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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정부가 8일 정오부터 대북확성기 방송은 전면 재개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이날 오후부터 북한 최전방 부대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권 탄압 및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내용이 울려 퍼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번에도 대북확성기는 지난해 8월과 같이 심리전 FM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그대로 방송할 것”이라면서 “내용도 당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대북확성기 방송 내용은 주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 사회 실상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기서 핵심은 북한 사회 실상에 관한 것으로 북한 정권의 폭압과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낯낯이 전달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게 된다. 지난해 8월에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한 번도 외국 방문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것이 중대한 죄이자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어서 북한의 실상을 꼬집는 내용은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대조되는 한국의 발전상을 홍보하는 것도 비중이 크다. 자유와 개방성을 부각시켜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뒤쳐져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탈북자들도 대북확성기 방송에 참여한다. 또 시사 프로그램에는 핵실험 등 현 상황의 책임이 북한에 있고,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켜 아무런 이익도 가져올 수 없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담긴다. 대북확성기 방송에는 이같은 정치나 시사 문제 외에도 엔터테인먼트도 가미된다. 지난해 8월 대북확성기 방송에서는 가수 노사연의 ‘만남’을 비롯해 1990년대 가요와 함께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빅뱅 ‘뱅뱅뱅’ 등 최근 K-POP 열풍을 일으킨 아이돌들의 최신곡도 선보였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방송에서 “최근 유행하는 이애란의 ‘백세인생’도 틀어줄 것”이라면서 “케이팝 스타 중 걸그룹 여자친구와 에이핑크의 노래도 최신곡으로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런 음악들은 주로 밤에 방송하는데,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군 신세대 장병들의 감성을 파고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성우들이 등장하는 라디오 드라마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발전상을 알리기도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럽 출판계 불붙은 ‘안네의 일기’ 저작권

    유럽 출판계 불붙은 ‘안네의 일기’ 저작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고발한 ‘안네의 일기’ 가 저작권 시효 논란에 휩싸였다. 책의 저자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쓴 일기 원본을 소유한 네덜란드의 ‘안네프랑크재단’과 출판권을 보유한 스위스의 ‘안네프랑크기금’이 저작권을 놓고 충돌한 가운데 프랑스의 대학 강사와 국회의원이 지난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어판 원본을 각자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佛강사 “안네 사후 70년 저작권 소멸” 3일 AFP와 더치뉴스 등에 따르면 안네의 일기는 최근 유럽 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안네가 죽은 뒤 아버지인 오토 프랑크(1889~1980)가 딸의 일기를 편집해 발간한 이 책은 1947년 첫 출간 이래 3000만부 넘게 팔렸다. 반(反)나치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저작권법을 둘러싼 출판 자유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논란을 키운 두 주역은 프랑스 낭트대 강사인 올리비에 에르츠샤이드와 국회의원인 이사벨 아타르다. 이들은 새해 첫날 네덜란드어판 원본을 자신들의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했다. 에르츠샤이드는 “저자 사후 70년이 지난 올해 1월 1일에 책은 공공의 소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저자 사후 70년 뒤 저작권 소멸을 규정한 유럽연합(EU)의 저작권법이 자리한다. 저자인 안네는 15세 때인 1945년 2월 독일 하노버의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장티푸스로 숨졌다. ●기금 측 “부친이 재서술… 아직 유효” 이에 스위스 바젤에 있는 ‘안네프랑크기금’은 자신들이 출판권을 갖고 있기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안네의 일기를 둘러싼 저작권 다툼은 지난해 말까지 재단과 기금의 전유물이었다. 기금 측은 아버지 오토를 공동 저술자라고 주장하며 그가 죽은 1980년 이후 70년간 저작권이 보호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책의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했다”면서 기금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안네와 관련된 추모사업을 벌이는 기금은 지난해 재단 박물관을 상대로 안네의 일기를 포함한 관련 기록물과 사진에 대한 반환 소송을 벌여 독일 법원에서 승소한 상태다. ●재단 측 “원본 개정판 기준 2037년까지” 반면 재단은 기금과 수차례 소송을 벌여 지난달 29일 암스테르담 법원으로부터 ‘학술적 목적’의 안네의 일기 출판권을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네덜란드어판 원본 일기는 ‘네덜란드전쟁기록연구소’ 소유지만 암스테르담의 재단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곳은 안네 일가가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까지 머물던 옛 가옥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공교롭게도 재단과 기금은 안네의 아버지인 오토가 각각 1957년과 1963년 출범시킨 기관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이들은 저작권 시효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는 안네의 일기의 개정증보판이 발간된 1986년부터 최소 50년 뒤인 2037년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중국의 테러 이중 잣대… 佛기자 추방이 남긴 것

