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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권 축소·사면권 제한… ‘제왕적 대통령’ 막는다

    인사권 축소·사면권 제한… ‘제왕적 대통령’ 막는다

    5년 단임→4년 1회 연임 ‘8년’ 靑 “책임정치 구현·국정 안정” 개헌해도 文대통령은 연임 못해 중앙·지방정부 함께 출범 가능 대통령 특사, 사면심사위 거쳐야 권한대행, 대선후보로 출마 못해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1회 연임제로 운영형태를 변경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과 인사권 등을 제한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는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연이어 선출되면 한 번만 더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만일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출마할 수 없다.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1987년 개헌 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국민들의 민주역량은 정치역량을 훨씬 앞서고 있고, 이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와 지난 1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각종 여론조사를 인용해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일각에서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를 적용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에 관한 헌법 개정은 이를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논란의 소지를 확실히 차단하고자 아예 개헌안 부칙에 ‘개정 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채택되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치러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할 수 있게 된다. 연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 기간 3번이나 치르던 전국 선거를 2번으로 줄일 수 있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총선을 치를 수 있어 총선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하며 대통령의 중간 평가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도 도입했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없을 때, 1·2위 후보를 놓고 다시 투표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제도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과반수를 얻지 못한 이른바 ‘소수파 대통령’이 정권을 잡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대통령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수 정당 후보도 후보단일화 등 정치공학을 내세워 연대를 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대신 대통령의 권한은 분산한다. 개헌안은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을 할 때 독립기구인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개시 절차도 신설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사유에 ‘질병’과 ‘등’을 추가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궐위, 사고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때에만 국무총리 등이 권한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한대행자가 그 직을 유지하는 동안 대통령 선거 입후보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눈에 띈다. 관리자가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민주화 옥죈 ‘軍 위수령’… 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촛불시위 당시 진압 의혹 제기에는 “군투입·무력 진압 논의 없었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해 온 ‘위수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국방부는 통치권자가 국회의 동의 없이 군대를 치안 유지에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위수령’(대통령령)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위수령이 시민들의 민주적 집회와 시위를 탄압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오래된 논란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관련 부처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위수령을 폐지할 방침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위수령이 위헌·위법적이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아 관련 절차에 따라 폐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령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위수령은 임의로 발동할 수 있다. 육군 부대가 시위 사태가 격화될 시 해당 지역에 계속 주둔하면서 시위 진압 등 질서유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1950년 최초 제정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 10월 각 대학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서울 시내 10개 대학에 휴교령을 내리고 무장군인을 진주시킨 것이 최초의 위수령으로 기록돼 있다. 1979년 10월 부마사태 때 두 번째 위수령이 발동됐다. 한편 국방부는 ‘2016년 11월 탄핵 촛불시위 당시 위수령 발동 등 무력 진압 계획을 세웠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50여명의 관련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군병력 투입 또는 무력 진압을 논의한 자료나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위수령 논의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당 의혹 제기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방위사령부가 청와대 인근의 우발적 시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시위집회 대비계획’을 작성한 것은, 촛불집회 참가 시민을 작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오해를 줄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당 문건에 병력 증원 및 총기 사용수칙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해 향후 시민을 상대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수칙 등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촛불 개근하면서 변화 기대…고용허가제 언제 풀릴까요”

    “촛불 개근하면서 변화 기대…고용허가제 언제 풀릴까요”

    욕설·구타 속 고된 일하다 부상 사업주 승인 안 해줘 이동 안 돼 “국적 차별 없는 세상 됐으면” “모두가 국적·신분 차별 없이 사는 세상을 원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머두수던 오쟈(36)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연말부터 2017년 초에 진행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오쟈는 21일 유엔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사흘 앞두고 열린 시위에 참석하고자 충남 천안에서 상경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 세상이 바뀌고,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도 더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바뀐 게 없다”며 시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오쟈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데 드는 제반 비용 때문에 매월 고향으로 보내는 돈을 20만원 줄였다. 20만원은 네팔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 아내와 아들 2명의 한 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오쟈는 아내에게 “좋은 일을 하는 데 쓴다”며 이해를 구했다. 가족들도 그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가족들도 내가 ‘고용허가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고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쟈는 2014년 12월 한국에 온 첫날 인천 공장에서 상사에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오쟈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부장은 “안녕하세요 하지 마, 안녕하십니까라고 해”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오쟈는 사장과 부장에게 매일 욕설을 들었고 심지어 구타도 당했다.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져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새벽이면 다시 공장에 나가 욕설을 들으며 일을 했다. 그는 “욕설을 녹음해 고용노동부로 찾아가 제보했지만, 영상을 가져와야 한다는 공무원의 말을 듣고 좌절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쟈는 그런 수난을 견디며 1년간 60~70㎏ 되는 공장 부품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고된 노동으로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하겠다”며 사장에게 사업장 이동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은 “일하지 않겠다면 네팔로 당장 돌아가라”며 윽박질렀다.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사업주의 승인’이 없으면 이주노동자는 아프거나, 욕설과 폭력에 노출돼도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다. 오쟈가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는 “사람을 돕는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믿었는데 고용허가제는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된 일을 끝내고 하루에 한 번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할 때가 가장 기쁘다는 오쟈는 “피부색이 까맣거나 가난해도 똑같은 사람”이라면서 “우리를 차별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글 사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영상] 자유한국당 “박근혜 탄핵 전보다 엄혹하고 국민 갈등 깊어져”

