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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의 남자’ 1000만 돌파로 본 인기 비결

    ‘왕의 남자’ 1000만 돌파로 본 인기 비결

    사극영화가 인기몰이를 하는 비결이 뭘까. 따지고 보면 한국영화의 암흑기라던 80년대도 사극영화의 전성시대였다. 방송인 조형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배우 이대근으로 상징되는 토속사극의 시대’였던 셈. 그러나 ‘왕의 남자’로 인해 두드러져 보이는 지금의 사극영화는 80년대 토속사극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려한 의상 코스튬드라마? 사극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스토리의 얼개는 다 알고 있다는데 있다. 연산군, 황진이, 명성황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대중성이나 흥행 측면에서 이 점은 엄청난 강점이다. 이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영화업계에게 솔깃한 대목이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단순하게 말해 영화는 과거·현재·미래를 다루는데 미래는 우리 역량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그러니 가까운 과거에서 더 먼 과거로 많은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또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영상세대의 환호도 큰 역할을 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사극영화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면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가 가장 많다.”면서 “영화 보러가는 게 하나의 이벤트인 상황에서 볼거리가 많다는 점은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지를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는 것. 한 제작사 관계자 역시 “사극도 ‘고증’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로만 즐기는 분위기가 굳어져 가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3∼4년 동안 붐을 타면서 거의 모든 장르가 다 시험대에 오른 한국 영화계에 사극이 좋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영상역사’의 시대? 그래서 사극영화의 핵심과제는 탄탄한 스토리의 생산에 달려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둔 영화가 늘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스캔들’과 ‘왕의 남자’는 프랑스소설 ‘위험한 관계’와 연극 ‘이(爾)’가 원작이다. 제작을 앞둔 ‘명성황후’는 야설록의 만화 ‘불꽃처럼 나비처럼’,‘황진이’와 ‘미실’은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 홍석중과 소설가 김별아의 동명소설이 각각 원작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상식을 뒤집는 재미까지 있다. 명성황후는 하급무사와, 황진이는 서경덕이 아니라 하인과 사랑하고, 미실은 방중술로 근엄한 왕들을 휘어잡는다. 이 때문에 아예 ‘사극영화’라는 말 대신 ‘영상역사’라는 말을 쓰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했다.”를 넘어서서 “영상을 통해 새로운 역사 해석을 제시했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학계에서도 관심거리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영화뿐 아니라 만화·소설·게임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어서다. 경기대 김기봉 사학과 교수는 이를 ‘역사의 대중적인 소비방식의 변화’로 봤다. 김 교수는 “‘승자는 역사를 쓰고, 패자는 소설을 쓴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만큼 공식역사가 아닌 비공식 역사, 전해내려 오는 야사가 더 풍부한 상상력을 품고 있다는 얘기이고, 이는 문화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가치”고 말했다. 역사가 대중을 가르치고 교훈을 주는 시대를 지나, 대중이 역사를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시대가 왔다는 지적이다. ●TV는 고대사로 TV도 사극으로 넘실댄다. 각 방송사들은 ‘태왕사신기’(광개토대왕) ‘연개소문’ ‘삼한지’(주몽)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를 무대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여기서도 역사적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다. 외려 사료가 부족하기에 상상력을 펼 공간은 더 넓다. 원조 한류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태왕사신기´의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은 “고증에 얽매이기보다 게임이나 캐릭터 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비쥬얼의 측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 ‘손님은 왕이시다’서 첫 주연맡은 성지루

    영화 ‘손님은 왕이시다’서 첫 주연맡은 성지루

    #제목? ‘손님은 왕이다’ #주연? 첫 주연 맡은 성지루 #역할? 순박한 이발사 안창진. 이 정도만 나열하면 어째 뻔하다 싶다. 성지루와 영화를 조합하면 대개 코미디, 조폭, 촌놈 같은 단어가 떠올라서다. 그런데 실제 영화는 이런 예상을 뒤엎는다. 개성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성지루가 드디어 주연했네.’로 끝날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성지루도 코믹배우의 이미지가 부담이었던 모양이다.20여년 넘게 연극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쌓아온 배우에게 ‘조폭’‘코미디’라는 단어는 누구보다 답답했을 듯하다. 또박또박 힘주어 강조한다.“이건 정말, 드라마거든요.”‘정말’과 ‘드라마’ 사이에 놓인 쉼표가 제법 긴 호흡이다. 그래서인지 성지루는 이번 영화에 애착이 많다.“사실 이 영화는 10대 소녀들이 ‘오빠, 나 이 영화 볼래.’할 만한 영화는 아니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 저런 가능성이 있는 배우구나.’라는 평가를 받는 게 바람입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이제 조폭이나 촌놈 역할은 그만 들어왔으면 싶다는 기대까지 슬쩍 내비친다. 그러니 공 들이지 않은 장면이 없다. 모든 장면마다 왜 그 행동과 말이 필요한지 고심한 흔적이 묻어난다. 예를 들자면 안창진이 이발소에서 협박자 김양길(명계남)에게 뺨을 맞는 장면. 그냥 때리지 말고 수십대를 때리되 속도와 강도를 점차 높이자고, 그래서 제대로 맞겠다고 먼저 나섰다. 그것도 안창진의 얼굴만 찍는 원신 원테이크로.“연극에서도요, 처음에 한두 대 맞으면 막 웃어요. 어눌한 사람이 맞으면 재밌거든요. 그런데 이게 열대 스무대가 넘어가면 공포가 돼요. 객석이 조용해지죠. 그러면서 그 인물이 관객들 눈앞으로 화∼악 당겨지거든요.”‘협박자에게 굴복하는 소심한 이발사’는 이 단 한 장면으로 완성된다. 여기에다 영화 ‘초록물고기’의 ‘셰퍼드론’을 살짝 비튼 김양길의 대사도 맛깔난다. 원조교제하려고 여관을 찾았을 때도 그렇다. 안창진이 부스럭대며 ‘∼했삼’ ‘∼하셈’ 같은 인터넷 언어가 담긴 종이를 꺼내들어 말투를 흉내낸다. 그런데 정작 대사의 내용은 ‘부모님은 니가 이러는 거 아느냐.’는 식의,‘진상’스러운 것들이다. 이것도 그의 아이디어. 원조교제를 ‘즐기는’ 안창진이 아니라 아내 전연옥(성현아)에게 눌려 지내는 안창진이 하나의 탈출구로서의 원조교제를 택했고, 그래서 어린 소녀에게도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지만 고민도 있다. 아무래도 주연에게는 흥행의 책임도 따르는 법.“영화는 시간 순으로 편집됐는데, 원래 시나리오는 시간 순을 꼬아 놔서 정말 기묘한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그래서 딱 마음에 들었는데 대중적일까 하는 고민은 있었죠. 그래서 그땐 100만 관객 예상했어요. 그런데 실제 촬영하면서 200만, 만들어진 거보니까 300만명은 가능하겠던데요. 입소문 나면 400만명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마니아 카드’ 바람