    중국에서 활동하는 각국 특파원들은 열외 없이 매년 말 중국 외교부의 검증을 받는다.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자는 ‘상주기자증’을 받지 못한다. 이 기자증이 없으면 비자를 연장할 수 없어 중국을 떠나야 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욕타임스 특파원 3명이 이 검증에 걸려 추방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일가의 부정 축재 의혹을 보도한 게 원인이었다. 올해는 프랑스 시사잡지 롭스의 베이징 특파원 우르술라 고티에가 상주기자증을 새로 발급받지 못해 오는 31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2009년부터 롭스의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여기자인 고티에는 지난 11월 18일 ‘문제’의 기사를 썼다. 중국 외교부가 파리 테러 직후 지난 9월 발생한 위구르족의 탄광 테러 사건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중국도 테러 피해자’임을 부각하자 “두 사건은 전혀 다르다”고 일갈했다. 그는 “중국이 프랑스에 뻗은 연대의 손길은 위선”이라면서 “위구르 민족이 탄광을 습격해 한족 노동자를 살해한 사건은 인권 탄압과 불평등에 대한 복수”라고 썼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고티에의 ‘이중 잣대’가 오히려 위선”이라며 벌떼처럼 일어났다. “파리 테러 피해자는 희생자이고 신장 테러 피해자는 민족 탄압의 대가를 치른 사람이냐”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25일 고티에의 추방을 공식 확인하면서 “테러리스트의 기를 살려 주는 기자는 중국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밝히자 중국 누리꾼 93%가 찬성했다. “당장 나가라”는 글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고티에는 “중국 정부가 3번이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며 “소수민족 문제에 관심이 있는 외국 특파원들을 손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롭스의 편집장은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파원 추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서방 언론은 추방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중국이 주장하는 이중 잣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신장 테러의 원인을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서 찾는 것처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원인을 서구의 중동 분할통치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는지 돌이켜 볼 시점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몽유도원도, 왕의 심기를 건드리다

    몽유도원도, 왕의 심기를 건드리다

    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허균 지음/깊은나무/256쪽/1만 6000원 왕과 사대부가 남긴 그림은 일반 풍속화와 다르다. 조선의 정치적 신념과 개인의 이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에 비해 딱딱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부터 풍경화에 담긴 사대부 그림에는 퍼즐처럼 정치적 시대상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그 흔적들을 찾아 그림을 새롭게 읽는다. 15세기 조선화가 안견의 대표적 명작인 ‘몽유도원도’. 안평대군(1418~1453)이 꿈에서 본 도화원경의 이상향을 재현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 작품은 안평대군과 수양대군 간 권력 쟁투의 비극적인 산물로 한때 금기시됐다. 안평대군이 도원을 거니는 꿈을 꾼 것은 1447년 4월 20일 밤.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완성한 건 사흘 후인 4월 23일이다. 지금의 시대에는 명작이지만 조선 시대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안평대군이 꿈을 꾼 시점은 세종의 맏아들 문종이 대리청정을 하던 권력 공백기였다. 1450년 문종이 왕위에 오르자 안평대군은 자신이 추천하는 인물들을 대거 조정에 등용시키며 실력자로 부상한다. 안평대군 세력은 세종을 보필했던 문인과 학자들이 중심이었고, 수양대군을 지지하는 무인 등 일파들과의 권력 투쟁은 필연적이었다. 안평대군은 그림 속 도원과 비슷한 풍경을 지닌 창의문 밖 현 부암동 인근의 무계정사에서 측근들과 회합을 하다 결국 수양대군에 의해 대역죄인이 되고, 강화도에서 사사(賜死)된다. 그 후로 몽유도원도 등 안평대군과 연관된 서화를 품평하거나 감상하는 것 자체가 세조 등 집권 세력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 됐다.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인 저자는 조선시대 집권층의 그림에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몽유도원도는 단순히 꿈을 기록한 게 아니라 안평대군의 정치적 야망이 반영된 그림이라는 식이다. 그림에 덧붙여진 사대부들의 찬시들은 미래의 왕위를 꿈꾼 안평대군에 대한 충성 맹세였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어진부터 사대부 그림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시대상을 세세하게 보여 준다. 조선시대의 어진은 정교한 세밀화였다. 어진은 실제 왕의 얼굴과 터럭만큼의 차이도 없이 그려졌다. 영조 어진의 경우 수염 한 올조차 틀리지 않고 최대한 정확하게 그리는 원칙을 따랐다. 사진 기술이 없던 시절 조선시대 임금의 얼굴을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어진 덕분이다. 오죽하면 산 사람 사이에 행해지는 예절인 작헌례(술을 가져가 권하는 행위)를 왕의 초상 앞에서 행했을까. 저자는 어진 역시 현 집권세력의 정통성과 권위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분석한다. 1, 2차 난을 통해 권력을 잡은 태종이나 왕권 강화에 힘쓴 숙종, 개혁 정치로 문예 부흥을 이룬 영조 등이 역대 선왕의 어진 제작에 정성을 쏟은 이유이기도 하다.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렸던 문인화는 어떨까.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가 그린 대표작이 바로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다. 헌종 집권기에 안동김씨 세력의 탄압을 받은 추사는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제주도에서 장장 9년간 외롭고 고통스러운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저자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주제로 그린 세한도는 제자인 역관 이상적의 지조와 의리를 상징하는 동시에 당쟁으로 희생된 자신을 향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시’(詩)이자 ‘서’(書), 화(畵)라고 지적한다. 역적의 자손으로 전락한 김시의 ‘목우도’나 몰락한 세도가의 자손인 심사정의 ‘탁목조’ 모두 정치적으로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스스로의 탈출구인 동시에 가슴 속에 맺힌 울분을 삭이게 하는 정신적인 안식처였다. 저자는 말한다. 옛 그림을 감상하면서 화법이나 양식만 봐서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림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개인의 역사를 퍼즐 맞추듯 해야 비로소 그림에 대한 해석이 분명해진다는 가르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와 인접한 태국 북서부에는 9개의 난민캠프가 있다. 이곳에 독재정권의 탄압과 내전을 피해 탈출한 10만명가량의 난민이 산다. 대부분 나뭇잎으로 지은 전통가옥에 사는 등 생활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살던 미얀마인 네 가족 22명이 23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창 밖은 한겨울 날씨지만 네 가족은 면치마에 반팔 티셔츠의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네 가족은 이날 새벽 태국 수완나품 공항을 출발해 4시간여를 날아 오전 8시 30분 그리던 땅에 착륙했다. 한국이 난민법을 시행한 지 2년 만의 첫 ‘재정착 난민’ 입국이다. 재정착 난민 제도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난민법 개정을 통해 세계에서 29번째로 재정착 난민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됐다. 낯선 나라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희망이 들어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쿠 투(44)는 환영식에서 “난민 캠프에서는 (캠프 밖으로) 왔다 갔다 할 기회도 없이 어렵게 살아왔다. 한국 국민들이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주로 목수일을 하거나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쿠 투는 1993년 내전에 따른 징집을 피해 태국 메라 난민 캠프에 들어갔다. 처음엔 아내, 큰딸과 함께 들어갔지만 지금은 여섯 살 된 아들까지 8명의 대가족을 이뤘다. 그러나 하루 일당이 한국 돈 6000원에 불과한 캠프에서는 생계를 잇기가 힘들었다. 그의 오른쪽 의족은 돈을 벌기 위해 캠프 외부의 벌목공장에서 불법 취직하고 일하다가 다친 결과다. 네 가족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공항을 나섰다. 이들은 인천난민센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앞으로 정착할 곳을 결정하게 된다. 아이들은 내년 3월부터 공립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를 다니게 된다. 국내에는 경기도 포천 등에 카렌족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데는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문제가 가장 컸다. 법무부 난민과 정금심 계장은 “온순한 성품의 카렌족 가족들은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는 열망이 높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월 UNHCR에서 후보군을 추천받아 신원 조회 등을 거쳐 직접 현지 면접을 진행했다. 일곱 가족 38명에 대한 면접을 통해 네 가족이 최종 선정됐다. 정 계장은 “면접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기도 했다”며 “한류가 난민캠프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7년까지 매년 30명 이내로 미얀마 출신의 재정착 난민을 선정할 예정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IS(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우는 ‘여성 민병대’ 창설