    [영상] 자유한국당 “박근혜 탄핵 전보다 엄혹하고 국민 갈등 깊어져”

    “수많은 고통 속에 이뤄진 탄핵 이후,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핵 전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이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아 내놓은 평가다.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보수 진영의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을 바꾼 국민들의 냉정한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수많은 고통 속에 이뤄진 탄핵 이후,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핵 전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의문”이라며 “실제 대한민국의 현실은 1년 전보다 더 엄혹하고, 국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정 대변인은 “정부는 천안함 폭침의 전범인 김영철의 방남을 허용했고, 거짓말을 일삼는 북 김정은의 가짜평화 약속과 장밋빛 전망에 들떠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라면서 “소통을 강조했던 정치는 집요한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으로 국민을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대립시켰고, 복지포퓰리즘,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서민경제를 파탄냈다”고 주장했다.또 “정부는 ‘내 뜻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끊임없이 국민을 편 가르는데 앞장서고 있다”라며 “이렇게 국민통합의 길을 역행하며 국정운영에 한계를 보여주는 현 정부의 실정에 제1야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지난날 탄핵의 의미를 되새기며, 탄핵 전보다 깊어진 국민 갈등을 치유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근혜 탄핵 1년, 서울 곳곳 보수·진보단체 집회

    박근혜 탄핵 1년, 서울 곳곳 보수·진보단체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를 받은 지 1년이 되는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진보 단체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역 광장에서 50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무죄’, ‘불법탄핵 규탄’ 등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종북 좌파 세력들이 거짓, 선동, 음모, 조작으로 박 전 대통령을 몰아냈다”며 “거짓 ‘촛불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진실이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숭례문, 한국은행, 종각역을 지나 안국역 4번출구까지 행진했다.같은 시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3·10항쟁 순국열사추모위원회 400명(경찰 추산)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탄핵반대 집회 중 사망한 4명을 기리는 추모 의식도 했다. 한편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대학생 단체는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국회’ 행사를 열고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정치권이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청산해야 할 적폐가 많이 남았다”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대학생들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못했다. 촛불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혜화역, 종로5가를 지나 종묘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한편 4·16가족협의회·4·16연대는 오후 5시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1년 광화문 시민문화제 ‘죄를 묻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박근혜 탄핵 1년…서울역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포토] 박근혜 탄핵 1년…서울역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인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문학 작품 읽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문학 작품 읽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2017년 3월 10일, 꼭 1년 전 오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탄핵 인용을 결정했다. 그사이 국정농단의 핵심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30년형을 구형받았다. 또 한 명의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장본인이다. 한국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후 바람 잘 날 없는 시절을 보내는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 탓이 크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책임도 무거워지는데, 책임은 방기한 채 권력 사용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혹자는 대통령의 ‘인문적 소양’을 문제 삼기도 한다. 권력 사용에 앞서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힘써야 하는데, 그 밑바탕은 결국 인문적 소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최선의 방책은 책인데, 하여 대통령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각양각색의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이다.마텔은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당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한 권의 책과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편지에는 책의 내용과 평을 담았는데,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내내 강조한다. 하퍼 총리는 집권 당시 이렇다 할 실정은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텔이 문학을 권한 이유는 “문학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입니다”라는 두 문장 속에 집약되어 있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서 마텔은 ‘동물농장’, ‘앵무새 죽이기’, ‘노인과 바다’ 등 비교적 친숙한 책부터 ‘바가바드기타’, ‘길가메시’ 등 심오한 사상과 철학을 담은 책들을 열거한다. 그중 펄 벅의 ‘대지’를 일러 “책을 덮어야 할 때마다 안타까워하며 만사를 제쳐 두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소설”이라고 상찬한다. 특히 헤밍웨이나 포크너처럼 두고두고 독자들에게 기억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데, ‘대지’가 현대 독자들에게 잊혀진 이유가 ‘보편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이든 “문학적 불멸성을 얻으려면 보편성이 거의 필수 조건”인데 ‘대지’는 지나치게 지엽적이라는 지적이다. 마텔이 보편성을 강조한 이유를 에둘러 짚어 보자면, 국민 모두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즉 보편성을 담보한 정책을 펼치기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가 국내 출간된 것은 2013년 5월로, ‘박근혜 대통령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드립니다’라는 한국판 서문이 첨가되어 있다. 그중 한 대목이다. “대통령님이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하자면,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마십시오. (…)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마텔이 띄운 편지는 특정 인물에게만 보내진 것이 아니다. 고전의 광대무변한 세계를 맛보고 싶은, 더불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읽어봄 직한 책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아 촛불집회 주역들이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교체된 지 10여개월이 지났지만 촛불의 요구 과제는 9%밖에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박석운 퇴진행동 기념위 공동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즉각 반영해야 할 우선 과제로 제시한 6대 긴급현안 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중단을 빼면 세월호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 국정교과서 폐지, 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 중단, 언론장악금지법 처리 등 5개 현안이 해결됐거나 해결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2월 발표한 100대 과제 중에선 단 9개만이 해결됐고, 39개의 과제는 진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권력형 성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차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의 사회를 맡았던 박진 퇴진행동 기념위 촛불백서 팀장은 “촛불집회에서 광장의 승리를 맛본 사람들의 목소리가 미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퇴진행동 기념위는 국회시민정치포럼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핵을 넘어 새 시대를 향한 입법 및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열었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촛불시위-촛불탄핵-촛불대선을 잇는 마지막 단계는 촛불개혁”이라면서 “핵심 과제인 입법과 개헌이 이루어져야만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는 오는 5월 18~19일, 24일에 각각 촛불기념 학술토론회와 국제토론회를 개최한다. 준비 중인 촛불백서와 촛불기념조형물, 촛불 다큐 영화도 5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영상] 탄핵 결정 헌재 주역들 지금 어디에…

