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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향민 “열차타고 北에 언제 가볼지” 박대통령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실향민 “열차타고 北에 언제 가볼지” 박대통령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에서 실향민, 탈북자들과 남북 철도 연결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의 1차 복원 구간을 직접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들과 대화 나눴다. 실향민 오문희(88)씨는 “경원선은 열네 살 때 입학시험 보러 가느라고 서울까지 그쪽(원산)에서 타 보고 광복되고는 못 탔죠. 언제라도 개통되면 원산으로 해서, 북한으로 다 가겠지만 제가 나이가 많아서…”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니에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앞당겨지도록 이번 기공식도 한시라도 앞당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위로했다. 또 탈북자 엄마를 둔 이 모(11)군에게는 “얘기를 들으니까 어머니가 임신한 상태로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서 굉장히 힘들게 고생고생해서 오셨는데 아마 ○○이한테 보다 좋은 삶을 꼭 줘야 되겠다는 모성애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해 냈을 것”이라며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태어난 학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커서 어떤 일이라도 적극적으로(노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탑승객들에게 “이 철길이 빨리 좀 북한까지 연결이 돼야겠다”면서 실향민들에게 “고향 가는 꿈이 이루어지셔요”라고 기원했다. 2012년 이미 복원된 신탄리~백마고지 구간(5.6㎞)에 이어 이번 공사는 더 북쪽 구간인 백마고지역~월정리역의 9.3㎞를 2017년까지 복원하게 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朴대통령 “경원선 철길은 통일로 가는 출발점”

    朴대통령 “경원선 철길은 통일로 가는 출발점”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오늘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해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더 나아가 경원선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은 1914년 경원선이 부설된 지 101년, 1945년 남북 분단으로 단절된 지 70년 만이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223.7㎞의 경원선 철도 복원은 이날 남측 구간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박 대통령은 “경원선이 복원되면 여수와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가 서울을 거쳐 철원과 원산, 나진과 하산을 지나 시베리아와 유럽을 연결하게 된다”면서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 미국의 신실크로드 구상과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연계시키는 창의적인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통로를 열어나가면 DMZ(Demilitarized Zone)를 역사와 문화, 생명과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비무장지대를 뜻하는 DMZ가 남북 주민은 물론 세계인의 ‘꿈이 이루어지는 지대’인 ‘Dream Making Zone’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기공식에 앞서 2012년 복원된 신탄리역~백마고지역 구간을 직접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실향민과 탈북자,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석자 등과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백마고지역에 도착해 침목에 통일 염원을 담은 서명도 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남침 땅굴, 있다니까요!” 끝나지 않는 전쟁

    [밀리터리 인사이드] “남침 땅굴, 있다니까요!” 끝나지 않는 전쟁

    1974년 11월 15일 경기 연천군 고랑포 북동쪽 8km 지점, 군사분계선 남방 1.2km 지점에서 땅굴이 발견됐습니다. 25사단 수색대 장병들이 우연히 땅 밑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보고 지하터널의 존재를 알게 된 겁니다. 본격적으로 땅을 파다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기관총 사격을 가해 우리 장병 3명이 희생됐습니다. 한미공동조사반의 우리 군 장교 1명과 미군 장교 1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폭발물 때문에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 북쪽 2km 지대는 북방한계선(NLL), 남쪽 2km는 남방한계선(SLL)으로 불립니다. 이곳은 완충지역을 뜻하는 비무장지대(DMZ)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사실상 중무장한 병력이 주둔한 각자의 영토입니다. 그런데 북쪽과 연결된 폭 90cm, 높이 1.2m, 총 길이 3.5km의 땅굴이 발견됐으니 나라가 발칵 뒤집힐 수 밖에 없었죠. 전국이 들끓었습니다. 1972년 평화통일을 최초로 언급한 7·4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벌어진 일이어서 국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마침 1973년 3월 미군과 우리 군의 베트남 철수까지 이뤄져 전국에는 ‘반공 광풍’이 불었습니다. 땅굴은 반공 포스터와 웅변대회에서 단골소재였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땅굴이 과연 하나 밖에 없을까?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DMZ 의심지역에서 시추탐사가 이뤄졌습니다. 제1땅굴 발견 4개월 뒤인 1975년 3월 19일 강원 철원군 동북쪽 13km 지점, 군사분계선 남방 800m에서 제2땅굴이 발견됐습니다. 폭 2.1m, 높이 2m로 야전 장비를 이동시킬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북한 귀순자 제보에 근거해 시추작업을 계속하다 1978년에는 판문점 남쪽 4km 지점에서 제3땅굴이 발견됐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52km 떨어진 지점에서 3만명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땅굴이 발견되자 여론이 또 들끓었습니다. 또 1990년 3월 3일 동부전선에서는 최초로 강원 양구군 북동쪽 26km 지점에서 제4땅굴이 발견됐습니다. 이후 더 이상의 땅굴은 발견되지 않았고, 안전을 고려해 출입이 차단된 제1땅굴을 제외한 나머지 땅굴은 모두 안보견학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실상의 관광지가 됐습니다. ●끝없는 음모론, 남침 땅굴설로 비화하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마지막 땅굴이 발견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또 다른 땅굴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과거 충격이 너무 컸던 걸까요. ‘남침 땅굴설’은 가지에 가지를 쳐 아예 우리 도시와 직접 연결된, 전국적으로 바둑판과 같은 대규모 지하시설이 존재한다는 주장으로 확장됐습니다. 이곳으로 끊임없이 간첩과 북한의 특수부대가 내려온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와 군도 발끈했습니다. “더 이상의 땅굴은 없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믿지 않았죠. 사실 보수시민단체와 군은 일반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갖지만 이 부분 만큼은 양측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2014 남침설’을 거론한 종교단체까지 가세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습니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 생긴 땅꺼짐 현상도 남침 땅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군은 이들의 주장을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시민단체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남굴사)과 땅굴알림연대, 땅굴안보국민연합의 끝없는 민원을 종식시키기 위해 실제로 땅굴이 있는 지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민단체는 경기 양주시와 남양주시에 땅굴이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남굴사는 양주시에서 화약 물질이 남아있는 발파석과 시추공 작업소리, 북한 억양의 여자 목소리를 녹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산 2억원 들여 도시 지하 뚫은 결과는? 땅굴알림연대 등은 남양주시에서 지하 드릴 및 터널굴착기(TBM) 작동 소음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두 단체는 ‘다우징 탐사’로도 땅굴의 존재를 탐지했다고 강조했죠. 다우징 탐사는 L자 모양의 금속 막대로 수맥을 찾는데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른바 기(氣)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었지만 군은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군은 수직으로 땅 속에 구멍을 뚫어 지질 구조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중장비 ‘코아기’를 동원했습니다. 전기 신호를 흘려보내 땅의 구조를 파악하는 전기 비저항 물리탐사, 중력의 변화로 땅굴 위치를 찾아내는 중력탐사 장비도 사용했습니다. 대형 시추장비를 동원하다보니 순수하게 장비를 운용하는 비용만 2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유언비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하 15~20m 지점에 땅굴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군은 “더 깊이 조사하자”는 추가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 40m 이상 시추공을 내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코아 시료를 분석해봤지만 지하 어디에도 빈 공간은 없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원료인 니트로셀룰로오즈, 폭약의 산소공급제인 니트로글리세린, 군용 TNT, 화약의 원료인 질산암모늄·트리메틸렌트리니트로아민(RDX) 등 어떤 폭약관련 물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하수 조사와 시추공에 안테나를 넣어 지하구조를 파악하는 펄스 전자파 탐지장비(PEMSS), 탄성파탐사장비(JODEX), 레이더측정수집장비(RAMAC), 전자파 지층탐사장비(GEOVIS) 조사에서도 아무런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는 굴착기 소음과 북한 억양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음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군은 책자를 통해 남침 땅굴설을 강력 주장한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고, 앞으로도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전 소장을 비롯해 남침 땅굴설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군이 북한에서 판 땅굴을 은폐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까지 더해져 맹신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군이 198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접수한 땅굴 관련 민원은 900여건이며 이 가운데 250여건이 ‘반복성 민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이 자신이 사는 지역 지하에 북한이 만든 땅굴이 있는 것 같으니 뚫어서 조사해 달라는 주장입니다. 