.45년부터 52년까지 산업생산은 부진한데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이어져 물가상승률이 무려 4만여%에 달했다.정부는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바꾸고 구권 100원을 1환으로 교환해줬다. 특히 화폐교환 때 일정액을 은행에 예치하는 ‘봉쇄(封鎖)예금’을 의무화해 과잉유동성(돈)을 흡수했다.물가가 잡히고 봉쇄예금을 통해 산업자금까지 확보,1석2조의 효과를 올렸다. 세번째는 62년 6월.5·16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10환을 1원으로 바꿨다.목적은 물가상승 억제와 산업자금 확보를 위한 봉쇄예금의 도입.53년의 성공적인 화폐개혁을 본뜬 것이었지만 최고 100%에 이르는 봉쇄율에 국민들이 강력 반발하자 1개월여만에 자금봉쇄를 해제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새 화폐인물 누구로 고액권 발행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되면서 남성 전유물로 통했던 화폐모델에 여성이 채택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행 김두경 발권국장은 “현재 지폐의 모델이 모두 조선시대의 이씨 성을 가진 남자들(세종대왕,이황,이이,이순신)로만 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여성모델을 화폐에 등장시키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 등 일부 여성학자들은 그간 여성지위 향상 차원에서 여성을 화폐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지난해 만들어진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모델후보로 선덕여왕,신사임당,유관순,명성왕후,허난설헌,최승희를 꼽았다.일본은 오는 7월부터 메이지시대 여성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 초상을 넣은 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며,호주는 화폐 양면에 각각 남성과 여성모델을 쓰고 있다. 남성 화폐모델로는 장영실,정약용,광개토대왕,김구 선생,안중근 의사,담징,김홍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2001년 한은의 여론조사에서는 김구,안중근이 이황,이이보다 순위가 높았다. 한은은 설문조사를 통해 화폐모델을 선정할 계획이며,남성 화폐모델을 채택할 경우에도 조선시대를 벗어나 5000년 역사로 지평을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24일 개봉 실미도/ 32년만에 살아난 ‘잊혀진 진실’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을 소재로 해 제작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린 ‘실미도’(제작 시네마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났다.가슴을 싸하게 적시는 선이 굵은 액션 드라마다.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71년 8월23일 전국을 발칵 뒤집은 ‘실미도 사건’을 소재로 한 것. 수류탄과 카빈총으로 무장한 특수부대원 23명이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한 뒤 서울로 진입하던 중 군·경과 대치하다 자폭한 사건이다.그 와중에 이들이 한때 ‘무장공비’로 잘못 발표되면서 전군에 비상령이 내리는 등 수도권이 혼란에 휩싸였다. 영화는 이 실화를 뼈대로 하면서 ‘픽션’이란 살을 붙인다.쉬쉬하면서 이뤄진 특수부대 창설부터 해체까지의 과정 자체가 워낙 극적인 데다 ‘투캅스’‘마누라 죽이기’ 등 숱한 히트작에서 탁월한 스토리 전개를 인정받은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최고배우로 자리잡은 설경구와 국민배우 안성기의 열연에 허준호·강신일·임원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탄탄하게 받쳐준다. 영화의 이미지는 우울하다.권력이라는 보이지않는 거대한 구조에 의해 조종당하는 ‘자동 인형’들의 항거는 태생부터 비극을 잉태한다.특히 용도 폐기처분된 뒤 몰살될 운명에 분노해 서울로 올라오다 ‘무장공비’란 누명까지 쓰면서 자폭이라는 ‘최후의 항거’를 선택하는 마지막 장면은 심금을 울린다. 강우석 감독은 ‘684 특공대’이야기를 기승전결식이란 정공법으로 풀어간다.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으로 ‘인간 병기’가 되었으며 어떻게 배신당하고 최후를 맞는가를 박진감 있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통령 암살을 위해 김신조 등 북한특수부대가 침입한 이른바 ‘1·21사태’에 맞대응하기 위해 특수부대가 창설된다.북파공작원 출신의 교육대장 최재현(안성기) 준위는 사형수 강인찬(설경구) 등 생의 막바지에 몰린 31명을 차출해 실미도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독한 훈련을 통해 ‘인간 병기’로 탄생시킨다.그러나 북파 예정일에 급작스러운 상부의 명령으로 임무가 중단되고 2년 가까이 방치되다가 해체,즉 몰살명령이 내려진다.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된 요원들은 ‘죽음의 항거’에 나선다.감독이 탄탄한 구성과 굵은 스토리 전개에만 신경을 쓴 탓일까.탈취한 버스 속의 인질이 대치 과정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다가 풀어주는 장면에서만 등장하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느슨한 요소가 더러 보인다.하지만 이야기꾼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 최대로 살렸고 배우들도 혼신의 연기로 응수했다.