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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값싼 일자리 남발한 노동유연성의 덫

    “노동 유연성은 경제가 정상적일 때는 훌륭한 자산이지만 불황기에는 심각한 독이 됩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를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미 실업문제의 주 원인으로 지적했다. 고용주의 자의로 해고된 이들이 호황기와 달리 구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각종 경기 지표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실업 문제만큼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경제 위기와 노동 유연성이 맞물린 지금의 상황은 몇 년 전만 해도 실업문제에 관한 한 모범국이었던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값싼 노동력의 덫에 걸린 대표적인 유럽 국가는 스페인이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은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일 만큼 유럽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한때 스페인은 노동인구의 8%가 이민자일 만큼 유연한 노동시장 아래 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1~2005년 유로존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4%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스페인의 성장률은 2% 이상이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는 모든 것을 바꿨다. 비정규직은 해고 1순위가 됐고 대부분은 젊은층이다. ‘1000유로 세대’(Milleuristi)라는 서글픈 유행어가 생긴 배경도 이 때문이다. 또 채용이 줄어들다 보니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독일노조연맹의 보고서를 인용, 경제 위기로 중장년층 근로자는 물론 청년층을 위한 직업 훈련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규 학교 교육을 마친 젊은이들로서는 입사지원서를 낼 곳도, 자질을 향상시킬 곳도 없는 셈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중산층 두껍게] 비정규직 하루 333명 해고… “정규직 전환 지원 서둘러야”

    [중산층 두껍게] 비정규직 하루 333명 해고… “정규직 전환 지원 서둘러야”