    [영상] 탄핵 결정 헌재 주역들 지금 어디에…

    ‘8대0.’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는 재판관 9명이 시작했고, 8명이 만장일치로 탄핵안을 인용하는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심리를 이끌던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이 탄핵심판 심리 도중인 지난해 1월 31일 퇴임했고, 이후엔 이정미 전 헌재 재판관이 소장대행을 맡았다. 이 전 재판관은 퇴임을 사흘 앞두었던 지난해 3월 10일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탄핵 결정 뒤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통치에 공백이 생겼고 국가와 헌법 수호의 측면에서 중대한 위기였기에 신속히 진행해야 했다”고 당시의 긴장감을 전했던 박 전 소장과, 퇴임사를 통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심리 과정을 반추한 이 전 재판관은 지금 학교에 있다. 박 전 소장은 지난해 8월 모교인 서울대 법대 초빙교수로 임용됐고, 이 전 재판관 역시 지난해 3월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탄핵심판 선고일 뒷머리에 헤어롤 2개를 미처 빼지 못하고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던 이 전 재판관의 요즘 스타일은 판사·헌재 재판관 시절 ‘공직자 패션’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라고 한다.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 노출된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무 수행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소수 의견을 냈던 김이수·이진성 당시 재판관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헌재소장 지명을 받았다. 김 재판관은 다당제 국회 환경에서 임명동의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지 못해 헌재소장직에 오르지 못했고, 이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됐다. 이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탄핵 심판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재판관과 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오는 9월 퇴임한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4월에 끝난다. 탄핵심판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이후 헌재 사건 접수가 늘었다. 지난해 1~12월 월평균 218.8건의 사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최근 5년 동안의 월평균 접수 사건 수인 169.0건보다 높다. 특히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223건), 2월(222건), 3월(244건)에 접수 사건이 많았다.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두 前대통령의 잔인한 봄… MB 시간도 박근혜처럼 흐른다