민원이 집중된 지역 23곳에서 604개의 시추공을 뚫어 조사했지만 남침 땅굴 징후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예산으로 2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수십 년 동안 겨우 20억원을 들였나”라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하지만 23곳을 조사하는데 국민이 낸 세금 20억원을 투입한 것은 군 입장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것은 군이 단독으로 조사한 것을 제외한, 순수하게 민간에서 의문을 제기한 23개 지역만 조사한 것입니다. 공개 조사에서 땅굴이 나오지 않자 이들 단체는 아예 땅을 절개해 단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조사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황당한 발상을 정부와 군이 들어줄 리 없습니다. ●“땅굴 있는데 은폐했다” 한숨 쉬는 軍 그런데도 남침 땅굴 관련 신고와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2012년 19건에서 2013년 67건, 지난해 275건으로 늘어났습니다. 북한이 1대당 80억원이나 하는 굴착장비 TBM을 이미 1970년대부터 300여대나 스웨덴에서 수입했다는 어이없는 주장까지 나왔는데요. 군은 “단순 계산으로도 2조 4000억원이 들어가는데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했겠나. 실제로 도입했다고 해도 덩치가 큰 구형장비와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토사를 몰래 숨길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땅굴을 파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인력과 시간,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다 고위급 탈북자 상당수는 땅굴 전략이 이미 우리 군에 수차례 노출돼 가치를 상실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군의 설명을 여전히 믿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아마 전국에서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시추공을 뚫어도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을 것 같지 않습니다. 군은 지금도 전방 지역에서 땅굴 탐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군의 침투 가능성이 높은 DMZ에서 집중적으로 땅굴 탐사 부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300여개 시추공을 통해 소음을 측정하고 지하수 수위 변화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군 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들이 지진음, 폭발음 등 북한의 특이 동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군은 남침 땅굴 주장에 대해 “안보 불안을 조성해 결국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이런 땅굴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죠. 그렇지만 이제 군을 믿고 이 전쟁을 끝내야 할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北 시장경제화 대세… 한민족 평화 공존 적극 모색해야”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北 시장경제화 대세… 한민족 평화 공존 적극 모색해야”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서울&평양, 지난 1월부터 게재된 서울&평양 경제리포트 기획이 이달 말을 끝으로 긴 연재를 마친다. 그동안 연재를 맡았던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밝히고 뒷얘기도 풀어낸다. 북한이 발표하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추정치만을 갖고 외환보유고를 산정한다는 말에 낙담하기도 했다. 250만명이 넘는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외부와 소통한다는 소식에 북한이 더이상 고립해서 살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후 관광지 개발과 경제특구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는 시도도 알게 됐다. ●남북 자원협력 후퇴 실감… 北 희토류 일부 과장도 밝혀 현재 북한 내에서 어떤 비즈니스와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다뤄 보자는 의도로 시작한 서울&평양 경제리포트가 마무리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리즈 시작 전 고민했던 것은 북한 경제·산업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기사가 구름잡는 내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만 올해로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해 경제 관련 기사를 다루는 것이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기획기사의 첫 회로 북한의 희토류가 선정됐다. 사실 북한의 희토류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만큼이나 많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 묻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취재 과정에서 일부 과장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북한 전역에 있는 지하자원 개발을 다룬 1월 17일자 ‘북 자원매장 현황과 상생의 길’ 편에서는 한때 활발했던 남북 간 자원협력이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조명했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파주와 철원, 고성 등에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해 윈·윈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외환보유고 얘기를 다룬 4월 11일자 ‘북 중앙은행 외환수급 기능 사실상 붕괴’ 기사도 인상에 남았다. 한국은행조차도 북한 외환보유고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취재가 매우 힘들었다. 최근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화폐 대신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로 거래된다는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커져만 갔다.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3월 21일자)와 경제개발구 문제를 다룬 기사(7월 4일자) 역시 관심을 끌었다. 특유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250만명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이 외부와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후 외화 유치를 위해 관광산업증진과 경제개발구 건설에 매진하려는 모습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탈출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연재를 통해 하루빨리 북한이 핵과 경제개발을 함께하는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정부도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통해 한민족이 평화롭게 공존, 번영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전문가 그룹·탈북자 중심 취재… 설에 휘둘리지 않고 진중한 분석·판단 노력 지난해 9월 서울&평양 리포트 연재를 시작할 때는 경색된 남북 관계가 조금이나마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정부가 연초부터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으로 대표되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10월 초에는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 경제가 앞으로 남북한 상생을 촉진할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서울&평양 리포트를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로 개편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를 비롯해 남북 관계에 장애가 되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지금도 남북 관계는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연재는 그동안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광물자원, 농업, 수산업, 장마당에서부터 통일 시대를 내다본 시베리아 횡단열차, 한·일 해저터널의 가능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망라했다. 취재 과정은 북한이라는 제한된 취재원과 한정된 정보를 두고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렸는지를 자문자답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이 시점에서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선구안으로 안타를 칠 수 없듯이 떴다방 식의 북한 보도로는 통일에 다가가기 어렵다”고 한 한 선배의 말씀이 떠올랐다. 난무하는 북한 관련 설에 휘둘리기보다 진중한 분석과 판단을 제시하고자 했으나 정부가 대북 정보를 독식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진술과 소위 ‘북한 전문가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처럼 지속적 경제 개혁은 추진하지 않았지만, 북한 사회의 시장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공식 인정하진 않더라도 ‘장마당에는 고양이뿔 빼고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북한 주민의 ‘비공식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시대로 접어든 북한은 국산화와 관광산업을 강조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남북한 교역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북한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게 하려면 남북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는 결국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사과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남북한 모두에게 풀기 어려운 과제다. 이를 위해 남북한 당국은 끊임없이 ‘솔로몬의 지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北 자력 갱생 가능성 낮아… 남북 협력으로 경제 부흥시켜야 올 1월 서울신문 정치부 외교안보팀은 ‘산업계의 다이아몬드’인 희토류와 관련된 북한 자원 기획기사를 시작으로 산업, 시장, 물류, 인력, 금융 등 북한 경제 전반을 조명했다. 북한 지하경제, 무역, 소비시장 등 다양한 시각으로 작성된 논문, 기사, 관련 정보, 탈북자의 증언, 전문가의 진단 등을 취합해 재구성했다. 