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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앙코르는 ‘느낌’이다. 형언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배어 있다. 보는 순간마다, 보는 장소마다, 보는 기분에 따라 각각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유적지의 웅대함에 놀라고, 고색창연한 건축물의 신비로움과 인류의 위대함에 매료된다. 캄보디아인의 인자한 미소가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13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하던 앙코르 왕조의 몰락과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는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 유적지 곳곳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앙코르 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사전 지식없이 무작정 찾았다가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무더기’의 지루함만을 느낄 수도 있다. 신들이 사는 세계를 이땅에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왕조가 멸망된 뒤 수세기동안 역사의 어둠속에 묻혀있다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앙코르의 느낌속으로 들어가 보자. # 설렘 앙코르 유적과의 만남은 설렘으로 시작됐다.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신들의 땅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늦은 밤에 도착한 탓에 유적지 인근 호텔에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뒤척임 속에 새벽을 맞아야 했다. 호텔을 출발해 처음 찾은 곳은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 시엠레압 주변 1000여개 유적지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유적지 매표소에서 3일 동안 자유롭게 유적지를 볼 수 있는 앙코르 패스(40달러)를 끊은 뒤 앙코르톰의 관문인 남문에 도착하자 장엄한 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불교도로는 처음 왕위에 오른 자이야바르만 7세(1181∼1201)때 지은 정사각형 도성이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 사진을 찍느라 복잡했다. 각 변이 3㎞로 돌벽과 해자(성곽 주변의 못)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힌두교의 창조신화인 유해교반(乳海攪拌)이 형상화돼 있다. 다리 난간에는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몸통을 부여잡고 있는 54개의 반인반수의 나가(크메르인이 믿었던 뱀 신)상과 입구인 남문에 새겨진 관음보살의 얼굴, 코끼리 조각과 비슈누 등 화려한 장식물이 먼저 발길을 사로잡았다. #웅대함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 남문을 통과하자 본격적인 신들의 안식처가 눈앞에 펼쳐졌다. 앙코르 톰의 중심에 있는 바이욘 사원은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관음보살의 얼굴이 새겨진 사면 돌탑이 있는 곳.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수백m에 이르는 회랑 벽화에는 다른 앙코르 유적과 달리 당시의 생활상과 위대한 왕의 전투장면이 관광객을 맞는다. 벽화에는 창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크메르인과 밥을 짓느라 분주한 여성의 모습, 투견과 투계에 빠져있는 남자들의 모습 등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원 공사를 잘못해 무너져 내린 수많은 석축물들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했다. 바이욘 사원 북쪽에 있는 바푸온 사원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13세기 이 곳을 방문한 원나라 사신이 쓴 ‘진랍풍토기’에 ‘아침에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도성을 비추던 곳’으로 묘사된 힌두 사원이다. 바로 위에는 3층 피라미드 형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피미야나카스(천상의 궁전) 사원이 버티고 서있고,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열병식을 거행했던 광장과 코끼리 테라스, 라이왕 테라스를 볼수있다. 앙코르 톰 동쪽에 있는 타프롬 사원(왕의 수도원)은 복원이 어려워 발견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1861년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될 당시 ‘앙코르 유적은 거대한 나무뿌리로 뒤덮여 있었다.’는 말 그대로 스퐁(열대 무화과 일종)이라 불리는 나무가 사원 곳곳을 뒤덮고 있다. 나무 뿌리가 돌틈 사이를 파고 들어가 사원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로서는 나무를 베어낼 수도 벽돌을 다시 세우기도 어려워 유네스코에서도 복원보다는 현상을 유지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곳은 영화 ‘툼레이더’의 매력적인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가 사원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 경외로움 그동안의 앙코르 유적은 서막에 불과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짙은 어둠을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숨죽일 만큼 아름답다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해자를 지나 본당으로 들어가는 폭 12m, 길이 540m의 참배도로 주변에는 일찌감치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길은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갈림길. 죽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잠시 뒤 수미산(세계 중심에 있는 산)을 상징하는 중앙탑 등 5개의 탑 뒤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사원이 시시각각으로 붉게 물드는 장면은 마치 신들이 자신의 세계를 인간들에게 조금씩 내어주는 듯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건축과 예술이 집대성돼 있으며 앙코르의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장엄한 규모와 균형, 조화 그리고 섬세함에 있어 최고로 꼽힌다. 이 사원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 다른 사원과 달리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왕의 사후세계를 위한 고려인 듯하다. 수리야바르만 2세(1112∼1152)때 3만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3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7t짜리 돌기둥 1800개, 높이가 67m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다. 3개의 회랑 벽면과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벽화는 힌두교 2대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이야기. 라마야나 이야기는 비슈누(힌두교 3대 신 중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화신인 라마 왕자가 팔이 스무개인 악마 라바나에게 강탈당한 아내 시타 왕비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신화다. 3층으로 된 앙코르와트의 중앙탑에 오르는 길은 70도 경사도. 손과 발을 이용해 기다시피 해야 올라설 수 있다. 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찌 인간이 두발로 걸어 갈 수 있겠는가. # 아쉬움 앙코르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쿨렌산은 앙코르의 발원지. 앙코르의 건립자 자야바르만 2세(802∼850)가 최초로 도읍을 정했던 곳. 돌무더기 유적에 질린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번 다녀와 볼 만한 코스다. 정상에서 약 10m크기의 와불상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또 툼레이더가 촬영된 멋진 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반테아이스레이 사원도 볼 만하다. 이 사원은 왕들이 세운 다른 사원과 달리 고위 관료가 지은 사원. 붉은 색 사암으로 지어진 핑크빛의 사원은 규모가 작지만 다른 사원과 비교해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화려한 조각품들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은 프랑스 문화장관을 지낸 전위작가 앙드레 말로가 1923년 사원내에 있는 데비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돼 실형을 받은 일화도 있다. 앙코르 관광의 마무리는 프놈바켕의 일몰. 앙코르와트와 바이욘의 중간지점에 있는 높이 60m의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힘들고 가파르지만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길고도 짧은 앙코르 관광이 끝났지만 신들이 새겨놓은 장엄한 잔상들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원들을 돌아보느라 밀려드는 피곤함보다는 다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특히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서 번성하던 앙코르 왕조와 내전으로 피폐해진 현재의 캄보디아 모습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사원 곳곳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여행 내내 마음을 무겁고 아프게 했다. 과연 역사란, 삶이란 무엇일까. 알고가면 편해요 앙코르와트 여행은 겨울철이 가장 좋다.11∼2월이 건기로 이 기간이 가장 시원해서 유적을 둘러보기 적합하다. 고온 다습한 열대몬순 기후지만 하루에 몇번 스콜이 지나가는 정도일 뿐 금방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반면 3∼4월은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혹서기이며,5∼10월은 고온다습한 우기다.시차는 2시간으로 한국이 오전 10시면 캄보디아에서는 오전 8시다. 화폐는 리엘(Riel)이지만 시엠레압 등 대도시에서는 달러가 유통돼 환전할 필요는 없다. 소규모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하므로 1달러짜리 소액권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1달러는 약 4000리엘 정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전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거나 현지 도착후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1장, 비용 20달러가 필요하다. 종교는 상좌부불교(소승 불교)이며, 인종은 크메르족이 80%를 차지한다. 유의 사항으로는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생사정이 좋지 않다. 반드시 생수를 사먹는 편이 좋다. 관광지에서는 돌 하나도 가져가면 밀반출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하루종일 햇볕이 강하게 내려쬐므로 모자는 필수다. 전화가 거의 없으며, 호텔에서도 1분당 6달러 정도로 비싸다.전압은 220V로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유적지에 들어 가려면 앙코르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1일권 20달러,3일권 40달러,7일권 60달러이며,1일권 외에는 사진을 찍어 함께 코팅해 준다. ‘쏙 싸바이’(안녕하세요),‘쭙닙수’(반갑습니다),‘옥꾸운’(감사합니다) 등 기본적인 캄보디아어를 외워두면 편하다. 가는 길은 시엠레압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에서 방콕까지는 4시간 20분, 방콕에서 시엠레압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이르면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주 2회 직항편을 준비하고 있다. 숙박은 공항과 앙코르 유적지에서 각각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호텔’이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리조트형 5성급 호텔로 22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www.lemeridien.com, (02)794-4011. 여행 상품으로는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02)536-4200)에서 앙코르 문화유적지를 충분히 둘러보는 3∼5일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서 급행료 주지마세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는 연간 10만여명의 우리나라 관광객이 찾는 곳. 그러나 이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시엠레압 공항에서 한국 단체관광객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입국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통과하는 특권을 누린다. 공항 직원에게 일종의 ‘급행료’(?)를 지불했기 때문. 실제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에게 공항직원이 “10달러를 주면 빨리 통과시켜 주겠다.”는 요구를 했다. 거부하자 한명에 5∼10분가량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다. 급행료를 만든 것은 한국인. 좁은 공항에서 다소 오래 걸리는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이 관행화됐다는 게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설명이다.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원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물을 훼손하지 말라는 말이다. 얼마전 한국인 관광객이 유적지내 돌탑을 흔들며 심한 장난을 치다 부숴뜨려 벌금 800만원과 함께 한달간 실형을 산 뒤 영구 추방조치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인들은 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앙코르 유적지를 모독하거나 훼손, 파손할 경우 엄하게 처벌한다. 또 현지인들이 우리보다 못 산다고 무시하거나 종교적으로 모독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신들의 세계를 관광하기에 앞서 좀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시엠레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타이완·일본속 韓流 열풍과 역풍