우울함의 강도를 낮추려 원희(임원희)를 중심으로 훈련과정에 웃음 장치를 슬쩍슬쩍 밀어넣은 덕에 이들의 최후는 역으로 더 가슴시리다.그 덕에 “북으로 보내달라.”“그래도 ‘무장공비’는 너무 하잖아.”라는 등의 684부대원의 절규는 오래 남는다. 이종수기자 vielee@ ■실화와 영화 사이 실제 사건과 영화는 닮았으면서 다르다.골격은 같지만 어떤 부분은 픽션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처럼 ‘실미도 사건’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국민의 정부 이후 대북 방첩부대(HID) 등 ‘인권 사각지대’가 거론되면서 외부에 알려졌지만,재판기록 등 관련자료의 열람이 금지돼 있고 생존자도 없다.또 극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강우석 감독은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등이 등장하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래서 ‘상상의 옷’은 불가피했다. ●누가,왜 684부대를 만들었나‘1·21사태’ 직후 68년 4월 김형욱 중정부장의 지시로 창설됐고 이철호 제1국장이 운영을 책임졌다.‘684부대’란 이름도 창설시기에서 따왔다.이후 대북정책이 평화 무드로 바뀌면서 북파부대는 무용지물이 된다.영화는 이 내용을 시사만 할 뿐 구체적 인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 실미도를 탈출했나 영화에서는 교육대장이 부대원 강인찬에게 ‘해체 명령’을 슬쩍 엿듣게 해 항거하게 하지만 실화에서는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한 불만이 기폭제였다. ●요원들의 신분과 사연 강인찬이 요원으로 차출되기 전 조폭이 된 주된 이유는 연좌제로 인한 불우한 환경이다.당시 요원 가운데 이런 사연의 주인공이 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전과자가 많았지만 구체적 캐릭터는 픽션이다.또 영화에서 요원들은 인민군가를부르는데 강 감독은 “실미도 주민들은 당시 인민군가로 잠을 깼다고 증언했다.”며 “사투리를 비롯한 북한 익히기 훈련과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체포 뒤 고문에 대비해 인두로 살을 지지는 훈련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684부대가 아니라 북파부대(HID)요원의 증언을 참고한 것이다. ●부대원 31명…자폭과 생존 부원은 31명.이중 8명은 훈련 도중 죽거나 자살했고 23명이 탈출했다.15명이 자폭해 숨졌고 2명은 군·경에 피격돼 사망했으며 6명이 부상했다.이 중 2명은 병원에서 숨졌고 4명은 군사재판 뒤 바로 총살됐다.영화에서는 탈출한 28명이 전원 자폭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 현대경영권 분쟁 전면전

    현대경영권 분쟁이 ‘진실게임’을 넘어선 전면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과 KCC는 석명서와 사내 이메일,공식 기자 회견,보도자료,신문광고 등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서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전면전으로 맞서고 있다.경영권 다툼의 ‘승패’를 좌우할 법원의 KCC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일부 네티즌은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가계의 친일경력까지 들고 나왔다. 현 회장측은 8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석명서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반박문에서 “KCC측은 처음부터 현대그룹 탈취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며 정 명예회장이 지난 3일과 8일 신문광고 등을 통해 발표한 석명서를 정면 비판했다. 이어 “정 명예회장은 90억원 추가 담보 제공 당시 정몽헌 회장 소유의 자택과 김문희씨 소유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의 담보 제공을 요청했다.”며 “당시 정몽헌 회장은 용인의 임야를 제공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측은 “정 명예회장이 확보한 290억원의 자금(담보분)은 유가족이 상속을 포기하면 정몽헌 회장의 차입금을 대신 갚고 구상권을 행사해 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KCC측은 현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담보권 실행을 서둘러줄 것을 해당 금융기관에 요청했었다.”고 덧붙였다.반박문은 “김문희씨가 유가족 상속 확약서까지 작성했는데 지분의 즉각 증여를 요구한 것은 증여세 부과(약 50%)로 현 회장의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정 명예회장은 지난 2일 무려 13장 짜리 석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8일부터 같은 내용을 담은 일간지 광고를 게재했다. 한편 현 회장과 정상영 명예회장이 극한 대립 상태를 보일 때 정몽준 의원 소유의 현대중공업측이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해 지난달 20∼25일 KCC 지분 1.16%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또 같은달 12∼24일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 고 몽필씨의 두 딸도 KCC 지분 1.02%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던 범 현대가의 일부가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 와중에 급락한 KCC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 방어에 도움을 주면서 이들이 KCC 편에 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 등은 주가 급락을 막아 달라는 KCC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것일 뿐 형제들 사이의 편 서기 등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주 청약 공모가격이 3만 2800원으로 결정됐다.무상증자 배정 비율을 감안하면 1주당 실제 평균 공모가는 2만 5600원이 될 전망이다. 김성곤 김미경기자 sunggone@