    IS(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우는 ‘여성 민병대’ 창설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우는 '여성부대'가 창설돼 '복수의 칼날'을 갈고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등 해외언론은 시리아 북동부 하사케주에 둥지를 튼 모두 여성 민병대의 사연을 보도했다. 현재 약 50명의 여성으로만 구성된 이 민병대의 이름은 '여성보호군'(Female Protection Forces of the Land Between the Two Rivers)으로 두 강(Two Rivers)은 시리아를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의미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민병대원들은 모두 소수 종교세력(크리스찬등)으로 종교 탄압 및 박해를 받아 왔다. 지난해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한 IS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지의 소수민족 및 소수 종교인들을 학살하고 있다. 여성들이 가족을 보호하고 복수를 위해 IS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들은 현재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에 캠프를 두고 소총사격등 군사훈련을 받고있다. 대표적인 피해 민족은 쿠르드 계열 소수파이자 토착 종교를 믿는 야지디족으로, IS는 이들의 마을을 습격해 남성들은 학살하고 여성들은 성노예로 거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여름에는 야지디족 여성으로만 구성된 민병대가 창설된 바 있다. 두 아이를 집에 남겨두고 여성보호군이 된 바빌로니아(36)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6살, 9살인 자식들이 너무나 그립고 걱정된다" 면서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IS와 싸워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언니와 함께 여성보호군이 된 루시아(18)도 "최근 IS와 첫 전투에 참가했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면서 "실력있는 스나이퍼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실력이 못미친다" 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여성부대라는 성격상 이들 대원들은 IS와의 전투 중 사망하거나 포로가 돼 성노예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이 끔찍한 가능성에도 부대원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훈련캠프 운영을 맡고있는 여성 사미르(24)는 "이제까지 50명 이상의 여성들이 캠프를 졸업해 전선에 나서고 있다" 면서 "우리는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표기)가 전혀 두렵지 않다.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축복" 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 ⓒ AFPBBNews=News1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론] 제3의 동력, 공익재단/이동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