    ‘마니아 카드’ 바람

    카드업계에 ‘마니아 카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용카드가 현금을 대체하는 지불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카드 사용금액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월 신용판매액은 17조 4580억원으로 지난해 1월 14조 7000억원보다 2조 758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카드 대란’ 이후 길거리 발급 등이 사라지면서 발급 카드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02년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카드수는 4.6매였지만 지난해에는 3.4매로 줄었다. 사용액은 느는데 매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에 효율적인 마케팅은 무엇일까?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큰 유효회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략에서 나온 카드가 바로 특정 분야에 ‘미친’ 사람들을 겨냥한 ‘마니아 카드’. 대상층은 적지만 일단 회원이 되면 유효 회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상품이나 타사로의 이동이 거의 없고, 같은 취미를 가진 마니아들로 급속히 확대되기도 한다. ●축구·영화광, 팬클럽, 디카족 등에게 호소 마니아 카드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신한카드이다. 후발업체라는 열세를 ‘틈새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는 지난 7일 영국 바클레이 카드사와 제휴, 축구스타 박지성을 좋아하는 축구팬을 겨냥한 ‘신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스타카드’를 내놓았다. 신한카드측은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면 다양한 축구 관련 혜택을 주는 이 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신한카드는 최근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해 화제가 됐던 가수 ‘비’의 팬클럽 회원들을 상대로 한 ‘신한아름다운비카드’도 내놓았다. 회원증 겸용이며 충전식 선불카드인 ‘비 카드’는 사용액의 0.5∼0.8%가 적립돼 비에게 전달되고, 비는 이를 유니세프에 전액 기부한다. 삼성카드도 9일 ‘디카족’을 겨냥해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이용, 신용카드의 배경을 꾸밀 수 있는 ‘셀디(셀프 디자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출시 기념으로 3월말까지 신청하는 고객에게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현대카드와 LG카드는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와 제휴해 관람료와 외식업체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 ‘CGV마이원 현대카드M’과 ‘CGV마니아카드’를 각각 출시했다. 롯데카드 역시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볼 경우 할인해 주는 카드를 갖고 있다. 비씨카드는 독도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독도지킴이 카드’를 내놓았고, 신한카드는 제주시민을 상대로 ‘제주사랑카드’를 발급하기도 한다. ●‘매스 카드’에서 ‘멤버십 카드’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니아 카드를 놓고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트렌드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스 카드’에서 특정 그룹을 위한 ‘멤버십 카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사용하지 않으면 카드사로서는 발급비, 연회비 환급, 회원 관리비 등 지출만 쌓이기 때문에 ‘휴면 고객’ 발생 가능성이 적은 특화된 소비자를 찾아 나섰다는 설명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연예인 팬클럽을 겨냥한 카드의 소비자는 젊은층이어서 사용액은 크지 않지만 미래의 고객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부모가 매달 용돈을 충전해 주는 선불식이라 연체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절대회원수가 무의미해진 요즘 카드사의 경쟁력은 유효회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포화 상태인 신용카드 시장에서 마니아 카드는 새로운 탈출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KCC 프로농구] 주전보다 빛난 식스맨

    3년차 포워드 오용준(26·오리온스)의 올시즌 연봉은 4500만원. 루키 윤지광(4000만원)과 추철민(이상 24·3300만원)을 제외하면 팀내에서 가장 ‘몸값’이 덜 나가는 주인공이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두 시즌을 ‘개점휴업’한 대가였지만,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려대 시절 팀의 간판슈터로 활약하며 2001년 연·고전에서 51점을 쓸어담았고, 대학선발팀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 도맡아 나갔던 것은 한 동안 서랍 속 사진첩의 추억으로만 남겨 두어야 했다.팀내 포지션이 겹치는 ‘피터팬’ 김병철(33·9점)이 버티고 있고 든든한 백업멤버 신종석(7점)과 박준용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상황에서 탈출구는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시즌 오용준은 농구인생의 2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절치부심 몸상태를 끌어올린 덕분에 김병철의 발목 부상으로 잡은 ‘대타 출연’ 기회에서 120% 제 몫을 해내 김진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아 냈다. 17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LG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오용준은 선발로 출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팀내에서 두 번째로 긴 30분3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15점(3점슛 3개) 5리바운드를 낚아내 ‘특급 식스맨’ 임을 유감없이 뽐냈다.특히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선 3쿼터에서만 3점슛 2개를 포함,10점을 몰아치는 승부사 기질을 과시해 김진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안드레 브라운(26점)과 오용준이 안팎을 확실하게 책임진 오리온스가 LG를 90-79로 물리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이로써 오리온스는 이전 2경기에서 KT&G와 KCC에 연거푸 4쿼터 역전패를 당했던 악몽을 훌훌 털어버리고 LG와 함께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반면 ‘전력의 핵’ 현주엽이 단 1점에 그친 LG는 최근 6경기에서 1승5패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까지 추락했다. 동부는 부천 원정에서 ‘쌍포’ 손규완(17점·3점슛 3개)과 양경민(16점·3점슛 4개 8어시스트)의 폭발적인 외곽포를 앞세워 꼴찌 전자랜드에 85-68,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4연승의 신바람을 낸 동부는 지난달 23일 이후 25일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11일 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즐기게 됐다.반면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리 벤슨(19점 16리바운드)과 앨버트 화이트(22점)가 ‘따로 노는’ 플레이를 거듭,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체육관을 찾은 2300여명의 홈팬들을 실망시켰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내 안의 이중성’ 탈출구를 찾아서…

    ‘내 안의 이중성’ 탈출구를 찾아서…

    옛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이제 우리 문화예술계 전체를 꿰뚫는 핵심 코드가 된 것 같다. 고전을 오늘의 눈으로 읽어낸 책들이 각광받고, 국악에 첨단 현대음악의 옷을 입히는 젊은 음악가들의 활동이 눈부시다. 오는 20일부터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각각 개인전을 갖는 김은진과 써니킴의 작품들을 보면 미술계에선 이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은진은 동양적 회화의 현대화 작업을 해온 작가다. 이제까지 죽음, 희생, 구원, 치유라는 종교의 본래적 속성을 이미지화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이와는 달리 변형되고 이중적이며 혼재된 모습을 다룬다. 이빨을 드러낸 성모 마리아의 옷에 루이뷔통 로고가 촘촘히 찍혀 있고, 예수는 금빛 찬란한 관을 쓰고 있다. 조각조각 갈라지고 깨진 성모상, 모피코트나 털을 두른 돼지 등 김은진의 그림에는 옷이 중요한 기호로 작동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작가는 ‘내 안의 이중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성상 앞에서 한없이 성스러워진 내면이, 일상에 나와 수시로 타락에 빠져드는 이중성. 그래서 전시 타이틀도 ‘나쁜 아이콘’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탈출구를 모색한다. 그 방편은 가족이다.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했다는 작품 ‘김씨 가족 인형도’는 언뜻 보기에 아내가 남편·아이와 달리 거꾸로 매달려 있음으로써 화합할 수 없는 갈등을 표현한 듯 하다. 하지만 언제든지 서로 연결된 축을 통해 하나로 합치될 수 있는 길을 터두었다. 작가의 이같은 바람은 풍성하게 드리워진 양쪽 커튼 가운데 온 가족들의 이름이 씌어진 베개를 쌓아놓은 작품 ‘김씨 베개 축복도’에도 선명히 드러난다. 전통 산수화나 화조도의 첨단 버전이 나온다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완전한 풍경’전에 나온 써니 킴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첫 인상이다. 작가의 말 처럼 그림들은 ‘자연적이지 않은 자연’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는 산 또는 시내의 형이상학적 자연의 의미를 떠나, 전통자수라는 주제를 빌려 그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생성된 결과물이다. ‘교복 입은 소녀’ 이미지로 알려진 써니킴은 뉴욕에서 주로 공부하고 살아온 한인 1.5세대. 그는 두 나라 사이의 문화에서 느꼈던 이중성을 탈피하고자 전통 자수의 모티프를 참조했다고 한다. 자수와 기록사진 같은 자료들의 성질을 변용시키거나 콜라주 기법으로 조합해 팬터지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해냈다.2월19일까지.(02)2020-2055.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李총리 “국민연금 개혁 올해 결단”

    이해찬 국무총리는 5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책임장관회의에서 국민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리고, 공동연구단 등을 구성해 자영업 문제의 사회적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금년에 국민연금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국회 국민연금 개혁특위에서 해결방법을 찾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이어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만 제도의 합리성에 기초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다음 정부에 이 문제를 넘기면 참여정부가 비겁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되는 만큼,(국민연금)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특위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청와대 정책실과 국무조정실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국민연금과 관련된 논의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김 처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불안한 부문인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며 “공동연구단을 구성,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한 뒤 사회적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외교가 누비는 아이스하키 마니아