    두 前대통령의 잔인한 봄… MB 시간도 박근혜처럼 흐른다

    李, 14일 檢 출석… 영장 청구 가능성 올해 ‘보수 대통령’ 2인 동시 수감 전망 1년 전 朴처럼 李 보이콧할지 촉각 文정부 임기 내내 전 정권 재판할 수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66)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정권교체와 함께 적폐청산이 시작됐다. 파면 즉시 민간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같은 달 31일 구속됐다. 수뢰, 직권남요, 강요 등 18가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달 6일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 형사처벌이 마무리 수순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오는 14일 출두를 통보했다. 다음 수순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전망에 이견은 거의 없다. 이에 탄핵 2년차인 올해 ‘보수 대통령’ 2명이 동시 수감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나란히 집권한 대통령 2명이 한꺼번에 수감되는 게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1980~1992년 나란히 집권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1997년 수감됐었다. 숨가쁘게 흘러간 지난 1년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청구한 이유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될 정도로 은둔형 지도자였던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자신의 형사재판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초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껄끄러운 증인’과의 법정 대면을 피하던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6일부터 재판을 보이콧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부당하다는 게 박 전 대통령이 내세운 이유다. 이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총사퇴했고 국선변호인 5명이 선임됐다. 국정농단 사건과 별개로 재임 중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새로운 형사재판을 받게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재판에서도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9일로 서울구치소 수감 344일째인 박 전 대통령은 가족 면회를 거부하고 유영하 변호사,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일부만 접촉했다. 재판 보이콧 이후 재판부가 지정한 국선변호인과의 접견은 결심 공판을 앞둔 지난달 9일과 22일 두 차례뿐이었다. 보이콧 이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며, 가끔씩 멍한 표정을 짓거나 졸기도 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은 영치품으로 ‘통증 잡는 스트레칭’과 ‘궁극의 스트레칭’ 등 책 2권을 받았는데 허리통증 자가치료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1년 전 박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처지에 놓였다. 탄핵 11일 뒤인 지난해 3월 21일 검찰 소환, 소환 엿새 뒤인 27일 구속영장 청구, 청구 나흘 뒤인 31일 구속영장 발부, 수감 17일 뒤인 같은 해 4월 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시간표를 이 전 대통령이 답습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제왕적 대통령 권한에서 비롯된 중한 범행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검찰이 참고할 선례는 차고 넘친다. 전·노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등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바다. 선례가 많으니 대통령은 형사법정에 홀로 서지 않는다는 경험칙도 생겼다. 지난 1년 동안 박 전 대통령 참모와 비서진, 관련된 기업인 등 60여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지금은 이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이 검찰에 줄소환되고 있다. 기소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무죄를 다투며 최종심인 3심까지 재판을 끌고 갈 각오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전 정권과 전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재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朴 측근들 진술 거부…MB 측근들은 ‘술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면서 같은 달 21일 검찰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측근 관리 방식 등이 크게 달라 소환 풍경 역시 사뭇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전후로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주변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외곽 지지자들의 시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층 많은 朴… 적극 지지층 적은 MB 소환 당일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12개 중대(960여명)를, 청사 주변에는 24개 중대(1920여명)를 동원해야 했다. 반면 퇴임한 지 6년 이상 지난 이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에 지난해만큼 격렬한 시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사 주변에 5개 중대(400여명)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측근들의 ‘충성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재판에서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제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면서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수사 중인 검찰은 ‘MB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비롯해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총장,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변인들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자백과 진술서를 연이어 확보했다. ●朴 소환 협조… MB 유보적 입장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변호인단의 입장 표명 방식도 달랐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소환 통보에 대해 “검찰의 소환에는 응하겠다. 날짜는 검찰과 협의하여 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성명서 수위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면서 “강경하게 검찰을 비판하는 안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내용을 담는 안이 있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국정농단의 실체를 되돌아보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2016년 촛불 집회가 시작된 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고 통찰하는 책들을 내놓은 출판계가 대통령 파면 결정 1년을 맞아 내부고발자와 저널리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국정농단 현상을 짚고 나섰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내부고발자였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출간한 ‘노승일의 정조준’(매직하우스)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최순실 측근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상황들을 세밀하게 복원한 ‘2년간의 일기’ 같은 책이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해 온 저자는 2014년 최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인생을 바꾼 잔인한 만남’으로 회상한다. 시종일관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최씨의 고압적인 태도와 그 순간 노씨가 느낀 자괴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노씨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2015년 8월로 꼽는다. 