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탈북자
    2025-12-28
    검색기록 지우기
  • 전시회
    2025-12-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664
  • “무슨 집회인지는 몰랐지 고향 사람들 만나고 2만원 주니까 나간 거지”

    “난 세월호에 관련된 집회인 줄은 몰랐지. 2만원 준다니까 그냥 나간 거야. 집에만 있어 봐. 자꾸 고향 생각나고 외로운 거 말도 못 해.” ●“북에서 온 사람끼리 친목회라 여겨” 15년 전 탈북해 한국에 온 A(69)씨는 25일 “기초생활수급자 입장에서 2만원은 매우 큰돈이고, 집회에 나가면 같은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저 고향 사람끼리 친목회에 나간다고 생각했다”며 “뉴스에 우리가 문제라고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탈북자 단체나 지인의 연락을 받고 각종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2014년 5월쯤 서울 광화문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최하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 나갈 때는 집회 내용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그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규탄하는 자리라고만 들었어요. 집에서 노느니 교통비로 2만원이라도 받자고 했던 거죠. 이젠 안 나갈 거예요.” 어버이연합의 보수 성향 집회에 돈을 받고 시위를 해 주는 ‘알바 시위자’들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이른바 ‘알바 집회’의 실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탈북자뿐 아니라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도 각종 이념단체나 종교단체, 이익단체 등의 시위에 금전적 혜택을 미끼로 동원되고 있다. ●“정기적 참여 요청하며 성격 변질”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약 5년 전부터 60~70대 탈북민들이 2만원가량을 받으면서 1개월에 2번 정도씩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실향민끼리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의미가 더 커서 특정 시민단체와 상관없이 여러 성격의 집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014년 어버이연합이 일부 탈북자 단체에 정기적으로 집회 참가를 요청하면서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했다”면서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구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로 활동하며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22일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에게 교통비 2만원씩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노숙인도 재건축 시위 등에 동원 탈북자 외 노숙인과 독거노인들도 알바 집회에 동원되고 있다. 다만 종교단체가 주도하는 시위나 재건축 등 이익집단의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노숙인 재활을 돕는 한 활동가는 “동성애 반대 시위에 한 달에 4번씩 참가하는 노숙자에게 월 4만원을 주겠다는 교회도 있다”며 “또 노점상 철거나 건물 철거 등에 용역 측 인력으로 투입되면 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만~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활동가는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이 교회 예배 등에 참석하면 무료급식과 함께 500~1000원씩을 주는데, 이런 자리에서 알바 집회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 설명회에 참석하고 일당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돈 받고 시위 나가도 법적 문제 없어 경찰 관계자는 “다들 생업에 바쁘다 보니 시위 참석자를 찾기 어려워 일당을 주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러나 돈을 받고 시위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어버이연합 “전경련서 우회 지원받아” 시인

    ‘관제 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우회적인 자금 지원을 받은 점을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 개입설은 부인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직접 받은 것은 없으며 한 복지재단을 통해 지원받았다”면서 “그 돈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있으며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복지재단이고 지원금의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 줄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또 “2009년 서울시의 지원으로 무료 급식사업을 시작했는데 야당의 반대로 지원금이 끊겼다”며 “아내가 운영하는 감자탕집에서 사비를 들여 무료 급식을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 1억 2000만원의 무료 급식 비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시위를 벌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며 “사무실에 늘 비슷한 인원이 모여 이동하기 때문에 집회에 늘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어버이연합은 최근 집회에 금품을 제공해 탈북자를 동원하며 전경련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어버이연합 “전경련 자금, 우회적으로 받아…靑 지시 안 받았다”

    어버이연합 “전경련 자금, 우회적으로 받아…靑 지시 안 받았다”