    [시론] 제3의 동력, 공익재단/이동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소득 재분배여야 한다.” 한 여론조사 결과다. 외환위기 후 심화되어 온 양극화 현상을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딱한 것은 정부 주도형 소득 재분배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가진 자로부터 더 걷어 없는 자를 위한 복지에 충당하는 것이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에 마냥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적 속성과 양립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기부로 설립된 공익재단이 양극화 해소의 일익을 맡는다. 기부는 자발성을 전제로 하므로 저항이 없고, 기부 재원은 기부자의 뜻대로 사용되므로 그 전부가 양극화 해소 등 공익적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정부가 징수된 세금을 복지 재원으로 풀 때보다 효과가 크다. 공익재단의 존재 이유이자 공익재단을 ‘제3의 동력’이나 ‘제3섹터’로 부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공익재단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다.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상당수 대형 공익재단은 재벌 오너에게 사회적 물의가 생긴 뒤 설립됐다. 가뜩이나 반기업 정서가 강한 터에 여론 무마용 공익재단을 곱게 볼 턱이 없다. 거기에 주식을 출연받아 설립된 공익재단들도 많다.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한다는 비난이 항상 따른다. 그러나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벨재단은 노벨이 죽음의 상인이라는, 록펠러재단은 록펠러가 정경유착과 무자비한 인수합병, 환경오염을 일삼는 냉혈한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각각 받은 후 설립됐다. 카네기도 홈스테드제철소 파업 시 무자비한 노동 탄압으로 코너에 몰렸다. 그런 후 설립된 것이 카네기재단이다. 카네기와 록펠러에게는 절세설계용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따랐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그룹의 대주주는 발렌베리 가문이 설립한 4개 공익재단이다. 이들 재단이 보유한 그룹주식은 26.4%이다. 이 중 85%가 크노트&앨리스발렌베리재단 소유다. 부인 앨리스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크노트 발렌베리가 후계구도를 고민한 끝에, “그룹을 지배하되 소유하지는 않는다”는 모토하에 설립한 것이 이들 공익재단이다. 이 모토는 5대째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공익재단들도 설립 배경이나 목적이 순수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이 이들을 신뢰하는 것은 설립자나 그 가문이 재단운영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했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무슨 재산을 출연받아 설립됐는가와 설립 후에 쌓게 될 양극화 해소 등 공익적 업적이 전혀 별개의 이슈임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우리 공익재단 활성화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공익재단에 특정기업 주식의 5% 또는 10%(성실공익재단)를 넘어 출연하면 공익재단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면제받으면서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재단에 주식이 출연되는 순간 그것은 재벌 오너가 아니라 제3섹터의 것이 되고 공익재단이 청산되면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그런 터에 굳이 한도를 낮게 잡아 주식 출연을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런 만큼 이제는 주식 출연 한도를 대폭 인상하되 공익재단이 출연자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엄히 금지하는 제도의 도입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의결권주의 50%까지 출연할 수 있게 하되, 공익재단이 특정 기업을 위해 활동할 수 없도록 못 박은 일본의 입법례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동시대 기업인 카네기와 록펠러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부의 축적과정에서 저지른 악행은 그 부로 어떤 자선을 하더라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다. 이들이 설립한 재단이 미국의 공기(公器)가 되어 쌓은 위대한 업적과 재단을 향한 미국인들의 절대적 사랑을 보면서 무덤 속 루스벨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자신의 단견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을 것이다. 평생 일궈놓은 기업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한 공로는 제쳐 둔 채 이를 경영권 보존 수단으로만 백안시해 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여야, 비리·갑질논란 의원 어떻게… ‘공천개혁 바로미터’ 주목

    여야, 비리·갑질논란 의원 어떻게… ‘공천개혁 바로미터’ 주목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여야 의원 중 비리·부패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도덕적 해이로 도마 위에 오른 이들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일제히 ‘혁신’ 키워드를 앞세운 가운데 이들의 20대 총선 공천 여부는 곧 공천 개혁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여야가 들고 나온 공천 혁신안은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 뇌물·알선수재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이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정밀 심사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안은 한술 더 떠 기소 즉시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등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다. 새누리당은 세부 공천기준을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앞서 19대 총선 공천관리위가 벌금형 이상 선고받은 자를 비롯해 성범죄,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자’는 범죄 시기와 관계없이 공천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적용한 바 있다. 현행 당규상 비리 혐의 기소자는 그 즉시 당원권도 정지된다. 이런 기준을 따르자면 원칙적으로 공천 배제 대상인 여야 의원은 수십명에 이른다. 10일 현재 법조계와 각 정당에 따르면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검찰 수사 중인 여야 의원은 총 14명이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새정치연합 신학용·신계륜 의원은 입법 로비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저축은행 로비 관련 알선수재 혐의로 유죄 여부를 다투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때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를 받은 새정치연합 이종걸·문병호·강기정·김현 의원은 이례적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법에 걸렸다. 성완종 리스트로 재판 중인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도 공천 여부가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해당 의원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으로 기소된 의원들에 대해서는 ‘정치 탄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국정원 여직원 문제로 기소된 의원들은 정치적 상황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공천 배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상은 의원은 “11건의 기소 혐의 중 2심에서 7건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검찰의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각 당 지도부는 “기소 사실만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며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이들이 무죄판결 혹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혁신을 내세운 당 입장에선 공천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갑질·막말 논란에 휘말린 의원들에 대해서도 ‘의혹과 해명’ 사이에서 쇄신원칙이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된다. 공천기준이 여론의 눈높이를 타고 줄타기할 확률이 높다. 딸 취업 청탁 사건으로 공식 사과했던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에서 제외됐다. 아들의 경력직 판사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던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도 당 중앙윤리위에서 “근거 없다”는 면죄부를 받았다. 각각 시집 강매 논란, 취업 청탁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넘겨진 새정치연합 노영민·신기남 의원에 대해선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이 “최소한 당원자격 정지까지 각오하라”며 칼날을 벼리고 있다. 이들 의원의 공천 결과는 원외 후보와 정치 신인들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높다. 이날 신학용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 여지는 높지 않아 보인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상균 퇴거’ 경찰·화쟁위 하루 만에 강경모드로