    비정규직보호법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대로 두자니 비정규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유예나 기간연장으로 바꾸자니 근로자의 차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지 2년이 된 지난 1일자로 사용자는 똑같은 일을 2년 이상 해온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니면 2년이 되기전 해고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 당분간 유예할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정부·사용자 모두 명확히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장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될 수 있는 비정규직근로자 70만~100만명가량이 좌불안석이다. 지난 13일까지 노동부가 집계한 결과 실제로 8931개 사업장에서 4325명(72.5%)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1644명(27.5%)만이 법 취지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루평균 333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대책 마련은 뒤로한 채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재계는 현재의 경기침체기 속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해고할 위험이 더 크다며 2년 또는 4년간 법시행을 미루자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현행대로 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법의 보호는커녕 사용자들의 처분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법 취지대로 차별 처우를 없애는 데 노력하는 사용자에 고용됐다면 법의 혜택을 받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용자라면 똑같은 법으로 인해 실직의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업자에 해고 자제를 요청하고 사회안전망 구축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임시방편이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정부나 정치권이 선택의 범위를 너무 좁혀 놓았다.”면서 “법시행 유예나 기간 연장안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법시행 유예 또는 기간연장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채 전환지원 등 제3의 대책에는 소홀히 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이미 법이 발효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제상황 악화 등의 이유로 법적용을 미룬다면 노동시장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그는 100인미만의 사업체들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공공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 분야를 확대해 비정규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일자리 확충에 나서고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대도 심도있게 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 정치권, 노동계를 포함한 5인 회의에 참석했던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 해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별로 3만~3만 5000명 수준이다.”면서 “이 상태로 2~3년 정도 지나면 비정규직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행도 안 해 보고 법을 다시 바꾸거나 유예하자는 것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방치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정부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여보, 대단해….”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은 그녀의 여린 등을 힘겹게 쓰다듬었다. 지금 아내 차모(44)씨는 매월 5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로 창업자금 2000만원을 지원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차씨는 현재 간병파견업무, 요양보호사교육 등으로 밤 10시30분까지 근무하지만 희망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한때 남편과 음식점을 경영하며 아이 셋과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오던 차씨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빚 1억 5000만원에 집 보증금마저 잃었다. 당시 시중은행 어디서도 그녀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고리사채로 버티던 차씨는 끝내 파산을 신청, 신용불량자가 됐고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 15년간 자활센터에서 간병인으로 지내며 월 8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차에 남편마저 200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된 건 ‘마이크로크레디트’였다. “신용등급조차 없어 돈을 빌릴 수 없는 제겐 유일한 희망이었죠. 앞으로 3~4년만 더 노력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차씨는 웃었다. ●올해 상반기 1147명 창업 도와 저신용층 서민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가 정부에서 본격 시행한 지 5년째를 맞았다. 당초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계층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대출상환율은 90% 수준을 보이는 등 비교적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이용한 서민들과 전문가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빈곤층의 탈출구’로서, 노동 의지가 있는 서민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자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8월 8000만원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을 이용해 창업에 성공한 김용한(39·나눔특송 대표)씨는 “택배사업으로 현재까지 1억 9000만원을 벌었고 올 연말까지 2억 5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한다.”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만족해 했다. 김씨와 공동창업한 4명 가운데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청산했고, 또 다른 한 명도 내년 3월이면 수급자 신분을 벗을 예정. 김씨는 “열심히만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김씨처럼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금까지 이용한 사람은 2600여명 정도. 보건복지가족부의 ‘희망키움뱅크 지원실적’에 따르면 저신용자층의 상환율은 ▲2005년 86.2% ▲2006년 91.8% ▲2007년 97.7%로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창업자 수도 2005년 47개 자활공동체 189명에서 올 상반기 198개 단체 1147명으로 대폭 늘었다. ●민간단체 공급·사후관리 부족 하지만 전국적 인프라 부족으로 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자금 집행 후의 사전·사후관리 소홀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만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다만 운영자가 주로 비영리민간단체로 구성돼 공급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운영경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기금조성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이용자들도 자금운영과 교육 등 사전·사후 관리가 미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융소외자는 전체 금융권 이용자 3500만명의 20% 정도로, 경제력이 낮은 여성·퇴직자·실업자·영세사업자 등 금융위원회 추산 2004년 691만명, 2006년 721만명, 지난해 816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빌린 ‘고금리 사채빚’은 지난해 사상 첫 7조원을 넘어섰고 올 5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만명(4.9%)이나 줄었다. ●정부차원 개인 지원 크게 늘려 정부는 이들이 중산층에서 급격히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를 올해부터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희망키움뱅크사업’, 금융위가 지원하는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 올해부터는 서울시(희망드림뱅크사업)와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1514개)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활용가능 기금액도 연 3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키웠으며 수혜대상을 늘리기 위해 단체가 아닌 ‘개인’ 저신용자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복지부는 올 연말까지 저소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포함 기존 기금 연 20억원을 330억원으로 늘려 3100명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도 소액서민금융재단을 중심으로 사업시행기관을 50곳에서 200~30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용어클릭 ●마이크로 크레디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5조에 따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소외계층(신용등급 7~10급),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 자금을 빌려주고 사전·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자식·고부 갈등 老끼리는 다 통해 뭐든 들어드려요”☞거짓없고 솔깃한 공약… 금배지들 ‘空約’ 꼬집다☞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스타벅스의 변신 “와인도 맥주도 팔아요” ☞임금님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던 맛 ‘신안 민어회’
  •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화학] LG화학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화학] LG화학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중국 시장은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물량 가운데 50% 이상이 중국에서 소화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중국 진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쟁은 가히 전쟁 수준이다. 중국에 진출한 석유화학업계의 ‘맏형’ LG화학의 선전은 외국기업의 토착화와 현지화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이와 함께 중국을 넘어 아프리카 등의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석유화학업계의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규모보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성공이 중요한 것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을 쏟아 내는 중동세의 거센 공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석유화학업계의 새로운 탈출구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 중국 저장성 동부에 위치한 연안도시 닝보. 40만t급의 유조선도 정박할 수 있다는 이 항구도시에서 가장 큰 공장은 플라스틱 ‘ABS’를 생산하는 LG화학의 LG용싱 공장이다. 1998년 ABS 5만t을 생산하기 시작해 58만t 규모로 생산능력이 확대됐다. LG화학이 세계 ABS 시장의 ‘간판 기업’으로 떠올랐다. 시장점유율 17%로 경쟁업체 타이완의 치메이사를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다. ABS는 내열성과 내충격성,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이다. 전기와 전자 제품(청소기·세탁기·냉장고·세탁기)의 내외장재, 자동차 내외장재, 완구류, 잡화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이다. LG화학의 놀라운 선전은 바로 LG용싱의 성공적인 중국시장 개척 덕분이다. LG용싱은 1998년 5만t의 규모로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후 2년 단위로 증설작업을 이어가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외국 기업과 중국 생산업체들이 ABS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업체간 ‘딜러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LG용싱을 구해낸 것은 평소에 다져온 ‘고객과의 신뢰 쌓기’였다. ‘고객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는 원칙 아래 신뢰관계를 튼튼히 구축한 것이 큰 힘이 된 것이다. 중국내에서 ABS 제품은 가격 등락에 따라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LG용싱은 제품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했다. 중국 소매상인은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LG용싱도 당연히 계약을 어길 것으로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LG용싱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 수량과 가격, 납기까지 정확하게 지켜 줬다.”며 고마워했다. LG용싱의 고객은 대규모 직거래가 이뤄지는 하이얼 등의 대기업과 전국의 소규모 딜러들이다. 이들을 위해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영업사원이 직접 나서서 품질 문제와 애로사항을 처리해 준다. 이와 함께 딜러 고객과 직거래 고객들의 하청업체에 직접 원료를 보내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의 운송비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환경 변화가 심한 중국시장에서 LG용싱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은 그동안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가 가장 컸다.”면서 “지금은 우수한 품질과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현지 생산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중국과 인도, 미국, 독일 등 전세계 15개국에 생산·판매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석유화학제품과 2차 전지, 정보전자소재 관련 제품을 1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열린세상] 광장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로/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광장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로/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싱가포르는 네덜란드, 영국, 일본, 말레이시아의 지배 속에 영욕이 교차된 적도의 섬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추방당한 독립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리콴유 총리는 싱가포르를 오늘날 세계적인 허브 도시국가로 우뚝 서게 했다. 32년에 이르는 리콴유의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구축한 것이다. 14년간 고촉통 총리의 과도기적 집권과정을 거쳐서, 2004년부터는 리셴룽 총리 시대가 계속된다. 부자세습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중간과정을 거친 셈이다. 리콴유는 지금도 실질적인 국부(國父)로서 총리의 최고 멘토다. 한반도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부자세습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례가 없다. 그 세습이 몽매한 인민들의 굶주린 배라도 채워 줬더라면 그래도 최소한의 양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민들은 ‘이밥에 고깃국’은 고사하고 초근목피로 연명 중이다. 여기에 미사일과 핵무기로 중무장한 선군(先軍)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다. 정치가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두 사례에서 잘 보여준다. 세습통치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편하게 모시려는 지도자의 의지는 경제대국의 길로 인도한다.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안정된 사회를 구축한다. 국민들도 지도자를 신뢰한다. 하지만 백성들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 한 그는 더 이상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억지로 이끌어 내는 위장된 환호성은 도탄에 빠진 인민들을 기만하는 술책에 불과하다. 인간은 물질적 풍요로만 만족할 수 없는 영혼을 가진 사회적 존재다. 풍요로운 경제적 삶의 이면에 드리운 장기집권과 부자세습의 염증은 싱가포르가 해결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다. 리콴유 치적의 최대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세대는 새로운 정치적 사회적 요구를 분출시킨다. 정치적 참여의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도 관건이다. 행정의 투명성과 거버넌스 도구로서의 정보공개법에 관한 한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조차도 최하위 수준임이다. 격동의 60년을 거치면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일어섰다. 국민의 정치 참여와 행정의 투명성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제정하여 국정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통제된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하지만 외견적 민주화는 새로운 도전을 기다린다. 싱가포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북쪽에서조차도 강요된 안정성을 구가하고 있는 법과 질서는 혼돈상태다. 민주화과정에서 뿌려진 법과 질서에 대한 잿빛 추억을 벗어나지 못한다. 절차적 정의를 외면하고 실체적 정의만 추구하는 한 카오스적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광장민주주의는 아직도 그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기적 경제위기에 내몰린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는 광장에 함몰된 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광장의 목소리가 잦아져야만 대의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국회의 존재이유는 광장을 통해 표출되는 직접민주주의의 요구를 수렴하여 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그런데 서울 시청 앞에서 울려 퍼지는 광장의 소리와 민의의 대변자여야 할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이에는 벌어진 틈을 좁히기는커녕 멀어져 가기만 한다. 여의도 정치는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추적해야 할 이정표여야 한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여의도 불빛이 밝게 비춰줘야 한다. 답답한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가슴을 열고 긴 호흡을 하는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이 난국을 돌파해 줄 선지자(先知者)는 진정 없단 말인가. 가수 한영애의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라는 노래가사라도 한번 외쳐보고 싶은 심정이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 백남준의 첫 독일개인전 재조명