    보수 민간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 부터 우회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무료 급식을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22일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경련에서 어버이연합이 예산 지원을 받은 것은 없다”며 “단 한 복지재단을 통해 지원받았고, 그 돈으로 옆방에서 무료 급식을 한다”고 밝혔다. 추 총장은 “2009년 서울시의 지원으로 무료 급식사업을 시작했는데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지원금이 끊겼다”며 “아내가 운영하는 감자탕집에서 사비를 들여 무료 급식을 이어갔으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 1억2천만원의 무료 급식 비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복지재단이고, 지원금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 줄 몰랐을 것”이라며 “우리 회원들은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데 탈북자들을 돕는데 쓰인 지원금 일부가 ‘집회 동원’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 총장은 청와대 지시나 압력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며 “사무실에 늘 비슷한 인원이 모여 밥 먹고 강연 듣고 이동하기 때문에 집회에 늘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는 것이고,정보는 다 인터넷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정부 친화적이고 보수적 성향의 목소리를 내온 어버이연합은 최근 집회에 탈북자들을 돈주고 동원했고, 전경련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 데 더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회견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기자들이 질문도 받지 않고 떠나는 추 사무총장에게 항의하자 어버이연합 회원 수십명이 기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아래는 어버이연합 입장 전문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지키는데 한점 부끄러움 없이 행동해왔습니다! 최근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설로 전경련에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벧엘복지재단입니다. 전경련으로서는 벧엘복지재단 지원금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줄 몰랐을 것입니다. 만약 알았더라면 벧엘복지재단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원금 상당 부분은 어르신 복지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르신들께 일당을 주고 집회에 동원시킨 적은 없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오히려 회비를 내고 활동합니다.다만 탈북자들을 돕는데 지원금 일부가 쓰여졌는데, 이게 오히려 사기당하는 꼴이 되어 버려 지금의 사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지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우리의 활동 자체를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어버이연합은 기본적으로 노인복지단체입니다. 다른 노인복지단체와 다른 점은 어르신들께 단순히 급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단체란 점입니다. 아스팔트에서 싸우는 우리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그 어느 노인복지단체 회원들보다 건강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104세의 어르신 회원이 지팡이도 짚지 않고 신문을 한뭉치 들고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이보다 더 좋은 노인복지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해온 일련의 활동은 모두 나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사태에 맞대응한 것 역시 불순세력과 정치·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일부 유족들이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어느 단체나, 운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금이 필요합니다. 소위 진보단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좌편향 된 우리 언론들은 보수단체들만 공격하고 있습니다. 진보단체들의 자금 출처는 캐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어버이연합은 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홀로 외로이 거대한 언론권력과 맞설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언론이 되어 보수단체를 말살시키려는 음모를 폭로하고, 진보로 위장한 세력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2016년 4월 22일대한민국어버이연합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청와대 배후설, 우리 쪽에서 말한 사람 없다”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청와대 배후설, 우리 쪽에서 말한 사람 없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추선희 사무총장이 21일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내부 인사의 주장에 대해 “우리 쪽에서 그런 말 한 사람은 없다”며 부인했다. 2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추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나한테 아무 얘기 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앞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발적으로 대통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와대 지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 씨가 맡고 있지만 자금 및 회원 관리, 집회 참가 등의 주요 실무는 대부분 추 사무총장의 몫이다. 그는 최근 탈북자를 알바로 동원한 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자금 지원 의혹, 청와대의 관제 집회 지시설 등에서 모두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과거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등의 모임에서 활동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경련 자금 의혹이어…어버이연합 “청와대가 집회 열라고 지시했다” 폭로

    전경련 자금 의혹이어…어버이연합 “청와대가 집회 열라고 지시했다” 폭로

    알바비를 대고 탈북자들을 관제집회에 동원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에서 집회를 열어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버이연합에 전국경제연합회(전경련)와 경우회에서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나온 주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의 핵심 인사 A씨는 18일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공격을 하는 것 같다”면서 “집회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안 받아줘서 그러는 것”이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올해 초 한일 위한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 청와대 측에서 지지 집회를 지시했는데 어버이연합에서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집회를 했다가는 역풍이 일 것이라고 여겼다”면서 “애국보수단체의 역할과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집회를 열라는 지시를 내린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의 B행정관을 지목했다고 시사저널은 보도했다. B행정관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전향386’과 ‘시대정신’이라는 단체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들어와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또 보수 시민단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C씨를 통해 “탈북자 단체장들과 연루가 많이 돼 있다”면서 “어버이연합의 경우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행정관은 보수 성향의 탈북단체들을 사실상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단체 대표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탈북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있었는데, 이 때 B행정관을 처음 만났고 이후에도 수차례 만났다.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B행정관을 만난 적도 있다”면서 “B행정관이 탈북단체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실련, 전경련 어버이연합 자금줄 의혹에 “노골적 정치개입 행위…해체하라”

    경실련, 전경련 어버이연합 자금줄 의혹에 “노골적 정치개입 행위…해체하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자금을 대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20일 성명을 통해 “대기업·재벌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극우 행동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억대 자금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전경련은 재벌기업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정치개입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당장 조직을 해체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9일 공개된 ‘기독교선교복지재단’의 2014년 재단 계좌 입출금 내역에 따르면 해당 계좌에 전경련이 2014년 9월 4000만원을 입금했고, 그 해 11월과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 20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좌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세월호 진상규명 반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막말, 친(親)정부 성격의 집회와 반대세력에 대한 ‘종북낙인찍기’ 등 극단적 언행과 이념 조장에 앞장선 어버이연합 활동에 억대의 돈을 지원한 전경련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처럼 흘러간 돈이 집회·시위에 탈북자단체를 가담시키는 인건비로 활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명명백백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어 “지난 2014년은 연초부터 어버이연합이 쌍용차해고 노조원들과 서울 대한문에서 충돌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에 대한 어버이연합의 매도공세가 한창이었다”며 “그동안 어버이연합은 노조가 집회를 계획하면 먼저 같은 자리에 집회신고를 하는 ‘알박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연간 수백차례에 걸쳐 친정부·보수성향의 시위를 주도해 왔다. 전경련이 이러한 단체에 억대의 돈을 지원한 것은 재벌기업 사익을 위해 자신들이 가진 경제권력으로 노골적인 정치개입에 나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1당’ 더민주 “전경련-어버이연합 자금줄 의혹, 국정조사 해야”