    타이완·일본속 韓流 열풍과 역풍

    타이완 연예인 노조는 얼마전 한국 드라마로 인해 생존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타이완의 유력 케이블 등 방송국들이 하루에 한국 드라마만 5편 이상을 방송해 출연할 기회가 없으며, 황금 시간대인 저녁 7시와 8시에는 자국 방송을 70% 방영키로 돼 있는 규정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최지우는 양키계의 여왕인가?’일본의 유력 시사 주간지 ‘문예 춘추’는 신년호에서 한류 스타 최지우를 폄하하는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중화권을 비롯해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 그러나 그 열광과 환희의 무대 뒤편에서는 만만치 않은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특정 스타만의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BS 2TV ‘추적 60분’은 한류 열풍과 국가 브랜드의 연결 고리를 찾는 특집 2부작 ‘한국, 한국인’의 제1부 ‘2005 한류 현장 보고서-그들은 왜 열광하는가’를 12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한다. 제작진은 일본·타이완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해 ‘한류 열풍’의 실체와 원인, 전망들을 집중 취재했다. 일본 나라현의 인구 20만명의 작은 시골 마을 가시하라시. 이 곳의 한 소방서에서는 매일 ‘출동!’이라는 한국말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인공 심폐 소생술도 한국말로 진행된다. 소방관들은 탁월한 한국어 실력으로 위급한 한국인을 구출한 경험도 있다. 제작진은 그들이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에 빠지게 된 현상을 조명한다. 제작진은 타이완에서 7년째 한류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역풍’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용준이 묵었던 원산호텔은 그의 식사 메뉴까지 상품으로 구성해 인기리에 판매할 정도로 한류 열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타이완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으로 인해 자국의 연예산업이 퇴보하고 있다며 한류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제작진은 타이완에서 ‘한류 역풍’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류 ‘열풍’이 ‘역풍’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안산 ‘국경 없는 마을’

    [뒷골목 맛세상] 안산 ‘국경 없는 마을’