    1963년 3월 독일 서부도시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는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ELectronic Parnass)’이라는 내용조차 알쏭달쏭한 전시가 열렸다. 전시의 테마는 ‘성인을 위한 유치원’, ‘선(禪)수행을 위한 도구들’, ‘30%로 만족하는 법’, ‘아이디어의 물신화’ 등 16개였다. 전시는 한눈에도 기이했는데 현관 입구를 거대한 풍선으로 막아 관객들은 거의 기어들어 와야 했고 전시장 입구에는 갓 도살한 소머리가 걸려 있어 흥건한 피냄새와 가축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13대의 텔레비전을 전시장에 설치했고 4대의 피아노를 통해 음악과 소리를 공간화하고 시각화했다. 1956년부터 독일 유학 중이던 백남준의 첫 개인전으로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비디오 아트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전시다. 당시의 전시를 재창조해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라는 전시가 10월4일까지 열린다.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禪)’을 비롯해 ‘머리 잘린 부처’(1993년), ‘벽암록’(연대미상),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케빈 클라크(미국), 하비즈 텔레즈(베네수엘라), 페드로 디니즈 레이즈(포르투갈) 등 전 세계 작가들 20명이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큐레이팅한 이영철 관장은 “‘비디오아트’의 탄생을 1965년 10월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보다 2년 앞서 32살의 청년 백남준이 그것의 원천을 보여줬다.”면서 “백남준은 근대에서 현대로 탈출구를 개척한 진정한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031)201-85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한·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정종욱 월드포커스] 한·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가 또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하여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제재조치를 포함하는 결의안 1874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이에 맞서 북한이 전쟁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보리가 금지된 군수 물자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공해 상에서 검문하기로 한 데 대해 북한이 이를 전쟁행위라고 규정, 강력한 무력 대응을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 제조에서 새로운 조치들도 취했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농축 방법을 통해 우라늄 핵무기도 제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필자는 이미 지난번 칼럼에서 이러한 북한의 조치들을 예견한 바 있다. 북한이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구실로 본격적 우라늄 핵폭탄 제조의 길을 선택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에 핵폭탄이 경제적 보상을 받고 포기하려는 협상용이 아니라 체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6~7개 정도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려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도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대응은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에 압력과 설득을 병행하여 한반도의 비핵화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이 확인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기존의 6자 회담을 재가동하되 북한의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한 현실에 비추어 우선 북한을 제외한 5개국들이 모여 문제해결을 논의하자는 취지이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대한 방위공약이 재확인되었다. 북한의 어떠한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도발도 계속될 것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도 예상할 수 있고 서해 등에서 국지적 군사도발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공해 상에서 북한의 선박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벼랑 끝 전술이란 게 일단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그만두기가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탈출계획(exit strategy)이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권력승계라는 북한 내부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 탈출구를 찾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탈출구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선택에서 후자를 중시해 왔다.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여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해 주려는 것이 중국의 속내였다. 그러나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 협의 과정에서 이런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이 감지되었다. 일본을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핵무장 논의를 중국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핵주권론도 성급하다.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잘못하면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보는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정종욱 전 서울대 교수·외교안보 수석
  • [Healthy Life] (28) 다이어트

    [Healthy Life] (28) 다이어트

    주로 여성의 고민이었던 다이어트가 어느새 남녀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날씬하고 건강한 체형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끝모르게 커지고, 여기에다 비만의 유해성이 부각될수록 다이어트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오죽했으면 ‘살과의 전쟁’이라고 할까. 이런 다이어트 문제에 대해 서울대병원 교수를 역임한 유태우(신건강인센터 원장) 박사와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인에게 체중은 삶 그 자체입니다.” ●정상 체중이란 무엇인가? 사실 체중에 대한 시각은 남녀가 다르다. 남자는 보기 좋고 풍채가 있어보이면 대부분 비만이고, 비만으로 보이면 대부분 고도비만이다. 반면, 여자는 통통해 보이면 정상이고, 늘씬해 보이면 저체중이다. 이는 남녀간 지방 분포의 차이다. 남자는 주로 배와 내장에 지방이 축적되는 반면, 여자는 피하지방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정상체중은 키에 따라 다른데, 표준은 20대 때의 체중이 정상체중이라고 보면 된다. 체중은 저체중·적정 체중·정상 체중·과체중으로 구분(표)하는데, 건강과 외모를 동시에 얻고 싶다면 여성은 적정 체중을, 남성은 정상 체중을 목표로 하면 된다. ●나잇살이라는 것도 있지 않는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살이 찐다고 믿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 아니라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찐 살이다. 더러는 젊을 때와 똑같이 먹고 활동하는데도 살이 찐다고 말한다. 남성의 경우 30대 들어서면 가정과 직업을 가지면서 활동·운동량은 크게 줄고 회식은 늘어난다. 먹는 것은 2배인데 활동·운동량은 반 토막이 나는 것이다. 여자도 다르지 않다. 출산과 가사 노동에 지쳐 웬만한 곳은 차를 타려 하고 틈만 나면 눕는다. 이렇게 해서 찌는 살이 나잇살이다. ●비만도 유형이 따로 있는가? 전문의 초기에 여성들에게 많이 속았다. 얼굴도 갸름하고, 팔다리도 날씬한데 체지방이 35%를 훌쩍 넘더라. 도대체 몸 어디에 살이 숨어 있을까 궁금했다. 태생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이 많다. 남성은 체지방이 25%를 넘으면 비만이지만, 여성은 30%를 기준으로 삼는다. 남성은 지방이 내장지방으로 쌓이지만 여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하지방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각 유형에 따라 살 빼는 방법이 다른가? 살 빼는 방법은 같다. 단, 하체비만은 얼굴과 팔다리가 먼저 가늘어지는 과정을 거쳐 하체가 빠지고, 그 후에 얼굴과 팔다리가 다시 제 모습을 찾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평생 다이어트 압박감을 느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으로 안다. 기를 써서 체중을 빼봐도 며칠 새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 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남만큼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남과 같이 있을 때는 덜 먹다가도 혼자 있으면 보상심리 때문에 더 많은 음식을 먹어치운다. 그러고도 그런 사실을 잊어버린다. 셋째는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과 좌절이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빠져 나올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기합리화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문제를 모두 고려한 다이어트가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감량 가능한 한계는 3개월에 30㎏을 빼는 것이다. 따라서 체중이 130㎏이면 6개월, 160㎏이면 9개월 정도 걸린다. 그러나 이런 감량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단식이나 한 음식만 먹기, 이뇨제 등 약물 다이어트, 장 청소, 구토 등의 방법은 탈수나 전해질 이상이 따르며, 심하면 허약감과 쇼크가 오기도 한다. ●‘내몸훈련’은 생소한 방법인데…. 한마디로 자신의 몸을 의지대로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몸의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자신의 현재 모습과 능력을 인정하며, 이를 토대로 스스로 시도하면 된다. 물론, 처음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긍극적으로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시도하고 끌어가야 한다. 이 점이 핵심이다. ●더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제시해 달라.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으로 목표를 이룬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고, 그 체중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고작 1명 정도다. 이유는 ‘체중은 내 삶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잊고 일시적인 방법에 매달리거나, 의사 등 남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체중은 섭취 열량이 많으면 당연히 는다. 우리의 생활환경을 보면 소모 열량을 늘리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섭취 열량은 쉽게 늘어난다. 기를 쓰고 살을 빼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은 원래대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소모 열량이 다른데 밥그릇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걸 고치지 않으면 평생 체중과 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반식훈련이다. 어려울 것 없다. 먹는 것을 반으로 줄이면 된다. 서양식 다이어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반식훈련의 기본은 ‘먹던 것을 먹되, 평소보다 줄여 먹는다.’는 것이다. 반식훈련을 시작하면 위의 용적이 줄어 2주 후부터는 이전의 반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낀다. 반식훈련이 끝나면 체내의 지방을 끌어다 쓰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일반인은 여기에 보통 5∼6시간이 걸려 제 때 식사를 거르면 배고픔과 어지럼증, 무기력감으로 고통을 받지만 반식훈련이 된 사람은 이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로 줄어 한, 두끼 안 먹어도 별 불편이나 이상을 못 느낀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맘 먹고 위를 늘리지 않는 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반식훈련을 ‘한번에 끝내는 감량법’이라고 말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중국산 투시안경 사기 주의보 비뚤어진 자세, 질병 부른다 “김정운 16세때 사진 입수…가명 박운” 박지성 “2010년 나의 마지막 월드컵” 하반기 부동산시장 점검 5대 포인트
  • 희미한 홀안 400여명 광란의 밤