    ‘제1당’ 더민주 “전경련-어버이연합 자금줄 의혹, 국정조사 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2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그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 행사를 가로막는 범죄행위로, 그 뿌리를 철저하게 파헤쳐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어버이연합 등의 탈북자 집회 알바 동원 및 전경련, 경우회의 자금 지원 의혹에 대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그동안 세월호 반대 집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 각종 친(親) 정부 집회를 열어왔다”면서 “이러한 집회들이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탈북자들에게 알바비를 주고 동원한 것이라는 의혹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그런데 이들 단체에 그 자금을 대온 것이 대기업들이 모인 전경련과 퇴직 경찰관 단체인 경우회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전경련은 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들의 모임이다. 그런 전경련이 이들 단체에 자금을 대줬다면 이는 명백한 정치 개입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전경련의 정치개입 의혹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닌지 깊은 의심을 갖게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 “경우회도 대한민국 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정치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탈북자들을 알바로 동원해 관변성 집회를 열도록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심각한 불법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정부는 경우회에 민간경상보조사업을 위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경찰서마다 사무공간과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의 돈으로 불법적인 정치 개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전경련과 경우회가 자발적으로 이러한 불법적 자금지원을 행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배후에 권력과 연계가 있는 것인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며 “과거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이 관변단체들을 동원하던 못된 행태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음습하게 퍼진 것 같아 개탄스럽다”며 거듭 정부를 비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북, 핵 도발 중단하고 생존의 길로 나오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최근 차량과 인력·장비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게 그런 징후라고 어제 정부가 확인했다. 북측은 지난 15일 실패했다고는 하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핵 도박’을 계속하려는 일련의 동향이다. 우리는 이런 무력시위가 김정은 체제를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긴 눈으로 볼 때 과녁을 잘못 겨눈 자해 행위임을 지적해 둔다. 김정은 정권은 요즘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기세다. 어떻게든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하려는 낌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그간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게 그 일환이다. 사거리가 3000∼4000㎞에 이르는 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북측은 5차 핵실험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소형화된 핵탄두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통할 리는 만무하다. 북측으로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의 핵 군축 및 평화협상을 벌일 지렛대로 삼겠다는 배짱일 게다. 리수용 북 외무상은 오는 22일 파리 기후변화 협약 서명식 참석차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다. 이에 앞서 북한이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IRBM을 쏘아 올린 것도 미국과의 거래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게다. 하지만 이는 ‘오발탄’일 뿐이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시험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확인돼야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 않는가. 결국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가혹한 국제 제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의 통치 금고가 마르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고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북측이 다음달 7일 열릴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최근 탈북한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들도 “대북 제재로 북한 체제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탈북 동기를 토로하지 않았나. 안으론 탈북자가 늘고 밖으로는 전례 없이 촘촘한 대오를 갖춘 국제 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북한 정권은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핵 보유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외려 김정은 정권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이 지폐가 북한산이라는 걸 증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달 초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 1층 위변조대응센터. 경찰청 외사과 소속 경찰관이 창구에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민다. 평범한 미화 100달러로 보이지만 정밀하게 위조된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다. 얼마 전 한 탈북자가 국내 환전을 시도하다 적발된 돈이다. 감식을 요구한 경찰관은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Made In North Korea)라는 답을 꼭 듣고 싶어했다. 위폐 한 장이 탈북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가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센터 측의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 은행에서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슈퍼노트 제조국이란 의심을 받아 왔다. 화폐전문가들은 슈퍼노트 제작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슈퍼노트 제조 라인 하나당 2000억원 이상)과 기술 수준, 장비, 재료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개인이나 범죄조직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폐 제작 노하우를 지닌 국가 장인급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 또 이런 일을 수십년 이상 은밀히 진행하려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여야 가능하다. 꼬리가 밟힌 사례도 있다. 1994년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이 외교관 여권을 들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위폐 25만 달러를 입금하려다 체포됐다. 1998년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위폐 3만 달러를 지니고 있다 발각됐다. 4년 후 망명한 그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만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단 모든 것은 증언과 정황 증거일 뿐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 위폐 입금 들킨 北노동자 “北 슈퍼노트 제작” 슈퍼노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전문가들은 미국 조폐청이 100달러를 찍어내는 공정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장의 고액권 화폐가 만들어지려면 ‘평판 인쇄→스크린 인쇄→요판 인쇄(뒤/앞)→활판 인쇄 등 한 달이 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슈퍼노트도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슈퍼노트는 “인쇄만 다른 곳에서 했을 뿐 사실상 진짜 돈이나 다름없다”고 얘기된다. 위조 지폐는 만드는 수준에 따라 저급, 중급, 초정밀 위조지폐(슈퍼노트)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저급 위조지폐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나 컴퓨터 스캐너,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중급은 평판 인쇄기 등 실제 인쇄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위폐를 만드는 것이 저급기술로 여겨지는 것은 만들기는 손쉬운 반면 아날로그 방식의 독특한 느낌을 구현하지 못해서다. 우선 촉감부터 다르다. 요판 인쇄를 거친 진폐는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지만 디지털 프린터 등으로 만든 돈은 인쇄 면이 평평하고 밋밋한 느낌이다. ●고급 슈퍼노트, 개인·일개 조직은 만들 꿈도 못 꿔 돈을 확대하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활판 인쇄를 하면 인쇄된 곳의 경계선이 진하고, 요판 인쇄를 하면 끝이 미세하게 번지는 모습을 보인다. 레이저 프린터 등을 이용하면 모든 인쇄선이 매끈하다. 특수 확대경으로 처음 위폐와 진폐를 비교해보는 사람은 오히려 인쇄면이 말끔한 위폐를 진폐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의 한계도 있다. 실제 화폐 속 미세한 선으로 이어진 등심원은 아무리 좋은 컴퓨터 스캐너와 프린터를 써도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를 않는다. 광학적으로 ‘간섭 효과’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범행을 모의하는 이들은 사람을 사서라도 꼭 아날로그 인쇄과정을 거친다. 위폐를 만드는 종이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권의 용지는 모두 동일 규격(156×66㎜)으로 매사추세츠 제지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독특하게도 종이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목재나 펄프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면 섬유(75%)와 마 섬유(25%)를 혼합해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하면서도 질기다. 또 흡수력이 강하고 특정방향으로 찢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돈을 햇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위인 실루엣은 제지과정에서 두께 차를 둬 만든다. 중급의 위조지폐는 화학물감을 이용해 실루엣을 나중에 그려 넣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모양이 다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가 아니다 보니 돈으로 돈을 만드는 꼼수도 나온다. 