    ‘한상균 퇴거’ 경찰·화쟁위 하루 만에 강경모드로

    경찰의 조계사 강제 진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이 8일 조계사에 23일째 피신해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9일 오후 4시까지’라며 24시간의 자진 출석 말미를 줬지만 현 상태에서 한 위원장이 제 발로 걸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조계사 신도 100여명이 한 위원장이 머무는 관음전으로 몰려가 강제 퇴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긴급회의를 열고 “경찰이 한 위원장 체포를 시도하는 즉시 금속노조 등 일부 산하단체가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24시간의 최후통첩 시한이 지나면 빠른 시간 내에 한 위원장을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구체적인 방법과 시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 집행기관으로서 더이상 지체하기 어렵고, (이미) 경찰의 명예가 손상됐다”고 말했다. 전날만 해도 강제 진입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던 경찰은 하루 만에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전날 강 청장이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이날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조계사를 방문했고 강 청장이 영장 집행을 통보하는 등 빠른 절차를 밟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명분 쌓기”라면서 “종교시설에 마구잡이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 위원장을 보호해 온 조계종 화쟁위원회도 변화한 입장을 보였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화쟁위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연내 노동 관련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밝혔다”면서 “야당의 약속, 국민을 믿고” 거취를 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이 강제 진입으로 급선회한 데는 한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위원장은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계사와 불교계에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올렸다. 한 위원장은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객(客)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신도회 고위급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할 가능성이 아주 적어 보인다고 판단해 (영장 집행에) 속도를 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002년 3월 10일 조계사로 숨어든 발전노조원 7명을 체포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신도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여론이 크게 악화돼 당시 이대길 서울경찰청장이 조계사를 찾아가 직접 사과했다. 경찰로서는 13년 만에 종교시설에 강제 진입한다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강 청장은 “경찰이 종교시설에 강제 진입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도 조계종이나 조계사의 협조가 없더라도 강제 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 6일까지 자진 퇴거하겠다던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이날 조계사 신도로 구성된 ‘회화나무합창단’ 소속 단원 100여명은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가 자리한 4층 입구 철문이 잠겨 있어 만나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등 총 9건의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6월 23일 한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위원장의 자진 출두는 없다”면서 “체포 시한인 오후 4시에 수도권 조합원 100명 이상이 조계사 인근으로 집결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9시부터는 공안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물밑 조율·진입도 검토… 경찰, 전방위 압박

    물밑 조율·진입도 검토… 경찰, 전방위 압박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7일 조계사 내 피신을 장기화할 뜻을 밝히면서 상황이 당초 전망과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게 됐다. 한 위원장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둘러싼 경찰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8일 연석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렇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노동법 개정을 막을 때까지 조계사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오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사 측에 공식적으로 영장 집행을 하겠다고 요청하거나 물밑 조율을 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신변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도 단계를 밟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안이 여러 가지인데, 예를 들어 5단계를 짜 놓았다가 2단계쯤에서 해결이 되면 5단계인 강제 진압은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경찰로서는 진입조를 투입하면 강경 진압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고 영장 집행을 미루면 경찰의 주장대로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 데 주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상징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노동 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며 절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겠다”면서 “민주노총과 80만 조합원의 명예를 걸고 국민 여러분께 공개적으로 약속한다”고 말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선택”이라면서 “스스로 걸어나가 연행당하는 것은 탄압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이 떳떳하게 사법 당국에 출두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박 대변인은 “모든 여론을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며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용인해 온 조계종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조계종 화쟁위 측은 “8일 오전 화쟁위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오후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을 만나 설득했으나 실패했듯 화쟁위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에게 지난 6일을 최종 퇴거 시한으로 통보했던 조계사 신도회가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도회는 지난달 30일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박준 신도회 부회장은 “한 위원장이 신도들의 퇴거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도회는 이날 한 위원장 문제를 놓고 회의를 가졌다. 한편 경찰은 한 위원장의 체포를 방해하고 도피를 도운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금속노조 조합원 이모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한 위원장이 지부장을 지낸 금속노조 산하 쌍용차 지부 조합원으로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집회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로 피신할 때 호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문재인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의 원년 돼야”

    문재인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의 원년 돼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해 “행여라도 경찰의 좀 도가 넘는,분노하게 만드는 제재 행위가 있다고 해도 끝까지 인내하면서 평화적인 집회를 마쳐 달라”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시의회에 모인 자리에서 “오늘을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표와 소속 의원 40여명은 이날 집회에 경찰과 시민의 충돌을 막기 위한 ‘평화 지킴이’로 나서 경찰의 폴리스라인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인간띠’를 형성했다.  문 대표는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정부가 집회·시위를 탄압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공권력과 시민이 충돌하는 일이 번번이 벌어진다”며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설에 최루탄과 돌과 화염병이 맞부닥치는 집회·시위가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평화 시위 문화가 빠르게 정착돼 갔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집회·시위 문화도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다친 백남기 씨를 언급, “69세 된 노인이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불상사가 생겼다”며 “이제 다시 평화적 시위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한번 경찰과 집회 참가자 모두에게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인천성모병원 상대로 20억 요구한 전 간호사 실형