    3일 새벽 2시쯤, 서울 청담동 클럽가(街)는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찾아간 S클럽 안은 나이트클럽처럼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아니라 2층으로 나눠진 널따란 홀이 펼쳐진 전형적인 미국식 클럽구조였다. 500~600평 정도의 클럽 안은 400~500명의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 춤을 추는 이들의 눈빛은 희미했고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매주 한 차례 이곳을 찾는다는 미국인 스테파니(28·여)는 “일본, 타이완, 프랑스 등에서 생활을 해봤지만 한국 클럽이 가장 자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섹시퀸 선발대회 행사가 열리면 나체의 젊은 여성들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 위를 활보하거나, 처음 보는 남녀가 성적인 행위를 일삼는 것은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한별희(23·여)씨는 “실컷 즐기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평소와 달라진다.”면서 “오늘 밤에만 남자 넷이랑 키스를 했지만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곳의 풍경은 전날 ‘청담동 클럽파티’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한 블로그에서 유출된 사진과 거의 일치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유학생이거나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클럽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클럽 등을 철저히 연구해 인테리어도 바꾸고 음악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뒤편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여섯명의 남녀 학생들이 술에 취한 채 노점쪽으로 다가왔다. 노점상은 원래 떡볶이나 튀김 등 분식을 파는데 이맘때만 미국식 핫도그를 판다. 이들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면서 핫도그빵에 프랑크소시지를 넣은 미국식 핫도그를 먹고 자리를 떴다. 노점상 고준수(35·가명)씨는 “조기유학을 떠났다 방학을 맞아 돌아온 학생들을 상대로 여름철에만 미국식 핫도그를 판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과 해외교포들로 서울 강남의 밤이 국적불명의 유흥문화로 물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 일대에선 미국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마파티를 여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드 코어’를 테마로 한 날엔 춤이나 행동 자체가 과격해지면서 두주불사형 한국 유흥문화와 결합, 선정·퇴폐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경계인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오렌지족이 그랬듯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문화적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술과 마약 등을 탈출구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클럽문화에 익숙한 유학생·교포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술과 마약, 퇴폐 문화 등이 한국식으로 변용되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A한인상공회의소 스테판 하 회장은 “유학생들을 통해 미국적인 퇴폐문화가 수입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에 애들을 보내면 이상해져서 돌아온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자유와 방종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미국적 인식이 한국의 유흥문화와 섞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건형 김민희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 브로드웨이 불황 속 호황