일부 위조지폐 사범들은 1달러나 5달러짜리 지폐를 특수약품으로 표백해 인쇄내용을 깨끗이 지운 후 그 위에 고액권을 인쇄하기도 한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표백 처리 과정을 거치면 표면이 딱딱해져 만졌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진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한때 5달러짜리 지폐를 표백제로 지운 후 100달러짜리를 인쇄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면서 “이런 위폐는 불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 프랭클린이 아닌 링컨이 나오기 마련인데 일반인들은 숨은 그림이 있는지만 확인할 뿐 누군지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신권 뜨면 “재고 풀어버리자” 슈퍼노트도 ‘인플레’ 이렇듯 슈퍼노트는 진폐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 진폐보다 약간 누렇다고 하지만 오래 사용한 지폐와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만들어진 슈퍼노트는 지폐 안에 숨겨진 미세한 문자와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는 기술까지 구현하는 데다 일련번호까지 각각 다르게 찍어낸다. 돋보기로 들여다봤을 때 미세문자가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지만 역시 전문가가 짚어주기 전에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적외선과 자외선 검사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은행 본점이나 수사기관 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조지폐는 금융권의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달러·위안화 등 위조 외화 적발 규모는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773건, 5만 3800달러(미국 달러화 환산 기준)다. 2014년에는 998건, 10만 9700달러로 껑충 불었고 지난해에는 1732건, 26만 2813달러로 치솟았다.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는 적발량의 20배에 이른다고 금융권은 예상한다. 최근 위폐가 급증한 것은 신권 때문이다. 2013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00달러짜리 신권을, 지난해 11월 중국 인민은행은 10년 만에 100위안짜리 신권을 각각 발행했다. 신기술로 위·변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신권이 나오면 위조지폐 유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렵게 만든 위폐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물량을 빨리 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100위안(약 1만 8000원) 지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슈퍼노트급은 아닐 것으로 본다. 같은 기술력이면 100달러를 찍는 것이 100위안을 찍는 것보다 6배 이상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이 지폐가 북한산이라는 걸 증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달 초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 1층 위변조대응센터. 경찰청 외사과 소속 경찰관이 창구에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민다. 평범한 미화 100달러로 보이지만 정밀하게 위조된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다. 얼마 전 한 탈북자가 국내 환전을 시도하다 적발된 돈이다. 감식을 요구한 경찰관은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Made In North Korea)라는 답을 꼭 듣고 싶어했다. 위폐 한 장이 탈북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가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센터 측의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 은행에서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슈퍼노트 제조국이란 의심을 받아 왔다. 화폐전문가들은 슈퍼노트 제작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슈퍼노트 제조 라인 하나당 2000억원 이상)과 기술 수준, 장비, 재료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개인이나 범죄조직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폐 제작 노하우를 지닌 국가 장인급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 또 이런 일을 수십년 이상 은밀히 진행하려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여야 가능하다. 꼬리가 밟힌 사례도 있다. 1994년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이 외교관 여권을 들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위폐 25만 달러를 입금하려다 체포됐다. 1998년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위폐 3만 달러를 지니고 있다 발각됐다. 4년 후 망명한 그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만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단 모든 것은 증언과 정황 증거일 뿐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 위폐 입금 들킨 北노동자 “北 슈퍼노트 제작” 슈퍼노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전문가들은 미국 조폐청이 100달러를 찍어내는 공정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장의 고액권 화폐가 만들어지려면 ‘평판 인쇄→스크린 인쇄→요판 인쇄(뒤/앞)→활판 인쇄 등 한 달이 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슈퍼노트도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슈퍼노트는 “인쇄만 다른 곳에서 했을 뿐 사실상 진짜 돈이나 다름없다”고 얘기된다. 위조 지폐는 만드는 수준에 따라 저급, 중급, 초정밀 위조지폐(슈퍼노트)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저급 위조지폐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나 컴퓨터 스캐너,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중급은 평판 인쇄기 등 실제 인쇄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위폐를 만드는 것이 저급기술로 여겨지는 것은 만들기는 손쉬운 반면 아날로그 방식의 독특한 느낌을 구현하지 못해서다. 우선 촉감부터 다르다. 요판 인쇄를 거친 진폐는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지만 디지털 프린터 등으로 만든 돈은 인쇄 면이 평평하고 밋밋한 느낌이다. ●고급 슈퍼노트, 개인·일개 조직은 만들 꿈도 못 꿔 돈을 확대하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활판 인쇄를 하면 인쇄된 곳의 경계선이 진하고, 요판 인쇄를 하면 끝이 미세하게 번지는 모습을 보인다. 레이저 프린터 등을 이용하면 모든 인쇄선이 매끈하다. 특수 확대경으로 처음 위폐와 진폐를 비교해보는 사람은 오히려 인쇄면이 말끔한 위폐를 진폐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의 한계도 있다. 실제 화폐 속 미세한 선으로 이어진 등심원은 아무리 좋은 컴퓨터 스캐너와 프린터를 써도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를 않는다. 광학적으로 ‘간섭 효과’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범행을 모의하는 이들은 사람을 사서라도 꼭 아날로그 인쇄과정을 거친다. 위폐를 만드는 종이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권의 용지는 모두 동일 규격(156×66㎜)으로 매사추세츠 제지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독특하게도 종이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목재나 펄프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면 섬유(75%)와 마 섬유(25%)를 혼합해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하면서도 질기다. 또 흡수력이 강하고 특정방향으로 찢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돈을 햇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위인 실루엣은 제지과정에서 두께 차를 둬 만든다. 중급의 위조지폐는 화학물감을 이용해 실루엣을 나중에 그려 넣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모양이 다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가 아니다 보니 돈으로 돈을 만드는 꼼수도 나온다. 일부 위조지폐 사범들은 1달러나 5달러짜리 지폐를 특수약품으로 표백해 인쇄내용을 깨끗이 지운 후 그 위에 고액권을 인쇄하기도 한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표백 처리 과정을 거치면 표면이 딱딱해져 만졌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진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한때 5달러짜리 지폐를 표백제로 지운 후 100달러짜리를 인쇄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면서 “이런 위폐는 불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 프랭클린이 아닌 링컨이 나오기 마련인데 일반인들은 숨은 그림이 있는지만 확인할 뿐 누군지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신권 뜨면 “재고 풀어버리자” 슈퍼노트도 ‘인플레’ 이렇듯 슈퍼노트는 진폐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 진폐보다 약간 누렇다고 하지만 오래 사용한 지폐와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만들어진 슈퍼노트는 지폐 안에 숨겨진 미세한 문자와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는 기술까지 구현하는 데다 일련번호까지 각각 다르게 찍어낸다. 돋보기로 들여다봤을 때 미세문자가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지만 역시 전문가가 짚어주기 전에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적외선과 자외선 검사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은행 본점이나 수사기관 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조지폐는 금융권의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달러·위안화 등 위조 외화 적발 규모는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773건, 5만 3800달러(미국 달러화 환산 기준)다. 2014년에는 998건, 10만 9700달러로 껑충 불었고 지난해에는 1732건, 26만 2813달러로 치솟았다.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는 적발량의 20배에 이른다고 금융권은 예상한다. 최근 위폐가 급증한 것은 신권 때문이다. 2013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00달러짜리 신권을, 지난해 11월 중국 인민은행은 10년 만에 100위안짜리 신권을 각각 발행했다. 신기술로 위·변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신권이 나오면 위조지폐 유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렵게 만든 위폐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물량을 빨리 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100위안(약 1만 8000원) 지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슈퍼노트급은 아닐 것으로 본다. 같은 기술력이면 100달러를 찍는 것이 100위안을 찍는 것보다 6배 이상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軍, 대북 심리전 강화…확성기 40대 추가 도입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신형 대북확성기 40대를 오는 11월 말까지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산하 기관인 국군재정관리단이 지난 4일 고정식 확성기 24대와 이동식 확성기 16대의 입찰 공고를 냈다고 12일 밝혔다. 고정식 확성기 도입에 모두 106억 7160만원, 이동식 확성기 도입에 76억 7376만원 등 모두 183억 4536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군은 현재 최전방 11곳에 고정식 확성기를 운용 중이며 10여대의 이동식 확성기도 함께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7시쯤 경기 파주시 적성면 송모(69)씨의 블루베리 농장 옆 37번 국도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송씨가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수거하려는 순간 풍선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폭발로 송씨가 얼굴과 양손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군 철책서 대북전단 수거하던 군인 3명 풍선 터져 화상