또 다가올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고 이에 따른 경제 공동체 실현과 사회 통합에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서울&평양 기사를 작성하며 주제와 이야기가 강한 ‘가독성’있는 기사를 만들고자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전반에 확장된 ‘시장’을 주제로 한 기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하경제’로 인식되기도 하는 ‘시장’은 북한 사회 전반에 걸쳐 양성화가 상당히 진척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을 경험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사의 ‘현장감’을 살리고 실제 발생했던 사례·사건을 객관적으로 담으려고 애썼다. 일부 북한 관련 기사들은 취재와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 경우도 있다. 특히 북한 희토류와 관련된 취재 중 국제 사모펀드로 알려진 ‘SRE 미네랄스’와 북한과 호주의 합작회사인 ‘퍼시픽 센추리’가 유령회사란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 정보당국은 이 두 회사가 약 3년 동안 ‘휴면’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서 국제 자본시장으로부터 어떤 자금도 조달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추가로 확인됐다.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과 발표로 희토류의 매장량과 개발 계획이 ‘뻥튀기’ 됐다는 것이 취재 후 내린 결론이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한 세계 어느 국가로부터 자본 조달이나 개발 협력은 어렵다. 러시아와의 협력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울&평양 경제리포트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북한 경제가 자체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력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이 협력해 경제를 부흥시킬 방법이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체제 선전,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 핵·미사일 개발 등 비경제적인 분야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시진핑 軍기강 확립·군권 강화 ‘두 토끼 잡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유사시를 담당하는 군부대를 방문해 군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군 부패의 몸통’으로 불렸던 전 군사위 부주석 쉬차이허우(徐才厚) 사건을 또다시 거론하며 군 부패 척결 의지도 다졌다. 20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8일 지린성 창춘 소재 제16집단군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특히 부패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 3월 방광암으로 사망한 쉬 사건을 언급하며 “그의 기율위반이 군대에 전면적인 손실을 가져왔다”면서 “군은 사상·정치·조직·작풍(근무기강)에 드리워진 쉬차이허우의 악영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쉬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시 주석은 또 “(공산주의) 사상을 견지하고 임전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며 실전과 같은 강력한 훈련을 주문했다. 당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이기는 군대 건설’을 선언한 이후 훈련을 강조해 왔다. 중국군은 올해 국방백서를 통해 기존의 ‘방어 위주’ 전략을 ‘공격·방어 겸비’ 전략으로 전환했음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제16집단군에서 부패 척결과 훈련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16집단군은 쉬가 1990~92년에 정치위원을 지낸 곳이자 선양군구와 함께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이다. 이틀 동안의 지린성 시찰에 포함된 일정 중 하나였지만, 북한 탈영병의 중국인 살해 및 탈북자 난동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의 군기 확립 행보는 군권 강화와 맥이 닿아 있다. 특히 오는 8월 1일 건군절을 앞두고 현재 군 고위급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의 신임을 받는 50대 젊은 장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청두군구 부정치위원인 장수궈(張書國·55) 소장이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베이징군구 정치부 주임으로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월에는 중앙군사위 산하 4총부(총정치부, 총참모부, 총후근부, 총장비부) 정치위원들과 7대군구 사령원(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모두 시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남한도 日도 막히고… 북한 ‘中뿐이야’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남한도 日도 막히고… 북한 ‘中뿐이야’

    “모든 공장, 기업소가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당에서 내세운 전형단위들을 따라 배워 자기 면모를 일신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말을 전하며 “100% 국산화하는 것이 당 정책을 철저히 관철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3월 31일자에서 “수입병이 초래하는 엄중한 해독적 후과는 사회주의자립경제의 명맥을 끊어 버릴 뿐 아니라 사람들을 사상정신적으로 병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사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취약한 소비재 산업과 심각한 외화 유출을 우려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북한은 올해 들어 부쩍 자립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에도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 90%에 달해 1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76억 1100만 달러로 2013년에 비해 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31억 6400만 달러, 수입은 44억 46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는 68억 6400만 달러(수출 28억 4100만 달러, 수입 40억 23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으로 북한 전체 대외무역의 90.1%를 점유한 셈이다. 중국과의 교역은 북한 전체 수출의 89.8%, 수입의 90.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3년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 65억 4700만 달러보다 4.9% 증가한 수치다. 2013년에 비해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은 2.5% 줄어들었고 수입은 10.7%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인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2013년 89.1%에서 지난해 90.1%로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무연탄, 갈탄 등 광물성 연료(석탄)가 11억 78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7.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97.3%인 11억 4600만 달러가 중국으로 수출된 액수다. 광물성 연료는 북한 대중국 수출의 40.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北 의류 제품 中 수출 급증… 효자 상품으로 북한 수출품 가운데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의류 제품으로 6억 4200만 달러(전체 수출의 20.3%)에 달했다. 이 가운데 96.9%인 6억 2200만 달러가 중국 수출이다. 지난해 북한의 전체 의류 수출액 6억 4200만 달러는 2013년 5억 1800만 달러에 비해 23.7% 증가한 것으로 의류 제품이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지난해 주요 수입 품목은 원유, 정제유를 포함한 광물유(석유)로 전체 수입액의 16.8%인 7억 4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2.5%인 6억 9100만 달러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이 밖에 전기기기, 음향, 영상설비 수입이 2013년에 비해 54.8%나 늘어난 4억 2500만 달러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98.8%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광물자원을 싼값에 판매하고 중국으로부터 원유, 생필품 등을 구입해야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하지만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과 일본의 교역이 중단됐고,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부과한 5·24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마저 중단되자 북·중 교역이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북·중 경협이 활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측 요인이 컸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가 주로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석탄 수요는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광물자원을 그대로 팔기보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팔고 싶지만 기술이 부족하고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북한 정권 입장에서도 당장 외화가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北 기술 수준·낙후된 인프라 경제 발전에 한계 북한에서는 석탄이 가장 높은 수출 경쟁력을 가진 품목이기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이 북한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광산 시설은 매우 낙후돼 있고 진입로와 같은 기본 시설이 미흡한 데다 전력과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하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 광물자원 투자 기업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쉬운 북·중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다. 아울러 중국의 북한 노동력 수입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옌볜 지역은 약 2만명의 북한 노동자를 유치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 중국과 합의한 출국 시 허가 시한을 10일에서 2012년부터 2~3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6만 8000여명 수준이던 북한 방문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23만 7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 관광을 금지했지만 지난해 4월 이를 다시 허락했다. 