  • “SK이사진교체” 선언 파장/1800억 투자 소버린 ‘47조 SK’ 삼키나

    소버린이 SK㈜의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첫 경영권 탈취 시도여서 주목된다.소버린측은 특히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표 대결에 나설 계획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소버린측이 이사진 교체에 성공할 경우 1768억원을 투자한 외국 펀드에 의해 자산 47조원(지난해 말 기준) 규모의 기업집단의 경영권이 송두리째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SK측은 소버린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권 방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어서 양측은 내년 3월 정기주총 때까지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SK는 “우리는 지는 게임 안한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새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현 경영진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년 정기주총에서 SK측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일선 퇴진을 SK가 받아들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SK(주)의 최대주주는 최씨 일가와 SK계열사들이다.이들의 보유지분은 총 15.93%.반면 소버린은 14.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외형상 SK가 유리한 형세다. 그러나 소버린은 외국인 투자가와 국내 소액주주들을 규합할 계획이어서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다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0.4%가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표 대결이 가시화될 경우 SK가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겨 우호지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소버린이 내년 주총서 우리와 표 대결을 하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지는 게임은 안하다.”며 “현재 SK그룹은 오너일가와 계열사 및 자사주 등을 포함해 30% 이상의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버린도 자사주 활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제임스 피터 대표는 “표 대결시 우호세력을 미리 확대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가와 국내 소액주주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버린의 진짜 속내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소버린측은 자신을 단순한 투자가이지 경영권 확보에는 관심이 없음을 강조했다.이와 함께 SK 경영진과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제임스 피터는 이와 관련,“자사 관계자들이 최태원 회장과 만나 여러가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표 대결을 하겠지만 자신의 목적을 충족시켜 준다면 이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그린 메일’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측이 경영권보다 SK(주)의 ‘몸값’을 높여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다.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투자분석부 과장은 “현재 SK(주)주가가 낮은 편이다 보니 소버린측이 주주권리 행사를 통해 주가를 높인 뒤 비싸게 받고 팔려는 것 같다.”면서 “경영권에 관심이 있었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지분을 더 사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경쟁으로 들어가나 제임스 피터는 “아직까지 우호세력을 통한추가 지분 확보는 없었다.”고 밝혔다.그러나 향후 계획은 언급을 꺼려 추가지분 확보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SK는 일단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관계자는 “대주주의 주주권 행사에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당분간 협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버린측이 표 대결을 천명한 이상 SK도 향후 전략에 따라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 김경두기자 golders@