    지하철 4호선 안산역을 빠져나와 지하도를 건너면 원곡동이 시작된다. 이 원곡동이 몇해 전부터 ‘국경 없는 마을’이 되었다. 안산역을 뒤로 한 채 ‘원곡본동사무소’라는 팻말을 따라 광장약국 골목에 들어서면,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일괄적으로 지은 2,3층짜리 다세대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비슷한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데, 여기가 바로 ‘국경 없는 마을’이다. ●97개국서 모여들어 주로 3D업종 종사 ‘국경 없는 마을’은 과연 이름에 어울리게 이색적인 간판들이 골목 여기저기에서 쉽게 눈에 띈다. 코스모·타즈마할 등의 파키스탄식품점, 누산트라·마타하리인도네시아·모나스 등의 인도네시아식당, 랑카푸드라는 스리랑카식품상점, 몽골라이프라는 몽골식당, 파라다이스라는 파키스탄식당, 네팔식당, 베트남쌀국수 외에도, 왕중왕관점(王中王串店)·산동제일가(山東第一家)·연길랭면 등의 중국식당과 미처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중국식품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지역의 반월공단이며 시흥공단, 그리고 가까운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이룬 마을이다. 그러고 보면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노동자 거주지역인 셈이다.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소위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시나브로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하여 2004년 8월 현재 42만 여명에 이르고, 이중에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만 5만 명에 가깝다. 안산시의 총인구가 65만여 명이니 거의 8%를 차지한다. 저마다 출신별 나라도 다양하여 가장 많은 중국동포를 위시하여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러시아, 몽골, 인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모두 97개의 나라에서 골고루 들어와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왜 이렇듯 안산지역에 집중된 것일까. 부끄럽지만 대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안산의 반월·시화공단은 소위 3D로 불리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업종인 피혁, 도금, 조립, 자동차부품, 섬유, 신발, 가구공장 등이 다른 곳보다 비교적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3D업종을 내국인 대신에 외국인노동자들이 기꺼이 떠맡은 것이다. 원곡본동사무소 어름에 있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찾아보면, 환영의 말이 인상적이다.‘잘 오셨습니다. 종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빚어 센터를 건축하고 의자를 마련하여 주님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우리도 병을 앓았습니다. 우리도 가난을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무서운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가지고 있고, 모든 것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없는 이 엄청난 자유인의 비밀은 우리가 살아계신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국경 없는 마을’에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말고도 여러 종교단체며 인권운동단체에서 ‘코시안의 집’‘외국인노동자컴퓨터교실’‘안산노동인권센터’‘안산여성노동자회’ 등을 설립하여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고 있다. 코시안은 코리안과 아시안의 합성어인데,‘코시안의 집’은 외국인노동자와 내국인과의 결혼을 통해서 만들어진 코시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가족의 여러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하고 있다. 모르기는 해도 연말연시에 몰려온 한파 속에서, 이 땅에서 가장 춥고 허기진 이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노동자들일 터이다. 그중에서도 소위 불법체류자로 몰려 더 이상 일할 곳도, 그렇다고 돌아갈 곳도 잃어버린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일 터이다. 작년 연말에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오히려 더 늘어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물경 2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총 외국인노동자의 절반에 가깝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불법체류자 단속 이를테면 ‘국경 없는 마을’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수가 불법으로 몰린 셈이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의 날씨도 날씨지만, 날씨보다 더 추운 것은 국경 없는 마을의 골목마다 꽁꽁 숨어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라도 나타나지 않나 하고 바깥을 살피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떨리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뜻이야 좋다지만, 이들의 춥고 허기진 시선을 외면한 채 과연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성공할 수가 있을까.‘코리안드림’을 위하여 1000만원 가까운 엄청난 빚을 내어 이 땅에 들어왔다가 미처 빚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기한을 넘기거나 역시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사업장을 옮기면서 불법체류로 몰려 끝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고용허가제 때문에 더 이상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추위와 허기 속에 팽개쳐진다면, 그래도 이들을 위한 법이라고 강변할 수가 있을까.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되고 난 후, 외국인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식당이며 상점들이 절반 넘어 문을 닫고 말았다. 어렵사리 문을 열고 있는 식당이며 상점들도 숫제 손님을 구경할 수가 없다. 어쩌다 낯선 이가 나타나면, 주인 되는 이들마저 아연 긴장을 하여 날카롭게 눈빛을 세운다. 골목골목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아직까지도 흘리고 있는 ‘피와 땀과 눈물’이 외국인노동자센터의 과거형 수사와는 달리 어디에서든 현재형으로 선연한 자국을 남기고 있다. ‘…우리도 병을 앓았습니다. 우리도 가난을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무서운 죄를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환영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면하는 법이 있는 한 ‘우리의 무서운 죄’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닐 터이다. ●전문점의 30~40% 비용이면 거뜬 흔히 여행의 참다운 목적은 자신이 머무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을 돌아보면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제까지 머무르던 곳의 소중함을 새롭게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한다. 만일 그대가 새해 벽두부터 문득 자신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거나 자신이 지닌 어느 하나마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안산으로 떠나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다면 불과 한 시간 안에 그대는 ‘국경 없는 마을’이라는 낯선 곳에 다다를 것이다. 낯선 이들이 만든 낯선 골목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렇게 낯선 이들이 추위와 허기로 빚어낸 ‘피와 땀과 눈물’을 만나면서, 그대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머무르던 곳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그대는 그런 자기 확인의 과정에서 아무런 낯선 식당에라도 들어가, 겉모습이야 허름해 보이는 이국적인 식당들이 추위와 허기에 지친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 되는지도 함께 확인하자. ‘파라다이스’(031-491-3145)는 파키스탄인 압둘 살람이 주인이자 주방장인 식당인데, 그는 1999년에 내국인인 손효정씨와 결혼을 하여 딸까지 둔 소위 코시안 가족이다. 그 역시 외국인노동자로 들어와 10년 가까이 알루미늄 공장이며 새시 제작, 페인트공, 설비공 등을 거쳐 마침내 내국인과 결혼하여 식당을 차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파라다이스는 파키스탄의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을 사방의 벽에 빙 둘러가며 장식하여, 비단 파키스탄 출신뿐만이 아니라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그야말로 국경 없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자국인 위해 정통의 맛 철저히 고수 파라다이스는 메뉴 또한 다양하여 무튼카레라는 양고기요리에서부터 치킨카레라는 닭요리, 갈라카레라는 소심장요리, 케밥, 야채요리인 베지터블, 커스터드며 랏시 같은 우유음료며 티라는 전통차에 이르기까지 20종에 이른다. 이중에서 양갈비에 특유의 향신료며 카레를 넣어 볶아낸 무튼카레는 7000원이면 둘이서 충분히 먹을 만큼 양이 풍부하다. 이 무튼카레에 소위 탄도리라는 화로에서 즉석에 구워내는 밀빵인 로티를 곁들여 먹는데, 로티는 한 장에 1000원이다. 만일 서울의 인도나 파키스탄 요리 전문점에서 같은 양의 무튼카레를 맛보려면 적어도 서너 배는 족히 넘는 비용이 들 것이 틀림없다. 이밖에도 닭고기볶음인 치킨카레(6000원)를 위시하여 케밥(6000원)이며 베지터블(3000원) 등도 우리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게 부드러운데,6000원짜리 메뉴는 모두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요리를 먹고 나서 커스터드(2000원)’ 랏시(2000원) 같은 우유음료며 티(1000원)를 후식으로 즐기다 보면 그대의 짧지만 의미 깊은 여행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 터이다. ‘베트남쌀국수’(031-492-0865)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출신인 네티 하이투가 주인인데, 그녀 역시 한국인과 결혼하여 딸만 둘을 둔 코시안이다. 그녀는 1994년에 한국에 들어와 안산의 염색공장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공장에 근무하던 최을식씨와 1998년에 결혼을 하였다. 베트남쌀국수는 요즘 들어 전국의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요리가 되었지만, 그러나 다른 곳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맛이 얼마쯤 달라진데 비해, 이 곳은 손님들의 90% 이상이 베트남인들인 만큼 철저하게 정통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 원래 ‘포’라고 불리는 베트남쌀국수(4000원)는 소고기뼈로 국물을 고아내고 역시 베트남 특유의 향초와 갖은 양념을 넣어서 간을 맞춘 다음에 소고기와 쌀국수에 부어내는데, 특이한 것은 녹두나물을 데치지 않고 날로 넣어서 함께 먹는다는 점이다. 쌀국수의 고소한 맛에 녹두나물의 싱그러운 맛이 겹쳐지고, 소고기 국물의 진한 맛이 특유의 향초와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반다넴(6000원)이라는 베트남식의 만두도 있다. 돼지고기와 목이버섯, 당면, 양파, 당근, 달걀 등으로 만두속을 만들어 쌀죽을 써서 종잇장처럼 얇게 말린 만두피로 감싼 다음에 기름에 튀겨낸 원통형 모양새다. 반다넴은 양이 넉넉하여 둘이 먹어도 충분하다. 이밖에도 특이한 메뉴로는 쭈비론이라는 삶은 오리알이 있는데, 여느 오리알과는 달리 약간 부화시켜 껍질 안에 있는 흰자와 노른자가 저마다 세포분열을 거쳐 어느 정도 형체를 갖추려는 찰나에 이른 것이다. 식물로 표현하자면 씨앗들이 어느 정도 발아한 새싹과 비슷한데, 요즘 유행하는 새싹비빔밥이나 새싹쌈 등을 연상하면 된다. 부화된 오리알이라는 선입감만 극복하면, 뜻밖에도 입안에 찰싹 감쳐드는 별미를 맛볼 수 있을 터이다. ■ 쌀밥+육류요리 만물상 ‘뉴산타’는 인도네시아 식당 겸 카페인데, 뜻밖에도 송영민이라는 미혼의 한국 여인이 주인이고, 주방장이 부하리라는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그의 여동생은 같은 건물에 있는 아바시 커버레이션이라는 무슬림 식품 수입회사의 사장인 파키스탄인과 결혼을 한 코시안 가족이기도 하다. 송씨는 식당에 대한 정성이 남달라서 여느 식당과는 달리 넓은 홀에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이루고, 한편에는 노래방 기기까지 마련하여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방장인 부하리는 반월공단에 있는 리모컨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요리를 배워 마침내 요리사가 된 부지런한 젊은이다. 인도네시아식 일색인 메뉴로는 나시오또아얌, 나시소토아얌, 나시렌당다킹, 나시그라이캄빙, 나시하티, 나시 글라이캄빙, 나시핏겔, 나시고랭, 박스믹 등이 있다. 요리 이름 중에서 앞에 붙은 나시란 쌀밥을 뜻하는데, 이 쌀밥에 곁들이는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 육류에 따라 뒤에 붙은 이름이 달라진다. 이들은 모두 4500원으로 값이 같다. 이중에서 나시고랭은 대파며 고추, 양파, 생강, 양배추 등의 야채에다가 인도네시아식 향초를 넣어 볶다가 미리 튀겨낸 닭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 다시 볶은 다음에 소스와 달걀, 쌀밥을 넣어 마지막으로 볶아내는 식이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인들은 물론 필리핀이며 태국인들도 즐겨 찾고 있다. 이밖에 나시소토아얌은 닭고기에 당면, 카레, 월계수잎 등을 넣고 국물을 넣어 걸죽하게 끓여낸 것으로 밥과 함께 먹는데, 이때 새우냄새가 나는 뻥튀기 비슷한 크로푹에다가 양배추며 오이를 곁들인다, 나시오토아얌은 나시소토아얌의 재료를 국물이 없이 카레로 만들어서 밥과 함께 먹는 식이다.
  • 학원비 지로납부 ‘유명무실’