    불황 중에도 ‘뮤지컬의 격전지’ 브로드웨이는 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주·제작자 단체인 ‘브로드웨이리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전년보다 많은 티켓 수익을 올리며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거뜬히 넘었다. 팍팍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현실도피가 매출에 톡톡히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2008~2009 시즌의 브로드웨이 총 매출액은 9억 4330만달러(약 1조 1932억원)로 전년도 9억 3950만달러에 비해 600만달러가 늘어났다. 판매 티켓수는 1215만장으로 지난 시즌 1227만장에 비해 적지만, 수익 규모는 더 커졌다. 같은 맨해튼 내에 자리한 월스트리트는 ‘울상’이지만 올 시즌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는 43개의 작품이 새로 막을 올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는 1982~1983년 시즌 이래 최대 규모다. 또 올해는 케이티 홈즈, 수전 서랜든 등 톱스타들의 출연이 줄을 이었다. ‘헤어’,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같은 고전 외에도 올해 토니상 1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빌리 엘리어트’ 등 신작도 골고루 사랑받았다. 브로드웨이리그의 총책임자인 샬롯 마틴은 “우리가 입증했듯이, 좋은 작품을 내놓으면 불황과 관계없이 관객은 온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조사 결과 유난히 어려운 시기에도 극장이 일상의 탈출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그리스도는 결코 웃지 않으셨네.” 움베르토 에코를 스타로 만든 ‘장미의 이름’의 한 구절. 결국 모든 살인사건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이른바 ‘희극론’. 호르헤 노수사(修士)는 이 책의 열람·유출을 막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마침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된 순간, 이를 먹어치우기까지 한다. 섬뜩한 광기. 명탐정 윌리엄 수도사도 이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묻는다. “왜 하필 이 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오?” 호르헤의 답변은 묵시적이다. “철학자의 말은 세상을 전복시켰지만, 신의 형상까지를 뒤바꾸지는 못했네. 그러나 이 책이 공개된다면, 우리는 마지막 선을 넘게 되네.” 대체 무슨 말인가. ‘희극론’과 독신(瀆神)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리무중의 윌리엄은 되묻는다. “웃음에 대해 말하는 게 뭐 그리 겁나오? 이 책을 없앤다고 웃음이 없어지겠소?” 호르헤의 대답은 무겁고 냉혹하다. “웃음은 잠시 미천한 자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지. 그러나 율법은 공포, 정확히 말해 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이 책은 악마적인 불똥을 튀겨 세상을 태울 것이고, 웃음은 공포를 없애는, 프로메테우스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로 간주되겠지.” “하지만 진중하신 교부들의 생각은 달랐네. 웃음이 천박한 자들의 낙()이라면, 이 방자함은 엄격한 규율에 의해 질책당하고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미천한 평민들은 웃음을 제어할 수 없네. 오히려 웃음을 목자(牧者)의 진지함에 대항하는 도구로 만들 뿐이지. 배와 엉덩이와 먹을 것과 더러운 욕망으로부터 그들을 이끌어내어 영생으로 인도하는 영적 목자들을 말일세.” 이글거리는 호르헤. 그가 볼 때, 세상은 엄숙해야 했다. 고행과 참회와 눈물로 가득해야 하기에. 하지만 웃음은 이를 전복시킨다. 인간을 타락한 쾌락과 천박한 유혹에 물들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을 이 찰나적인 육체적 현세에 못박기 때문이다. 그가 신의 도구를 자처하며, 그토록 ‘희극론’의 유포를 막으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녕 에코의 창작력은 출중하다. ‘희극론’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를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코가 돋보이는 것은 단연 ‘웃음’ 때문이다. 그는 소설 전체를 짓누르는 종말론과 엄숙주의를 통해, 거꾸로 웃음의 가치를 각인시킨다. “웃음이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지적 전통은 어떠했는가. 호르헤가 토해내듯,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죄인인 우리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독단이 아니었던가. 곧 웃음을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의 방종”이며 “허약함, 타락, 육신의 어리석음”의 증표로 못박음으로써 ‘웃음=무식=쾌락=육체=죄’의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 서양의 식자층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민중문화의 소멸되지 않는 웃음을 입증한 미하일 바흐친에 따르면 “오직 도그마적이며 권위적인 문화만이 일방적인 진지함을 갖는다. 강압은 웃음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진지함은 탈출구 없는 상황을 쌓아가지만, 웃음은 그러한 상황 위로 올라서서 그 상황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웃음은 인간을 구속하지 않는다. 웃음은 인간을 해방시킨다.” 참으로 바흐친이 강조하듯, 분노는 일방적이고 보복적이며 분열을 초래한다. 반면에 웃음은 차단기를 들어올리고 길을 트며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음의 광장을 확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독단적인 진지함을 통해 국민을 분노의 외길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갖가지 엄숙한 명분과 법률을 통해 비판하는 자들을 재갈물리려는 사회. 급기야 전직 대통령마저 스스로 소멸케 만드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호르헤의 저 새까만 광기 앞에서, 대체 누가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학술·종교플러스] ‘민주주의·운동·진보’ 토론회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민주주의, 운동, 진보, 이 시대의 대안인가’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연다. 정당정치와 노동운동, 인권운동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진보세력의 탈출구를 모색한다.
  • [무슨 영화 볼까]

    ■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드라마/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가스 제닝스 줄거리 198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그림을 그리며 주로 혼자 놀던 윌(빌 밀러)은 악동 리(윌 폴터)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리는 윌이 그리는 ‘람보의 아들’을 영화로 찍자고 제안한다. 주연과 촬영, 소품, 엑스트라 등 모든 작업을 둘이서 해낸다. 영화만들기 프로젝트는 학교와 교회를 오가는 답답한 일상에서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감상 유년을 돌아보게 하는 95분간의 판타스틱한 감동. ■ 사랑을 부르는 파리(로맨스/18세) 감독 세드릭 클래피시 줄거리 댄서로 일하는 피에르(로메인 듀리스)는 심장병을 앓고 있다. 누나 엘리즈(쥘리에트 비노슈), 세 조카와 함께 파리의 아파트에 사는 그는 우연히 베란다에서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 래티시아(멜라니 로랜)를 지켜보게 된다. 엘리즈는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주인 장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장의 친구 프랭키(길스 레로시)는 카페에서 일하는 캐롤린을 좋아하지만 계속해서 상처만 준다. 감상 매력적인 풍경과 인물이 넘쳐나지만 스토리가 상투적이다. ■ 스타트렉: 더 비기닝(SF/12세) 감독 J J 에이브람스 줄거리 우주를 항해하던 거대 함선 엔터프라이즈호 앞에 정체불명의 함선이 나타나 공격해온다. 이 과정에서 함장이 목숨을 잃자 커크(크리스 헴스워스)는 자신을 희생해 800명의 선원들을 구해낸다. 이날 극적으로 살아난 커크의 아들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 우연한 기회로 엔터프라이즈호에 승선한 그는 라이벌 스팍(재커리 퀸토)을 만나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감상 SF 고전 ‘스타트렉’ 시리즈의 새로운 극장판. ■ 박쥐(멜로/18세) 감독 박찬욱 줄거리 신부 상현(송강호)은 해외 백신개발 실험에 참여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게 된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소생하는데,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린다. 생명을 건진 상현에게 신봉자들이 모여든다. 그들 가운데서 어린 시절 친구 강우(신하균)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나게 된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욕망을 느끼고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감상 박찬욱 미학을 절절히 맛보는 시간. 다만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 [프로농구]KCC 강병현, 거인군단 깨웠다