  • ‘DJ내란음모’ 재심 결정

    지난 80년 신군부의 조작으로 ‘5·18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이듬해 사형이 확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심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신영철 부장)는 17일 “81년 1월 내란음모 등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김대중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의 재심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5·18 민주화운동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위나 당시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저지 및 반대하는 행위로 유죄가 확정된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김 피고인의 범죄사실 일부는 이 법률이 규정한 특별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5·18 내란음모 사건은 80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정권을 탈취하면서 5·18 광주민주화 항쟁이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됐다고 조작한 사건이다.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고,고 문익환 목사와 이문영 교수는 1심에서 징역 20년,김상현·이해찬·설훈 의원은 징역 10년 등을 받았다.김 전 대통령을 포함해 26명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문 목사 등 25명은 지난 2000∼2002년 모두 법원에 재심을 청구,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재심을 청구하지 않다가 지난달 2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신청서에서 “12·12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후한 신군부의 헌정질서 유린은 전두환·노태우 재판에서 명백히 위법임이 드러났다.”며 재심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현대家 ‘경영권분쟁’ 일단 봉합

    현대그룹이 당분간 무늬만 ‘현정은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9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현 체제를 존중하며 현 회장과 협력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이로써 현대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둘러싼 현대가(家)의 분쟁은 일단 봉합됐다.정 명예회장이 겉으로 현정은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탈취했다.’는 세간의 도덕적 비난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현대그룹의 맥을 이어가겠다.’며 사실상 ‘섭정’ 의지를 밝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KCC ‘가신 청산’ 들어가나 현대그룹의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 등 후폭풍이 점쳐진다.정 명예회장이 그룹에 대한 영향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경영진을 포진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그룹 경영전략팀 김재수 사장과 현대택배 강명구 회장 등 가신그룹으로 대표되는 현 경영진의 청산론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명예회장은 가신그룹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이끈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으로 보고 가신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당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업무파악이 끝난 후에는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시키지 않겠느냐.”고 밝혀 ‘가신 청산론’을 뒷받침했다. ●현대그룹 안도속 긴장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일단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현 회장은 “독립 경영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현 회장이 이번 주초 정 명예회장과 만날 경우 오해를 풀고 정 명예회장의 담보 빚 상환과 그룹의 향배 등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분쟁 불씨’ 여전히 남아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가신그룹 ‘손보기’ 등 섭정이 현실화될 경우 양측의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범 현대가의지분매집은 현 회장과 가신그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면서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KCC측의 행보에 대한 현대차의 ‘브레이크’도 예사롭지 않다.KCC측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범현대가의 일원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현대차측은 ‘집안 분쟁에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발끈하고 나섰다.