    외교가 누비는 아이스하키 마니아

    “미스터 조! 포체크(forecheck)” 주말 밤 서울 중계동에 있는 동천아이스링크에는 단호하면서도 나직한 고함소리가 얼음 공간을 끊임없이 울린다. 아이스하키 동호인팀 ‘동천 토피도스(어뢰)’의 연습장. 얼음판을 지치는 이들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함께 링크 위에서 부대끼는 ‘벽안(碧眼)의 플레잉코치’는 좀처럼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이날 따라 디펜스(수비수)들이 주춤주춤 물러서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한국 매력에 임기 두번이나 연장 사우나와 보드카,IT와 동계스포츠의 나라인 핀란드에서 온 마우리 프랑케(59)는 현재 토피도스의 코치 겸 선수다. 한국아이스하키동호인협회(KICA) 리그 최고령 선수이기도 한 프랑케씨가 이 팀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2년 9월. 동향인 카이가 지휘봉을 잡고 있어 인연이 닿았다. ‘눈과 얼음의 나라’ 출신답게 그의 핏속에는 ‘아이스하키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하도 옛날이라 어슴프레하지만, 여느 또래처럼 다섯살쯤 스케이트를 신었고, 비슷한 때 스틱도 잡은 것 같네요.”라고 첫 걸음을 설명했다. 얼음판에서 지낸 날들만 50년이 훌쩍 넘는 셈. 물론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선수 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오랜 세월을 즐기다 보니 ‘준 프로’의 경지에 올랐다. 아이스하키 퍽은 두께 2.54㎝에 지름이 7.62㎝. 작지만 방탄유리를 뚫을 정도로 엄청난 순간스피드를 낸다. 사고를 막기 위해 헤드기어와 글러브, 엘보패드, 숄더패드, 정강이보호대, 팬츠, 낭심보호대 등 장비를 갖추고 나면 그 무게가 10㎏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격렬한 몸싸움은 기본이다. 환갑을 앞둬 몸을 사릴 수도 있건만 프랑케씨는 토피도스에서 ‘1라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엄청난 체력소모 탓에 한 팀을 1∼3라인으로 나눠 수시로 교체하곤 하는데, 가장 실력이 빼어난 선수들이 1라인에 속한다. 그의 실력이 동호인 가운데 톱클래스라는 방증. 어떻게 20∼30대 젊은이 못지않은 스태미나와 기량을 뽐낼 수 있을까. 그는 “아이스하키는 격렬하지만, 힘이 아닌 밸런스가 무척 중요해요.”라면서 “한번은 경기 도중 2m 거구의 캐나다 젊은이에게 받힌 적이 있어요. 나는 균형을 잡고 멀쩡하게 서 있었지만, 그 친구는 ‘큰 대자’로 뻗었지요.”라며 에둘러 ‘비결’을 설명한다. 소위 무예 고수들이 말하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5월 허리 수술 뒤 주치의에게 ‘엄중 근신’ 명령을 받았지만, 좀이 쑤셨던 탓에 2달 만에 링크로 돌아왔다. 팀 동료들이 놀란 것은 당연지사. 지금도 강한 보디체크를 당하면 통증이 있지만, 링크에 서지 못하는 괴로움이 훨씬 크다고 했다. ●낮에는 무역전쟁 첨병으로 사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공식 직함은 주한핀란드대사관 상무참사관. 핀란드 통상산업부 소속 외교관이다. 프랑케는 “한국 시장에 투자나 진출을 원하는 핀란드 기업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일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 정보를 수집하고 특정 기업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시장조사나 파트너십 대상 기업을 물색하기도 한다. 프랑케는 2002년 2월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직업 외교관이 아닌 비즈니스맨 출신인 그는 100% 자신의 의지로 한국 땅을 밟았다. 컨테이너 하역크레인 제조사 임원이던 그는 계약 건으로 88서울올림픽 무렵부터 한국을 드나들었고, 핀란드와 사뭇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탈출구를 찾던 그는 마침 주한핀란드대사관 상무참사관 자리가 빈 것을 알게 됐고, 주저없이 지원서를 썼다. 상무참사관의 임기는 2년. 지난 2004년 1월로 첫 임기를 마쳤으나 한 차례 연장을 했다. 내년 1월 두번째 임기마저 끝나지만, 또 다시 1년 연장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요. 하는 일에도 120% 만족하고요.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한가요?”라며 해맑은 미소를 띄웠다. ●나의 사랑 한국, 한국인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살인적인 교통체증이다. 주말만 되면 역마살이 도져 교외로 나가지 않고는 못 배겼던 그에게 한국의 교통상황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등산이 그를 살렸다. 프랑케는 “다행히 서울 근교에 좋은 산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 웬만한 서울 시민보다 해박하고 뜨거운 ‘서울 예찬’을 늘어놓았다. 속초의 겨울 바다를 사랑하고, 토피도스 가족들과 함께 한 동강 래프팅을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한다는 ‘한국통’ 프랑케. 그는 언뜻 보기에도 한국인과 핀란드인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솔직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이나, 풍부한 유머감각이 너무 닮았어요. 물론 술을 화끈하게 마시는 것도 그렇고요.”라며 껄껄 웃는다. 한국인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강한 것. 프랑케는 “기본적으로 단일민족 국가이고, 똘똘 뭉쳐서 워낙 잘해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면서도 “주한 미군들이 나쁜 행동을 많이 해서 외국인 전체로 반감이 확산된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라며 나름의 분석도 내놓았다. ●핀란드로 오세요 그에게는 남은 1년여 동안 해결해야 할 ‘미션’이 있다. 한국말을 잘하는 것. 한국 친구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게다. 지금은 한글 간판을 읽을 정도의 ‘초보’지만, 지난 10월부터 핀란드대사관에서 열리는 한글강좌를 듣고 있다.“스웨덴어, 독어, 영어 등 외국어를 빨리 배운 편”이라면서 “반 년 뒤에는 토피도스 뒤풀이가 열리는 ‘돼지집’에서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할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핀란드 여행을 권했다.“꼭 여름에 오세요. 겨울에 오면 어두침침하고 심심할 겁니다.”라고 했다. 또 스키를 좋아한다면 덤으로 오로라까지 볼 수 있는 최북단 라플란드를 가보라고 추천했다.“오로라를 보면 정력이 세진다고 믿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거리지만요(웃음).”라고 덧붙였다. 그의 고향 헬싱키는 물론 ‘강추’다.“옛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도시 구석구석이 아름답고, 특히 정통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긴 뒤 마시는 ‘사우나 비어’는 정말 끝내줍니다.”라며 작별을 고했다. ■ 프랑케 참사관 프로필 ▲1946년 핀란드 헬싱키 출생 ▲학력:헬싱키공대 조선공학과 졸업 ▲현직:주한 핀란드대사관 상무참사관, 핀란드 Centaurea사 이사, 동천 토피도스 플레잉코치 ▲취미:아이스하키, 등산, 스키, 크로스컨트리, 오리엔티어링, 사우나 ▲주량:소주 1병 ▲좋아하는 한국음식:갈비, 삼겹살, 해물요리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진보의 눈으로 본 들뢰즈·박정희