최씨의 집사처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과 비인간적인 대우에서 촉발된 결심은 최씨의 국정농단 증거를 수집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관계, 그가 지시한 각종 대통령 관련 행사에 대한 기억을 원형대로 복원함으로써 국정농단이라는 실체를 환기시킨다.‘이렇게 시작되었다’(개마고원)는 TV조선 ‘퍼스트 펭귄팀’을 이끈 이진동 기자의 취재기다. 저자는 최순실, 윤전추 전 행정관, 이영선 전 경호관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의상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2014년 말 입수하고도 2년이 지난 2016년 10월 보도하게 된 경위를 해명한다. 아울러 권력형 비리의 실체에 다가서는 저간의 사정을 두루 전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아직까지 풀지 못한 국정농단의 퍼즐로 정윤회의 국정 개입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든 진짜 이유, 세월호 7시간의 행적,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꼽으며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뒀다. 진보적 태도를 견지해 온 학자들이 바라본 탄핵과 촛불혁명의 의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들도 등장했다.역사학자인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가 쓴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레디앙)은 한국 정치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를 ‘비주류 잡놈’이라고 칭한 저자가 일찌감치 대통령 파면 등을 예언했던 근거들이 흥미롭다.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펴낸 ‘손호철의 사색’ 시리즈 중 12권째 책으로 ‘유신 공주와 촛불’(이매진)을 내놓았다. 박근혜가 가져온 ‘신(新)유신 시대’를 복기한다. ‘문제는 정치’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강조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박근혜 30년 구형, 국정 사유화에 대한 심판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받은 것은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구형한 징역 25년보다도 5년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검찰은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면서 벌금 1185억원을 함께 구형했다. 현행법상 선고할 수 있는 유기징역 최대치인 징역 30년을 구형한 것은 그의 국정농단 죗값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헌정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검찰의 지적과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꿈을 앗아 갔다는 일침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결심공판에도 끝내 출석하지 않은 것은 헌정질서 유린과 국정 혼란의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반성과 사과할 의지가 여전히 없다는 증좌로 보여 딱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실제 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774억원을 대기업에 강제했다는 등의 18개 혐의로 기소된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 아닌가. 이런 비극적인 역사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딱 1년 전인 지난해 2월 27일 오후 2시에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어제 결심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간 범행을 부인하고 허위 주장을 펴 온 행태를 고려하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생각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고통치권자의 기본 조건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시대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 소통능력, 도덕성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중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최악의 대통령으로서 가장 훌륭한 반면교사였을 뿐이다. 통치 방식은 의문의 대상이었고,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는 배타적 성격은 우려의 대상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4월 17일 구속 기소된 지 317일 만에 마침내 마무리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도 무척 비싼 대가를 치렀다. 독단과 독선에 빠진 권위적 리더십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득이랄까.
  • ‘후원금 금메달‘ 6억 5410만원 정의당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집계 결과 정권교체를 이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후원금이 약진했지만, 탄핵 역풍을 맞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후원금은 줄었다. 11년 만에 부활한 중앙당 후원금은 정의당이 1위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2017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에 따르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3억 4858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해 1위를 차지했다. 모금액 2위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3억 4246만원), 3위는 유승희 민주당 의원(3억 3342만원)이었다. 반대로 부산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의혹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배덕광 전 한국당 의원은 후원금이 144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상위 20명 가운데에는 13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여당이 약진했다. 한국당 소속으로는 이완영 의원이 3억 1309만원(7위), 주호영 의원이 3억 773만원(9위) 등 4명만이 상위 20명에 포함됐다. 특히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대체로 후원금 성적이 좋았다. 김경수 의원(2억 9979만원)을 비롯해 박광온(2억 9800만원), 최인호(3억 83만원) 의원 등이 3억원 안팎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후원금 1위인 박주민 의원도 친문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반대로 서청원 의원(1억 1432만원)을 비롯해 최경환(1억 1595만원), 이정현(2030만원)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모금 실적은 저조해 탄핵 이후 줄어든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중앙당 후원금은 정의당이 6억 541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애국당은 조원진 의원 1명뿐이지만 5억 4649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진보성향의 진성당원과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보수 시민들이 각각 대거 후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원금 모금액 결과를 보면 올해에도 친한 의원끼리 후원금을 기부해 주는 ‘품앗이’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기동민, 전해철 의원 등에게 후원금 상한액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안희정 캠프’에 함께 몸담았던 기동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한국당은 김순례 의원이 원유철 의원에게, 윤상현 의원은 김성원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쾌척했다. 3000만원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고려ㆍ조선 모두 섬긴 ‘수재’… 새나라 문장의 기틀 다지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고려ㆍ조선 모두 섬긴 ‘수재’… 새나라 문장의 기틀 다지다