    연말정산 철을 맞아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아 지난해에 매월 꼬박꼬박 낸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돌려받으려고 각종 서류를 챙기는 과정에서 지로(GIRO)로 낸 자녀의 학원비 영수증은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로 지출한 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연말정산 서류의 ‘학원비 지로납부’ 사용액은 공란으로 둔 학부모들이 태반이다. 은행원 송모(43)씨는 지난해 말 연말정산 서류를 기록하다 학원비 지로납부 사용액란을 발견하고 가족에게 지로영수증을 챙겨달라고 했다. 그러나 “학원비가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지로영수증은 단 하나도 없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빈 칸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 송씨는 “초등학생 두 명이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비를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내면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지난해부터 초·중·고교생 등 자녀의 사설학원 수강료도 지로로 낼 경우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제도는 이미 도입됐지만 지난해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은 올 초 회사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학원비 지로납부 영수증(또는 학원장이 발급하는 학원 수강료 지로납부확인서)을 연말정산 서류로 제출하면 신용카드·선불카드·직불카드 사용액과 합산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금액은 3개 카드 및 학원지로납부금액을 합한 액수에서 총급여액의 10%를 뺀 수치의 20%를 적용(500만원 한도)해 산출한다. 가령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의 카드사용액이 1000만원이라면 소득공제 금액은 (1000만원-400만원)×20%, 즉 120만원이 된다. 이 때문에 학원비 지로납부액이 있다면 액수에 따라 5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물론 학원비를 신용카드로 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로는 말할 것도 없고, 신용카드 학원비 결제를 대부분의 학원이 기피하는데 문제가 있다. 반면 초·중·고교생들과 달리 유치원생 이하 취학전 아동 교육비는 학원비 등 납부 방법이 신용카드나 지로, 현금 등을 불문하고 ‘교육비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갖가지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원비 편법 수납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속적인 지도·감독 등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교육비 규모는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의 경우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공교육비 33조 5000억원을 웃도는 37조원으로 추정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미성년자인 자녀들에게 신용카드를 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데다, 학원의 수입금액 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지로납부 학원비도 (신용카드)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라면서 “연초 연말정산이 끝나면 부당한 사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승호기자 osh@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살인·약탈… 아체는 무법천지

    쓰나미 최대 피해 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州)가 폭도와 난민의 약탈이 잇따르는 등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약탈을 당한 주민은 대부분 부유한 화교들로 약탈이 심해지면서 짐을 싸서 가족과 함께 다른 도시로 피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3일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체주 화교들이 난민과 폭도들의 주요 약탈 대상이 되면서 북부 수마트라섬의 여러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 요금이 치솟고 있다. 수마트라섬 최북단 아체주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인 메단으로 피신한 한 화교는 “상당수 화교들이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알거지가 됐거나 폭도들에 의해 집이 모두 약탈당하는 등 아체 전역이 무법천지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쓰나미 피해가 심하지 않은 아체주의 한 도시에서는 폭도들이 교회를 습격, 전도사 부부를 살해했고 난민들이 한 대형 병원에 들어가 의료장비와 약품을 모두 강탈해 갔다고 화교들은 전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가운데 외부에서 지원돼온 구호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난민과 반군들에 의해 모두 강탈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메단에는 4000여명의 화교들이 약탈을 피해 몰려든 가운데 10여개 화교단체가 이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폭동이 날 때마다 주요 약탈 대상이 돼 왔다. 전문가들은 상거래에 능한 화교들이 토착민보다 많은 돈을 모으면서 질투심을 불러온 데다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 화교 재벌들이 정치자금을 대는 대가로 이권을 따내는 ‘부패한 후원·수혜’ 관계의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토착민들의 혐오감을 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998년 5월 외환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많은 인도네시아 화교들이 약탈을 당하거나 살해됐으며 여성의 경우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부유한 화교들 상당수가 가족과 함께 해외로 피신했었다. 한편 많은 화교들이 도피한 메단에도 난민들이 몰려들어 공항에는 난민들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환자와 시신들이 나뒹굴어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 아체주에서 북부 수마트라섬의 다른 도시들로 피신한 주민은 이미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석기자 연합 surono@seoul.co.kr
  • 경기 공무원시험 지역제한 없앤다

    경기도는 30일 내년부터 해당 시·군 거주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한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지역제한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도내 대부분의 시·군들이 응시자격을 해당 시·군내 거주자로 제한해 수험생들로부터 “해당 지역에서 단 한명도 안뽑는 곳에 사는 사람은 시험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응시원서 접수결과 응시자격을 해당 시·군내 거주자로 제한한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간 경쟁률이 최고 30배까지 차이가 났다. 최근 마무리된 하반기 공무원채용 시험에서는 거주지를 관내로 제한한 일부 시·군의 경우 응시자중 과목별 과락자(40점 미만자)가 속출, 결국 당초 목표로 했던 인원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만 7400여명이 응시한 이번 하반기 시험에서는 당초 1208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양주시 등 일부 시·군에서 응시자들의 성적미달로 104명을 뽑지 못했다. 도는 이에 따라 공무원 시험 응시자격 조건을 내년부터 도내 거주자로 확대해 모두 1000여명의 지방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시·군들의 요구로 올해 처음 실시했던 ‘응시자의 시·군단위 지역제한’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냄에 따라 이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송구영신과 아파트의 담장/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송구영신의 12월이다. 꼬꼬댁 꼬끼오하며 새해를 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갓난아기의 울음처럼 생명과 번성의 여명을 기원한다. 변함없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새해의 명칭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상징의 절정인 송구영신에 우리 사회가 버리고 가야 할 것을 평가하고 맞이해야 할 것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버리고 보탬이 되는 것을 발전시키자는 것은 송구영신에 걸맞은 꿈이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가 담장으로 가로막혔다는 보도는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가 붕괴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한 사례였다.‘철망 형태로 설치된 담장으로 인해 서쪽으로 난 일반아파트 정문은 이용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난 임대아파트 정문으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에 80여명의 초등생이 5분거리의 학교를 20분 돌아서 다니며, 이런 담장이 쳐진 곳은 서울 시내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서울신문 12월1일 13면). 이러한 물리적 구분은 등하굣길의 불편을 넘어서 ‘임대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며, 주민간에 재산상의 격차만큼이나 높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같은 단지의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에 억울함을 삭여야 하고, 어린이들도 임대와 일반아파트를 구분해 따로 어울리는 현실’이라는 보도이다.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가 눈에 보이는 차별은 물론이고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이질감’과 같은 심리적인 차별의식을 낳고 있음을 일러준다. 어떤 형태이든 차별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얼마나 훼손하는가는 다른 나라의 사례나 지난 역사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극소수의 백인들이 흑인원주민들의 자유와 거주 및 이주를 제한하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경제제재 등 외부세계와의 격리와 살육의 내부 갈등을 치러야 했다. 혈통, 종족, 피부색의 차별에서 유래한 인도의 신분차별제도(카스트)는 평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도라는 공동체의 경제와 사회 단합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로 비판받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종교와 결합하여 인도인의 생활과 풍습을 불평등한 구조로 지배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흑백인종차별정책의 비인륜적이고 비지성적인 참담함도 극명한 사례다.1963년 8월28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은 위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미국 역사상 드물게 많이 모인 20여만명의 시민과 세계를 향하여 가슴 저미는 연설을 하였다. 미국이라는 물질적 풍요와 번영의 바다에서 흑인은 외로이 떠있는 빈곤의 섬에서 살고 있다는 것. 흑인의 자녀들이 ‘백인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에 자긍심을 갈취당하고 존엄성을 약탈당하고 있다는 것. 미시시피주의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뉴욕주의 흑인들은 투표할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흑인들이 출세해봤자 작은 가난한 곳에서 넓고 큰 가난한 곳으로 옮기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의 꿈은 이러했다. 어느 날 조지아의 붉은 동산 위에 전 노예의 아들과 전 주인의 아들이 형제애의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되는 꿈. 자신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격에 의해 평가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 킹이 연설한 1963년의 우리 사회는 가난했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귀중히 여기고 가난한 이와 함께 나누는 공동체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상대적으로 풍부해졌지만 빈부에 의해 지나치게 지배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 혈연 학연 지연에 근거한 불공정거래의 망국적 고질병에 빈부의 차이가 끼어들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될 때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는 회생불능이 된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를 가르는 담장이 대변하는 물리적인 차이도 문제지만 학교성적, 대학진학, 의료건강, 직업종류, 인간관계, 이웃관계에까지 빈부의 차이가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담장을 없애는 법의 보완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 휴머니즘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이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실행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발칵 뒤집힌 與 의총