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몽구 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만난 일도,전화 통화한 일도 없는 만큼 이번 문제와 관련,정 명예회장과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정몽준 의원의 한 측근도 “정 의원은 정 명예회장과 돈독한 사이로 가신들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수인 현 회장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겠느냐.”며 KCC측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임을 시사했다. 김성곤 김경두기자 sunggone@
  • 대선자금 공방 / 민주당 우리당 주장 노캠프 4대 의혹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선자금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민주당은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자금 회계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하면서 허위 회계처리 등 4대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이와 함께 “오늘은 맛보기일 뿐,놀랄 만한 게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불법 SK비자금 100억원 수수 문제가 희석되고,범여권의 분열이 가중된다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민주당의 일부 실무자는 노관규 당 예결위원장의 발표가 신빙성이 약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128억원 허위 회계처리했는가 노 위원장은 이날 열린우리당으로 간 이상수 전 대선 총무본부장이 민주당 경리국에 지시,대선자금 128억 5000만원 상당을 허위 회계처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의원들은 물론 사무처의 상당수 실무급 인사들이 반노(反盧) 성향을 보여 회계문제가 당 경리국장과 친(親)노무현 성향인 선대위의 재정국장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회계감사 결과 73억 6000만원상당을 대선 선대본부에서 임의로 사용한 뒤 중앙당에서 당무비용으로 사용한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됐으며,중앙당 통장 명의를 빌려 34억 9000만원을 자금세탁,선대위 재정국에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또 20억원을 중앙당에서 차입한 것으로 허위 회계처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재정국장이었던 열린우리당 김홍섭 총무팀장은 128억원 부분은 명백한 허위로 73억원은 정당활동비로 선거 때 지급한 돈이고,회계보고 때 정당 회계에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34억원은 시·도지부에서 중앙당 경리국을 통해 선대본부에 들어와 회계보고를 했고,20억원은 지난해 11월27일 선거운동개시일 전에 차입한 것으로 정당활동비에 산입,선관위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무정액 영수증,거액 조달수단? 민주당측은 이상수 의원이 가져간 제주도지부후원회 무정액 영수증 363장의 문제점을 강조했다.이 무정액(無定額·액수를 적지 않음) 영수증은 1억,혹은 2억원도 기재하여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700억원대의 불법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는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이 공개 및 반환을 거부하면 363장의 영수증 속에는 엄청난 대선자금 비밀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즉 이 영수증들을 SK비자금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영수증으로 발급했거나,당선축하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을 받아 변칙처리하고 은폐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금 편법 처리 노무현 후보 선대위는 지난해 12월 초 민주당 중앙당에서 모금한 후원금 149억여원을 4개 시·도지부 후원회 명의의 영수증을 이용해 편법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민주당 서울·경기·인천·제주 등 4개 시·도지부에 따르면 후보단일화 직후 선대위 요청으로 후원금 영수증을 넘겨줬고 ▲서울 42억여원 ▲인천 36억여원 ▲경기 41억여원 ▲제주 29억여원 등으로 분산 처리됐다.특히 이상수 의원이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지부 후원회의 무정액 영수증 363장은 이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대선 축하금,잔금이 있었는가 민주당측은 이상수 의원이 올해 중앙당 경상비 조로 중앙당 경리국에 출처불명의 45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제공했는데,이 돈도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몰아붙였다.이 자금이 대선잔여금이거나 당선축하금일 수 있으며 ‘당선축하금 돈벼락’의 진위를 밝힐 열쇠라는 주장이다.