북한의 중국 경제 의존도는 교통수단에서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주로 일본에서 자동차를 수입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북한 제재로 북·일 교역이 중단되자 주요 자동차 수입원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유엔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92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불과 254대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만 1187대로 늘었다. 최근 휴대전화의 빠른 보급도 북한 경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집트의 통신 회사 오라스콤과 합작한 고려링크가 2008년부터 북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지만 휴대전화 단말기는 중국산이 대세여서 2010년부터 누적 수입 대수는 3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제 휴대전화는 특히 장사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유용한 통신수단으로 쓰인다. 하지만 북한의 취약한 대외무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북한의 광물성 연료 수출액 11억 4600만 달러는 2013년보다 17.5% 감소한 수치다. 이는 중국이 전반적인 공해 산업에 대해 감시를 강화해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연탄은 2012년대 가격이 월평균 t당 82.4달러에서 지난해 73.6달러로 떨어지는 등 가격 하락도 한몫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중국 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당분간 대중 무역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북한이 대외 경제 관계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구조이며 현재로선 대외 경제 관계가 중국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로선 지하자원 개발권까지 통째로 중국에 넘기지는 않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계속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러시아, 인도, 이란 등과 대외무역을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정 투입 결정이 쉽게 이뤄지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북한과 경제협력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어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中 의존 계속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 또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 발전 방향이 생산성을 제고하기보다 마식령스키장 개설, 라선지역 관광 등 외화벌이 위주로 가고 있어 구조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전 북한 무역에서 차지하는 남북한의 교역량이 30%에 달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남북 경협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길이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경공업 등 기술을 축적하려면 결국 남북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20일 구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풀뿌리 시장경제’ 역할을 하는 장마당이 400개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멜빈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 장마당은 약 396개로 2010년의 200여개에서 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은 장마당이 규모나 거리, 정책에 상관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북정보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현재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 국면을 띠고 있지만 장마당을 완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기존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북한 주민들의 다수는 사실상 비공식적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이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일명 보따리 장사고 다음으로는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뒀다가 비쌀 때 파는 투기 형태의 장사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2010년 이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비공식 경제활동은 바로 장마당 장사다. 또한 비합법적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역시 장마당이다. ●여성 상인 90% 넘어… 주민 절반 이상 장사로 생계 특히 장마당은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경제난 이후 주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중요 터전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와 억제정책을 폈음에도 장마당은 날로 비대해지고 확산되고 있다. 통제와 억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주민들은 위험보다는 이득이 더 큰 불법거래에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존은 물론 신분 상승의 통로로 이용된다. 기간 산업이 붕괴된 이후 중국과의 무역으로 큰 돈을 번 ‘신흥 부유층’뿐 아니라 장마당을 주 무대로 투기와 매점으로 자산을 형성한 ‘중산층’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 상인들 가운데 40~50대가 가장 많고, 지역 주민의 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의지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마당 상인의 90% 이상이 여성인 점에 미뤄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향상되고 가계 수입에서 높아진 위상도 엿볼 수 있다. 가끔 기계 부속품이나 자전거 판매대에 남성들이 앉아 있는 것도 눈에 띄지만 그 비율은 5% 수준으로 전해진다. ●오전 9시~오후 6시 개장… 철·시기 따라 약간 차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족한 전력난을 고려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주민들이 국가적 생산활동에 동원되는 모내기철(3~4월)이나 김매기철(7월), 가을 걷이 기간(9~10월)에는 시장 개장시간이 2시간 이상 줄어든다. 도로 보수나 건설 등 국가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벌어져도 시장 개장시간이 줄어든다. 장마당에서 중고품 판매는 돈이 꽤 되는 장사다. 여기서 중고품이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온 옷들이고, 한국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이 북한산 새 옷보다 질이 좋고 저렴해 주민들에게 선호되다 보니 수요가 높다. ●금·외화·휘발유·마약 밀거래… 인력시장도 형성 북한 장마당에서는 암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암거래되는 물품들 가운데는 금, 은, 동과 같은 금속도 포함돼 있는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동(구리)과 같은 경우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되는 품목에는 골동품,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제품도 포함됐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밀거래 품목이 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들어 있는 ‘알판’(CD)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외에 북한에서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류 필로폰도 몰래 거래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을 통해 외화 거래도 이뤄지고 막노동, 가정부, 가정교사 등 인력 시장도 형성돼 있다. ●장마당 세대 부당 사회에 저항 않고 사상에도 무관심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하경제’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없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격렬히 저항하지는 않지만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0일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국가와 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전혀 없다”면서 “국가의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생존과 시장화에 노출된 특별한 경험을 가진 계층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내부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고, 장마당 세대에서 나타나는 탈정치화 경향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 내 장마당 세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속에 상인 저항 늘어… 보안원과 집단 난투극도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장마당 상인들이 단속반에 저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3일 RFA에 “도로상과 골목 장터 등에서 보안원과 군인들에게 항거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강원도 원산지방의 무허가 골목장터, 일명 ‘메뚜기장터’로 불리는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주민 10여명에게 보안원과 규찰대가 물건을 회수하려고 달려들자 집단적으로 행동해 이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 상인들과 보안원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장사 물품을 압수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장사꾼들이 집단으로 저항한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무장한 군인들과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들을 대거 급파하고 나서야 이 소요를 수습할 수 있었고 시장은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집단 저항 사건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당국의 보호 아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에 순종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붕괴된 현재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할 주민들 입장에서 필사적인 저항을 통해서라도 재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시장 봉쇄 고민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 탈북청년들의 인권 단체인 ‘위드 유’(with-U)의 강원철 대표는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장마당을 이용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 당국도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은 역설적으로 ‘식물 경제’가 된 북한 체제 유지에도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자니 다른 대안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한순간에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장마당이 ‘필요악’이라는 뜻이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장마당을 통한 북한 사회의 시장화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고 북한체제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北, 교화소 가혹행위 알려지자 고문·구타 줄어

