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국내 입국 2만명 시대… 20~40대가 75%·평균 월급 127만원
북한 양강도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41세 김모(여)씨. 지난해 먼저 북한을 떠나 남한에 입국한 어머니의 권유로 두 아들과 함께 탈북, 지난 11일 국내로 들어오면서 2만번째 ‘북한이탈주민’(탈북자)으로 기록됐다. 김씨는 앞으로 최대 180일 동안 합동신문 및 보호결정 과정을 거친 뒤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탈북자를 위한 사회적응교육을 받게 된다.
통일부는 15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오늘 현재 2만 5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적 기준으로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9년 1000명을 넘은 뒤 2007년 1만명을 돌파했으며,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3년 만에 2만명을 넘었다. 연도별 입국자도 2000년 300여명에서 2002년 1000명, 2006년 2000명을 넘은 뒤 지난해 사상 최대인 2927명을 기록했다. 매월 244명이 입국한 셈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68%이며, 출신별로는 함경도(77%)가 가장 많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서울 남산동 여명학교를 찾아 탈북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행사에는 생존자 중 최초 귀순자인 김상모(86·1949년 입국)씨를 비롯해 정부가 1962년부터 부여한 보호번호 1번인 송창영(70·1962년 입국)씨, 1000번 황정환(47·1999년 입국)씨, 1만번 김미진(22·여·2007년 입국)씨 등이 참석했다.
2만명을 넘어선 탈북자는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통일 준비과정에서 역군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 필요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2만명이라는 규모는 남한 전체 인구의 0.04% 수준이지만, 지방 한 군의 인구 규모”라며 “이들이 전국 211개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살고 있는 만큼 가까운 이웃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40대 탈북자가 7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 취업·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2만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49%가 무직이다. 일일 노동자(39%) 외 관리직·전문직 등은 12%에 불과하다.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48.6%)과 고용률(41.9%)은 일반 국민보다 훨씬 낮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은 물론 탈북자 스스로의 취업 의지 부족과 부적응, 육아 부담, 사회보장 시스템 안주 경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127만원으로, 100만~150만원 미만이 41.4%로 가장 많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탈북자를 채용하면 기업주에게 급여의 절반을 3년간 지급하는 고용지원금제도를 시행하는 등 민간의 탈북자 채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올 9월 기준 탈북자 채용 기업은 사회적기업(탈북자가 전체 직원의 30%) 21곳을 포함, 1357개에 불과하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설립 등을 통해 탈북자 정착지원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간 협력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탈북자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