    우리 군 병사들이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발견하고 수거하는 과정에서 풍선이 터져 화상을 입었다. 12일 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0분쯤 경기 파주시 문산읍 군 철책 순찰로에서 육군 모 부대 소속 병사 3명이 철책에 걸린 대북전단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라이터를 이용하다가 풍선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갈대밭에 화재가 발생했고, 김모(25) 하사와 윤모(22) 상병, 도모(20) 상병이 손과 얼굴에 경미한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김 하사 등은 풍선과 대북전단 뭉치를 연결하는 줄을 라이터불로 끊으려던 중 수소가스가 담긴 풍선이 폭발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탈북자단체인 ‘대북전단지 인민의 소리’는 전날 오후 9시쯤 파주시 탄현면 낙하나들목 인근 공터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전단 3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냈다. 인민의 소리 회원 10여 명은 대북전단 30만장과 국내에서 발행되는 신문 4000장을 대형 비닐 풍선 3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띄웠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정찰총국 대좌도 귀순, 북 체제 이완 주목한다

    대남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군 정찰총국 출신 대좌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어제 뒤늦게 확인됐다. 그의 귀순이 관심을 끄는 것은 비단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직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속한 정찰총국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직보하는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이란 사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물론 그와 북한 내에 고위급 가족을 둔 식당 종업원들의 잇단 탈북 사태를 북한 체제 붕괴의 전주곡으로 해석하는 건 성급한 일이다. 다만 이런 ‘탈북 도미노’가 북 세습체제의 이완 조짐이라면 분단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은 우리의 몫임을 엄중히 인식할 때다. 최근 일련의 탈북 사태가 심상찮아 보이는 까닭이 뭐겠나. 과거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를 가리키는 ‘고난의 행군기’에 시작된 탈북 러시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탈북 대열엔 함경도나 양강도·자강도 등 배고픈 변방 주민들이 대종이었다. 반면 이번에 귀순 사실이 알려진 대좌는 인민군 출신 탈북자 중 최고위급이다. 계급은 우리의 대령급이지만, 현 노동당 대남 비서인 김영철이 이끌던 정찰총국 소속으로 북한 핵심 계층의 일원이다.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주재 북 외교관 및 이번 식당 종업원 탈북 사태와 한 묶음으로 보면 세습체제를 떠받치던 북한 정권 상층부의 동요 징후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우리는 이처럼 핵심 계층이 하나둘씩 북한을 떠나는 현상을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임박했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인위적 긴장 조성용으로 위험한 도박을 선택할 개연성에 유의하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5차 핵실험이나 대남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내부를 다잡기 위해 공포정치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걱정스럽다. 북한은 다음달로 예정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연일 주민들에게 “수령 결사 옹위”를 독려 중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로 강력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지금 주민들을 옥죄거나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은 외려 정권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도 과도한 대응으로 선거전에서 괜한 북풍 오해를 자초해선 곤란하다. 탈북자들은 통일 한국에 ‘먼저 온 손님들’로 봐야 한다. 북한발 위기 관리에 내실 있게 임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원할 때 통일은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 “北 내부 동요… 中서 용인하면…대량 탈북·정치적 망명 시간문제”