     노동인권 탄압과 건강보험 부당청구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보건의료노조 등이 60일이 넘게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사태가 사실상 병원 측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최근 검찰이 노조가 제기한 부당청구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데 이어 법원까지 국제성모병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20억원을 요구한 국제성모병원 전 간호사에 대해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사실상 이번 논란은 ‘노조 측의 무리한 발목잡기와 부도덕한 공갈행위’로 결말이 나게 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병원에서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는 진정건을 조사했으나 근거가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었다.  이 병원 사태가 이번에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간호사의 주장을 핵심 축으로 전개됐으나, 이 간호사가 ‘공갈 미수’라는 실정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지금까지 시위와 농성을 주도해 온 보건의료노조 등은 병원 측과 맞설 실효성 있는 명분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 되고만 것이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0단독 이봉락 판사는 병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로 기소된 이 병원 전직 간호사 이모(40)씨에게 최근 징역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를 불러 20억원이라고 쓴 A4 용지를 보여 주며, 그렇지 않으면 병원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실제로 병원 측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이 씨의 녹취록을 보면 노조 측 반발의 중심축이었던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이씨에 대한 회유 정황과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이씨에게 “인천성모를 깨야 되겠는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네가 한번만 도와달라”면서 “그러면 할 수 있는 거 다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이 때부터 이씨가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결탁해 본격적인 시위와 농성을 전개했다는 것이 병원 측 판단이다.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인천성모병원이 돈벌이 경영, 노동조합 탄압, 인권유린 등에 나서고 있다는 노조 지부장 H씨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시위 명분을 얻을 목적으로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가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이 씨에게 내부 정보를 요청한 행위가 법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의도를 가지고 병원을 무너뜨리려 한 악의적인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이 추구하는 노조 지지세 확대라는 목표 달성의 차질은 차치하고라도 더 이상 노조 측에 시위의 도덕적 정당성과 명분이 없음을 법원이 확인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법원 판결을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 측은 지난 25일 발표한 “국제성모병원 ‘무혐의’ 결정은 진실이 아니다”는 성명을 통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천성모병원의 집단 괴롭힘 진정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국제성모병원의 건강보험 부당청구사건에 대해 수사조차 하지 않은 채 마무리했다”면서 “인천성모병원은 정당한 노조활동을 ‘개인 비위행위’와 ‘불법행위’로 매도하면서 노동인권 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후에도 노조 측이 검찰의 부실 및 축소 수사라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무리하게 정당화하고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면서 “법원이 전 간호사의 공갈 미수를 인정한 마당에 노조 측은 또 어떤 논리로 진실을 호도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中, ‘中 인권 비판’ 미스월드 캐나다 입국 거부… 대회 참가 무산

    中, ‘中 인권 비판’ 미스월드 캐나다 입국 거부… 대회 참가 무산

    중국 인권 상황을 비판해온 올해 미스월드 캐나다 대표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돼 중국 입국이 거부됐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미의 외교사절이 입국 거부를 당한 셈이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27일 중국계인 미스월드 캐나다 애너스테이지아 린(林耶凡·25)이 중국에서 개최 중인 ‘2015 미스월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중국 당국의 ‘기피 인물’ 지정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 결과 그녀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린은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시에서 열리는 미스월드 대회 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6일 홍콩 공항에서 하이난행 비행기를 타려다 탑승을 거부당했다. 그는 지난 5월 미스월드 캐나다 대표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최근까지 올해 미스월드 대회 개최국인 중국으로부터 별다른 설명 없이 비자를 받지 못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린은 이날도 외국인에게 즉석 비자 발급을 해주는 하이난으로 향하려다 허용되지 않아 결국 참가 마감 시한을 넘겨 대회 참가가 무산됐다. 그는 캐나다 대표 선발 이후 줄곧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법륜공(法輪功·파룬궁) 탄압 등 정치적 억압 상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 내 종교 박해 실태를 증언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새달 5일 2차 민중총궐기 날… 전국농민회 1만명 집회 신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예고된 12월 5일 서울광장에서 1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전농과 경찰에 따르면 전농은 26일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살인진압 규탄·공안탄압 중단·노동개악 중단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전농은 집회 후 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때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명의로 서울광장과 태평로 등에 27건의 집회가 신고됐다. 전농이 개별 단체 명의로 신고한 점으로 미뤄 다른 단체들도 인근 장소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를 추가로 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전농의 집회 신고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번 집회가 1차 집회 때처럼 과격·폭력 시위로 얼룩질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차 집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전날보다 20명이 늘어난 총 270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中 입국 거부당한 미스월드 캐나다

    中 입국 거부당한 미스월드 캐나다

    중국계인 미스월드 캐나다 애너스테이지아 린(25)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중국에서 개최 중인 2015 미스월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후 2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캐나다 대표 선발 이후 줄곧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파룬궁 탄압 등 정치적 억압 상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이어왔으며, 티베트와 위구르 자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비판 범위를 넓혀 왔다. 지난 7월에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 내 종교 박해 실태에 대해 증언하면서 중국에서 자신의 신앙을 유지한 이유로 구타 등을 당하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파룬궁 수행자이기도 한 린씨는 10대 때 모친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해 캐나다 명문인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이후 배우로 활동해 왔다.ⓒ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黃 “나라 위해 헌신한 발자취 국민은 잊지 않을 것” 金 “민주주의·민권 위해 모든 것 바치신 희생의 삶”