    북한 교화소에서 발생한 가혹행위가 수감자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고문과 구타가 줄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일 ‘2015 북한인권백서’를 통해 북한의 교화소 등 각종 구금시설에서 고문, 구타 등의 가혹행위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위생, 의료, 영양 상태가 기본적으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가 집중적으로 증언돼 온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교화소’의 경우 일부 개선된 사례도 이례적으로 발견됐다. 실제 그곳에서 장기간 수감됐던 한 탈북자에 의해 교화소 내 인권 침해 실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고문과 구타에 의한 사망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인권백서는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2013년에 정치범수용소에서 석방된 사람에 관한 증언도 수집됐다. 탈북자들은 “북한당국이 현지 공개재판을 실시하면서 일부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배려 또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사형 집행을 중지하고 석방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조치는 김정은의 애민(愛民)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방침 및 지시가 초법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권백서는 꼬집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탈북자를 단속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거주자를 강제 이주시킨 사례도 추가로 제기됐다. 증언자들은 “2013년 김정은의 현지지도 지시에 따라 무산 국경기준 300m 반경에 거주하던 600여 세대가 강제로 추방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1년 김정은 정권 출범이후 탈북자들의 비법월경을 근절하기 위해 국경지역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南 ♥ 北 백년해로

    南 ♥ 北 백년해로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100쌍 합동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다. 광복 70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합동결혼식은 경제적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탈북자 부부와 남한에서 배우자를 만난 탈북주민들이 참석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美 “北 인권 세계 최악”

    ‘북한의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이다. 한국은 군대 내 가혹행위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25일(현지시간) ‘2014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내고, 남북한의 인권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한국의 인권 문제 언급도 구체화했다. 보고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총체적인 인권 침해가 북한 정부와 기관, 관리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으며 이 같은 침해가 많은 경우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고 인용하면서 북한의 인권 실태가 “세계에서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2013년 3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남녀 각 1명을 필로폰의 주성분인 메타암페타민을 제조, 판매했다는 혐의로 공개 처형했으며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이들이 폭행당하고 총살되는 것을 강제로 봐야 했다는 COI 보고를 실었다. 보고서는 당국의 숙청 작업 일환으로 지난해 적어도 50명이 처형됐으며, 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 강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탈북자들은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처형을 비롯해 실종, 임의적 감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송환된 탈북자와 가족들은 중형에 처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밝혔다. 수용소의 고문 방식도 무자비한 폭력과 전기충격,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기기, 몇 주간 일어서거나 누울 수 없는 감방에 감금하는 등 각종 잔학 행위를 망라하고 있으며, 갓 낳은 아이를 죽이는 장면을 산모에게 강제로 지켜보게 하는 고문도 보고됐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해 군대 내 가혹행위와 공무원·교사의 정치관여 제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정치 개입 논란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으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및 이석기 전 의원 기소 등도 적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주요 인권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법, 인터넷 접근 제한,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 군대 내 괴롭힘과 (신병) 신고식 등”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탈북 청년 모임 ‘위드유’ 현대사 강좌

    탈북자 출신 청년들의 모임 ‘위드유’는 다음달 11일과 18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세대를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 강좌’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하나금융그룹과 남북하나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수도권 거주 탈북 청년들이 좌우 이념 갈등을 넘어 균형 있는 역사관을 배우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강좌는 탈북 청년들이 강사를 초청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를 다룰 예정이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강의한다. 이 밖에 유재건 CGNTV 대표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일 위안부 협상 상당한 진전… 마지막 단계”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위안부 문제에 있어 한국과 일본 간 논의에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WP가 이날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협의의 진전 내용에 대한 물음에는 “물밑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학자뿐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일본 리더십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시킬 의무가 일본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가 안보 이익에 맞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미국과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국의 반대에는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특정 국가의 입장에 따라 가부를 정할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민을 잘 보호할 것인지가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북한 상황에는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공포정치는 단기간에는 작동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의 불안정을 키운다”고 평가한 뒤 한 북한 노동당 간부의 탈북 사실을 언급하면서 “(고위 탈북자가) 측근그룹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숙청이 계속돼 자신들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는 “내 희망은 붕괴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평화적인 해결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에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것과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이 (오랫동안)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것이 진실일 개연성(probability)이 있다”며 조속한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거듭 지적했다. 남중국해 문제에는 “안보와 항해 자유는 한국에 중요하다. 우리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뉴스 플러스] 中, 北 접경지역서 탈북 추정자 사살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탈북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중국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중국 당국이 11일 밝혔다. 지린성 옌볜자치주 허룽시는 이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오전 3시 55분쯤 불법 월경자(탈북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허룽시 난핑촌 지디둔에서 체포를 거부하다 주둔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밝혔다. 사살된 사람이 탈영한 북한군 병사인지 일반 탈북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사망자가 일반 주민일 경우 탈북자 인권 문제와 더불어 과잉 대응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 [그린에서 만난 사람] 탈북자 캐디 1호 리영미씨

    [그린에서 만난 사람] 탈북자 캐디 1호 리영미씨