    ‘진보의 위기 혹은 전망’이라는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19일 열리는 학술대회 두개는 꼭 챙겨봐야 할 것 같다.한국비평이론학회가 숙명여대 르네상스플라자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들뢰즈와 그 적들’ 심포지엄과, 진보학자들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가 연합심포지엄 마지막 순서로 중앙대 문과대에서 오후 4시부터 여는 박정희 재평가 집담회다. 알려졌다시피 ‘들뢰즈’는 현실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진보진영이 일종의 ‘탈출구’이자 ‘등대’로 삼았던 인물. 그러나 ‘일부 지식인들의 지적유희’라거나 ‘학문적 식민성을 드러내보인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박정희’ 역시 요즘 진보진영에게는 ‘먹잇감’이라기보다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 두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현란한 말보다 구체적 행동을” 들뢰즈 심포지엄에서는 단연 오길영 충남대 교수가 눈길을 끈다. 오 교수는 노골적으로 들뢰즈 열풍과 그에 편승한 지식인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특히 포스트모던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에게는 “몇몇 지식인만의 공동체를 주저없이 코뮌주의라 부를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오 교수는 이들에게 “현란한 수사만 늘어놓을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고민하라.”고 쏘아붙인다.그는 한국지식인들이 들뢰즈의 ‘유목주의’와 그 정치적 변형인 네그리의 ‘자율주의’를 듬뿍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다고 지적한다.현실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남는 건 결국 ‘주체의 탈주와 욕망’을 강조하는 일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몇몇 선진적 지식인들의 모임을 코뮌주의라고 자화자찬하는 상태에 이른다. 오 교수에게 이런 것들은 공허 그 자체다.이를 테면 “누군들 자본주의에서 탈주해 자율적인 삶, 시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을까.”라고 되묻거나 “자본주의 현실에서 자율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른다.”고 비판한다.누구나 한번쯤은 자본주의 현실에서 탈출해 자율적으로 제 욕망에 따라 살고 싶어하지만, 지금 당장 사무실과 공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오 교수의 이런 주장으로 인해 토론에서는 상당히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이정우 철학아카데미원장, 조정환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처럼 들뢰즈·네그리를 적극적으로 옹호·소개해온 소장 연구자들도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비평이론학회는 청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한다. 총무이사인 김상률 숙대 영문과 교수는 “들뢰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연구자와 청중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정희 끌어안기? 박정희 재평가 집담회에서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이영훈(서울대)·임지현(한양대)교수의 주장을 요약한 뒤 반박한다. 이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 착취를 부정하고, 임 교수는 저항하는 민중을 신화로 규정한다.조 교수는 때론 타협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항하기도 하는 민중과 독재·재벌간 밀고당기기 싸움으로 해석하려 든다.그러나 이 논쟁은 이미 계간지나 학술전문지 등을 통해 몇차례 소개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집담회는 80년대 진보이론의 허브였던 학단협이 주최하는 행사다. 그런 만큼 포인트는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될 듯하다. 이 때문에 조 교수의 발제 자체보다 이병천(강원대)·임지현(한양대)·손호철(서강대)·윤해동(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질 토론에 더 눈길이 간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새영화] 실종된 딸을 찾기위한 사투 ‘플라이트 플랜’

    할리우드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개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한편의 화제작이 기다린다.‘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11일 개봉)은 이색적인 공간 설정이 구미를 당기게 만들고 보는 스릴러물이다. 상상해 보자. 고공비행 중인 대형 비행기 안에서 어린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비행기 내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데, 아이의 행방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기내의 소동이 계속되자 승객들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승무원들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게 되자 엄마는 전사가 돼간다. 영화는 ‘낯섬’과 ‘익숙함’을 배합해 감정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비행기를 무대로 삼았으되 하이재킹 테러극이 아니란 점만으로도 신선미가 돋보인다. 탈출구 없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주인공(그것도 여주인공)과 범인이 지능게임을 벌인다는 참신한 상황설정에, 모두의 감성 아킬레스건인 모성을 자극하려는 기획의도가 선명하다. 조디 포스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삶의 질서를 송두리째 잃어 버린 여자 프랫 역. 탑승자 명단에서 6세 딸의 이름이 지워져 버린 기막힌 음모 앞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영화는 극중 그녀의 직업을 비행기 설계사로 설정했다. 여유있는 관객이라면 촘촘한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챙길 수 있을 듯. 처음부터 모녀의 주변을 맴돌던 기내 보안관(피터 사스가드), 냉랭한 승무원들, 수상한 눈초리의 아랍인 등이 유괴 용의자로 동원된 드라마는 미스터리 상황극의 묘미까지 살렸다. 조디 포스터의 전작 ‘패닉 룸’, 올 초 개봉한 비행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와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감상의 선도를 떨어뜨릴 여지는 있다. 인디영화를 찍어온 독일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성 “맨U 운명 내 발끝에”

    지성 “맨U 운명 내 발끝에”

    ‘신형엔진’ 박지성(24)이 ‘맨체스터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위기에 빠졌다. 탈출구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LSOC릴과 갖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D조 4차전 원정경기다. 위기 탈출의 막중한 역할이 ‘예비 캡틴’ 박지성에게 주어진 것. 맨체스터는 지난달 29일 중위권 미들즈버러에 1-4의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며 리그 6위로 추락했다. 이후 맨체스터 팬들은 퍼거슨 감독의 후임을 공공연히 거론하는가 하면 리오 퍼디난드, 대런 플레처 등을 싸잡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박지성은 이날 평점 6으로 팀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이긴 했지만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는 비판에서 비켜나기는 힘들다. 만약 릴에마저 패할 경우 퍼거슨 감독의 퇴임 압박은 거세질 터이고, 퍼거슨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박지성도 한묶음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물론, 유로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위해서도 프랑스 명문팀 릴을 반드시 잡아야 할 처지다. 맨체스터는 현재 1승2무로 벤피카(포르투갈·1승1무1패), 비야레알(스페인·3무)을 근소하게 앞서 조 1위다. 릴에 패할 경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지난달 19일 홈경기에서는 라이언 긱스의 광대뼈 부상, 폴 스콜스 퇴장 등 악재가 겹치며 0-0으로 힘겹게 비겼다. 맨체스터로서는 스콜스와 긱스의 미드필드 공백을 메워줘야 할 박지성과 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풀리며 복귀하는 ‘천재 악동’ 웨인 루니(20)에게 팀 운명을 맡겼다. 특히 박지성은 릴과 1차전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던 경험이 있어 선발 출장해 개인과 팀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무패 행진(11승1무)중인 ‘공공의 적’ 첼시와 오는 7일 맞닥뜨려야 한다. 시즌 개막 전 첼시의 유일한 ‘대항마’로 지목됐던 맨체스터가 첼시에 첫 패배의 수모를 안기며 일어서기 위해서는 박지성의 활약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0·26재선거 與 전패] 10·26재선거이후 정국전망