    조선 유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학자이자 조선 최초 문형(文衡·대제학)으로 칭해지는 걸출한 문장가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 사람들은 동시대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에게 열광할 뿐 왕조가 교체하는 격변기에 전형적인 삶을 살아간 그를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이 건국 초기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데는 양촌의 역할이 누구보다 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과거에 급제한 까마귀 소년 고려 공민왕 때 얼굴이 유난히 검었던 청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까마귀라고 불렀고, 스스로도 작은 까마귀라는 의미의 ‘소오자’(小烏子)라는 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청년이 18세 때 문과에 급제했다. 요즘으로 치면 고등고시에 합격한 셈이다. 공민왕이 급제자들의 면면을 살피다가 갑자기 그 과거를 주관했던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돌아보며 “아니, 이렇게 젊은 자도 급제시켰는가”라고 노기에 가까운 불평을 했다. 장차 크게 쓰일 그릇이라는 이색의 극찬을 듣고서야 왕은 화를 풀었다고 한다. 그 젊은이가 바로 양촌 권근이었다. 이후 양촌은 벼슬길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왕조의 교체기에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으로 인해 한 차례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유배지에서 꽃핀 학문 양촌은 1389년(창왕) 38세 되던 해에 탄핵을 받은 이숭인(李崇仁)을 변호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편당으로 몰려 황해도 우봉으로 유배됐다. 이후 약 1년간 이곳저곳으로 유배지를 옮겨 다녔다. 유배생활은 많은 제약을 받지만, 경우에 따라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일 수도 있다. 바쁜 세상사에서 벗어나 오로지 학문과 저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 유배지에서 방대한 저술을 남겼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촌의 저술도 이 시기에 주로 완성됐다. 1390년 7월부터 11월까지 전라도 익산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양촌은 초학자들이 사서(四書)와 오경(五經)에 담긴 유학의 기본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림과 설명을 곁들인 ‘입학도설’(入學圖說)을 저술했다. 그 앞부분에 실린 ‘천인심성합일지도’(天人心性合一之圖)는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 중 제4도인 ‘대학도’에 그대로 전재하고 있을 정도로 후대 성리학자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11월 홍수로 인해 사면받아 풀려났으나, 그는 다시 충주의 양촌으로 돌아가 오경의 주석 작업에 몰두했다. 54세 때인 1405년(태종)에 ‘예기천견록’(禮記淺見錄)을 마지막으로 ‘오경천견록’(五經淺見錄)을 완성했다. 겸손하게 ‘자신의 얕은 견해’라는 의미의 ‘천견’(淺見)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 경전 주석서다. 특히 유학 경전 주석의 독자적인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큰 저술이다. 이런 학문적 업적은 결코 짧은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벼슬살이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학문적 성과가 유배라는 일종의 휴식을 계기로 꽃피게 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려의 신하, 조선에 몸을 맡기다 양촌은 개국 소식을 듣고도 1년 가까이 양촌에서 은거하며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자 태조 이성계(李成桂)는 양촌의 아버지 권희(權僖)를 통해 집요하게 설득했다. 양촌은 할 수 없이 계룡산에 행차했던 이성계에게 나아갔다. 그곳에서 이성계의 아버지인 환조(桓祖) 이자춘(李子春)의 신도비명(神道碑銘)을 지어 개국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이성계의 덕을 송축하는 ‘풍요’(風謠)를 짓기도 했다. 애초에 고려의 신하로서 조선의 개국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새로운 왕조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보였던 것이다. 문제는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실망감이었다. ‘축수록’(逐睡錄)이라는 야사에 “당시 선비들이 평소에 공을 종주(宗主)로 여겼었는데, 그때 이후로 모두 머리를 돌리고 침을 뱉었다”고 기록했을 정도였다.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신원에 가장 공이 컸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포은과 비교하며 변절(變節)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런 시각은 조선 후기까지 계승돼 유학에 끼친 큰 공로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공자(孔子)의 문묘(文廟)에 종사(從祀)되지 못하고 말았다.#황제가 시를 내리다 비슷한 시기에 건국한 명나라와 조선은 초기부터 기세 싸움이 있었다. 이른바 ‘표전’(表箋) 문제도 그중 하나이다. 표전은 국왕이 황제에게 올리는 일종의 외교 문서다. 평소 정도전의 요동정벌 계획이 거슬렸던 명나라 태조는 1396년(조선 태조)에 조선에서 보낸 표전의 표현을 문제 삼아 표문의 작성에 관여한 정도전을 명나라로 들여보내라고 독촉했다. 의도를 눈치 챈 삼봉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자 45세의 양촌이 자원해 명나라로 들어가 대신 용서를 구했다. 그를 가상하게 여긴 황제가 학사들이 모인 문연각(文淵閣)에 머물게 하고 시를 지으라 명했다. 양촌은 모두 24수를 지어 올렸는데 18수는 여정과 조선의 역사, 절경을 읊었다. 6수는 명나라와 태조의 덕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감탄한 황제는 그를 ‘수재’로 칭하면서 직접 시 3수를 지어 하사하고 융숭하게 대우했다. 외교 문제도 자연히 잘 해결됐다. 이 당시 양촌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는 훗날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3대 황제인 영락제(永樂帝)의 즉위를 알리기 위해 사신 유사길(兪士吉)이 왔을 때 국경에서 양촌의 안부를 물었고 연회에서 양촌이 술을 권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받는 등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나라의 문장을 주관하다 관각(館閣), 즉 예문관과 홍문관은 주로 왕실 의식, 외교 문서 등 국가의 공식적인 제술(製述)을 담당하던 관청이었다.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인물들이 배속되는데 그 수장인 대제학은 문형(文衡), 주문(主文)이라 해 국가에서 특별히 우대하였고 문신들도 가장 영예로운 자리로 생각했다. 양촌은 조선 최초의 문형으로 전해진다. 조선 초기의 국가적인 문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의 관각체(館閣體)는 권근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 정조(正祖)의 평가에서 양촌의 문학적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다. 관각체는 수식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서정적인 문장에 비해 다소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느낌을 준다. 관각체 비중이 높은 양촌의 문장에 대해서도 자연히 비슷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양촌의 문장이 모두 그렇지는 않았다. 시의 경우는 꾸밈없이 평담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있었다. 그의 문학적 진가는 다음의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봄날 성남(城南)에서의 즉흥시 봄바람에 어느덧 청명절이 다가오니 / 春風忽已近淸明 가랑비 부슬부슬 늦도록 개질 않네 / 細雨??晩未晴 집 모퉁이 살구꽃은 온통 필 듯한데 / 屋角杏花開欲遍 이슬 머금은 몇 가지가 내게로 기울이네 / 數枝含露向人傾 정도전은 이 시를 보고 “시어가 천지조화를 빼앗았다”고 극찬했다. #수성(守城)의 군주를 보필하다 조선은 삼봉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가의 각종 시스템은 물론 궁궐의 이름까지도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으니 과언은 아니다. 양촌은 목은 문하에서 삼봉과 동문수학했다. 둘 다 학문과 문장에 뛰어났고 경세 능력도 출중했다. 서로를 존경하는 것도 같았다. 다만 정치적으로 선택한 길이 달랐다. 이는 두 사람의 기질과도 연관이 있었다. 개혁적인 성향의 삼봉은 창업 군주를 보필하는 쪽이 적성에 맞았고, 보수적인 가문에서 성장한 양촌은 수성 군주를 보필하는 쪽이 적성에 맞았다. 삼봉은 태조를 도와 조선을 개국하고 요동을 정벌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양촌은 태종을 도와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쪽에 더 치중했다. 결과적으로 누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누구의 업적이 더 뛰어났던 것일까.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창업 시기에는 삼봉이 곧 양촌이었고, 수성 시기에는 양촌이 곧 삼봉이었기 때문이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성과평가실장
  • [커버스토리] 추진력甲 ‘오! 주님’·사감 같은 ‘원따로’… 옛 수장들의 청사별곡