    뽀얀 피부와 맑은 미소. ‘완소남’ 강병현(24·KCC·193㎝)의 몸짓과 표정에 소녀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홈, 원정을 가리지 않는 전국구 스타 강병현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여성팬뿐 아니라 허재 감독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지난 2월 말 왼쪽 허벅지 바깥쪽 근육이 파열된 탓. 서둘러 복귀하려다가 부상 부위만 키웠다. 6라운드 첫 게임만 뛴 뒤 내내 재활에 몰두했다. 분당의 한 재활센터에서 한 달 동안 산소탱크와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부상선수 속출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허 감독은 ‘강병현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꺼내 들지 못했다. 지난 8일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강병현을 내보냈지만 화를 불렀다. 10여분 동안 3점 1리바운드. 경기에서도 패했다. 다쳤던 허벅지 근육만 악화됐다. 16일 만인 22일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허 감독은 1쿼터 2분여를 남기고 강병현을 코트로 내보냈다. 삼성 수비에 막혀 좀처럼 탈출구를 못 찾던 상황. 프로 데뷔 첫 챔프전 출전이라 긴장했던 것일까. 날렵하게 코트를 휘젓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2쿼터에 6점을 넣으면서 서서히 감을 찾았다. 3쿼터는 오롯이 그의 몫. 속공 때 강병현이 찔러준 베이스볼 패스는 거푸 마이카 브랜드의 덩크슛으로 이어졌다. 3쿼터에만 3개의 속공. 이날 KCC는 스피드의 삼성을 상대로 9개의 속공을 만들어 냈다. 반면 삼성은 고작 2개. 부상으로 주전 가드 신명호가 11분밖에 못 뛴 상황에서 강병현(11점 3어시스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4쿼터 막판 결정적인 턴오버를 범해 패배의 멍에를 쓸 뻔도 했다. 아직 경기 감각이 불완전하다는 방증. 허재 감독은 “병현이가 들어와서 팀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마지막 턴오버는 아쉽지만 좋아질 것”이라면서 “4차전부턴 출전 시간을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병현은 “긴장도 되고 부담도 있었지만 즐기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몸상태는 70~80% 정도다. 감각만 찾으면 예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 2의 허재’ 강병현이 허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길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오늘의 눈] 남북의 동상이몽/김정은 정치부기자

    [오늘의 눈] 남북의 동상이몽/김정은 정치부기자

    남북 당국자들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밤늦게야 마주 앉았다. 22분간의 짧은 만남처럼 소득은 없었다. 현 정부 출범 후 첫 공식적인 대좌(對坐)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예상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남북 모두 본 접촉에서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 및 입주기업 업체들의 어려움보다는 당국 차원의 명분만을 내세웠다 북한은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 임금 현실화 ▲토지임대차계약 재수정 등의 억지주장을 내세웠다. 남과 북이 합의한 내용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았다. 그것도 일방적인 통보였다. 개성공단은 생산비 절약이 절실한 남측 중소기업들의 탈출구였다. 1인당 월평균 73달러 수준의 북측 근로자의 저임금은 입주업체들의 주요 투자요인이 됐다. 북측은 이를 놓칠세라, 이제 와서 저임금을 해소하라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저임금에 합의했을 때에는 저임금이라는 것을 과연 몰랐던 것일까. 북측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입주기업들은 임금 등 투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은 뻔하다. 특히 북측 근로자들에게 달러로 임금을 주고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고환율 시대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의 타격이 될 수 있다. 우리측 대표단이 북측에 통지한 문건의 내용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남측은 북측에 ▲개성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신병을 즉각 우리측에 인도 ▲우리 국가 원수에 대한 비방·중상 즉각 중지 등 5가지 사항을 전달했다. 북측의 일방적 통보에 대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었지만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보다 정치적 명분에만 집착한 듯하다. 남북 당국자들의 불필요한 명분론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104개 중소기업들의 피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남북 당국이 한민족에게 모두 도움되는 슬기를 모았으면 좋겠다. 기자만의 ‘희망사항’은 아니다. kimje@seoul.co.kr
  • 두 녀석, 영화 찍기에 도전하다

    두 녀석, 영화 찍기에 도전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란 기발한 영화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영국의 가스 제닝스 감독.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성장영화다. 제목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수입 시네마밸리, 배급 ㈜예지림 엔터테인먼트). 발랄하고 예쁜 감수성과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원제는 ‘Son of Rambow’로 직역하면 ‘람보의 아들’이다. 람보 패러디 영화를 찍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칙한 녀석들, 스필버그에 도전하다!’라는 포스터 카피대로 호기로운 기세가 어른 못지 않은 동심들의 필름메이킹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윌과 리의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 배경은 198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그림 낙서를 즐기며 주로 혼자 놀던 윌(빌 밀러)은 말썽쟁이 악동 리(윌 폴터)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리는 윌이 그리는 ‘람보의 아들’을 영화로 찍자고 제안한다. ‘나도 영화감독’이란 방송국 콘테스트에 출품하기 위해서다. 주연과 촬영, 소품, 엑스트라 등 모든 작업을 둘이서 해내지만, 영화는 답답한 학교와 집안을 오가는 생활에서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프로젝트는 곧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 디디에(쥴 시트럭) 일행이 끼어들면서 또다른 진전을 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의형제를 맹세했던 윌과 리의 우정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데뷔작으로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스에 비견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가스 제닝스는 두 번째 장편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마니아 영화적 성격을 지녔다면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 통하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대중성이 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제닝스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부모의 비디오 카메라를 훔쳐 영화찍기에 도전했던 어린 시절 추억담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람보’를 통해 성장기의 혼란을 잠재워나가는 것도 공통된다. 감독은 “‘람보’를 해적판을 통해 본 뒤 절벽 사이를 뛰고 나뭇가지 하나로 엄청난 부대를 상대하는 람보에게 완전히 넋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두 아역배우 윌 폴터와 빌 밀러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이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 자체라 생각될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와 관객을 매료시키는 강한 흡입력에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게다가 와이어에 매달려 추락하고 진흙탕에 빠지기 일쑤인 액션 장면들도 직접 소화해냈다는 후문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닝스 감독 자전적 영화… 국제영화제서 호평 제닝스 감독은 이 두 주인공을 찾기 위해 무려 5개월 이상 런던 남부 학교들을 헤집고 다녔다. 그동안 오디션한 배우들만 수천명이 넘는다. 이 영화로 영국 아카데미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일약 신성으로 떠오른 윌과 빌은 그야말로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자신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빌리 엘리어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영화”(영국 ‘더 선’), “‘스탠 바이 미’와 ‘아멜리에’를 합친 독창적인 영화”(미국 ‘버라이어티’) 등 찬사가 쏟아졌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도 단연 사랑받았다. 지난 2007년 선댄스 공식초청으로 처음 공개된 뒤 선댄스 최고 금액 거래라는 화제를 낳은 것은 잘 알려진 얘기. 이후에도 2008년 시드니, 멜버른, 뮌헨, 아테네 등 영화제에서 고루 환대를 받았으며, 올 3월 런던에서 개최된 ‘2009 엠파이어 어워즈’에서는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을 제치고 ‘베스트 코미디’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볼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철없는 유년시절 생각이 간절하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새달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심은하 “연예계 복귀? 아직 생각 못 해”