    [10·26재선거 與 전패] 10·26재선거이후 정국전망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4곳을 싹쓸이함으로써 여야 지도부의 위상을 비롯, 향후 정국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 4·30 재·보선에서 ‘23대0’ 참패에 이어 또다시 전패(全敗)한 열린우리당은 심각한 민심 이반을 재확인했다. 여권으로서는 향후 정국 운영 방식에 궤도 수정을 하든지, 아니면 또다른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당장 문희상 의장 등 지도부 책임론이 강하게 몰아닥칠 전망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박풍(朴風)’의 위력이 건재함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면서 ‘정체성 논란’ 등에서 대여 공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 명암 교차 여야 지도부의 앞길에는 명암이 교차하게 됐다. 이는 여야 대권주자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에서는 대선 예비주자들간의 대권 경쟁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리전’ 성격인 대구 동을에서 자신의 ‘복심’인 유승민 후보가 당선됨으써 당 운영을 비롯, 대권 가도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공천 결과에 반발, 홍사덕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기 광주에서도 승리, 공천 후유증을 ‘간신히’ 잠재우며 지도부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호재에 힘입어 박 대표는 최근 ‘상한가’를 달리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견제할 토대를 마련, 대권가도에서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문희상 체제’에는 적신호가 울렸다. 물론 지도부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전 초반부터 선거결과와 당체제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질 것이 뻔하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는 ‘인책론’과 ‘대안부재론’을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예비 대선주자들의 조기 복귀론과 맞물려 치열한 당내 세력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이 수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포스트 연정 구상’을 내놓을 지가 주목된다. 지도체제 개편 시기와 관련해 오영식 공보 부대표는 “선거 결과가 안 좋을 경우 내부에서 인적 체제정비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더라도 국민의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여 공세 수위 높일듯 한나라당은 잇단 재선거 완승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정국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를 ‘민의의 심판’으로 해석하면서 ‘정체성 논란’과 관련,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전여옥 대변인이 논평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읽고 국민의 심판에 무릎 꿇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사안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여권의 대응 여부에 따라 정국이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번 재선거가 일시적 ‘마취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종수 박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스포츠 포커스] 위기의 씨름, 스모서 배우자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닮은꼴 스포츠 일본의 스모와 한국의 씨름이 처한 대조적인 현주소다. 내분과 KBS의 중계 취소로 넉달 동안 국내 대회를 열지 못하며 고사 위기에 내몰려 있는 씨름이 나아갈 길을 스모를 통해 찾아본다. ●기업의 지원과 스포츠마케팅으로 위기 탈출구 찾아야 스모에도 위기는 있었다.1990년대 중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심각한 불황이 찾아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이때 스모협회는 기업의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용과 거래처 선물용 등으로 스모 입장권을 구입하길 적극 장려한 것. 기업은 기업대로 전통 문화를 선물하며 체면을 세우고 스모협회는 협회대로 불황을 이기는 치유책이 됐다. 스포츠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스모협회는 ‘리키시’(스모 선수)들의 초상권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수건과 과자, 도자기와 부채 등 리키시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때문에 스모협회는 1927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적자운영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층 관심 이끌어야 전통 문화에서 멀어져 가는 젊은 세대의 관심은 어린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식으로 이끌어냈다. 스모협회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자주 방문해 스모가 어떤 스포츠인지 직접 시범을 보이고 학교에 ‘도효’(씨름판)를 기부하거나 국기관에서 무료로 대회를 열어줘 자연스레 미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중·장년층 관중이 대부분인 씨름과 달리 스모장을 찾는 팬층은 젊은 세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존경받는 스모 선수, 무시당하는 씨름 선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씨름과 스모에 대한 인식의 차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 탓에 모래판을 외면하는 한국의 씨름팬들과 달리 일본에서는 스모가 소중한 문화 유산이라는 인식과 함께 스모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도 높다. 때문에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기관을 찾는 팬들의 입장권 판매 수익으로 충당,54개 팀을 직접 먹여 살리는 스모협회와 달리 씨름연맹은 TV 중계권료에 운영비의 40%가량을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씨름 관계자는 “스모 선수를 존경하는 문화를 가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씨름 선수들은 둔하다고 지레짐작하거나 씨름은 촌스럽다며 은근히 무시되는 점 등이 씨름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라며 안타까워했다. #장면 1. 전국 54개 팀에 소속 선수 750∼800명.1만 1000명 수용 규모의 전용 경기장이 있고 1만 1300엔(약 10만 3000원)이나 하는 입장권이 평균 70% 정도 꾸준히 팔리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문화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 기업이 다량의 입장권 구입으로 ‘지킴이’에 앞장서는 공동 책임의식. 시간당 2000만엔(약 1억 8000만원)의 중계료를 꼬박 지불하며 전세계 안방에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영방송. #장면 2. 프로 팀 2개에 연맹 소속 선수 40여명. 전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떠돌아 다니며 경기를 열고 단돈 5000원 짜리 입장권도 제대로 팔리지 않는, 달아오를 줄 모르는 관심. 경기 불황을 이유로 있던 팀도 책임감없이 해체하는 기업과 연간 12억원의 중계권료를 내지 못한다며 중계를 포기한 공영방송. nomad@seoul.co.kr
  • [프로농구 2005] 김승현 맹활약 동부에 85-62 대승

    길고 긴 방학을 끝내고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05∼06시즌 프로농구 첫 승의 영광은 오리온스에 돌아갔다. 오리온스는 21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05∼06시즌 KCC프로농구 개막전에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한 ‘매직핸드’ 김승현(27·15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을 앞세워 ‘디펜딩 챔프’ 동부를 85-62로 대파, 산뜻한 출발을 했다. 지난시즌 TG삼보(동부의 전신)에 1승5패로 열세를 보인 것을 비롯,2002년 12월28일 이후 치악체육관에서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던 오리온스는 지긋지긋한 원정 7연패의 사슬을 끊고 달콤한 복수를 했다. 경기전 예상처럼 승부는 포인트가드 싸움에서 갈렸다. 오리온스가 김승현의 감각적인 킬패스로 골밑에서 손쉬운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나간 반면, 동부는 KTF로 옮긴 지난시즌 최우수선수(MVP) 신기성의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이적생 김상영과 강기중, 외국인선수 마크 데이비스를 번갈아 세웠지만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공배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리그 최강의 ‘더블포스트’ 김주성(18점 7리바운드·205㎝)과 자밀 와킨스(204㎝)도 빛을 잃었다. 공을 받기 위해 페인트존을 벗어나다 보니 골밑은 오리온스의 ‘용병듀오’ 아이라 클라크(23점·195㎝)와 안드레 브라운(28점 15리바운드·200㎝)의 세상이 됐다. 리바운드 수 43-27로 오리온스의 압도적 우위. 오리온스는 ‘매직핸드’ 김승현을 중심으로 짜임새있는 조직력을 선보이며 초반부터 동부를 압박했다.2쿼터 중반 김주성에게 연속득점을 허용해 30-27로 쫓겼지만, 이내 브라운의 골밑득점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오리온스는 4쿼터 중반 양경민(11점)과 이상준에게 연속 3점포를 두들겨 맞아 66-55까지 추격당했지만, 이후 4분여 동안 연속 11점을 몰아쳐 22점차로 벌리며 승부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동부는 설상가상으로 종료 2분여를 남기고 ‘대들보’ 김주성이 목부상으로 쓰러져 그늘을 드리웠다. 원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최·강·동·부’ 염원… 타오르는 원주 ‘대한민국 농구수도 원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5∼06시즌 KCC프로농구 개막전이 열린 21일 치악체육관에 걸려 있던 대형 플래카드에는 프로농구 최고 명문팀 동부를 지역에 품고 있다는 원주시민들의 자부심이 역력히 묻어났다. 늦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3400석의 치악체육관은 2시간 전에 일찌감치 매진됐고, 통로까지 가득 메운 3500여명의 관중들은 목이 찢어질 듯 “최강 동부”를 외쳐댔다. 지난시즌 평균관중 2671명을 훌쩍 뛰어넘는 뜨거운 열기. 김지우 동부 사무국장은 “36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지만, 사고를 우려해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백명의 농구팬들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린 것은 물론이다. 바깥의 스산한 날씨와는 달리 치악체육관의 수은주가 치솟은 것은 6개월여 동안 농구에 목말랐던 것도 있지만,TG삼보(동부의 전신)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연고지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우려가 많았던 탓. 지지부진한 매각 탓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사채까지 쓰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동부 프로미 선수들이 팬들의 염원대로 ‘최·강·동·부’로 거듭날지 궁금하다. 원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오늘의 눈] 기러기 아빠와 살트쇼바덴 협약/박찬구 정치부 차장