    비슷한 ‘탈북 루트’ 봉쇄 우려 북한 해외 식당 종사자 13명이 한꺼번에 탈북에 성공하면서 추후 이와 비슷한 대규모 집단 탈북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집단 탈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 대북 압박이 커진 가운데 벌어졌고 중국이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 사건으로 중국 및 동남아 내의 비슷한 ‘탈북 루트’를 활용하기가 힘들어져 당분간은 추가 탈북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집단 탈북 이후 탈북자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과 중국, 또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들이 한국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에 해외에 나가 있는 (탈북자 지원) 선교 단체나 비정부기구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집단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 보호를 위해 루트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해당 경로가 알려지면 국경 보호나 북한과의 마찰을 고려해 국경 감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한 이후 대북 소식통이나 현지에서 관련 정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집단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태국, 라오스를 거쳐 항공편을 활용해 인천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탈북 소식을) 요란하게 발표하면 중국은 제3국으로 가는 루트를 봉쇄할 것이며 제3국도 당분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벌이 목표를 못 채울 경우 받는 문책을 두려워하는데 당국이 이 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며 북한 당국이 추가 탈북 방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이번 집단 탈북을 계기로 북한 내부의 동요 등이 커지며 제2, 제3의 대규모 탈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용인만 하면 대량 탈북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내부 동요가 있게 되면 대량 탈북이나 정치적 망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해외 북한 식당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국이 계속해서 대북 제재를 이행할 경우 상납에 압박을 느낀 사람들의 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北 핵심 간부 ‘숙청 피바람’ 부나… 외화벌이 위축 불가피

    北 선전 매체 “탈북자, 인간쓰레기” 북한 해외 식당에서 집단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근로자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책임 선상에 있는 간부들이 줄줄이 문책, 좌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주민들의 탈북에 대해 ‘혁명의 배신자’라며 관용 없는 처벌을 공언했던 바 있어 책임 소재에 따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숙청의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14년 11월부터 북한 보위부와 보안부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로 ‘98작전’이라는 이름의 내부 공동 작전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접경 지역 비법 월경·월남 도주 및 밀수 등을 뿌리째 뽑기 위해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할 것”이라는 김 제1위원장의 명령을 관철시키기 위한 작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 지역도 아닌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집단 탈북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와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내 모든 기관들에 대한 특별 감사와 조사, 소환 등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외화벌이 사업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해외에 근무하는 간부들과 종사자들의 동요가 추가 탈북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외화 상납에 대한 강한 압박과 함께 비교적 자유롭게 외부 소식, 특히 우리 방송과 인터넷 등을 자유롭게 접하면서 한국 사회 모습을 동경하게 된 것이 이번 (13명의) 탈북 결정의 배경이 됐다”며 “이번 사례가 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집단 탈북한 여성들 중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최근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한국으로 탈출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해외 식당을 운영하는 당·군·기관들은 당 경공업성, 보위부, 호위국, 무력부, 정찰총국 및 대성총국, 낙원총국, 금강총국, 청년동맹 등 북한 내 권력·경제 핵심 기관들이다. 이들 기관의 책임자들이 외화벌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면서 자금 중 일부를 착복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단 탈북에 따른 검열 외에 추가적으로 여죄를 추궁받을 여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9일 탈북자들에 대해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 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유다들”이라며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장부 가져와… 韓손님 줄어…” 식당 한쪽선 외화 상납 추정 대화