    “골프를 처음 봤을 때요? 뭐 저런 걸 갖고 경기를 하나 싶었습니다.” 9일 경기 안성의 골프존카운티 안성W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북한이탈주민 리영미(29·가명·여)씨의 표정은 화창한 6월 하늘만큼이나 밝았다. 리씨는 골프전문기업 골프존이 지난 3월 선발한 북한이탈주민 캐디 교육생 1기다. 12주 동안의 교육을 모두 마친 지난주 정식 캐디가 돼 처음으로 그린을 밟았다. “한국에 와서야 골프를 알게 됐어요. 북한에서 아는 운동이라곤 축구와 아이스하키뿐이었거든요.” 그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가 많다. 학창시절 선수로도 활동했던 그는 “하키채 휘두르듯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며 까르르 웃었다. 그가 한국땅을 밟은 건 2009년이다. 고향에 부모님을 남겨둔 채 겨울에 홀로 두만강을 건넜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노동단련소(수용소)에 끌려갔어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3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과 무릎을 꿇은 채 잠을 자야 하는 곳이었죠.”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엄마가 찾아왔다.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고 싶었던 엄마는 없는 돈을 긁어모아 경비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는 그 길로 국경을 넘었다. 뒤에서 총성이 울렸다. 바로 옆에서 배가 뒤집히며 사람이 죽었지만 리씨는 살아 남았다. “한국에 가기만 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2층 집에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하나원에서 나온 첫날, 천장을 바라보며 엉엉 울었다. 외로움과 막막함이 밀려들어왔다. 한국은 자기가 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였다. 그는 몇 년간 하루에 한 시간만 자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평소 옷을 좋아했던 그는 폴리텍대학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해 직접 디자인한 옷을 동대문에 내다 팔았다. “앞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디자인으로 돈을 벌려면 백(배경)도 있어야 되는데 저는 그런 것도 없고….” 다시 4년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그는 3학년이던 지난해 복지관에 취업했다. “하루 종일 일해도 월급이 130만원이 채 안 됐어요. 어떻게든 돈을 모아 북에 계시는 부모님을 모셔 오고 싶었습니다.” 당시 멘토 역할을 해 주던 교수가 캐디에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었다. 떨어지면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떠올리며 지원한 그는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4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쉬운 일은 없었다. 교육기간 동안 합숙을 하면서 생소한 골프용어와 규칙 등 모든 것을 빨리 배우고 습득해야 했다. 게다가 하루 종일 골프장을 헤매고 다니는 거리가 10㎞ 안팎. 밤이면 무릎까지 시큰거렸다. 안 그래도 아이스하키 훈련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골다공증에 시달렸다. “제 자신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실망스러웠어요. 하루에 열두 번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북한 출신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캐디가 됐다. 처음 캐디를 도우미 수준으로 생각했던 그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골프는 매너 게임입니다. 잘 치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패션부터 모든 걸 다 갖춰야 게임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캐디도 그것의 한 부분이고요.” 올해 만으로 스물아홉인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에 와서 한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요. 머릿속에 늘 하루빨리 돈을 모아서 북에 계신 부모님을 모셔 와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안 그래도 내가 북한에서는 상당히 노처녀에 속한다”며 웃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13명이나 한국에 들어왔어요. 얼마 전 동창회에 갔는데 네가 뭘 아느냐며 애나 보라고 저를 무시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잘사는 사람들보다는 힘들게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일에 치중하고 싶어요.” 그의 최종 꿈이 캐디는 아닐 것 같았다. 한참을 뜸들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서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꿈만 크죠”라고 되물으며 서둘러 필드로 향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3년내 1억 벌자”… 북한 新부유층 급부상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3년내 1억 벌자”… 북한 新부유층 급부상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27일 ‘2015 세계의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영양 부족 상태인 북한 주민이 10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인구의 41.6%에 해당된다. FAO는 지난 3월에는 북한에 필요한 곡물량이 40만 7000t으로 올 10월까지 부족분을 충당해야 주민들이 굶주림을 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일반 주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생활을 즐기는 계층도 늘고 있다. 2400만 북한 주민 가운데 수도 평양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은 약 20만~3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평양 주민이 3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가운데 약 10분의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유층’을 형성한 셈이다. 지난 4월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출신 대북사업가는 5일 “공화국이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사회로 변한 지는 오래됐지만 요즘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외화벌이 종사자들과 이들로부터 달러를 상납받고 있는 간부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돈주’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주들은 기본적으로 당 간부들과 담합관계를 유지해왔다. ●평양 5억~11억 부자 급증… 20만~30만명 추정 1990년대 이전 배급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임금과 배급으로 생활을 영위했기 때문에 고위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주민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위기로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구매력을 갖춘 이른바 ‘부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계층 출신으로 장사나 사채업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당이나 기업소 간부 등 전통적인 상류층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수년간 하나의 사회 계층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전통적인 상류층과 구분해 북한 사회의 ‘신(新)부유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이나 중동 등 해외로 파견돼 외화를 벌어온 노동자들도 구매력을 갖춘 부유층으로 분류된다. 특히 중동지역으로 파견된 북한 의사나 기술자의 대다수는 수년 전부터 ‘3년 동안 10만 달러(약 1억 1000만원) 벌기’를 목표로 삼을 만큼 많은 돈을 모은 사실은 북한 사회에선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외화벌이 의사 등 가세… 1인 5만원 음식점 북적 현재 평양 부유층의 재산은 평균 10만 달러 수준이며 50만∼100만 달러(약 5억 5000만~11억원) 수준의 재력을 지난 부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고가 업소들도 등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평양 르포기사에서 북한 매체가 ‘인민의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문수 물놀이장을 소개하며 입장료는 북한 돈 2만원(약 10달러), 이곳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북한 말로는 ‘고기겹빵’) 가격은 1만원(약 5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물놀이장에는 안마실·자외선치료실 등 각종 편의시설과 서양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고급식당도 들어섰다. FT는 평양 시내 곳곳에서 아우디·폴크스바겐·BMW·벤츠 등 고급 외제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최신식 주민편의시설 ‘해당화관’은 한 끼에 1인당 50달러를 넘는 비싼 음식 가격에도 사람들이 붐벼 발 디딜 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경우 구찌, 발리, 프라다, 폴로, 아디다스, 나이키, 뉴발란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를 고급 인테리어와 가구로 꾸미며 부유한 생활을 과시하는 주민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지방 부호 평양 구경 와 외제 명품사냥 신의주, 평성, 원산, 남포 등 지방의 부자들은 자체 구입한 버스로 평양 구경에 나서기도 한다. 비싼 돈을 내고 평양의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문화오락시설을 즐기고 호텔과 외화상점에서만 파는 명품들을 대량 구입해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서양음식은 적어도 부유층에게는 더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2008년에는 평양에 스파게티와 피자를 파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 전문식당이 등장했다. 한때 당 간부들의 특권으로 여겨졌던 서양 요리가 최근에는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외부세계와의 인터넷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통용되는 자체 인트라넷을 활용하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꾸준히 출시되고 휴대전화 보급도 지난해 5월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정보통신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중산층은 오랜 기간 꾸준히 부를 축적해왔지만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당국이 부의 출처를 캐내기보다는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면서 최근 부상한 것”이라며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 문제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들 중산층은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심 계층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흥 부유층의 등장에도 고질적 빈곤과 인권문제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무역이 활발한 중국 접경지역이나 평양에 부가 집중되면서 오히려 지역·계층 간 격차는 날로 심화하는 추세다. 