    심은하 “연예계 복귀? 아직 생각 못 해”

    화가로 변신한 배우 심은하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심은하는 15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 인터뷰를 통해 최근 근황을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오픈아트페어’에 직접 그린 동양화 4점을 전시한 심은하는 “결혼 전에 한참 그림을 배울 때 그렸던 작품들이 전시중이라 보러 왔다. 기분이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꼬박 2~3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는 심은하는 “선생님도 배운 기간에 비해서는 잘 따라하고 잘한다고 말씀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삶의 안정을 느끼고 싶고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졌다.”며 “빠져서 하다 보니까 내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겠냐고 묻는 질문에 심은하는 “붓을 놓은 지 오래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그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또 심은하는 본인의 출품작을 “누가 사겠냐”고 반문하면서도 천 만원 정도의 액수를 예상한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것 밖에 안 되냐.(웃음) 가격으로 매길 수 없다.며 웃었다. 연예계 복귀와 관련해 묻는 질문에 심은하는 “결혼해서 애 둘을 낳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면서 “연예계 복귀는 아직 생각 못하고 있다. 아기를 열심히 키우겠다.”고 답했다. 심은하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오픈아트페어’에 남편 지상욱씨와 다정한 모습으로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0년 4월 영화 ‘인터뷰’를 끝으로 심은하는 연예계를 은퇴해 2005년 10월 지상욱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사진제공=SBS)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주민증 교체 신분세탁 악용 우려

    지난해 정부가 대규모로 진행했던 주민등록증·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 불일치해소사업이 신분 세탁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개월 만에 6만명이 새 주민등록번호로 교체했지만 각 기관별 교체통보시스템의 미흡으로 국가가 부여한 ‘새 주민번호’를 이용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가 일치하지 않는 6만 8000명을 대상으로 특별교부세 17억원을 들여 일제 정비작업을 추진했다. 당시 전산 착오 등을 제외한 생년월일 불일치자는 6만 6457명(65.9%)이었으며 정비를 희망한 6만 7306명 가운데 90.1%인 6만 662명이 정비를 완료했다. 이들은 지역주민센터에서 하루 만에 간단한 확인절차를 거쳐 당일 주민번호를 교체했다. 주민번호 교체에 필수적인 가족관계등록부는 법원행정처가 나서 편의를 도왔다. 실제 수원·여수시는 관할 법원과 협의해 학적부 등 간단한 서류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 직권 상정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손쉬운 발급에 대해 신분 세탁을 이용한 제2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나 범법자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주민등록증 개편 작업을 악용, 새 주민번호를 이용해 신용카드 발급, 추가 대출을 받거나 새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 범죄자들로선 주민증 교체를 일종의 ‘탈출구’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또 발급 이후 주민등록 통보와 관련해 금융·수사·의료기관, 학교 등으로의 통보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이중 주민번호’가 공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공간에서 개인적으로 회원등록을 한 경우 통보해야 할 사이트가 개인에 따라 많게는 수십개가 될 수도 있어 국가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행안부 주민담당 관계자는 “은행 등에 지자체가 교체 사실을 통보해 주기도 하지만 대개 개별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회원 가입도 개인이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보보안담당 정부관계자는 “주민번호는 모든 개인신분 확인의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해당 기관에 통보를 해줘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특히 개인 간 거래에 있어 새 주민등록증을 이용한 결혼사기나 대출 등은 막을 방도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신상훈 신한은행장 “연체관리 잘하라”

    연임을 해 6년간 행장직을 수행하고 은행을 떠나는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의 마지막 말은 “연체관리를 잘하라.”였다. 마지막 월례조회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사무적이지만, 최근 경제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선배 은행원의 말이어서 눈길을 끈다. 신 행장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월례조회를 통해 “본격화되고 있는 연체율 관리에 최선을 다하라.”면서 “한시도 안심할 수 없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운영 중인 위험여신 관리제도나 기업회생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라.”면서 “연체관리 전담팀과 영업점은 서로 도와가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신 행장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 “길이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신 행장은 오는 17일 신한지주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에서 지주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으로 6년 만에 행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신 행장 후임으로는 이백순 신한지주 부사장이 내정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5080] 때우느냐, 누리느냐 당신의 노후 여가는