    10평 남짓한 월세 원룸에서 숨을 거둔 50대 기러기 아빠는 마지막 순간 무엇을 고민했을까.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부인과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냈다.6년간 수입의 대부분을 유학비로 보낸 고인은 최근 외로움과 금전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교육계에선 기러기 아빠가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하니, 한 가장의 죽음이 갖는 의미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자못 ‘사회적’으로 와닿는다. 공교육 붕괴와 살인적인 사교육비, 가족 해체, 경제난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 성장률의 하락 전망, 덤프·화물연대의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예고, 이공계 출신의 의·치의학 쏠림 현상 등 어제, 오늘 쏟아진 언론 보도는 가슴 한 쪽에 체증을 일으킨다.90년대 자본시장 개방과 외환위기로 심화된 양극화와 공동체의 붕괴 현상이 교육, 복지, 노동, 취업, 학문 등 우리의 실생활과 주변에서 고스란히 노정되는 셈이다.‘위기’는 생각보다 깊숙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출구를 찾기 위한 프로세서를 우리 사회가 상실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보듯 정치권이나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은 이미 ‘용량 과잉’이 돼 버렸다.‘지휘권 파문’사태를 둘러싸고 색깔론과 정체성 공방을 주고 받는 정치권의 이전투구 행태도 이같은 한계를 보여준다. 유럽의 빈국(貧國)으로 노사 갈등이 치열했던 스웨덴은 지난 1938년 정부와 노·사가 살트쇼바덴(Saltsjobaden)협약을 체결,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실현했다. 파업과 직장 폐쇄, 국유화와 소득세 인상 반대를 포기하는 대타협으로 ‘새로운’갈등 해결구조를 만들었다. ‘살트쇼바덴 정신’을 2005년 한국의 위기 상황에 접목하기 위해 정치권이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한다. 재선거나 지방선거 한두곳에 목을 맬 일이 아니다. 뿌리부터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각계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美유학생 위험한 계약결혼

    미국 유학생 사회에서 병역과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약결혼’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16일 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남가주 대학가에는 시민권을 가진 동포여성과 계약결혼을 하는 남자 유학생이 많으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결혼 대가로 1만∼3만달러의 돈까지 주고받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도 계약결혼을 하는 이유는 체류신분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대학원생인 김모(27)씨는 3개월 전 시민권자인 같은 과 한인 여자친구와 3만달러를 주고 계약결혼을 했다. 귀국 후 군 입대를 걱정했던 그가 영주권 취득을 위해 이런 편법을 택한 것이다. 김씨는 “졸업 후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과정도 복잡하고 기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며 “시민권자와 결혼하면 길어도 1년 내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어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병역·취업 문제 등으로 졸업 후 귀국 여부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심리적 부담감은 크지만 계약결혼을 ‘탈출구’로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귀국을 꺼리는 여학생들의 계약결혼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합법적인 체류신분 취득이 목적이다. 대학생 서모양은 “지금 사귀고 있는 미국인 남자친구가 체류신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며 “졸업 후 미국 체류가 결정되면 우선 서류상으로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법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에 대해 자칫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업 중인 서경석 변호사는 “위장 결혼은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나중에라도 불법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 당사자는 영주권 박탈 및 추방조치를 당하며 이에 가담한 시민권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연합뉴스
  • ‘광명 음악밸리축제’ 성공 이끈 음악평론가 박준흠씨

    ‘광명 음악밸리축제’ 성공 이끈 음악평론가 박준흠씨

    지난 주말, 경기도 광명시는 음악에 흠뻑 취했다. 강렬한 록 비트와 감미로운 포크 선율이 하루종일 광명의 하늘에 넘실거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20만 관객들은 30여년을 아우르는 한국 음악의 성찬 앞에서 내남없이 한데 어울렸다. 척박한 음악환경에서 피어난 한송이 꽃이라고나 할까. 광명을 ‘음악도시’로 색칠한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이끈 주인공은 바로 음악평론가 박준흠(39)씨다. 음악팬들에게 ‘전설’로 남아 있는 대중음악전문지 ‘서브’의 편집장이자 웹진 ‘가슴’을 이끌고 있는, 국내에 몇 안되는 음악평론가다. 이번 축제의 예술감독으로 기획과 진행 등을 도맡으면서 대중음악사를 새롭게 썼다. ●20만명 음악축제에 빠지다 광명음악밸리축제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대중음악계로서는 ‘기이’하면서도 ‘축복’ 같은 행사였다.‘음악도시 광명 3일간의 음악축제’라는 부제로 7일부터 사흘동안 ▲싱어송라이터 전문 음반사인 하나뮤직 스페셜과 밸리초이스 ▲인디뮤직 10년사 ▲민중음악 30년사라는 큰 줄기로 치러졌다. 출연진은 우리의 대중음악 역사를 모두 아울렀다. 한국 포크의 역사 한대수·조동진과 민중음악의 뿌리깊은 나무 노래를 찾는 사람들, 기타리스트 이병우, 인디밴드 허클베리핀 등 80개 팀이 함께했다. 전국에서 모인 20만명의 다양한 관객들은 이에 화답하듯 인근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주무대가 있던 광명시민운동장을 매일 가득 메웠다. 이번 축제의 부제는 ‘한국 음악창작자의 역사’다.‘좋은 음악창작자는 좋은 앨범을 만든 사람’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통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반영한다. 박씨는 “존중받아야 할 음악가들이 걸맞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한 자리에 모셨다.”면서 “음악인들도잘 모르는 노동음악가 연영석씨의 노래에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것을 보고 ‘진정성 있는 기획은 통하는구나.’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지역 문화축제의 모범 이번 축제는 음악 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더불어 지역 문화축제의 모범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광명을 음악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백재현 광명시장의 의지도 큰 몫을 했다. 광명음악밸리축제는 대공연장과 음악 유통·교육·기획시설, 클럽 등을 갖추게 될 광명의 ‘음악밸리’ 사업을 알리는 행사다. 이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이번 축제를 통해 광명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도 광명시의 ‘팬’이 됐다. 더구나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의 행사비용보다 적은 5억원밖에 들지 않았다.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사람 수가 아닌 행사의 질로 승부하는 도시 이미지 마케팅을 경험하지 못한 시의회와 관료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민중음악이나 인디음악을 하루종일 공연하면 누가 오겠냐.’는 비난이 많았다. 지역 예술단체를 앞세워야 한다는 ‘외압’도 있었으며, 예산 문제로 심야 음악영화제를 열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러나 문화기획의 전문성에 대한 주위의 신뢰가 있었기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음악은 삶을 위로할 수 있어야 박씨의 이력은 음악애호가에서 전문가로 변한 전형이다. 음악을 좋아하던 형과 누나를 둔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록의 ‘세례´를 받았다.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것도 음향 엔지니어를 꿈꿨기 때문. 결국 LG정보통신연구소, 케이블TV 등을 거쳐 95년 음악기획자 겸 평론가로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접한 고교 시절은 암흑의 80년대였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의식에 민감했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박씨는 “독재정권과 억압적인 학교 시스템을 견디는 창구가 음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삶의 일부다. 때문에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작행위도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번 축제 때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그램 등을 포함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상을 외면한 음악은 장식물에 불과하다. 나 역시 ‘왜 이렇게 생계가 힘들까.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구나.’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음악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척박한 우리나라를 정상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해야 한다. 훈장처럼 과거의 경력을 들먹이는 사람들은 허클베리핀이나 연영석의 노래를 듣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화려한 생활만을 노래하는 ‘엔터테이너’들이 점령한 가요판을 비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인디음악을 이번 축제의 중심인 토요일에 배치했다. 작품성과 삶에 대한 진정성을 겸비한 인디음악의 10주년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최근 물의를 일으켰던 펑크밴드 럭스를 공중파에 추천한 것도 그다. 앞으로의 목표는 음악 배급, 행정, 정책 등 제작인력을 키우는 것. 한국 음악계는 ‘산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돼 있다. 박씨는 “문화정책은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음악인프라 구축과 함께 대중음악이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시스템 기획자로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명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1966년 서울 출생 ▲85년 광운대 전자공학과 입학 ▲95년 LG정보통신연구소, 케이블채널 GTV 등에서 근무하다 음악평론가로 전업 ▲98년 1월∼99년 3월 대중음악 전문지 서브 편집장 역임 ▲99년 8월 음악전문서 ‘이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교보문고) 출간 ▲99년 10월 대중문화 비평 전문웹진 ‘가슴’ 창간 ▲2000년 3월∼2002년 1월 인터넷방송국 쌈넷 방송국장 역임 ▲2005년 3월 광명음악밸리축제 음악감독 취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최진실 ‘장밋빛 인생’으로 컴백