    이른바 4대 입법과 관련해 강경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22일 의원총회에서 ‘4자 회담’의 합의에 대해 지도부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의원총회는 오후 12시30분까지 4시간 연속으로 진행됐다. 참석 의원들은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돌아가며 질타를 쏟아냈다. 이부영 의장은 미2사단 방문을 강행, 이날 하루는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이날 의총 발언자는 40여명으로 의원들은 때론 흥분한 목소리로, 때론 울먹거리면서 합의 결과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참석한 의원들이 전했다. ●합의 무효 주장도 지도부 인책론이나, 합의결과에 대해 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도 거론됐다. 김태홍 의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도부가 말도 안되는 합의를 해왔다.”면서 “불신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나같이 다소 보수적인 의원조차 수용하기 어렵다.”며 무효화를 주장했다. 유선호 의원은 “내년 1월2일 재신임을 묻자.”고 말했다. 그러나 장시간의 의총을 통해 의원들은 “최종적으로 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박영선 원내 대변인이 밝혔다. 유인태 의원도 “원래 여당 지도부는 협상에 나가 정상화하기로 하고 해오면 비판받게 돼 있다.”면서 “대표들이 욕먹으며 합의한 것인 만큼 연내까지 잘 처리됐으면 좋겠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도부 인책론에 대해 “전투에 나간 장수의 검을 뺏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도 기간당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이제 우리당 지지를 하지 않을 것”,“탈당하겠다.”,“천정배는 역적”,“늘 한나라당 만세나 듣고 살라고” 등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넘쳐났다. 오후 서울시당 소속 7명의 청년당원들은 당사를 방문, 이부영 의장과 면담을 했으나 한때 ‘농성’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개혁법안 ‘한국뉴딜법’과 맞바꿔 이날 의총에서는 “이면 합의가 있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천 대표는 “정치적으로 타결할 테니 나를 믿어달라.”면서 부인했다고 한다. 권선택 의원은 “이번 합의는 한나라당을 국회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국회가 열리게 되면 ‘한국형 뉴딜’ 3개 법안(국민연금법·기금운용법·민자투자법)을 연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합의문의 행간에 대해 설명했다. 문소영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세속주의/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근대 사회는 시민들에게 거의 무한정에 가까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종교 활동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정교분리 혹은 세속주의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들의 사적인 종교활동과 공적인 사회활동은 애초부터 깨끗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일이어서, 실제로 이 원칙은 자주 흐려지고 흔들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원칙을 헌법으로 보장된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으로 믿으며 살아왔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의 흐름 속에서 그 원칙은 어느 때보다 위기에 직면했다. 대광고 강의석 학생이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단식투쟁을 벌였으나, 학교와 재단은 아직도 그토록 당연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세기를 뒤돌아본다. 한국 학생들이 20세기 내내 헌법으로 보장된 이 자유를 박탈당한 채 학교에 다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건만, 우리는 어째서 그 부조리 혹은 거짓말에 눈을 감고 있었을까? 아직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근대적 민주 사회가 아니어서? 여기에 동의하기는 비교적 쉬워 보인다. 그러나 그 동의를 위해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보장되고 또 잘 작동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제는 애초부터 쉽게 충족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사정은 거꾸로다. 사람들은 그 원칙이 근대 민주주의가 자신없이 내건 명분이라는 것을 내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개신교와 천주교계 세력들은 많은 사학재단을 장악하고 있고, 사학재단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사학법 개정에 태연하게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교육사업을 빙자한 선교제국주의이며, 세속주의 원칙을 비웃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정교분리 혹은 세속주의 원칙을 비판적으로 다듬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실 지난 세월 동안 모든 종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좋건 나쁘건 그랬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사람들이 여러 종교의 권위에 기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 사람들은 종교의 역할이 마치 비정상적인 독재정치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당시 종교의 역할은 비정상적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비일비재한 정상적 상황의 중요한 단면이었을 듯하다. 종교집단들은 요즘도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보수적 기독교세력은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냉전체계를 옹호하면서 미국의 힘을 추종하는 시위를 빈번하게 벌였다. 또 선거 때마다 여러 종파의 인사들이 정치적 개입을 도모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김진홍 목사 등의 인물들이 ‘새로운 보수’ 혹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자처하면서 정치적 개입을 공적으로 선언하였다.‘뉴 라이트’를 자처하려면 기존의 우익에 대하여 진지하게 선을 그어야 할 터이나, 이런 노력은 별로 없는 듯하다. 어쨌든 정치적 개입을 위한 시도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종교 집단들의 공식적 정치세력화는 열린 민주정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종교의 정치화는 세속적이며 다원적인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작동되어야 한다. 종교인들도 마치 자신들이 정치와 분리되거나 정치를 초월한 영적인 집단인 것처럼 숨어있으면서 정치에 개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종교적 태도와 연결된 정치적 가치를 공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세속적인 문명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이 오히려 신정(神政)국가의 성격을 띤다는 점은 드물지 않게 지적된 사실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정교분리가 잘 유지되어 온 유럽에서도 종교집단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유혈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 네덜란드인 반 고흐가 살해되면서, 이슬람에 대한 관용은 이웃나라 독일에서도 부쩍 약화되는 형국이다. 어쩌면 유럽에서 정교분리가 잘 유지되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유럽이 기독교 일색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이슬람 시민들과 공존해야 할 다원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유럽의 세속주의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이민우 前신민당 총재 별세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가 9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89세. 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6선(4·5·7·9·10·12대)을 거쳤고,78년엔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비록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의 그늘에 가려 대권 도전 기회까지는 잡지 못했지만,40여년 동안 야당의 외길을 걸어왔다.‘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 12월 직선제 개헌논의의 와중에서 내각제 개헌과 선(先) 민주화론을 주장한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양김씨, 즉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민당이 와해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계 은퇴 후에는 정치와는 일절 인연을 끊었다. 특히 야당 중진 때는 물론 야당 총재 시절과 정계은퇴 후에도 1999년 태릉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강북의 삼양동 구옥에서 기거, 양계장을 꾸려나가면서 ‘삼양동 거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어진 돌’이라는 뜻을 지닌 인석(仁石)이라는 호에 걸맞게 후덕하고 서민적인 풍모로 여야 정치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으로 한번도 계보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치하인 1915년 9월5일 청주에서 태어나 41년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중퇴한 뒤 46년 충북신보 영업국장을 거쳐 48년 고향인 청주에서 시의회 부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4·19 이후 장면 총리의 인준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신·구파가 갈등을 빚을 때 구파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와 신민당을 창당하자 이에 가담했다. 이후 야당의 거목이었던 유진산 선생이 이끄는 ‘진산계’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진산이 작고한 이후에는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와 함께 ‘견지동 동우회’를 이끌었다.9대 국회 후반 신민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경파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온건파로 대립할 때 김 전 대통령편에 서서 정치적인 동지관계를 형성했다. 이 인연으로 5·17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성명을 냈을 때 3개월 가량 총재권한대행직을 맡았으며, 정치규제 중에는 민주산악회의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대법원 구성’ 막판 진통