    黃 “나라 위해 헌신한 발자취 국민은 잊지 않을 것” 金 “민주주의·민권 위해 모든 것 바치신 희생의 삶”

    황교안 국무총리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葬) 영결식 조사(弔辭)에서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동안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다”면서 “대도무문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의 확고한 신념으로 민주화의 길을 연 의회민주주의의 산증인”이라며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날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 총리는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이신 김 전 대통령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있다”면서 “오랜 세월 국민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한 김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황망한 마음 가눌 길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총리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 사조직 개혁, 공직자 재산공개 등 국가개혁은 깨끗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세계화와 개방화라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추진하는 데도 많은 힘을 기울이셨다”고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도 노력하셨다”면서 “이처럼 나라를 위해 헌신해 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울먹이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 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면서 “대통령님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자유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오시는 동안 초산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직 제명 등의 혹독한 탄압이 간단 없이 자행됐지만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숭고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업적에 대해서는 “군사독재체제의 누적된 폐해를 혁파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공고히 한 역사적 결단”이었다고 추어올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면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끝을 맺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그가 떠나는 날, 눈이 내렸습니다

    그가 떠나는 날, 눈이 내렸습니다

    그가 그토록 뜯어고치고 싶어 했던, 그럼에도 여전히 고칠 게 많은 이 세상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원히 작별했다. 지난 22일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裝) 영결식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거행됐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20분간 눈이 내리는 가운데 거행된 영결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통합’과 ‘화합’을 유언으로 남긴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영결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은 물론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감기 증세로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영결식 전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을 배웅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건강 문제로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 민주화의 큰 산이었던 김 전 대통령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있다”며 “대통령님이 염원한 평화롭고 자유롭게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혹독한 탄압이 간단없이 자행됐지만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숭고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영결식 후 운구 행렬은 고인이 46년간 살았던 동작구 상도동 사저에 들른 뒤 그곳에서 2㎞ 떨어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종착(終着)했다. 김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든 이날 서울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시민들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쳤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 편집인인 백낙청(77)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출판사 창비를 떠났다. 백 교수는 ‘창비’를 창간해 50년간 이끌어 온 창비의 산증인이다. ‘창비’ 백영서 편집주간, 김윤수 발행인도 함께 물러났다. 차기 편집주간은 기존 편집위원이었던 한기욱 인제대 영문과 교수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등 통합시상식 인사말을 통해 “‘창비’ 편집인 자리에서 올해를 넘기지 않고 물러나기로 두어 해 전에 이미 결심했다. 창비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간 ‘창비’에 한해서는 깨끗이 손을 뗄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반년 남짓은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위기와는 또 다른 시련의 기간이었다”며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백 교수는 “한 작가의 과오에 대한 지나치고 일방적인 단죄에 합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패한 공범자로 비난받는 분위기에서 그 어떤 정무적 판단보다 진실과 사실관계를 존중하고자 한 것이 창비의 입장이요, 고집이었다. 한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이 창비의 다음 50년을 이어 갈 후진들에게 넘겨줄 자랑스러운 유산의 일부라고 감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퇴임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학평론가들은 “백 교수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진보문학의 상징이었다”며 “그의 퇴임으로 진보 진영 문학 흐름이 갈무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식민지 시기 한국문학은 리얼리즘이 주류였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리얼리즘 대표 작가들이 월북하면서 그 맥이 끊겼다. 백 교수는 1965년 ‘창비’를 창간하면서 끊어졌던 리얼리즘 정신을 되살렸다. 복수의 문단 관계자는 “백 교수는 70~8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이론적 모태”라며 “문학과 사회의 접점을 확대하고 문학의 실천성을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식인 문학관’의 종언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분석도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단순히 이야기꾼으로 재밌는 글, 아름다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한 사회의 대표 지식인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지식인 문학관의 골자다. 한 문학평론가는 “요즘 소설가나 시인, 문학평론가는 소설, 시, 문학 작품 해설을 쓰는 사람일 뿐 어느 누구도 이들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상가로 보지 않는다”며 “백 교수 퇴임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식인 문학관이 끝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했다. 창비는 2000년대 들어 시대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이념과 의식을 현시대에 맞게 전환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낡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시대착오적 판단의 결정판은 신경숙 표절 논란 때 보여 준 백 교수의 대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은 지니지만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문단 관계자들은 백 교수 퇴임을 맞아 창비가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문학평론가는 “창비는 사실상 백낙청 유일체제였다. 편집위원이 다들 백 교수의 대학 제자들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평론가는 “백 교수의 제자인 한기욱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는다면 백 교수의 퇴임이 창비의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다들 백 교수가 수렴청정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무늬만 혁신이 되지 않으려면 내년 1월 정말 누가 봐도 신선한 새로운 편집 진영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테러 위협에도 테러 소굴로… 교황, 아프리카 모스크 찾는다