    “장부 가져와… 韓손님 줄어…” 식당 한쪽선 외화 상납 추정 대화

    “13명이나 탈출요?” 종업원 술렁… 휴일에도 손님 없어 파리만 날려 “중국 내 조선(북한)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탈출했다는 소식 들었나요?”(기자) “종업원 ‘둘’이 탈출했다고요?”(종업원) “둘이 아니라 열세 명요.”(기자) “네? 열세 명이나요? 금시초문입니다.”(종업원) 10일 점심 때 찾아간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 ‘평양대성산관’은 정상 영업을 했다. 그러나 넓은 홀에서 점심 식사를 한 손님은 기자 일행이 유일했다. 이 식당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해 그동안 휴일에도 가족 단위 외식객이 많았지만 유엔 대북 제재 개시 이후엔 파리를 날리고 있다. 점심값을 지불한 뒤 가게 문 앞까지 배웅해 주는 앳된 여종업원에게 참았던 질문인 종업원 탈출 얘기를 건넸다. “금시초문”이라고 말하는 종업원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짓는 딱 그런 표정이었다. 눈빛에는 불안감도 엿보였다. 점심을 먹는 동안 한 남성이 들어와 기자 일행을 힐끗 보더니 가장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았다. 식당 관리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서둘러 그와 마주 앉았다. 이 여성이 평양 사투리로 “장부 가져오라”고 하니 종업원이 서류철을 들고 갔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조국’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왔다. 멀리 떨어져 있어 대화 내용을 정확히 들을 수는 없었으나 돈 문제가 대화의 주제임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없다. 나도 더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하는 남성은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 같았고 “1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중년 여성은 보고자처럼 보였다. ‘월세’ ‘하루 4000위안’ ‘옆방 수리 후 재임대’ 등의 말도 들렸다. 외화 상납과 관련된 말로 들렸다. “한국인이 너무 줄고 있다”는 말은 또렷하게 들렸다. 실제로 베이징에 있는 북한 식당들은 요즘 고객의 80%를 차지하던 한국 손님이 뚝 끊겨 집단 폐업 직전의 위기 상황이다. 가격이 한국 식당보다 50% 이상 비싸도 북한 음식이라는 특수성과 미모 여종업원들의 공연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핵실험 이후부터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인 대신 중국 고객을 잡기 위해 중국 요리 비중을 늘리면 북한 식당 특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중국화’도 어렵다. 한편,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곳으로 지목되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인 관계자들은 언론에 “북한인이 모두 도망쳐 영업을 할 수 없다”면서 “언제 재개할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류경식당은 지난해 카페거리인 난탕라오제 2기에 들어선 호화 식당이었으나 영업 실적은 극히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한 것은 지난 4일이나 5일쯤으로 추정된다.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와 여행이 자유로운 데다 이들의 여권을 관리하던 책임자도 함께 탈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여행이 자유로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탈출로 북·중 관계는 한층 험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건이 한·중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탈출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계속 나올수록 중국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면서 “한국 정부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탈북 사실 공개에 중국 정부도 놀란 것 같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탈북 방조했다고… 北 국경경비대 간부 총살 위기

    김정은 정권 들어 유난히 주민 통제와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탈북을 방조한 북한 국경경비대 간부가 체포돼 총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8일 일본 매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에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주민 2명의 탈북을 도운 혐의로 국경경비대 후방부 대대장이 지난달 24일 체포돼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졌고, 총살형에 처해질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회령시에서 큰 소문이 났다고 하니까 실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탈북시킨 주민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정보가 (북한에) 전해지면서 단순히 중국에 넘어간 것이 아닌 한국으로 간 것이 큰 정치사건으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탈북 방조죄는 징역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탈북과 밀수를 단속하는 국경경비대 간부가 한 일이기에 엄벌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며 “5월 당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국경 질서를 철저히 유지하라는 중앙의 방침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해관(세관) 당국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RFA에 “이제 조선에 ‘사과 쌀’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면서 “그만큼 중국 해관의 화물 검사가 까다로워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사과 쌀’은 쌀포대가 아닌 사과 상자에 담긴 중국산 쌀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에서 조선에 보내는 물품은 대개 포장에 표시된 내용과 다른 물품을 넣어 보내는데 이 같은 거래가 대북 무역업자 사이에서는 ‘사과 쌀’이라는 은어로 통한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핏줄 다른당