    ‘대법원 구성’ 막판 진통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마지막 주요 안건인 ‘대법원 기능과 구성’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대법원 산하기구로 출범한 사개위는 배심·참심제 등 국민의 사법참여, 로스쿨 설치, 법조일원화, 군사법원 등 형사사법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법원 구성에 대해선 지난 5월까지 모두 5차례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뒤로 미뤘다가 최근 다시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연간 1만 9300여건을 처리하는 현실 때문에 사건이 충실하게 심리되지 못하고, 판결을 통해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한다.’는 최고법원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사개위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은 전체 사건의 0.1%에도 못미치는 연간 10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선방안을 놓고 법원과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과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다수 위원들은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건의 3심을 처리토록 한다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경력 20년 이상의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고법 상고부가 전체 상고사건의 60%에 이르는 단독사건을 처리하면 대법원은 합의사건과 고법 상고부가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며 이송한 사건을 심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의사건은 민사 소송가액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사형·무기 또는 징역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을 말한다. 상고부는 1961년 8월∼1963년 12월 서울고법, 대구고법, 광주고법에 설치된 바 있다. 이 방안의 단점은 일부 국민들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자칫 ‘4심제’ 구조로 변질돼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소송비용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변협 등 일부 위원들은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20명 이상으로 늘려 신속한 사건 처리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대법관 전원합의체를 여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많은 재판부가 생겨 법령해석의 통일도 힘들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사개위는 오는 13일 제26차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에 대해 결론짓고 27일 최종 건의문을 채택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1948년 대법관 5명을 임용한 뒤 61년 9명,69년 15명으로 늘렸다가 81년 상고허가제를 실시하며 12명으로 줄였다. 소송가액 또는 중요성 등을 기준으로 일정 사건의 상고를 금지하는 상고허가제는 지난 90년 폐지됐고, 법령 위반 등 상고이유가 없을 때 심리하지 않는 심리불속행제는 9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원탁 합의’ 두 특위 상정 보류

    “열린우리당은 부산을 버리는가.” “충청 민심은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라고 한다.” 열린우리당 부산·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25일 국회 ‘신행정수도특위’와 ‘부산아태경제협력체(APEC)특위’ 구성과 관련한 원내대표단의 한나라당과의 합의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충청 의원들은 ‘신행정수도’와 ‘국가균형발전’을 한데 묶어 특위를 구성하는 데 반발했고, 부산의원들은 한나라당에 APEC특위 위원장을 양보한 것에 격분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원탁회의’ 첫 합의사항인 두 특위 안건을 상정시킬 예정이었으나 열린우리당 부산·충청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당론 채택에 실패, 상정을 보류했다. ●부산APEC특위 위원장 양보할 수 없다 부산 출신인 윤원호 의원은 “의총 30분 전에 합의결과를 통보했는데,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부산시와 벌써 3차례나 당정협의를 했는데, 이제 와서 그 성과물을 모두 한나라당이 가져가게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윤 의원은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가 ‘양해’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어오자 “부산시지부에서 APEC 자원봉사자를 7000명이나 모았고,APEC을 지렛대로 기간당원도 모았다.”면서 “위원장 포기는 부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도부를 성토했다. 김혁규 의원은 “특위 구성문제에 대해 당론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조경태 의원도 “한나라당에 위원장직을 주려면, 아예 국회에 부산APEC특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조배숙 의원은 “차라리 다른 특위를 주고 APEC을 받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조경태·조성래 등 부산출신 의원뿐 아니라 부산의 송기인 신부,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등에게도 ‘번복’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부산시지부 차원에서도 항의방문 등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행정수도 후속조치 당장 내놔라 충청권 의원 전원은 이날 여의도 음식점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지도부에 강력히 항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박병석·구논회·복기왕·문석호 의원 등 5명은 의총에서 “충청 민심은 우리 의원들에게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라고 촉구하고 있다.”면서 “행정수도와 균형발전 두개를 묶은 것도 반대한다.”고 지도부에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날렸다. 또한 “특위 활동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은 행정수도를 이전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충청권 민심은 열린우리당을 공격하고 있다.3개월 이내로 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실전논술 지상강의 2회 제시문