    최진실 ‘장밋빛 인생’으로 컴백

    술주정뱅이 친정아버지와 심술쟁이 시어머니 틈바구니에서 악착같이 살아보려는 또순이. 그러나 젊은 애와 눈 맞아 버린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 동생은 첫사랑 유부남을 못 잊어 위험한 사랑놀이에 빠진다. 게다가 본인에게는 암 선고가 기다리고 있다.24일 KBS 2TV서 첫 회를 선보인 24부작 미니시리즈 최진실·손현주 주연의 ‘장밋빛 인생’의 스토리다. 대강만 봐도 젠장맞을 인생인데 제목은 ‘장밋빛 인생’이다. 왜? PD와 작가는 후반부의 반전이 눈물을 줄 것이라 자신하고 있어서다. 마침 김종창PD와 문영남 작가는 ‘애정의 조건’으로 그 실력을 입증한 적 있다. 장밋빛 인생, 쓸쓸한 가을에 어울리는 최루성 드라마 제목 같기도 하다. ●최진실,“나, 복귀해도 될까요?” 한동안 젊은 여성 연예인의 탈출구가 ‘누드’였다면 최진실에게는 철저한 ‘망가짐’이 탈출구였던 모양. 짧은 파마머리에 아무렇게나 쿡 찔러넣은 머리집게, 남편 트렁크 팬티는 자신의 반바지이고, 낡은 러닝셔츠는 내복이다. 버려진 옷 주워입는 것도 예사고 제사상에 올릴 문어가 아까워 주꾸미를 산다. 사실 웬만한 가정의 자식들이라면 누구나 어머니에 대해 이런 기억 한두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터. 놀라운 것은 그 ‘맹순이’ 역할을 다름 아닌 ‘최진실’이 맡았다는 점이다. 능력있고 새침발랄한 여성의 이미지로 드라마·영화·CF를 휩쓸었던 그 때와는 천양지차다. 어렵게 자라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꾸렸건만 남편은 이제 자신을 나 몰라라 한다는 스토리도 최진실의 사생활과 비슷하다. 어찌 보면 ‘자폭’에 가까운 출연결정일 수도 있다. 제작진들은 “그렇게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면서 ‘인간’ 최진실과 ‘배우’ 최진실을 구분해달라지만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최진실 본인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 때문에 드라마 자체가 최진실 복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조성민과의 불화 과정에서 추락된 이미지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철저하게 망가지라.’는 제작진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밋빛 인생’에 출연키로 한 것이 바로 최진실의 대답인 셈이다. ●손현주 “나 또 욕먹어야 돼?” 최진실이 눈물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깊이 쌓인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준비하고 있다. 맹순이의 남편 ‘반성문’ 역의 손현주. 이 남자, 또 찐득찐득하게 군다. 이제까지는 좀 덜 떨어진 바람둥이였다면 이제는 제법 구색을 갖췄다는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래도 극중 이미지가 어디로 갈 턱 있나. 상대역 조은숙과의 식사신이나 베드신에서 코믹스러운 모습은 연기가 물 올랐다 싶다. 손현주 자신은 바람피우는 역할이기에 “찬바람 불 때까지 욕 먹을 각오 단단히 하고 있다.”지만 워낙 능청스럽고도 재밌게 역할을 소화하는 바람에 ‘각오만큼 욕을 먹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피디한 전개, 눈물바다의 전주곡? 드라마로서 장밋및 인생은 스피디한 전개가 눈에 띈다. 상황이나 인물 설정을 위한 뜸벅뜸벅 들어가는 신들은 간략하게 처리된 채 줄거리를 쭉쭉 이어나가는 점이 돋보인다. 출연 배우들 모두 연기력이 받쳐주는 사람들이다 보니 쉽게 눈과 귀에 들어오는 측면도 있다. 이런 스피디함은 극 후반부 감동을 위해 준비된 것이기도 하다. 손현주가 무언가를 깨닫고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 오게 되면서, 그 때부터 ‘눈물의 향연’이 벌어진다는게 제작진의 귀띔.“다소 통속적이고 뻔한 스토리이지만 가족이 뭔지 묻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말은 극 후반부 내용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X마스 카드 12만장을 그린 인간 옵세트