    한핏줄 다른당

    4·13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 오세현 전 KT 전무가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던 사실이 지난 22일 밝혀지면서 다른 당적을 가진 형제자매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서 5선인 이재오 의원을 제치고 단수공천을 받은 유재길 후보는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의 친동생이다. 유 후보는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교육전문 강사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자문위원, 사단법인 시대정신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친박근혜계다. 그는 탈북자 구호 활동을 하다 2012년엔 중국에서 114일간 구금을 당하기도 했다. 형인 유 의원은 “동생이 대학 때는 학생운동을 했는데 대학을 마치고 북한 민주화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면서 “정치를 안 했으면 했는데 새누리당에 간 것은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는 “이왕 나선 길에 상처받지 않고 지치지 않고 잘 헤쳐 나갔으면 한다”고 동생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강동갑에 출마한 더민주 진선미 의원의 오빠 진봉헌 변호사는 국민의당 창당 멤버다. 수원지법과 전주지법에서 판사를 지낸 진 변호사와 역시 변호사인 진 의원은 더민주 내 ‘율사남매’로 유명했다. 국회에 먼저 입성한 것은 19대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진 의원이다. 진 변호사는 지난해 말 더민주를 탈당, 국민의당 중앙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고, 정치혁신특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형제자매 정치인들 중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상대 당 의원으로 만난 경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 전 전무는 더민주의 ‘유능한 경제’ 분야 과학·기술 전문가 몫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했다. 그랬던 그가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자진 철회한 이유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후보 면접에서 “(오 전 시장이) 그냥 정치인도 아니고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데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전무는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2014년까지 KT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로 일하다 퇴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In&Out] 한반도형 ‘프라이카우프’를 제안한다/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In&Out] 한반도형 ‘프라이카우프’를 제안한다/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통일시대는 먼 미래가 아니다. 누가 통일시대 마중의 주역이 돼야 할까. 당연히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이라고 생각한다. 탈북민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분단 시대가 낳은 미완의 존재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자연 탈북민이란 존재도 사라질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63년부터 1989년까지 총 3만 3755명의 정치범을 석방했으며, 25만명의 이산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범 석방을 위한 대가로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1인당 1977년까지는 4만 마르크, 1977년부터 1989년까지는 1인당 9만 5847마르크에 해당하는 물품을 제공했다. 만약 2∼3년 후에 통일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아직 분명한 청사진이 없다. 북한의 변화는 크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과 정권의 자구력이 상실되면서 급속하게 붕괴하는 두 가지다. 이들 모두 북한 내외의 재건 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우리도 한반도형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를 실행에 옮길 단계에 와 있다. 탈북민들은 대부분 북한의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돈이 단지 생계형 자금을 넘어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하는 ‘시드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탈북자들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견지에서 벗어나 이제 북한 내에서 ‘변혁세력’을 만들자는 것이다. 쿠바의 경우 혁명 후 불과 6년 만인 1965년까지 공산주의 체제와 카스트로의 강압 통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이 35만명에 달했다. 카스트로는 쿠바 난민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했다. 그는 1980년 “미국으로 떠날 사람은 모두 떠나라”며 항구를 전격 개방했다. 카스트로는 탈출 행렬에 반체제 인사와 정치범, 전과자와 정신박약자를 대거 포함했다. 이렇게 탈출한 난민들이 매년 쿠바의 친지에게 보내는 돈이 30억 달러가 넘는다. 외국인 300만명이 찾는 쿠바의 한 해 관광 소득보다도 더 많다. 변변한 산업이 없는 쿠바 경제를 난민의 송금이 지탱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9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에 정착한 탈북자는 총 3만명 정도다. 몇 해 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북에 남겨 둔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연간 120억원 정도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탈북자 송금액이 300억원 이상으로만 늘어도 북한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더욱 높이며 경제 개방 같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은에게 들어가는 통치자금이 아니라 탈북자들이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생활자금은 장마당을 더욱 활성화하는 효과도 낸다. 쿠바의 변화를 유도한 송금 사례를 우리 당국도 연구해 보길 바란다. 이것을 ‘FD(Free Donation)운동’(자유기부운동)으로 명명하기를 정중히 제안한다.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은 조이되 오히려 주민들에게 돈을 집어 준다면 그게 바로 레짐체인지인 것이다.
  • [사설] 北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주도할 때

    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제재 조치들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포괄적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새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시점에 나온 ‘인권 카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 문제를 다룰 ‘전문가 그룹’ 설립을 권고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북 인권 문제를 비핵화를 견인하는 수단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닐 게다. 우리는 이를 북한 주민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잣대로 다룰 때라고 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어제 최근 북한이 여성 근로자들을 중국에 대거 파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해외 근로자 파견 금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제재하는 조항을 넣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이런 빈틈을 메우려는 수순이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죄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국외로 송출한 노동자들이 ‘노예 노동’으로 간주될 정도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 중동 지역 북한 노동자들이 “월급의 70∼80%를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검열단에 뇌물까지 줘야 한다”는 RFA 보도 내용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간 북 인권 문제에 대해 제3자인 국제사회에 비해 미온적이었다. 유엔은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다음해인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우리 국회는 발의한 지 11년 만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북 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을 외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북 내부에서 벌어진 공개 처형이나 강제 수용소 감금 등을 못 막은 것은 고사하고 배를 곯다 국경을 넘으려던 탈북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조차 방치해 왔으니 말이다. 매년 5000만 달러 수준인 유엔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제재 국면에선 늘어나기 어렵다. 북 주민들의 극심한 생활고를 덜려면 김정은 정권이 속히 핵·미사일 개발을 관둬야 할 근거다. 그럼에도 그제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 공화국 인민들은 날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고 인권 침해 사실을 부인했다. 잠꼬대 같은 소리지만, 북 인권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던 북측이 다시 나타난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임을 말한다. 통독 전 서독이 그랬듯이 인권 문제 제기는 늘 주민의 삶보다 체제 유지가 우선인 전체주의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명분 있는 비대칭 무기다. 지구상 최악이라는 북 인권 문제를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앞장서 공론화해야 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