    글 ㈎ ①“중국이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지나쳐요.”고구려 연구재단이 공식출범하기에 앞서 지난 주말 서울 고려대 법학관 1층 교수실에서 만난 김정배(64·고려대 사학과 교수·임기 4년)재단 초대이사장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중국측이 느닷없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들고 나와 고구려사를 자신의 지방사로 만들려는 데 대한 분노가 역력했다. 교수실은 얘기를 나눈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노학자가 내뿜는 열기로 뜨겁게 달궈졌다. ②김 교수는 조목조목 중국 주장의 부당성을 꼬집었다.“그들의 주장대로 우리 반만년의 역사에서 고구려 부분을 빼면 2000년 역사 밖에 안 되는 민족이 됩니다. 또 단지 역사적인 측면을 넘어 향후 국경이라는 문제까지 비화될 수 있어요.” 중국 주장대로라면 고구려가 평양천도를 했으므로, 현재의 북한 역시 중국 땅이 된다. 한국은 고작 남한 땅으로 좁혀진다. 노학자의 차분하던 목소리는 이 대목에서 톤이 높아졌다.“세계적으로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한 예가 없습니다. 일본도 이보다 심하지 않았어요. 일본의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은 여기 비하면 양반입니다.”(임나일본부설이란 왜가 4세기 가야 지역에 임나일본부를 두고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는 일본측의 주장) ③김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동안 책상위를 뒤져 자료 하나를 보여줬다.“이 사람이 실제 동북공정의 지휘를 맡고 있는 마대정(馬大正)인데, 신강쪽에서 변방문제를 주로 연구하던 사람입니다. 이런 점을 봐도 이들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도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나라인데 21세기에 이런 패권주의로 무엇을 얻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④동북공정에는 조선족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시각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진단했다.“국내의 불법체류 조선족 문제는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통치기반을 흔드는 중대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실 감정적인 측면을 벗어나 법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중국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중요한 문제이지요.” ⑤김 교수는 한마디로 중국의 동북공정이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중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한국이 경제력이나 정치적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⑥따라서 김 교수는 향후 재단의 활동을 연구와 현실참여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을 지원할 방침이다.“시민단체들은 아무래도 행동을 중시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공론화하는데 맞으리라고 봅니다. 외교문제가 걸린다면 상황에 따라 정책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도록 할 예정이에요.” 물론 시민단체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정·관계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계획입니다. 또 북한 학자와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통일·외교부 등과 연계해 합동조사나 세미나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중국과 맞부딪히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우리 작업이 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비쳐져서는 안 됩니다.마치 영토분쟁의 문제로 발전하는 것은 양국에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⑦그는 역사지키기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여건과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국내에서 고구려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겨우 14명 정도입니다. 연구자가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고대사 연구를 하는 후학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겁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단숨에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없는 만큼 착실히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⑧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반박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예컨대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만 보더라도 고구려라는 문헌과 말갈족이라는 것이 공존하는데, 중국은 말갈족이라는 문헌만 택합니다. 발해가 말갈족의 지방정권이라고 중국이 주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지요. 하지만 고대사는 단지 사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유물을 보면 고구려의 것이 대거 발견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한 나라가 갑자기 세워질 수 있습니까. 상식으로 말해야지요.” 비록 중국이 자국에 민감한 사료의 경우 사진촬영을 금지한다든지 접근을 불허하는 등의 태도를 취하기는 하지만, 중국의 주장을 반박할 자료는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을 모두 뒤져 고구려 관련 자료를 모아 실증적으로 고구려가 한국사임을 밝히려는 것이다. ⑨김교수는 이번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외홍보라고 강조했다.“역사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알리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외국 연구기관 대학 등에 연구결과를 정기적으로 보내, 고구려사에 대한 세계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입니다.” ⑩아울러 고구려 역사를 지키는데 특히 북한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북한은 고구려를 뿌리로 삼고 있어요. 심지어 삼국통일에서 신라의 역할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고구려에서 고려로 정통성이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지방사라고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⑪그렇다고 중국과 담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조만간 중국과 대화하기로 돼 있습니다. 앞으로 학술회의나 대담 토론회 등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 등과도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국민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우리 역사를 지키는데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동북공정이란?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약칭해서 부르는 말로 ‘동북 변경지역이 역사 문화적으로 중국의 영역임을 확인’하려는 이 작업은 지난 96년 중국의 국가기관인 사회과학원의 핵심연구과제로 추진되기 시작했다.‘학술은 대중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등의 원칙 아래 고구려사 등을 연구중이다. 글 ㈏ ①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주도하는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의 ‘동북공정’ 2004년도 연구과제가 서울신문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는‘동북변강연구총서’로 간행된 2003년 과제와 연결된 것으로 고구려, 발해문제를 중심으로 우리민족 기원문제와 명·청 시기 조·중 관계사 등 중국이 동북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지역에 대한 역사적 장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각 연구자 및 관련기구들의 범위와 성격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②주목되는 것은 동북공정에 참여한 조직이 35개에 달하며 관련인력은 수백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동북 3성 지역의 모든 사회과학원과 대학, 전문연구소가 중앙의 변강사지연구중심을 정점으로 연결되어 역할 분담을 통해 관련연구를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조직이 고구려를 중심으로 고대사에서 근현대사까지 동북 3성지역과 관련된 중요 쟁점사항들을 다양하게 망라하여 연도별로 진행하고 있음이 실제 확인된 것이다. ③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04년 3월15일에 공포된 ‘동북공정 과제연구지침’내용이다. 이 지침에는 동북공정이 추진하는 6개의 연구항목과 과제목표가 제시되어 이에 근거한 연구계획 수립을 관련 연구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 중 새롭게 ‘고구려발해국문제연구’가 추가되어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동북공정에서 고구려, 발해가 핵심 연구분야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03년의 세부연구주제였던 ‘발해유적현상조사’가 2004년 내용에는 생략되어 있다. 이는 2005년에 헤이룽장성 닝안(寧安)과 지린성 둔화(敦化)지역의 발해유적을 20억위안(약 2800억원)을 들여 중국고대도시로 복원한다는 최근 보도와 연결된 것임을 보여준다. ④결국,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사라고 학술적으로 부각하고 곧바로 그에 대응되는 역사공간인 시안의 고구려유적과 둔화의 발해유적 등을 중국 역사유적으로 복원, 정비하여 명실상부한 중국 역사화 작업을 완수하려는 의도를 이번에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⑤또한 북방지역의 고대 종족, 고조선, 한국민족 및 고대 국가기원을 연구해 중국과 우리 민족의 관계사, 국경문제, 이민문제 등을 중국적 입장에서 정리하여 결국 이들 역사마저도 중국 역사범주에 있음을 강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4년 연구과제인 ‘조선반도민족, 국가의 기원과 발전’이란 제목의 연구과제는 중국의 연구가 고구려, 발해와 함께 우리민족의 성격까지도 중국측 논리로 파악하려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제의 연구책임자가 다른 연구논저에서 이미 한국민족은 중국계통의 유이민 세력이며 중국문화가 한국문화의 모태라는 식의 철저한 중국중심주의 입장을 피력한 사실을 감안할 때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⑥이상에서 볼 때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추진하는 연구사업은 중국의 역사왜곡과 고구려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과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은 동북지역을 장악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수백-수천년 전에도 같은 상황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더욱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존립근거와 역사 문화적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폭거이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협하는 역사침략이다. ⑦이제 우리는 후손에게 우리 역사를 당당히 지켜내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영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 무엇을 했고 또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때이다. 특히, 지난 1일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이 중국의 역사왜곡과 한민족 정체성부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학자들의 열정과 노력,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 그리고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우리 역사 사랑이 요청된다. 글 ㈐ ①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관한 충격적인 보도가 거의 날마다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뒤에서 협공을 당하는 꼴이 되었다. 게다가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왜곡의 정도나 수위가 오히려 일본보다 극심하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의 역사왜곡에서 우리와 같은 피해자로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었기에 더욱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즉시 중국의 역사왜곡의 저의를 파악하고 근본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②중국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와 수교한 직후부터 정부 산하의 학술기구인 중국사회과학원을 주축으로 역사왜곡을 획책하였다. 그들은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여 아주 조직적으로 우리의 고대사인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송두리째 가로채려 기도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역사왜곡에는 대내외적으로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포석이 다양하게 깔려있다는 점을 먼저 간파해야 한다. 우선 대내적으로 볼 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가 내부에 확산되면서 체제 유지와 안정을 위해 국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국가주의는 애국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을 통해 국가적 정체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동북공정’도 바로 그러한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③동시에 대외적으로 ‘동북공정’에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하고 나아가 국제무대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패권주의적인 야심이 담겨 있다. 특히 해양세력인 일본의 확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동아시아에서 리더십을 확립하겠다는 것이 1차적 목적인 것이다. 통탄스럽게도 현 강국들의 힘 겨루기가 과거 우리의 고구려사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격이다. ④이렇게 다양한 목적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역사 왜곡을 쉽사리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그것을 더욱 심화하고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늦은 감은 있으나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는 동시에 북한과도 연대하여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특히 아래의 몇 가지 사항들은 반드시 참작하여 대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⑤먼저 고구려사 왜곡이 정치문제로 불거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문적인 저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역사의 요체는 문화전통이다. 따라서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국가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의 저변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어학, 고고학 등 주변 인문학을 총동원해 학술적인 면에서 설득력을 강화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국어사적인 측면에서 고구려어의 특성을 밝힌다면 그것이 백제어, 신라어와 동질적 관계이고 중국어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분명히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중국이 자행하는 역사왜곡의 허점을 잡아내고 그들의 억지 논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⑥다음으로 고구려사를 포함한 국사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문민정부 이후 제도권 교육에서 국사과목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에서는 국사가 교양필수에서 그저 흥밋거리나 제공하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버린 지가 오래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집단기억’을 담고 있어야 할 국사교과서마저도 문제 투성 이라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지구상에 자국사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민적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⑦끝으로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를 국제사회에 보급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전이 시급하다. 고구려사가 한국고대사라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인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동북아 역사전쟁에서 우리는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자국의 역사마저도 타국에 송두리째 강탈당하는 비극적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 [하프타임] 여자복서 이인영 재기 실패

    이인영(33·루트체육관)이 챔피언벨트를 박탈당한 지 5개월 만에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인영은 14일 용인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슈퍼플라이급 세계타이틀매치(10회)에서 멕시코의 마리아나 후아레스에 1-2로 판정패했다. 지난해 9월 IFBA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이인영은 지난 1월 은퇴를 선언하고 잠적했다가 6월 복귀했지만 의무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 “100년 가는 정당 만들자” 우리당 창당1돌 기념행사