    [커버스토리] 추진력甲 ‘오! 주님’·사감 같은 ‘원따로’… 옛 수장들의 청사별곡

    ‘기름장어, 주님, 세균맨, 최틀러, 호호아줌마….’ 정부부처 역대 장관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얽힌 별명들이다. 그만큼 사연도 가지가지다.# 일할 땐 화끈 성품은 훈훈한 반전 캐릭터도 유엔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그의 유명한 별명인 ‘기름장어’는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잘 피해간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그는 이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때 이 별명이 붙은 이유에 대해 “어려운 일을 매끄럽게 잘 풀어나가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측으로부터 ‘군인보다 더 군인 같다’는 의미로 ‘커널(colonel·대령) 송’이라는 별명을 얻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직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관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북미국장 등을 역임하며 한·미 협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기개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전 장관은 임기 중 외무고시가 아닌 공채로 직원 200명을 늘리는 등 외교부 조직 강화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임기 5년을 함께할 장관이라며 ‘오병세’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사점오(4.5년)병세’라고 불리기도 했다. 업무는 연설문 자구 수정까지 일일이 지시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한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윤 전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가 워낙 긴 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콘클라베’(만장일치된 의견이 나올 때까지 끝나지 않는 가톨릭 추기경들의 교황 선출회의)로 불리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장차관 중에서는 주형환 전 장관의 별명이 가장 유명하다. 주 전 장관은 ‘주님’으로 불렸다. 주 전 장관은 공직사회 내에서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고 업무를 끈질기게 챙기기로는 첫손에 꼽힌다. 특히 직원들의 보고서가 수준 미달이면 따끔하게 질책했다. 한 산업부 직원은 “주 전 장관 밑에서 일하면 본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오! 주님’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뜻”이라면서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일을 더 배울 수 있었고 주 전 장관의 추진력 때문에 타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쉽게 해결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장인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의 별명은 ‘세균맨’이었다. 이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경우인데 평소 온화하고 친근한 성품에 걸맞게 만화 캐릭터 별명으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최틀러’로 불렸다. 하지만 부처 내에서는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해 최 전 장관을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금래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호호아줌마’라는 별명답게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과도 격의 없이 항상 웃으면서 대화했다고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실수를 해도 화내시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면서 “수십년 동안 여성운동을 해오셨던 분답게 현장을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원따로’라는 별명이 있었다. 직원들과 거리감이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시시콜콜하게 지시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 유선전화도 도청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해수부 장관 시절 ‘호기심왕 ’ 특별한 별명은 없지만 직원들의 신망을 받는 경우도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8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짧은 기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지만 직원들에게 가장 좋았던 장관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호기심이 많았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을 즐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출신 지역이나 대학에 편견을 갖지 않고 일을 잘하는 직원을 인정해줬다고 한다. 홍석우 전 지경부 장관은 직원들 사기 진작에 가장 노력한 장관으로 알려졌다. 홍 전 장관은 우수 부서 포상제도를 도입하고 ‘일 버리기 운동’을 벌이는 등 야근을 없애는 근무 혁신을 추진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처리를 빈틈없이 잘해 부처 예산을 기존보다 2배나 증액해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토론에 능해 국무회의에서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참석자들을 쉽게 설득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평소 자상하지만 업무 스타일은 꼼꼼했던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숫자에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보고가 있을 때는 밤새 공부해 자료에 나오는 숫자들을 다 외우고 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은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함께 사무관보다도 세세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있어 진땀을 흘린 부하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권오승 공정위 전 위원장은 업무보고 시 가장 껄끄러웠던 위원장으로 회자된다. 교수 출신인 권 전 위원장은 소신이 강한 탓에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다.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은 악필로 유명했다.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적어주면 이를 해석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최순실 뇌물’ 등 25년 구형… 선고는 ○○년형?

    ‘최순실 뇌물’ 등 25년 구형… 선고는 ○○년형?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과 끝’이라고 지목한 최순실(62)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3일 열린다. 14일에는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린다. 국정농단을 주도했거나 이를 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우 전 수석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되면 국정농단 1심 재판은 박근혜(66) 전 대통령만 남게 된다.●안종범ㆍ신동빈도 함께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해 선고를 한다. 최씨가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이다. 형사재판 1심이 1년을 훌쩍 넘긴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다툴 부분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공소장에 적힌 최씨의 범죄 혐의는 18개에 달한다. 주요 혐의 중 하나인 뇌물수수는 지난 5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당 부분 무죄를 인정받으면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1심은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와 승마 지원에서 72억여원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영재센터는 무죄로, 승마 지원 중 코어스포츠 용역비 36억여원만 유죄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계기가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에 대한 판단도 주목된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롯데 등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는 데 이에 대한 판단은 같은 재판부가 맡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선고 때도 그대로 적용될 게 분명하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경우 삼성의 뇌물 공여를 “정경 유착이 아닌 최고 권력자의 겁박”으로 판단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이 증거로 인정될지도 관심사다. 이 수첩은 최씨의 태블릿PC,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함께 국정농단 3대 증거로 꼽혔지만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는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 ‘정유라 입시비리 ’ 항소심 3년 선고 최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 최씨는 이와 별개로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 선고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가 맡는다. 직무 감찰 의무가 있는 민정수석으로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불법적으로 설립한다는 의혹을 알고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은폐에 가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있다. 세 번이나 영장을 청구해 끝내 우 전 수석을 구속한 검찰은 “민정수석이 가진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혁신주체 안 되면 혁신대상 될 수도”… 공직 고삐 죄는 文대통령