북한 내 고질적 빈부격차에 대해서는 여러 증언이 있지만 소위 중산층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대중 무역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기류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박정란 카자흐스탄 유라시아국립대 한국학과 교수가 3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 ‘김정은 시대 북한사회 변화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에 체류한 북한 주민 100명 가운데 98명이 ‘빈부격차가 크다’고 답변했다. 지역 간·계층 간 빈부격차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확산된다. 계층 간 갈등이 ‘증오 범죄’로 이어지는 셈이다. 2008년 탈북한 강모씨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당 간부 한 명이 이웃에게 ‘갑(甲)질’을 하다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등 빈부격차와 지위고하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꽃제비’ 문제 여전… 인신매매 희생 여성 늘어 이와 함께 ‘꽃제비’로 불리는 고아들도 여전히 지방을 전전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지만 국가로부터의 보호는 꿈도 꿀 수 없다. 일부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고아들에게 돈을 주면서 마약밀매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중국 공안 당국에 적발돼도 북한 당국이 방치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4월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 행위가 암암리에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린성 지방에서 탈북자 구출활동을 하고 있는 정모씨는 “중국 인신매매단이 북한 군인들과 짜고 어린 북한여성들을 중국으로 도강시키고 있다”면서 “나이 먹은 여성은 1만 위안(약 2000달러 수준), 나이 어린 20대 여성들은 2만~3만 위안(약 4000~6000달러 수준) 정도”라고 증언했다. 중국 노총각들에게 팔려간 북한 여성들은 현재 중국 허베이성과 헤이룽장성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이들이 낳은 아이들의 신분이나 국적 문제가 중국 내 또 다른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北주민 南과 통화도 뇌물이면 OK”

    최근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탈북한 가족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적발돼도 뇌물만 주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고 대북 전문 매체인 데일리 NK가 27일 보도했다. 특히 한국과의 전화 통화를 ‘국가반역죄’로 처벌하던 것과 비교할 때 북한 내 관료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매체는 내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북한 당국은 정보가 (한국으로) 밖으로 새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자에 대한 감시와 감청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검열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위부가 적발자에게 뇌물을 받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경 지역 일부 보위부원들은 단속된 주민에게 ‘내부정보유출죄’로 협박을 하고 최고 2000달러(약 220만원)의 뇌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을 줄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위부원이 ‘실적 올리기’용으로 상급 기관으로 이관해 법대로 처리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엄연히 존재한다”면서 “국경지역 보위부원이 휴대전화 통화자를 적발하면 즉시 도 보위부에 넘기지 않고 뇌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등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탈북녀 마약·성매매 덫 놓은 탈북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탈북 여성들에게 마약을 투약한 뒤 성매매를 알선한 탈북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마약 공급책 김모(56)씨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성매매에 나선 탈북 여성 4명과 이들을 김씨에게 소개한 탈북자 A(30)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월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원룸에서 탈북 여성 3명을 마약에 취하게 한 뒤 남성 3명과 성관계를 맺게 하는 등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서울, 춘천, 밀양, 포항 등지에서 마약중독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 중에는 강남권 부유층도 다수 섞여 있었다. A씨는 성매수 남성으로부터 1인당 50만~100만원을 받았고, 탈북 여성에게 15만~5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했다. 김씨 등은 교도소에서 알게 된 탈북자 A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할 탈북 여성을 소개하라고 요구했으며, 지난해 출소한 A씨는 탈북자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20·30대 탈북 여성들을 설득했다. 탈북 여성들은 정부에서 정착금 1900만원을 받았지만 임대보증금을 제외하고 탈북 과정에 개입했던 브로커에게 모두 뺏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3명을 쫓고 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개인 자본 스며드는 북한 어업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개인 자본 스며드는 북한 어업

    “우리 인민들에게 약재로만 쓰이던 자라를 먹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시던 장군님(김정일)의 눈물겨운 사연이 깃든 공장이 어떻게 이런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나. 당에서 민물왕새우를 기르라고 종자를 보냈으나 2년이 지나도록 양식장을 완공하지 못했다. 공장 일꾼들의 무능과 굳어진 사고방식, 무책임의 발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날 대동강 자라 양식장을 찾아 간부들을 맹렬히 질타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양식장의 부실한 운영 실태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렸지만 질책의 이면에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초조함이 묻어난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3월에는 양어사료 생산공장을 시찰하면서 “물고기 비린내를 맡으니 정신이 다 맑아진다. 군인과 인민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보내주게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며 인민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이 이토록 수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산업이 군부와 인민의 식량난 해결은 물론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가장 부가가치 있는 업종 중 하나가 수산업이다. 이는 바다와 내수에서 적은 비용을 투입해도 질 좋은 상품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북이 주요 어업기지… 北 수산물의 25% 생산 통일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 수역에 서식하는 어종은 650~8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해면 어류가 640여종, 패류와 해조류는 100여종, 기타 수산 동물은 40여종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연안 해역의 자연 조건과 지리적 환경은 양식업 발전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서해는 패류 양식에 적합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어 김, 굴, 미역, 바지락, 대합, 전복 등이 생산된다. 동해는 가리비, 문어, 홍합류, 미역, 우뭇가사리 등을 양식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여러 지역 중 동해에 인접한 함경북도는 중요한 어업기지로 양식 생산량과 어획량이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4분의1을 차지한다. 함경북도의 나진, 어대진, 청진, 사포, 강원도 고성 등에서는 미역 생산량이 풍부하다. 문천과 동번에서는 굴 양식업이 성행하고 강원도는 예전부터 우뭇가사리를 생산해왔다. ●수출 수산물 中에 98%… 2012년 1억달러 넘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12년 북한의 수산물 수출액이 1억 240만 달러(약 11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1억 53만 달러로 98.1%를 차지했다. 이는 대중국 수산물 수출 사업의 이권이 그만큼 크다는 점과 수산업 분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북한 당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북한산 수산물은 중국산의 60~70% 수준의 가격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북한 수산물이 가공 기술 등이 부족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했고 중국산 중에서도 실질적으로는 북한산 수산물인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은 최근 수산물이 주력 수출상품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인식해 생산설비나 포장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무역회사 중 수산물을 수출하는 회사는 130여개 정도로 대부분 내각, 당, 군부의 힘 있는 기관이 직접 운영한다. 내각의 경우 대외무역을 총괄하는 중앙대외경제위원회 소속의 조선봉화총회사나 남포나 원산 같은 바다에 인접한 주요 도시의 지방행정경제위원회 무역관리국이 여기 해당된다. 당에서 당 자금을 관리하고 선물을 들여오는 39호실 직속의 조선대성무역총회사, 조선대흥무역회사도 마찬가지다. 인민무력부 직속 조선매봉무역회사나 조선청운산무역회사도 군부 내 최대 규모의 무역회사다. 인민무력부장이 직접 관여해 수산 관련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전문 무역회사를 산하에 별도로 두기도 한다. 북한에서 수산물 수출은 기본적으로 수입품에 대한 대체물품이나 대금으로 취급돼 구상무역방식으로 이뤄진다. 동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나진을 거쳐 중국 훈춘으로 들어가고 서해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단둥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인 생선 장마당서 판매… 중산층 돼야 먹을 형편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보니 북한 당국은 어업권 보호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2012년에는 허가받지 않고 들어온 중국 어선을 나포했고 2013년에는 러시아 어선에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지난해부터 어린이와 노인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군 수산사업소 건설을 지시했다. 