    “100년 가는 정당 만들자” 우리당 창당1돌 기념행사

    11일 창당 1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은 2003년 국회의원 47명의 ‘소수여당’으로 출발했다.6개월 만인 지난 4월 총선에서 152석의 ‘거대여당’으로 리모델링됐다. 그 사이에 수적 열세에 밀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초유의 사건도 겪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창당 기념행사에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각오해야 했던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회고하고,“가슴 벅찬 창당 1주년의 아침에 창당의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제2창당의 도목수(都木手)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기쁨과 환희를 맛본 영광의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 절치부심한 경우도 있었다.”며 “우리 모두 동지이자 동반자의 마음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호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축하메시지를 보내 “1년 전 우리는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면서 여당의 책임론을 강조한 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 지도부와 문희상·유인태·김부겸·유시민 의원 등 소속의원 100여명과 당직자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결의도 다졌다. 특히 김근태 장관은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출마 원외인사 연찬회에서 “당이 앞장서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가고 개혁도 해야 한다.”며 ‘초심론’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축하보다는 결의를 다지는 이유는 창당 1주년의 현실이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하다.‘4대 개혁법’ 중 최대 현안인 국가보안법 폐지문제에 대한 다수 국민여론은 반대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좌파정부’라고 비판하고, 지지자들은 “개혁이 미흡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사업이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던 신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당 분위기는 내년 재·보선에서 과반상실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형식 부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참여를 전면화했고, 정치자금법·선거법 개정으로 정치문화를 개혁했다.”고 공적을 평가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평당원화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과거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대등한 관계로 혁신됐다.”고 덧붙였다. 숙제도 적지 않다.151명(김원기 의장 탈당)의 거대여당으로서 정치력·기획력이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주자 후보인 김근태·정동영 장관이 행정부에 참가함에 따라, 한나라당과의 ‘전투’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 당의장에게 권한을 더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기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불거질 ‘계파간 노선갈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틈으로 샌 ‘한나라 高聲’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등원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등원 거부’를 외치는 보수강경파와 ‘무조건 등원’을 요구하는 개혁온건파의 갈등이 당내 의사결정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원희룡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가 국회 파행 초기 온건론에서 최근 강경론으로 급선회하자 “당 운영이 ‘강경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며 지도부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내 보수파와 소장파의 해묵은 갈등은 이번 정기국회 파행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갈등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당장 8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도 원 최고위원은 정형근 중앙위 의장으로부터 ‘막말’을 들어야 했다. 이날 회의에서 원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상임운영위 비공개회의에서 ‘남북관계기본법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중 자신의 발언을 제지하던 김형오 사무총장에게 “총장 입 다무세요.”라며 언성을 높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대해 정형근 중앙위 의장은 “그날 원 의원이 술냄새를 내면서 한 일이 하도 황당해서 (회의에)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술 먹고 미친 사람처럼 얘기해 놓고 오늘 회의에서 벽두부터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것을 장황히 얘기하며 중요한 시간을 쓰고 있느냐.”며 원 최고위원을 몰아세웠다. 앞서 원 최고위원은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 의원으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았다.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은 “원 의원이 방송토론에 출연,‘4대법안 철회와 색깔론 시비는 적절하지 않다.’며 당론에 반하는 얘기를 했다.”면서 “당을 대표해서 토론회에 나가 그렇게 할 바에야 당을 떠나는 게 낫지 않느냐.”며 원 최고위원을 공격했다. 이처럼 원 최고위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격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자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잇따라 모임을 갖고, 보수진영의 공세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에 대한 당론 결정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4대 입법’을 둘러싼 당론 결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최근 들어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당 전체가 총선 직전 국민적 여망을 잊어버리고 ‘우향우’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박 대표도 취임 초기와는 사뭇 달리 상당히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행정수도 위헌’에 화난 충청권 시민단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 시민단체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원안추진’을 요구하며 민심을 주도하는 집회열기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건설 사수 범도민연대(공동대표 한창숙·윤진수·홍재복)는 1일 “정부와 여당은 헌법개정과 국민투표의 조속한 실시로 신행정수도 후보지 2000여만 평을 즉각 매입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이 수도면 지방은 하수도냐” 범도민연대는 이날 충남도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헌재는 자숙하고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또 충청권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신행정수도건설비상시국회의(이하 비상시국회의)’도 “중단없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으로 나라의 균형발전이 좌초 위기에 처했고, 이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는 비상시국에 직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이 단체 주도로 ‘신행정수도 건설 사수 제1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3일에는 천안에서 범도민연대 회원들과 연대,‘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을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김제선 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서울과 지방을 모두 살리는 신행정수도 건설의 의미를 온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지역간 차이를 넘어 신행정수도 건설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 예정대로 추진돼야”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결정이 내려진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행정타운’ ‘행정특별시’ ‘충청권 과학도시’ 등의 대안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청권의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행정수도 이전 외의 어떤 당근(?)도 이젠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유지들 역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대안이라고 시큰둥하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충청권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의 균형발전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행정기관 몇 개를 이전시키려는 후속대책은 의미가 없다.”며 “행정수도 건설과 행정도시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헌재 재판관 탄핵과 열린우리당 당론 채택,100만인 청원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당차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역의원들에 대한 탈당 압박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재점화 추진 충청권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행정수도 건설을 충청권만 향유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의 지지와 동의 속에 추진될 수 있도록 범국민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과 수도권의 대립이 아닌 ‘상생발전’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시국회의도 전국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상황전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수현 지방분권 대전본부 사무국장은 “상경집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라며 “지역 집회를 통해 성난 민심이 전달된 만큼 ‘대립과 자극’이 아닌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과 수도권의 문제점 등을 공유하는 쪽으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행사비용을 각 민간단체가 분담하다 보니 계획한 것처럼 적극적이고 다양한 행사를 치르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선 공동대표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충청도만의 수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과 과밀해소,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라며 “분권과 분산은 지방발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인 만큼 (행정수도 이전은)충청권이 나서서 기필코 성사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국제플러스] “이라크서 폭발물 380t 분실 확인”

    |빈 외신|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담 후세인 시절 핵무기 제조가 추진됐던 이라크 군사시설에서 수백t의 재래식 폭발물이 사라졌다고 25일(현지시간) 확인했다.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지난 10일 이라크 과학기술부가 380t 정도의 고폭물질이 분실됐다는 사실을 통보해왔다면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이같은 사실을 이날 저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밍 대변인은 문제의 폭발물질이 정부시설에 대한 경비소홀로 인해 도난 또는 약탈당한 것 같다는 것이 이라크 정부의 설명이라면서, 폭발물질이 언제 분실됐고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플레밍 대변인은 “이라크 임시정부의 분실 보고 직후인 지난 15일 미국 정부를 통해 다국적군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분실된 고폭 물질들이 엉뚱한 사람이나 단체들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재래식 폭발물 약 380t이 이라크의 가장 민감한 군사시설들 중 하나인 알 카카에서 사라진 사실을 이라크 임시정부가 미 정부와 국제사찰단원들에게 통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 남북 女주먹 ‘세계 눕혀라’

    남북한 여자 철권들이 줄줄이 세계정복에 나선다. 오는 29일 북한의 김광옥(25)이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밴텀급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14일에는 전 챔프 이인영(33), 그리고 12월5일에는 신예 김주희(18)가 각각 정상을 두드린다. 특히 김광옥의 경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북한 여자복싱이 공식적으로 세계 프로무대에 나서는 출발점인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중국에서 활동해 온 김광옥(주니어밴텀급 3위)은 한체급 올려 일본의 수가 토시에(26)를 맞아 중국 센양에서 타이틀전을 갖는다. 남자선수를 연상케하는 다부진 체격을 가진 김광옥은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을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실력파. 프로로 전향한 뒤에도 5승(3KO) 무패를 질주 중이다. 북한 여자복싱의 수준은 아시아 정상을 넘어 세계상위권에 올라있을 정도.2001년과 2003년 아시아선수권,2002년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한 것에서 실력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현재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태권도에서 전향했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정재규 국장은 “만약 조만간 여자복싱이 올림픽 정식종목에 들어간다면 북한이 금메달을 싹쓸이 할만큼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김광옥 외에도 유명옥(25·주니어팬텀급 8위) 최은순(20·주니어플라이급 10위) 등 쟁쟁한 선수들이 뒤를 잇고 있다. 멕시코의 마리아나 후아레즈(26)와 주니어밴텀급 타이틀전을 갖는 이인영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타이틀전 이후 프로모터와의 불화로 오랫동안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챔피언벨트까지 박탈당한 이인영은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꼭 챔피언벨트를 되찾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주희는 한국계 미국복서 멜리사 셰이퍼와 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전을 펼친다.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김주희는 비록 펀치력은 떨어지지만 다양한 테크닉을 가져 8전 전승(5KO)의 셰이퍼와 접전이 예상된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쉬어가기˙˙˙

    아테네올림픽 육상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도핑 샘플을 바꿔치기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메달을 박탈당한 아드리안 안누스(헝가리)는 22일 ‘금메달을 절대 돌려주지 않겠다.’던 고집을 꺾고 메달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헝가리올림픽위원회에 전달. 이로써 금메달은 ‘황색 헤라클레스’ 무로후시 고지(일본)에게 돌아가게 됐다.2년 간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은 안누스는 “다른 헝가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반환키로 했다.”고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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