    “혁신주체 안 되면 혁신대상 될 수도”… 공직 고삐 죄는 文대통령

    공직 창의성 키워 개혁 동력화 여소야대 상황 정면 돌파 의지“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우리끼리 하는 혁신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혁신이어야 한다”고 ‘정부혁신’의 방향을 설정한 뒤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이란 표현들이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선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도 높은 주문도 덧붙였다.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공직사회의 낡은 관행을 혁신해서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겠다”며 2월 말까지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공직사회를 겨냥한 최근 발언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도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해 앞으로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런 의지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부처가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지금껏 문 대통령은 정책 추진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정제된 표현으로 분발을 당부했다. 그러나 최근 발언에서는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힌다. 집권 1년차만 해도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교 우위로 충분했다. 하지만, 2년차에서 높아진 국민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최근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에서 보듯, 정책 혼선을 줄여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언제든 민심은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해 개혁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소야대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국정 화두인 국민 삶의 질 개선과 적폐 청산 지속이 가능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역대급 평창, 하나 되어 정성스러운 손님맞이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열하루 남았다. 해외에서 참가하는 선수단의 선발대가 속속 입국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의 참가와 선수 공동훈련, 문화행사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남북 선발대의 교환도 끝났다. 이번 올림픽에는 95개국에서 3000명 가까운 선수가 참가할 것으로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보고 있다. 이런 추산대로라면 88개 국가에서 28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러시아 소치올림픽을 크게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선수단 파견에 한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미국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인 242명의 선수가 15개 종목, 97개 경기에 참가한다. 캐나다가 두 번째로 많은 220~230명, 약물 복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 출전 자격이 박탈된 러시아에서는 개인 자격으로 선수 169명이 평창 땅을 밟는다. 독일은 154명,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이 사상 최대인 123명을, 영국도 역대급인 59명의 선수를 보낸다. 개최국인 우리는 전 종목 출전권을 확보해 총 146명의 선수가 대회에 참가한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이라는 대외적 환경에,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으로 가라앉았던 올림픽 분위기가 악재를 딛고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이 전쟁을 많이 치렀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4년에 1번씩 휴전해 스포츠로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고 약속한 데서 비롯된 것처럼 평창올림픽도 유엔에서 휴전 결의를 거쳐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2011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5대 올림픽 실현을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5대 올림픽이란 평화올림픽 외에도 균형 재정의 ‘경제올림픽’, 올림픽을 하나의 문화행사로 치르는 ‘문화올림픽’, 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5G를 대회 전 과정에서 구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환경올림픽’을 말한다. 5대 올림픽을 실현하는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10년 준비했다. 88 서울하계올림픽을 치르고 대한민국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선 것처럼, 30년 만의 올림픽 개최를 통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까지 해외에서 찾아오는 대표단과 관람객을 제집 손님처럼 편안하고 정성스럽게 맞았으면 한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월 국산기술 우주 발사체 쏘아 올려… 성큼 다가온 우주강국의 꿈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월 국산기술 우주 발사체 쏘아 올려… 성큼 다가온 우주강국의 꿈

    오는 10월 우리는 드디어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켓)를 시험 발사한다.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위성을 실은 나로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지 5년여 만이다. 그러나 나로호는 러시아 발사체에 실렸고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외국산 발사체나 외국 기술진의 도움 없이 우리 자체의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2018년은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을 해다.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시험 발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시험발사체엔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한 75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현재 마지막 인증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 발사가 성공하면 2020년에는 명실공히 순 국산인 한국형 발사체(KSLV-2)로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1단에는 4기가 묶여서, 2단엔 1기가 장착된다. 3단엔 별도로 개발 중인 7t급 액체엔진이 들어간다. 한국형 발사체엔 무게 1.5t의 실용위성이 탑재된다. 나로호에 실은 위성(100㎏)의 15배다. 발사가 성공하면 앞으로 첩보위성을 비롯한 각종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어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우리 자체의 역량으로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북한마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떠드는데 우리의 로켓 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었다. 지금까지 보낸 15기 정도의 각종 위성은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해외 발사체에 태워 보냈다. 1기당 400억~600억원의 비용이 든 것을 고려하면 수천억원을 배달 비용으로 지불한 것이다. 발사체는 우주로 사람이나 물체를 실어나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비용 차원을 떠나 자주적인 우주개발이란 국가 역량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 각국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우주 발사체용 엔진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부터다. 1990년부터 고체연료를 쓰는 1단형(KSR-1)과 2단형(KSR-2) 과학로켓 개발에 뛰어들며 기술 축적에 나섰지만 총사업비 수십억원 규모의 기초적인 소규모 사업이었다. 이후 한·미 미사일지침에 의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고체로켓 개발이 금지되면서 한국은 액체로켓 개발에 나선다. 애초 나로호(KSLV-1)의 1단 로켓에도 우리가 개발한 액체엔진을 쓰려고 했으나 핵심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러시아 로켓을 도입해야 했다. 당시 1단 액체로켓이 개발됐다면 한국형 발사체(KSLV-2) 발사가 최대 10년은 앞당겨졌을 것이다.2013년 발사된 나로호의 1단엔 러시아산 액체로켓이, 2단엔 국산 고체로켓이 장착됐다. 1차(2009년)와 2차(2010년) 발사에 실패한 뒤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추력이 크고 중요한 1단 로켓이 국산이 아니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몇 단계나 앞서 있다.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자 안보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금까지 36회 발사에 성공했고, 운용 중인 첩보위성만 10여기다. 북한은 대포동 1~2호 이후 은하 1~3호를 거쳐 2012년 광명성호까지 거침없이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김정은 집권 이후엔 더욱 우주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이 일본이나 북한에 비해 많이 늦은 것은 국가적 역량 집중이 안 된 탓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주개발 예산만 보아도 한국은 6억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393억 달러)이나 중국(61억 달러), 러시아(52억 달러)는 물론 일본(36억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우리는 정부 의지나 정치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2018년 시험발사체 발사 및 달 궤도선 개발, 2020년 한국형발사체 발사, 2025년 달착륙선 개발 등 우주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 2020년에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탄핵 이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과 시행착오 등을 기반으로 제3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을 준비 중이다. 여기엔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하는 독자적인 달 탐사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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