또 대선 잔여금 6억 4700만원,미지급금 6억 1400만원 등 12억 6000여만원을 이상수 의원이 둘려주지 않고 있다며 반환을 촉구했다.이 돈이 우리당 창당자금으로 전용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당측은 45억원은 평소 후원회에서 모금해 쓴 것이고,중앙당 후원회에 자료가 모두 있으며,매달 당운영비로 썼다고 해명했다.45억원 제공자는 기업 및 개인이 포함돼 있으며,12억 6000만원 반환요구는 납득하기 어렵고 그중 6억원은 외상값이기 때문에 반환필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지난 1월 17억원이 제주시지부 후원회에 입금됐다며 돈세탁이나 당선축하금 의혹을 제기했지만 우리당측은 “대선기간 중 이상수 의원이 받은 후원금을 갖고 있다가 입금한 것으로, 대선잔금이 아닌 후원금이며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은 받은 뒤 1년 이내만 입금시키면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이 돈 역시 당 경상비로 썼고,모두 영수증처리했다는 것이다. ●남겨진 3개 문서상자가 단서? 민주당이 이날 결정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당 관계자가 실수로,혹은 미필적 고의로 대선자금 관련 장부 세 상자를 민주당에 남겨놓고 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영수증철 등 서류 속에서 지난 7월 공개한 대선자금 내역이 잘못됐다는 결정적인 단서가 포착됐고,이날 중간발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남겨진 서류속에는 대단한 내용이 있고,우리는 그 서류를 검찰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당에서 이 서류상자들을 되가져가기 위해 비밀탈취 작전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춘규 김상연기자 taein@
  • “북파공작원 자폭 영화화 배우들 다칠까 마음졸여”/‘실미도’ 촬영 끝낸 강우석 감독

    북파공작 특수부대원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실미도’(제작 시네마서비스·한맥영화) 촬영을 마친 강우석(43)감독은 살이 10㎏이나 빠졌다.강 감독은 “이렇게 힘든 영화를 왜 시작했을까.바다나 버스가 나오는 영화는 다신 안 찍겠다고 촬영내내 고민하고 다짐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배우들에게 연기를 잘 해 달라는 주문 대신 ‘어쨌거나 몸조심하라.’는 걱정을 촬영 내내 입에 달고 다녔다.지난 4월 크랭크인한 ‘실미도’는 지난달 촬영을 끝냈다.영화는,1971년 특수훈련을 받던 북파공작원들이 서울 대방동에서 수류탄 자폭을 감행한 이른바 ‘실미도 사건’을 정면으로 그렸다.당시의 대원들이 엄연히 생존해 있는 민감한 사안인 까닭에,촬영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덕분에 영화는 ‘강우석의 비밀프로젝트’란 소리까지 들었다. “취재를 거부했다는 항간의 소문들은 사실이 아닙니다.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내용과 형식이어서 그만큼 신중했던 거죠.요즘 촬영본을 주위사람들과 모니터하는데,연출 잘 했다는 말은 없이 배우들 고생이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며 다들 혀를 찹디다.” 특수부대원 설경구,정재영,임원희,강성진 등을 비롯해 교육대장 역의 안성기,기간병 역의 허준호 등이 주요 등장인물들이다.감독이 “실미도에 함께 던져진 31명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단언할 만큼 팀플레이가 절실한 작업이었다.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촬영장면은 실미도 대원들이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향하는 대목.버스를 오픈카로 만들어 사방에 카메라를 단 채 달리며 찍어야 했다.국내 최초로 ‘밤바다 장면’을 찍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다.처음엔 바지선에 조명을 달아 밤바다의 배를 찍어보려 시도했다.하지만 조류에 조명이 자꾸 흔들려 아예 ‘원정촬영’을 감행했다.“‘U-571’‘타이타닉’ 등을 찍었던 지중해 몰타의 바다세트장까지 다녀왔는데,예상 밖의 소득이 많았다.”는 그는 “우리도 욕심을 내서 끝까지 밀어붙이면 할리우드에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좋은 설정인데도 촬영이 곤란해서 빼는 일은 앞으론 없을 것”이라는 신념도 덧붙였다.그렇게 해서 들어간 순수제작비만 무려 82억원.그 큰 돈이 거의 화면만들기에 쏟아부어진 셈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기도 하는 법.그가 블록버스터 연출에만 온 신경을 다 쏟아서일까,올해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실적이 경쟁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한참 못 미쳤다.위기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삼성,대우 같은 대기업이 우르르 시장에 뛰어든 90년대 중반에는 솔직히 ‘네 영화를 죽여야 내 영화가 산다.’는 식의 우위다툼에 민감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우리가 부진할 때 CJ라도 선전해줘서 오히려 고맙죠.진심이에요.어느 쪽에서든 흥행작을 자꾸 터뜨려야 영화판 자본이 딴 데로 흘러나가지 않을 것 아닙니까.” 지난 99년 출범한 투자조합들이 활동을 마감하는 내년이면 충무로가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최근 감독,제작자 등 100% 영화인들을 모아 100억원짜리 펀드(그는 30억원쯤 투자했다.)를 조성한 것도 그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이대로 두면 내년엔 한국영화가 최소한 10편은 줄어든다.”고 예측한 그는 “새 펀드로 그만큼의 편수를 보충할 수 있다면 영화시장 규모가 현상유지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그의 8번째 연출작 ‘실미도’는 12월24일 개봉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