    X마스 카드 12만장을 그린 인간 옵세트

      『인간이란 초극(超克)되지 않으면 안될 그 무엇이다』란「니체」의 말에 심취, 바로「초극」을 위해 만 1년 동안에 정확히 12만 3천 장의「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낸 사나이가 있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337장의 그림을 그려낸 셈. 가위「니체」도 혀를 내두를 만한 초인적 작업량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서 선을 하는 자세로 그려 이 초인의 이름은 한 국(韓 國)(30) - 본명은 봉호(鳳浩)였으나「세상에 나와보니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아예 한 국으로 고쳐버렸다는 이 초인의 고향은 전북 완주군 용진면 산정리. 지금도 어머님이 고향에 계시다. 딸 없는 5형제 중 넷째. 국민학교 5학년 때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회람을 시키고 학교 환경정리를 도맡을 만큼「그림 재주는 남에게 알려진 것」이란다. 그러다 철이 들면서부터는「동서고금, 각종각색의 만권서적」을 독파하고 비로소「문학이란 신천지가 눈앞에 보여」시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을 빌면「일찍이 19살 때 전북대에서 특강을 한 바 있으며 지방방송국에서 장자(莊子), 노자(老子), 논어(論語) 등을 강론」했다는 것. 그리고 전주에서 20세 전후 해 시화전을 두 번 가졌다고. 『지금도 시작(詩作)은 계속하고 있다』며 빽빽이 앞뒤로 시가 쓰여진 대학「노트」10여권을 풀어 내놓는다. 나이가 들면서부터 동양철학에 깊은 흥미를 느껴 법혁경(法革經), 열반경(涅槃經), 화엄경(華嚴經) 등 불경을 읽고 다음엔 노·장 철학, 그러다 27세 되던 해 달마선사(達磨禪師)가 소림사(小林寺)서 9년 동안 면벽(面壁)하고 난 후에 쓰여진「선문염령(禪問拈領)」을 읽고 선(禪)에 심취하게 됐다고. 그림 그리는 자체가 선(禪), 하루에 10시간씩 작업 「정신과 육체의 고도의 조화」가 즉 선이라는 이 청년은 이때부터「무념무상의 경지에서」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좌선(坐禪)이 앉아 견디는 것」이듯「선화(禪畫)란 그림 그리는 자체가 선」이라는 것. 12만 3천 장이란 어마어마한 양의 그림을 그려내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지난해 모 주간지에 4만여 장의「크리스마스·카드」를 손수 그려냈다는 사람의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 새벽 4시쯤 일어나 호롱불 밑에서 시작, 5시간 그리고 아침을 먹고 나서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낮에는 충분히 쉰 뒤 밤 9시부터 시작, 12시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하루에 10시간을 그림 그리기에 소비한 셈. 최고로 많이 그려 본 것은 하루 820장. 좀「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3, 4백장을 그렸단다. 물론 가끔 쉬는 날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 서울, 전주, 산정, 세 곳을 1년 동안 전전하며(장소를 옮긴 건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서) 그려낸 그림이 모두 12만 3천 장. 가위「인간 옵세트」라 불릴 만하다. 몸엔 온통 채색 투성이고 여름이면 손바닥에 물집이 생겨 한지(韓紙)를 손바닥에 붙이고 그려야 했다. 붓을 쥔 손가락마다 굵은 못이 박히고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래도 새 기록을 세우고 싶어 작업을 계속했다. 붓을 놓은 건 11월 초순. 한간방 가득히 그림이 쌓이고서야 붓을 멈췄다. 세어보니 12만 3천 장. 처음엔 흰 종이에 동양화 소재들을 골라 그리고 때때론 추상화나 구상화도 그렸다. 그러나 묵화(墨畵)로 돌아 매란국죽(梅蘭菊竹)만 그렸다. 물론 그림마다 전혀 다를 수야 없고 비슷하게 50~60점. 그러나 가다 싫증나면 또 바꾸곤 했다.「동양화에 입체감을 준 건 내가 사상 최초」라는 이 사나이는『죽(竹)은 곧고 바른 애정의 불변성, 란(蘭)은 유현한 우정과 깨끗한 사랑, 국(菊)은 서릿바람에도 싱싱·굳은 절개, 매(梅)는 눈 속에서도 피는 깊고 높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한바탕 자랑. 「동양화에 입체감」이란 건 매(梅)에 붙은 눈송이를 짙은「화이트」로 점묘(點描), 양감(量感)을 주었다는 얘기. 게다가 이 사나이는「창조만이 예술이라고 할 때 올 데까지 다 온 현대 미술의 마지막 탈출구는 양(量)의 미학」이라며 인간「옵세트」화가 지상의 미학임을 주장하기도. 어쨌든 엄청나게 그려놓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것들을 상품화해 볼 생각이 난 거다. 그래서 시골처녀 20명을 40여 일간 동원해「예쁘게 상품화」했다.「크리스마스·카드」로 판매하겠다는 것. 이래서 4만 7천 장의「카드」가 모여졌다. 나머지 것들을 모두「카드」화 하고 싶었지만「돈이 모자라서」고향인 산정에 남겨두었다. 머리 뜨거워 쇠베개 베고 선화(禪畵)라면 그림 그린 것으로 족하지 판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으냐니까. 『그림 팔아 공공사업에 쓸 수 있지 않느냐?』며 이익금으로 고향에 도서관을 마련하고픈 게 현재로선 지상의 욕심이라고. 자신을 평해「비비파(非非派)」라고 부르는 이 인간「옵세트」는 아직 미혼-. 『현실세계에 처음 부딪쳐 본 것이 첫 사랑이었는데 결국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결혼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노라고. 학력을 밝히길 굳이 거절하는 이 청년은『「사르트르」가「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것과 같이 그런 류의 권위를 인정하기 싫어』안 밝히는 것이라고.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니까『어렸을 땐「예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젠 한국의 장자(莊子)가 되고 싶다』 한시(漢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황혼녘의 산책을 좋아한다. 체중 57kg, 키 172cm. 다소 마른 편인 이 인간「옵세트」는 뒷머리가 뜨거워 베개를 베고 자지 못하고 칼등이나 쇠붙이를 베고 자야만 잠이 든다는 괴짜. 그래도 잠이 오느냐니까『그래야만 잠이 온다』며 아예 베개마저 철제(鐵製)로 특별주문해 만들어 두었으니 올 겨울부턴 푹 단잠을 자게 되었다고-. 이 괴짜의 정신세계를 엿보기 위해 자작시 일부를 소개하면-. 심측(深測)으로 매혹(魅惑)하는 그대 눈 바라보면 악마(惡魔)도 뉘우치게 할 어떤 힘에 이끌려 아름다히 만물(萬物)을 치장하는 맑은 햇살 대하듯 천심(天心)의 원광(元光) 사위게 할 가슴속 진홍(眞紅)의 장미(薔薇)! …… 죽은 자를 되살리고 간 자 죽이던 가이없는 사랑이여! 그 고운 눈의 비밀(秘密)이란 색채(色採)짙은 내 환상(幻像) 빼고나면 그 미쳐난 화인(畵人)이여! 해골(骸骨)쪽들 어수선히 웃고 있을 뿐인가? (『반역자(叛逆者)』첫 연(聯)과 마지막 연 ) [ 선데이서울 68년 12/15 제1권 제13호 ]
  • [MLB] 찬호, 또 ‘오클랜드 저주’

    ‘오클랜드 징크스’는 깰 수 없는 벽인가.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25일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3과3분의1이닝 동안 9안타를 얻어맞고 6실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시즌 첫 3연패로 5패(8승)째를 기록했고, 방어율은 5.33에서 5.66으로 나빠졌다.LA 다저스 시절이던 1998년 6월10일 승리를 거둔 뒤 7년여 동안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8연패의 수모를 겪었다.85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구속은 148㎞에 그쳤다. 섭씨 36도의 찜통더위 속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평소보다 반박자 빠른 퀵모션과 투구패턴을 바꿔가며 ‘천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실투는 놓치지 않을 뿐더러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공도 툭툭 건드려 안타로 연결시키는 오클랜드 타자들에게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 결과 1회에만 무려 30개의 공을 뿌리며 2실점, 패전의 무덤을 팠다. 상대한 21타자 가운데 초구에 방망이를 내민 선수는 단 2명뿐. 사냥감이 지치기를 기다리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야수처럼 오클랜드 타자들은 박찬호의 숨통을 조였다. 탈출구는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승부를 벌이는 것이지만, 이날 따라 제구력은 물론 운도 따르지 않았다.7과3분의1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친 20일 양키스전과는 달리 ‘미끼’ 역할을 하는 투심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몰리거나 높게 형성돼 박찬호는 무너졌다.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톰 글래빈 같은 특급투수도 친정팀 애틀랜타에 2∼3년간 뭇매를 맞을 만큼 천적관계는 자신감의 문제”라면서 “박찬호가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는 날, 타선지원까지 맞아떨어져 오클랜드를 한번 짓누르기 전에는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조약돌을 모으러 나왔다가 파도에 휩쓸려 혼자 남게 된 무지개 물고기 이야기. 남을 배려하는 마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등을 일깨우는 그림책.5세 이상.1만 1000원.●엄마가 그린 새 그림(조미자 글·그림, 마루벌 펴냄) 아빠새, 엄마새, 아기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일상의 이야기. 서툰 듯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아주 크다.3세 이상.7600원.|초등·청소년|●102가지 질문으로 읽는 성서(데니스 도일 지음, 김경은 옮김, 다섯수레 펴냄) 신약과 구약 성서의 핵심주제와 사건들을 골라내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성서 입문서’. 성서 원문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주는 진중한 색채감의 그림들이 인상적. 초등생.1만 3000원.●너는 쓸모가 없어(카렌 쿠시맨 지음, 배미자 옮김, 다른 펴냄) 14세기초 영국이 배경. 거름더미에서 한뎃잠이나 자던 떠돌이 소녀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자기애를 갖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 초등5년 이상.8500원.|실용경제|●초우량 기업의 조건(톰 피터스·로버트 워터먼 지음, 이동현 옮김, 더난출판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3대 경영서중 한권으로 선정된 경영의 바이블. 저자들은 초우량 기업이란 평범한 기업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기업에서도 하고 있는 활동을 전혀 다르게 하고 있다고 강조.2만 5000원.●서른살 경제학(유병률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실물경제를 이해할 30대를 위한 경제서. 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시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세대인 30대에게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실천적인 전략과 안목을 키워 준다.1만 2000원.●미인은 치과에서 만들어진다(류호성 지음, 사이버 덴탈 펴냄) 치과의사의 치아교정 이야기. 고운 치아는 예부터 미의 필수조건. 치아의 건강관리, 치아배열 및 교정, 턱의 성장과정 등 얼굴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치과 파트를 자세하게 연구해 놓은 책.1만 2000원.●내 치즈는 내가 옮긴다(리처드 템플러 지음, 황정연 옮김, 한국경제신문펴냄) 성공을 향해 달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이드 북. 좋은 직업, 원만한 인간관계, 경제적 여유 같은 ‘치즈’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왜 여전히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을까?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치즈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9000원.●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녹색연합 엮음, 북센스 펴냄) 친환경 요리 북. 생명을 파괴하는 화학조미료와 가공식품에서 벗어나 자연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담은 소박한 밥상을 위한 요리법이 자세하게 정리됐다.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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