    [5080] 때우느냐, 누리느냐 당신의 노후 여가는

    인생의 대부분을 직장에 바치고 은퇴한 노인에겐 ‘여가’라는 말 자체가 낯설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젊은 시절 여가를 즐겨본 적도 드물거니와 무엇을 해 보려고 해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 여가 활용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아직 크게 부족하다.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집과 경로당을 오가거나 공원 등지를 배회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또래와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옛날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관, 노인 전용 호프집 등 노인 전용 업소들을 찾기도 하지만 적으나마 돈이 든다. ●경로당 고스톱 치든지 종묘공원 수다 떨든지 매일같이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 출근도장을 찍는 최모(72)씨는 ‘여가’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 혼자 살아 적적하지만 딱히 할 일도, 취미 생활을 즐길 돈도 없다고 했다. 매일 낮에 종묘공원에 나와 안면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공원 앞 포장마차에서 1000원짜리 막걸리를 사 먹는 게 김씨의 하루 일과다. 최씨는 “한겨울에는 집 밖에 나가기조차 힘들었는데 그나마 요새는 날씨가 따뜻해져 종묘공원에 나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경남 진주에 사는 박향순(75)씨는 5년 전부터 아파트 단지에 있는 경로당을 다녔다. 하지만 경로당은 단지 노인들의 집합소였을 뿐 나가도 할 일이 없어 무료하기만 했다. 그저 운동 삼아 걸어서 오고가는 게 전부였다. 박씨는 “하는 일이라고는 화투 놀이밖에 없다.”고 했다. 한때 고혈압과 중풍으로 요양원에 들어간 적이 있지만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요양원은 조금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역시 ‘기대’에 그쳤다. 박씨는 답답하고 외로워서 두달도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몸이 아파 경로당도 가지 못하고 2년 넘게 방안에서 텔레비전만 붙들고 생활하고 있다. ●금산 인삼, 영동 곶감… 특산물 유람하는 노부부 반면에 나름대로 여가 거리를 찾아 ‘황혼의 휴가’를 즐기는 노인도 분명히 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지난해 은퇴한 홍성도(61)씨는 은퇴하자마자 시골로 이사했다. 홍씨가 살던 경북 구미는 공기도 좋지 않은 데다 자녀들도 모두 서울과 대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살던 집을 처분하고 충북 옥천 외곽의 작은 아파트에서 부부 둘이 살고 있다. 부부의 공동 취미는 ‘전국팔도 특산물 유람’이다. 단순히 여행 다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다는 특산물을 찾아 ‘몸보신과 여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둘 다 소일거리로 집 근처 조그마한 땅에 상추, 고추 등을 심어 먹는 것 빼고는 하는 일이 없어 평일에 여행을 다닌다. 여태까지 금산, 영동, 영주 등을 다녀왔다. 금산에서는 인삼을, 영동에서는 곶감을, 영주에서는 포도를 찾는 식이다. 홍씨의 아내 최명옥(54)씨는 “젊었을 때 놀지 못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라면서 “일본에 온천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당일로 갖다 오는 특산물 여행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복지관은 시간이 남아 도는 노인들에게 ‘탈출구’ 같은 곳이다. 복지관에는 성, 나이, 기호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친구를 사귀면서 여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김길례(67)씨는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미용사로 변신한다. 복지관 1층에 개장한 ‘실버뷰티숍’에서 손님들의 파마와 커트를 도맡아 한다. 김씨는 ‘미용봉사자자격증’을 자신 있게 내보이며 “이 나이에 남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아주 행복하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YMCA에서 운영하는 수영교실도 다닌다. 벌써 15년째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김씨는 여가시간을 알뜰하게 즐기며 사는 자신의 삶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있잖아요.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사교춤, 스포츠, 인터넷… 요일 따라 ‘팔색조’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만난 윤복순(69)씨는 1주일이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스케줄 표를 따로 관리해야 할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다. 월요일에는 사교춤, 화요일은 스포츠, 수요일은 인터넷을 즐긴다. 매주 월요일 윤씨는 서대문 종합사회복지관에 가서 탱고, 블루스 같은 사교춤을 배운다. 여유가 있을 때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을 찾는다. 화요일에는 복지관에서 스포츠 댄스와 요가를 배운다. 윤씨는 “요가와 스포츠댄스를 시작한 이후 몸이 많이 유연해졌다.”고 뽐냈다. 다음달에는 가장 부족하다고 여기는 컴퓨터 실력을 늘리기 위해 동네 복지관 인터넷 교실에 등록할 예정이다. 그는 집안에만 갇혀 사는 노인들에게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을 원망하지 마라. 인생은 내가 가꿔 나가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여가생활 양극화… 복지관 전국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역의 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노인 여가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의 최윤숙 복지사는 “노인의 여가 활동이 양극화되고 있다.”면서 “서울과 도시 지역에만 몰려 있는 복지관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복지관은 운영 지원금조차 시민단체에서 제공해 주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곳곳에 있는 경로당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국에 5만개가 넘는 경로당이 단순한 모임터가 아닌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훌륭한 ‘취미교습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최 교수는 “경로당을 단순히 ‘노인집합소’로 방치하지 말고 약간의 예산을 투입해 노래교실, 건강강좌 등을 열면 노인들의 만족스러운 여가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이민영기자 apple@seoul.co.kr ■ 일본 고령자 대책은 불편 없는 산책로는 기본… 노인용 골프장·볼링장에 평생학습 지원까지 일본은 90년대부터 고령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고령화 문제가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간한 ‘2008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은 2007년 10월 기준으로 127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만명이나 증가했다. 총인구의 10%가 고령자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노인의 여가생활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전부터 고령자의 여건에 맞춰 레크리에이션, 관광, 취미, 문화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사업에 집중했다. 도로 블록을 낮추거나 보도 폭을 넓게 확보해 노인들이 집 밖을 나설 때부터 불편이 없도록 돕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노인 10명 가운데 4, 5명이 산책과 조깅을 즐긴다는 점에서 정책의 효용성은 매우 높다. 또 일본 정부는 ‘스포츠 활동이 곧 건강’이라는 슬로건 아래 1980년대부터 각 지자체에 노인스포츠 시설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노인용 골프장과 볼링장이 그것이다. 시설 설립에는 정부의 보조금이 지자체를 통해 지급됐다. 일본 스포츠재단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노인스포츠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60세 이상 노인의 59%, 70세 이상 노인의 51.6%가 주 1회씩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노인이 지방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여가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기반을 마련해 자립까지 연계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 도쿄의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고토엔’은 현재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고령자들을 찾아내 지역 중학교 빈 교실에서 문화강좌, 클럽활동, 레크리에이션, 체조 등의 교육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1993년 문부성이 제정한 ‘여유교실 활용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런 활동은 다른 노인과의 교류를 통해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에게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 지역과 가정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평생학습’도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여가 지원책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시(市)·정(町)·촌(村)의 지자체에 ‘평생학습담당부국’을 설치해 노인의 평생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매년 ‘전국 평생학습 페스티벌’을 개최, 노인 체험교실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전여옥 폭행사태 진짜 테러맞나 휴가 내놓고 ‘출근하시는’ 우리 부장님은 日 제삿밥 먹는 아버지 7억에 살수있는 세계의 집 미친 금값, 팔땐 왜 이리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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