  • 포항 현금車 탈취 용의자 검거

    지난 20일 경북 포항의 모 은행 현금지급기 앞에서 발생한 현금 수송차량 도난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그는 도난차량이 발견된 인근 아파트 주민이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22일 오후 6시 55분쯤 포항시 남구 청림동의 화학업체 P사 앞에서 현금 수송차량 도난사건의 용의자 이모(39·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리)씨를 붙잡았다. P사 노동조합 사무국장인 이씨는 주식투자 실패로 인한 빚을 신용카드로 돌려막다 빚이 1억 3000여만원에 이르자 이를 갚기 위해 현금 수송차량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훔친 2억 9400만원 중 우선 5000여만원을 빚을 갚는데 쓴 뒤 나머지를 노조 사무실에 숨겼다.”는 이씨 진술을 근거로 노조 사무실 창고에서 2억 4400만원을 찾아냈다. 이씨는 사건 현장인 현금지급기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자녀들을 통학시키면서 현금 수송차량이 오가는 것을 자주 목격했고,사건 발생 10일쯤 전부터 현장을 답사하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씨는 차량을 훔쳐 자신이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온 뒤 돈만 챙겨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와 앞서 발생한 대전 현금 수송차량 도난 사건 등과의 관련성을 조사중이며 23일중 이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 @
  • 대전서 또 7억 현금車 털려

    대전에서 26일 현금 7억여원이 든 현금수송 차량이 또 털렸다.대전·충남에선 지난 2001년 5월 이후 2년6개월 사이 모두 현금수송 차량이 6번 털려 25억여원을 강탈당했다.이 가운데 한 차례 범인을 검거,7억 1000여만원만 회수했다. ●범행 이날 오전 8시22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 버드내아파트 1단지내 116동 앞 하나은행 현금자동지급기 부스 인근에서 7억 500만원을 싣고 서 있던 ㈜한국금융안전(KFS) 소속 현금수송 차량 서울85머 3090호 감청색 그레이스승합차가 도난당했다. 이 승합차를 몰고 왔던 KFS 소속 직원 윤모(29),주모(28),김모(26)씨 등 3명은 “부스 건너편 길가에 차를 세운 뒤 현금자동지급기 2대에 2000만원씩 채워넣고 밖을 내다보니 차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부스에서 5m쯤 떨어진 아파트 경비실 경비원도 차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쯤 가방 9개에 현금 8억 7500만원을 나눠 싣고 인근 유천동 KFS 대전영업소를 출발,버드내아파트 옆 동양아파트 현금지급기에 4000만원을 채워넣은 뒤 이곳으로 이동해왔다. ●도주 범인들은 닫힌 차문을 복제 열쇠로 따고 현금수송 차량을 탈취한 뒤 아파트 후문과 유등천변 도로를 거쳐 범행장소에서 800m쯤 떨어진 골목길의 대웅장 여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승합차 안 금고에서 현금을 빼내 달아났다. 현금은 직원들이 돈을 채워넣기 위해 가져간 1억 7000만원이 든 가방 외에 승합차내 금고안에 8개의 가방에 담겨 있었다. 도난 수송차량은 사건발생 1시간 만인 오전 9시26분쯤 경찰에 발견됐다.당시 차량내 금고는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고,돈이 들어 있던 가방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문제점 지난 1월22일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에서 현금 4억 7000만원이 실려 있던 현금수송 차량이 털린 뒤 수송 직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보강,1명은 차량을 지키도록 했으나 이후에도 경비형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금수송 차량의 도난 경보장치 리모컨이 고장나 범행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범행시 차량내 금고 열쇠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현금수송이 끝난 뒤 차량을 대전영업소 주변에 마구 주차해 이번처럼 차량 열쇠를 복제,범행에 이용하기 쉬운 점도 문제다.KFS는 현금수송 차량이 강탈돼도 영국계 보험회사로부터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범행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수사 경찰은 이번 범행장소에서 4∼5㎞쯤 떨어진 밀라노21에서 있었던 범행 수법과 동일한 점으로 미뤄 동일범에 의한 소행이나 이를 모방한 범죄로 보고 있다.또 내부자와 공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는 한편 사건현장 등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들의 명단도 파악,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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