    테러 위협에도 테러 소굴로… 교황, 아프리카 모스크 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강행한다. 교황이 방문하는 케냐,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앙아)은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600~30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이슬람 모스크(사원)를 방문해 무슬림 지도자와 종교 간 화해와 평화를 기원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순방이 역대 교황 중 첫 전시지역 방문이며, 동시에 교황 취임 이후 첫 아프리카 방문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마지막 방문지인 중앙아에선 2013년 이슬람계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기독교 정권을 축출하면서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민병대를 만들어 맞서면서 양측의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교황은 기독교 난민 캠프와 이슬람 모스크를 잇따라 방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앞서 아프리카를 방문한 교황은 1969년 우간다를 방문한 바오로 6세와 재임 기간 동안 아프리카 42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 등 2명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프리카 방문을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불거진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바티칸의 교황 측근들은 이미 프랑스 정보기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아프리카 방문이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는 오는 29일 중앙아의 수도 방기에서 아프리카를 위해 진행되는 ‘자비의 희년’ 미사 때 광장에서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의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프랑스 정보기관의 경고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교황의 방문지마다 인근 카메룬과 콩고, 수단 등에서 수십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몰려오면서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정예군을 파견한 프랑스 국방장관조차 “프랑스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이 교황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다. 첫 방문지 케냐에선 알케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알샤바브는 지난 4월 케냐 북동부 가리사대학을 공격해 14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13년에는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차별 살상을 자행해 67명의 희생자를 냈다. 교황은 나이로비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종교지도자와 회동할 예정이다. 테러방지법을 시행 중인 우간다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3월 알샤바브 조직원 기소를 추진하던 검사가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우간다는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근거지인 소말리아에 6000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어 늘 테러위협에 시달린다. 교황은 이곳에서 19세기 말 종교탄압 당시 순교한 성인 22위의 시성 5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한다. 마지막 방문지인 중앙아는 테러로 들끓는 도가니다. 군대와 경찰 어느 쪽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 이미 1만명 가까운 민간인이 사망하고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교황은 난민 캠프와 이슬람 모스크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주변 나이지리아에는 보코하람, 말리에는 안사르디네 등 무시무시한 조직들도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아프리카 순방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방문의 3대 과제로 난민 위기 해소, 종교 갈등 치유, 동성애자 권리 회복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파리 테러 이후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이뤄지는 이번 방문이 전 세계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과 종교적 갈등의 치유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양김 정치의 종언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김 정치의 종언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오일만 논설위원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1987년 대선 당시 ‘군정 종식’을 외쳤던 그의 울림은 크고도 깊었다. 그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30년간 이어진 군부 독재를 끝장내고 문민정부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됐다. YS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시킨 일등공신임이 틀림없다. 역사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양김(김영삼·김대중) 시대가 한국 정치에 민주화를 꽃피게 했지만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라는 그늘도 드리웠다. 정치라는 것이 현실의 상황을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양김 정치는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를 잉태시키고 웃자라게 한 토양인 것도 사실이다. YS의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라는 점 역시 자신들의 시대에 뿌리가 내린 분열과 대립을 치유해야 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측면이 있다. 1960~70년대 군부 독재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결속력이 강한 계파정치 등장을 필연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군부 정권이 뿌려놓은 지역감정은 영호남을 양분했던 양김 시대 더욱 활개를 쳤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대목은 이른바 ‘87년 체제’다. 양김의 험난한 민주화 투쟁이 ‘87년 개헌’으로 결실을 보았고 여기서 규정된 구조적 틀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5년 단임 직선제(대통령)와 소선구제(국회의원)로 요약되는 87년 체제는 엄밀히 말하면 양김과 군부의 타협물이다. 군부의 장기 집권 종식과 민주화란 양대 축으로 1987년 10월 9차 헌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헌법의 내용을 결정한 8인 정치회담은 군부 측에서 민정당 4인과 YS·DJ계가 각각 2인으로 구성됐다. 당시 여야 권력이 균형과 견제 속에서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절충점’을 택한 것이란 의미다. 87년 체제는 나름대로 시대적 사명을 적절하게 수행한 것도 사실이다. 5년 단임제 도입으로 더이상 장기 집권을 걱정하지 않게 됐고 여야 간 정권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민주화 열기 속에서 정치권력 간의 절묘한 황금분할적 성격은 과거 극단적인 권력투쟁을 예방했던 측면도 컸다. 그러나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다원화된 시대적 흐름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모든 국가 권력을 대통령 1인에게 집중시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심각하다. 군대와 경찰, 검찰, 국세청,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모든 권력의 칼자루를 대통령 한 사람이 쥐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다. 현 정부 들어 개헌론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국무총리를 분리하는 분권형 개헌론도 등장하고 있지만 권력을 향한 정치공학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와 함께 정책의 단절이란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여야 대통령 후보가 소리 높여 대통령 4년 중임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 규모는 10배 이상 성장했고 다원화된 사회의 흐름은 너무도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21세기 변화의 사고를 담기에는 너무도 낡은 그릇이 됐다는 의미다. 국정이 5년 단위로 바뀌면서 국가의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김대중 정부의 지식정보화 육성 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동반성장 등 심혈을 기울였던 대표적 정책들은 뿌리도 내리기 전에 다음 정권에서 철퇴를 맞았다. 정권마다 명운이 걸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정책의 생명인 연속성을 상실했다.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킨 꼴이다. YS가 남긴 과제는 어찌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이다. 87년 체제를 이룩한 주인공들이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시대정신을 담을 필요가 있다. 가중되는 서민들의 생활고, 무너지는 중산층, 고질적인 지역주의, 첨예한 이념 대립 등 지금 당면한 과제는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 ‘유통기간’이 지난 87년 체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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