이는 수산물 증산 혜택을 군인뿐 아니라 일반 주민에게도 돌리겠다는 의미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물고기나 오징어 같은 수산물은 장마당에서 소득 수준이 중간 이상은 돼야 사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유통망과 냉동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가운데 생선이나 육류는 장마당에서 주로 소금에 절인 형태로 판매되기도 한다”면서 “메기 등 내수면 어종의 경우 양식장 주변 사람은 먹을 수 있지만 유통망과 운반 수단이 부족해 일반인이 직접 사먹기에 비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무허가·개인 불법 등록 어선으로 어로 활동 많아져 하지만 북한 당국의 최근 고민은 국가가 통제하던 수산업이 점차 사유화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금력이 있는 상인이 모여들고 돈을 벌기 위한 불법 투기도 많아 무허가 기업이 배를 갖고 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개인도 국가 기관에 불법으로 배를 등록하고 공공연히 어업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수산업 부문의 개인 사업은 대체로 작은 어선을 한 척 마련하는 데서 출발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수산사업소나 수산협동조합 소속 어선 중 기름이 없어 조업을 하지 못하는 배를 임대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기 자금으로 배를 구입해 국가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시킨 뒤 조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어선은 공장에 배를 의뢰해 제작할 수도 있고 수산사업소 등 기관의 중고 배를 인수하거나 가끔 중국의 중고 배를 수입하기도 한다. 배를 임대하려면 연간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기관 명의를 빌리는 경우 해당 기관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목표 물량 기업소 넘기고 초과 물량 다른 곳에 팔아 어선을 확보한 개인 선주는 연료와 각종 어구, 식량 등을 마련해 고기잡이에 나선다 이때 임금노동자인 ‘삯벌이’들을 개인적으로 고용한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게 되면 먼저 해당 기업소에서 부여받은 계획 물량분을 기업소에 넘긴다. 이 밖에 계획된 목표량을 초과한 물량은 가격을 높게 쳐주는 다른 기관이나 장사꾼에게 팔게 된다. 어획물을 구입한 기업소는 이를 중국 수입상에게 넘기게 된다. 안 소장은 “신포, 원산 등지에서 개인이 배를 소유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정보가 있는 만큼 수산업 분야의 사유화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개 양식도 개인 기업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다. 물론 사업을 하려면 국가 무역회사의 무역지도원이나 외화벌이 기지장으로 소속을 바꿔야 한다. 양식을 하려면 우선 일정 면적의 바다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면허료가 필요하다. 바다에서 조개 양식을 하려면 보통 200~300㏊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사업비로는 100㏊당 약 1200달러의 세금을 국가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군 총참모부에 바다 출입 허가를 위해 약 2000달러, 국가보위부에 바다 출입증을 위해 500~600달러, 군단 경비국에 500달러 정도 바쳐야 한다. 결국 세금인지 뇌물인지가 불분명한 돈이 사업비로 필요한 셈이다. 북한 국방위원회와 인민보안부는 지난 2월 4일 포고문을 통해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경계해상, 어로금지계선에 불법적으로 침임해 물고기를 잡는 행위와 생산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혀 불법 어업 활동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북한의 수산물 분야의 개인 기업화는 100%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군부와 정부, 개인이 협력해 이익을 공유하는 상황이라 당국의 통제 의지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빈손으로 내려온 탈북민들 “더 어려운 남한 사람 돕겠다”

    빈손으로 내려온 탈북민들 “더 어려운 남한 사람 돕겠다”

    “알몸뚱이로 남쪽에 왔어요. 다들 잘살고 풍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사는 분도 많더군요.” 탈북민 10명이 어려운 처지의 남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탈북민 김향순(70·여·가명)씨는 지난달 16일 ‘되돌이사랑 봉사단’을 발족했다. 탈북민 3명으로 출발한 봉사단은 탈북 사회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새 10명으로 늘었다. 봉사단은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매월 무료급식 활동을 하고,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7일에는 저소득층 노인 6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앞으로 지역 내 복지관과 연계해 노인들에 대한 청소와 목욕 봉사도 할 예정이다. 봉사단장인 김씨는 북한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다 2010년 남편과 함께 탈북했다. 그는 북에 남은 가족들의 탈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부터 간병인까지 다양한 일을 해 왔다. 그런 노력 덕분에 2011년에는 딸과 손자를, 지난해에는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우리 탈북자들은 (정부 지원 덕분에) 집도 있고 병원비도 지원받고 여러 도움을 받았는데 힘든 분들을 보면 죄송스러웠다”며 “물질적으로 돕지는 못해도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의 생각이 강동경찰서의 도움을 통해 지역 탈북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봉사단이 꾸려졌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올 3월 기준 남한 내 탈북자 수는 2만 7810명이다. 3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5년 북한의 대기근을 전후해 대량 탈북이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탈북자들이 늘면서 북한 실상을 구체적으로 다룬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국내 문단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며 도외시해 왔다. 최근 들어 문단, 학계 안팎에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이 발표되면서다. 한국 문학사 내에 ‘탈북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작가 탈북 늘어… 작품에 개성 담기 시작 탈북자들의 초기 글들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고발 수기’가 주를 이뤘다.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 ‘아! 요덕’, 주성하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등 여러 탈북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실상을 폭로했다. 이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글이 조금씩 나왔지만 대부분 정치소설이었다.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명학, 김유경, 장진성, 백이무 등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한 탈북 문인들이 문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체험을 토대로 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부각되거나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다.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 장진성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한엔 조선작가동맹 맹원과 후보맹원이 있다. 맹원은 전업 작가이고 후보맹원은 부업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작가들은 1~4급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탈북 문인들은 “북한 작가들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당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뒤 당을 더 잘 받드는 내용으로 창작하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줄 없는 설움… 파고들 틈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찾아 남한에 왔지만 한국에서 문인으로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문단의 높은 벽과 냉대에 부딪혀야 한다. 출신 대학, 지도받은 교수, 어느 작가의 제자 등으로 형성된 ‘문벌’을 파고들 틈이 없다. 한 문인은 “언어, 문화, 정서 차이는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 문인들이 인식을 바꿔 탈북 문인들을 손잡아 주고 이끌어 주지 않으면 작가로 활동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생계 문제도 걸림돌이다. 탈북 작가들 가운데 전업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강연이나 원고 기고 등으로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는 작가들만이 근근이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탈북 문인 소외 현상, 詩 분야는 더 심각 소설가보다 시인이 더 힘들다. 북한 소설은 리얼리즘이 주류다. 체제 찬양, 우상화에 치우치는 결함은 있지만 글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선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시는 북한과 차이가 크다. 한 시인은 “한국에서 문학상을 받은 시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라며 “암호문 같거나 난해한 시에 상을 주며 그들만의 벽을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해 온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국내 문단에서 탈북 문인들의 작품을 소외시켜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 문학사적 시각에서 접근해 제대로 분류해서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탈북 작품, 北 주민 생각 읽을 수 있는 창구”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유입에 따른 생활상 변화, 인권 상황 등은 사실성 측면에서 남한 작가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탈북 문인 도명학은 “북한의 현실은 탈북자들의 회상록이나 증언,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북한 사람들의 정서나 심리는 알 수 없다”며 “문학을 통해서만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 무엇을 좋아하고 미워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명 국제펜망명북한작가센터 부회장은 “탈북 작가들은 통일문학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문화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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